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까지 맞물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베이비붐 은퇴세대나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악순환은 시작된다. 장사는 안되는데 매달 이자 부담에 허덕이면서 폐업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영업자가 몰락하면 중산층 붕괴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자영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의문이다.


내수 부진·김영란법 여파 자영업 위기
500조 빚더미…‘창업 점포 수만큼 폐업’
대기업 은퇴 후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털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볶음밥 전문식당을 차린 유진홍 씨(가명). 홍대 상권에서도 가장 번화했다는 ‘걷고싶은거리’ 일대 2층 점포를 빌려 장사를 시작했다. 나름 식당 인테리어에도 3000만원가량 거금을 투자해 ‘어엿한 내 가게’를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참 바쁠 듯싶다.
하지만 유 씨는 벌써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식사 시간에도 손님이 별로 없는 데다 1인분에 8000~9000원대 음식을 팔아서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 40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4명 인건비 900만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유동인구 많은 상권에 식당을 열면 매출은 걱정 없겠다”고 판단한 게 화근이었다. 평생 회사만 다니다 속성으로 요리에 입문한 유 씨의 식당은 온갖 개성이 넘치는 홍대 상권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폐업만은 면한 채 가게를 유지해도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경기 일산신도시 마두동 주택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수영 씨는 요즘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500m 남짓한 이 길목에 커피숍만 20곳 넘게 포진해 있다. 커피를 함께 파는 빵집이나 제과점까지 포함하면 경쟁 매장은 더 많다. 지난해 말엔 같은 골목에 스타벅스까지 입점하면서 인근 커피숍 주인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길목은 역세권도, 그렇다고 중심 상권도 아니어서 유동인구가 한정돼 있다. 커피숍이 늘어날수록 손님도 매출도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 같은 길목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음료값을 정가보다 30~50%가량 낮춰 판매하는, ‘할인행사 아닌 할인행사’를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맞은편에 입점해 있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4100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까지 낮췄다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올 초 문을 닫았다.
“커피숍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렇다 보니 크지도 않은 상권에 일 년에도 커피숍만 몇 차례씩 개업하고 폐업하길 반복한다. 하루 종일 텅 빈 가게를 지키면서 옆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음료야 메뉴가 뻔한데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격을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게를 운영할 수 없을 지경이다.” 김수영 씨의 한숨 섞인 토로다.

500조 빚더미…‘창업 점포 수만큼 폐업’
대기업 은퇴 후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털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볶음밥 전문식당을 차린 유진홍 씨(가명). 홍대 상권에서도 가장 번화했다는 ‘걷고싶은거리’ 일대 2층 점포를 빌려 장사를 시작했다. 나름 식당 인테리어에도 3000만원가량 거금을 투자해 ‘어엿한 내 가게’를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참 바쁠 듯싶다.
하지만 유 씨는 벌써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식사 시간에도 손님이 별로 없는 데다 1인분에 8000~9000원대 음식을 팔아서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 40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4명 인건비 900만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유동인구 많은 상권에 식당을 열면 매출은 걱정 없겠다”고 판단한 게 화근이었다. 평생 회사만 다니다 속성으로 요리에 입문한 유 씨의 식당은 온갖 개성이 넘치는 홍대 상권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폐업만은 면한 채 가게를 유지해도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경기 일산신도시 마두동 주택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수영 씨는 요즘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500m 남짓한 이 길목에 커피숍만 20곳 넘게 포진해 있다. 커피를 함께 파는 빵집이나 제과점까지 포함하면 경쟁 매장은 더 많다. 지난해 말엔 같은 골목에 스타벅스까지 입점하면서 인근 커피숍 주인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길목은 역세권도, 그렇다고 중심 상권도 아니어서 유동인구가 한정돼 있다. 커피숍이 늘어날수록 손님도 매출도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 같은 길목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음료값을 정가보다 30~50%가량 낮춰 판매하는, ‘할인행사 아닌 할인행사’를 1년 내내 진행 중이다. 맞은편에 입점해 있던 또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4100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까지 낮췄다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올 초 문을 닫았다.
“커피숍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렇다 보니 크지도 않은 상권에 일 년에도 커피숍만 몇 차례씩 개업하고 폐업하길 반복한다. 하루 종일 텅 빈 가게를 지키면서 옆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음료야 메뉴가 뻔한데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격을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게를 운영할 수 없을 지경이다.” 김수영 씨의 한숨 섞인 토로다.

480조원.
국내 자영업자 550만명이 보유한 부채 규모다. 회사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 노년층뿐 아니라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층까지 생계형 창업에 몰려들면서 자영업자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야말로 ‘빚더미’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480조2000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57조7000억원(13.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4년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지만 2015년 13.5%, 지난해 13.7%로 매년 높아지는 중이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300만원(지난해 3월 기준)으로 상용근로자 가구보다 1.5배나 많다.
심지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이 520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는 신용평가사 한국신용정보 통계도 나왔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한국은행 통계는 자영업자 대출 위험을 반영하지 못했지만 한국신용정보는 이런 통계까지 감안했다.
자영업자 빚이 늘어난 건 장사가 잘 안 된 탓도 있지만 종잣돈 없이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올 2월 기준)에 달한다. 1년 전보다 21만3000명이나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점. 매달 임대료에 이런저런 경비를 제하면 도무지 남는 돈이 없다는 호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 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 빚이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랜 불황에 가계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로 자영업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탓이다.
그나마 장사가 잘된다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폐업한 프랜차이즈 식당 수는 전년(1만1158곳) 대비 19%가량 늘어난 1만3241곳이나 됐다. 하루 평균 36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업종별로는 한식이 가장 많았고 치킨전문점, 주점, 분식집,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이 뒤를 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개, 폐업은 65만개에 달했다. 창업 점포 못지않게 폐업 점포가 넘쳐난다는 의미다.

국내 자영업자 550만명이 보유한 부채 규모다. 회사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 노년층뿐 아니라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층까지 생계형 창업에 몰려들면서 자영업자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야말로 ‘빚더미’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480조2000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57조7000억원(13.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4년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지만 2015년 13.5%, 지난해 13.7%로 매년 높아지는 중이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300만원(지난해 3월 기준)으로 상용근로자 가구보다 1.5배나 많다.
심지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이 520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는 신용평가사 한국신용정보 통계도 나왔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한국은행 통계는 자영업자 대출 위험을 반영하지 못했지만 한국신용정보는 이런 통계까지 감안했다.
자영업자 빚이 늘어난 건 장사가 잘 안 된 탓도 있지만 종잣돈 없이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올 2월 기준)에 달한다. 1년 전보다 21만3000명이나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점. 매달 임대료에 이런저런 경비를 제하면 도무지 남는 돈이 없다는 호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 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 빚이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랜 불황에 가계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로 자영업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탓이다.
그나마 장사가 잘된다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폐업한 프랜차이즈 식당 수는 전년(1만1158곳) 대비 19%가량 늘어난 1만3241곳이나 됐다. 하루 평균 36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업종별로는 한식이 가장 많았고 치킨전문점, 주점, 분식집,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이 뒤를 이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개, 폐업은 65만개에 달했다. 창업 점포 못지않게 폐업 점포가 넘쳐난다는 의미다.

임대료 부담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실제로 먹거리 창업 시장에선 한순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도 금세 자취를 감춰버리는 아이템이 수두룩하다. 유행하는 모습에 현혹돼 ‘끝물’에 창업했다 손해만 보고 문을 닫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한 폐업 전문업체 관계자는 “창업할 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려다 보면 원가율 낮은 음식점 창업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1년 내 절반가량이 폐업한다. 새로 문을 여는 가게 못지않게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 보니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같은 중고 주방기기 판매상에는 재고만 쌓여간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영업자 550만명 넘어서
실직자들 자영업에 내몰리는 중
청탁금지법 시행도 자영업자 위기에 한몫했다. 대표적인 업종이 화훼업종이다. 기업 수요가 줄다 보니 최근 소리 소문 없이 문 닫은 영세 화훼업체가 쏟아진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국내 화훼업체들은 관공서에 화환을 선물하는 기업고객이 주요 매출원이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는 화훼업체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과천 화훼단지 일대에선 점포마다 매출이 40~50%씩 빠졌다며 하소연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영업자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일단 치킨전문점, 카페 등 과당경쟁 업종을 과밀지역에 창업할 경우 대출할 때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상권 과밀지역으로 꼽히는 홍대, 가로수길 일대에 치킨집, 레스토랑을 창업하면 대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의미다. 또 자영업 대출 증가 원인인 부동산 임대업 명목의 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번 대출 규제로 자영업자 반발이 거세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 지원금만 늘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공급과잉으로 자영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창업 지원만 늘리면 오히려 기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창업을 막을 게 아니라 무분별한 창업에 제동을 걸고 창업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창업 정보에 어두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재창업할 때 기존 업종을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비 자영업자들이 과밀업종을 피하고 ‘블루오션’ 업종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유망업종에 도전할 수 있게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노승욱·정다운·서은내·나건웅·김기진 기자 / 사진 = 윤관식·최영재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국내 자영업자 550만명 넘어서
실직자들 자영업에 내몰리는 중
청탁금지법 시행도 자영업자 위기에 한몫했다. 대표적인 업종이 화훼업종이다. 기업 수요가 줄다 보니 최근 소리 소문 없이 문 닫은 영세 화훼업체가 쏟아진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국내 화훼업체들은 관공서에 화환을 선물하는 기업고객이 주요 매출원이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는 화훼업체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과천 화훼단지 일대에선 점포마다 매출이 40~50%씩 빠졌다며 하소연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영업자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일단 치킨전문점, 카페 등 과당경쟁 업종을 과밀지역에 창업할 경우 대출할 때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상권 과밀지역으로 꼽히는 홍대, 가로수길 일대에 치킨집, 레스토랑을 창업하면 대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의미다. 또 자영업 대출 증가 원인인 부동산 임대업 명목의 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번 대출 규제로 자영업자 반발이 거세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 지원금만 늘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공급과잉으로 자영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창업 지원만 늘리면 오히려 기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창업을 막을 게 아니라 무분별한 창업에 제동을 걸고 창업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창업 정보에 어두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재창업할 때 기존 업종을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비 자영업자들이 과밀업종을 피하고 ‘블루오션’ 업종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유망업종에 도전할 수 있게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노승욱·정다운·서은내·나건웅·김기진 기자 / 사진 = 윤관식·최영재 기자 / 그래픽 : 신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