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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산업활동동향
동행지수 4개월 연속 하락 99.1
산업생산·소매판매만 반짝 증가
경기동향 지표 일제히 고꾸라져
실물·심리 모두 심각한 위기상황
“국면전환 선언은 의견 수렴해야”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2018년 7월)은 미래 경제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가 20년 만에 최악으로 위축되고, 경기 동향의 잣대인 선행·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한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또다시 나타냈다. 특히 세계 경기가 호황을 보였고,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겪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참사’에 이어 전날 기업 체감경기지수가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경제가 실물과 심리지표 모두 심각한 경제 위기임을 경고하고 있다.
7월 설비투자 지수는 전월보다 0.6% 줄었다. 분야별로는 선박 등 운송장비(7.4%)는 늘었으나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특수산업용 기계류(-3.9%)에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7월의 감소 폭은 둔화했다. 전월과 비교한 설비투자는 올해 2월 1.2% 늘었으나 3월에 7.6% 감소했고 4월 -2.5%, 5월 -2.8%, 6월 -7.1%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후 이번에 20년 만에 가장 긴 기간 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통계청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대규모 반도체 설비 증설이 마무리된 영향으로 설비투자 감소 폭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全)산업 생산은 올해 6월보다 0.5%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한 전산업 생산지수는 올해 5월 0.3% 증가했다가 6월에 0.7% 감소했으며 지난달 반등했다. 광공업 생산은 0.4% 늘었다. 자동차(-4.9%)는 감소했으나 기타운송장비(7.1%)와 화학제품(2.2%)이 늘어난 결과다. 7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보다 0.9%포인트 오른 74.3%를 기록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한 소매판매는 올해 4∼5월 2개월 연속 감소하다 6월에 0.7% 늘었고 7월까지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통계청은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업체의 자동차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심각한 위기 징조는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해 1∼3월은 보합세였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99.8을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8월 99.8을 기록한 후 최근 23개월 사이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 신호로 인식하고 다른 지표와 함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수렴해 분석에 들어간다. 따라서 경기선행지수는 경기가 상승 추세에서 하강 추세로 전환하는 것을 알리는 핵심지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간 보합한 후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에 대해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다. 여러분이 하강국면 들어섰다고 말할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면 전환을 선언하는 것에 관해서는 “굉장한 혼란 있을 수 있어서 다음 전환점을 보고 해석하며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유보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