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2. 17. 선고 부산지방법원 2022고합46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 부동산담보대출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인 은행에 부동산을 신탁한 후 이를 매각한 대금으로 대출금을 갚기로 약정하고도 매각대금 일부를 은행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위 매각대금이 은행의 소유라거나 피고인이 은행을 위해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부 산 지 방 법 원
제 6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22고합46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피 고 인 A
검 사 양익준(기소), 이자영, 김하영(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원영일
판 결 선 고 2023. 2. 17.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B에 있는 부동산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F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2007. 11. 29.경 피해자 E으로부터 1,600억 원을 대출받으며 피해자와 ‘부산 사상구 C 토지 4,457.87㎡ 등 합계 43,250.97㎡ 상당의 토지 및 그 지상의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위 각 부동산을 피해자 명의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위 대출금 변제를 위해 위 각 부동산의 매도를 피해자로부터 위탁받고,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게 된 위 각 부동산 매도 대금 전액을 피해자 명의로 근질권이 설정된 주식회사 F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출약정 등을 체결하고, 그 무렵 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피해자 명의로 마쳤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09. 8.경 불상의 장소에서, ‘부산 사상구 C 토지 4,457.87㎡’ 를 주식회사 D에 대금 6,241,200,000원으로 매도하고, 그 대금을 받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던 중, 2009. 8. 28.경 매도 대금 액수를 줄인 위장(이중) 계약서를 작성한 후, 매도 대금 명목으로 5,200,000,000원을 위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고, 그 무렵 위와 같이 입금하고 남은 피해자 소유의 매도 대금 1,041,200,000원을 임의로 취득하는 등 횡령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09. 8. 28.경부터 2012. 11. 2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27회에 걸쳐 피해자 소유의 합계 6,624,800,000원을 임의로 취득하는 등 횡령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한 매도대금은 E의 소유가 아니라 피고인 측에 귀속되는 재물이므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금원을 E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다.
3.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의 체결 등과 관련하여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B에 있는 부동산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하고 아래 모든 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 기재는 생략한다)의 대표이사로 F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나. 1,600억 원을 한도로 한 대출약정의 체결
F은 2007. 11. 29.경 대주를 ‘E, G’, 주선은행 겸 대리은행을 ‘E’으로 정하고 E으로부터 1,6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의 돈을 대출받는 내용의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제3권 1612~1668면).
다.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 및 예금근질권설정계약의 체결
1) 한편 F은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하면서 같은 날 E과 사이에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금(이하 ‘이 사건 대출금’이라 한다)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신탁하는 내용의 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제3권 1471~1492면).
2) F은 같은 날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E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3) 나아가 F은 같은 날 E과 사이에 이 사건 대출금 등을 포함한 피담보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질권자를 ‘E 등’으로 정하여 F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에 근질권을 설정하는 내용의 예금근질권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질권설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제3권 1905~1915면).
라.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처분 및 매도대금의 입금
1) F은 2008. 4. 24.경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별지] 범죄일람표 ‘지번’란 기재와 같이 분할한 후 각 분할등기를 마쳤다. 2) F은 위 1)항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E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F이 위 각 부동산의 지번별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를 요청하고 E이 이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을 합의해지한 후(증거기록 제4권 2413~2466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F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담보신탁 일부 해지 요청서 발췌] 귀행과 체결한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를 요청하오며, 동 신탁의 해지로 인한 일체의 책임은 위탁자인 당사(‘F’을 지칭한다)에게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 사건 담보신탁 일부 해지 동의서 발췌 ] 귀행과 F이 체결한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에 대하여 동의합니다. |
3) 이후 F은 [별지] 범죄일람표 ‘실제 매도금액’란 기재 각 금액을 매매대금으로 정하여 위 범죄일람표 ‘매수인’란 기재 각 매수인에게 매도한 후 실제 매도금액 중 위 범죄일람표 ‘입금액’란 기재 각 입금액만을 이 사건 질권설정계약 당시 개설한 F 명의의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에 입금하였다. 마. 이 사건 대출금의 변제 F은 2022. 11. 23. E에게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원리금을 전액 변제하였다.
4. 판단
가. 관련 법리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이 사건 담보신탁 일부 해지 요청서 발췌] 귀행과 체결한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를 요청하오며, 동 신탁의 해지로 인한 일체의 책임은 위탁자인 당사(‘F’을 지칭한다)에게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 사건 담보신탁 일부 해지 동의서 발췌 ] 귀행과 F이 체결한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에 대하여 동의합니다. 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방조·횡령]〈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건〉[공2018하,1801]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여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이때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횡령죄가 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①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②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①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②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③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④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②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원심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병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나, 이와 달리 정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2조, 제347조, 제355조 제1항 [3] 형법 제30조, 제32조, 제347조 제1항,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1]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공1985, 1363)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2]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공1992, 1114)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공2005하, 1920)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공2007하, 203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공2011상, 170)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538)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공2017하, 145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7. 10. 10. 선고 2017노17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쟁점과 관련된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들은 2017. 2. 12.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피고인 1이 SC제일은행에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의 예금통장과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개, OTP카드 1개 등을 교부하여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이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17. 2. 13. 09:00경 공소외인에게 전화하여 검사를 사칭하면서 “당신 명의로 은행 계좌가 개설되어 범죄에 이용되었다.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기관에 있는 돈을 해약하여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에 속은 공소외인은 2017. 2. 14. 11:20경 이 사건 계좌에 613만 원(이하 ‘이 사건 사기피해금’이라 한다)을 송금하였는데, 피고인들은 같은 날 11:50경 별도로 만들어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그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①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공소외인에 대한 사기범행을 방조하고, ②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공소외인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사기방조의 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이다. 횡령의 점은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물론 공소외인과 사이에도 이 사건 사기피해금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 모두 무죄이다. 2. 피고인들에 대한 위 사기방조의 점과 피고인 2에 대한 사기방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계좌에서 제3자 명의의 사기이용계좌(이른바 대포통장 계좌)에 송금·이체된 피해금을 그 제3자(이하 ‘계좌명의인’이라 한다)가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와 성립한다면 횡령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이다. 3.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참조),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1)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 대법원 위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2)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라.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피해자 공소외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공소외인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의 점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하나 횡령죄의 피해자를 다수의견과 다르게 판단하는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저질러 사기피해자로부터 위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 그 돈에 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하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나.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1)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이 사건의 경우 사기피해자가 접근매체 양수인으로부터 ‘범죄연관성을 확인한 후 돌려주겠다’는 말에 기망당하여 송금·이체하였으나, 위와 같은 말은 접근매체 양수인이 한 기망행위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하여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발생한다거나 사기피해자가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가)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당사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일 필요가 없으므로 어떤 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고, 예금주가 그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며, 송금인과 예금주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접근매체 양수인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다) 착오송금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그 돈이 착오송금된 것임을 인식하고 인출·사용한다. 즉 계좌명의인은 돈이 잘못 송금되었으므로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송금인에 대한 그러한 관계를 위반하여 인출한 사안이다. 그러나 사기피해자가 돈을 송금·이체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그 돈이 어떠한 경위로 입금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접근매체 양수인과 관련된 원인으로 입금이 되었을 것이라고 인식할 뿐이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 앞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접근매체 양수인과의 약정에 위반하여 인출한다는 인식이 있을 뿐 착오송금된 돈이거나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할 돈을 인출한다는 인식은 없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송금·이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핵심적인 불법요소이다. 그것 때문에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에게 그러한 핵심적인 불법요소에 대한 인식이 없었음에도 유죄를 인정하므로 형법상 책임주의에도 반한다. (라)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도 신의칙이라는 일반원칙으로 가벌성을 확장시킨다거나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신뢰에 기초하여 양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그와 같은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그 사안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사안에까지 확대할 것은 아니다. (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경우에까지 착오송금의 법리를 확장하는 것은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넓힐 위험이 있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착오송금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아닌 일반적인 차용금 사기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의 돈을 차명계좌로 송금받는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특정 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피해규모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기는 하나 재산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로서 피해자별로 독립된 범죄가 성립하므로 각각의 범죄에 있어서 사기범, 피해자, 계좌명의인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의 경우와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의 경우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었다고 하여 그 계좌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범죄행위로 인한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는 경우에도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리는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그 개념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1)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등 참조),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 등 참조).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2) 다수의견은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송금·이체가 이루어지거나 접근매체 양수인의 돈이 일부 예금되어 있는 등 혼재하는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그 합계금액 중 일부 금액을 인출한 경우 유죄라는 것인지 무죄라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유죄라는 취지라면 횡령죄의 피해자를 누구로 확정할 것인지 곤란해지고 죄수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들의 성명이 모두 확인되는 상태에서 횡령죄의 피해자를 성명불상자라고 특정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친족인 경우 친족 간의 범행에 관한 조항(형법 제354조, 제328조)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면 간명해진다. 마.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횡령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별개의견은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1)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고, 계약이 없는 경우에도 법률의 규정·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칙에 기초하여 발생할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는 접근매체 양수인이 계좌명의인에게 금전의 보관을 의뢰하였으므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관습·조리·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이거나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 이상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그와 배치되는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없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횡령죄는 사법(사법)상의 위탁관계를 형법상 보호하는 재산범죄이므로, 그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민법·상법 등에 기초하여 정해져야지 형법상 규범적으로 정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계약상 위탁관계가 설정되었다. 그리고 원심은 계좌명의인이 자신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방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다수의견도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알지 못하는 사실인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계좌명의인에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다. 이로써 다수의견은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근거로 인정하여 모순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그러나 행위자가 보관의무를 지는 상대방이 계약상 정해져 있음에도 행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을 근거로 계약상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보관의무를 지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고, 그러한 유죄 인정이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아가 신의칙은 법 또는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충하는 데 적용되어야지 계약관계가 있음에도 신의칙을 적용하여 그와 다른 관계를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형사 범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3)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2013다207286 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고 계좌명의인이 송금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는 이유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이 사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상고를 전부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7.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계좌명의인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돈이 송금·이체되었어도 그 돈이 자기가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 돈을 가지기 위해 인출하면 송금의뢰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반면에 사기 범행의 실행을 위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한 사기범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보호할 수는 없으므로 그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기수에 이르면 피해자가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에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사기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돈이 그 계좌에 남아 있는 한 피해자가 그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본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재물이 교부됨으로써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해당 재물에 대하여 소유권 등 본권에 기한 지배가능성을 침해당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피해자가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상실하였다거나 사기범이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결국 형법에서 말하는 재산권 침해가 있으면 사법(사법)에서 말하는 소유권 등 본권의 득실변경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한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유형에는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범인이 직접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분행위 자체가 없다. 피해자가 직접 사기이용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경우에도 이를 범인에게 취득시킨다는 의사 없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공소외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돈을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계좌에 돈을 송금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 공소외인이 계좌명의인이든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든 그들에게 돈을 귀속시킨다는 의사는 없었던 것이다. 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과 같이 계좌명의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범행이 개입되어 송금·이체된 경우는 이른바 ‘착오송금’ 사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 법리’를 적용하여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계좌명의인이 수취할 아무런 원인이 없이 그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는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하지 이를 수취할 원인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안 된다는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 송금·이체를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예를 들어 송금의뢰인이 단순히 실수로 송금한 것인지, 원래 계좌명의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사람인데 잘못 보낸 것인지, 다른 사람의 기망이나 협박 등에 의해 보내게 된 것인지 등 그 경위가 어떠한지에 따라 위와 같은 의무의 존부가 달라질 수 없고, 송금·이체의 구체적인 이유나 경위를 알아야만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계좌명의인이 가담한 사기 등 범행에 의해 송금·이체된 돈이라면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인출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와 별도로 위와 같은 의무의 불이행을 평가하지 않을 뿐이다. (2) 그리고 계좌명의인이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위탁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어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관계 때문에 사기피해자와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부정할 것도 아니다. 라.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임의로 인출한 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해 송금·이체된 돈이라거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이 아닌 사기피해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돈이라는 인식이 없음에도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객체가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여야 하고 행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행위자가 영득한 재물의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 또한 횡령죄는 재물의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고(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 참조),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진정한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느냐에 따라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영득의 의사로 이 사건 사기피해금을 인출하였을 뿐 반환하여야 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여 반환을 거부한 것도 아니다. 마. 한편 반대의견은 계좌명의인과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자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모순·배치되는 계좌명의인과 송금의뢰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에 한정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행 실행을 위해 그로부터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면 형법의 관점에서는 그들 사이의 위탁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와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바. 요컨대, 이 사건의 핵심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타인의 돈을 영득하는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것인가, 이를 긍정할 경우 사기범행의 실행 과정에서 제3자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범죄수익을 사기범의 재물로 보아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범행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사기범의 재물에 대한 횡령행위로 평가한다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범행을 용인하고 이에 조력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한 결과가 타당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E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사실, F은 같은 날 E과 사이에 이 사건 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F 명의의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한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한 후 실제 매도금액 중 6,624,800,000원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 제3항 기재 인정사실에다가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횡령 금액, 즉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실제 매도금액과 이 사건 예금계좌 입금액의 차액 상당 돈 6,624,800,000원이 E소유의 재물이라거나 E과의 관계에서 피고인이 위 돈의 보관자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
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① F은 이 사건 처분 부동산에 관하여 F이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일부 해지를 요청하고 E이 이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을 합의해지한 후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하였을 뿐, 기록상 E이 F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위탁하였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② 나아가 F은 그러한 과정에서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하여 F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각 매수인에게 매도하였다. 위와 같이 F이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라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소유권을 재차 취득한 후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한 이상 그 매도대금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소유자인 F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더욱이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 제19조, 제20조 등에 따르면, 본래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은 E의 책임 하에 공개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으나, E은 이 사건 대출금의 조속한 상환을 위하여 F의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 해지 요청에 적극 동의하면서 F의 주도 하에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으로 이 사건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용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그리고 이 사건 대출약정상 차주인 F 소유 자산의 매각대금을 운영계정에 입금하도록 정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이 사건 대출약정 제5조 제1항 (나)], 이는 F이 E에 대해 부담하는 민사상 채무라 할 것이고, 앞서 본 사실관계와 사정에 비추어 그러한 약정 내용이 민사상의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F이 E과 사이에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그 매도대금 전액이 E의 관리·처분 대상으로 되어 F의 소유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대금 전부를 반드시 E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기록상 F은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을 매도한 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금액에 관하여 E과 사이에 협의를 거쳐 이 사건 대출금 상환에 사용할 금액을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예금계좌는 질권자이자 대리은행인 E이 주도하여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E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금액의 처분·운용에 상당 부분 관여한 사정만이 인정될 뿐이다.
⑤ 결국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처분 부동산의 실제 매도대금 중 일부를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대출약정 등을 위반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평가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E소유의 돈을 횡령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위 차액 상당의 돈에 관하여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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