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1. 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상속재산분할·상속재산분할]〈피상속인의 전처가 낳은 자녀들인 청구인들이 피상속인의 후처와 후처가 낳은 자녀들인 상대방들을 상대로 본심판으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고, 상대방들은 청구인들을 상대로 반심판으로 기여분결정을 청구한 사건〉[공2020상,27]
【판시사항】
[1]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른 기여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
[2] 피상속인 갑과 전처인 을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병 등이 갑의 후처인 정 및 갑과 정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무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자, 정이 갑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 갑과 동거하면서 그를 간호하였다며 병 등을 상대로 기여분결정을 청구한 사안에서, 정이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갑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갑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민법 제1008조의2의 해석상 가정법원은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2] 피상속인 갑과 전처인 을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병 등이 갑의 후처인 정 및 갑과 정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인 상속인 무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자, 정이 갑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 갑과 동거하면서 그를 간호하였다며 병 등을 상대로 기여분결정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이 병환에 있을 때 정이 갑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정이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갑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갑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826조 제1항, 제1008조, 제1008조의2 제1항, 제2항, 제4항, 제1009조, 제1013조 제2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가사소송규칙 제112조 제2항 [2] 민법 제826조 제1항, 제1008조, 제1008조의2 제1항, 제2항, 제4항, 제1009조, 제1013조 제2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가사소송규칙 제112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6571 판결(공1995상, 1576)
대법원 1996. 7. 10.자 95스30, 31 결정(공1996하, 2495)
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판결(공1999상, 123)
대법원 2011. 12. 13.자 2011스176, 177 결정
대법원 2012. 10. 12.자 2010스7 결정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공2013상, 235)
대법원 2013. 5. 30.자 2010스28, 29 결정
대법원 2014. 11. 25.자 2012스156, 157 결정
대법원 2014. 11. 25.자 2013스112, 113 결정
대법원 2015. 3. 5.자 2013스195 결정
대법원 2015. 7. 17.자 2014스206, 207 결정(공2015하, 1247)
대법원 2017. 8. 25.자 2014스26 결정(공2017하, 1855)
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10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82, 1790)
헌법재판소 2017. 4. 27. 선고 2015헌바2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47, 456)
【전 문】
【청구인(반심판 상대방), 피재항고인】 청구인(반심판 상대방) 1 외 8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상대방(반심판 청구인), 재항고인】 상대방(반심판 청구인)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눔 외 1인)
【원심결정】 서울고법 2014. 1. 8.자 2013브12, 13 결정
【주 문】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청구인(반심판 상대방)들의 소송수계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재항고비용 중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청구인(반심판 상대방)들이, 재항고로 인한 부분은 상대방(반심판 청구인)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재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 등의 기재는 재항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배우자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분 인정 여부(재항고이유 제3점)
가. 기여분 제도
기여분 제도는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되어 1991. 1. 1. 시행되었다(이하 당시 민법을 ‘개정 전 민법’이라 한다). 개정 전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한 자(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를 포함한다)가 있을 때”라고 요건을 규정하였다. 그 후 위 조항의 요건 부분이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어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이하 2005년 개정된 민법을 ‘개정 민법’이라 한다).
나. 배우자의 부양에 따른 기여분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일관하여 민법 제1008조의2가 정한 기여분 제도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서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므로,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상속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즉 대법원 1996. 7. 10.자 95스30, 31 결정이 ‘특별한 기여’를 필요로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이래 대법원 2011. 12. 13.자 2011스176, 177 결정에서 위 법리를 확인하였고, 대법원 2012. 10. 12.자 2010스7 결정, 대법원 2014. 11. 25.자 2012스156, 157 결정, 대법원 2015. 3. 5.자 2013스195 결정, 대법원 2015. 7. 17.자 2014스206, 207 결정에서도 위 법리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개정 전후를 비교하여 차이를 두지 않고 있으므로 위 조항의 개정에 상관없이 기여분 제도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적 법리로 자리매김하였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기여분결정 청구를 한 공동상속인의 ‘신분상의 지위’에 따라 기여분 인정 여부를 달리하지 않았다.
대법원 2012. 10. 12.자 2010스7 결정과 대법원 2014. 11. 25.자 2013스112, 113 결정은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위 법리를 따랐고, 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판결은 딸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인정함에 있어, 대법원 2011. 12. 13.자 2011스176, 177 결정은 딸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함에 있어, 대법원 2013. 5. 30.자 2010스28, 29 결정과 대법원 2014. 11. 25.자 2012스156, 157 결정은 아들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함에 있어 각각 위 법리를 따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 판례의 법리적 근거
이에 대하여 배우자의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에는 그 사정만으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드시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현재의 대법원 판례가 법리적 및 현실적으로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하는 근거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민법 규정의 문리적 해석
(가) 민법 제1008조의2의 규정 내용
민법 제1008조의2는 제1항에서 정한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것을 요건으로 하여 제2항에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은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하여 기여분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제3항에서 기여분은 상속이 개시된 때의 피상속인 재산가액에서 유증의 가액을 공제한 액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기여분결정 심판사건과 가사비송절차에 따른 판단
한편 기여분결정 청구는 상속재산분할 청구(민법 제1013조 제2항), 상속분 상당 가액지급 청구(민법 제1014조)를 하는 경우에 할 수 있고(민법 제1008조의2 제4항), 기여분결정 심판은 같은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재산분할 등 심판에 병합하여 심리하고 재판하여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112조 제2항).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과 기여분결정 심판사건은 모두 마류 가사비송사건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9), 10)].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의 결과가 사법상의 권리·재산관계를 넘어 가족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특수성에 비추어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후견적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가정법원의 후견적 재량이 인정되는 가사비송절차에 의하도록 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17. 4. 27. 선고 2015헌바2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그 입법 취지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에 병합하여 심리하여야 하는 기여분결정 심판사건에서도 같다. 따라서 기여분결정 심판사건에서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재량에 따라 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양 또는 재산적 기여가 법정상속분을 수정하여야 할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 및 그 정도를 판단한다.
만약 공동상속인 중 하나인 배우자가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이러한 특정 형태의 부양에 대하여는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반드시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면, 위와 같은 가사소송법에 따라 일체의 사정을 고려하여 후견적 재량에 따른 판단으로 기여분을 정하도록 한 민법 및 가사소송법과 달리 법령의 근거 없이 예외를 설정하는 결과가 되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과 제2항을 비롯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관한 규정의 해석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기여분 인정 요건을 규정하고 제2항은 “가정법원은 … 기여분을 정한다.”라고 규정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 규정을 해석할 때 가정법원이 후견적 재량을 발휘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을 반영하여야 한다. 따라서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과 제2항은 앞에서 본 것처럼 가정법원이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기여분의 인정 여부 및 그 정도를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른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관한 조문도 모두 그 인정 요건과 인정의 정도를 구분해서 규정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그 인정 여부 및 정도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에 관한 처분[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4)]을 정한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은 일방 배우자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는데, 제1항과 제2항을 종합하여 가정법원이 분할의 인정 여부와 그 분할의 정도를 정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운용하고 있다. 또한 친족 간 부양에 관한 처분[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8), 민법 제974조, 제977조], 이혼에 따른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그 변경[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 민법 제837조, 제837조의2]에 관한 해석도 같다.
(2) 부부의 부양의무와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서 특별한 부양행위의 관계
배우자의 동거·간호 등 부양행위와 기여분의 관계는 부부간 및 친족 간 부양에 관한 민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어 판단되어야 한다.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민법 제826조 제1항 본문). 부부 사이의 부양과 협조는 부부가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7. 8. 25.자 2014스26 결정 참조). 부부 사이의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이고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부양의무이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참조).
반면 성년인 자녀가 부모에 대하여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 부양의무이다.
앞서 본 대법원 1996. 7. 10.자 95스30, 31 결정은 배우자인 청구인이 기여분을 주장함에 대하여 배우자의 간호가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 이행의 일환일 뿐이고 상속재산 취득에 특별히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배우자가 혼인생활 중에 상속재산보다 많은 부동산을 취득한 점 등에 비추어 상속재산의 취득과 유지에서 배우자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결정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2012. 10. 12.자 2010스7 결정은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건물을 신축하여 공유하였고 약 6년 동안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안에서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서 특별한 부양행위란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신분관계로부터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는 부양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법률상 부양의무의 범위에서 피상속인을 부양한 행위는 법적 의무의 이행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민법은 배우자에게 더 높은 정도의 동거·부양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대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동거·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측면은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여 정하는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배우자의 통상적인 부양을 그와 같이 가산된 법정상속분을 다시 수정할 사유로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장기간 동거·간호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제1차 부양의무로서 부부 사이의 상호부양의무를 정하고 있는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게 된다.
(3) 상속제도와 공동상속인 사이의 형평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면서(제1005조) 상속인의 순위와 상속분을 법정하고 있다(제1000조, 제1003조, 제1009조). 균분상속(1990. 1. 13. 민법 개정)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꾀하는 한편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동거·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사정을 참작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은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여 정하도록 한다(제1009조 제2항). 이는 중요한 입법적 결단이다.
한편 기여분은 구체적 사건에서 인정되는 사정에 따라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제도이다. 공동상속인 중 특정한 신분상의 지위를 가진 상속인의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 기여분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면 결국 해석에 의하여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고 위에서 본 민법의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
(4) 특별수익제도 및 부양비용 부담과의 비교
특별수익과 기여분은 모두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요소로서 상속재산분할 사건의 심판에서 기여분을 정할 때 특별수익의 존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법 제1008조는 특별수익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6571 판결, 대법원 2015. 7. 17.자 2014스206, 207 결정 참조).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상속인별 구체적 상속분액의 산정은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당시의 재산, 특별수익액과 기여분을 모두 반영하여 계산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리고 공동상속인 중 이른바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그 초과된 부분은 나머지 상속인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피상속인이 배우자에게 이미 상당한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하여 그 배우자가 초과특별수익자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자에게 장기간의 동거·간호를 이유로 기여분까지 인정한다면, 나머지 공동상속인들과의 공평을 심하게 해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간호를 하였으되,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지출하였거나 다른 공동상속인이 부담한 경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위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과의 공평을 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5) 2005년 민법 개정에 따른 법리의 변경 필요성 여부
개정 민법상 기여분 규정은 개정 전 민법상의 ‘특별한 부양’이라는 요건을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로부터 분리하고, ‘특별한 부양’의 행위 태양을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것’으로 구체화하였다고 평가된다. 그 개정 취지는 개정 전 민법이 1991년 시행되어 균분상속이 실현되는 반면 실질적 형평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여분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기여분 제도의 시행결과 기존 기여분 규정만으로는 노친부양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었고 상당한 기간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부양한 자에게도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10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개정 내용·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개정 민법으로 인해 기여분 인정 요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평가될 만한 장기간의 동거·간호를 종전과 달리 공동상속인 중 하나인 배우자에게만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 보아야 할 이유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6) 배우자 보호 필요성과의 관계
우리 사회에서 법정상속분만으로는 배우자 보호에 미흡한 경우가 많은 현실을 반영하여 그 간극을 메우는 방법으로 기여분 제도를 이용하자는 주장이 있다. 문제 제기에 공감할 부분이 있지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기여분의 요건을 거의 묻지 않거나 아주 완화해서 해석함으로써 거의 모든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자는 것이므로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동상속인이 다수인 경우(특히 1순위 상속인인 자녀가 다수인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이 극히 적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면서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여 법정상속분의 불균형을 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정상속분의 결정은 중요한 입법적 결단이고 자녀의 수가 많은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이 낮아지는 문제점은 공동상속인 균분제도를 취하는 법제에서 발생하는 부득이한 결과이다. 한편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따라 배우자의 상속분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기여분 인정 요건을 확립된 판례와 달리 완화하여 해석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은 적어진다고 할 것이다.
(7) 소결론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민법 제1008조의2의 해석상 가정법원은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라.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에 대한 적극적 고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하여 부양한 사정만으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해 나가는 방향으로 기여분결정 심판 실무를 개선할 여지는 있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에 더하여 기대여명의 증가로 인하여 긴 노년기에 건강상태마저 악화되는 경우에는 타인으로부터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처할 수 있고, 그 기간은 민법이 예정하지 못하였던 정도로 장기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의 공적 부조나 사회복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못한 측면이 있다. 피상속인이 노년기에 긴 투병생활을 할 때 그와 동거하며 간호하는 일은 결국 배우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법원이 그동안 기여분 인정 요건에 ‘특별한 부양행위’와 ‘재산 유지·증가 기여행위’ 중 후자에만 높은 비중을 두고 기여분이 갖는 상속분에 대한 영향을 크게 생각한 나머지 동거·간호와 부양이 갖는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를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마. 이 사건의 판단
(1)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상속인 신청외 1(1918년생, 이하 ‘피상속인’이라 한다)은 1940. 10. 1. 신청외 2(1916년생)와 혼인하여 그 사이에 청구인(반심판 상대방, 이하 ‘청구인’이라고만 한다)들 9명을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1971년 초 상대방(반심판 청구인, 이하 ‘상대방’이라고만 한다) 1(1944년생)을 만나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그 사이에 상대방 2, 상대방 3을 자녀로 두었다. 신청외 2는 1984. 7. 26. 사망하였고, 피상속인과 상대방 1은 1987. 5. 16.에 이르러 혼인신고를 하였다. 즉, 상대방 1이 피상속인과 동거한 기간은 중혼적 사실혼 기간을 제외하면 신청외 2와 피상속인의 혼인 기간보다도 10년이 짧다.
(나) 상대방 1은 피상속인이 2008. 3. 1. 사망할 때까지 피상속인 소유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상대방 1은 피상속인을 간호하는 기간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상대방 2, 상대방 3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들은 대체로 피상속인의 수입에 의존해서 생활을 영위했고, 피상속인을 간호할 때 소요된 비용의 상당 부분도 실질적으로 피상속인의 수입이나 재산에서 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상대방들이 피상속인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으로 그들의 생활비를 충당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제출되지 않았다. 상대방 1의 특별수익액은 총특별수익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로서 가장 많고, 상대방 2, 상대방 3은 초과특별수익자에 해당한다. 반면에 청구인 3, 청구인 5, 청구인 9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 6명은 피상속인으로부터 특별수익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
(다) 피상속인은 2003. 3.부터 2008. 3. 사망할 때까지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10여 회에 걸쳐 입원치료도 받았다. 상대방 1은 그 대부분 기간 피상속인을 간호하였다. 다만 상대방 1은 2008. 1. 암 수술을 받아 그 무렵에는 피상속인을 간호할 수 없었다.
(라) 상대방 1의 법정상속분은 25분의 3으로 12%에 해당한다. 청구인들의 법정상속분은 각 25분의 2로 8%에 해당한다.
(2) 원심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상대방 1이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상대방 1이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1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결정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또한 원심은 상대방 2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기여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상대방 상대방 3에 대해서는 특별한 부양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 2, 상대방 3의 기여분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기여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은 없다.
2. 배우자의 특별수익 산정(재항고이유 제1, 5점)
원심은 경북 영덕군 ○○면 △△리에 있는 대지, 같은 군 □□면 ◇◇리에 있는 대지와 위 △△리 대지 지상 건물은 피상속인이 매수하거나 신축하여 상대방 1에게 증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이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 대지와 위 건물의 상속 개시 당시 시가평가액을 상대방 1의 특별수익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우자의 특별수익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특별수익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기(재항고이유 제2점)
원심은 상속 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상대방 2, 상대방 3이 특별수익한 임야 가액에 송이채취권을 반영하여 특별수익을 평가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인정 여부(재항고이유 제4점)
원심은 원심결정 별지1 목록 순번 3, 4 기재 부동산에 관한 묵시적인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인정할 수 없음을 전제로 분할대상 상속재산에 위 부동산을 포함시켰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속재산의 일부 분할협의, 특별수익,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청구인들의 소송수계신청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2014. 10. 21. 상대방 1이 2014. 8. 8. 사망하여 상대방 2, 상대방 3이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한 상대방 1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재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재항고심의 재판절차 진행경과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 2, 상대방 3이 상대방 1의 소송을 수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소송수계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재항고를 모두 기각하고, 청구인들의 소송수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재항고비용 중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청구인들이, 재항고로 인한 부분은 상대방들이 각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배우자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분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배우자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분 인정 여부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의 반대의견
가. 이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언상 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앞서 본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나.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에 기여분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민법 제1008조의2가 개정되면서 ‘특별한 부양’이 종전과 달리 별개의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 분리되고 그 행위 태양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구체화되었다. 개정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하는 동거·간호행위는 배우자가 할 수 있는 부양행위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위 조항의 문언 어디에서도 배우자의 동거·간호행위를 기여분의 인정 범위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를 찾을 수 없다. 당초 법무부 개정안은 민법 제1008조의3에서 부양상속분을 신설하여 피상속인과 상당한 기간 동거하면서 부양한 상속인의 상속분을 가산하되 그 상속인의 범주에서 배우자를 제외하는 것이었으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별도의 조항을 신설하는 대신에 민법 제1008조의2를 개정하면서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피상속인을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한 경우를 특별한 부양행위에서 제외하지 아니하였다.
이와 같이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이 개정되면서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입법 취지가 분명해졌고,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도 부합하므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개정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2) 개정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특별한 부양행위를 특별한 재산적 기여행위와 분리하여 별개의 기여행위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와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개정 취지에 부합한다.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부양행위의 구체적 방법인 동거·간호 사실의 인정은 부양행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였는지와 관계없이 동거·간호행위의 개념에 포함될 만한 부양행위를 하면 충분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부양비용을 부담하였다면 그 다른 공동상속인의 기여행위를 별도로 평가하여 그에게 기여분을 인정할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한 사정이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행위를 한 배우자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다수의견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행위를 한 배우자에 대하여도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배우자의 특별수익액 등 재산적 사정을 고려해서 기여분 인정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여전히 개정 전 민법 시행 당시와 같이 부양행위가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하였는지를 기여분 인정 요건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견은 개정 민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해석론이다.
(3)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은 기여분 인정 요건을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기여분이 인정될 경우 기여분 결정 방법과 그 참작 사유를 정하고 있다. 즉, 같은 조 제1항은 기여분 자체를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이고, 제2항은 인정된 기여분을 어느 정도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만일 배우자의 부양행위가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는 배우자의 부양행위가 기여분 인정 요건을 충족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배우자에 대하여 어느 정도로 기여분을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기여자인 배우자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한다. 배우자의 부양행위가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면, 제2항에 따라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기여분 인정의 정도를 판단해야 하고, 기여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1008조에서 정한 특별수익자 상속분 조정 제도와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전자는 특별수익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고 후자는 본래의 상속분 외에 추가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몫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양 제도는 서로 다른 취지를 가진 것이므로, 민법 제1008조의 특별수익자 상속분 조정에 관한 해석이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 인정 요건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없다.
다수의견은 여러모로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과 제2항의 체계적 해석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4) 민법 제826조 제1항에 따라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부부가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는 앞에서 본 민법 제1008조의2의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입법자의 의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를 통한 배우자의 부양행위는 그것이 부부 사이의 통상적인 부양의무 이행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부 사이에 민법에 따라 동거와 부양의무가 있다고 해서 이에 따라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행위를 한 배우자에 대해서 재산적 사정과 결부시키지 않고서는 기여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다수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7. 17.자 2014스206, 207 결정 참조).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때에는 공동상속인인 자녀들과 비교해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공헌의 정도를 넘은 것으로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부양의 특별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행위를 한 배우자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부양의무를 다한 배우자와 그렇지 않은 배우자를 똑같이 취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5)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통해서 부부공동재산의 청산과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여 배우자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지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부부공동재산은 피상속인과 배우자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므로 그 청산은 이혼할 때뿐만 아니라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때에도 이루어져야 형평에 부합한다.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부부공동재산을 청산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우리 민법은 자녀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배우자의 상속분이 줄어들게 되어 있는데, 성실하게 동거·간호행위를 한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상속분의 배분적 측면에서 배우자와 자녀의 공평을 꾀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때에는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데다가 핵가족화로 인하여 고령의 부모와 자녀가 따로 거주하는 경우 노인 돌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할 수 있다. 만일 고령의 부부 중 어느 한쪽 배우자가 투병 중이고 자녀는 부모와 떨어져 타지에 거주한다면, 투병 중인 배우자에 대한 간호는 경제적 지출 외에도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피로를 수반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경우 배우자의 동거·간호행위는 투병 중인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소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를 통해 피상속인을 부양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노인 돌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 비추어 타당한 해석이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형평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6) 다수의견은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는 하나,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특별수익액, 법정상속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기간 동거·간호를 한 배우자라 하더라도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수의견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를 통해 피상속인을 부양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개정 취지를 몰각시키고,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분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개정 민법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법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다. 앞의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상대방 1이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한 데 따른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상대방 1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함으로써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피상속인과 배우자인 상대방 1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기간을 제외하고도 2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하였다.
(2) 상대방 1은 1944년생으로서 6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5년 동안 80대가 넘는 연로한 피상속인을 간호하였다.
(3) 특히 피상속인은 2007년 이후로 병세가 악화되었는데 상대방 1이 피상속인을 간호하면서 피상속인의 자녀들보다 많은 희생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상대방 1이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상대방 1이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해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1의 기여분결정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1008조의2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