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제도 -채무자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중심으로-2024부산대 김명준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제도 -채무자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중심으로-부산대 김명준
지 도 교 수 김 상 영
차 례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Ⅱ. 주요국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1. 미국
(1)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
(가) 의의
(나) 증거개시제도와의 차이점
(다) 판결 후 개시의 범위 제한 – 비닉특권, 보호명령 대상
(라) 판결 후 개시의 수단
(2) 기타 제도
(가) 집행보조절차
(나) 집행보조인제도
(다) 민간경매절차
2. 독일
(1) 재산명시제도
(2) 기타 제도
(가) 집행관에 의한 채무자 정보 취득제도
(나) 채무자명부제도
3. 일본
(1) 재산개시제도
(2) 기타 제도
(가) 제3자로부터 채무자에 대한 재산정보 취득제도
(나) 담보부동산수익집행제도·
4. 소결
Ⅲ. 우리나라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와 문제점
1.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이용 현황
2.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문제점
(1) 재산명시제도의 형식화
(가) 재산명시제도 의의
(나) 재산명시신청 요건
(다) 문제점
(2) 재산조회제도의 재산명시 전치 요구와 포괄적 조회 문제
(가) 재산조회제도 의의
(나) 재산조회신청 요건
(다) 문제점·
(3)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명부 열람 방식 및 간접강제 문제
(가)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 의의
(나)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 요건
(다) 문제점
Ⅳ. 우리나라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개선 방안
1. 재산명시제도의 개선
(1) 재산명시 대상의 재검토
(2) 감치와 벌칙의 강화 및 보증제도 도입
(3) 재산목록 제출 의무 기간 연장
(4)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까지 신청 요건 확대
2. 재산조회제도의 개선
(1) 재산명시의 전치 한정적 폐지
(2) 근무처(사업장) 조회 신설
(3) 통합재산조회절차 도입
3.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개선
(1) 채무불이행자명부 통합관리
(2) 온라인 열람·출력 시스템 도입
4. 재산정보조회제도 입법론 제안
(1) 입법론 제안 배경
(2) 우리나라의 재산조회 관련 특별법 검토
(3) 재산정보조회제도의 활용 방안
(4) 채권자 권리와 채무자 개인정보보호의 조화
(5) 법원 부담 완화와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단독 집행기관 설립
Ⅴ. 결어
요약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진 정당한 채권자는 채무자가 자진 변제를 하지 않을 때,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강제집행하여 달라고 법원에 강제집행신청을 하게 된다. 단, 이러한 절차에는 전제 조건이 있는데 채권자가 채무자 소유의 재산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기관과 달리 채권자는 채무자의 진정성 있는 협조 없이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렇듯 현재의 민사집행제도는 채무자의 재산탐지 의무를 채권자에게 대부분 맡기고 있다.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하여 채권자에게 돌려주는 민사집행제도는 잘 갖추어져 있는 반면, 채권자가 그것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불합리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사집행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민사집행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낳고 일반인들이 사법 체계에 불신을 갖게 하며, 채권자가 불법적인 자력 구제 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며, 채무자 역시 가혹한 불법 집행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여러 제도를 두고 있지만 채권자가 이것만을 활용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특정하고 궁극적으로 강제집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본 연구는 ‘강제집행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채무자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주안점으로 생각하며 미국, 독일, 일본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주요 제도를 참고해 시사점을 얻어 우리나라의 대표 집행보조절차인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개선 방안을 세밀하게 검토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현행 제도를 보완하여 채권자에게 보다 도움이 되는 절차로 개선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하되, 또 다른 방안으로써의 채권자의 신청으로 국가가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일괄 조회하여 특정 재산정보를 채권자에게 전달해 주는 ‘재산정보조회제도’ 도입을 입법론으로 제안한다. 민사집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산탐지 영역을 더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게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며, 이에 수반되는 인력·재정 문제를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측면까지 살펴본다. 채권자에게만 재산탐지 의무를 맡기는 경직적인 민사집행제도에서 벗어나 국가로 재산정보조회의 의무와 역할을 확장해 정당한 채권자가 원활히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 필요가 있을 것이다
I.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당사자 사이에서 발생한 민사 분쟁이 자발적 해결을 할 수 없을 때, 보통 마지막 단계로 일방의 당사자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후 원고(채권자)는 승소 판결을 받았더라도 피고(채무자)가 판결 내용을 수용하여 임의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부차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공증절차를 통해 취득한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채권자는 후속 방안으로 강제집행의 신청을 통해
채무자의 재산으로부터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민사집행제도상 집행권원을 취득한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집행의 대상이 되는 채무자의 재산을 스스로 찾아낸 후, 그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달라고 법원에 집행신청을 해야 한다.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통해 자신의 채권에 대한 효과적인 만족을 이루어 내려면 채무자의 재산 현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본인의 재산을 악의로 은닉
한다면 채권자의 권리 실현에는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확정판결이 가지는 가치는 퇴색할 것이며, 채권자는 사권의 종국적 실현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가보지도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1) 결론적으로 채권자가 들인 수고와 노력은 수포가 되고 집행권원은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해진다.
1) 강대성, “재산명시제도의 재조명”, 법학논총 제20권 제2호, 조선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506면. |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압류하고 이를 환가하여 현금화하거나 예금계좌 금액 등을 추심하여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키는 재판의 집행은 재판의 의사표시 내용을 국가의 강제력으로 실현하는 작용이다.2) 강제집행은 사인의 자력구제가 허용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집행기관)가 공증된 사법상의 권리를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로 실현하게 하는 공적 절차다. 다시 말해, 강제집행절차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사인으로부터 자력구제의 권리를 거론하는 대신 그 대체 조치로써, 사인에게 제공해야 할 ‘공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3) 그러나 현행 민사판결 이후 집행절차는 판결절차에서의 당사자주의와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재산을 탐지할 의무를 오직 채권자에게만 맡겨두고 있고 국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채권자는 국가기관과는 달리 채무자 명의 재산을 강제력을 가지고 조사, 수색할 어떠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재산탐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국세청의 납세자 재산 조회와 같이 국가의 권리를 위해서는 공권력이 힘 있게 동원되고 사인의 권리에는 당사자들의 분쟁으로만 남겨두는 현 세태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
2) 김경오, "부동산경매에 있어서 적정한 매각가격 확보 방안에 관한 연구 : 집행법원의 실무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8, 6면. 3) 박흥원, “강제집행 절차에 있어서 채권자 및 채무자 보호의 비교법적 연구”, 호서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9.8, 1면. |
사회와 경제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어 신속하고 간소화된 민사집행에 대한 요청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므로, 이에 부응하는 실체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현재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채권자에게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고, 채무자는 가장 피해가 적은 집행이라는 ‘강제집행제도의 이상’이 충분히 관철되어 있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집행절차의 제도화가 아직 불충분하다.4)
4) 김상영, “금전채권의 집행에 있어서의 실효성 강화”, 법학연구 제42권 제1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 01. 12, 228면. |
그렇기 때문에 재산을 숨기고 도피하는 채무자를 만나게 되는 일이 잦은 채권자는 법원의 공적 기능에 대해 불신하며5), 법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고6) 민사집행의 과정을 거치는 정상적인 권리구제 방법을 외면하게 된다. 또한, 민사 재산분쟁을 고소 등의 방법으로 형사 사건화한다거나 적법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방법 또는 불법시위 등 자력구제적인 방법으로 권리의 만족을 얻으려는 풍조를 만들어 내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채무자의 입장을 살펴보더라도 개별집행의 원칙, 집행기관의 다원화, 환가방법의 경직성 등으로 인하여 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이 적정한 시가보다 현저하게 염가로 환가 되어 채무자는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거나 재기불능의 파산 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고, 사채업자나 채권관리 업체의 비정상적이고 가혹한 집행에 시달릴 수 있다.
5) 윤영기,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실증적 연구”, 충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8, 5면. 6) 전병서, “민사집행에서의 실효성 확보 연구”, 민사집행법연구 제7권, 한국민사집행법학회, 2008, 15면 |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을 국가를 위해서만이 아닌 권리획득 약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데 충분히 의미가 있다. 또한, 재산정보취득의 간접강제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재산 집행을 도울 효율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준법정신과 법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화하고 공정한 재판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바탕을 조성할 수 있다.7) 만약,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 상태에 관하여 상세한 정보를 신속히 정확하게 입수할 수 있다면 채권자는 자신의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집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 낭비나 노력 소모가 완화되고 집행기관의 부담도 경감되어 오히려 강제집행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7) 전병서, 앞의 논문, 44면 |
민사집행의 실효성 확보와 관련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그동안 이론적 연구에 불과해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민사집행법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부적으로 객관화된 집행 기준 내지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경시했던 법 영역인 민사집행법을 법적 과제로 조금이나마 살펴보는 것은 사회의 권리 약자뿐만 아니라 이론가와 실무가 모두에
게 쌍방향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집행 기준과 개선 절차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논의 주제이기도 한 점에서,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의 검토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권 회수에 애를 먹는 선량한 일반인에게는 물론이고 재산 집행에 있어 여러 가지 실무상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일선 실무가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집행’이라는 민사집행 분야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체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본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우리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집행절차편을 분리해 ‘민사집행법’으로 단독 제정함으로 집행절차의 대대적인 변혁을 꾀했다. 대법원에서 입법을 추진한 이 민사집행법안은 상당한 기간의 입법과정을 거쳐 마침내 2001. 12. 6. 국회에서 통과되어 2002년, 단일법인 ‘민사집행법’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집행절차에서 채무자의 정확한 재산정보 파악은 집행절차의 시작이자 집행 성공의 열쇠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민사집행법은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와 기능을 제고하고 적정한 강제집행을 이행하기 위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하는 재산명시제도(민사집행법 제61조)와 재산조회제도(동법 제74조)를 운영하고, 채무자에게 채무변제를 자진이행 하게끔 간접강제하고 일반인들의 거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동법 제70조 내지 제7 3조)를 두고 있다.8)
8) 1990. 1. 13. 재산명시제도와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가, 2002. 1. 26. 재산조회제도가 제정되었다. 재산조회제도는 2005. 1. 27. 신청 요건을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로 확대하였다. |
본 논문에서는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존재하는 보조제도 중에서 실무상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제도로 한정하여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본다. 이러한 제도들은 실제 기능 부전에 빠져있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서 비판의 견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9)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본 연구에서는 단행본, 국내 학위논문, 국내 학술논문, 외국문헌, 기타 전자 자료 등 문헌 조사를 통해 Ⅱ.에서 미국, 독일, 일본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를 위한 법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또한, Ⅲ.에서 우리나라의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를 비롯한 기타 집행사건의 신청 건수, 종국 현황을 채권자 이용의 실증적 통계를 통해 구체적인 현황을 살펴보고 법무 실무자로서의 다년간의 경험, 국내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알아본다.
9) 대표적으로 권오곤, “강제집행의 실효성 확보방안 –우리의 재산명시제도와 미국의 집행보조 절차의 비교를 중심으로–”, 민사판례연구 제17집, 한국민사집행법학회, 1995, 강대성, “재산명시제도의 재조명”, 법학논총 제20집 제2호, 조선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양병회, “재산명시절차 및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개선”, 법조 제518호, 법조협회, 1999, 김상수, “재산명시제도의 개정과 앞으로의 전망”, 법경제학연구 제1권 제1호, 한국법경제학회, 2004, 김상영, “금전채권의 집행에 있어서의 실효성 강화”, 법학연구 제42권 제1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01, 임채웅, “재산명시절차 등에 관한 연구 –대법원의 민사소송법개정시안을 중심으로–”, 법조 제523호, 법조협회, 2000. 등. 김정환, “미국법상 판결 후 개시절차(Postjudgm ent Discovery) 와 그 시사점”, 한양법학 제28권 제3호, 한양법학회, 2017, 112면 재인용 |
또한, 효과적인 강제집행의 필요성으로 주요국에서 이미 운용 중인 재산개시 및 기타 제도를 Ⅱ.에서 참고해 비교법적으로 고찰하여 현행법을 검토해본다. 결국 채권자가 민사집행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채무자 재산정보 취득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점을 연구의 주안점으로 삼아 Ⅳ.에서 채무자의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중심으로 우리의 민사집행 보조제도의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 소목차로 각각 분류해 제시한다. 그와 더불어 재산탐지 영역에 있어 채권자의 재산탐지의무 한계를 벗어나 심문 및 문서, 물건 제출명령 등을 명령하고 개시하는 미국의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와 제3자로부터 재산정보를 취득하는 독일과 일본의 재산정보취득제도에 시사점을 얻어 우리의 실정에 맞고 채권자의 재산탐지 부담을 덜어줄 ‘재산정보조회제도’의 입법론을 또 하나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의 개선 방안으로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Ⅴ.에서 본 논문을 전체적으로 요약·정리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II. 주요국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1. 미국
(1)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
(가) 의의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Obtaining Discovery, Postjudgment Discovery)는 판결이 확정된 후 강제집행을 위하여 판결채무자 또는 그와 관련한 제3자에게 심문과 적법한 절차를 통한 자료 요청 등의 절차로 재산 현황을 파악하고 회수할 방법을 마련해 판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채무자의 의도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재산개시제도이다.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이하 ‘Fed. R. Civ. P.’) 제69조에서 “판결이나 집행을 위하여, 확정 판결을 받은 채권자 또는 그 승계인은 확정판결을 받은 채무자를 포함하여 해당 법원 소재지 주의 절차 또는 이 규칙에 의하여 증거개시를 할 수 있다.”라고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채권자는 채무자가 보유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하거나 제3자가 보유한 재산의 회수를 위한 별개의 소를 제기한다. 재산명시에 초점을 맞춘 재산개시절차가 아닌 채권자의 요구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채무자의 재산을 직접 파악할 수 있고, 국내 민사집행법 체계에 선례 없는 제도인 점을 참고해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나) 증거개시제도와의 차이점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는 민사소송절차에서 다뤄지는 증거개시제도(Discovery, 디스커버리)와 혼동하기 쉽다. 증거개시제도는 ‘증거와 정보를 찾아낸다’라는 의미로 소송 중의 당사자 사이 증거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판결 후 재산개시는 판결 확정 후 이루어지는 절차이다.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가 증거개시제도보다 개시의 인정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관련성 요건이 매우 느슨하고10) 빨리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다.11) 그 외에도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정 상황이나 자산 상태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더 확장된다.12) 또한, 증거개시제도는 비용과 절차 지연, 제도의 남용 등과 같은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루어지지만,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에 대해서는 그 빈도가 낮은 편이다. 이유는 채무자가 판결의 강제집행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가 시작된다는 점에 있다.13)
10) 증거개시절차는 무엇보다 ‘관련성(relevance)’의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하는데, ‘소송원인이나 방어방법과 관련 있는’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다(Fed. R. Civ. P. 26). 11) 이주연, "개인정보보호의 측면에서 본 미국의 민사판결집행절차", 민사집행법연구 제16권, 2020, 451~4 52면. 12) 김정환, 앞의 논문, 120면. 13) 이황/하명호/김경욱, “미국 증거개시절차로부터 카르텔 자진신고자 보호의 필요성과 방안 (1)”, 경쟁법연구 제22권, 한국경쟁법학회, 2010, 341면. |
민사집행보다 민사소송절차의 중요성이 부각돼 있는 우리나라도 증거개시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이미 시작해 구체적인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1. 기존 민사소송법 제도를 개정·개선하는 방안, 2. 특허법상 제도 확대 방안을 포함한 자료제출명령제도와 같은 특칙 규정 방안 등이 있다. 2015년 제조물책임법 개정 당시 디스커버리제도를 통한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정보 격차 해소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대법원에서 ‘사실심 충실화 마스터 플랜’의 방안 중 하나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2020. 9. 24.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법원의 당사자 신청에 의한 침해 증명 등 필요 자료제출명령의 한계를14) 보완하기 위함이었다.15) 실제 소송 과정에서 자료제출명령 불복에 대한 제재 수단이 부족하고 침해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대방 업장 등에 대한 실효적인 증거조사 절차 미비로 침해를 증명할 증거확보에 문제가 있다. 이에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침해자가 대부분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증거편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법원이 지정하는 중립적인 전문가가 침해자의 업장 등에서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사실조사제’ 도입, 특허침해 자료를 특정하기 어려워 자료 제출신청이 기각되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료목록제출제도’ 도입, 자료 훼손 등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자료보전명령’ 도입, 침해자가 자료를 훼손하거나 전문가 사실조사를 거부‧방해할 경우 ‘특허권자가 증명하고자 하는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14) 2019년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서 대기업들이 국내 소송에서 증거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미국의 증거개시절차인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해 왔다. 15)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4191호), 2020. 9. 24. 19면 이하 참조. |
또한, 2021. 6. 18.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 민사소송법의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제도 등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증거 수집 달성을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 미국의 ‘증거개시제도’와 독일의 ‘독립적 증거절차’, 일본의 ‘당사자조회제도’ 등을 참고하여 우리의 법률 문화에 맞는 소 제기 전 증거조사 절차를 신설하고자 함이 목적이다.16)
16) 조응천 의원 대표 발의,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0874호), 2021. 6. 18. 42면 이하 참조 |
하지만 위 두 개정안 모두 소 제기 전 증거조사절차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소송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고 분쟁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증거 조사를 통해 화해를 권고해 불필요한 소송을 예방하며, 사실심 충실화를 도모한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 있는 개정 제안이지만, 미국의 증거개시제도를 기반으로 변론 전 행해지는 디스커버리절차에만 국한되어 판결 후 민사집행절차에 대해서는 재산탐지 등의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21. 3. 대한변호사협회의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T F’ 연구, 2021. 11. 법원행정처 ‘디스커버리 연구반’ 조직, 2022. 1. 19. 국회의 ‘증거개시제 입법 방향 토론회’도 판결 후 민사집행절차의 개선 방안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 판결 후 개시의 범위 제한 - 비닉특권, 보호명령의 대상
판결채권자는 판결채무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관한 정보와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은닉하거나 사해 할 목적으로 또 다른 자에게 이전하였을 수 있는 재산에 관한 자료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데, 판결채무자 혹은 그와 관련된 제3자가 비닉특권(Privil ege)의 대상이거나 법원으로부터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받은 사항은 제외한다. Fed. R. Civ. P 26(b) ‘디스커버리 범위 그리고 제한’에서 비닉특권의 개시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비닉특권이 무엇인지는 연방증거규칙(Federal Rules of Evidence, 이하 ‘Fed. R. Evi.’)에 따르며 Fed. R. Evi. 501에서는 헌법이 다르게 요구하거나 의회의 법률이나 실정법상의 권한에 따라 연방대법원 규칙과 다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비닉특권은 보통법(Common Law)상의 원칙에 의해 규율됨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주법이 재판규칙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주법에 따라 결정된다.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에서 활용되는 대표적 비닉특권은 변호사-의뢰인 특권(Attorney-C lient Privilege)과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부부간의 특권(Husband-Wife Privilege, Spou sal Privilege)이 있다. 비닉특권과 더불어 Fed. R. Civ. P. 26(c)에서 보호명령으로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를 제한하는 경우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로,
번거로움, 곤란, 압박, 과도한 부담 또는 비용으로부터 당사자 또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령을 발행할 수 있다.
(라) 판결 후 개시의 수단
가)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심문, 질문서
연방민사소송규칙은 채무자를 포함한 기타 관계인들에게도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다(Fed. R. Civ P. 69). 승소 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판결 후 증거개시의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증언절차에서의 심문(Examination)을 통해 그의 재정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뒤에서 설명하는 질문서(Int errogatories to Parties)나 문서 및 물건의 제출을 통하여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17)
17) 김정환, 앞의 논문, 128면. |
채무자의 심문에서는 그의 과거, 현재, 장래의 수입과 재산 보유 여부 및 보유 재산의 권리관계 변동 등에 대한 모든 사항이 다루어지며, 채무자가 사전에 제출한 은행, 영업, 세금 납부, 환급 기록이 있다면 문서의 진정 성립과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 채무자 스스로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법인일 경우 회계 관리인과 같이 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출석하여야 한다(동법 제26조).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채무자 외에 제3자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져야 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제3자에 대한 심문이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3자에 대한 재산개시절차 전에 채무자의 재산을 먼저 강제집행 할 것을 요구하는 판례가 존재한다.18) 즉, 일반적으로는 제3자에 대한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는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가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은닉한 재산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하고 채무자 및 제3자를 괴롭히는 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에서 심문대상이 되는 제3자는 채무자의 배우자나 친족, 회계사, 변호사 등이며 심문의 대상이 될 경우 앞에서 본 비닉특권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8) EL SALTO, S.A. v. PSG CO, 444 F.2d 477 (9th Cir. 1971) |
질문서는 개시의 한 수단으로 ‘서면 질문서’라고도 하며 당사자에 의해 제출된 서면에 기재된 질문을 받은 자가 선서를 하고 서면 답변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동법 제33조). 채무자가 보유한 재산의 소재나 권리이전 관계, 사업상 활동 여부, 보험 유무나 유통증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채무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관리하지 않고 제3자의 명
의로 재산을 의도적으로 이전하기도 하는데, 채무자와 제3자 사이에 사해행위가 존재하였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19) 채무자는 채권자가 보낸 질문서에 성실히 답변하여야 하며, 만약 답변을 거부할 때 법원은 동법 제26조(b)(2)에 따라 강제하는 명령(Motion to Compel)을 할 수 있다.
19) 김정환, 앞의 논문, 130면. |
나) 문서 및 물건의 제출
문서 및 물건의 제출(Producing Documents, 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해당 절차는 당사자 중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가 소유하고 있거나 점유, 관리하는 서류나 물건 등을 조사 또는 복사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기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Fed. R. Civ P. 34(a)]. 채무자의 재정 상황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문서 및 물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채무자와 관련자 사이의 거래관계가 존재할 경우 그에 관한 문서 및 물건의 제출 요구 또한 가능하다. 정부 기관이 보관 중인 법원 기록, 조세 납부기록 등 공문서의 제출 요구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문서의 경우 접근 가능성이 높고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많지 않기 때문에 실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 판결 후 재산개시의 불응에 대한 제재
Fed. R. Civ P. 37에서는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에 채무자가 답변하지 않는 등 절차에 따르지 않으며 비협조적으로 임할 때 다음과 같은 제재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 중 일방이 판결 후 재산개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때 법원에 증거개시를 강제하는 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신청은 신청자가 디스커버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여, 재산개시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자 또는 당사자와 신의성실하게 협의하였거나 협의를 시도했다고 하는 증명을 포함해야 한다[동법 제37조(a)].
그와 더불어 제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제재 수단으로는 법정모독으로 다루는 등이 있다[동법 37조(b)]. 미국의 법정모독은 연방 법률에 근거한 18 U.S.C. Ch. 21(Contem pt)에 법정 내 또는 근처에서 사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 공무집행에서의 부정한 행위, 법원의 명령, 판결, 결정 등에 대해 불복종하거나 저항할 경우, 벌금 및 금고형 또는 병과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는 법정모독규정을 이 법을 근거로 제도화해 현실적인 변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또한, Fed. R. Civ P. 37(c)에서는 불이행으로 초래된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합리적 비용을 내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고, 적정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2) 기타 제도
(가) 집행보조절차
연방 차원이 아닌 주(州)법 차원에서 인정되는 제도인 미국의 집행보조절차(Supplem entary Proceedings)는 채권자가 신속하게 판결상 채무자(Judgment Debtor)의 책임 재산을 조사하여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을 파악하고, 그 재산 상태에 따른 채권 회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기능과 목적이 있다. 확정판결을 획득한 채권자가 채무자 또는 제3자를 법원에 출석 요청하여 책임재산 상황에 대해 심문하고 이후 법원은 강제집행을 위해 적당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집행보조절차와 앞에서 살펴본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 모두 확정판결 이후 원고(채권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을 위해 피고(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집행보조절차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고, 강제집행을 실시하였으나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할 경우에 신청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집행보조절차는 채무자 혹은 제3자에게 법원이 판결의 강제집행을 위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채무자에게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확정판결 이후 채권자는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를 활용하여 채무자의 재산 상황 전반에 관한 자료(정보)를 입
수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집행보조절차를 함께 활용하여 집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집행보조절차의 자세한 내용은 주마다 상이하여 본 고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고 관련 입법을 선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절차를 대표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일반적인 제도의 모습은 1. 선서한 채무자 및 제3자에 심문을 통해 강제집행대상이 되는 재산을 발견, 2. 채무자가 책임재산을 임의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금지명령 발령, 3.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하며 그것에 수반되는 수익을 추심하고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수익관리인(Receiver)의 임명, 4.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도피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를 법원에 구인하는 영장의 발부 등이 있다. 집행보조절차는 대물절차가 아닌 대인절차이고, 강제집행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파악이 불가능한 채무자의 재산에 도달할 수 있도록 강제집행을 보조하는 절차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위의 집행보조절차를 ‘심문절차’라고 하며, 판결채권자 혹은 그 대리인에 의한 심문에 의해 진행된다. 채권자는 관할 법원에 판결채무자를 상대방으로 해당 법원이나 법원이 지정한 심판인(Referee)의 앞에서 ‘심문실시명령(Order of Exami nation)’을 신청할 수 있다[California Code of Civil Procedure 708.110(a), 이하 ‘CA CCP’].
단, 판결채권자가 같은 판결채무자에게 심문절차를 진행한 적이 있는 때에는 그 이후 20일 이상이 지날 것을 요구한다[CA CCP 708.110(b)]. 이때에도 심문절차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 판결채권자는 정당한 이유를 선서한 진술서 등에 의해서 소명해야 하고[동법 제708조.110(c)], 법원은 이에 따라 명령해야 한다[동법 제708조.110(b)]. 판결채무자는 심문대상 재산에 대해 전부 혹은 일부가 금전채권 집행 제외 재산이라는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것은 심문절차 실시일 3일 전까지 해야 한다[동법 제708조.120(d)].심문실시명령에는 심문절차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심문 실시의 날짜와 장소, 상대방에 대한 출석명령의 내용 등을 기재하게 되어있다. 또한, 채무자가 기일에 불출석할 때는 구속, 법정모독, 판결채권자가 지불한 변호사 비용 중 합리적인 액수의 부담과 같은 제재 부과 취지를 명시한다[동법 제708조.110(e), 제708조.120(e)]. 법원이 심문실시를 명령했을 때 판결채권자는 실시일 최소 10일 전까지 판결채무자에게 그 사본을 대인송달의 방법(동법 제415조.10)으로 송달해야 한다[동법 제708조.110(d)]. 심문실시명령의 송달이 완료되면 명령일로부터 1년간 판결채무자의 재산 또는 제3자 채권에 대해 ‘판결선취특권(Judgment Lien)’이 설정된다. 영미법상의 ‘Lien’은 일반적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으로부터 우선으로 채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종의 담보권 성질이고, 선취특권자는 선취특권의 대상물을 처분하거나 공매하여 선순위 선취특권자를 제외한 타 채권자나 제3취득자보다 먼저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심문절차는 본안 판결절차의 증인신문과 같이 법관 또는 법원이 선임한 심판인 앞에서 신청인 혹은 대리인에 의한 심문 방식으로 진행하며[동법 제708조.130(a)], 법관 또는 심판인이 심문절차를 맡아 처리한다[동법 제708조.140(a)]. 심문실시명령은 송달이 집행관, 법원경위, 법원이 지명한 자, 등록송달업자 등에 의해 적법한 교부송달의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
그 출석을 명령받은 자가 불출석할 경우, 법원은 그 사람을 법정에 출석시켜 불출석한 이유를 설명하게 한다. 그리고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없으면 법정모독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감할 수 있으며[동법 제708조.170(a)(1)], 판결채권자의 심문절차 비용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동법 제708조.170(a)(2)]. 출석 의무가 있는 자가 선서 이후 허위 진술을 하면 통상적인 증인신문과
마찬가지로 위증죄가 성립한다.
(나) 집행보조인제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집행보조절차와 더불어 집행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하는 집행보조인제도가 판결채무자의 사업체 등에서 판결상의 채권을 추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집행관이 임명한 집행보조인(Keeper Levy)20)을 판결채무자의 사업이나 기타 업무 현장에 임하게 하여 발생한 매출의 수익 등을 점유, 취득하게 하는 동산압류방식의 하나다[CA CCP 700.70(a)]. 예를 들어, 판결채무자의 잡화점 업무 시 중 계
산대 옆에 집행보조인이 있으면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지급하는 대금을 그 자리에서 바로 압류하는 등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20) 일본에서는 원어 발음 그대로 ‘키파 레비(キパ·レヴィ)’로 명명하여 유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三木浩一, 金銭執行の実務と課題, 青林書院, 2013, 160면 참조. |
여기서 집행보조인은 판결채무자의 사업 혹은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지급하는 현금이나 수표 또는 유동자산 등을 그때마다 압류하고, 점유를 취득하는 것이다. 현금매출이 많은 소매점에 대한 집행이나 강제집행하기에는 애매한 소액 채권의 실현에 적합하고, 채무자의 체면, 개인 신용에 영향을 미쳐 화해 협의를 촉구하는 심리 압박의 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21)
21) 김경오/안문희/서용성, “강제집행의 실효성 확보방안에 관한 연구 - 집행채무자에 대한 재산탐지제도와 간접강제제도를 중심으로 -”, 연구보고서, 사법정책연구원, 2020, 76면. |
(다) 민간경매절차
부동산 경매를 오로지 법원이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다수의 주에서 법원경매뿐만 아니라 비사법경매인 민간경매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차압물 거래 시장이 온라인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채권자는 은행(간혹 그 대출을 넘겨받은 제3의 은행이나 회사가 될 수도 있다)이며, 대출금 월납입을 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 통지서와 경매 진행을 알리는 수탁자 판매 통지서를 순차적으로 발송 후 경매를 진행한다.
미국의 민간경매절차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경매로 담보물을 만기 전에 처분하면서 채권자가 채권을 확보한다. 첫 번째로 부동산의 가치보다 은행의 융자 금액이 더 많은 경우 활용되는 쇼트 세일(Short Sale)은 일부의 채무만 변제해도 된다는 은행의 승낙하에 시중 매물 가격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처분하여 채권자가 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채권자인 은행은 법원경매보다 이른 시일 내에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화하여 채권 회수를 할 수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쇼트 세일로도 매각이 어려울 시, 차압Foreclosure)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된 집행계약에서 저당권의 실행방법에 관해 정한 차압업체가 경매절차를 포괄적으로 수탁하여 전체의 진행관리를 행하는 절차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부동산이 제대로 매각되지 않는다면, 채권자의 소유가 되어 시중에 매물로 나오는 REO (Real Estate Owned) 절차가 있다. REO 물건은 은행이 선순위 채권을 모두 상환하고 명도를 완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이 많아 앞의 두 경우보다 매물수가 적다. 민간경매절차는 법원경매보다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목적물의 값어치를 그나마 유지하며 매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매 신청부터 매각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지 살펴보고, 현행 부동산 경매제도가 원활히 기능하게 하기 위해 민간경매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22)
22) 전병서, 앞의 논문, 44면. |
2. 독일
(1) 재산명시제도
독일은 채무자의 재산명시 의무 및 재산 처분행위를 신고할 의무, 채권자의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 정본 획득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산명시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 형태는 우리나라의 재산명시절차와 비슷하다.23) 채무자는 출생성(Geburtsname), 생년월일, 출생지에 관해 진술할 의무가 있으며(독일 민사소송법 제802조c 제1항), 그에게 속한 모든 재산(Vermögensgegenstände)에 관해 진술하고 채권은 원인과 증거방법도 표시하여야 한다(동법 제802조c 제2항). 채무자는 최선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정확하고 완전하게 하였다는 것을 ‘선서에 갈음하는 보증(Versicherung an Eides statt)’의 방식으로 실시한다(동법 제802조c 제3항). 이 때문에 ‘선서에 갈음하는 보증’이 ‘재산명시’의 의미로 사용되어 오기도 했다.
23) 한국과 일본은 독일을 참고하여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한국은 이것을 ‘재산명시제도’라 하고, 일본은 ‘재산개시제도’라고 한다. 이하 본 논문에서는 독일의 채무자 재산정보공개제도를 우리의 제도와 같게 ‘재산명시제도’로 설명한다. |
1970. 7. 1. 시행(1970. 6. 27.에 제정)된 ‘사법보좌관법·공정증서작성법의 개정 및 공개선서를 선서에 갈음하는 보증으로 변경하기 위한 법률(Gesetz zur Änderung des Rechtspflegergesetzes, des Beurkundungsgesetzes und zur Umwandlung des Off enbarungseides in eine eidesstattliche Versicherung)’에 따라 재산명시명령 전 채무자가 법관이 보고 있는 앞에서 행하는 소위 공개선서(Offenbarungseid) 방식이 사법보좌관의 권한으로 채무자가 선서에 갈음하는 보증을 하는 형식으로 개정됐다. 그 후 19 99. 1. 1. 시행(1997. 12. 17. 제정)된 제2차 강제집행개정법에 따라 집행관 권한으로 바뀌어, 재산명시와 동산집행의 관할이 일원화되었다.24)
24) 김경오/안문희/서용성, 앞의 연구보고서, 79~83면. |
2013년도에 민사소송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채무자가 정해진 양식으로 재산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으나(개정 전 독일 민사소송법 제807조 제l항), 개정 후에는 채무자가 구술로 신고하며 집행관이 이를 전자문서 형태의 재산목록(Vermögensverzeich nis)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02조f 제5항 제1문). 또한, 그에 앞서 집행관은 채무자에게 직접 재산목록의 내용을 읽어주거나 영상으로 재생해 주며 해당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채무자가 요청 시 그 사본을 제공해야 한다(동법 제8 02조f 제5항 제2문 및 제3문).
조세 기본법 제284조 제7항에 따라 보관된 재산목록은 주 전체로 중앙집행법원에 의하여 전자적 장식으로 관리하며, 인터넷 강제집행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검색하여 열람하고 조회할 수 있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02조k 제1항), 채권자에게는 지체 없이 재산목록의 내용과 동일하다는 기록을 한 출력본을 전달해야 한다(동법 제802조f 제6항 제1문, 제2문). 채권자는 전달받은 채무자의 재산목록을 집행 목적으로만 이용 수 있
으며 집행관은 이러한 사실을 채권자에게 지적하고, 그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재산목록을 말소해야 한다(동법 제802조d 제1항 제3문). 마찬가지로 집행관은 출력본의 교부에 갈음하여 신청이 있는 때에는 채권자에게 재산목록을 전자문서로 전달할 수 있다(동법 제802조d 제2항).
중앙집중식 사이트에 접근·열람 할 수 있는 자는 집행관과 기타 강제집행기관이며, 그 외에 집행법원, 도산법원, 등기법원 및 형사소추기관도 필요한 범위의 한해서 접근 및 열람을 할 수 있다(동법 제802조k 제2항). 반면, 채권자와 채권자의 수임인, 장래의 계약당사자 등의 일반 사인은 재산목록에 접근할 수 없으나, 채권자는 채무자목록의 등본(출력본)을 교부받을 수 있다(동법 제802조d 제1항 및 제802조f 제6항).
독일의 재산명시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단으로는 구금 절차가 있다.25) 재산정보 신고기일에 무단 출석하지 않거나 이유 없이 재산정보의 신고를 거부하는 채무자에 대해서 신고를 강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권자는 법원에 구금을 신청할 수 있다(동법 제802조g 제1항). 법원 발부 영장을 근거로 집행관이 구금을 집행하고, 채무자는 행형(行刑)시설(J ustizvollzugsanstalt)에 구금된다. 해당 영장의 유효 기간은 발부일로부터 2년이고, 구
금집행이 채무자의 건강에 급작스러운 위험을 미치며 그 중대한 상태가 계속될 경우에는 채무자 구금을 집행할 수 없다(동법 제802조h).
25)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 BVerfG) 1982. 10. 19.자 결정에서 재산정보 제출을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재산정보를 제출할 기일에 무단으로 불출석하는 채무자에게 강제구금명령을 할 수 있는 독일 민사소송법 제802g조(구 독일 민사소송법 제901조)의 합헌성에 관해 “강제 수단의 독점적 소지자인 국가가 사력구제를 금지한 강제집행채권자에 대해서는 그 청구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전제로서 재산명시에 의해 압류할 수 있는 재산 대상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할 공익이 존재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BverfG, 19.10.1982 – 1 BvL 34/80, 1 BvL 55/80). |
채무자의 구금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만약 6개월이 지나면 채무자는 직권으로 석방된다(동법 제802조j 제l항). 또한, 채무자가 구금되었더라도 재산명시기일을 새로 지정받아 재산정보를 다시 신고할 수도 있다(동법 제802조i 제1항). 고의성을 갖고 선서에 갈음하는 보증을 허위로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하고, 과실에 의한 경우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재산명시절차로 채권자에게 실제로 가치 있을 만한 채무자의 재산이 밝혀지는 경우와 명시기일 출석을 응하지 않는 자에게 구금을 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집행관이 채무자를 설득하여 채무를 임의로 변제하거나 재산명시 이행을 촉구한다고 한다.
(2) 기타 제도
(가) 집행관에 의한 채무자 정보 취득제도
독일은 집행관을 통해 채권자가 채무자에 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집행관이 채무자를 채무자의 주거지에서 만나지 못하거나 압류를 할 수 없고 또는 압류하더라도 채권자가 채권액을 완전히 변제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가족 구성원이면서 성인인 자에게 채무자에 관해서 질문할 수 있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06조a 제2항).
이들은 정보제공의무가 없고, 집행관은 그들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해서 미리 고지해야 하며, 그가 알게 된 것을 채권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동법 제806조a 제2항). 또한, 채무자의 질문 또는 기록의 열람을 통하여 집행관이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해 금전 채권을 알게 되었는데, 압류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된 압류에 의해 채권자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제3채무자의 성명과 주소 및 채권의 원인과 그 담보에 관
해 채권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동법 제806조a 제1항).
집행관은 채권자의 신청으로 동법 제802조l에 따라 공공기관에 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법정연금보험의 보험자로부터, 채무자와 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고용관계에 있는 현 사용자에 관한 성명, 사업장 상호, 주소를 정보 조회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계좌정보 공개를 하도록(조세기본법 제93조b 제1항) 연방국세청에 촉탁하거나 연방자동차청으로부터 채무자 소유의 자동차 및 보유자정보(Halterdaten)에 관한 자료를
취득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권한을 집행관에게 부여한 것은 강제집행법과 행정집행법의 조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사법상 채권자의 권리보호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보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단, 이러한 독일의 집행관 정보 취득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목록에 기재된 재산을 강제집행 하여 완전한 변제를 받을 수 있다면 제3자가 보유한 정보를 취득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와 채무자가 재산정보 신고 의무를 불이행하였을 때 인정하며(동법 제802조l 제l항). 집행관에게 정보 취득 권한을 부여한 것은 제3자가 가진 정보의 획득을 채무자에 관한 재산명시에 대하여 보충적인 것으로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
롯된 것이다.
(나) 채무자명부제도
독일의 경우 재산명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절차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집행관이 직권으로 채무를 불이행하는 자를 채무자목록에 등재할 수 있는 채무자명부제도(Schuldnerverzeichnisses)가 그것이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82조b). 채무자멍부는 다른 이들에게 채무자의 신용이 불량하다는 것을 통지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며 채무자를 중앙집행법원 시스템에 등록하여 거래 상대방의 거래 안전을 도모한다. 이 등재결정에 의한 목록의 작성 및 비치는 각 주에 대해 1개의 중앙집행법원에서 관장하고 있고, 강제집행의 목적 등 일정 사유가 있으면 독일 각 주의 중앙집행법원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인터넷상의 신청을 통해 채무자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동법 제882조h 제l항).
또한, 독일은 강제집행을 실현하는 수단의 하나로 '화해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지도 원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채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아닌 채권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래의 변제력이 있는 채무자에게 유예·분할변제를 인정한다.
채권자의 채권이 만족될 수 있는 경우에만 화해로 집행 합의가 시도되고 채권자의 채권이 원래대로 만족되지 않는 경우, 마지막으로 채무자명부에 등록 완료가 이루어진다고 한다.26) 채무자가 채무자명부에 등재되면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는 등 신용거래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자신의 명예 실추를 두려워해 변제의 자진이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뒤에서 소개할 우리나라의 채무자목록제도와 마찬가지로 자포자기한 채무자에게는 실질적 효력이 미비하다 할 수 있다.
26) 박흥원, 앞의 논문, 153~168면 |
3. 일본
(1) 재산개시제도
과거 일본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탐지해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한국 등의 몇몇 절차를 모범으로 하여 권리 실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2003년 민사집행법 개정(담보물권 및 민사집행제도의 개선을 위한 민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을 통해 재산개시제도를 창설하여 2004년 4월 1일 시행했다.
채무자가 채무명의가 성립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의 정본을 가진 채권자는 재산개시절차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그 채무자에 대해 재산개시결정을 하고,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자신의 재산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하게 시키며, 채무자는 재산개시기일에 선서한 다음 재산목록을 기반으로 진술하여야 한다(일본 민사집행법 제196조 내지 제203조).
재산개시기일에 참석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해 진술해야 하는 개시의무자(동법 제199조 제7항, 제201조 제1항, 제2항 및 제199조 제1항)의 범위는 채무자 본인, 채무자의 법정대리인, 채무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로 각각의 개시의무를 진다(동법 제198조 제2항 제2호, 제199조 제1항).
채권자의 신청으로 채권액 범위 내로 한정하여 채무자 진술 의무를 요구하게 되면 재산개시절차에서 재산 가액평가를 따로 실시할 필요가 생겨 절차의 신속한 진행이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의 모든 적극재산을 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동법 제199조 제1항). 신청인의 동의, 채권의 완전한 만족에 지장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 개시의무자의 진술 의무를 일부 면제할 수도 있다(동법 제200조 제1항).
원래 개시의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원의 호출을 받은 재산개시기일에 출두하지 않거나, 기일에 선서 거부, 허위 진술을 하는 등 개시의무 위반 시 그에 대한 제재로 법원이 30만 엔 이하의 과태료(행정벌) 처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효성 지적이 있어 2019년 민사집행법 개정 때 형사처벌로 규제하게끔 바뀌었다. 재산개시절차를 통해 얻은 채무자에 대한 정보는 해당 채무자에 대한 채권 그 본뜻에 따라야 한다(동법 제202
조 제1항).
일본의 재산개시제도는 한국의 재산명시제도를 참고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원 출석, 재산목록 제출, 선서를 기반으로 한 진술, 위반 제재 등에 있어 공통점을 가지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일본은 확정된 지급명령으로도 재산명시신청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지불독촉 채권자는 신청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일본은 강제집행의 실현으로 금전채권의 완전한 변제를 채권자가 받을 수 없거나 얻을 수 없다는 점이 소명될 것을 요구한다는 차이가 있다.27) 더 넓은 집행권원의 범위, 신청 요건의 완화로 우리나라의 재산명시제도가 일본의 재산개시제도보다는 채권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7) 今井輝幸, “일본의 재산개시절차”, 법조 제54권 제9호, 법조협회, 2005, 253~254면. |
(2) 기타 제도
(가) 제3자로부터 채무자에 대한 재산정보 취득제도
2019년 민사집행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3자로부터 채무자에 대한 재산정보 취득제도(일본 민사집행법 제204조)는 채무자에 대한 부동산 관련 정보 취득, 채무자의 급여채권에 관한 정보 취득, 채무자의 예·적금 채권 등의 정보 취득 세 가지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집행권원을 보유한 채권자 또는 일반 선취특권자의 신청으로 법원이 제3자에게 정보제공을 명하는 절차다. 앞의 재산개시제도는 채무자 본인에게 자기의 재산 상황을 진술하게 하므로 그 구조상 개시절차의 비협조나 허위 진술의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의 자산 형태를 파악하려면 채무자뿐 아니라 관련인인 제3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공받는 것이 더욱 확실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가) 채무자의 부동산 관련 정보 취득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가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물적신용의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은 대부분 고가이고 물건을 쉽게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집행의 채권 회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확실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채권자로서는 먼저 채무자 명의 부동산을 조사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 검색 시마다 채무자의 주소, 영업소의 소재지 등 관계가 있을 만한 장소의 토지 및 건물에 대하여 개별로 등기 정보를 획득하고 그 내용을 확인해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은 개정법에서 채권자의 신청으로 집행법원이 등기소에 대하여 특정인의 부동산 소유 현황에 대한 정보제공을 명하는 제도를 신설하였다(동법 제205조). 채권자는 해당 제도를 활용해 특정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등기 정보를 일괄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데, 채권자는 강제집행의 실현 불능 또는 불능 전망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재산개시절차의 전치가 있어야 한다(재산개시절차가 이미 실시된 경우, 재산개시일로부터 3년 이내 신청). 특정 절차에 한해 국토부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포괄 조회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을 특정하여 전국의 토지 등을 대상으로 검색함으로 장기간의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나) 채무자의 급여채권에 관한 정보 취득
채권자는 채무자의 근무처에 대한 정보제공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데, 법원은 채무자의 근무처에 대해 시·정·촌이나 후생연금사무취급기관에 정보제공명령을 할 수 있다. 단, 정보제공의 신청권자 요건을 부양의무 등에 관한 청구권 혹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한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획득한 채권자로 한정한다(일본 민사집행법 제206조 제1항).
채권자에게 강제집행 대상으로의 개인 채무자의 급여채권은 채무자에게 강한 심리적 압박과 일부 실질적 변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에 관한 정보취득 절차와 같이 신청을 위한 조건으로써 재산개시절차의 전치를 요구하고 있다(동법 제206조 제2항).
다) 채무자의 예·적금 채권 등에 관한 정보 취득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의 정본을 가진 금전채권의 채권자는 채무자의 예금채권 또는 대체사채 등의 정보 제공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강제집행 시 필요한 채무자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서 예·적금 채권에 관한 계좌의 정보 및 액수 등의 자료 제공을 명령하거나, 대체기관에 채무자의 계좌에 기재, 기록된 대체사채28) 등의 종목과 액수 및 수량 등의 정보 제공을 명한다(일본 민사집행법 제207조). 해당 절차는 앞의 두 절차와 달리 재산개시제도의 전치를 요구하고 있지 않아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8) ‘대체사채’란 문서화되지 않고, 은행, 증권보관대체기구, 증권회사 등의 대체기관에서 전자적으로 기록된 사채 등을 말한다. |
(나) 담보부동산수익집행제도
물건의 가치를 교환가치로 본다면 담보목적물 자체의 교환가치 이외의 가치 즉, 사용가치나 다른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담보권자가 파악하는 가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저당권처럼 목적물을 점유하지 않는 비점유담보는 저당권설정자에게 사용, 수익권을 잔존시키면서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므로, 원래 저당권자는 사용, 수익권을 갖지 않는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경제의 붕괴로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현저히 하락함으로써 이러한 저당권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다.29)
29) 이성표, “일본 담보제도의 새로운 전개”, 인권과 정의 제337호, 대한변호사협회, 2004, 130~133면. |
2003. 7. 25. 일본 민법 전체의 본질적인 변혁을 꾀하는 ‘담보물권 및 민사집행제도의 개선을 위한 민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성립돼, 동년 8. 1. 공포되었다. 이 법률에는 민법 규정 중의 담보물권에 관한 규정과 관련이 있는 담보부동산수익집행 내용이 포함되었다. 부동산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의 실행방법으로써 담보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법정과실 수익을 피담보채권의 변제에 충당함으로써 부동산담보권을 실
행하는 제도다(일본 민사집행법 제180조). 이는 교환가치담보에 의존하던 일본 부동산담보제도에서 담보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피담보채권의 변제에 충당이 가능한 수익가치담보로 변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저당권자가 피담보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한 최종 수단으로써 담보부동산을 경매 신청하는 것이 아닌 담보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저당권의 실행이라는 절차를 통해 채권 금액을 회수한다. 담보부동산수익집행은 채무불이행이 존재하기만 하는 것으로 신청할 수 있고, 개시를 위해서는 담보부동산경매와 같이 소정의 문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후 개시결정에 따른 부동산의 압류 선언, 채무자(소유자)에 대한 수익처분의 금지, 임대료 등의 청구권의 채무자에 대해 “그 급부의 목적물을 관리인에게 교부해야할 취지”가 명령된다.
집행재판부는 개시결정과 동시에 관리인 선임을 행한다(동법 제94조). 신탁회사나 은행을 비롯해 변호사나 집행관을 선임하기도 한다. 해당 관리인은 독립된 자기명의로 관리 및 수익을 행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채무자나 저당권자에게 지시권은 없으며, 단기임대차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신규의 임대를 할 수도 있고(일본 민법 제95조) 스스로 점유할 수도 있다. 관리인은 집행재판부가 정하는 기간마다 배당 등을 실시하여야 한
다. 배당 등에 충당해야 할 금전은 수익에서 부동산에 대해 부과된 조세 기타의 공과 및 관리인의 보수 등의 비용을 공제한 것이다.
담보부동산수익집행은 담보부동산경매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강제경매가 진행되어 매각이 실시되면 종결된다. 담보부동산수익집행제도는 경매절차에만 의존하고 있던 부동산담보권자에게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민사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절차라 할 수 있다.
4. 소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독일, 일본은 민사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채무자의 재산을 탐지할 수 있는 제도부터 강제집행을 실시하였을 때 채권자가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한 여러 절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증거개시제도를 소 제기 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자진협력이 없이도 재산탐지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채권자에게만 치우칠 수 있는 권리 편중을 염려해 채권자와 채무자 각각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재산개시의 범위를 일정 제한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은 강제집행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와 병행해서 활용되는 집행
보조절차뿐 아니라 곧바로 금전 수익을 추심할 수 있는 집행보조인제도 역시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 측면에서 가치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독일(독일 민사소송법 제485조)과 일본(일본 형사소송법 제316조의13, 특허법 제105-조의2)도 디스커버리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디스커버리 입법 동향과 마찬가지로 ‘소 제기 전 증거개시절차’에 한정되어 있다. 판결 후 민사집행절차에서는 디스커버리제도가 유연하게 운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2. 독일과 3.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재산탐지제도인 재산명시(개시)제도 및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기타 제도 위주로 살펴보았다. 독일은 금전채무의 임의변제를 권장하고 간접강제하는 기능만을 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있는 재산명시제도와 채무자명부제도 외로 집행관이 채무자와 관계인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일본 역시 우리의 재산명시제도와 비슷한 재산개시절차와 제3자에게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경매절차는 담보된 채권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고, 일본의 담보부동산수익집행제도는 채권자가 담보물의 수익을 꾸준히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자에게 충분히 효과적인 집행제도이지만 채무자 재산 탐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본 논문에서는 의미 있게 참고할 부분이 없다고 판단하여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로써 간단히 소개만 하였다.
채권자의 최선의 목표인 채무자의 재산탐지를 위한 미국의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와 독일과 일본의 채무자 재산정보 취득제도는 채무자 재산탐지에 소극적인 우리의 입법 현황에 큰 시사점을 준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 뒤에서는 민사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도를 살펴보고 채무자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본다.
III. 우리나라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와 문제점
1.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이용 현황
최근 민사집행에 관한 사건을 의뢰하러 변호사·법무사 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 이러한 의뢰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민사집행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권리의 존재를 알아보고 확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권리를 실현하는 것도 법조계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제도이고 합법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며, 실무에서 그나마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재산명시제도와 재산조회제도를 중심으로 이용 통계를 살펴보도록 한다.
더불어 경매, 기타집행과의 관계를 과거 연도의 사법연감 통계를 통해30) 검토해 본다.민사소송건수(본안사건)는 2014년 1,207,673건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20년에는 1,01 2,837건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민사집행 접수 건수는 2016년 867,365건, 2022년 1,225,850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이렇듯 민사집행사건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지만, 재산명시 접수 건수는 2015년 188,947건을 정점으로 이후 2017년 176,416건, 20 18년 165,476건, 2021년 168,334건으로 꾸준히 감소 추이에 있고, 또한, 재산조회제도는 재산명시에 비한 재산조회 신청 비율이 연 14~19%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재산조회를 신청하기보다 재산명시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민사집행사건 신청 대비 재산명시 접수 건수를 보면, 민사집행법 제정으로 감치 및 재산조회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1년의 경우 43.0%이던 비율이 현 제도 시행 연도인 2002년(2002. 7. 1. 시행)에는 61.3%, 직후 연도인 2003년 60.2%로 급상승하였다. 하지만 이는 제도 도입 초기에 제도 개선의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약 10년간의 접수 기록에 따르면 2011년 16.3%, 2018년에는 17.5%로 살짝 상승하였지만, 2 020년 14.3%로 그 비율이 다시 감소하였고 계속해서 10%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민사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채권자들이 재산명시제도를 예전만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30)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2002~2023 참조. |
또한, 가장 최근의 사법연감에 의하면 2022년에 접수된 민사집행사건 중 경매는 6. 3%에 그치고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강제집행이 88.4%를 차지하고 있다.31) 이는 채무자의 부동산을 특정하여 집행하는 것이 채권 확보에 가장 유리함에도 그럴 수 없고, 그보다 채무자의 재산을 알 수 없을 때 채권자가 여러 금융기관을 무작위로 선정해 헛수고할 각오로 무분별하게 ‘투망식 집행’을 신청하는 방식이 만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31)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2023, 728~730면 |
위와 같은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들은 채무를 스스로 행하지 않는 불성실 채무자의 재산을 탐지하여 집행의 용이함을 위해서지만 실제 실효성 측면에서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에 실무에서의 절차 활용도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서론에서 밝힌 바 있듯, 많은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를 위한 우리의 현행제도 중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제도를 대표로 하여 아래에서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해 보도록 한다.
2.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문제점
(1) 재산명시제도의 형식화
(가) 재산명시제도 의의
채무자의 재산을 알 수 없을 때 가장 먼저 진행할 수 있는 절차가 재산명시이다. 재산명시는 정당한 집행권원에 따라 금전채무의 이행 의무를 지는 채무자가 이를 행하지 않을 시 법원이 그 채무자에게 강제집행의 대상에 해당하는 재산과 일정 기간 내의 재산 처분 상황을 명시한 재산의 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그 진실성에 관하여 선서하게 함으로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공개하는 제도이다.
이는 채권자의 명시신청32)에 따라 법원이 채무자에게 명시명령을 하고, 그에 대하여 채무자의 이의가 없거나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재산의 명시를 위한 특정 기일을 정해 채무자에게 출석하도록 하며,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재산목록을 제출하고33), 그 재산목록이 진실하다는 선서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재산명시기일의 실시에 있어 독일이나 일본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공개로 진행하고 있다.34) 채권자는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을 열람, 복사하여 강제로 집행할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32) 명시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62조 제1항).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말한다. ①관할권 없는 법원에 신청한 경우, ②가집행선고부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으로써 신청한 경우, ③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집행권원으로 신청한 경우, ④집행의 필수적 정지 내지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 ⑤강제집행개시요건에 흠이 있는 경우 등이다. 33) 채무자로서는 명시기일에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채권자가 노리는 또 하나의 실익이지만, 현실적인 실효성은 의문이다. 34) 송하진, “부실채권 사례를 통한 민사집행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명지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논문, 2020, 76면. |
법원의 재산명시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 1년 이내에 채무자의 부동산 유상양도(민사집행법 제64조 제2항 제1호), 채무자가 배우자, 직계혈족 및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그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에게 한 부동산 외의 재산의 유상양도(동법 동조 동항 제2호), 재산명시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 2년 이내에 한 채무자의 재산상 무상처분(동법 동조 동항 제3호)과 같이 재산목록에 채무자가 이미 처분한 재산
도 일정 범위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선서와 제출을 거부하였을 때는 법원은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를 명할 수 있다(동법 제68조 제1항).35) 감치는 일정한 기간 수감생활의 제재를 우선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명시절차를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채무자에게 재산목록의 제출을 간접강제 하는 것이 제도의 주된 취지다. 또한,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5)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자에 대해 구 민사소송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마나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후 간접강제수단의 성격을 가지는 재산명시신청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곧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고려에서 민사집행법상의 특수 처벌인 감치 규정을 신설하였다(대법원 2002.8.27. 선고, 2002도2086 판결 참조). |
(나) 재산명시신청 요건
재산명시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금전의 지급이 목적인 집행권원 중 가집행의 선고에 기한 집행권원을 제외한 집행권원에 기초하여야 하고36)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며, 채무자가 소송능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만약 소송무능력자라면 법정대리인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채무자의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명백한 사유가 없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37) 또한, 2009년 5월, 개정가사소송법 제48조의2와 제48조의3에서 재산분할, 부양료, 양육비 청구사건에 대하여도 재산명시 및 재산조회제도를 확대 신설하였으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약칭: 채무자회생법)에 관한 법률 제29조에서도 관리인·파산관재인, 이해관계인의 신청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게 규정하였다. 법원은 필요시 채무자에게 명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36)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집행권원 중 민사소송법 제213조에 따른 가집행의 선고가 붙은 판결 또는 같은 조의 준용에 따른 가집행의 선고가 붙어 집행력을 가지는 집행권원의 경우에는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없다(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본문). 37)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Ⅰ): 집행총론, 사법연수원, 2020, 370~373면. |
(다) 문제점
재산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38) 실제로 “보유 재산이 없다.”라는 취지의 형식적 재산목록 제출이 대다수이다. 이러한 요식 행위 과정에서 채권자의 시간과 비용 소모, 법원의 불필요한 인력 투입이 일어난다. 허위 제출의 여부 역시 채무자가 자백하지 않는 이상 밝히기 어렵다. 즉, 당사자의 양심이나 준법의식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해야 한다.
38) 비슷한 예로, 민사소송절차에서 진실한 증언을 얻기 위해 증인에게 선서를 요구하고 허위로 진술 시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의 민사재판에서 과연 증인이 진실한 증언만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
재산명시절차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제재 수단인 ‘감치명령’ 역시 간접강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감치 결정 전, 감치재판기일에 참석하고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한다면(민사집행규칙 제30조 제3항) 정상적으로 재산명시기일이 다시 진행된다. 이 규정은 인신구속과 직접 관련되는 형사소송법과 균형이 맞지 않고, 감치에 처한 채무자라도 최소한의 형식적인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만 하면 곧바로 석방되므로39) 감치처분의 실질적인 위하력이 거의 없다.
39) 채무자가 위 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했을 때는 법원은 곧바로 감치결정을 취소하고 그 채무자를 석방하도록 하고 있다(민사집행법 제68조 제6항). 한편, 석방될 때 피감치자의 복장은 미결수용자 수용복을 입은 채로 법정 안에서 수갑을 풀고 피고인석에 들어오게 되는데 법원이 이를 일반 형사범과 같이 피감치자를 너무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비판 의견도 있다. 신진수, “감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감치재판 후 수용절차를 중심으로”, 법학논집 제19권 제1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연구소, 2014 |
또한, 절차 진행이 채무자의 협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채무자에게 오히려 압류 예고통지를 함으로써 시간을 주어 오히려 재산을 도피시킬 수도 있다. 재산뿐만 아니라 실제로 재산명시절차 진행 중에 소재 불명이 되는 채무자가 많아 집행률 향상을 위해 법원과 경찰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40)
40) 심태규, “재산명시사건에 대한 검토”, 대법원 Courtnet, 2004 |
마지막으로 분쟁이 본안 소송으로 확장되어 판결이 확정되고 그다음 단계에서 재산명시신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채무자가 본안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더라도 재판이 장기화가 되어 그 판결확정까지 1~2년 이상 소요될 경우, 재산명시절차에서 재산목록에 기재할 재산의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책임재산을 처분하기도 하고 가장 채무를 허위로 만들 수 있다.
만약에 집행이 이루어졌을 경우, 여러 채권자 중 각각은 민법과 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우선순위에 따라 배당 순위가 정해지며(민사집행법 제145조 제2항), 배당 참가채권이 모두 일반 채권자라면 채권 발생의 선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등주의에 따라 평등한 비율로 배당을 받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가장 채무를 작출(作出)하게 되면 선의의 채권자들은 그만큼 자신이 배당받을 채권액이 작아져 피해를 보게 되는 문제가 있다. 즉, 실무상 재산명시만으로는 채무자의 제대로 된 재산 파악을 기대하기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2) 재산조회제도의 재산명시 전치 요구와 포괄적 조회 문제
(가) 재산조회제도 의의
재산조회는 재산명시절차가 끝난 경우나 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만 명시신청을 한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하여 채무자 명의 재산과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적기관, 금융기관, 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 재산에 관해 조회를 하고 그 결과를 법원에 회답하게 하는 제도다. 채권자는 법원에 송달된 재산조회결과를 열람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채무자의 협력을 요구하지 않고 채무자 명의의 부동산, 자동차, 건설 기계 등 소유권뿐만 아니라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예금, 보험금 등의 광범위한 재산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 재산조회신청 요건
재산명시절차를 관할하는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는 때에만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재산조회 절차를 진행한다(민사집행법 제74조 제1항 각호). 첫째, 채권자가 재산명시절차에서 민사집행법 제62조 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주소보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민사소송법 제19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유로 인해 채권자가 이를 이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41)
41) 2005년 민사집행법 개정 시에 ‘채권자가 주소보정명령을 받았지만, 채무자의 주소불명이 공시송달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산조회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재산조회의 신청 범위를 확장해서 채권자의 권리 실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채무자가 도주해서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재산조회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개정이라 본다. |
둘째,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재산만으로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얻기에 부족한 경우와 셋째, 재산명시절차에서 동법 제68조 제1항 각호의 사유 또는 동조 제9항의 사유가 있을 때에 재산조회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즉,채권자는 재산명시절차의 과정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해야 재산조회를 신청 수 있다
제68조(채무자의 감치 및 벌칙) ①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監置)에 처한다. 1. 명시기일 불출석 2. 재산목록 제출 거부 3. 선서 거부 ②채무자가 법인 또는 민사소송법 제52조의 사단이나 재단인 때에는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감치에 처한다. ③법원은 감치재판기일에 채무자를 소환하여 제1항 각호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야 한다. ④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⑤채무자가 감치의 집행중에 재산명시명령을 이행하겠다고 신청한 때에는 법원은 바로 명시기일을 열어야 한다. ⑥채무자가 제5항의 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하거나 신청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면을 낸 때에는 법원은 바로 감치결정을 취소하고 그 채무자를 석방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⑦제5항의 명시기일은 신청채권자에게 통지하지 아니하고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제6항의 사실을 채권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⑧제1항 내지 제7항의 규정에 따른 재판절차 및 그 집행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⑨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⑩채무자가 법인 또는 민사소송법 제52조의 사단이나 재단인 때에는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제9항의 규정에 따라 처벌하고, 채무자는 제9항의 벌금에 처한다. |
민사집행규칙은 재산조회 권한을 가진 기관을 구체화하여 재산조회 대상 종류와 성질에 따라 조회 대상 기관을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조회신청이 되는 재산을 부동산 소유권, 지식재산권, 자동차와 건설기계의 소유권, 금융 자산 중 계좌별 합계액이 50만 원 이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민사집행규칙 제36조 제1항, 별표 참조). 금융전산망에 조회되지 않는 다양한 채권들은 채권자가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재산조회절차의 신청 범
위를 계속해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문제점
현행법상 재산조회신청은 재산명시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할 수 없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집행 실무에서는 채무자의 신속한 재산 은닉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재산조회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3채무자로 여러 금융기관을 임의로 선정해 채권압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 논문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42), 제1금융권이라 일컫는 금융기관들은 은행의 본점을 기준으로 채무자 명의 계좌에 채권압류를 진행할 시, 해당 은행에 등록된 모든 지점의 채무자 계좌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일반적인 개인은 제1금융권의 은행을 주로 사용한다.
42) 본 논문 저자는 법무사 사무소 사무장으로 10년간 재직하며 민사소송 및 다수의 민사집행사건을 다루었다. 실무상 기존 소송사건과 연계된 민사집행사건 외로 민사집행사건만을 의뢰하는 의뢰인들은 비용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변호사 사무소에 사건을 맡기기보다 법무사 사무소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
따라서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해 채무자가 주로 사용하고 거래하고 있을법한 제1금융권 은행을 중심으로 추측하여 3~5개를 특정해 채권집행을 실시한다. 이후 제3채무자로 등록된 은행은 채무자 계좌 개설 여부와 잔액을 제3채무자 진술서로 법원에 제출하게 되고 채권자는 송부된 계좌정보를 법원에 열람, 복사하여 확인한다. 그중 하나 또는 몇 개의 금융기관에 금융계좌가 있고 채권을 회수할 충분한 잔액
이 있다면 곧바로 추심을 진행한다. 다만, 채권자는 총 청구 금액을 제3채무자 각각으로 나눠야 하므로 신청 한 번에 모든 채권액을 변제받기 힘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은 5천만 원이나, 청구 금액을 제3채무자별로 나눠야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가장 많이 사용할 것 같은 A은행과 B은행에는 2천만 원, C은행에 1천만 원으로 청구 금액을 작성하여 신청한다. 만약 A은행의 제3채무자 진술서에서 채무자의 잔액이 5천만 원 있고, B와 C의 제3채무자 진술서에서는 B은행과 C은행에 잔고가 없음이 확인된다면 B은행과 C은행의 채권집행을 취소하고 A은행
에 추가 금액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채무자의 재산을 모를 경우 채권자가 가압류 신청을 하기 위해서도 이루어진다.
위에서 언급했듯, 재산명시제도는 채무자의 양심에 기한 자진이행에 의존해야 하고, 재산조회제도는 재산명시의 전치, 상당한 조회 기간의 소요로 재산 은닉을 방지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법무 실무가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편법이 병행되거나 선행되고 있다.
채무자의 재산을 알기 힘든 채권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러한 편법을 활용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집행에 성공하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확률이 더 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또한, 농·축협, 수협 등의 지역 은행 등은 제1금융권과 달리 계좌 개설 지점을 정확히 특정해야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편법을 시행할 수조차 없을 수 있다. 선량한 채권자를 비롯한 법무 실무가들에게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은 민사집행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더불어 현행 재산조회제도는 기관별로 선택적 조회 방법을 채택하는 한정적 조회 방식으로 포괄적 조회의 어려움을 가진다. 채권자들이 직접 조회할 금융기관을 각각 선별해야 하고 그 기관별로 조회 수수료를 부담하는 문제점이 있다. 채무자의 금융재산 등에 대한 통합적 조회가 이론상 가능하지만, 위와 같은 비용의 문제가 있고 앞에서처럼 농·축협, 수협 등의 경우에는 수많은 개별 단위 지역조합이 존재하여 개별 법인을 채권자가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조회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채권자의 채권 회수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급여채권의 조회도 불가능하며, 조회기준일 이전에 처분해 버린 금융재산 등도 추적할 수 없고, 채권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자들에게 재산을 이전 및 은닉하면 조회할 수 없다. 채권자가 채무자와의 금전에 관한 거래 시 이러한 부분을 미리 파악해 놓아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채권자에게 너무 과분한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관련 시스템이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최근의 통합적 금융정보망 구축 등의 비약적 발전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
(3)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명부 열람 방식 및 간접강제 문제
(가)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 의의
가집행선고를 근거로 하지 아니한 금전 채무를 일정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자나 재산명시절차에서 감치 또는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채무자의 인적 사항을 일정한 양식에 등재하고 법원에 비치하는 명부를 채무불이행자명부라 한다.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이 있으면 등재결정을 한 법원의 법원사무관 등은 바로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작성해야 하며(민사집행규칙 제32조 제1항), 등재결정을 한 법원에 비치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72조 제1항). 채무불이행자명부나 그 부본은 등재결정을 한 법원에 누구든지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동법 제72조 제4항)43). 법원 또는 법원사무관의 이름으로 주소지 시·구·읍·면의 장과(동법 제72조 제2항, 동규칙 제33조 제2항), 한국신용정보원장에게 이 명부의 부본을 보내거나 전자통신매체를 통해 그 내용을 통지하여야 한다(동법 제72조 제3항, 동규칙 제33조 제1항, 제2항).
43) ‘누구든지 열람·복사를 신청하는 것’에 대하여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바 있다(헌법재판소 2010. 5. 27. 선고 2008헌마663 전원재판부 결정). 당시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여 기각되었지만 5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
이러한 제도는 의무를 위반한 채무자를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기재하여 불성실 채무자가 그 등재로 인해 받게 될 명예, 신용의 불이익을 피하고자 채무를 자진 이행하는 것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와 더불어 신용권에 채무불이행 기록이 있거나 명시절차상 감치나 벌칙을 받은 자를 공개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거래당사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44) 관계인이 명부를 열람하거나 복사하는 방식으로 잠재적인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조사를 용이하게 할 수 있어 잘못된 경제활동을 방지하거나 경제범죄에 대처할 수 있어 거래안전 도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4) 강대성, 앞의 논문, 518면. |
현행 제도는 즉시항고에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항고 제기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이고,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되는 것이 채무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영향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입법론적으로 오히려 등재결정은 확정돼야 효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다.45)
45) 김능환/민일영, 주석 민사집행법 II(제3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2, 439면 |
변제나 그 밖의 사유로 채무의 소멸이 증명된 경우에 사법보좌관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명부에서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결정을 한다. 채권자는 이 말소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할 수 있다(동법 제71조 제3항). 등재말소는 직권으로도 가능하다. 명부에 등재된 다음 해부터 10년이 지난 때에는 사법보좌관 직권으로 말소결정을 해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비록 채무가 소멸하지 않았더라도 등재말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동법 제73조 제3항).
(나)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 요건
집행권원상의 금전채무를 6개월 이내 등 일정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거나, 재산명시절차에서 감치나 벌칙의 대상이 되는 행위(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명시기일의 불출석 등 재산명시절차에 비협조적일 때)를 했을 때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대상이 된다. 채무자의 인적 사항 및 집행권원과 불이행한 채무액, 등재 사유와 날짜 등 일정 사항을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일정한 양식에 등재한 후 일반인에게 열람을 제공하게 되어있다.
(다) 문제점
채권자 혹은 일반인들이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열람하는 방식은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무불이행자명부의 등재결정을 하고 그 명부를 관리하는 법원에서만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채무자의 채권 관계인들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접근할 때 상당한 제약이 된다.
왜냐하면 법 지식이 미비한 일반인들이 적극적으로 절차에 임할 수 없고,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는 채권자가 즉각적으로 채무자의 채무 상태를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독일의 경우 주별로 중앙집행법원을 통해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열람이 가능하다.
또한, 채무자에게 채권 변제를 독려하는 하나의 방안이기도 한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는 채무를 불이행함으로 자포자기한 심정의 채무자에게는 사실상 그 위하력이 미비하고, 단지 자진 이행만을 바라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는 재산을 탐지하는 어떠한 직접적인 기능이 없으므로 판결 후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하기 위해 활용할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서의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
는 채권의 변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억울한 마음에 채무자를 심리적으로나마 괴롭히기 위해서 이용되고 있다.
IV. 우리나라의 실효성 강화 제도 개선 방안
1. 재산명시제도의 개선
(1) 재산명시 대상의 재검토
채무자의 진정성 있는 협조 없이는 기능상 부족함이 있는 재산명시제도의 본질적 한계를 보완하여 신속·정확한 재산정보 조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채권자가 집행할 수 있는 재산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재산명시 대상을 확장하여 그 범위를 늘려 도움을 주어야 한다.
현행 재산명시제도에서는 일정한 재산의 유상양도와 무상처분의 대상으로 적극재산만을 삼고 있고 채무자의 소극재산에 대한 신고 의무는 두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가장 채무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선의의 채권자들은 그만큼 회수할 채권액이 줄어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재산명시가 명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소극재산까지 신고함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 형성 경위에 대해서도 소명하도록 하도록 하면 제도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2) 감치와 벌칙의 강화 및 보증제도 도입
채무자의 적극행위에 의존성을 조금이나마 탈피할 수 있게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써의 절차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범위 내로 감치46)나 벌칙에 처하는 것으로 채무자의 성실한 절차협조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
46) 불법구금을 방지하고자 민사집행법 제68조 제5항을 ‘채무자가 감치의 집행 중에 재산명시명령을 이행하겠다고 신청할 때는 법원은 24시간 이내에 명시기일을 열어야 한다.’로 개정하여 감치제도의 운용을 실효적으로 제고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경오/안문희/서용성, 앞의 연구보고서, 137~138면 |
따라서 구체적인 간접강제에 관한 보완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선 의무 이행을 더 강제하기 위해 현행 벌칙을 보다 강화하고 허위재산목록을 제출한 것이 입증되면 곧바로 감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소극적으로 행해지는 법원의 감치명령 대신 공정한 재판과 법원의 권위를 위해 미국의 법정모독죄 도입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다.47) 실제 법정모독 조치가 높은 확률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어야함은 명백하기 때문에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노력해서 만들어나가며 지금보다 훨씬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개선해 가야 한다.
47) 최민용, “법정모독에 관한 검토 -그 도입을 위한 제도적 모색을 중심으로-”, 법제연구 제49호, 한국법제연구원, 2015, 118~119면. |
또한, 독일에서 인정하고 있는 강제구금, 질서구금 등의 인적 집행절차도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방지하고 채권자의 만족도를 고려한 성취 측면에서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48) 또한, 추가로 생각해볼만 한 개선 방안은 법원이 명시명령을 내릴 때 채무자에게 일정한 보증을 우선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뒤에 가서 감치 사유가 있다든지, 허위의 재산목록을 제출했음이 판명된다면, 보증을 몰수하도록 한다.49) 위와 같은 방법으로 채무자가 지금보다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면 명시절차에 더욱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 분명하다.
48) 송하진, 앞의 논문, 193면 49) 강대성, 앞의 논문, 526~528면. |
(3) 재산목록 제출 의무 기간 연장
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채무자가 1심에서 패소하였을 때 강제집행을 면피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처분 또는 은닉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즉, 채무자가 유무상으로 자기 재산을 처분하여도 재판이 확정되는 것이 1~2년 이상 소요되면 해당 처분 재산은 재산명시기일에 있어서 제출할 재산목록에 기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소송이 길어질 수도 있고 그 기간 안에 채무자가 책임재산을 미리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산목록 제출 의무 기간을 좀 더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
(4)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까지 신청 요건 확대
또한, 채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가집행이 붙은 집행권원을 재산명시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견해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만약 최종심의 재판이 확정되기까지 2년 이상 소요되면서 장기화된다면 소장을 받은 피고(채무자)가 사해행위의 목적으로 처분한 재산이 ‘재산명시명령이 송달되기 전 1년 또는 2년 이내에 처분한 재산(민사집행법 제64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재산목록에 기재
하지 않아도 돼서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민사집행법상 가집행이 붙은 집행권원으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며(민사집행법 제24조), 그에 의하여 상급심의 재판의 진행과는 별도로 강제집행을 통해 매각이 완료될 수도 있다. 이후 상급심에서 원고의 패소 확정이 되더라도 해당 강제집행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에 기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에는 아무런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50) 채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해 가능성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이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51) 또한, 민사집행법 제49조 각호 소정의 집행취소서류 또는 정지서류가 제출된 경우에는 재산명시절차를 취소 또는 정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집행 판결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신청 요건을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며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50) 대법원도 “가집행선고 있는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에 기한 경우와 같이 본 집행이므로 상소심의 판결에 의해 가집행선고의 효력이 소멸하거나 집행채권의 존재가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이미 완료된 집행절차나 이에 기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51) 김경오/안문희/서용성, 앞의 연구보고서, 34면. |
2. 재산조회제도의 개선
(1) 재산명시의 전치 한정적 폐지
재산명시명령을 거친 이후에만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재산명시의 전치는 채무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이후의 재산조회절차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게 될 확률을 높이는 꼴이며, 집행의 지연만 야기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재산명시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일정한 소명을 하면 바로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52)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를 통합하여
재산조회로만 운용하자는 주장도 있다.53) 이렇듯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재산명시 전치 문제에 공감하며 당장의 폐지가 어렵다면 제3채무자가 금융기관인 경우에 한하여라도 재산명시절차 없이 재산조회를 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급진적인 변화에 수반될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모든 재산에 대해서가 아닌 손쉽게 채무자가 회수할 위험이 있는 금융재산에 한정하여 이런 특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52) 김상영, 앞의 논문, 253면. 53) 송하진, 앞의 논문, 192~193면. |
(2) 근무처(사업장) 조회 신설
현재의 재산조회제도의 범위에는 근무처나 사업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채무자의 예금계좌 발견에서 벗어나 근무처와 사업장을 파악하는 것은 부동산과 더불어 가장 확실하게 채권액을 확보할 수 있고, 채무자에게 채무 변제의 압박을 느끼게 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을 모범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세청을 조회기관으로 삼아 채무자의 근무처 또는 사업장을 조회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는 것을 논의할 필
요가 있다. 채무자의 부담이 우려된다면 일본과 같이 특정 채권만이라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3) 통합재산조회절차 도입
채무자의 금융 및 기타 재산을 조회할 때 수많은 대상 중에서 채권자가 조회기관을 선택하는 방식을 탈피해 금융재산을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조회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절차가 실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화 되어있는 금융기관의 독자적인 업무 시스템 문제를 극복하여야 하며, 상당히 요원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금융권의 협력이 절대로 필요하므로 그들의 협조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인적 물적 범위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54)
54) 김종호, “재산명시제도의 실효성 확보방안: 영국의 재산동결명령과 재산개시명령을 중심으로”, 경희법학 제47권 제4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549면. |
하지만, IT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사회적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국세청의 경우처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55) 또한, 조회 시점에서만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변동 재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제도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시스템을 개선하여 채무자의 재산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을 간편하게 알 수 있도록 하고 관련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여 제도의 효용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채권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제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채무자의 재산을 제3자에게 이전시킨 경우, 그러한 사례를 유형화하여 이에 대한 민사법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금융조회권, 신용정보제공을 위한 근거 법률안이 필요하다.
55) 국세청의 경우, ‘금융재산 일괄조회’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3조), 모든 금융기관을 통해 재산조회가 이루어지고 10년의 상속세, 증여세 부과 제척기간(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4항)을 고려해 대상 금융재산은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이내로 하고 있다 |
3.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의 개선
(1) 채무불이행자명부 통합관리
우리의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는 등재결정을 한 법원에서 그 명부를 관리한다. 따라서 각 지역의 법원별로 명부가 개별로 취급된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채무불이행자명부를 등재 신청하는 자는 강제집행을 위해 재산명시, 재산조회 등 다양하게 재산탐지를 시도했지만, 채무자의 재산정보에 다다르지 못한 채권자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후 수단을 활용하는 것인데, 힘겹게 채무불
이행자명부에 채무자를 등재시켜도 열람을 위해 각 법원에 시간을 내어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으로 제도의 목적과는 상반된 결과를 낳으며 채권자에게는 오히려 허탈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더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한다.
독일의 채무자목록 시스템을 살펴보면, 집행관에게 등재결정을 맡기고 채무자목록 등재명령이 발령되면 2주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주며, 그 시기가 지나간 후에 집행관은 등록명령을 즉시 중앙집행법원에 전자적으로 전송하게 되어있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82조d 제1항). 등재명부의 작성과 보관 및 비치를 중앙집행법원으로 통일함으로 실제적인 효용을 높였다. 이것은 통합 집중된 관할기관의 정보자료 전자화를 통해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를 현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56)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작성한 후 재판사무시스템에 전산 등록하여 온라인으로도 통합 관리한다면 제도의 존재가치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56) 김용진, “민사집행절차에서 채무자재산에 관한 정보공개 제도의 개선 방안”, 법학연구 제26권 제3호, 충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62면. |
(2) 온라인 열람·출력 시스템 도입
민사집행법 제72조 제4항에 따르면 채무불이행자명부나 그 부본은 누구든지 보거나 복사할 것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확인했듯, 등재결정을 한 법원에 비치하고 있어서 열람 또는 복사를 원할 때 해당 법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실제 열람·등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독일은 채무자목록을 각 주에 대해 하나의 중앙집행법원이 작성과 관리를 하며, 통일적으로 모든 주의 정보를 취합한 중앙집행법원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채무자목록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열람할 수 있게 제도화했다(독일 민사소송법 제882조h 제l항). 우리 법원도 재판사무의 인터넷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으므로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온라인으로 열람·출력할 수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채무자의 관할법원과 관계없이 채권자나 이해관계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채무불이행자목록의 열람 및 출력은 채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독일과 유사하게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로 한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이유는 복사의 경우 제3자가 목록상 정보를 임의로 활용하여 채무자의 신용이나 명예에 또 다른 영향을 미쳐 채무자의 인격권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도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사 신청은 채무자와 거래를 맺을 것을 소명한 자 등으로 제한하여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채무자에게 감치나 벌칙의 사유가 있을 때는 사법보좌관이 채무불이행자명부를 직권 등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57)
57) 강대성, 앞의 논문, 527면 |
4. 재산정보조회제도 입법론 제안
(1) 입법론 제안 배경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당사자들이 처한 상태를 그릇되게 파악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선택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회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고 정보가 없는 쪽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을 하는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와 같은 문제를 낳는다. 우리는 신뢰가 곧 경쟁력과 효율성을 대변하는 신뢰자본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법원에 대한 신뢰, 채무자에 대한 신뢰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현행 민사법 체계는 절차상 채무자의 채무액 확정에 방점을 두고 있지 피해자의 손해를 직접적으로 보장하는 데는 관련 절차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민사집행법 제26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접강제 조항도 주체가 1심 법원에 그치고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에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즉,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액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집행이 이루어져 곧바로 보전하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고,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계좌 명세를 기본으로 하는 자산 내용을 아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더불어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비협조적인 집행 태도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발생시킨다.
채권자의 재산권을 구제하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 개선 방안도 몇몇 한계가 있다. 재산명시제도는 명시기일에 참석한 채무자가 선서와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데 그쳐 채무자의 협력이 없어서는 불가능한 절차이고 간접강제를 통해 채무 변제의 자진 이행만을 기대해야 하며, 재산조회제도는 개선된 절차를 활용하여 채무자의 근무처(사업장)를 탐색하고 금융재산을 통합적으로 조회한다고 하더라도 재산탐지 의무가 채권자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조회하는 기간 동안 채무자의 재산 은닉, 관계 기관의 회신 기간 등 실무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제도 역시 현행 절차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뿐이지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재산탐지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재산은닉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가압류’와 ‘통정허위표시의 무효’, ‘독립당사자참가’ 절차를 비롯해 형법상의 ‘강제집행면탈죄’와 ‘사해행위취소’에 있어서 ‘사해방지참가’ 등도 책임재산의 확보 및 재산은닉 방지를 위해 보조적 기능을 하였지만, 채권자의 능력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수색하고 찾아낼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으로는 다소 미흡하였다.
궁극적인 민사집행을 위한 채무자 재산탐지에 국가가 오로지 채권자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끝내 소송절차에 대해 채권자의 환멸,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게 한다. 또한, 민사집행의 불능으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사인 간에 염가 거래하는 것, 흥신소와 사설탐정 등의 불법적인 정보 취득과 추심을 국가가 방조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법치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며 사회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의
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현행 절차상의 좀 더 나은 운용을 기대할 뿐이지 채무자 재산정보취득에 대한 접근 방안으로는 불완전하다. 따라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개선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독일, 일본의 재산명시(개시)제도 역시 그 상황이 다르지 않으나, 집행관과 제3자로부터 재산정보를 취득하는 데 국가의 힘을 일부 발동한다는 점, 미국은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를 통해 증언조서,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심문을 통해 당사자 사이의 원활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게 하고, 채권자가 채무자 또는 관계기관에 재산 관련 문서 및 물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하여 채권자의 재산탐지 의무를 덜고 있다는 점은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솔루션에 시사점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참고하고 외국의 선진 법제를 ‘이식 적합성’을 고려해 우리의 상황에 맞게 변환하여 새로운 국가의 제도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입법례가 없더라도 지나친 처분권주의,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재산탐지의 의무를 오로지 채권자만 부담하고, 채권자의 신청으로 재산정보 기관에 재산조회를 하는 것에 벗어나 개인에서 단체, 단체에서 국가로 재산정보조회의 의무와 역할을 확장해 정당한 채권자가 원활히 채무자
의 재산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사집행법의 존립 근거를 채권자의 온전한 피해 구제로 생각해야 함이 마땅한바, 앞에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 제도의 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의 재산 정보를 더욱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이른바 ‘재산정보조회제도’를 입법론으로 제안한다. 승소 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법원에 재산정보조회 신청을 하게 되면, 법원이 국토부, 국세청, 금감원 등을 포함한 모든 재산 관련 기관에 조회 요청을 하고 채무자의
재산정보 내용을 일괄 회신 받아 채권자에게 한정된 채권액 범위 안에서 답을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절차는 판결 후에 채무자의 재산을 찾고 채권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강제집행절차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정보조회제도는 유의미한 입법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재산정보조회제도의 도입은 재산탐지 영역의 구조적 편재 문제를 해소하여 공정성과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채권자에게 치중된 채무자의 자산 파악 등에 대한 비대칭성이 해소되어 당사자들이 객관적인 사안 파악을 할 수 있고, 판결 후 채무자의 재산 추적에 따라 강제집행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실효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며 나아가 심리 충실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반사적으로 채권자의 집행 포기나 채무자의 재산 추적의 어려움을 이용한 채무자의 악용을 방지하는 등의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나라의 재산조회 관련 특별법 검토
우리나라는 상속인에 한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정보를 일괄 취합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상속인의 세금, 부동산, 차량, 연금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세청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와 조회신청일 기준으로 금융회사에 남아있는 피상속인의 모든 금융채권(예금, 보험, 증권), 금융채무 및 보관금품과 같은 금융재산내역을 일괄 확인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가 그것이다. 피상속인의 금융재산 및 채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각 기관, 회사를 일일이 방문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내고자 시행된 제도다.
상속인이 전국 시·구청 및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서나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사망한 지 1년 이내에만 신청이 가능하고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는 그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 신청서 접수 2. 각 금융협회에 피상속인의 재산조회 요청58) 3. 각 기관의 재산조회 내역 상속인에게 회신(SMS 문자메시지 등) 4. 접수 15~20일 후, 취합된 조회 결과 홈페이지 게재 5.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내역을 확인한 후, 금융기관에 방문하여 인출 및 상속 제반 업무 수행의 순으로 절차가 이루어진다.
58) 금융회사는 사망자의 계좌에 대해 조회신청사실을 통보받게 되면 통상 해당 계좌를 임의로 거래 정지 하고 입·출금 등을 제한한다. 이후 기관에 방문한 상속인을 소명한 자가 청구할 시 해당 계좌 금액을 지급한다. |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사망자 및 피후견인 등 재산조회 통합처리에 관한 기준’에 근거하여,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의 ‘업무위수탁계약’, 상속인 조회 서비스 업무처리 시에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 제2항에 의거 금융회사 취급자는 상속인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의무 수반)’, ‘금융위설치법 시행령 제22조2 제1항 1의
2호’에 의거 주민등록번호 처리(수집·이용·제공 등)에 근거하여 제도화되었다. 대상이 되는 공제회, 파산금융회사 등을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우리나라는 개정가사소송법에서 재산명시(가사소송법 제48조의2)와 재산조회(동법 제48조의3)의 규정을 신설해 재산분할, 부양료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을 위하여 해결이 곤란하고 특히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해당 절차를 본안 소송과 함께 진행할 수 있게 하였다59).
59) 가사소송규칙 제95조의2에서 제95조의8까지 재산명시 및 재산조회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
실무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재산분할 또는 양육비 사건에서는 상대방 일방의 재산 유무가 중요하기에 대부분 이러한 절차가 병행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소송당사자가 서면으로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도 있으나 소송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담당 판사의 직권으로 재산명시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다수다. 재산명시명령의 이행의무자는 일정 기간 안에 재산목록을 제출하게끔 되어 있지만 이행 의무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이때는 불이행자에게 과태료 처분이 직접적으로 내려지기보다는 변론기일에 담당 판사의 경고와 권고로 소송 판결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두려워하는 이행의무자가 자진 이행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도 채무자의 재산 등에 관해 조회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조). 채권자의 신청으로 채무자에 대한 재산명시명령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으며, 법원이 필요에 의해 관련 기관에 채무자의 재산을 조회할 수도 있다. 채무자 심문기일에 맞춰 먼저 재산명시명령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위의 두 특별법에서는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에 의존해야 해서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재산조회절차도 어쩔 수 없이 해당 제출된 재산목록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간편하게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정인의 재산정보를 일괄 조회할 수 있고 이미 그 시스템이 정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 제도의 개선 방안에 이러한 재산조회 체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재산정보조회제도의 활용 방안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 중 채무자의 재산을 알지 못해 강제집행신청을 하는 데 곤란을 겪는 자가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정보조회신청’을 하여 채무자의 재산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소모하지 않도록 신청이 없으면 수행할 수 없는 수동형 서비스(Passive Service), 당사자 신청주의로 운용하되 신청 편의성을 고려하여 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한다.
해당 제도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허가제로 운영하여야 하고 채권자의 신청을 받은 법원의 민사집행과는 재산정보조회 전담 판사에게 사건을 배정하고 그 담당자는 구속영장실질심사처럼 ‘채무자실질심사’를 검토해야 한다. 명령의 실질적인 요건들이 부합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후에 국세 징수 예에 따라 재산정보조회 명령을 내린다. 채무자의 재산은닉, 사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과정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재산정보조회명령은 국토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부동산, 차량, 예금, 연금, 보험 등을 포함한 채무자의 재산을 관련 기관이 법원에 제출하게끔 통보하고, 각 기관은 채무자의 재산을 정리하여 법원에 답변한다. 법원은 이를 일괄 취합하여 채권자가 변제받아야 할 채권금액에 한해 변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재산을 선택해 채권자에게 서면 통지하고 통지된 서면에 기재된 비밀번호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내용을 게재한다.60) 재산탐지 조사비용은 향후 강제집행 시 집행비용에 산입되도록 하고 채무자의 재산 매각, 추심 절차에서 변제받도록 하여 동시에 채무자의 자진 변제를 간접적으로 유도한다.
60) 형사사건의 사건내역 확인이나 동산집행의 사건내역 확인 시 비밀번호를 활용하는 것과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의 홈페이지 게재 절차에서 착안하였다. |
(4) 채권자 권리와 채무자 개인정보보호의 조화
재산정보조회제도는 집행권원을 근거로 채무자와 그 관계인, 법원을 통해 재산관계기관에 채무자의 정보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채권자의 재산에 관한 사법적 가치와 채무자 개인정보보호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공직자들이 공직윤리시스템에 재산 신고를 할 때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를 작성한다거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의 재산 공개 기간을 3개월로 한정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채무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재산명시 제도를 실시하기 전, 집행관에게 채무자에 대해 정보의 제공을 먼저 청구하는 질문권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듯 개인정보는 사회의 민감한 주제이다.61)
61) 정선주, "민사소송절차에서 개인정보의 보호", 성곡논총 제31권 제2호, 성곡언론문화재단, 2000, 439면. |
강제집행절차는 다른 쟁송절차가 그렇듯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있어서 어느 한쪽을 경시해서도 일방적으로 편들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사권에 국가가 관여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채권자의 재산권 보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채무자의 재산집행을 위해 채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모두 개인정보로써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기에 법관은 합리적 필요성을 고려해야 하고, 적절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재산권의 개념적 한계 내지 재산권의 본질에 반하는 내용의 입법, 즉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화에 대한 사용·수익과 원칙적인 처분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법은 지양해야 하고 사유재산제도의 본질을 부정하는 입법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62)
62) 차진아, “재산권 보장의 상대화와 입법자의 역할 -헌법 제23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시론-”, 고려법학 제76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2015, 167~170면 |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산정보조회제도는 엄격한 요건 하에 명령이 내려져야 할 것이며, 오로지 공적 기관인 법원이 관계기관에 요청했을 때만 채무자의 모든 재산정보취득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과 재산정보 관계 기관의 재산정보 전달 방식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에 근거해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공개청구정보를 비공개로 심사하는 ‘인카메라(In Camera)’ 심리 제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법원만 채무자의 모든 재산 내용을 알고 있게 하는 것이다. 채권자에게는 채무자의 재산 중 처분 및 기타 추심 절차를 통해 채권액을 변제 할 수 있는 재산만 공개해도 그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5) 법원 부담 완화와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단독 집행기관 설립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입법론으로 제안한 ‘재산정보조회제도’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중 법원의 업무 과중이 가장 큰 문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도입된다면 재산정보조회를 신청하는 채권자의 수가 적지 않을 것이고, 사건을 신청받고 판단하여 명령·결정하는 법원의 인력과 장소는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현 상태를 유지한 체, 법원직 공무원과 판사의 수를 무작정 늘린다면 그에 수반되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집행부서를 법원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별로 집행기관(가칭 ‘집행청’)을 두어 민사집행업무만을 맡도록 하고, 재산정보조회제도는 ‘전담 판사제’를 도입해 담당 판사가 재산정보조회 사건을 처리하기로 한다. 이렇게 단독 집행기관인 ‘집행청’을 설립하는 것은 법원 업무 부담 완화와 집행 전문성 제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
법원 민사집행과에서 민사집행업무를 수행했던 것을 집행청이 그대로 가져오면서 기존 법원의 다른 업무 집중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사건 처리 속도를 향상하게 할 수 있다. 하나의 기관이 집행 사건만 관리하며 일관된 기준과 절차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다. 집행청은 통일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여 민사집행 절차를 진행하므로 일관성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자율적인 단독 집행기관으로서 자체적인 운영 및 조직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집행청은 민사집행에 특화된 전문 기관으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축적된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능률적인 집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집행업무의 연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집행전문 사무직의 양성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63) 집행전문기관이 설치되고 집행전문 인력이 양성되면 앞서 살펴본, 채무자의 업무 현장에 지정된 집행보조인을 임하게 하여 매출수익 등을 점유 취득함으로써 그때마다 즉
시 추심하는 미국의 집행보조인제도의 차용 역시 생각해 볼 수 있다.
63) 조현욱, “재산형 집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법학논총 제38권,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20 16, 221면. |
관료적 인식에서 벗어나 집행 담당 판사는 아니지만 집행관에 초점을 맞춰 집행관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집행 활동을 하게 하여 신속한 집행을 이루고 수수료제를 도입해 집행의 능률을 향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동산 집행이나 채권집행 등을 포함한 민사집행 업무를 비송사건으로 집행관이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64)
64) 송하진, 앞의 논문, 192면. |
아직 민사집행만을 담당하는 단독 집행기관의 국내외 사례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금융범죄집행국(FinCEN)'을 따로 설치하여 법의 집행 목적을 위해 금융거래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정부의 모든 단계의 집행기관과 연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14년 영국 내무부(Home Office)는 여러 기관과 협력하여 집행기관의 금윰범죄수사관을 지원하기 위한 자산집행전담팀(Asset Confiscation Enforcement)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65)
65) 강석구외 5명, “주요 해외국 법집행기관의 금융거래추적 운영 실태에 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7, 49~99면 참조 |
우리나라는 1963년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가사와 소년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정법원을 서울에 설치하였고 50년간 운영되어오다가 2011년 4월, 부산가정법원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광주 등에 가정법원이 들어섰다. 또한, 도산사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미국의 파산법원(Bankruptcy Court)을 참고해 2017년 3월 1일, 서울회생법원이 설치되었고, 2023년 3월, 수원과 부산에도 단독 회생법원이 개원하였다.
최근에는 해상에서 선박의 운항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처리하는 법원인 ‘해사법원’을 설치하자는 견해도 조명받고 있다. 바다 고유의 위험과 선박 기술의 특수성으로 관련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전문 지식,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중화인민공화국은 최고인민법원, 지방 각급 인민법원과 군사법원 등 전문법원을 설립한다"는 헌법 규정하에 독립적인 해사법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대 국회에서 김영춘 의원 외 3명이 해사법원 설치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어서 21대 국회에서도 윤상현 의원 외 3명이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발의하였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보면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사집행전문 기관의 설치 역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행청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므로 광범위한 제도적 구축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집행청의 운영을 위해서는 인력 및 재정 자원을 확보해야 해서 정부 예산의 증액이 필수적이고 자원 관리 역시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이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예상치 못하는 여러 가지 법률 및 제도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집행청이 너무 많은 자율성을 가질 경우 감독 및 균형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부정행위나 권력 남용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으며, 초기에는 집행청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적응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시간과 경험을 통해 체계를 성숙시켜야 하는 것이 해결 과제
다. 집행청 설립은 재산정보조회제도와 더불어 민사집행 절차의 효율성과 법원 부담 경감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나, 이를 실제로 실행하려면 정교한 법률 및 제도적 구축, 재원 확보, 균형 있는 감독 체계 등을 면밀히 고려하여 계획 및 시행해야 한다.
V. 결어
민사 분쟁을 당사자끼리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원고는 많은 시간 및 비용을 소모하고 노력하여 판결이라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재판이 빠르고 공정하게 진행돼 적정한 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 판결에 따른 채무자의 자진 이행이나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이 적절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 판결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판결의 선언만 있고 판결의 실질적 권리 실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채무자의 재산을 알기만 하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나, 현행 제도상 도저히 그 책임재산을 찾을 방법이 없어 발생하는 법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국들은 민사집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고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고유의 특징이 있는 나름의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의 경우 우선으로 당사자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판결 후 재산개시제도와 법원이 개입하는 집행보조절차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서 집행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채무자가 절차에 불응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강력하게 개입하는 등의 간접강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재산명시명령에 불응하는 채무자에게 감치와 벌칙 외로 존재하는 강제구금, 질서구금 등의 인적 집행절차로 비교적 강력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으며, 재산목록을 중앙집행법원에서 전자적 형태로 관리하여 채권자가 언제든지 강제집행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접근 및 열람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집행관이 채무자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재산개시절차를 도입해 제도화하였으나 우리나라를 참고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재산명시제도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제3자로부터 채무자의 다양한 재산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는 채권자의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를 위해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제도 또한 살펴보았다. 대표적으로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제도에 한해 민사집행 실효성 강화의 측면에서 비교법적으로 검토해 보면서 여러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산명시절차에서는 재산목록 제출의 형식화, 재산명시 대상의 범위 및 감치의 위하력 문제를, 재산조회제도는 재산명시의 전치 문제, 통합적 조회의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에서는 채무불이행자명부 열람 방식 문제와 간접강제 기능의 부재를 확인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강제집행을 위한 채권자의 궁극적 목표이자 민사집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본질적인 고민거리인 채무자의 재산정보에 대한 접근 방안을 중심으로 하여 주요국의 선진 사례와 국내외 문헌들을 참고해 현행 제도의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았다. 재산명시제도는 재산목록 제출의 범위 확장, 제출 기간의 연장,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까지 신청 요건을 완화해 채권자에게 있을 혹시나 하는 불이익을 막고, 독일을 참고해 감치와 벌칙을 강화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을 제안했다. 재산조회제도는 일본의 재산명시 전치 일부 폐지, 제3자로부터의 채무자 재산정보 취득제도를 참고해 현재의 발달한 금융정보망을 활용하여 재산조회절차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열람, 출력의 번거로움, 채무자 재산탐지 기능 부재의 이유로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 또한, 독일과 마찬가지로 중앙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 온라인 서비스를 정립하여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집행권원으로 판결서나 공정증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보안관이 채무자의 정보를 따로 기록하는 것에 착안하여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재산정보 등을 상세하게 집행권원에 추가 기재하거나 판결 선고에 맞춰 집행정보부를 만드는 개별 시스템을 갖춰 다음에 소재지 불명의 상황이 생겼을 때 채무자의 재산 정보를 탐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재산조회를 비롯한 차후의 강제집행 진행에 채권자는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민사 분쟁에 있어 사법부의 판결문이 추상적인 문자 자체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판결의 주문이 현실에서 실현되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은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행 제도 개선 방안에도 채무자의 재산정보에 대한 탐지가 실제 효율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채무자의 자발적 협력 없이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채무자 및 제3채무자, 관계인, 관계기관에 정보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절차인 미국의 판결 후 재산개시절차와 독일과 일본의 재산정보취득절차를 실마리로 하면서 채무자 재산정보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개선 방
안을 제안했다. 현행 제도인 재산명시제도, 재산조회제도, 채무불이행자명부제도를 보완하여 채권자에게 보다 도움이 되는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임은 분명하고 또 다른 방안으로써의 ‘재산정보조회제도’ 도입을 입법론으로 제안해 민사집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산탐지 영역을 보다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게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해 본 것이다.
재산정보조회제도는 채권자에게만 부담되었던 재산탐지 의무를 국가 공권력에 전가하고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법원이 일괄 취합·수집해 채권자가 변제받아야 할 채권 금액에 알맞은 재산정보를 채권자에게 제공함으로 적절한 강제집행의 대상을 확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가 확립된다면 당면한 집행제도 문제 일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권리의 약자를 위한 국가의 공권력을 제도화해 사회적 공헌에 기여하고 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드높이며,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채무자의 재산정보에 국가 또는 채권자가 어느 정도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 기반 구축, 협의 등에 상당한 시간도 소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도기적으로는 현행 제도를 최대한 발전하는 방향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원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단독 집행업무 기관인 ‘집행청’ 설립을 고려해 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집행청 설립은 법원의 업무 부담 감소, 전문성 강화, 집행과 관련한 일관된 기준과 절차 수립, 자율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지만 제도적 구축이 필요하고 집행청 운영을 위해서 자원 확보와 지속적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집행청의 자율성이 독이 되어 감독 및 균형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부정행위나 권력 남용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산정보조회제도 도입을 고려하면서 집행청 설립 문제 역시 충분한 시간과 검토를 통해 입법하고 실무 현장에 차근차근 적용해 나가면서 성숙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개선 방안을 채권자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법률, 제도, 기술적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하여 개정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보호를 위해 어떻게 후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66) 또한,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정보공개 제도의 의의와 절차에 대한 교육과 안내를 제공하여 양측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민사집행 절차의 투명성, 효율성, 권리 보호 측면에서의 발전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66) 서현웅/김정환, 재산명시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연구보고서, 사법정책연구원, 2020, 16면. |
본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사집행제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을 하나의 시작으로 관련 문제의 검토가 활발히 진행되고,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법제도 마련, 재산집행 관련 업무를 하는 실무가들의 책임 의식과 집행업무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을 개선하며 후속 연구에도 일조하기를 바란다.
대법원 2012.1.12.선고 2011다78606 판결 【청구이의】, [공2012상,264] 【판시사항】 [1] 권리자가 피고로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와 시효중단의 효력발생시점 및 권리자가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되는 등의 사유로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된 경우, 민법 제170조 제2항 이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 [3]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경우, 연대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4] 갑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을이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연대보증한 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강제조정결정이 내려져 확정된 날로부터 9년 4개월이 지난 후 그 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경매개시결정을 받았고, 그 후 을이 갑과 병을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이 갑과 병에게 송달되었는데, 갑과 병이 그 결정을 송달받은 때부터 6월 내에 구상금채무가 변제 등으로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자 을이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주장하였지만, 갑의 소취하서 제출로 소가 종료되었음에도 을은 그때부터 6월 내에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안에서, 주채무인 갑의 구상금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병의 연대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68조 제1호 , 제170조 제1항 에서 시효중단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의 청구란, 통상적으로는 권리자가 원고로서 시효를 주장하는 자를 피고로 하여 소송물인 권리를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를 가리키나, 이와 반대로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 위와 같은 응소행위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피고가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여 응소한 때에 발생하지만, 권리자인 피고가 응소하여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되는 등의 사유로 본안에서 권리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된 경우에는 민법 제170조 제2항 을 유추적용하여 그때부터 6월 이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한 경우에 한하여 응소 시에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을 하고 그 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었다면 거기에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 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 [3] 연대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경우에는 연대보증채무도 그 채무 자체의 시효중단에 불구하고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한다. [4] 갑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을이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연대보증한 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강제조정결정이 내려져 확정된 날로부터 9년 4개월이 지난 후 그 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경매개시결정을 받았고, 그 후 을이 갑과 병을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재산명시결정이 갑과 병에게 송달되었는데, 갑과 병이 재산명시결정을 송달받은 때부터 6월 내에 구상금채무가 변제 등으로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자 을이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주장하였지만, 갑이 제1심판결에 항소한 후 소취하서를 제출하여 갑의 을에 대한 소가 소취하로 종료되었음에도 을은 그때부터 6월 내에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의 을에 대한 소가 소취하로 종료된 때부터 6월 내에 주채무인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하지 않아 을의 응소행위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됨으로써 주채무인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는 이미 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10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나아가 을의 신청에 의한 경매개시결정으로 병 소유 부동산이 압류됨으로써 또는 병이 제기한 소에 대한 을의 응소행위로 병의 을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 하더라도 주채무인 갑의 을에 대한 구상금 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이상 병의 을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도 그 채무 자체의 시효중단에 불구하고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1호 , 제170조 / [2] 민법 제174조 , 민사집행법 제61조 , 제62조 / [3] 민법 제169조 , 제430조 , 제440조 / [4] 민법 제168조 제1호 , 제169조 , 제170조 , 제173조 , 제430조 , 제440조 , 민사집행법 제61조 , 제6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전원합의체 판결 (공1994상, 487),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다59383, 59390 판결 (공2006상, 174),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08다42416, 42423 판결 (공2010하, 1799) / [2]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41118 판결 (공1992, 1003),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공2001하, 1461) / [3]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다62476 판결 (공2002하, 1389)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희상) 【피고, 피상고인】 피고 【대상판결】 【원심판결】 울산지법 2011. 8. 11. 선고 2010나65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 제1항에서 시효중단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의 청구라 함은, 통상적으로는 권리자가 원고로서 시효를 주장하는 자를 피고로 하여 소송물인 권리를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를 가리키나, 이와 반대로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이에 포함되고, 위와 같은 응소행위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피고가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여 응소한 때에 발생하지만, 다만 권리자인 피고가 응소하여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그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되는 등의 사유로 본안에서 그 권리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된 경우에는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때부터 6월 이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한 경우에 한하여 응소 시에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08다42416, 42423 판결 등 참조). 또한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민사집행법 소정의 재산명시신청을 하고 그 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었다면 거기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재산명시결정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그로부터 6월 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는 등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절차를 속행하지 아니하는 한, 상실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2161 판결 등 참조). 한편 연대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경우에는 연대보증채무도 그 채무 자체의 시효중단에 불구하고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다6247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97년경 소외인 의 금융기관들에 대한 각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고, 1998년경부터 1999년경 사이에 소외인 을 대위하여 금융기관들에 대한 각 대출금채무 35,192,507원을 변제하였던 사실, 원고는 1998. 10. 17.경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위 대위변제금 상당액의 구상금채무(이하 ‘이 사건 구상금채무’라 한다)를 연대보증하였던 사실, 피고는 1999. 6.경 소외인 과 원고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위 대위변제금 상당액의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같은 법원은 위 사건을 조정절차에 회부한 다음 조정기일인 1999. 9. 20.에 ‘ 소외인 과 원고는 연대하여 피고에게 1999. 10. 5.까지 위 대위변제금의 원리금 합계액 4,400만 원 중 1,000만 원, 1999. 12. 31.까지 나머지 3,400만 원을 각 지급하되, 소외인 과 원고가 위 각 기일을 어길 때에는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는 취지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00. 3. 8.경 소외인 및 원고와 피고에게 모두 송달되어 2000. 3. 28. 확정되었던 사실, 피고는 울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부동산강제경매신청을 하여 2009. 7. 28. 같은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던 사실, 피고는 2009. 8. 18. 소외인 과 원고를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하였고, 그에 대한 재산명시결정이 2010. 2. 23. 소외인 과 원고에게 송달되었던 사실, 소외인 과 원고는 2010. 3. 3.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구상금채무가 변제 및 채무면제에 의하여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2010. 5. 11. 제1심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주장하였던 사실, 그 후 소외인 은 이 사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후 2010. 12. 3. 소취하서를 제출하였고, 피고가 2010. 12. 7. 소취하서 부본을 송달받고도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결국 2010. 12. 22.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소는 소취하로 종료되었던 사실, 피고가 위와 같이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소가 소취하로 종료된 때부터 6월 이내에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치를 취한 자료는 제출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주채무자인 소외인 에 대한 재산명시결정이 소외인 에게 송달된 때부터 6월 이내에 소외인 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에 대하여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주장하였으나,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소가 취하되는 사유로 본안에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되었고, 피고가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소가 소취하로 종료된 때부터 6월 이내에 주채무인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조취를 취하지 아니하였던바, 이로 인하여 피고의 응소행위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됨에 따라 주채무인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는 이미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된 때부터 10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채권자인 피고의 신청에 의한 2009. 7. 28.자 경매개시결정에 따라 연대보증채무자인 원고 소유의 부동산이 압류됨으로써 또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소에 대한 피고의 응소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주채무인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주채무인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가 위와 같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도 그 채무 자체의 시효중단에 불구하고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주채무자인 소외인 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에 대한 피고의 응소행위로 인하여 주채무인 소외인 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구상금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에 관한 원고의 소멸시효완성 주장을 배척한 것은 소멸시효의 중단과 연대보증채무의 부종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일환 신영철(주심) |
대법원 2007.11.29.선고 2007도8153 판결 【민사집행법위반】, [공2007하,2088] 【판시사항】 [1]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에 기재해야 하는 재산의 범위 [2]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특정 채권을 실질적 재산가치가 없다고 보아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채 제출한 행위가 민사집행법상 거짓의 재산목록 제출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집행법의 재산명시절차에 따라 채무자가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모두 기재하여야 한다. [2]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특정 채권을 실질적 재산가치가 없다고 보아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채 제출한 행위가 민사집행법상 거짓의 재산목록 제출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집행법 제68조 제9항 / [2] 민사집행법 제68조 제9항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대상판결】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07. 8. 30. 선고 2006노94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민사집행법의 재산명시절차에 따라 채무자가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모두 기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실질적 재산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공소외 주식회사 에 대한 채권 등도 재산목록에 기재하여야 하는 재산이라고 보아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재산목록을 제출한 피고인의 행위를 민사집행법상 거짓의 재산목록 제출죄로 의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의 규정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그 보다 가벼운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 의정부지방법원 2007.8.30.선고 2006노940 판결 【민사집행법위반】, [미간행]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정재훈 【대상판결】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6. 6. 1. 선고 2006고정353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주식회사 ○○건축이엔지 에 대한 채권은 집행이 어렵고, 고양시 일산구 소재 지하 2층 지상 10층 근린상가 및 오피스텔도 준공이 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재산가치가 없어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재산목록이 허위가 아니고 설령 재산목록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2004. 2. 10. 피고인이 제소한 의정부지방법원 2003가단3867 공사대금반환청구소송에서 주식회사 ○○건축이엔지 로부터 3,900만 원을 지급 받기로 하는 조정이 성립된 사실, 피고인은 2003. 9. 25.부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소재 지하 2층 지상 10층 근린상가 및 오피스텔의 건축주로 등재 되어 있는 사실, 피고인이 2003. 6.경 공소외 1 주식회사 (고소인 대표이사 공소외 2 )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2003가합76839호 매매대금청구소송사건의 조정판결에 터잡아 신청한 재산관계 명시신청사건( 2004카명2455 )에 관하여 2005. 3. 29. 15:00경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501호 법정에 출석하여 선서하고 현금 3만 원 이외 재산이 없다는 내용의 재산목록을 작성,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판단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에는 현실적인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피고인 소유의 재산은 모두 기재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재산목록의 기재 대상 여부를 판단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곤(재판장) 이언석 조윤정 |
대법원 2013.5.9.선고 2013다7516 판결 【대여금】, [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방법 및 채권자의 추단적 행위를 통하여 그가 채무의 면제 또는 면책을 하였는지 여부를 해석하면서 고려하여야 할 점 [2] 갑이 을 등을 상대로 ‘을 등은 연대하여 갑에게 차용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은 다음, 을의 형제인 병, 정과 ‘차용금 일부는 병과 정이 금전으로 변제하고, 나머지는 정이 설립·운영하는 무 주식회사의 주식으로 무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시점에 변제하기로 한다’는 등 내용으로 합의각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후 무 회사가 상장되지 않자 갑이 을 등을 상대로 지급명령에 기한 재산명시신청을 한 사안에서, 위 합의각서로써 갑이 지급명령에 기한 을 등의 차용금채무를 면제하거나 면책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 제453조 , 제506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 [2] 민법 제105조 , 제453조 , 제506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공2002하, 1479),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0505 판결 (공2010하, 2088)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미정) 【대상판결】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2. 12. 12. 선고 2012나814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등 참조), 채무의 면제 또는 면책은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무의 면제 또는 면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하나, 그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0505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차용금 9,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02. 1. 23.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9,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이라 한다)을 받은 사실, 원고는 2003. 10. 4. 피고 1 의 형제인 소외 1 , 2 (이하 ‘ 소외 1 등’이라 한다)와 사이에 소외 1 등은 피고 1 이 원고로부터 차용한 9,000만 원에 대하여 2003. 10. 15.까지 1,000만 원을 변제하고, 나머지 8,000만 원은 소외 2 가 설립하여 운영 중인 에치비아이 주식회사(이하 ‘에치비아이’라고 한다)의 주식 10,000주로 변제하기로 하되 그 변제시기는 에치비아이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는 시점에 주식을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작성한 사실, 위 합의각서에는 ‘원고는 향후 본 금전차용 건으로 인한 민, 형사상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에치비아이는 2003. 3. 28. 설립된 회사인데 원심 변론종결 무렵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았고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적도 없는 사실, 한편 원고는 2008. 11.경 피고들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재산명시신청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① 위 합의각서에는 소외 1 등이 원고에게 피고들의 차용금 채무를 대신 변제하겠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피고들의 차용금 채무에 대한 면제 또는 면책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기재가 없으며, ② 위 합의각서의 작성 당시 에치비아이는 설립된 지 6개월 정도 지난 회사로서 향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이 가능한지 여부와 그 시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소외 1 등으로부터 1,000만 원을 지급받고 에치비아이의 코스닥 시장 상장 시점에 그 주식 10,000주를 양도받게 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지급명령까지 확보하여 둔 피고들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면제하거나 면책하였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가, ③ 위 합의각서에 기재된 ‘원고는 향후 본 금전차용 건으로 인한 민, 형사상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라는 문언은 소외 1 등이 위 합의각서에 따른 약정을 모두 이행할 경우 피고들의 차용금에 관한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볼 여지도 있는 등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를 피고들의 차용금 채무에 대한 면제 또는 면책의 의사표시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④ 나아가 원고는 위 합의각서 작성 후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재산명시신청을 한 반면, 피고들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으므로, 위 합의각서로써 원고가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피고들의 차용금 채무를 면제하거나 면책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합의각서로써 소외 1 등이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피고들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피고들의 차용금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처분문서의 해석과 채무의 면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
대법원 2003. 10. 14.자 2003마1144 결정 【채무감치】, [공2003.12.15.(192),2296] 【판시사항】 [1] 민사소송법상 결정·명령의 송달형식 [2] 민사집행법 제62조 소정의 재산명시명령의 송달형식 (=등본 송달)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224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결정과 명령에는 판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같은 법 제210조 제2항 은 판결서는 정본으로 송달하도록 하고 있지만, 같은 법 제178조 제1항 이, 송달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송달받을 사람에게 서류의 등본 또는 부본을 교부하여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결정·명령이 집행권원이 되는 등 그 성질상 정본의 송달을 필요로 하거나 또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정·명령의 송달은 같은 법 제178조 제1항 에 따라 그 등본을 송달하는 방법에 의하더라도 무방하고, 반드시 정본으로 송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민사집행법 제62조 제1항 , 제4항 은 재산명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법원이 결정의 형식으로 재산명시명령을 한 때에는 그 결정을 채무자에게 송달하도록 하면서도 정본으로 송달할 것인지 아니면 등본으로 송달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같은 법 제23조 제1항 은 민사집행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집행절차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재산명시명령은 그 성질상 정본의 송달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재산명시명령의 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 에 의하여 그 등본으로도 가능하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 , 제210조 제2항 , 제224조 제1항 / [2] 민사집행법 제23조 제1항 , 제62조 제1항 , 제4항 ,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 【전문】 【재항고인】 재항고인 【대상판결】 【원심결정】 서울지법 2003. 5. 22.자 2003정로3 결정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민사소송법 제224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결정과 명령에는 판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같은 법 제210조 제2항은 판결서는 정본으로 송달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이, 송달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송달받을 사람에게 서류의 등본 또는 부본을 교부하여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결정·명령이 집행권원이 되는 등 그 성질상 정본의 송달을 필요로 하거나 또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정·명령의 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에 따라 그 등본을 송달하는 방법에 의하더라도 무방하고, 반드시 정본으로 송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리고 민사집행법 제62조 제1항, 제4항은 재산명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법원이 결정의 형식으로 재산명시명령을 한 때에는 그 결정을 채무자에게 송달하도록 하면서도 정본으로 송달할 것인지 아니면 등본으로 송달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같은 법 제23조 제1항은 민사집행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집행절차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재산명시명령은 그 성질상 정본의 송달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재산명시명령의 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에 의하여 그 등본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강신욱(주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