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008년 금융위기 후 투자금 전액 손실 낸 경우 있어
금융당국 "스트레스 테스트 통해 집중 점검"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김민성 기자 = 2007년 국내 최초로 미국 뉴욕 맨하튼 한복판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가 등장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인접한 임대아파트 단지를 매입해 고급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총 매입금만 64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싱가포르 투자청(5억7500만달러), 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5억달러) 등 전 세계 주요 투자가들이 몰렸다. KB자산운용은 공무원연금공단 등 국내 연기금 7곳으로부터 투자금 1억4000만달러(1700억원)를 유치해 지분 투자 형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기대수익률 연 11%의 장밋빛 미래는 참담하게 무너졌다. 2008년 불거진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다. 아파트 임대료가 떨어지고 공실률이 늘면서 수익성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악화했다. 결국 프로젝트 시작 2년7개월 만인 2009년 11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백지화됐다. KB운용과 연기금 투자자들은 투자원금 전부를 고스란히 잃었고, 손실액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고 투자 담당자가 타부서로 전출되는 등 여파가 도미노처럼 잇따랐다.
부동산 펀드가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상품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저금리와 박스권 증시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부동산 펀드가 다시 흥행몰이하고 있지만 이를 우려스럽게 지켜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만기 시점까지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오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에서다.
국내 금융사들이 부동산을 인수한 후 펀드로 내놓으려다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게 그 징조다. 운용사들이 기관 투자자를 잃자 공모 형식으로 부동산 펀드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매입한 부동산을 다시 재매각하는 걸 '셀다운(sell-deown)'이라고 하는데 셀다운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물건은 남는데 금리가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기관들은 투자를 꺼리게 됐다. 부동산 펀드 투자 기간은 최소 5~7년 정도다. 그 기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셀다운에 실패한 부동산 펀드는 투자원금 상환은 물론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
◇잇단 셀다운 실패에 '집중 점검' 나선 금융당국
최근 NH투자증권은 9000억원에 달하는 프랑스 '에코웨스트' 빌딩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대형 오피스의 70%를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사용할 예정이어서 우량 임차인을 확보했다는 장점도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게 부담이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따져봤을 때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 투자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셀다운 실패 사례는 또 있다. 하나자산운용이 4000억원에 인수한 노보노디스크 미국 뉴저지 본사 사옥은 1700억원의 셀다운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수백억원이 남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노바티스 프랑스 파리 사옥 매입 계약을 맺은 뒤 아직까지 셀다운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본사. © News1
연이은 셀다운 실패로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상품들이 금리 인상 등 변동 요인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리스크를 점검한다. 일부 상품은 공개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부동산펀드 중 해외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1%에 달한다. 2012년 이전 10% 후반에 머무르던 비중이 최근 급증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대부분은 투자위험등급이 1~2등급(매우높은 위험~높은 위험)이다.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실제 2012년 설정된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 상품은 5년 수익률이 -53%에 달한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급감했다. 최종 수익률은 만기인 2019년 결정되지만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하기 힘들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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