2022다311736 임대차보증금 (자) 파기환송(일부)
[임대차보증금에서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공제하기로 약정한 임차인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임대인이 회생채권으로 주장할 수 있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범위가 다투어진 사건]
◇1. 당사자 사이에서 공제약정을 체결할 때에 그 대상이 되는 양 채권 사이에 견련성이 요구되는지 여부(소극),
2. 공제약정을 한 당사자 중 일방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견련성이 없는 채권을 공제하기로 한 약정이 계속 유효한지 여부(소극),
3. 손해배상예정액을 약정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이 고려하여야 할 요소◇
1)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공제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으므로, 공제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하여 당사자 사이에 그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27699 판결 참조). 이때 당사자가 공제의 대상으로 약정하는 양 채권 사이에 반드시 어떠한 견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 원상회복금[처분문서에 기재된 공제 및 상계 약정의 해석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27699 판결] 【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방법 [2] 공제와 상계의 유사점과 차이점 / 공제나 상계에 관한 약정을 하는 경우, 당사자가 공제나 상계적상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나 상계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공제와 상계 중 무엇에 관한 약정인지 해석하는 방법 [3]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경우,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공제는 복수 채권·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 원인이라는 점에서 상계와 유사하다. 그러나 공제에는 원칙적으로 상계적상, 상계 금지나 제한, 상계의 기판력 등 상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부동산임대차관계 등 특정 법률관계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공제의 의사표시 없이도 당연히 공제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점 등에서 공제는 상계와 구별된다. 또한 공제는 상계 금지나 제한과 무관하게 제3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실질적 만족을 얻게 한다는 점에서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 한편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공제나 상계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으므로, 공제나 상계적상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나 상계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하여 당사자 사이에 그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공제와 상계 중 무엇에 관한 약정인지는 약정의 문언과 체계, 약정의 경위와 목적, 채권들의 상호관계, 제3자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3]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민사소송법 제208조).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제492조, 제493조, 제496조, 제497조, 제498조, 제618조,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 [3]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4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공2001상, 765),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 [3]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다215127 판결(공2019상, 598)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최진환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최돈억 외 3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4. 2. 6. 선고 2022나541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분양계약(이하 ‘이 사건 분양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이다.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건설 및 공급사업의 시행자이다. 원고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 아래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도금을 전액 대출받아 피고에게 지급하였고, 피고는 원고들의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대한 구상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나. 원고들과 피고 등 사이에 작성된 ‘중도금대출신청에 따른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 제1조 제3항은 ‘피고는 원고들에게 중도금 대출과 관련하여 금융기관과 체결한 대출협약서상 기한의 이익 상실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대출금 원금 및 이자(연체이자 포함) 등 일체의 금원에 대하여 사전구상권을 가지며, 원고들은 위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그 금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조는 ‘피고는 제1조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원고들이 기납입한 분양대금 또는 분양대금반환청구채권에서 위 사전구상권에 기한 금원을 공제 내지 상계할 수 있으며, 원고들은 이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분양계약서 제2조 제4항은 ‘이 사건 분양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될 경우 원고들이 기납부한 분양대금은 위약금, 연체료(연체이자 포함), 대출금, 대납이자, 관리비 등의 순서로 충당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 원고들은 중도금 대출 만기가 도래한 이후에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그 대출원리금을 각 금융기관에 변제하였다. 피고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위 공사가 원고들을 위하여 대위변제한 돈을 변제하였고, 2018. 2. 20. 원고들의 분양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라. 원고들이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이미 납부한 계약금 등의 반환을 구하자, 피고는 주위적으로 이 사건 확인서 제1조 제3항 및 제2조에 따른 공제 내지 상계항변, 그 후에도 원고들의 채권액이 남는다면 예비적으로 피고가 별도로 대위변제한 소송비용에 관한 구상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항변을 하였다. 마. 원고들과 피고가 원심 판시 별지1 ‘원상회복금 정산내역’ 기재 각 채권을 서로 가지고 있고 각 채권이 상계 등에 의하여 상호 정산되어야 한다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그 정산의 기준시점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원고들의 수동채권과 피고의 자동채권 중 위약금 채권 및 대출원리금 관련 사전구상권은 이 사건 분양계약이 해제된 2018. 2. 20.에, 원고들의 나머지 수동채권과 피고의 소송비용액 상당 채권은 소송비용액 대위변제일인 2022. 10. 21.에 각 상계적상에 있었고, ② 이 사건 확인서 관련 조항은 피고의 사전구상권 행사 사유를 확장하고 그 행사의 절차적 요건을 완화한 내용일 뿐이므로 피고가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도금 대출 만기일을 상계적상일로 하여 상계하기로 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심판결 주문 제1의 가.항 기재 정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상고이유의 요지 피고의 상고이유 요지는, 원심이 이 사건 분양계약서 및 이 사건 확인서 관련 조항을 잘못 해석하여 상계적상일을 중도금 대출 만기일이 아닌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일로 판단하였고(제1 상고이유), 피고의 공제주장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고 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제2 상고이유). 4.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등 참조). 2) 공제는 복수 채권·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 원인이라는 점에서 상계와 유사하다. 그러나 공제에는 원칙적으로 상계적상, 상계 금지나 제한, 상계의 기판력 등 상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부동산임대차관계 등 특정 법률관계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공제의 의사표시 없이도 당연히 공제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점 등에서 공제는 상계와 구별된다. 또한 공제는 상계 금지나 제한과 무관하게 제3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실질적 만족을 얻게 한다는 점에서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 한편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공제나 상계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으므로, 공제나 상계적상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나 상계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하여 당사자 사이에 그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공제와 상계 중 무엇에 관한 약정인지는 약정의 문언과 체계, 약정의 경위와 목적, 채권들의 상호관계, 제3자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3)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민사소송법 제208조).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다215127 판결 참조). 나. 판단 1) 공제와 상계는 구별되므로 당사자가 공제와 상계에 관한 주장을 각각 하였다면 이를 별도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이 사건 확인서나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 따라 위약금, 연체료, 대출원리금 등 원고들이 부담하는 각종 명목의 금원을 그가 반환받을 분양대금 등에서 가감하는 행위의 법적 성격이 공제와 상계 중 무엇인지는 앞서 살핀 법리에 따라 각 금원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원심은 이 사건 확인서상 ‘공제 내지 상계’ 약정에 기초한 피고의 주장을 실질적으로 상계에 관한 주장으로 파악한 뒤 그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의 주장은 결국 이 사건 확인서 관련 조항이 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채권 정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고, 그 법적 성격을 공제와 상계 중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채권 정산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원심이 피고의 주장을 상계 주장으로 보고 판단한 이상, 그 당부를 떠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판단누락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하지만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제 내지 상계의 기준시점을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확인서 제1조 제3항, 제2조의 문언에 의하면, 원고들에게 중도금 대출에 관한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함과 동시에 대출원리금 등 일체의 금원에 대하여 피고의 사전구상권이 발생하고, 원고들은 해당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그 금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며, 피고는 ‘이와 동시에’ 원고들의 분양대금 등 반환채권에서 위 사전구상권에 기한 금원을 공제 내지 상계할 수 있다. 위 조항의 문언과 이로부터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이러한 조항을 둔 취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확인서에서 ‘기한의 이익 상실 시’를 공제 기준시점 내지 상계적상 시점으로 정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위 조항은 기한의 이익 상실 시점에 아직 이 사건 분양계약이 해제되지 않아 원고들의 분양대금 등 반환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장차 분양대금 등 반환채권이 발생하여 공제나 상계를 할 경우 그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을 기한의 이익 상실 시점으로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원고들은 중도금 대출 이후 대출이자 대부분을 납입하지 않았고(이는 전부 피고가 부담하였다), 중도금 대출 만기 이전부터 중도금 상환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만기가 도래하였음에도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늦어도 중도금 대출 만기일에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였으므로, 피고는 이와 동시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중도금 대출원리금 상당액에 관한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의 구상권과 원고들의 분양대금 등 반환채권에 관하여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공제나 상계를 할 경우 그 공제 기준시점이나 상계적상 시점은 이 사건 확인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중도금 대출 만기일로 보아야 한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중도금 대출 만기일을 기준으로 각 채권을 정산한 뒤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할 액수가 얼마인지를 산정하여야 하는데도,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일을 기준으로 이를 산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처분문서의 해석 및 공제나 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
2)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제한없이 상계권을 행사함에 따라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채무자로부터 우선하여 변제를 받음으로써 회생채권자 등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고 또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회생채권자 등의 상계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규정으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 공제에는 상계 금지를 정한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를 비롯하여 상계적상, 상계의 기판력 등 상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이로써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 상계와 공제가 복수 채권·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의 원인이라는 유사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공제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14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는, 공제의 대상이 되는 양 채권 사이에 견련성이 있다면 공제를 허용하더라도 회생채권자 등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지 않고, 오히려 공제에 관한 회생채권자 등의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는 한편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취지에 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공제하기로 약정한 양 채권 사이에 견련성이 없더라도 그 약정 자체는 유효하지만, 어느 일방에 대하여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라면 견련성이 없는 양 채권 사이의 공제를 제한없이 허용하여 채권자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약정은 더 이상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3) 한편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손해배상(기)·위약벌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판단하는 방법 및 위약금을 위약벌로 보아야 하는 경우 [2]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현재의 판례는 타당하고 그 법리에 따라 거래계의 현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그와 구별되는 다른 위약금의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민법은 위약금의 약정 중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는 반면, 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는 무관하므로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면 위약벌과 별도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다)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것은 아니다. (라)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그와 구별되는 다른 위약금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약벌에 대하여 같은 취지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사 이를 법률의 흠결로 보더라도 위약벌의 독자적 기능과 사적 자치의 원칙, 대법원이 위약벌로 정한 금액이 공정하지 않은 경우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 법리에 따라 위약벌을 통제하는 법리를 확립하여 공평을 기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약벌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여 위약벌에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지 않으면 과다한 위약벌에 대한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수 없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함께 위약금의 일종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하여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그 기능이 유사하다. 그런데도 약정의 형식이나 해석 결과에 따라 감액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존 판례는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하는 대신 일반조항인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효력 통제를 통해 위약벌 감액을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에 이르려고 하고 있다. 이는 먼 길을 돌아가는 불필요한 우회로이다. 위약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감액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 이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애써 구별한 다음 다시 감액과 효력 통제라는 각기 다른 통로를 통과하여 유사한 결론에 이르는 불필요한 노고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더군다나 위약벌을 민법 제103조를 통해 해결하려는 기존 판례는 극히 예외적으로 위약벌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여 공평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398조 제4항 [2] 민법 제103조, 제39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 82951 판결(공2016하, 1123),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공2021상, 6) / [2]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공1991, 1265),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공1993상, 1272),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공2016상, 116),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공2016상, 353) 【전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짐메이트(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신진휘트니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박우영 외 4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태건종합건설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수성엔지니어링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희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6. 22. 선고 2017나2073069, 20730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가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스포츠센터(층수 생략)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피고가 그곳에 골프 연습시설물을 설치하여 10년간 운영하되, 그 수익을 1/2씩 나누어 갖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사업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 진행 중 피고에게 운영주체 및 운영기간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이를 거절하자 공사 진행을 방해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공사 방해 등 귀책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다. 다. 이 사건 계약 제10조는 "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회사가 계약 해지를 당한 경우에는 손해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상대방 회사에 현금으로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11조는 "손해배상금과는 별도로 의무사항에 대하여 불이행 시 별도의 1,000,000,000원을 의무 불이행한 쪽에서 지불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라 한다). 라. 원심은 피고의 계약 해지는 적법하고,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이에 대한 원고의 감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계약 해지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골프 연습프로그램의 중앙 제어를 위하여 인터넷 설치가 필수적임에도 건물의 인터넷과 유선통신을 제한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였고, 이는 이 사건 계약 불이행의 주된 귀책사유이다. 피고의 하수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계약 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격 및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격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 82951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계약에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약정 조항을 두고 있는 등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 1) 대법원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현재의 판례는 타당하고 그 법리에 따라 거래계의 현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그와 구별되는 다른 위약금의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민법은 위약금의 약정 중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거래계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는 위약금 약정이 바로 위약벌이다. 위약금의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위약금 약정의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위 2017다275270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는(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반면, 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등 참조). 위약벌은 손해배상과는 무관하므로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면 위약벌과 별도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다) 이와 같이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것은 아니다. 위약벌에 대한 법원의 개입을 넓게 인정할수록 위약벌의 이행확보적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위약벌의 독자적 기능을 인정하여,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하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라고 보면서도,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그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라)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적용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52808 판결 등 참조). 법률의 유추적용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그와 구별되는 다른 위약금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약벌에 대하여 같은 취지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사 이를 법률의 흠결로 보더라도 위약벌의 독자적 기능과 사적 자치의 원칙, 대법원이 위약벌로 정한 금액이 공정하지 않은 경우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 법리에 따라 위약벌을 통제하는 법리를 확립하여 공평을 기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약벌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여 위약벌에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지 않으면 과다한 위약벌에 대한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수 없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에 해당하는 이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약금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하자보수비용의 60%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그 금액 상당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6. 위약벌 감액 여부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달리 위약벌을 감액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함께 위약금의 일종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하여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그 기능이 유사하다. 그런데도 약정의 형식이나 해석 결과에 따라 감액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존 판례는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하는 대신 일반조항인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효력 통제를 통해 위약벌 감액을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에 이르려고 하고 있다. 이는 먼 길을 돌아가는 불필요한 우회로이다. 위약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감액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 이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애써 구별한 다음 다시 감액과 효력 통제라는 각기 다른 통로를 통과하여 유사한 결론에 이르는 불필요한 노고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더군다나 위약벌을 민법 제103조를 통해 해결하려는 기존 판례는 극히 예외적으로 위약벌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여 공평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기능적 유사성에 비추어 볼 때, 위약벌의 감액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은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추는 법규범이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그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적용되는 것으로 법률의 흠결 보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해석을 통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하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참조). 민법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라고 하면서(제398조 제4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제398조 제2항). 민법은 위약금 약정 중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는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고 명문으로 정하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지 않는 위약금, 즉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한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8조는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약관 조항을 무효라고 정하고, 아래에서 보듯이 판례는 약관법 제8조의 적용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무효·감액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공서양속 위반 무효약관법 위반 무효감액손해배상액의 예정○○○위약벌○○× 민법 제398조의 제목이 ‘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입법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해서만 명문의 규정을 두고 위약벌에 관해서는 법률해석에 맡겨 두었다. 이와 같이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는 민법에서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률해석의 방법으로 그 감액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판례는 위약벌의 감액 대신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여 위약벌 약정 중 일부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6976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2701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부 무효의 법리를 들어 위약벌의 감액에 관해서는 법률상 공백이 없다는 이유로 유추해석 또는 유추적용을 할 여지가 없게 되는지 문제 된다. 그러나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위약벌 약정의 유효성을 전제로 그 감액을 인정하는 것과는 논의의 평면이 다르다. 위약벌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여 감액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해서 감액을 인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도 위약벌과 마찬가지로 위약금 약정 자체가 무효인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위약금 약정이 사회질서에 위반될 때에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이다. 약관법 제8조도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약관 조항을 무효라고 정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는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무효를 인정하여 감액과 같은 결과에 이를 수도 있지만, 민법은 제398조 제2항에서 감액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는 이러한 약정 자체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다. 민법 제103조와 제398조 제2항에서 정한 요건을 비교해 보더라도 민법 제103조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비하여 훨씬 엄격하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에 따라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있는 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감액을 인정할 뿐이다. 공서양속 위반에 관한 민법 제103조에 따라 위약벌 약정을 무효로 할 수 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민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위약벌 약정 내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을 유추해석 또는 유추적용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일반조항을 적용하기에 앞서 유추해석을 포함한 법해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명제는 위약벌의 감액 문제에서도 타당하다. 위약벌 약정의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는 것을 적절한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는 근거는 개인의 자유를 심하게 제약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위약벌 약정 전부에 관한 것이지 일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금전지급 형태의 위약벌 약정에서 급부의 목적물이 가분일 뿐이지 위약벌 약정 자체는 불가분적인 하나의 법률행위이므로, 분할 가능한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는 일부 무효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효사유가 법률행위의 일부에만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위약벌 약정에서 금액을 감액한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여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관법 제8조 등에 따라 약관 조항이 무효인 경우 나머지 부분만으로 효력을 유지시킬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0082 판결,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758 판결 등 참조)와의 균형상으로도 일부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무효의 법리로 실질적으로 위약벌 감액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것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준별하는 것이 형식적인 명분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약정으로서 위약금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대법원판결에서도 둘 사이의 공통점 또는 유사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약벌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 외에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손해전보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이행강제 기능 역시 인정하고 있는데,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이행강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 사이에 차이가 없다. 민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해서는 감액할 수 있다고 하면서 위약벌에 관해서는 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규율 상황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기능적 유사성에 비추어 볼 때 위약벌에 관해서도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 규정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경계를 완화해 왔다. 다수의견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약관법이 적용되는 위약금 약정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12032 판결은 한국전력공사가 다수의 전기수용가와 체결하는 전기공급계약 약관과 이에 기초한 시행세칙 중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하면서 감액을 인정하였다. 위약금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판단한 종래의 판례와 달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중 어느 하나에 귀속시키지 않고 법적 판단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후에도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등에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이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을 인정한 판례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종래 판례의 무슨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하였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 약정을 인정한 판례는 위약금의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가운데 어느 하나로 결정하는 기존 법리와 조화롭게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위와 같은 경우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판단은 논리적으로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하는 기존 판례의 태도와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판례는 약관법 제8조를 적용할 때 그 문언과는 달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약관법 제8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표제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그 문언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정한 것으로 위약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하면서, ‘이 사건 위약금을 위약벌로 본다고 하더라도 약관법 제6조와 제8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약금 약정을 약관으로 둔 경우에는 그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때에는 약관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본 것이다. 약관의 불공정 위험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가리지 않고 위약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관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구별에 혼선이 있었던 판례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약관법이 적용되더라도 위약금 약정이 약관법상 무효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전히 그 구별이 문제 된다. 대법원은 위약금을 정한 약관이 약관법에 따라 무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99다48894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57928 판결 등 참조). 결국 약관법상 무효가 아니라고 한다면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다시 구별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무엇보다도 약관법이 적용되는 경우에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그 둘 사이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약관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으면서 민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 둘이 엄격히 구별되어 유추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3) 현재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에 따라 심한 불균형과 평가모순이 발생한다. 최근 대법원은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에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반면 실무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해서는 폭넓은 감액이 이루어지고 있고, 대법원에서도 감액 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보아 사실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05779 판결 등 참조). 판례가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을 무효로 하는 데 신중을 기하라고 하는 것은 당사자가 정해 놓은 계약에 법원이 함부로 개입하지 말라는 취지이다. 계약당사자들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민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보장하더라도 그 기능이나 법적 효과가 유사한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의 형식이나 그 해석 결과에 따라 감액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과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에 따라 감액 여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과연 이러한 불균형이 타당한가? 위약벌은 위약금의 일종으로 채무불이행에 대한 채권자의 대비수단으로서, 이행확보적 기능 또는 제재적 기능이 있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기능상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감액을 인정할 필요성에 차이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배상적 기능을 갖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 감액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제재적 기능을 갖는 위약벌에 대해서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비추어 평가모순이다. 더욱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예정된 금액을 청구하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위약벌을 정한 경우에는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위약벌의 경우에 감액을 인정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계약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같은 것을 달리 취급하는 불평등은 시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적 자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입장에서도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에 가깝지만 조금이나마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 또는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구별이 어렵고 애매한 경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재판 실무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약벌에 대해서도 감액을 정면으로 인정하여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내는 것이 더 나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4) 위약벌에 대한 공서양속 규제는 이중의 우회로에 불과하다.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고,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참조). 실무상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위약벌보다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을 인정한 판결(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12032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구별하여 이분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판례는 위약벌 약정이 ‘그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6976 판결 등 참조).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겁다고 해서 그 약정 전부 또는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것은 공서양속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 기준에 비하여 너무 느슨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감액과 같은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우회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유추해석의 방법이 있는데도 일반조항으로 해결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도 ‘일반조항으로의 도피’에 해당하여 타당하지 않다. 쉬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고 돌아갈 이유가 없다. 결국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에 해당하거나 위약벌의 성격이 매우 큰 경우에 감액을 인정하기 위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거나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은 이중의 우회로에 불과하다. 또한 이를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애써 구별해야 하는 심리 부담을 안게 되고, 적정한 감액을 하기 위해서 위약금 약정을 무리하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 5)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인 경우에도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본 민법에 특유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법리를 해소하는 의미를 가진다.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고,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는 기존 판례는 일본 민법학계의 통설, 판례와 같은 것이다. 2017년 개정 전 일본 민법(이하 ‘구 일본 민법’이라 한다) 제420조 제1항은 "당사자는 채무의 불이행에 있어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금액을 증감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자체에 대하여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 구 일본 민법 해석상 공서양속에 위반되는 경우 무효라는 법리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법 제398조는 구 일본 민법 제420조, 제421조를 수용하면서도 일본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한 감액을 인정하였다(민법 제398조 제2항). 기존 판례는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채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를 참고하여 위약벌에 대한 감액을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약벌에 대해서는 감액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인정하는 것이 민법 제398조 제2항을 둔 입법자의 의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민법 제정 당시의 입법자료를 살펴보면 입법자는 손해배상액 예정의 증감을 명문으로 부정하였던 구 일본 민법, 즉 의용민법 제420조 제1항 후문의 입법태도를 바꾸는 데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위약벌에 대한 논의는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가 감액의 대상을 손해배상액의 예정만으로 한정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6) 위약벌에 대한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교법적 고립을 자처하는 셈이다. 대륙법계에서는 대체로 위약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감액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 민법은 계약벌 또는 위약벌에 관하여 이것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에는 채무자의 청구에 따라 판결에 의하여 적절한 액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343조 제1항). 프랑스 민법은 법원이 위약벌을 직권으로 증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231조의5). 기존 판례에 영향을 미친 일본조차도 2017년 민법을 개정하여 ‘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증감할 수 없다.’는 제420조 제1항 후문 규정을 삭제하였다. 영국이나 미국 등 보통법계에서는 위약벌을 아예 무효로 보고 있다. 따라서 비교법적으로도 위약벌의 감액을 인정하는 것이 균형 잡힌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7) 이 사건 쟁점에 직접 관련된 문제는 아니지만, 재판실무에서 손해배상 예정액을 너무 쉽게 감액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은 ‘부당성’이다. 이것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7다887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은 국가가 사인 사이의 계약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례적인 규정이다. 법규정에서 ‘부당성’이라는 포괄적인 요건만으로 그 감액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감액을 너무 쉽게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위약벌의 일부 무효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는 것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 위약벌 약정에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을 인정하되, 부당성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면밀하게 심사하여 감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나. 이와 달리 위약벌은 감액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6976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을 비롯하여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 등은 모두 변경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데, 위약벌이라 하더라도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금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감액할 수 있다. 이 사건 계약은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여 공사를 한 뒤 10년간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나누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장기간에 걸친 공동사업의 안정적 이행확보라는 목적에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약금액 10억 원은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비용 988,282,979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의 동기, 이 사건 공사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10억 원이라는 이 사건 위약금 약정상 액수는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로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감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 제4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7.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위약벌 약정에 대해서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유추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적 논거를 밝혔다. 위약벌에 대한 법원의 규율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적용 여부만이 아니라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법리, 나아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을 인정한 판례의 법리를 종합하여 관찰할 때 보다 올바른 접근과 평가가 가능하다. 대법원의 위약벌에 대한 규율은 사적 자치의 원칙과 그 한계를 둘러싼 사법질서에 비추어 여전히 타당하고 그에 따른 거래실무가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판례의 정립과정과 평가, 거래실무의 변화와 정착 등을 살펴보고,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한다. 가. 판례의 전개와 평가 1) 대법원은 종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정한 계약보증금의 성질이 다투어진 사안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에 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위약금 약정의 해석을 두고 다소 혼선이 있었다. 먼저 대법원은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서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때에 국고에 귀속하도록 정한 입찰보증금은 낙찰자의 계약체결의무이행의 확보를 목적으로 그 불이행 시에 국고에 귀속시켜 국가의 손해를 전보하는 손해배상액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1누366 판결 참조). 이후 택지·상업용지 또는 공장용지의 수분양자가 납부한 입찰보증금 내지 분양신청예약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질을 지닌다고 판시하고(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140 판결,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42393 판결, 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다48117 판결 등 참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장용지를 분양받으면서 ‘입주계약 체결 후 원고의 사정에 의하여 입주를 포기할 경우 예정분양가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서 피고에게 귀속’하기로 약정한 사안 등에서 위약금의 납부 액수와 시기 및 효과에 비추어 그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하였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3306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4634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와 택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이 해제될 경우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 상당액(분양대금의 10%)이 매도인에게 귀속된다.’는 계약조항을 둔 사안에서 계약금 몰취 외에도 계약해제로 인하여 매도인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를 부담함에 비추어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였다(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다40131 판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33260 판결 등 참조). 도급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벌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고(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 등 참조), 구 예산회계법상 경쟁계약에서 예정가격에 비하여 현저하게 저가로 입찰한 낙찰자에게 납부하도록 한 차액보증금은 지나친 저가입찰을 억제하여 덤핑에 의한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계약내용대로 계약을 이행할 것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로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6976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는 구체적 사건에서 위약금 약정의 내용이나 목적, 위약금 납부의 시기, 액수와 효과 등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합당한 결론을 도출한 것이었을지라도 예측 가능한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 사인(私人) 간 거래에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즉 다수의 계약에서 단순히 ‘위약 시 일정액을 지급한다(또는 몰취한다).’는 위약금 약정을 두었고, 그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둠으로써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하기 위한 목적과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목적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약금 약정이 문제 되는 소송에서 그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구별에 대한 주장과 증명에 심리가 집중되고, 정작 핵심 쟁점인 ‘채무자에게 얼마를 지급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를 판단하기 위한 사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심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위와 같은 비판은 수긍할 만한 부분이 많았다. 나. 최근의 경향 1) 현재 판례가 발전적으로 정립되면서 종래 위와 같은 문제점이 많은 부분 해소되었고, 거래실무 또한 판례에 맞추어 변화되어 왔다. 2) 판례는 약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위약금 약정이 포함된 계약은 약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대부분 그러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위약금 약정에 약관법을 적용하여, 토지분양 당첨자에게 계약의 체결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양용지 공급가액의 약 10%에 상당하는 분양신청예약금을 일방적으로 귀속시키는 약관 조항은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약관 조항이 무효인 이상 그것이 유효함을 전제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적용하여 적당한 한도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거나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부분을 감액한 나머지 부분만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킬 수는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0082 판결,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758 판결 등 참조). 위약금에 관한 약관 조항이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 참조). 동일한 약관 조항에 관한 다수의 소송에서 당사자들의 소송수행 차이로 인한 주장·증명 정도에 따라 법원이 사안마다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판단을 달리한다거나, 이를 감액하거나 무효로 보는 범위를 사건별로 달리하는 것은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약관의 성격에 맞지 않고, 같은 약관 조항을 두고 사건별 미세한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하여 각각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위약금 약정이 약관법의 규율대상이 되고 그 약관 조항이 무효인 이상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판례는 위약금에 관한 약관 조항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당사자에게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반대의견은, 판례가 약관법 제8조를 적용할 때 그 문언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이 약관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으면서 민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 둘이 엄격히 구별되어 유추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하는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그 전제가 되는 판례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이고, 약관의 성질 및 그 적용 대상을 달리하는 약관법과 민법의 차이를 경시하는 것으로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약관법은 제6조 제1항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제8조에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2009다20475, 20482 판결 등에서 이러한 약관법 제6조 및 제8조 등의 규정내용과 취지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들어 판례가 약관법 제8조를 적용할 때 그 문언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약관은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다(약관법 제2조 제1호). 위약금 약정이 약관 조항에 기재된 경우 개별적·자율적인 교섭을 거친 경우에 비하여 불공정하게 될 위험이 크고, 이는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어느 것으로 해석되든 마찬가지이다. 약관법을 적용한 판례는 이러한 약관의 성질과 불공정한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약관법의 입법 취지를 적극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위약금 약정과 민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위약금 약정이 일부 달리 취급된다 하여 그러한 결과만을 단순 비교하여 판례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 3) 대법원은 다수의 전기수용가와 체결되는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에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와 별도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는 사안 등에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위약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12032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등 참조). 이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그대로 인정하되, 위약벌적 성격을 갖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그 전액을 기준으로 한 감액을 긍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판례는 위약금 약정을 그 법률행위의 실체와 무관하게 형식적·이분법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로 구분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을 줄이고 당사자의 의사와 거래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종래 판례의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하였다. 4) 위약금 약정에 대한 거래실무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위약금 약정을 ‘위약 시 일정액을 지급한다(또는 몰취한다).’고 단순하게 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거래실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과 별도로 명시적인 표현으로 구분되는 위약벌 조항을 둠으로써 당사자들이 거래 시부터 계약이행의 확보와 추가적인 금전지급이라는 심리적 강제를 통하여 분쟁을 막고자 하는 자신의 효과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판례에 나타난 구체적 사안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의 사안에서 계약당사자들은 점포의 임차권을 양도·양수하되 잔대금 지급기일까지는 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 차임을 지급하고 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 상호 간의 위약벌 약정을 하였다. 임차권 양도 또는 전대차 과정에서 그 이행의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이를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의 사안에서도 건설업자와 토지 소유자는 토지 지상에 상가를 개발하는 사업시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시 위약벌로 5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바, 동등한 조건과 내용으로 쌍방의 위약벌을 정하고 있고 사업이 성공하면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약벌 약정은 공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그 이행의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1598 판결은, 주식을 매매하면서 매도인의 의무 위반행위에 대하여 매수인이 잔여주식의 귀속을 요구할 수 있다는 위약벌의 제재나 계약의 해제를 정한 사안에서 위약벌 등 조항의 내용 및 그 조항을 둔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위약벌의 제재와 계약의 해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 양자를 중복하여 행사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위약벌로 정한 것임이 분명함에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마찬가지로 감액을 인정한다면 위약벌을 정한 약정 자체는 물론 위 사건과 같이 위약벌과 결합되어 있는 다른 특약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올바른 당사자의 의사해석을 그르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위와 같은 사례는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구분하고 그 법적 취급을 달리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거래실무가 정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계약불이행 시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하면서(제10조), 손해배상금과 별도로 불이행 시 10억 원을 지급하도록 계약 내용을 정한 것도(제11조)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약관법 제19조의3에 따르면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표준이 될 약관의 제정·개정안을 마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한 표준약관을 공시하고 사업자 등에 표준약관을 사용할 것을 권장할 수 있는바, 약관법에 따라 공시된 표준약관에서도 위와 같은 거래실무를 확인할 수 있다. 즉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상대방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등으로 정함으로써 계약이행의 확보만을 목적으로 한 위약벌 조항을 손해배상 조항과 별도로 둔 약관례와 손해배상액 예정 성격의 위약금 조항만을 둔 약관례가 구분되어 있다. 어느 한쪽 계약당사자의 지위가 우월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계약당사자의 ‘실제 이행’이 아주 중요하고 그 실제 이행이 이루어져야만 투자한 자본의 회수가 가능하다는 등의 사정으로 위약벌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법상 이러한 당사자의 이익과 기대를 담보할 장치가 충분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위약벌 약정으로 이를 담보하거나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건 위약금 약정 역시 양 당사자의 지위 차이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공동사업의 안정적 이행확보라는 목적에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일반조항을 통한 효력 통제가 불필요한 우회로인가 반대의견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기능적 유사성에 비추어 그 감액 여부에 관한 평가모순을 해소할 필요가 있고, 위약벌에 대한 공서양속 규제는 불필요한 우회로라는 것을 주된 근거로 위약벌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하여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위약벌에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과 그 제한에 관한 규율체계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소유권 절대의 원칙 및 과실책임의 원칙과 더불어 근대사법의 기초를 이루지만, 사적 자치의 무제한적 허용은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계약당사자를 부당하게 압박하여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민법은 신의성실의 원칙(제2조), 공서양속에 위반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는 일반규정(제103조, 제104조) 등을 두어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방지한다. 사용자의 위약금 약정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20조나 앞에서 살펴본 약관법 제6조, 제8조 등도 일정한 계약 유형에서 이러한 입법 목적을 실현하고자 한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도 국가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체결 또는 그 내용에 간섭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제한의 한 가지 형태이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참조). 다만 민법 제398조 제2항은 법원에 당사자 사이의 유효한 계약에 개입하여 재량으로 그 내용을 수정하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예외적 조항은 그 문언에 따라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즉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만을 규정하고 이와 달리 위약벌의 감액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민법의 일반조항이나 약관법 등을 적용하여 위약벌 약정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2)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직권감액을 규정한 것은 입법자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 민법 제398조는 의용민법 제420조, 제421조를 참조하여 제정된 것인데, 의용민법하에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구별되는 위약벌의 존재가 인정되었다. 그럼에도 입법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증감할 수 없다는 의용민법 제420조 제1항 후문의 내용을 삭제하는 대신 ‘손해배상의 예정액에 대해서 감액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였다(민법 제398조 제2항). 민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차이를 전제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법원의 직권감액을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398조 제2항을 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위약벌 약정에 대해서는 법원의 직권감액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위약금 약정의 구별 필요성 내지 불가피성, 법적 효과에서의 차이점 등을 전제로 한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일부 기능적 유사성만으로 위약벌에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일반조항을 통한 효력 통제를 불필요한 우회로라고 볼 수도 없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것은 감액 여부에 대한 판단에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위약금 이외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다르므로 이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모두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임을 인정하면서도 위약벌은 손해배상의 간이화라는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구별을 인정해 왔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액의 예정에도 손해 발생사실이나 손해액에 대한 증명 곤란을 배제하기 위한 기능과 아울러 이행확보적 기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액 예정의 주된 목적은 손해배상의 간이화에 있고,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액에 대해서 명문으로 그 감액을 인정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취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한편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때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한 위약금, 즉 일종의 제재나 벌(罰)로서의 위약금은 이행확보적 기능을 본질로 한다. 따라서 손해의 공평분담 차원에서의 조정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다만 민법의 공서양속에 관한 일반규정이나 약관법 등으로 규율하는 것이 그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것이다. 라. 위약금 약정의 형식이나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약정의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위약금액의 규모나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별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고 감액 여부나 정도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의사해석 원칙’에 따른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달리 위약벌을 감액하지 않는 것은 위약금 약정을 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개별 사건에서 위약금 약정의 해석에 관한 사실심의 전권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된 것을 두고 불균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법적 취급을 달리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원의 책무이고 사실심 재판의 과정이다. 오히려 위약벌 약정을 한 당사자의 의사를 외면한 채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다고 보는 반대의견은 당사자의 의사를 일률적으로 의제함으로써 합리적 의사해석을 포기하는 것이다. 마. 다수의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약정에 의한 제재나 벌(罰)이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대법원이 일정한 요건하에 위약벌 약정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계약의 무효가 계약의 일부분에 관련되어 있고 그 계약 내용이 가분적이며, 거래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일부가 무효임을 알았다면 이에 대비하여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확정하여 나머지 부분의 구속력을 긍정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37조에 따른 일부 무효의 법리에 부합한다. 반대의견은, 통상 금전지급 형태의 위약벌 약정에서 급부의 목적물이 가분일 뿐이지 법률행위로서 위약벌 약정 자체가 가분적인 것은 아니므로 분할 가능한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는 일부 무효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반대의견의 취지가 분명하지 않지만, 민법상 일부 무효의 법리가 분할 가능한 법률행위만을 전제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라면 계약 내용의 양적 분할 가능성을 전제로 일부 무효를 긍정하는 확립된 선례, 예컨대 연대보증계약에서 취소 범위를 보증한도액의 일부로 제한한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21509 판결 등의 태도에 비추어 선뜻 이해할 수 없다. 한편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될 때에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다고 보아, 감액이 만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38637 판결 등 참조). 단지 예정액 자체가 크다든가 계약 체결 시부터 계약 해제 시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다든가 하는 사유만으로는 감액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고(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등 참조),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한 판례 역시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다33658 판결 참조). 따라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역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그 감액을 너무 쉽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의견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위와 같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판단 기준은 앞서 살펴본 공서양속을 위반한 위약벌 약정의 일부 또는 전부 무효의 판단 기준과는 그 내용이나 정도에서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위약벌 약정의 독자적인 기능이나 위와 같은 차이점을 도외시한 채 위약벌에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반대의견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바. 의용민법을 폐지하고 우리 민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이미 60여 년이 지나 수많은 재판례가 축적되고 판례법리가 정립된 현재 ‘일본 법학의 해소’라는 반대의견의 접근방식은 불필요한 이념적 틀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한 각국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에 관한 규율은 그 체계나 내용이 서로 달라 비교법적으로 동일 평면에서 논의할 수 없다.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탐구하고 그에 따라 거래와 약정의 실체를 밝히려는 현재 판례의 입장이 일부 외국의 규율태도와 다소 다르다고 하여 ‘비교법적 고립을 자처’한다는 반대의견의 견해도 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사. 종래 비판의 여지가 있는 판결들이 선고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오랫동안 위약벌 법리를 큰 틀에서 유지하면서 ‘공서양속 일부 무효’ 법리를 추가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공평을 기하여 왔다. 나아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당사자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반영하는 등 꾸준히 위약벌 법리의 단점을 보완하였다. 이러한 판례를 그대로 이어나가면서 다양한 법률관계에서 ‘계약의 이행확보’를 강조하는 위약벌에 관한 판례를 신뢰하고 ‘위약벌’ 약정을 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 실현을 돕는 것이야말로 법원의 올바른 태도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이러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은 국가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체결 또는 그 내용에 간섭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제한의 한 가지 형태이다. 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할 때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사이에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등 참조). 이때 손해배상예정을 약정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면,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으로서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와 거래관행 뿐 아니라, 기록상 알 수 있는 채권자의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의 크기와 이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액의 비율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손해배상예정을 약정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다른 회생채권자들 사이의 공평을 해하지 않고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계약보증금청구의소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판시사항】 [1]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5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계약보증을 한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라 계약자인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 본문에서 금지하는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에 회생채무자 또는 관리인에 의한 상계와 보증인 등 제3자에 의한 상계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3]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보증을 한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른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회생채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4] 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의 내용에 손해를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행위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이때 손해의 의미 및 보험자가 손해를 보상한 후에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상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자에게 부담되는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5] 채권자가 주채무자에 대하여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을 상계하지 않은 경우, 이를 이유로 보증채무자가 보증채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보증채무자의 책임이 면책되는지 여부(소극) [6]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 정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및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계약보증에 해당하는 건설공제조합의 보증계약은 성질이 보증보험과 유사하나, 실질적으로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보증에 관한 민법 제434조 등의 규정이 유추 적용된다. 따라서 건설공제조합은 계약자인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소멸하는 만큼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채권자에 대한 계약보증금 지급채무도 소멸한다. [2]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을 변제 등으로 소멸하게 하는 행위는 회생계획에 의한 자본구성 변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종전의 채권·채무관계를 일단 동결할 필요가 있다. 만일 변제 등의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면 회생채무자의 적극재산이 감소되어 회생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없고, 일부 회생채권자에게만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우선 변제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회생채권자들 사이의 공평을 깨뜨릴 염려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31조 본문은 파산절차에서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회생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회생채무자의 재산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는 등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는 회생채무자 또는 관리인에 의한 회생채권 변제뿐만 아니라, 회생채무자 또는 관리인에 의한 상계와 보증인 등 제3자에 의한 상계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규정은 행위의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이러한 상계도 이 규정에서 정한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면제는 회생채무자의 재산이 감소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3]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계약보증을 한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라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상계가 금지되는 경우까지 이를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31조 본문에서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채권의 소멸금지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른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회생채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의 내용에는 손해를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손해는 피보험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침해의 결과로서 생기는 손해만을 뜻하는 것이고, 보험자의 구상권과 같이 보험자가 손해를 보상한 후에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상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자에게 부담되는 손해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5] 상계는 단독행위로서 상계를 할지는 채권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고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상계를 해야 할 것은 아니다. 채권자가 주채무자에 대하여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을 상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보증채무자가 보증한 채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으며 나아가 보증채무자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6]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34조,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제1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 상법 제726조의5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 [3]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제1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 민법 제434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 [4] 상법 제680조 제1항 [5] 민법 제434조, 제492조, 제493조 [6] 민법 제398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16251 판결(공2002하, 2805),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다9568 판결 / [2] 대법원 1998. 8. 28.자 98그11 결정(공1998하, 2493) / [5]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1340 판결(공1987, 960) / [6]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공1991, 1265), 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3다5121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김성민 외 9인) 【피고, 상고인】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담당변호사 여운길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엘드건설의 관리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2. 17. 선고 2013나202617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후 보증인이 민법 제434조에 따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 (1) 민법 제434조는 ‘보증인과 주채무자 상계권’이라는 제목으로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보증인을 보호하고 법률관계를 간편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보증인이 채권자에게 주채무자의 상계권으로 대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건설산업기본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제1호는 공제조합의 사업으로 조합원이 건설업을 영위함에 필요한 계약보증 등을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는 계약보증의 내용으로 조합원이 도급받은 공사 등의 계약이행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계약보증금의 납부에 관한 의무이행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보증계약의 계약보증약관은 제1조 제1항에서 “건설공제조합은 계약자(채무자)가 앞면 기재공사 등의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상대방(보증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이 보증서에 기재된 사항과 약관에 따라 지급하여 드립니다.”, 제3조 제1항에서 “조합이 지급할 보증금은 이 보증서에 기재된 보증금액을 한도로 하여 주계약 또는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채권자가 몰수 또는 귀속시켜야 할 금액으로 합니다. 다만 주계약 등에 보증금의 몰수 또는 귀속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보증금액을 한도로 하여 보증채권자가 청구하는 금액 중 실제 손해액으로 합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건설산업기본법 제5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계약보증에 해당하는 이 사건 보증계약은 그 성질이 보증보험과 유사하나, 실질적으로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보증에 관한 민법 제434조 등의 규정이 유추 적용된다. 따라서 건설공제조합은 계약자인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그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소멸하는 만큼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채권자에 대한 계약보증금 지급채무도 소멸한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16251 판결,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3다9568 판결 등 참조). (2) 그러나 회생절차에서는 보증인의 주채무자 상계권이 제한되므로 계약보증의 보증인에 해당하는 건설공제조합의 상계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31조 본문은 “회생채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을 변제 등으로 소멸하게 하는 행위는 회생계획에 의한 자본구성 변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종전의 채권·채무관계를 일단 동결할 필요가 있다. 만일 변제 등의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면 회생채무자의 적극재산이 감소되어 회생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없고, 일부 회생채권자에게만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우선 변제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회생채권자들 사이의 공평을 깨뜨릴 염려가 있다[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248호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12조에 관한 대법원 1998. 8. 28.자 98그11 결정은 정리채권의 변제에 관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취지에서 채무자회생법 제131조 본문은 파산절차에서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회생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회생채무자의 재산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는 등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는 회생채무자 또는 관리인에 의한 회생채권 변제뿐만 아니라, 회생채무자 또는 관리인에 의한 상계와 보증인 등 제3자에 의한 상계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규정은 행위의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이러한 상계도 이 규정에서 정한 ‘회생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면제는 회생채무자의 재산이 감소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보증을 한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라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상계가 금지되는 경우까지 이를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채무자회생법 제131조 본문에서 채무자회생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생채권의 소멸금지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건설공제조합이 민법 제434조에 따른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회생채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원심판결의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민법 제434조에 따라 보증계약자이자 회생채무자인 주식회사 엘드건설(이하 ‘엘드건설’이라 한다)의 공사대금채권으로 보증채권자인 원고가 가지는 회생채권인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옳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후 민법 제434조에 따른 보증인의 상계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피보험자의 상계권 불행사가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 (1) 상법 제680조 제1항 본문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의 내용에는 손해를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손해는 피보험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침해의 결과로서 생기는 손해만을 뜻하는 것이고, 보험자의 구상권과 같이 보험자가 손해를 보상한 후에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상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자에게 부담되는 손해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상계는 단독행위로서 상계를 할지는 채권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고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상계를 해야 할 것은 아니다. 채권자가 주채무자에 대하여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을 상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이유로 보증채무자가 보증한 채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으며 나아가 보증채무자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1340 판결 참조). (2) 피고는, 피보험자인 원고가 엘드건설에 대하여 자신의 손해배상채권과 엘드건설의 공사대금채권을 상계하지 않은 것이 손해방지의무를 정한 상법 제680조 제1항과 이 사건 보증계약의 계약보증약관 제4조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피고는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보험자의 손해방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도급계약의 해제 여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 일반조건 제37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엘드건설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3다512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보증금은 이 사건 도급계약 중 건축공사 부분 계약금액의 약 1/10로서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의 예정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
☞ 원고는 임차인, 피고는 임대인으로 기간을 10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만약 임차인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등에 근거하여 임차인의 관리인이 본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임차인은 일정 액수의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지급해야 하고 임대인은 이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는데, 이후 원고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원고의 관리인이 피고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자, 피고가 원고의 회생절차에서 위 조항에 근거한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다음, 원고가 반환을 구하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이를 각각 공제할 것을 주장한 사안임
☞ 원심은, 원ㆍ피고 사이의 공제약정은 채무자회생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고, 선행 조사확정재판이 진행된 결과 10%로 감액된 손해배상예정액 및 위약벌 채권의 존재가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위 손해배상예정액과 위약벌 전부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10%로 감액된 ‘손해배상예정액’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한 것은 정당하지만, ② ‘위약벌’은 원고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에 해당할 뿐 원고가 반환받을 임대차보증금과 어떠한 견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상 이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함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 건 2022다311736 임대차보증금
원고, 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행인
담당변호사 김정만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영근 외 3인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2. 11. 23. 선고 2022나2016305 판결
판 결 선 고 2025. 7. 18.
주 문
원심판결 중 위약벌 공제로 인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토목건축공사업 등을 하는 회사로 2012. 7. 16. 유동성 위기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회합128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12. 7. 23.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위 회생절차가 진행된 결과 2012. 12. 21. 회생계획인가결정이, 2013. 1. 17. 회생절차종결결정이 각 내려졌다(이하 ‘종전 회생절차’라고 한다).
나. 원고는 2013. 11. 29.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이던 서울 종로구 (이하 생략) 토지 및 그 지상에 위치한 지하 3층, 지상 17층 규모의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매도함과 동시에 이를 임대차보증금 5,694,177,840원, 임대차기간 2013. 12. 4.부터 2023. 12. 3.까지로 정하여 원고가 임차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임대차부분을 가리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이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이라고 한다), 이 사건 건물을 원고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여 왔다.
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9조 제1항에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또는 제335조에 근거하여 임차인의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본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임차인은 ‘본계약 해지 시점 당시의 월 임대료 × 24’로 계산된 위약벌을 임대인에게 지급하여야 하고, 임대인은 본항에 따른 위약벌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동의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또는 제335조에 근거하여 임차인의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본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임차인은 본조 제(1)항에 따른 위약벌 이외에 ‘본 계약 해지 시점 당시의 월 임대료 및 월 관리비 합계액 × 24’의 금액과 ‘본 계약 해지 시점부터 2차 임대차기간 종료일까지의 월 임대료 및 월 관리비 합계액’ 중 적은 금액으로 계산된 손해배상예정액을 임대인에게 지급하여야 하고, 임대인은 본항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동의한다.”라는 내용을 각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19조 제1, 2항을 ‘대상조항’이라고 하고, 그중 공제에 관한 부분만을 가리켜 ‘이 사건 공제약정’이라고 한다).
라. 원고는 2017. 9. 11. 서울회생법원 2017회합100149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같은 해 10. 12.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이하 종전 회생절차와 구별하여 ‘이 사건 회생절차’라고 한다), 같은 날 선임된 원고의 관리인은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2018. 4. 6.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119조 제1항에 의하여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다음 2018. 8. 31.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였다. 원고에 대하여 2018. 5. 24. 회생계획인가결정이, 같은 해 6. 25. 회생절차종결결정이 각 내려졌다.
마. 한편 피고는 이 사건 회생절차 진행 중인 2017. 11. 15. 이 사건 임대차계약 해지로 인한 장래 위약벌 및 손해배상금 합계 14,506,968,792원의 채권을 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 관리인이 전부 이의함에 따라 피고는 서울회생법원 2018회확100011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다. 위 법원은 2020. 1. 16. 대상조항을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다만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배상예정액을 10%로 감액한다고 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회생채권은 위약벌 6,301,177,176원과 손해배상예정액 820,579,161원의 합계 7,121,756,337원임을 확정한다.”라고 결정하였다(이하 위 위약벌과 손해배상예정액을 ‘이 사건 위약벌’과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이라고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서울회생법원 2020가합100265호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0. 11. 18. 위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인가하는 판결을 하였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가 2021. 6. 17.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20나2046494호, 이하 ‘관련 판결’이라고 한다).
바.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 1,324,640,60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관련 판결에서 인정된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공제하면 원고에게 지급할 보증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5,69 4,177,840원에서 원고가 공제를 자인하는 미지급 차임, 관리비, 원상복구비용 등 4,369, 537,235원을 공제한 나머지 1,324,640,605원(= 5,694,177,840원 - 4,369,537,235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 인도 완료 다음 날인 2018. 9.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는 2013. 1.경 종전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은 후 2013. 11. 29. 이 사건 건물을 피고에게 매도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러한 경위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대상조항이 규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공제약정은 피고에게 공제권을 부여하면서 그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음이 명확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관련 판결에 따른 이 사건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 합계 7,121,756,337원의 채권을 공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대상조항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될 경우 당사자의 손해배상 책임 등을 정하는 규정으로 임대차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포함되어 작성되어 있는 등 원고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과 피고의 이 사건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 채권 사이에는 상호 견련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공제약정은 회생절차 관리인의 임대차계약 이행 내지 해지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거나 그 행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선택하는 경우 발생하는 위약벌 등 채무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일 뿐이고, 앞서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조항에 포함된 이 사건 공제약정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21조, 제145조 및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공제약정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1,324,640,605원에서 이 사건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 합계 7,121,756,337원을 공제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할 임대차보증금은 남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공제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으므로, 공제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제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공제의 의사표시가 별도로 필요한지 등을 자유롭게 정하여 당사자 사이에 그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27699 판결 참조). 이때 당사자가 공제의 대상으로 약정하는 양 채권 사이에 반드시 어떠한 견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제한없이 상계권을 행사함에 따라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채무자로부터 우선하여 변제를 받음으로써 회생채권자 등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고 또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회생채권자 등의 상계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규정으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 공제에는 상계 금지를 정한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를 비롯하여 상계적상, 상계의 기판력 등 상계에 관한 법률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이로써 상계보다 강한 담보적 효력을 가진다. 상계와 공제가 복수 채권·채무의 상호 정산을 내용으로 하는 채권소멸의 원인이라는 유사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공제에 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14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는, 공제의 대상이 되는 양 채권 사이에 견련성이 있다면 공제를 허용하더라도 회생채권자 등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지 않고, 오히려 공제에 관한 회생채권자 등의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는 한편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취지에 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공제하기로 약정한 양 채권 사이에 견련성이 없더라도 그 약정 자체는 유효하지만, 어느 일방에 대하여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라면 견련성이 없는 양 채권 사이의 공제를 제한없이 허용하여 채권자 상호간의 공평을 해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약정은 더 이상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3) 한편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은 국가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체결 또는 그 내용에 간섭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제한의 한 가지 형태이다. 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할 때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사이에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등 참조). 이때 손해배상예정을 약정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면,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으로서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와 거래관행 뿐 아니라, 기록상 알 수 있는 채권자의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의 크기와 이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액의 비율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손해배상예정을 약정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다른 회생채권자들 사이의 공평을 해하지 않고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포함된 대상조항을 통해 일정한 경우에 원고가 피고에게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피고의 의사에 따라 원고가 반환받을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피고가 지급받을 이 사건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공제할 수 있다고 한 이 사건 공제약정은,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 그러나 원고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상, 이 사건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 채권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 채권과 견련성을 가지는지를 따져보아 이 사건 공제약정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먼저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에 대하여 살펴본다. 임대차보증금은 임차인의 차임채무,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고(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5다2300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은 본질적으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원고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종전 회생절차가 종결된 때부터 불과 10개월 후에 체결되었다. 당시 원고와 피고가 통상의 임대차계약보다 장기인 10년을 임대차기간으로 정하면서 대상조항을 규정한 것은, 이 사건 건물이 원고 본사 사옥으로 사용된다는 원고의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쌍방 모두 임대차기간 중에 원고에 대해 다시 회생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피고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그 경우 피고에게 증명하기 어려운 상당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이 합치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라 선임된 원고 관리인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것은 원래 약정한 임대차기간 10년 중 절반도 지나지 않은 때였고, 장기간 원고 본사 사옥으로 사용되어 온 지상 17층 규모의 이 사건 건물을 원고와의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즉시 피고가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피고는, 원고 관리인이 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향후 5년 이상(임대차기간이 계속되는 동안)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차임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건물을 다시 임대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등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음이 명백하고, 이는 원고 스스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것을 자인한 미지급 차임, 관리비 등과는 구별되는 손해이다. 원래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 약 24개월분의 차임 상당액으로 약정되었던 손해배상예정액은 관련 판결을 통해 그중 10%로 감액되었는데, 이는 앞서 본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전후의 사정과 이 사건 공제약정이 포함된 대상조항이 규정된 경위, 원고와 피고의 경제적 지위 등의 사정뿐 아니라 기록상 알 수 있는 위와 같은 피고의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까지 모두 고려된 결과로 정당하다. 나아가 피고의 손해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사이에 견련성도 인정되므로, 그와 같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면 이 사건 공제약정에 따라 공제가 허용되어야 하고, 그러한 결과가 원고의 다른 채권자들 상호간 공평을 해하거나 원고의 회생에 지장을 가져온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이 사건 공제약정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을 공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위약벌에 대하여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앞서 본 대법원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위약벌 역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기한 원고의 손해배상의무와 상관없는 원고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에 해당할 뿐이므로, 원고가 반환받을 임대차보증금과 어떠한 견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상 이 사건 공제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이 사건 위약벌까지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에서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뿐 아니라 위약벌까지도 모두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에서의 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위약벌 공제로 인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