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입법론적 검토-이제우
Ⅰ. 머리말
Ⅱ. 가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Ⅲ. 입법론적 검토
Ⅳ. 맺음말
Ⅰ. 머리말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목적물로 거래할 때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 등을 바로 체결하는 대신 가계약부터 체결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그런데 가계약을 규율하는 규정이 따로 없고 가계약에 관한 소수의 판례도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약의 법적 구속력 문제를 비롯하여, 가계약 파기 시 가계약금의 반환(또는 포기) 여부 및 그 금액을 둘러싸고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가계약이 본계약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경우 바로 본계약으로서 그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이나 예약으로 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수정이 예정된 협의사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효력은 법률행위의 해석에 따라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무에서 만연한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을 통한 해결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판례와 논의를 정리하면서 가계약의 법적 성질을 검토한 후 우리나라의 관행을 반영할 수 있는 입법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가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을 고찰(Ⅱ.)한다. 가계약의 개념을 소개한 후 가계약을 네 가지 유형, 즉 본계약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경우(1.), 정지조건부 계약인 경우(2.), 예약인 경우(3.), 교섭의 기초로서 수정이 예정된 협의사항인 경우(4.)로 구분하여 그 법적 성질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가계약의 유형별 주요 판례와 학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어서 II.의 내용을 토대로 가계약을 규율하기 위한 입법방안(Ⅲ.)을 모색한다. 입법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입법 시 고려할 사항만 다루지 않고 조문의 신설을 위한 구체적인 개정안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맺음말(Ⅳ.)에서는 연구의 내용을 정리하고 결론을 내린다.
Ⅱ. 가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1. 개설
가계약에 관한 확립된 개념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1)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이는 비교적 느슨한 형태의 정의이지만,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관행과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개념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무난해 보인다. 본계약2)과 구별되는 가계약의 개념정의가 용이하지 않은 이유는 후자의 경우 그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지, 발생한다면 어떤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권리관계의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약의 내용과 효력은 당사자 쌍방의 의사표시, 두 의사표시의 합치 여부, 가계약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사회통념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1) 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확정). 2) 가계약에 기하여 체결되는 계약의 명칭이 확립되어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정식계약’ 또는 ‘본계약’이 사용된다. 이 글에서는 ‘본계약’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
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 [설계비등] 확정[각공2007.9.10.(49),1951] 【판시사항】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그 판단 기준 및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데,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하여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계약에서 본계약 주된 급부의 중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105조 [4] 민법 제105조 【전 문】 【원 고】 주식회사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김외숙) 【피 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동준) 【피고들 보조참가인】 참가인 【변론종결】 2007. 5. 31. 【주 문】 1.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은 원고에게 금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5. 3.부터 2007. 7. 2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사이에 생긴 부분의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의 5/6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4,366,057,682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11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이 각 기재,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대표자 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는 건축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이하 ‘이 사건 대지’라 한다) 소재 엄궁주공아파트의 각 소유자들이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이 사건 대지 위에 새로운 아파트(이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라 한다)를 재건축(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하고자 설립한 조합이고, 피고 롯데건설주식회사(이하 ‘피고 롯데’라 한다)는 토목 및 건축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나. 위 엄궁주공아파트 각 소유자들은 1999. 10. 27.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그 소유자들을 구성원을 하는 비법인사단인 소외 엄궁주공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고 한다)를 설립하고 소외 제인모를 그 위원장으로 선출하였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0. 6. 5.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이하 ‘이 사건 가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 (목적) 본 약정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 소재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재건축조합의 설립과 재건축 공동시행자를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여 본 재건축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함에 있다. 제2조 (약정내용) 1.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 설계권을 원고에게 부여한다(이하 ‘설계용역약정’이라 한다). 2. 원고는 엄궁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설계권자로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재건축주택조합 설립업무의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원고의 부담으로 시행한다. 3. 재건축 추진을 위하여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은 향후 공동시행자와 협의 정산 처리한다(이하 ‘비용부담약정’이라 한다). 4. 재건축 설계비는 향후 원고가 공동시행자와 협의 결정하고 재건축에 피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제3조 (이의 제기 금지) 2.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재건축조합설립을 위한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최대한 협력하여야 하며 원고가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단 재건축 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제4조 (약정서의 효력) 2. 본 약정서는 향후 공동사업시행자와 본 계약서를 체결시까지 효력을 갖는다. 다. 피고 조합은 2000. 6. 18. 창립총회(이하 ‘창립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제인모로부터 경과보고를 듣고 재건축 결의, 조합규약 확정, 조합장(제인모) 선출을 하였으며 2000. 8. 23. 부산 사상구청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라. 원고는 위 설립인가 후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현황측량, 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추진에 필요한 설계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도서를 작성하여 왔다. 피고 조합은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2000. 10. 13.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5.까지 4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가 제출되자 같은 해 11. 1. 위 4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원고가 준비한 관련 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를 사용하여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그 어느 업체도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 조합은 다시 2001. 8. 17.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여 같은 달 24.까지 8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게 되었고 같은 달 29. 위 8개 업체를 참여시킨 상태에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2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었다. 피고 조합은 2002. 5. 10.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4.까지 29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아 같은 해 11. 1. 위 29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위와 같이 원고가 준비한 관련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갑 제6호증, 이 사건 제1, 2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의 현장설명회에서 사용된 현장설명서의 내용과 달리 “피고 조합에서 제시한 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외에도 사업의 성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여 조합측에 제시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이하 ‘이 사건 현장설명서’라 한다)를 가지고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여 피고 롯데 외 2개 업체가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롯데의 사업참여제안서에는 원고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안보다 용적률이 더 높은 등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대안설계안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 롯데는 위 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이 사건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승낙한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제출하였다. 마.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이하 ‘임시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시공자를 피고 롯데로 선정한다는 결의를 하고, 〈①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을 위해 설계 등을 한 원고의 퇴출 여부안, ②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내지 ③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롯데건설 설계안을 따라 가되, 상지건축을 안고 가야 된다.”는 투표관리 위원장 권정대의 발언에 대하여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하여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이하 ‘이 사건 1차 결의’라 한다)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피고 조합은 2002. 7. 29.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음을 통지하였고, 피고들은 2002. 10. 31.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계약(이하 ‘이 사건 시공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원고와 피고 롯데는 위 임시총회 결의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쳤으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이 원고와 피고 조합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다툼으로 이 사건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 다툼이 계속되자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2003. 2. 23. 정기총회(이하 ‘정기총회’라 한다)를 열어 ‘설계권에 대한 확정 승인’의 안건과 관련하여 피고 롯데의 대안 설계안을 작성한 주식회사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이하 ‘나우동인’이라 한다)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자로 결의(이하 ‘이 사건 제2차 결의’라 한다)하였고, 2003. 2. 28.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며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그 내역서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청구하여 달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한편 피고들은 2003. 5. 30. 나우동인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권원의 개요 원고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가계약이 법적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 조합에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금전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원고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제2조 3.에 규정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설계도면의 작성, 기획업무 수행, 조합설립에 필요한 인력의 제공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설계용역약정에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설계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원고가 얻게 되는 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 차례로 살핀다. 나. 원고 제공 용역에 대한 대가지급에 관하여 (1) 설계비용 청구 (가) 책임의 발생 ①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설계(이하 ‘이 사건 설계’라 한다)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인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가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지위를 승계받았을 뿐만 아니라 임시총회에서 원고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자로 결의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설계용역이 대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② 피고의 주장 피고는 ㉮ 이 사건 가계약은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 설령 법적 구속력이 있다 해도 이 사건 가계약은 조합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임시총회, 최종적으로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피고 조합이 승계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하여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 만일 피고 조합이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임시총회에서 피고 롯데 측에 설계권을 부여하되 원고가 피고 롯데와 협상하여 피고 롯데측의 대안 설계안보다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설계안을 제출할 경우 그것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는데도 원고는 피고 롯데에게 설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만 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고 그리하여 정기총회에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조합원들의 설계변경요청 미반영 내지 설계수행능력의 불가능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가계약상의 약정해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국 이 사건 가계약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③ 판 단 우선,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가에 대해 살핀다. 앞의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은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함에 있고, 구체적으로 원고는 재건축조합의 설립업무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자신의 부담으로 시행하고 피고 조합은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을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조합규약을 제정한 후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한 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에 착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을 제5호증의 8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2003. 2. 28.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가계약이 부결되었으므로 원고가 투입한 비용을 정산해 주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 그 대상과 구체적 범위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한 용역의 제공, ㉯ 용역비의 산정방식과 액수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원고가 제공한 모든 용역에 대한 비용, ㉰ 용역의 이행기는 이 사건 가계약 체결 후부터 이 사건 본계약 체결시까지, 용역대금의 이행기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사 선정 후〉로서 그 약정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될 수 있어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원고의 업무수행과 그 비용의 정산에 관하여 체결된 하나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아도 재건축사업추진을 위하여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별도의 계약 없이 원고가 바로 설계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함에 있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은 단순히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 조합도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원고에게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계약체결의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음으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승계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조합규약 제47조는 “재건축조합 설립인가일 전에 조합이 설립과 사업시행에 관하여 재건축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행한 행위는 관계 법령 및 이 규약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이 이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폐지된 구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8조 및 조합규약 제18조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및 부과금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 제4호증, 제6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보고를 하였지만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사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가 작성해 준 설계도면 등을 사용하여 사업공동시행자 선정을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하여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게 된 사실,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에서 안건으로 〈원고의 퇴출여부안,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및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이 부쳐져 피고 롯데 측의 대안설계안이 원고의 설계안보다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점 및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 당시부터 피고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 선정 때까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이끌어 준 점을 고려하여 “피고 롯데 설계안을 따라가되, 원고를 안고 가야 한다.”는 조합원의 발언에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재건축 아파트의 설계업체와 관련해서는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제1차 결의를 한 후, 2007. 7. 29. 원고에게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이 설립된 이후 계속하여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의 도움을 받아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왔고, 이 사건 제1, 2차 결의도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에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1, 2차 결의에는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상 지위를 승계한다는 결의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다. 가사 위와 같은 묵시적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인정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총회결의가 없어 이 사건 가계약의 효력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법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의 약정해제권의 행사로 해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원고와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체결 당시 약정해제의 사유와 관련하여 피고 조합은 원고의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고 약정한 사실 및 이 사건 제2차 결의 이전에 원고는 피고 조합에게 그 비용정산을 주장하는 용역의 제공을 마친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이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주장하는 이 사건 가계약의 약정해제의 사유는 피고 조합이 원고와 본설계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 또는 원고에게 설계권을 부여한다는 가계약 약정에 대한 것에 불과하고, 본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과 별도로 체결된 원고의 재개발사업 관련 업무수행의 대가를 정산하기로 한 약정에 대한 것은 아니며, 용역제공 후 본설계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것 내지 피고 조합에게 본설계계약 체결의무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독자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그 비용정산약정을 해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하므로 달리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비용정산약정에 대해 미리 해제 사유를 정해 두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제공한 용역에 상당하는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책임의 범위 원고는 건축사법 제19조의3의 규정에 따라 공고된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근거하여 원고의 계획설계비를 산정하면 전체 예상공사비 193,972,000,000원에 설계비 요율 3.8613014%를 곱하여 총설계비를 산출하고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가 전체 설계업무의 30%이므로 그 상당액인 2,218,853,854원을 설계비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설계용역비가 건축연면적 평당 20,000원 이하이므로 이에 따라 전체 설계용역비를 산정하여야 하고, 원고는 시공사 선정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설계도면 등을 작성하여야 함에도 그 범위를 넘어서 설계업무를 추진하였으므로 시공사 선정목적의 설계도면에 한정하면 전체 설계업무 중 5.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6조 제5항 제2호에서 재건축사업의 단계별 업무비율로 계획설계 25%, 중간설계 30%, 실시설계 45%로 정하고 있고, 갑 제3호증, 제6호증, 제26호증 내지 30호증, 제33호증 내지 40호증, 제60호증, 제6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이만희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시공사 선정시까지 수행한 설계용역이 계획설계(25%) 전부 및 중간설계(30%) 중 23.84%를 수행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전체 설계용역의 약 32.152%{= 25% + (30% × 23.84%)}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설계용역대가를 산정하여야 한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가계약에서 원고가 수행할 설계용역의 범위를 시공사 선정에서 나아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까지로 한 사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시 제출해야 할 기본설계도면에 건축사용역의 범위 및 대가기준상의 설계업무분류상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일부 실시설계 도면까지 포함되어 있는 사실,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도 정확한 시공비 산출을 위해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이상의 도면이 필요한 사실, 피고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나우동인을 설계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할 때까지 원고를 창립총회, 임시총회를 거치는 동안 설계자로 인정하여 온 사실,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 피고 조합은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모두 첨부하여 현장설명서를 배포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비록 시공사 선정시까지 필요한 설계의 범위를 넘는 설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가계약에서 설계용역의 범위에 특별히 제한(재건축사업 내지 설계용역의 단계별 내지 시기별 등)을 두지 않았고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에 재건축사업인허가를 얻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설계 모두에 대해 이 사건 가계약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거나 피고 조합이 그 동의나 승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계도면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전체 설계용역비의 산정에 관하여 본다. 설계용역비의 산정 방식에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체공사비 중 설계비가 차지하는 요율에 의하여 산정하는 방식이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위건축면적당 설계용역비 단가에 의하는 방식은 당해 설계용역비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갑 제62호증의 3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감리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과정에서 사상구청의 모집공고에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계약대금이 4,548,187,000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감독관청에 의하여 공개된 자료로서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하여 실제로 소요된 설계대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실제의 설계계약대금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기초로 원고의 설계용역의 대가를 산정함이 타탕하고 앞에서 인정한 설계수행정도와 실제 설계계약대금을 적용하면 원고가 피고 조합을 위해 제공한 설계용역의 비용은 1,462,333,084원 ( = 4,548,187,000원 × 32.152%, 단 원미만 버림)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비용정산약정에 따른 기타비용 청구 (가) 기획업무비용 원고는 자신이 수행한 계획설계비의 5%에 해당하는 기획업무비가 소요되었으므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동액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비록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9조 제1항에서 기획업무의 대가는 설계대가의 3% 내지 8% 범위 내에서 별도로 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설계대금이 확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 설계용역비와 별도로 기획업무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실제 설계대금을 기준으로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대가를 산정하는 경우 그에 추가하여 별도로 기획업무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재건축설립에 투입된 인건비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① 1999. 10.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 결성 이후 피고 조합 설립 준비 작업에 1개월간 원고의 직원인 소외 1(고급), 소외 2(중급)이 투입되었고, ② 2000. 6. 창립총회준비에 1개월간 위 소외 1과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③ 2000. 8.경 피고 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위 소외 1, 2 및 원고측 직원인 소외 3(초급)이 투입되었고, 조합원 변경과 관련한 업무에 4개월간 위 소외 3이 투입되었으며, ④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0. 10. 13.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5. 그 접수, 다음달 1. 현장설명회, 그 다음달 6.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2가 투입되었고, ⑤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1. 8. 24.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공고 및 접수, 같은 달 29.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⑥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2. 5. 10. 시공사 사업참여의향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4. 그 접수, 같은 달 30.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4(특급)가 투입되었고, ⑦ 2002. 7. 21. 임시총회 준비를 위해 1개월간 위 소외 1, 4,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5(특급), 소외 6(고급)이 투입되었고, ⑧ 2002. 5. 10.부터 2003. 2. 23.까지 원고측 직원 소외 7(특급)이 피고 조합의 조합운영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 내지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그 직접인건비, 제경비 및 기술료 합계 275,061,13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주장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듯한 갑 제57호증, 제61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인증서에 첨부된 2000. 6. 5.자 재건축추진위원회 회의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7, 소외 8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위와 같이 자신의 직원을 투입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가계약에 따른 설계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상의 지위를 이 사건 추진위원회로부터 승계하였고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계약을 나우동인과 하였으므로 이 사건 본계약이 체결되었더라면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행이익)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바,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살피건대,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가계약에서 이 사건 본계약 주된 급부의 주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본계약의 주된 급부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이라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원고와 피고 조합 간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설계용역의 대상과 구체적 범위, 그 설계용역 대금의 산정방식과 액수, 그 설계용역의 이행기 등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므로 결국 피고 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하였고, 구체적인 설계업무 분담을 정하기 위하여 피고 롯데로 하여금 원고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도록 하였으나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자 재건축 사업의 지연을 우려하여 원고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고 그 동안 원고의 투입비용을 지급할 의사를 통지한 사실은 앞이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조합은 나름대로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에 상당하는 대가(여기에는 원고의 설계업무 이행비율만큼의 영업이익이 포함되어 있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이상, 이로서 원고의 손해는 보전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그와 별도로 전체 설계계약을 체결할 경우 얻는 이익까지 피고 조합이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와 이행각서 등에 의하면, 설계비 등을 포함한 사업추진 관련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다음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시공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설계비 등 지급의무에 관한 사항이 이 사건 시공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에 기한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거나 피고 조합과 피고 롯데 간에 제3자인 원고를 위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면서 피고 롯데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투입한 비용에 대해서 정산 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본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먼저, 이 사건 시공계약에 제3자를 위한 계약{병존적 채무인수도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5. 5. 9. 선고 94다47469 판결 참조).}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보건대,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 당사자가 자기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바,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 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 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48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 롯데의 책임의 근거로 제시하는 갑 제6호증(현장설명회에서 원고가 참여업체들에게 제안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 중 1.2 설계와 관련한 사항 (4)에는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공동시행사로 선정된 시공사는 당조합에서 지정한 건축사사무소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 조속한 사업의 수행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2(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에게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 중 Ⅲ. 사업참여조건 3. 라. 1)에는 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에 설계비 및 감리비가 포함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3(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제출한 이행각서)에는 “본인은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에서 제시한 현장설명서 및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숙지ㆍ승낙하기에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에 어떠한 이유라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임을 각서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 기재사항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설계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은 명백하지만, 피고 롯데에게 원고가 피고 조합에 가지는 권리와 동일한 권리를 원고에게 직접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을 제6호증(피고 조합이 나우동인과 사이에 체결한 설계용역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함께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피고 롯데가 나우동인과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지속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은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원고와 피고 조합이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피고 롯데가 반드시 설계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원고에게 그 설계대금에 대하여 지급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롯데가 원고에게 원고의 설계용역에 대한 대가 등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원고가 이미 수행한 설계용역에 대한 비용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3. 5. 3.부터 피고 조합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7. 7. 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의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서근찬 이은명 |
부동산을 목적물로 하는 가계약의 일반적인 특성3)으로는 ①서면에 의해서 체결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4), ②매수인(임차인)이 매도인(임대인)에게 가계약금으로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일반적으로 0.5~1.0%)에 해당하는 금전을 지급한다는 점, ③가계약의 해제 비율이 평균 30%를 넘을 만큼 높다는 점 ④가계약을 해제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1일로, 짧으면 0.5일, 길어도 5일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3) 이는 서울 소재 개업공인중개사 2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관한 2019년 연구의 분석 결과이다. 해당 설문조사에 관한 상세한 분석은 김선주, “부동산거래에서 가계약의 법적성격 고찰”, 부동산법학 제23권 제2호 (2019. 7.), 56면 이하 참조. 4) 전체 가계약 가운데 서면으로 체결되는 경우는 8.3%에 불과하였고 나머지는 구술(65.2%), 문자나 녹취(16.3%), 영수증 발행(10.2%)을 통해 체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선주, 앞의 글, 57면 참조]. 2021년에 실시된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가계약서를 작성한 거래의 비중이 13.4%에 머물렀다[양미숙․박신욱, “가계약에 대한 인식과 법적 성격에 대한 고찰”, 동아법학 제93호 (2021. 11.), 65면(표3) 참조].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거래 당사자들은 가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
한편 가계약에 관한 주요 판례를 보면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5)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또한 가계약을 “①본계약과 그 실질에 있어 아무 차이가 없는 계약이거나 또는 조건부계약인 경우(조건의 성취 및 불성취에 따라 자동적으로 효력이 발생 혹은 불발생), ②장래에 일방 또는 쌍방에게 본계약 체결의 의무를 지우는 예약의 성격을 갖는 경우, ③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된 협의사항의 성격을 갖는 경우 등”6)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가계약을 유형화 하는 데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두 판결을 종합해보면 크게 i) 법적 구속력을 갖는 가계약과 ii)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계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로는 ‘본계약과 실질적 차이가 없는 경우’, 정지조건부 계약인 경우, 예약인 경우를 들 수 있으며, 후자로는 ‘교섭의 기초로서 수정이 예정된 협의사항’이 있다.7)
가계약을 법적 성질에 따라 유형별로 구분하는 것은 가계약을 파기했을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법적 성질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가계약금의 반환(또는 포기) 여부 및 금액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가계약의 세부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5) 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확정). 6) 울산지방법원 2014. 1. 29. 선고 2013나508 판결(확정). 7) 이 논문에서는 판례를 통해 드러난 가계약의 주요 유형 네 가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가계약의 유형이 네 가지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가령, 김동훈, “가계약”, 고시연구 제25권 제9호 (1998. 9.), 61-62면 참조]. |
2. 본계약과 실질적 차이가 없는 경우
(1) 법적 성질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청약과 승낙의 합치가 요구된다. 다만 당사자 간 의사표시의 합치가 반드시 계약의 모든 사항에 대해서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8)가 있으면 된다. 계약의 본질적 사항은 계약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인정되는데, 각 전형계약의 의의에 관한 민법 조항에 기초하여 판단해보면 최소한 매매계약은 목적물과 대금(제563조)을, 임대차계약은 목적물과 차임(제618조)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9)10)
8)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9) 김재형, “법률행위 내용의 확정과 그 기준”, 서울대학교 법학 제41권 1호 (2000. 6.), 249면. 계약의 중요 사항에 관한 판례로 매매의 경우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 등 참조. 한편 임대차에 관한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9657 판결에서는 임차보증금도 계약의 중요한 요소로 본 바 있다. 10) 당사자가 중요하게 여겨 특정 사항에 대해서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표시한 경우 이는 주관적 구성부분으로서 계약의 성립을 위해서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김상중, “계약 성립에 관한 기본 판결례의 소개와 분석”, 비교사법 제20권 4호 (2003. 11.), 1003-1004면].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채권양도통지절차이행촉구][공2001.5.15.(130),966] 【판시사항】 [1] 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2]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의 계약의 성립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2]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공1993하, 1999)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공1996상, 1667)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공1997상, 632) 【전 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동남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외숙) 【피고,피상고인】 동남리스금융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동부 담당변호사 김선옥)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0. 8. 25. 선고 2000나3804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오인의 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파산자 주식회사 동남은행(이하 '동남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양도담보제공 요청을 받은 피고는 1998. 5. 14. 이사회를 열어 판시 단기여신 515억 원을 차입기간 1년의 자유금리 기업어음 직접매입방식의 차입과목으로 대환받는 조건으로 차입금액의 130% 이내에 해당하는 리스채권을 담보제공하기로 결의한 다음, 1998. 5. 29. 동남은행 앞으로 리스채권 내역 1부, 위 이사회 회의록 1부를 첨부하여, "피고가 이전에 요청한 어음할인 거래약정과 관련하여 동남은행이 피고보유 리스채권을 담보제공 요청함에 따라 피고는 아래 채권을 양도담보로 제공하오니 선처 바랍니다."는 내용의 리스채권의 양도담보제공(갑 제135호증)이라는 표제의 문서를 송부한 사실, 한편 그 무렵 피고가 동남은행에 교부한 채권양도계약서 등의 송부 당시의 기재상태가 그 판시와 같은 반면 그 계약일자란, 피담보채무의 범위란, 담보한도액란 등은 전부 공란으로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남은행측의 내부결재란도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었던 사실, 그리고 동남은행은 515억 원의 단기여신을 피고의 요청과 같이 대환하는 문제의 수용 여부를 심의, 의결한 적이 없을 뿐더러 실제로 피고에게 그러한 대환조치를 취하여 주지도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은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2. 계약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며,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동남은행에게 주요 부분을 공란으로 한 판시 양도담보계약서 등에 양도대상 리스채권 목록을 특정하고 기명날인을 하여 송부하여 준 것은 위 515억 원의 단기여신을 피고의 요청대로 대환하여 줄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없는 상태에서 장차 피고의 위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을 전제로 그 대환에 따른 실무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업무협조차원에서 사전에 위 문서들을 교부하여 준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 및 채권양도계약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이강국(주심) |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3.8.15.(950),1999] 【판시사항】 가. 매매의 목적물과 대금이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것이 매매계약의 성립요건인지 여부 (소극) 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산회계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그 계약 또는 예약의 효력 (=무효) 【판결요지】 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예산회계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간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563조 나. 구 예산회계법 (1989.3.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의6, 같은법시행령 (1989.12.29. 대통령령 제1286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제2항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60.7.7. 선고 4292민상819 판결 1978.6.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1986.2.11. 선고 84다카2454 판결(공1986,437) 나. 대법원 1989.4.25. 선고 86다카2329 판결(공1989,798) 【전 문】 【원고, 상고인】 한국주택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영) 【피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열)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10.7. 선고 92나224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당원 1986.2.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 진술된 원고의 1992. 8. 24.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원고는 1988. 12. 30.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선급금을 납부함으로써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기록 제526정), 원고주장의 위 매매계약 성립 당시 시행중이던 지방재정법(1988.4.6. 법률 제4006호로 전개된 것) 제63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하여 이 법 및 다른 법령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예산회계법 제6장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준용조문인 구 예산회계법(1989.3.31. 법률 제4102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 제70조의6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을 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지방재정법 시행령(1988.5.7. 대통령령 제12445호로 전개되어, 1990.11.6. 대통령령 제131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70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시행령(1989.12.29. 대통령령 제12866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제75조 제2항에 의하면 계약서에는 담당공무원이 반드시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역시 위 구 지방재정법시행령 제70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준용되는 위 구 예산회계법시행령 제116조에 의하면 수의계약의 경우에도 계약목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일정한 방법으로 평가한 예정가격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간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89.4.25. 선고 86다카232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매매에 관하여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요건과 절차가 이행되지 아니한 이상,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서울목동지구택지개발사업지구내에 점포신설용지를 할애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개 용지를 원고 은행의 점포용지로 할애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통지하면서, 위 용지의 예상매매대금을 납부할 것을 고지하였고, 그 후 건설부장관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택지공급승인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사 원고 주장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그 효력이 없어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이치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사용을 승낙하고, 이에 기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1부동산 지상에 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더라도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원심의 설시는 다소 미흡하나, 결론적으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석명권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최재호 김석수(주심) |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7.3.1.(29),632] 【판시사항】 [1] 매매계약의 성립요건으로서 목적물과 대금의 특정 정도 [2] 매매 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매매계약에 있어서 그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족하다. [2]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진해시 경화동 747의 77, 754의 6, 781의 15 등 3필지 및 그 외에 같은 동 소재 소외 망 장순남 소유 부동산 전부"라고 표시하여 매매계약의 목적물 중 특정된 3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이 토지인지 건물인지, 토지라면 그 필지, 지번, 지목, 면적, 건물이라면 그 소재지, 구조, 면적 등 어떠한 부동산인지를 알 수 있는 표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계약 당시 당사자들도 어떠한 부동산이 몇 개나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서 계약일로부터 17년 남짓 지난 후에야 그 소재가 파악될 정도인 경우, 그 목적물 중 특정된 3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에 대한 매매는 그 목적물의 표시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매매계약 이후에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없어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5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공1986, 437)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공1993하, 1999) 【전 문】 【원고,상고인】 이인성 (소송대리인 동서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우동) 【피고,피상고인】 지형건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일영)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6. 5. 3. 선고 95나516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있어서 그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진해시 경화동 747의 77, 754의 6, 781의 15 등 3필지 및 그 외에 같은 동 소재 소외 망 장순남 소유 부동산 전부"라고 표시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 중 특정된 3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이 토지인지 건물인지, 토지라면 그 필지, 지번, 지목, 면적, 건물이라면 그 소재지, 구조, 면적 등 어떠한 부동산인지를 알 수 있는 표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계약당시 당사자들도 어떠한 부동산이 몇 개나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계약일로부터 17년 남짓 지난 후에야 그 소재가 파악될 정도라면, 그 목적물 중 특정된 3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는 그 목적물의 표시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매매계약 이후에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없어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계약의 목적물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이유모순의 위법이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단은 부가적 판단임이 분명한데 위 1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부가적 판단에 매매계약의 효력 및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9657 판결 [건물명도등][공2018상,53] 【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방법 [2] 판결서의 이유에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이 표시되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로 주장의 인용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 또는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주장이 배척될 것이 분명한 경우,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는지 여부(소극) [3] 2013. 8. 13. 법률 제12042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칙 제2조의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의 의미 및 개정 법률 시행 후에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가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민사소송법 제208조).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다.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주장이 배척될 것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잘못을 이유로 파기할 필요가 없다. [3] 2013. 8. 13. 법률 제12042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은 제10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서 갱신요구권에 관하여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하여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3항은 위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정하고,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문언,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부칙 제2조의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는 위 개정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는 2013. 8. 13.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3. 8. 13.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3. 8. 13. 이후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451조 제1항 제9호 [3]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2015. 5. 13. 법률 제132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항,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부칙(2013. 8. 13.) 제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공2002하, 1816)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공2014하, 1463) [2] 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다98426 판결(공2013하, 212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에이스 담당변호사 이종찬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웰 담당변호사 김동섭)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7. 2. 17. 선고 2016나113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임대차기간에 관한 약정의 해석(상고이유 제1점) 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과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3. 1. 2. 피고에게 인천 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전산’ △동과 □동 공장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임차보증금 1억 원, 월차임 1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임대차기간은 2013. 3. 30.부터 2015. 3. 30.까지(24개월)로 정하여 임대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특약사항으로 ‘임대사용기간은 최초 사용일부터 10년을 확보해 주고, 임대료는 2년 후부터 인상할 수 있다. 원고는 건물의 구조 변경을 승인해 주고, 계약 종료 후 원고가 원할 경우 피고는 원상 복구한다. 계약기간 내 원고는 피고의 전대차계약을 승인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원고는 2013. 3. 29. 피고와 ‘임대기간은 2013. 5. 16.부터 24개월로 한다. 임대료 계산은 위 2013. 5. 16.부터 적용한다.’는 추가 특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특약사항과 2013. 3. 29.자 특약을 통틀어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을 하고, 피고에게 ‘2013. 5. 16.부터 10년간 피고가 임차한 이 사건 건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대하도록 승인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전대동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을 10년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임대차기간을 ‘24개월’로 명시하고, 별도의 특약으로 ‘임대차기간’과 구별되는 ‘임대사용기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2) 원고는 2015. 5. 14. 피고에게 임차보증금을 3천만 원 올려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피고가 임차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차임을 9% 인상하는 것을 제안하자 이를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후 피고와의 통화에서도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고 하거나 ‘재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3) 이 사건 특약에서 월차임을 2년 후부터 인상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인상률이나 인상금액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월차임은 임차보증금과 함께 임대차계약의 중요한 요소로서 물가변동 등에 비추어 월차임 인상에 관한 합의 여부를 묻지 않고 무조건 임대차기간을 10년으로 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원고와 임차인 측의 자금 투자로 2013. 5. 30.경 이 사건 건물의 용도가 공장에서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변경되었다. 임대차기간은 임차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만일 임차인이 투입비용 회수를 위하여 재계약을 위한 우선적인 지위를 보장받는 것을 넘어서 임대차기간을 10년으로 할 생각이었다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본문에 임대차기간을 24개월로 정하고 이 사건 특약사항을 따로 둘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5) 원고가 피고에게 작성해 준 2013. 3. 29.자 전대동의서, 2015. 4. 13.자 사실확인서와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계약기간 만료일 무렵 나눈 대화내용에는 ‘10년을 확보해 준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사정들과 원·피고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점에 비추어 이는 재계약에 관한 표현에 불과할 뿐 임대차기간 자체를 10년으로 정한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6) 결론적으로 이 사건 특약은 이 사건 임대차기간을 2년으로 하되, 임차인 측의 영업권과 투자비용 회수를 위하여 임대차기간 만료 시 임차인에게 재계약에 대한 우선권과 기간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임대차계약의 갱신 여부 등(상고이유 제2, 3, 5점) 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민사소송법 제208조).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다.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것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잘못을 이유로 파기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다9842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5. 3. 14.경부터 피고와 임차보증금과 월차임의 조정을 비롯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재계약에 관한 교섭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소외 1(이 사건 건물 중 □동 ◇◇◇호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피고와 동거하던 사람이다)에 대한 폭력 범행으로 2015. 4. 10.경 구속되어 임대차기간이 만료될 무렵인 2015. 5. 7. 구속취소로 석방될 때까지 원고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2) 피고가 2015. 5. 14. 원고와 전화로 월차임과 재계약 조건에 관해서 조율을 하면서 계약서를 준비하여 2015. 5. 24. 재계약을 하기로 하였으나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원고와 연락을 끊고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원고가 2015. 5. 29. 피고에게 재계약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반송되었다. (3) 원고가 피고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다가 2015. 6. 초순 비로소 피고와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피고는 자신의 형사사건을 이유로 재계약을 미루었다. (4) 피고는 2014. 6. 27. 소외 2와 이 사건 건물 중 □동 ◇◇◇호에 관하여 임차권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 명의의 도장을 무단 제작해서 사용하였다. 원고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2015. 6. 5. 피고에게 더 이상 재계약에 응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15. 6. 8. 피고에게 내용증명으로 임대차기간 만료와 피고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고하였다 다. 앞에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재계약을 위하여 우선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성실히 재계약 협상에 응하였지만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갱신되거나 재계약에 이르지 못하였고 임대차기간 만료로 2015. 5. 16. 종료하였다고 볼 수 있다. 라.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5. 5. 16. 기간만료로 종료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임차보증금에서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원고로부터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중 피고가 점유하고 있는 부분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5. 5. 16.경 월차임을 9% 인상하는 조건으로 합의 갱신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의 전반적 취지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분명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원심이 그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주장하지 않았으므로, 원심이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바.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기간 중인 2015. 6. 3. 소외 1 등과 이중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 피고에 대한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피고가 입은 손해를 원고에 대한 미지급 차임에서 공제하면 지급할 차임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이 그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5. 5. 16.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판단누락으로 볼 수 없다. 3.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적용 여부(상고이유 제4점) 2013. 8. 13. 법률 제12042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은 제10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서 갱신요구권에 관하여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하여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고,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3항은 위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정하고,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문언,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부칙 제2조의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는 위 개정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는 2013. 8. 13.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3. 8. 13.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3. 8. 13. 이후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환산보증금은 12억 원[= 보증금 1억 원 + 월차임 1,1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 × 100]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이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한다. 또한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3. 1. 2. 체결되어 갱신되지 않은 채 개정 상가임대차법 시행 후인 2015. 5. 16. 기간만료로 종료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2]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 [3] 해약금에 관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이행을 착수할 때까지’의 의미 [4]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매도인에게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 제3자도 참석한 경우, 매수인은 매매계약과 함께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하였으므로, 매도인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정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제568조 [3] 민법 제565조 제1항 [4] 민법 제56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공1993하, 1999)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공1996상, 1667)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공1997상, 632)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3] 대법원 1993. 5. 25. 선고 93다1114 판결(공1993하, 1854)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56954 판결(공1994상, 1677)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9369 판결(공1997하, 2345)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공2003상, 21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국윤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봉헌)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05. 6. 16. 선고 2004나464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참조). 한편,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계약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처분문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할 것인바,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위 매매계약을 적법히 해제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가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원고의 이희완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위 계약 성립과 함께 위 채권은 양도되었고, 그 채무자인 이희완도 위 계약에 참석하였기 때문에 위 채권양도의 통지도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위 매매계약과 함께 그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한 것이고, 따라서 계약금의 배액상환을 원인으로 한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는 원고가 이미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
대법원 2009. 3. 16. 선고 2008다1842 판결 [대금반환][공2009상,552] 【판시사항】 [1] 상품의 허위·과장 광고가 기망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상가분양계약 체결에 있어 분양 점포의 전용면적, 위치 등에 관하여 분양자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거나 수분양자의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수분양자들이 서명 날인하여 분양자에게 제출한 서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분양광고나 분양상담에서 언급되었던 분양 점포의 전용면적 등에 관한 내용은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매매계약의 성립을 위한 매매 목적물과 대금의 특정 정도 【판결요지】 [1] 상품의 선전 광고에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 [2] 상가분양계약 체결에 있어 분양 점포의 전용면적, 위치 등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분양자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거나 수분양자의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서의 내용 외 분양상담 시 분양요원과 구두 또는 서면상으로 이루어진 특약은 어떠한 내용이라도 효력을 주장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을 서명 날인하여 분양자에게 제출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분양광고나 분양상담에서 언급되었던 분양 점포의 전용면적 등의 내용은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10조 [2] 민법 제109조, 제110조 [3] 민법 제105조 [4] 민법 제5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52665 판결(공1993하, 2417)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공2001하, 1449)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6118 판결(공2008하, 1785) [4]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공1993하, 1999)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7940 판결(공2002하, 1934)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10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비엘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11. 30. 선고 2006나9552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본다. 1. 피고들의 기망행위 또는 원고들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취소 여부에 관하여 가.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611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들과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 사건 각 수분양 점포의 전용면적, 위치(이 사건 상가 2층의 ‘준보석B존’의 위치 및 ‘준보석A존’과의 구분 여부 포함), 이 사건 상가에 영화아카데미학원이 입점하는지 여부, 이 사건 상가의 통로의 폭, 이 사건 상가 2층에 고객휴식공간을 설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피고들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거나, 원고들의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들의 착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착오는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아니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분양계약에 있어서 기망행위 또는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이 주장, 제출한 자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고들의 위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동기의 착오가 피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유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해석 내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해제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구체적인 내용{‘1구좌의 분양면적은 4평을 기준으로 하고, 분양대금은 평당 31,000,000원으로 한다. 분양계약시 피고들이 점포의 위치를 특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분양받는 점포의 위치는 미리 정하지 아니하며, 대상 점포의 위치는 입주 전 계약구좌의 잔금 완납 후 공개추첨에 의하여 결정하고, 추첨 결과에 의하여 배정된 점포 위치에 대하여 수분양자들은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피고들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상가의 분양면적은 피고들의 분할형편(시공 및 설계변경과 합리적인 배치에 의한 영업이익의 극대화)에 따라 증감될 수 있고, 이 경우 분양금액은 평당 분양가격에 의거 입점시에 정산토록 한다. 향후 점포추첨이 마쳐지고 당첨된 점포의 등기이전을 할 때 해당 점포의 전용면적, 공용면적, 분양면적, 대지의 공유지분 등을 확정한다.’는 등의 내용},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들에게 ‘계약체결시 확인사항’이라는 제목의 서면을 서명 날인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서면에는 “본 계약서 내용 외 분양상담시 분양요원과 구두 또는 서면상으로 이루어진 특약은 어떠한 내용이라도 효력을 주장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등을 비롯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주장, 제출한 자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각 분양광고나 분양상담시 언급되었던 ‘이 사건 각 점포의 전용면적 약 1.6평 내지 2평, 이 사건 상가 7, 8, 9층에 영화아카데미학원 입점, 이 사건 상가의 통로 폭 2.1m, 이 사건 상가의 각 층에 대형 고객휴식시설 설치’ 등의 내용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분양계약의 해석 내지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가.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당시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들이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악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이 사건 각 분양계약상 분양 목적물의 특정 여부에 관하여 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들과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당시 분양 목적물을 ‘이 사건 상가 2층의 준보석B존의 점포 중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한 계약면적 4평 또는 계약면적 8평’으로 특정하여 분양대금은 평당 31,000,000원으로 약정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분양계약의 목적물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심리미진 여부에 관하여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경험칙에 위배되는 등 채증법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이를 다투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다34437 판결 [분양대금반환등][공2017하,1357] 【판시사항】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정도 및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아파트의 동·호수만을 지정하는 계약에 목적물만 특정되어 있을 뿐 분양대금의 액수, 목적물의 인도 시기 등 계약의 중요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장래에 이를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도 없는 경우, 위 계약을 분양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내용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가 합치되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충분하다.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아파트 등을 분양하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양 목적물 외에 분양대금의 액수, 목적물의 인도와 소유권이전등기 시기 등 계약의 중요 사항이 정해져 있거나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동·호수만을 지정하는 계약에 목적물만 특정되어 있을 뿐 그 밖에 분양대금의 액수, 목적물의 인도 시기 등 계약의 중요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나아가 장래에 이를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하여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계약을 분양계약이라고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 동·호수만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전 문】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최진갑) 【피고, 피상고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규홍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5. 5. 14. 선고 (창원)2014나142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내용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가 합치되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충분하다.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등 참조). 아파트 등을 분양하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양 목적물 외에 분양대금의 액수, 목적물의 인도와 소유권이전등기 시기 등 계약의 중요 사항이 정해져 있거나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동·호수만을 지정하는 계약(이하 ‘동·호수 지정계약’이라 한다)에 목적물만 특정되어 있을 뿐 그 밖에 분양대금의 액수, 목적물의 인도 시기 등 계약의 중요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나아가 장래에 이를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하여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계약을 분양계약이라고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 동·호수만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피고는 원고들과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실시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는 향후 계약조건에 대한 변경을 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사용승인일(임시사용승인 포함) 이전까지 피고가 다른 수분양자들과 원고들보다 유리한 계약조건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할 경우 원고들에게도 위와 같은 유리한 계약조건을 소급 적용하기로 하는 것이다(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 나. 그 후 피고가 2012. 11. 23. 소외인과 이 사건 아파트 ○○○동 △△△호에 관하여 동·호수 지정계약(이하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소외인으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다.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에는 이 사건 아파트 ○○○동 △△△호에 관한 분양대금, 납부방법, 목적물의 인도와 소유권이전등기 시기 등에 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라.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은 이 사건 아파트의 사용승인예정일인 2012. 12. 1.(실제 사용승인일은 2012. 12. 3.이다)부터 불과 1주일 전에 이루어졌고, 피고의 분양담당직원이 소외인에게 ‘정상분양대금에서 약 10%를 할인하고, 발코니 확장비용을 면제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으나, 피고의 위 분양담당직원은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서에 위와 같은 계약조건을 기재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12월 1일 이후 변동된 조건으로 (호전) 분양함’이라고만 기재하였다. 마.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은 정식계약 시에는 계약자의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인감도장,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고, 동·호수 지정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의 30%가량은 정식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사람들에 대하여는 지정계약금을 그대로 반환해 주었다. 바. 이 사건 아파트 ○○○동 △△△호에 관한 정식 분양계약은 이 사건 아파트의 사용승인일 이후인 2012. 12. 8.에 체결되었다. 3. 위와 같은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의 내용, 체결 경위와 시기,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정식 분양계약의 체결 시기와 내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 당시에는 사용승인일 이후에야 계약조건을 변경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할 의사로 소외인에게 분양계약의 청약을 유인하고 소외인에게 동·호수를 확보해 주기로 한 것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피고에게 이 사건 동·호수 지정계약을 통해서 이 사건 아파트 ○○○동 △△△호에 관한 분양계약조건을 확정적으로 변경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시 피고와 소외인 사이에 계약조건 변경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매매의사 합치와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매매대금등지급청구의소][공2021상,343]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방법 [2] 어떠한 사실이 특정 법률행위에 관한 조건인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가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인지 여부(적극) [3] 계약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및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매매계약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매도인과 매수인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4]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 취지 및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5]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이 유추적용하는 경우,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6] 갑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을 외국법인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던 병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을 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병 회사와 ‘3년 내에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매도주주)는 원칙적으로 입찰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매수예정자가 결정되면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상대방 당사자에게 매도결정통지를 해야 한다. 매도주주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동반매도요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x),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이 선택한 가격으로 매도주주의 주식 전부를 매수하거나(y), 매도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z).’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정 유한회사가 갑 회사 등으로부터 위 지분매수계약 및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정 회사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을 법인 지분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다가 병 회사가 자료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한 다음, 병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었다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가 정 회사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정 회사 소유의 을 법인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7]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위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위 의무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라고 보아야 하는 경우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서면에 사용한 문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처분문서에 나타난 법률행위의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와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립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일부를 구성한다. 특정 법률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사실이 그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말미암아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3]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반드시 매매목적물과 대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만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4]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5]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법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6] 갑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 을 외국법인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던 병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을 법인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병 회사와 ‘3년 내에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매도주주)는 원칙적으로 입찰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매수예정자가 결정되면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상대방 당사자에게 매도결정통지를 해야 한다. 매도주주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한 동반매도요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x),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이 선택한 가격으로 매도주주의 주식 전부를 매수하거나(y), 매도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z).’는 등의 내용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정 유한회사가 갑 회사 등으로부터 위 지분매수계약 및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을 법인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정 회사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을 법인 지분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다가 병 회사가 자료제공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한 다음, 병 회사를 상대로 병 회사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 성취의 방해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었다며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병 회사는 정 회사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을 법인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을 법인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을 법인을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나, 정 회사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매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 점, 병 회사의 선택이 있어야만 (x), (y), (z)에 따라서 매매계약의 당사자, 매매대상, 매매금액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매매계약의 체결이 의제되는 점, 위 매각절차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만 제출받은 상황에서 투자소개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던 초기 단계에서 중단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병 회사가 정 회사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도 없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정 회사와 병 회사 사이에 정 회사 소유의 을 법인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7]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당사자가 그러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나타내려고 한 의사는 그 문구를 포함한 전체의 문언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하는데,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의사였다면 굳이 위와 같은 문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문구를 삽입하였다면 그 문구를 의미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서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당사자에게 의무가 부과되었다고 볼 경우 이행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할 의사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47조 [3] 민법 제105조 [4] 민법 제2조, 제150조 제1항 [5] 민법 제150조 제1항 [6] 민법 제2조, 제105조, 제150조 제1항 [7]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공1994상, 1320)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공2017상, 527) [2]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349 판결(공2000하, 2407) [3]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20371 판결(공2020상, 895) [4]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공2015상, 785) [7]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공1994상, 1320)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공1996하, 342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오딘2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용담 외 9인) 【원고, 상고인】 시니안 유한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용담 외 9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외 8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두산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현 외 6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8. 2. 21. 선고 2017나20168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오딘2 유한회사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부분과 원고 시니안 유한회사, 넵튠 유한회사,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의 피고 재단법인 두산연강재단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시니안 유한회사, 넵튠 유한회사,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 시니안 유한회사, 넵튠 유한회사,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 주식회사 두산, 두산중공업 주식회사 사이의 상고비용은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이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라 한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당사자들의 관계 원고 오딘2 유한회사(이하 ‘원고 오딘2’라 한다)는「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투자목적회사로서 코에프씨 미래에셋 그로쓰 챔프 2020의4호 사모투자전문회사, 아이엠엠로즈골드 사모투자전문회사, 원고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위 3개의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이 사건 제1투자자들’이라 한다)가 그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두산그룹에 속하는 계열회사이고, 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공사[Doosan Infracore (China) Corporation, 이하 ‘DICC’라 한다]는 1994년경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 설립한 회사로서 중국에서 ‘두산’ 브랜드의 건설기계와 산업차량을 조립ㆍ판매하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산(중국)투자유한회사[Doosan Infracore (China) Investment, 이하 ‘DICI’라 한다]는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종속기업의 지주회사이다. (2)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과 주주 간 계약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와 DICI는 2011. 3. 25. 이 사건 제1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자회사인 DICC의 지분(각 90%와 10%) 중 10%씩 합계 20%를 3,800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해당 지분을 ‘DICC 지분’이라 하고, 위 계약을 ‘DICC 지분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동시에 이 사건 제1투자자들과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주주 간 계약(이하 ‘DICC 주주 간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원고 오딘2가 이 사건 제1투자자들의 DICC 지분매매계약과 DICC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다. DICC 주주 간 계약 제3.4조에서는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DICC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DICC 주식 전부(일부 매도는 불가)를 매도하고자 하는 일방 당사자(이하 ‘매도주주’라 한다)는 원칙적으로 복수의 매수희망자(선의의 제3자여야 한다)들이 회사에 대한 실사를 실시하고 매수희망 가격과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그 결과 가장 유리한 가격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이하 ‘매수예정자’라 한다)가 결정된 이후로서 매수예정자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게 매도결정통지(가격과 거래조건 기재)를 해야 한다[제3.4조 (a)항]. ② 매도주주는 상대방에게 동일한 매도절차에서 동일한 가격과 거래조건으로 상대방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DICC 주식 전부를 매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제3.4조 (b)항 (i)호. 이를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이라 한다],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매도주주는 매도결정통지에 그 행사 여부를 명시해야 한다[제3.4조 (b)항 (ii)호]. ③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의사가 명시된 매도결정통지를 수령한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제3.4조 (b)항 (iii)호 (x)], 매도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 당사자가 선택한 가격으로 매수하거나[제3.4조 (b)항 (iii)호 (y)], 매도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제3.4조 (b)항 (iii)호 (z)]. 다만 상대방 당사자가 매도결정통지를 수령하고도 14일 이내에 위 (x), (y), (z)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x)로 간주된다. 위 (x)의 경우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는 매수예정자와 회사 주식 전부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고[제3.4조 (b)항 (ⅳ)호], (y)의 경우 상대방 당사자의 제안서가 매도주주에게 도달한 시점에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제안서에 기재된 가격에 따른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된다[제3.4조 (b)항 (ⅴ)호]. (z)의 경우 매도주주의 귀책사유 없이 새로운 제3자와 매매계약이 일정 기간 내에 체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매도주주가 한 매도결정통지에 따른 가격 등에 대한 상대방 당사자의 동의가 간주되어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는 매수예정자와 회사 주식 전부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된다[제3.4조 (b)항 (ⅵ)호]. ④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주식 전부를 자신이 매수하거나, 매도주주에게 자신의 주식 전부를 함께 매각하라고 요구하는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제3.4조 (c)항]. (3) 원고 오딘2의 DICC 지분 매각절차 진행 과정 (가) 원고 오딘2는 DICC 지분매매계약 종결일부터 3년이 지난 2014. 4. 28.까지 DICC에 대한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4. 4. 29.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투자원금과 적정 수익을 보상하는 방안 등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위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나) 원고 오딘2는 2014. 6. 10.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DICC의 매각절차(이하 ‘이 사건 매각절차’라 한다)를 진행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 무렵부터 매각절차 준비를 위한 자료로서 DICC 경영권 지분 매각과 관련하여 중국법상 제한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의 제공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위 피고는 해당 자료들은 외부 유출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것으로 진정성 있는 매각절차가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검토하겠다고만 답변하면서 요청한 자료들을 제공하지 않았다. 원고 오딘2는 그 후에도 회계법인으로부터 받은 매도자 실사에 필요한 회계ㆍ세무 자료 목록을 위 피고에게 전달하면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부터 순차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위 피고는 다시 진정성 있는 매각절차가 구체화되는 시점에 제공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원고 오딘2는 매각주간사를 선정하였다. (다) 원고 오딘2는 2014. 9. 5. 법원에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매도자 실사에 필요한 자료의 열람ㆍ등사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2015. 3. 2. 위 원고가 신청한 자료 중 DICC의 중장기사업계획서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 3. 18. 원고 오딘2에 DICC의 2015년 중장기사업계획서를 제공하였다. 원고 오딘2는 2014. 11.경 매각주간사와 자신이 자력으로 수집한 자료를 이용하여 DICC를 소개하는 안내서인 티저(Teaser)를 작성하였다. (라) 원고 오딘2는 2015. 5. 26.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위 두 회사가 보유한 DICC 지분을 동반매각하기 위한 입찰절차를 개시하겠다는 통지를 발송한 다음, 2015. 5. 28.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에 매각대상주식을 ‘DICC 지분 100% 전체’로 기재하여 이 사건 매각 공고를 하였다. (마)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 6.경 UBS증권을 이 사건 매각절차에 관한 자신의 자문사로 선정하였고, 원고 오딘2는 2015. 6. 16. UBS증권에 투자소개서 목차를 보내면서 그 작성을 위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였다. (바) 원고 오딘2와 매각주간사,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와 UBS증권 등은 이 사건 매각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2015. 6. 24.과 2015. 8. 19.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원고 오딘2는 2차 회의에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2015. 4. 1. 받았던 WL Ross Holding Corp.(이하 ‘윌버 로스’라 한다)의 인수의향서와 2015. 7. 31. 받았던 Platinum Equity Partners(이하 ‘플래티넘’이라 한다)의 인수의향서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후 원고 오딘2는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위 인수의향서를 전달하면서 윌버 로스와 플래티넘이 문의한 115개 질문 목록에 대한 답변과 자료제공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답변을 요청한 사항은 향후 협상을 거쳐야 구체적 논의가 가능하고 현 단계에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원고 오딘2는 위 피고에게 다시 윌버 로스 등의 자료제공 요청과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였고, 위 피고는 UBS증권을 통해 윌버 로스 등을 직접 만나 그 진정성과 선의를 확인하고 싶다고 제안하였으나 원고 오딘2의 자료제공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원고 오딘2는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위 제안에 응하지 않았고, 이 사건 매각절차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4) 원고 오딘2의 소 제기와 소송 경과 (가) 원고 오딘2는 2015. 11. 19.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주위적으로, 매수예정자 결정이 이 사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인데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기망 또는 원고 오딘2의 착오를 이유로 DICC 지분매매계약을 취소하였으므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제1심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오딘2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매수예정자의 결정이 이 사건 동반매도요구권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조건 성취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원고 오딘2가 DICC 지분매매계약과 DICC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거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기망으로 인해 위 각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다) 원고 오딘2가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오딘2의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 결정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으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위 (x), (y), (z) 가운데 (y)만이 유일하게 이행이 가능하므로, 이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 따라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에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이 사건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고이유 제2점)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서면에 사용한 문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처분문서에 나타난 법률행위의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와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이 사건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본다. DICC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기업공개 전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DICC 지분을 유지하도록 하고(제3.1조), 이러한 처분제한 기간이 지난 다음 주주 일방이 그 소유의 DICC 지분을 매도하고자 할 경우에는 입찰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상대방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주식매도결정의 통지를 하면서[제3.4조 (a)항]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제3.4조 (b)항 (i)호]. 이처럼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면 결국 그 매각대상은 매도주주의 DICC 지분에 한정되지 않고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가 보유한 DICC 지분 100%가 된다. 따라서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상대방 당사자는 DICC 주주 간 계약의 당사자로서 매각절차에 협조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원고 오딘2로서는 위 조항에 따라 자신 소유의 DICC 지분을 매도할 때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함으로써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까지 함께 매도하여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보다 높은 매도가격으로 원활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즉, 원고 오딘2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는 DICC의 경영권이 이전되는 기업인수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고 오딘2가 매각주체로서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전제로 DICC 지분 100%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DICC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조가 있어야만 적합한 매수희망자를 물색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DICC의 정당한 기업가치를 평가하여 매도가격의 기준을 산정하며 투자소개서 등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매각절차 준비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DICC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DICC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DICC를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 이와 더불어 원고 오딘2 역시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매도주주로서, 상대방 당사자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요청이 있는 경우 매수예정자가 진정으로 매수할 의향이 있는지, 인수 목적이나 의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있다. (3)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에 이 사건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원고 오딘2의 정당한 자료제공 요청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응하지 않고 불충분한 자료만을 제공함으로써 협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 중 원고 오딘2가 하였던 모든 자료제공 요청이 정당하다고 본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원심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조의무 위반을 인정한 결론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협조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조건 성취 방해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는지 여부(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고이유 제1, 3, 4점) (1)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립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일부를 구성한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349 판결 등 참조). 특정 법률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사실이 그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말미암아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한편 당사자가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참조).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반드시 매매목적물과 대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지만(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20371 판결 등 참조), 적어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만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조건을 약정할 당시에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 적절히 배려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선행 행위와 모순된 태도를 취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법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 오딘2가 일반적인 기업인수합병(M&A) 절차를 거쳐 가장 유리한 매각금액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를 결정하는 것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원고 오딘2의 동반매도요구권은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진행하는 이 사건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오딘2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정지조건이 되는 매수예정자와 매각대금 결정의 성취를 방해하였다. 그러므로 원고 오딘2로서는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하여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고, 위 피고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으리라고 추산되는 시점인 이 사건 소 제기일 무렵에는 위 피고에게 동반매도요구권의 의사가 명시된 매도결정통지를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라 위 DICC 주주 간 계약 제3.4조 (b)항 (iii)호의 (x), (y), (z) 가운데 (y)만이 유일하게 이행이 가능하므로, 이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 (3)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는 원심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DICC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지분매매거래 종결일부터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일방 당사자는 그 지분을 매도할 수 있다. 이때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가장 유리한 매각금액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가 결정되어 있어야 하고, 매수예정자가 결정된 다음 매수예정자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매수예정자와 매도가격 등 거래조건이 기재된 매매계약서 양식이 첨부된 매도결정통지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계약에서는 매도주주가 DICC 주식을 매도할 경우에 원칙적으로 복수의 매수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절차를 실시하도록 하면서도 상대방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으로 입찰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지 않으면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설령 신의칙에 반하는 협력의무 위반이 있어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려고 하더라도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실제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그 소유의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의제할 수도 없다. (나) DICC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통지를 받게 되는 상대방 당사자로서는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어 있어야만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응할 것인지[(x)], 아니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매도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자신이 매수하거나[(y)]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내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하도록 제안할 것인지[(z)]를 결정할 수 있다. 그 결정에 따라서 DICC 주식에 관해서 매수예정자를 매수인으로 하고 매도주주(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도인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체결이 의제될 수도 있고[(x)의 경우], 매도주주(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매매계약의 체결이 의제될 수도 있는[(y)의 경우] 등 전혀 다른 매매계약의 당사자와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다. (다) 원심은, 이 사건 동반매도요구권이 그 행사 결과 원고 오딘2의 매도결정통지로부터 14일 이내에 DICC 주주 간 계약 제3.4조 (b)항 (iii)호 (x), (y), (z) 가운데 상대방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선택에 좇아 위 피고가 부담하는 급부의 내용이 확정되는 선택채권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러한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동반매도요구권은 매도주주가 가지는 권리로서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한다는 의사표시가 있고, 이에 대한 상대방 당사자의 동의가 있거나 동의가 간주됨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와 매도주주를 매도인으로, 매수예정자를 매수인으로, 상대방 당사자와 매도주주 소유의 DICC 지분을 매매목적물로 하는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함이 원칙이다[제3.4조 (b)항 (iii)호 (x)]. 이와 달리 상대방 당사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수예정자에게 매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매도주주 소유의 DICC 지분을 자신이 직접 매수하거나[제3.4조 (b)항 (iii)호 (y)], 매수예정자의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진 제3의 매수인을 찾아서 매도주주에게 제3의 매수인에게 DICC 주식을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제3.4조 (b)항 (iii)호 (z)].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효과를 규정한 위 조항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상대방 당사자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어떠한 경우에도 DICC 경영권 유지 등의 목적으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고 반드시 보유해야만 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y)와 (z)는 매도주주로부터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통지를 받은 상대방 당사자가 그 행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고, 상대방 당사자가 선택해야만 하는 의무로 보기는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원고 오딘2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대하여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반드시 DICC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따라서 (x)와 (y), (z)는 기본 원칙과 그 원칙을 변경할 수 있는 추가적 권리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원심이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서로 대등한 병렬적인 선택채권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선택이 있어야만 (x), (y), (z)에 따라서 매매계약의 당사자, 매매대상, 매매금액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매매계약의 체결이 의제되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 원고 오딘2가 갖는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정할 수 없다. (라) 기업인수계약은 일반적으로 매도인이 회사에 관한 투자소개서와 입찰서류를 배포하여 그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입찰적격자를 선정한 다음 구속력 있는 입찰제안을 받아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다음 대상회사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인수대금을 조정하며, 대금 지급 시기와 경영권 이전 시기 등을 조율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 비로소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매각절차는 원고 오딘2가 윌버 로스와 플래티넘으로부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만을 제출받은 상황에서 투자소개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던 초기 단계에서 중단되었다. 동반매도요구권이 행사되어 DICC의 지분 100%가 매도될 수 있음을 전제로 진행되었던 이 사건 매각절차가 기업의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해 주식을 양도하는 기업인수절차와 같고, 기업인수계약과 마찬가지로 본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하며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가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의 결정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고, 동반매도요구권의 행사 결과 원고 오딘2가 갖는 권리가 선택채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서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 성취 방해행위와 그 유추적용, 선택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원고 시니안 유한회사, 넵튠 유한회사, 하나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원고 시니안 등’이라 한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주식회사 두산캐피탈(이하 ‘두산캐피탈’이라 한다) 지분에 대한 매매계약과 주주 간 계약 체결 피고 주식회사 두산(이하 ‘피고 두산’이라 한다)은 피고 두산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피고 두산중공업’이라 한다),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등 20여 개의 계열사를 포함하는 두산그룹의 모회사이다. 피고 재단법인 두산연강재단(이하 ‘피고 두산연강재단’이라 한다)은「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피고 두산의 특수관계인이고, 두산캐피탈은 할부금융업, 시설대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두산(중국)융자임대 유한공사[Doosan (China) Financial Leasing Corp. 이하 ‘DCFL’이라 한다]는 DICC로부터 건설기계 등을 구입하고자 하는 중국 내 고객에게 리스금융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2011년 초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과 두산중공업(이하 위 피고들 3인만 통칭할 때는 ‘피고 두산 등’이라 한다)은 두산캐피탈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두산캐피탈은 DCFL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었다. 원고 시니안 등은 2011. 4. 28. 두산캐피탈과 신주인수계약(이하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두산캐피탈이 실시한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실권주인 보통주 7,957,066주를 총 49,731,662,500원에 인수하는 것이다. 원고 시니안 등은 같은 날 주금 합계 49,731,662,500원을 납입하였고 신주인수대금은 모두 두산캐피탈의 DCFL 유상증자대금으로 사용되었다. 원고 시니안 등은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과 동시에 두산캐피탈의 주주인 피고 두산 등과 투자금의 사용과 회수 방안에 관한 사항을 정한 주주 간 계약(이하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 제3.3조는 ‘대상회사(두산캐피탈을 가리킨다. 이하 같다)의 DCFL에 대한 증자’라는 제목으로 (a)항 2문에서 “당사자들은 종속회사(DCFL을 가리킨다. 이하 같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대상회사는 종속회사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두산 측 주주는 대상회사로 하여금 종속회사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2) 두산캐피탈의 DCFL 지분 매각 두산캐피탈은 2011. 12. 30. 원고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아 DICC에 DCFL의 지분 80% 중 29%를 640억 원에 매각한 적이 있는데, 2015. 7. 17.에는 원고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지 않고 DICI에 자신이 보유 중이던 나머지 DCFL 지분 51%를 759억 원에 매각하였다. 이로써 두산캐피탈은 DCFL 지분을 모두 매각하게 되었다. (3) 피고 두산연강재단의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 지위 승계 피고 두산연강재단과 Doosan Heavy Industries America LLC, Doosan Infracore America Corporation은 2013년경 피고 두산 등으로부터 두산캐피탈의 지분을 양수하면서 피고 두산 등의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였다. 나. 피고 두산 등의 기망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피고 두산 등이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 당시부터 원고 시니안 등을 기망하여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시니안 등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피고 두산연강재단의 채무불이행책임 성립 여부 (1) DCFL 지분유지의무 관련(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당사자가 그러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나타내려고 한 의사는 그 문구를 포함한 전체의 문언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하는데,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의사였다면 굳이 위와 같은 문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문구를 삽입하였다면 그 문구를 의미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등 참조). 다만 계약서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당사자에게 의무가 부과되었다고 볼 경우 이행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할 의사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 제3.3조 (a)항은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된 문언에도 불구하고 두산 측 주주인 피고 두산 등으로 하여금 두산캐피탈이 DCFL의 지분을 신주인수계약 당시와 같이 유지하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 제3.3조 (a)항에서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당사자들은 DCFL 유상증자 이후에도 두산캐피탈이 DCFL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라고 기재하고 있다. ② 두산캐피탈 신주인수계약 당시 두산캐피탈은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가 시급한 상황이었는데, 투자전문기관인 원고 시니안 등으로서는 당시 두산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DCFL 지분 80%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위와 같이 재무상태가 악화된 두산캐피탈 지분을 매수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③ 실제 원고 시니안 등이 투자한 신주인수대금은 그대로 DCFL의 유상증자대금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 두산연강재단이 어떤 행위를 통해 두산캐피탈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2차 DCFL 지분 매각을 결정하도록 하였다는 것인지에 관한 주장ㆍ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시니안 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두산 측 주주는 두산캐피탈로 하여금 DCFL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항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 쌍방이 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고 하였던 목적과 진정한 의사, 두산 측 주주와 두산캐피탈, DCFL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산 측 주주는 위 주주 간 계약에 따라 DCFL의 지분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해석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그런데 두산캐피탈은 결국 DCFL의 지분을 전부 매각함으로써 그 지분을 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차로 DCFL의 지분 51%를 매각할 때에는 원고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 두산 등으로부터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두산연강재단은 이와 같이 원고 시니안 등에 대하여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의 의무를 불이행한 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 두산연강재단의 DCFL 지분유지의무 관련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정한 것에는 주주 간 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 시니안 등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기업공개 의무, 회구보증약정 유지 의무 등 인정 여부(상고이유 제3, 4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 두산 등의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피고 두산연강재단이 두산캐피탈의 기업공개를 위해 노력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그 의무불이행과 원고 시니안 등이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피고 두산연강재단이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에 따라 DICC나 DCFL로 하여금 고객의 DCFL에 대한 연체 리스료채무를 DICC가 사실상 이중 보증하는 내용의 이 사건 회구보증약정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 두산 등이 어떠한 행위를 통해 두산캐피탈로 하여금 주식회사 엔디나인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발행의 기업어음(ABCP) 1,000억 원 상당을 매입하겠다는 약정(이하 ‘엔디나인 매입확약’이라 한다)을 하도록 하였다거나 두산캐피탈이 위 확약을 하는 것을 제지할 수 있었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ㆍ증명이 없다. (나) 위 (1)(가)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두산 등의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피고 두산연강재단이 두산캐피탈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기업공개를 해야 할 의무, 이 사건 회구보증약정을 유지해야만 하는 의무 또는 엔디나인 매입확약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두산캐피탈의 위험한 투자를 제지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같은 취지에서 원고 시니안 등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라.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상고이유 제5점) 원심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2013. 7.경 DICC와 DCFL로 하여금 이 사건 회구보증약정을 변경하도록 지시하고 2014. 5.경 두산캐피탈에 2차 DCFL 지분 매각을 지시하였다거나, 또는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회구보증약정이 변경되고 2차 DCFL 지분 매각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오딘2의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청구 부분과 원고 시니안 등의 피고 두산연강재단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시니안 등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원고 시니안 등과 피고 두산 등 사이의 상고비용은 원고 시니안 등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9다299065 판결 [고용의무이행등][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의사의 합치’의 정도 [2] 근로자가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경우, 근로자가 다른 직장에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를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근로기준법 제46조가 정한 휴업수당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사항인 경우,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판결서의 이유에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이 표시되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로 그 주장의 인용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 또는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그 주장이 배척될 것이 분명한 경우,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취업규칙의 성격 및 해석 방법 [6] 갑 은행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시행한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에서 만 56세가 도래하는 직원으로 하여금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정년을 1년 연장하여 만 59세까지 근무할 것인지 임금피크 기간 중의 급여 전액 등을 받고 특별퇴직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하면서, ‘특별퇴직자가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되면 최장 만 58세까지 계약 갱신하고 월 급여를 지급한다.’고 정하였고, 이에 만 56세가 도래한 을 등이 특별퇴직을 선택하여 퇴직하였는데, 갑 은행이 을 등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하지 아니하자 을 등이 갑 은행을 상대로 재채용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갑 은행과 을 등의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계약직 별정직 고용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위 개선안의 재채용 부분은 취업규칙으로서 성질을 가지므로 갑 은행은 을 등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390조, 제393조, 근로기준법 제46조 [3]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93조 [4]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423조 [5] 근로기준법 제93조 [6]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93조, 민법 제105조, 제390조, 제538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공2017하, 2181) [2]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4100 판결(공1992, 2526)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6다13437 판결(공2021상, 89) [3]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공1992, 2227)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공1999상, 59) [4]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다87174 판결(공2012상, 863)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9657 판결(공2018상, 53) [5]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631 판결(공2003상, 989)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공2021상, 160)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별지1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성봉 외 1인) 【원고, 피상고인】 별지2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성봉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준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1. 8. 선고 2018나200597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들이,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1959년 하반기 출생으로 피고(2015. 9. 1. 주식회사 하나은행을 흡수합병하기 전의 상호는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이었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2007. 7. 18.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외환은행지부(이하 ‘외환은행지부’라 한다)와 만 55세에 도달한 직원으로 하여금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정년을 1년 연장하여 만 59세까지 근무할 것인지 아니면 피고가 제시하는 혜택을 부여받는 대신 특별퇴직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임금피크제 시행에 합의하고, 2007년 하반기부터 이를 시행하였다. 다. 피고는 2008년경 위 임금피크제 내용을 일부 변경하는 개선안을 마련하여 외환은행지부와 협의를 거쳤고, 외환은행지부는 2009. 1. 19. 위 임금피크제 개선안의 시행에 동의하였다. 2009. 1. 19. 자 임금피크제 관련 동의서에 첨부된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이하 ‘이 사건 개선안’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임금피크 연령을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상향하고 임금피크제 기간을 ‘만 55세부터 만 58세까지(4년)’에서 ‘만 56세부터 만 59세까지(4년)’로 변경한다. 2) 임금피크제 기간 중 받게 되는 총급여의 기본 지급률을 250%(80%, 60%, 60%, 50%)에서 170%(50%, 50%, 40%, 30%)로 변경한다. 3) 직원은 만 56세 및 만 57세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특별퇴직을 할 수 있다. 특별퇴직한 직원에게는 임금피크제 기간 중의 급여 전액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되고 의료비 등 복리후생비 2,000만 원과 임금피크제 기간 중의 자녀학자금이 지원되며 4개월 동안의 전직지원연수(outplacement)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한 특별퇴직자가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되면 최장 만 58세까지 계약 갱신하고 월 2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한다(이하 이 사건 개선안 중 재채용 부분을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15. 7. 13. ‘2015년 하반기 임금피크제 및 임금피크 특별퇴직 실시 안내(이하 ‘이 사건 안내문’이라 한다)’라는 제목으로 2015년도 하반기 중 만 56세가 도래하는 직원(1959년 하반기 출생)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와 특별퇴직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안내하였다. 이 사건 안내문에는 특별퇴직자에 대한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실시와 관련하여 고용계약 체결 및 재채용 제외 대상, 연봉과 성과급, 복리후생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재채용 예정일이 2015. 12. 1.로 안내되었다. 피고는 2015. 7. 17. 임금피크제 및 임금피크 특별퇴직 실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였는데, 당시 배포된 자료에도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시 연봉과 성과급, 복리후생, 근무조건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재채용 고용계약 시작일이 2015. 12. 1.로 안내되었다. 마. 원고들은 2015년 하반기에 만 56세가 도래하였는데 임금피크제와 특별퇴직 중 특별퇴직을 선택하여 2015. 11. 30. 자로 퇴직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이 특별퇴직하였음에도 원고들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하지 아니하였다. 바. 원고들은 주위적으로 피고와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 체결을 전제로 하여 민법 제538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제1 예비적으로 원고들에게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에 대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채용을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민법 제538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며, 제2 예비적으로 피고가 이 사건 재채용 부분과 이 사건 안내문에 따라 원고들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임금과 퇴직금 상당액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제1 상고이유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안내문에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시 근로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 원고들(이하 ‘원고 1 등’이라고 한다)과 피고의 특별퇴직에 대한 합의 속에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 체결에 관한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어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계약직 별정직 고용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특별퇴직조건 중의 하나인 전직지원연수를 발령한 날인 2015. 7. 31. 원고 1 등과 피고 사이에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가) 이 사건 안내문은 특별퇴직조건으로 특별퇴직금의 지급과 의료비 등 복리후생비·자녀학자금 지원,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전직지원연수 실시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에 관한 세부 내용 부분에서는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시 근로조건뿐 아니라 고용계약 체결과 재채용 제외 대상에 대하여 안내하고 있는데, 특별퇴직의 합의 단계에서는 특별퇴직자가 재채용 제외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당연히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안내문은 특별퇴직에 관한 근로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특별퇴직조건에 해당하는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시 연봉과 성과급,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것에 불과하고,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고용계약의 체결을 전제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피고는 특별퇴직자를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할 때 ‘기간제근로자 고용계약서’라는 제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위 근로계약서에는 이 사건 안내문에 포함된 연봉과 성과급,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복무규율과 계약기간, 휴일·휴가, 근로계약 갱신과 해지, 퇴직금 등에 관한 사항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로 종료한 다음 해당 근로자를 종전과는 다른 근로조건을 정하여 기간제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시에는 별도의 고용계약 체결을 통해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고 당사자들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 1 등과 피고 사이의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별퇴직의 합의 내용과 시기 등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제2 상고이유 1) 원고 1 등이 제1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들고 있는 기대권의 법리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관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계속 고용에 관한 기대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며, 이러한 기대권의 효과로서 근로관계의 존속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로 종료한 다음 해당 근로자를 종전과는 다른 근로조건을 정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새로이 고용할지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과는 그 요건과 효과가 같다고 볼 수 없어 기대권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2)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 1 등의 재채용 기대권에 따른 제1 예비적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제3 상고이유 1) 근로자가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경우, 그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제공하였어야 할 근로를 다른 직장에 제공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러한 이익은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참조). 한편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와 같이 근로관계가 일단 해소되어 유효하게 존속되지 않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 제46조가 정한 휴업수당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4100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6다1343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른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범위에서만 중간수입이 공제되어야 한다는 원고 1 등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간수입 공제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제2 상고이유 1)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될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으로서 그 명칭은 불문하는 것이고(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참조), 근로조건이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에서 정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사항이라면 이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한편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민사소송법 제208조).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다.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다87174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9657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재채용 부분에 따른 피고의 특별퇴직자들에 대한 재채용 행위 자체는 특별퇴직자와 피고 사이의 종전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조건을 정한 것이므로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된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특별퇴직을 선택하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부여되는 특별퇴직조건 중의 하나이고, 그 내용은 특별퇴직 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되어 근무기간 동안 정해진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피고와 근로관계가 존속한 상태에서 특별퇴직을 신청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특별퇴직에 관한 근로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는 2007. 7. 외환은행지부와의 합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2009. 1. 이 사건 개선안을 시행할 때에도 외환은행지부의 동의를 받았다. 또한 피고는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4. 5. 이 사건 재채용 부분에 대한 추가 개선안을 마련한 다음 이에 대하여도 외환은행지부에 대하여 동의를 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이 근로자 개인과 피고 사이의 개별적 권리·의무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였음을 보여 주고,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이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개선안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등에 관한 판단누락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제1 상고이유 1)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그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한 것으로서 노사 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규범의 성격을 가지는데, 이러한 취업규칙의 성격에 비추어 취업규칙은 원칙적으로 그 객관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하여야 하고,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631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이 사건 개선안의 세부 내용 부분에서 특별퇴직자에 대한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에 대하여 단정적·확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안내문에 포함된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에 관한 내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개선안 및 이 사건 안내문에 따라 피고에게는 원고들을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개선안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제3 상고이유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선별적 재채용에 대한 합의가 성립하였는지 가) 원심은 피고의 인사부장이 2015. 11. 27. 원고들에게 특별퇴직 후 계약직 별정직원은 선별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 사건 개선안과 안내문에 따라 특별퇴직을 신청한 원고 측에서 이를 거부한 이상, 선별적 재채용에 대한 쌍방의 의사표시가 합치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별퇴직과 선별적 재채용에 관한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 재직 당시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고 있던 일부 원고들에게 재채용 거부사유가 존재하는지 가) 원심은 일부 원고들이 피고에서 근무하는 동안 부동산 임대업이나 강의 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는 피고 소속 직원으로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들어 해당 원고들에게 재채용 거부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 제4 상고이유 1) 재채용 의무 발생일 및 근로기간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재채용 의무 발생일은 계약직 별정직원 재채용 예정일인 2015. 12. 1.이고,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될 경우 원고들의 근로기간은 만 58세까지라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채용 의무 기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에게 재채용 의무 기간 동안 휴업수당 지급의무만 있는지 가)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을 재채용했어도 부여할 업무가 없어서 휴업을 실시하였을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라 휴업수당 상당액인 평균임금의 70%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제5 상고이유 1) 원심은 비용이 특별히 문제 되지 않는 근로소득과는 달리 사업소득에서는 매출액을 의미하는 총수입금액을 온전한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소득은 비용을 공제하지 않은 총수입소득을, 사업소득은 필요경비를 공제한 소득금액을 공제할 중간수입으로 산정하였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간수입 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1 등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들이,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
계약의 성립을 위해서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요구된다고 하는 접근은 가계약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11)라고 판시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중요 사항이 특정될 수 있는 경우 가계약은 그 형식이나 명칭에도 불구하고 본계약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 다시 말해,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가계약 그 자체가 본계약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다.12) 그러나 과연 이런 접근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11)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12) 가장 최근에 선고된 전주지방법원 2022. 4. 21. 선고 2021나6726 판결(확정)에서 법원은 가계약금 교부 당시 이미 목적물, 매매대금과 그 지급기일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본계약인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인하였다. 다만 여기서는 결정적으로 매매계약의 체결 권한이 문제되어 그 성립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 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주지법 2022. 4. 21. 선고 2021나6726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22하,510] 【판시사항】 갑이 을로부터 아파트에 관한 매매 중개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 병에게 매수 의사를 밝힌 다음 을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같은 날 병이 갑에게 계약이행에 관한 내용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이후 을로부터 매매계약 체결 의사가 없음을 전달받은 병이 갑에게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을이 갑의 계좌로 다시 위 1,000만 원을 송금하자, 갑이 을을 상대로 위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을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으므로 계약금의 배액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갑과 을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고, 위 1,000만 원은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매계약과 계약금계약의 성립 및 위 1,000만 원이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되었음을 전제로 한 갑의 주장은 이유 없고, 한편 갑과 을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을이 갑에게 계약금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로부터 아파트에 관한 매매 중개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 병에게 매수 의사를 밝힌 다음 을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같은 날 병이 갑에게 계약이행에 관한 내용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이후 을로부터 매매계약 체결 의사가 없음을 전달받은 병이 갑에게 계약을 해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을이 갑의 계좌로 다시 위 1,000만 원을 송금하자, 갑이 을을 상대로 위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을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으므로 계약금의 배액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병이 갑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위 1,000만 원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 병은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그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므로, 위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갑과 을은 상호 간의 매매를 중개한 병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위 1,000만 원이 지급될 당시부터 별도로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당사자로부터 매매계약서 작성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바,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갑과 을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고, 위 1,000만 원은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매계약과 그에 종된 계약금계약의 성립 및 위 1,000만 원이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되었음을 전제로 한 갑의 주장은 이유 없고, 한편 갑과 을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을이 갑에게 계약금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제398조 제4항, 제565조 【전 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혜연)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문 담당변호사 전종호) 【제1심판결】 전주지법 남원지원 장수군법원 2021. 5. 28. 선고 2021가소5019 판결 【변론종결】 2022. 3. 24.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소외 1에게 부산 사하구 (주소 생략)(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매매 중개를 위임하였다. 나. 원고는 2020. 12. 8. 인터넷 부동산 정보에 게시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 중개 정보를 확인하고, 소외 1과 전화로 연락하여 매수의사를 밝혔고, 원고를 대리한 소외 2(원고의 사위)가 같은 날 16:16경 소외 1로부터 전달받은 피고의 은행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다. 소외 1은 2020. 12. 8. 17:00경 소외 2에게, ‘매매가액 2억 3,000만 원, 12. 8. 가계약금 1,000만 원, 12. 12. 계약서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 2. 26. 잔금 2억 500만 원’이라는 계약이행에 관한 내용과 ‘12. 12. 3시에 ○○부동산에서 계약서 작성을 진행할 예정이니 신분증, 도장, 추가계약금 1,000만 원, 중도금 500만 원을 준비하고, 공인중개사가 대리인 자격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위임장 양식에 위임장용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 필요하고, 원고가 직접 계약 체결을 하는 경우 신분증과 도장만 필요하다.’는 취지의 각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소외 2는 소외 1로 하여금 원고의 대리인 자격에서 계약서 작성을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라. 소외 1은 2020. 12. 11. 소외 2에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표준 양식의 아파트 매매계약서에 원고와 피고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 이 사건 아파트의 표시, 매매대금, 특약사항 등을 기재하여 작성한 매매계약서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보내주었다. 마. 피고로부터 원고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소외 1은 2012. 12. 11. 소외 2에게 ‘(피고가) 계약을 해지한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 원고는 2020. 12. 12. 소외 1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거래계약과 관련하여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소외 1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위임장’을 팩스로 보냈으나, 같은 날 피고는 소외 1로부터 원고의 계좌번호를 전달받아 그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았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성립되었고, 이후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파기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정한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인 4,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하고, 적어도 원고가 실제 일부 계약금으로 지급한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바, 위 4,000만 원에서 기지급된 1,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을 지급하거나, 적어도 위 2,000만 원에서 기지급된 1,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1,000만 원(이하 ‘이 사건 1,000만 원’이라 한다)은 가계약금에 불과하다. 또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기로 하는 위약금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주장과 같은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이나 이 사건 1,000만 원의 배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나. 판단 1) 먼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기초 사실과 갑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소외 1이 소외 2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이 사건 1,000만 원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는 점, ② 소외 1은 피고로부터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그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므로,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전달받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사항을 원고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③ 원고와 피고는 상호 간의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1,000만 원을 지급할 당시부터 별도로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당사자로부터 매매계약서 작성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바, 이 사건 1,000만 원이 지급될 당시 매매대금 및 그 지급기일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1,000만 원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1,000만 원의 명목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그 종된 계약인 계약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1,000만 원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목적물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인 ‘가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과 그에 종된 계약금계약이 성립되었고, 이 사건 1,000만 원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일부로 지급되었음을 전제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한편 유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 등 금원이 수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그와 같은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그 계약금 등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유효하게 성립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그 계약금으로 정한 2,000만 원의 배액이나 그 일부로 지급된 이 사건 1,000만 원의 배액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선(재판장) 이국진 박성수 |
우선, 우리나라의 부동산 실무를 고려할 때 교섭이 가계약의 체결 및 가계약금의 교부 단계에 이를 정도가 되면 거래의 중요 사항에 관하여 이미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목적물이 특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계약의 체결이 흔하지 않고, 대금의 경우 특정되거나 최소한 추후 특정을 위한 기준(가령, 장래 일정한 시점의 시가)13)이 존재한다고 인정될 여지가 크다. 결국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를 중시하는
입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계약이 본계약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게 될 텐데, 이는 사실상 가계약의 독자적인 지위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신이 체결하고자 하는 가계약이 실제로는 본계약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사자가 안다면 본계약을 바로 체결하는 대신 굳이 가계약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많은 경우 당사자는 가계약이 그 법적 성질이나 효력 측면에서 본계약과 의미 있는 차이를 갖는다고 믿기 때문에 가계약을 활용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13)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551,552 판결. |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집26(2)민,171;공1978.9.15.(592),10972] 【판시사항】 매매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을 매매예약으로 잘못 본 사례 【판결요지】 매매대금의 액수를 일정기간이 지난 후일의 싯가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유만을 들어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563조, 제564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회경 【피고, 피상고인】 증심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금원, 강봉제 【원 판 결】 광주고등법원 1978.3.9. 선고 77나241,3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68.7.5.자의 원,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계약은 첫째로, 갑 제3호증(계약서)의 기재내용 즉 '피고는 위 재산을 1968.8.4.까지 원고에게 싯가에 의하여 매도키로 하고 계약금으로 금 267,400원을 수령하여 만약 동일까지 피고가 원고에게 위 재산을 매도치 못할 경우, 원고로 하여금 동 지상에 가옥을 건축함에 있어 토지사용을 승낙함과 동시......'의 내용이나 둘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계약당시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처분허가가 없었으며, 그 당시 피고의 대표주지였던 소외인이 토지의 불법처분관계로 수사중에 있었던 점, 셋째로, 위 계약이 있었던 후로도 원고가 피고에게 여러차례 이 사건 토지의 1/2지분의 매수교섭을 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던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원, 피고 사이의 1968.7.5.자의 계약은 통상 있는 매매계약이 아닌 기한의 정함이 있는 하나의 매매예약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의 토지에 관한 원, 피고 사이의 약정내용이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으로 본 첫째 이유는 매매대금의 액수를 약정일로부터 1개월 후의 싯가에 의하기로 한 까닭이라는 것이나, 매매대금의 액수를 일정기간이 지난 후일의 싯가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유만을 들어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할 것이고(더우기 피고는 원고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금 267,400원까지도 수령하였다는 것이고 보면, 더욱 더 그러하다) 그 둘째 이유는 먼저 계약당시 문화공보부장관의 처분허가가 없었다는 것이나, 문화공보부장관의 처분허가가 매매계약의 성립요건으로 될 수는 없는 것이고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한 것 뿐이다) 다음 피고의 대표주지였던 소외인이 이 사건 토지의 불법처분관계로 수사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나 이는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허가관청의 승인없이 처분한 사실에 대한 즉 매매계약을 맺은데 대한 뒷받침은 될지언정, 원심인정과 같은 아직 처분행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 매매예약을 한데 대한 뒷받침은 될 수 없다고 봄이 마땅하다할 것이며, 그 셋째 이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 피고 사이의 전후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에게 원판시 갑 제3호증(계약서)에 따른 계약내용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라고 보지 못할 바 아니고, 한편 기록에 의하여 보면 1966.7.20.경 당시 이 사건 토지는 도로보다 낮은 답이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 중 200평을, 매립비용 금 600,000원의 한도에서 매립하여 줄 것을 의뢰하고, 위 매립비용은 후일 피고가 원고에게 이를 매도할 때에 동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원, 피고사이에 약정한 사실과 그후 원고는 동 약정에 따라 매립을 한 후 이 사건의 토지에 관한 원판시 매매계약을 맺기에 이른 사실을 엿보기에 어렵지 않으니 그렇다면 원, 피고사이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매립계약을 맺을 당시에 이미 매매예약을 맺었던 것이라고 봄이 옳다고 할 것이고 같은 토지에 관하여 같은 당사자사이에 두번씩이나 매매예약을 하였어야 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찾아볼 수도 없다. 따라서 1968.7.5.자 원,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약정은 매매계약이었다고 봄이 옳았을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매매예약으로 보아 1968.8.4. 원, 피고 사이에 매매완결의 의사표시가 없었으니 기간의 도과로써 매매예약의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은 필경 원,피고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데에 기인한 매매계약과 매매예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그릇 인정하므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점 논지는 이유있고, 원심판결은 나아가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가할 필요없이 이점에서 파기되어 마땅하다. 결국 이 사건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일규(재판장) 민문기 강안희 정태원 |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집34(1)민,34;공1986.4.1.(773),437] 【판시사항】 가. 매매의 목적물과 대금이 계약체결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지 여부 나. 당사자의 진정서에 대한 회신만으로 지방자치단체소유재산에 대한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다. 소각하판결에 대하여 패소자가 청구기각 사유를 들어 상고할 수 있는지 여부 라. 사후에 매매목적물이나 대금을 특정하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 【판결요지】 가. 매매계약에 있어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나. 지방재정법시행령 제67조 및 제58조, 예산회계법시행령 제116조 및 제93조 내지 제95조 소정의 요건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매각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서에 대한 회신만으로는 그 재산매각의 당사자사이에 곧바로 그 재산에 관한 매매계약이나 또는 예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소 각하판결에 대하여는 그 패소자가 청구기각사유를 들어 상고심에서 다투는 것은 자기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는 것이어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라. 매매계약에 있어서의 목적물 및 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그 계약체결 당시에 약정하였던 목적물 및 그 대금이어야 하고, 사후에 특정되는 목적물이나 대금은 계약체결 당시에 예정하였거나 사후기준을 정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그 기준이 된다. 【참조조문】 가.라. 민법 제563조 나. 민사소송법 제187조 다. 제393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60.7.7. 선고 4292민상819 판결 1978.6.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중앙시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두환 【피고, 피상고인】 성남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백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4.10.30. 선고 83나1996 판결 【주 문】 가. 원심판결중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제1차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나. 원심판결중 원고의 제2차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가.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판단한다.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원시장 부지 415평을 서울시에 당초의 전답 수용가격에 상응한 평당 금 350원씩으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과 서울시는 이에 부수하여 원시장 부지 및 그 주변 토지를 합한 1,000평의 토지를 타시장에 준하여 원고에게 매도한다는 취지의 약정이 포함된 복합계약이 1971.6.10자로 성립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제한 다음, 그와 같은 복합적인 약정이 있기까지의 경과와 배경에 비추어 위 약정 중 1,000평 토지에 관한 부분은 매매의 요건사실인 매매목적물의 특정과 가격결정의 방법 및 매매절차와 방식에 관한 대체적인 기준에 대하여만 합의한 것으로 보여지고, 동 토지에 관하여 대금을 평당 금 10,000원씩으로 확정하여 원·피고간에 71.6.10.자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살피건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당원 1960.7.7. 선고 4292민상819 및 78.6.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각 참조). 원심은 위 1971.6.10.자 약정이 이 사건 1,000평의 토지를 타시장에 준하여 매도한다는 약정이 성립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 약정은 동 토지대금을 평당 금 10,000원씩으로 확정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위 "타시장에 준한다"는 의미가 원심이 설시한대로 타시장에 준한 토지대금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계약체결 후에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못할 바 아니므로 이는 그 매매대금을 사후에라도 특정못할 사유가 되지 못함에도 그 대금이 계약체결당시에 평당금 10,000원씩으로 확정할 수 없다 하여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조치는 매매계약의 성립에 있어서 매매목적물과 대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허물이 있다 할 것이니 이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하겠다. 그러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 1,000평은 원래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소유로서 시유지(잡종재산)임이 명백하므로 이의 매각에는 지방재정법시행령 제67조 및 제58조, 예산회계법시행령 제116조 및 제93조 내지 제95조의 적용을 받는다 할 것인바(서울시가 도시계획법에 의한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을 위하여 사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 그 사업을 위한 토지매수에 있어서는 도시계획법 또는 토지수용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토지를 매각할 때에는 위 지방재정법 및 예산회계법령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위 서울시 사이에 맺어졌다고 주장하는 1971.6.4.자 약정의 유일한 직접 증거로는 갑 제8호증(중앙시장 용도지정사본)이 있는바 이는 원고의 진정서에 대한 회신임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위 지방재정법 및 예산회계법령 소정의 요건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매각에 있어서는 위 갑 제8호증의 진정서 회신만으로는 그 재산매각의 당사자 사이에 곧바로 그 재산에 관한 매매계약이나 또는 그 예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위 진정서 회신을 기초로 하여 사후에 위에서 설시한 법령소정의 요건과 절차를 거친 후에 이에 따른 매매계약이나 그 예약을 체결하겠다는 일방 당사자의 의사의 통지라고 해석함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위 71.6.4. 당시 원고와 서울시 사이에 원고주장과 같은 매매계약이나 또는 그 예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매매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상고논지는 채택할 수 없다. 2.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은 이 사건 토지 1,000평에 관한 매매예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제1차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시 전단부분에서는 위 매매예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그 후단 부분에서는 딴 이유를 들어 이 부분 예비적 소는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주장의 매매예약의 성립이 부정되면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고 각하할 것은 아님에도(그 후단 설시의 가정판단과 같이 매매예약이 있은 경우 완결권을 행사하였다면 곧바로 청구를 인용할 것이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를 각하하였음은 이유의 모순을 범한 잘못이 있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위 갑 제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 1,000평에 관한 매매예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함은 위에서 본바와 같으므로 이의 매매예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고, 소 각하한 판결에 대하여는 그 패소자가 청구기각 사유를 들어 상고심에서 다투는 것은 자기에게 그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는 것으로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논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판단한다.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 원시장부지 415평을 당초의 예정 매수가격인 평당 금 350원씩으로 한 매매계약과 이에 부수하여 위 415평을 포함한 1,000평의 시장부지를 용도지정하여 원고에게 타시장에 준하여 불하한다는 약정이 포함된 복합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전제하고, 위 415평의 매매계약에 부수한 매매예약에 따라 이건 토지에 관하여 평당 금 10,000원씩에 책정한 대금으로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다는 전제하에 그와 같은 피고의 의무불이행을 사유로 한 해제의 의사표시는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또한 위 71.6.10.자로 맺어진 약정 중 "타시장에 준하여 불하한다"는 뜻은 그 토지대금을 본 계약 성립시의 감정가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언제라도 원고에게 시가에 따른 매매계약 체결을 바라고 있는 터이므로 위 415평의 매도에 따른 부수약정의 불이행이 가사 위 415평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조건이라 할지라도 조건의 성취라 할 수 없으며 달리 위 415평의 매매계약이 부적법 사유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하여 원고의 제2차 예비적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회사는 1970.3.경 시장개설운영을 목적으로 발기 설립된 회사로서 1970.6.30경 이 사건 원시장 부지인 경기 광주군 (주소 생략) 대 415평을 평당 금 30,000원씩에 매수하고 여기에 1970.8.6. 시장개설허가를 얻고 그해 10.22. 건축허가를 얻어 연건평 306평의 1층 중앙시장 구관 건물을 축조하여 71.2.26. 그 보존등기까지 마침으로써 시장을 개설운영하여 왔는데, 1968년경부터 위 광주군 중부면 일대에 도시계획법 소정의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 시행을 위하여 위 구역내 토지의 매수에 나섰던 위 서울시는 위 사업시행 인가 후 2년여의 세월이 경과하여 그동안 지가가 등귀하고 주민들과의 매수협의가 용이하지 아니하자 전답과 임야만을 협의 매수하기로 하고 또 매수한 전답등을 대지화 한 후 그 면적의 일부를 원래의 토지소유자가 되살 수 있는 매수연고권을 주어 보상하는 등의 방법을 써 오다가 원고와의 사이에는 위 원시장부지 415평이 포함된 부근의 1,000평 가량을 타시장 부지에 준하여 원고에게 불하하여 주기로 대체적인 의론이 되어 원고는 1971.6.1. 위 415평을 평당 금 350원씩으로 결가하여 그 같이 계산된 매매대금은 차후 위 1,000평의 불하시 그 대금에서 공제하여 정산하기로 하여 매도하고 이에 기하여 서울시에 위 415평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주택지조성사업의 시행자인 서울시에게 위 원시장 부지 415평을 매도하게 된 원고회사로서는 위 415평의 매도가 아무런 조건없이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시장개설 회사인 원고가 유일하게 시장부지로 소유하던 기존시장 부지를 매도처분하는 것으로서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그 목적사업을 폐쇄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극히 이례에 속할 뿐더러 그 대금도 350/30,000의 비율에 따른 극히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차후 위 1,000평의 매도대금에서 공제하여 정산한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불공평하다(원고에게 일부토지의 매수 연고권을 주어 매수케 하였다 하여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415평의 매도가 아무런 조건없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과 형평의 이념에 심히 반한다 할 것이니 이의 매도는 위 1,000평의 시장부지를 불하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매매라고 봄이 상당하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415평에 관한 매매계약을 조건부 매매가 아닌 전혀 별개의 독립된 복합계약이라고 본 원심의 조치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매매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매매계약에 있어서의 목적물 및 그 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체결당시에 약정하였던 목적물 및 그 대금이어야 하고, 사후에 특정되는 목적물이나 대금은 계약체결당시에 예정하였거나 사후 기준을 정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그 기준이 된다고 풀이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1971.6.4.자 약정당시의 "타시장에 준하여 불하한다는 뜻"은 타시장 부지 불하의 실제 사적에 비추어 본 계약성립시의 감정가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풀이 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였으나 위 1971.6.4. 당시의 약정자료인 위 갑 제8호증의 기재상 타시장 부지 불하의 실제 사적에 따른다는 기재를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그 대금을 위 약정이후로 예정하였거나 사후 기준을 정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기재가 없으므로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그 약정이 체결된 무렵의 타시장에 준한 시가(감정가격)로 결정하여 불하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현재 시가에 따른 매매계약의 체결을 바라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 415평에 관한 매매계약의 해제조건이 미성취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와 같이 단정한 위 가정적 판단 역시 조건부 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음에 귀착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415평에 관한 피고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원인인 원인무효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여(위 원인무효의 주장에는 약정해제에 따른 원인무효인지 또는 해제조건부매매에 있어서의 조건성취도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석명하여 밝히고 피고가 위 1,000평을 위 약정이 체결될 무렵의 타시장에 준한 시가(감정가격)로는 매도의 이행을 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하였다면 해제사유의 발생 또는 위 해제조건의 성취로 볼 것이다) 그 원인의 무효여부를 가렸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만연히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배 내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제3항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중 주위적 청구와 제1차 예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상고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그 부분에 관한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며, 제2차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를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정철(재판장) 정태균 이정우 김형기 |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3.8.15.(950),1999] 【판시사항】 가. 매매의 목적물과 대금이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것이 매매계약의 성립요건인지 여부(소극) 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산회계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그 계약 또는 예약의 효력 (=무효) 【판결요지】 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예산회계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간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563조 나. 구 예산회계법 (1989.3.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의6, 같은법시행령 (1989.12.29. 대통령령 제1286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제2항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60.7.7. 선고 4292민상819 판결 1978.6.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1986.2.11. 선고 84다카2454 판결(공1986,437) 나. 대법원 1989.4.25. 선고 86다카2329 판결(공1989,798) 【전 문】 【원고, 상고인】 한국주택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영) 【피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열)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10.7. 선고 92나224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당원 1986.2.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 진술된 원고의 1992. 8. 24.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원고는 1988. 12. 30.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선급금을 납부함으로써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기록 제526정), 원고주장의 위 매매계약 성립 당시 시행중이던 지방재정법(1988.4.6. 법률 제4006호로 전개된 것) 제63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하여 이 법 및 다른 법령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예산회계법 제6장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준용조문인 구 예산회계법(1989.3.31. 법률 제4102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 제70조의6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을 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구 지방재정법 시행령(1988.5.7. 대통령령 제12445호로 전개되어, 1990.11.6. 대통령령 제131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70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시행령(1989.12.29. 대통령령 제12866호로 전개되기 전의 것)제75조 제2항에 의하면 계약서에는 담당공무원이 반드시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역시 위 구 지방재정법시행령 제70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준용되는 위 구 예산회계법시행령 제116조에 의하면 수의계약의 경우에도 계약목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일정한 방법으로 평가한 예정가격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간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89.4.25. 선고 86다카232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매매에 관하여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요건과 절차가 이행되지 아니한 이상,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서울목동지구택지개발사업지구내에 점포신설용지를 할애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개 용지를 원고 은행의 점포용지로 할애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통지하면서, 위 용지의 예상매매대금을 납부할 것을 고지하였고, 그 후 건설부장관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택지공급승인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사 원고 주장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그 효력이 없어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이치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사용을 승낙하고, 이에 기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1부동산 지상에 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더라도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원심의 설시는 다소 미흡하나, 결론적으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석명권불행사로 인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최재호 김석수(주심) |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다22750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23하,1808] 【판시사항】 매매계약의 성립을 위한 매매목적물과 대금의 특정 정도 / 매매대금 액수를 일정기간 후 시가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행시기, 이행장소, 담보책임 등에 관한 합의가 없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충분하다. 이 경우 그 약정된 기준에 따른 대금액 산정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다면 법원이 이를 정할 수밖에 없다. 매매대금 액수를 일정기간 후 시가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는 사유만을 들어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시기, 이행장소, 담보책임 등에 관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제563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551, 552 판결(공1978, 10972)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공1986, 437)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7940 판결(공2002하, 1934)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20371 판결(공2020상, 895) 【전 문】 【원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정 담당변호사 박영운)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포씨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의 담당변호사 박경준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3. 9. 선고 2022나20164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소의 이익을 긍정하면서도, 이 사건 협약서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공급(공공기여) 조건으로 그 매매대금이나 지급기일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가 이 사건 협약 체결 직후 추첨을 통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원고에게 공급할 대상으로 특정하여 통보하였으나, 이는 향후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을 예정하고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이 사건 협약 체결 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20371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그 약정된 기준에 따른 대금액 산정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다면 법원이 이를 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7940 판결 참조). 매매대금 액수를 일정기간 후 시가에 의하여 정하기로 하였다는 사유만을 들어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551, 552 판결 참조).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시기, 이행장소, 담보책임 등에 관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주택법’이라 한다)이 2018. 1. 16. 개정되면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다. 민간임대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주택도시기금 출자, 용적률 완화 등의 공공지원을 받아 건설 또는 매입되는 주택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구분하고(제2조 제4호), 역세권 등 임대주택 수요가 높은 곳에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촉진지구 지정요건을 조례로 완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제22조 제1항 제2호 단서). 위와 같은 공적지원에 상응하여 무주택자인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지원계층 배려, 임대료 제한 등 규제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고(제42조 제1항 제1호, 제44조 제1항 제1호 등), 30호 이상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건설 시 용적률 완화의 공공지원을 받은 경우 증가된 용적률과 연계하여 임대주택을 시·도지사에게 공급하거나 주거지원대상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등 4가지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하였는데(제21조의2 제1항), 그중 시·도지사에게 공급하는 방안은 증가된 용적률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임대주택을 공개추첨의 방법으로 선정하여 공급하되 공급가격은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3 제1항에 따른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서 정하는 건축비로 하며, 그 부속토지는 시·도지사에게 기부채납한 것으로 본다(제21조의2 제1항 제1호,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7조의2 제2항).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3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제7항의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7]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건축비의 상한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를 규정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은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를 고시하고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피고의 제안서에 따라 2019. 5.경 당초 관광숙박시설이었던 이 사건 건물의 용도를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변경해주고 신축 당시 구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2017. 1. 1.부터 실효) 및 같은 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완화된 약 129%의 추가 용적률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대신, 이 사건 건물을 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 238세대로 그 용도를 변경하는 공사가 완료되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그중 31세대를 공공기여로 공급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용하고, 위 31세대의 부속토지도 기부채납받기로 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여 이를 고시하였다. 2) 원고는 위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에 따라 2019. 6. 17. 피고와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협약서에는 피고의 공공기여 방안으로서 원고가 건축물의 13.46%(31세대)를 표준건축비로 매입하고, 부속토지의 12%를 기부채납받기로 하였다(협약서 제7조 제5항). 3) 피고는 2019. 10.경 원고에게 공급할 31세대 동·호수 추첨 결과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특정하여 통보하였고, 이 사건 건물의 용도변경 공사가 마쳐져 2020. 5.경 용도변경 사용승인이 이루어졌다. 4) 원심 변론종결일 무렵인 2023. 2. 1. 개정 전까지 구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고시(2016. 6. 8.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6-339호)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피고는 위 고시가 개정되면 변경되는 표준건축비에 따라 매매대금을 조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주장하면서 매매계약서 작성과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으나, 피고가 특정한 매매 목적물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를 부정하지는 않고 그 대금액에 관하여만 다투고 있다(원심 제2차 변론준비기일조서 등 참조) 라. 지방자치단체인 원고와 임대사업자인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 관한 이 사건 협약에서 민간임대주택법령에 근거하여 피고가 용적률 등이 완화된 역세권 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되, 공공기여 방안으로서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여야 할 세대에 해당하는 31세대를 공급하고, 매매대금도 민간임대주택법령 등에 정해진 표준건축비로 산정하기로 정하였으며, 이 사건 협약 직후 피고가 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추첨을 실시하여 31세대를 특정하여 원고에게 통보하고 집합건물로서 구분등기까지 마쳤는바, 그렇다면 민간임대주택법령 및 그 법령의 규정에 따라 체결된 협약에 의하여 피고는 이 사건 건물 중 일정한 수의 세대를 반드시 원고에게 공급하여야 하고 그 공급가액 역시 위 법령 및 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야하기 때문에 이 사건 협약으로써 계약의 목적물과 대금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은 정하여졌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매매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며 계약의 이행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고, 그 매매대금 역시 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특정될 것이다. 만약 그 대금액 산정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 이는 계약 해석 문제로서 법원이 판단하여 정할 것이다. 이 사건 협약에서 매매대금 지급시기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 성립에 지장이 없고,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세대별로 구분등기가 마쳐진 이후부터는 피고에게 매매대금 지급과 상환으로 언제든지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마. 따라서 이 사건 협약으로 정해진 대금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원심으로서는 이를 전제로 원고의 매매대금 지급과 동시이행조건부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 체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매매계약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민유숙(주심) 이동원 권영준 |
다음으로, 가계약이 추후에 본계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당사자는 가계약 체결 당시 스스로 (즉, 법률자문 없이) 가계약의 법적 성질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당사들이 거래 시 선택한 법률행위의 명칭이나 형식이 그 법적 성질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일 수 없다는 점, 추후에 본계약을 다시 작성하기로 합의하였지만 결국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가계약이 본계약으로서 인정될 수 있다는 점14) 등은 당사자들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이는 결국 현실적으로 가계약의 법적 성질을 분쟁이 발생한 이후, 즉 사후적으로 (그것도 대부분 소송을 통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데,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보편화 되어있는 가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당사자들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보통 몇 천만원 또는 몇 억원 하는 계약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가계약금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를 제기하기보다 권리구제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14) 실제로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에서 대법원은 가계약 체결 당시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기하여 당사자들이 본계약을 추후에 다시 체결하기로 하였음에도 가계약이 본계약으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인정하였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2]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 [3] 해약금에 관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이행을 착수할 때까지’의 의미 [4]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매도인에게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 제3자도 참석한 경우, 매수인은 매매계약과 함께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하였으므로, 매도인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정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제568조 [3] 민법 제565조 제1항 [4] 민법 제56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공1993하, 1999)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공1996상, 1667)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공1997상, 632)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공2001상, 966) [3] 대법원 1993. 5. 25. 선고 93다1114 판결(공1993하, 1854)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56954 판결(공1994상, 1677)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9369 판결(공1997하, 2345)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공2003상, 21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국윤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봉헌)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05. 6. 16. 선고 2004나464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참조). 한편,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계약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처분문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할 것인바,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위 매매계약을 적법히 해제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가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원고의 이희완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위 계약 성립과 함께 위 채권은 양도되었고, 그 채무자인 이희완도 위 계약에 참석하였기 때문에 위 채권양도의 통지도 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위 매매계약과 함께 그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한 것이고, 따라서 계약금의 배액상환을 원인으로 한 피고의 해제 의사표시는 원고가 이미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
이와 같은 여러 이유에서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가계약의 독자적인 지위를 부정하고 가계약을 본계약과 동일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계약을 본계약으로 바로 인정하려면 적어도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던 당사자 쌍방의 직접적인 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법률행위 해석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법률행위의 해석이 본질적으로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15)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사자들이 가계약만 체결했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본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던 경우가 아닌 이상 쉽게 가계약을 본계약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16)
15)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16) 이와 관련하여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하급심 판례에서 “매매목적물과 거래대금 등 본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가계약이 본계약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본계약과 가계약은 그 계약을 체결할 당시 양 당사자의 의사가 ‘장차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는지, 또는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그 시점에 확정적으로 체결할 의사’였는지 여부에 따라 구별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14. 선고 2018가합522008 판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약정금][공1996.12.1.(23),3422]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의 법률행위 해석 방법 [2]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문면에 기재된 "협조를 최대로 한다"라는 문구의 객관적 의미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협조를 최대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그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객관적인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 부담할 수는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2]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공1994상, 1320) [1]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5571 판결(공1992, 1997) 대법원 1995. 3. 17. 선고 93다46544 판결(공1995상, 1704)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51222 판결(공1995하, 2556)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창원지법 1996. 2. 16. 선고 95나62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90년경 그 동서인 소외 1이 전북 고창군 흥덕면 410의 13 외 5필지 지상에 신축할 다세대주택 5개동 30세대의 건축자금으로 금 60,000,000원을 대여하고 또 1991년경 금 5,000,000원 상당의 건축자재를 공급한 사실, 위 소외 1은 1991년경 원고로부터 차용한 위 금 60,000,000원 및 금 5,000,000원 상당의 건축자재 대금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위 다세대주택 중 제5동 6세대분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준공을 하여 1993. 2. 4. 위 제5동 6세대분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다음 제5동 201호를 제외한 나머지 5세대를 원고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처분한 사실, 피고는 1991. 11.경까지 위 소외 1에게 금 32,000,000원 상당의 위 다세대주택 건축내장재를 공급하고, 같은 달 21. 위 소외 1과의 사이에 그로부터 위 건축내장재에 대한 대금조로 위 다세대주택 중 제5동 201호를 넘겨받기로 약정한 다음 그 무렵 소외 2에게 위 제5동 201호를 금 31,000,000원에 매도한 사실, 피고는 위 다세대주택 중 제5동이 준공(위 다세대주택 5개동 중 제1, 2, 3동은 1991. 8. 26., 제5동은 1992. 12. 24. 각 준공되었다.)된 뒤 그가 위 소외 2에게 매도한 위 제5동 201호에 관하여 이미 원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사실을 알고서는 원고에게 위 제5동 201호에 관한 등기를 넘겨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로부터 거절당한 사실, 이에 피고는 1993. 10. 20. 원고와 위 제5동 201호를 원고로부터 대금 31,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되, 원고는 같은 날 위 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고 피고는 같은 날 계약금과 등기비용조로 금 1,560,000원을, 같은 해 11. 11.까지 잔금 29,540,000원을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약정에 따라 원고는 위 소외 2 앞으로 위 제5동 201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준 사실, 그런데 원고는 위 약정시 피고의 위 소외 1에 대한 건축자재 외상대금 32,000,000원의 채권 확보를 위하여 위 다세대주택 중 위 소외 1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제6동(1993. 9. 22. 준공되었다) 101호, 102호, 202호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을 해 준 다음 피고로 하여금 이를 이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금 34,000,000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로부터 위 금 29,540,000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1993. 10. 20. 위 소외 2 앞으로 위 제5동 201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고, 같은 달 26. 위 다세대주택 중 제6동 101호, 102호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각 금 11,000,000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하여 준 사실, 원고는 같은 날 위 다세대주택 중 제6동 202호에 관하여도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려고 하였으나 피고로부터 위 202호에 관하여 같은 날 이미 소외 3 명의의 채권최고액 금 15,000,000원으로 된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당한 사실, 위 제6동 101호, 102호, 202호에 관하여는 피고 및 위 소외 3 명의의 위 각 근저당권보다 선순위로 각 1993. 10. 26. 자 소외 4, 소외 5, 소외 6의 각 명의로 된 각 전세금 15,000,000원짜리 전세권설정등기가 되어 있었고, 위 다세대주택은 각 호당 분양가가 금 32,000,000원이었으나 분양이 잘 되지 않아 금 20,000,000원에도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금 34,000,000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가치가 있는 상태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도, 이미 선순위로 금 15,000,000원짜리 전세권설정등기 및 채권최고액 금 15,000,000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의 위 제6동 202호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위 약정에 따른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고, 달리 피고가 원고의 협조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금 34,000,000원을 대출받았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약정금청구채권은 그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여 원고로서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5571 판결 참조). 그리고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협조를 최대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객관적인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참조). 왜냐하면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의사이었다면 굳이 "협조를 최대로 한다"라는 문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였다면 그 문구를 의미 없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당사자가 그러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나타내려고 한 객관적인 의사는 그 문구를 포함한 전체의 문언으로부터 해석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한 위 삼진주택 제6동 101호, 102호, 202호가 모두 위 소외 1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어서 위 소외 1의 협조 없이는 원고 단독으로 피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피고가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금 34,000,000원을 대출받는 것을 도와 줄 수 없기 때문에 "협조를 최대한 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보여지고, 여기에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매매잔대금 29,540,000원을 받고 위 201호를 넘겨주면 그만이고 굳이 피고에게 위 금 34,000,000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담보물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위 차용증서에 "협조를 최대한 한다"라고 기재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부여한 객관적인 의사는 피고측이 제시한 위와 같은 의무는 법률적으로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성의껏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하였던 위 101호, 102호에 대하여는 피고 명의로 채권최고액 각 금 11,000,000원씩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또 202호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려고 하였으나 피고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거절한 이상, 원고로서는 그로써 사정이 허락하는 한 성의껏 위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러함에도 원심이 원고는 피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금 34,000,000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가치가 있는 상태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원고가 위 약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약정금채권은 그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한 것은 법률행위의 해석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
(2) 해제 시 고려사항
가계약에 독자적인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가계약을 해제하는 상황까지 고려할 경우 더 크게 문제 된다. 당사자들이 본계약을 체결할 직접적인 의사가 없었는데도 가계약을 본계약으로서 인정하게 되면 당사자가 법적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민법 제565조 제1항17)을 적용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17)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가) 계약금의 교부와 민법 제565조 제1항
가계약금에 대해서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전에 먼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에 관한 학설대립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 학계에서는 계약금의 현실 교부 여부에 따라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불가하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18) 계약금의 현실 교부와 상관없이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이 가능하다19)고 보게 되면 이행의 착수 전까지 교부자가 계약을 해제할 경우 계약금을 포기(아직 교부하지 않았다면 이를 교부)해야 하는 반면, 수령자가 해제를 원할 경우에는 그 배액(수령 전이라면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한편 통설은 계약금계약에 대해서 요물계약설을 취하고 있다.20) 우리 판례21)도 원칙적으로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보고22) 있기 때문에 계약금의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민법 제565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어 해약금에 의한 계약 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23) 다만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을 긍정24)한 바 있는데, 이 경우 현실 교부된 금액이 아니라 본래
당사자들이 약정한 계약금 전액을 해약금으로 보았다.25)26)
18) 이와 관련된 자세한 논의로는 최창렬, “계약금 계약의 법적 성질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판결 -” , 토지법학 제32권 제2호 (2016. 12.), 268면 이하; 정상현, “계약금 교부의 법적 성질 재검토”, 성균관법학 제29권 제4호 (2017. 12.), 250면 이하 참조. 19) 이러한 입장으로 엄동섭, “계약금(해약금)계약의 법적 성질 - 대상판결: 대법원 2015.4.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 저스티스 통권 제152호 (2016. 2.), 178면 이하 참조. 20) 곽윤직, 채권각론 제6판, 박영사, 2003, 130면; 지원림, 민법강의 제13판, 홍문사, 2015, 1435면 등 참조. 21)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22) 법원의 입장을 요물계약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로 이재경, “계약금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논의의 검토와 민법 제565조 해약금 규정의 해석”, 법학논집 제43권 제4호 (2019. 12.), 279면 이하 참조. 이밖에 정병호, “요물계약 개념의 유래와 현행법상 요물계약설에 관한 비판적 고찰”, 법사학연구 제53호 (2016. 4.), 246-247면 참조. 23) 물론 이 경우에도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등에서 규정하는 법정해제권은 인정될 여지가 남아 있다. 24)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한 사례”. 25) 원고인 매수인은 2013. 3. 25. 피고인 매도인으로부터 주택을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다음 날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26) 이 판결을 비판적으로 평석한 연구로는 엄동섭, 앞의 글, 169 이하; 최창렬, 앞의 글, 261면 이하; 임병석, “해제조건 불성취의 주장과 해약계약금계약의 본질 -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손해배상(기)]에 대한 비판적 평가 -”, 민사법학 제77호 (2016. 12.), 149면 이하 등 참조. |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손해배상(기)][공2015상,743] 【판시사항】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565조 제1항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석)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영갑)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4. 10. 23. 선고 2014나201073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2013. 3. 25. 피고로부터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 디동 1401호를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다음 날인 2013. 3. 26.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조). 나)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제6조). 3)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의 은행계좌로 계약금 중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4) 피고는 다음 날인 2013. 3. 26.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던 공인중개사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해지하여 폐쇄하였다. 5)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같은 날 11:30경 피고의 은행계좌에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송금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좌 폐쇄로 송금에 실패하자, 1억 원을 자기앞수표 1장으로 발행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고, 공인중개사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피고의 은행계좌를 폐쇄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6) 원고는 2013. 3. 27.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금제115호로 1억 원을 공탁하였다. 7) 피고는 2013. 3. 27.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년 금제6375호로 2,000만 원을 공탁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매도인은 여러 가지 사정상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본건 매매계약은 계약금 상태임)’는 내용의 해약통고서를 보냈고, 2013. 3. 29. 위 통고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8) 원고는 2013. 4. 24. 피고에게 ‘잔금일인 2013. 4. 29.까지 잔금을 지참하여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니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고, 그 무렵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9) 원고는 2013. 4. 29. 잔금을 지참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였으나, 피고는 그곳에 나오지 않았다. 10) 원고는 2013. 6. 3. 피고에게 ‘피고가 2013. 4. 29. 잔금 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는바, 2013. 6. 7. 오전 10시까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고 없이 당해 최고서를 통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갈음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고, 2013. 6. 4.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1) 피고가 2013. 3. 26.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2013. 3. 29.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2013. 6. 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2013. 6. 7.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본 다음, (2) 피고는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지급받은 1,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위약금 1억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판시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위 금원은 부당히 과다하므로 그 액수를 70%로 감액한 7,7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공탁금 회수’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2013. 6. 7. 공탁금 1억 원을 회수한 이상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된 것이므로, 원고가 계약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원심은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계약금 중 1억 원을 공탁하였다가 회수한 사실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 나아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 는 피고가 은행계좌를 폐쇄하여 계약금의 수령을 거절하자 1억 원을 법원에 공탁하였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히 해제된 2013. 6. 7. 원상회복의 일환으로 위 공탁금을 회수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해제되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의해 당연히 해제되었으므로 피고의 이행거절이 문제 될 여지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특약사항 제4조가 “만일 2013. 3. 26.까지 계약금 중 1억 원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별도 약속이 없는 한 최고 없이 이 계약은 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2013. 3. 27.에서야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공탁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피고가 1억 원을 수령하지 않으려고 피고 은행계좌를 폐쇄하였기 때문이므로, 원고가 2013. 3. 26.까지 피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데에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의 계약금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특약사항 제4조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그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피고는, 원고가 계약금을 전부 지급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구속력이 약하므로 피고는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1,000만 원의 배액을 상환하면 얼마든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 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위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설령 원고가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일부인 1,000만 원만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음의 이유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당사자가 계약금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참조). 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도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계약금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약금인 1억 1,000만 원으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전제한 다음, 매매계약에서 계약금계약은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해제권유보약정에 해당하는 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를 대비하여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고자 손해배상액을 미리 약정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계약금계약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그 법률적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계약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을 계약금 상당액으로 예정한 경우에 계약금계약이 불성립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손해배상액의 예정까지 불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계약금계약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금계약의 요건 및 계약금 지급약정만 한 단계에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계약해제권이 발생하는지 여부 (소극) 제565조(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5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당사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의 법률관계 [3] 부동산 중개업자가 중개의뢰인 및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4] 부동산 소유자의 인척으로부터 중개를 의뢰받고 적법한 대리권 유무를 조사·확인하지 않은 채 중개행위를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부동산 매수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565조 제1항 [2] 민법 제565조 제1항, 제544조 [3]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9조 [4] 민법 제2조, 제750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30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김동균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9. 20. 선고 2006나10755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이기 때문에 약정에 따른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계약당사자 어느 일방도 그 계약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이를 파기할 수 있도록 계약해제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피고 1이 매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통지할 때까지 아직 계약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이상,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한 관계에서도 계약금 지급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이와 같이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당해 계약이 무권대리 이외의 사유로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그 상실사유에 따른 법적 효과를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더 이상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매수인인 원고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임의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그 계약서 비고란에 계약금 6,000만 원 중 300만 원은 계약 당일 (이름 생략)공인계좌로 넣고, 나머지 5,700만 원은 그 다음날 원심공동피고 1의 한미은행 예금계좌로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1은 위 계약을 체결한 당일 밤 그가 대리한 원심공동피고 1이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다음날 원고가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에 피고 2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파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계약금이 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아직 계약금계약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니, 매도인측은 매수인인 원고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금을 수령하기 전에 피고측이 일방적으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측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매수인인 원고로서는 무권대리인인 피고 1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계약금계약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2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 여러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매도인측을 대리한 피고 1이 후에 대리권이 없음이 판명되었다고 할지라도 중개인인 피고 2에게 그 대리권을 확인하여 매수인측에 설명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원고의 주장과 같은 손해가 피고 2의 잘못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도 수긍할 수 없다. 부동산중개업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한편 직접적인 위탁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중개업자의 개입을 신뢰하여 거래를 하기에 이른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도 부동산중개업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목적부동산의 하자, 권리자의 진위, 대리관계의 적법성 등에 대하여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업무상의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2는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중개를 의뢰받은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 2는 피고 1이 원심공동피고 1의 위임장이나 인감도장을 소지하지 아니하고 있어 원심공동피고 1의 의사를 확인하고자 하였다가 피고 1이 원심공동피고 1이 러시아에 체류 중이고 잠잘 시간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매도인 본인의 인장을 날인하지 못한 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서 비고란에 “장모님 피고 1님이 매도인을 일방 대리함”이라고 기재한 사실, 피고 1은 당일 원심공동피고 1이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그 다음날 계약금이 입금되기 전에 피고 2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파기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측을 대리한 피고 1이 대리권이 없음이 판명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거래상대방인 원고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상 피고 1이 원심공동피고 1의 적법한 대리인인지 여부를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의 방법으로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2에게 위와 같은 과실이 없고, 가사 그와 같은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원고 주장의 손해는 피고 2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중개인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
(나) 가계약금의 교부와 민법 제565조 제1항
다시 가계약에 관한 논의로 돌아와서 가계약금에 대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 가능성을 판례의 입장에 따라 살펴보면, 가계약을 체결하였고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가계약이 본계약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 가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계약금의 전부는 물론 일부도 교부되지 않은 것을 의미하므로 민법 제565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게 되지만, 가계약금이 지급되었다면 (가계약을 본계약으로 바로 인정하는 상황에서는) 이를 계약금의 일부가 교부된 것으로 보게 되므로 해약금에 의한 해제가 가능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계약금을 현실 교부하면서 가계약을 체결하였고,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도 있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이 아닌 계약금을 (교부자가) 포기하거나 계약금의 배액을 (수령자가) 상환해야 법적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가계약의 체결만으로 본계약이 성립하면 가계약의 해제는 본계약의 해제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되는데 이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왜곡할 수 있고, 그러한 당사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 되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27)
물론 당사자들이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질적으로 본계약의 체결을 의도한 것이 맞다면 전자를 후자로 포섭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가계약의 체결만으로도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을 긍정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27) 특히 비교법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우리나라의 입장이 얼마나 예외적인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가령, 독일 등 외국의 주요 법제에서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공증 등을 의무화하여 이를 갖추지 못한 경우 아예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계약의 성립이 당사자의 의사에만 의존하는 상황임에도 “헐거운 계약의 성립과 엄격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황태윤, “假契約의 槪念과 內容에 관한 考察”, 동북아법연구 제8권 제3호 (2015. 1.), 302면]. 또한 황태윤, “가계약금의 법적 처리에 대한 고찰 - 대구지법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 법학연구 통권 제59집 (2019. 5.), 32면 참조. |
대구지법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보관금반환] 항소[각공2019상,154] 【판시사항】 갑이 을과 부동산매매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여 을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갑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과 부동산매매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여 을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부여하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도록 한 것이므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갑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제563조, 제565조 【전 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김상기) 【피 고】 피고 【변론종결】 2018. 11. 2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8. 4.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사실관계 원고는 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2억 7,000만 원, 잔금지급일 2018. 10. 중순,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 가계약금은 300만 원이라는 피고의 제안을 받고, 2018. 4. 27. 피고에게 가계약금 명분으로 300만 원을 송금하였다(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매매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1달 정도 달라는 뜻에서 피고에게 가계약금조로 300만 원을 보관하였는데, 원고의 사정으로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3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그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하여 정립된 법리가 없다. 가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고, 계약금에 비추어 소액이지만 가계약금의 수수까지 이루어지는 만큼 뭔가 구속력이 있겠지만,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약간은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가계약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들이 가계약에 이른 경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가계약의 체결은 본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는 합의내용에 대한 별도의 서면을 작성하지 아니한 채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계약 체결 이전에 가계약을 체결하는데,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 위와 같은 가계약에 있어서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가계약금에 관한 인식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다음과 같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매매계약의 경우를 예를 들어 매매의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다.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여야 하는데, 이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인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매도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매수인은 매매계약 체결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매수인의 의사에 따라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때 정해진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공감을 정리한 것이고,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본계약의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원고는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권순탁 |
3. 정지조건부 계약인 경우
(1) 법적 성질
판례는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록 가계약이 정지조건부 계약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다뤘던 사건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법원은 그 가능성만큼은 인정하고 있다.28) 그런데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28) 부산지방법원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확정); 울산지방법원 2014. 1. 29. 선고 2013나508 판결(확정) 등 참조. |
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 [설계비등] 확정[각공2007.9.10.(49),1951] 【판시사항】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그 판단 기준 및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데,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하여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계약에서 본계약 주된 급부의 중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105조 [4] 민법 제105조 【전 문】 【원 고】 주식회사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김외숙) 【피 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동준) 【피고들 보조참가인】 참가인 【변론종결】 2007. 5. 31. 【주 문】 1.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은 원고에게 금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5. 3.부터 2007. 7. 2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사이에 생긴 부분의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의 5/6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4,366,057,682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11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이 각 기재,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대표자 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는 건축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이하 ‘이 사건 대지’라 한다) 소재 엄궁주공아파트의 각 소유자들이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이 사건 대지 위에 새로운 아파트(이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라 한다)를 재건축(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하고자 설립한 조합이고, 피고 롯데건설주식회사(이하 ‘피고 롯데’라 한다)는 토목 및 건축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나. 위 엄궁주공아파트 각 소유자들은 1999. 10. 27.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그 소유자들을 구성원을 하는 비법인사단인 소외 엄궁주공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고 한다)를 설립하고 소외 제인모를 그 위원장으로 선출하였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0. 6. 5.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이하 ‘이 사건 가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 (목적) 본 약정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 소재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재건축조합의 설립과 재건축 공동시행자를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여 본 재건축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함에 있다. 제2조 (약정내용) 1.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 설계권을 원고에게 부여한다(이하 ‘설계용역약정’이라 한다). 2. 원고는 엄궁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설계권자로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재건축주택조합 설립업무의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원고의 부담으로 시행한다. 3. 재건축 추진을 위하여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은 향후 공동시행자와 협의 정산 처리한다(이하 ‘비용부담약정’이라 한다). 4. 재건축 설계비는 향후 원고가 공동시행자와 협의 결정하고 재건축에 피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제3조 (이의 제기 금지) 2.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재건축조합설립을 위한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최대한 협력하여야 하며 원고가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단 재건축 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제4조 (약정서의 효력) 2. 본 약정서는 향후 공동사업시행자와 본 계약서를 체결시까지 효력을 갖는다. 다. 피고 조합은 2000. 6. 18. 창립총회(이하 ‘창립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제인모로부터 경과보고를 듣고 재건축 결의, 조합규약 확정, 조합장(제인모) 선출을 하였으며 2000. 8. 23. 부산 사상구청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라. 원고는 위 설립인가 후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현황측량, 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추진에 필요한 설계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도서를 작성하여 왔다. 피고 조합은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2000. 10. 13.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5.까지 4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가 제출되자 같은 해 11. 1. 위 4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원고가 준비한 관련 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를 사용하여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그 어느 업체도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 조합은 다시 2001. 8. 17.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여 같은 달 24.까지 8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게 되었고 같은 달 29. 위 8개 업체를 참여시킨 상태에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2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었다. 피고 조합은 2002. 5. 10.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4.까지 29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아 같은 해 11. 1. 위 29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위와 같이 원고가 준비한 관련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갑 제6호증, 이 사건 제1, 2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의 현장설명회에서 사용된 현장설명서의 내용과 달리 “피고 조합에서 제시한 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외에도 사업의 성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여 조합측에 제시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이하 ‘이 사건 현장설명서’라 한다)를 가지고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여 피고 롯데 외 2개 업체가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롯데의 사업참여제안서에는 원고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안보다 용적률이 더 높은 등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대안설계안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 롯데는 위 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이 사건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승낙한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제출하였다. 마.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이하 ‘임시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시공자를 피고 롯데로 선정한다는 결의를 하고, 〈①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을 위해 설계 등을 한 원고의 퇴출 여부안, ②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내지 ③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롯데건설 설계안을 따라 가되, 상지건축을 안고 가야 된다.”는 투표관리 위원장 권정대의 발언에 대하여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하여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이하 ‘이 사건 1차 결의’라 한다)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피고 조합은 2002. 7. 29.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음을 통지하였고, 피고들은 2002. 10. 31.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계약(이하 ‘이 사건 시공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원고와 피고 롯데는 위 임시총회 결의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쳤으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이 원고와 피고 조합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다툼으로 이 사건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 다툼이 계속되자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2003. 2. 23. 정기총회(이하 ‘정기총회’라 한다)를 열어 ‘설계권에 대한 확정 승인’의 안건과 관련하여 피고 롯데의 대안 설계안을 작성한 주식회사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이하 ‘나우동인’이라 한다)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자로 결의(이하 ‘이 사건 제2차 결의’라 한다)하였고, 2003. 2. 28.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며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그 내역서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청구하여 달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한편 피고들은 2003. 5. 30. 나우동인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권원의 개요 원고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가계약이 법적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 조합에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금전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원고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제2조 3.에 규정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설계도면의 작성, 기획업무 수행, 조합설립에 필요한 인력의 제공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설계용역약정에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설계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원고가 얻게 되는 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 차례로 살핀다. 나. 원고 제공 용역에 대한 대가지급에 관하여 (1) 설계비용 청구 (가) 책임의 발생 ①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설계(이하 ‘이 사건 설계’라 한다)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인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가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지위를 승계받았을 뿐만 아니라 임시총회에서 원고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자로 결의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설계용역이 대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② 피고의 주장 피고는 ㉮ 이 사건 가계약은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 설령 법적 구속력이 있다 해도 이 사건 가계약은 조합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임시총회, 최종적으로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피고 조합이 승계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하여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 만일 피고 조합이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임시총회에서 피고 롯데 측에 설계권을 부여하되 원고가 피고 롯데와 협상하여 피고 롯데측의 대안 설계안보다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설계안을 제출할 경우 그것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는데도 원고는 피고 롯데에게 설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만 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고 그리하여 정기총회에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조합원들의 설계변경요청 미반영 내지 설계수행능력의 불가능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가계약상의 약정해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국 이 사건 가계약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③ 판 단 우선,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가에 대해 살핀다. 앞의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은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함에 있고, 구체적으로 원고는 재건축조합의 설립업무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자신의 부담으로 시행하고 피고 조합은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을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조합규약을 제정한 후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한 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에 착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을 제5호증의 8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2003. 2. 28.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가계약이 부결되었으므로 원고가 투입한 비용을 정산해 주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 그 대상과 구체적 범위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한 용역의 제공, ㉯ 용역비의 산정방식과 액수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원고가 제공한 모든 용역에 대한 비용, ㉰ 용역의 이행기는 이 사건 가계약 체결 후부터 이 사건 본계약 체결시까지, 용역대금의 이행기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사 선정 후〉로서 그 약정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될 수 있어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원고의 업무수행과 그 비용의 정산에 관하여 체결된 하나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아도 재건축사업추진을 위하여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별도의 계약 없이 원고가 바로 설계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함에 있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은 단순히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 조합도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원고에게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계약체결의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음으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승계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조합규약 제47조는 “재건축조합 설립인가일 전에 조합이 설립과 사업시행에 관하여 재건축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행한 행위는 관계 법령 및 이 규약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이 이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폐지된 구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8조 및 조합규약 제18조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및 부과금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 제4호증, 제6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보고를 하였지만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사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가 작성해 준 설계도면 등을 사용하여 사업공동시행자 선정을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하여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게 된 사실,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에서 안건으로 〈원고의 퇴출여부안,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및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이 부쳐져 피고 롯데 측의 대안설계안이 원고의 설계안보다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점 및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 당시부터 피고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 선정 때까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이끌어 준 점을 고려하여 “피고 롯데 설계안을 따라가되, 원고를 안고 가야 한다.”는 조합원의 발언에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재건축 아파트의 설계업체와 관련해서는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제1차 결의를 한 후, 2007. 7. 29. 원고에게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이 설립된 이후 계속하여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의 도움을 받아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왔고, 이 사건 제1, 2차 결의도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에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1, 2차 결의에는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상 지위를 승계한다는 결의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다. 가사 위와 같은 묵시적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인정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총회결의가 없어 이 사건 가계약의 효력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법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의 약정해제권의 행사로 해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원고와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체결 당시 약정해제의 사유와 관련하여 피고 조합은 원고의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고 약정한 사실 및 이 사건 제2차 결의 이전에 원고는 피고 조합에게 그 비용정산을 주장하는 용역의 제공을 마친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이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주장하는 이 사건 가계약의 약정해제의 사유는 피고 조합이 원고와 본설계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 또는 원고에게 설계권을 부여한다는 가계약 약정에 대한 것에 불과하고, 본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과 별도로 체결된 원고의 재개발사업 관련 업무수행의 대가를 정산하기로 한 약정에 대한 것은 아니며, 용역제공 후 본설계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것 내지 피고 조합에게 본설계계약 체결의무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독자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그 비용정산약정을 해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하므로 달리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비용정산약정에 대해 미리 해제 사유를 정해 두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제공한 용역에 상당하는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책임의 범위 원고는 건축사법 제19조의3의 규정에 따라 공고된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근거하여 원고의 계획설계비를 산정하면 전체 예상공사비 193,972,000,000원에 설계비 요율 3.8613014%를 곱하여 총설계비를 산출하고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가 전체 설계업무의 30%이므로 그 상당액인 2,218,853,854원을 설계비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설계용역비가 건축연면적 평당 20,000원 이하이므로 이에 따라 전체 설계용역비를 산정하여야 하고, 원고는 시공사 선정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설계도면 등을 작성하여야 함에도 그 범위를 넘어서 설계업무를 추진하였으므로 시공사 선정목적의 설계도면에 한정하면 전체 설계업무 중 5.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6조 제5항 제2호에서 재건축사업의 단계별 업무비율로 계획설계 25%, 중간설계 30%, 실시설계 45%로 정하고 있고, 갑 제3호증, 제6호증, 제26호증 내지 30호증, 제33호증 내지 40호증, 제60호증, 제6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이만희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시공사 선정시까지 수행한 설계용역이 계획설계(25%) 전부 및 중간설계(30%) 중 23.84%를 수행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전체 설계용역의 약 32.152%{= 25% + (30% × 23.84%)}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설계용역대가를 산정하여야 한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가계약에서 원고가 수행할 설계용역의 범위를 시공사 선정에서 나아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까지로 한 사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시 제출해야 할 기본설계도면에 건축사용역의 범위 및 대가기준상의 설계업무분류상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일부 실시설계 도면까지 포함되어 있는 사실,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도 정확한 시공비 산출을 위해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이상의 도면이 필요한 사실, 피고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나우동인을 설계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할 때까지 원고를 창립총회, 임시총회를 거치는 동안 설계자로 인정하여 온 사실,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 피고 조합은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모두 첨부하여 현장설명서를 배포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비록 시공사 선정시까지 필요한 설계의 범위를 넘는 설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가계약에서 설계용역의 범위에 특별히 제한(재건축사업 내지 설계용역의 단계별 내지 시기별 등)을 두지 않았고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에 재건축사업인허가를 얻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설계 모두에 대해 이 사건 가계약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거나 피고 조합이 그 동의나 승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계도면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전체 설계용역비의 산정에 관하여 본다. 설계용역비의 산정 방식에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체공사비 중 설계비가 차지하는 요율에 의하여 산정하는 방식이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위건축면적당 설계용역비 단가에 의하는 방식은 당해 설계용역비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갑 제62호증의 3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감리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과정에서 사상구청의 모집공고에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계약대금이 4,548,187,000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감독관청에 의하여 공개된 자료로서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하여 실제로 소요된 설계대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실제의 설계계약대금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기초로 원고의 설계용역의 대가를 산정함이 타탕하고 앞에서 인정한 설계수행정도와 실제 설계계약대금을 적용하면 원고가 피고 조합을 위해 제공한 설계용역의 비용은 1,462,333,084원 ( = 4,548,187,000원 × 32.152%, 단 원미만 버림)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비용정산약정에 따른 기타비용 청구 (가) 기획업무비용 원고는 자신이 수행한 계획설계비의 5%에 해당하는 기획업무비가 소요되었으므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동액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비록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9조 제1항에서 기획업무의 대가는 설계대가의 3% 내지 8% 범위 내에서 별도로 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설계대금이 확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 설계용역비와 별도로 기획업무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실제 설계대금을 기준으로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대가를 산정하는 경우 그에 추가하여 별도로 기획업무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재건축설립에 투입된 인건비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① 1999. 10.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 결성 이후 피고 조합 설립 준비 작업에 1개월간 원고의 직원인 소외 1(고급), 소외 2(중급)이 투입되었고, ② 2000. 6. 창립총회준비에 1개월간 위 소외 1과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③ 2000. 8.경 피고 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위 소외 1, 2 및 원고측 직원인 소외 3(초급)이 투입되었고, 조합원 변경과 관련한 업무에 4개월간 위 소외 3이 투입되었으며, ④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0. 10. 13.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5. 그 접수, 다음달 1. 현장설명회, 그 다음달 6.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2가 투입되었고, ⑤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1. 8. 24.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공고 및 접수, 같은 달 29.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⑥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2. 5. 10. 시공사 사업참여의향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4. 그 접수, 같은 달 30.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4(특급)가 투입되었고, ⑦ 2002. 7. 21. 임시총회 준비를 위해 1개월간 위 소외 1, 4,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5(특급), 소외 6(고급)이 투입되었고, ⑧ 2002. 5. 10.부터 2003. 2. 23.까지 원고측 직원 소외 7(특급)이 피고 조합의 조합운영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 내지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그 직접인건비, 제경비 및 기술료 합계 275,061,13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주장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듯한 갑 제57호증, 제61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인증서에 첨부된 2000. 6. 5.자 재건축추진위원회 회의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7, 소외 8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위와 같이 자신의 직원을 투입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가계약에 따른 설계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상의 지위를 이 사건 추진위원회로부터 승계하였고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계약을 나우동인과 하였으므로 이 사건 본계약이 체결되었더라면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행이익)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바,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살피건대,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가계약에서 이 사건 본계약 주된 급부의 주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본계약의 주된 급부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이라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원고와 피고 조합 간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설계용역의 대상과 구체적 범위, 그 설계용역 대금의 산정방식과 액수, 그 설계용역의 이행기 등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므로 결국 피고 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하였고, 구체적인 설계업무 분담을 정하기 위하여 피고 롯데로 하여금 원고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도록 하였으나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자 재건축 사업의 지연을 우려하여 원고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고 그 동안 원고의 투입비용을 지급할 의사를 통지한 사실은 앞이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조합은 나름대로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에 상당하는 대가(여기에는 원고의 설계업무 이행비율만큼의 영업이익이 포함되어 있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이상, 이로서 원고의 손해는 보전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그와 별도로 전체 설계계약을 체결할 경우 얻는 이익까지 피고 조합이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와 이행각서 등에 의하면, 설계비 등을 포함한 사업추진 관련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다음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시공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설계비 등 지급의무에 관한 사항이 이 사건 시공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에 기한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거나 피고 조합과 피고 롯데 간에 제3자인 원고를 위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면서 피고 롯데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투입한 비용에 대해서 정산 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본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먼저, 이 사건 시공계약에 제3자를 위한 계약{병존적 채무인수도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5. 5. 9. 선고 94다47469 판결 참조).}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보건대,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 당사자가 자기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바,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 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 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48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 롯데의 책임의 근거로 제시하는 갑 제6호증(현장설명회에서 원고가 참여업체들에게 제안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 중 1.2 설계와 관련한 사항 (4)에는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공동시행사로 선정된 시공사는 당조합에서 지정한 건축사사무소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 조속한 사업의 수행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2(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에게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 중 Ⅲ. 사업참여조건 3. 라. 1)에는 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에 설계비 및 감리비가 포함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3(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제출한 이행각서)에는 “본인은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에서 제시한 현장설명서 및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숙지ㆍ승낙하기에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에 어떠한 이유라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임을 각서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 기재사항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설계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은 명백하지만, 피고 롯데에게 원고가 피고 조합에 가지는 권리와 동일한 권리를 원고에게 직접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을 제6호증(피고 조합이 나우동인과 사이에 체결한 설계용역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함께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피고 롯데가 나우동인과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지속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은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원고와 피고 조합이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피고 롯데가 반드시 설계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원고에게 그 설계대금에 대하여 지급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롯데가 원고에게 원고의 설계용역에 대한 대가 등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원고가 이미 수행한 설계용역에 대한 비용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3. 5. 3.부터 피고 조합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7. 7. 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의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서근찬 이은명 |
정지조건부 계약이란 조건이 성취되면 그때 비로소 계약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행위이다. 여기서 조건은 장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사실29)을 말하는데, 통설에 의하면 오로지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따라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여부가 결정되는 순수수의조건(純粹隨意條件)의 경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무효이다.30)31) 한편 단순수의조건(單純隨意條), 즉 당사자의 의사 외에 그 의사에 기한 사실상태의 성립이 함께 요구되는 경우에는 조건으로서 유효하다.32)
29)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III], 박영사, 1992, 321-322면. 30) 곽윤직, 민법총칙 신정수정판, 법문사, 1998, 432면. 의용민법은 순수수의조건이 무효라는 규정(제134조)을 두고 있었으나 현행 민법 제정 당시 이는 이론상 당연하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 민법안심의록 상권, 1957, 97면 참조]. 31) 다만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조건이 성취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유효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곽윤직 편집대표, 앞의 책, 325-326면]. 32) 곽윤직, 앞의 책, 432면. |
이상의 내용에 기초하여 판단할 때 일부 특수한 경우만 배제하면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보는 데 법리상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지조건부 계약의 당사자들은 법적 구속력을 받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지조건부 계약의 당사자들이 계약의 성립 시점이 아닌 조건의 성취 시점에 계약의 효력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것은 조건의 성취가 중요하기 때문이지 법적 구속력을 받고자하는 의사가 약해서는 아니다. 그런데 가계약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가계약의 당사자들이 효력의 발생을 체결 이후의 시점으로 늦추고자 하는 것은 대체로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기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언제가 되든지 간에 당장 본계약의 효력 발생 사실을 확정하는 데 부담을 갖기 때문에 가계약을 선택한다. 그러므로 당사자들이 단지 효력의 발생 시기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는 점만 고려하여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당사자들이 가계약을 통해 정지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다면 그대로 전자를 후자로 인정하면 된다.
(2) 해제 시 고려사항
설사 가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건의 성취 없이는 계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또한 조건의 불성취가 확정되면 법률행위의 효력 역시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다.33) 그러므로 조건의 성취가 없는 한 민법 제565조 제1항은 적용할 수 없다.34) 이 경우에는 부당이득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33)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 민법: 민법총칙(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6, 616면. 34) 조건사실이 실현되는 경우에는 본계약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계약으로서의 해제는 문제 되지 않는다. |
4. 예약인 경우
(1) 법적 성질
예약은 앞으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사자 간 합의로서 당장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활용되는 제도이다. 예약을 “장래에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으로 좁게 정의35)하기도 하는데, 예약의 개념을 어떻게 보든 예약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적 수단이나 장래 사정변경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기능한다.36)
35)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 민법: 채권각칙2(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6, 326면. 36) 지원림, “계약금 분할지급 약정의 효력”, 민사법학 제72호 (2015. 9.), 92면. |
우리 민법은 예약과 관련하여 일방예약에 관한 단 하나의 조문37)만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예약은 일방예약으로 추정된다.38) 그러므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예약완결권을 향유하는 당사자 일방이 이를 행사하면 이로써 본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39) 이와 달리 일방예약이 아닌 기타 유형의 예약으로서 쌍방예약, 그리고 더 나아가 본계약의 체결에 대한 일방의 의사표시 외에 상대방의 승낙이 있어야 본계약이 성립하는 예약으로서, 승낙의무를 일방만 부담하는 편무예약이나 쌍방이 부담하는 쌍무예약40)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요구된다.41)
37) 민법 제564조(매매의 일방예약) ①매매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하는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예약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매매완결여부의 확답을 상대방에게 최고할 수 있다. ③ 예약자가 전항의 기간내에 확답을 받지 못한 때에는 예약은 그 효력을 잃는다. 38) 곽윤직, 채권각론 제6판, 박영사, 2003, 127면. 39) 일방이 아니라 당사자 쌍방이 예약완결권을 갖는 경우는 쌍방예약이라고 하며, 일방예약과 쌍방예약을 소위 ‘방(方)형’ 예약이라고 한다. 40) 편무예약과 쌍무예약을 소위 ‘무(務)형’ 예약이라고 한다. 41) 예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존재하는 학설대립에 대해서는 백경일, “예약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 고려법학 제94호 (2019. 9.), 111-114면; 심우영, “예약의 지위와 효과에 관한 고찰”, 비교사법 제22권 4호 (2015. 11.), 1793면 이하 등 참조 |
(가) 판례의 태도
법원은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가계약을 예약으로 볼 수 있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42)43) 관련이 있는 세 개의 판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2) 학계에서도 기본적으로 가계약을 예약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백명헌, “가계약 파기에 따른 가계약금 반환의 법률관계”, 법조 제70권 2호 (2021. 4.), 319면; 양미숙․박신욱, 앞의 글, 86면 등 참조. 한편 예약을 일방예약으로 볼 경우 가계약을 예약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견해로는 이성진, “가계약(假契約)에 관한 고찰 - 가계약의 개념과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 및 유사한 개념을 중심으로 -”, 토지법학 제37권 제1호 (2021. 6. 30.), 213면 참조. 43) 예약과 가계약의 개념을 완전히 구분하는 견해도 존재하는데, 이에 따르면 가계약은 “계약의 성립에 필요한 사항 중 일부에 관한 합의만 이루어진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계약내용에 관한 부분적․잠정적 합의에 그친다는 점에서 전면적․잠정적 합의를 요하는 예약과 구별된다고 하여야 한다”[지원림, 앞의 글, 93-94면]. 가계약과 예약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접근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무에서는 계약의 본질적 사항으로 인정되는 목적물과 대금이 특정되거나 최소한 특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가계약을 ‘계약의 성립에 필요한 사항 중 일부에 관한 합의만 이루어진 경우’로 국한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그렇게 범위를 좁게 제한하면 가계약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너무 적어서 가계약을 하나의 제도로 인정할 실익이 사라질 수 있다. |
우선, 항소심에서 확정된 울산지방법원 2014. 1. 29. 선고 2013나508 판결(이하 ‘2013나508 판결’)에서 법원은 가계약이 “장래에 일방 또는 쌍방에게 본계약 체결의 의무를 지우는 예약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다음으로, 선고의 시기 기준으로 가장 빠른 부산지방법원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이하 ‘2003가합10578 판결’)에서는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판결 가운데 가장 최근에 선고된 대구지법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이하 ‘2018가소21928 판결’)에서는 법원이 예약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매매의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다.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이 사건의 가계약을 사실상 예약으로 인정하였다.
부산지법 2007. 7. 26. 선고 2003가합10578 판결 [설계비등] 확정[각공2007.9.10.(49),1951] 【판시사항】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그 판단 기준 및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한 사례. [2] 재건축조합의 조합규약 및 그 조합규약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합원총회의 결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그 조합 설립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다고 본 사례. [3]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데,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하여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계약에서 본계약 주된 급부의 중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4] 재건축조합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회사 사이에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후 설립된 재건축조합과 본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사안에서, 설계회사와 재건축조합 사이에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건축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건축조합에게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3] 민법 제105조 [4] 민법 제105조 【전 문】 【원 고】 주식회사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김외숙) 【피 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동준) 【피고들 보조참가인】 참가인 【변론종결】 2007. 5. 31. 【주 문】 1.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은 원고에게 금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5. 3.부터 2007. 7. 26.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사이에 생긴 부분의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롯데건설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의 5/6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 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4,366,057,682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11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이 각 기재,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 대표자 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는 건축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엄궁주공아파트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이하 ‘이 사건 대지’라 한다) 소재 엄궁주공아파트의 각 소유자들이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이 사건 대지 위에 새로운 아파트(이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라 한다)를 재건축(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하고자 설립한 조합이고, 피고 롯데건설주식회사(이하 ‘피고 롯데’라 한다)는 토목 및 건축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나. 위 엄궁주공아파트 각 소유자들은 1999. 10. 27.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그 소유자들을 구성원을 하는 비법인사단인 소외 엄궁주공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고 한다)를 설립하고 소외 제인모를 그 위원장으로 선출하였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0. 6. 5.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대한 가계약(이하 ‘이 사건 가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 (목적) 본 약정은 부산 사상구 엄궁동 99, 105 소재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재건축조합의 설립과 재건축 공동시행자를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여 본 재건축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함에 있다. 제2조 (약정내용) 1.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 설계권을 원고에게 부여한다(이하 ‘설계용역약정’이라 한다). 2. 원고는 엄궁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설계권자로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재건축주택조합 설립업무의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원고의 부담으로 시행한다. 3. 재건축 추진을 위하여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은 향후 공동시행자와 협의 정산 처리한다(이하 ‘비용부담약정’이라 한다). 4. 재건축 설계비는 향후 원고가 공동시행자와 협의 결정하고 재건축에 피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제3조 (이의 제기 금지) 2.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재건축조합설립을 위한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최대한 협력하여야 하며 원고가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단 재건축 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제4조 (약정서의 효력) 2. 본 약정서는 향후 공동사업시행자와 본 계약서를 체결시까지 효력을 갖는다. 다. 피고 조합은 2000. 6. 18. 창립총회(이하 ‘창립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제인모로부터 경과보고를 듣고 재건축 결의, 조합규약 확정, 조합장(제인모) 선출을 하였으며 2000. 8. 23. 부산 사상구청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라. 원고는 위 설립인가 후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현황측량, 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사업추진에 필요한 설계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도서를 작성하여 왔다. 피고 조합은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2000. 10. 13.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5.까지 4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가 제출되자 같은 해 11. 1. 위 4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원고가 준비한 관련 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를 사용하여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그 어느 업체도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게 되었다. 피고 조합은 다시 2001. 8. 17.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여 같은 달 24.까지 8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게 되었고 같은 달 29. 위 8개 업체를 참여시킨 상태에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2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였지만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었다. 피고 조합은 2002. 5. 10. 재건축사업을 위한 사업요청서를 공고하였고 같은 달 24.까지 29개 업체로부터 사업의향서를 제출받아 같은 해 11. 1. 위 29개 업체를 참여시킨 다음 위와 같이 원고가 준비한 관련도서(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포함) 및 현장설명서(갑 제6호증, 이 사건 제1, 2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의 현장설명회에서 사용된 현장설명서의 내용과 달리 “피고 조합에서 제시한 배치계획도, 설계개요, 단위세대평면도, 각 시설별 도면 외에도 사업의 성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여 조합측에 제시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이하 ‘이 사건 현장설명서’라 한다)를 가지고 현장설명회를 실시(이하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작업’이라 한다)하여 피고 롯데 외 2개 업체가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롯데의 사업참여제안서에는 원고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안보다 용적률이 더 높은 등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대안설계안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 롯데는 위 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이 사건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승낙한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제출하였다. 마.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이하 ‘임시총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시공자를 피고 롯데로 선정한다는 결의를 하고, 〈①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을 위해 설계 등을 한 원고의 퇴출 여부안, ②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내지 ③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 안건과 관련해서는 “롯데건설 설계안을 따라 가되, 상지건축을 안고 가야 된다.”는 투표관리 위원장 권정대의 발언에 대하여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하여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이하 ‘이 사건 1차 결의’라 한다)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피고 조합은 2002. 7. 29.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음을 통지하였고, 피고들은 2002. 10. 31.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계약(이하 ‘이 사건 시공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원고와 피고 롯데는 위 임시총회 결의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쳤으나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이 원고와 피고 조합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다툼으로 이 사건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 다툼이 계속되자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2003. 2. 23. 정기총회(이하 ‘정기총회’라 한다)를 열어 ‘설계권에 대한 확정 승인’의 안건과 관련하여 피고 롯데의 대안 설계안을 작성한 주식회사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이하 ‘나우동인’이라 한다)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자로 결의(이하 ‘이 사건 제2차 결의’라 한다)하였고, 2003. 2. 28.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며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그 내역서 및 영수증을 첨부하여 청구하여 달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한편 피고들은 2003. 5. 30. 나우동인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권원의 개요 원고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가계약이 법적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 조합에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금전지급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원고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제2조 3.에 규정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설계도면의 작성, 기획업무 수행, 조합설립에 필요한 인력의 제공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설계용역약정에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설계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원고가 얻게 되는 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 차례로 살핀다. 나. 원고 제공 용역에 대한 대가지급에 관하여 (1) 설계비용 청구 (가) 책임의 발생 ①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설계(이하 ‘이 사건 설계’라 한다)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인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가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지위를 승계받았을 뿐만 아니라 임시총회에서 원고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권자로 결의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설계용역이 대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② 피고의 주장 피고는 ㉮ 이 사건 가계약은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 설령 법적 구속력이 있다 해도 이 사건 가계약은 조합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임시총회, 최종적으로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피고 조합이 승계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하여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 만일 피고 조합이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임시총회에서 피고 롯데 측에 설계권을 부여하되 원고가 피고 롯데와 협상하여 피고 롯데측의 대안 설계안보다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설계안을 제출할 경우 그것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는데도 원고는 피고 롯데에게 설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만 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고 그리하여 정기총회에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조합원들의 설계변경요청 미반영 내지 설계수행능력의 불가능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가계약상의 약정해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국 이 사건 가계약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③ 판 단 우선,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가에 대해 살핀다. 앞의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은 재건축조합의 설립, 재건축 공동시행자의 선정 및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를 실시함에 있고, 구체적으로 원고는 재건축조합의 설립업무 지원 및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반 조사와 절차를 자신의 부담으로 시행하고 피고 조합은 원고가 부담한 모든 비용을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조합규약을 제정한 후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를 선정한 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에 착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을 제5호증의 8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2003. 2. 28. 정기총회에서 이 사건 가계약이 부결되었으므로 원고가 투입한 비용을 정산해 주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 그 대상과 구체적 범위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한 용역의 제공, ㉯ 용역비의 산정방식과 액수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원고가 제공한 모든 용역에 대한 비용, ㉰ 용역의 이행기는 이 사건 가계약 체결 후부터 이 사건 본계약 체결시까지, 용역대금의 이행기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시공사 선정 후〉로서 그 약정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될 수 있어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원고의 업무수행과 그 비용의 정산에 관하여 체결된 하나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아도 재건축사업추진을 위하여 이 사건 가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별도의 계약 없이 원고가 바로 설계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함에 있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은 단순히 설계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 조합도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원고에게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은 계약체결의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음으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이 사건 가계상의 지위를 승계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조합규약 제47조는 “재건축조합 설립인가일 전에 조합이 설립과 사업시행에 관하여 재건축조합 설립추진위원회가 행한 행위는 관계 법령 및 이 규약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이 이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폐지된 구 도시재개발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8조 및 조합규약 제18조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및 부과금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 제4호증, 제6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보고를 하였지만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사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가 작성해 준 설계도면 등을 사용하여 사업공동시행자 선정을 위한 제반 절차를 진행하여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게 된 사실, 피고 조합은 2002. 7. 21. 임시총회에서 안건으로 〈원고의 퇴출여부안, 설계업체의 재선정안 및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재건축사업진행안 중 하나의 안 선정〉이 부쳐져 피고 롯데 측의 대안설계안이 원고의 설계안보다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점 및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 당시부터 피고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 선정 때까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이끌어 준 점을 고려하여 “피고 롯데 설계안을 따라가되, 원고를 안고 가야 한다.”는 조합원의 발언에 대다수 조합원이 찬성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재건축 아파트의 설계업체와 관련해서는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제1차 결의를 한 후, 2007. 7. 29. 원고에게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이 설립된 이후 계속하여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의 도움을 받아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왔고, 이 사건 제1, 2차 결의도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에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1, 2차 결의에는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상 지위를 승계한다는 결의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의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다. 가사 위와 같은 묵시적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인정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총회결의가 없어 이 사건 가계약의 효력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법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가계약이 피고 조합의 약정해제권의 행사로 해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원고와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체결 당시 약정해제의 사유와 관련하여 피고 조합은 원고의 설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후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고 약정한 사실 및 이 사건 제2차 결의 이전에 원고는 피고 조합에게 그 비용정산을 주장하는 용역의 제공을 마친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이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주장하는 이 사건 가계약의 약정해제의 사유는 피고 조합이 원고와 본설계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 또는 원고에게 설계권을 부여한다는 가계약 약정에 대한 것에 불과하고, 본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과 별도로 체결된 원고의 재개발사업 관련 업무수행의 대가를 정산하기로 한 약정에 대한 것은 아니며, 용역제공 후 본설계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것 내지 피고 조합에게 본설계계약 체결의무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독자적인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그 비용정산약정을 해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하므로 달리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비용정산약정에 대해 미리 해제 사유를 정해 두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 중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제공한 용역에 상당하는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책임의 범위 원고는 건축사법 제19조의3의 규정에 따라 공고된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근거하여 원고의 계획설계비를 산정하면 전체 예상공사비 193,972,000,000원에 설계비 요율 3.8613014%를 곱하여 총설계비를 산출하고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가 전체 설계업무의 30%이므로 그 상당액인 2,218,853,854원을 설계비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설계용역비가 건축연면적 평당 20,000원 이하이므로 이에 따라 전체 설계용역비를 산정하여야 하고, 원고는 시공사 선정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설계도면 등을 작성하여야 함에도 그 범위를 넘어서 설계업무를 추진하였으므로 시공사 선정목적의 설계도면에 한정하면 전체 설계업무 중 5.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건축사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6조 제5항 제2호에서 재건축사업의 단계별 업무비율로 계획설계 25%, 중간설계 30%, 실시설계 45%로 정하고 있고, 갑 제3호증, 제6호증, 제26호증 내지 30호증, 제33호증 내지 40호증, 제60호증, 제6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이만희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시공사 선정시까지 수행한 설계용역이 계획설계(25%) 전부 및 중간설계(30%) 중 23.84%를 수행하여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전체 설계용역의 약 32.152%{= 25% + (30% × 23.84%)}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설계용역대가를 산정하여야 한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가계약에서 원고가 수행할 설계용역의 범위를 시공사 선정에서 나아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위한 건축설계까지로 한 사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시 제출해야 할 기본설계도면에 건축사용역의 범위 및 대가기준상의 설계업무분류상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일부 실시설계 도면까지 포함되어 있는 사실,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도 정확한 시공비 산출을 위해 계획설계 외에도 중간설계 이상의 도면이 필요한 사실, 피고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나우동인을 설계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할 때까지 원고를 창립총회, 임시총회를 거치는 동안 설계자로 인정하여 온 사실, 이 사건 제1, 2, 3차 시공사 선정작업 당시 피고 조합은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모두 첨부하여 현장설명서를 배포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비록 시공사 선정시까지 필요한 설계의 범위를 넘는 설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가계약에서 설계용역의 범위에 특별히 제한(재건축사업 내지 설계용역의 단계별 내지 시기별 등)을 두지 않았고 이 사건 가계약의 목적에 재건축사업인허가를 얻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이상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필요한 설계 모두에 대해 이 사건 가계약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거나 피고 조합이 그 동의나 승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계도면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전체 설계용역비의 산정에 관하여 본다. 설계용역비의 산정 방식에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체공사비 중 설계비가 차지하는 요율에 의하여 산정하는 방식이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위건축면적당 설계용역비 단가에 의하는 방식은 당해 설계용역비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갑 제62호증의 3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감리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과정에서 사상구청의 모집공고에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설계계약대금이 4,548,187,000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감독관청에 의하여 공개된 자료로서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을 위하여 실제로 소요된 설계대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실제의 설계계약대금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기초로 원고의 설계용역의 대가를 산정함이 타탕하고 앞에서 인정한 설계수행정도와 실제 설계계약대금을 적용하면 원고가 피고 조합을 위해 제공한 설계용역의 비용은 1,462,333,084원 ( = 4,548,187,000원 × 32.152%, 단 원미만 버림)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비용정산약정에 따른 기타비용 청구 (가) 기획업무비용 원고는 자신이 수행한 계획설계비의 5%에 해당하는 기획업무비가 소요되었으므로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동액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비록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제9조 제1항에서 기획업무의 대가는 설계대가의 3% 내지 8% 범위 내에서 별도로 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설계대금이 확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 설계용역비와 별도로 기획업무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실제 설계대금을 기준으로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의 대가를 산정하는 경우 그에 추가하여 별도로 기획업무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재건축설립에 투입된 인건비 원고는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① 1999. 10.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 결성 이후 피고 조합 설립 준비 작업에 1개월간 원고의 직원인 소외 1(고급), 소외 2(중급)이 투입되었고, ② 2000. 6. 창립총회준비에 1개월간 위 소외 1과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③ 2000. 8.경 피고 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위 소외 1, 2 및 원고측 직원인 소외 3(초급)이 투입되었고, 조합원 변경과 관련한 업무에 4개월간 위 소외 3이 투입되었으며, ④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0. 10. 13.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5. 그 접수, 다음달 1. 현장설명회, 그 다음달 6.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2가 투입되었고, ⑤ 이 사건 제1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1. 8. 24. 시공사 사업참여요청서 발송, 공고 및 접수, 같은 달 29.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 소외 2가 투입되었고 ⑥ 이 사건 제3차 시공사 선정 작업에 있어 2002. 5. 10. 시공사 사업참여의향서 발송 및 공고, 같은 달 24. 그 접수, 같은 달 30. 현장설명회, 다음달 28. 시공사 사업참여제안서 접수 등의 작업에 1개월간 위 소외 1,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4(특급)가 투입되었고, ⑦ 2002. 7. 21. 임시총회 준비를 위해 1개월간 위 소외 1, 4, 3 및 원고측 직원 소외 5(특급), 소외 6(고급)이 투입되었고, ⑧ 2002. 5. 10.부터 2003. 2. 23.까지 원고측 직원 소외 7(특급)이 피고 조합의 조합운영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 내지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그 직접인건비, 제경비 및 기술료 합계 275,061,13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주장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듯한 갑 제57호증, 제61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인증서에 첨부된 2000. 6. 5.자 재건축추진위원회 회의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7, 소외 8의 각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하여 위와 같이 자신의 직원을 투입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가계약에 따른 설계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상의 지위를 이 사건 추진위원회로부터 승계하였고 원고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본계약(이하 ‘이 사건 본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계약을 나우동인과 하였으므로 이 사건 본계약이 체결되었더라면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행이익)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실거래계에 있어서는 정식의 계약체결에 이르기 전에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합의들이 흔히 ‘가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계약의 내용은 구속력의 정도나 규정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그 법적 성질과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나,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의사라 할 것인바,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으로 볼 것이다. 살피건대,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가계약에서 이 사건 본계약 주된 급부의 주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본계약의 주된 급부는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이라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원고와 피고 조합 간에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의 주요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설계용역의 대상과 구체적 범위, 그 설계용역 대금의 산정방식과 액수, 그 설계용역의 이행기 등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므로 결국 피고 조합이 합리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본계약 체결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원고와 피고 롯데의 협력으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의하였고, 구체적인 설계업무 분담을 정하기 위하여 피고 롯데로 하여금 원고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도록 하였으나 원고와 피고 롯데의 의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자 재건축 사업의 지연을 우려하여 원고 아닌 다른 업체와 설계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가계약을 해지하고 그 동안 원고의 투입비용을 지급할 의사를 통지한 사실은 앞이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조합은 나름대로 이 사건 가계약에 따라 원고와 설계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가계약의 비용정산약정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설계업무에 상당하는 대가(여기에는 원고의 설계업무 이행비율만큼의 영업이익이 포함되어 있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이상, 이로서 원고의 손해는 보전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그와 별도로 전체 설계계약을 체결할 경우 얻는 이익까지 피고 조합이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롯데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와 이행각서 등에 의하면, 설계비 등을 포함한 사업추진 관련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다음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시공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설계비 등 지급의무에 관한 사항이 이 사건 시공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계약에 기한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거나 피고 조합과 피고 롯데 간에 제3자인 원고를 위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면서 피고 롯데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위해 투입한 비용에 대해서 정산 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본계약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먼저, 이 사건 시공계약에 제3자를 위한 계약{병존적 채무인수도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5. 5. 9. 선고 94다47469 판결 참조).}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보건대,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 함은 통상의 계약이 그 효력을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시킬 의사로 체결되는 것과는 달리 계약 당사자가 자기 명의로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제3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 당사자의 일방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바,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계약에 의하여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한 의사 해석의 문제로서 이는 계약 체결의 목적, 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행위의 성질, 계약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 또는 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 생기는 이해득실, 거래 관행, 제3자를 위한 계약 제도가 갖는 사회적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해석함으로써 판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48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 롯데의 책임의 근거로 제시하는 갑 제6호증(현장설명회에서 원고가 참여업체들에게 제안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 중 1.2 설계와 관련한 사항 (4)에는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공동시행사로 선정된 시공사는 당조합에서 지정한 건축사사무소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 조속한 사업의 수행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2(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에게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 중 Ⅲ. 사업참여조건 3. 라. 1)에는 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에 설계비 및 감리비가 포함되어 있고, 갑 제7호증의3(사업참여제안서와 함께 제출한 이행각서)에는 “본인은 엄궁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에서 제시한 현장설명서 및 현장설명서상의 모든 내용을 숙지ㆍ승낙하기에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에 어떠한 이유라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임을 각서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 기재사항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설계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은 명백하지만, 피고 롯데에게 원고가 피고 조합에 가지는 권리와 동일한 권리를 원고에게 직접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을 제6호증(피고 조합이 나우동인과 사이에 체결한 설계용역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롯데가 피고 조합과 함께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피고 롯데가 나우동인과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지속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은 나우동인과 설계용역계약의 내용에 불과하므로 원고와 피고 조합이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피고 롯데가 반드시 설계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원고에게 그 설계대금에 대하여 지급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롯데가 원고에게 원고의 설계용역에 대한 대가 등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원고가 이미 수행한 설계용역에 대한 비용 1,462,333,08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03. 5. 3.부터 피고 조합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7. 7. 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의 피고 롯데에 대한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서근찬 이은명 |
대구지법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보관금반환] 항소[각공2019상,154] 【판시사항】 갑이 을과 부동산매매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여 을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갑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과 부동산매매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여 을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부여하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도록 한 것이므로, 본계약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갑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105조, 제563조, 제565조 【전 문】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김상기) 【피 고】 피고 【변론종결】 2018. 11. 2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8. 4.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사실관계 원고는 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2억 7,000만 원, 잔금지급일 2018. 10. 중순,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 가계약금은 300만 원이라는 피고의 제안을 받고, 2018. 4. 27. 피고에게 가계약금 명분으로 300만 원을 송금하였다(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매매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1달 정도 달라는 뜻에서 피고에게 가계약금조로 300만 원을 보관하였는데, 원고의 사정으로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3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그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하여 정립된 법리가 없다. 가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고, 계약금에 비추어 소액이지만 가계약금의 수수까지 이루어지는 만큼 뭔가 구속력이 있겠지만,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약간은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가계약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들이 가계약에 이른 경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가계약의 체결은 본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는 합의내용에 대한 별도의 서면을 작성하지 아니한 채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계약 체결 이전에 가계약을 체결하는데,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 위와 같은 가계약에 있어서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가계약금에 관한 인식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다음과 같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매매계약의 경우를 예를 들어 매매의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다.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여야 하는데, 이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인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매도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매수인은 매매계약 체결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매수인의 의사에 따라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때 정해진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공감을 정리한 것이고,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본계약의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원고는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권순탁 |
(나) 검토
세 판결 모두 하급심 판결이지만 2003가합10578 판결과 2013나508 판결은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2018가소21928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직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이고 비교적 최근의 법원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두 의미 있는 연구 대상이다.
우선, 2013나508 판결을 보면 법원은 가계약을 예약의 유형 가운데 편무예약 또는 쌍무예약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듯하다. 적어도 판결문의 문구(“장래에 일방 또는 쌍방에게 본계약 체결의 의무를 지우는 예약”)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가계약을 소위 ‘무(務)’형 예약으로 볼 수 있다는 태도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44) 한편 2018가소21928 판결은 매수인의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 즉 예약완결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가계약을 소위 ‘방(方)’형 예약, 그 중에서도 일방예약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두 판결은 (당사자 간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상황에서) 가계약이 예약으로서 갖는 원칙적인 모습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44) 법원의 이런 태도는 예약이 원칙적으로 일방예약으로 추정(민법 제564조 제1항)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이례적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한 후에는 결국 분쟁의 대상이 되었던 당사자들의 약정을 일방예약으로 인정하였는데, 이는 매수인에게 예약완결권을 부여하고자 했던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였다. |
일반적으로 본계약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은 당사자들이 가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원칙적으로 가계약 체결 단계에서의 합의 외에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약 체결 이후 본계약의 효력 발생을 위하여 추가로 일방의 청약과 상대방의 승낙을 요구하는 ‘무(務)’형 예약이 가계약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반면 가계약 체결 당시에 이루어진 의사표시의 합치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 의사표시로 본계약을 성립시키는 일방예약(또는 쌍방예약)이 가계약의 원칙적인 모습으로 인정될 경우, 당사자들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2013나508 판결이 가계약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였다고 생각되며, 2018가소21928 판결은 예약에 관하여 확립되어 있는 판례에만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2003가합10578 판결에 따르면 가계약만 체결했더라도 당사자 간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면 예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태도 역시 기존의 예약에 관한 판례를 그대로 따른 결과로 생각된다. 판례에 따르면 “민법 제564조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표시를 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적어도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45) 그런데 앞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당사자 간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가계약의 체결만으로도 바로 본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예약에 관한 판례를 가계약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법리적 모순을 피하기 어렵다.
45) 대법원 1988. 2. 23. 선고 86다카2768 판결. 이밖에 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다4908, 4915, 4922 판결 참조. |
대법원 1988. 2. 23. 선고 86다카2768 판결 [보관금][공1988.4.15.(822),569] 【판시사항】 가. 민법 제564조 소정의 일방예약의 성립요건 제564조(매매의 일방예약) ① 매매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하는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예약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매매완결여부의 확답을 상대방에게 최고할 수 있다. ③ 예약자가 전항의 기간내에 확답을 받지 못한 때에는 예약은 그 효력을 잃는다 나. 채증법칙위배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다. 사실심판결 선고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적용배제여부 【판결요지】 가. 민법 제564조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표시를 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적어도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나. 채증법칙위배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다.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에 관하여 규정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관하여 항쟁할 수 있는 사실심판결선고시까지 위 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새겨야 하므로 사실심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든지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564조 나. 민사소송법 제187조 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참조판례】 다. 1987.6.23 선고 86다카1418 판결 1987.9.23 선고 87다카1228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현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 【피고, 피상고인】 피고 2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양종합법률 사무소 업무담당변호사 채명묵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6.10.10 선고 85나10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된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피고 1의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1981.12.24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원고는 그날부터 5개월간 피고소유의 이 사건 광산에서 생산되는 고령토의 판매가능량과 판매가격 및 판로 등 제반시장조사를 한 후 같은 피고가 제시하는 위탁판매기간 및 수수료율 등과 대비하여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인정할 때에는 같은 피고와의 사이에 그가 생산하는 위 고령토의 전량에 대한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여 그 판매권을 취득하기로 하되 같은 피고의 편의를 위하여 미리 그 계약체결 후에 취득하게 될 위탁판매권의 보증금 명목으로 금 1억원을 지급하고 같은 피고는 이에 대한 대가로 원고의 위 시장 조사기간에 한하여 위 보증금의 월 2푼에 상당하는 금 2백만원씩을 1982.1.25부터 매월 25일에 5차례에 걸쳐 지급하기로 한 사실과 원고가 위 약정에 따라 위 약정당일 같은 피고에게 금 1억원을 지급하고 그날부터 5개월간 시장조사를 한 후 같은 피고와 협의한 결과 그가 제시하는 위탁판매기간과 수수료율로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아니하여 1982.10.21 위탁판매 계약체결을 거부하고 같은 피고에게 그 뜻을 통고한 후 그날부터 계속 위 금 1억원의 반환을 요구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나서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원고와 같은 피고와의 1981.12.24자 약정은 원고가 같은 피고로부터 위 광산에서 생산되는 고령토 전량을 공급받아 같은 피고의 계산하에 원고의 이름으로 이를 판매하는 이른바 위탁판매에 관한 원고일방의 예약이라 할 것인데 이러한 경우 원고에게는 상대방인 같은 피고에 대하여 위탁판매에 관한 본계약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본계약을 성립시키는 권리가 있을 뿐 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또 민법 제564조 및 제567조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위 예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가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고 위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때에 위 예약해제의 의사표시도 함께 통보되어 그때에 위 예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민법 제567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564조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적어도 확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고령토의 판매시장을 조사하여 수지타산이 맞을 때에는 피고 1과 그가 생산하는 고령토의 전량에 대한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여 그 판매권을 취득하기로 하였다는 것일 뿐 그 약정에 즈음하여 본계약의 요소를 이루는 판매가격이나 판매이율의 분배 등에 관한 합의는 없었다는 것이므로(갑 제1호증, 가약정서 제4조에 의하더라도 판매권의 내용은 새로운 약정에 미루고 있다) 그것만 가지고는 위 약정을 두고 민법 제564조가 정하는 일방예약이 성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겠다. 그런터에 원심은 위 약정에 즈음하여 원고가 일정기간의 시장조사를 한 후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고일방의 의사에 따라 고령토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이를 마음대로 거부하여 위 약정을 해제할 수 있으되 원고가 그 계약체결 후에 취득하게 될 위탁판매권의 보증금으로 금 1억원을 위 피고의 편의를 위하여 미리 지급하였고 그래서 같은 피고도 원고에게 이에 대한 대가로 원고의 시장조사기간에 한하여 위 보증금의 월 2푼에 상당하는 금원을 5차례에 걸쳐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확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같은 피고에게 판매보증금을 미리지급하면서 같은 피고로부터 그 보증금에 대한 이자상당의 돈을 시장조사비라는 명목으로 일정기간 매월 받기로 한다는 것은 같은 피고가 광산운영에 따른 자금압박을 해소하거나 원고와 관계없이 스스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례에 속한다 할 것이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든 증거가운데 갑 제1호증(가계약서)에 의하더라도 거기에 위 금 1억원을 판매보증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게 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본계약이 맺어지면 위 금원을 판매보증금으로 대체한다는 것일 뿐(그때 피고들이 발행한 이 사건 약속어음이 영수증에 불과한 것임은 원심판시와 같다) 그 돈이 위 피고인만의 편의를 위하여 미리 지급된 것이라고 풀이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밖의 증거에 의하더라도 위 금 1억원이 위 피고의 편의만을 위하여 지급되고 원고가 본계약을 맺기를 거부하거나 본계약이 맺어지지 아니할 때에는 원고만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위 약정을 해제하고 위 금원을 그대로 반환받기로 하였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 위 피고는 위 광산에서 월 700톤 내지 800톤의 고령토를 생산판매하여 왔는데 원고가 해외수출에 대비하여 그 생산규모를 3,000톤으로 늘리도록 그 비용에 사용하라고 하면서 위 금원을 건네어 주었고 앞으로 본계약이 맺어질 때 이를 판매보증금으로 대체하기로 하였으며 그래서 위 돈은 생산량을 늘리는데 사용하였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면서 원고가 이유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이상 그에 대한 청산 절차가 있기까지는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고 설사 그것이 판매보증금 명목이었다 하더라도 원고의 요구에 따라 그 생산확장에 소비한 것이라 하여 원고가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음을 내세워 그 손해액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주장하고 있는 터에 위 갑 제1호증에 의하면 그 제1조에서 원고와 위 피고는 "광산을 확장 발전시키기 위하여 합리적인 운영과 공동운명 체계의 선량한 긍지하에 국가산업경제발전에 기여하여 위 피고는 채광생산을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개발을 담당하여 운영기반을 완고하게 구축함을 목적"으로 위 가약정을 맺는다고 하고 있고 원심이 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재일교포로서 광산협회로부터 위 피고의 광산을 추천받고 그 광산에서 생산되는 고령토를 일본등지에 수출하기 위하여 그 광산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사전답사하고 무려 7차례나 같은 피고를 찾아간 끝에 위 가약정을 맺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데다가 원심이 배척한 증거들은 위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고 더우기 원심증인 소외인의 마지막 증언과 을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그는 원고와 4촌간인데 암으로 사경에 있어서 생전에 지난번의 잘못된 증언을 바로 잡기 위하여 진실되게 증언한다고 하면서 위 피고의 주장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심이 원고와 위 피고와의 약정을 판시와 같은 원고의 일방예약이고 원고가 위 피고에게 단순한 판매보증금의 선수금 명목으로 피고만의 편의를 위하여 그 돈이 지급된 것이어서 원고가 일방적인 의사로 본계약 완결권의 행사를 거부하기만 하면 위 피고가 원고에게 그 돈을 반환하여야 하는 것으로 확정하려면 적어도 위 피고가 과연 그 주장과 같이 월 800톤의 고령토를 생산하면서 자금의 압박을 받음이 없이 정상적으로 위 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는지, 만약에 위 광산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월 800톤 규모의 판로까지 확보하고 이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무엇때문에 이자상당의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판매보증금을 미리 받아두어야 했고, 원고로서도 그 판매권을 다른 사람보다도 우선하여 확보해 두어야 할 사정이 있어서 미리 위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되었거나 위 피고의 생산판매량을 늘리지 않고서는 자기의 판매량을 확보할 수가 없는 처지에서 그 생산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그 생산비용을 미리 주어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인지 심리판단 사정들을 당사자의 주장과 함께 심리판단하여 위 보증금이 단순한 판매보증금의 선수금인지 아니면 원고의 판매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생산량을 늘리는데 사용하도록 하면서 본계약이 맺어질 때 이를 판매보증금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인지를 규명한 뒤에 그 반환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따져보아야 하였을 터인데 그에 이르지 아니하고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내용을 확정하지도 아니한 채 위 돈이 단순한 판매보증금으로서 위 피고만의 편의를 위하여 미리 지급되고 위 약정을 원고의 일방예약이라고 단정하여 위 피고에게 그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명한 것은 일방예약의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므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원심의 위와 같은 위법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면 현저히 정의와 공평에 반한다고 인정된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 소송대리인의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피고들 공동명의의 이 사건 약속어음을 작성함에 있어서 그 배서란과 지급기일란을 모두 주말하여 이를 영수증에 갈음하기로 한 사실을 확정하고 나서 위와 같은 작성형식으로 보아 이는 약속어음으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를 피고 2, 피고 3이 보증 또는 연대보증하는 뜻에서 발행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을 들어 그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있는 바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은 옳게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의 오해나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없다. 주장은 이유없다. 3. 원고 소송대리인의 피고 1에 대한 상고이유룰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피고 1이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금 1억원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그때부터 5개월 동안만 매월 25일에 금 200만원씩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확정하고 있는 바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없다. 주장은 이유없다. 나.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보증금반환채무이행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여 같은 피고에게 위 금 1억원에 대한 이사건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명한 제1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에 관하여 규정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관하여 항쟁할 수 있는 사실심판결선고시까지 위 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새겨야 함으로 사실심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든지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 당원 1987.5.26 선고 86다카1876 판결 참조) 할 것인바 따라서 원심이 원심판결선고시까지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등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여 그때까지 민사법정이율인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기록상 수긍이 되나 원심판결 선고후에도 위 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한 채 민사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위 법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주장은 일부 이유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상고기각된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기(재판장) 박우동 윤관 |
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다4908, 4915, 4922 판결 [건물철거등,소유권이전등기][공1993.8.1.(949),1877] 【판시사항】 가. 처분문서의 증명력과 작성자의 행위의 해석 나. 민법 제564조에서 규정한 매매의 일방예약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다. 본계약의 구성요소들이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약정의 당사자도 달라서 매매의 예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문서가 소송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되었을 때에 그것이 처분문서로 인정되고 또한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작성자가 거기에 기재된 법률상의 행위를 한 것이 직접 증명된다 하겠으나, 그때에도 작성자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별도의 판단문제로서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매매의 예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매매목적물, 이전방법, 매매가액 및 지급방법 등의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 본계약의 구성요소들이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약정의 당사자도 달라서 매매의 예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 사례. 【참조조문】 가.민법 제105조 나.다. 민법 제564조 가. 민사소송법 제187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9.9.12. 선고 88다카12506 판결(공1989,1458) 1990.12.11. 선고 90다8589 판결(공1991,462) 1991.7.12. 선고 91다8418 판결(공1991,2152) 나. 대법원 1988.2.23. 선고 86다카2768 판결(공1988,569) 【전 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삼연유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창록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기원 외 1인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92.12.10. 선고 91나5502,5519(반소), 5526(병합)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반소원고) 1, 피고 2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문서가 소송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되었을 때에 그것이 처분문서로 인정되고 또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작성자가 거기에 기재된 법률상의 행위를 한 것이 직접 증명된다 하겠으나 그때에도 작성자의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별도의 판단문제로서 작성자의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90.12.11. 선고 90다8589 판결; 1991.7.12. 선고 91다8418 판결 각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반야월시장현대화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라고 한다)가 1986.4.30. 원고와 이 사건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도시계획에 저촉되는 부분은 매매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는바, 그 의미는 이 사건 토지 중 약정 당시 도시계획사업상 주차장이나 진입로 부지로 사용될 토지로서 개인이 점포나 주택을 건축할 수 없는 부분만을 매매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임이 분명하고, 비록 매매계약서에 첨부된 도면상에 위 피고가 점유하고 있던 부분을 제외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주차장 부지 등에 포함되는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점유부분 전부가 이에 포함된 것으로 잘못 알고 착오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도로 및 주차장부지로 고시되지 않은 판시부분은 당연히 매매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 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피고 3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3을 비롯한 시장상인들은 1983.12.경 이 사건 시장부지에 현대화된 상설시장을 건설할 목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시장건설과 시장부지 매수 등에 관한 제반 사항을 처리할 권한을 대표들에게 위임한 사실, 위 추진위원회를 대표한 소외 1 등 6인은 1984.1.20. 소외 2 등 3인과 사이에 시장부지 불하 등에 관한 약정을 하였는바, 그 내용은 공설시장 부지로 사용되는 시장의 중심부 약 3,500평은 위 소외 2 등 3인 명의로 불하받고, 시장상인들이 점포 및 주택부지로 점유, 사용하고 있는 가장자리 토지 약 1,600평은 위 소외 1 등 6인 명의로 불하받기로 약정하였던 사실, 그러나 그 당시 대구직할시가 위 시장부지를 불하받을 수 있는 자의 자격을 현대식 시장건물을 건축할 능력이 있는 법인으로 제한하자, 위 약정당사자 등은 1984.9.경 원고 회사를 설립하고, 1986.2.25. 원고 회사 명의로 이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한편 원고 회사와 위 추진위원회는 1986.4.30. 앞에서 본 1984.1.20.자 약정에 근거하여 상인들이 점포나 주택을 점유, 사용하고 있는 부지부분에 대하여는 상인들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되, 도시계획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일단 추진위원회 앞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가 사업완료 후에 각 특정부분을 분할하여 이전해 주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회사는 1984.1.20.자 약정 당시의 소외 2 등 3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였고, 위 약정은 일종의 매매예약의 성질을 갖는 것이어서, 원고 회사는 예약완결권의 행사로서 위 추진위원회에게 피고의 점유부분에 해당하는 지분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추진위원회에 대하여 지분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는 피고 3에게 그 점유부분의 인도와 지상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의무 있는 자가 그 권리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매매의 예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일방예약이 성립하려면, 그 예약에 터잡아 맺어질 본계약의 요소가 되는 매매목적물, 그 이전방법, 매매가액 및 지급방법 등의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적어도 확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인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1984.1.20.자 약정은 소외 2 등 3인과 소외 1 등 6인이 대구직할시의 상설시장 건설계획에 상호 협조하며, 서로 구역을 달리하여 시장부지를 불하받기로 하는 내용일 뿐, 위와 같이 본계약의 구성요소들이 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약정의 당사자도 달라서 그것만으로는 매매의 예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1984.1.20.자 약정을 원고 회사가 당사자가 된 매매의 일방예약이라고 본 것은 매매예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임은 소론과 같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원고 회사와 추진위원회는 1986.4.30.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인들이 점유, 사용하고 있는 부지부분에 대하여 일단 추진위원회 앞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나중에 추진위원회가 피고 3을 비롯한 상인들에게 각 특정부분을 분할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기로 약정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비록 피고 3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직접 원고 회사에 대하여 1986.4.30.자 약정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위 추진위원회를 대위하여 원고에게 지분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지위에 있는 것이므로, 따라서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있는 자가 그 권리자를 상대로 한 청구로서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여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우동(재판장) 김상원 윤영철(주심) 박만호 |
예약은 본질적 사항에 관한 당사자 간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을 때만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본계약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지위가 인정되지만, 가계약의 경우에는 오히려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존재해서 본계약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본계약에 편입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예약의 경우 그 체결 이후 예약완결권의 행사가 없는 한 본계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데 반해, 가계약의 경우에는 가계약을 체결한 후 명시적인 추가 합의가 없더라도 가계약에 기하여 본계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가계약이 동시에 예약이자 본계약이 될 수 없고 둘 가운데 하나만 될 수 있음에도 판례에서는 가계약을 예약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본계약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 이는 논리상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효력에 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
(다) 소결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판단하건대, 가계약을 예약으로서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본계약과 구분되는 가계약의 독자적인 법적 의미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가계약과 예약의 관계는 물론 양자와 본계약 간 경계도 애매해진다. 결국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에만 기초하여 가계약을 본계약으로 바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또 다시)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가계약에 독자적인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면 가계약을 예약의 다양한 유형 가운데 하나로 인정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만일 당사자들이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방(또는 쌍방)에게 예약완결권을 부여하고자 하였다면,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계약을 일방예약(또는 쌍방예약)으로 인정하면 된다. 반대로 당사자들의 의도가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체결을 위한 합의 외에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본계약이 성립한다는 것이었다면 가계약을 쌍무예약(또는 편무예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한편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계약 체결 당시 본계약의 효력 발생을 확정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본계약의 성립을 위해서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는 당사자들의 일반적인 기대를 고려하여 가계약을 쌍무예약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46) 다만 민법 제564조 제1항이 일방예약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 아래에서 쌍무예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 특별한 의사표시가 요구된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이 달리 정하지 않는다면 가계약을 쌍무예약으로 보기는 어렵다.
46) 가계약의 체결 목적이 당사자 간 신뢰 형성에 있고, 이러한 신뢰는 보통 매도인(또는 임대인)이나 매수인(또는 임차인)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 상호 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므로 가계약을 원칙적으로 편무예약보다는 쌍무예약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
(2) 해제 시 고려사항
예약의 유형에 따라 가계약의 해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계약이 편무예약 또는 일방예약인 경우와 쌍무예약 또는 쌍방예약인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가) 편무예약 또는 일방예약인 경우
가계약이 편무예약 또는 일방예약인 경우 당사자 가운데 누가 예약권리자인지, 그리고 어느 당사자가 파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가계약금의 반환이나 포기 여부가 결정된다.47)
47) 예약에 관한 일반 논의로서 일방예약이나 편무예약 체결 후 예약금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지원림, 앞의 글, 92-93면 참조. |
①매수인(또는 임차인)이 예약권리자인 경우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매수인(또는 임차인)이 가계약금인 예약금을 교부하였지만 본계약의 효력 발생을 원하지 않는다면 가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본계약이 성립하는 데 예약권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본계약의 성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권리 미행사에 대한 대가로서 상대방에게 지급했던 가계약금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반대로 매도인(또는 임대인)이 가계약금을 수령한 상황에서 가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면 그에게는 본계약의 효력을 발생시킬 권리가 없기 때문에 예약의 법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대한 대가로서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가계약금은 해약금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②이번에는 매도인(또는 임대인)이 예약권리자인 경우를 보자. 매수인(또는 임차인)이 예약권리자의 상대방으로서 가계약금을 교부하였다면, 이 경우에는 본계약의 성립이 매도인(또는 임대인)에 의해서 좌우되므로 예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대가로서 매수인(또는 임차인)이 가계약금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반대로 매도인 (또는 임대인)이 예약을 해제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의 미행사이므로 원금만 반환하면 된다.
(나) 쌍무예약 또는 쌍방예약인 경우
다음으로, 당사자들이 쌍무예약이나 쌍방예약으로서 가계약을 체결한 상황을 살펴보자. 쌍무예약의 경우 매수인(또는 임차인)이나 매도인(또는 임대인) 어느 일방의 의사에 의해서만 본계약의 효력 발생이 좌우되지 않으므로 예약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당사자는 그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 한편 쌍방예약의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에 의해서 본계약이 성립할 수 있지만 예약완결권이 쌍방에게 있으므로, 어느 일방에 의한 예약의 해제를 단순히 그가 향유하는 예약완결권의 미행사라는 관점에서만 볼 수 없고 본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상대방의 지위까지 고려하여 해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가계약이 쌍무예약이나 쌍방예약이라면 가계약금인 예약금을 해약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가계약 파기 당사자가 매수인(또는 임차인)이면 가계약금을 포기하면 되고, 매도인(또는 임대인)이면 그 배액을 상환하면 된다.
5. 교섭의 기초로서 수정이 예정된 협의사항
(1) 법적 성질
지금까지의 논의는 가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경우를 전제로 하였다. 가계약이 본계약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는 물론 정지조건부 계약이나 예약인 경우도 모두 당사자를 구속한다. 그런데 가계약이 항상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가계약이 교섭 단계에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당사자 간 법률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교섭의 어느 단계에 이르러야 ‘충분한’ 합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법적 구속력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느냐이다.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의 본질적 사항에 대해서조차 의사표시의 합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가계약을 교섭이 마무리 되지 않은 단순한 협의사항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2) 해제 시 고려사항
가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협의사항이라면 그러한 가계약의 해제에 대해서는 해약금의 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유추적용은 아예 논할 수 없게 된다. 가계약이 당사자들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매수인(또는 임차인)에 의한 가계약금의 교부가 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나 이미 교부가 되었다면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48)
48) 같은 견해로 백명헌, 앞의 글, 327-328면.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라는 관점에서 불법행위책임과 계약책임을 구체적으로 논한 연구로는 박근배,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책임’과 ‘계약의 예약’”, 한양법학 제25권 제1호 (2014. 2.), 109면 이하 참조. 이밖에 백경일, 앞의 글, 109면 참조. |
Ⅲ. 입법론적 검토
전술한 바와 같이 거래 실무에서 가계약의 모습이 워낙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행위의 해석에 따라 그 내용과 법적 구속력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법률행위의 해석만으로는 부족하다. 본계약과 달리 가계약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합의의 존재 여부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고, 분쟁 발생 시 돈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선택하기보다는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계약과 관련된 분쟁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사전적 예방책이 절실하다49) 이런 현실을 고려하여 조문의 신설을 통한 입법론적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49) 특히 최근에는 가계약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행정청과 거래 당사자 및 개업공인중개사와의 관계에서도 문제 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가계약 및 본계약의 성립과 관련이 있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거래신고법’)」 제3조 제1항의 해석이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부동산매매계약 등을 “체결한 경우 그 실제 거래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거래계약의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 신고하여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기준이 되는 ‘거래계약의 체결일’을 본계약이 아닌 가계약의 체결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거래 신고를 가계약의 체결일로부터 30일이 넘은 시점에 하였다는 이유로, 미신고에 따른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부동산거래신고법 제28조 제2항) 또는 거짓신고에 따른 부동산 취득가액의 100분의 5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부동산거래신고법 제28조 제3항)를 부과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가계약의 본질은 물론 부동산거래신고법에서 거래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는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타법개정 2024. 2. 6. [법률 제20194호, 시행 2024. 5. 17.] 제3조(부동산 거래의 신고) ① 거래당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실제 거래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거래계약의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그 권리의 대상인 부동산등(권리에 관한 계약의 경우에는 그 권리의 대상인 부동산을 말한다)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구가 설치되지 아니한 시의 시장 및 특별자치시장과 특별자치도 행정시의 시장을 말한다)ㆍ군수 또는 구청장(이하 "신고관청"이라 한다)에게 공동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거래당사자 중 일방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의 경우(이하 "국가등"이라 한다)에는 국가등이 신고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17.2.8, 2019.8.20> 1. 부동산의 매매계약 2. 「택지개발촉진법」, 「주택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률에 따른 부동산에 대한 공급계약 3.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위의 매매계약 가. 제2호에 따른 계약을 통하여 부동산을 공급받는 자로 선정된 지위 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4조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및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29조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인가로 취득한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거래당사자 중 일방이 신고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단독으로 신고할 수 있다. ③ 「공인중개사법」 제2조제4호에 따른 개업공인중개사(이하 "개업공인중개사"라 한다)가 같은 법 제26조제1항에 따라 거래계약서를 작성ㆍ교부한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업공인중개사가 같은 항에 따른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공동으로 중개를 한 경우에는 해당 개업공인중개사가 공동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도 불구하고 개업공인중개사 중 일방이 신고를 거부한 경우에는 제2항을 준용한다. <신설 2019.8.20>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따라 신고를 받은 신고관청은 그 신고 내용을 확인한 후 신고인에게 신고필증을 지체 없이 발급하여야 한다. <개정 2019.8.20> ⑥ 부동산등의 매수인은 신고인이 제5항에 따른 신고필증을 발급받은 때에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3조제1항에 따른 검인을 받은 것으로 본다. <개정 2019.8.20>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에 따른 신고의 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9.8.20> |
그동안 우리 민법의 개정 연혁을 살펴보면 가계약에 관한 입법 시도가 전무하였다.50)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관련 입법이 용이하지 않고, 가계약금이 상대적으로 소액이라 규정을 반드시 둬야 할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 등이 주된 이유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체적인 입법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의 거래 현실을 고려하면 민법의 개정에 관한 논의가 무의미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관련 내용을 제한
적으로나마 다뤄보기로 한다.
50) 민법의 개정 연혁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의 활동 중심으로 논의한 연구로는 윤진수, “2014년 민법 개정안의 평가와 회고”, 민사법학 제99호 (2022. 8.), 3 이하 참조. |
가계약에 관한 규정은 가계약의 의의에 관한 조문과 가계약금에 관한 조문으로 구분하여 입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1. 가계약의 의의에 관한 규정
실무에서 가계약이 다양하게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의를 규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가계약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을 담는 것은 시도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계약이 본질적으로 계약, 즉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여 효력을 갖는 법률행위라는 점, 그리고 가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이 본계약의 체결에 있다는 점에서 “가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매매를 체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상대방이 이를 승낙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특히 민법에 이런 규정을 둠으로써 가계약의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계약을 본계약, 정지조건부 계약, 또는 예약으로 인정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가계약을 본계약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이와 동시에 가계약에 기초하여 본계약 체결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결국 제563조의2(가계약)를 신설할 경우 이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매매를 체결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 상대방이 이를 승낙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가계약이 성립하고, 현행 민법 제563조(매매의 의의)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본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이처럼 가계약의 의의를 명문화할 경우 가계약을 둘러싼 실무 상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가계약금에 관한 규정
본계약의 경우 계약금을 목적물로 하는 계약금계약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듯이 가계약에 대해서도 그 종된 계약으로 가계약금을 목적물로 하는 가계약금계약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계약금계약이 계약의 해제 시 중요한 것처럼 가계약금계약도 가계약을 해제할 때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전술한 바51)와 같이 판례와 통설은 해약금에 관한 민법 제565조 제1항에 기하여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파악한다. 이런 이유로 계
약금이 교부되지 않았다면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계약금계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거래 현실을 고려하면 가계약금계약 역시 요물계약으로 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51) 이 논문 ‘II. 2. (2). (가)’ 참조. |
그 이유로는 우선, 부동산시장에서 존재하는 관행이나 당사자들의 인식을 들 수 있다. 실무에서 당사자들이 가계약 체결과 동시에 가계약금을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계약이 서면이라는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체결되는 상황에서 거래대금 대비 평균 1% 정도의 소액에 불과한 가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래 성사에 대한 진지함을 의심케 만든다. 게다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기하여 계약금계약이 요물계약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거래 당사자들이 가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다수의 요물계약을 인정하던 의용민법과 달리 입법자가 현행 민법을 제정하면서 계약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낙성주의를 취하였음에도 그 당시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인정되고 있던 관습을 인정52)하여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규정한 것을 고려하면 가계약금계약에 대해서도 이런 접근을 취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2) 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 앞의 책, 329-330면 참조. |
다음으로, 설사 가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파악하더라도 법리적으로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가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보더라도 가계약이 낙성계약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계약금의 미지급은 가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사자 간 의사표시의 합치만 있다면 가계약금의 교부 여부와 상관없이 가계약은 성립한다. 다만 가계약금의 교부 없이 가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가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53)
53) 다만 계약금계약을 낙성계약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따를 경우, 가계약금계약도 낙성계약으로 파악할 여지가 크므로, 이 경우에는 가계약금이 교부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해약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 |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판단해보면, 신설조문에서 일방이 가계약금을 “상대방에게 교부한 경우에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난해 보이며, 부동산시장의 관행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입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록 가계약을 파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매우 짧지만 가계약도 계약인 점, 그리고 원칙적으로 어느 일방의 의사에 의해서만 본계약의 효력 발생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가계약 체결 시 당사자 간 특별한 약정이 있다면 그러한 특약사항에 따르면 되고, 가계약금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만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인정하면 된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여러 판례와 학설을 검토하면서 확인하였듯이 우리나라 가계약제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적 불확실성이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은 자신이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의 유형에 따라 그 법적 성질과 효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전형계약이든 비전형계약이든 그 세부 유형을 막론하고 계약이 성립하면 법률 지식이 없는 당사자들도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가계약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가계약이 성립하는 순간에도 당사자들은 그 법적 성질과 효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가계약은 본계약, 정지조건부 계약 또는 예약이 될 수도 있고 아예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협의사항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결국 분쟁이 발생한 후 법률 자문을 받거나 소송 등 사법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법률행위의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법률행위 해석의 중요성을 부인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 법률행위의 해석만으로는 가계약제도가 갖는 법적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분쟁을 입법을 통해 미리 방지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입법의 방향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거래 당사자들이 특별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가계약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임의규정의 도입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 판례와 학설은 가계약에 대해서 가급적 ‘열린’ 입장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계약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가계약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저하되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가계약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계약의 원칙적인 모습을 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계약제도의 안정적인 운용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사안이 적지 않으나 이 연구가 앞으로 우리나라 가계약제도의 발전과 가계약으로 인한 법적 불확실성의 해소에 부족하나마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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