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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와 배임죄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검토(민사계약)-류부곤 (2023)

모두우리 2024. 2. 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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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와 배임죄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검토-류부곤  
- 민사상 계약관계에 위배되는 처분행위를 중심으로 -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과 이중매매, 담보권설정 등의 계약에 따라 형성된 관계에서 그러한 계약의 내용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례에 대해 횡령죄나 배임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어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명의신탁의 경우 종래 다수 유형의 명의신탁사례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각 유형별로 순차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차례로 내어놓고 있다. 배임죄와 관련해서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종래의 입장을 유지(배임죄 성립)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부동산 이중저당, 동산 양도담보물의 처분에 대해서는 종래와 달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글에서는 횡령죄나배임죄라는 범죄성립의 근거가 되는 형사법적 가벌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최근의 대법원 판결의 변화가 이러한 형사법적 가벌성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반영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명의신탁 사례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형사의 행정종속화’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명의신탁계약에 대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제효과를 곧바로 ‘형사적으로 소유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법적 근거’로 치환하여 신뢰위탁관계를 악용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행위자를 결과적으로 형법적가벌성의 영역에서 배제하는 것은 행정규제법의 취지에 형법적 가벌성 판단을 전적으로 일치시키는 것으로 재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배임죄의 본질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는 범죄로 해석하면서, 사회경제적 질서에 대한 신뢰에서 사무를 위임한 재산권자의 형법적 보호필요성이 도출된다면, 채권자의 담보물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대법원의 입장역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차 례
Ⅰ. 논의를 시작하며
Ⅱ. 명의신탁과 횡령죄
Ⅲ. 배임죄의 성립에 대한 판례의 동향
Ⅳ. 결어를 대신하여 –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Ⅰ. 논의를 시작하며   


   형법각론의 해석론에서 횡령죄와 배임죄는 상대적으로 난해한 부분이다. 그 이유는 횡령과 배임의 형사법적 개념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으나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례들은 다양한 민사법적 거래관계를 기반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횡령죄와 배임죄는 ‘위탁관계’, ‘재물의 보관’, ‘타인의 사무’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때의 위탁이나 보관, 사무의 타인성 등의 법적 상태는 수많은 민사법적 계약관계나 물권적 권리의 민사법적 효과에 의해 발생한다. 단적인 예로 부동산의 ‘보관’이라는 개념은 통상 ‘등기명의’의 존재여부로 판단되는데, 특정인이 부동산의 등기명의자가 되는 법적원인은 매매계약을 비롯하여 증여, 담보권설정, (이 글의 논의대상인) 명의신탁약정 등으로 다양하고, 이러한 각각의 원인행위도 계약의 형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 계약당사자의 지위, 의사, 계약법상의 무효나 취소의 사유 혹은 계약과 관련한 강행법규, 단속규정 등의 존재에 따라 법적 효과의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횡령죄와 배임죄를 연구하는 형법학자는 민법공부를 해야만 한다.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횡령죄와 배임죄를 가르치는 시간에는 단편적이나마 민법강의가 우선하여 행해진다. 그러다보니 특정한 사안에서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립여부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부터 민법이론의 논의로 상당부분이 채워지는 것을 접하게 된다. 특히 민사법학계에서 그 법적효과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활발한 계약관계를 기반으로 횡령이나 배임이 문제되는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이 글에서 다루는 대상사례 중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동산에 대해 양도담보를 설정한 사례의 경우 해당 담보설정방식이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비전형담보의 예이다 보니 양도담보의 목적물이 된 동산의 소유권에 대해 민법학계의 논의가 활발하고, 이러한 논의는 형사법학자에 의해 횡령죄나 배임죄의 성립여부를 논의함에도 상당한 지면이 할애되어, 형사법학자가 민법학계의 여러 학설 중 하나를 골라 그 타당함을 논증하여 범죄성립의 여부에 관한 논거로 사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형법상의 횡령죄나 배임죄 –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재산죄 전반 – 가 민사법적인 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형법에서 가벌성을 부여하는 근거나 가치와 민법에서 권리관계의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다시말해 횡령죄와 배임죄가 민사법의 법리가 지배하는 법적 질서를 궁극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고 하여 범죄의 성립여부 자체가 그러한 민사법리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형법의 논의에서 민사법리는 보호의 대상을 확인하고 확정하는 의미를 가질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민사법적) 침해행태를 범죄로 규정할 것인가는 횡령죄나 배임죄라는 범죄에 대해 부여된 형사법적 가벌성의 유무로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과 이중매매, 담보권설정 등의 여러 계약에 따라 형성된 관계에서 그러한 계약의 내용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례에 대해 횡령죄나 배임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어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명의신탁의 경우 종래다수 유형의 명의신탁사례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각 유형별로 순차적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차례로 내어놓고 있다. 배임죄와 관련해서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종래의 입장을 유지(배임죄 성립)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유력한 반대의견이 제기되었으며, 부동산 이중저당, 동산 양도담보물의 처분에 대해서는 종래와 달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변화가 바람직하고 타당한 근거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 글에서는 횡령죄나 배임죄라는 범죄성립의 근거가 되는 형사법적 가벌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최근의 대법원 판결의 변화가 이러한 형사법적 가벌성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반영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명의신탁과 횡령죄  


    최근 대법원은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처분한 경우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판례변경은 사실 2016년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한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때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었다. 결국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 대한 판례변경을 통해 대법원은 모든 명의신탁 사례에서 적어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립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학계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면서 제시한 ‘형법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법원의 결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의견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의 입장변화 과정에 대해 기술하고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내용을 분석해본다. 


1. 명의신탁관계에서 수탁부동산을 처분한 수탁자의 죄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가. 명의신탁의 유형과 횡령죄 성부에 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 약정에 근거하여 부동산의 등기명의자가 된 명의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형법상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종래 특정 유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변경하여, 모든 유형의 명의신탁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크게 3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2자간 명의신탁’으로 단순히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신탁자 소유의 부동산소유권 등기를 수탁자의 명의로 이전하는 것이다. 둘째는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1)으로, 부동산의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거래를 함에 있어 매수인이 제3자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해당 매매거래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의 등기명의이전을 매도인에서 수탁자에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부동산 매매거래의 당사자는 ‘매도인과 매수인(신탁자)’이지만 등기명의이전의 당사자는 ‘매도인과 수탁자’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계약명의신탁’으로, 부동산의 실제 매수인인 신탁자가 제3자인 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은 후, 수탁자가 해당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으로부터 등기명의를 이전받는 형태이다. 이 경우는 부동산 매매거래의 당사자와 등기명의이전의 당사자가 공히 ‘매도인과 수탁자’인 경우이고,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임함에 있어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인지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해당 매매계약의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1) 많은 문헌과 교과서에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 칭하는 경우이다. ‘매도인-매수인(신탁자)-수탁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매수인(신탁자)을 건너뛰고 매도인에서 곧바로 수탁자로 등기이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중간생략’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전형적인 중간생략등기 사례와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혼동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중간생략등기 사례는 소유권(실체적 권리)의 이전 자체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해당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등기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의신탁 사례는 단지 소유권(실체적 권리)의 귀속주체와 등기명의의 귀속주체가 다를 뿐 소유권 이전 계약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하나만 존재하고, 등기 이전만을 신탁자인 매수인이 아닌 수탁자에게 하기로 당사자들 간에 합의한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으로부터 수탁자에게 이루어지는 등기이전에 무언가 ‘생략’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명의신탁의 유형 중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처분하면 신탁자를 피해자로 하는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계약명의신탁 중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선의)에는 매도인과 수탁자 간의 매매계약이 완전히 유효하고 수탁자가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2) 수탁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어서 횡령죄의 성립
여지가 없고3), 설령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인지한 경우(악의)라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매도인
과 수탁자 간에는 아무런 신임관계가 없음을 이유로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4)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단서.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3) 대법원 20 .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4)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횡령·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집48(1)형,277;공2000.5.15.(106),1101]

【판시사항】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 그 수탁자가 형법 제355조 제1항 소정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제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공2000상, 884)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8. 11. 24. 선고 98노5434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6년 9월 초경 공소외 1 외 9인과 함께 태백시 (주소 생략) 임야 43,737㎡ 중 7,237/43,737지분을 매수하되, 다만 편의상 피고인이 단독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등기명의도 피고인의 단독 명의로 하여 두기로 약정한 다음, 피고인이 그 소유자인 공소외 2와 매매대금을 3억 4,00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토지 지분을 매수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1996. 10. 25. 피고인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매매계약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단독으로 이 사건 토지 지분을 매수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공소외 2도 피고인이 단독으로 매수하는 것으로 안 사실, 그 후 1997. 6. 19.에 이르러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 지분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제일은행, 채권최고액 4억 6,000만 원인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 지분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근저당권 설정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동산 명의신탁상의 소유권 귀속이나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이임수 송진훈(주심)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공2013상,110]

【판시사항】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방식으로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나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위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고, 그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임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제2항, 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455 판결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공2009상, 905)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4129 판결(공2012상, 148)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정대영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1. 5. 20. 선고 2011노3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 참조),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455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경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고, 그가 제3자와 사이에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임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또는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공소외 1이 천안시 서북구 군동리 (지번 생략) 밭 2,92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도하면서 매매계약 당시 실제 매수인은 이 사건 피해자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이 사건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뿐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사실인정을 한 다음,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공소외 2 농업협동조합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명의신탁 약정은 매수인 측의 명의신탁 약정 사실을 매도인이 알면서 명의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그와의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달리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횡령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도258 판결
[횡령][공2000.11.1.(117),2160]

【판시사항】

[1] 부동산 입찰절차에서 수인이 대금을 분담하되 그 중 1인 명의로 낙찰받기로 약정하여 그에 따라 낙찰이 이루어진 후 그 명의인이 임의로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그 처분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소극)  

[2] 법원이 횡령죄로 공소제기된 사건을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배임죄로 인정하여 처벌하지 않은 것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 입찰절차에서 수인이 대금을 분담하되 그 중 1인 명의로 낙찰받기로 약정하여 그에 따라 낙찰이 이루어진 경우, 그 입찰절차에서 낙찰인의 지위에 서게 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므로 입찰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은 경락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자가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 할 것이므로 그 부동산은 횡령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이라고 볼 수 없어 명의인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2] 법원이 횡령죄로 공소제기된 사건을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배임죄로 인정하여 처벌하지 않은 것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646조의2[2] 형법 제355조 제1항, 제2항, 형사소송법 제29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대법원 2000. 4. 7. 선고 99다15863, 15870 판결(공2000상, 1138)

[2]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공2000상, 109)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법 1999. 12. 24. 선고 99노222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한다. 

그런데 부동산 입찰절차에서 수인이 대금을 분담하되, 그 중 1인명의로 낙찰받기로 약정하여, 그에 따라 낙찰이 이루어진 경우 그 입찰절차에서 낙찰인의 지위에 서게 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므로, 입찰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은 경락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자가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0. 4. 7. 선고 99다15863, 15870 판결 참조). 

피고인이 1997년 12월경 피해자 및 공소외 1과 사이에 3인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경매물건인 이 사건 대지를 피고인 명의로 낙찰받은 다음 이를 전매하여 그 차익을 출자가액 비율로 나누기로 약정한 후, 1997. 12. 9. 입찰기일에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211,700,000원에 매수신청한 결과 같은 달 29일 낙찰허가결정을 받고 3인이 공동으로 분담하여 1998. 1. 9. 그 대금을 완납하였는데, 피고인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평소 금전거래를 해오던 공소외 2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그 차용금 및 기존채무 변제를 위하여 같은 해 3월 5일경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동의 없이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과 동시에 공소외 2 명의로 채권최고액 145,000,000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이 사건 대지 211,700,000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및 공소외 1과 이 사건 대지를 피고인 명의로 낙찰받은 다음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하여 그 차익을 각자 분담한 경락대금비율로 나누기로 약정하였고, 그 약정을 이 사건 대지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비추어 그 약정은 무효이고,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낙찰허가결정을 받아 그 경락대금을 완납한 이상 이 사건 대지는 대외적으로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피고인의 소유라 할 것이어서 횡령죄의 객체가 되는 타인의 재물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근저당권설정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며, 상고이유에서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심리미진 주장에 관하여

이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원심이 공소제기된 횡령죄에 대해서만 심리·판단한 것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이용우 이강국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집50(2)민,409;공2003.2.15.(172),452]

【판시사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같은 법 소정의 유예기간이 경과하여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의 대상(=당해 부동산 자체) 

【판결요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위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진 다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 등을 하지 않고 그 기간을 경과한 때에도 같은 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여 제4조의 적용을 받게 되어 위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바,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비용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이고, 위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에 따라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당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참조조문】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3조, 제4조, 제11조, 제12조, 민법 제741조, 제747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4. 6. 선고 99나3430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추가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소외인 명의로 신동아건설 주식회사(이하 '신동아건설'이라고 한다)가 신축·분양하는 이 사건 부동산을 분양받기로 하고 1992. 11. 3. 소외인의 승낙하에 수분양자를 소외인으로 하여 신동아건설과 이 사건 부동산의 분양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1995. 3. 16. 소외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그 후 소외인이 1997. 7. 20. 사망하자 피고가 1997. 12. 1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하고 있는바,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고가 소외인과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인 소외인의 명의로 신동아건설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서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소정의 유예기간 내에 그 실명등기를 마치지 아니하여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11조에 의하여 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었다고 하고 나서, 나아가 이와 같이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된 이상 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소외인으로부터 이를 상속받은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할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제1차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참조),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위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진 다음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 등을 하지 않고 그 기간을 경과한 때에도 같은 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여 제4조의 적용을 받게 되어 위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바,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비용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이고, 위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실명법 시행에 따라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당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부동산실명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한 이 사건 제1차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동산실명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이유에서, 원고 등이 소외인의 예금통장에서 7,000만 원을 인출하여 갔다는 이유를 들어 위 금원에 대한 상계의 주장을 하였음에도 원심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 대리인이 2000. 3. 9. 원심 제4차 변론기일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이 기재된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나, 이는 원고의 주위적 또는 예비적 청구 중 금전청구가 인용되는 경우 이를 수동채권으로 상계한다는 취지의 가정적 항변을 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원심이 금전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청구만을 인용한 이상 위 상계의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 변재승(주심) 윤재식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도6740 판결
[무고·모해위증·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 이때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소극)  

[2]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공2013상, 110)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공2013상, 196)
[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도8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강신중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4. 5. 15. 선고 2013노14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가. 무고와 모해위증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소외 2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고소하여 공소외 1을 무고하고,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2의 돈으로 위 각 토지를 매수했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 토지를 담보로 보성산림조합에서 대출받는 데 동의한 적이 없으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토지를 인근의 공소외 1 소유 토지와 함께 팔아 주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무고죄에서 허위의 신고와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대하여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인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광산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신탁하였는데, 피고인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대출금 채무에 대한 담보로 위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이를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광산 토지에 관한 소유이전등기 명의를 신탁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의 내용에 따라서는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명의신탁약정이 어떠한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더 심리한 후에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명의신탁약정과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횡령의 점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하되, 원심이 그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한다. 

2. 피고인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동피고인 1 앞으로 매수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횡령][공2013상,196]

【판시사항】

[1]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방식으로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진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갑과 체결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갑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후 갑의 허락 없이 이를 을에게 매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러한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졌다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나아가 그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또 명의신탁약정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그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과 체결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갑이 조합측으로부터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후 갑의 허락 없이 이를 을에게 매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매수인 명의의 대여는 갑과 피고인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여 아파트 분양계약의 매수인 지위에 있는 것은 피고인이고 나아가 매도인인 조합측은 갑과 피고인의 명의대여관계를 알고 있었으므로 아파트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아파트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갑은 달리 아파트 자체를 취득할 법적 가능성이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내지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공2009상, 905)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4129 판결(공2012상, 148)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공2013, 109)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길운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0. 7. 27. 선고 2010노1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러한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졌다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2168 판결 참조). 나아가 그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또 명의신탁약정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그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된 사람이 비록 제3자와의 약정에 기하여 계약자 명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명의대여의 약정은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고 자신의 명의로 위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매매당사자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지번 생략) 소재 ○○아파트 14층 1402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는 피해자 공소외 1이 매수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이라고 인정한 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 아파트를 공소외 2에게 매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가 1992년경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였으나 당시 피해자가 서울 지역 3년 이상 거주라는 수분양자격을 갖추지 못하여 건설사, 그리고 매도인인 조합측의 권유로 그 자격요건을 구비한 타인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사실, 이에 피해자가 위와 같은 자격요건을 갖춘 피고인에게 매도인과의 분양계약 체결을 부탁하여 피고인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매도인과 피고인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분양계약이 체결된 사실, 피해자가 위 분양계약 체결에 따른 분양대금을 지급한 후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 피고인이 매도인측과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계약의 효과를 피해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 및 계약체결 전후의 사정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위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대여관계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여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매수인의 지위에 있는 것은 피고인이고 나아가 매도인인 조합측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위와 같은 명의대여관계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이 사건 아파트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로서는 달리 이 사건 아파트 자체를 취득할 법적 가능성이 없는 것이어서,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죄 인정에 요구되는 ‘이 사건 아파트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내지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주심) 박병대 김창석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도6740 판결
[무고·모해위증·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 이때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소극) 

[2]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 (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공2013상, 110)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공2013상, 196)
[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도8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강신중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4. 5. 15. 선고 2013노14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가. 무고와 모해위증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소외 2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고소하여 공소외 1을 무고하고,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동피고인 2의 돈으로 위 각 토지를 매수했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위 토지를 담보로 보성산림조합에서 대출받는 데 동의한 적이 없으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토지를 인근의 공소외 1 소유 토지와 함께 팔아 주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무고죄에서 허위의 신고와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에 대하여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인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광산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신탁하였는데, 피고인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대출금 채무에 대한 담보로 위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이를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광산 토지에 관한 소유이전등기 명의를 신탁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의 내용에 따라서는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명의신탁약정이 어떠한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더 심리한 후에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명의신탁약정과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횡령의 점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하되, 원심이 그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전부 파기한다. 

2. 피고인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모해할 목적으로 광주지방법원 2010고단2311호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 사건에서 증인으로 선서한 다음 공소외 1이 이 사건 담양 각 토지를 공동피고인 1 앞으로 매수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모해위증죄에 있어서의 허위의 진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반면 2자간 명의신탁과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즉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구체적 이유설시 없이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5)한다고 하였고,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6)한다고 하면서, 추가하여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 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7)고 판시하여 신탁자와 수탁자 간에 존재하는 명의신탁약정에 근거하여 수탁자에게 위탁신임관계에 기한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해당 명의신탁약정과 등기이전이 모두 (민사상) 무효가 된다는 사정이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5)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
6)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7)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
[횡령][공2000.4.15.(104),884]

【판시사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자가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적극) 

【판결요지】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제1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전정수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1999. 11. 5. 선고 98노272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 구금일수 중 9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은 피해자 ○○○이 신축하여 원시 취득한 건물로서 원심공동피고인 명의로 신탁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한 것인데, 피고인이 명의신탁사실을 알고도 원심 공동피고인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의 처 공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채증법칙 위반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명의수탁받은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횡령죄의 공동정범을 구성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그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지창권 서성 유지담(주심)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횡령][공2002.1.15.(146),220]

폐기 : 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  

【판시사항】

[1]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립 여부 (적극)  

[2] 명의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의 일부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고, 이어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경우, 그 반환거부행위는 그 금원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닌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명의수탁자가 신탁 받은 부동산의 일부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고, 이어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경우, 부동산의 일부에 관하여 수령한 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였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부동산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금원 횡령죄가 성립된 이후에 수용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것은 새로운 법익의 침해가 있는 것으로서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항[2]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공2000상, 884)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공2000상, 1101)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00. 7. 7. 선고 99노256 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부동산을 그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명의신탁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매수한 공주시 ○○면 소재 1,491㎡를 1992. 1. 6. 피고인 앞으로 막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보관하던 중, ① 1996년 10월 위 전의 일부인 70평에 대한 토지수용보상금 19,370,000원 중 5,370,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고, ② 1998. 3. 5. 공소외 1로부터 위 전의 소유명의를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거부하여 시가 금 1억 원 상당의 위 전을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임의소비와 반환거부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소정의 유예기간 경과에 의하여 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로 복귀하고,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은 위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피고인에게 무효인 그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토지보상금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공소외 1이 매도인을 대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반환을 요구한 데 대하여 이를 거부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반환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판시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에 관하여 수령한 수용보상금 중 일부를 소비하였다고 하여 객관적으로 위 부동산 전체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외부에 발현시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금원 횡령죄가 성립된 이후에 수용되지 아니한 나머지 부동산 전체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것은 새로운 법익의 침해가 있는 것으로서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 할 수 없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도 수용된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횡령한 것이라는 취지로 볼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ㆍ횡령]〈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21상,668] 

【판시사항】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 / 횡령죄 성립에 필요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탁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같은 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된다(제7조).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1]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801)
[2]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변경)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공2000상, 884)(변경)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도1906 판결(변경)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893 판결(변경)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009 판결(변경)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5547 판결(공2010상, 68)(변경)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944 판결(변경)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공2015하, 1459)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권종무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10. 27. 선고 2016노312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무죄 부분에 관하여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된다(제7조).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위 대법원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도1906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893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009 판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5547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944 판결 등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판결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박상옥(주심)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소유권말소등기][공2021하,1238]

【판시사항】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은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간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관계가 아니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②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및 증명책임의 부담과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③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권은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는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명의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명의수탁자의 행위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④ 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공2008상, 288)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하, 1423)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66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봉근)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7. 7. 선고 2015나534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 2는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2의 처인 피고 1에게 2억 7,500만 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2012. 3. 2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나. 피고 2는 2012. 10. 30.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1 명의로 소외인에게 3억 원에 매도하였고,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원고는 2013. 8. 무렵 피고들이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처분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피고들을 형사 고소하였다. 검사는 피고 1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 2에 대하여는 울산지방법원 2014고단2066호로 기소하였고, 피고 2는 2015. 7. 23. 횡령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같은 법원 2015노946호로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도 피고 2에 대한 유죄가 유지되었으나,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1. 4. 1. 선고 2017도3997 판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2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아 피고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원고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임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매도함으로써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횡령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 1이 피고 2의 횡령행위에 가담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하였으므로, 피고 2와 공동하여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먼저 피고들의 상고이유 중 피고 2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이를 전제로 양자간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처분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대법원은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간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관계가 아니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2)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및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참조). 

(3)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는 그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명의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명의수탁자의 행위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4) 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2가 원고와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원고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 2는 원고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임의로 매도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판단 부분은 변경되기 전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 더 이상 타당하지 않지만,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로부터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처분함으로써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한편 피고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1이 피고 2의 횡령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고 한 원심판단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지만, 피고 1이 고의 또는 과실로 피고 2의 이 사건 부동산 매도행위에 협력하였다고 보아 피고 1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이기택 김선수 노태악(주심)   


나.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2자간 명의신탁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변화  


  그런데 대법원은 2016년에 먼저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례에 대해 입장을 바꾸었다. 대법원은 2016년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례에 대해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8)고 하여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여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가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대법원은 2021년에 이르러 이러한 입장변화의 맥락을 2자간 명의신탁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변경9)하였다. 

8)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판결 
9)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및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ㆍ횡령]〈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위반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21상,668]

【판시사항】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 / 횡령죄 성립에 필요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탁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같은 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된다(제7조).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1]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801)
[2]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공1999하, 2384)(변경)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공2000상, 884)(변경)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도1906 판결(변경)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893 판결(변경)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009 판결(변경)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5547 판결(공2010상, 68)(변경)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944 판결(변경)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공2015하, 1459)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권종무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6. 10. 27. 선고 2016노312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무죄 부분에 관하여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된다(제7조).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위 대법원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170 판결,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5227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도1906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893 판결,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009 판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5547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944 판결 등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판결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박상옥(주심)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다.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2자간 명의신탁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의 논거


   대법원은 2016년에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했던 주요 논거를 2021년 2자간 명의신탁에서도 횡령죄가 부정된다는 논거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형법상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한 위탁관계는 일정한 ‘보호가치’를 가진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위탁관계는 사용대차ㆍ임대차ㆍ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ㆍ관습ㆍ조리ㆍ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10)고 하였다. 

10)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판결 및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판결.


   그러면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11)는 민사법적 판단을 근거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함으로써 명의신탁관계에 의해 형성된 신탁자와 수탁자의 위탁관계는 횡령죄가 성립할만한 보호가치가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논증을 구조화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 → 원인행위 무효 →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있는 신임관계 부정 → 불법적인 사실상 위탁관계 존재 → 횡령죄부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1)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참조  


2. 명의신탁과 횡령죄의 성부에 대한 학계의 동향과 평가  


가. 대법원 판결의 변화에 대한 학계의 평가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사례와 2자간 명의신탁의 사례에서 공히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대법원의 입장변화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명의신탁에 의해 사실상으로는 존재하는 수탁자의 ‘보관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에있다. 종래의 입장이 소유권의 소재 등에 대한 민사법적 논란에 근거하여 ‘보관상태’의 존재 자체에 대해 주로 긍정하는 결론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최근 대법원의 입장변화는 이전에 논의되었던 위탁관계와 보관의 사실상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을 하면서 그러한 위탁관계와 보관상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계의 평가는 다시금 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성립요건인 신임에 기한 위탁관계에 대해서 일단 학계의 (상대적)다수견해는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관계여야 한다고 보면서12)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형사법적 금지의 대상이 되는 명의신탁약정에 근거한 위탁관계는 그러한 보호가치가 인정되지않아서 대법원의 입장과 같이 횡령죄의 성립이 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13) 반면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의 구성요건과 무관한 요소이므로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신임관계여야 할 이유가 없어서14)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있다. 

12) 강동범, “등기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처분과 횡령죄의 성부”, 법조 통권 제78호, 2016, 615면; 조기영, “재산범죄와 보호할 가치있는 신탁관계”, 형사법연구 제26권 제1호, 2014, 115면; 원혜욱/김자영,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법연구 제28권 제3호, 2016, 137면; 천진호, “명의신탁부동산 처분행위의 형사책임”, 형사판례연구 제11권, 박영사, 2003, 224면 등. 
13) 강동범, 위의 논문, 615면; 민만기, “양자간 부동산명의신탁에서 수탁부동산의 처분과 횡령죄의 성부에 관한 고찰”, 법조 제70권 제4호, 2021, 532면.
14) 문채규, “횡령죄의 주체와 부동산명의수탁자의 지위”, 형사법연구 제32권 제2호, 2020, 126면. 관련하여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법률상 관계가 아닌 사실상 관계로 족하므로 이를 판단할 는 견해로 김성돈, 형법각론 제6판, SKKUP, 2020, 429면; 임웅, 형법각론 제9전정판, 법문사, 2018, 478면.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견해의 주된 논거로는 형법의 최후수단성에 비추어 형법이 보호하여야 하는 신뢰관계로 횡령죄의 적용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15)과 사기죄나 횡령죄의 경우에는 일정한 신뢰관계의 존재가 필요하므로 피해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자신의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보호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았다면 당해 구성요건에 의한 보호는 부정되어야 한다는 점16)이 제시된다.  

15) 강동범, 앞의 논문, 614면; 원혜욱/김자영, 앞의 논문, 137면.
16) 조기영, 앞의 논문, 101면 이하


   반면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를 가질 것을 요하지 않는다는 견해는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은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양태 내지는 방식에 해당하는 요소로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은 횡령죄의 행위양태를 결정하는 행위관련적요소일 뿐 법익관련적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고, 따라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에서 주체와 객체를 특정하는 의미와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을 통한 영득만이 횡령죄의 영득에 해당한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17)  

17) 문채규, 앞의 논문, 125면 이하.


   종래에도 2자간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횡령죄의 성립여부에 관해 찬반의 논의가 있었다.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입장은 주로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자에 귀속되는 것이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법적 효과18)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반면 부정설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무효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상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등기의 이전행위는 반사회적인 성격을 가진 불법원인급여와 같이 보아야한다는 점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소유권의 소재는 명의신탁자에게 인정하면서 사실상의 차원에서는 수탁자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이 논의는 수탁자의 보관상태와 그에 관한 위탁관계의 형사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로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의신탁자와 수탁자의 관계를 ‘완전한 소유-위탁
관계’로 보는 관점과 ‘불법한 관계’로 보는 관점과 같이 양극단에 있던 논의가 ‘위탁관계의 정당성’이라는 중간적ㆍ절충적 논의의 장으로 모여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립하는 견해들의 근본적인 시각의 출발점은 여전히 종래의 시각 – 위탁관계를 정당하게 보는 시각과 불법한 관계로 보는 시각 – 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유권은 당연히 원소유자인 신탁자에게 여전히 남아있다는 해석이다


나. 학계의 논의에 대한 검토  


   횡령죄의 특징에 대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은 불법적인 것이 아닌 한 그것이 법률적이건 사실적이건 무관하며 어떤 사유로건 타인의 재물을 행위자가 보관하게 된 경우, 그 타인과의 약정과 신뢰에 근거하여 보관하게 되었고 그 신뢰관계의 위반으로 인해 타인의 재산을 침해했다는 점”이라는 설명19)에서 횡령죄를 다른 재산범죄와 구별할 수 있는 특징적 요소로 ‘신뢰관계의 위배’라는 것을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으로부터 위배한 신뢰관계가 애초에 형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곧바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횡령죄에서의 위탁신임관계를 단순한 행위관련적 요소로 보아“횡령죄에서의 위탁신임관계는 절도죄의 점유와 같고,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의 배신은 절도죄의 점유침탈과 같으며, 횡령죄에서 위탁신임관계의 보호가치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은 절도죄에서 점유의 보호가치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과 같다”20)는 주장은 일면 타당한 면이 있어 보인다. 횡령죄에서의 위탁신임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주장이 사실존재차원의 위탁신임관계를 넘어서서, 구성요건이 명문으로는 규정하고 있지 않은, ‘규범적인 보호가치’ 혹은‘규범적인 가치를 내재한 특별한 위탁신임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론이라면 이러한 반론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19) 류화진, “횡령죄의 위탁 관계에 관한 소고”, 원광법학 제36권 제1호, 2020, 29면.
20) 문채규, 앞의 논문, 126면.


   그러나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신임관계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드시 그러한 구성요건에 대한 ‘제한해석’에 해당21)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절도죄에서 점유의 보호가치성이 별도로 문제되지는 않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형법상 보호되는 점유의 개념은 충족을 해야 한다. 즉 형법상 점유는 일반적으로는 사실상 상태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규범적 평가에 의해 확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한
다.22) 이러한 차원에서 횡령죄의 요건이 되는 위탁신임관계도 ‘위탁’과 ‘신임관계’의 의미에 관한 형사법적인 기본요건의 충족이 요구되며 여기에 규범적 평가가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 특히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사례와 같이 위탁이나 신임이 사실의 차원에서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법적 해석이나 평가의 대상인 ‘계약’이나 ‘등기’와 같은 법률행위나 제도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경우라면 이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위탁 자체의 위법성이 중하여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반사회성을 띄는 경우에는 보호객체라고 할 수 없어서 결과불법이 인정될 수 없다”거나 “위탁관계의 확장을 차단하는 보호가치성은 형벌발동의 적정성을 조정해주는 불문의 구성요건요소”라는 설명23)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1) 조기영 교수는 장물범이 본범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관 중인 장물을 횡령한 경우 본범과 장물범 사이의 사실상 신뢰관계는 형법적으로 보호할 가치있는 신뢰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해석론에 대해 목적론적 축소해석과는 구별되는 구성요건에 대한 제한해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기영, 앞의 논문, 111면 
22) 점유물의 분실사례나 음식점에서의 식기사용, 결혼식장에의 축의금 사례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23) 이승준, “양자간 명의신탁과 횡령죄의 성부”, 비교형사법연구 제23권 제1호, 2021, 15면.


   그렇다면 논의의 초점은 횡령죄에서의 위탁신임관계가 형법상 보호가치가 있는 관계여야 하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한 위탁신임관계의 규범적 의미에 맞추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횡령죄의 전제가 되는 위탁신임관계가 (사실상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부정되는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이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법적 효과에 의해 명의신탁약정에 근거한 위탁신임관계가 횡령죄가 성립하기위한 위탁과 신임의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는 결론적 평가에 다름아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24) 마찬가지로 학설도 부동산실명법의 의미를 형법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횡령죄의 성립여부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5)  

24) 종래 대법원이 명의수탁자에 대해 단순히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에 대해서도 이것이 재물의 타인성을 부정한다는 것인지 신임관계에 기한 위탁보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조기영, 앞의 논문, 116면 참조. 
25)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신임관계의 보호가치성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문채규 교수도 부동산명의신탁의 경우에 대한 보호가치성과 법질서의 통일성 등을 평가하여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문채규, 앞의 논문, 127면 이하 


다. 변화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2자간 명의신탁의 사례에서 소유권의 소재나 보관관계의 유무에 따라 횡령죄의 성부를 판단하던 태도에서 변화하여 민사적 관계의 형사법적 보호필요성이나 보호가치를 횡령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형사의 민사종속화’를 해소하고 형법의 공공적 가치를 재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최근 판결은 부동산명의신탁 사례에서 형사법적 가치판단의 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소 순환논법적인) 단편적 기준을 제시하며 명의신탁의 일정한 사례유형에 대해 일률적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으며, 특히 부동산실명법이 해당 계약을 무효라고 선언하고 이에 대한 형사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이러한 관계가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형사의 행정종속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26) ‘형사의 민사종속화’는 해소해야 하
는 과제이지만 ‘민법적 질서의 보호’라는 형법의 본래기능이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신탁자의 소유권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횡령죄의 성립에 있어 보호할 가치있는 신뢰관계의 여부를 강조하는 견해에서는 이 경우 피해자인 신탁자가 “법률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신탁자는 부동산명의신탁을 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부작위에 의해 자신의 재산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막을 수 있다”27)는 이유에서 신탁자의 소유권 보호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부동산실명법의 (행정)법적 효과를 곧바로 적용하여 명의신탁을 불법원인급여와 같이 취급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명의신탁을 불법원인급여와 같이 취급하지는 않는 것이 대다수의 이해인만큼 명의신탁의 원인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28)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실명
법의 본래 취지는 부동산실권리자 명의의 등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점에 있고 명의신탁자의 소유권 보호의 포기가 아니라 소유권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지적29)은 형사법적 평가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말해 부동산실명법은 등기제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동산 거래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등기라는 형식적인 행위를 남용하지 말 것을 공적 방식으로 강제하는 것일 뿐, 등기제도를 남용한 자의 소유권을 법적 보호의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명의신탁계약이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이고 공적으로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곧바로 ‘소유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법적 근거’로 치환하여 당사자 간에 사실상 존재하는 신뢰위탁관계를 악용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행위자를 결과적으로 형법적 가벌성의 영역에서 배제하는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이 형성한 행정적 질서에 형법적 가벌성 판단을 전적으로 일치시키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의 규제규정만을 근거로 명의신탁자와 수탁자의 관계를 ‘형법적 보호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위탁관계의 실질적 반사회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개별적으로 횡령죄 성립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30) 

26) 이러한 논증을 ‘행정법적 논증’이라고 평가하는 문헌으로 황태윤, “양자간 부동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에 대한 형법상 보호”, 법학연구(부산대) 제62권 제2호, 2021, 15면.
27) 조기영, 앞의 논문, 115면.
28) 같은 취지로 이승준, 앞의 논문, 15면.
29) 문채규, 앞의 논문, 127-128면; 황태윤, 앞의 논문, 15-16면. 
30) 명의신탁이 이루어지게 된 계약상의 동기나 배경을 반사회성이라는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Ⅲ. 배임죄의 성립에 대한 판례의 동향과 검토  


    배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사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계약의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의 매매거래에 있어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이 제3자에게 해당 부동산을 매도한 경우와 서면으로 특정 부동산에 대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후 해당 부동산을 역시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동산을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양도담보물로 제공한 후
채무자가 이를 임의처분한 경우와 부동산에 대한 양도담보의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설정하지 않고 임의처분한 경우에 대해서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이하에서는대법원의 판시사항을 중심으로 그러한 판단의 이유를 분석한 후 배임죄의 성립요건인‘타인의 사무’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고찰해 본다. 


1. 부동산 이중매매와 증여대상 목적물의 처분행위  


가.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1) 다수의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제1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이후에는 매도인이 이를 제2매수인에게 매도하면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고 판단하면서, 그 구체적 근거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하고(민법 제565조 참조),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31)는 논거를 제시한다. 이러한 근거로 중도금의 지급을 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32)는 것이다. 

31)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3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공2018하,1203]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③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등이 피고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갑 등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갑 등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 점, 갑 등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의 내용은, 갑 등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등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부동산을 을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점,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갑 등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 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또한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56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공1983, 1683)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공1985, 405)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공2005하, 1909)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공2011상, 1223)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공2011하, 1574)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선관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2. 23. 선고 2016노28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 소유인 서울 금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지하 1층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13억 8,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계약 당일 계약금 2억 원, 2014. 9. 20. 중도금 6억 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잔금 5억 8,000만 원을 지급받고 2014. 11. 30.까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이하 ‘공소외 4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등 참조).  

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3)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4)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라. 한편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제3자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당초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거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 매도인인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고, 그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래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중매매를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2) 피고인은 이중매매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손해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뢰와 기대, 신임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잔금 지급기일인 2014. 11. 30.이 지나도록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2014. 12. 17.경 피고인에게 통고서(이하 ‘이 사건 통고서’라 한다)를 보냈다. 그 내용은 ‘피고인이 요구조건(인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예상수익 월 2,025만 원 내지 2,430만 원씩의 비율에 의한 돈을 매매대금 잔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중도금과 특별손해까지 청구하겠으니 2014. 12. 31.까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 전화로 ‘소유권을 주시면 임차인과의 소송은 피고인이 마무리 해주실 거예요?’, ‘이 사건 통고서를 보낸 변호사에게, 최종 목적은 부동산 매매이고, 일단은 합의가 우선이니, 해지는 보류하고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도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매매계약을 파기할 거면 진즉에 했지, 여태까지 기다렸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이미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한 이후인 2015. 4. 14.경 피해자 공소외 6과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으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6은 ‘그거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 주에 소유권 이전해 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 원으로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피해자 공소외 6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 조건으로 지금까지 기다린 기간에 대해서 잔금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 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2) 이 사건 통고서의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피해자들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 등)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도인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그때부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나. 형사재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권보장 관련 규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어렵게 획득한 역사적 산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죄형법정주의는 당연히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이나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600 판결 등 참조). 그러니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해석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형사정책상의 처벌 필요성, 민사적 구제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 국민의 비난 여론 등을 핑계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하려는 태도를 지양하여야 한다. 

다.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판례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인 데다가 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칫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조차 인정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쉽게 신의칙에 기대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견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 뒤이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판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거부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부동산 인도나 소유권이전보다는 계약관계의 종료 방법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에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관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소유권이전을 위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한편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범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손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마당이라면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그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임차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여 줄 양도인의 의무(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 참조),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참조),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신축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해당 연립주택을 처분해 버린 사안에서 채권자가 연립주택을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을 그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수인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참조),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은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이미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러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발생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거나 의무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존재하는 채무이다. 중도금이 수수되어 한쪽 당사자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계약금이 교부됨으로써 양 당사자에게 유보되었던 약정해제권, 즉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할 뿐, 매도인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거나 본래부터 매도인 자기의 사무인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일방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말하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란 실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는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은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라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마.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나 처벌 필요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등기협력의무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라는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켜,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매매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매매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주된 의무는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다. 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사. 그런데도 굳이 부동산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미 부동산의 경우에도 채권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비록 대물변제예약 사안이지만 피고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그 의무위반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도 같게 다루는 것이 옳다.  

아. 다수의견은 부동산이 가지는 재산적 특수성과 부동산 거래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대성, 그리고 부동산 매매대금이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 관행과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이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동산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자.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그러한 법원칙 위에 여러 가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매수인을 보호하여 매도인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족한 사안에 국가형벌권으로 개입하고 있고, 더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하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처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거나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인 간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전에 형벌법규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중대성, 이중매매를 방지하여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관계를 유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증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으로 이중매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형사처벌이라는 권력적 수단에 의존해 왔을 뿐 이와 같은 자율적 해결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이념과 그동안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 시민의식의 성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충분히 시장경제질서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수의견이 부동산 가치의 중대성이라는 고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를 추구해 온 그동안의 대법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한,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형벌법규의 입법목적, 전체적 내용과 구조 등을 살펴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관의 당연한 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나.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나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예시하여 그 요건을 단순히 범죄행위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관이 그 구성요건요소를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 범죄행위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재산상의 이익’, ‘손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적 또는 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거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이러한 본질에 입각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에 관한 해석기준을 세워 왔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이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 임무위배행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종래 판례가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임무위배행위의 내용을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별 구성요건요소는 사전적·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종래 판례가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규범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을 해석해 온 것은 현실에서 문제 되는 사무 처리의 유형이 다양하고, 이행단계나 처한 상황에 따라 처리 사무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사무의 성질이나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을 위하여 취해야 할 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벌법규를 해석하는 데 법관에 의한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일의적 개념만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임죄 자체가 신임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 곧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언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배임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신임관계를 기초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배임죄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가 아님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 자체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를 계약위반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계약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의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대의견이 어떠한 이유로 임무위배행위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 성질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와 ‘자기의 사무’를 일도양단하듯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사무의 유형이나 성질, 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상 의무의 유형이나 의무위반행위의 모습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적인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그 타인을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어떤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 또는 ‘타인을 위한 사무’인지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반대의견도 ‘타인의 사무’라고 보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위임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처리하는 사무는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이기도 하지만 약정된 자신의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업무로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매도인 자신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나, 매수인의 입장에서 재산을 취득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수인의 사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이행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수인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자기의 사무이자 타인의 사무인 경우가 있고, 반대의견이 논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라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지만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고(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이때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계주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는데도 그 임무를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 참조). 또한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 때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매, 담보권 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종다양한 거래관계를 자기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종다양한 거래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법해석에 불과하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형적·본질적인 내용,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는지는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약정에 따른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가 아니고, 중도금이 수수되었더라도 그 성질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비롯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종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등기에 관한 공동신청주의 아래에서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이나 거래의 관행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수인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행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매도인도 그에 대응해서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보존하고 관리할 임무, 즉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판례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매도인이 신임관계를 고의적으로 저버리는 배신적 처분행위로 목적부동산에 관한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계약의 유형에서도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지만 일정한 계약의 이행 단계에 이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에서 본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한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의적 배신행위로 이행불능을 야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한 구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영역에 형벌권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형벌로 처벌할 수 없다거나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산범죄는 궁극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그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형벌권이 어떤 행위에, 어떤 국면에서 개입할 것인지는 민사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특별법 고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재산범죄인 사기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에서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고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다고 하겠으나,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거래에 수반된 과장이나 허위가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인 경우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신뢰위반행위가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등에 따라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 경우 역시 형사법적 관점에서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아래와 같이 여러 사례를 이유로 다수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고,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념요소라 할 수 있는 ‘신임관계’를 민사상 채무의 유형이나 그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통상적 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상의 기대, 거래의 진행단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상 이익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다고 볼 것인지 등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일정한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는 그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계약에 따른 채무의 유형이나 권리 변동의 구성요소 등과 같은 법적 구조의 일부 외형이 유사하다고 하여 규범적 판단의 결과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이 사건 이중매매 사안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같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대물을 통해 ‘변제’하는 것에 있다. 반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매수인이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 매도인이 그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같이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 지급 전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매수인이 약정에 따른 담보대출금에 의한 매매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판례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재산보전 협력의무에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에 차이를 두는 것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수인의 주된 의무인 금전지급의무와 부동산 매도인의 주된 의무인 재산권이전의무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충분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 그 불이행으로 인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판례가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는데도 제2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것은, 제1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의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고(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 등 참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사 없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은 후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경우,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또는 제2매수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새로운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도인에게 신임관계와 임무위배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한 보호는 보호의 형식이나 국면을 달리하는 것일 뿐 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매도인에게 성실한 이행이 기대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자유로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매수인의 이행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행청구권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 중 하나이다. 매도인이 배신적 행위를 통해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계약의 효율적 파기를 인정하는 견해나 이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매매대금의 반환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는,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다음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부동산의 가액이 올라간 경우에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림으로써 매수인의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은 그 책임이 있는 자가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한 매도인은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배신적 행위는 매도인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도인이 경제적 자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한 뒤 받은 금전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매수인의 대금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실질적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이중양도 또는 이중매매를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아, 형사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중매매를 억제하여 온 판례의 태도는, 의용민법이 시행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한 민법이 최초로 시행된 1960. 1. 1.부터 현재까지 판례는, 중도금이 수수되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왔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같이 하고, 다만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될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래활동을 규율하는 사실상의 법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국민의 거래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확고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추구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보호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이 그 핵심이다. 대법원이 피해를 야기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기존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나 현실적 필요를 발견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유지하고자 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는 매수인 보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라는 최종적 수단을 통하여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르는 길을 지나치게 넓게 열어주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매수인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이라는 형법의 역할 가운에 어느 쪽을 절대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두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방의 법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방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오히려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뒷받침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당 사무가 상대방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만으로 당연히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가 생겨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 같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자(민법 제681조 참조)는 그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에서도 유사한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당사자 일방이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민법 제563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부동산을 될 수 있는 한 매도인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 또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나 매도인의 목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나 대금을 취득하기 위해 그 대가로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 점은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를 매수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매도인에 대하여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인정하고 있다. 

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으로 10%를 더 지급하여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는 결국 형벌로써 매도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을 감수하지 않는 한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부정된다. 매수인에게 발생될 수 있는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소유권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211조 참조). 

라.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가 형성된 실질적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가 보유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매매대금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상당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매수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지급한 매매대금마저 반환받지 못함으로써 심대한 손해를 받는데도,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에만 맡겨 두는 것으로는 매수인 보호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금 또는 중도금 등의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우려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인 매수인의 법익 보호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배임죄 구성요건의 문언을 벗어나 그 포섭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상대방인 매도인이 갖는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는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형법의 해석원칙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결코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부동산 매도인을,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법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즉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매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중도금의 수령이 갖는 민법적(계약법적) 구속력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일정한 신뢰를 부여하고, 그와 같이 형성된 신뢰는 이후 매도인의 계약이행행위의 성격을 매수인의 재산보전사무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계약의 당사자 간에 형성된 일정한 ‘신뢰’가 일방 당사자의 계약이행사무의 성격을 ‘타인의 사무’로 변화시킨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아래 반대의견
에서 언급되는 바와 같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행위는 원론적으로는 매매계약이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자신의 사무라고 할 수 있는데 매매 당사자간 신뢰의 형성이라는 것이 자신의 사무를 신임관계에 의한 타인의 사무로 그 성격을 변화시킬 만큼의 법적 형성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법적 근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 대한 판시사항에서 보충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즉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33)고 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34)고 하여, 의사주의의 잔재라는 법관념과 함께 중도
금을 지급한 매수인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중요한 근거라는 점을 설시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말그대로 보충의견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주요 논거라고 평가하기는어려우나, 적극적으로 형성적인 법리를 제시하는 태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33)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34)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부동산 이중저당 사건〉[공2020하,1429]

【판시사항】

[1]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 이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적극)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갑 사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갑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3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공2008상, 639)(변경)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윤성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6. 선고 2019노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한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이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하지 아니함을 밝혀둔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채무자가 차용금을 수령한 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실제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는 다수의견과 같이 ‘저당권’이라고만 한다). 이러한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포섭 대상인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로부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적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맹목적으로 이끌린 나머지,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하여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신임관계마저도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시켜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률상 공백상태를 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할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1)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3) 나아가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최근까지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교환, 증여 및 대물변제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도1944 판결). 

라.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와 담보설정행위는 양자 모두 등기절차의 협력이라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반하였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더러,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대법원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에 관하여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와 양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즉,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이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의무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채권자가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러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저당권설정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경우에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동산의 현금화를 위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자가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되는 반면,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불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와 같이 협력의무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위 두 가지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이와 같이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후 제3자에게 대상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소유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는 방법 대신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시가에 상당하는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금액은 부동산 매매에서 통상 정해지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합계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대로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사무가 단지 채무자의 개인적 사무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채권보전과 무관하다고 보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에서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이러한 거래가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교환이나 증여의 경우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취지는 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한 당사자의 신뢰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환이나 증여보다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의 정도나 상대방에게 미치는 손해가 비할 바 없이 큰 부동산의 이중저당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가벌적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다르게 볼 만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거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저당권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이므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전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는 시각에 서 있는 듯하다.  

부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을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부종성에 터 잡은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담보물권도 성립하지 않고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는 것이 민사법에 따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저당권설정자의 의무는 엄연히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로서,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부종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결부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근저당권은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배제되어 있어 피담보채권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하더라도 근저당권의 존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참조).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이유는,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는데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 의해 변제되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담보채권 위에 질권을 설정하여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피담보채권과 함께 해당 저당권을 타에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투입하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피담보채권과 함께 근저당권을 양도하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조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은 어느 목적물이 가진 교환가치의 취득 및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 소유권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는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인 교환가치가 파악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소유권의 양적 일부인 공유지분이 이중으로 양도되는 경우 여느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처럼,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가 이중으로 양도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임은 물론 균형에 맞는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 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또는 그에 대한 신뢰관계 자체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하고,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금전소비대차)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바.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에 양도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에 관한 유지·보관의무 등을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 즉 채권자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채무자의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권리취득에 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으로 가벌적 임무위배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도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사.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다고 보아,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이행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재산권인 담보물권을 형벌에 의해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재산의 교환가치를 객관적으로 적정하게 파악하여 그 우선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까지는 중시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및 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최고법원으로서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 이르러 종전과 다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피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을 갈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죄형법정주의나 그중 하나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이를 가지고서 위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말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그 권리이전의 형식만 다를 뿐 모두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본질적·전형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양도담보의 경우 부동산 매매와 동일하게 양도담보설정자의 의무는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법제도의 발전에 따른 민사채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의 자제 및 재산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최근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흐름에 배치되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형벌법규로써 규율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가져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어 등기를 갖추어야만 권리를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또한 사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은 한정된 자원의 적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에도 방해가 된다. 

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당사자 일방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금전채무 담보 목적으로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역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 사안에서 주식 양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판례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사안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다수의견이 위 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다. 또한 같은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반해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설정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되고, 저당권설정등기 전에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며, 기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지만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저당권설정계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약정으로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등기를 마쳐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으면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3)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 다수의견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점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의 핵심이다.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등기협력의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종래 판례에서 공동신청주의에 따른 등기의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 태도를 지양하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 그 취지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등기협력의무를 곧바로 타인의 사무로 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의 유형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 현실 등을 바탕으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우리의 사회 현실을 감안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중도금 제도가 개선되거나 가등기, 처분금지가처분 등 권리확보수단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의 교환이나 증여는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다수의견에 직접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하지 않았을 뿐, 이에 관한 판결들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나) 반대의견과 같이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는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보의 대상 또는 채무에 대한 담보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각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여전히 타인의 사무로 봄으로써,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 저당권은 모두 동일한 담보권으로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의 방법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저당권설정계약과 유사한 유형의 법률관계는 대물변제예약이지 매매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반대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부동산을 저당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담보 제공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와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변제확보 방안으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담보가 설정되기도 전에 금전을 대여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처음부터 담보 제공을 할 의사도 없이 담보 제공 조건으로 차용금을 교부받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의율될 여지가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실질은 결국 일반 민사채무를 불이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채권자는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쟁점은 부동산 소유자가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다음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먼저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1)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그 규범적 의미를 명확히 하여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으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법률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문장의 가능한 언어적 의미내용을 명확하게 하고(문리해석), 동시에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해석해야 한다(논리해석). 형벌법규의 문언이나 논리에 따르는 것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에는 형벌법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질서 전체의 이념, 형벌법규의 기능, 입법 연혁, 입법 취지와 목적,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보호의 목적, 행위의 형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한다(목적론적 해석). 이러한 해석방법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해 온 확립된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도4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문언해석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처리(처리)’를 ‘대행(대행)’으로 좁게 이해하는 것은 그 문언적 의미에 반한다.  

‘처리’는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는 것인 반면, ‘대행’은 남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다. 처리라는 용어에는 대행과 달리 대신하여 행위를 한다는 한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법률용어로서 대행과 구별하여 사용되는 대리(대리), 대표(대표), 사무관리(사무관리) 등도 ‘처리’에 포함되고, 그 밖에 사실상 행위, 가령 심부름을 하는 일이나 은행창구 직원의 계좌이체행위 등도 ‘처리’에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 관하여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 재산의 관리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즉,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해 왔고, 이는 오랜 기간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타인의 사무로 본 것도 위와 같이 확립된 문언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선고한 대법원판결들에서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서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또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와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는 모두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이고, 위와 같은 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만일 위 두 경우 중 어느 한쪽을 부정한다면 다른 쪽도 부정해야지, 어느 한쪽을 긍정하면서 다른 쪽을 부정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좁게 해석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무슨 근거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에 해당하는 재산보전협력의무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으로 법해석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법령, 법률행위, 사무관리와 신의성실 원칙 등에서 나오는 사무에는 대부분 자신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성격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위임계약도 유상으로 한 때에는 쌍무계약(무보수의 특약이 없으면 보수지급의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로서, 실제 쌍무계약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의 각 채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이 맡긴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위임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기 위하여 위임계약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경우가 위임계약의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화해 등의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의 재산적 이익에 반하는 취지로 합의를 하였다면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수의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사의 사무 역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위임에 따른 사무도 오롯이 타인의 사무로만 볼 수 없는데도,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타인의 사무처리자를 좁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임이나 고용과 같은 계약에 기초하여 일을 하는 경우를 대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수임인이나 피용인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임인이나 피용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한 이유도 위와 같이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어느 한쪽으로만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 문언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문언해석으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포괄할 수 없다면,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견해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된 문언적 의미를 무시한 것이거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안에 따라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다르게 본 것이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배임죄의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배치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일본의 1940년 개정형법가안 제442조 제2항(‘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로 규정되어 있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의 현행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일본 판례는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저당권설정자는 그 등기에 관해 이를 만료하기까지는 저당권자에게 협력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는 주로 타인인 저당권자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를 통해 인정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라고 규정한다. 독일 형법은 권한남용 구성요건과 배신 구성요건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배임죄를 구성하고 있는데, 독일의 통설은 권한남용 구성요건을 배신 구성요건의 특수한 형태이고 배신 구성요건을 일반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연방대법원도 배임죄의 본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위반에 있다’고 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독일의 배임죄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이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있다는 배신설을 따르고 있다. 즉, 배임죄를 사무처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재산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본다. 따라서 사무처리자와 제3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무처리자와 본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된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해석방법이다. 법해석은 입법자가 이미 고려하였던 것을 단순히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금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타인의 사무’라고만 되어 있을 뿐 타인의 사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을 기초로 ‘타인의 사무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와 배임행위에 관한 이러한 법리는 형법 규정에서 바로 도출할 수 없고, 배임죄의 본질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에 기초한 목적론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절도죄나 상해죄 등과 같이 구성요건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권리행사방해죄나 배임죄와 같이 그 구성요건에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그 규정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타인의 권리가 무엇이든 그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하기만 하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근거는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신의성실 원칙도 포함되고, 사무처리의 내용도 각각의 근거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며, 무엇이 주된 의무인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타인의 사무가 무엇이고 본질적 내용이 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배임죄 판단의 징표로 삼고 있는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률관계의 유형, 개별 약정의 내용이나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채무의 변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이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아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과 그 성질상 차이가 없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무자 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저당권이 아닌 근저당권인데, 근저당권에서는 이른바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구별되는 특질이 있다.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거나 이전되더라도 근저당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즉,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기 전에는 비록 발생한 채권을 채무자가 변제해도 근저당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대법원 1965. 4. 20. 선고 64다169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를 말한다)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은 ‘채무이행의 방법’에 관한 약정으로 민법의 채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담보권설정’에 관한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에서의 부종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담보채무의 변제만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주요 내용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까?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부수적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사무 유형을 구분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그 성립 여부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해석론에 반한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없이는 상대방이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일정한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목적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충분하고 이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고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것은 소유권 등 물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 중에서 전형적인 배임행위로 평가되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에 관하여 일관되게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판례는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사무처리자의 상대방에 대한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도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이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을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문언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의 처벌 범위에서 제외하되 채무불이행 유형 중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일정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무엇보다도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았다면, 그와 동일한 유형의 신임관계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로서, 그 의무 이행 없이는 상대방이 재산을 취득할 수 없어 사무처리자의 처분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경우도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아야 한다. 양자를 달리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달리 판단하였다는 의미에서 평가모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그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나 배임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거가 없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이중저당 사안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배임죄에 관한 규정 없이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사항을 다른 형벌 규정 등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매우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단독신청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이중처분의 우려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공동신청주의를 채택하여 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와 등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부동산 이중처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보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저당거래가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중저당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 등에 관한 공증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이중처분행위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계약한 대로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정착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므로 사적 자치에 맡기고 이제는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민사적 권리구제가 확충되어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사정변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 그중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약을 파기할 자유, 계약을 위반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약속을 믿고 행동을 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까지 자율의 영역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장하는 권리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행청구나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수단이 이용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배임죄 등 몇몇 형사범죄는 바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문제 되는 일정한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전형적인 배신행위로서 신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는데, 이를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양자가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중매매의 경우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중저당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은 거래 현실이나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모두 매도인 또는 채무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이 미칠 다음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소비대차에 따른 금전을 주고받기 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담보권은 담보제공자의 이행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고, 채권자 스스로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은 무담보 채권이 되어 채무자에게 다른 자력이 없다면 공허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여금 채권 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채권자가 언제나 사회적 강자이거나 채무자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담보대출의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준공 시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그 약정을 위반하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분양자나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다음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먼저 취득한 다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 만일 법원이 담보설정을 약정한 분양업자 등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받기 전에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실상은 신뢰관계에 기초한 담보대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대출경색으로 채무자들이 제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산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3) 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사후적으로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행이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데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넘겨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그 금원을 변제받았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중저당으로 채권자를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채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 침해와 그로 인한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에 따른다면, 어떤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대표이사와 회사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고 고용 또는 위임계약이라는 민법상 법률관계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배임죄로 처벌되는 대부분의 형사사건도 그 본질은 계약을 위반한 것에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민사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형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 모두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근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석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과 배임죄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채무자의 배신적인 이중처분행위와 관련된 여러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이에 의하여 변경되는 판례의 범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이 사건 쟁점은 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은 대상과 처분 시기를 달리하므로, 그 결론이 통일될 이유는 없다. 

나.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위 두 사건의 원심판결에서 ‘근저당권설정의무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모두 배척되었고,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 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위 2개의 대법원판결에서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한 명시적 법리 판시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죄 인정 여부는 직권판단 대상인 이상,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타인의 사무임을 전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판단한 위 2개의 대법원판결도 판례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12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받지 아니한 채 화물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한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법리 판시 없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상 판결로 포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다. 설령 명시적인 판례변경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직전에 선고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동산 이중매매와 마찬가지의 법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저당권설정등기의무 불이행은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채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명시적인 법리 판시가 없더라도 각급법원의 판결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지도적인 해석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도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여전히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태도를 위 2개의 대법원판결 선고 시로부터 불과 6개월여 만에 바꾼 것으로, 하급심 등의 실무에 혼란을 가져오고 대법원판결의 신뢰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위와 같은 짧은 기간에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볼 사정변경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2) 반대의견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례에서 중도금의 수령을 조건으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이 대한 반대의견은 매수인이 가지는 신뢰보호의 필요성을 떠나 매도인에게 부여된 사무가 매수인의 신뢰보호를 위한 타인의 사무가 아닌 매도인에게 부여된 계약상의 의무에 기한 ‘자신의 사무’라는 점을 핵심논거로 한다. 즉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
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35)라고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을 위한 ‘타인의 사무’라는 다수의견의 해석에 정면으로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있다. 

35)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판결의 반대의견.


   그러므로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36)라고 설시한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의 관계를 ‘대향적 거래관계’라고 표현하는 것에 잘 나타나 있다. 매매거래에서 당사자들에게 부여된 사무는 각자 자신의 계약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것이고 서로가 상대방의 사무에 대해 대행이나 위탁의 의미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물론 반대의견의 이러한 결론은 ‘타인의 사무’를 엄격히 ‘타인이이행과 귀속의 주체인 사무’로 이해하는 것을 전제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다수의견은 사무의 속성의 측면에서 사무의 타인성이 있으면 ‘타인의 사무’에 해석상 포섭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즉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서로 다른 차원의 논거를 제시하는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같은 것(‘타인의 사무’)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36)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판결의 반대의견.


나. 증여 목적물의 처분행위와 배임죄  


  부동산의 소유자가 타인과 자신의 부동산의 일정 지분에 대해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이러한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는데,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처분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앞서 부동산 이중매매사례에서 형성한 ‘타인의 사무’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이 경우에도 증여계약 상대방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37)하였다.  

37)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배임][공2019상,335]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갑과의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을 갑에게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는데 그 후 금융기관에서 일정 금액의 돈을 대출받으면서 목장용지에 금융기관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2] 피고인이 갑과의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을 갑에게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는데 그 후 농업협동조합에서 4,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목장용지에 농업협동조합 앞으로 채권최고액 5,2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55조,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5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20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11. 4. 선고 2016노18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증여계약에 따라 경기 양평군 (주소 생략) 목장용지 1,017㎡ 중 1/2 지분을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가 발생하였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임무에 위배하여 ○○농업협동조합에서 4,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2011. 4. 13.경 목장용지에 관하여 ○○농업협동조합 앞으로 채권최고액 5,2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 

3. 원심은, 설령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피고인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검사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배척하였다. 

4.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하여 대법원은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은“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증여계약의 목적물을 임의처분한 사례에 대해서도 “민사상 계약의 구속력이 발생하면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38) 고 하여 ‘계약의 구속적 효력’에 따른 신임관계의 형성과 이에 따른 ‘사무의 타인성’을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38)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이 판결은 증여계약은 매매계약과 그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계약의 구속적 효력’을 배임죄의 성립근거가 되는 신임관계의 형성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즉 증여계약은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과 달리 편무ㆍ무상계약이므로 계약당사자들이 각자의 권리 만족을 위해 계약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39)에 매매계약에 다른 등기협력의무와 증여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서면증여자에게 이러한 등기협력의무를 형사불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40)이라는 지적이 있다.  

39) 조지은, “증여 목적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 행위와 배임죄”, 법조 제69권 제2호, 2020, 615면.
40) 김재윤, “서면증여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과 배임죄”, 일감부동산법학 제20호, 2020, 17-18면.


2. 담보물권 설정계약 불이행과 양도담보물의 처분행위  


가. 담보물권 설정계약의 불이행과 배임죄  


    부동산의 소유자가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 금전채무의 담보로 자신의 부동산에 채권자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약정하였으나 이를 실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41)하였다. 

41)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판결


    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므로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42)고 하여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43)고 판단하는데,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에서 반대의견의 논지와 거의 일치한다. 단지 부동산의 매도인이 채무자이자 저당권설정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특히 주체가 부동산의 가치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의 당사자이자 부동산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와 같은 다수의견의 태도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에서 배임죄를 긍정하게된 논거를 원용하는 반대의견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42)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43)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즉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은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
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44)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핵심이 있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다.”45)고 하여 배임죄의 성립근거인 신뢰관계의 보호필요성과 그에 따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는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이중저당의 경우가 더 강하게 인정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44)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판결의 반대의견.
45)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판결의 반대의견.


    이러한 반대의견의 지적에 대해 다수의견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동산 매매거래의 사회적 특수성과 정책적 보호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중저당 사례는 ‘원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의 이와 같은 반론은 결국 이론적ㆍ원론적으로는 대향적 거래관계에서는 사무의 타인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고,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정책적 필요성’으로 인해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나. 양도담보물의 처분행위와 배임죄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는데 이를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임의처분한 사례46)에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47)고 판시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48) 즉 이 사례에 대한 다수의견의 태도 역시 (시간적으로는 이 판결이 먼저이기는 하지만) 이중저당에서의 다수의견과 같이 대향적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계약에 따른 이행의무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46)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판결.
47)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48) 이 판결에서는 동산 양도담보물의 임의처분이 ‘횡령죄’에 해당하여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된다는 별개의견이 있었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배임]〈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담보에 제공된 동산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공2020상,723]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갑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갑 회사 소유의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병 등에게 매각함으로써 을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양도담보계약에서 갑 회사와 을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갑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을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을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점유개정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동산 양도담보는 동산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이다. 그 법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판례에 따라 신탁적 양도, 즉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동산 양도담보에 대해서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동산 양도담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이상, 그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이 채권담보이고, 그에 따라 채권자가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행사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합의와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에 따라 완전히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점유개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양도하는 등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의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그 해석이 다수의견이 변경대상으로 지적하는 몇 개의 대법원판결을 넘어서 최근까지 이루어진 많은 대법원판결들 및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에 부합하고, 범행 실체에 따른 처벌 필요성에 부응한다. 

배임죄의 성부를 가르는 기준은 담보권설정 약정의 불이행인지, 담보권설정 후 유지관리임무를 위배한 처분인지에 달려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사실심 재판과정에서 심리되어야 한다.

[2] 갑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갑 회사 소유의 동산인 골재생산기기(크러셔)를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병 등에게 매각함으로써 을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갑 회사가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갑 회사의 채무불이행 시 양도담보권의 실행, 즉 동산을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을 은행이 담보목적물을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으로서,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 등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 등과 같이 담보설정자(갑 회사)의 담보목적물의 보전·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위 양도담보계약이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 아니라거나 양도담보계약과 별도로 을 은행이 갑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양도담보계약에서 갑 회사와 을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갑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을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을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민법 제185조, 제188조 제1항, 제189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189조, 제374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공1983, 678)(변경)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공1987, 924)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변경)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도3912 판결(변경)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변경)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293 판결(변경)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7923 판결(변경)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공2015상, 66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지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6. 20. 선고 2018노26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배임의 점에 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타인의 신뢰를 위반한 것인지, 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을 살펴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하여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채권자의 기대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한 채권자의 재산상 피해가 적지 않아 비난가능성이 높다거나, 채권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2)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양도담보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채무자는 그의 직접점유를 통하여 양도담보권자에게 간접점유를 취득하게 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점유하는 행위에는 ‘보관자’로서 담보목적물을 점유한다는 측면이 있고, 채무자는 그 과정에서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의무는 점유매개관계가 설정되는 법률관계에서 직접점유자에게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극적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직접점유자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간접점유자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고 그러한 보호·관리의무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고,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상 직접점유자의 주된 급부의무 내지 전형적·본질적 급부의무가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 처분정산의 방식이든 귀속정산의 방식이든 담보권 실행을 통한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 채무자 등이 채무담보목적으로 그 소유의 물건을 양도한 경우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그 물건의 사용수익권은 양도담보설정자에게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25463 판결,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40213 판결 등 참조).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도 채무자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담보를 위하여 동산이나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도3912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293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7923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배임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골재생산기기인 ‘크라샤4230’(이하 ‘이 사건 크러셔’라 한다)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므로,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이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위 크러셔를 성실히 보관·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위 크러셔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함으로써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소외 1 회사 소유의 이 사건 크러셔에 관하여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공소외 1 회사의 채무불이행 시 양도담보권의 실행, 즉 이 사건 크러셔를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공소외 2 은행이 담보목적물을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임을 알 수 있다. 

3) 한편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 등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 등과 같이 담보설정자(공소외 1 회사)의 담보목적물(이 사건 크러셔)의 보전·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 아니라거나 양도담보계약과 별도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크러셔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상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는 기재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한다는 것, 즉 담보설정자는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하여 채권자에게 간접점유를 취득시키고 스스로 점유매개자로서 점유를 계속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는 담보설정자가 담보물의 보전·관리 등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면서 담보물을 영업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정하는 한편(제2조, 제12조), 담보물이 멸실·훼손되거나 그럴 염려가 있는 경우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담보설정자가 상당액의 물건을 보충하여 채권자에게 양도하여야 한다고 정하여(제4조 제1항, 제5조) 멸실·훼손에 따른 위험을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물상대위에 관하여도 정하고 있다(제10조). 이러한 계약 내용은 양도담보설정계약의 전형적인 내용이다. 

나) 담보설정자는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현실로 인도할 때까지 담보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할 의무를 부담하지만(민법 제374조), 이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고, 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는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채권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인도할 의무’에 부수하는 의무이자,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 및 이를 통한 채권의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 

4) 결국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에서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공소외 1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공소외 2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공소외 2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공소외 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공소외 2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각 사기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가.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5도20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판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4 명의로 이전받음으로써 편취한 이득액을 산정하면서 판시 부동산의 가액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공제하지 않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기죄의 편취액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한편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각 사기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과 함께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다가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 양형부당과 편취액에 관한 사실오인을 제외한 나머지 항소이유를 철회하였고, 원심도 위와 같이 철회된 부분을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따라서 각 사기의 점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는 부적법하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하나 그 이유를 달리하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은 채무자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하되 현실적으로 점유하여 보관하던 중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가 문제 되는 사안이다.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가 동산을 담보목적으로 채권자에게 양도하였다. 동산의 인도에 관한 여러 방법 가운데 점유개정의 방식을 채택하여 채무자가 현실적 점유를 하고 있다. 채무자는 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데도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 제3자가 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여 채권자는 더 이상 동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채무자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가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도담보에 제공된 동산에 대한 채권자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인지라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점유개정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한다.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는 민법, 상법 그 밖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법적 개념은 가급적 일관성 있게 해석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형사법 영역에서 특별한 수정을 가하여 민사법과 다른 소유권 개념을 창조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양도담보는 소유권 등 권리 이전 형태의 비전형담보이다.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물건의 소유권 또는 그 밖의 재산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채무가 이행되면 채권자는 목적물을 설정자에게 반환하여야 하지만 채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목적물로부터 채권의 우선적인 만족을 얻는 담보방법이다.  

동산 양도담보는 동산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이다. 그 법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판례에 따라 신탁적 양도, 즉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동산 양도담보에 대해서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등기담보법’이라 한다)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구체적 근거와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 일반적으로 동산 양도담보약정에는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채권자에게 자기 소유의 동산을 양도하되 채권자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동산을 인도받고 그 동산에 대한 현실적 점유는 채무자가 계속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민법 제189조는 점유개정에 관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정함으로써, 점유개정을 동산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도’의 한 종류로 명시하고 있다. 동산 양도담보약정에 따라 동산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완전히 이전한다. 양도담보약정에 따른 점유매개관계를 통해서 채권자는 동산에 대한 간접점유를 취득하고 채무자는 직접점유를 계속 유지하게 되지만, 채무자의 점유는 채권자의 소유권을 전제로 한 점유로 전환된다. 채권자는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양도받은 목적물의 소유권을 행사하여야 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한다. 다시 말하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때 해당 동산을 처분해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목적 범위에서 소유권을 가지므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면 채무자에게 해당 동산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본래 의미의 ‘신탁적 양도설’의 내용이다. 동산 양도담보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 스위스, 일본 등에서 판례와 통설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고, 현재 우리나라 판례와 다르지 않다. 

나)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여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물권법의 강행법규성에 따라 법률과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64165 판결 등 참조). 동산 양도담보에서 대외적으로만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대내적으로는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 이른바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새로운 소유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목적물의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양도담보계약 당사자의 물권적 합의 또는 처분의사에 반한다.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은 하나의 물건에 대해 두 사람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물권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일물일권주의에도 배치된다. 

민법 제정 당시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에서 형식주의로 전환하였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고, 제188조 제1항은 동산물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고 있다. 물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의사표시만으로는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지 않고 그 공시방법인 등기 또는 인도를 하여야만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긴다. 물권변동의 의사표시와 공시방법을 갖추면, 당사자 사이에서든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든 물권이 변동되기 때문에, 물권의 귀속이 대내적·대외적으로 분열되는 것은 민법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다. 동산물권을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하여 양도인이 현실적 점유를 계속하는 경우에 소유권이 대외적으로는 양수인에게 귀속되고 대내적으로는 양도인에게 유보된다는 것은 물권변동에 관한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다) 동산 양도담보의 법적 성격을 신탁적 양도로 보는 종래 판례·통설의 입장은 가등기담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가등기담보법은 부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그 적용범위(제1조)에 속하는 한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청산기간이 지난 후에 청산금을 지급한 때에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제4조 제2항). 그러한 청산절차를 마치기 전까지는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무자에게 있고 채권자는 가등기담보법에서 정한 일종의 담보물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강행법규의 성질을 가지는 가등기담보법의 규정, 특히 제3조 제1항, 제4조 제2항을 적용한 결과일 뿐이다. 가등기담보법은 민법 제607조, 제608조를 기초로 하는 법률로서 등기·등록과 같은 공시방법이 마련되어 있는 물건에 한하여 그에 관한 권리이전형 담보에만 적용되고, 그마저도 피담보채무가 소비대차와 준소비대차로 인한 차용물반환의무인 경우만을 규율하는 등 적용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가등기담보법 제1조, 제18조 등). 그러한 가등기담보법을 양도담보 일반에 적용할 수는 없다.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동산 양도담보를 포함하여 양도담보 일반에 대해서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같이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대법원은 가등기담보법 시행 전후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신탁적 양도설’의 입장에서 동산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이전되고,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상실한 채 점유·사용권만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그와 같은 입장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에 제공한 목적물을 제3자에게 다시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처분하더라도 그 제3자는 무권리자로부터 양수한 것이므로 선의취득의 방법 외에는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고(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30463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다37430 판결 등 참조), 채권자는 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제3자에게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다카315 판결 등 참조). 또한 채무자의 일반채권자가 신청한 목적물에 관한 강제집행절차에서 채권자는 제3자이의의 소로써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고(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44739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강제집행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양도담보에 제공된 목적물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선의취득한 경우 채권자는 그 매각대금을 배당받은 일반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51332 판결 참조). 

마) 대법원 민사 판결 중에는 마치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는 채무자에게 남아 있고, 대외적으로만 이전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듯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판결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30463 판결,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다45943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다37430 판결 등 참조)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표현만을 근거로 대법원이 동산 양도담보에서 위에서 본 ‘신탁적 양도설’과 달리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대내적으로 채무자가 갖는 소유권’의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판결들은 양도담보 목적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에서 채권자가 정당한 소유자이고, 채무자는 무권리자이므로, 채무자로부터 양도담보 목적물을 양수한 자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한 판결들로서,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가 여전히 소유자인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아니었다. 따라서 동산 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판결 중 대내적 관계에서는 채무자가 소유자라고 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할 뿐 ‘판례’, 즉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신탁자가 이른바 내부적 소유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30483 판결 등 참조), 자동차 지입계약 관계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차량의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고 지입차주가 차량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5도194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을 대내적·대외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동산 양도담보약정에는 위와 같이 소유권을 분열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3) 동산 양도담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이상, 그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이 채권담보이고, 그에 따라 채권자가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행사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합의와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에 따라 완전히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점유개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양도하는 등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4)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동산 양도담보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법적 구성을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양도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채권자에게 양도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형법에서는 채무자가 점유개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타인의 동산을 위탁받아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횡령죄(독일 형법 제246조)로 처벌하고 있다. 

5)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내부적인 관계에서 소유자임을 전제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등) 등은 변경되어야 한다. 

다. 채권자는 양도담보계약을 통해서 담보목적으로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면서도 채무자의 처분행위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고 채무자의 편의를 위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목적물을 계속하여 사용하도록 맡겨 둔 것이다. 이것은 채무자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유지하리라는 특별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하고,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양도담보 목적물을 처분하는 것은 위법하게 채권자의 양도담보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다음 임의로 이를 처분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독일의 통설·판례는 채무자가 위탁받아 점유·소지하는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판례는 양도담보의 경우 원칙적으로 소유권은 대내외 구분 없이 채권자에게 이전된다는 입장이고, 다수설은 이러한 형태의 양도담보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배임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자가 당초 약정에 위반하여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사기죄(fraud)나 횡령죄(embezzlement) 등으로 처벌하는 주가 대부분이다. 

종래 대법원이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해 온 것은 부동산에 관한 담보설정자의 임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것(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215 판결 등 참조)과 맥락을 같이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이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행위를 배임죄의 규율범위에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배임죄의 규율범위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이론 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 배임죄의 규율범위에서 제외하는 데서 나아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채무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계속 점유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쉽게 충족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을 횡령죄로 규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한편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자가 계속하여 점유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재물이 아닌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그 동산을 처분하더라도 ‘자기의 재물’을 그 객체로 하는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다수의견과 같이 위와 같은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러한 행위를 범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도 횡령죄 성립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해결방안에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다. 

라. 다수의견의 문제점에 관하여 본다.

1) 다수의견은 채무자의 금전채무 이행이 자신의 급부의무 이행이고,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가 자신의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담보권설정 전후 또는 양도담보 목적물의 양도 전후를 불문하고 채무자가 양도담보 목적물의 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자기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는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면 채권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그때부터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채권자를 위해서 양도담보 목적물의 유지·관리의무를 지게 된다. 

동산 양도담보에서는 위에서 보았듯이 동산의 양도 시점을 전후로 채무자의 법적 지위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점유개정으로 채무자가 계속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는 그 점유가 채권자의 소유권을 전제로 하는 점유로 전환된다. 이처럼 양도담보 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 전 단계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와는 그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되는데도, 다수의견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2) 다수의견은 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대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신탁적 양도설’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다수의견은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 처분정산의 방식이든 귀속정산의 방식이든 담보권 실행을 통한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고, 채무자가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초하여 목적물을 계속 점유·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에 중대한 의미가 있는 ‘물건의 양도로 인한 소유권 이전의 효과’에 관해서는 침묵하면서 ‘담보권’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동산 양도담보에 따라 채권자가 취득하는 권리를 일종의 담보권으로 파악하고 채무자에게 소유권이 남아 있거나, 이른바 소유권의 관계적 분열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내부적 소유권은 채무자에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수의견은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그 물건의 사용수익권은 양도담보설정자에게 있다’고 하면서 2개의 대법원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인용한 대법원 96다25463 판결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무자가 양도담보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약정한 사안에 관하여 사용수익권이 채무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고, 대법원 2001다40213 판결은 부동산 양도담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목적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채무자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판결들이 동산 양도담보에 관한 신탁적 양도설과 배치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채무자가 그 소유의 물건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면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므로, 그 이후에 ‘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권리’를 소유권으로 볼 수 없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점유개정’ 방식으로 물건을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점유개정 방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는 약정으로 얼마든지 ‘현실인도’를 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채무자가 점유개정을 통해서 인도하든 현실인도를 통해서 인도하든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 효과는 같아야 한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실제로 양도담보 목적물을 인도한 경우 채권자는 양도담보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채권자가 위와 같이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채무자에게 해당 목적물을 맡겨 보관하도록 하면서 그 사용을 허락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 소유의 물건에 대한 재산관리의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한 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의무가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논리를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과 같은 경우로 한정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고 이를 물건에 대한 보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물건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게 된다. 다수의견이 이러한 의도로 위와 같은 논리를 전개한 것일 수 있으나,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다수의견이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를 위임 등으로 한정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왜냐하면 타인 소유의 물건에 대한 점유가 위임 관계에 기초한 것이라면 수임인이 임무에 위배하여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는 결국 횡령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즉 다수의견은 이미 횡령죄가 성립하고 배임죄는 논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상정하여 그러한 경우만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 다른 경우는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모순이고 순환논리이다.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위와 같은 사안은 처음부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만 따지면 된다.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등 참조). 사용대차의 차주, 임대차의 임차인이나 임치의 수치인은 위탁관계에 따라 대주, 임대인이나 임치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전형적인 예이다. 

임차인이 자전거를 빌린 사안을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동산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빌린 자전거를 점유·사용하던 중 임대인의 허락 없이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점유·사용한다. 이때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라는 위탁관계를 통해서 동시에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보관하는 자로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즉 직접점유자인 임차인은 간접점유자인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에 따른 신뢰관계(위탁관계)에 기초하여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보관할 의무가 있다. 임차인이 자신이 보관 중인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임의로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20007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도6060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임차목적물을 무단 처분한 임차인이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통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서 횡령죄로 처벌되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임차목적물에 대한 보관의무가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에 부수하는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판례가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목적물 보관의무와 수치인의 임치계약에 따른 목적물 보관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하여 모두 횡령죄 성립의 요건인 ‘위탁관계에 따른 보관’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두 사안에서 목적물 보관의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배임죄를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타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고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된다. 대법원도 횡령죄와 배임죄는 모두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라는 등의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6982 판결 등 참조). 타인 소유의 물건을 위탁관계에 기초하여 보관하는 사람이 그 물건을 보관하는 것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있다. 그 보관이 보관자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보관임무에 위배하여 물건을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임죄를 논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4) 다수의견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만으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크러셔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부분은 동산 양도담보에 따라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음을 당사자가 상호 확인하고, 채무자(설정자)가 채권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관계를 통해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이 사건 크러셔에 대한 보관·관리를 위탁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아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4조 제1항과 제5조가 담보물이 멸실·훼손되는 경우 채무자(설정자)는 상당액의 물건을 보충하여 채권자에게 ‘양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 역시 채권자 앞으로 양도담보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마.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도9481 판결 참조).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 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재산범죄로서 그에 대한 법정형이 같고,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단지 법률적용만을 달리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면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와 배임죄는 그 범죄주체와 실행행위의 내용 등 구성요건표지를 달리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기본적 범죄사실의 동일성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른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공소장변경 없이 기소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바.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소외 1 회사는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이 사건 크러셔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직접 점유·보관하는 주체이므로 그 실질적 대표자인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대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크러셔를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법리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피고인이 방어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파기 후 환송심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부여한 다음 공소사실에 관해서 판단함이 바람직하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일 뿐이므로,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이 곧바로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원심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종래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일관되게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이 곧바로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하여 확정시키는 것보다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 후 원심에서 피고인이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부합한다. 이러한 조치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나 대법원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기존 법리에 배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의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는 다수의견과 결론이 같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

6.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반대의견 요지

1)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담보설정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후’ 대상 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2) 다수의견은, 위 단계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키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3) 그러나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함으로써 채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이후 채무자의 담보물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나. 대법원 판례 및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와의 정합성

1)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전체적인 대법원 판례의 흐름,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선고된 3개의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와 충돌된다.

2)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1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2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과 더불어 최근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3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까지 대법원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와 ‘계약에서의 이익대립’을 구별함으로써 다양한 국면에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3) 제1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양도약정을 체결한 피고인이 그 동산을 이중 양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함으로써 계약 이행을 완료하고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위 법리가 동산의 ‘양도’에 한정됨을 명백히 하면서 구분 기준을 제시하였다.

동산 이중매매는 동산에 대한 권리가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 단계에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사안인 반면, 권리가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에는 이미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로서 타인의 사무가 되므로 사안의 본질적인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동산을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여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면 담보권자는 대외적으로 담보물의 소유권을 갖고 담보설정자는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어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다. 

4) 제1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후 동산담보에 관한 재판실무는, 담보권이 설정되기 전 단계에서 담보권을 설정해 줄 계약상 의무인지, 담보권이 설정되어 상대방에게 귀속된 이후 담보물을 보호·관리할 의무인지에 따라 ‘타인의 사무’ 여부를 판단하였다. 

최근 3년여 전까지 대법원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즉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2999 판결,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도3188 판결, 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6도7946 판결은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점유개정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되 계속 점유하던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제1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을 명시하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배임죄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며 이를 수긍하였다. 

위 3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5) 다수의견은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대신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문제 된 사무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다. 

비교적 최근 선고된 제3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면서 위 법리를 재확인한 다음,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6) 제3전원합의체 판결 후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배척되었다. 

7) 이와 같이 다수의견의 견해는 ‘타인의 사무’ 관련 많은 대법원판결들과 나아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표명된 법리와 부합되지 않는다. 게다가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담보설정자가 대상 동산을 처분한 행위의 배신성은 제3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보다 더 크다. 

향후 담보권을 설정한 동산 이외의 재산(주식, 채권, 면허권 등)의 처분에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판결들의 유지 여부가 거론될 때마다 다수의견의 판례부정합성이 계속 문제 될 우려가 있고, 특정재산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위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약정의 본질적 내용’으로 보아 타인의 사무로 인정한 선례들의 유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8) 이 사건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영역이고 대상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죄형법정주의 대원칙으로부터 곧바로 어느 쪽의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제3전원합의체 판결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다는 이유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비판한다면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9) 다수의견의 변경대상 판결 중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은 채무자가 주식에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아직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처분한 사안으로 본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쟁점을 달리하고, 나머지 변경대상 판결들은 모두 ‘담보권설정 후’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로서 ‘담보권설정 약정 불이행’과 무관하다는 점을 덧붙인다. 

다. 담보설정에서 실행까지 단계별 법률효과와의 관련

1)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설정 후 담보를 유지·보전할 의무, 담보권 실행 시 담보물을 인도하고 상대방의 담보실행에 협조할 의무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이를 모두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한다. 

2) 다수의견은 담보설정에서 실행까지 단계별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변화하고 이에 대응하여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 역시 변화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뿐더러, 그 단계별로 부담하는 의무의 법률적 평가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지 않는다. 

3) 채무자가 담보를 설정할 의무를 자신의 사무로 파악하는 데에는 이의가 없으며, 이 사건의 쟁점도 아니다. 그러나 일단 점유개정 등의 방법으로 담보를 설정한 후 담보를 유지·보전할 의무 및 그 이후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는 계약 당시와는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최초단계의 약정이행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 하여 그 이후의 사무까지 같은 내용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 

부동산 매매에서 계약 시부터 계약금 지급 단계까지는 매도인 본인의 사무로 취급하고,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로서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자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받았다면, 정산절차를 마치기 전이라도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담보목적물의 소유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44739 판결 참조).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가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매각한 경우, 제3자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정산절차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담보 목적물을 인도받음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도4263 판결 참조). 

담보권 실행 단계에 이르는 경우, 채권자는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사적으로 타에 처분하거나 스스로 취득한 후 정산할 수 있고(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6다37106 판결 참조), 환가로 인한 매득금에서 환가비용을 공제한 잔액 전부를 양도담보권자의 채권변제에 우선 충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다65066 판결 참조). 

5)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채권자가 취득한 담보권의 내용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력한 권리를 포함하므로 채권자가 담보권과 관련하여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은 ‘채권자의 사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 논리적 귀결로서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를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고,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게 된다. 

6) 이러한 점에서 동산담보설정 후의 법률관계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일방의 의무와 이에 대립하는 상대방의 권리로 구성되는 계약(예컨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계약종료 시 이를 반환받는 관계)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라. 담보권의 목적과 의무내용의 구분

1) 다수의견은, 양도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양도담보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라고 한다. 채무자가 담보권설정 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고 보는 듯하다(다수의견은 이 사건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는 채권의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라고 한다). 

2) 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한다. 이러한 관계는 법률에서 담보권의 부종성을 인정하기 때문이고 그 내용은 담보권이 채권에 부종한다는 취지이다. 담보권이 소멸하면 그에 따라 채무자의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한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담보설정자의 의무는 각각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이므로 이 두 의무를 놓고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인 전형적·본질적 의무와 부수적·종된 의무로 구분 지을 수는 없다. 제2전원합의체 판결이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대상으로 칭한 것이다. 제2전원합의체 판결은 변경대상판결을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으로 특정하여 그러한 판결만을 폐기하였다. 

이미 부동산에 관하여 민법 제369조가 저당권의 부종성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채무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인정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법상 금전채무와 담보권의 관계를 형법상 배임죄 성립요건으로서 ‘타인의 사무’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3) 금전소비대차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 변제’이다.

그러나 담보권설정에 있어서 채권실현은 담보권 실행의 목적이지 의무의 내용이 아니다. 담보권설정 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권실현(채무 변제)이 아니라 담보권 실행과 이를 위한 협조로서 담보물의 보관·유지가 된다.  

4) 그 밖에 다수의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 중, 양도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은 본건 쟁점과 논리적인 관련이 없고,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 등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내용은 이 사건에서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한 사실관계가 다투어진 바 없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여진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근거들은 모두 이미 담보권을 취득한 상대방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부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어서 판례변경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마. 이 사건의 검토

1)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보아도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2015. 12. 피해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이 사건 크러셔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는데 불과 3개월여 후인 2016. 3. 이를 매도하였다. 피고인은 위 담보물 처분 3개월여 후부터 저지른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범행으로도 경합범으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고 그 범죄사실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에게 영업손실이 14억 원에 이르러 변제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2) 이는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처분이 문제 되는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정이기도 하다.

담보설정자의 무자력으로 채무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채권실현 수단인 담보물이 처분되었는데, ‘채무를 변제하면 양도담보권 또한 소멸한다’는 일반론은 공허하게 들린다. 

대법원 판례와 해석론이 일치하여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배신설’의 입장을 취해 온 점도 고려할 수 있다.

3)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등에서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하며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등의 기재가 있다. 이에 따라 채무자가 양도담보권 설정 후 담보물을 보관하고 담보가치를 유지할 의무는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갖는 의무이므로 전형적인 ‘타인의 사무’이다. 

다수의견은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라거나 ‘피해은행이 별도로 담보목적물 보관사무를 위탁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처분문서의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여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다수의견이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양도담보설정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았고 원심까지 계약서의 문언과 달리 해석되어야 할 사정이 주장되거나 심리된 바도 없다. 

바. 결론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의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그 해석이 다수의견이 변경대상으로 지적하는 몇 개의 대법원판결을 넘어서 최근까지 이루어진 많은 대법원판결들 및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에 부합하고, 범행 실체에 따른 처벌 필요성에 부응한다.

배임죄의 성부를 가르는 기준은 담보권설정 약정의 불이행인지, 담보권설정 후 유지관리임무를 위배한 처분인지에 달려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사실심 재판과정에서 심리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견해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을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위와 같은 배임죄의 본질 및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규범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하여 배임죄의 성립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즉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를 처벌하는 형벌법규이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과연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살펴 그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서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의 현실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이유에서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판결을 이유로 다수의견이 대법원판결의 흐름에 반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대법원은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도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 판결 등).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판시를 들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석에 관한 다수의견이 선례와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시는 위임 등 계약에 기하여 위임인 등으로부터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약정된 보수 등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상대방과의 신임관계에서 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는 취지로서 종전의 판례, 즉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변경하거나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반대의견의 비판은 위와 같은 판시의 의미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 배임죄는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데에 있는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반면 행위자가 점유하고 있는 어떤 물건이나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를 판가름할 요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이사가 회사와의 계약관계상 부담하는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수임인으로서 회사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사에게 회사 재산을 관리하는 사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사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은 그가 위탁받은 사무 또는 위임인과의 신임관계의 유형이나 내용으로 인한 것이지 재산이 회사 소유이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재산이나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과 같은 대향적 계약관계에서 계약의 이행 단계에 따라 계약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계약상대방에게 귀속되었다 하여 그 계약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계약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도 채무자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 또는 전세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설정등기를 마쳐준 이후 등기관계 서류를 위조하여 그 등기를 말소한 사안에서 해당 등기를 임의로 말소하여서는 안 되는 것은 물권의 대세적 효력의 당연한 귀결로서 채무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의무이고 채무자가 담보제공약정에 따라 채권자의 재산의 관리보호를 위하여 특별히 부담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도201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3408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5738 판결 등 참조).

다. 대법원은 종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를 설정하되 그 담보물을 계속 점유하는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자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종전 대법원판결들이 설시한 담보물 보관의무의 의미와 내용이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채권자의 담보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부담하는 채무자의 담보물 유지·보전의무나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라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를 들어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채무자가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로서 담보물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관한다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임대차의 경우를 본다.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그 목적물이 임차인에게 인도되면 점유매개관계가 설정된다.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직접점유자, 임대인은 간접점유자의 지위에 서게 되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임대차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은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하는 것이다(민법 제618조).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며 사용, 수익하는 것은 임대차계약에 기한 자신의 권리에 기한 것이지 임대인을 위하여 임차목적물을 보관·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을 의무 등은 임대차계약 종료 시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에 부수되는 소극적인 의무에 해당할 뿐이다. 이러한 의무를 근거로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임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할 임무를 부여받았다거나 임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임대차계약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임차인을 임대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요컨대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점유매개관계에서 직접점유자에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보관자 지위를 근거로 혹은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이유로 만연히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 내지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배임죄의 구성요건 요소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라. 계약은 지켜져야 하고,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채무자가 양도담보에 제공된 동산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이 사건과 같이 이미 채무자가 변제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 이른 경우가 많고, 따라서 채무자의 그러한 행위로 채권자는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는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그와 같은 행위를 예방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계약 위반 내지 계약상 의무의 불이행에 대하여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하기 위하여는 구성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계약관계에서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고, 그 행위가 비난가능성이 높다거나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마. 별개의견은 ‘신탁적 양도설’의 입장에서 점유개정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므로 배임죄는 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공소가 제기되지도, 원심에서 심판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던 범죄사실인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산 양도담보의 법적 구성에 관한 별개의견의 견해에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러한 별개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는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현재 대법원 판례에 반하고, 배임죄와 횡령죄는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라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별개의견의 태도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나 대법원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동의하기 어렵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주심) 김상환

(출처: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배임] > 종합법률정보 판례)


    이에 대해 반대의견49)은 이중저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에 있어 대법원이 “문제 된 사무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양도담보와 같이
채권자가 담보물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에는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채권자가 취득한 담보권의 내용은 강력한 권리를 포함하므로 채권자가 담보권과 관련하여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은 ‘채권자의 사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 논리적 귀결로서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를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고,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게 된다.”고 하여 단순한 계약상
의무의 이행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설시하고 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이 다른 일반적인 계약의무의 불이행으로 이 사안을 바라본 것과 달리 반대의견은 비록 대상물이 동산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례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채무자의 불이행사무가 채권채무계약의 내용이 아닌 계약의 내용에 따라 설정된 담보물권의 물권적 효력에 따라 발생하는 사무라는 점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 점은 배임죄의 형사불법성과 관련하여 앞선 사례들과는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49)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배임]〈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담보에 제공된 동산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공2020상,723]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갑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갑 회사 소유의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병 등에게 매각함으로써 을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양도담보계약에서 갑 회사와 을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갑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을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을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점유개정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동산 양도담보는 동산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이다. 그 법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판례에 따라 신탁적 양도, 즉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동산 양도담보에 대해서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동산 양도담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이상, 그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이 채권담보이고, 그에 따라 채권자가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행사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합의와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에 따라 완전히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점유개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양도하는 등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의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그 해석이 다수의견이 변경대상으로 지적하는 몇 개의 대법원판결을 넘어서 최근까지 이루어진 많은 대법원판결들 및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에 부합하고, 범행 실체에 따른 처벌 필요성에 부응한다. 

배임죄의 성부를 가르는 기준은 담보권설정 약정의 불이행인지, 담보권설정 후 유지관리임무를 위배한 처분인지에 달려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사실심 재판과정에서 심리되어야 한다. 

[2] 갑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갑 회사 소유의 동산인 골재생산기기(크러셔)를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병 등에게 매각함으로써 을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갑 회사가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갑 회사의 채무불이행 시 양도담보권의 실행, 즉 동산을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을 은행이 담보목적물을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으로서,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 등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 등과 같이 담보설정자(갑 회사)의 담보목적물의 보전·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위 양도담보계약이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 아니라거나 양도담보계약과 별도로 을 은행이 갑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양도담보계약에서 갑 회사와 을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갑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을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을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을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민법 제185조, 제188조 제1항, 제189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189조, 제374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공1983, 678)(변경)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공1987, 924)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변경)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도3912 판결(변경)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변경)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293 판결(변경)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7923 판결(변경)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공2015상, 66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지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6. 20. 선고 2018노26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배임의 점에 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타인의 신뢰를 위반한 것인지, 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을 살펴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하여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채권자의 기대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한 채권자의 재산상 피해가 적지 않아 비난가능성이 높다거나, 채권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2)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양도담보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채무자는 그의 직접점유를 통하여 양도담보권자에게 간접점유를 취득하게 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점유하는 행위에는 ‘보관자’로서 담보목적물을 점유한다는 측면이 있고, 채무자는 그 과정에서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의무는 점유매개관계가 설정되는 법률관계에서 직접점유자에게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극적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직접점유자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간접점유자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고 그러한 보호·관리의무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고,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상 직접점유자의 주된 급부의무 내지 전형적·본질적 급부의무가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 처분정산의 방식이든 귀속정산의 방식이든 담보권 실행을 통한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 채무자 등이 채무담보목적으로 그 소유의 물건을 양도한 경우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그 물건의 사용수익권은 양도담보설정자에게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25463 판결,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40213 판결 등 참조).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도 채무자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해당 주식을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담보를 위하여 동산이나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도3912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293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7923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배임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골재생산기기인 ‘크라샤4230’(이하 ‘이 사건 크러셔’라 한다)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므로,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이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위 크러셔를 성실히 보관·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위 크러셔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함으로써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소외 1 회사 소유의 이 사건 크러셔에 관하여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공소외 1 회사의 채무불이행 시 양도담보권의 실행, 즉 이 사건 크러셔를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공소외 2 은행이 담보목적물을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임을 알 수 있다. 

3) 한편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 등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 등과 같이 담보설정자(공소외 1 회사)의 담보목적물(이 사건 크러셔)의 보전·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 아니라거나 양도담보계약과 별도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크러셔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상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는 기재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한다는 것, 즉 담보설정자는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하여 채권자에게 간접점유를 취득시키고 스스로 점유매개자로서 점유를 계속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는 담보설정자가 담보물의 보전·관리 등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면서 담보물을 영업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정하는 한편(제2조, 제12조), 담보물이 멸실·훼손되거나 그럴 염려가 있는 경우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담보설정자가 상당액의 물건을 보충하여 채권자에게 양도하여야 한다고 정하여(제4조 제1항, 제5조) 멸실·훼손에 따른 위험을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나아가 물상대위에 관하여도 정하고 있다(제10조). 이러한 계약 내용은 양도담보설정계약의 전형적인 내용이다. 

나) 담보설정자는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현실로 인도할 때까지 담보물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할 의무를 부담하지만(민법 제374조), 이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고, 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는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채권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인도할 의무’에 부수하는 의무이자,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 및 이를 통한 채권의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 

4) 결국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에서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은행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공소외 1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공소외 2 은행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공소외 2 은행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공소외 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을 공소외 2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각 사기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가.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5도20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판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4 명의로 이전받음으로써 편취한 이득액을 산정하면서 판시 부동산의 가액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공제하지 않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기죄의 편취액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한편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각 사기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과 함께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다가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 양형부당과 편취액에 관한 사실오인을 제외한 나머지 항소이유를 철회하였고, 원심도 위와 같이 철회된 부분을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따라서 각 사기의 점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는 부적법하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하나 그 이유를 달리하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은 채무자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하되 현실적으로 점유하여 보관하던 중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가 문제 되는 사안이다.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가 동산을 담보목적으로 채권자에게 양도하였다. 동산의 인도에 관한 여러 방법 가운데 점유개정의 방식을 채택하여 채무자가 현실적 점유를 하고 있다. 채무자는 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데도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 제3자가 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여 채권자는 더 이상 동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채무자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가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도담보에 제공된 동산에 대한 채권자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인지라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점유개정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하고 이를 보관하던 중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한다.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는 민법, 상법 그 밖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법적 개념은 가급적 일관성 있게 해석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형사법 영역에서 특별한 수정을 가하여 민사법과 다른 소유권 개념을 창조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양도담보는 소유권 등 권리 이전 형태의 비전형담보이다.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물건의 소유권 또는 그 밖의 재산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채무가 이행되면 채권자는 목적물을 설정자에게 반환하여야 하지만 채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목적물로부터 채권의 우선적인 만족을 얻는 담보방법이다. 

동산 양도담보는 동산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의 양도담보이다. 그 법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판례에 따라 신탁적 양도, 즉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동산 양도담보에 대해서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등기담보법’이라 한다)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구체적 근거와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 일반적으로 동산 양도담보약정에는 채무자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채권자에게 자기 소유의 동산을 양도하되 채권자는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동산을 인도받고 그 동산에 대한 현실적 점유는 채무자가 계속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민법 제189조는 점유개정에 관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정함으로써, 점유개정을 동산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도’의 한 종류로 명시하고 있다. 동산 양도담보약정에 따라 동산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완전히 이전한다. 양도담보약정에 따른 점유매개관계를 통해서 채권자는 동산에 대한 간접점유를 취득하고 채무자는 직접점유를 계속 유지하게 되지만, 채무자의 점유는 채권자의 소유권을 전제로 한 점유로 전환된다. 채권자는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양도받은 목적물의 소유권을 행사하여야 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한다. 다시 말하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때 해당 동산을 처분해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목적 범위에서 소유권을 가지므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면 채무자에게 해당 동산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본래 의미의 ‘신탁적 양도설’의 내용이다. 동산 양도담보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 스위스, 일본 등에서 판례와 통설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고, 현재 우리나라 판례와 다르지 않다. 

나)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여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물권법의 강행법규성에 따라 법률과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64165 판결 등 참조). 동산 양도담보에서 대외적으로만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대내적으로는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 이른바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새로운 소유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목적물의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양도담보계약 당사자의 물권적 합의 또는 처분의사에 반한다.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은 하나의 물건에 대해 두 사람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물권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일물일권주의에도 배치된다. 

민법 제정 당시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에서 형식주의로 전환하였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고, 제188조 제1항은 동산물권양도의 효력에 관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고 있다. 물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의사표시만으로는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지 않고 그 공시방법인 등기 또는 인도를 하여야만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긴다. 물권변동의 의사표시와 공시방법을 갖추면, 당사자 사이에서든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든 물권이 변동되기 때문에, 물권의 귀속이 대내적·대외적으로 분열되는 것은 민법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다. 동산물권을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하여 양도인이 현실적 점유를 계속하는 경우에 소유권이 대외적으로는 양수인에게 귀속되고 대내적으로는 양도인에게 유보된다는 것은 물권변동에 관한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다) 동산 양도담보의 법적 성격을 신탁적 양도로 보는 종래 판례·통설의 입장은 가등기담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가등기담보법은 부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그 적용범위(제1조)에 속하는 한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청산기간이 지난 후에 청산금을 지급한 때에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제4조 제2항). 그러한 청산절차를 마치기 전까지는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무자에게 있고 채권자는 가등기담보법에서 정한 일종의 담보물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강행법규의 성질을 가지는 가등기담보법의 규정, 특히 제3조 제1항, 제4조 제2항을 적용한 결과일 뿐이다. 가등기담보법은 민법 제607조, 제608조를 기초로 하는 법률로서 등기·등록과 같은 공시방법이 마련되어 있는 물건에 한하여 그에 관한 권리이전형 담보에만 적용되고, 그마저도 피담보채무가 소비대차와 준소비대차로 인한 차용물반환의무인 경우만을 규율하는 등 적용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가등기담보법 제1조, 제18조 등). 그러한 가등기담보법을 양도담보 일반에 적용할 수는 없다.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동산 양도담보를 포함하여 양도담보 일반에 대해서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같이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라) 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대법원은 가등기담보법 시행 전후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신탁적 양도설’의 입장에서 동산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이전되고,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상실한 채 점유·사용권만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그와 같은 입장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에 제공한 목적물을 제3자에게 다시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처분하더라도 그 제3자는 무권리자로부터 양수한 것이므로 선의취득의 방법 외에는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고(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30463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다37430 판결 등 참조), 채권자는 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제3자에게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다카315 판결 등 참조). 또한 채무자의 일반채권자가 신청한 목적물에 관한 강제집행절차에서 채권자는 제3자이의의 소로써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고(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44739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강제집행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양도담보에 제공된 목적물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선의취득한 경우 채권자는 그 매각대금을 배당받은 일반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51332 판결 참조). 

마) 대법원 민사 판결 중에는 마치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는 채무자에게 남아 있고, 대외적으로만 이전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듯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판결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30463 판결,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다45943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다37430 판결 등 참조)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표현만을 근거로 대법원이 동산 양도담보에서 위에서 본 ‘신탁적 양도설’과 달리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대내적으로 채무자가 갖는 소유권’의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판결들은 양도담보 목적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에서 채권자가 정당한 소유자이고, 채무자는 무권리자이므로, 채무자로부터 양도담보 목적물을 양수한 자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한 판결들로서,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가 여전히 소유자인지 여부가 법적 쟁점이 아니었다. 따라서 동산 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판결 중 대내적 관계에서는 채무자가 소유자라고 한 부분은 방론에 해당할 뿐 ‘판례’, 즉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대법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신탁자가 이른바 내부적 소유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30483 판결 등 참조), 자동차 지입계약 관계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차량의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고 지입차주가 차량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5도194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을 대내적·대외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동산 양도담보약정에는 위와 같이 소유권을 분열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3) 동산 양도담보를 신탁적 양도로 보는 이상, 그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이 채권담보이고, 그에 따라 채권자가 채권담보의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행사할 채권적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당사자 사이에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합의와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에 따라 완전히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점유개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양도하는 등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4)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동산 양도담보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법적 구성을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신탁적으로 양도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채권자에게 양도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형법에서는 채무자가 점유개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타인의 동산을 위탁받아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횡령죄(독일 형법 제246조)로 처벌하고 있다. 

5)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내부적인 관계에서 소유자임을 전제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등) 등은 변경되어야 한다. 

다. 채권자는 양도담보계약을 통해서 담보목적으로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면서도 채무자의 처분행위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고 채무자의 편의를 위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목적물을 계속하여 사용하도록 맡겨 둔 것이다. 이것은 채무자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유지하리라는 특별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하고,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양도담보 목적물을 처분하는 것은 위법하게 채권자의 양도담보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다음 임의로 이를 처분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독일의 통설·판례는 채무자가 위탁받아 점유·소지하는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판례는 양도담보의 경우 원칙적으로 소유권은 대내외 구분 없이 채권자에게 이전된다는 입장이고, 다수설은 이러한 형태의 양도담보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배임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자가 당초 약정에 위반하여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사기죄(fraud)나 횡령죄(embezzlement) 등으로 처벌하는 주가 대부분이다. 

종래 대법원이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해 온 것은 부동산에 관한 담보설정자의 임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것(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215 판결 등 참조)과 맥락을 같이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이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행위를 배임죄의 규율범위에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배임죄의 규율범위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이론 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 배임죄의 규율범위에서 제외하는 데서 나아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채무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계속 점유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쉽게 충족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을 횡령죄로 규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한편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자가 계속하여 점유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재물이 아닌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그 동산을 처분하더라도 ‘자기의 재물’을 그 객체로 하는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다수의견과 같이 위와 같은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러한 행위를 범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도 횡령죄 성립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해결방안에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다. 

라. 다수의견의 문제점에 관하여 본다.

1) 다수의견은 채무자의 금전채무 이행이 자신의 급부의무 이행이고,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가 자신의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담보권설정 전후 또는 양도담보 목적물의 양도 전후를 불문하고 채무자가 양도담보 목적물의 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자기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는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면 채권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그때부터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채권자를 위해서 양도담보 목적물의 유지·관리의무를 지게 된다. 

동산 양도담보에서는 위에서 보았듯이 동산의 양도 시점을 전후로 채무자의 법적 지위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점유개정으로 채무자가 계속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는 그 점유가 채권자의 소유권을 전제로 하는 점유로 전환된다. 이처럼 양도담보 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 전 단계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와는 그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되는데도, 다수의견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2) 다수의견은 동산 양도담보에 관하여 대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신탁적 양도설’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다수의견은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 처분정산의 방식이든 귀속정산의 방식이든 담보권 실행을 통한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고, 채무자가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초하여 목적물을 계속 점유·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에 중대한 의미가 있는 ‘물건의 양도로 인한 소유권 이전의 효과’에 관해서는 침묵하면서 ‘담보권’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동산 양도담보에 따라 채권자가 취득하는 권리를 일종의 담보권으로 파악하고 채무자에게 소유권이 남아 있거나, 이른바 소유권의 관계적 분열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내부적 소유권은 채무자에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수의견은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그 물건의 사용수익권은 양도담보설정자에게 있다’고 하면서 2개의 대법원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인용한 대법원 96다25463 판결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무자가 양도담보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약정한 사안에 관하여 사용수익권이 채무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고, 대법원 2001다40213 판결은 부동산 양도담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목적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채무자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판결들이 동산 양도담보에 관한 신탁적 양도설과 배치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채무자가 그 소유의 물건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면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 이전의 효과가 생기므로, 그 이후에 ‘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권리’를 소유권으로 볼 수 없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점유개정’ 방식으로 물건을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점유개정 방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는 약정으로 얼마든지 ‘현실인도’를 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동산 양도담보에서 채무자가 점유개정을 통해서 인도하든 현실인도를 통해서 인도하든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 효과는 같아야 한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실제로 양도담보 목적물을 인도한 경우 채권자는 양도담보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채권자가 위와 같이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채무자에게 해당 목적물을 맡겨 보관하도록 하면서 그 사용을 허락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 소유의 물건에 대한 재산관리의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한 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의무가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논리를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과 같은 경우로 한정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고 이를 물건에 대한 보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물건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게 된다. 다수의견이 이러한 의도로 위와 같은 논리를 전개한 것일 수 있으나,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다수의견이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를 위임 등으로 한정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왜냐하면 타인 소유의 물건에 대한 점유가 위임 관계에 기초한 것이라면 수임인이 임무에 위배하여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는 결국 횡령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즉 다수의견은 이미 횡령죄가 성립하고 배임죄는 논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상정하여 그러한 경우만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 다른 경우는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모순이고 순환논리이다.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위와 같은 사안은 처음부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만 따지면 된다.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44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2077 판결 등 참조). 사용대차의 차주, 임대차의 임차인이나 임치의 수치인은 위탁관계에 따라 대주, 임대인이나 임치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전형적인 예이다.  

임차인이 자전거를 빌린 사안을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동산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빌린 자전거를 점유·사용하던 중 임대인의 허락 없이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점유·사용한다. 이때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라는 위탁관계를 통해서 동시에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보관하는 자로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즉 직접점유자인 임차인은 간접점유자인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에 따른 신뢰관계(위탁관계)에 기초하여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보관할 의무가 있다. 임차인이 자신이 보관 중인 임대인 소유의 자전거를 임의로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20007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도6060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임차목적물을 무단 처분한 임차인이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통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서 횡령죄로 처벌되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임차목적물에 대한 보관의무가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에 부수하는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판례가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차목적물 보관의무와 수치인의 임치계약에 따른 목적물 보관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하여 모두 횡령죄 성립의 요건인 ‘위탁관계에 따른 보관’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두 사안에서 목적물 보관의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배임죄를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타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고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된다. 대법원도 횡령죄와 배임죄는 모두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라는 등의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2651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6982 판결 등 참조). 타인 소유의 물건을 위탁관계에 기초하여 보관하는 사람이 그 물건을 보관하는 것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있다. 그 보관이 보관자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보관임무에 위배하여 물건을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임죄를 논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4) 다수의견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4조만으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크러셔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부분은 동산 양도담보에 따라 채권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음을 당사자가 상호 확인하고, 채무자(설정자)가 채권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관계를 통해서 공소외 2 은행이 공소외 1 회사에 이 사건 크러셔에 대한 보관·관리를 위탁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아가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4조 제1항과 제5조가 담보물이 멸실·훼손되는 경우 채무자(설정자)는 상당액의 물건을 보충하여 채권자에게 ‘양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 역시 채권자 앞으로 양도담보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마.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도9481 판결 참조).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 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재산범죄로서 그에 대한 법정형이 같고,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단지 법률적용만을 달리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면 배임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도 횡령죄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와 배임죄는 그 범죄주체와 실행행위의 내용 등 구성요건표지를 달리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기본적 범죄사실의 동일성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른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공소장변경 없이 기소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바.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소외 1 회사는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이 사건 크러셔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직접 점유·보관하는 주체이므로 그 실질적 대표자인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 은행에 대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크러셔를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법리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피고인이 방어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파기 후 환송심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부여한 다음 공소사실에 관해서 판단함이 바람직하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일 뿐이므로,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이 곧바로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원심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종래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일관되게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이 곧바로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하여 확정시키는 것보다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 후 원심에서 피고인이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부합한다. 이러한 조치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나 대법원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기존 법리에 배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의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는 다수의견과 결론이 같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

6.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반대의견 요지

1)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담보설정자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후’ 대상 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2) 다수의견은, 위 단계에서 채무자가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키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3) 그러나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함으로써 채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이후 채무자의 담보물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나. 대법원 판례 및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와의 정합성

1)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전체적인 대법원 판례의 흐름,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선고된 3개의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와 충돌된다.

2)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1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2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과 더불어 최근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제3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까지 대법원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와 ‘계약에서의 이익대립’을 구별함으로써 다양한 국면에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3) 제1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양도약정을 체결한 피고인이 그 동산을 이중 양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함으로써 계약 이행을 완료하고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위 법리가 동산의 ‘양도’에 한정됨을 명백히 하면서 구분 기준을 제시하였다.

동산 이중매매는 동산에 대한 권리가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 단계에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사안인 반면, 권리가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에는 이미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로서 타인의 사무가 되므로 사안의 본질적인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동산을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여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면 담보권자는 대외적으로 담보물의 소유권을 갖고 담보설정자는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어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였다.  

4) 제1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후 동산담보에 관한 재판실무는, 담보권이 설정되기 전 단계에서 담보권을 설정해 줄 계약상 의무인지, 담보권이 설정되어 상대방에게 귀속된 이후 담보물을 보호·관리할 의무인지에 따라 ‘타인의 사무’ 여부를 판단하였다. 

최근 3년여 전까지 대법원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즉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2999 판결,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도3188 판결, 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6도7946 판결은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점유개정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되 계속 점유하던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제1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을 명시하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배임죄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며 이를 수긍하였다. 

위 3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5) 다수의견은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대신 맡아 처리하는 것이어야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문제 된 사무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다. 

비교적 최근 선고된 제3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면서 위 법리를 재확인한 다음,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6) 제3전원합의체 판결 후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배척되었다. 

7) 이와 같이 다수의견의 견해는 ‘타인의 사무’ 관련 많은 대법원판결들과 나아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표명된 법리와 부합되지 않는다. 게다가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담보설정자가 대상 동산을 처분한 행위의 배신성은 제3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보다 더 크다. 

향후 담보권을 설정한 동산 이외의 재산(주식, 채권, 면허권 등)의 처분에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판결들의 유지 여부가 거론될 때마다 다수의견의 판례부정합성이 계속 문제 될 우려가 있고, 특정재산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위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약정의 본질적 내용’으로 보아 타인의 사무로 인정한 선례들의 유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8) 이 사건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영역이고 대상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죄형법정주의 대원칙으로부터 곧바로 어느 쪽의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제3전원합의체 판결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다는 이유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비판한다면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9) 다수의견의 변경대상 판결 중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은 채무자가 주식에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아직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처분한 사안으로 본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쟁점을 달리하고, 나머지 변경대상 판결들은 모두 ‘담보권설정 후’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로서 ‘담보권설정 약정 불이행’과 무관하다는 점을 덧붙인다. 

다. 담보설정에서 실행까지 단계별 법률효과와의 관련

1)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설정 후 담보를 유지·보전할 의무, 담보권 실행 시 담보물을 인도하고 상대방의 담보실행에 협조할 의무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이를 모두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한다.  

2) 다수의견은 담보설정에서 실행까지 단계별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이 변화하고 이에 대응하여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 역시 변화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일뿐더러, 그 단계별로 부담하는 의무의 법률적 평가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지 않는다. 

3) 채무자가 담보를 설정할 의무를 자신의 사무로 파악하는 데에는 이의가 없으며, 이 사건의 쟁점도 아니다. 그러나 일단 점유개정 등의 방법으로 담보를 설정한 후 담보를 유지·보전할 의무 및 그 이후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는 계약 당시와는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최초단계의 약정이행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 하여 그 이후의 사무까지 같은 내용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 

부동산 매매에서 계약 시부터 계약금 지급 단계까지는 매도인 본인의 사무로 취급하고,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로서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자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받았다면, 정산절차를 마치기 전이라도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담보목적물의 소유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44739 판결 참조).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가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매각한 경우, 제3자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정산절차 종결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담보 목적물을 인도받음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도4263 판결 참조). 

담보권 실행 단계에 이르는 경우, 채권자는 담보목적물인 동산을 사적으로 타에 처분하거나 스스로 취득한 후 정산할 수 있고(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6다37106 판결 참조), 환가로 인한 매득금에서 환가비용을 공제한 잔액 전부를 양도담보권자의 채권변제에 우선 충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다65066 판결 참조). 

5)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채권자가 취득한 담보권의 내용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력한 권리를 포함하므로 채권자가 담보권과 관련하여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은 ‘채권자의 사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 논리적 귀결로서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를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고,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게 된다. 

6) 이러한 점에서 동산담보설정 후의 법률관계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일방의 의무와 이에 대립하는 상대방의 권리로 구성되는 계약(예컨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계약종료 시 이를 반환받는 관계)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라. 담보권의 목적과 의무내용의 구분

1) 다수의견은, 양도담보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양도담보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라고 한다. 채무자가 담보권설정 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고 보는 듯하다(다수의견은 이 사건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보존할 의무는 채권의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라고 한다). 

2) 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한다. 이러한 관계는 법률에서 담보권의 부종성을 인정하기 때문이고 그 내용은 담보권이 채권에 부종한다는 취지이다. 담보권이 소멸하면 그에 따라 채무자의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한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담보설정자의 의무는 각각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이므로 이 두 의무를 놓고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인 전형적·본질적 의무와 부수적·종된 의무로 구분 지을 수는 없다. 제2전원합의체 판결이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대상으로 칭한 것이다. 제2전원합의체 판결은 변경대상판결을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으로 특정하여 그러한 판결만을 폐기하였다. 

이미 부동산에 관하여 민법 제369조가 저당권의 부종성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채무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인정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법상 금전채무와 담보권의 관계를 형법상 배임죄 성립요건으로서 ‘타인의 사무’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3) 금전소비대차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 변제’이다.

그러나 담보권설정에 있어서 채권실현은 담보권 실행의 목적이지 의무의 내용이 아니다. 담보권설정 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권실현(채무 변제)이 아니라 담보권 실행과 이를 위한 협조로서 담보물의 보관·유지가 된다. 

4) 그 밖에 다수의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 중, 양도담보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은 본건 쟁점과 논리적인 관련이 없고,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 등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내용은 이 사건에서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한 사실관계가 다투어진 바 없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여진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근거들은 모두 이미 담보권을 취득한 상대방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부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어서 판례변경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마. 이 사건의 검토

1)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보아도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2015. 12. 피해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이 사건 크러셔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는데 불과 3개월여 후인 2016. 3. 이를 매도하였다. 피고인은 위 담보물 처분 3개월여 후부터 저지른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범행으로도 경합범으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고 그 범죄사실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에게 영업손실이 14억 원에 이르러 변제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2) 이는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처분이 문제 되는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정이기도 하다.

담보설정자의 무자력으로 채무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채권실현 수단인 담보물이 처분되었는데, ‘채무를 변제하면 양도담보권 또한 소멸한다’는 일반론은 공허하게 들린다. 

대법원 판례와 해석론이 일치하여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배신설’의 입장을 취해 온 점도 고려할 수 있다.

3)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등에서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하며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등의 기재가 있다. 이에 따라 채무자가 양도담보권 설정 후 담보물을 보관하고 담보가치를 유지할 의무는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갖는 의무이므로 전형적인 ‘타인의 사무’이다.

다수의견은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이라거나 ‘피해은행이 별도로 담보목적물 보관사무를 위탁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처분문서의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여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다수의견이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양도담보설정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았고 원심까지 계약서의 문언과 달리 해석되어야 할 사정이 주장되거나 심리된 바도 없다. 

바. 결론

채무자가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물의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그 해석이 다수의견이 변경대상으로 지적하는 몇 개의 대법원판결을 넘어서 최근까지 이루어진 많은 대법원판결들 및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에 부합하고, 범행 실체에 따른 처벌 필요성에 부응한다. 

배임죄의 성부를 가르는 기준은 담보권설정 약정의 불이행인지, 담보권설정 후 유지관리임무를 위배한 처분인지에 달려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동산담보권이 설정되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사실심 재판과정에서 심리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견해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을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위와 같은 배임죄의 본질 및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규범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하여 배임죄의 성립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즉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를 처벌하는 형벌법규이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과연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살펴 그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서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의 현실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이유에서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판결을 이유로 다수의견이 대법원판결의 흐름에 반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대법원은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도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 판결 등).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판시를 들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석에 관한 다수의견이 선례와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판시는 위임 등 계약에 기하여 위임인 등으로부터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약정된 보수 등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상대방과의 신임관계에서 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는 취지로서 종전의 판례, 즉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변경하거나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반대의견의 비판은 위와 같은 판시의 의미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 배임죄는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데에 있는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반면 행위자가 점유하고 있는 어떤 물건이나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를 판가름할 요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이사가 회사와의 계약관계상 부담하는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수임인으로서 회사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사에게 회사 재산을 관리하는 사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사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은 그가 위탁받은 사무 또는 위임인과의 신임관계의 유형이나 내용으로 인한 것이지 재산이 회사 소유이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재산이나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과 같은 대향적 계약관계에서 계약의 이행 단계에 따라 계약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계약상대방에게 귀속되었다 하여 그 계약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계약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도 채무자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 또는 전세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설정등기를 마쳐준 이후 등기관계 서류를 위조하여 그 등기를 말소한 사안에서 해당 등기를 임의로 말소하여서는 안 되는 것은 물권의 대세적 효력의 당연한 귀결로서 채무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의무이고 채무자가 담보제공약정에 따라 채권자의 재산의 관리보호를 위하여 특별히 부담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도201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3408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5738 판결 등 참조). 

다. 대법원은 종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를 설정하되 그 담보물을 계속 점유하는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자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종전 대법원판결들이 설시한 담보물 보관의무의 의미와 내용이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채권자의 담보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부담하는 채무자의 담보물 유지·보전의무나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라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를 들어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채무자가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로서 담보물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관한다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임대차의 경우를 본다.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그 목적물이 임차인에게 인도되면 점유매개관계가 설정된다.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직접점유자, 임대인은 간접점유자의 지위에 서게 되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임대차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은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하는 것이다(민법 제618조).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며 사용, 수익하는 것은 임대차계약에 기한 자신의 권리에 기한 것이지 임대인을 위하여 임차목적물을 보관·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을 의무 등은 임대차계약 종료 시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에 부수되는 소극적인 의무에 해당할 뿐이다. 이러한 의무를 근거로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임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할 임무를 부여받았다거나 임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임대차계약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임차인을 임대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요컨대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한 직접점유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점유매개관계의 기초가 되는 계약관계 등의 내용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점유매개관계에서 직접점유자에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보관자 지위를 근거로 혹은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이유로 만연히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 내지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배임죄의 구성요건 요소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라. 계약은 지켜져야 하고,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채무자가 양도담보에 제공된 동산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이 사건과 같이 이미 채무자가 변제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 이른 경우가 많고, 따라서 채무자의 그러한 행위로 채권자는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는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그와 같은 행위를 예방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계약 위반 내지 계약상 의무의 불이행에 대하여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하기 위하여는 구성요건에의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계약관계에서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고, 그 행위가 비난가능성이 높다거나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마. 별개의견은 ‘신탁적 양도설’의 입장에서 점유개정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므로 배임죄는 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공소가 제기되지도, 원심에서 심판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던 범죄사실인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산 양도담보의 법적 구성에 관한 별개의견의 견해에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러한 별개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는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현재 대법원 판례에 반하고, 배임죄와 횡령죄는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라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별개의견의 태도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나 대법원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동의하기 어렵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주심) 김상환  


3. 배임죄의 해석론에 따른 대법원 판례의 평가  


가. 배임죄의 본질론과 한계  


   대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에 대한 판결문에서 배임죄 성립요건의 판단기준에 대해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
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50)고 판시하여 배임죄의 본질에 관해 기본적으로 배신설의 입장에 서면서, 어느 정도의 신뢰위반, 어떤 정도의 임무위배를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배신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규범적 평가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소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결국 배임죄의 성립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배임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0)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공2018하,1203]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적극)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③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등이 피고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갑 등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갑 등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 점, 갑 등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의 내용은, 갑 등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등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부동산을 을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점,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갑 등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 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또한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56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공1983, 1683)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공1985, 405)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공2005하, 1909)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공2011상, 1223)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공2011하, 1574)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선관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2. 23. 선고 2016노28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 소유인 서울 금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지하 1층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13억 8,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계약 당일 계약금 2억 원, 2014. 9. 20. 중도금 6억 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잔금 5억 8,000만 원을 지급받고 2014. 11. 30.까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이하 ‘공소외 4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등 참조). 

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3)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4)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라. 한편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제3자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당초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거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 매도인인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고, 그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래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중매매를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2) 피고인은 이중매매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손해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뢰와 기대, 신임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잔금 지급기일인 2014. 11. 30.이 지나도록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2014. 12. 17.경 피고인에게 통고서(이하 ‘이 사건 통고서’라 한다)를 보냈다. 그 내용은 ‘피고인이 요구조건(인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예상수익 월 2,025만 원 내지 2,430만 원씩의 비율에 의한 돈을 매매대금 잔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중도금과 특별손해까지 청구하겠으니 2014. 12. 31.까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 전화로 ‘소유권을 주시면 임차인과의 소송은 피고인이 마무리 해주실 거예요?’, ‘이 사건 통고서를 보낸 변호사에게, 최종 목적은 부동산 매매이고, 일단은 합의가 우선이니, 해지는 보류하고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도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매매계약을 파기할 거면 진즉에 했지, 여태까지 기다렸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이미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한 이후인 2015. 4. 14.경 피해자 공소외 6과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으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6은 ‘그거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 주에 소유권 이전해 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 원으로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피해자 공소외 6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 조건으로 지금까지 기다린 기간에 대해서 잔금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 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2) 이 사건 통고서의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피해자들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 등)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도인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그때부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나. 형사재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권보장 관련 규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어렵게 획득한 역사적 산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죄형법정주의는 당연히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이나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600 판결 등 참조). 그러니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해석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형사정책상의 처벌 필요성, 민사적 구제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 국민의 비난 여론 등을 핑계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하려는 태도를 지양하여야 한다. 

다.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판례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인 데다가 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칫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조차 인정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쉽게 신의칙에 기대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견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 뒤이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판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거부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부동산 인도나 소유권이전보다는 계약관계의 종료 방법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에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관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소유권이전을 위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한편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범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손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마당이라면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그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임차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여 줄 양도인의 의무(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 참조),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참조),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신축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해당 연립주택을 처분해 버린 사안에서 채권자가 연립주택을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을 그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수인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참조),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은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이미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러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발생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거나 의무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존재하는 채무이다. 중도금이 수수되어 한쪽 당사자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계약금이 교부됨으로써 양 당사자에게 유보되었던 약정해제권, 즉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할 뿐, 매도인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거나 본래부터 매도인 자기의 사무인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일방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말하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란 실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는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은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라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마.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나 처벌 필요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등기협력의무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라는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켜,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매매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매매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주된 의무는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다. 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사. 그런데도 굳이 부동산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미 부동산의 경우에도 채권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비록 대물변제예약 사안이지만 피고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그 의무위반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도 같게 다루는 것이 옳다. 

아. 다수의견은 부동산이 가지는 재산적 특수성과 부동산 거래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대성, 그리고 부동산 매매대금이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 관행과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이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동산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자.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그러한 법원칙 위에 여러 가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매수인을 보호하여 매도인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족한 사안에 국가형벌권으로 개입하고 있고, 더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하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처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거나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인 간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전에 형벌법규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중대성, 이중매매를 방지하여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관계를 유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증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으로 이중매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형사처벌이라는 권력적 수단에 의존해 왔을 뿐 이와 같은 자율적 해결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이념과 그동안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 시민의식의 성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충분히 시장경제질서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수의견이 부동산 가치의 중대성이라는 고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를 추구해 온 그동안의 대법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한,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형벌법규의 입법목적, 전체적 내용과 구조 등을 살펴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관의 당연한 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나.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나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예시하여 그 요건을 단순히 범죄행위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관이 그 구성요건요소를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 범죄행위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재산상의 이익’, ‘손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적 또는 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거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이러한 본질에 입각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에 관한 해석기준을 세워 왔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이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 임무위배행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종래 판례가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임무위배행위의 내용을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별 구성요건요소는 사전적·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종래 판례가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규범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을 해석해 온 것은 현실에서 문제 되는 사무 처리의 유형이 다양하고, 이행단계나 처한 상황에 따라 처리 사무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사무의 성질이나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을 위하여 취해야 할 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벌법규를 해석하는 데 법관에 의한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일의적 개념만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임죄 자체가 신임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 곧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언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배임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신임관계를 기초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배임죄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가 아님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 자체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를 계약위반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계약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의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대의견이 어떠한 이유로 임무위배행위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 성질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와 ‘자기의 사무’를 일도양단하듯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사무의 유형이나 성질, 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상 의무의 유형이나 의무위반행위의 모습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적인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그 타인을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어떤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 또는 ‘타인을 위한 사무’인지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반대의견도 ‘타인의 사무’라고 보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위임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처리하는 사무는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이기도 하지만 약정된 자신의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업무로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매도인 자신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나, 매수인의 입장에서 재산을 취득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수인의 사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이행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수인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자기의 사무이자 타인의 사무인 경우가 있고, 반대의견이 논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라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지만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고(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이때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계주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는데도 그 임무를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 참조). 또한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 때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매, 담보권 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종다양한 거래관계를 자기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종다양한 거래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법해석에 불과하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형적·본질적인 내용,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는지는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약정에 따른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가 아니고, 중도금이 수수되었더라도 그 성질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비롯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종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등기에 관한 공동신청주의 아래에서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이나 거래의 관행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수인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행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매도인도 그에 대응해서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보존하고 관리할 임무, 즉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판례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매도인이 신임관계를 고의적으로 저버리는 배신적 처분행위로 목적부동산에 관한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계약의 유형에서도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지만 일정한 계약의 이행 단계에 이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에서 본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한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의적 배신행위로 이행불능을 야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한 구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영역에 형벌권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형벌로 처벌할 수 없다거나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산범죄는 궁극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그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형벌권이 어떤 행위에, 어떤 국면에서 개입할 것인지는 민사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특별법 고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재산범죄인 사기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에서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고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다고 하겠으나,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거래에 수반된 과장이나 허위가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인 경우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신뢰위반행위가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등에 따라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 경우 역시 형사법적 관점에서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아래와 같이 여러 사례를 이유로 다수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고,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념요소라 할 수 있는 ‘신임관계’를 민사상 채무의 유형이나 그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통상적 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상의 기대, 거래의 진행단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상 이익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다고 볼 것인지 등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일정한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는 그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계약에 따른 채무의 유형이나 권리 변동의 구성요소 등과 같은 법적 구조의 일부 외형이 유사하다고 하여 규범적 판단의 결과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이 사건 이중매매 사안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같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대물을 통해 ‘변제’하는 것에 있다. 반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매수인이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 매도인이 그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같이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 지급 전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매수인이 약정에 따른 담보대출금에 의한 매매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판례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재산보전 협력의무에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에 차이를 두는 것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수인의 주된 의무인 금전지급의무와 부동산 매도인의 주된 의무인 재산권이전의무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충분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 그 불이행으로 인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판례가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는데도 제2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것은, 제1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의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고(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 등 참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사 없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은 후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경우,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또는 제2매수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새로운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도인에게 신임관계와 임무위배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한 보호는 보호의 형식이나 국면을 달리하는 것일 뿐 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매도인에게 성실한 이행이 기대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자유로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매수인의 이행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행청구권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 중 하나이다. 매도인이 배신적 행위를 통해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계약의 효율적 파기를 인정하는 견해나 이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매매대금의 반환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는,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다음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부동산의 가액이 올라간 경우에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림으로써 매수인의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은 그 책임이 있는 자가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한 매도인은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배신적 행위는 매도인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도인이 경제적 자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한 뒤 받은 금전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매수인의 대금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실질적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이중양도 또는 이중매매를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아, 형사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중매매를 억제하여 온 판례의 태도는, 의용민법이 시행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한 민법이 최초로 시행된 1960. 1. 1.부터 현재까지 판례는, 중도금이 수수되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왔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같이 하고, 다만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될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래활동을 규율하는 사실상의 법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국민의 거래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확고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추구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보호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이 그 핵심이다. 대법원이 피해를 야기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기존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나 현실적 필요를 발견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유지하고자 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는 매수인 보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라는 최종적 수단을 통하여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르는 길을 지나치게 넓게 열어주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매수인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이라는 형법의 역할 가운에 어느 쪽을 절대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두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방의 법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방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오히려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뒷받침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당 사무가 상대방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만으로 당연히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가 생겨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 같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자(민법 제681조 참조)는 그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에서도 유사한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당사자 일방이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민법 제563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부동산을 될 수 있는 한 매도인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 또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나 매도인의 목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나 대금을 취득하기 위해 그 대가로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 점은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를 매수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매도인에 대하여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인정하고 있다. 

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으로 10%를 더 지급하여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는 결국 형벌로써 매도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을 감수하지 않는 한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부정된다. 매수인에게 발생될 수 있는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소유권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211조 참조). 

라.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가 형성된 실질적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가 보유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매매대금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상당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매수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지급한 매매대금마저 반환받지 못함으로써 심대한 손해를 받는데도,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에만 맡겨 두는 것으로는 매수인 보호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금 또는 중도금 등의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우려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인 매수인의 법익 보호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배임죄 구성요건의 문언을 벗어나 그 포섭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상대방인 매도인이 갖는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는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형법의 해석원칙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결코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부동산 매도인을,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법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주지하다시피 우리 학계에서는 배임죄의 본질에 대해 배신설이 종래 주류적인 위치에 있었지만51) 최근에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에서 ‘배신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임무위배의 관점에서 성립요건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51) 대부분의 문헌에서 배신설이 종래 학계의 다수설이라고 표현되고


   배임죄의 본질에 대한 학계의 논의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우선 배신설은 배임죄의 본질을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의무에 대한 위배 내지 신임관계의 침해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대내외 신임관계에서 발생한 타인의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침해하는 것이 배임죄라고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배임죄의 본질을 행위주체의 ‘사무처리의무위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52)가 있는데, 이 견해는 우리형법에는 독일형법의 배신구성요건과 같이 ‘신뢰관계’가 요건으로 되어있지 않아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단순한 임무처리상의 배임행위일 뿐, ‘배신행위’라고 읽어야 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한다.  

52) 허일태, “배임죄에서 행위주체와 손해의 개념”, 비교형사법연구 제6권 제2호, 2004, 141면; 김종덕, “배임죄 주체의 해석상 몇 가지 문제”, 저스티스 통권 제112호, 2009, 10면 이하; 김혜정,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여부에 대한 판단”, 법조 제67권 제6호, 2018, 832면; 김종구, “부동산이중매매의 형사책임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고찰”, 일감 부동산법학 제18호, 2019, 77면; 조지은, 앞의 논문, 605면.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 대해 본질론은 배임죄가 가지는 가벌성에 대한 근원적 고찰론일뿐 그것이 곧바로 배임죄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결정짓는 해석론이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53) 배임죄의 본질을 사무처리의무위반으로 보더라도 사무처리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가벌성을 가지는 것은 그러한 행위가 가지는 (사무처리의 당사자가 된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성에 근거한 것이고, 결국 어떠한 내용이나 정도의 배임행위가 형사처
벌의 대상이 되는 배신행위 혹은 배임행위가 되는 것인지가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53) 이용식, “대물변제예약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형사불법적 구조”, 형사판례연구 제23권, 박영사, 2015, 232면.


   이러한 시각에 의하면 배임죄의 본질론에서 배신성을 중점에 두느냐, 사무처리의무위반에 본질이 있다고 보느냐는 견해의 차이는 실제 사례에서 배임죄의 성립여부를 가름에 있어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배신성에 본질을 두더라도 결국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배신성이 형사불법의 정도에 이를 정도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즉 형법이 배임죄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대한 위험성이 현실화된
다고 할 수 있는) 임무위배행위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신뢰관계의 침해라는 점을 배제하고 사무처리자에게 부여된 사무처리의무위반에서 배임죄의 가벌성을 찾고자 하더라도 당해 사무처리의무에 대한 형법적 가치(본인과의 관계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될 만한 사무처리의무인지 여부)에 대한 규범적 평가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결국 사무처리에 대한 신뢰나 신임관계가 고려되지 않을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비록 우리 형법에 ‘신뢰관계’에 대한 명문의 표현이 없다고 해도 사무처리의무의 형법적 가치에 대한 규범적 판단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론은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배신설이 신뢰관계에 중점을 둔 나머지 신뢰관계에 위배되는 모든 형태로 배임죄의 성립범위가 확장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본질론이곧바로 구성요건해석론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단지 그러한 이유에서 ‘제한해석’의 취지54)로 사무처리의무위반설의 입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는 본질론과 구체적 해석론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4) 배임죄의 본질론으로 사무처리의무위반설의 입장을 지지하는 견해는 대부분 배임죄가 ‘재산적 비행 의 하수종말처리장’(문형섭, 배임죄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1, 2면)이라는 ‘기념 비적 표현’을 인용하면서 성립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만 배임죄의 본질론에서 논의되는 ‘신뢰’가 가지는 의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대체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뢰는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존재하거나 형성되는 개인 간의 신뢰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형법의 공적 가치를 고려할 때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뢰는 ‘개인적인’ 신뢰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의 신뢰’에 훨씬 큰 방점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55)가 있다. 개인 간의 신뢰와 그에 따른 사무처리임무는 사회경제적 질서에 의하여 승인되거나 지지될 수 있는 신뢰와 임무일 때 형법적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견해는 경청할만 하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서 결국 배임죄에서의 신뢰관계에 대한 논의는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와 유사한 논의의 장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55) 이용식, 위의 논문, 232면.


나. 배임죄의 요건인 ‘사무의 타인성’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에서 배임죄의 성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부분은 ‘사무의 타인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56) ‘사무의 타인성’여부는 해당 사무가 명확히 위탁이나 대행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고, 행위자에게 부여된 사무가 타인의 사무로서의 성격과 자신의 사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에 문제된다. 즉 전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거나 위탁받은 것이 아니라 매매계약과 같은 거래관계에 의하여 발생하는 사무의 경우 타인의 사무와 자신의 사무가 대부분 공존하게 되고 이 경우 해당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56) 임무의 위배여부와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라는 점도 검토되어야 할 구성요건이지만 해당 사례에서는 이 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된 쟁점이 아니었다. 다만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제1매수인에게 중도금 및 손해배상을 아울러 진행하여 완료한 경우, 제1매수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쟁점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판례와 학설의 다수견해는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개념에 대해 ‘손해발생의 위험’까지 포함하는 입장(위험범설)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침해범과 같이 해석하여 손해의 위험은 배제해야 한다는 반대의 견해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면의 한계상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고 후속 연구를 기약하고자 한다. 


   타인의 사무는 ‘본래 타인이 처리해야 할 사무를 그를 위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견해57)가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자신의 사무가 주된 것이고 타인의 사무는 부수적인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매매, 임대차, 양도담보 등의 일반적 법률행위만으로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는 해당 사무가 자기 사무의 성질을 가지면서 동시에 당사자의 계약에 따른 협력의무일 뿐이어서 타인의 사무처리자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비전형적인 법률행위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58)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타인도 할 수 있으나 자신이 대신하는 일이라면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있다.59)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나, 그 일을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타인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타인을 위한 자신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는 아닌 것60)이라는 것이다. 

57) 하태인, “배임죄의 본질과 타인의 사무”, 법조 제67권 제1호, 2018, 792면.
58) 하태인, 위의 논문, 792면.
59) 일본 학계에서의 일반적 이해라고 한다. 이정민,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 인권과 정의 제500호, 2021, 52면.
60) 박찬걸, “부동산 이중매매가 과연 형사처벌의 대상인가?”, 형사정책 제30권 제1호, 2018, 27면; 이정민, 위의 논문, 53면.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형법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신임관계 또는 신뢰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규정61)이 없고, 일본형법과 같이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규정하지 않고 단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는 성질상 타인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대행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주장62)이 있다. 이 견해는 일정한 사무가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일 수는 있다는 것은 “검은색이 동시에 흰색이 될 같은 모순적인 논리라고 표현63)하면서,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에 있어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는 ‘타인을 위한 자기사무’라고 평가한다.  

61) 독일형법 제266조 제1항 후단은 배임죄를 ‘신뢰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62) 김신, “배임죄에 대한 몇 가지 오해”, 비교형사법연구 제21권 제4호, 2020, 354면. 
63) 김신, 위의 논문, 355면.


   이러한 시각에 반대하여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사무의 귀속주체를 떠나서 사무의 성격상 타인인 상대방의 재산보호를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64)이 있다. 이 견해는 배임죄에 부여된 형사불법의 핵심을 배임행위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구한다.65) 구체적으로, 재산소유자와 재산보호자 사이에는 일종의 상하관계,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어, 재산에 관하여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행위할 것인가는 재산소유자가 아니라 재산보호자에게 위임되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재산보호자에게 소유자의 재산은 제도적으로 경영자(=우월적 지위)의 관할에 놓이게 되어 경제적으로 우월한 힘66)있는 자의 지위에서 재산침해의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67) 그리하여 이 견해는 배임죄의 일반적인 형법상 불법구조는 “행위자가 타인의 재산에 대하여 ‘지배적 지위’,‘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지배적 지위는 ‘신뢰’와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즉 재산소유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68)  

64) 이용식, 앞의 논문, 234면.
65) 이용식, 앞의 논문, 235면.
66) 여기서의 ‘힘’은 물리력이나 권력 등의 실질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법제도나 규정 혹은 개인간에 합의된 질서의 차원에서의 ‘권한’이나 ‘구조적 위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근로계약에 의하여 야간에 편의점의 계산대를 독점관리하게 된 시간제 근로자는 (사회경제적으로는 점주에 비해 낮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야간의 편의점 관리업무’에 대해서는 점주에 대해 우월적 ‘힘’을 가지게 되며, 이것이 자신의 생계를 위한 자신의 업무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달리 볼 바는 아니다.
67) 이용식, 앞의 논문, 236면.
68) 이용식, 앞의 논문, 237면.


다. 논의의 평가와 소결  


    이상의 견해 대립은 결국 배임죄를 좁은 의미의 ‘타인사무 처리자’에 국한하여 적용되는 엄격한 재산적 신분범으로 제한해석을 해야하는가, 아니면 임무위배행위의 재산권침해수단성을 강조하여 일종의 재산적 행태범으로 볼 것인가의 관점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배임죄의 남용가능성에 따른 폐해와 경제적 질서에 대한 신뢰이익의 형법적 보호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정도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배임죄의 확대적용에 따른 경제활동의 위축이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횡령죄의 판단과정에서도 언급되었던 ‘민법적 질서의 보호’라는 형법 본래의 기능과 더불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재산거래의 현실에서 자신의 재산을 유지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산거래제도가 부여하는 제도적 신뢰관계에 기반한 타인의 사무처리에 적극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자신의 사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이 타인의 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타인과의 일정한 관계에서 합의에 의하여 획득된 지위라면 형법이 배임죄의 주체로 규정하는 ‘타인의 사무처리자’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본다면 배임죄의 성립근거는 재산의 소유자가 자신의 재산상 이익의 유지 보호를 위해서 사무처리자에게 특별히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가 경제적 활동의 논리와 규칙을 준수한다는 경제질서에의 신뢰에 있는 것69)이고,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대향적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자기거래의 완성을 위한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것이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 ‘타인의 사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70)  

69) 이용식, 앞의 논문, 238면.
70) 강수진, “동산양도담보권 설정자의 담보물 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고려법학 제100호, 2021, 252면.


   배임죄를 이와 같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는 범죄로 해석하면서, 사무처리자에게 자신의 사무를 의존하게 된 재산 소유자의 보호필요성은 사회경제적 질서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게 되면, 동산의 이중매매 사안과 달리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를 긍정하는 대법원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질서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에서 중도금까지 지급한 제1매수인은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도 할 수 있다.71)  

71) 이러한 점을 강조한 의견으로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 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그렇지만 배임죄의 핵심을 사무처리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구할 경우,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대등한 계약당사자로서 부여되는 계약의 이행의무는 상호간에 우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으므로 배임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입장과 다르게 이중매매, 증여 대상물에 대한 처분행위 등의 사안에서 사무의 타인성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대법원이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동산 양도담보물의 처분이나 근저당권 설정계약대상 부동산의 처분행위는 담보물권의 설정이라는 계약의 내용과 특성상 담보권설정자에게 채권자의 담보권을 물권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었다고 할 수 있고, 해당 담보물권이라는 채권자의 재산은 오로지 담보권설정자인 채무자의 처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72)는 점에서 배임죄의 성립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채권적 이행의무를 넘어서 이를 물권적 방식으로 담보하는 (비록 법이 규정하지 않는 비전형담보라 할지라도)양도담보나 근저당권설정의 방식을 선택한 채권자는 담보‘물권’이라는 경제적 신뢰가 부여된 제도를 통해 채무자의 임의적 채무이행여부를 떠나서 ‘제도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양도담보물 유지나 부동산담보를 위한 등기의 의무는 채권자와의 채권채무계약의 내용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채무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자신의 재산을 보호받고자 하는채권자의 의지에 따라 채무자에게 제도적으로 부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채무자의 담보물 관리의무나 근저당권 설정등기의무는 전적으로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사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사무처리의무위반은 사회경제적 질서에 따른 신뢰의 침해로 평가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만한 형법적 가벌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72) 강수진 교수는 이에 대해 “양도담보설정자는 물권자인 양도담보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표현한다. 강수진, 앞의 논문, 257면.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오히려 부동산 매매와 비교하여 저당권설정의 경우 채권자의 지위가 채무자의 지위보다 우월한 것으로 볼 수 있다73)는 점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논거로 제시하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동산 양도담보의 경우에도 양도담보설정자인 채무자가 거래상 지위에 있어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에 비하여 대체로 비교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견해74)가 있다. 이러한 시각은 계약의 성립배경과 동기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지위의 우월성은 이러한 전체적인 계약관계의 배경과는 무관한 것이다. 배임죄의 성립과 관련한 지위의 우월성은 구체적으로 성립한 물권관계나 물권적 계약의 내용과 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담보물권을 설정하거나 등기설정의 약정을 하게 된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75)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그러한 약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되면 ‘채권자의 담보권’이라는 재산에 대한 실질적 처분권은 전적으로 채무자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형법이 정당한 채권자의 담보권이라는 재산을 필요적 보호의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다면76) 채무자의 무단처분행위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임무를 위배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 배임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이른바 생계형 채무자에 의한 부득이한 담보물 처분행위라는 점은 양형요소로 고려되어야 할 사정이다.  

73)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의 보충의견  
74) 강우예,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양도담보가 설정된 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채무자의 형사책임”, 형사판례연구 제29권, 박영사, 2021, 295-296면.
75) 이러한 의미에서라면 모든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금전적 여유가 있거나 경제적 지위가 우월함에도 스스로 채무자의 지위가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76) 이에 대해 이중저당 사례에 대한 대법원(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반대의견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부동산 이중저당 사건〉[공2020하,1429]

【판시사항】

[1]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이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갑 사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갑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3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공2008상, 639)(변경)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윤성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6. 선고 2019노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한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이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하지 아니함을 밝혀둔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채무자가 차용금을 수령한 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실제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는 다수의견과 같이 ‘저당권’이라고만 한다). 이러한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포섭 대상인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로부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적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맹목적으로 이끌린 나머지,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하여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신임관계마저도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시켜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률상 공백상태를 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할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1)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3) 나아가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최근까지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교환, 증여 및 대물변제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도1944 판결). 

라.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와 담보설정행위는 양자 모두 등기절차의 협력이라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반하였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더러,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대법원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에 관하여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와 양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즉,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이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의무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채권자가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러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저당권설정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경우에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동산의 현금화를 위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자가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되는 반면,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불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와 같이 협력의무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위 두 가지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이와 같이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후 제3자에게 대상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소유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는 방법 대신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시가에 상당하는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금액은 부동산 매매에서 통상 정해지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합계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대로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사무가 단지 채무자의 개인적 사무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채권보전과 무관하다고 보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에서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이러한 거래가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교환이나 증여의 경우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취지는 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한 당사자의 신뢰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환이나 증여보다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의 정도나 상대방에게 미치는 손해가 비할 바 없이 큰 부동산의 이중저당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가벌적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다르게 볼 만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거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저당권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이므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전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는 시각에 서 있는 듯하다. 

부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을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부종성에 터 잡은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담보물권도 성립하지 않고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는 것이 민사법에 따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저당권설정자의 의무는 엄연히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로서,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부종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결부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근저당권은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배제되어 있어 피담보채권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하더라도 근저당권의 존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참조).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이유는,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는데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 의해 변제되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담보채권 위에 질권을 설정하여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피담보채권과 함께 해당 저당권을 타에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투입하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피담보채권과 함께 근저당권을 양도하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조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은 어느 목적물이 가진 교환가치의 취득 및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 소유권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는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인 교환가치가 파악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소유권의 양적 일부인 공유지분이 이중으로 양도되는 경우 여느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처럼,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가 이중으로 양도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임은 물론 균형에 맞는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 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또는 그에 대한 신뢰관계 자체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하고,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금전소비대차)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바.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에 양도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에 관한 유지·보관의무 등을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 즉 채권자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채무자의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권리취득에 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으로 가벌적 임무위배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도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사.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다고 보아,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이행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재산권인 담보물권을 형벌에 의해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재산의 교환가치를 객관적으로 적정하게 파악하여 그 우선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까지는 중시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및 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최고법원으로서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 이르러 종전과 다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피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을 갈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죄형법정주의나 그중 하나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이를 가지고서 위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말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그 권리이전의 형식만 다를 뿐 모두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본질적·전형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양도담보의 경우 부동산 매매와 동일하게 양도담보설정자의 의무는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법제도의 발전에 따른 민사채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의 자제 및 재산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최근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흐름에 배치되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형벌법규로써 규율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가져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어 등기를 갖추어야만 권리를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또한 사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은 한정된 자원의 적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에도 방해가 된다. 

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당사자 일방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금전채무 담보 목적으로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역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 사안에서 주식 양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판례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사안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다수의견이 위 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다. 또한 같은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 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반해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설정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되고, 저당권설정등기 전에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며, 기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지만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저당권설정계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약정으로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등기를 마쳐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으면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3)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 다수의견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점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의 핵심이다.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등기협력의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종래 판례에서 공동신청주의에 따른 등기의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 태도를 지양하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 그 취지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등기협력의무를 곧바로 타인의 사무로 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의 유형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 현실 등을 바탕으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우리의 사회 현실을 감안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중도금 제도가 개선되거나 가등기, 처분금지가처분 등 권리확보수단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의 교환이나 증여는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다수의견에 직접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하지 않았을 뿐, 이에 관한 판결들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나) 반대의견과 같이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는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보의 대상 또는 채무에 대한 담보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각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여전히 타인의 사무로 봄으로써,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 저당권은 모두 동일한 담보권으로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의 방법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저당권설정계약과 유사한 유형의 법률관계는 대물변제예약이지 매매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반대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부동산을 저당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담보 제공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와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변제확보 방안으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담보가 설정되기도 전에 금전을 대여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처음부터 담보 제공을 할 의사도 없이 담보 제공 조건으로 차용금을 교부받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의율될 여지가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실질은 결국 일반 민사채무를 불이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채권자는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쟁점은 부동산 소유자가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다음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먼저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1)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그 규범적 의미를 명확히 하여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으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법률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문장의 가능한 언어적 의미내용을 명확하게 하고(문리해석), 동시에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해석해야 한다(논리해석). 형벌법규의 문언이나 논리에 따르는 것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에는 형벌법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질서 전체의 이념, 형벌법규의 기능, 입법 연혁, 입법 취지와 목적,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보호의 목적, 행위의 형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한다(목적론적 해석). 이러한 해석방법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해 온 확립된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도4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문언해석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처리(처리)’를 ‘대행(대행)’으로 좁게 이해하는 것은 그 문언적 의미에 반한다. 

‘처리’는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는 것인 반면, ‘대행’은 남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다. 처리라는 용어에는 대행과 달리 대신하여 행위를 한다는 한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법률용어로서 대행과 구별하여 사용되는 대리(대리), 대표(대표), 사무관리(사무관리) 등도 ‘처리’에 포함되고, 그 밖에 사실상 행위, 가령 심부름을 하는 일이나 은행창구 직원의 계좌이체행위 등도 ‘처리’에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 관하여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 재산의 관리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즉,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해 왔고, 이는 오랜 기간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타인의 사무로 본 것도 위와 같이 확립된 문언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선고한 대법원판결들에서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서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또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와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는 모두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이고, 위와 같은 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만일 위 두 경우 중 어느 한쪽을 부정한다면 다른 쪽도 부정해야지, 어느 한쪽을 긍정하면서 다른 쪽을 부정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좁게 해석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무슨 근거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에 해당하는 재산보전협력의무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으로 법해석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법령, 법률행위, 사무관리와 신의성실 원칙 등에서 나오는 사무에는 대부분 자신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성격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위임계약도 유상으로 한 때에는 쌍무계약(무보수의 특약이 없으면 보수지급의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로서, 실제 쌍무계약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의 각 채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이 맡긴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위임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기 위하여 위임계약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경우가 위임계약의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화해 등의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의 재산적 이익에 반하는 취지로 합의를 하였다면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수의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사의 사무 역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위임에 따른 사무도 오롯이 타인의 사무로만 볼 수 없는데도,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타인의 사무처리자를 좁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임이나 고용과 같은 계약에 기초하여 일을 하는 경우를 대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수임인이나 피용인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임인이나 피용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한 이유도 위와 같이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어느 한쪽으로만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 문언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문언해석으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포괄할 수 없다면,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판결은 더 이상 유 지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견해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된 문언적 의미를 무시한 것이거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안에 따라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다르게 본 것이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배임죄의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배치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일본의 1940년 개정형법가안 제442조 제2항(‘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로 규정되어 있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의 현행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일본 판례는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저당권설정자는 그 등기에 관해 이를 만료하기까지는 저당권자에게 협력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는 주로 타인인 저당권자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를 통해 인정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라고 규정한다. 독일 형법은 권한남용 구성요건과 배신 구성요건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배임죄를 구성하고 있는데, 독일의 통설은 권한남용 구성요건을 배신 구성요건의 특수한 형태이고 배신 구성요건을 일반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연방대법원도 배임죄의 본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위반에 있다’고 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독일의 배임죄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이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있다는 배신설을 따르고 있다. 즉, 배임죄를 사무처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재산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본다. 따라서 사무처리자와 제3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무처리자와 본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된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해석방법이다. 법해석은 입법자가 이미 고려하였던 것을 단순히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금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타인의 사무’라고만 되어 있을 뿐 타인의 사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을 기초로 ‘타인의 사무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와 배임행위에 관한 이러한 법리는 형법 규정에서 바로 도출할 수 없고, 배임죄의 본질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에 기초한 목적론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절도죄나 상해죄 등과 같이 구성요건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권리행사방해죄나 배임죄와 같이 그 구성요건에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그 규정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타인의 권리가 무엇이든 그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하기만 하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근거는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신의성실 원칙도 포함되고, 사무처리의 내용도 각각의 근거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며, 무엇이 주된 의무인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타인의 사무가 무엇이고 본질적 내용이 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배임죄 판단의 징표로 삼고 있는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률관계의 유형, 개별 약정의 내용이나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채무의 변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이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아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과 그 성질상 차이가 없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무자 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저당권이 아닌 근저당권인데, 근저당권에서는 이른바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구별되는 특질이 있다.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거나 이전되더라도 근저당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즉,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기 전에는 비록 발생한 채권을 채무자가 변제해도 근저당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대법원 1965. 4. 20. 선고 64다169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를 말한다)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은 ‘채무이행의 방법’에 관한 약정으로 민법의 채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담보권설정’에 관한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에서의 부종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담보채무의 변제만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주요 내용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까?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부수적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사무 유형을 구분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그 성립 여부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해석론에 반한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없이는 상대방이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일정한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목적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충분하고 이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고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것은 소유권 등 물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 중에서 전형적인 배임행위로 평가되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에 관하여 일관되게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판례는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사무처리자의 상대방에 대한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도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이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을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문언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의 처벌 범위에서 제외하되 채무불이행 유형 중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일정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무엇보다도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았다면, 그와 동일한 유형의 신임관계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로서, 그 의무 이행 없이는 상대방이 재산을 취득할 수 없어 사무처리자의 처분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경우도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아야 한다. 양자를 달리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달리 판단하였다는 의미에서 평가모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그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나 배임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거가 없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이중저당 사안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배임죄에 관한 규정 없이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사항을 다른 형벌 규정 등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매우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단독신청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이중처분의 우려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공동신청주의를 채택하여 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와 등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부동산 이중처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보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저당거래가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중저당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 등에 관한 공증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이중처분행위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계약한 대로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정착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므로 사적 자치에 맡기고 이제는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민사적 권리구제가 확충되어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사정변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 그중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약을 파기할 자유, 계약을 위반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약속을 믿고 행동을 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까지 자율의 영역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장하는 권리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행청구나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수단이 이용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배임죄 등 몇몇 형사범죄는 바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문제 되는 일정한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전형적인 배신행위로서 신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는데, 이를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양자가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중매매의 경우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중저당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은 거래 현실이나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모두 매도인 또는 채무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이 미칠 다음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소비대차에 따른 금전을 주고받기 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담보권은 담보제공자의 이행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고, 채권자 스스로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은 무담보 채권이 되어 채무자에게 다른 자력이 없다면 공허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여금 채권 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채권자가 언제나 사회적 강자이거나 채무자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담보대출의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준공 시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그 약정을 위반하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분양자나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다음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먼저 취득한 다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 만일 법원이 담보설정을 약정한 분양업자 등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받기 전에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실상은 신뢰관계에 기초한 담보대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대출경색으로 채무자들이 제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산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3) 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사후적으로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행이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데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넘겨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그 금원을 변제받았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중저당으로 채권자를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채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 침해와 그로 인한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에 따른다면, 어떤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대표이사와 회사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고 고용 또는 위임계약이라는 민법상 법률관계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배임죄로 처벌되는 대부분의 형사사건도 그 본질은 계약을 위반한 것에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민사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형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 모두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근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석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과 배임죄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채무자의 배신적인 이중처분행위와 관련된 여러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이에 의하여 변경되는 판례의 범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이 사건 쟁점은 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은 대상과 처분 시기를 달리하므로, 그 결론이 통일될 이유는 없다.  

나.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위 두 사건의 원심판결에서 ‘근저당권설정의무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모두 배척되었고,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 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위 2개의 대법원판결에서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한 명시적 법리 판시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죄 인정 여부는 직권판단 대상인 이상,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타인의 사무임을 전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판단한 위 2개의 대법원판결도 판례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12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받지 아니한 채 화물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한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법리 판시 없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상 판결로 포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다. 설령 명시적인 판례변경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직전에 선고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동산 이중매매와 마찬가지의 법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저당권설정등기의무 불이행은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채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명시적인 법리 판시가 없더라도 각급법원의 판결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지도적인 해석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도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여전히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태도를 위 2개의 대법원판결 선고 시로부터 불과 6개월여 만에 바꾼 것으로, 하급심 등의 실무에 혼란을 가져오고 대법원판결의 신뢰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위와 같은 짧은 기간에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볼 사정변경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Ⅳ. 결어를 대신하여 –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에 대해서는 종전부터 많은 논의가 이어져 왔다. 현재까지의 통설과 판례는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뢰관계를 위반한다는 점에서 그 성질을 같이하는데 다만 횡령죄의 객체는 (재산상 이익 중 특별한 형태인)재물이라는 점에서 횡령죄와 배임죄는 특별․일반관계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횡령죄와 배임죄는 각각 재물과 재산상 이익이라는 별개의 객체를 대상으로 하는 택일적인 관계라는 견해(택일관
계설)77)나, 횡령죄와 배임죄는 택일관계설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객체를 대상으로 하는 독립적인 범죄이지만 (범죄주체의 측면에서 :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와 타인의 사무처리자)일부가 중첩되는 중첩관계라는 견해(독립관계설)78) 등의 다른 의견이 있다.  

77) 신동운,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한국형법학의 새로운 지평(오선주교수 정년기념논문집), 2001,형설출판사, 334-335면; 김태명, “재물 및 재산상 이익의 개념과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형사법연구 제31권 제4호, 2019, 319면. 특히 김태명 교수는 구체적으로 “횡령죄가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임에 반하여 배임죄는 (양도담보로 제공한 자기의 동산 또는 부동산의 처분이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의 재물’이나 (은행임직원의 부당대출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라고 정리한다. 
78) 허일태, “위탁금전과 형법상 소유권개념”, 비교형사법연구 제5권 제1호, 2003, 265면 이하; 문형섭,재산범죄론의 이해, 전남대학교 출판부, 2006, 272-274면; 이석배,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동아법학 제46호, 2010, 367면 이하; 김재윤,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 법학논총(전남대) 제30권 제1호,2010, 147면


    이러한 횡령죄와 배임죄의 관계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연구주제이지만, 이 글의 논의의 결과를 정리함에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횡령죄의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결국 위탁신임관계로 형성된 위탁-보관의 상태에 대해 형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형법상 정당화된 위탁-보관의 상태가 성립하면 그러한 상태는 보관자가 자신의 임의대로(소유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할 수 있는 충분한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고(형사법적 위험성), 그러한 지위에 이른 자가 처분행위를 하여 소유권에 대한 침해의 결과를 야기하면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함부로 절취한 것과 같은, 소유권의 (형사)불법적 침해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횡령죄의 성립을 위한 형사법적 가벌성도 결국은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위험성을 충분히 가졌고 소유자는 보관자의 처분에 자
신의 소유권 보전여부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정한 ‘지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애초에 ‘보관’과 같은 상태적 요건이 필요없고 다만 사무처리자라는 지위만이 요구되는 배임죄에서 그 가벌성을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임의적 처분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재산사무의 (결과적)귀속주체가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월적 지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은 그 본질의 측면에서는 횡령죄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보여진다. 즉 횡령죄와 배임죄는 공히 ‘위탁-보관관계’ 혹은 ‘사무처리의 타인성’이 의미하는 재산처분에 대한 행위자의 우월적 지위와 이에 따른 재산권의 보호필요성에 가벌성의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횡령죄와 배임죄를 특별․일반관계로 파악하는 현재까지의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이러한 측면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