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가처분·근저당·가담법·계약/가등기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급부와 반대급부와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공..

모두우리 2020. 9.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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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다201422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등][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104조에서 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요건 / 여기서 ‘궁박’의 의미 및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와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2]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 그 계약에 관한 부제소합의도 무효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주식회사 등이 아파트 신축·분양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부지 내 일부 토지에 관한 소유의 지분을 의 대리인으로부터 매수하여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나 위 토지에 관한 공유물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등기부상 지분 표시의 오류 때문에 지분이전등기를 하지 못하던 중, 에게서 위 매매대금 관련 횡령사건의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 의 어머니이 위 지분을 로부터 매수하여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한 다음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마쳤고, 그 후 주식회사가 회사 등으로부터 위 지분에 관한 시행사의 권리 등 사업을 양수하여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의 전속적 대표자임을 자처하면서 회사가 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반드시 말소하여야 한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가등기를 말소하는 대신 거액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 및 이에 관한 부제소합의 회사와 체결한 사안에서, 위 합의는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이고 거기에 포함된 부제소합의도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4조 [2] 민법 제104조 [3] 민법 제104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공2010하, 1566)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에이치알원

【원고, 피상고인】 원고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산 담당변호사 안상순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공택)

【피고, 피상고인】 피고 2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공택)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12. 15. 선고 2016나202284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주식회사 에이치알원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2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 2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 1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 주식회사 에이치알원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궁박’이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고,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관계,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당사자의 이익, 당사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는지’는 단순히 시가와 거래대금의 차액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개별적 사안에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며, 당사자의 주관적 가치가 아닌 거래상의 객관적 가치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매매계약과 같은 쌍무계약이 급부와 반대급부와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공정성을 소송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합의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1은 198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20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을 가진 현직 변호사이고, 피고 3, 피고 2는 피고 1의 부모이다.

 

2) 주식회사 코퍼스트, 주식회사 우림공영(어느 회사인지를 특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하 ‘시행사’라고 한다)은 2001년경부터 수원시 권선구 (주소 1 생략) 외 135필지 37,385㎡ 및 (주소 2 생략) 외 105필지 27,075㎡ 일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고 한다)에 아파트를 신축하여 분양하는 주택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을 추진하였다.

 

3) 시행사는 2002. 10. 7. 소외 1을 대리한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사업부지 내 토지인 수원시 권선구 (주소 2 생략) 임야 1,152㎡, (주소 3 생략) 임야 199㎡ 중 소외 1 명의의 각 6,895분의 2,482 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고 한다)을 205,800,000원에 매수하고 2002. 10. 25.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위 매매계약서 제1조(계약의 목적)에는 시행사가 아파트를 건립할 목적으로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이 사건 지분을 포함한 이 사건 사업부지 전체를 매수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지분이 포함된 위 토지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등기부상 지분 표시에 오류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지분이전등기를 하는 데 지장이 있어 시행사는 이 사건 지분에 관한 지분이전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4) 시행사는 2003. 8.경 주식회사 우리은행으로부터 토지매입비 500억 원을 대출받아 이 사건 사업부지에 있는 토지들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2004. 1.경 철거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사업부지에 있는 건축물의 철거 작업에 착수하였다.

 

5) 피고 1은 소외 1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아 2004. 5. 27. 소외 2가 이 사건 지분에 관한 매매대금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수원지방법원 2004카단101119로 소외 2의 채권에 대하여 가압류신청을 하였는데 그 소명자료로 소외 1과 시행사 사이의 위 매매계약서를 첨부하였다.

 

6) 피고 2는 2004. 6. 28.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지분을 3억 3,000만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예약계약을 체결하고 그중 2억 원을 지급하였으며, 그 다음 날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위 매매예약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고 한다)를 마쳤다.

 

7) 원고 주식회사 에이치알원(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은 2007. 4. 27. 시행사로부터 이 사건 지분에 관한 시행사의 권리를 포함한 이 사건 사업을 양수하였고, 2007. 11. 14.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2007. 11. 6.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 회사는 2008. 5. 23. 시행사로부터 이 사건 사업을 인수하는 대가로 시행사에 토지용역대금 35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후 2008. 5. 28.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이하 ‘대한토지신탁’이라고 한다)에 이 사건 지분을 신탁한 후 그 다음 날 신탁을 원인으로 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수원시장은 2008. 7. 17. 원고 회사 앞으로 이 사건 사업 계획을 승인한다고 고지하였다.

 

8) 원고 회사는 2008년 봄 무렵부터 피고 2, 피고 3과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토지신탁은 2008. 6. 20. 피고 2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8가단62904 가등기말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09. 11. 26.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 회사는 2009. 7. 28. 피고 2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9가합17526으로 구 주택법 규정에 의한 매도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록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0. 2. 23. 소를 취하하였다.

 

9) 위 소송과는 별도로 원고 회사는 2009. 1. 피고 2, 피고 3에게 이 사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총 1,176,880,000원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합의초안(을 제82호증의 2)을 작성하여 전달하였다. 수원시는 2009. 10. 8. 원고 회사에 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 사건 가등기가 말소되지 않으면 이 사건 사업을 위한 분양 승인을 할 수 없다고 통지하였다.

 

이 사건 가등기는 이 사건 사업부지 중 1단지 내 토지에서 분양 승인을 받는 데 장애가 되는 부담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것이었고, 원고 회사는 2009. 12.경까지 위 1단지 중 이 사건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들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였다.

 

10) 원고 회사는 위 가등기 말소소송에서 패소한 후 2009. 12. 17. 피고 2, 피고 3에게 각 588,440,000원(그 합계액은 위 1,176,880,000원이다)을 송금하였다. 이를 알게 된 피고 1은 위 금원을 송금받은 바로 그 날 피고 2, 피고 3으로 하여금 원고 회사를 피공탁자로 하여 위 금원 전액을 변제공탁하게 하였고 그때부터 피고 2, 피고 3의 전속적 대표자임을 자처하며 원고 회사와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에 관하여 협상하였다.

원고 회사는 2009. 12. 18. 피고 2를 상대로 이 사건 가등기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2009카단114725 가등기권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10. 1. 4. 가처분 인용결정을 받았다.

 

11) 피고 1은 2010. 1. 25. 원고 회사에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 대가로 22억 원을 요구하면서 합의 후 비밀유지와 불이익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원고 회사가 피고측에게 22억 원 상당의 물적 담보를 제공하고 담보를 제공할 수 없거나 부족할 경우에는 원고 회사, 시공사인 벽산건설 주식회사(이하 ‘벽산건설’이라고 한다) 및 수탁회사인 대한토지신탁과 그 임직원의 연대보증과 함께 원고 회사 주식의 5%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 1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원고 회사와 벽산건설이 회의를 하였는데 벽산건설 전무 소외 3은 피고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만 분양 및 대출 일정상 시간이 없어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고 원고 회사의 상무 소외 4는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면서 피고 1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원고 회사는 피고 1의 지시에 따라 2010. 1. 26. 소외 5에게 5,000만 원을, 2010. 1. 29. 소외 6에게 2억 원을 송금하였다.

 

12) 원고 회사, 피고 1 및 벽산건설은 2010. 2. 1.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이 사건 합의는 ‘정식 서면 합의서’와 ‘에쿠스 합의서’라는 명칭의 2개의 서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피고 1이 작성한 것이다.

 

정식 서면 합의서에는 원고 회사가 피고 1에게 22억 원을 지급하고, 피고 1은 이 사건 가등기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며,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 제외된 원고 회사의 토지에 채권최고액을 22억 원으로 하는 피고 1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기재되어 있다. 에쿠스 합의서에는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제세공과금을 모두 부담하고 일체의 사항을 비밀로 하며 민·형사상 일체의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다. 아울러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반하는 경우 피고 1은 제공된 담보권을 절대적으로 실행할 수 있고, 원고 회사는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며 민·형사상 일체의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13) 원고 회사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2010. 2. 1. 피고 1에게 773,120,000원이 입금된 원고 회사 명의의 통장을 예금 인출에 필요한 도장 등과 함께 교부하였고, 2010. 2. 2. 피고 2 앞으로 1,428,380,000원(피고 1의 지시에 따라 소외 5, 소외 6에게 지급한 2억 5,000만 원이 포함됨)을 지급하여 그 지급 총액은 22억 150만 원이다.

 

아울러 피고 1은 이 사건 합의에 관한 비밀을 유지하고 불이익한 행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원고 회사가 2015. 2. 2.까지 이 사건 합의를 위반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의 청구를 함으로써 피고측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물적 담보를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의 직원 소외 7은 2010. 2. 2. 피고 1과 사이에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 제외된 토지로서 소외 7 소유 명의의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은 22억 원, 채무자는 원고 회사, 근저당권자는 피고 1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2010. 2. 3. 피고 1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이하 위 근저당권을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

 

14) 이와는 별개로 피고 1은 원고 회사에 추가 담보를 요구하였고, 원고 회사와 벽산건설은 2010. 2. 2. 피고 1에게 4억 2,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를 위반할 경우 피고 1에게 발생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수원시 권선구 (주소 4 생략) 대 433㎡ 및 (주소 5 생략) 임야 232㎡에 관하여 시행사 중 하나인 주식회사 코퍼스트와 시공사인 벽산건설의 공동 명의로 경료된 가등기상 권리를 양도하고 2010. 2. 3. 가등기의 부기등기를 해주었다.

 

15) 원고 회사는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가등기 말소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받아 2010. 2. 9.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였고 2010. 4. 15. 수원시장으로부터 아파트 분양 승인을 받았다. 원고 회사는 2011. 10. 5. 시행사를 흡수 합병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 회사는 2009. 10. 8. 수원시로부터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으면 분양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고 2009. 11. 26. 피고 2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였다. 원고 회사로서는 그 무렵까지 이 사건 사업부지의 1단지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토지 위의 부담인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 원고 회사는 거액의 대출로 인한 이자의 부담으로 인하여 피고측이 요구하는 가격으로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하는 외에는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할 다른 대안이 없었다.

 

2) 시행사는 늦어도 2004. 1.경부터 이 사건 사업부지 내에 있는 토지들을 매수하고 그 지상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하여 아파트 개발사업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외부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피고 1은 소외 1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외 1을 대리하여 소외 2를 상대로 채권가압류를 신청할 때 그 소명자료로 첨부된 시행사와 소외 1 사이의 매매계약 내용(이 사건 지분이 이 사건 사업부지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소외 1이 시행사에 이 사건 지분을 이미 매도하였음)을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가등기권자인 피고 2가 피고 1의 어머니이고 피고들 스스로 시행사의 대대적인 투자 유치를 믿어 부동산 기획사를 통하여 이 사건 지분에 투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2015. 7. 31.자 준비서면 14쪽 참조)을 보면, 변호사로서 법률전문가인 피고 1은 이 사건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알고서 피고 2 명의로 또는 피고 2로 하여금 투기의 목적에서 그 사업부지 내의 이 사건 지분을 이중으로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아가 피고 1은 2009. 12.경부터 피고 2, 피고 3의 전속적 대표자임을 자처하면서 원고 회사와 가등기 말소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였고 그 대가로 22억 원의 거액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 회사뿐만 아니라 시공사와 수탁회사 및 그 임원의 연대보증을 세우고 원고 회사의 주식까지 제공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였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이 사건 합의에 반영되었다. 피고 1은 원고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이 사건 합의 초안을 작성하였고 자신의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받거나 시행사와 시공사 명의의 가등기상 권리를 이전받는 내용의 부기등기를 마침으로써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에 반발하여 법률적으로 문제를 삼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법적 장치를 강구하였다.

 

결국 이 사건 가등기는 이른바 ‘알박기’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 1은 이 사건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투기 목적으로 이 사건 가등기를 하는 데 관여하였고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가등기를 반드시 말소해야만 한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거액의 대가를 지급받았다. 이처럼 이 사건 가등기의 설정과 원고 회사와의 협상 과정을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폭리를 실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 1이 원고 회사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고자 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3) 피고 2는 이 사건 지분을 3억 3,000만 원에 매수하고 그중 2억 원만을 지급한 채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쳤으며 피고 1, 피고 2는 22억 150만 원을 지급받고 이 사건 가등기를 말소해 주었으므로, 피고 2가 이 사건 지분을 매수한 시점과 이 사건 합의 시점 사이에 약 5년 6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가등기 말소와 그 반대급부인 위 22억 150만 원 사이에는 객관적으로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4) 이러한 사정들을 모아 보면, 피고 1은 원고 회사의 궁박한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합의는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이고 거기에 포함된 부제소합의도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불공정한 법률행위인지를 심사할 때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사적 계약 자유의 원칙을 고려하여 이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에게 폭리행위의 의사가 있었다거나 이 사건 합의의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합의에 포함된 부제소합의가 유효하다고 하여 원고 회사의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2가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근저당권말소 청구를 하는 것은 부제소합의에 반하지 아니하고,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 이후 2015. 2. 2.까지 이 사건 합의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의 청구를 하는 등으로 피고 1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으며, 원고 회사가 가처분신청을 위하여 공탁한 6,000만 원의 채권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 1은 원고 2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 회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회사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2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