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부실법·매매예약·분양/매매관련판례

[민사]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지급된 계약금 등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기 위한 요건(전주지방법원 2021나6726)

모두우리 2022. 6. 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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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은 2020. 12.경 인터넷 부동산에서 乙로부터 A아파트의 매매중개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 丙이 게시한 A아파트 매매중개 정보를 확인하였다. 甲은 丙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매수의사를 밝히고, 甲을 대리한 丁이 丙이 알려준 乙의 은행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丙은 丁에게, ‘매매가액 2억 3,000만 원, 12. 8. 가계약금 1,000만 원, 12. 12. 계약서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 2. 26. 잔금 2억 500만 원’이라는 계약이행에 관한 내용과 ‘B부동산에서 계약서 작성을 진행할 예정이니 신분증, 도장, 추가계약금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 등을 준비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丁은 甲의 대리인 자격에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丙은 乙로부터 甲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丁에게 ‘(乙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甲은 丙에게 ‘아파트 거래계약과 관련하여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丁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위임장’을 팩스로 보냈지만 乙은 丙으로부터 전달받은 甲의 계좌번호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甲은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록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았으나 甲과 乙 사이에서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졌으므로 아파트 매매계약이 성립하였고, 이후 乙이 일방적으로 매매계약을 파기하였으므로, 乙은 甲에게 매매계약에서 정한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인 4,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하거나, 적어도 甲이 실제 일부 계약금으로 지급한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甲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고, 甲이 乙의 계좌로 보낸 1,000만 원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위 1,000만 원의 명목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었고 A아파트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위 1,000만 원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며, 한편 유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 등 금원이 수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그와 같은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그 계약금 등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는 없는데(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등 참조), 甲과 乙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어, 乙이 甲에게 그 계약금으로 정한 2,000만 원의 배액이나 그 일부로 지급된 1,000만 원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021나6726_판결문_자동비실명(검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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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 지 방 법 원
제 1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21나6726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A
피고, 피항소인 B
제 1 심 판 결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장수군법원 2021. 5. 28. 선고 2021가소
5019 판결
변 론 종 결 2022. 3. 24.
판 결 선 고 2022. 4. 2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청구취지 및 항소취지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복성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C에게 부산 아파트 D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매매 중개를 위임하였다.

 

나. 원고는 2020. 12. 8. 인터넷 부동산 정보에 게시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 중개 정보를 확인하고, C와 전화로 연락하여 매수의사를 밝혔고, 원고를 대리한 E(원고의 사위)가 같은 날 16:16경 C로부터 전달받은 피고의 은행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다. C는 2020. 12. 8. 17:00경 E에게, ‘매매가액 2억 3,000만 원, 12. 8. 가계약금 1,000만 원, 12. 12. 계약서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 2. 26. 잔금 2억 500만 원’이라는 계약이행에 관한 내용과 ‘12. 12. 3시에 부동산에서 계약서 작성을 진행할 예정이니 신분증, 도장, 추가계약금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을 준비하고, 공인중개사가 대리인 자격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위임장 양식에 위임장용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 필요하고, 원고가 직접 계약 체결을 하는 경우 신분증과 도장만 필요하다’는 취지의 각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E는 C로 하여금 원고의 대리인 자격에서 계약서 작성을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라. C는 2020. 12. 11. E에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표준 양식의 아파트 매매계약서에 원고와 피고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 이 사건 아파트의 표시, 매매대금, 특약사항 등을 기재하여 작성한 매매계약서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보내주었다.

 

마. 피고로부터 원고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C는 2012. 12. 11. E에게 ‘(피고가) 계약을 해지한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 원고는 2020. 12. 12. C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거래계약과 관련하여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C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위임장’을 팩스로 보냈으나, 같은 날 피고는 C로부터 원고의 계좌번호를 전달받아 그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았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성립되었고, 이후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파기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인 4,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하고, 적어도 원고가 실제 일부 계약금으로 지급한 1,000만 원의 배액인2,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바, 위 4,000만 원에서 기지급된 1,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을 지급하거나, 적어도 위 2,000만 원에서 기지급된 1000만 원 제외한 나머지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1,000만 원(이하 ‘이 사건 1,000만 원’이라 한다)은 가계약금에 불과하다. 또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기로 하는 위약금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주장과 같은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이나 이 사건 1,000만 원의 배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나. 판단


 1) 먼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과 갑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C가 E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이 사건 1,000만 원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 ② C는 피고로부터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그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므로, C가 피고로부터 전달받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사항을 원고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③ 원고와 피고는 상호간의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1,000만 원을 지급할 당시부터 별도로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당사자로부터 매매계약서 작성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바, 이 사건 1,000만 원이 지급될 당시 매매대금 및 그 지급기일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1,000만 원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1,000만 원의 명목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1,000만 원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과 그에 종된 계약금계약이 성립되었고, 이 사건 1,000만 원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되었음을 전제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한편, 유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 등 금원이 수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그와 같은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그 계약금 등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유효하게 성립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그 계약금으로 정한 2,000만 원의 배액이나 그 일부로 지급된 이 사건 1,000만 원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경우 계약서를 작성해야 매매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

- 전주지방법원 2022. 4. 21. 선고 2021나6726 판결-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 입력 : 2022-10-31 오전 7:40:36 

1. 판결 요지

공인중개사의 전달로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이 합의된 후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사안의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원은 ① 송금한 돈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된 점, ② 공인중개사는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닌 점, ③ 공인중개사가 전달받은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사항을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하여 당사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④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점을 종합하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을 들어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2.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가. 신중한 접근

우리 삶에서 부동산과 그 매수자금은 제1호 재산이거나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은 실로 결혼만큼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일이다. 살면서 그렇게 큰돈이 오고가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점만으로도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있는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 주관적 측면 : 당사자의 의사

1) 직접 대면을 통한 신원확인절차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 민법에서 부동산 매매계약은 거액을 지급하고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비참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계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사자는 상대방과의 직접 대면을 통해 그 사람이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상 소유자와 일치한지, 그 사람에게 정당한 대표권이나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이른바 ‘신원확인절차’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런 기회도 없이 가계약금이 송금된 사정(주요 사항의 합의 이후)을 가지고 곧바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본다면 그 의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결국 당사자는 중개사사무실에서 상대방의 신원확인절차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것이다. 

2) 계약서 작성을 통한 계약 성립 

실제 부동산 매매 거래에서는 장래 ‘계약서 작성일’을 정해 두고 미리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장차 ‘계약서 작성일’을 별도로 설정한 것은 결정적인 대목이고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그 함축된 의사를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각 당사자에게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다.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적 자치를 대원칙으로 하는 우리 민법에서 계약체결의 자유 중 계약체결방식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다’라는 묵직한 논거로 논란거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강력하게 반영함으로써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낙성계약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의사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 

3)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의 성격

만약 가계약금 송금 당시 구두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새기면, 장래 계약서 작성은 이미 구두 합의된 것을 단순히 문서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가교 역할만으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셈인데, 이는 ‘알선’이라는 사실행위를 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부당하다. 더군다나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의무(공인중개사법 제25조)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중개의뢰인은 부동산전문가로부터 매물에 대한 확인·설명을 들은 연후에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사로 공인중개사를 개입시켰을 것이다. 

4) 폭넓은 계약교섭 단계의 인정 : ‘negotiated’가 아닌 ‘negotiating’ 

그리고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있었을지라도 낙성계약의 개념을 맹목적으로 순종하기보다는 우리 민법상 계약체결의 자유(소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라는 대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당사자 의사를 엄격히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당사자 참석하에 계약서 작성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이전까지는 매도조건 또는 매수조건 등 계약조건의 교섭 단계에 불과하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사항에 합의가 있었다고 성급히 더 이상의 협상 자체를 원천 봉쇄시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적·확정적 합의로 매듭졌다고 보면 별도로 계약서 작성일을 설계한 당사자 의도 및 관행과 정면 충돌한다. 오히려 중개사사무실에서 만나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서명 또는 날인을 마칠 때까지는 당사자가 민사법 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용인해야 할 것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지탱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치가 급등락했을 때, 혹은 소유권이전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으로 이미 권리관계가 변동되었거나 상대방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제3자임을 간파했음에도 중개사사무실에서 그와 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사적자치라는 민법상 대원칙을 제한할 때는 낙성계약이라는 개념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며 더 엄격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매매예약이라는 멍에를 덧씌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계약서가 없다면 매매예약 성립도 부정해야 할 것이다. 

다. 객관적 측면 : 거래관행 및 거래안전

1) 거래관행

거래관행에 견주어 보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의 계약서 작성행위를 이미 성립한 구두계약과 일치함을 확인하거나 그 구두계약을 문서화하는 증빙서류 쯤으로 여기는 것은 도리어 본말이 전도되는 파격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 구성은 기교적이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처음 만져 보는 총만큼이나 매우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신원확인절차를 거친 후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처분문서의 개념을 살리고 거래 실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간단 명쾌한 해석이 된다. 

2) 거래안전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은 등기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민법 제186조).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해야 하고, 만약 첨부정보인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매매계약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등기신청이 각하된다(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9호).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어쩌면 ‘계약서’라는 개념이 가지는 숙명(거래안전을 위해서 태어난)일지도 모른다.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 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3. 결어 

‘인간의 생명은 그 개개인에 있어서는 하나의 우주이고, 지구보다 무거운 것’이라고 한다(헌법재판소 1996. 11. 28. 선고 95헌바1 사형제도 사건). 지구보다 무거운 생명에 못지않게 서민에게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등 주택과 그 매수자금은 우주보다 무거운 재산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서 당사자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직접적인 교섭행위를 한 적이 없고 오로지 공인중개사로부터 간접적으로 계약의 주요 사항을 전달받고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후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다면,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신중하고도 엄격한 판단이 요망된다. 이런 이치에서 '전주지방법원 2021나6726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