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채권·단기·재판등· 중단)/민162(채권,재산권소멸시효)

소멸시효의 완성의 효력과 상계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창현 (2020)

모두우리 2024. 5. 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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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의 완성의 효력과 상계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창현 (2020) 

 

Ⅰ. 문제의 제기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문제 된 대법원판결이 몇 차례 선고되면서 민법 제495조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1) 자동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계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제도와 상계제도의 충돌을 후자의 우위로 해결하는 것이다.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무자가 이를 원용하면 권리가 소멸하므로 소멸시효제도의 취지가 온전하게 관철되기 위하여는 채무자는 채권자의 재판상 청구뿐만 아니라 다른 법적 조치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법 제495조가 적용
되는 한도에서는 채무자는 채권자의 법적 조치를 용인하여야 하므로 소멸시효제도의 취지가 완전하게 관철되기 어렵다. 특히 상계권자가 민법 제495조에 의한 상계가능성을 고려하여 권리행사기간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단기소멸시효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이 인정되는 경우에 
유사한 사안에 대한 법규정의 유추적용이 문제 되는데, 유추적용의 정당성은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판단된다.2) 따라서 민법 제495조의 입법 취지를 명확하게 확정하여야 비로소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내의 논의에 의하면 민법 제495조의 입법 취지가 상계의 소

급효,3) 신뢰보호,4) 형평,5) 항변권의 영구성6)으로 다소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다. 

1)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소멸시효완성된 차임채권과 보증금반환채권의 상계 내지 공제가 문제 된 사건),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하자담보책임의 행사기간이 경과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가 문제 된 사건). 필자는 후자의 판결에 대하여 상세한 판례평석을 한 바 있다[이창현, “제척기간이 경과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법조 통권 738호(2019), 377].
2) 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권영준, “2019년 민법 판례 동향”, 서울대학교 법학 61권 1호(2020), 501~502 
3) 조경임, “임대차에서의 공제에 관하여”, 법조 통권 698호(2014), 89~90. 동소에 의하면 소급효가 없는 공제의 경우에는 민법 제495조를 유추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4)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곽윤직편집대표, 민법주해[Ⅺ] 채권(4), 박영사(1997), 404(윤용섭);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 민법 채권총칙(4)(4판), 한국사법행정학회(2014), 613(조용구).
5) 곽윤직 편집대표(주 4), 404(윤용섭); 김용담 편집대표(주 4), 613(조용구); 권영준(주 2), 507.
6) 고상룡, 민법총칙(3판), 법문사(2003), 666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건물명도][공2017상,22]

【판시사항】

[1]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지 여부(소극) 및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2]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한 경우,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임대인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 경우 연체차임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공제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2]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민법 제184조 제2항). 그러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이는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인도 시에 임대차보증금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에 의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한다

[3] 임대차보증금은 차임의 미지급, 목적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면 장차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임대차보증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이다. 이는 차임채권의 변제기가 따로 정해져 있어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여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인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차임 지급채무가 상당기간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도 연체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것에 의지하여 임대차관계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장차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 공제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실제로 포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지만,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는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618조 [2] 민법 제166조 제1항, 제184조 제2항, 제618조 [3] 민법 제105조, 제495조, 제61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459, 466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공2013상, 557)
[3]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공2003상, 361)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필종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조)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2. 3. 선고 2015나524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459, 46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는 공제 등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 등 참조),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한편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민법 제184조 제2항). 그러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이는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인도 시에 임대차보증금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에 의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임대차보증금은 차임의 미지급, 목적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면 장차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임대차보증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임채권의 변제기가 따로 정해져 있어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여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인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차임 지급채무가 상당기간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도 연체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것에 의지하여 임대차관계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장차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 공제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므로(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등 참조),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그 소멸시효 완성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실제로 포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그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는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2014. 3. 27.자 내용증명우편이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지되어 종료하였는데, 지급기일이 2011. 3. 27. 이전인 차임채권은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그 차임채권 상당액은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없고, 나아가 원고가 그 후 민법 제495조에 따라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임대차보증금의 법적 성질 및 그 담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물품대금][공2019상,846]

【판시사항】

[1]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났으나,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판결요지】

[1]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95조, 제667조, 제670조 [2]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39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공2017상, 22)
[2]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103205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태정기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송 담당변호사 윤호석)

【피고, 피상고인】 자연환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기찬 외 5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8. 7. 13. 선고 2016나604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

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등 참조).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심판결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2. 4.경 피고에게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호 분쇄기를 제작·설치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이후 원고는 2013. 4.경 피고에게 2호 분쇄기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2) 원고는 2013. 6.경 피고에게 분쇄기 고정도(고정칼)와 기어오일펌프를 공급하고, 분쇄기 감속기를 수리하였다.

(3) 피고는 원고에게 이들 계약에 따른 66,100,000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가 2015. 3. 23. 피고를 상대로 위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2015. 5. 11.자 답변서를 통해서 원고에게 위 도급계약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한편 2018. 1. 9.자 준비서면을 통해서 원고가 제작·설치한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 2호 분쇄기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원고의 위 미지급 대금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4) 원고가 제작·설치한 1, 2호 분쇄기에는 하자가 있어 피고가 수리비를 지출하였고, 2호 분쇄기는 추가로 수리할 필요가 있다.

(5) 피고가 원고로부터 1, 2호 분쇄기를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원고에게 하자 보수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고가 도급인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갖는 하자 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데(민법 제670조 제1항), 위 기간 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다. 

(2) 피고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 발생하여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적상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라.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척기간이 지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 허용 여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감정 결과에 대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위반 주장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10320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 결과, 원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원고가 제작·설치한 1, 2호 분쇄기 등의 하자로 인해 피고가 1호 분쇄기의 수리비로 20,508,970원, 2호 분쇄기의 수리비로 24,530,000원을 지출하였고, 2호 분쇄기의 수리를 위해 앞으로 27,800,000원의 수리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7다258787 판결
[토지인도][공2021상,592]

【판시사항】

민법 제495조에 따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의한 상계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지 여부(적극) /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의 발생 시기(=임대차계약 종료 시) 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ㆍ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위 구상금채권과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495조, 제626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공2017상, 2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창학)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달성레미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강윤구 외 1인)

【원심판결】대구고법 2017. 8. 18. 선고 2015나225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토지인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피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토지를 공장용지로 변경할 의무가 있고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공장용지로 변경하기 위하여 토목공사비용으로 383,613,000원을 지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유익비상환청구권의 포기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납부한 토지개발부담금은 원고가 상환하여야 하는 유익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토지개발부담금에 대한 처분문서의 해석 및 자백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중 원상회복약정(제5항) 부분이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불리하므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원심에서 피고의 지출액과 현존하는 가치증가액 중 적은 금액을 상환할 것을 선택한 것이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는 피고에게 위 각 금액 중 적은 금액인 현존하는 가치증가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선택채권의 선택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1)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ㆍ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위 구상금채권과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3. 6.경 피고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임대차기간 1993. 7. 1.부터 2013. 7. 1.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공과금(세금 포함)을 납부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피고는 1994. 6.경 이 사건 토지의 형질을 당초 ‘임야’에서 ‘공장용지’로 변경하였고, 이를 위하여 488,530,010원을 지출하였다. 

다) 원고는 1998. 1. 1.부터 2013. 6. 30.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 토지세, 교육세, 도시계획세 합계 27,290,781원을 직접 납부하였다. 

라) 피고의 나)항 기재 형질변경 비용 지출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 당시 이 사건 토지 가액의 증가가 342,432,000원 이상 현존하였다. 

마) 원고는 2015. 11. 2. 피고에게 같은 일자 준비서면의 송달로, 피고에 대한 위 세금 등 납부액 상당의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토지의 형질변경에 따른 유익비상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위 유익비상환채권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인 2013. 7. 1.경 발생하므로 원고의 위 구상금채권 가운데 이 사건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위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 부분을 심리하여 원고가 그와 같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보았어야 한다. 

4) 그럼에도 원심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부과된 세금에 관한 원고의 구상금채권은 원고의 상계 의사표시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부터 위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이익을 가지고 있었음을 이유로, 위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원고는 위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민법 제626조 제2항의 유익비상환채권의 발생시점 및 민법 제495조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의한 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라.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

피고는 원심판결 중 패소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원심에서 인용된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토지인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
[부당이득금]〈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사건〉[공2018상,688]

【판시사항】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먼저 소멸하는 부분(=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 

【판결요지】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 적용되고,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과실상계를 한 결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중개보조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중개보조원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413조, 제756조, 제760조, 제763조,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공1994상, 1078)(변경)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공1994하, 2275)(변경)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공1995상, 1571)(변경)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6246 판결(변경)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공1995하, 2773)(변경)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55706 판결(공1998하, 2206)(변경)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55154 판결(공1999상, 536)(변경)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0521 판결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12362 판결(변경)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공2004상, 712)(변경)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1893 판결(변경)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49748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공2012하, 1290)(변경)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26947 판결(변경)

【전 문】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원고승계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상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홍윤 담당변호사 정성일)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7. 5. 선고 2011나997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승계참가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이 사건 판단의 전제가 되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제1심 원고인 소외 1은 개업공인중개사인 피고의 중개로 이 사건 아파트를 소외 2에게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 2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수령할 권한을 피고의 중개보조원인 소외 3에게 위임하였다. 

(2) 이에 따라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잔금 198,000,000원을 수령하였고, 한편 소외 1로부터 위 임대차보증금 잔금으로 자신의 대출금을 변제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출금상환수수료로 5,406,000원을 지급받았다. 

(3) 그러나 소외 3은 위 임대차보증금 잔금과 대출금상환수수료를 횡령하였다.

(4) 그 후 소외 3은 소외 1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 중 97,222,343원을 변제하였다.

나. 제1심은, 소외 3은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전체 손해액 218,432,332원(임대차보증금 잔금 198,000,000원, 대출금상환수수료 5,406,000원 및 제때에 대출금이 변제되지 않음으로써 그 후 원고가 추가로 지출한 대출금 이자 15,026,332원을 합한 금액이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피고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소외 3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나, 다만 소외 1 측에게도 과실이 있으므로, 과실상계에 의하여 그중 50%인 109,216,166원에 대하여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은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변제된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 중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48,611,171원(= 97,222,343원×0.5)은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그 범위에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 쟁점은 소외 3이 변제한 97,222,343원이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피고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멸시키는지 여부이다. 

2.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변제로 인하여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하는지 아니면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멸하는지에 관하여 상반된 판결들이 있다. 

가. 우선 다액채무자의 일부 변제금 중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들이 있다. 

(1)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은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관한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피용자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와 같이 과실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는 궁극적으로 피용자 본인이 손해를 배상할 자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와 사용자 사이에 그로 인한 손해를 공평 타당하게 분담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는 이유로, 피용자 본인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변제금 중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일부로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은 피용자 또는 피용자와 공동불법행위 관계에 있는 다른 불법행위자가 불법행위 성립 후에 피해자에게 변제약정을 체결한 다음 그에 따라 일부 돈을 지급한 경우에도 자신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망하려는 수단으로 변제약정을 한 것이라면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도 소멸한다고 판시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 

(2)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은 사용자책임뿐만 아니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에 다액채무자가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중 소액채무자의 채무는 그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이와 달리 다액채무자의 일부 변제금은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먼저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들이 있다. 

(1)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0521 판결은 제3자의 대출금채무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고 대출금채무자로서 다액채무자인 제3자가 일부 상계한 사안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다액채무자의 상계로 인하여 소멸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판시하였다. 

(2) 그리고 제3자의 약정금채무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가 문제 된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았다. 즉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49748 판결은 금융기관에 예탁된 고객의 금원을 횡령하여 구속된 피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피용자의 처가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배상해 주기로 약정한 후 그 일부를 변제한 사안에서,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다액채무자인 약정금채무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판시하였다. 

3. 이와 같이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이른바 ‘과실비율설’에 입각하여,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먼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이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등 참조). 이처럼 과실상계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되는 법리이므로, 피해자의 손해액 중 자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액수를 책임지게 함으로써 과실상계를 인정하는 취지는 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실상계의 법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의 분담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과실상계를 중복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나. 부진정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부에 대하여 각자 독립하여 전부를 급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를 말한다.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생긴 사유 중 채권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변제 등과 같은 사유 이외에는 다른 채무자에게 그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하여 채권자는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점에서 부진정연대채무는 연대채무와 비교하여 채권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부진정연대채무의 대외적 관계로서 채권자는 채무자들 가운데 누구에게라도 그 책임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일부 변제 후 일부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위험부담의 문제는 채무자들 사이의 내부 구상관계에서 문제 될 뿐 채권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의 일부를 채권자인 피해자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채권자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부진정연대채무의 성질에 반하기 때문이다. 

다. 당사자의 의사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종래 대법원이 과실비율설을 적용한 유형과 그 밖의 다른 유형의 부진정연대채무가 다르지 아니하므로 동일한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당사자를 피해자(채권자,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 소액채무자와 다액채무자로 보면, 피해자와 소액채무자의 의사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어느 유형에서나 유사하다. 즉, 피해자는 단독 부담부분이, 소액채무자는 공동 부담부분이 소멸될 것을 원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액채무자의 의사 또한 명시되지 않는 한 그 의사가 단독 부담부분이 소멸되기를 원할 것인지, 공동 부담부분이 소멸되기를 원할 것인지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용자책임 사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단독 부담부분이 소멸된다고 보는 것이 다액채무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의 범위는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로 제한된다(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1045 판결,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2611 판결 등 참조). 피용자의 일부 변제 이후에 사용자가 자신의 나머지 채무를 모두 변제한 후 피용자를 상대로 구상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전체 채무액에서 사용자가 변제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을수록 앞서 본 구상권 범위 제한으로 인하여 피용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되어 피용자에게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피용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단독 부담부분에 충당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변제 비율을 높이는 것이 되어 피용자에게 유리하므로 피용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라. 과실비율설에 의하면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 후 무자력이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로서는 채권 전액을 변제받을 수 없다. 소액채무자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그 일부 변제로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하여는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와 달리 소액채무자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는다면 소액채무자가 부담하는 채무 전액을 변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누구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느냐에 따라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한다. 

더구나 과실비율설을 따르게 되면, 피해자는 다액채무자로부터 일부 변제를 받은 경우 소액채무자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하여 그 부분 금액은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으므로 소액채무자에게 그 나머지 부분을 청구하여 변제를 받더라도 결국 소액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었던 금액을 언제나 다액채무자에게 다시 청구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도록 할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마. 앞서 본 것처럼, 대법원 2007다49748 판결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의 처가 손해배상약정을 한 다음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약정금 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고 보았다. 반면에 대법원 2010다73765 판결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 자신이 불법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망하려는 수단으로 변제약정을 한 다음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사용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사용자의 손해배상채무도 소멸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안이 과실비율설을 적용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구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이미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판시된 경우 이외의 사안에 대하여는 예견가능성이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모든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바. 대법원은 일부보증과 관련하여 주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보증인은 보증한도 내에서 일부 변제되고 남은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다카1261 판결 참조), 채무액이 다른 연대채무의 경우에도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그 변제자가 부담하는 채무 중 공동으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의 채무 변제에 우선 충당되고 그 다음 공동 부담부분의 채무 변제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85281 판결 참조). 과실비율설은 이러한 판결들의 취지에 배치된다. 

사. 사용자책임 유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도 들 수 있다. 즉 사용자책임은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인정된 것인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까지 피해자에게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책임의 제도적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은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되는데, 사용자의 구상권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피용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피해자의 실제 분담비율이 과실비율설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아. 공동불법행위책임 유형과 관련하여, 공동불법행위자들 사이에서는 구상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공동불법행위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은 그들 내부관계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피해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4. 그러므로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변제로 인하여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 적용되고,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과실상계를 한 결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중개보조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중개보조원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달리 사용자책임 또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다액채무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도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대법원 1994. 8. 9. 선고 94다10931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6246 판결,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19600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55706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55154 판결,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12362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1893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73765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2694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5.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다액채무자인 소외 3이 지급한 돈은 소외 3이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변제로 소멸시킨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소외 3의 변제에 의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소멸되는 부분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일부 변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승계참가인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각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위 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기 위하여, 편의상 공동채무자 갑과 을 중 갑의 채무액이 1,000만 원, 을의 채무액이 600만 원인 사례를 예로 든다. 

가. 이 사례에서 채권자는 갑에 대하여 1,000만 원까지, 을에 대하여 600만 원까지 각각 변제받을 수 있고, 다만 그 합계액이 1,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갑은 자신의 채무액인 1,000만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고, 다만 을의 변제액과 합하여 1,000만 원을 넘어 변제할 의무는 없다. 을은 자신의 채무액인 600만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고, 다만 갑의 변제액과 합하여 1,000만 원을 넘어 변제할 의무는 없다. 이것이 채무액이 다른 공동채무의 법률관계의 본질이다. 

이러한 공동채무의 법률관계는, 갑과 을이 공동으로 600만 원의 공동채무를 부담하고, 갑이 단독으로 4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와는 다른 법률관계이므로 그러한 경우의 법률관계를 이 사건에 유추적용할 것은 아니다. 

나. 위 4.항에서 변경하기로 한 판례의 법리, 즉 이른바 과실비율설에 따를 때 나타나는 문제점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갑과 을이 각각 500만 원씩을 준비하여 채권자를 찾아가는 경우를 가정한다. 을이 먼저 500만 원을 변제한다면 갑의 채무는 500만 원이 남게 되어 채권자는 갑의 돈 500만 원도 변제받을 수 있게 되어 채권 전액을 변제받게 된다. 그러나 갑이 먼저 500만 원을 변제한다면 그 순간 을의 채무는 300만 원(= 500만 원×0.6, 채무액에 따라 안분한다)이 소멸하고 300만 원만 남게 되어 채권자는 을이 준비한 돈 중 300만 원만을 변제받고 200만 원은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채권자는 다시 갑에게 200만 원의 변제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공동채무관계에 있어서 공동채무자들의 각각의 일부 변제의 시간적 순서가 그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는 채무액을 좌우하는 하나의 법률요건이 된다고 하는 파탄적인 법질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 위 의견과 이 보충의견의 논거를 종합하여 보면, 위 의견이 취한 법리는 채무액이 다른 공동채무관계의 모든 유형에 적용됨이 마땅하다. 

8.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의 쟁점은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하 ‘단독 부담부분’이라 한다)부터 소멸하는지 아니면 다른 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하 ‘공동 부담부분’이라 한다)도 그 채무액에 비례하거나 과실비율에 따라 소멸하는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정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7조를 유추적용하여 해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나.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규정은 채무자가 같은 채권자에 대하여 수개의 채무를 부담하는데 변제가 그 전부를 소멸시키지 못하는 경우에 어느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는지를 정한 것이다. 특히 민법 제477조는 당사자가 어느 채무에 충당할지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에 대비하여 법정변제충당을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정변제충당 규정은 수개의 채무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하나의 채무 중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으로 구분되는 경우에는 법정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채무를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수개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와 유사하기 때문에, 위 규정을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이라고 한다. 유추는 법규범이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적용되는 것으로 법률의 흠결 보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해석을 통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 

부진정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같은 내용의 채무에 대하여 각자 독립하여 채권자에게 전부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민법상의 연대채무에 속하지 않는 채무이다. 대법원은 종래 민법상의 연대채무와 구별되는 부진정연대채무 개념을 인정하면서 채권자의 채권 만족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변제 등에 대해서만 연대채무와 같이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한 것은 채권자 보호를 위해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자들의 자력 여부와 관계없이 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보장하려는 데 있다. 

채무자가 같은 채권자에 대하여 수개의 채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변제가 그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1차적으로 변제자는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고, 변제자가 그 지정을 하지 않으면 2차적으로 변제를 받는 자가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민법 제476조).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은 때에는 민법 제477조의 규정에 따라 법정변제충당이 이루어진다. 

민법 제477조의 법정변제충당은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해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고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은 때 적용되는 변제충당의 순서를 정한 것이다. 이는 주로 채무자의 추정적 의사를 고려해서 충당의 순서를 정한 것으로서 변제자인 채무자의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법정변제충당에서는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의 변제충당에 우선권을 부여하고(민법 제477조 제1호), 채무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않은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에 법정충당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민법 제477조 제2호). 또한 민법 제477조 제4호는 채무자의 변제이익, 이행기의 도래 여부나 선후가 같은 경우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때에도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를 기준으로 어느 채무가 변제이익이 많은지를 선행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일부 변제를 한 경우 이행기의 도래 여부나 이행기의 선후는 문제 될 여지가 없고 오로지 변제이익만이 문제 된다. 이 경우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 중 어느 쪽이 먼저 소멸한다고 볼 것인지는 채권자, 그리고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다른 채무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진정연대채무는 채권의 담보력을 강화해서 채권의 현실적인 만족을 얻도록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채무자의 일부 변제 효과를 판단할 때에도 고려되어야 한다.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채권자를 기준으로 해서는 단독 부담부분이 변제이익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채무자를 기준으로 해서는 경우에 따라 변제이익이 달라질 수 있어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 중 어느 쪽도 변제이익이 많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에 법정충당의 우선권을 부여한 민법 제477조 제2호를 부진정연대채무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 

민법 제477조 제4호는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의 변제이익을 기준으로 법정변제충당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채권자의 채권 만족을 확보하기 위한 부진정연대채무와는 규범목적이 상반된다.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여 공동 부담부분과 단독 부담부분이 그 금액에 비례하여 소멸한다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하는 취지가 몰각된다. 그 결론이 채무자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부진정연대채무에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면 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온다. 

사안의 유사성만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유추의 정당성까지 긍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경우 일부 변제의 상황이 수개의 채무에 대한 일부 변제에 따른 법정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범적 차원에서 유추적용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부진정연대채무의 여러 유형 사이에 다른 결론이 도출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을 없애고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규율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477조의 유추적용으로 해결할 수 없고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라. 그러므로 민법 제477조에서 정한 법정변제충당을 부진정연대채무에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그중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단독 부담부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주심)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상계의 소급효에 대하여는 당연상계주의에서 상계권행사주의로의 전환에 비추어 상계권행사 시에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자동채권은 유효하게 존속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며, 상계의 소급효는 적법하게 상계권이 행사되었을 경우의 법률효과를 의미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 상호 간의 정산으로 소멸하였다는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청은 양 채권이 동등하여 잔존액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타당한 것이지, 상호 간의 차액이 존재한다면 상대방의 청구를 예상하여야 한다. 소멸시효기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자가 상대방의 권리불행사를 신뢰하
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이러한 사고를 계속 밀고 나가면 단기소멸시효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 통설과 판례가 강조하는 신뢰보호의 요청은 일정한 한계를 내포하는 것이며, 신뢰보호에 입각한 구체적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이익형량이 요구된다. 아울러 소멸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한 학설에 따라 민법 제495조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7) 더 나아가 항변권의 영구성이라는 논의는 항변권의 성격을 구분하여 전개하여야 비로소 선명하게 파악될 수 있다(소위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 기초가 되는 권리가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도 상계항변, 동시이행의 항변, 유치권항변이 가능한지가 문제 되는데, 이 맥락에서 민법 제495조의 적용 및 유추적용이 고려된다. 민법 제495조에 대한 해석론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당연상계주의와 상계권행사주의, 상계의 소급효, 시효완성의 효력, 항변권의 영구성,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역사적 고찰과 비교법적 고찰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495조는 제정과정에서 외국의 입법례로 일본 민법 제508조, 독일 민법 제390조, 스위스 채무법 제120조 제3항, 중국 민법 제337조, 만주국 민법 제483조가 참조되었다.8) 비교법적 고찰은 민법의 해석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논의로 한정하고, 역사적 고찰은 로마법과 보통법학의 양상으로 한정한다. 특히 보통법학의 양상은 근세법전의 입법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는바,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작센민법, 바이에른초안, 헤센초안, 드레스덴초안의 논의를 분석하기로 한다. 근대법전의 입법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주요 쟁점에 대한 학설의 변천 및 추이를 알 수 있다. 역사적·비교법적 고찰의 결과를 토대로 상계권행사주의 및 상계소급효의 의미, 민법 제495조의 성격, 시효완성의 효력, 항변권의 영구성,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7) 김상용, 채권총론(2판), 화산미디어(2014), 495~496에 의하면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의 효과에 관한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의미 있는 규정이지만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원용권자의 원용이 없으면 채무가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민법 제495조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한다
8) 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 민법안심의록, 상권(1957), 291 하단


Ⅱ. 역사적 고찰 


1. 로마법상 논의 


 가. 상계제도의 전개 양상 


   로마법은 소권법 체계여서 상계제도의 전개양상에서도 소송형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9) 상계제도는 처음에 은행업자의 소송(argentarius)10)과 파산재단매득자의 소송(bonorum emptor)11)에서 인정되다가 성의소송(iudicia bonae fidei)12)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다가 결국 엄격소송(actiones stricti iuris)13)에서도 허용되기에 이르렀다.14) 다만 상계제도는 위의 4가지 소권에서 개별적으로 다루어져서 통일성이 확보되지 못하였다.15) 유스티니아누스시대에서 비로소 상계제도의 일반성이 점차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성의소송과 엄격소송의 차이가 소멸하게 되었고, 과잉청구로 인한 청구기각의 제재는 사라지게 되면서 당연상계주의에 
입각하여 청구의 일부 인용으로 정리되었다.16) 로마법은 상계를 실체법상 채권소멸원인이 아니라 소송법적 관점에서 이해한다.17) ‘ipso jure’의 의미에 대하여는 학설상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18) 초기의 양상은 상계권자의 권리행사로 인식되지 않았기에 ‘ipso jure’의 의미를 당연상계주의로 해석하는 견해가 다수였다.19) 그렇다고 하여 상계적상만으로 채무자의 원용없이 곧바로 상계의 효력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20) 상계는 상계계약이나 법원의 판결로 완결된다고 이해되었고, 일방 당사자의 상계의 의사표시는 타방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21) 상계적상 시 이후에 지연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개소22)와 상계가능성 있음에도 변제한 경우에 비채변제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는 개소23)에 의하여 상계의 소급효가 긍정된다. 

9) HK-BGB/Zimmermann, Band Ⅱ/2, 2007, §§387~396, Rn. 5.
10) 은행업자의 소송에서는 동일한 법률관계가 요구되지 않으나 동종의 채권 상호 간에만 인정되며, 은행업자는 반대채권을 상계한 금액만 청구할 수 있으며, 은행업자가 반대채권을 고려하지 않고 청구하는 경우 과잉청구로 보아 청구가 전부 기각된다(pluris petitio)[Kaser, Das Römische Privatrecht, Band 1, 2. Aufl. 1971, 645; Jörs/Kunkel/Wenger, Römisches Recht, 3. Aufl. 1978, 201; 최병조, “로마법상의 상계”, 서울대학교 법학 43권 1호(2002), 227~228]. 은행업자의 소송에서는 피고의 항변이 요구되지 않아 당연상계주의가 제대로 관철되었다고 평가된다(Honsell/Kunkel/Wenger, Römisches Recht, 4. Aufl. 1987, 274).
11) 파산재단매득자는 공제부로 소구하도록 명해졌다[Jörs/Kunkel/Wenger(주 10), 202, Fn. 5; 최병조(주 10), 230].
12) 성의소송에서 동일한 법률관계(ex eadem causa)에서 발생한 채권 상호 간에 상계가 인정되었는데, 채권이 동종일 필요는 없으며, 다만 반대채권액이 판사의 재량으로 정해지는데, 반대채권액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상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채무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Kaser(주 10), 644f.; Jörs/Kunkel/Wenger(주 10), 202]. 성의소송에는 매매소송, 임약소송, 사무관리소송, 위임소송, 임치소송, 신탁소송, 조합소송, 후견소송, 처재산소송이 속한다[최병조(주 10), 220]. 
13) 엄격소송에서는 악의의 항변(exceptio doli)을 통하여 상계의 효과가 승인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질의회신(Reskript des Mark Aurel)에 근거한다[Kaser(주 10), 
646; Jörs/Kunkel/Wenger(주 10), 203; Honsell/Kunkel/Wenger(주 10), 275; 최병조(주 10), 225]. 엄격소송에서는 피고의 항변이 요구되었다.
14) Feder, “Die rechtliche Natur der Aufrechnung außerhalb des Rechtsstreits”, ZHR 54, 1904, 440.
15) Honsell/Kunkel/Wenger(주 10), 273; Jörs/Kunkel/Wenger(주 10), 201.
16) Honsell/Kunkel/Wenger(주 10), 275f.
17) 최병조(주 10), 216; Störi-Schütz, Die Kompensation, 1978, 2; Kaser(주 10), 644; Jörs/Kunkel/Wenger (주 10), 201; HK-BGB/Zimmermann(주 9), Rn. 5. 법학제요에서도 상계가 채권소멸의 장이 아니라 성의소송의 장에서 다루어졌으며[Honsell/Kunkel/Wenger(주 10), 273], 상계가 받아들여진 경우에도 채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기판력의 항변(exceptio rei iudicatae vel in iudicium deductae)이 발생할 뿐이었다(Berner Kommentar/Zellweger-Gutknecht, 2012, Vorbemerkungen zu Art. 120-126, N 63).
18) Dernburg, Geschichte und Theorie der Kompensation, 2. Aufl. 1868, 281ff.
19) Fuhr, “Zur Lehre von der Compensation”, Archiv für practische Rechtswissenschaft 1, 1853, 122; 최병조(주 10), 233. 당연상계주의는 프랑스 민법 제1290조와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01조에 영향을 미쳤다(Faistenberger, “Selbsttätige Aufrechnung oder Erfordernis einer Aufrechnungserklärung”, Gedenkschrift für Franz Gschnitzer, 1969, 130). 아울러 은행업자, 파산재단매득자, 성의소송에서는 상계의 원용이 요구되지 않았으나, 엄격소송에서는 피고의 악의항변이 요구되면서 초기의 양상은 소권별로 차이가 있었다[Honsell/Kunkel/Wenger(주 10), 273ff.]. 
20) Brinz, Die Lehre von der Compensation, 1849, 133f.; Fuhr(주 19), 123; Bucher, “Rechtsvergleichende und kollisionsrechtliche Bemerkungen zur Verrechnung”, Kollision und Vereinheitlichung, 1990, 706; 최병조(주 10), 244; Zimmermann(주 9), Rn. 9에 의하면 소송에서 채무자의 원용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라고 한다.
21) Dernburg(주 18), 529f.; Windscheid/Kipp, Lehrbuch des Pandektenrechts, Band 2, 9. Aufl. 1906, 470f, N 15. 
22) D.16.2.11[Cum alter alteri pecuniam sine usuris, alter usurariam debet, constitutum est a divo Severo concurrentis apud utrumque usuras non esse praestandas=甲은 乙에게 무이자로, 乙은 甲에게 이자부로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대하여 신황 세베루스에 의하여 양자에 합치하는 금액의 이자는 지급되어서는 아니 된다. 개소에 대한 인용과 번역은 최병조(주 10), 257에 따랐다].
23) D.16.2.10.1.[Si quis igitur [compensare]<deducere Lenel> potens solverit, condicere poterit quasi indebito soluto=그러므로 [상계]<공제>를 할 수 있는데 변제한 경우 비채를 변제한 것처럼 부당이득반환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소에 대한 인용과 번역은 최병조(주 10), 255에 따랐다] 


 나. 시효완성의 효력  


   시민법상의 소권(actio civilis)은 처음에는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고, 안찰관소권 (actio aedilis curulis)은 단기소멸시효에 걸렸다.24) 424년에 비로소 호노리우스 및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가 소권의 시효소멸을 정하면서 시민법상의 소권(actiones perpetuae)이 30년의 장기소멸시효로 변경되었고,25) 단기소멸시효actiones temporales)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유스티니아누스법은 이러한 태도를 수용하였다.26) 소멸시효의 대상은 권리가 아니라 소권이므로 시효완성의 효력은 소권의 소멸이다.27) 시효완성의 효력은 채무자의 항변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한다.28) 

24) 최병조, 로마법강의, 박영사(1999), 404. ‘해제소권(actio redhibitoria)’의 행사기간은 6월이며, ‘대금감액소권(actio quanti minoris)’의 행사기간은 1년이다.
25) Kaser, Das römische Privatrecht, Band 2, 2. Aufl. 1975, 72. 
26) 최병조(주 24), 404~405.
27) 최병조(주 24), 404.
28) Koch, Das Recht der Forderungen, Band 2, 2. Aufl. 1859, 776; Hölder, Pandekten, 1891, 347. 다만 Schweppe, Das römische Privatrecht in seiner heutigen Anwendung, Band 1, 4. Aufl. 1828, 377에 의하면 ‘단기소권(actio temporaria)’은 기간의 경과로 곧바로 소멸하나, ‘장기소권(actio perpetua)’은 항변권의 원용을 통하여 소멸한다고 한다. 


 다. 항변권의 영구성 


   항변권은 영구적으로 존속한다는 법원칙29)은 로마법 개소(D.44.4.5.6.)에 근거한다. 사기소권(Actio de dolo)이 행사기간 내에 행사되지 않아 소멸하였다고 할지라도, 항변권(exceptio doli)이 그 기간 내에 행사될 필요는 없다.30) 왜냐하면 피고는 원고가 제기하는 소송에 대응하여 항변할 수 있어야 하므로 항변권이 영구

적으로 존속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9) “quae ad agendum sunt temporalia ad excipiendum sunt perpetua”. Savigny, System des heutigen römischen rechts, Band 5, 1841, 413f.에 의하면 로마법상 소멸시효는 소권의 소멸을 의미하고 자연채무로 존속하므로 항변권의 영구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한다. 
30) D.44.4.5.6(=Watson, The Digest of Justinian, Vol. 4, 1998, 150). 


 라.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를 다루는 개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항변권이 부착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개소(D.16.2.14)와 자연채무도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개소(D.16.2.6)가 존재하나, 양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논의되지 않았다.31)  

31) 양자의 관계에 대하여 사비니는 D.16.2.6을 우선하고[Savigny(주 29), §251, 404], 운터홀처는 D.16.2.14를 우선한다(Unterholzner/Schirmer, Verjährungslehre, Band 2, 2. Aufl. 1858, 299f.).


2. 보통법학의 양상 


 가. 상계제도의 전개 양상 


 1) 서설  


   당연상계주의와 상계권행사주의에 관한 논쟁은 주석학파로 소급한다. 당연상계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마티누스(Martinus)는 상계적상만으로 대등액에서 채권이 소멸한다고 주장하고, 상계권행사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아조(Azo)는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행위가 요구된다고 한다.32) 근대입법전의 선택에서도 당시의 통설이 반영되었다.33)  

32) Dernburg(주 18), 283ff.; Hausmaninger/Selb, Römisches Privatrecht, 8. Aufl. 1997, 402. 
33) Dernburg(주 18), 288.


 2) 19세기 초의 양상 


    19세기가 시작할 때까지 상계를 ‘법률사건(Rechtsereignis)’으로 이해하고,34) 상계에 관한 당연상계주의가 통설적 지위를 점하였다.35) 이러한 이유로 1794년 제정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은 당연상계주의를 선언하였고(제1장 제16절 제301조),36) 초기의 양상은 당연상계주의가 우세하였다.37) 시효완성 전에 상계가 가능하였다면 이후에 자동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더라도 상계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제1장 제16절 제377조).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하여 강한 효력설이 당시 통설적 지위를 점하였으나, 당연상계주의에 의하여 상계적상 시를 기준으로 볼 때 존속하는 것으로 취급되므로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된다.38) 

34) Feder(주 14), 438.
35) 로마법상 당연상계주의가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프랑스 민법, 오스트리아 민법에 영향을 주었다[Fuhr(주 19), S. 138; Feder(주 14), 439].
36) Motive zu dem von der Deputation vorgelegten Entwurf der Tit. 14 u. 16 des ersten Theils des Allgemeinen Landrechts, 1832, 132(“von selbst”), 137(“vermöge des Gesetzes ohne weitere Erklärung”); Bielitz, Praktischer Kommentar, Band 3, 1825, 644f.; Dernburg(주 18), 289에 의하면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01조는 당연상계주의의 대표적 주창자인 마티누스(Martinus)의 영향이라고 한다.
37) Klein, System des Preußischen Civilrechts, Band 1, 2. Aufl. 1835, 440.
38) Bekker, “Die Wirkung der Klagenverjährung”, Jahrbuch des gemeinen deutschen Rechts 4, 1860, 439.


 3) 19세기 중반 이후의 양상 


   19세기 중반에 이르면서 당연상계주의가 극복되고 상계의 행사 여부에 대한 권리성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39) 이는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을 적용한 판례에서도 확인되며,40) 이러한 견해가 통설적 지위를 점하게 되었다.41) ‘ipso jure’를 상계적상 시로의 소급을 설명하는 의미로 이해한다.42) 결국 19세기 중반에 이루어진 개별 주의 입법과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관철되었다.43) 19세기 중반부터 판례에 의하여 소송외 상계의 가능성이 인정되었고,44) 학설에서는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비로소 소송외 상계의 의사표시로 충분하다는 견해가 통설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45) 

39) Preußisches Ober-Tribunal Plenarbeschluß(1839. 4. 8.), Entscheidungen des Königlichen Geheimen Ober-Tribunals Band 4, 207; Oberappellationsgericht Wolfenbüttel(1849. 5. 25.), Seuffert Archiv 7, 196(Nr. 165); Reskript des Justizministers(1840. 8. 3.), Just. Min. Blatt, Band 2, 1840, 290[제308조의 문언(Abrechnung)을 강조하면서 상계권행사주의를 견지한다]; Hasse, “Ueber die Compensation und ihre Liquidität”, AcP 7, 1824, 200f.; Savigny(주 29), 403; Thibaut, System des Pandekten-Rechts, Band 1, 9. Aufl. 1846, 504; Zaun, Annalen der Justiz u. Verwaltung in Kurhessen, Band 4, 1857, 516; Koch(주 28), 691; Eisele, Die Compensation nach römischem und gemeinem Recht, 1876, 211ff.; Puchta, Pandekten, 12. Aufl. 1877, 445; Dernburg(주 18), 281ff.; Windscheid/Kipp(주 21), 463ff. 
40) Preußisches Ober-Tribunal(1845. 8. 2.), Entscheidungen des Königlichen Geheimen Ober-Tribunals Band 12, 241에 의하면 상계의 행사는 의무가 아니라고 한다.
41) RGZ 11, 114, 119f.(1883. 10. 11.); Bornemann, Systematische Darstellung des Preußischen Civilrechts, Band 3, 2. Aufl. 1843, 379; Evelt, Das preußische Civilrecht, 2. Aufl. 1860, 244; Förster, Preußisches Privatrecht, Band 1, 7. Aufl. 1896, 594; Feder(주 14), 450; Zimmermann(주 9), Rn. 12에 의하면 법률관계의 성립, 변경, 소멸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의 지배(Willensherrschaft)가 상계편에서도 작동한 것으로 평가한다.
42) Bethmann-hollweg, “Beytrag zur Lehre von der Compensation”, Rheinisches Museum fur Jurisprudenz 1, 1827, 271; Brinz(주 20), 155; Puchta, Vorlesungen über das heutige römische Recht, Band 2, 4. Aufl. 1855, §290, S. 151; Unterholzner, Schuldverhältnissen, Band 1, 1840, 552f.
43) 1842년 헤센주 민법 초안 제318조 제2항, 1861년 바이에른주 민법 초안 제182조, 1863년 작센주 민법 제992조, 1866년 드레스덴 초안 제372조 
44) Oberappellationsgericht Wolfenbüttel(1849. 5. 25.), Seuffert Archiv 7, 196(Nr. 165); Seuffert Archiv 17, 40(Nr. 25); Oberappellationsgericht Dresden(1863. 10. 29.), Seuffert Archiv 17, 368(Nr. 234); Oberappellationsgericht Rostock(1863. 7. 18.), Seuffert Archiv 19, 233(Nr. 144); Oberappellationsgericht Rübeck(1867. 4. 13.), Seuffert Archiv 22, 196(Nr. 128); Obertribunal 
Stuttgart(1869. 2. 3.), Seuffert Archiv 23, 193(Nr. 122); Oberappellationsgericht München(1873. 7. 3.), Seuffert Archiv 28, 356(Nr. 215); Obertribunal Berlin(1874. 10. 10.), Seuffert Archiv 30, 200(Nr. 134); Obersten LG Nayern(1881. 5. 30.), Seuffert Archiv 37, 154(Nr. 104); Oberappellationsgericht Rübeck(1882. 11. 11.), Seuffert Archiv 38, 283(Nr. 222); RGZ 7, 243, 245(1882. 5. 19.); RGZ 11, 114, 119(1883. 10. 11.).
45) Ohnsorge, “Zur Lehre von der Aufrechnung”, Jherings Jabrbücher 20, 1882, 291; Feder(주 14), 467. 초기에는 소송외 상계의 가능성이 간략하게 언급되었을 뿐이다.


 4) 상계의 소급효 


    당연상계주의가 극복된 상황에서 판례와 통설은 상계권의 행사를 조건으로 하여 상계의 효력이 상계적상 시로 소급한다고 해석한다.46) 

46) Preußisches Ober-Tribunal(1839. 4. 8.), Entscheidungen des Königlichen Geheimen Ober-Tribunals Band 4, 208; Restript(1840. 8. 3.)(Justiz Ministerial Blatt, Band II, 1840, 290f.); Dernburg(주 18), 1868, 584; Förster(주 41), 603; Koch(주 28), 737; Podlasly, “Kompensation beim Forderungenlegat”, Gruchot 4, 1860, 382 


 나. 시효완성의 효력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하여 학설이 대립한다. 강한 효력설은 시효제도의 취지를 온전하게 관철하기 위하여 시효완성의 항변으로 소권뿐만 아니라 권리 자체의 소멸을 주장한다.47) 이에 반하여 약한 효력설은 시효제도의 취지는 소권의 소멸로 충분하다고 보아 권리는 자연채무로 잔존한다고 한다.48)  

47) Kori, Die Theorie der Verjährung, 1811, 88ff.; Sommer, “Ueber die Verjährbarkeit der Einreden”, rechtswissenschaftliche Abhandlungen I, 1818, 7; Löhr, “Einiges zur Lehre von der Verjährung der Klagen”, AcP 10, 1827, 72; Heimbach, “Ueber die Wirkung der Verjährung der Klagen”, Zeitschrift für Civilrecht und Prozeß 1, 1828, 456f.; Vermehren, “Geht durch erlöschende Verjährung wirklich nur die Klage, oder auch das derselben zum Grunde liegende Recht unter?”, Zeitschrift für Civilrecht und Prozeß 2, 1829, 337, 350f.; Wening-Ingenheim, Lehrbuch des gemeinen Civilrechtes, Band 1, 4. Aufl. 1831, 112; Seuffert, “Von der Verjährbarkeit der Einreden”, Gesammelte rechtswissenschaftliche Abhandlungen, 1837, 90; Kierulff, Theorie des Gemeinen 
Civilrechts, Band 1, 1839, 212; Windscheid, Die Actio des römischen Civilrechts, 1856, 38f.; Bekker(주 38), 434ff.; Sintenis, Das practische gemeine Civilrecht, Band 1, 2. Aufl. 1860, S. 295, N 57; Vangerow, Lehrbuch der Pandekten, Band 1, 7. Aufl. 1876, 233ff.; Wächter, Pandekten, Band 1, 1880, 552; Regelsberger, Pandekten, Band 1, 1893, 666f.; Förster(주 41), 327; Windscheid/Kipp, Lehrbuch des Pandektenrechts, Band 1, 9. Aufl. 1906, 573; Oberappellationsgericht Dresden(1855. 1.), Seuffert Archiv 9, S. 331(Nr. 253); RGZ 2, 158(1880. 6. 11.). 헤센초안 소멸시효 및 취득시효에 관한 절 제27조는 소권의 소멸로 근거되는 권리도 소멸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한다(Entwurf eines bürgerlichen Gesetzbuchs für das Großherzogthum Hessen, nebst Motiven, Band 2/2, 1845, 184).
48) Thibaut, Ueber Besitz und Verjährung, 1802, 118f.; Dabelow, Ueber die Verjährung, Band 2, 1807, 203ff.; Francke, Civilistische Abhandlungen, 1826, 73; Gunet, “Ueber die Wirkung der Klagenverjährung auf das, der Klage zu Grunde liegende Recht”, AcP 11, 1828, 77f.; Mühlenbruch, “Ausführliche Erläuterung der Pandecten nach Hellfeld”, Band 35, 1832, 462; Savigny(주 29), 366ff.; Mackeldey, Lehrbuch des heutigen römischen Rechts, Band 1, 12. Aufl. 1842, 278; Demelius, Untersuchungen aus dem römischen Civilrechte, 1856, 64ff.; Unterholzner/Schirmer(주 31), 293ff.; Holzschuher, Theorie und Casuistik des gemeinen Civilrechts, Band 3, 1864, 423; Hölder(주 28), 346f.; Dernburg, Pandekten, Band 1, 7. Aufl. 1902, 350


 다. 항변권의 영구성  


   학설은 대체로 항변권이 시효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하여 항변권의 성격에 따라 구분한다.49) 먼저 상대방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독립적 항변권50)에 대하여 통설은 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51) 왜냐하면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비로소 항변권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소송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시효에 걸려 소멸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내용의 구제수단이 소권으로 인정되는 종속적 항변권의 경우52)에는 견해가 대립한다.53) 당해 소권이 소멸시효로 소멸하면 항변권도 소멸한다는 견해54)와 항변권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견해55)로 나뉜다.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5절 제343조 내지 
제345조의 하자담보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프로이센 최고법원은 소멸시효의 효과는 매수인이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미치고, 매수인이 대금감액청구권에 기한 항변의 경우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56)  

49) Sommer(주 47), 23; Wächter(주 47), 555; Wildhagen, “Uber die Verjährbarkeit der Einreden imheutigen römischen Recht”, Jherings Jahrbücher 21, 1883, 1f. 
50) 가령 부제소특약의 항변(exceptio parti de non petendo), 기판력의 항변(exceptio rei iuducatae)이 그러하다고 한다[Wildhagen(주 49), 1]. 
51) Weber, Beiträge zu der Lehre von gerichtlichen Klagen und Einreden, Band 1, 3. Aufl. 1803, 7; Zaun(주 39), 513; Unterholzner/Schirmer(주 31), 22; Wächter(주 47), 555; Windscheid/Kipp(주 47), 576f.
52) Wildhagen(주 49), 2에 의하면 매수인소권(actio emti)과 동시이행항변(exceptio non adimpleti contratus), 악의소권(actio de dolo)과 악의항변(exceptio doli), 대금반환소권(condictio ex mutuo)과 상계항변(Compensationseinrede)이 그러하다고 한다.
53) 대체로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설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 자체가 소멸하므로 항변권 자체로 소멸하다는 견해를 취하고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설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자연채무가 존속하므로 이에 기초하여 항변권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54) OTR Berlin(1877. 5. 3.), Seuffert Archiv 33, 385(Nr. 279)(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이 도과한 사건); Sommer(주 47), 23; Heimbach(주 47), 461; Wening-Ingenheim(주 47), 120; Seuffert(주 47), 90; Zaun(주 39), 515; Unterholzner/Schirmer(주 31), 25f.; Sintenis(주 47), 314f.; Keller/Lewis, Pandekten, Band 1, 2. Aufl. 1866, 215; Wächter(주 47), 555; Regelsberger(주 47), 668f.  
55) Thibaut(주 48), 151; Weber(주 51), 9f.; Savigny(주 29), 424; Puchta(주 39), 146. 특히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을 주장하는 견해에 의하면 자연채무에 근거한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다. 
56) OTR Berlin(1835. 2. 2.), OTRE Band 1, 120; OTR Berlin(1836. 5. 2.), OTRE 1, 131; OTR Berlin(1848. 1. 28.), Rechtsfälle 3, 323. 다만 OTR Berlin(1877. 5. 3.), Seuffert Archiv 33, 385(Nr. 279)에 의하면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이 도과한 사건에서 소권이 소멸하면 항변권도 소멸된다고 한다.


 라. 시효완성된 자동채권과 상계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되는지에 관한 논의는 시효완성의 효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초기의 양상은 당연상계주의와 소급효에 의하여 상계를 긍정하는 견해가 다수였으나, 후기의 양상은 상계권행사주의와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한 논의와 결부되어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19세기 중반에서는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하여 약한 효력설이 통설적 지위를 점하게 되고 상계권을 행사하는 시점에 자연채무로 존속하므로 다수설은 시효완성 전에 상계적상이 인정되는 경우 시효완성 후의 상계를 허용한다.57) 이에 반하여 소수설은 채무자보호를 위한 시효제도의 취지를 온전하게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계도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58) 상계의 의사표시가 이루어질 때에 반대채권이 존재하여야 하나,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에 의하여 반대채권이 소멸하였으므로 상계는 부적법하다고 한다.59) 다수의 판례는 상계를 긍정하나,60) 이를 부정하는 판례도 존재한다.61)  

57) Weber, Systematische Entwicklung der Lehre von der natürlichen Verbindlichkeit und deren gerichtlichen Wirkung, 5. Aufl. 1825, 355; Savigny(주 29), 404; Glück, Ausführliche Erläuterung der Pandecten nach Hellfeld, Band 15/1, 2. Aufl. 1843, 65; Zaun(주 39), 521; Koch(주 28), 712; Holzschuher(주 48), 423; Förster(주 41), 605; Kruz, Die Lehre von der Compensation, 1833, 231f.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에 의하여 상계적상 시에 소급하여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이상 그 후의 시효완성은 상계의 효력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58) Heimbach(주 47), 461; Brinkmann, Wissenschaftlich praktische Rechtskunde, Band 1, 1831, 144ff.; Keller/Lewis(주 54), 215; Arndts, Lehrbuch der Pandekten, 11. Aufl. 1883, §277, Anm. 1(S. 544); Unterholzner/Schirmer(주 31), 299f.에 의하면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설을 주장하면서도 시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상계는 허용될 수 없으며, D.16.2.14 개소가 D.16.2.16 개소에 우선한다고 한다.
59) Siebenhaar, “Zwei Fragen aus der Lehre der Compensation”, Zeitschrift für Rechtspflege und Verwaltung, n. F. Band 29, 1867, 98ff. 
60) Berlin Cassation- und Revisionshof(1848. 9. 29.), Seuffert Archiv 2, 205(Nr. 163); OAG Cassel(1860. 2. 13.), Seuffert Archiv 14, 26(Nr. 19); OAG Wolfenbüttel(1861. 12. 23.), Seuffert Archiv 15, 190(Nr. 118); OAG Dresden(1859. 1. 26.), Annalen Band 1, 20(Nr. 2). 다만 Berlin Cassation und Revisionshof(1848. 9. 29.), Seuffert Archiv 2, 205(Nr. 163)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에 입각하여 상계를 긍정한다.
61) Oberappellationsgericht Dresden(1855. 1.), Seuffert Archiv 9, 331(Nr. 253)


3. 소결  


  로마법에서 소송상 상계로 파악되다가, 근세에 들어서면서 소송상 상계로부터 탈피하기에 이르렀다.62) 특히 19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소송외 상계의 의사표시로 충분하다는 견해가 통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로마법에서는 당연상계주의가 관철되었으나, 상계의 권리성이 점차 인식되면서 상계권행사주의가 통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상계권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의미가 점차 강조되기에 이른 것이다.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하여 학설의 대립은 상당히 첨예하였으나, 강한 효력설에서 약한 효력설로의 추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강한 효력설에 입각하여 법조문이 규정된 경우에도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약한 효력설이 지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항변권의 영구성에 관한 논의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 즉 약한 효력설에 의하면 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채무는 잔존하여 자동채권이 될 수 있으므로 자동채권의 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상계항변이 존속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약한 효력설은 종속적 항변권의 영구성을 지지한다. 항변권의 영구성에 관한 논의는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으로 구분되어 전개된다. 특히 종속적 항변권의 영구성이 문제 되는데, 이는 소멸시효제도를 통하여 채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62) Dullinger, Handbuch der Aufrechnung, 1995, 98


Ⅲ. 비교법적 고찰  


1. 독일 


 가. 당연상계주의의 극복 

 

   민법의 제정과정에서 일관되게 당연상계주의가 거부되고 상계의 의사표시가 요구되었고, 소송외 의사표시로도 충분하였다.63) 이는 당시의 입법례와 확고한 판례를 따른 것이다.64) 부분초안 제2조 제1항 제2문은 상계의 의사표시는 소송상 또는 소송외로 행해질 수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였으나, 제1위원회는 상계는 법원에 대하여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결정하였다.65) 이러한 점은 민법이유서에서도 명확하게 지적되었고,66)이후의 논의에서는 더 이상 다투어지지 않았다.67) 

63) Zimmermann(주 9), Rn. 22. 부분초안 제2조 제1항에서부터 민법 제388조 제1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상계의 의사표시가 요구되었다.
64) v. Kübel, Vorentwürfe, Schuldrecht I, 1980, 1081. 참조된 입법례는 1853년 헤센초안 제318조 제2항(채무자가 상계를 신청한 경우에만 상계의 효력이 발생한다), 1861년 바이에른초안 제182조(상계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의사표시를 통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1863년 작센민법 제992조 제1문(일방 채권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소송상 또는 소송 외로 상계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상계의 효력이 발생한다), 1866년 드레스덴초안 제372조 제2문(이러한 효력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1881년 스위스 채무법 제138조 제1문(상계의 효력은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을 상계에 사용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채권자에게 표시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1853/1855년 취리히 사법 제1052조(그것은 자신의 채권을 상계에 사용할지 아니면 반대채권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채무자의 의사에 달려 있다)이다.
65) Jakobs/Schubert, Die Beratung, Recht der Schuldverhältnisse I, 1978, 699f.
66) Motive, Band 2, 106=Mugdan, Band 2, 58.
67) Lippmann, “Rückwirkung und Rechtsgeschäft der Aufrechungserklärung”, Jherings Jahrbücher 43, 1901, 468ff


 나. 시효완성의 효력 


  총칙편 예비초안 제194조는 소멸시효의 완성이 청구권을 완전하게 소멸시킨다고 규정한다.68) 총칙편 예비초안에서는 권리의 소멸이라는 강한 효력이 부여되었고,69) 청구권의 시효로 인하여 그에 기한 항변권도 소멸하며, 상계항변도 부정되었다.70) 제1초안과 제2초안에서는 권리의 행사가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강한 효력이 인정되었다.71) 특히 제1초안에 대한 이유서에 의하면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에 기하여 상계가 부정되었다. 72) 이에 반하여 제정 민법 제222조(현행 민법 제214조)에서는 급부거절권이라는 약한 효력이 부여되었다. 73) 소멸시효의 목적은 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것을 요구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항변권이라는 보호수단을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74)  

68) Jakobs/Schubert, Die Beratung, Die Allgemeiner Teil, 2. Teilband, 1985, 1044.
69) Gebhard, Vorentwürfe, Allgemeiner Teil II, 1981, 388. 동소에 의하면 시효완성된 청구권에 대한 법적 효력이 온전하게 부정되어야 비로소 법적 평화가 보장되어 결과적으로 시효제도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한다. 
70) Gebhard(주 69), 391f.
71) 제1초안 제182조 제1항과 제2초안 제187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의 청구가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항변권이 채권자에게 발생한다고 규정하였다가, 제222조는 채무자에게 급부거절권을 인정한다고 규정한다(Mugdan, Band 1, CV I). 
72) Motive, Band 1, 343=Mugdan, Band 1, 541. 제1초안이 강한 효력설을 견지한 것은 제1위원회에서 빈트샤이트의 영향력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Klingmüller, “Über Klagenverjährung und deren Wirkung”, Festgabe Dahn, Band II, 1905, 61; Staudinger/Riezler, 7/8. Aufl. 1912, §222, Rn. 2). 
73) Klingmüller(주 72), 63; Peters/Zimmermann, “Verjährungsfristen”, in: Gutachten und Vorschläge zur Überarbeitung des Schuldrechts, Band 1, 1981, 264; HK-BGB/Hermann, Band I, 2003, §§194~225, Rn. 22; Staudinger/Peters/Jacoby, 2014, §214, Rn. 1. 
74) Mugdan, Band I, 842.


 다. 상계의 효력 


   부분초안 제2조 제2항은 상계의 소급효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통설과 입법례와 일치한다.75) 제1위원회에서 빈트샤이트는 상계의 소급효는 부자연스러운 법적 의제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상계의 장래효를 규정할 것을 제안하였다.76) 제1위원회는 상계의 장래효는 상계제도의 실제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빈트샤이트의 제안을 거부하였다.77) 제2위원회에서는 플랑크의 제안에 따라 상계의 장래효가 다시 논의되었으나, 제2위원회는 공평의 관점에서 위 제안을 거부하였다.78) 민법 제389조79)의 문언에 비추어 해석론으로 소급효를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민법전 시행 초기에는 소급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었다.80) 

75)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01조, 1855년 취리히 사법전 제1054조, 헤센초안 제318조, 바이에른초안 제183조, 작센민법 제992조, 드레스덴초안 제372조, 1881년 스위스 채무법 제138조.
76) Jakobs/Schubert(주 65), 699f.
77) Jakobs/Schubert(주 65), 700f.
78) Protokolle, Band II, 735ff.=Mugdan, Band II, 562f.
79) “상계는 쌍방의 채무가 상계에 적합하게 서로 대립하는 시점에 대등액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하는 효력이 있다.”
80) Lippmann(주 67), 437ff.; Oertmann, “Die rechtliche Natur der Aufrechnung”, AcP 113, 1915, 413f.; Planck, Bürgerlichen Gesetzbuch, Band 2, 1./2. Aufl. 1900, §389, Anm. 2.


 라. 항변권의 영구성 


 1) 민법 제정과정에서의 논의 


   부분초안 이유서에 의하면 항변권은 시효의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청구권에 기초한 항변의 경우에는 시효완성으로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항변권도 소멸한다고 한다.81) 제1초안에 대한 이유서에 의하면 항변권이 시효의 대상이 되느냐에 대하여 독립적 항변권(selbständige Einrede)과 종속적 항변권(unselbständige Einrede)의 구분법이 관철되고 있다.82) 독립적 항변권은 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종속적 항변권은 법률관계의 명확화를 위하여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후 주장될 수 없다고 한다.83) 

81) Gebhard(주 69), 391.
82) Motive 1, 291f.=Mugdan 1, 512. 동소에 의하면 독립적 항변권의 예로 민법 제1초안 제364조(≒민법 제320조. 동시이행항변권), 제427조 제1항(≒민법 제346조. 해제의 효력), 제664조(≒민법 제762조. 노름·내기에 의한 채무불성립의 항변), 제684조 제1항(≒민법 제821조) 등이 제시되었으며, 악의의 항변권은 독립적 항변권이 아니라고 한다.
83) Motive 1, 291=Mugdan 1, 512


 2) 민법전 시행 이후의 양상 


  통설과 판례는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의 이분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84)85) 따라서 독립적 항변권은 시효의 대상이 아니나, 종속적 항변권은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 청구권과 함께 소멸한다.86) 이에 반하여 소수설은 모든 항변권이 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87) 민법 제215조는 상계권과 채권적 유
치권에 대하여 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존속을 긍정하고 있다.88) 민법 제215조의 규정은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경우에 유추적용된다.89) 종속적 항변권에 해당하는 상계항변과 동시이행의 항변에 대하여 학설의 실익은 민법 제215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항변권이 존속하는지이다.  

84) RGZ 2, 158(1880. 6. 11.)(하자담보책임의 행사기간이 경과한 경우 하자담보책임에 기초한 항변도 소멸한다); Kosack, Lehrbuch des Deutschen bürgerlichen Rechts, Band 1, 4. Aufl. 1903, 264f.; Enneccerus/Nipperdey, Allgemeiner Teil II, 15. Aufl. 1960, 1383f.; Soergel/Niedenführ, 13. Aufl. 2002, §194, Rn. 14; MünchKomm/Grothe, 8. Aufl. 2018, §194, Rn. 6; Bamberger/Roth/Henrich, 4. Aufl. 2019, §194, Rn. 18; Palandt/Ellenberger, 78. Aufl. 2019, §194, Rn. 6; Thomale, “Die Einrede als materielles Gestalungsrecht”, AcP 212, 2012, 961; MünkchKomm/Grothe, 8. Aufl. 2018, §194, Rn. 6에 의하면 독립적 항변권에는 지급유예의 항변, 시효의 항변, 현저한 불균형에 기한 급부거절의 항변(제275조 제2항), 불안의 항변권(제321조 제1항), 한정승인의 항변이 포함된다고 한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성격(독립적 항변권 여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한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독립적 항변권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항변권의 영구성이 제한없이 인정되나[Enneccerus/Nipperdey(주 84), 1434],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종속적 항변권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민법 제215조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항변권의 영구성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BGHZ 53, 122, 125; BGH NJW 2006, 2773, 2775; BGH NJW 2016, 52; RGRK/Ballhaus, 12. Aufl. 1976, §320, Rn. 9; Staudinger/Otto, 2009, §320, Rn. 25; Soergel/Gsell, 13. Aufl. 2005, §320, Rn. 52; Bamberger/Roth/H. Schmidt, 4. Aufl. 2019, §320, Rn. 24). 
85) 종속적 항변권으로 분류되나, 법률의 규정에 근거하여 항변권이 존속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제821조(법률상 원인 없이 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그 채무에 대한 면책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때에도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와 제853조(어떤 사람이 그가 범한 불법행위에 의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채권소멸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 때에도, 피해자는 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가 그러하다.
86) Langheineken, Anspruch und Einrede, 1903, 179f.; Windscheid/Kipp(주 47), 577; Staudinger/Coing, 11. Aufl. 1957, §194, Rn. 18; Enneccerus/Nipperdey(주 84), 1434; RGRK/Johannsen, 12. Aufl. 1982,§194, Rn. 12; Thomale(주 84), 961; Grothe(주 84), §194, Rn. 6.  
87) Crome, System des Deutschen Bürgerlichen Rechts, Band 1, 1900, 505; Dernburg, Das bürgerlichen Recht, Band 1, 3. Aufl. 1906, 604; v. Tuhr, Der Allgemeiner Teil des Deutschen Bürgerlichen Rechts, Band 1, 1910, 302f; Planck/Knoke, Band 1, 4. Aufl. 1913, §194, Anm. 1; Riezler(주 72), §194, Rn. 8에 의하면 현상을 유지하려는 시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항변권을 통하여 현상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종속적 항변권도 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88) 다만 기초가 되는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상계적상 또는 급부거절권능이 인정되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채권법 대개정전의 경우에 학설과 판례는 채권적 유치권에 대하여 개정전 민법 제390조 제2문의 유추적용을 긍정하였다[BGHZ 48, 116, 117f.; Grothe(주 84), §215, Rn. 4; Thomale(주 84), 961].
89) BGH NJW 2006, 2773, 2775 Rn. 21; Grothe(주 84), §215, Rn. 4; Peters/Jacoby(주 73), §215, Rn. 13.


 마.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1) 민법 제정과정의 논의 


 가) 부분초안의 규율 


   채권편에 대한 예비초안 작성자 퀴벨(v. Kübel)은 당연상계주의를 극복하고 채무자의 상계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90)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는 시점에 상계의 요건인 자동채권의 존재를 요구하였다. 91) 부분초안은 작센민법과 드레스덴 초안을 참고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부정하였다.92) 상계의 소급효에 따라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93) 따라서 자동채권은 상계의 의사표시 시까지 소멸되어서는 안 된다.94)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설에 따라 청구권의 소멸 및 이에 기초한 항변권의 소멸이 인정된 것이다.95) 다른 한편으로 반대채권의 채권자는 시효완성 
전에 소제기나 상계항변에 장애를 받지 않았기에 시효완성의 효력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96) 

90) v. Kübel(주 64), 1075~1079.
91) v. Kübel(주 64), 1087.
92) v. Kübel(주 64), 1088. 작센민법 제170조(=초안 제179조)는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을 규정하고 제992조(=초안 제1019조)는 상계권행사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작센민법 이유서에 의하면 초안 제179조와 제1019조를 함께 고려하면 상계의 의사표시의 시점에 상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 이미 시효완성된 경우에 상계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한다(Specielle Motiven, 1861, 626). 드레스덴 초안의 정확한 명칭은 채권관계에 관한 일반독일민법전의 초안(Entwurf eines allgemeinen deutschen Gesetzes über Schuldverhältnisse)이다. 드레스덴 초안 제372조는 채권과 반대채권은 상계적상의 시점에 변제와 같이 대등액에서 소멸하는 한도에서 효력이 발생하며, 이러한 효력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상계권을 행사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만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제417조는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을 규정하는데, 의사록에 의하면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에 따라 상계의 경우에 예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한다(Protocolle, Band 2, 1864, 1444f.) 
93) v. Kübel(주 64), 1088.
94) v. Kübel(주 64), 1088. 
95) v. Kübel(주 64), 1088.
96) v. Kübel(주 64), 1088. 예비초안 편집본 총칙 제138조 제2문(§138 S. 2, Allgemeiner Teil, Zusammenstellung)은 청구권이 상계권이나 유치권의 항변에 걸려 있다고 하여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Zusammenstellung’은 예비초안의 편집본에 해당한다. 


 나) 제1위원회의 논의 


   시효완성된 채권은 제1초안 제281조 제2항과 제182조 제1항에 따라 상계에 사용될 수 없다.97) 첫째, 시효완성된 채권은 ‘소구가능성(rechtliche Erzwingbarkeit)’이라는 상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98) 둘째, 대립하는 채권이 존재한다고 하여 채권의 시효가 중단되지 않으며(제1초안 제162조 제3항),99) 상계가능성이 ‘상
계권의 영구성(ein unentziehbares Recht zur Aufrechnung)’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100) 셋째,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허용하는 것은 단기소멸시효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101) 넷째,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자가 상대방도 동액이 결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뢰하거나 소액을 청구하는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다액의 청구를 당할 수 있어서 주저하였기 때문에 채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상계를 허용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102)  

97) Mugdan II, 58. 제1초안 제281조 제2항은 항변권의 대항을 받는 채권으로는 상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1초안 제182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완성 후에는 채권의 행사가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항변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98) Mugdan II, 58.
99) Mugdan I, 541. 제1초안 제162조 제3항은 상계적상인 채권이 대립하고 있거나 채권이 취소될 수 있다고 하여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100) Mugdan I, 541. 
101) Mugdan I, 541. 
102) Mugdan I, 541.


 다) 제2위원회의 논의 


 제2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①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는 새로운 제안에 찬성하였다.103) 첫째, 새로운 제안은 ‘공평(Billigkeit)’과 ‘목적적합성(Zweckmäßigkeit)’에 근거한다.104) 채무자는 상계나 소송을 통하여 먼저 자신의 채권을 행사할 유인을 갖지 못하며, 오히려 채권자의 청구에 대응하여 상계할 유인이 있을 뿐이다.105) 왜냐하면 채무자의 제소 시에는 상대방의 상계로 인하여 청구가 기각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초과금액을 지불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로지 자동채권의 소멸시효를 막기 위하여 먼저 상계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106) 다른 한편으로 채권자가 시효완성 시까지 채무자로 하여금 상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게 놔두고서는 채무자의 채권의 시효완성 후에 자신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실무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효완성 후에 상계를 허용한다고 하여 법적 안정성을 위협하거나 시효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은 아니다.107) 양 채권이 상호 간에 청구됨이 없이 존속하는 기간이 늘어갈수록, 그러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기대는 더욱 정당화된다.108)  

103) Mugdan II, 560. 
104) Mugdan II, 560. 동소에 의하면 현행법의 근거로 OLG Hamburg(1884. 4. 1.), Seuffert Archiv 39, 289(Nr. 203)(상계를 불허하는 경우 시효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법률관계가 왜곡되어 실질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한다); RG(1885. 4. 18.), Seuffert Archiv 40, 410(Nr. 283)(상계의 소급효에 의하여 시효항변이 배제될 뿐이지, 항변의 영구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되었다);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01조(상계적상에 있는 채권이 성립하자마자, 상계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채무는 소멸한다), 프랑스 민법 제1290조(상계는 채무자의 인식과 무관하게 법률상 당연히 효력을 발휘하며 상계적상 시에 대등액에서 소멸한다)가 제시되었다. 이러한 서술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와 소급효를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105) Mugdan II, 561. 
106) Mugdan II, 561. 
107) Mugdan II, 561. 
108) Mugdan II, 561.


 ② 소수의견 


   소수의견은 제1초안과 마찬가지로 시효제도의 취지를 몰각한다고 보아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부정하였다.109) 첫째, 채무자는 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채무의 소멸에 관한 증명이 강요되는 위험에 처하게 되며, 사실상 단기소멸시효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소송외 상계의 의사표시로 간편

하게 정산할 수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경우 이로 인한 불이익은 채무자가 스스로 부담하여야 한다.110) 셋째, 상계의 소급효에 기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가 허용된다는 결론이 곧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111)  

109) Mugdan II, 560. 
110) Mugdan II, 560.
111) Mugdan II, 560.


 2) 민법전 시행 이후의 논의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시효제도의 취지에 배치될 수 있다고 하면서 견련관계가 있는 채권 상호 간에는 예외적으로 시효완성 후 상계가 허용될 수 있다는 감정의견이 제시되었으나,112) 채권법개정위원회는 실무상 타당성이 검증되었고 적용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러한 변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최종의견을 개진하였다.113) 2002년 채권법대개정에서도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에 관한 종전의 규율이 실무상으로 타당성이 증명되었다고 하면서 그대로 유지되었다.114) 학설과 판례는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는 민법 규정을 지지하고, 그 근거는 공평의 원칙이라고 한다.115)  

112) Peters/Zimmermann(주 73), 266.
113) Bundesminister der Justiz(Hrsg.), Abschlußbericht der Kommission zur Überarbeitung des Schuldrechts, 1992, 102.
114) Bundestag-Drucksache 14/6040, 122.
115) BGHZ 48, 116, 117; Planck/Siber, Band 2/1, 4. Aufl. 1914, §390, Anm. 2; RGRK/Weber, 12. Aufl. 1976, §390 aF, Rn. 10; Gernhuber, Die Erfüllung und ihre Surrogate, 2. Aufl. 1994, 299; Grunsky, “Ausschlußfristen und Verjährung”, Festschrift für Kissel, 1994, 293; Staudinger/Gursky, 2000, §390 aF, Rn. 32; Grothe(주 84), §215, Rn. 2


 바. 소결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부분초안과 제1초안에서는 부정되었으나, 제2위원회의 논의에서 형평과 목적적합성을 이유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민법 제정과정에서 부분초안과 제1초안은 소멸시효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제2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비로소 소멸시효에 대한 예외가 제안되었다.116) 다수설은 소멸시효항변에 대한 예외의 근거로 이미 성립한 상계항변권이 이후의 소멸시효완성으로 소멸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항변권의 영구성을 제시하였다.117) 이에 반하여 소수설은 소멸시효항변에 대한 예외를 부정하면서 시효완성 전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118) 채무자는 상계라는 간편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었으나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로 인한 불이익이 감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119)  

116) Jakobs/Schubert(주 65), 698, 704. 
117) Dernburg(주 18), 474. 
118) Eisele(주 39), 333ff.; Windscheid/Kipp(주 21), 483f., N 2.
119) Eisele(주 39), 388f.


2. 스위스 


 가. 상계권행사주의  

 

   채무법이 시행되기 전에 지역별로 상계제도가 전개되었다.120) 1855년 취리히 사법전 제1052조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며,121) 제1054조는 상계의 효력은 상계적상 시로 소급한다고 규정한다.122) 1881년 채무법 제138조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며, 상계의 효력은 상계적상 시로 소급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태도
는 당연상계주의를 부정한 것으로 평가된다.123) 1910년 채무법 제124조 제1항은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행해져야 한다고 규정하며, 상계의 효력은 상계적상 시로 소급한다.124)  

120) Zellweger-Gutknecht(주 17), Vorbemerkungen zu Art. 120-126, N 87-89에 의하면 Berner Gruppe(Bern, Luzern, Solothurn, Aargau)의 경우에는 베른 민법전의 상계에 관한 규율이 통용되며, 이는 부분적으로 오스트리아 민법에 근접하며, Welsche Gruppe(Genf, Waadt, Tessin, Wallis, Neuenburg, Freiburg)의 경우에는 프랑스 민법전의 규율이 대체로 적용되는데, 통일적 규율이 도출된 것은 아니며, Zürcher Gruppe(Zürich, Graubünden, Schaffhausen)의 경우에는 취리히 사법전에 의하여 규율되었다고 한다.  
121) Störi-Schütz(주 17), 114에 의하면 1715년 취리히 재판규정(Zürcher Stadtgerichtsordung von 1715)에서도 상계의 효력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소송에서 원용할 것이 요구되었다고 한다. 
122) Bluntschli, Privatrechtliches Gesetzbuch, Band 3, 1855, 105f.; Ullmer, Commentar, 1870, §1074, 103, Nr. 1706.
123) Haberstich, Handbuch des Schweizerischen Obligationenrechts, Band 1, 1884, 271f;Schneider/Fick, Das Schweizerische Obligationenrecht, Band 1, 2. Aufl. 1896, Art. 138, N. 1. 
124) Bucher, Schweizerisches Obligationenrecht, Allgemeiner Teil, 2. Aufl. 1988, 430; Schwenzer, Schweizerisches Obligationenrecht, Allgemeiner Teil, 7. Aufl. 2016, N 78.04.


 나. 시효완성의 효력 


  1855년 취리히 사법전 제1064조는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을 문언(‘zerstört’)을 통하여 보여준다.125) 1881년 채무법상 시효에 관한 규율은 1910년 채무법에서 거의 그대로 채택되었다.126) 채무법은 시효완성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규율하지 않으나, 학설과 판례는 법문상의 용어(verjähren)에 주목하여 시효완성의 효력을 판단한다.127) 채무법상 해석으로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채무로 남는 약한 효력설이 통설이고,128) 이에 반하여 채권이 소멸하고 자연채무도 부정하는 강한 효력설은 소수이다.129)  

125) 입법과정에서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대항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채무자에게 부여하여 법률관계를 종국적으로 매듭짓고자 하는 의도에서 소멸의 추정이라는 제안을 거부하고 ‘zerstört’라는 문언이 채택되었다[Bluntschli(주 122), 111f.]. 다만 유력설은사비니와 운터홀처의 견해를 원용하면서 약한 효력설을 주장하였다(Rahn,“Zur Lehre von der Verjährung der Forderungen, nach zürcherischem Rechte”, Schauberg’s Beiträge 4, 1843, 102).
126) Zürcher Kommentar/Berti, 2002, Vorb. Art. 127-142, N 23; Berger, Allgemeines Schuldrecht, 3. Aufl. 2018, N 1492. 1881년 채무법 제146조 제1항의 ‘청구권(Anspruch)’을 1910년 채무법 제127조에서 ‘채권(Forderung)’으로 변경하였을 뿐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127) Zürcher Kommentar/Oser/Schönenberger, 2. Aufl. 1929, OR Art. 142, N 1. 법원은 소멸시효를 직권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1881년 채무법 제160조, 1910년 채무법 제142조)도 약한 효력설의 근거가 된다.
128) BGE 99 II, S. 189; v. Tuhr, Allgemeiner Teil des Schweizerischen Obligationenrechts, 2 Halbband, 1925, 620; Oser/Schönenberger(주 127), OR Art. 142, N 6; Nabholz, Verjährung und Verwirkung als Rechtsuntergangsgründe infolge Zeitablaufs, 1961, 174; v. Bühren, Schweizerisches Obligationenrecht, Allgemeiner Teil, 1964, 437; v. Tuhr/Escher, Allgemeiner Teil des 
Schweizerischen Obligationenrechts, Band II, 3. Aufl. 1974, 230f.; Bucher(주 124), 445f.; Berti(주 126), OR Art. 127, N 43~44; Kurzkommentar/Däppen, 2014, OR Art. 127, N 9; Schwenzer(주 124), N 85.01; Koller, Schweizerisches Obligationenrecht, Allgemeiner Teil, 4. Aufl. 2017, N 67.36; Berger(주 126), N 1482; Bucher(주 124), S. 446, Fn. 7에 의하면 소멸시효를 소구가능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통설은 역사적으로 소권체계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129) Haberstich(주 123), 290; Janggen, Die Compensation, 1888, 115


 다. 항변권과 시효  


 항변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느냐에 관한 논의가 상세하게 전개된 것은 아니다. 항변권은 시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130)와 종속적 항변권의 경우에 시효에 걸린다는 견해가131) 대립할 뿐이다. 

130) Nabholz(주 128), 173; v. Tuhr/Escher(주 128), 233; Berti(주 126), Art. 127, N 21.
131) Oser/Schönenberger(주 127), vor Art. 127-142, N 14.


 라.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1855년 취리히 사법전 제1074조는 소멸시효완성에 대하여 강한 효력을 부여하여 재판상 청구를 부정하나, 상계에 대하여는 제한적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132) 법문에 의하면 시효완성 후에 발생하였거나 상계적상인 채권에 대하여만 상계가 부정될 뿐이어서 시효완성 전에 상계적상이 있는 경우에는 견해가 대립한다.133) 1881년의 채무법에는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134) 이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는 대립하였다.135) 판례는 시효완성은 채권의 소멸사유이므로 상계의 자동채권이 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고, 1881년 채무법 제138조 제2문에 의하여 상계항변의 영구성이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상계를 부정하였다.136) 이에 반하여 학설은 공평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계를 긍정하는 견해137)와 상계의 의사표시 시에 시효완성으로 채권이 이미 소멸하므로 상계가 부적법하다는 견해138)로 나뉘었다. 1910년 채권법은 독일의 입법례(당시 민법 제390조)를 참고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는 제120조 제3항을 도입하였다.139) 채무법 제120조 제3항의 근거는 상계의 소급효가 아니라 공평의 원칙이다.140) 상계가능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소멸시효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부당하다는 것이다.141) 일부 학설은 항변권의 영구성원칙을 근거로 삼기도 하고,142)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에 근거하여 상계를 긍정하기도 한다.143) 

132) Ullmer(주 122), §1074, S. 115, Nr. 1761. 
133) Bluntschli(주 122), 121에 의하면 상계의 소급효에 근거하여 상계를 긍정하나, Ullmer(주 122), §1074, S. 115, Nr. 1761에 의하면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에 입각하여 상계를 부정한다. 특히 취리히사법전이 시행되기 전에 학설과 판례는 상계부정설을 견지한다[Urteil(1839. 11. 18.), Schauberg’s Beiträge 4, 1843, S. 65, Nr. 56; Urteil(1850. 11. 14.), Schauberg’s Beiträge 14, 1852, S. 121, Nr. 32; Rahn(주 125), 106].
134) 1881년 채무법 제131조: 2인이 서로 금전이나 동종의 물건을 부담하는 경우, 각자는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 채무자는 자신의 채권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상계할 수 있다.제138조: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할 때에 상계는 효력이 생긴다.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상계적상 시에 대등액에서 소멸한 것으로 처리된다. 
135) Zürcher Kommentar/Aepli, 1991, OR Art. 120, N 157.
136) BGE 34 II, 633. 동소에 의하면 제네바 지방법원 판결(1900. 4. 21.)은 긍정설을 취하고, 취리히 고등법원 판결은 부정설을 취한다고 한다.연방대법원의 판례가 선고되기 전에 하급법원의 판례는 긍정설과 부정설로 갈려 있었다고 한다(Fick/Morlot, Das schweizerische Obligationenrecht, Band 1, 1915, Art. 120, Anm. 7).
137) Hafner, Das Schweizerische Obligationenrecht, 2. Aufl. 1905, OR Art. 138, Anm. 2.
138) Janggen(주 129), 115. Schneider/Fick(주 123), OR Art. 138, Anm. 4에 의하면 상계의 효력에 관한 조문에 의하여 상계의 요건이 도출될 수 없다고 한다.
139) Amtliches stenographisches Bülletin der schweizerischen Bundesversammlung Ständerat 1910, 183; Amtliches stenographisches Bülletin der schweizerischen Bundesversammlung Nationalrat 1910, 336. 초안 제1145조에 제3항이 추가되었고, 위 초안이 채무법 제120조가 되었다.
140) Amtliches stenographisches Bülletin(주 139), 183; Berner Kommentar/Becker, 2. Aufl. 1941, OR Art. 120, N 23; Aepli(주 135), Art. 120, N 157; Zellweger-Gutknecht(주 17), OR Art. 120, N 73. 
141) v. Tuhr/Escher(주 128), 196; Koller, “Die Verrechnung nach schweizerischem Recht”, recht 2007, 105; Koller(주 128), N 66.30. 
142) Becker(주 140), N 23; Honsell, Schweizerisches Obligationenrecht, Besonderer Teil, 10. Aufl. 2017, 113.
143) Schwenzer(주 124), N 85.02.


 마. 소결  


   1855년 취리히 사법전은 상계권행사주의와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을 견지하였으나, 시효완성된 채권을 그 후에 발생한 채권 등에 대하여 상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계적상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였다. 1881년 채무법은 상계권행사주의와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을 견지하였으나, 여전히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대한 견해가 대립하였다. 상계의 효과에 관한 규율에 의하여 상계의 요건에 관한 규율이 곧바로 도출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하여 대체로 인식을 같이 했다. 1910년 채무법 개정을 통하여 독일 민법을 입법례로 참고하여 공평의 원칙에 입각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면서 오랫동안 해석론적 논란이 종결되었다. 스위스의 논의를 통해서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부라는 문제가 시효제도의 취지에 배치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해석론으로 부정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 수밖
에 없다. 


3. 오스트리아 


 가. 서설 


  오스트리아 민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144) 따라서 이에 관한 논의의 양상은 명문의 규정이 있는 독일이나 스위스와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된다. 

144) Eypeltauer, “Verjährung und Aufrechnung”, JBl. 1991, 138

 

 나. 당연상계주의와 상계권행사주의  


   민법 제정 당시의 통설은 입법자의 의사를 강조하여 당연상계주의를 지지하고, 이러한 입장이 문언(‘schon für sich’)에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145) 실제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77조와 같은 규정을 두자는 제안은 ‘당연상계원칙(ipso iure compensatur)’에 비추어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배척되었다.146) 1916년 
제3차 부분개정에서도 입법자는 소멸시효기간의 단축으로 인한 불합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예시하고 있는데,147) 이는 당연상계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평가된다148) 민법 제1441조와 제1442조의 문언(‘in Aufrechnung bringen’)을 이미 발생한 상계의 효과를 소송상 원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149) 이에 반하여 상계권행사주의는 원안에서는 상계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었는데, 상계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상계의 의사표시가 요구된다는 민법 제1442조이 신설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150) 현재의 통설은 민법 제1438조의 문언만으로 당연상계주의가 도출되기 어렵고, 민법 제441조와 제1442조의 문언(‘in Aufrechnung bringen’)을 상계의 효력이 발생되기 위하여 상계의 의사표시가 요구되는 것으로 해석한다.151) 유력설은 당연상계주의는 사적 자치 원리에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152) 특히 상계권의 행사를 전제로 하여 상계적상 시로 상계의 효력이 소급한다는 설명을 당연상계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민법 제정 초기의 양상은 상계의 효과를 소송상 원용하는 것이 요구되었을 뿐이었으나,153)  현재의 통설은 상계의 의사표시는 소송상 행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외 의사표시로도 충분하다고 해석한다154) 다수설은 상계적상 시로의 소급효를 긍정하나,155) 소수설은 상계의 의사표시의 도달 시를 기준으로 장래효를 주장한다.156) 

145) Faistenberger(주 19), 132f.; Eypeltauer(주 144), 139; Zeiller, Commentar, Band IV, 1813, §1438, 167에 의하면 입법례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01조와 나폴레옹 민법 제1290조가 참조되었다. 
146) Ofner, Der Ur-Entwurf, Band II, 1889, 245. 프랑스의 인문주의와 자연법학자들의 영향으로 당사자가 원용할 필요없이 상계의 효력이 당연히 발생하는 소위 당연상계주의의 우세가 인정되었는데, 뽀띠에에 의하여 프랑스민법 제1290조 제1문에 당연상계주의가 규정되었다고 한다[Zimmermann(주 9), Rn. 11].
147) 2 Beilagen zn den Stenographischen Protokollen des Herrenhauses XXI, Sess. 1911, 161. 
148) Eypeltauer(주 144), 139.
149) Faistenberger(주 19), 136.
150) Eypeltauer(주 144), 139.
151) Klang/Bettelheim, Band 4, 1. Aufl. 1935, 504f; Gschnitzer/Faistenberger/Barta/Eccher, Österreichisches Schuldrecht, Allgemeiner Teil, 2. Aufl. 1985, 236; Mayrhofer, Schuldrecht, Allgemeiner Teil, 3. Aufl. 1986, 611; P. Bydlinski, “Aufrechnung mit verjährten Forderungen?”, RZ 1991, 2; Dullinger(주 62), 96f.; Kerschner, Dienstnehmerhaftpflichtgesetz, 2. Aufl. 2004, §7, Rz. 8; Welser/Zöchling-Jud, Grundriß des bürgerlichen Rechts, Band II, 14. Aufl. 2015, Rz. 481; Dullinger, Schuldrecht, Allgemeiner Teil, 6. Aufl. 2017, Rz. 4/30; Dullinger(주 62), 97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는 사적 자치 원리에 배치될 수 있다고 한다. 
152) Dullinger(주 62), 97.
153) Kornfeld, “Über die Kompensation mit verjährten Forderungen”, OGZ 1904, 430; Zeiller in den Protokollen zu §567=Ofner(주 146), 448; Zeiller(주 145), 167(‘vorläufigen’=‘außergerichtichen’). 
154) OGH(1970. 3. 4.)(SZ 43/60); Unger, “Ueber Obligationenrecht”, GrünhutsZ 15, 1888, 545, 550, Fn. 27; Hasenöhrl, Das österreichische Obligationenrecht, Band 2, 2. Aufl. 1899, 570f.; Stubenrauch, Commentar, Band 2, 8. Aufl. 1902, §1478, 884; Bettelheim(주 151), 505; Klang/Gschnitzer, Band 6, 2. Aufl. 1951, 495; Dullinger(주 62), 98; Eypeltauer(주 144), 141f.
155) Stubenrauch(주 154), §1478, 884; Ehrenzweig, System, Band II/1, 2. Aufl. 1920, 317; Klang/Bettelheim(주 151), 505; Mayrhofer(주 151), 1986, 611f.; Welser/Zöchling-Jud(주 151), Rz. 490.
156) Dullinger(주 62), 172ff.; Klang/Vollmaier, 3. Aufl. 2012, §1451, Rz. 10.


 다. 시효완성의 효력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하여 권리의 소멸이라는 ‘강한 효력설’과 소구가능성만 소멸되고 자연채무로 잔존한다는 ‘약한 효력설’이 상당기간 동안 대립하여 왔다.157) 초기의 양상은 입법자의 의사에 근거한 ‘강한 효력설’이 우세하였다.158) 그러나 이후의 양상은 민법 제1432조와 제1501조를 근거로 한 ‘약한 효력설’이 우세하게 되었다.159) 권리소멸이라는 문언(제1449조, 제1479조, 제1480조, 제1483조, 제1486조, 제1491조, 제1499조)뿐만 아니라 소권이라는 문언(제1489조)도 사용되었기 때문에 문언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한다.160) 

157) Vollmaier(주 156), §1451, Rz. 8. 
158) Ofner(주 146), 273f., 449, 584(심의과정에서 “소멸형태(Erlöschungsart)”라는 문언이 사용되었다); Zeiller(주 145), 192; Winiwarter, “Die Verjährung nach dem Oesterreichischen bürgerlichen Rechte”, Materialien für Gesetzkunde und Rechtspflege in den oesterreichischen Erbstaaten 8, 1824, 18; Pachmann, Die Verjährung, 1833, 62; Winiwarter, Das Oesterreichische bürgerliche Recht 5, 1838, 190; Unger, System, Band 2, 5. Aufl. 1892, 436ff. 다만 유력설은 권리의 소멸뿐만 아니라 소권의 소멸이라는 문언도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입법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강한 효력설을 견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약한 효력설을 견지한다(Hasenöhrl, Das österreichische Obligationenrecht, Band 1, 2. Aufl. 1892, 33).
159) Zródlowski, Die Verjährung nach österreichischem Recht, 1878, 8, 123; Grawein, Verjährung und gesetzliche Befristung, 1880, 142; Schiffner, Systematisches Lehrbuch, Band 1, 1882, 5 Heft, 197f.; Hasenöhrl(주 158), 33; Wolff, Grundriss des österreichischen bürgerlichen Rechts, 2. Aufl. 1946, 108; Gschnitzer/Faistenberger/Barta/Villotti(주 151),867;Reischauer, “Das neue Gewährleistungsrecht und seine schadenersatzrechtlichen Folgen”, JBl. 2002, 154; Vollmaier(주 156), §1451, Rz. 8; Schwimann/Mader/Janisch, Band 6, 4. Aufl. 2016, §1451, Rz. 4; P. Bydlinski, Allgemeiner Teil, 7. Aufl. 2016, Rz. 3/42; Welser/Kletečka, Grundriß des bürgerlichen Rechts, Band Ⅰ, 15. Aufl. 2018, Rz. 740. 오스트리아 민법 제1432조는 시효완성된 채무를 변제한 경우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다수설은 채무자가 시효완성사실을 모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한다. Klang/Klang, Band 6, 2. Aufl. 1951, Vorbemerkungen 1498 bis 1502, 663; Kurzkommentar zum ABGB/Meissel, 5. Aufl. 2017, §1451, Rz. 2), 제1501조는 소멸시효는 당사자의 원용 없이 직권으로 고려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반하여 소수설은 강한 효력설을 견지한다[Stubenrauch(주 154), §1478, 936 und §1499, 973].
160) Schiffner(주 159), 5 Heft, S. 199, N 6.


 라. 항변권과 소멸시효  


   항변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 다수설과 판례는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을 구분하여 해석한다.161) ① 재판상 청구와 함께 항변권도 인정되는 종속적 항변권의 경우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 종속적 항변권도 아울러 소멸하나,162) ② 재판상 청구는 인정되지 않고 항변권만 인정되는 독립적 항변권의 경우에는 상
대방의 청구에 대응하여 항변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항변권이 시효의 대상이 될 수 없다.163) 이에 반하여 소수설은 종속적 항변권을 포함한 모든 항변권은 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164) 유력설은 독립적 항변권이 시효로 소멸하지 않으나, 종속적 항변권의 시효 대상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한다165) 

161) OGH(1855. 9. 4.)(GIU Nr. 130); OGH(1857. 12. 11.)(GIU Nr. 486); OGH 1858. 5. 12(GIU Nr. 563); OGH(1861. 12. 30.)(GIU Nr. 1268); Zródlowski(주 159), 129f.; Schiffner(주 159), 5 Heft, 205; Unger(주 158), 510ff.; Vollmaier, Verjährung und Verfall, 2009, 138ff.; Meissel(주 159), §1451, Rz. 4. 
162) OGH(1861. 12. 30.)(GIU Nr. 1268)(민법 제1487조에 기한 항변의 영구성); Unger(주 158), 511ff.
163) OGH(1855. 9. 4.)(GIU Nr. 130)(유언무효 항변의 영구성); OGH(1857. 12. 11.)(GIU Nr. 486); OGH(1858. 5. 12.)(GIU Nr. 563)(유언무효 항변의 영구성); Unger(주 158), S. 511에 의하면 상대방의 청구에 대응하여 항변하여야 하는데, 상대방의 청구가 없어서 항변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불이익을 부과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멸시효제도는 권리불행사에 과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이익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164) Burckhard, System, Band 2, 1884, 595ff.; Stubenrauch(주 154), §1478, 937. 
165) Ehrenzweig, System, Band Ⅰ/1, 1925, §134 III, 308ff; Klang(주 159), 664에 의하면 쌍무계약에서 타방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여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면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가부  


 1) 판례  

 

  판례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긍정한다.166) 상계적상 시로 상계의 효력이 소급하므로 그 이후의 소멸시효의 완성은 상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는 소구가능성의 박탈에 한정되고 상계권에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167)  

166) OGH(1857. 2. 10.)(GlU Nr. 291); OGH(1900. 10. 18.)(GlUNF Nr. 1155); OGH(1913. 2. 25.)(GlUNF Nr. 6329); OGH(1955. 3. 16.)(3Ob782/54=SZ 28/76); OGH(1995. 7. 11.)(4Ob546/95=RZ 1996/41); OGH(2012. 9. 13.)(6Ob110/12p=SZ 2012/90); OGH(2015. 12. 1.)(6Ob179/14p=SZ 2015/135). 다만 OGH(1889. 10. 16.)(GIU Nr. 12954)에 의하면 위약금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대금채권과의 상계가 부정되었다.
167) OGH(1993. 5. 13.)(6Ob1622/91).


 2) 학설 


 가) 긍정설 


 상계의 소급효에 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긍정한다.168) 초기의 양상은 당연상계주의와 상계의 소급효를 근거로 제시되었으나,169) 유력설은 상계적상을 신뢰하여 재판상 청구를 하지 아니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상계를 부정하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한다.170)  

168) Ellinger, Handbuch des österreichischen allgemeinen Zivilrechtes, 6. Aufl. 1858, 651; Zródlowski(주 159), 128f.; Unger(주 158), 439, N 9; Unger(주 154), 544; Kornfeld(주 153), 430; Krasnopolski, Österreichisches Obligationenrecht, 1910, 311; Pisko, Lehrbuch des österreichischen Handelsrechtes, 1923, 277; Bettelheim(주 151), 502f.; Wolff(주 159), 141; Klang/Gschnitzer(주 154), 496, 502; Klang(주 159), 663f.; Gschnitzer/Faistenberger/Barta/Eccher(주 151), 232, 236; Mayrhofer(주 151), 595; 
Schwimann/Honsell, 1. Aufl. 1987, §1438, Rz. 6 und §1439, Rz. 2; Koziol/Welser, Grundriß des bürgerlichen Rechts, Band Ⅱ, 13. Aufl. 2007, 106; Welser/Zöchling-Jud(주 151), Rz. 491; Klang(주 159), 664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를 전제로 한 입법자의 의사에 의하면 상계의 소급효에 의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된다고 한다.
169) Ofner(주 146), 245; Kornfeld(주 153), 430에 의하면 민법 제정과정에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 제1장 제16절 제377조와 같은 규정을 둘 것이 제안되었으나, ‘당연상계주의(ipso iure compensatur)’는 명확하여 별도의 규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고 한다.  
170) Hasenöhrl(주 154), 558; Kornfeld(주 153), 430에 의하면 형평과 상계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상계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나) 부정설  


  소멸시효와 상계의 취지에 비추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부정한다.171) 민법 제정 당시의 논의에 의하면 당연상계주의와 소급효이론에 입각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긍정할 수 있었으나, 현재의 통설에 의하면 상계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므로 상계의 의사표시 시에 
상계적상을 갖추어야 하나 시효완성된 채권이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172) 유력설은 채무자보호를 위한 소멸시효제도의 취지가 재판상 청구뿐만 아니라 상계의 경우에도 관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173) 

171) Unger(주 158), 438, Fn. 9; P. Bydlinski(주 151), S. 4; P. Bydlinski, “Aufrechnung mit verjährten Forderungen”, AcP 196, 1996, 276; Dullinger(주 62), 183f.; Eypeltauer(주 144), 138; Vollmaier(주 161), 174; ABGB-ON/Holly, 2010, §1438, Rz. 20; Riedler, Zivilrecht II, Schuldrecht AT, 4. Aufl. 2010, Rz 12/25; Schopper, “Aufrechnung bei Fremdwährungskrediten”, VbR 2014, 43; 
Taschenkommentar ABGB/Leupold, 3. Aufl. 2015, §1438, Rz. 7; Schwimann/Heidinger, 4. Aufl. 2016, §1438, Rz 24; Kurzkommentar zum ABGB/Griss/P. Bydlinski, 5. Aufl. 2017, §1438, Rz. 4; Mader/Janisch(주 159), §1451, Rz. 4; Meissel(주 159), §1451, Rz. 3; Vollmaier(주 156), §1451, Rz 10. 초기의 문헌 중 유일하게 부정설을 취하는 Burckhard(주 164), 596에 의하면 상계권행사 시에 시효로 채권이 소멸하면 상계항변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172) Dullinger(주 151), Rz. 4/40; Eypeltauer(주 144), 151; Schopper(주 171), 43; Dullinger(주 62), 165에 의하면 시효완성된 채권은 제소가능성이 없어 민법 제1439조의 요건(Richtigkeit)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173) Vollmaier(주 156), §1451, Rz. 10.


 바. 소결 


  초기에는 당연상계주의 및 소급효원칙에 근거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하는 견해가 우세하였으나, 최근의 양상은 당연상계주의가 극복되고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설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견해가 증가하고 있다.  


4. 소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독일에서 가장 상세하게 전개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직접적으로 스위스에 영향을 미쳤다. 당연상계주의 및 시효완성의 강한 효력설에서는 상계의 소급효에 의하여 상계가 긍정되었으나, 상계권행사주의 및 시효완성의 약한 효력설
에서는 자연채무는 상계로 충분하며 항변권의 영구성에 의하여 상계가 긍정되었다. 특히 독일 민법 제정과정에서 상계를 허용하는 실질적 이유로 공평과 상계제도의 취지가 제시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논의는 보통법학의 전개 양상에 따라 상당한 변천을 겪어 왔다. 초기의 양상은 당연상계주의와 상계의 소급효에 의하여 시효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는 것이 압도적 통설이었으나, 당

연상계주의가 극복되고 상계권행사주의가 강조되면서 상계권행사 시에 자동채권
이 온전하게 존재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히 늘어가고 있다.  


Ⅳ. 개별적 고찰  


1. 상계의 소급효 


   로마법상 상계제도는 소송법상 제도로 이해되었으나, 보통법학을 거치면서 실체법상 제도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연상계주의가 극복되고 상계권행사주의가 관철되었다. 상계권행사 시에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상계가 적법하게 처리된다(상계적상의 현존). 상계권의 행사가 적법한 경우에 그 법률효과가 상계적상 시로 소급하는 것이다. 상계의 소급효는 상계가 적법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그 법률효과를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상계의 소급효에 의하여 민법 제495조를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상계의 효과가 상계적상 시로 소급한다고 하여 곧바로 시효완성 및 원용으로 소멸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민법 제495조의 입법 취지  


   통설과 판례는 민법 제495조의 정당성을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의 당사자 상호 간의 결제에 대한 신뢰의 보호필요성에서 찾고 있다.174) 신뢰보호는 그 자체로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며 신뢰보호에 입각한 구체적 해결방안의 모색에는 객관적 이익형량이 요청된다.175) 

174)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판결, 곽윤직 편집대표(주 4), 404(윤용섭); 곽윤직, 채권총론(6판), 박영사(2004), 281; 김기환, 상계, 경인문화사(2018), 61; 김상용(주 7), 495; 김용담 편집대표(주 4), 613(조용구); 김준호, 채권법(10판), 법문사(2019), 308; 김증한·김학동, 채권총론(6판), 박영사(2007), 396; 양창수·김재형, 계약법(3판), 박영사(2020), 365; 손태원,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과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사이의 상계 내지 공제 가부”, 민사판례연구 40권(2018), 468. 
175) 신뢰보호의 한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지적을 길지만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전등기청구를 하지 아니하게 한 바의 ‘신뢰’란 기껏해야 아무리 오랜 기간이 경과하여도 매도인이 매수인의 이전등기청구에 응할 것이라는 매도인의 인품에 대한 일방적 신뢰일 것이다. 그것이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등기주의 아래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인가가 의심스럽고, 그와 같은 신뢰가 일반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면 가령 소비차주가 그 동안 다른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여 왔으므로 이번에도 문제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신뢰하여 차주가 금전을 대여하였는 데 이번에는 차주가 그 신뢰에 반하여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도록 장기간에 걸쳐 차금을 반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차주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위 입론은 적절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신뢰보호가 아니라 객관적인 이익형량이라고 할 것이다”[양창수,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 고시연구 통권 195호(1990), 42]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건물명도][공2017상,22]

【판시사항】

[1]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지 여부(소극)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2]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한 경우,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임대인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 경우 연체차임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공제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2]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민법 제184조 제2항). 그러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이는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인도 시에 임대차보증금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에 의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한다

[3] 임대차보증금은 차임의 미지급, 목적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면 장차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임대차보증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이다. 이는 차임채권의 변제기가 따로 정해져 있어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여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인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차임 지급채무가 상당기간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도 연체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것에 의지하여 임대차관계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장차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 공제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실제로 포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지만,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는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618조 [2] 민법 제166조 제1항, 제184조 제2항, 제618조 [3] 민법 제105조, 제495조, 제61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459, 466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공2013상, 557)
[3]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공2003상, 361)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필종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조)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2. 3. 선고 2015나524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459, 46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는 공제 등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 등 참조),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이유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한편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민법 제184조 제2항). 그러므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이는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인도 시에 임대차보증금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에 의하여 정산하기로 약정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임대차보증금은 차임의 미지급, 목적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면 장차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임대차보증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임채권의 변제기가 따로 정해져 있어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여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인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차임 지급채무가 상당기간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도 연체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것에 의지하여 임대차관계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장차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 공제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므로(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등 참조),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그 소멸시효 완성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실제로 포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그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는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2014. 3. 27.자 내용증명우편이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지되어 종료하였는데, 지급기일이 2011. 3. 27. 이전인 차임채권은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그 차임채권 상당액은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없고, 나아가 원고가 그 후 민법 제495조에 따라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의 종료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임대차보증금의 법적 성질 및 그 담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물품대금][공2019상,846]

【판시사항】

[1]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났으나,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판결요지】

[1]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95조, 제667조, 제670조 [2]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39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공2017상, 22)
[2]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103205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태정기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송 담당변호사 윤호석)

【피고, 피상고인】 자연환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기찬 외 5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8. 7. 13. 선고 2016나604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

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등 참조).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심판결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2. 4.경 피고에게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호 분쇄기를 제작·설치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이후 원고는 2013. 4.경 피고에게 2호 분쇄기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2) 원고는 2013. 6.경 피고에게 분쇄기 고정도(고정칼)와 기어오일펌프를 공급하고, 분쇄기 감속기를 수리하였다.

(3) 피고는 원고에게 이들 계약에 따른 66,100,000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가 2015. 3. 23. 피고를 상대로 위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2015. 5. 11.자 답변서를 통해서 원고에게 위 도급계약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한편 2018. 1. 9.자 준비서면을 통해서 원고가 제작·설치한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 2호 분쇄기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원고의 위 미지급 대금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4) 원고가 제작·설치한 1, 2호 분쇄기에는 하자가 있어 피고가 수리비를 지출하였고, 2호 분쇄기는 추가로 수리할 필요가 있다.

(5) 피고가 원고로부터 1, 2호 분쇄기를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원고에게 하자 보수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고가 도급인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갖는 하자 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데(민법 제670조 제1항), 위 기간 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다. 

(2) 피고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 발생하여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적상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라.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척기간이 지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 허용 여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감정 결과에 대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위반 주장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10320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 결과, 원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원고가 제작·설치한 1, 2호 분쇄기 등의 하자로 인해 피고가 1호 분쇄기의 수리비로 20,508,970원, 2호 분쇄기의 수리비로 24,530,000원을 지출하였고, 2호 분쇄기의 수리를 위해 앞으로 27,800,000원의 수리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7다258787 판결
[토지인도][공2021상,592]

【판시사항】

민법 제495조에 따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의한 상계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지 여부(적극) /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의 발생 시기(=임대차계약 종료 시)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ㆍ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위 구상금채권과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495조, 제626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공2017상, 2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창학)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달성레미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강윤구 외 1인)

【원심판결】대구고법 2017. 8. 18. 선고 2015나225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토지인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피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토지를 공장용지로 변경할 의무가 있고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공장용지로 변경하기 위하여 토목공사비용으로 383,613,000원을 지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유익비상환청구권의 포기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납부한 토지개발부담금은 원고가 상환하여야 하는 유익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토지개발부담금에 대한 처분문서의 해석 및 자백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중 원상회복약정(제5항) 부분이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불리하므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원심에서 피고의 지출액과 현존하는 가치증가액 중 적은 금액을 상환할 것을 선택한 것이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는 피고에게 위 각 금액 중 적은 금액인 현존하는 가치증가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선택채권의 선택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1)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그 채권ㆍ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는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임대인의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위 구상금채권과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이후에 임대인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민법 제495조에 의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3. 6.경 피고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임대차기간 1993. 7. 1.부터 2013. 7. 1.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공과금(세금 포함)을 납부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피고는 1994. 6.경 이 사건 토지의 형질을 당초 ‘임야’에서 ‘공장용지’로 변경하였고, 이를 위하여 488,530,010원을 지출하였다.

다) 원고는 1998. 1. 1.부터 2013. 6. 30.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재산세, 토지세, 교육세, 도시계획세 합계 27,290,781원을 직접 납부하였다. 

라) 피고의 나)항 기재 형질변경 비용 지출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 당시 이 사건 토지 가액의 증가가 342,432,000원 이상 현존하였다. 

마) 원고는 2015. 11. 2. 피고에게 같은 일자 준비서면의 송달로, 피고에 대한 위 세금 등 납부액 상당의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토지의 형질변경에 따른 유익비상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위 유익비상환채권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인 2013. 7. 1.경 발생하므로 원고의 위 구상금채권 가운데 이 사건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위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시점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 부분을 심리하여 원고가 그와 같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보았어야 한다. 

4) 그럼에도 원심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부과된 세금에 관한 원고의 구상금채권은 원고의 상계 의사표시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부터 위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이익을 가지고 있었음을 이유로, 위 구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도 원고는 위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유익비상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민법 제626조 제2항의 유익비상환채권의 발생시점 및 민법 제495조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의한 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라.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

피고는 원심판결 중 패소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원심에서 인용된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토지인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상계권자가 상계가능성만을 고려하여 권리행사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의 비난가능성에 비하여 상대방이 상계권자의 권리불행사의 잘못을 악용하여 전액을 청구하는 행위의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상대방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것이다. 민법 제495조는 형평의 원칙에 의하여 소멸시효제도보다 상계제도를 앞세우는 예외적 성격의 규정이다.176)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을 판단함에 있어 권리행사규정의 성격,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관계, 상계권자의 신뢰보호의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제척기간이 경과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당해 제척기간의 성격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조속하게 확정하고자 하는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는데, 일응 제척기간의 준수에 재판상 행사가 요구되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177)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견련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시이행항변권의 당연효에 의하여 상계적상에 대한 보호가치가 크고, 이러한 경우에 한정한다면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으로 인한 불합리는 최소화될 수 있다.178)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수수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는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의 맥락에서도 관철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하자담보책임의 행사기간이 도과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하였다. 대법원 판례의 판시사항으로만 보면 수동채권의 제한이 없으나 수동채권은 견련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상계가 허용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179) 임대인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공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180) 공제제도는 특정당사자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하여 상계적상의 요건이 요구되지 않는다.181) 확고한 판례에 의하여 전개되는 임대차보증금의 법리는 임대인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배려되어 전부권자의 이익에 앞서기도 한다.182) 임대인의 보호필요성,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견련관계 등에 비추어 임대인이 시효완성된 차임채권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공제하는 것은 정당하다.183)  

176) 이창현(주 1), 393.
177) 이창현(주 1), 394.
178) 이창현(주 1), 396.
179) 권영준(주 2), 507; 양창수·김재형(주 174), 365; 이창현(주 1), 403.
180)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181) 조경임(주 3), 69. 
182)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임대인은 전부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의 연체차임도 적법하게 공제할 수 있다.
183) 손태원(주 174), 497; 양창수·김재형(주 174), 365; 이창현(주 1), 396; 이원·윤정운, “임대차 종료 전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의 상계와 공제”, 박병대 대법관 재임기념 문집(2017), 1052에 의하면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는 상황에서도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 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여 당사자의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한다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전부금][집35(2)민,135;공1987.8.1.(805),1147]

【판시사항】

가. 건물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보증금의 성질

나. 건물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의 효력범위  

【판결요지】

가. 건물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보증금은 임대차존속중의 임료뿐만 아니라 건물명도의무이행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손해배상채권등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차종료후에 임차건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 체불임료등 모든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잔액에 관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한다. 

나. 임차보증금을 피전부채권으로 하여 전부명령이 있은 경우에도 제3채무자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므로 건물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의 효력이 그 송달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하여도 위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의 채권을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서만 전부명령이 유효하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618조 나. 민사소송법 제563조 , 제564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6.8.24 선고 76다1032 판결
나. 대법원 1964.11.24 선고 64다864 판결   1968.7.24 선고 68다895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 고 인】 대한주택공사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87.1.8 선고 86나10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전부명령에 의한 피전부채권이 조건부나 기한부채권인 경우에는 그 조건이 성취되고 그 기한이 도래된 후에야 그 변제기에 이르게 될 이치이나 한편 전부명령에서의 제3채무자는 그와 채무자 사이에서 전부명령송달시까지에 발생한 사유로써만 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수 있고, 그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써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그 전부채권이 건물임대차계약의 종료시 목적물반환채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인 이 사건과 같은 경우가 위의 법리에 해당하는 사례라 할 것이므로 위 임대차보증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미납차임과 손해배상채권등의 범위도 전부명령송달시까지에 이미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제한된다고 판단하였다. 

건물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보증금은 임대차존속중의 임료뿐만 아니라 건물명도의무이행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손해배상채권등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차종료후에 임차건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 체불임료등 모든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잔액에 관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하고( 당원 1976.8.24 선고 76다1032 판결) 이와 같은 임차보증금을 피전부채권으로 하여 전부명령이 있는 경우에도 제3채무자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당원 1964.11.24 선고 64다864 판결). 

따라서 건물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의 효력이 그 송달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하여도 위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며 임대인의 채권을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서만 전부명령이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원심판시대로 전부명령송달시까지 발생한 사유로써만 임대인이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서는 임대인은 임차인과의 계약에 의한 권리의무관계가 임차인에 대한 채권행사에 의하여 침해되고 임대인은 임차인의 채권자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협력하고 희생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수긍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른다. 원심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셈이 되어 유지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기(재판장) 이준승 박우동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6679 판결
[건물명도][공1998.6.1.(59),1459]

【판시사항】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명령에 의한 변제의 효과 발생 시점  

【판결요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 임차보증금이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부명령에 의한 채무변제의 효과는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발생한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56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4. 6. 26.자 84마13 결정(공1984, 1420)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공1987, 1147)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공1988, 408)   대법원 1995. 9. 26. 선고 95다4681 판결(공1995하, 3521)

【전 문】

【원고,상고인】 삼안공영 주식회사

【피고,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0. 24. 선고 97나741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3. 2. 22. 피고에게 판시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매도하고, 같은 해 3. 20.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 사실, 서울고등법원 1995. 2. 17. 선고 94나24512, 24529 판결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받음과 상환으로 원고에게 금 1억 4,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그런데 원고는 1994. 10. 8. 위 소송사건의 제1심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 피고의 소외인에 대한 임차보증금 8,500만 원의 반환채권에 대하여 서울지방법원 94타기9297, 9298호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는데, 위 전부명령이 위 소외인에게 송달되어 그 무렵 확정된 사실, 한편 원고는 위 판결 확정 후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등기권리증,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위임장 등을 갖추어 놓고 1995. 6. 21. 피고에게 1995. 7. 10.까지 잔금 1억 4,000만 원의 지급과 상환으로 위 서류들을 수령해 갈 것을 통지하고, 1995. 7. 26. 재차 독촉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불응하자 1995. 11. 3. 피고에게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압류 및 전부명령에 의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매매잔금 지급채무 중 금 8,500만 원에 대하여는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였으므로 남은 매매잔금 채무는 금 5,500만 원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과 상환으로 금 1억 4,000만 원의 지급을 최고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의 채무의 내용을 넘어서는 과다한 최고로서 적법한 최고라 볼 수 없어 위 이행의 최고가 적법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계약해제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부동산의 명도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 임차보증금이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부명령에 의한 채무변제의 효과는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발생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각 참조), 이러한 취지에서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전부 및 압류명령에 의한 집행채권의 변제 효과 발생 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천경송 지창권(주심) 신성택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8다31905 판결
[전부금][공1998.11.15.(70),2683]

【판시사항】

[1] 채권압류의 진정한 경합이 없더라도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3채무자에게 공탁에 의한 면책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2]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경우, 전부명령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복수의 압류명령이 있는 경우 각 압류의 법률적 성질상 압류액의 총액이 피압류채권액을 초과하지 아니하여 본래적 의미에서는 압류의 경합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도 제3채무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우선순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등 압류의 경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보이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제3채무자에게 공탁에 의한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2]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 제3채무자에게 송달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지만,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대차관계 종료 후 그 목적물이 명도되기까지 사이에 발생한 임대인의 채권을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서만 전부명령이 유효하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2] 민사소송법 제5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1. 31. 선고 88다카42 판결(공1989, 347)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5179 판결(공1996하, 2176)
대법원 1996. 11. 11.자 95마252 결정(공1997상, 718)

[2]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공1987, 1147)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6679 판결(공1998상, 1459)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양우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한양 조씨 병참공파 종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용성)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5. 26. 선고 97나53764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복수의 압류명령이 있는 경우 각 압류의 법률적 성질상 압류액의 총액이 피압류채권액을 초과하지 아니하여 본래적 의미에서는 압류의 경합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도 제3채무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우선순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등 압류의 경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보이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제3채무자에게 공탁에 의한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5179 판결, 1989. 1. 31. 선고 88다카4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이 1994. 11. 4. 피고 소유의 건물 일부를 임차보증금 4억 원, 월 차임 금 800만 원, 임차기간 5년으로 정하여 임차하던 중 1995. 12. 이후 계속적인 차임연체로 피고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임대건물에 대한 명도소송 끝에 1997. 9. 4. 이를 명도받았는데, 임대차계약 해지로부터 건물 명도에 이르는 동안에 먼저 원고가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4억 원 중 1억 3,000만 원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1996. 1. 6. 피고에게 송달되고, 그 이후 같은 해 5. 16.부터 1997. 5. 30.까지 사이에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등이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받은 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가압류결정이 송달되거나 그에 대한 채권양도의 통지 또는 그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해 둔 전세권에 대하여 2건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는 등 채권자가 경합하자, 피고는 임대건물을 명도받기 전인 1997. 7. 29.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에 따라 임차보증금에서 그 동안의 연체차임과 소송비용 등을 공제한 나머지 265,504,501원을 공탁하였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원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이후 소외인들에 의한 채권가압류, 추심명령 등이 송달되었다 하여 원고의 전부명령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피전부채권으로 한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 제3채무자에게 송달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지만,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임대인의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대차관계 종료 후 그 목적물이 명도되기까지 사이에 발생한 임대인의 채권을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서만 전부명령이 유효한 것이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6679 판결,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로서는 임대목적물을 명도받기까지의 연체차임 기타 비용 등을 정산한 다음에야 전부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그 사이 제3자들로부터 그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또 다른 압류, 가압류, 채권양도, 담보권설정 등이 거듭되었다면, 이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전부명령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위하여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피전부적격과 그 효력발생시기 및 채권양도 또는 담보권과의 우열 등 채권압류의 경합문제 전반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원고가 받은 전부명령의 효력과 그 우열관계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외형상 채권압류의 경합이 있는 것처럼 보여 제3채무자로서는 채권압류의 경합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을 유추적용함이 상당한 바, 제3채무자인 피고로서는 집행공탁을 하고 집행법원에 그 사유신고를 함으로써 면책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집행공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신성택 송진훈(주심)   
대법원 1999. 7. 27. 선고 99다24881 판결
[전부금][공1999.9.1.(89),1783]

【판시사항】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차임 및 기타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618조, 제633조, 제64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공1987, 1147)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공1988, 408)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4417 판결(공1994하, 2609)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주원)

【피고,상고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4. 6. 선고 98나6094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심은, 주식회사 형진건설이 1997. 4. 9. 피고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보증금을 50,000,000원, 월차임을 4,300,000원, 임대차기간을 1997. 4. 1.부터 1999. 1. 3.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는데, 1997. 4. 11. 위 회사가 부도를 낸 후 원고는 1997. 8. 29. 법원으로부터 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미 발생하였거나 앞으로 발생할 위 회사의 피고에 대한 차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고 그 정본이 같은 해 9. 1. 피고에게 송달되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해지통보로 1998. 8. 31. 해지되었으므로 그 이후의 차임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은 효력이 없고, 그 때까지 발생한 차임에 대하여는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한하여 지급의무가 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중에 서면통보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해지통보 후에 사무실을 명도한 때에는 명도일을 해지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피고는 1998. 7. 31. 해지통보를 하였으나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사무실을 명도하지 않았으므로 위 임대차계약은 기간만료 전에 해지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차임 및 기타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목적물이 명도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보증금이 있음을 이유로 연체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1997. 4. 1.부터 1998. 12. 31.까지의 차임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는바, 살펴보니 원심의 판단은 모두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신성택 서성(주심)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구상금][공2000.1.15.(98),147]

【판시사항】

부동산 임대차보증금의 법적 성질 및 그 피담보채무는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반환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임료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관계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참조조문】

민법 제61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공1987, 1147)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공1987, 1229)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공1988, 408)  대법원 1999. 7. 27. 선고 99다24881 판결(공1999하, 1783)

【전 문】

【원고,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대현)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9. 7. 14. 선고 98나24722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임료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관계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들이 소외인으로부터 각 임차한 그 소유의 판시 각 건물이 원인불명의 화재로 전소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로 인하여 피고들과 소외인 사이의 위 각 건물에 관한 각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위 각 건물의 임차인들인 피고들은 위 각 건물의 각 화재보험자로서 소외인에게 위 화재에 따른 각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에게, 그 각 지급보험금의 범위 내에서, 위 화재로 인한 위 각 건물의 손해 상당액에서 피고들의 각 임차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만을 각 구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임차보증금에 관한 법리오해,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신성택 서성(주심) 유지담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4다56554, 56561, 56578, 56585, 56592, 56608, 56615, 56622, 56639, 56646, 56653, 56660 판결
[건물명도][공2005.2.1.(219),187]

【판시사항】

임대차계약상의 차임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의 반환시 그 때까지 추심되지 않은 잔존 차임채권액이 임대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차임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므로, 임대보증금이 수수된 임대차계약에서 차임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는 그 때까지 추심되지 아니한 채 잔존하는 차임채권 상당액도 임대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참조조문】

민법 제61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공1987, 1147)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865 판결(공1987, 1229)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다카1315 판결(공1988, 408)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공2000상, 147)

【전 문】

【원고(선정당사자),피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재연)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4. 10. 1. 선고 2004나339, 346, 353, 360, 377, 384, 391, 407, 414, 421, 438, 445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 및 선정자(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와 피고들이 판시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1은 1997. 6. 8.부터, 피고 2, 피고 3은 각 같은 달 1.부터 매월 지급하여야 할 차임을 연체한 사실, 원고 등이 피고들의 2기 이상의 차임 연체를 이유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로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은 2기 이상의 차임연체를 이유로 한 원고 등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에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 등의 판시 각 건물 부분에 대한 명도청구를 인용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또한 피고들이 2기 이상의 차임을 연체하여 원고 등이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에 관한 해지권을 갖게 된 후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원고 등이 피고들에게 갖는 차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다고 하여 원고 등의 해지권 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임대차계약의 해지나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한 판례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2. 제2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 등이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임대보증금의 산정에 관하여 소외 1이 1998. 2. 9. 원고 등의 피고들에 대한 차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명령이 피고들에게 송달되었으므로, 위 명령이 송달된 이후의 차임은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소외 1이 1998. 2. 9.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98타기781, 782호로 위 주장과 같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명령이 그 무렵 피고들에게 송달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임차인에게 갖는 차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다 하더라도 추심권자가 변제를 받기 전에 임대차가 종료되어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는 그 차임채권은 당연히 임대보증금에서 공제된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차임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 등 참조), 임대보증금이 수수된 임대차계약에서 차임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는 그 때까지 추심되지 아니한 채 잔존하는 차임채권 상당액도 임대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윤재식(주심) 이용우 김영란   


3. 시효완성의 효력  


 가. 국내의 논의  


   민법은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이에 관한 학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184) 절대적 소멸설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당연히 권리가 소멸한다는 입장이다.185) 소멸시효의 원용에 관한 의용민법의 규정을 삭제한 입법자의 의사,186) 시효로 소멸한다는 명문의 규정,187) 원용권자의 범위 및 원용여부에 따른 법률관계의 복잡다기화가 논거로 제시된다. 상대적 소멸설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당연히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원용권자의 원용에 의하여 비로소 권리가 소멸한다고 한다.188)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189) 시효이익의 포기의 정합성,190) 비교법적 경향,191) 체계적·목적론적 해석192)이 논거로 제시된다. 이에 관한 판례의 태도는 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193) 초기에는 절대적 소멸설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는 판시를 하였으나, 점차 상대적 소멸설로 볼 수 있는 판시도 보이다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상대적 소멸설이 주류가 되었다.194) 다수설과 판례는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권리의 소멸로 보고 있으며,195) 일부 학설만이 자연채무설을 주장할 뿐이다.196)  

184) 기타의 견해로는 장기소멸시효의 경우에는 상대적 소멸설을 단기소멸시효의 경우에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이원설[고상룡(주 6), 707], 일반인의 법감정에 비추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무가 완전하게 소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소구력이 상실된 자연채무로 전락한다고 하는 자연채무설[이준성, “자연채무와 소멸시효”, 장경학박사 고희기념논문집(1987), 174~175] 등이 주장되고 있다.
185) 강구욱,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외법논집 39권 3호(2015), 83; 곽윤직·김재형, 민법총칙(9판), 박영사(2013), 448; 권영준, “소멸시효와 신의칙”, 재산법연구 26권 1호(2009), 31; 김용호,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단국대 법학논총 37권 4호(2013), 135~136; 양창수,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고시계통권 451호(1994), 149~152; 이영섭, “신민법하의 소멸시효의 효과와 그 이익포기”, 저스티스 2권 3호(1958), 3~4; 이영준, 민법총칙(개정증보판), 박영사(2007), 834~835; 이은영, 민법총칙(5판), 박영사(2009), 778; 이충훈,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한 소고”, 인천법학논총 6집(2003), 128~131.
186) 의용민법 제145조를 삭제하고 원용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민법안심의록에 의하면 시효의 원용에 관한 각종의 학설이 발생하였는바, 원용에 관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금후 절대소멸설이 확정되었다고 한다[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주 8), 103 후단]. 다만 민법전편찬요강 총칙편 제13항에 의하면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는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는 일종의 항변권을 발생하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187) 민법 제369조, 제766조 제1항, 민법 부칙(1958. 2. 22.) 제8조 제2항
188) 강명선,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고찰”, 비교사법 6권 2호(1999), 341; 강태성, 민법총칙(10판), 대명출판사(2020), 1113;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Ⅲ] 총칙(3), 박영사(1992), 480~483(윤진수); 김건호, “소멸시효의 쟁점에 관한 검토󰡈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중심으로”, 안암법학 25권(2007), 635~636; 김문희,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원용할 수 있는 자의 범위”, 판례연구(부산판례연구회) 20집(2009), 686~687; 김병선, “시효원용권자의 범위”, 민사법학 38호(2007), 257; 김상용, 민법총칙(3판), 화산미디어(2014), 722; 김용한,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고시계 16권 1호(1971), 205~206; 김정만, “소멸시효 원용권자의 범위”, 사법연수원 논문집 5집(2008), 77; 김증한,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서울대 법학 1권 2호(1959), 285~286; 김증한, “소멸시효론”, 민법논집(1978), 297~298; 김증한·김학동, 민법총칙(10판), 박영사(2013), 687~688; 노재호, “소멸시효의 원용󰡈 원용권자의 범위와 원용권자 상호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법논집(52), 254~258; 박운삼, “사해행위의 수익자와 취소채권자의 채권의 소멸시효의 원용”, 판례연구(부산판례연구회) 21집(2010), 260~261; 백태승, 민법총칙(6판), 집현재(2014), 561~562; 윤진수,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한국민법이론의 발전 Ⅰ(1999), 201~211; 윤진수, “소멸시효론”, 한국 민법학의 재정립 󰡈청헌 김증한 교수의 생애와 학문세계(2016), 169~193; 이태재, 민법총칙, 법문사(1981), 388~389; 장두영, “채무자의 소멸시효이익 포기 후 법률관계를 형성한 제3취득자의 지위”, 민사판례연구 39집(2017), 139~140; 장석조, “소멸시효 항변의 소송상 취급”, 법조 통권 508호(1999), 43; 최종길, “소멸시효완성과 시효의 원용”, 법조 17권 7호(1968), 57~58.
189)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률효과가 발생하기 위하여 의무자의 의사가 개입되어야 한다.
190)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시효이익의 포기를 정합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191) 상대적 효력설이 비교법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이러한 입장이 시효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192) 입법자의 의사는 체계적·목적론적 해석에 의하여 수정될 수 있다.
193) 장두영(주 188), 136~137.
194) 양창수,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는 그 후의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치는가?”, 법률신문 제4338호(2015. 7. 27.), 11.
195) 상대적 소멸설의 경우에는 소멸시효를 원용한 경우의 법률효과를 말한다.
196) 이태재(주 188), 48에 의하면 상대적 소멸설을 취하면서도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소구가능성의 박탈로 이해한다


 나. 평가  


    비교법적 고찰의 결과에 의하면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한 논의는 소멸시효의 원용이 필요하냐가 아니라 소멸시효의 원용으로 권리가 완전하게 소멸하느냐로 귀결되고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직권으로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채무자의 보호는 스스로 강구되어야 한다197)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야 비로소 그 법률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시효완성의 효력과 관련하여 강한 효력설과 약한 효력설이 대립하고 있으나, 현재는 약한 효력설이 우세하다. 이는 시효제도를 통한 채무자의 보호에 있어서 채권자의 이익도 고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국내의 논의는 전자로 한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민법 제정 당시의 논의에 의하면 외국의 논의를 정확하게 이해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특히 소위 절대적 효력설은 비교법적으로 매우 이례에 속하는 것이어서 입법자의 의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법원이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직권으로 
고려할 수 없다는 점에 학설과 판례는 일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멸시효가 실체법상의 제도인 만큼 소멸시효완성의 효과를 실체법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견해(상대적 효력설)가 소멸시효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198)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이 민사소송법상 변론주의를 근거로 삼아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97) 가령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모르고 변제한 경우에도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절대적 소멸설과 같이 이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로 이론구성할 필요가 없다. 채무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확인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들어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198) 동지: 김병선(주 188), 256.


4. 항변권의 영구성 


 가. 국내의 논의  


   항변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느냐에 대하여 논의가 상세하게 전개된 것은 아니다.199) 복잡다기하게 전개되는 학설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학설은 상대방의 청구에 대하여 비로소 행사할 수 있는 항변권은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200) 두 번째 학설은 시효로 소멸한 청구권에 기한 항변

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201) 세 번째 학설은 권리의 성질, 견련성, 상계가능성, 신의칙 등을 고려하여 유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202) 네 번째 학설은 항변권의 영구성은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신의칙에 의하여 항변권의 영구성이 인정될 수는 있다고 한다.203) 다섯 번째 학설은 보증인의 항변권과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으나, 실체법상 권리가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 항변권이 존속될 수 없다고 한다.204) 여섯 번째 학설은 항변권의 영구성을 긍정한다.205)  

199) 실제로 상당수의 교과서에서는 소위 항변권의 영구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가령, 김증한·김학동, 김상용, 백태승, 송덕수 등의 민법총칙 교과서가 그러하다. 
200) 김용한, 민법총칙론(재전정판), 박영사(1993), 461~462; 이은영(주 185), 757; 장경학, 민법총칙(3판), 법문사(1990), 710~711에 의하면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과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영구성을 인정하고, 다른 항변권에 대하여는 판단을 유보하였다. 
201) 양창수(주 175), 39~40. 동소에 의하면 ①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은 채권자의 청구에 방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보증채무가 존재하는 한 보증인이 가지며, ② 동시이행의 항변권도 자신의 반대채권이 존재하는 한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것만이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202) 고상룡(주 6), 665~666. 동소에 의하면 ①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은 보증채무가 존재하는 한 소멸하지 않고, ② 동시이행의 항변권과 유치권은 상대방의 이행청구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고, ③ 민법 제495조는 항변권의 영구성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한다. 
203) 곽윤직 편집대표(주 188), 430(윤진수). 동소에 의하면 ①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은 채권자의 청구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서만 행사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채권자의 청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립하여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고, ②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신의칙에 의하여 영구성이 인정되고, ③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유치권은 소멸한다고 한다. 
204)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 민법 민법총칙(4)(5판)(2019), 814~815(이연갑). 
205) 김기수, “항변권의 영구성”, 월간고시 통권 193호(1990), 53


 나. 평가  


   외국의 논의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항변권의 성격에 따라 논의를 구분하여 전개하여야 한다.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으로 구분하여 먼저 항변권이 독자적인 시효의 대상이 되느냐의 문제를 분석하고 종속적 항변권의 경우 청구권의 시효소멸로 항변권도 소멸하느냐의 문제를 분석하여야 한다. 독립적 항변권은 청
구권에 기초하지 않고 상대방의 청구에 대응하는 권리이며, 이에는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이에 해당된다. 독립적 항변권은 상대방의 청구에 앞서서 행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권리행사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소멸시효라는 불이익을 부과할 수 없다. 따라서 독립적 항변권은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반하여 종속적 항변권은 기초가 되는 권리를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청구에 대응하여 제기하는 항변권인데, 상계, 동시이행의 항변, 유치권이 포함된다. 종속적 항변권의 기초가 되는 권리가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도 종속적 항변권이 존속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이에 관련하
여 외국의 논의에서 본 바와 같이 시효완성의 효력에 관한 학설에 따라 종속적 항변권의 운명도 달라진다. 강한 효력설에 의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하므로 종속적 항변권도 소멸하나, 약한 효력설에 의하면 소권만 소멸하는 것이므로 종속적 항변권은 존속한다고 한다. 민법의 해석론에 의하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는 권리소멸이므로 종속적 항변권도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종속적 항변권도 예외적으로 존속할 수 있다. 민법 제495조가 규정하는 바와 같이 시효완성 전에 상계적상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항변이 가능하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대상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기초가 되는 채권의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다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대하여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의 문제가 남는다. 견련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항변권자의 신뢰의 보호가치가 높으므로 객관적 이익형량에 비추어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인정되어야 한다. 신의칙에 의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영구성을 논증하는 것은 일반조항으로의 도피라는 위험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유치권항변은 종속적 항변권이므로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로 인하여 유치권도 소멸한다. 이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문제 되는데, 유치권은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는 피담보채권에 기하여 인정된 법정담보물권이므로 피담보채권의 존속은 필수적이다.206) 따라서 유치권의 경우에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채권적 유치권에 관한 독일 민법 제215조의 논의는 유치권을 물권으로 구성하는 우리 민법의 해석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치권의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민법 제326조에 비추어 보더라도 유치권자는 피담보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여야 한다. 

206)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에 의하면 법이 유치권제도를 마련하여 위와 같은 거래상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유치권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그 피담보채권에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
[유치권부존재확인][공2012상,168]

【판시사항】

[1] 사실상 최우선순위담보권인 유치권의 제도적 취지와 한계

[2]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이미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채권자가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채무자와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하고 목적물을 점유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게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저당권자 등이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채무자 갑 주식회사 소유의 건물 등에 관하여 을 은행 명의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2순위 근저당권자인 병 주식회사가 갑 회사와 건물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일부를 점유하고 있던 중 을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신고를 한 사안에서, 병 회사가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우리 법에서 유치권제도는 무엇보다도 권리자에게 그 목적인 물건을 유치하여 계속 점유할 수 있는 대세적 권능을 인정한다(민법 제320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등 참조). 그리하여 소유권 등에 기하여 목적물을 인도받고자 하는 사람(물건의 점유는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용수익가치를 실현하는 전제가 된다)은 유치권자가 가지는 그 피담보채권을 만족시키는 등으로 유치권이 소멸하지 아니하는 한 그 인도를 받을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그 변제를 강요당하는 셈이 된다. 그와 같이 하여 유치권은 유치권자의 그 채권의 만족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상 저당권 등의 부동산담보권은 이른바 비점유담보로서 그 권리자가 목적물을 점유함이 없이 설정되고 유지될 수 있고 실제로도 저당권자 등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어떠한 부동산에 저당권 또는 근저당권과 같이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그 설정 후에 제3자가 그 목적물을 점유함으로써 그 위에 유치권을 취득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당권 등의 설정 후에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치권자는 그 저당권의 실행절차에서 목적물을 매수한 사람을 포함하여 목적물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대세적인 인도거절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유치권은 대부분의 경우에 사실상 최우선순위의 담보권으로서 작용하여, 유치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목적물의 교환가치로부터 일반채권자는 물론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도 그 성립의 선후를 불문하여 우선적으로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치권의 성립 전에 저당권 등 담보를 설정받고 신용을 제공한 사람으로서는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자신이 애초 예상·계산하였던 것과는 달리 현저히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치권제도는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는 일반적 법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특히 부동산담보거래에 일정한 부담을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 마련된 것이다.  

유치권은 목적물의 소유자와 채권자와의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하는 일정한 객관적 요건(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제91조, 제111조, 제120조, 제147조 등 참조)을 갖춤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이다. 법이 유치권제도를 마련하여 위와 같은 거래상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유치권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그 피담보채권에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그러한 보호가치는 예를 들어 민법 제320조 이하의 민사유치권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점유자의 채권과 그 목적물 사이에 특수한 관계(민법 제320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하면 “그 물건에 관한 생긴 채권”일 것, 즉 이른바 ‘물건과 채권과의 견련관계’가 있는 것)가 있는 것에서 인정된다. 나아가 상법 제58조에서 정하는 상사유치권은 단지 상인 간의 상행위에 기하여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채무자와의 상행위(그 상행위가 채권 발생의 원인이 된 상행위일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에 기하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의 보호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이른바 견련관계를 요구하는 민사유치권보다 그 인정범위가 현저하게 광범위하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2] 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 이미 빠졌거나 그러한 상태가 임박함으로써 채권자가 원래라면 자기 채권의 충분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이미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유치권의 성립에 의하여 저당권자 등이 그 채권 만족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을 잘 알면서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위와 같이 취약한 재정적 지위에 있는 채무자와의 사이에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그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게 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하였다면, 유치권자가 그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당권자 등은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위와 같은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의 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채무자 갑 주식회사 소유의 건물 등에 관하여 을 은행 명의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2순위 근저당권자인 병 주식회사가 갑 회사와 건물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일부를 점유하고 있던 중 을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신고를 한 사안에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병 회사가 건물 일부를 점유하고 있으며, 병 회사의 갑 회사에 대한 채권은 상인인 병 회사와 갑 회사 사이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서 임대차계약 당시 이미 변제기에 도달하였고 상인인 병 회사가 건물 일부를 임차한 행위는 채무자인 갑 회사에 대한 상행위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병 회사는 상사유치권자로서 갑 회사에 대한 채권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목적물인 건물 일부를 점유할 권리가 있으나, 위 건물 등에 관한 저당권 설정 경과, 병 회사와 갑 회사의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및 체결 후의 정황, 경매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병 회사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을 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건물 등에 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유치목적물을 이전받았다고 보이므로, 병 회사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제91조, 제111조, 제120조, 제147조,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2] 민법 제2조, 제320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50조 [3] 민법 제2조,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공2009상, 158)
[2]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2848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산은육차유동화전문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빛 담당변호사 이석종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경남제일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장희석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1. 9. 20. 선고 2011나244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우리 법에서 유치권제도는 무엇보다도 권리자에게 그 목적인 물건을 유치하여 계속 점유할 수 있는 대세적 권능을 인정한다(민법 제320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등 참조). 그리하여 소유권 등에 기하여 목적물을 인도받고자 하는 사람(물건의 점유는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용수익가치를 실현하는 전제가 된다)은 유치권자가 가지는 그 피담보채권을 만족시키는 등으로 유치권이 소멸하지 아니하는 한 그 인도를 받을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그 변제를 강요당하는 셈이 된다. 그와 같이 하여 유치권은 유치권자의 그 채권의 만족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상 저당권 등의 부동산담보권은 이른바 비점유담보로서 그 권리자가 목적물을 점유함이 없이 설정되고 유지될 수 있고 실제로도 저당권자 등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어떠한 부동산에 저당권 또는 근저당권과 같이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그 설정 후에 제3자가 그 목적물을 점유함으로써 그 위에 유치권을 취득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당권 등의 설정 후에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치권자는 그 저당권의 실행절차에서 목적물을 매수한 사람을 포함하여 목적물의 소유자 기타 권리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대세적인 인도거절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동산유치권은 대부분의 경우에 사실상 최우선순위의 담보권으로서 작용하여, 유치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목적물의 교환가치로부터 일반채권자는 물론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도 그 성립의 선후를 불문하여 우선적으로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치권의 성립 전에 저당권 등 담보를 설정받고 신용을 제공한 사람으로서는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자신이 애초 예상·계산하였던 것과는 달리 현저히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치권제도는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는 일반적 법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특히 부동산담보거래에 일정한 부담을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 마련된 것이다. 

나. 유치권은 목적물의 소유자와 채권자와의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하는 일정한 객관적 요건(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제91조, 제111조, 제120조, 제147조 등 참조)을 갖춤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이다. 

법이 유치권제도를 마련하여 위와 같은 거래상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유치권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그 피담보채권에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그러한 보호가치는 예를 들어 민법 제320조 이하의 민사유치권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점유자의 채권과 그 목적물 사이에 특수한 관계(민법 제320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하면 “그 물건에 관한 생긴 채권”일 것, 즉 이른바 ‘물건과 채권과의 견련관계’가 있는 것)가 있는 것에서 인정된다. 나아가 상법 제58조에서 정하는 상사유치권은 단지 상인 간의 상행위에 기하여 채권을 가지는 사람이 채무자와의 상행위(그 상행위가 채권 발생의 원인이 된 상행위일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에 기하여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의 보호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이른바 견련관계를 요구하는 민사유치권보다 그 인정범위가 현저하게 광범위하다. 

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앞서 본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여,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채무자가 채무초과의 상태에 이미 빠졌거나 그러한 상태가 임박함으로써 채권자가 원래라면 자기 채권의 충분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이미 채무자 소유의 목적물에 저당권 기타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유치권의 성립에 의하여 저당권자 등이 그 채권 만족상의 불이익을 입을 것을 잘 알면서 자기 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위하여 위와 같이 취약한 재정적 지위에 있는 채무자와의 사이에 의도적으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키고 그에 기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게 됨으로써 유치권이 성립하였다면, 유치권자가 그 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 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 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당권자 등은 경매절차 기타 채권실행절차에서 위와 같은 유치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그 부존재의 확인 등을 소로써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284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한국산업은행은 영환물산 주식회사(이하 ‘영환물산’이라 한다)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2003. 3. 31. 영환물산 소유의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및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기계기구에 관하여 공장저당법에 의한 근저당권으로서 채권최고액 일본국법화 7억 5천만 엔으로 된 제1순위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영환물산이 2008. 12. 19.부터 위 대출금채권에 대한 이자의 납부를, 같은 달 31일부터 대출금의 상환을 각 연체하자, 한국산업은행은 2009. 2. 18. 영환물산에 “2009. 1. 30.자로 대출금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되었음”을 통지한 후 2009. 4. 13. 대출금채권 71억여 원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위 제1순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및 위 건물에 설치된 기계기구에 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09타경16352호). 부산지방법원은 같은 달 14일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으며, 같은 달 15일 임의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마쳐졌다(이하 ‘이 사건 경매’라고 한다). 

한국산업은행이 2009. 11. 26.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유동화전문회사인 원고에게 위 제1순위 근저당권 및 그 피담보채권을 양도하고, 같은 날 위 법률의 규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이를 등록함과 아울러 영환물산에게 채권양도통지를 함에 따라 원고는 위 경매사건에서 한국산업은행의 경매절차상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한편 한국산업은행의 의뢰에 따라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감정평가에 의하면 2007. 5. 2.을 기준으로 이 사건 건물의 가액은 5,160,703,800원, 위 건물 부지의 가액은 2,595,400,000원, 위 건물에 설치된 기계기구의 가액은 598,260,000원이고, 부산 사하구는 2008. 11. 6. 영환물산의 재산세 체납을 이유로 이 사건 건물의 부지를 압류하였다. 

(2) 피고는 영환물산에 대한 대출금채권 등을 담보하기 위하여 2004. 6. 7. 영환물산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 등 같은 목적물에 관하여 공장저당법에 의한 근저당권으로서 채권최고액 13억 원으로 된 제2순위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한편 피고는 2006년 12월경부터 2008년 1월경까지 사이에 영환물산에게 한도거래약정에 따라 약 7억 3천만 원을 대출하였고, 그 담보로 영환물산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냉동보관하는 영환물산 소유의 고등어·삼치·오징어 등 수산물을 양도담보로 제공받고 이에 관한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2008. 7. 15. 영환물산으로부터 송부받은 재고확인서를 토대로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위 수산물에 대하여 재고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도담보의 목적물인 수산물이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2008. 7. 17. 영환물산 및 그 연대보증인인 영환물산 대표이사 소외 1에게 담보부족분에 대하여 해당 담보를 제공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상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 후 영환물산이 2008년 11월 중순경부터 피고에게 대출금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연체함으로 인하여 피고와 영환물산이 체결한 여신거래약정에 따라 영환물산의 피고에 대한 대출금 등 채무가 모두 기한이익을 상실하여 변제기가 도래하였음에도 영환물산은 위와 같은 피고의 추가 담보제공 또는 상환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3) 이에 피고는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수산물의 보관 및 출고를 직접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2008. 12. 15. 영환물산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의 일부(이하 ‘이 사건 유치목적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대차기간 2년, 보증금 없이 월 임료를 300만 원으로 하되, 임대차 개시일로부터 3개월 간은 월 임료를 150만 원으로 한다”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위 임대차계약 당일 자신의 직원인 소외 2를 파견하여 현재까지 위 소외 2를 통하여 이 사건 유치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 피고는 2009. 5. 14.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유치목적물에 대하여 유치권신고를 하였다. 

나. 원심은 우선 이 사건 유치목적물에 대하여 피고에게 유치권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즉 위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마쳐진 2009. 4. 15. 이전에 피고와 영환물산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직원을 통하여 이 사건 유치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데, 피고의 영환물산에 대한 대출금채권은 상인인 피고와 영환물산 사이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서 위 임대차계약 당시 이미 변제기에 도달하였고, 또한 상법 제47조에 의하여 상인인 피고가 이 사건 유치목적물을 임차한 행위는 채무자인 영환물산에 대한 상행위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사유치권자로서 영환물산에 대한 대출금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이 사건 유치목적물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등에 비추어 상사유치권자가 그 목적물의 점유를 취득하게 된 상행위가 상인 간의 정상적인 영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유치권의 발생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사유치권자의 권리행사는 유치권의 남용에 해당되어 그 유치권의 성립 이전에 정당하게 성립한 담보물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으로 전제한 다음,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서 나타나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저당권의 설정 경과, 피고와 영환물산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그 내용 및 체결 후의 정황, 이 사건 경매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한국산업은행의 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유치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이전받았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가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유치목적물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받아들였다. 즉 ① 영환물산은 피고에 대하여 이미 2008년 11월 중순경부터 대출금의 이자 납부를 연체하고 있었고, 부산 사하구가 2008. 11. 6. 영환물산의 재산세 체납을 이유로 이 사건 건물의 부지를 압류하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인 2008. 12. 15.경 영환물산이 제1순위의 근저당권자인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도 대출금 상환을 이미 연체하였거나 조만간 연체하리라는 사정 및 이로 인하여 한국산업은행이 곧 이 사건 건물 등 담보목적물에 관하여 경매신청을 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금융기관인 피고로서는 영환물산이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 연체하고 있는 위 제1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71억여 원으로서 이 사건 건물의 감정가액인 51억여 원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및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기계기구를 포함한 감정가액인 83억여 원에 근접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보증금 없이 월 임료 300만 원에 체결되어 통상적인 임대차계약에 비하여 임대료가 지나치게 낮게 정하여진 것이다. ④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영환물산으로부터 취득한 양도담보물인 수산물을 이 사건 유치목적물에 보관하다가 2009년 12월경 위 담보물을 모두 처분한 이후에는 이 사건 유치목적물이 비어 있는 상태로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 외에는 피고의 영업에 별다른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⑤ 피고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2009. 4. 21. 근저당권자로서 권리신고를 한 후 2009. 5. 14. 동일한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유치권 신고를 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상법 제58조, 민사집행법 제91조, 나아가 유치권이나 저당권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53462 판결
[유치권부존재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고의적으로 작출하여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유치권 행사가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저당권 등 담보물권이 설정된 후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채권자가 민사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갑 주식회사 등이 을과 호텔신축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을이 공사대금을 완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 주식회사가 을에게 금전을 대여하면서 위 호텔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고, 그 후 갑 회사 등이 을로부터 호텔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던 중 병 회사가 신청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유치권 행사를 주장한 사안에서, 갑 회사 등이 병 회사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을로부터 호텔을 인도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갑 회사 등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320조 제1항 [2] 민법 제320조 제1항 [3] 민법 제2조, 제320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공2012상, 168)
[2] 대법원 1965. 3. 30. 선고 64다1977 판결(집13-1, 민87)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공2009상, 15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스피드보안시스템 외 10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영심)

【환송판결】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 판결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4. 7. 8. 선고 (청주)2014나6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10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와 피고 10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피고 10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① 2004년경 피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토지 위에 호텔을 신축하려는 소외 1과 이 사건 건물 신축 및 토목, 포장 등 공사 각 부문에 관하여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10은 소외 1과 호텔에 사용되는 커튼, 이불, 베개, 침대커버 등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2005. 2.경까지 피고 10은 5,224만 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고 나머지 피고들은 해당 공사를 모두 완료하였는데, 소외 1은 그 채무를 완제하지 못하여 피고들은 2006. 11.경 기준으로 원심 판시와 같은 합계 11억 2,950만 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 ③ 소외 1은 2005. 2. 1.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호텔영업을 하였는데, 2006. 11.경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피고들은 2006. 11. 18. 회의를 개최하여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함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하기로 한 사실, ④ 이에 따라 피고 주식회사 스피드보안시스템의 당시 대표이사인 소외 2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아 건물 벽면에 유치권 행사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부착하고, 2006. 11. 30. 소외 3에게 이를 보증금 2,000만 원, 월 차임 200만 원, 기간 2006. 12. 4.부터 2009. 12. 3.까지로 정해 임대하여, 소외 3이 이 사건 건물에서 호텔영업을 하고 있는 사실, ⑤ 피고들은 소외 1을 상대로 위 각 공사대금 및 물품대금 합계 1,181,744,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7. 11. 2. 전부 승소하였고 판결이 확정된 사실, 한편 ⑥ 원고는 2005. 9. 22. 소외 1에게 19억 원을 변제기 2006. 9. 22., 이율 연 7.5%로 정하여 대여하고 그 담보로 같은 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4억 7,000만 원으로 된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사실, ⑦ 소외 1은 2006. 4.경부터 위 대여금 이자 지급을 연체하여 원고는 그 무렵부터 수 회에 걸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 신청 여부를 검토하였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각하여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임의경매 신청을 보류하였으나 그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사실, ⑧ 원고는 2006. 11. 9. 소외 1에게 ‘2006. 11. 15.까지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으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겠다’는 취지의 경매실행예정통지문을 보냈고, 2006. 12. 21.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06. 12. 26.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진 사실, ⑨ 그 경매절차에서 2008. 2. 12.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현황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피고들은 소외 3을 통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토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게 된 경위, 그 무렵 소외 1의 재산상태, 피고들과 소외 1의 관계,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은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았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피고들의 유치권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따라서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피고 10(물품대금채권을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목적물에 관하여 채권이 발생하였으나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하기 전에 그에 관하여 저당권 등 담보물권이 설정되고 이후에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경우 채권자는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취득한 민사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65. 3. 30. 선고 64다1977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 참조),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피고들의 유치권의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여 유치권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원심이 원용한 앞의 2011다84298 판결의 사안에서는 후순위근저당권자가 상사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거래를 일으킨 후 그에 기하여 근저당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취득하고 이를 선순위근저당권자에게 주장함으로써 고의적으로 유치권을 작출하여 그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신의칙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오로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피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민사유치권 행사와 관련한 신의칙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다만 원심은 피고 10에 대하여, 그의 유치권 행사가 나머지 피고들과 같은 이유에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을 인용하여 ‘위 피고는 상사유치권자에 불과한데 상사유치권자는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는 선행저당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유치권 부존재 확인 청구는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피고 10은 상사유치권자로서 선행저당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위 피고는 아무런 상고이유를 주장하지 않았고, 위 판단 자체에 별다른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결국 위 피고에 대한 원심의 결론은 다른 점을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정당하다. 

4. 이에 원심판결 중 피고 10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10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와 위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창석 조희대(주심)   


Ⅴ. 결론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지만 객관적 이익형량을 통하여 상계권자의 상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민법 제495조를 신뢰보호의 관점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권리행사기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 권리자는 스스로 자신의 권리행사기간을 준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의 권리
불행사를 신뢰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동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단기를 악용하는 것은 상계권자의 잘못(권리행사기간의 불준수)에 비하여 현저하게 비난가능성이 크므로 형평의 원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여 상대방에게 잔존액의 권리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당연상계주의에서 탈피하여 상
계권행사주의가 관철된 현재의 시점에서 상계권행사 시에 상계의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 상계권의 행사가 적법한 경우의 법률관계를 설명하는 이론구성인 상계의 소급효에 기초하여 민법 제495조를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을 판단함에 있어 권리행사규정의 성격,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견련관계 여부, 상계권자의 신뢰보호의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자담보책임의 행사기간이 경과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경우에는 제척기간의 준수를 위하여 재판상 행사가 요구되지 아니하는 권리행사규정의 성격,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견련관계에 비추어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허용된다. 소멸시효가 경과한 차임채권의 공제의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을 수수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기초한 임대인의 보호필요성,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견련관계에 비추어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허용된다. 소멸시효는 실체법상 제도이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의 효과는 원용권자의 원용이 있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상대적 효력설이 타당하고, 그러한 원용이 있으면 그 효력은 권리의 소멸이다(소위 강한 효력설). 항변권의 영구성이라는 문제는 항변권의 성격에 비추어 독립적 항변권과 종속적 항변권으로 구분하여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독립적 항변권은 권리자의 권리행사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독자적 권리행사를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종속적 항변권의 기초가 되는 권리는 독자적 행사가 가능하므로 이의 소멸로 인하여 종속적 항변권도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종속적 항변권도 예외적으로 존속할 수 있다. 민법 제495조가 규정하는 바와 같이 시효완성 전에 상계적상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항변이 가능하다. 항변권의 영구성이라는 논거로 민법 제495조를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시이행항변권의 경우에는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허용되나, 유치권의 경우에는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는 피담보채권에 기하여 법정담보물권으로 유
치권이 인정되므로 유치권의 존립을 위하여 피담보채권의 존속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