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의 주체와 부동산명의수탁자의 지위-문채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다. 보관이란 재물에 대하여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을 갖는 상태를 의미하며, 부동산에 대한 지배는 부동산을 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이어야 하고, 위탁이란 재물을 위탁의 의미 내에서만 취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기초로 하여 재물의 지배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신뢰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법적으로 유효한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위탁관계로 족하고, 위탁관계의 성립은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소유자가 아닌 제3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위탁관계가 제3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 또는 의사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한 문제는 소유자와 위탁자 간의 문제일 뿐이고, 위탁자와 보관자 사이의 인적 관계를 가리키는 위탁신임관계에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도범이 도품을 제3자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에도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형법적인 보호가치성의 여부도 위탁신임관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의 객체를 위탁신임관계에 의한 보관물로 한정하고, 횡령죄의 주체를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한정하며, 횡령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한 영득으로 특정 하는 의미와 기능을 갖는 구성요건표지일 뿐이다. 즉, 위탁신임관계 그 자체는 횡령죄의 보호이익 내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는 횡령죄의 구성요건과는 무관한 문제이다. 물론 위탁관계의 원인행위가 민법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제 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로 평가됨으로써 소유권이 보관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위탁신임관계의 문제 이전에 보관자의 입장에서 이미 타인의 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횡령죄의 주체를 위와 같이 해석할 때, 부동산의 명의수탁자는–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를 제외하면–위탁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서 횡령죄의 주체에 해당한다. 명의수탁자는 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 그리고 위탁신임관계의 원인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위법하므로 위탁자와 수탁자 간에 법적인 위탁신임관계를 긍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불법한 원인행위를 기초로 하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횡령죄가 요구하는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제한되지 않는 한, 보호가치성의 부정이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법적 통일성에 반한다거나 형법의 보충성에 어긋난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나 그것과 실질적으로 차별화 되지 않는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또는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등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으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법원은 앞으로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까지 횡령죄의 세계에서 내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를 횡령죄의 세계로 다시 복귀시키고,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까지 횡령죄의 세계로 편입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
차 례
Ⅰ. 머리말
Ⅱ. 영득범죄의 체계
Ⅲ. 횡령죄의 주체
Ⅳ. 맺는
Ⅰ. 머리말
대법원의 판례 중에서 횡령죄의 주체에 관하여 가장 상세하게 적시하는 판례라면 단연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대판 2016. 5. 19, 2014도6992 전합”이다.1) 이 판례에 대해서는이미 찬성 또는 반대 취지의 평석이 다수 이루어진 바 있다.2) 위 판례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논거들이 명의수탁자에게 횡령죄의 주체성을 부정한 것과 관련되어 있기때문에, 이 판례의 타당성 여부는 곧 바로 횡령죄의 주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이 연구는 횡령죄의 주체를 먼저 규명하고, 이에 의거하여 부동산명의수탁자가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 한다.
1) 이에 비견할 만한 최근의 판례로는 ‘대판 2018.7.19, 2017도17494 전합’이 있다. 2) 찬성 취지로는 문영식(명의신탁 부동산의 처분행위에 관한 형법정책,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51호, 2016); 송문호(부동산 명의신탁의 형법상 의미와 전망, 형사정책연구, 27권 3호, 2016); 원혜욱․김자영(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법연구 제28권 제3호,2016); 홍봉주,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과 수탁자의 형사책임–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판결, 법학연구(충남대) 제28권 제1호(2017), 231면 이하 참조, 그리고 반대 취지로는 강지현(3자간 명의신탁과 횡령죄의 성립 여부, 형사법연구, 제28권 제3호, 2016)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방조·횡령]〈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건〉[공2018하,1801]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여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이때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횡령죄가 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①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②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①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②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③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④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②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원심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병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나, 이와 달리 정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2조, 제347조, 제355조 제1항 [3] 형법 제30조, 제32조, 제347조 제1항,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1]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공1985, 1363)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2]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공1992, 1114)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공2005하, 1920)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공2007하, 203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공2011상, 170)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538)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공2017하, 145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7. 10. 10. 선고 2017노17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쟁점과 관련된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들은 2017. 2. 12.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피고인 1이 SC제일은행에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의 예금통장과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개, OTP카드 1개 등을 교부하여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이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17. 2. 13. 09:00경 공소외인에게 전화하여 검사를 사칭하면서 “당신 명의로 은행 계좌가 개설되어 범죄에 이용되었다.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기관에 있는 돈을 해약하여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에 속은 공소외인은 2017. 2. 14. 11:20경 이 사건 계좌에 613만 원(이하 ‘이 사건 사기피해금’이라 한다)을 송금하였는데, 피고인들은 같은 날 11:50경 별도로 만들어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그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①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공소외인에 대한 사기범행을 방조하고, ②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공소외인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사기방조의 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이다. 횡령의 점은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물론 공소외인과 사이에도 이 사건 사기피해금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 모두 무죄이다. 2. 피고인들에 대한 위 사기방조의 점과 피고인 2에 대한 사기방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계좌에서 제3자 명의의 사기이용계좌(이른바 대포통장 계좌)에 송금·이체된 피해금을 그 제3자(이하 ‘계좌명의인’이라 한다)가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와 성립한다면 횡령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이다. 3.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참조),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1)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 대법원 위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2)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라.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피해자 공소외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공소외인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의 점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하나 횡령죄의 피해자를 다수의견과 다르게 판단하는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저질러 사기피해자로부터 위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 그 돈에 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하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나.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1)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이 사건의 경우 사기피해자가 접근매체 양수인으로부터 ‘범죄연관성을 확인한 후 돌려주겠다’는 말에 기망당하여 송금·이체하였으나, 위와 같은 말은 접근매체 양수인이 한 기망행위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하여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발생한다거나 사기피해자가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가)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당사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일 필요가 없으므로 어떤 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고, 예금주가 그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며, 송금인과 예금주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접근매체 양수인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다) 착오송금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그 돈이 착오송금된 것임을 인식하고 인출·사용한다. 즉 계좌명의인은 돈이 잘못 송금되었으므로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송금인에 대한 그러한 관계를 위반하여 인출한 사안이다. 그러나 사기피해자가 돈을 송금·이체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그 돈이 어떠한 경위로 입금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접근매체 양수인과 관련된 원인으로 입금이 되었을 것이라고 인식할 뿐이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 앞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접근매체 양수인과의 약정에 위반하여 인출한다는 인식이 있을 뿐 착오송금된 돈이거나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할 돈을 인출한다는 인식은 없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송금·이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핵심적인 불법요소이다. 그것 때문에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에게 그러한 핵심적인 불법요소에 대한 인식이 없었음에도 유죄를 인정하므로 형법상 책임주의에도 반한다. (라)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도 신의칙이라는 일반원칙으로 가벌성을 확장시킨다거나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신뢰에 기초하여 양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그와 같은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그 사안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사안에까지 확대할 것은 아니다. (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경우에까지 착오송금의 법리를 확장하는 것은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넓힐 위험이 있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착오송금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아닌 일반적인 차용금 사기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의 돈을 차명계좌로 송금받는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특정 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피해규모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기는 하나 재산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로서 피해자별로 독립된 범죄가 성립하므로 각각의 범죄에 있어서 사기범, 피해자, 계좌명의인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의 경우와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의 경우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었다고 하여 그 계좌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범죄행위로 인한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는 경우에도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리는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그 개념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1)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등 참조),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 등 참조).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2) 다수의견은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송금·이체가 이루어지거나 접근매체 양수인의 돈이 일부 예금되어 있는 등 혼재하는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그 합계금액 중 일부 금액을 인출한 경우 유죄라는 것인지 무죄라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유죄라는 취지라면 횡령죄의 피해자를 누구로 확정할 것인지 곤란해지고 죄수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들의 성명이 모두 확인되는 상태에서 횡령죄의 피해자를 성명불상자라고 특정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친족인 경우 친족 간의 범행에 관한 조항(형법 제354조, 제328조)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면 간명해진다. 마.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횡령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별개의견은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1)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고, 계약이 없는 경우에도 법률의 규정·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칙에 기초하여 발생할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는 접근매체 양수인이 계좌명의인에게 금전의 보관을 의뢰하였으므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관습·조리·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이거나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 이상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그와 배치되는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없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횡령죄는 사법(사법)상의 위탁관계를 형법상 보호하는 재산범죄이므로, 그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민법·상법 등에 기초하여 정해져야지 형법상 규범적으로 정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계약상 위탁관계가 설정되었다. 그리고 원심은 계좌명의인이 자신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방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다수의견도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알지 못하는 사실인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계좌명의인에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다. 이로써 다수의견은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근거로 인정하여 모순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그러나 행위자가 보관의무를 지는 상대방이 계약상 정해져 있음에도 행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을 근거로 계약상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보관의무를 지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고, 그러한 유죄 인정이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아가 신의칙은 법 또는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충하는 데 적용되어야지 계약관계가 있음에도 신의칙을 적용하여 그와 다른 관계를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형사 범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3)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2013다207286 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고 계좌명의인이 송금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는 이유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이 사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상고를 전부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7.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계좌명의인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돈이 송금·이체되었어도 그 돈이 자기가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 돈을 가지기 위해 인출하면 송금의뢰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반면에 사기 범행의 실행을 위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한 사기범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보호할 수는 없으므로 그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기수에 이르면 피해자가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에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사기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돈이 그 계좌에 남아 있는 한 피해자가 그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본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재물이 교부됨으로써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해당 재물에 대하여 소유권 등 본권에 기한 지배가능성을 침해당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피해자가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상실하였다거나 사기범이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결국 형법에서 말하는 재산권 침해가 있으면 사법(사법)에서 말하는 소유권 등 본권의 득실변경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한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유형에는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범인이 직접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분행위 자체가 없다. 피해자가 직접 사기이용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경우에도 이를 범인에게 취득시킨다는 의사 없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공소외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돈을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계좌에 돈을 송금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 공소외인이 계좌명의인이든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든 그들에게 돈을 귀속시킨다는 의사는 없었던 것이다. 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과 같이 계좌명의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범행이 개입되어 송금·이체된 경우는 이른바 ‘착오송금’ 사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 법리’를 적용하여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계좌명의인이 수취할 아무런 원인이 없이 그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는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하지 이를 수취할 원인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안 된다는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 송금·이체를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예를 들어 송금의뢰인이 단순히 실수로 송금한 것인지, 원래 계좌명의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사람인데 잘못 보낸 것인지, 다른 사람의 기망이나 협박 등에 의해 보내게 된 것인지 등 그 경위가 어떠한지에 따라 위와 같은 의무의 존부가 달라질 수 없고, 송금·이체의 구체적인 이유나 경위를 알아야만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계좌명의인이 가담한 사기 등 범행에 의해 송금·이체된 돈이라면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인출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와 별도로 위와 같은 의무의 불이행을 평가하지 않을 뿐이다. (2) 그리고 계좌명의인이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위탁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어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관계 때문에 사기피해자와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부정할 것도 아니다. 라.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임의로 인출한 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해 송금·이체된 돈이라거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이 아닌 사기피해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돈이라는 인식이 없음에도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객체가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여야 하고 행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행위자가 영득한 재물의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 또한 횡령죄는 재물의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고(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 참조),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진정한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느냐에 따라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영득의 의사로 이 사건 사기피해금을 인출하였을 뿐 반환하여야 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여 반환을 거부한 것도 아니다. 마. 한편 반대의견은 계좌명의인과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자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모순·배치되는 계좌명의인과 송금의뢰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에 한정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행 실행을 위해 그로부터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면 형법의 관점에서는 그들 사이의 위탁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와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바. 요컨대, 이 사건의 핵심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타인의 돈을 영득하는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것인가, 이를 긍정할 경우 사기범행의 실행 과정에서 제3자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범죄수익을 사기범의 재물로 보아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범행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사기범의 재물에 대한 횡령행위로 평가한다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범행을 용인하고 이에 조력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한 결과가 타당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
Ⅱ. 영득범죄의 체계
순수한 재물영득죄에는 절도죄와 횡령죄, 그리고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있다. 이들은 모두 타인 소유의 재물을 위법하게 영득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객체의 측면에서 볼 때, 그들은 서로 배척관계에 있다. 절도죄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의 재물을,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점유를 이탈한 타인의 재물을, 그리고 횡령죄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객체로 한다. 따라서 형법상 이들 3가지 범죄구성요건은 상호 독자적인 관계에 있다.
먼저 (점유이탈물)횡령죄와 절도죄는 소유권을 침해하는 방식에서 서로 다르다. 횡령죄는 절도죄와는 달리 타인의 점유를 침해하는 바가 전혀 없다. 횡령행위자는 ‘탈취’의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횡령을 통한 소유권의 침해는 절도에 비하여 더 깊고 지속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절도의 경우에는 새로운 소유권을 발생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품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더라도 양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
하는 반면에, 횡령의 경우에는 횡령자가 스스로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은 같지만 제3자가 횡령자로부터 선의로 취득한 경우에는 유효한 소유권을 창출하기 때문이다.3)
3) Maurach/Schroeder/Maiwald, § 34 Rn1. |
또한 횡령죄는 횡령행위 이전에 미리 행위자에게 ‘수익권능이 배제된 보관’(Gewahrsam ohne Nutzungsbefugnis)이 허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점유이탈물횡령죄와 다르다.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횡령죄에 더 무거운 불법이 인정되는 이유도 위탁의 범위를 벗어나서 임의로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신뢰를 저버리고 영득하였다는 데에 있다.4)
4) MK/Hohmann, § 246 Rn 54 |
우리형법의 영득범죄들 간의 구성요건체계는 독일 형법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독일 형법은 단순횡령죄를 기본구성요건으로 하고, 위탁물횡령죄와 절도죄는 단순횡령죄의 가중적인 구성요건으로 되어 있다. 독일형법은 우리의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는구성요건이 없는 대신에, 재물의 영득죄에 대한 기본적인 구성요건으로서 단순횡령죄를 두고 있다. 단순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이 어떠한 점유상태에 있는지를 불문하고, 그것을 불법하게 영득하기만 하면 성립한다. 그래서 단순횡령죄는 영득범죄의 기본적인 구성요건이다.5) 절도죄나 위탁물횡령죄는 모두 타인의 재물을 위법하게 영득한다는 단순횡령죄의 요건을 기본으로 하면서 특수한 가중적 요소를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구성요건들이다. 절도죄는 타인의 점유에 대한 침해를, 위탁물횡령죄는 위탁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을 가중적인 요소로 한다.6)
5) NK/Kindhäuser, § 246 Rn 5. 6) MK/Hohmann, § 246 Rn 50; NK/Kindhäuser, § 246 Rn 40. |
따라서 독일의 경우 행위자가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다고 오인한 경우에는 절도죄의 미수와 단순횡령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한다.7) 위탁관계에 의하여 보관하는 재물로 오인하고 영득한 경우에는 위탁물횡령죄의 미수와 단순횡령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될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형법상으로는 전자의 경우는 점유이탈물이라는 인식 내지 자기가 보관하는 위탁물이라는 인식이 없으므로 점유이탈물횡령죄나 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고 절도미수죄만이 성립할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점유이탈물이라는 인식이 없으므로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고 횡령죄의 미수범만이 성립할 것이다.8) 독일과 우리의 경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독일의 경우에는 단순횡령죄가 절도죄 및 위탁물횡령죄에 대한 기본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절도죄, 횡령죄, 그리고 점유이탈물횡령죄가 각각 그 객체를 달리함으로써 상호 독자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7) NK/Kindhäuser, Vor § 242 bis 248c Rn 5. 8) 이는 구체적 부합설 내지 법정적 부합설 중의 구성요건부합설의 결론이다. 반면에 법정적 부합설 중의 죄질부합설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에는 절도죄의 미수범과 횡령죄 내지는 점유이탈물횡령죄, 후자의 경우에는 횡령죄의 미수범과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임웅, 형법총론 개정판, 2002, 161면 참조) |
Ⅲ. 횡령죄의 주체: ‘위탁’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1. 타인의 재물
(1) 개 념
횡령죄에서 행위자가 위법하게 영득하는 재물은 당연히 타인 소유의 재물이며, 여기서 타인이란 행위자(보관자) 이외의 자로서 자연인,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나 조합을 불문한다. 위탁된 대체물, 위탁판매 등에 의한 판매대금, 채권추심을 위하여 신탁적으로 채권양도를 받아 추심한 금원, 타인을 위하여 자기소유의 재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용한 금원, 담보로 받은 수표, 담보로 제공된 동산 또는 부동산, 명의신탁된 부동산, 할부판매 된 물건 등의 소유자가 누구인지가 종종 문제로 되는데, 소유권의 귀속은 원칙적으로 민사법의 원리에 의하거나 관련된 민사특별법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에 의하여 결정된다.9) 재물은 유체물 및 관리 가능한 동력을 말하며, 부동산도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한다.10) 독일 형법이 동산만을 횡령죄의 객체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재물의 소유자와 위탁자가 반드시 동일인일 필요는 없는데, 위탁자와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 ‘타인’에 해당하는 자는 당연히 위탁자가 아니라 소유자이다.
9) 대판 2011.4.28. 2010도15350. 10) 반대견해로는 김신, 부동산이 횡령죄의 행위객체에 포함되는가?, 비교형사법연구 제22권 제1호(2020), 350면 이하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350 판결 [사기·장물취득·외국환거래법위반][공2011상,1107] 【판시사항】 [1] 장물죄에서 본범이 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그에 관한 법적 평가 기준 및 ‘장물’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횡령죄에서 재물의 타인성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 소유권 귀속관계 등의 판단 기준 [3]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차량 이용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자동차수입업자인 피고인이 리스기간 중 위 리스이용자들이 임의로 처분한 위 차량들을 수입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장물취득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장물’이라 함은 재산죄인 범죄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등 영득죄에 의하여 취득된 물건이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범죄행위는 절도죄 등 본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 그리고 본범의 행위에 관한 법적 평가는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우리 형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또한 이로써 충분하므로, 본범의 행위가 우리 형법에 비추어 절도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상 이에 의하여 영득된 재물은 장물에 해당한다. [2]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가 또는 그 재물을 보관하는가의 여부는 민법·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물인가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의 규정에 좇아 정하여지는 준거법을 1차적인 기준으로 하여 당해 재물의 소유권의 귀속관계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차량 이용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에 관하여는 별도로 약정하지 아니하였는데, 이후 자동차수입업자인 피고인이 리스기간 중 위 리스이용자들이 임의로 처분한 리스계약의 목적물인 차량들을 수입한 사안에서, 국제사법에 따라 위 리스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의하면, 위 차량들의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속하고, 리스이용자는 일정 기간 차량의 점유·사용의 권한을 이전받을 뿐이어서(미국 캘리포니아주 상법 제10103조 제a항 제10호도 참조), 리스이용자들은 리스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위 차량들에 관한 보관자로서의 지위에 있으므로, 위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고 이에 의하여 영득된 위 차량들은 장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장물취득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62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국제사법 제1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62조 제1항, 국제사법 제1조, 제26조 제1항, 제2항 제2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3. 24. 선고 99도5275 판결(공2000상, 1104)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공2005상, 147) [2]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도2492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기억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0. 11. 5. 선고 2010노127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장물취득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가. 장물에 관한 법리 오해의 점에 관하여 (1) 장물이라 함은 재산죄인 범죄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등 영득죄에 의하여 취득된 물건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의 범죄행위는 절도죄 등 본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 그리고 본범의 행위에 관한 법적 평가는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우리 형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또한 이로써 충분하므로, 본범의 행위가 우리 형법에 비추어 절도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상 이에 의하여 영득된 재물은 장물에 해당한다. 한편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가 또는 그 재물을 보관하는가의 여부는 민법·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도24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의 재물인가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의 규정에 좇아 정하여지는 준거법을 1차적인 기준으로 하여 당해 재물의 소유권의 귀속관계 등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들은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체결한 리스계약의 목적물인데, 위 리스계약에 따르면 리스회사는 기간을 정하여 리스이용자에게 차량을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리스이용자로부터 매달 일정액의 리스료를 지급받도록 되어 있고, 준거법에 관하여는 별도의 약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사실, 리스이용자들이 리스기간 중에 이 사건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하고 피고인은 이를 수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리스계약상 리스이용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그 법률관계는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제사법 제26조는 제1항에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2호에서 ‘이용계약’의 준거법은 물건 또는 권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당사자의 계약체결 당시의 주된 사무소 등의 소재지법을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본 대로 리스계약의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하였고 준거법의 결정에 있어서 달리 고려되어야 할 사정을 기록상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리스회사의 소재지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이 위 리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으로서 준거법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따라 위 리스계약의 내용과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리스이용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도 그 계약당사자나 행위지 모두가 우리나라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우리 민사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리스계약 당사자의 소재지이자 리스계약이 행하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좇아 위 리스계약의 내용과 효력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체결된 위 리스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들의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속하고, 리스이용자는 일정 기간 차량의 점유·사용의 권한을 이전받을 뿐(a transfer of right to possession and use of goods for a term)이며(미국 캘리포니아주 상법 제10103조 제a항 제10호도 참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리스계약을 환매특약부 매매 내지 소유권유보부 매매로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리스이용자들은 리스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차량들에 관한 보관자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리스이용자들이 이 사건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서 이에 의하여 영득된 이 사건 차량들은 장물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차량들이 장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장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들을 수입함에 있어 그것이 장물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사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원심판결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한편 장물을 취득한 후 마치 장물이 아닌 것처럼 매수인을 기망하여 이를 매도하는 경우 매수인에 대한 기망행위는 새로운 법익의 침해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기망행위가 장물취득 범행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장물취득죄와 사기죄를 형법 제37조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
(2)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1) 학설 및 판례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자가, 그리고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수인(명의수탁자)이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는 데에 견해가 거의11) 일치하고, 판례도12) 같은 입장이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하면 전자의 경우에는 횡령죄가 될 여지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재물을 처분하는 것이 되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견해가 꽤 다양하다. 우선 판례는 과거에 위탁자가 법적 소유자는 아니지만 소유자의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수탁자를 타인(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인정함으로써, 적어도 수탁자와의 내부적 관계에서는 신탁자의 소유를 인정하였다.13)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에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
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법적인 소유권은 엄연히 매도인에게 보유되어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므로, 수탁자와의 내부적 관계에서도 신탁자의 소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14) 그리하여 이제는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매도인만이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11)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불법원인급여로 보고 수탁자에게 소유가 인정된다는 소수의 견해가 있기는 하다(박상기,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판례연구[6], 1998, 276면). 12) 판례는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신탁자가 그 소유자인가에 대하여 ‘대판 1970.8.31, 70도1434’에서는 부정하고, ‘대판 1970.9.29, 70도1668’에서는 긍정하다가 ‘대판 1971.6.22, 71도740 전합’을 통하여 긍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최근의 민사판례에서도 대법원은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해준 바 있다(대판 2019.06.27, 2013다218156). 명의신탁이 오랜 기간 판례에 의하여 적법한 법률행위로 인정되어 왔고, 부동산실명법에서도 일부 특별한 경우(종중․배우자․종교재산 등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을 여전히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 부동산실명법 제6조가 신탁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까지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명의신탁약정 자체를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하여 수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13) 대판 2001.11.27, 2000도3463. 14) 대판 2016.5.19, 2014도6992 전합. |
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도1434 판결 [횡령][집18(2)형,097] 【판시사항】 횡령죄에서 말하는 횡령행위라고 볼 수 없는 사례. 【판결요지】 ( 71.6.22. 71도740 전원합의체판결로 본판결 폐지)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배임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제1심 부산지방, 제2심 부산지방 1970. 5. 1. 선고 70노72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인 검사 정종섭의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에 문제가 되어 있는 대지 및 건물은 원래 피해자 공소외 1 앞으로 분필 및 구분등기를 하기로 약정하여 피고인은 위 피해자와 공동으로 대지를 매수하여 위 지상에 위 건물을 건축한 것으로서 위 피해자는 그 지분에 관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신탁함으로써 피고인의 단독명의로 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위 건물에 관한 소유권 보존등기를 경료한 사실, 및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승락없이 공소외 2에게 금 25만원의 채권담보를 위한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보전을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가등기와 아울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부동산을 피해자의 승락없이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약정에 따른 분필 및 구분등기 절차에 협력할 임무에 위배하였다고 함은 별론으로 하고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소유물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횡령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던 것이며, 위와 같이 피고인은 본건 부동산에 대한 고유의 지분과 아울러 피해자인 공소외 1로부터 신탁받은 동인의 지분에 대한 적법한 등기에 의하여 그 부동산을 피고인의 단독명의에 소유권이전등기 및 보존등기를 경료하였다는 것인즉, 위 대지 및 건물은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단독소유라고 할 것이고, 위 피해자가 설사 위 부동산의 실질적인 공유자였다 할지라고 그의 지분을 명의 신탁에 의하여 피고인 단독명의로 등기하기를 승락하고 그 지분에 관한 자신명의로 지분등기를 경료한바 없는 이상 그를 위 지분에 대한 소유권자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인즉 피고인이 위 명의 신탁관계에 있어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부동산 전부를 타에 처분하였다 한들 그 소위를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원판결의 위와 같은 판시 내용은 정당하였다고 할 것이니 그 판시에 횡령죄에 관한 법리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이 주장하는 소론의 논지는 독자적 견해에 지나지 않아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한 의견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90조,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손동욱(재판장) 방순원 나항윤 유재방 한봉세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498 판결 [사기·절도][공2007.2.15.(268),317] 【판시사항】 [1] 자동차, 중기에 관하여 명의신탁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사례 [3]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나아가 자신 소유라는 말을 하면서 자동차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이전등록까지 마쳐 준 경우, 매수인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 [2]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승용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한 사례. [3]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고, 나아가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이는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자동차관리법 제6조,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 [2] 형법 제30조, 제329조,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3] 형법 제347조,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참조판례】 [1] 대법원 1968. 11. 5. 선고 68다1658 판결(집16-3, 민149)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집18-3, 민128) 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18641 판결(공1989, 1461)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공2003하, 1487) [3]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도1668 판결 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도1222 판결(공1985, 723)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961 판결(공1991, 13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06. 6. 15. 선고 2006노67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절도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절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가. 원심은 먼저 피고인은 경기 (차량번호 생략) 매그너스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2004. 6. 16. 16:00경 평택시 ○○동에 있는 △△△△ 사무실 앞길에서, 열쇠공을 통해 위 피해자가 주차해 둔 위 승용차의 문을 연 후 그대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 위 피해자의 소유인 위 승용차 시가 930만 원 상당을 절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각 참조), 그 판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져갈 당시인 2004. 6. 16.경 위 승용차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명의로 등록된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승용차는 위 일시경 위 공소외 2의 소유였다고 할 것이고, 한편 그 증거나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더욱이 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승용차의 구입 및 등록 경위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는 이 사건 승용차를 등록할 당시부터 위 승용차에 대한 처분권한을 딸인 피고인에게 일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그 소유자의 승낙에 기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 1968. 11. 5. 선고 68다1658 판결,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등 참조),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18641 판결,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만약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승용차는 피해자 공소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이고, 나아가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공소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뒤에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위 피해자 몰래 가져갔다면,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우선 이 사건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으로서 양자가 명의신탁관계에 있을 뿐인지, 아니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위 피해자로부터 단독으로 증여를 받거나 또는 그 밖에 위 피해자의 아들로서 피고인의 사실상의 전 남편이던 공소외 3과 공동으로 증여를 받은 것인지 등부터 심리한 뒤 위와 같은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하여 이 점에 대하여는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그 소유자인 공소외 2의 승낙에 기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만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가. 원심은 또 피고인이 같은 해 6월 23일경 평택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4 합자회사의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절취한 위 승용차를 마치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이에 속은 위 회사의 직원에게 위 승용차를 매도하고 즉석에서 그 대금으로 7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공소외 2의 허락을 받아 위 승용차를 매도하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매도 당시 공소외 2의 인감증명 등 차량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하여 공소외 4 합자회사의 직원에게 교부하였고, 그 후 위 공소외 4 합자회사는 위 서류를 이용하여 이 사건 승용차의 등록명의를 위 회사의 명의로 이전하여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매도할 당시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 위 매매 당시 피고인이 위 승용차를 공소외 1 몰래 가져온 사실을 숨겼다고 할지라도 위 회사가 이 사건 승용차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인 장애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거래관계에서 요구되는 신의칙에 반하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나. 우선,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 판단과 달리 피고인과 공소외 2 모두에게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예컨대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고( 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도1222 판결, 1990. 11. 13. 선고 90도196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도1668 판결 참조), 이는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인이 설령 명의수탁자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절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명의신탁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따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종료될 것이며, 더욱이 명의신탁을 해지하더라도 그 등록이 말소, 이전되기 전까지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승용차를 가지고 왔고, 그것이 절도죄에 해당될 수 있으며,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이 위 승용차를 처분하면서 위 승용차가 명의신탁된 것임을 고지하지 않고, 위 공소외 2의 소유라는 말을 하는 등으로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매수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위와 그 이유를 일부 달리 하고 있지만,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절도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 |
대법원 1971. 6. 22. 선고 71도740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횡령][집19(2)형,030] 【판시사항】 종중소유의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아 소유권등기를 거친 사람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반대의견 있음). 【판결요지】 종중소유의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아 소유권등기를 거친 사람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0.8.31 선고 70도1434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제1심 수원지원, 제2심 서울형사지방 1971. 3. 18. 선고 69노15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정성기의 상고이유를 본다. 논지는 원심판결이 법원조직법 제18조에 저촉된다는 취지인데 그 취지는 피고인들에게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횡령죄가 된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원심은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피고인 2명은 형제간으로서 ○○○씨 △△△파소종중 소유인 경기도 □□군 ◇◇면 ☆☆리 (지번 1 생략), 임야1,960평이 피고인 1 명의로 등기되어 있음을 기화로 이를 횡령할 것을 공모하여 1968.1.12. 15:00경 같은 리 (지번 2 생략)번지 피고인가에서 공소외 1의 대리인 공소외 2에게 대금 313,600원에 동 임야를 매도하여서 이를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그 소위는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하여 피고인들의 행위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토지가 ○○○씨 △△△파소종중 소유로서 피고인 1에게 신탁되어 같은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있는데 피고인 양명이 공모하여 이것을 타인에게 처분하였다면 이것은 피고인 1이 점유하는 위 소종중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횡령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이러한 견해와 저촉되는 당원 1970.8.31. 선고 70도1434 판결은 이 판결로 폐기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원심은 횡령죄의 범리를 오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 있다. 이리하여 대법원판사 손동욱, 동 김치걸, 동 홍순엽, 동 방순원, 동 한봉세, 동 민문기를 제외한 나머지 관여법관들의 일치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한다. 이 견해에 반대한 대법원판사 손동욱, 동 김치걸, 동 홍순엽 동 방순원, 동 한봉세, 동 민문기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원심 당시와 공소장 변경에 의한 공소사실 중에 적시된 바와 같이 본건 토지가 원래 ○○○씨 △△△파 소종중의 소유이었던 것을 동종중이 피고인 1에게 명의신탁하여 그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 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이상 현행 민법상 그 토지는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피고인 1의 소유였다고 할 것( 민법은 제187조 소정의 경우에 한하여 등기없는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이므로 설사 위 등기명의자인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그 토지를 공소외 1의 대리인 공소외 2에게 매도하였다 한들 그것은 형법 제355조 제1항 소정의 횡령죄를 구성하는 행위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인즉 본건에 관한 당원의 다수설에는 찬동할 수 없어 위와 같은 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위 피고인들의 매도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 여부는 별문제이다.) 대법원판사 민복기(재판장) 손동욱 김치걸 사광욱 홍순엽 양회경 방순원 나항윤 이영섭 홍남표 유재방 김영세 한봉세 민문기 양병호 |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양자간 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자의 상속인이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사건〉[공2019하,1423] 【판시사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금지되는지 여부 (소극) 및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명하는 것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경우 발생할 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랜 관행과 거래 실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③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를 형사처벌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수익자와 동일하게 급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법적 정의감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불법원인급여 제도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민법 제746조를 해석·적용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에 관하여 반사회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을 달리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④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⑤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③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며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④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명의신탁자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다.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였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⑤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타인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된 타인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1항, 민법 제103조, 제746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4조, 제5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1항, 제7조, 구 농지법(2018. 12. 24. 법률 제160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0조, 제11조, 제59조 제1호(현행 제58조 제1호 참조), 제6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55234 판결(공1995상, 618)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공1999하, 1451)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공2004상, 19) 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공2004하, 1650)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상, 437)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공2013하, 1214)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공2016하, 1051)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공2017상, 729)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99헌바71, 111, 2000헌바51, 64, 65, 85, 2001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헌공57, 1016)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의 담당변호사 양승현)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3. 11. 26. 선고 2013나10249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쟁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명의신탁약정’이라고 정의하고(제2조 제1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2항). 이 사건의 쟁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금지되는지 여부,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것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가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이 무효인데(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반대해석), 이때에는 부동산 소유권이 매도인 등 상대방 당사자에게 귀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에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인데, 이하에서는 등기명의신탁만을 다룬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 등 참조).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명하는 것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경우 발생할 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랜 관행과 거래 실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한 특칙으로서, 불법원인급여를 한 자, 즉 반환청구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법적 정의를 유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55234 판결 참조). 불법원인급여인지가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법원인은 급여자와 수익자 모두에게 존재한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수익자가 급여를 보유하는 것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따라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 결과가 실체적 정의에 반한다면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대법원도 민법 제746조의 ‘불법’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거나 함부로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제3자에게 뇌물을 전달해달라고 교부한 금전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금전 소유권이 수익자에게 귀속된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참조). 성매매를 할 사람을 고용하면서 성매매의 유인·권유·강요의 수단으로 선불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어 선불금의 반환청구가 금지된다(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등 참조).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를 형사처벌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수익자와 동일하게 급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법적 정의감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불법원인급여 제도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민법 제746조를 해석·적용한 것이다.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를 위해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또 그에 협조하였다. 이 사건과 같이 농지법에 따른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명의신탁약정의 경우 명의신탁자뿐만 아니라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다.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명의신탁약정을 통해 불법에 협조한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대법원은 농지임대차가 구 농지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기간 동안 권원 없는 점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의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부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등 참조). 이는 강행법규 위반행위가 민법 제103조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위반의 대상이 된 강행법규의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민법 제746조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에 관하여 반사회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을 달리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라.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헌법재판소에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과 제2항 본문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이유도 이와 같다(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모두 무효로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온전하게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음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과 법이 추구하는 목적달성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하되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과 조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 부동산실명법의 태도이다. 마.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소재지관서의 장이 발급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갖추어야 하고,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소유한 것이 밝혀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해당 농지를 처분할 의무가 발생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처분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매년 1회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금지하면서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명의수탁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는 해당 부동산 가액의 30/10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해당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지 않을 경우 매년 1회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농지법을 위반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소재지관서의 증명을 받은 경우보다 징역형의 상한과 벌금형의 상한이 더 높다.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반면, 부동산실명법상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징역, 벌금의 형벌뿐만 아니라 과징금, 나아가 이행강제금까지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이 사건의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3. 원심판단의 당부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고, 소외 2가 사망하자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는 망 소외 1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상속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약정의 반사회성 또는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명의신탁은 1912년 제정된 조선부동산등기령에 종중 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부득이 종중원 명의로 종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등기한 것이 시초가 되어 당시 조선고등법원 판결과 그 후 대법원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면서 종중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명의신탁은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부동산 법제의 근간인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중간생략등기와 함께 부동산 투기 또는 납세의무 등의 규제를 회피하는 각종 탈법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명의신탁을 규제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90. 8. 1.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서는 명의신탁을 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조세부과 면탈 등의 목적을 위한 명의신탁의 경우 이를 금지하고, 그 외의 사유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신청요건을 강화하면서, 위반 시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7조, 제8조, 제9조). 그러나 위 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약정이라도 그 사법적 법률행위의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어서 명의신탁을 제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었다.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명의신탁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의무를 회피하다가 필요한 경우에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형사처벌 등 제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할 유인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1995. 3. 30.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하였다(제1조,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그런데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반환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명의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였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등기가 마쳐진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한편 명의신탁약정의 다른 당사자인 명의수탁자가 협조하지 않는 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가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까닭에 부동산실명법이 위반자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형사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약정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80여 년 이상 판례에 의해 명의신탁의 유효성이 인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여 그 효력을 무효라고 선언하였던 것은 그만큼 명의신탁으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고 이를 근절함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할 필요성이 절실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판단을 다시 내린다면, 부동산 명의신탁의 근절은 요원해질 것이다. 이것이 오랜 관행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전에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하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가 의도하고 목적한 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제 부동산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하여 입법적 조치와 다른 차원의 사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불법원인급여에서 말하는 ‘불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이고, 그에 따라 마쳐진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법 제746조 본문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의 원인’이란 그 원인될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 참조). 이때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 즉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현재 우리 사회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 법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중, 배우자 및 종교단체에 대한 특례(제8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즉, 부동산실명법은 이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후인 1997. 12. 3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이 제정·시행됨으로써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 실시가 이루어졌다. 금융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타인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한 각종 비자금 조성, 불건전한 자금수수, 조세포탈 등의 탈법·불법행위가 계속되었으나, 대법원은 금융실명제 시행 전과 달리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금융거래는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금융실명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실권리자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금융거래에서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도 확립되어야 한다. 토지의 특수성, 즉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점, 가족주의적 농업사회에서 비롯된 우리 국민의 토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이 고도의 산업사회가 된 오늘날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져 토지가격의 상승을 치부의 수단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부동산 거래에서 실명제를 확립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할 무렵에는 그 직전까지 판례에 의해 명의신탁이 적법한 법률행위로 확립되어 있었고, 이를 기초로 형성된 국민 일반의 거래 행태와 신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 등을 구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회복을 구하는 명의신탁자의 청구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20여 년 이상 시행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이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인식은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에 일반인이 명의신탁에 대하여 가졌던 인식과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실명제는 사회 일반인들 사이에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재산거래에서 투명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됨에 따라 이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 (2)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인 1995. 4. 소관부처인 재정경제원이 발간한 ‘부동산실명법 해설’에서 법률안 성안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사항들에 대해 밝히면서, “법원이 명의신탁의 위법성이 크다고 인정하여 불법원인급여로 판결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회복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명의신탁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였다.”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을 보면 당시 입법자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입법자는 획일적으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채택하지 아니하였을 뿐이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봉쇄할 의사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3) 부동산실명법은 종전의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이 명의신탁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유효라고 함으로써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규정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과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를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의 규정 체계나 이론상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우리 법제하에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한 이상 그에 따른 물권변동 역시 무효가 됨은 당연한 것으로, 이러한 내용을 정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은 확인적 규정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어떠한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규정된 다수의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라 교부된 급여의 반환을 부정해 왔다. 대표적으로, 성매매와 관련하여 지급된 선불금의 반환청구를 금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또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한 사람 등이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성매매를 할 사람을 고용하면서 성매매의 유인·권유·강요의 수단으로 선불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여 선불금의 반환청구를 금지하고 있다(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라고 규정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며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명의신탁자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다.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였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5)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나 법률로 그 내용과 한계를 정할 수 있고(제23조 제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며(제23조 제2항),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제122조). 토지에 대하여는 다른 재산권과 달리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반영될 것이 요구되므로, 적어도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은 국가·사회의 공공질서 및 일반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등기가 마쳐지도록 한 자로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헌법에 따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의 금지를 명하는 방법으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민법 제746조가 적용되는 결과이므로, 결코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다.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타인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된 타인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라. 이렇게 하는 것이 사법부가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 사이에 부동산 명의신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은 최초에 판례가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조선고등법원이 부동산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의용민법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1958. 2. 22. 제정되고 1960. 1. 1.부터 시행된 민법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성립요건주의를 택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계기로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했어야 마땅함에도 그 유효성을 종래와 같이 쉽게 인정하고 말았다.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을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제정·시행된 이후에도 대법원은 또다시 명의신탁자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해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우리 민법상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되고 전세계 어디, 심지어 의사주의를 따르는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하고 부끄러운 법적 유산인 부동산 명의신탁이 횡행하게 된 데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횡행하는 현실을 방치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는 사법적 판단을 내려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에서 이미 종중과 배우자 등 일정한 경우에 특례를 인정하고 있고 달리 필요한 경우에는 신탁법에 따른 신탁제도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법률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고 오히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므로, 대법원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데 주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는 부동산 거래와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룩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의 제정·시행이라는 입법적 조치가 이를 뒷받침하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판단함으로써 금융실명제의 정착에 기여하였다. 반면 부동산실명제에 대하여는 그렇지 못하였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무효로 하고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것은 그렇게 해서도 명의신탁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사법부가 불법원인급여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는 입법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는 현재의 민법과 부동산실명법이 아닌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라 행해진 급부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이지 국회가 법률로 정할 일이 아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의 폐해를 바로잡을 방법이 있는데도 기존의 판례에 얽매여 이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사회질서의 확립을 바라는 일반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20여 년 이상 지났고 그동안 사회 일반인들의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던 점 및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근간이 되는 사회질서가 무엇인지 숙고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이 금지규정과 처벌규정을 둔다고 해서 모든 위법행위가 완벽하게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법 위반 당사자 사이의 약정만으로 위법행위가 가능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법이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금지규범을 제정하고 처벌규정을 두었다면, 사법부로서는 법 위반 당사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가능한 방법을 통해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아니 된다. 민법이 규정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이상, 이를 적용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통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는,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 현행 입법 체계하에서 상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임이 틀림없다. 만약,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와의 신뢰 관계를 깨뜨리고 명의신탁자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영구적으로 상실할 위험이 있다면,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할 유인이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은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등기를 마치도록 한 명의신탁자를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유예기간 중에는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을 일응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실명등기나 매각처분을 하도록 규정하였다(제11조). 지금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는, 위와 같은 유예기간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0여 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등기를 회복하지 않았거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새롭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마치도록 한 사람이다. 대법원이 명의수탁자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책임 없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가리켜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 설령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다소 침해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투기와 탈세 등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헌법상 재산권 침해가 진정으로 우려된다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에 관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변화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므로, 이러한 새로운 법리를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가 마쳐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는 등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후 형성되어 온 기존의 판례에 대한 명의신탁자의 신뢰를 보호한다면,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마.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살펴본다. (1) 원심은, 농지법상 농지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쳐진 소외 2 명의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므로, 소외 2의 사망에 따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는 망 소외 1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상속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으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소외 1의 권리를 상속한 원고는, 소외 2의 사망에 따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이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로 되는 명의신탁약정과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입법과 사법의 영역 구분이라는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가.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정함으로써(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법관 스스로 법률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재판에서 그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고,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이 상위규범인 헌법에 위반된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권에는 재판에 적용할 법률의 해석권한이 포함된다. 법관은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지만, 법관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법률해석의 출발점은 법률의 문언이다. 법률의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입법자는 헌법이 허용한 한계 내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다. 법관이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과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따라서 법관은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법률해석을 통해서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되며, 문언의 의미와 법률의 목적에 따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법관이 이와 유사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규정을 유추하여 법률의 공백을 보충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는 해석을 통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그러나 법률에 명시적 규율이 없다고 해서 언제든지 법관의 법형성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형성이 허용되는 ‘법률의 흠결이나 공백’이란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을 뜻하고, ‘유추적용’이란 입법자가 미처 그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지 못하여 필요한 법적 규율을 하지 않았던 것일 뿐, 합리적인 입법자라면 그러한 문제상황에 대하여 인접영역의 유사한 규정과 같은 내용의 규율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아 인접영역의 유사한 규정을 해당 문제상황에도 적용하는 방법으로 규율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참조). 입법이 사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판결을 통해 이를 바꿀 수는 없다. 입법자가 어떤 문제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명시적으로 규율한 경우에는 법관이 법형성을 통해 흠결을 보충할 수 있는 ‘법률의 공백’을 상정할 수 없다. 그 문제에 관하여 입법자가 예정한 법적 규율이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하게 반하여 극히 부당하고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도 그 위헌성이 모두 제거되지 않아 위헌이라는 의심이 든다면, 법관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야 하는 것이지, 법률해석이나 법형성이라는 명목으로 입법자의 결단을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법관의 법형성은 입법자의 명확하게 인식가능한 의사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이른바 사법적 결단이 입법적 결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 법관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법형성은 자제되어야 한다. 특히 법률의 문언이 명확하고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가 법률 문언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사법부로서는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사법에 의해 입법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한도에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법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사법부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나. 어떠한 입법적 결단이 있는지는 법률의 문언, 내용, 체계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의도와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부동산실명법은 그 문언과 체계에서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법과정에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정부는 1995. 1. 27.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는데, 이 법률안에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제4조 제1항) 그에 따라 직전 등기명의자와 명의수탁자 간에는 부동산에 관한 어떤 물권변동의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제4조 제2항 본문)고 정하고 있었다. 1995. 2. 8.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열린 ‘부동산실명제 관련 공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회에는 입법예고안과 같은 내용의 정부 제출의 법률안(의안번호 141034)과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직전 등기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한 ‘부동산 명의신탁 규제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41049)’이 함께 제출되었다. 심의 결과 정부 제출 법률안을 다소 수정한 대안으로서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의 효력을 모두 무효로 하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41057)’이 1995. 3. 18. 제173회 임시국회에서 확정·의결되어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다. 그 이유로 명의신탁대상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것으로 하면 명의신탁을 근절시키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는 장점은 있으나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과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 규정과 관련하여 위헌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1995. 3. 17. 제14대 국회 제173회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참조).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인 1995. 4. 소관부처인 재정경제원이 발간한 ‘부동산실명법 해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계약내용과 등기의 형태에 불구하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대해 일정한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강행법으로 부인하고 등기 외관만을 존중하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 소유라고 규정한다면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의 소지가 크다. 또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계약당사자가 된 명의신탁자를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라고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이다.’ 이처럼 입법자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본 종래의 판례 법리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대의견은 위 해설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에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으나, 이것은 부가적인 언급에 불과한 것으로 입법자의 의사를 위와 같이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는 민법 제746조의 해석에 따라 결정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는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이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 즉,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부동산실명법의 관련 규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고려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결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에서 본 것처럼, 명확하게 규정된 부동산실명법 문언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법부로서는 이와 같은 입법자의 근본적 결단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인 명의신탁자가 그 명의로 등기를 회복하기 위한 행정적인 제재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법적 결단이라는 명목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지금까지 명의신탁자를 제재한 공무원이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은 그 어디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반대의견은 현행 민법 시행 후에도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판결을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판례를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 법률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유효라고 보았던 기존 판례는 이 법률에서 예외를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도 이 법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법관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이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공개변론과 재판 과정에서 부동산실명법의 한계 또는 미비점이 지적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명의신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그 해결을 위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반대의견과 같이 오로지 명의신탁을 근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입법자의 결단과 부동산실명법의 문언에 반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사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입법적 해결은 명의신탁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하면서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란이 많은 방법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할 경우 간단한 경과규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원이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법원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이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입법과 사법의 기능이 뒤섞이게 되어 종국적으로는 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입법자의 의사와 그에 일치하는 부동산실명법 문언과 체계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법문화의 발전과 성숙에 기여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7.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부동산 명의신탁의 문제점 및 근절방안과 관련하여 (1) 부동산 명의신탁은 왜 문제인가. 우리 민법은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고 등기하여야만 효력이 생긴다는 이른바 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있다(민법 제186조). 따라서 법률의 규정(민법 제187조 등)이 없는 한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물권을 취득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자신의 권리를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려면 신탁법에 의하면 된다. 그런데 종래 대법원은 신탁법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약정만으로 타인의 명의를 차용하여 등기를 마친 경우를 ‘명의신탁’이라고 명명(명명)하면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명의차용’에 불과한 행위에 ‘명의신탁’이라는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마치 신탁법에 의한 ‘신탁’과 유사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성립요건주의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투기, 탈세 등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하여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부동산에 대한 조세나 기타 공법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현실은 큰 문제이다. (2)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있었는가. 1981. 12. 31. 개정된 상속세법(제32조의2)에서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그 전에 대법원이 명의신탁은 수탁자에게 등기만 이전될 뿐 관리처분의 권한과 의무가 적극적, 배타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어서 신탁법상의 신탁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상속세법 규정에 의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누396 판결 참조)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서 행해진 조치였다. 1990. 8. 1.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서는 조세부과 면탈 등 목적의 명의신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제7조 제1항). 그러나 대법원은 위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에 위반된 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유효라고 인정하였다(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42651 판결 참조). 1995. 3. 30.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1995. 7. 1.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서 규정한 특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규정되었다. (3)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달라졌는가.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전에도 조세부과 면탈 등 목적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또 위반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존재하였다. 부동산실명법에서 종전과 달라진 점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등 참조). 결과적으로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신탁 사실이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징역형과 벌금형의 상한이 높아지는 등의 차이만 있을 뿐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는 데에 법적 장애가 없다. 나. 사법부의 책임 및 대책과 관련하여 (1) 사법부는 어떠한 책임이 있는가. 애초에 조선고등법원이 명의신탁을 유효하다고 인정하였던 것은, 종중의 재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중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종중원의 명의를 빌려 등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도의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하여 명의신탁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함에도 종래 대법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명의신탁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의사주의가 아닌 성립요건주의를 취한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부동산실명법 제정을 통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하면서 종전의 명의신탁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졌는데도, 대법원은 뚜렷한 근거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는 종전의 태도를 유지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례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합법화시켜주어 현재 횡행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투기와 탈세 등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2) 대법원이 취할 효과적인 조치는 무엇인가. 대법원은 헌법과 관련 법률의 규정하에서 가능한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제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은 무효이고, 명의신탁자는 위 규정을 기화로 무효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 등을 구함으로써 종국적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주장, 행사하고 있다. 민법 제746조 본문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급여에 관하여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불법의 원인에 기하여 급여를 한 사람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불법원인급여로 보는 것이 부동산 명의신탁 근절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3) 부동산실명법은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인가. 불법원인급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규정된 제도이지만, 일반법이 규정한 제도라고 해서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에서 이 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반사회적 행위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제1조),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제7조)까지 둠으로써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과정에서도 법원이 장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4) 입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판결로는 할 수 없는 일인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민법 제746조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이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적용은 법원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법원의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부동산실명법에 별도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두는 것은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 애초 대법원 판례가 부동산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함으로써 명의신탁이 현재와 같이 횡행하게 되었다. 대법원에도 책임이 있는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조치 등 각계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대법원이 이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법원도 이에 부응하여 현행 입법 체계하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1) 부동산 명의신탁은 반사회적 행위인가.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반사회적 행위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견해는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서도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부동산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반사회적 행위이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2) 부동산 명의신탁은 불법인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라고 보면서도 민법 제746조의 ‘불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불법원인급여에서 말하는 ‘불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 개념이다. 직전까지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었던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의 인식과, 20여 년 이상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고 형사처벌을 하면서 그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해 온 현 시점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명의신탁이 불법인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이미 금융실명법의 시행과 함께 금융실명제가 확고하게 정착되었고, 부동산 거래에서도 실명제가 정착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이제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 사회 일반인의 규범 의식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3)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인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에서는 만약 이를 긍정할 경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므로 헌법에 반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하지 않으면 권리변동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등기를 갖추지 않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하여 법률에 의해 보호받을 재산권이 없다. 더구나 명의신탁자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해 등기를 마치도록 한 이상, 민법에서 보장하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이 부동산에 관한 재산권의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바로 그 법률이다. 재산권 침해 방지라는 논리로 투기, 탈세 등을 목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보호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함으로써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4)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이 국민의 법률생활과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의도한 명의신탁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선량한 국민은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는다. 오히려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부정한다면, 명의신탁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 탈법행위가 계속될 것이고, 이로 인해 법을 지키는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현재의 부동산실명법과 같이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을 무효로 하면서 위반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정한 것 이상의 입법이 가능한지도 의문이거니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여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정할 일이지 입법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횡령][공2002.1.15.(146),220] 폐기 : 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 【판시사항】 [1]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적극) [2] 명의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의 일부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고, 이어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경우, 그 반환거부행위는 그 금원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닌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명의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의 일부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고, 이어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경우, 부동산의 일부에 관하여 수령한 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였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부동산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금원 횡령죄가 성립된 이후에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것은 새로운 법익의 침해가 있는 것으로서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항[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공2000상, 884)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00. 7. 7. 선고 99노256 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매수한 공주시 ○○면 소재 1,491㎡를 1992. 1. 6. 피고인 앞으로 막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보관하던 중, ① 1996년 10월 위 전의 일부인 70평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19,370,000원 중 5,370,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고, ② 1998. 3. 5. 공소외 1로부터 위 전의 소유명의를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거부하여 시가 금 1억 원 상당의 위 전을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임의소비와 반환거부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소정의 유예기간 경과에 의하여 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로 복귀하고,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은 위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피고인에게 무효인 그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토지보상금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공소외 1이 매도인을 대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반환을 요구한 데 대하여 이를 거부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반환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판시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에 관하여 수령한 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였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위 부동산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금원 횡령죄가 성립된 이후에 수용되지 아니한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것은 새로운 법익의 침해가 있는 것으로서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 할 수 없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도 수용된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횡령한 것이라는 취지로 볼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학설을 보면, 형식적으로는 매도인의 소유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수탁자와의 내적 관계에서 신탁자를 소유자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와,15) 부동산실명법에 의거하여 매도인이 소유자라는 견해가16) 주류를 이룬다. 그 외에 수탁자와의 관계에서 볼 때, 매도인과 신탁자 그 누구도 소유자가 아니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17)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 즉 ‘제3자가 유효하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그 범위 내에서는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도 유효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의미이므로, 매도인이 소유권자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18) 이 마지막 견해에 의하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매도인과의 관계에서는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고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의신탁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아서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가능성이 남게 된다.
15) 강지현, 앞의 논문, 108면; 김성돈, 형법각론 제2판(2009), 400면; 배종대, 형법각론 제11전정판(2020), [74]/28. 16) 박상기, 앞의 논문,279면;백재명,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판례연구[7](1999),279면; 원혜욱․김자영, 앞의 논문, 142면 17) 박흥식, 수탁자의 수탁부동산 처분행위와 횡령죄, 판례연구(제주판례연구회) 제1집(1997), 318면(소유권귀속을 실질적으로 보면 신탁자를 소유자로 보아야 하므로 매도인은 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소유자가 아니고, 소유권귀속을 형식적으로 보면, 매도인을 소유자로 보아야 하므로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소유자가 아니라는 논리이다. 그리하여 수탁자는 단지 신탁자의 사무, 즉 신탁자를 위하여 등기명의를 계속 가지고 있다가 신탁자에게 넘겨주어야 할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한다. 18) 이창섭, 악의의 계약명의신탁과 명의수탁자의 형사책임, 법학연구(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제54권제4호(2013), 70면. |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소유권이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19) 민법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에 있는 부동산 실명법상 명의수탁자와의 내부 관계에서는 ‘실권리자’인 명의신탁자를 소유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20) 있다.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에 비하여 신탁자의 소유를 인정하는 견해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그 이유는 아마도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도 등장하지 않는 점, 이 경우에는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와는 달리 대법원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신탁자의 소유를 부정하였다는 점 등에 있지 않나 싶다. 판례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 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조차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탁자를 소유자에서 완전히 배제시켜버리고 매도인을 소유자로 본다.21)
19) 박상기, 형법각론 제7판(2008), 382면; 서보학, 부동산명의신탁과 형법상 재산죄의 성부에 대한 검토, 경희법학(경희대 법학연구소) 제50권 제2호(2015), 110면; 이호중, 계약명의신탁과 횡령․배임죄, 고시계 2002(12), 82면. 20) 김성돈, 앞의 책, 402면; 손동권, 명의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의 형사책임, 형사법연구 제15호(2001), 181면. 21) 대판 2016.8.24, 2014도6740; 대판 2012.12.13, 2010도10515. |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도6740 판결 [무고·모해위증·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 이때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소극) [2]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공2013상, 110)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공2013상, 196) [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도8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강신중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4. 5. 15. 선고 2013노14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가. 무고와 모해위증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소외 2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고소하여 공소외 1을 무고하고,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2의 돈으로 위 각 토지를 매수했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 토지를 담보로 보성산림조합에서 대출받는 데 동의한 적이 없으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토지를 인근의 공소외 1 소유 토지와 함께 팔아 주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무고죄에서 허위의 신고와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대하여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인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광산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신탁하였는데, 피고인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대출금 채무에 대한 담보로 위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이를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광산 토지에 관한 소유이전등기 명의를 신탁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의 내용에 따라서는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명의신탁약정이 어떠한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더 심리한 후에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명의신탁약정과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횡령의 점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하되, 원심이 그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한다. 2. 피고인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동피고인 1 앞으로 매수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횡령][공2013상,196] 【판시사항】 [1]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방식으로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진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갑과 체결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갑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후 갑의 허락 없이 이를 을에게 매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러한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졌다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나아가 그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또 명의신탁약정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그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과 체결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갑이 조합측으로부터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후 갑의 허락 없이 이를 을에게 매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매수인 명의의 대여는 갑과 피고인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여 아파트 분양계약의 매수인 지위에 있는 것은 피고인이고 나아가 매도인인 조합측은 갑과 피고인의 명의대여관계를 알고 있었으므로 아파트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아파트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갑은 달리 아파트 자체를 취득할 법적 가능성이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내지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공2009상, 905)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4129 판결(공2012상, 148)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공2013, 109)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길운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0. 7. 27. 선고 2010노1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러한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졌다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 참조). 나아가 그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또 명의신탁약정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그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된 사람이 비록 제3자와의 약정에 기하여 계약자 명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명의대여의 약정은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고 자신의 명의로 위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매매당사자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지번 생략) 소재 ○○아파트 14층 1402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는 피해자 공소외 1이 매수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인정한 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 아파트를 공소외 2에게 매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1992년경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였으나 당시 피해자가 서울 지역 3년 이상 거주라는 수분양자격을 갖추지 못하여 건설사, 그리고 매도인인 조합측의 권유로 그 자격요건을 구비한 타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사실, 이에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자격요건을 갖춘 피고인에게 매도인과의 분양계약 체결을 부탁하여 피고인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매도인과 피고인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분양계약이 체결된 사실, 피해자가 위 분양계약 체결에 따른 분양대금을 지급한 후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 피고인이 매도인측과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계약의 효과를 피해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 및 계약체결 전후의 사정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위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대여관계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여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매수인의 지위에 있는 것은 피고인이고 나아가 매도인인 조합측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와 같은 명의대여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로서는 달리 이 사건 아파트 자체를 취득할 법적 가능성이 없는 것이어서,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죄 인정에 요구되는 ‘이 사건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내지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주심) 박병대 김창석 |
2) 사 견
횡령죄의 관점에서 보면, 소위 3자간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신탁부동산의 소유자가 매도인인지 명의신탁자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수탁자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만이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를 제외하면, 타당하게도 학설이나 판례에서 명의수탁자를 소유자로 인정하는 견해는 없으므로, 신탁부동산이 수탁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22) 따라서 수탁자명의의 부동산이 일단 명의수탁자에게는 ‘타인의 소유’ 임이 분명하므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요건은 충족된다.
22) 최병각, 부동산 명의신탁과 형사처벌, 형사법연구 제27권 제2호(2015), 66면. |
민사법적으로는 피해자의 특정이 아주 중요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피해의 회복, 또는 손해보전 등을 결정할 때, 피해자를 반드시 확정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법에서는 범죄의 구체적 피해자를 특정 하는 일은 2차적인 문제이다. 개인의 사적인 법익보호 내지 개인의 구제가 형법의 1차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익 일반의 보호라는 공적 질서의 보호가 형법의 ‘1차적인’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개개인의 법익
이 보호되는 것은 공적인 법익질서를 보호함으로써 실현되는 반사적인 효과일 뿐이다.
예컨대 절도죄나 횡령죄처럼 전형적인 영득범죄들은 그 타인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적인 소유권질서의 확립 그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특정 재물의 특정 소유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형법을 공법이라 한다. 형법을 통하여 구체적인 개인의 법익이 보호를 받는 것은 공적인 법익질서가 보호됨으로써 따라오는 반사적 효과일 뿐이다. 물론 형법의 ‘궁극적인’ 목적
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개개인의 법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 질서의 확보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일 수는 없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실존조건의 보호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형법의 직접적인 목적 내지 규율 대상은 공적 질서이다’라는 명제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개개인의 사익의 보호와 공적인 법익질서의 보호가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공법인 형법이 공적 질서 그 자체를 직접적인 제1차적 목적 및 규율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피해자 개인의 피해 보전을 위한 구제수단을 갖지 않는 점을 보더라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재산죄에서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 하는 것이 갖는 형법적인 의미를 굳이 찾는다면 그것은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적용할 때이다.23) 사실 구체적으로 누가 피해자인가의 문제는 행위자의 당벌성이나 가벌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재산범죄의 ‘성립’과는 무관한 문제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위탁자를 피해자로 보건 매도인을 피해자로 보건 행위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에
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누구를 피해자로 보든 그것은 횡령죄의 성립과는 무관한 문제이다.24) 그럼에도 피해자를 굳이 말한다면, 횡령죄의 본질이 소유권침해범죄라는 점에서 일단 소유자를 피해자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형식적인 소유자(매도인)를 피해자로 볼 것인지, 실권리자(명의신탁자)를 피해자로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고, 또한 절도죄에서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른 경우에 양자를 모두 피해자로 보는 판례의 입장
을 고려하면 소유자(매도인)와 실권리자(명의신탁자) 모두를 피해자로 볼 여지도 있다.
23) 김성돈, 앞의 책, 400면 각주 514); 손동권, 앞의 논문, 176면; 정성근․박광민, 형법각론 전정2판(2015), 450면 각주 108. 24)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누구에 대한 횡령죄인가를 두고 견해가 다양하다. 즉 ① 매도인에 대한 횡령죄설(박상기, 앞의 논문, 279면; 백재명, 앞의 논문, 377면), ②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설(장영민, 명의신탁된 부동산영득행위의 죄책, 고시계(1997.12), 38면; 강지현, 앞의 논문, 109면; 이상철, “명의신탁부동산의 처분행위와 횡령죄 - 3자간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10.6.24. 선고 2009도9242 판결을 중심으로 -”, 일감법학 제24호, 건대 법학연구소 2013, 89면; 이창섭, 앞의 논문, 70면.), ④ 매도인, 신탁자 모두에 대한 횡령죄설(손동권, 앞의 논문, 176면. 그러나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배임죄설을 취함) 등이 대립한다.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횡령][공2010하,1521]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서 보관자의 지위에 대한 판단 기준 및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농지의 명의신탁 당시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었으나 그 후 사정변경으로 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경우, 그 시점부터 수탁자가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가 되는지 여부 (적극)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물품제조 회사는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은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들이 매수인인 물품제조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다. 따라서 이 농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위 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애초부터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위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9조(현행 농지법 제8조 참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9조(현행 농지법 제8조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공2005하, 1293)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공2007하, 1012)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공2008하, 1626) [2] 대법원 1998. 7. 28. 선고 97도3283 판결(공1998하, 2349)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청주지법 2009. 8. 20. 선고 2009노4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 같은 일반 법인은 구 농지개혁법(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1996. 1. 1.자로 폐지된 법, 이하 ‘구 농지개혁법’이라 한다) 시행 당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에 의한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농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농지의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그 매수인인 일반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이와 같이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의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1996. 1. 1.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였던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될 수는 없다(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참조). 2.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가 1987. 4.경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매도인들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2005년 이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횡령죄의 대상으로서의 농지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토지의 현상과 무관하게 공부상의 지목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등기부상 그 지목이 ‘전’인 이 사건 토지는 그 현상과 무관하게 농지로 취급되어야 하고, ② 농지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농지 소유권의 반환을 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한 피해자는 농지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일반 법인이어서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농지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였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가. (1) 우선, 어떤 토지가 농지 관련 법규 소정의 농지인지 여부는 공부상의 지목 여하에 불구하고 당해 토지의 사실상의 현상에 따라 가려야 하므로( 대법원 1999. 2. 23.자 98마2604 결정 등 참조), 원심이 이 사건 토지를 현상과 무관하게 그 지목에 따라 농지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산업용 플라스틱 일반성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 이 사건 토지 인근의 토지 위에 공장을 신축하면서 그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 사건 토지를 그 소유자들인 공소외 4(제1심 판결문에 ‘ 공소외 2’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이다), 공소외 5로부터 매수하였는데, 매매계약 당시에는 그 현상이 지목과 같은 농지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매수한 다음 진입로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인 피해자로서는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인 공소외 4, 공소외 5가 매수인인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따라서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인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한편,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 또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그 제3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인 공소외 4, 공소외 5와 매수인인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므로, 농지법 시행 여부를 불문하고 피해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매도인을 대위하는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애초부터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에 기한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지 아니한다.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4, 공소외 5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피고인 명의로 등기를 마친 것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공소외 4, 공소외 5와 피고인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것이 공소외 4, 공소외 5나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횡령한 것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검사의 상고는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
2. 보 관
(1) 개 념
횡령죄의 주체는 재물의 ‘보관자’인데, 여기서 보관이란 재물에 대하여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25) 영업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아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점유보조자의 점유26) 위임․고용관계로 타인의 물건을 간접점유하게 된 점유매개자의 점유 등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에 해당하고, 창고증권․ 선하증권․화물상환증 등 물권적 유가증권의 소지를 통한 재물의 지배, 예금을 통한 금원의 지배, 부동산을 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소유27) 등은 재물에 대한 법률상의 지배에 해당한다.
25) 대판 1987.10.13, 87도1778. 26) 대판 1986.8.19, 86도1093 27) 부동산의 보관을 이렇게 파악하는 것은 형법상의 ‘보관’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고, 민사적 관점에서 판단한 개념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김신, 앞의 논문, 351면, 354면) |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횡령][공1987.12.1.(813),1751] 【판시사항】 횡령죄에 있어서 재물의 보관의 의미 【판결요지】 횡령죄에 있어서의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그것이 반드시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68.7.24. 선고 66도1705 판결 1983.9.13. 선고 82도75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87.7.16. 선고 86노765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판시와 같은 경위에 의하여 공소외인이 내놓은 금원을 차지한 행위를 보관관계로 의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그 사실인정과정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할 수 없다. 소론은 또 피고인과 이 사건 피해자와의 사이에 이 사건 금원에 관한 보관관계가 없었다는 취지이나 횡령죄에 있어서의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그것이 반드시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 관습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된다 할 것인바,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차지한 이 사건 금원은 피고인이 소론과 같이 정당하게 변제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을 포함한 이 사건 고소인들 전원이 적이 분배하여야 할 성질의 금원임을 인정하기에 족한바, 그렇다면 이 사건 금원에 관하여 피고인과 위 공소외 인들 사이에는 이른바 보관관계에 있었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같은 취지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 모두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윤일영 최재호 |
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93 판결 [횡령·절도][공1986.10.1.(785),1270] 【판시사항】 피해자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심부름을 가다가 마음이 변하여 그대로 타고 가버린 경우의 죄책 【판결요지】 피해자가 그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하여서 그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마음이 변하여 이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타고 가버렸다면 횡령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절도죄를 구성하지는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29조, 제355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동진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1986.3.13 선고 86노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피해자가 그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하여서 그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마음이 변하여 이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타고 가버렸다면 횡령죄를 구성함은 변론으로 하고 적어도 절도죄를 구성하지는 아니한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니 원심은 이 사건 오토바이는 다방 주인인 공소외 1의 소유인데 그 열쇠는 언제나 그 다방의 주방장인 공소외 2가 갖고 있으면서 차를 배달하는데 사용하고 있었던 사실과 이 사건 범행당시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오토바이 열쇠를 주면서 그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어 오라고 시키자 피고인이 이를 응락하고 그 오토바이를 타고 간 사실을 적법히 인정한 다음 달리 피고인이 위 오토바이를 절취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명이 없음을 들어 이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거기에 절도죄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어긴 잘못이 없다. 또 소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락을 받고 그의 심부름으로 오토바이를 타고가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에 마음이 변하여 그 오토바이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타고 가버렸다 하더라도 그것은 피고인과 피해자사이에 오토바이의 보관에 따른 신임관계를 위배한 것이 되어 횡령죄를 구성함은 변론으로 하고 적어도 절도죄는 구성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병후(재판장) 오성환 이준승 윤관 |
특히 부동산의 ‘보관’에 관하여 판례가 상세하게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등기명의인은 원칙적으로 유효한 처분권능자, 즉 보관자가 되는데,28) 다만 등기명의인이라 하더라도 등기가 원인무효이거나29) 위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30) 또는 부동산을 공동으로 상속받아 혼자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31) 등기명의인이라 하더라도 보관자가 될 수 없다. 이는 누가 재물의 ‘보관자’인지는 민법․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에32) 따른 것이다.
28) 대판 1996.1.23, 95도784. 29) 대판 1989.2.28, 88도1368. 30) 대판 1982.2.9, 81도2936. 31) 대판 2000.4.11, 2000도565. 32) 대판 2011.4.28, 2010도15350. |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도78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인정된죄명 횡령)][공1996.3.1.(5),705] 【판시사항】 명의수탁자의 포괄승계인과 횡령죄에 있어 부동산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 【판결요지】 횡령죄에 있어 부동산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는 그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위 임야의 사정명의자로서 명의수탁자인 조부가 사망함에 따라 그의 자인 부가, 또 위 부가 사망함에 따라 피고인이 각 그 상속인이 됨으로써 피고인은 위 임야의 수탁관리자로서의 지위를 포괄승계한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 임야를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보관자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5조 제1항,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2502 판결(공1983, 540)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공1987, 477)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49 판결(공1987, 482) 대법원 1989. 12. 8. 선고 89도1220 판결(공1990, 297)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홍석한 외 2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1995. 3. 8. 선고 94노497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경북 울진군 (지명 생략) 주민들의 공동소유로서 피고인의 조부인 망 공소외 1이 위 주민들의 위탁에 따라 위 망인의 명의로 사정받은 그 판시 임야를 피고인이 위 망 공소외 1, 피고인의 부 망 공소외 2로부터 순차로 상속받아 관리하여 오던 중 그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이를 횡령하였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마을의 실체나 명의신탁의 합의 또는 불법영득의사 등에 관하여 심리를 미진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이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는 다른 사실을 전제로 원심판결을 탓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는 그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할 것이고, 위 임야의 사정명의자로서 명의수탁자인 위 망 공소외 1이 사망함에 따라 그의 자인 위 망 공소외 2가, 또 위 망 공소외 2가 사망함에 따라 피고인이 각 그 상속인이 됨으로써 피고인은 위 ○○ 3리 주민들에 대한 위 임야의 수탁관리자로서의 지위를 포괄승계한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 임야를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보관자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횡령죄에 있어서의 보관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논지도 이유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판례(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49 판결)는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
대법원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 [횡령][공1989.4.15.(846),563] 【판시사항】 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가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나. 명의수탁자로부터 수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 경우의 법률관계 【판결요지】 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로서 그 부동산을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부동산의 명의수탁자인 갑으로부터 을이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경우 갑의 처분행위는 대외적으로 유효하여 을은 그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지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므로 을이 한 처분행위는 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66.5.24 선고 66도519 판결 1987.2.10 선고 86도1607 판결 나. 대법원 1987.2.10. 선고 86도234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1987.10.21. 선고 86노54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명의자로서 그 부동산을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원 1966.5.24. 선고 66도519 판결 참조).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는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매수하지 않은 67평 부분은 명의신탁된 것이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피고인은 자신의 지분범위내에서 위 공소외 1의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이므로 횡령죄의 주체가 된다고 주장하나, 가사 소론과 같이 위 공소외 1이 명의수탁자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는 대외적으로 유효하여 피고인은 유효하게 위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지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아니므로 피고인의 처분행위는 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어 어차피 위 논지는 이유없으며, 그밖에 논지가 거론하는 판례들도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가 아니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이회창 김주한 |
대법원 1982. 2. 9. 선고 81도2936 판결 [횡령][공1982.4.15.(678),355] 【판시사항】 비농가와 공동매수한 농지를 피고인 단독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하였다가 임의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 (소극) 【판결요지】 피고인이 비농가인 공소외인과 농지를 공동매수하여 피고인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에 공소외인은 비농가로서 농지개혁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동 공소외인으로부터 동 농지의 공유지분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이 위 농지를 임의처분하였다고 하여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69.10.28. 선고 69도1648 판결 1979.3.27. 선고 79도141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1981.9.18. 선고 81노11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이, 피고인이 공소외인 외 2명과 자금을 공동출자하여 토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본건 농지에 대하여 위 공소외인 등은 비농가로서 농지개혁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동인들로부터 농지의 공유지분권을 보관하고 있다 할 수 없다는 이유 아래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제 1 심 판결을 지지하고 있는 조치는 정당하고( 당원 1969.10.28 선고 69도1648 판결 및 1979.3.27 선고 79도141 판결 참조), 거기에 소론과 같은 농지개혁법이나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상석(재판장) 이일규 이성렬 이회창 |
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 [횡령][공2000.6.1.(107),1224]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상속 부동산을 혼자 점유하던 중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지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소극) [2] 적법한 변론종결 후 검사가 변론재개신청과 함께 공소장변경신청을 한 경우, 법원은 반드시 변론을 재개하여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야 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부동산을 공동으로 상속한 자들 중 1인이 부동산을 혼자 점유하던 중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그에게는 그 처분권능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적법한 변론종결 후 검사가 변론재개신청과 함께 공소장변경신청을 한 경우, 법원이 반드시 변론을 재개하여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2] 형사소송법 제29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공1987, 477) 대법원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공1989, 563) 대법원 1989. 12. 8. 선고 89도1220 판결(공1990, 297)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도784 판결(공1996상, 705) /[2] 대법원 1984. 5. 15. 선고 84도564·84감도90 판결(공1984, 1060) 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691 판결(공1986, 3075)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도1756 판결(공1994하, 3170)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준열 【원심판결】 부산지법 2000. 1. 13. 선고 99노381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 1989. 12. 8. 선고 89도1220 판결 등 참조), 부동산을 공동으로 상속한 자들 중 1인이 부동산을 혼자 점유하던 중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그에게는 그 처분권능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해자 1, 2의 계모인 피고인이 위 피해자 등과 공동으로 상속한 이 사건 건물에 거주·관리하면서 이를 ○○○에게 매도하였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검사는 원심이 적법하게 변론을 종결한 후에 변론재개신청과 함께 이 사건 횡령의 공소사실을 ○○○을 피해자로 한 사기의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지만, 법원은 이와 같은 경우 반드시 변론을 재개하여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1984. 5. 15. 선고 84도564·84감도90 판결, 1994. 10. 28. 선고 94도175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위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하지 아니하였어도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주문과 같이 상고를 기각하기로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지창권 서성(주심)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350 판결 [사기·장물취득·외국환거래법위반][공2011상,1107] 【판시사항】 [1] 장물죄에서 본범이 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그에 관한 법적 평가 기준 및 ‘장물’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횡령죄에서 재물의 타인성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 소유권 귀속관계 등의 판단 기준 [3]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차량 이용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자동차수입업자인 피고인이 리스기간 중 위 리스이용자들이 임의로 처분한 위 차량들을 수입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장물취득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장물’이라 함은 재산죄인 범죄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등 영득죄에 의하여 취득된 물건이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범죄행위는 절도죄 등 본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 그리고 본범의 행위에 관한 법적 평가는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우리 형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또한 이로써 충분하므로, 본범의 행위가 우리 형법에 비추어 절도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상 이에 의하여 영득된 재물은 장물에 해당한다. [2]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가 또는 그 재물을 보관하는가의 여부는 민법·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물인가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의 규정에 좇아 정하여지는 준거법을 1차적인 기준으로 하여 당해 재물의 소유권의 귀속관계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차량 이용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에 관하여는 별도로 약정하지 아니하였는데, 이후 자동차수입업자인 피고인이 리스기간 중 위 리스이용자들이 임의로 처분한 리스계약의 목적물인 차량들을 수입한 사안에서, 국제사법에 따라 위 리스계약에 적용될 준거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의하면, 위 차량들의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속하고, 리스이용자는 일정 기간 차량의 점유·사용의 권한을 이전받을 뿐이어서(미국 캘리포니아주 상법 제10103조 제a항 제10호도 참조), 리스이용자들은 리스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위 차량들에 관한 보관자로서의 지위에 있으므로, 위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고 이에 의하여 영득된 위 차량들은 장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장물취득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62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국제사법 제1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62조 제1항, 국제사법 제1조, 제26조 제1항, 제2항 제2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3. 24. 선고 99도5275 판결(공2000상, 1104)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공2005상, 147) [2]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도2492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기억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0. 11. 5. 선고 2010노127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장물취득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가. 장물에 관한 법리 오해의 점에 관하여 (1) 장물이라 함은 재산죄인 범죄행위에 의하여 영득된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등 영득죄에 의하여 취득된 물건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의 범죄행위는 절도죄 등 본범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것을 요한다. 그리고 본범의 행위에 관한 법적 평가는 그 행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우리 형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또한 이로써 충분하므로, 본범의 행위가 우리 형법에 비추어 절도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상 이에 의하여 영득된 재물은 장물에 해당한다. 한편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가 또는 그 재물을 보관하는가의 여부는 민법·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도24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의 재물인가 등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의 규정에 좇아 정하여지는 준거법을 1차적인 기준으로 하여 당해 재물의 소유권의 귀속관계 등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들은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리스회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체결한 리스계약의 목적물인데, 위 리스계약에 따르면 리스회사는 기간을 정하여 리스이용자에게 차량을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리스이용자로부터 매달 일정액의 리스료를 지급받도록 되어 있고, 준거법에 관하여는 별도의 약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사실, 리스이용자들이 리스기간 중에 이 사건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하고 피고인은 이를 수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리스계약상 리스이용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그 법률관계는 국제사법 제1조 소정의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제사법 제26조는 제1항에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2호에서 ‘이용계약’의 준거법은 물건 또는 권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당사자의 계약체결 당시의 주된 사무소 등의 소재지법을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본 대로 리스계약의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하였고 준거법의 결정에 있어서 달리 고려되어야 할 사정을 기록상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리스회사의 소재지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이 위 리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으로서 준거법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따라 위 리스계약의 내용과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리스이용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도 그 계약당사자나 행위지 모두가 우리나라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우리 민사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리스계약 당사자의 소재지이자 리스계약이 행하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좇아 위 리스계약의 내용과 효력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체결된 위 리스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들의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속하고, 리스이용자는 일정 기간 차량의 점유·사용의 권한을 이전받을 뿐(a transfer of right to possession and use of goods for a term)이며(미국 캘리포니아주 상법 제10103조 제a항 제10호도 참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리스계약을 환매특약부 매매 내지 소유권유보부 매매로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리스이용자들은 리스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차량들에 관한 보관자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리스이용자들이 이 사건 차량들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서 이에 의하여 영득된 이 사건 차량들은 장물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차량들이 장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장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들을 수입함에 있어 그것이 장물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사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원심판결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한편 장물을 취득한 후 마치 장물이 아닌 것처럼 매수인을 기망하여 이를 매도하는 경우 매수인에 대한 기망행위는 새로운 법익의 침해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기망행위가 장물취득 범행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장물취득죄와 사기죄를 형법 제37조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
(2)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에 그 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처분권능자로서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이 명의신탁약정 및 그로 인한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 명의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처분권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33)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신탁부동산에 대한 신탁자의 보호를 박탈하고자 하는 것이지 명의수탁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거나,34) 명의신탁약정 및 그로 인한 물권변동의 무효를 내세워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할 뿐이지 명
의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부여된 것은 아니라면서,35) 명의수탁자를 보관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34) 천진호, 명의신탁부동산 처분행위와 형사책임, 비교형사법연구 제4권 제1호(2002), 484면. 35) 문영식, 앞의 논문, 312, 313면 |
그러나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간의 내부적인 법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적어도 수탁자와 제3자간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수탁자의 처분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법원도 2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보관자로 본다.36) 이는 부동산에 대한 보관자의 개념을 부동산을 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
는 자로 이해하는 대법원의 기본입장에 부합한다. 또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제3자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유효하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대법원의 입장은 부동산실명법과도 부합한다. 결국 이 조항에 의하여 수탁자명의의 등기는 적어도 제3자에 대한 외부적 관계에서는 유효한 것으로 의제되는 셈이다.37)
36) 대판 2000.2.22, 99도5227. 37) 송오식,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와 불법행위 성립 여부–대법원 2013.9.12. 선고 2010다95185 판결 - , 법학논총(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제34권 제1호(2014), 308면. |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 [횡령][공2000.4.15.(104),884] 【판시사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자가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적극) 【판결요지】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전정수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1999. 11. 5. 선고 98노272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 구금일수 중 9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은 피해자 ○○○이 신축하여 원시 취득한 건물로서 원심공동피고인 명의로 신탁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한 것인데, 피고인이 명의신탁사실을 알고도 원심 공동피고인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의 처 공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채증법칙 위반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횡령죄의 공동정범을 구성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그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지창권 서성 유지담(주심) |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0다9518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공2013하,1747] 【판시사항】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악의의 매도인이 명의수탁자 앞으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가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 (적극) 및 이때 매매대금을 수령한 매도인에게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소유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알면서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매계약을 체결한 소유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이는 매도인의 소유권 침해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된다. 그러나 명의수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한 상태의 소유자로서는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신의칙 내지 민법 제536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매매대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가 유효하게 확정되어 소유자에 대한 소유명의 회복이 불가능한 이상, 소유자로서는 그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매매대금 반환채무를 이행할 여지가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소유자와 매매계약관계가 없어 소유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도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소유자인 매도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도 입은 바가 없다. 【참조조문】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민법 제536조 제1항, 제750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관형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호재)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0. 10. 20. 선고 2010나9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금 지급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별지 목록 제1 내지 5항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을 원고로부터 매수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그 등기명의만을 명의신탁받은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화성시 안석동 (지번 1 생략) 전 152㎡[이하 ‘(지번 1 생략) 부동산’이라 한다] 및 화성시 안석동 (지번 2 생략) 임야 1,884㎡[이하 ‘(지번 2 생략) 임야’라 한다]는 원고가 피고에게 2자간 등기명의신탁하거나 소외인이 피고에게 3자간 계약명의신탁한 부동산이고, 2자간 등기명의신탁 또는 3자간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수탁자인 피고로서는 이전 소유명의자인 원고에게 등기말소 또는 등기이전의무를 부담함에도, 수탁자인 피고가 명의신탁받은 위 각 부동산을 2001. 8. 18. 및 2002. 1. 9.경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여 이전 소유명의자인 원고의 소유권을 상실시킨 것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각 부동산의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인 위 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당시의 시가 상당액인 44,640,00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소유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알면서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매계약을 체결한 소유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이는 매도인의 소유권 침해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된다. 그러나 명의수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한 상태의 소유자로서는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신의칙 내지 민법 제536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매매대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데,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가 유효하게 확정되어 소유자에 대한 소유명의 회복이 불가능한 이상, 소유자로서는 그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매매대금 반환채무를 이행할 여지가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소유자와 매매계약관계가 없어 소유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도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소유자인 매도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도 입은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지번 1 생략) 부동산과 (지번 2 생략) 임야를 피고에게 이른바 3자간 계약명의신탁한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위 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매도인인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수탁자인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지번 1 생략) 부동산과 (지번 2 생략) 임야를 원고가 피고에게 이른바 2자간 등기명의신탁한 것인지 아니면 소외인이 피고에게 이른바 3자간 계약명의신탁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아니한 채, 원고 내지 소외인이 위 각 부동산을 피고에게 이른바 2자간 등기명의신탁하거나 3자간 계약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인정한 다음, 그 후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위 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것이 양자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든지 간에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위 각 부동산을 피고가 처분할 당시의 시가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금 지급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
3. 위탁신임관계
(1) 위탁신임관계의 내용과 발생근거 및 성질
1) 위탁신임관계의 내용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다.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이어야 한다. 위탁관계가 구성요건에 명시되어 있는 표지는 아니지만, 해석론을 통하여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에 이론이 없다. 이는 마치 독일 형법이 위탁물횡령죄를 ‘자기에게 위탁 중인 타인의 동산을 위법하게 영득한 자’로 규정함으로써 우리와는 달리 ‘위탁관계’는 명시한 반면에 ‘보관’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학자들이 보관을 당연히 요구되는 구성요건표지로 해석하는38)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위탁물)횡령죄의 본질이 ‘위탁에 의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것이므로, ‘위탁관계’나 ‘보관’ 중 어느 하나가 구성요건표지에서 누락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보충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위탁신임은 재물의 보관자가 그 재물을 위탁의 의미 내에서만 취급할 것이라는 신뢰, 즉 특정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보관할 것이라는 신뢰, 또는 그 재물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것이라는 신뢰를 말한다.39) 간단히 말하면 보관자가 재물을 위탁자의 뜻에 따라서만 지배할 것이라는 기대, 즉 보관은 하지만 임의로 처분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이다. 위탁은 이러한 신뢰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횡령죄가 점유이탈물횡령죄에 비하
여 더 높은 불법을 갖는 이유도 위탁자의 그러한 신뢰를 수탁자가 저버렸다는 데에 있다. 위탁자의 신뢰에 상응하는 수탁자의 의무는 수탁자에게 명시적으로 부과될 수도 있고 묵시적으로 부과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신뢰와 의무의 상응관계에 의하여 수탁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도 당연히 신뢰에 상응하는 재물의 지배․관리 내지 점유의 반환이다. 그러나 수탁자가 재물의 소유권 자체를 넘겨받는 것은 아니므로 소유권의 반환이–재물에 대한 지배의 반환과는 구별 된다 - 의무의 내용일 수는 없다. 수탁자가 의무를 소유자로부터 인수했는지 아니면 제3자로부터 인수했는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예컨대 재임차인이 임차인으로부터 의무를 인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위탁신임관계가 횡령죄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자체의 정당성이나 보호가치성 내지 보호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보관자로 하여금 해당 재물을 보관․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근거라는 점과 그러한 허용에 상응하여 그 재물을 다루어야 할 의무를 보관자에게 부담시키는 근거라는 점에 있다. 보관자의 의무나 허용되는 재물지배의 내용적인 윤곽, 또는 재물지배의 자유의 제한 등은 위탁신임관계의 존재로부터 나온다. 위탁신임관
계에 근거하는 의무를 위반한다는 점 때문에 횡령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비하여 더 중한 당벌성을 갖는다.
2) 위탁신임관계의 발생근거 및 성질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법정대리․후견․사무관리․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같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고,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칙에40)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은 모두 법적으로 유효한 위탁신임관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탁신임관계는 법적으로 유효한 위탁관계로 제한되지 않고, 사실상의 위탁관계로 족하다.41) 따라서 위탁자에게 유효하게 위탁할 권한이 있는지, 수탁자에게 재물을 수탁할 법률상 권리가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42) 따라서 무권한자가 위탁함으로써 관계가 법률상 무효 또는 취소된 때에도 이미 인도된 재물의 점유에 대하여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이처럼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를 수용하는 배경에는 당벌적인 사례들을 처벌하는 것이 단지 민사법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즉, 민사법적인 무효를 이유로–좌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43) 따라서 위탁관계의 발생원인인 법률행위가 반드시 민사법적으로 유효․적법하지 않더라도, 그것에 기초하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인정되는 것으로 족하다.
40) 대판 2018.7.19, 2017도17494 전합; 대판 1996.5.14, 96도410. 41) 대판 2016.5.19, 2014도6992 전합; 대판 2010.6.24, 2009도9242 판결; 대판 2005.6.24, 2005도2413. 42) 대판 2005.6.24, 2005도2413 참조(여기서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라고 판시한다.) 43) Maurach/Schroeder/Maiwald, § 45Ⅱ, Rn 26.(여기서는 배임죄에서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인정하게 된 배경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러한 배경은 횡령죄에서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인정하게 된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방조·횡령]〈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건〉[공2018하,1801]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여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이때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가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횡령죄가 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①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②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①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②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③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④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②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피고인 갑, 을이 공모하여, 피고인 갑 명의로 개설된 예금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병에게 양도함으로써 병의 정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방조하고, 사기피해자 정이 병에게 속아 위 계좌로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별도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병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정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방조 및 횡령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금 중 일부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 정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원심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병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나, 이와 달리 정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2조, 제347조, 제355조 제1항 [3] 형법 제30조, 제32조, 제347조 제1항,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1]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공1985, 1363)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2]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공1992, 1114)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공2005하, 1920)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공2007하, 203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공2011상, 170)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538)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공2017하, 145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7. 10. 10. 선고 2017노17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쟁점과 관련된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들은 2017. 2. 12.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피고인 1이 SC제일은행에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의 예금통장과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개, OTP카드 1개 등을 교부하여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이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17. 2. 13. 09:00경 공소외인에게 전화하여 검사를 사칭하면서 “당신 명의로 은행 계좌가 개설되어 범죄에 이용되었다.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기관에 있는 돈을 해약하여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에 속은 공소외인은 2017. 2. 14. 11:20경 이 사건 계좌에 613만 원(이하 ‘이 사건 사기피해금’이라 한다)을 송금하였는데, 피고인들은 같은 날 11:50경 별도로 만들어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그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①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공소외인에 대한 사기범행을 방조하고, ②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공소외인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사기방조의 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이다. 횡령의 점은 이 사건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물론 공소외인과 사이에도 이 사건 사기피해금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 모두 무죄이다. 2. 피고인들에 대한 위 사기방조의 점과 피고인 2에 대한 사기방조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계좌에서 제3자 명의의 사기이용계좌(이른바 대포통장 계좌)에 송금·이체된 피해금을 그 제3자(이하 ‘계좌명의인’이라 한다)가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와 성립한다면 횡령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이다. 3.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횡령죄의 본질이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975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참조),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1)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에게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하더라도 은행에 대하여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사람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되었다면 이로써 편취행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는데(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6256 판결, 대법원 위 2017도3045 판결 등 참조), 이는 사기범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사기범이 그 돈을 취득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2) 또한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로 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기범이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그 범행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옳지 않다. 라.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피해자 공소외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관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달리 공소외인을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의 점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 하나 횡령죄의 피해자를 다수의견과 다르게 판단하는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타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받은 사람(이하 ‘접근매체 양수인’이라 한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저질러 사기피해자로부터 위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 그 돈에 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하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나.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1)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51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기죄는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사기피해자는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이 사건의 경우 사기피해자가 접근매체 양수인으로부터 ‘범죄연관성을 확인한 후 돌려주겠다’는 말에 기망당하여 송금·이체하였으나, 위와 같은 말은 접근매체 양수인이 한 기망행위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하여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발생한다거나 사기피해자가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사기피해자가 사후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거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한다)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손해를 회복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기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회복 수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다고 해서 사기피해자에게 이미 발생한 소유권 침해를 초과하는 어떠한 새로운 법익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따른 송금·이체는 착오송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가)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당사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일 필요가 없으므로 어떤 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고, 예금주가 그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며, 송금인과 예금주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이 신의칙상 보관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착오송금 사안은 송금인이 스스로 착오에 빠져 잘못 송금한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것은 접근매체 양수인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원인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는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 양수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사기이용계좌를 사용하게 하되 자신은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따른 신임관계에 기초한다.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 접근매체 양수인의 기망을 수단으로 한 송금·이체 원인 제공, 그에 따른 사기피해자의 송금·이체가 원인과 결과로 결합되어 이루어졌다.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매체 양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다) 착오송금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그 돈이 착오송금된 것임을 인식하고 인출·사용한다. 즉 계좌명의인은 돈이 잘못 송금되었으므로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송금인에 대한 그러한 관계를 위반하여 인출한 사안이다. 그러나 사기피해자가 돈을 송금·이체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그 돈이 어떠한 경위로 입금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접근매체 양수인과 관련된 원인으로 입금이 되었을 것이라고 인식할 뿐이다.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 앞으로 송금·이체된 돈을 접근매체 양수인과의 약정에 위반하여 인출한다는 인식이 있을 뿐 착오송금된 돈이거나 송금인에게 반환해야 할 돈을 인출한다는 인식은 없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하여 송금·이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핵심적인 불법요소이다. 그것 때문에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에게 그러한 핵심적인 불법요소에 대한 인식이 없었음에도 유죄를 인정하므로 형법상 책임주의에도 반한다. (라) 착오송금 사안에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도 신의칙이라는 일반원칙으로 가벌성을 확장시킨다거나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신뢰에 기초하여 양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그와 같은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그 사안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사안에까지 확대할 것은 아니다. (마)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경우에까지 착오송금의 법리를 확장하는 것은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넓힐 위험이 있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도 착오송금의 법리를 적용하게 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아닌 일반적인 차용금 사기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의 돈을 차명계좌로 송금받는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특정 또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피해규모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기는 하나 재산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로서 피해자별로 독립된 범죄가 성립하므로 각각의 범죄에 있어서 사기범, 피해자, 계좌명의인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의 경우와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의 경우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기, 공갈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었다고 하여 그 계좌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면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범죄행위로 인한 돈이 차명계좌에 송금·이체되는 경우에도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리는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그 개념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은 위탁신임약정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서 무효인 경우이다. 반면 사기피해자로부터 돈이 송금·이체된 사안에서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한 이상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의 약정이 무효라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와 같이 원인관계가 무효이거나 돈의 보관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사기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법률관계가 복잡해진다. (1) 굳이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적으로 사기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사기피해자는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207286 판결 등 참조), 계좌명의인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5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접근매체 양수인을 대위하여 계좌명의인을 상대로 위탁관계에 따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 등 참조).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2) 다수의견은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송금·이체가 이루어지거나 접근매체 양수인의 돈이 일부 예금되어 있는 등 혼재하는 상태에서 계좌명의인이 그 합계금액 중 일부 금액을 인출한 경우 유죄라는 것인지 무죄라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유죄라는 취지라면 횡령죄의 피해자를 누구로 확정할 것인지 곤란해지고 죄수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들의 성명이 모두 확인되는 상태에서 횡령죄의 피해자를 성명불상자라고 특정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친족인 경우 친족 간의 범행에 관한 조항(형법 제354조, 제328조)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반면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면 간명해진다. 마. 결론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한 경우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하여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횡령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별개의견은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중 누구에 대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을 전제로 하는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하여야 한다. (1)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하고, 계약이 없는 경우에도 법률의 규정·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칙에 기초하여 발생할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는 접근매체 양수인이 계좌명의인에게 금전의 보관을 의뢰하였으므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관습·조리·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이거나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 이상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그와 배치되는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없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횡령죄는 사법(사법)상의 위탁관계를 형법상 보호하는 재산범죄이므로, 그 위탁관계는 원칙적으로 민법·상법 등에 기초하여 정해져야지 형법상 규범적으로 정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계약상 위탁관계가 설정되었다. 그리고 원심은 계좌명의인이 자신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방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다수의견도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알지 못하는 사실인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계좌명의인에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다. 이로써 다수의견은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근거로 인정하여 모순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그러나 행위자가 보관의무를 지는 상대방이 계약상 정해져 있음에도 행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을 근거로 계약상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보관의무를 지워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고, 그러한 유죄 인정이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아가 신의칙은 법 또는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충하는 데 적용되어야지 계약관계가 있음에도 신의칙을 적용하여 그와 다른 관계를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형사 범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3) 다수의견은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 법리를 근거로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나, 착오송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양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안이므로 송금인과 별도로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은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대법원 2013다207286 판결을 근거로 곧바로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사안은 부당이득반환에 관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계좌명의인이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설령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이 그러한 권리·의무 또는 그 발생원인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돈을 인출하였다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송금인이 계좌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고 계좌명의인이 송금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는 이유로 착오송금에 관한 법리를 이 사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계좌명의인은 접근매체 양수인과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에 있고 그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무죄가 될 뿐이다.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서 없던 위탁관계가 생겨나고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횡령죄의 위탁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상고를 전부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7.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계좌명의인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돈이 송금·이체되었어도 그 돈이 자기가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 돈을 가지기 위해 인출하면 송금의뢰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반면에 사기 범행의 실행을 위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한 사기범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보호할 수는 없으므로 그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기수에 이르면 피해자가 송금·이체된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제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에 돈을 송금·이체함으로써 사기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돈이 그 계좌에 남아 있는 한 피해자가 그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죄에 있어서 ‘재물의 교부'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인 경우에 재물의 교부가 있었다고 본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재물이 교부됨으로써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것은 해당 재물에 대하여 소유권 등 본권에 기한 지배가능성을 침해당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피해자가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상실하였다거나 사기범이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 본권을 취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해자가 처분행위로 인한 결과까지 인식하여야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결국 형법에서 말하는 재산권 침해가 있으면 사법(사법)에서 말하는 소유권 등 본권의 득실변경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한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유형에는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범인이 직접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분행위 자체가 없다. 피해자가 직접 사기이용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경우에도 이를 범인에게 취득시킨다는 의사 없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공소외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돈을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연관성을 확인 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계좌에 돈을 송금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 공소외인이 계좌명의인이든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든 그들에게 돈을 귀속시킨다는 의사는 없었던 것이다. 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과 같이 계좌명의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범행이 개입되어 송금·이체된 경우는 이른바 ‘착오송금’ 사안과 다르므로 ‘착오송금 법리’를 적용하여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계좌명의인이 수취할 아무런 원인이 없이 그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이체받은 경우에는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하지 이를 수취할 원인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안 된다는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 송금·이체를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예를 들어 송금의뢰인이 단순히 실수로 송금한 것인지, 원래 계좌명의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사람인데 잘못 보낸 것인지, 다른 사람의 기망이나 협박 등에 의해 보내게 된 것인지 등 그 경위가 어떠한지에 따라 위와 같은 의무의 존부가 달라질 수 없고, 송금·이체의 구체적인 이유나 경위를 알아야만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계좌명의인이 가담한 사기 등 범행에 의해 송금·이체된 돈이라면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인출하거나 소비하는 것은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와 별도로 위와 같은 의무의 불이행을 평가하지 않을 뿐이다. (2) 그리고 계좌명의인이 예금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계좌명의인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위탁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어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관계 때문에 사기피해자와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부정할 것도 아니다. 라. 별개의견은 계좌명의인이 임의로 인출한 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해 송금·이체된 돈이라거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이 아닌 사기피해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돈이라는 인식이 없음에도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객체가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여야 하고 행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행위자가 영득한 재물의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 또한 횡령죄는 재물의 소유권 등 본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고(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 참조), 위탁받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진정한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느냐에 따라 행위불법이나 결과불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영득의 의사로 이 사건 사기피해금을 인출하였을 뿐 반환하여야 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여 반환을 거부한 것도 아니다. 마. 한편 반대의견은 계좌명의인과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수한 자 사이에 계약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신의칙 등을 근거로 그와 모순·배치되는 계좌명의인과 송금의뢰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규범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횡령죄에서 말하는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에 한정되므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행 실행을 위해 그로부터 계좌에 연결된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면 형법의 관점에서는 그들 사이의 위탁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좌명의인과 돈을 송금·이체한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와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바. 요컨대, 이 사건의 핵심은 자기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타인의 돈을 영득하는 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할 것인가, 이를 긍정할 경우 사기범행의 실행 과정에서 제3자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범죄수익을 사기범의 재물로 보아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범행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사기범의 재물에 대한 횡령행위로 평가한다면 제3자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범행을 용인하고 이에 조력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한 결과가 타당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410 판결 [사기(인정된 죄명 횡령)][공1996.7.1.(13),1957] 【판시사항】 횡령죄에 있어서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 【판결요지】 채무자가 채무총액에 관한 지불각서를 써 줄 것으로 믿고,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액면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계수표들을 교부하였다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만약 합의가 결렬되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불각서를 써 주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그 가계수표들을 채권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횡령죄에 있어서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도300 판결(공1985, 771)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공1987, 1751)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오상현 【원심판결】 고등군법 1995. 12. 29. 선고 95노41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금 60,000,000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불각서를 써 주기로 하고, 과연 위 공소외 1이 소지하고 있는 가계수표들의 액면금이 위 공소외 1이 주장하는 채권액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할 목적으로 위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가계수표들을 건네받아, 피고인의 동생인 공소외 2는 수표번호와 액면금을 불러주고 피고인은 이를 적는 방법으로 가계수표들의 매수와 액면금 등을 확인하던 중 위 공소외 1이 건네준 가계수표들의 액면금 총액이 채권액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 위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에게 이의를 제기하다가 갑자기 가계수표들 중 일부를 손으로 찢은 사실 이외에도, 그 직후에 위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어, 수표 찢었어. 법대로 해보자 이거지? 법대로 하겠어." 등으로 항의하자, 피고인은 위 공소외 1에게 "괜히 그것 때문에 잠못자고 며칠간 신경썼잖아.", "보소, 보소, 아지매 내가 누군줄 알아요? 헌병수사관이요, 수사관. 참말로 웃기고 있네.", "오늘 일어난 일들을 경찰서로 가든지 법무사 사무실로 가든지 가보라"고 말하고, 동석하였던 공소외 3이 위 공소외 2에게 "합의를 보러 온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를 하자 위 공소외 2는 "아지매, 가소, 가소. 우린 일 다 끝났으니까 가 보소."라고 말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위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지불각서를 써 줄 것으로 믿고, 피고인이 그 액면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위 가계수표들을 교부한 것이었으므로, 위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에는 만약 합의가 결렬되어 피고인이 위 공소외 1에게 지불각서를 써 주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그 가계수표들을 위 공소외 1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조리에 의한 위탁관계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당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참조), 또한 위 공소외 2가 위 가계수표들 중 일부를 찢은 후 피고인은 위 공소외 2와 더불어 위 공소외 1에 대하여 위와 같은 언동을 함으로써 반환거부 의사를 명백하게 드러냈으며, 그와 같은 반환거부 행위는 반환거부의 이유 및 피고인의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하는 바와 같이 횡령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횡령][공2010하,1521]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서 보관자의 지위에 대한 판단 기준 및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농지의 명의신탁 당시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었으나 그 후 사정변경으로 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경우, 그 시점부터 수탁자가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가 되는지 여부(적극)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물품제조 회사는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은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들이 매수인인 물품제조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다. 따라서 이 농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위 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애초부터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위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9조(현행 농지법 제8조 참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9조(현행 농지법 제8조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공2005하, 1293)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공2007하, 1012)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공2008하, 1626) [2] 대법원 1998. 7. 28. 선고 97도3283 판결(공1998하, 2349)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청주지법 2009. 8. 20. 선고 2009노4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 같은 일반 법인은 구 농지개혁법(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1996. 1. 1.자로 폐지된 법, 이하 ‘구 농지개혁법’이라 한다) 시행 당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에 의한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농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농지의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그 매수인인 일반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이와 같이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의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1996. 1. 1.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였던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될 수는 없다(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참조). 2.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가 1987. 4.경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매도인들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2005년 이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횡령죄의 대상으로서의 농지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토지의 현상과 무관하게 공부상의 지목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등기부상 그 지목이 ‘전’인 이 사건 토지는 그 현상과 무관하게 농지로 취급되어야 하고, ② 농지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농지 소유권의 반환을 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한 피해자는 농지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일반 법인이어서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농지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였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가. (1) 우선, 어떤 토지가 농지 관련 법규 소정의 농지인지 여부는 공부상의 지목 여하에 불구하고 당해 토지의 사실상의 현상에 따라 가려야 하므로( 대법원 1999. 2. 23.자 98마2604 결정 등 참조), 원심이 이 사건 토지를 현상과 무관하게 그 지목에 따라 농지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산업용 플라스틱 일반성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 이 사건 토지 인근의 토지 위에 공장을 신축하면서 그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 사건 토지를 그 소유자들인 공소외 4(제1심 판결문에 ‘ 공소외 2’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이다), 공소외 5로부터 매수하였는데, 매매계약 당시에는 그 현상이 지목과 같은 농지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매수한 다음 진입로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인 피해자로서는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인 공소외 4, 공소외 5가 매수인인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따라서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인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한편,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 또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그 제3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인 공소외 4, 공소외 5와 매수인인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므로, 농지법 시행 여부를 불문하고 피해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매도인을 대위하는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애초부터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에 기한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지 아니한다.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4, 공소외 5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피고인 명의로 등기를 마친 것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공소외 4, 공소외 5와 피고인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것이 공소외 4, 공소외 5나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횡령한 것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검사의 상고는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 [횡령][공2005.8.1.(231),1293]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피고인이 종중의 회장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종중 소유의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임야를 담보로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가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고, 한편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법률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종중의 회장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종중 소유의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임야를 담보로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비록 피고인이 임야를 이전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 행위가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공1987, 477) 대법원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공1989, 563) 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공2000상, 1224)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공2004하, 1120)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민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05. 3. 30. 선고 2004노421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7. 16.경 피해자 종중회장인 공소외 1로부터 종중 소유의 양주시 장흥면 (주소 생략) 소재 임야 28,660㎡(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피해자 종중을 위해 보관하던 중, (1) 2004. 3. 31.경 삼화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6천만 원을 대출받아 보관 중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고, (2) 2004. 6. 16.경 하나은행으로부터 개인적인 용도로 1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임야에 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인정 및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 종중의 규약에 의하면, 종중 소유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사항은 총회에서 정하고, 총회는 종원의 2/3 이상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종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해자 종중 소유이던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2003. 7. 16.경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그 등기이전시 첨부된 종중 총회결의서(이하 '이 사건 결의서'라고 한다)에 의하면 2003. 5. 25. 종원 총수 4명 중 3명(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출석한 상태에서 종중총회를 개최하여 출석 종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 사건 임야의 처분을 찬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런데 2003. 당시 피해자 종중의 종원은 회장인 공소외 1과 그 장남인 공소외 4를 포함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등 모두 8명이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결의서상 피해자 종중의 종원 8명 중 3명만이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3명의 종원들 중 공소외 2, 공소외 3은 실제 종중총회에 참석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사전에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처분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6과 공소외 7은 나이가 비교적 젊고 평소 종중 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자들로서 이 사건 임야가 피고인에게 이전된 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4는 종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야를 피고인에게 이전하게 된 것으로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적법한 종중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4가 작성한 이 사건 결의서상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3인의 종원 중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실제 참석한 적이 없음을 공소외 4 스스로 자인하고 있고, 공소외 1 또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적이 있다고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총회에 참석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과연 그 무렵 실제 종중총회가 개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6나 공소외 7이 평소 종중 일에 무관심했다거나 이 사건 임야의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전에 동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거나 그들을 종중총회 절차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나머지 출석 또는 동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종원들만으로는 종중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함이 계산상 분명하며, 달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임야의 이전에 관하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이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지에 관하여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고, 한편,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법률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4를 통하여 담보대출을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나아가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담보를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피해자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임의로 위 대출금을 사용하거나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등기명의를 보유하게 됨을 기화로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피해자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 피해자 종중의 대표자를 공소외 4에서 공소외 1로 변경하여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치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 [횡령][공2005.8.1.(231),1293]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피고인이 종중의 회장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종중 소유의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임야를 담보로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가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고, 한편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법률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종중의 회장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종중 소유의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임야를 담보로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비록 피고인이 임야를 이전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 행위가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공1987, 477) 대법원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공1989, 563) 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공2000상, 1224)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공2004하, 1120)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민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05. 3. 30. 선고 2004노421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7. 16.경 피해자 종중회장인 공소외 1로부터 종중 소유의 양주시 장흥면 (주소 생략) 소재 임야 28,660㎡(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피해자 종중을 위해 보관하던 중, (1) 2004. 3. 31.경 삼화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6천만 원을 대출받아 보관 중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고, (2) 2004. 6. 16.경 하나은행으로부터 개인적인 용도로 1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임야에 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인정 및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 종중의 규약에 의하면, 종중 소유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사항은 총회에서 정하고, 총회는 종원의 2/3 이상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종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해자 종중 소유이던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2003. 7. 16.경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그 등기이전시 첨부된 종중 총회결의서(이하 '이 사건 결의서'라고 한다)에 의하면 2003. 5. 25. 종원 총수 4명 중 3명(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출석한 상태에서 종중총회를 개최하여 출석 종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 사건 임야의 처분을 찬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런데 2003. 당시 피해자 종중의 종원은 회장인 공소외 1과 그 장남인 공소외 4를 포함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등 모두 8명이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결의서상 피해자 종중의 종원 8명 중 3명만이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3명의 종원들 중 공소외 2, 공소외 3은 실제 종중총회에 참석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사전에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처분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6과 공소외 7은 나이가 비교적 젊고 평소 종중 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자들로서 이 사건 임야가 피고인에게 이전된 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4는 종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야를 피고인에게 이전하게 된 것으로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적법한 종중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4가 작성한 이 사건 결의서상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3인의 종원 중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실제 참석한 적이 없음을 공소외 4 스스로 자인하고 있고, 공소외 1 또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적이 있다고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총회에 참석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과연 그 무렵 실제 종중총회가 개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6나 공소외 7이 평소 종중 일에 무관심했다거나 이 사건 임야의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전에 동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거나 그들을 종중총회 절차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나머지 출석 또는 동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종원들만으로는 종중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함이 계산상 분명하며, 달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임야의 이전에 관하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이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지에 관하여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고, 한편,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법률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4를 통하여 담보대출을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나아가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담보를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피해자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임의로 위 대출금을 사용하거나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등기명의를 보유하게 됨을 기화로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피해자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 피해자 종중의 대표자를 공소외 4에서 공소외 1로 변경하여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치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
(2) 위탁자와 소유자의 관계
재물의 소유자와 위탁자가 반드시 동일인일 필요는 없으므로, 소유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서도 위탁이 이루어질 수 있다.44) 보관자가 그 재물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지배할 의무는 위탁자에게 부담하는 것이므로, 보관자는 소유자가 위탁한 경우에는 소유자에 대하여, 제3자가 위탁한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 예컨대 재임차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45) 즉, 재임차인이 임차물을 임의로 처분하면 임차인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다.
44) 강지현, 앞의 노문, 108면; 정성근․박광민, 앞의 책, 431면; 대판1985.9.10, 84도2644; Samson, Grundprobleme, JA 1990, S. 10. 45) NK/Kindhäuser, § 246 Rn 40 |
소유자와 위탁자가 다른 경우 양자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제3자가 위탁하는 경우에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46) 독일의 지배설은 제3자가 위탁하는 경우에는 소유자의 동의 내지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절도범이 도품을 지인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처럼, 제3자가 위탁을 통하여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목적을 추구하는 때에는 위탁관계를 부정한다.47) 반면에 독일의 소수설은 소유자에게 이익이 되는가의 여부는 수탁자와 위탁자 간의 인적 관계인 위탁관계에 대하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범이 도품을 지인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처럼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위탁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48) 한편 독일의 판례는 한 때 절도범이 도품을 지인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처럼, 제3자가 위탁을 통하여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목적을 추구하는 때에는 위탁관계를 부정하기도 하였으나,49) 절도범이 위탁한 도품을 장물범이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에 횡령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50) 후자의 판례는 절도범이 위탁한 재물을 장물범이 임의로 처분․영득하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훔친 물건에 대한 절도가 가능하듯이 훔친 물건에 대해서도 횡령이 가능하다고 한다. 훔친 물건을 또다시 절취를 하면, 두 번째의 절도가 그 물건을 적법한 점유자와 소유자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법질서에 위반하는 상태를 강화하듯이, 훔친 물건을 보관하는 장물범이 그 물건을 임의로 처분하면 그 물건을 적법한 점유자와 소유자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법질서에 위반하는 상태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46) 김성돈, 앞의 책, 381면; 정성근․박광민, 앞의 책, 431면. 47) MK/Hohmann, § 246 Rn 53 참조. 48) MK/Hohmann, § 246 Rn 53. 49) RGSt 40, 223. 50) RGSt 70, 7-10 |
생각건대 횡령죄의 본질은 행위자가 타인의 재물을 위탁에 의하여 지배․보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탁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보관물을 영득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의 주체를 한정하는 요소인 동시에 횡령죄의 객체를 한정하는 의미도 갖는다. 따라서 위탁에 의하지 않고 우연히 타인의 재물을 지배․보관하게 된 자는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타면 그러한 재물은 횡령죄의 객체도 될 수 없다. 그러한 재물을 영득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뿐이다. 이처럼 위탁신임관계가 횡령죄에서 갖는 의미가 횡령죄의 주체 및 객체를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와 차별화 하는 데에 있다는 점, 그리고 위탁자에게 위탁할 권한이 있는가의 여부나 수탁자가 그 재물을 수탁할 법률상 권리가 있는가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제3자가 위탁하는 경우에 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할 이유가 없고,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한다는 사실이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인적관계에 해당하는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위탁신임관계는 소유자와 위탁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인적관계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면 고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보관자는 위탁자가 위탁할 권한을 가진 자인지,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인지 등을 인식할 필요가 없다. 제3자가 위탁하는 경우, 수탁자는 심지어 그 재물의 소유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초차도 알 필요가 없다. 자기가 보관하게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이고, 위탁자의 위탁에 의하여 보관하는 것이라는 점만 인식하면 횡령죄의 객체 및 주체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이는 우리 대법원도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해 준 바 있다.51) 따라서 객관적 구성요건표지로서 의미를 갖는 요소는 모두 고의의 인식대상이고, 돌려 말하면 고의의 인식대상이 아닌 것은 객관적 구성요건표지에 속하지 않는다는, 고의의 기본적인 법리에 의하더라도 위탁자가 소유자로부터 위탁권한을 부여받았는지의 여부, 위탁에 대한 소유자의 동의 여부,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가의 여부 등은 객관적 구성요건인 횡령
죄의 주체와는 무관한 요소라고 할 것이다.
51) 대판 2018.7.19, 2017도17494 전합(“판결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객체가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여야 하고 행위자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행위자가 영득한 재물의 소유자를 누구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 |
(3)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위탁신임관계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실명법이 위탁신임관계의 발생근거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무효로 하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 위탁신임관계가 법률이나 법률행위로 인하여 성립하는 ‘법적인’ 위탁신임관계일 수는 없다.52) 그리고 판례가 적절히 설시하듯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나 규율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법적인’ 위탁신임관계로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판례도 그러하듯이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주장될 수 있는 것은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이고,53) 이 점에 대해서는 학설상으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판례 및 학설의 이러한 입장은 타당하다.
52) 강지현, 앞의 논문, 104면. 53) 대판 2016.5.19, 2014도6992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전후를 비교해볼 때, 명의신탁약정으로 인한 위탁신임관계가 결과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요건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이전에는 명의신탁약정을 유효한 법률행위로 인정함으로써 ‘법적인’ 위탁신임관계가 인정되었다면,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이 불법․무효로 취급되는 현재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인정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이나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과 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위탁관계도 인정될 수 없고, 신탁자가 매도인을 ‘대리하여’ 위탁행위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도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54) 하지만 위탁자가 목적물을 위탁할 법률상의 권한이 있는가는 문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탁신임관계는 법적으로 유효한 관계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관계로서 족하고, 또한 소유자가 아
닌 제3자가 위탁하는 경우 반드시 소유자를 대리하여 위탁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간단히 말하여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신탁의 의미 내에서만 지배․보관하고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가 되어 있으므로, 최소한 신탁부동산에 대한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길은 없다.
54) 천진호, 앞의 논문, 488면. |
형식적 소유자인 매도인과의 관계에서는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또한 신탁자는 소유자가 아니므로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55) 하지만 이 견해는 위탁신임관계가 반드시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55) 서보학, 앞의 논문, 105, 106면. |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면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것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인정하면서도–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로 인정하지는 않지만–그 위탁관계가 명의수탁자와 소유자인 매도인과의 사이에서 성립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데, 이는 대법원이 다른 판례에서56) 소유자와 위탁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도 위탁관계를 인정한 것과는 입장 차이를 보인다. 다만 그 다른 판례에서는 제3자의 위탁행위가 정당한 권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위탁관계’를 인정하였다면,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의 재물을 위탁할 정당한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위탁관계’를 부정한 것이라고 이해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그러한 차이를 근거로 삼아 서로 달리 판단한 것이라면 일단 두 판례가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명확하게 설시되어 있지 않다. 만약 그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고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에 위탁관계를 부정한 것이라면, 그것은 위탁할 정당한 권한이 위탁자에게 있는가의 문제는 소유자와 위탁자 간의 인적관계의 문제일 뿐이고, 그것과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인적 관계의 문제인 위탁신임관계의 문제는 별개라고 보는 필자의 견해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즉,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의 재물을 위탁할 정당한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할지라도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56) 대판1985.9.10, 84도2644 |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공갈·횡령][공1985.11.1.(763),1363] 【판시사항】 가. 사회통념상 허용범위를 넘은 권리실행과 공갈죄의 성부 나.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 【판결요지】 가. 정당한 권리자라 하더라도 그 권리실행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경우에는 공갈죄의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 나.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을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가. 형법 제350조 나. 제355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4.3.27. 선고 83도3204 판결 나. 대법원 1968.7.24. 선고 66도1705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안범수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1984.10.15. 선고 84노4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의 변호인의 상고이유(상고이유 보충서는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제 1 점(공갈)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설시의 각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인정의 피고인에 대한 공갈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고, 설사 피고인이 정당한 권리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권리실행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은 경우에는 공갈죄의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 할 것인바( 당원 1984.3.27 선고 83도3204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업하던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재직중 직무상 탈세용 비밀장부를 소지하고 있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1983. 7. 12 사직시 피해자와 동업지분을 정산하여 반환받을 때에 위 비밀장부의 기재내용도 감안하여 작성한 같은해 3. 31자 결산서류에 근거하여 계산하기로 하였다면 그후 위 계산과정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요구하였던 각 항목에 걸쳐 재결산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수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록 재결산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권리행사에 빙자하여 원판시와 같이 위 비밀장부에 의하여 같은 회사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듯한 태도를 보이는 협박수단을 써서 이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소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이를 공갈죄로 의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며, 또한 피고인이 그 소위를 위법하지 않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없어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제 2 점(횡령죄)에 관하여,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을 위하여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원심판결이 적법히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로부터 피해자 등을 대신하여 그들의 공동지분이 있는 대리점 개설보증금을 반환받아 은행에 예금하고 있었다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지분상당의 금원을 보관중이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임의로 인출 소비한 피고인의 소위를 횡령죄로 의율하였음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이 피고인의 회사(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3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다)에는 자금의 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로써 위 횡령금원을 확실하게 대체시킬 수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위 금원을 일시 유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거기에 논지와 같은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며 또한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위 보관금원의 반환을 거부하여 횡령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므로 상계주장은 지급거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지는 원심판결을 오해한데서 오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태균(재판장) 이정우 신정철 김형기 |
4.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신임관계이어야 하는지 여부
(1) 학설 및 판례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종전과는 달리 대법원이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부정하면서 거론한 여러 논거 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논거로 삼는 것도 명의신탁약정으로 성립하는 위탁신임관계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 법리를 견지한다면, 향후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에도 횡령죄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형법상 보호할 가치의 문제는 독일에서도 논란이 심하다. 독일의 논의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러하다. 독일의 판례와 지배설은 신뢰관계란 법률행위나 법률의 규정을 토대로 발생할 수도 있고 순수 사실적인 관계에서 그 근거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뢰관계의 근거가 되는 계약상의 합의가 유효한지 아니면 예컨대 ‘반윤리성으로 인하여 무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57) 그러므로 위조화폐를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행위
자가 보관하게 된 위탁자의 돈에 대해서도 위탁에 의한 보관으로 인정한다.58) 이처럼 반윤리적인 거래에서도 위탁관계 및 신뢰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위탁물횡령죄의 법적근거가 피해자를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당벌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59) 다만 재물의 위탁이 반윤리적이거나 위법하면서, 동시에 그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때에는–예컨대 절도범이 도품을 지인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처럼 - 위탁관계를 부정한다.60)
57) LK/Ruß § 246 Rn 26; MK/Hohmann, § 246 Rn 52. 58) BGH v. 27. 3. 1953–2 StR 146/52, NJW 1954, 889. 59) Maurach/Schroeder/Maiwald, BT1(7. Aufl.), § 34 Ⅲ. Rn 41; MK/Hohmann, § 246, Rn 52. 60) LK/Ruß, § 246 Rn 26; Wessels, BT-2, § 5 Ⅱ 1; RGSt 40, 222 |
반면에 법질서에 반하는 신뢰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반윤리적이거나 위법한 위탁관계의 경우에는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소수의 견해가 있다. 이 견해는 위탁관계가 반윤리적이거나 위법한 경우거나, 제3자를 통한 재물의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또는 보관자가 위탁자에게 기망당하여 보관하게 된 경우 등에서는 모두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위탁관계를 부정한다.61) 이 견해는 위탁관계를 가장 좁게 인정하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61) Sch/Sch/Eser, § 246 Rn 30; SK/Samson, § 246 Rn 49; RGSt 70, 7. |
또 다른 소수설은 가장 넓게 위탁관계를 인정하는 입장인데, 이에 따르면 위탁관계가 반윤리적이거나 위법하면서 동시에 그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는 때에도 위탁관계를 인정한다. 위탁관계는 위탁자와 보관자의 인적 관계의 문제이므로 소유자에게 이익이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보관자가 위탁자에게 기망당하여 보관하게 된 때에는 위탁관계를 부정한다.62) 예컨대 절도범이 도품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인
에게 보관시킨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62) MK/Hohmann, § 246, Rn 53. |
독일에서는 위탁관계의 인정범위에 대하여 이처럼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여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배임죄에서 요구하는 ‘재산관리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특별한 신뢰관계’만큼 강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점에서는 학설 및 판례가 일치한다.63) 즉, 독일의 판례와 지배설에 따르면, 횡령죄와는 달리 반윤리적 또는 반법률적인 “신뢰관계”는 가벌적인 배임죄를 성립시키지 못한다. 예컨대 마취제의 구매를 위탁받은 경우나 절도범이 도품을 몰래 팔아 달라고 지인에게 위탁한 경우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의 경우 배임죄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인정한다면 마취제를 구입하지 아니했다는 점이나 도품을 팔아주지 않았다는 점을 임무위반으로 보아야 할 텐데 이는 명백히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64)
63) MK/Hohmann, Rn 50; NK/kindhäuser, Rn 40; BGHSt 9, 90(91f.); Samson, Grundprobleme, JA 1990, S. 10 64) Maurach/Schroeder/Maiwald, § 45 Ⅱ Rn 27; SK/Samson, § 266 Rn 32. |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판례와 다수설은65)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로 족하지만, 다만 그것이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부동산실명법에 반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 위탁신임관계는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에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다수설도 기본적으로는 대법원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즉, “형법이 보호하여야 할 신뢰관계란 기본적으로 형법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관계이어야 한다.”66)거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는 물론 선의인 경우에도 신탁자와 수탁자 모두 부동산실명법상 범죄행위자이고 이들 사이의 위탁관계나 신임관계는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지 형법이 보호할 가치나 필요가 있는 ‘대상’은 아
니기 때문에 수탁자의 임의처분이 횡령죄나 배임죄를 성립시키지 못한다.”67) 라고 주장한다.
65) 강동범, 등기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처분과 횡령죄의 성부–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 법조 통권 제78호(2016/8), 614면; .계약명의신탁과 수탁자의 형사책임, 법학논집(이대 법학연구소) 제18권 제4호(2014), 155면; 원혜욱․김자영, 앞의 논문, 137면; 조기영, 재산범죄와 보호할 가치 있는 신뢰관계, 형사법연구 제26권 제1호(2014), 115면; 조현욱․김영철, 판례에 나타난 부동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법리, 홍익법학(홍익대 법학연구소) 제15권 제3호(2014), 303면; 천진호, 앞의 논문, 487면. 66) 원혜욱․김자영, 앞의 논문, 137면. 67) 강동범, 앞의 논문(이대 법학논집), 155면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판례와 다수설은, ‘보호하여야 할 신뢰관계’나 ‘보호할 대상’이라는 표현에서 암시되듯이,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를 횡령죄의 보호대상 내지 보호법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호가치 있는 신뢰’라는 표현처럼, 보호가치를 운운하는 것은 이미 신뢰를 보호의 대상으로 전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호대상이 아니라면 ‘보호할 가치’를 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호할 가치를 요구하는 견해는 아마도 횡령죄는 ‘신
임관계에 의하여 위탁된 재물의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이해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신임관계’, ‘위탁’, ‘소유권’ 모두를 보호의 대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보호할 가치를 요구하는 견해 중에는 색다른 논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른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관계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일정한 신뢰관계를 구성요건요소로 규정하고 있거나(횡령죄, 배임죄) 또는 범죄학적 특성상 범행수행과정에 신뢰관계의 존재가 필요한 재산범죄에서(사기죄, 장물죄) 피해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자신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보호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았다면 당해 구성요건에 의한 보호는 부정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68) 즉,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 재산범죄에서 피해자의 자기책임적인 행위(예컨대 부동산명의신탁)가 ‘보호할 가치 있는 신뢰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때에는 당해 범죄(예컨대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69) 그리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관계인지 여부는 형법을 포함한 전체 규범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
로는 첫째, 행위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할 수 있으며 자신의 행위가 보호가치가 없는 것임을 인식하였고, 둘째,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을 때에는 신뢰관계에 대한 형법적 보호가치성은 부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론에 의할 때, 부동산명의신탁의 위탁신임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부정된다고 한다.70) 하지만 이 이론은–이 이론의 기본 입장은 피해자의 자기책임적인 행위가 피해의 원인이 되었고, 또한 피해자의 자기 보호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행위자의 가벌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 재산범죄에 한해서만 이 이론이 적용될 수 있고, 또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논증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68) 조기영, 앞의 논문, 101면. 69) 조기영, 앞의 논문, 106, 107면. 70) 조기영, 앞의 논문, 108, 109, 115면 |
한편 위탁신임관계가 기본적으로는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다만 위탁신임관계를 발생시키는 법률행위가 민법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로 평가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보호할 만한 가치가 부정되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단지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행위라는 사실만으로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곧바로 부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71)
71) 이보영, 부동산 명의신탁과 형사책임, 법학연구(한국법학회) 제33집(2009), 325면; 최병각, 앞의 논문, 59면. |
(2) 사 견
계의 배신도 없이, 그리고 횡령죄는 점유침탈은 없으나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하여 영득한다. 따라서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이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갖는 의미와 기능은 타인의 재물을 영득하는 양태 내지 방식을 절도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영득양태 내지 방식과 차별화함과 동시에 그 불법을 차등화 하는 데에 있다.
특히 위탁신임관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와의 차별화를 위하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횡령죄는 위탁자가 수탁자를 신임하여 재물의 보관을 위탁하였는데, 그 신임을 저버리고 영득하였다는 점에서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그 불법이 더 무겁다고 평가되어 더 중하게 처벌된다. 따라서 횡령죄의 위탁관계 내지 그 기초가 되는 신뢰는 횡령죄를 통하여 형법적으로 보호하려는 별도의 이익 내지 대상이 아니라, 점유이탈물횡령죄에 비하
여 더 중한 침해양태를 설정하는 요소이다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은 횡령죄의 행위양태를 결정하는 행위관련적인 요소일 뿐이고 법익관련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성요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에서 두 가지의 측면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하나는 재물을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보관하는 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재물만이 객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즉 주체와 객체를 특정 하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한 영
득만이 횡령죄의 영득에 해당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첫째,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보관하는 재물을 영득한 것인가, 둘째, 그 위탁신임관계를 저버리고 영득한 것인가라는 두 가지의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써 위탁신임관계가 횡령죄의 구성요건요소로서 갖는 의미와 기능은 끝난다. 그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의 문제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들어설 자리가 없다. 즉, 그것은 횡령죄의 구성요건과는 무관한 요소이다.
예컨대 소유자가 정비공장에 고급의 외제차를 수리해달라고 맡겼는데, 수리를 마친 사장이 데이트를 나가면서 폼 좀 잡으려고 그 외제차를 두 번씩이나 끌고나갔다고 하자. 그 사장은 명백히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에 대한 위탁신임관계를 배신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사례에서 횡령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그 어떤 관심도 갖지 않는다. 이는 곧 위탁신임관계 그 자체는 횡령죄의 독자적인 보호대상 내지 이익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이 횡령죄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그것이 불법영득의 양태라는 점인데, 이 사례에서는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이 처음부터 불법영득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횡령죄와 관련하여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소유권과 더불어 위탁신임관계 자체도 횡령죄의 보호대상 내지 이익이라고 한다면, 이 사례처럼 명백한 횡령죄의 주체가 명백히 횡령죄의 보호이익을 침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횡령죄의 성립에 대하여 무관심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점유침탈의 방식으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절도죄로 처벌함으로써 점유침탈이 금지되고, 위탁신임관계를 배신하여 소유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이 금지되며, 따라서 점유가 보호되고 및 위탁신임관계가 보호되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해위양태가 금지됨으로써 나타나는 반사적인 효과일 뿐이다.
절도죄가 점유의 침해를 통한 영득범죄로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점유 자체를 보호대상이나 이익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것이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절도죄는 점유침해를 통하여 재물을 영득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절도죄를 통하여 점유침탈이 금지되고 따라서 점유 자체도 형법적으로 보호되는 대상 내지 이익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점유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누군가가 절도범으로부터 그 도품을 재차 절취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절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해야 할 텐데, 그렇게 보는 견해는 없지 않은가?
횡령죄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위탁신임관계를 배신한다는 점이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갖는 의미 및 성질은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다는 점이 절도죄의 구성요건에서 갖는 의미 및 성질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신임관계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구성요건요소로서의 의미와 성질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하자면,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는 절도죄의 점유와 같고,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은 절도죄의 점유침탈과 같으며,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의 보호가치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은 절도죄에서 점유의 보호가치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과 같다.
(3)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1) 위탁신임관계의 보호가치성의 문제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보호가치성의 관점에서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다시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로 족하다는 이유로 긍정하는 견해와,72)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긍정하는 견해로73) 나뉜다. 반면에 부정설은 위탁신임관계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74)
72) 정성근․강동범, 앞의 책, 450면. 73) 이보영, 앞의 논문, 325면; 최병각, 앞의 논문, 59면(여기서 명의신탁행위는 민법 제103조 위반행위가 아닌 강행법규의 위반행위이므로 명의신탁자의 신임행위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정도로 불법하다고 할 수 없다.), 67면(부동산실명제의 완벽한 구현이 그 자체로 절대적인 정책목표는 아니고, 부동산실명법에 반한 명의신탁의 경우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다. 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하여 아예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신탁자에게 가혹하다고 한다.). 74) 조현욱․김영철, 앞의 논문, 303면; 천진호, 부동산실명법상 부동산명의수탁자의 형사책임, 형사재판의 제문제 제5권(이용우 대법관 퇴임기념논문집, 2005), 284면. |
먼저 부동산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만약 명의신탁약정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하여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본다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 위탁신임관계의 보호가치성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 아예 횡령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어진다. 자기의 재물을 처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일정한 조건 하에 타인에게 위탁하는 신탁행위 그 자체는 기본적으로 사적 자치의 허용범위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므로,75) 자신의 부동산을 등기명의상으로만 타인의 소유로 하려는 명의신탁약정 자체가 그 성질상 당연히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은 타당하게도 대법원이 일관하여 형사판결 및 민사판결에서 확인해주고 있다. 즉,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을 금지한다고 하여 그 자체 반사회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명의신탁부동산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다.76)
75) 강지현, 앞의 논문, 106면; 양창수, 명의신탁에 대한 규율 재고, 법조 제49권 제11호(2000), 233, 234면 참조. 76) 대판 2019.6.27, 2013다218156 참조.(유사한 취지의 판결로는 대판 1988.11.22, 88다카7306; 대판 2003.11.27, 2003다41722; 대판 2010.9.30, 2010도8556.) |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양자간 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자의 상속인이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사건〉[공2019하,1423] 【판시사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금지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명하는 것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경우 발생할 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랜 관행과 거래 실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③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를 형사처벌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수익자와 동일하게 급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법적 정의감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불법원인급여 제도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민법 제746조를 해석·적용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에 관하여 반사회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을 달리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④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 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⑤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 ②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③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며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④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명의신탁자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다.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였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⑤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타인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된 타인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1항, 민법 제103조, 제746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4조, 제5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1항, 제7조, 구 농지법(2018. 12. 24. 법률 제160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0조, 제11조, 제59조 제1호(현행 제58조 제1호 참조), 제6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55234 판결(공1995상, 618)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공1999하, 1451)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공2004상, 19) 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공2004하, 1650)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상, 437)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공2013하, 1214)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공2016하, 1051)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공2017상, 729)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99헌바71, 111, 2000헌바51, 64, 65, 85, 2001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헌공57, 1016)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의 담당변호사 양승현)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3. 11. 26. 선고 2013나10249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쟁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명의신탁약정’이라고 정의하고(제2조 제1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2항). 이 사건의 쟁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금지되는지 여부,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것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가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이 무효인데(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반대해석), 이때에는 부동산 소유권이 매도인 등 상대방 당사자에게 귀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에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인데, 이하에서는 등기명의신탁만을 다룬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달리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된다면, 제3자는 당연히 그 소유권을 기초로 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부동산실명법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규정이다.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 둘째,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제5조 제1항 제1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지체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이행강제금 제도는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 등 참조). 이행강제금 제도 역시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신탁부동산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도록 명하는 것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을 기초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국회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았던 판례를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경우 발생할 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랜 관행과 거래 실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한 특칙으로서, 불법원인급여를 한 자, 즉 반환청구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법적 정의를 유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55234 판결 참조). 불법원인급여인지가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법원인은 급여자와 수익자 모두에게 존재한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수익자가 급여를 보유하는 것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따라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 결과가 실체적 정의에 반한다면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대법원도 민법 제746조의 ‘불법’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거나 함부로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제3자에게 뇌물을 전달해달라고 교부한 금전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금전 소유권이 수익자에게 귀속된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참조). 성매매를 할 사람을 고용하면서 성매매의 유인·권유·강요의 수단으로 선불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어 선불금의 반환청구가 금지된다(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등 참조). 뇌물제공 목적의 금전 교부 또는 성매매 관련 선불금 지급과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에서는 급여자의 급부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여 그 반환청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련 법규범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를 형사처벌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넘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 민법 제746조 단서는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급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수익자와 동일하게 급여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법적 정의감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불법원인급여 제도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민법 제746조를 해석·적용한 것이다.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를 위해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또 그에 협조하였다. 이 사건과 같이 농지법에 따른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명의신탁약정의 경우 명의신탁자뿐만 아니라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다.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명의신탁약정을 통해 불법에 협조한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대법원은 농지임대차가 구 농지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기간 동안 권원 없는 점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의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부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등 참조). 이는 강행법규 위반행위가 민법 제103조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위반의 대상이 된 강행법규의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민법 제746조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그 규범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입법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와 제746조의 관계를 부동산실명법 자체에서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에 관하여 반사회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을 달리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라.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3조 제1항).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부동산실명법에서 예정한 것 이상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 만일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정하였다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헌법재판소에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과 제2항 본문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이유도 이와 같다(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모두 무효로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온전하게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음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과 법이 추구하는 목적달성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하되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과 조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 부동산실명법의 태도이다. 마.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소재지관서의 장이 발급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갖추어야 하고,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소유한 것이 밝혀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해당 농지를 처분할 의무가 발생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처분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매년 1회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금지하면서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명의수탁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는 해당 부동산 가액의 30/10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해당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지 않을 경우 매년 1회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농지법을 위반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소재지관서의 증명을 받은 경우보다 징역형의 상한과 벌금형의 상한이 더 높다.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반면, 부동산실명법상 실권리자 등기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징역, 벌금의 형벌뿐만 아니라 과징금, 나아가 이행강제금까지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실명법과 농지법의 규율 내용, 제재수단의 정도와 방법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농지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할 수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약정을 한 이 사건의 경우처럼 명의신탁약정과 그보다 위법성이 약한 단순한 행정명령 불이행의 행위가 결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3. 원심판단의 당부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고, 소외 2가 사망하자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는 망 소외 1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상속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약정의 반사회성 또는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명의신탁은 1912년 제정된 조선부동산등기령에 종중 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부득이 종중원 명의로 종중 소유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등기한 것이 시초가 되어 당시 조선고등법원 판결과 그 후 대법원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면서 종중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명의신탁은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부동산 법제의 근간인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중간생략등기와 함께 부동산 투기 또는 납세의무 등의 규제를 회피하는 각종 탈법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명의신탁을 규제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90. 8. 1.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서는 명의신탁을 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조세부과 면탈 등의 목적을 위한 명의신탁의 경우 이를 금지하고, 그 외의 사유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신청요건을 강화하면서, 위반 시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7조, 제8조, 제9조). 그러나 위 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약정이라도 그 사법적 법률행위의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어서 명의신탁을 제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었다.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명의신탁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의무를 회피하다가 필요한 경우에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형사처벌 등 제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할 유인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1995. 3. 30.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하였다(제1조,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그런데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반환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명의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였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등기가 마쳐진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한편 명의신탁약정의 다른 당사자인 명의수탁자가 협조하지 않는 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가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까닭에 부동산실명법이 위반자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형사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약정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80여 년 이상 판례에 의해 명 의신탁의 유효성이 인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여 그 효력을 무효라고 선언하였던 것은 그만큼 명의신탁으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고 이를 근절함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할 필요성이 절실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판단을 다시 내린다면, 부동산 명의신탁의 근절은 요원해질 것이다. 이것이 오랜 관행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전에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하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가 의도하고 목적한 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제 부동산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하여 입법적 조치와 다른 차원의 사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불법원인급여에서 말하는 ‘불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이고, 그에 따라 마쳐진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법 제746조 본문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의 원인’이란 그 원인될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 참조). 이때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 즉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현재 우리 사회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 법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중, 배우자 및 종교단체에 대한 특례(제8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즉, 부동산실명법은 이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후인 1997. 12. 3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이 제정·시행됨으로써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 실시가 이루어졌다. 금융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타인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한 각종 비자금 조성, 불건전한 자금수수, 조세포탈 등의 탈법·불법행위가 계속되었으나, 대법원은 금융실명제 시행 전과 달리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금융거래는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금융실명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실권리자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금융거래에서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도 확립되어야 한다. 토지의 특수성, 즉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점, 가족주의적 농업사회에서 비롯된 우리 국민의 토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이 고도의 산업사회가 된 오늘날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져 토지가격의 상승을 치부의 수단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부동산 거래에서 실명제를 확립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할 무렵에는 그 직전까지 판례에 의해 명의신탁이 적법한 법률행위로 확립되어 있었고, 이를 기초로 형성된 국민 일반의 거래 행태와 신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 등을 구하는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회복을 구하는 명의신탁자의 청구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20여 년 이상 시행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이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인식은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에 일반인이 명의신탁에 대하여 가졌던 인식과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실명제는 사회 일반인들 사이에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재산거래에서 투명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됨에 따라 이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 (2)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입법자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하여 불법원인급여 제도가 적용되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인 1995. 4. 소관부처인 재정경제원이 발간한 ‘부동산실명법 해설’에서 법률안 성안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사항들에 대해 밝히면서, “법원이 명의신탁의 위법성이 크다고 인정하여 불법원인급여로 판결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회복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명의신탁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였다.”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을 보면 당시 입법자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입법자는 획일적으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채택하지 아니하였을 뿐이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봉쇄할 의사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3) 부동산실명법은 종전의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이 명의신탁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유효라고 함으로써 명의신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규정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과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를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할 것인지는 법률의 규정 체계나 이론상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우리 법제하에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한 이상 그에 따른 물권변동 역시 무효가 됨은 당연한 것으로, 이러한 내용을 정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은 확인적 규정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어떠한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규정된 다수의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라 교부된 급여의 반환을 부정해 왔다. 대표적으로, 성매매와 관련하여 지급된 선불금의 반환청구를 금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또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한 사람 등이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성매매를 할 사람을 고용하면서 성매매의 유인·권유·강요의 수단으로 선불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여 선불금의 반환청구를 금지하고 있다(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라고 규정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며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로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을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명의신탁자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다.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였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이유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5)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나 법률로 그 내용과 한계를 정할 수 있고(제23조 제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며(제23조 제2항),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제122조). 토지에 대하여는 다른 재산권과 달리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반영될 것이 요구되므로, 적어도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은 국가·사회의 공공질서 및 일반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등기가 마쳐지도록 한 자로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헌법에 따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의 금지를 명하는 방법으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민법 제746조가 적용되는 결과이므로, 결코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 다.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타인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된 타인에게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라. 이렇게 하는 것이 사법부가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 사이에 부동산 명의신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은 최초에 판례가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조선고등법원이 부동산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의용민법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1958. 2. 22. 제정되고 1960. 1. 1.부터 시행된 민법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성립요건주의를 택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계기로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했어야 마땅함에도 그 유효성을 종래와 같이 쉽게 인정하고 말았다.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을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제정·시행된 이후에도 대법원은 또다시 명의신탁자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해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우리 민법상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되고 전세계 어디, 심지어 의사주의를 따르는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하고 부끄러운 법적 유산인 부동산 명의신탁이 횡행하게 된 데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이 횡행하는 현실을 방치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는 사법적 판단을 내려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에서 이미 종중과 배우자 등 일정한 경우에 특례를 인정하고 있고 달리 필요한 경우에는 신탁법에 따른 신탁제도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법률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고 오히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므로, 대법원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데 주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는 부동산 거래와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룩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의 제정·시행이라는 입법적 조치가 이를 뒷받침하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판단함으로써 금융실명제의 정착에 기여하였다. 반면 부동산실명제에 대하여는 그렇지 못하였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무효로 하고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것은 그렇게 해서도 명의신탁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사법부가 불법원인급여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는 입법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는 현재의 민법과 부동산실명법이 아닌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무효인 법률행위에 따라 행해진 급부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이지 국회가 법률로 정할 일이 아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의 폐해를 바로잡을 방법이 있는데도 기존의 판례에 얽매여 이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사회질서의 확립을 바라는 일반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20여 년 이상 지났고 그동안 사회 일반인들의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던 점 및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근간이 되는 사회질서가 무엇인지 숙고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이 금지규정과 처벌규정을 둔다고 해서 모든 위법행위가 완벽하게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법 위반 당사자 사이의 약정만으로 위법행위가 가능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법이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금지규범을 제정하고 처벌규정을 두었다면, 사법부로서는 법 위반 당사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가능한 방법을 통해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아니 된다. 민법이 규정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이상, 이를 적용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통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는,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 현행 입법 체계하에서 상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임이 틀림없다. 만약,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와의 신뢰 관계를 깨뜨리고 명의신탁자에게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영구적으로 상실할 위험이 있다면,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할 유인이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은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등기를 마치도록 한 명의신탁자를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유예기간 중에는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을 일응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실명등기나 매각처분을 하도록 규정하였다(제11조). 지금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는, 위와 같은 유예기간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0여 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등기를 회복하지 않았거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새롭게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마치도록 한 사람이다. 대법원이 명의수탁자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책임 없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가리켜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 설령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다소 침해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투기와 탈세 등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헌법상 재산권 침해가 진정으로 우려된다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에 관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변화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므로, 이러한 새로운 법리를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가 마쳐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는 등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후 형성되어 온 기존의 판례에 대한 명의신탁자의 신뢰를 보호한다면,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마.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살펴본다. (1) 원심은, 농지법상 농지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쳐진 소외 2 명의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므로, 소외 2의 사망에 따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는 망 소외 1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상속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으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해 마친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소외 1의 권리를 상속한 원고는, 소외 2의 사망에 따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이 소외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무효로 되는 명의신탁약정과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입법과 사법의 영역 구분이라는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가.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정함으로써(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법관 스스로 법률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재판에서 그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고,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이 상위규범인 헌법에 위반된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권에는 재판에 적용할 법률의 해석권한이 포함된다. 법관은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지만, 법관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법률해석의 출발점은 법률의 문언이다. 법률의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입법자는 헌법이 허용한 한계 내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다. 법관이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과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따라서 법관은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법률해석을 통해서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되며, 문언의 의미와 법률의 목적에 따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법률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법관이 이와 유사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규정을 유추하여 법률의 공백을 보충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는 해석을 통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찾아내는 법발견이 아니라, 법관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법을 다른 법규범을 매개로 만들어내는 법형성이다. 그러나 법률에 명시적 규율이 없다고 해서 언제든지 법관의 법형성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형성이 허용되는 ‘법률의 흠결이나 공백’이란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을 뜻하고, ‘유추적용’이란 입법자가 미처 그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지 못하여 필요한 법적 규율을 하지 않았던 것일 뿐, 합리적인 입법자라면 그러한 문제상황에 대하여 인접영역의 유사한 규정과 같은 내용의 규율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아 인접영역의 유사한 규정을 해당 문제상황에도 적용하는 방법으로 규율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참조). 입법이 사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판결을 통해 이를 바꿀 수는 없다. 입법자가 어떤 문제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명시적으로 규율한 경우에는 법관이 법형성을 통해 흠결을 보충할 수 있는 ‘법률의 공백’을 상정할 수 없다. 그 문제에 관하여 입법자가 예정한 법적 규율이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하게 반하여 극히 부당하고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도 그 위헌성이 모두 제거되지 않아 위헌이라는 의심이 든다면, 법관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야 하는 것이지, 법률해석이나 법형성이라는 명목으로 입법자의 결단을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법관의 법형성은 입법자의 명확하게 인식가능한 의사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이른바 사법적 결단이 입법적 결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 법관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법형성은 자제되어야 한다. 특히 법률의 문언이 명확하고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가 법률 문언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사법부로서는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사법에 의해 입법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한도에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법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사법부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나. 어떠한 입법적 결단이 있는지는 법률의 문언, 내용, 체계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의도와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부동산실명법은 그 문언과 체계에서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법과정에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정부는 1995. 1. 27.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는데, 이 법률안에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제4조 제1항) 그에 따라 직전 등기명의자와 명의수탁자 간에는 부동산에 관한 어떤 물권변동의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제4조 제2항 본문)고 정하고 있었다. 1995. 2. 8.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열린 ‘부동산실명제 관련 공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회에는 입법예고안과 같은 내용의 정부 제출의 법률안(의안번호 141034)과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직전 등기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한 ‘부동산 명의신탁 규제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41049)’이 함께 제출되었다. 심의 결과 정부 제출 법률안을 다소 수정한 대안으로서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의 효력을 모두 무효로 하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41057)’이 1995. 3. 18. 제173회 임시국회에서 확정·의결되어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다. 그 이유로 명의신탁대상인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것으로 하면 명의신탁을 근절시키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는 장점은 있으나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과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 규정과 관련하여 위헌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1995. 3. 17. 제14대 국회 제173회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참조). 부동산실명법 제정 직후인 1995. 4. 소관부처인 재정경제원이 발간한 ‘부동산실명법 해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계약내용과 등기의 형태에 불구하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대해 일정한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강행법으로 부인하고 등기 외관만을 존중하여 신탁부동산을 명의수탁자 소유라고 규정한다면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의 소지가 크다. 또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계약당사자가 된 명의신탁자를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라고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법의식이다.’ 이처럼 입법자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면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본 종래의 판례 법리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대의견은 위 해설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에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으나, 이것은 부가적인 언급에 불과한 것으로 입법자의 의사를 위와 같이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는 민법 제746조의 해석에 따라 결정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는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이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 즉,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부동산실명법의 관련 규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고려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결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에서 본 것처럼, 명확하게 규정된 부동산실명법 문언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법부로서는 이와 같은 입법자의 근본적 결단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인 명의신탁자가 그 명의로 등기를 회복하기 위한 행정적인 제재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법적 결단이라는 명목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지금까지 명의신탁자를 제재한 공무원이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은 그 어디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반대의견은 현행 민법 시행 후에도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판결을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판례를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 법률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유효라고 보았던 기존 판례는 이 법률에서 예외를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도 이 법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법관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이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공개변론과 재판 과정에서 부동산실명법의 한계 또는 미비점이 지적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명의신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그 해결을 위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반대의견과 같이 오로지 명의신탁을 근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입법자의 결단과 부동산실명법의 문언에 반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사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입법적 해결은 명의신탁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하면서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란이 많은 방법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할 경우 간단한 경과규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원이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법원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이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입법과 사법의 기능이 뒤섞이게 되어 종국적으로는 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입법자의 의사와 그에 일치하는 부동산실명법 문언과 체계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법문화의 발전과 성숙에 기여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7.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부동산 명의신탁의 문제점 및 근절방안과 관련하여 (1) 부동산 명의신탁은 왜 문제인가. 우리 민법은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고 등기하여야만 효력이 생긴다는 이른바 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있다(민법 제186조). 따라서 법률의 규정(민법 제187조 등)이 없는 한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물권을 취득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자신의 권리를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려면 신탁법에 의하면 된다. 그런데 종래 대법원은 신탁법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약정만으로 타인의 명의를 차용하여 등기를 마친 경우를 ‘명의신탁’이라고 명명(명명)하면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명의차용’에 불과한 행위에 ‘명의신탁’이라는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마치 신탁법에 의한 ‘신탁’과 유사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성립요건주의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투기, 탈세 등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하여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부동산에 대한 조세나 기타 공법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현실은 큰 문제이다. (2)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있었는가. 1981. 12. 31. 개정된 상속세법(제32조의2)에서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그 전에 대법원이 명의신탁은 수탁자에게 등기만 이전될 뿐 관리처분의 권한과 의무가 적극적, 배타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어서 신탁법상의 신탁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상속세법 규정에 의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누396 판결 참조)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서 행해진 조치였다. 1990. 8. 1.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서는 조세부과 면탈 등 목적의 명의신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제7조 제1항). 그러나 대법원은 위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에 위반된 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유효라고 인정하였다(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42651 판결 참조). 1995. 3. 30.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어 1995. 7. 1.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서 규정한 특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규정되었다. (3)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달라졌는가.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전에도 조세부과 면탈 등 목적의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또 위반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존재하였다. 부동산실명법에서 종전과 달라진 점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등 참조). 결과적으로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신탁 사실이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징역형과 벌금형의 상한이 높아지는 등의 차이만 있을 뿐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는 데에 법적 장애가 없다. 나. 사법부의 책임 및 대책과 관련하여 (1) 사법부는 어떠한 책임이 있는가. 애초에 조선고등법원이 명의신탁을 유효하다고 인정하였던 것은, 종중의 재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중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종중원의 명의를 빌려 등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도의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하여 명의신탁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함에도 종래 대법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명의신탁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의사주의가 아닌 성립요건주의를 취한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부동산실명법 제정을 통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라고 규정하면서 종전의 명의신탁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졌는데도, 대법원은 뚜렷한 근거 없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는 종전의 태도를 유지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례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합법화시켜주어 현재 횡행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투기와 탈세 등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2) 대법원이 취할 효과적인 조치는 무엇인가. 대법원은 헌법과 관련 법률의 규정하에서 가능한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제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은 무효이고, 명의신탁자는 위 규정을 기화로 무효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 등을 구함으로써 종국적으로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주장, 행사하고 있다. 민법 제746조 본문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급여에 관하여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불법의 원인에 기하여 급여를 한 사람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불법원인급여로 보는 것이 부동산 명의신탁 근절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3) 부동산실명법은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인가. 불법원인급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규정된 제도이지만, 일반법이 규정한 제도라고 해서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에서 이 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반사회적 행위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제1조),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제7조)까지 둠으로써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과정에서도 법원이 장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관해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4) 입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판결로는 할 수 없는 일인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민법 제746조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이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적용은 법원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법원의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부동산실명법에 별도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두는 것은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 애초 대법원 판례가 부동산 명의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함으로써 명의신탁이 현재와 같이 횡행하게 되었다. 대법원에도 책임이 있는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조치 등 각계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대법원이 이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법원도 이에 부응하여 현행 입법 체계하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1) 부동산 명의신탁은 반사회적 행위인가.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반사회적 행위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견해는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서도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부동산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반사회적 행위이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2) 부동산 명의신탁은 불법인가.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라고 보면서도 민법 제746조의 ‘불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불법원인급여에서 말하는 ‘불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 개념이다. 직전까지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었던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의 인식과, 20여 년 이상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고 형사처벌을 하면서 그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해 온 현 시점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명의신탁이 불법인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이미 금융실명법의 시행과 함께 금융실명제가 확고하게 정착되었고, 부동산 거래에서도 실명제가 정착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이제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 사회 일반인의 규범 의식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3) 부동산 명의신탁에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인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에서는 만약 이를 긍정할 경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므로 헌법에 반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하지 않으면 권리변동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등기를 갖추지 않은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하여 법률에 의해 보호받을 재산권이 없다. 더구나 명의신탁자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해 등기를 마치도록 한 이상, 민법에서 보장하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이 부동산에 관한 재산권의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바로 그 법률이다. 재산권 침해 방지라는 논리로 투기, 탈세 등을 목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보호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판례 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함으로써 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4)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이 국민의 법률생활과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의도한 명의신탁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선량한 국민은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는다. 오히려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부정한다면, 명의신탁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와 탈세 등 탈법행위가 계속될 것이고, 이로 인해 법을 지키는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현재의 부동산실명법과 같이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을 무효로 하면서 위반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정한 것 이상의 입법이 가능한지도 의문이거니와,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 여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정할 일이지 입법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다카7306 판결 [면허명의변경등][공1989.1.1.(839),23] 【판시사항】 건설업면허대여의 방편으로 체결되는 건설업양도양수계약의 효력 및 불법원인급여 해당여부 【판결요지】 구 건설업법(1981.12.31. 법률 제35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4, 제38조 제8호, 제51조 제9호의 규정취지 등을 종합하면, 건설업면허의 대여계약은 동법에 위반하는 계약으로서 무효이고 건설업면허대여의 방편으로 체결되는 건설업양도양수계약 또한 강행규정인 위 동법 규정들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지만, 위 계약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반윤리적인 것은 아니어서 그 계약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건설업면허의 대여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구 건설업법 (1981.12.31. 법률 제35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4, 민법 제74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0.4.8. 선고, 80다1 판결 1981.7.28. 선고 81다145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가원건설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수창, 신기남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88.2.4. 선고 87나4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당시 설립중인 피고 회사의 발기인 대표이던 소외인은 설립될 피고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1981.5.14. 원고로부터 원고명의의 이 사건 건설업면허를 임차하면서 당시 시행되던 구 건설업법상으로는 건설업면허만을 해당 건설업으로부터 분리하여 양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다만 해당 건설업체를 양도함으로써 건설업면허가 양수인에 이전될 수 있었을 뿐이므로 부득이 위 소외인과 원고는 구 건설업법에서 인정되는 건설업양도양수인가 신청절차를 밟아 피고명의로 이 사건 건설업면허를 이전하기로 하고 위 계약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에 같은 절차를 거쳐 이 사건 건설업면허명의를 다시 원고앞으로 환원시키기로 약정한 후 피고가 같은 달18. 건축자재 판매업을 목적으로 회사설립등기를 경료한 후인 같은 해 6.8. 위의 약정에 따라 원 .피고 공동으로 부산직할시장에게 이 사건 건설업면허에 관한 건설업의 양도양수인 가신청을 하여 위 인가를 받음으로써 같은 날 이 사건 건설업면허가 피고 회사에 이전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바,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의 과정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반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제2점에 대하여, 구 건설업법(1981.12.31. 법률 제3501호로서 개정되기 이전의 것)은 건설업면허를 대여한 자에 대하여는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 제38조 제8호)함과 아울러 타인에게 건설업면허를 대여하거나 대여받아 이를 사용하는 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0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1조 제9호) 건설업면허는 해당 건설업의 양도 또는 건설업자인 법인의 합병과 함께하는 경우에만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 제7조의4)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규정 취지 등을 종합하면 건설업면허의 대여계약은 같은 법에 위반하는 계약으로서 무효이고 건설업면허대여의 방편으로 체결되는 건설업양도양수계약 또한 강행규정인 위 구 건설업법 규정들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위 계약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반윤리적인 것은 아니어서 건설업양도양수계약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건설업면허의 대여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건설업양도양수계약 형식으로 건설업면허를 대여받은 자가 이를 반환할 의무를 지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형식으로 대여된 건설업면허의 반환에 대한 약정까지 그 효력이 부인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원 1980.4.8. 선고 80다1호 ; 1981.7.28. 선고 81다145호 각 판결 참조). 원심판결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불법원인급여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배석 김주한 |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04.1.1.(193),19] 【판시사항】 [1] 불법원인급여의 요건으로서의 불법의 의미 [2]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경료된 타인 명의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그 등기에 기한 물권변동만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대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적자치 및 재산권보장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이 비록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46조[2] 민법 제746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1조, 제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공1984, 94)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1782 판결(공2001하, 1469) [2] 대법원 1980. 4. 8. 선고 80다1 판결(공1980, 12777)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18524 판결(공1991, 1175)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1307 판결(공1994상, 1444)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29126 판결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언 외 1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현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7. 11. 선고 2002나7067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바 (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 2001. 5. 29. 선고 2001다1782 판결 등 참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그 등기에 기한 물권변동만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대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적자치 및 재산권보장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이 비록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가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예비적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고, 이는 잘못이라 할 것이지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고, 나아가 피고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불법원인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기록상 나타나지 않으므로(오히려 피고는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다투었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횡령][미간행] 폐기 : 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 【판시사항】 [1]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적극)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인 탈세 목적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경료된 타인 명의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관하여 2005. 11. 1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로서, 2008. 5. 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와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2008. 5. 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에 대하여 이미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더라도 그 이전에 완성된 이 사건 범행을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 내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제4조 [2] 민법 제103조, 제746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제4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헌법 제13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2]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공2004상, 19) 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공2004하, 165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병철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0. 6. 17. 선고 2010노54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살펴본다. 1.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피해자가 대전 유성구 원내동 306-17 대지 및 지상 건물을 공소외 1 소유의 대전 유성구 원내동 (이하 지번 1 생략) 대지 233.7㎡ 및 지상 건물과 그에 인접하여 있는 같은 동 (이하 지번 2 생략) 대지 258㎡ 및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등과 교환하였는바, 교환받은 부동산 중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는 세금문제를 고려하여 피고인의 처 공소외 2 명의로 이전등기함으로써 이를 명의신탁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심리미진 등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2.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제3자 앞으로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신탁자와의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교환계약의 당사자는 피해자 공소외 3의 처인 공소외 4이고, 이 사건 부동산의 전소유자였던 공소외 1 역시 당시 위 교환계약의 당사자가 공소외 4라고 알고 있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3과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의 처인 공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이른바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명의신탁된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명의신탁과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3.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되 다만 그에 관한 등기를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이 비록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참조), 이는 탈세의 목적으로 한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진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 처 명의로 마쳐진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이 사건 범행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5. 11. 1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로서, 2008. 5. 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와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2008. 5. 8.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에 대하여 이미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불가벌적 사후행위 이전에 완성된 이 사건 범행을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 내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 아닌 2008. 5. 8.자 근저당권 설정행위에 관하여 그것이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국선변호인의 주장은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5.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6.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능환 민일영(주심) 이인복 |
그렇다면 다음의 문제는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불법한 행위이고, 또한 그것을 기초로 성립한 위탁신임과계 역시 불법적인 관계이며, 따라서 그것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논리로써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이를 긍정하는 견해들은 모두가 위탁신임관계 자체를 횡령죄의 보호대상 내지 이익이라고 보는 잘못된 시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찬동하기 어렵다.
위탁 및 보관이 법적으로 금지된 불법한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하여, 보관자에게 그 재물을 임의로 처분할 자유까지 부여할 수는 없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와 마찬가지로 명의수탁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면서 그를 처벌하고 있는 마당에는–비록 처벌의 정도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 더욱 그러하다. 타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명의신탁약정이 위법하다는 사실만으로 신탁부동산에 대한 신탁자의 소유권까지 법의 보호에서 배제시켜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 더구나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보호를 포기하기는커녕 명의신탁자의 등기회복을 강제하는 규정까지 두면서 그의 소유권을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시키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마당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부동산실명법의 전체 내용, 즉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와 그로 인한 물권변동의 무효, 그리고 소유권등기회복의 요구, 더 나아가 이행강제금을 통한 등기회복의 강제 등을 종합할 때, 부동산실명법은 오히려 신탁자의 소유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2)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하여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법질서의 통일성에 반하는가?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하는 견해들은 대부분 부동산실명법과의 법적 통일성을 내세워 아래와 같은 주장들을 하기도 한다.
(A)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부동산실명법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실명법과 충돌한다는 주장이 있다.77) 이 주장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이는 마치 부동산실명법이 처벌대상으로 삼는 명의신탁약정 내지 명의신탁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만약 횡령죄로 처벌하는 이유가 명의신탁관계 자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분명 부동산실명법과 충돌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탁부동산에 대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명의신탁약정 및 그로 인한 명의신탁관계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명의신탁약정이 유효․적법하게 된다거나 명의신탁자를 부동산실명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결과로 된다면, 이는 명백히 부동산실명법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탁부동산에 대한 신탁자(2자간의 경우) 내지 매도인(3자간의 경우)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처분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 명의신탁약정 자체를 유효․적법하게 하거나 신탁자를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실명법을 통하여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고 그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과 그 약정의 결과로써 보관하게 된 목적물을 명의수탁자가 횡령하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77) 대판 2016.5.19, 2014도6992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
물론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하여 영득하는 경우에만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이 금지되고, 또 그로 인하여 위탁신임관계가 보호를 받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발생하는 반사적 효과일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 명의신탁자의 신탁행위가 법적으로 유효․적법하게 된다거나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신탁자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사실상의 반사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여 부동산실명법과 형법 간에 규범질서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즉,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건 처벌하지 않건, 그것이 부동산실명법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바는 전혀 없다.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형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이 비록 사실상의 반사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이번에는 반대로 부동산실명법상 마찬가지로 위법한 행위를 한 수탁자가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게 될 텐데 그것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절도범에게서 그 도품을 절취하거나, 강도범에게서 그
강취품을 강도하는 경우, 절도죄나 강도죄로 처벌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인 1차 절도범 내지 강도범의 점유가 반사적으로 보호받게 될 터인데, 이 경우도 그러한 반사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면서 2차 절도죄나 강도죄를 부정할 것인가?
명의신탁약정 및 물권변동을 무효로 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온전하게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명의신탁자가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음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은 오히려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과 그 법이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목적 달성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78) 즉,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을 희생시킴으로써 그 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할 당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이 추구하는 두 가지 목적, 즉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목적과 경제 내지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사회․경제적 목적을 조화롭게 달성하는 방법이 된다. 또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부동산실명법이 제3자의 권리취득을 인정하는 것도 부동산 거래질서의 안정을 위한 것일 뿐, 결코 신탁자의 재산권 보호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을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과의 법적 통일성을 해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79) 결과적으로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실명법과의 통일성을 이유로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함으로써 횡령죄의 성립까지 부정하려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
78) 대판 2019.6.27, 2013다218156. 79) 같은 취지, 서보학, 앞의 논문, 100면 |
(B)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있다.80) 이 주장을 달리 말하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법의 적용이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곧 소유권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형벌법규를 단편적인 사회․경제적 목적의 실현을 추구하는 부동산실명법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형법의 독자성이나 규범의 체계적 지위를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명의신탁관계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를 비범죄화 함으로써 명의신탁의 악용방지라는 사회적 목적 내지 부동산실명법의 정신에 형법이 부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81) 있는데, 이는 재산관계의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필요불가결한 공적 질서를 추구하는 형법규범과 단편적인 사회․경제적 목적을 추구하는 부동산실명법 간의 규범체계적인 위상관계를 정확하게 포착한 아주 적절한 견해로 보인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경책으로 삼을만하다.
80) 박상기, 앞의 논문, 273면; 대판2016.5.19, 2014도6992 81) 박달현, 부동산실명법의 시행과 부동산명의신탁의 형사법적 문제점 검토, 비교형사법연구 제6권 제2호(2004), 109면 이하; 배종대, 앞의 책, [74]/27; 이보영, 앞의 논문, 319면; 최병각, 앞의 논문, 60면. |
그리고 사회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위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즉, 명의수탁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시키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적극 살리는 효과를 가져 올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명의신탁약정이 횡행하는 이유는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반사적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이 아니라, 대법원도 민사판결에서 적절히 판시하고 있듯이,82)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에 대한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3)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하여 횡령죄로 처벌하면 형법의 최후수단성․보충성에 반하는가?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적 해결 -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 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부동산실명법 자체의 처벌규정에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횡령죄의 처벌을 개입시키는 것은 형법의 최후수단성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83)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일뿐, 명의수탁자가 신뢰관계를 위반하여 명의신탁자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횡령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적으로 불문에 부치고 부동산실명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불법의 내용과 실질이 완전히 다른 사안(소유권침해)에 대하여 입법의 목적과 성격이 전혀 다른 처벌규정(부동산실명법)의 적용으로 만족하자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84)
83) 문영식, 앞의 논문, 314면. 84) 강지현, 앞의 논문, 113면; 서보학, 앞의 논문, 102면. |
또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하여 민사적 해결 -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 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든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적어도 법제도적으로는 모두 민사적 해결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재산범죄로 규율하는 것은 민사적 해결만으로는 재산권보호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하여 과연 횡령죄의 규범목적인 소유권의 보호가 보장될 수 있을까? 행
위자로부터 부당이득을 반환받는 것은 횡령죄의 목적이 아니다. 재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그 재물의 소유권 자체를 향유하도록 하려는 것이 횡령죄의 목적이다. 또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재산이 명의수탁자에게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민사적 대처만으로써는 절대로 형사적 대처를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끊임없이 명의수탁자를 유혹하는 불법영득의 충동을 과연 부당이득반환이라는 민사적 제도를 통하여 통제할 수 있을까? 민사적 해결수단을 가지고는 절대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적 통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Ⅳ. 맺는 말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다. 보관이란 재물에 대하여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을 갖는 상태를 의미하며, 부동산에 대한 지배는 부동산을 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이어야 하고, 위탁이란 재물을 위탁의 의미 내에서만 취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기초로하여 재물의 지배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신뢰에 기초한 위탁관계는 법적으로 유효한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위탁관계로 족하고, 위탁관계의 성립은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소유자가 아닌 제3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위탁관계가 제3자와 보관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위탁이 소유자의 이익 또는 의사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한 문제는 소유자와 위탁자 간의 문제일 뿐이고, 위탁자와 보관자 사이의 인적 관계를 가리키는 위탁신임관계에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도범이 도품을 지인에게 보관시키는 경우에도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형법적인 보호가치성의 여부도 위탁신임관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의 객체를 위탁신임관계에 의한 보관물로 한정하고, 횡령죄의 주체를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한정하며, 횡령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한 영득으로 특정 하는 의미와 기능을 갖는 구성요건표지일 뿐이다. 위탁신임관계 그 자체는 횡령죄의 보호이익 내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의 형법적 보호가치성의 여부는 횡령죄의 구성
요건과는 무관한 문제이다. 물론 위탁관계의 원인행위가 민법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로 평가됨으로써 소유권이 보관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위탁신임관계의 문제 이전에 보관자의 입장에서 이미 타인의 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횡령죄의 주체를 위와 같이 해석할 때, 부동산의 명의수탁자는–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를 제외하면–대외적으로 유효하게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보관자에 해당하고, 그 보관자의 지위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횡령죄의 주체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탁신임관계의 원인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위법하므로 신탁자와 수탁자 간에 ‘법
적인’ 위탁신임관계를 긍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그러한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횡령죄가 요구하는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제한되지 않는 한, 보호가치성이 없다는 사실이 위탁신임관계를 부정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게 되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법적 통일성에 반한다거나 형법의 보충성에 어긋난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나 그것과 실질적으로 차별화 되지 않는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또는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등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으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법원은 앞으로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까지 횡령죄의 세계에서 내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중간생략등기형명의신탁의 경우를 횡령죄의 세계로 다시 복귀시키고,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까지 새롭게 횡령죄의 세계로 편입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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