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일반정책/부동산·경기-동향

숫자만 맞추면 되는 은행…돈 빌리려는 임대업자-아시아경제

모두우리 2018. 9. 7. 11:54
728x90


숫자만 맞추면 되는 은행…돈 빌리려는 임대업자

중기·개인사업자 자금 공급 취지 무색…中企대출의무비율서 '부동산 임대업' 제외·별도 관리해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소기업 대출의무비율 제도가 은행들의 부동산임대업 개인사업자대출 취급 확대에 기름을 끼얹으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ㆍ임대업자 '상부상조'로 활용 = 당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운영된 한국은행의 중기 대출의무비율은 현재 은행, 부동산 임대업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부동산임대업 개인사업자대출을 크게 늘리는 상황을 낳고 있다.

중기 대출의무비율은 은행별로 3개월간 전체 원화 금융자금 대출 증가액 중 중기대출 비중을 시중은행은 45%, 지방은행은 60% 이상으로 할당한 제도다. 한은은 은행별로 이 기준을 충족했는지에 따라 통상 수준보다 0.5~0.75%포인트 낮은 금리로 은행에 공급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차감하거나 증액한다. 은행은 저리에 자금을 공급받아 마진율을 높일 수 있어 비율을 맞추려고 한다.

은행 입장에서 중기 대출의무비율 제도는 일석이조다. 개인사업자대출은 담보가 확실하고, 가계대출보다 규제 수위는 낮은 반면 중기대출로 잡혀 비율만 충족하면 낮은 금리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자금까지 공급받을 수 있다. 임대업자도 개인사업자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 매수 등 부동산 투자에 활용 가능하다.

◆급증하는 개인사업자대출 = 한은에 따르면 올해 1~7월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15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 30조8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부동산임대업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2분기 182조원에서 3분기 192조원, 4분기 201조원, 올해 1분기 209조원, 2분기 216조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규제 풍선 효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중기 대출의무비율제도가 이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집값 과열로 임대업자 규제에 나서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임대업 제외해 중기 대출의무비율 틈새 메워야 =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은행이 중기 대출의무비율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은 중기 대출의무비율에서 부동산임대업을 아예 제외하거나 별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운영자금, 생계형자금 지원은 필요하지만 임대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은의 정책이 은행의 부동산임대업 개인사업자대출 확대를 낳고 여기에 은행에 조달금리 혜택까지 얹어줘 이를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됐다"며 "이제라도 한은이 중기 대출의무비율 기준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제외하거나 이와 관련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상 혜택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