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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물유지의무와 배임죄 - 윤동호

모두우리 2023. 11.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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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물유지의무와 배임죄 - 윤동호 

 

채무자가 자신의 소유에 속한 양도담보물을 임의로 매도하거나 임의로 다시 담보권을 설정하면서 담보물을 교부한 경우, 판례는 배임죄를 인정한다. 
   그런데 이 경우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배임죄는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재산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범죄로서,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는 경우에만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임죄를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는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로 보더라도 이 경우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담보물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자기의 사무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권리행사방해죄의 요건을 충족하면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차 례
Ⅰ. 서 론
Ⅱ. 배임죄의 본질과 판례의 모순
Ⅲ.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의 의미
Ⅳ.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인가, 자기소유범죄인가
Ⅴ. 결 론 

 

Ⅰ. 서 론  


1. 하급심에서 문제된 사례  


양도담보가 설정된 7,920만 원의 부동산을 변제기 도래 전에 채무자가 임의처우, 배임죄의 성립을 1심은 부정하나1) 2심은 인정한다.2) 1심이 배임죄를 부정한 이유는 이 경우 양도담보 설정계약은 대물변제예약으로서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자기의 사무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2심이 배임죄를 인정한 이유는 오히려 대물변제예약이 아니라 양도담보 설정계약으로서, 채무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해서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양도담보가 설정된 약 7억원의 요양급여채권을 변제기 도래 전에 임의처분한 경우, 1심3)과 2심4) 모두 배임죄를 인정한다. 그 이유는 채무자는 양도담보권설정자로서 양도담보권자인 채무자를 위해서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를 위배했는데, 요양급여채권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단정할 수없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죄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50,000주를 보유한 채무자가 2억 원의 채무에 대해서 주식 20,000주(보통주, 액면주식 1주의 금액 10,000원)를 피해자에게 담보약정을 하고 보관증을 작성해주었는데, 그 후 2억5천만 원을 차용하면서 50,000주를 다시 담보로 제공하고 그 주권을 교부한 경우(약칭하여 주식이중담보사건), 배임죄의 성립을 1심은 부정하나,5) 2심은 인정한다.6) 1심이 배임죄를 부정한 이유는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의 관리․보전의무가 인정되어야하고, 그 재산의 귀속 주체가 피해자이어야 하는데, 담보약정의 체결만으로는 피해자에게 담보권이 귀속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에게 주권이 교부된 사실이 없고, 그렇다고 점유개정이나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식으로 물권이 변동된 것도 아니므로 피해자가 담보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2심이 배임죄를 인정한 이유는 점유개정 방식으로 주식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피해자가 취득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않고 주식에 대한 소유권이 아직 채무자에게 남아있거나 채권자인 피해자가 주식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하기 전이라도 신의성실원칙상 채권자인 피해자가 주식에 대한 완전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식의 교부절차에 협력할 임무가 있고, 이는 단순히 자기의 사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사무이기도 한데, 이를 위배한 것이며, 채무자가 20,000주의 시가 1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1) 부산지방법원 2014.10.29. 선고 2013고단7829 판결. 
2) 부산지방법원 2015.2.12. 선고 2014노4004 판결.
3) 의정부지방법원 2014.4.2. 선고 2013고합235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15.4.2. 선고 2014노1134 판결.
5)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1.9. 선고 2012고단555 판결.
6)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10.17. 선고 2013노92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5도3820 판결
[횡령·사기·배임][미간행]

【판시사항】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 이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적극)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429)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장준동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5. 2. 12. 선고 2014노40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에 대한 배임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 등의 시공을 동업하던 공소외인의 피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는 등 채무의 담보능력을 감소하게 해서는 아니 될 임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7,920만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양도담보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유죄 부분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의정부지방법원 2014. 4. 2. 선고 2013고합23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죄명배임)][미간행]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문하경(기소), 이경한(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후(담당변호사 하성원)

【주 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이다.

피고인은 2009. 9. 25.경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1억 원을 빌리면서 향후 지속적인 금전대차관계를 전제로 해서 피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지고 있는 요양급여채권 전액을 피해자에게 포괄근담보로 제공하고, 위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담보로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라 양도담보제공자로서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를 위해 위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1. 5. 19.경 피고인의 친형 공소외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3에게 위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위 공소외 3이 2011. 5. 31.경부터 2013. 2. 20.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696,978,160원을 지급받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위 이중양도 당시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2회 공판조서 중 공소외 2의 진술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서술형 1회) 중 공소외 4의 진술기재

1. 공소외인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1. 수사보고(제3자에게 지급된 요양급여), 수사보고(공소외 3과 통화수사)

1. 채권양도담보계약서, 피고인이 작성한 2009. 9. 25.자 각서, 각 확인서, 공정증서(3억), 2011. 5. 13.자 채권양도통지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국민건강보험공단), 2011. 5. 19.자 채권양도통지서, 채권양도계약서, 각 공정증서(3억원), 압류진료비 지급 내역 현황, 거래내역서, 채권압류현황, (2014. 3. 3.자)채권압류현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5조 제2항, 제1항(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피고인이 초범인 점, 상당부분 피해가 회복된 점 등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공소외 2는 피고인의 요양급여채권을 양수하였으나 피고인과 사이에 자신이 수령한 요양급여를 다시 피고인에게 전부 송금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공소외 2는 피고인의 요양급여채권을 처분할 권한은 없고 요양급여를 수령할 권한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공소외 2가 2009. 11. 24.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하였으므로, 그 이후 피고인은 공소외 2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하여 공소외 2에게 대여원리금을 변제할 채무만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공소외 3에 대한 차용금채무의 연대보증을 부탁받고 공소외 3을 만나 10분 만에 상당한 분량의 서류에 서명, 날인을 하고 돌아와 다시 진료를 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3에 대하여 자신의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한다는 명시적 인식이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채권이중양도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2. 판단

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채권양도는 채권을 하나의 재화로 다루어 이를 처분하는 계약으로서, 채권 자체가 그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로 바로 이전하고, 이 경우 양수인으로서는 채권자의 지위를 확보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의 변제를 받는 것이 그 목적인바, 우리 민법은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서 채무자에 대한 양도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양도에 대한 승낙을 요구하고, 채무자에 대한 통지의 권능을 양도인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므로, 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며, 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타에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채무자에게 그 양도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면 양수인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양도인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원만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도 당연히 포함되고, 양도인의 이와 같은 적극적·소극적 의무는 이미 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채권의 보전 여부는 오로지 양도인의 의사에 매여 있는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양수채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을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공소외 2가 작성한 2009. 9. 25.자 각서의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과 사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채권의 변제를 수령한 후 즉시 그 돈을 피고인에게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약정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성실히 변제한다면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요양급여를 피고인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이고, 판시 채권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이 수 개의 채무 중 어느 한 채무라도 기한에 변제하지 아니하는 등의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가 위 요양급여를 피고인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내부적 관계에서 피해자가 단지 위 요양급여채권의 변제를 수령할 권한만 갖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에 기하여 피고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이 피해자에게 이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귀속된 위 채권을 보호ㆍ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할 수 있다. 

3) 나아가 피해자 공소외 2가 2009. 11. 24.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명시적으로 판시 채권양도담보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묵시적으로도 판시 채권양도담보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판시 채권양도담보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이상 위 2009. 11. 24. 이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2009. 11. 24.경 채권담보계약은 유지하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만 철회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나) 피고인은 채권양도통지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지급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이에 따라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내과의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의 현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다)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한 이후인 2010. 2. 26.경 피고인의 위임을 받은 피고인의 처 공소외 4가 당초의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준하여 제3자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이중담보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이를 어길시 민ㆍ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라) 피고인, 공소외 4, 피고인의 형인 공소외인, 피고인의 누나인 공소외 5는 공소외 3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한 이후인 2011. 6. 17.경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위 채권에 관한 권한을 다른 곳으로 양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지키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위 채권을 양수하도록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2011. 6. 30.까지 위 채권양도를 풀어 원상복귀시킬 것 등을 약속하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4)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나. 고의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2011. 5. 19.자 채권양도통지서와 채권양도계약서의 각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자신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위 채권양도통지서와 채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양형의 이유

1.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월 이상 5년 이하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횡령ㆍ배임범죄, 제2유형(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상당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6월 이상 2년 이하

 [일반양형인자] 감경요소 : 업무상 배임이 아닌 경우, 범죄수익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못하고 보유하지도 못한 경우, 형사처벌 전력 없음

3. 집행유예 여부 : 긍정

 [주요참작사유]

 ㆍ부정적 요소 : 미합의

 ㆍ긍정적 요소 : 상당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

 [일반참작사유]

 ㆍ부정적 요소 : 없음

 ㆍ긍정적 요소 : 집행유예 이상 전과 없음, 범죄수익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못하고 보유하지도 못한 경우

4. 선고형의 결정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살피건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피해금액이 큰 점,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과 유리한 정상(피고인이 초범인 점, 업무상배임이 아닌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피해자를 채권양수인으로 하는 채권양도통지를 다시 하여 원상회복이 이루어졌고, 2013. 3. 22.경 이후로 3억 원을 넘는 금액이 변제되었으며, 향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가 피해자에게 매월 2,000만 원 이상씩 입금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금액 중 상당부분에 대한 변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이 범죄수익을 소비하거나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범위 내에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되, 이번에 한하여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무죄 부분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판시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2011. 5. 19.경 피고인의 친형 공소외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3에게 이중으로 양도하여 위 공소외 3이 2011. 5. 31.경부터 2013. 2. 20.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696,978,160원을 지급받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위하여 위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외인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요양급여채권을 양수하여 2011. 5. 19.부터 2013. 4. 27.까지 수령한 금액이 696,978,160원인데, 위 기간 중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479,15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액은 217,828,160원이라 할 것이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산상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위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양도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은 위 이중양도 당시 판시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던 피해자의 대여금채권원리금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2857 판결 등 참조). 

공판기록에 편철된 피해자의 진술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위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시점의 대여원금이 1,209,350,000원, 이자가 1,012,450,000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진술한 월 평균 3.5% 이율의 이자는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이자율인 연 30%를 초과하는 것으로서,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금액은 원본에 충당되어야 하는 점(피고인에게 선이자를 사전공제하고 대여하기도 하였는바, 그 공제액 중 피고인이 실제 수령한 금액을 원본으로 하여 위 최고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도 원본에 충당되어야 한다), ② 피고인이 위 이중양도시까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과 공소외 3이 요양급여를 수령한 기간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대여금 원금에 합의충당되었는지, 아니면 이자 등에 법정충당되었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이중채권양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한정훈(재판장) 김윤희 이민구   
서울고등법원 2015. 4. 2. 선고 2014노113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 죄명 배임)][미간행]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문하경(기소), 신교임(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후 담당변호사 하성원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4. 4. 2. 선고 2013고합2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대여금채권에 대한 포괄근담보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피해자가 수령한 요양급여를 피고인에게 전부 송금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실질적으로는 피해자가 요양급여채권을 처분할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라 요양급여를 수령할 권한만을 갖게 된 것이고, 그 후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하였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하여 피해자에게 대여원리금을 변제할 채무만을 부담할 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할 당시 피해자와 사이의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던 피담보채권액이 5억 원 이상이므로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이라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예비적 공소사실의 추가

검사는 당심에서 종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아래 다1)항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 기재와 같은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다만 검사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과 더불어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타인의 사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참조). 

채권양도는 채권을 하나의 재화로 다루어 이를 처분하는 계약으로서, 채권 자체가 그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로 바로 이전하고, 이 경우 양수인으로서는 채권자의 지위를 확보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의 변제를 받는 것이 그 목적인바, 우리 민법은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서 채무자에 대한 양도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양도에 대한 승낙을 요구하고, 채무자에 대한 통지의 권능을 양도인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므로, 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며, 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타에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채무자에게 그 양도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면 양수인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양도인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원만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도 당연히 포함되고, 양도인의 이와 같은 적극적·소극적 의무는 이미 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채권의 보전 여부는 오로지 양도인의 의사에 매여 있는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양수채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을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피고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되,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채무의 변제를 해태하는 등으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지 않는 한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령한 요양급여를 피고인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지 않고 우선 피고인이 이를 사용하도록 피고인에게 송금하여 주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피고인은 위 요양급여채권을 타에 양도하는 등으로 처분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 계약의 목적이 된 요양급여채권은 피해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해자가 단지 피고인과의 내부적 관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할 권한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인은 담보 목적으로 요양급여채권을 양수한 피해자가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에 타에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채무자에게 그 양도통지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에게 귀속된 요양급여채권을 원만하게 추심할 수 있도록 피해자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상호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전형적·본질적으로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하는 의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확장을 위한 의료기기구입자금과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차용하기로 하고 2009. 9. 25. 피해자와 사이에 여신거래로 말미암은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피고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당시 작성한 채권양도담보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으며, 그 무렵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2억 원의 요양급여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다는 취지가 담긴 채권양도통지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도달되었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양도한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며 피담보채무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기 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한다(위 채권양도담보계약서 제2조 제1항). 

② 피해자에 대한 수 개의 채무 중 어느 한 채무라도 기한에 변제하지 아니하는 등의 기한의 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양수한 요양급여채권을 추심한 때에는 그 수령금으로 차용금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위 채권양도담보계약서 제3조 제1항, 제4조). 

나) 한편, 피고인은 2009. 9. 25. 피해자에 대하여 담보로 제공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담보 제공하지 않기로 약정하였고, 같은 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입금된 요양급여를 즉시 피고인에게 송금하기로 약정하였다. 

3) 한편,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2009. 11. 24.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위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2009. 11. 24. 이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여전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이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권양도통지로 인하여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므로 피고인과의 채권양도담보계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2009. 11. 24.경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만을 철회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당시 피해자는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요구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지급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하였고, 이를 통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내과의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의 현황을 알 수 있었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위 채권양도담보계약에 근거한 피고인 명의의 채권양도통지서와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아 두었다. 

다)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철회한 이후인 2010. 2. 26.경 피고인의 위임을 받은 피고인의 처 공소외 4가 당초의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준하여 제3자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이중담보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이를 어길시 민ㆍ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라) 피고인, 공소외 4, 피고인의 형인 공소외인, 피고인의 누나인 공소외 5는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양도한 이후인 2011. 6. 17.경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요양급여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않기로 약속하였으나 지키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 채권을 양도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2011. 6. 30.까지 위 채권양도를 원상복귀 시킬 것을 약속하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다.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및 당심에서 추가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재산상 손해액)

1)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9. 9. 25.경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빌리면서 향후 지속적인 금전대차관계를 전제로 해서 피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지고 있는 요양급여채권 전액을 피해자에게 포괄근담보로 제공하고, 위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담보로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라 양도담보제공자로서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를 위해 위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1. 5. 19.경 피고인의 친형 공소외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3에게 위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공소외 3이 2011. 5. 31.경부터 2013. 2. 20.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696,978,160원을 지급받게 함으로써 공소외인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주위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고, 예비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이중양도 당시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던 피담보채무액인 593,600,000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이 금전채권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은 이중양도 당시 양도의 목적물인 요양급여채권의 가액을 한도로 하여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한 피담보채무액인 피해자의 대여원리금 채권액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채권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는 피고인의 병원운영 여하에 따라 그 채권의 발생이 좌우되는 것이어서 조건의 성부가 불확실한 장래의 채권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할 당시에 이미 발생하였으나 미지급된 요양급여채권액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 이후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양수한 공소외 3이 2011. 5. 31.부터 2013. 2. 20.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로 합계 696,978,160원을 수령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이중양도 당시에 장차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요양급여채권액이 위 금액 내지는 5억 원 이상에 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설령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요양급여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할 당시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채권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던 피담보채무액이 5억 원 이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양도된 요양급여채권의 담보가치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중 채권양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이 된다고 보기에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피고인의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이 5억 원 이상이 됨을 전제로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을 적용한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인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 면에서 정당하고,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직권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4. 8.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에 대한 항소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2014. 12. 6.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판결이 확정된 위 사기죄와 이 사건 배임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고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여부까지 검토한 후에 형을 정하여야 하는데, 원심판결의 법령의 적용에는 경합범의 처리가 누락되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4. 8.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2014. 12. 6. 확정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09. 9. 25.경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1억 원을 빌리면서 향후 지속적인 금전대차관계를 전제로 해서 피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지고 있는 요양급여채권 전액을 피해자에게 포괄근담보로 제공하고, 위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담보로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라 양도담보제공자로서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를 위해 위 채권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1. 5. 19.경 피고인의 친형 공소외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3에게 위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함으로써 공소외인에게 가액 미상의 위 채권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이유 중 증거의 요지란에 “1. 증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 진술”과 “1. 수사보고(관련사건 확정 관련)”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 해당란의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5조 제2항, 제1항(징역형 선택)

1. 경합범의 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에서 보는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차용금채무에 대한 담보목적으로 양도한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양도하여 배임행위를 한 것으로 그 범행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대여원리금 회수에 지장을 겪는 등으로 상당한 재산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며, 피해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이중 양도의 대상이 된 피고인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은 발생이 불확실한 장래의 채권이어서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피해자를 채권양수인으로 하는 채권양도통지를 다시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13. 3. 22.경 이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함으로써 피해금액 중 상당 부분이 변제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이 이미 판결이 확정된 판시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재정 상태,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의 권고형량 범위 등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다1)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2의 다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허부열(재판장) 김복형 박선준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3도13138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상, 723)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5도8332 판결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8도14596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동철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3. 10. 17. 선고 2013노9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에 대한 배임의 점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 즉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피고인이 보유하던 공소외 3 주식회사 주식 72,000주 중 2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에 대한 양도담보권자인 공소외 1 회사의 권리 실행을 위하여 주식을 보전하고 그 교부절차에 협력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4 등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위 72,000주를 담보로 모두 제공하고 주권을 교부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 시가 약 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이 사건 주식의 양도담보권자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인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주권을 보유한 경우, 채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전할 의무 등을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는 등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1억 원으로 하는 위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2억 원으로 하는 배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관한 배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2. 문제제기  


대법원은 자동차에 대한 점유개정방식의 양도담보에서 채무자가 그 자동차를 임의로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다.7) 그 이유는 자동차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당연히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위 하급심은 양도담보물을 임의처분하거나 임의로 다시 담보권을 설정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판례는 담보물유지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보고, 이를 위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먼저 판례가 양도담보물의 임의처분이나 임의이중담보와 부동산 이중매매8)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인정하면서도, 대물변제예약물의 임의처분9)과 동산 이중매매10)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부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요건인 ‘임무위배행위’를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파악하는 판례11)의 입장에서 보면 모순이 아닌지 의문이 들고, 이와 관련하여 배임죄의 본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아래 Ⅱ). 다음으로 담보물유지의무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인지 의문이 든다. 이는 배임죄의 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라고 보는 해석에 근거한 것인데,12) 이런 해석은 ‘타인의 사무’라는 의미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 Ⅲ). 횡령죄의 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타인이 소유하는 재물’로 해석하는 것처럼 ‘타인의 사무’도 사무의 귀속주체가 본래 타인인 경우로 한정해야 하므로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것’은 타인을 위한 자기의 사무라고 봐야 한다. 끝으로 판례는 임무위배행위의 객체가 재물인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고, 또 그 재물이 자기소유인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재물의 소유권이 행위자에게 있고, 그 재물에 설정된 타인의 권리인 담보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배임죄가 아니라 이
른바 자기소유범죄라고 불리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부가 문제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아래 Ⅳ). 

7) 대법원 1989.7.25. 선고 89도350 판결.
8) 대법원 2018.5.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9) 대법원 2014.8.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10)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11) 대법원 2002.7.22. 선고 2002도1696 판결.
12) 대법원 2012.3.15. 선고 2010도3207 판결;대법원 2007.6.14. 선고 2007도2178 판결; 대법원 2004.6.17.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횡령(예비적죄명:배임)][공1989.9.15.(856),1317]

【판시사항】

가. 양도담보가 설정된 동산을 점유하는 채무자가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의 성부 (적극)  

나.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한 자동차를 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성부 (적극)  

다. 채무자가 양도담보로 제공한 자동차를 처분하였으나 양도담보권자가 그 등록명의를 넘겨준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이른바 강한 의미의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

나. 양도담보된 동산이 자동차인 경우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만 효력이 생기지만 그 사용방법에 따라 담보가치에 영향을 주므로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설정하고서 점유하는 채무자가 이를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역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다. 채무자가 자동차의 등록명의를 양도담보권자에게 담보조로 넘겨놓고서 점유중, 타인에게 그 자동차를 매도하였더라도 그 매도직후에 그 등록명의를 양도담보권자 스스로 매수인 등에게 넘겨주었다면 채무자의 행위를 가리켜 부당히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3.3.8. 선고 82도182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1988.12.29. 선고 86노143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증법칙위배의 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자동차는 피고인들이 할부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불입한 것인데 원심설시의 구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등록명의를 피해자라는 공소외 1 명의로 한 것 뿐이므로 이 사건 자동차의 소유자가 위 공소외 1이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자동차가 위 공소외 1의 소유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횡령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돌아간다고 판시하여 같은 취지의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인정이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배의 잘못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2. 배임죄 법리오해의 점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이른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할 것이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할 것이고, 위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 할 것이고( 당원 1983.3.8. 선고 82도1829 판결 참조), 담보된 동산이 자동차인 경우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만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지만 그 사용방법에 따라 담보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설정하고서 점유하는 채무자가 이를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역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논지의 지적은 수긍이 가는 바이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이 거시증거에 의하여 적법히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동차의 등록명의를 위 공소외 1에게 담보조로 넘겨놓고서 점유중, 공소외 2에게 위 자동차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어 그 매도직후에 그 등록명의를 위 공소외 1 스스로가 공소외인 등에게 넘겨준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관계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를 가리켜 부당히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니 배임죄에 관한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당원과 취지를 같이하여 정당하니 결국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없음에 돌아간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배석 김상원 김주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공2018하,1203]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 및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적극)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②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③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등이 피고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갑 등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갑 등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 점, 갑 등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의 내용은, 갑 등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등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부동산을 을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점,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갑 등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 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또한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56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공1983, 1683)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공1985, 405)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공2005하, 1909)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공2011상, 1223)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공2011하, 1574)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선관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2. 23. 선고 2016노28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 소유인 서울 금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지하 1층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13억 8,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계약 당일 계약금 2억 원, 2014. 9. 20. 중도금 6억 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잔금 5억 8,000만 원을 지급받고 2014. 11. 30.까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이하 ‘공소외 4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등 참조). 

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3)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4)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라. 한편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제3자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당초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거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 매도인인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고, 그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래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중매매를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2) 피고인은 이중매매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손해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뢰와 기대, 신임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잔금 지급기일인 2014. 11. 30.이 지나도록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2014. 12. 17.경 피고인에게 통고서(이하 ‘이 사건 통고서’라 한다)를 보냈다. 그 내용은 ‘피고인이 요구조건(인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예상수익 월 2,025만 원 내지 2,430만 원씩의 비율에 의한 돈을 매매대금 잔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중도금과 특별손해까지 청구하겠으니 2014. 12. 31.까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 전화로 ‘소유권을 주시면 임차인과의 소송은 피고인이 마무리 해주실 거예요?’, ‘이 사건 통고서를 보낸 변호사에게, 최종 목적은 부동산 매매이고, 일단은 합의가 우선이니, 해지는 보류하고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도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매매계약을 파기할 거면 진즉에 했지, 여태까지 기다렸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이미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한 이후인 2015. 4. 14.경 피해자 공소외 6과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으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6은 ‘그거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 주에 소유권 이전해 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 원으로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피해자 공소외 6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 조건으로 지금까지 기다린 기간에 대해서 잔금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 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2) 이 사건 통고서의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피해자들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 등)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도인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그때부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나. 형사재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권보장 관련 규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어렵게 획득한 역사적 산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죄형법정주의는 당연히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이나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600 판결 등 참조). 그러니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해석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형사정책상의 처벌 필요성, 민사적 구제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 국민의 비난 여론 등을 핑계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하려는 태도를 지양하여야 한다. 

다.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판례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인 데다가 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칫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조차 인정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쉽게 신의칙에 기대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견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 뒤이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판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거부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부동산 인도나 소유권이전보다는 계약관계의 종료 방법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에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관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소유권이전을 위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한편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범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손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마당이라면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그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임차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여 줄 양도인의 의무(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 참조),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참조),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신축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해당 연립주택을 처분해 버린 사안에서 채권자가 연립주택을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을 그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수인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참조),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은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이미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러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발생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거나 의무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존재하는 채무이다. 중도금이 수수되어 한쪽 당사자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계약금이 교부됨으로써 양 당사자에게 유보되었던 약정해제권, 즉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할 뿐, 매도인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거나 본래부터 매도인 자기의 사무인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일방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말하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란 실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는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은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라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마.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나 처벌 필요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등기협력의무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라는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켜,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매매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매매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주된 의무는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다. 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사. 그런데도 굳이 부동산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미 부동산의 경우에도 채권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비록 대물변제예약 사안이지만 피고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그 의무위반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도 같게 다루는 것이 옳다. 

아. 다수의견은 부동산이 가지는 재산적 특수성과 부동산 거래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대성, 그리고 부동산 매매대금이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 관행과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이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동산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자.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그러한 법원칙 위에 여러 가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매수인을 보호하여 매도인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족한 사안에 국가형벌권으로 개입하고 있고, 더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하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처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거나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인 간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전에 형벌법규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중대성, 이중매매를 방지하여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관계를 유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증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으로 이중매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형사처벌이라는 권력적 수단에 의존해 왔을 뿐 이와 같은 자율적 해결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이념과 그동안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 시민의식의 성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충분히 시장경제질서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수의견이 부동산 가치의 중대성이라는 고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를 추구해 온 그동안의 대법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한,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형벌법규의 입법목적, 전체적 내용과 구조 등을 살펴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관의 당연한 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나.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나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예시하여 그 요건을 단순히 범죄행위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관이 그 구성요건요소를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 범죄행위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재산상의 이익’, ‘손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적 또는 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거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이러한 본질에 입각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에 관한 해석기준을 세워 왔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이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 임무위배행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종래 판례가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임무위배행위의 내용을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별 구성요건요소는 사전적·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종래 판례가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규범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을 해석해 온 것은 현실에서 문제 되는 사무 처리의 유형이 다양하고, 이행단계나 처한 상황에 따라 처리 사무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사무의 성질이나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을 위하여 취해야 할 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벌법규를 해석하는 데 법관에 의한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일의적 개념만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임죄 자체가 신임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 곧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언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배임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신임관계를 기초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배임죄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가 아님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 자체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를 계약위반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계약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의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대의견이 어떠한 이유로 임무위배행위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 성질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와 ‘자기의 사무’를 일도양단하듯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사무의 유형이나 성질, 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상 의무의 유형이나 의무위반행위의 모습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적인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그 타인을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어떤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 또는 ‘타인을 위한 사무’인지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반대의견도 ‘타인의 사무’라고 보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위임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처리하는 사무는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이기도 하지만 약정된 자신의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업무로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매도인 자신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나, 매수인의 입장에서 재산을 취득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수인의 사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이행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수인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자기의 사무이자 타인의 사무인 경우가 있고, 반대의견이 논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라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지만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고(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이때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계주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는데도 그 임무를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 참조). 또한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 때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매, 담보권 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종다양한 거래관계를 자기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종다양한 거래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법해석에 불과하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형적·본질적인 내용,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는지는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약정에 따른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가 아니고, 중도금이 수수되었더라도 그 성질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비롯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종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등기에 관한 공동신청주의 아래에서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이나 거래의 관행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수인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행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매도인도 그에 대응해서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보존하고 관리할 임무, 즉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판례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매도인이 신임관계를 고의적으로 저버리는 배신적 처분행위로 목적부동산에 관한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계약의 유형에서도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지만 일정한 계약의 이행 단계에 이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에서 본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한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의적 배신행위로 이행불능을 야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한 구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영역에 형벌권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형벌로 처벌할 수 없다거나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산범죄는 궁극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그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형벌권이 어떤 행위에, 어떤 국면에서 개입할 것인지는 민사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특별법 고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재산범죄인 사기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에서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고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다고 하겠으나,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거래에 수반된 과장이나 허위가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인 경우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신뢰위반행위가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등에 따라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 경우 역시 형사법적 관점에서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아래와 같이 여러 사례를 이유로 다수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고,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념요소라 할 수 있는 ‘신임관계’를 민사상 채무의 유형이나 그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통상적 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상의 기대, 거래의 진행단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상 이익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다고 볼 것인지 등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일정한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는 그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계약에 따른 채무의 유형이나 권리 변동의 구성요소 등과 같은 법적 구조의 일부 외형이 유사하다고 하여 규범적 판단의 결과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이 사건 이중매매 사안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같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대물을 통해 ‘변제’하는 것에 있다. 반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매수인이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 매도인이 그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같이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 지급 전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매수인이 약정에 따른 담보대출금에 의한 매매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판례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재산보전 협력의무에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에 차이를 두는 것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수인의 주된 의무인 금전지급의무와 부동산 매도인의 주된 의무인 재산권이전의무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충분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 그 불이행으로 인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판례가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는데도 제2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것은, 제1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의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고(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 등 참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사 없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은 후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경우,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또는 제2매수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새로운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도인에게 신임관계와 임무위배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한 보호는 보호의 형식이나 국면을 달리하는 것일 뿐 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매도인에게 성실한 이행이 기대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자유로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매수인의 이행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행청구권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 중 하나이다. 매도인이 배신적 행위를 통해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계약의 효율적 파기를 인정하는 견해나 이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매매대금의 반환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는,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다음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부동산의 가액이 올라간 경우에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림으로써 매수인의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은 그 책임이 있는 자가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한 매도인은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배신적 행위는 매도인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도인이 경제적 자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한 뒤 받은 금전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매수인의 대금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실질적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이중양도 또는 이중매매를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아, 형사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중매매를 억제하여 온 판례의 태도는, 의용민법이 시행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한 민법이 최초로 시행된 1960. 1. 1.부터 현재까지 판례는, 중도금이 수수되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왔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같이 하고, 다만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될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래활동을 규율하는 사실상의 법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국민의 거래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확고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추구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보호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이 그 핵심이다. 대법원이 피해를 야기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기존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나 현실적 필요를 발견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유지하고자 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는 매수인 보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라는 최종적 수단을 통하여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르는 길을 지나치게 넓게 열어주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매수인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이라는 형법의 역할 가운에 어느 쪽을 절대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두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방의 법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방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오히려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뒷받침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당 사무가 상대방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만으로 당연히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가 생겨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 같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자(민법 제681조 참조)는 그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에서도 유사한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당사자 일방이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민법 제563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부동산을 될 수 있는 한 매도인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 또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나 매도인의 목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나 대금을 취득하기 위해 그 대가로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 점은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를 매수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매도인에 대하여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인정하고 있다. 

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으로 10%를 더 지급하여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는 결국 형벌로써 매도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을 감수하지 않는 한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부정된다. 매수인에게 발생될 수 있는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소유권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211조 참조). 

라.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가 형성된 실질적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가 보유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매매대금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상당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매수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지급한 매매대금마저 반환받지 못함으로써 심대한 손해를 받는데도,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에만 맡겨 두는 것으로는 매수인 보호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금 또는 중도금 등의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우려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인 매수인의 법익 보호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배임죄 구성요건의 문언을 벗어나 그 포섭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상대방인 매도인이 갖는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는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형법의 해석원칙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결코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부동산 매도인을,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법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 사건〉[공2014하,1923]

【판시사항】

[1]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2]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 소유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유증을 원인으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갑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서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러므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가)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확립된 법원칙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리는 전형적인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이는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 소유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유증을 원인으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갑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갑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어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도4293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손제현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4. 2. 13. 선고 2013노366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그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그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는 것이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그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도4293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차용금 3억 원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의 어머니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였고, 그 후 피고인은 유증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누나와 자형에게 매도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 8,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인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요컨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이제까지의 대법원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일정한 행위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임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이러한 제한적 해석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해석을 통하여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개인 간의 신임관계가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되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경계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등기절차의 이행과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후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므로,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에 매도인이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조·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조·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판례는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형법적으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되는 것이고, 때문에 그동안 판례는 이러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도 배임죄를 적용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나 전세권설정등기를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리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전형적인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 이와 같은 판례의 일관된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종래의 판례가 부동산을 이중매매한 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매도인이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부동산 이중매매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매매 시 배임죄를 인정하고 있는바(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등 참조), 대물변제예약을 한 경우에는 장차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하면 채무자로서는 그러한 항변조차 못하고 소유권이전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이는 마치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다), 실제로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현실화되어 민법 제607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소유권 이전이 종국적인 의무가 되므로 당해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했던 부동산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되지만, 기존의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에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했던 부동산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해도 배임죄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국가에서는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 법령 못지않게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그러한 판례는 논리적으로 일관되어야 하며, 그것이 논리를 떠나 구체적 타당성의 추구를 내세워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면 자연히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고 그 결과 재판 실무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같은 이중매매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이 부동산이면 배임죄가 성립하고 동산이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논거를 부동산이 갖는 재산적 특수성과 등기의무자의 등기협력의무에서 찾는 것(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의 당부는 차치하더라도,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한다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위반행위라는 면에서 그 행위의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매매와 담보 사이에 결정적으로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닐진대,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하는 것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채권양도 등)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논리적으로 온당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라. 다수의견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의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기보다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므로,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대물변제예약 후에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하면 채무자는 그 예약 대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부동산 소유권의 이전이라는 법률관계는 금전채무의 변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전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대물변제예약을 하는 경우에 그 대물변제예약은 금전 차용의 전제가 되는 것으로서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대물변제예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내지 그에 대한 신뢰관계는 당사자 사이에서 금전소비대차를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된다. 이는 마치 근저당권의 설정을 전제로 금전소비대차를 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를 띠는 것으로서, 근저당권설정조건부 금전소비대차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이행이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요소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이는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신축한 아파트의 시행자가 일부 세대에 관하여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세대에 관하여는 시공자에 대한 공사대금채무의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아파트 전체를 제3자에게 일괄적으로 처분한 경우, 수분양자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하지만 시공자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시행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해 침해된 수분양자의 아파트 소유권에 대한 신뢰와 시공자의 아파트 담보가치에 대한 신뢰를 형법상으로 차별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또 위와 같은 결론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를 논할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의의 차원을 달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에 견련시키는 것으로서 옳지 않다. 이는 마치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한 이상 피해자가 그 금원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나중에 피해자가 실제로 그 금원을 변제받는다 하더라도 사기죄가 여전히 인정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나아가 다수의견의 위 논거는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기만 하면 대물변제예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대물변제예약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상적인 거래에서 채권자는 담보권의 유무에 따라 피담보채권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에 나아갈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법률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담보가치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해석에 있어서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 끝으로, 거래 현실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이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채무의 소멸을 전제로 그를 대체하는 새로운 채무의 내용을 정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인지 그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다수의견이 그 중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이러한 해석은 많은 경우에 형벌법규의 해석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다수의견이 후자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면 그 부당성에 관하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이제껏 지적하여 온 논의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아니한다. 

바. 결론적으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이들 판례들을 근본적으로 부인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단지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만 심정적으로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에 달리 취급하다가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지 저어된다. 

이상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대물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자신의 누나와 자형에게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종래 대법원은 등기협력의무를 매개로 하여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 일정한 계약 파기 사안에 대하여 형법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고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매매나 담보권설정 등에 있어서 등기협력의무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채권채무 관계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구별하지 않은 채 등기협력의무의 존재가 인정되기만 하면 예외 없이 그 의무의 이행불능을 초래한 등기의무자를 배임죄로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태도에 따르면, 이 사건과 같은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도 그에 따른 등기협력의무를 지게 되므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다수의견은 등기협력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등기의무자가 당연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거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나. 판례는 계약에 따른 등기협력의무가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보아 이를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 사안에서 배임죄의 처벌 근거로 삼아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등기협력의무가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배임죄의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1) 채무자가 계약의 내용에 좇아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자기 사무’의 처리이다. 채무자가 계약에 따른 이행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권자가 권리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여도 그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기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넘어 채무자에게 내부적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거나, 나아가 그 의무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 결국 채무자가 타인인 채권자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거래에서 매도인이 등기절차이행의무를 이행하는 것 역시 자기 사무의 처리일 뿐이다.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으로 결과적으로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내용을 실현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인 매수인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동산인도의무는 매도인의 자기의 사무로서 배임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데 반해, 부동산 등기협력의무는 매도인의 자기 사무의 처리인 동시에 매수인인 타인의 사무의 처리가 되어 국가형벌권의 개입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온다. 

(3) 종전 판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는 등기협력의무가 있고, 등기협력의무는 자기의 사무라는 성격과 타인의 사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판례가 배임죄의 처벌 근거로 삼은 ‘등기협력의무’라는 용어는 민사적으로 인정되는 ‘등기절차이행의무’와 그 내용이 전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등기협력의무의 내용인즉슨,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등기권리자인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등기절차이행의무라는 민사적 의무를 위반하였다면 그에 따른 민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등기절차이행의무라는 용어 대신 ‘등기협력의무’를 고안하여 놓고 그 의무는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라고 하여 그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안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4)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와 대가적·등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의무와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균형이 맞다. 그런데 대법원은 부동산매매에서 미리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하여 매도인에게 제공하기로 한 약정에 위반하여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에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참조). 배신적 행위라는 점에서 하등 다를 바 없는데도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는 눈을 감고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의 이행불능행위에 대하여만 두 눈을 부릅뜨고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 배임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든,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즉,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일은 경계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종래 판례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고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중도금 이상을 지급하고도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자신의 사무를 처리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평가하여 배임죄로 처벌하여 왔다. 

그러나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것이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된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한다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위반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임무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신임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될 수는 없다. ‘타인의 사무’는 계약에서 정한 급부의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신임관계 위배를 형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상대방의 재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경우 매도인이 위배한 임무라는 것은 ‘타인을 위한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 매도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과연 그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한다. 매도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그 위반행위가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막바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배임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어야 한다. 매도인에게 부동산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가 매수인의 사무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등기협력의무를 매개로 하여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의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판례의 태도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그 논리의 귀결에 비추어 당연한 결론이다.  

라. 설령 등기협력의무의 존재를 매개로 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해 온 기존 판례의 태도를 전제로 하더라도, 다음에서 보는 이유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1) ‘타인의 사무’라고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재산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야 하고 단순히 부수적 의무가 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따라서 채권채무 관계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구별하지 않은 채 등기협력의무의 존재가 인정되기만 하면 모두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이 된다고 할 수는 없고, 계약관계에서 비롯되는 등기협력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그것이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배임죄의 성부를 논해야 한다. 부동산 이중양도 사안에서 계약금만 지급한 단계에서는 계약관계의 파기가능성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 것도 등기협력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따라 배임죄의 성부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2)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있어서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3)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다만 손해배상을 통해 그와 가치적으로 동등한 상태를 실현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그나마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이에 반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라는 것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의 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을 변제받으면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당사자 사이의 부동산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임관계는 본질적·전형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 판례가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컸고, 또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거래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었고 등기를 갖추어야만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판례가 동산과 부동산의 이중양도 사안과 부동산 매매계약과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보인 일관성 없는 태도를 버리고,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 당사자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에서 그 내용이 매매계약이든 대물변제예약이든 그 대상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묻지 않고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때라고 생각한다. 

바. 반대의견의 주된 요지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의 위배도 배임죄로 처벌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부동산 등기협력의무가 왜 배임죄의 성립 근거가 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는 데 여전히 미흡할 뿐 아니라,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거나 기껏해야 ‘타인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있을 뿐인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한 매도인 등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차용금에 대한 채권 담보를 위하여 대물변제를 약속하였다가 이를 이행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사안에 불과한 이 사건 사안의 경우에까지 채무자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할 의무가 있고 더욱이 그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므로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은 결국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형사처벌하여야 한다는 지나친 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공2011상,482]

【판시사항】

[1]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가)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하며,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가)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하나,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하며,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다.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으며,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다)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고,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다.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하며,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즉,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갑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갑에게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을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3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공1980, 12431)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공1981, 14222)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공1983, 528)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공2008하, 934)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08. 10. 22. 선고 2008노74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를 공소외 1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43,610,082원 상당의 원단을 제공받아 이를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공소외 2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동산매매계약에 따라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인쇄기를 인도하여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인쇄기의 양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의 일환으로서 타인의 재산보전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존재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구체적 사안을 달리하여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를 통하여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배임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부동산의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에 위배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는바(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매매계약에서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각기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하고 매수인이 그 서류를 이용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매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특정물인 동산의 매매에서 중도금을 교부하여 그 계약이 계약의 내용에 좇아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인의 신뢰를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부동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확립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법원은 면허권·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도961 판결,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 등 참조), 채권의 경우에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의 이중양도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역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대법원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는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통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한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이전에 형벌법규에 의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과 비대화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형법 조문보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의 핵심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임죄라는 범죄유형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하여,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판례법리를 일반화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촉진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형사범죄인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자치의 핵심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상의 의무위반 행위와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이나, 계약상 채무불이행 자체를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채무불이행죄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법제(형사법제)의 태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또는 공사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공사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공사를 도급하여 준 경우 등과 같이 계약 상대방을 위하여 적극적·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그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그 의무이행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이 사건과 같은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우선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이에 반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한다. 

먼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한 것을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은, 점유개정 혹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하여 1차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에 의하여 채권이 양수인에게 유효하게 양도된 이후의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즉, 이 역시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기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채권양수인의 사무 처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 판례의 사안들은 기존 채무의 변제 등에 갈음하여 채권양도가 행하여져 양수인의 반대채무 이행이 모두 완료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 사안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면허·허가권 등의 양도의 경우 양도인이 약정에 따라 면허·허가명의 변경신청 등에 소요되는 서류를 양수인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서류의 교부를 통하여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관할 관청의 개입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내부관계에서는 양도계약의 체결에 따라 사실상의 권리이전이라는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관할관청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명의변경 등의 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면허·허가권 등 권리의 양도와 동산의 매매는 그 구조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다.  

결국 위 판례들의 사안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 이전에 매도인의 이중처분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이전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이중매매의 사안으로 볼 수 없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그 계약의 목적물을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이들 사안에서의 판례법리를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까지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앞서 본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경우와 달리, 부동산은 동산과 마찬가지로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 계약상 채무의 이행과 관련한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의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일관된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본다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는 제1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만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귀속되고 소유권이전등기 혹은 그 인도는 단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지나지 않는 탓에 이중매매행위는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의사주의 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형법에서 위 이중매매행위를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여 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법제를 취한 독일의 경우 형법 제266조 제1항 배임죄에 관한 규정에서 ‘법률행위나 신용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꾀하여야 할 의무’의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반적 해석론에 따르면 매매 등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고 그와 동시에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는 의무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결국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형식주의 법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그 최초 시행일인 1960. 1. 1.부터 현재까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에 의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인도에 의하여 각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규정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등기 또는 인도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이전의 단계에서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더 이상 횡령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에 치중하여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배치되고 논리적으로도 일관성이 없는 법해석을 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등기협력의무와 같은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킴으로써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킨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서로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그들의 신뢰에 차이를 두고 그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합리적 근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중도금의 수수를 기준하여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침해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 당사자 사이의 중도금 수수 시기, 방법, 액수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도인이 중도금이라는 명목의 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매도인이 자신의 재산을 마치 타인의 재산과 같이 취급하여 매수인을 위하여 그 재산을 보호·관리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수인에 비하여 매도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서, 계약 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매수인이 매매잔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들어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도인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대금을 전액 지급받을 때까지는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그 상태에서 매매목적물을 매수인의 소유물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적어도 매도인이 잔금까지 수령하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때에 비로소 상대방인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학계의 비판적 견해도 같은 이유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덧붙여,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책임 없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해당할 뿐,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로 전환하는 요소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 채무불이행의 유형에는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계약의 이행을 불능케 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의 유무 및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에 따라 매도인이 소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을 타에 처분하여 채무의 이행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민사적으로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그 취급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기존 판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이에 관한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의 입장과 같이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유사한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채무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배임행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의 자의에 의한 법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신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배신행위 중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행위의 가벌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자명한 일이다.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하여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법문에 충실하게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이상, 적어도 동산의 경우에는 이중매매 행위만으로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 보충의견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으로서 동산의 인도와 부동산의 등기가 갖는 본질적 차이의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이 점에 관하여 별도의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민법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여 공시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제186조, 제188조 제1항). 이는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하여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므로 특별한 보호 내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산과 달리 장소의 이동 없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공적 장부에 의한 권리관계의 공시가 용이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공시방법의 차이로 인하여 부동산과 동산에 대한 각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이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에 의한 물건의 점유이전과 매수인에 의한 물건의 수령 행위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목적물의 권리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을 수수하는 행위 외에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권리이전에 관한 등기를 신청하여 그 등기를 마치는 때에 비로소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위 권리이전에 필요한 등기절차에 있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등기를 신청하도록 하는 공동신청주의를 택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은 공동으로 등기관을 상대로 등기신청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점에서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는 이와 같이 부동산 거래가 동산 거래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등기협력의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에 근거하여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게 된 부동산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과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임죄의 주체라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인도하는 것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협력에 의하여 별도로 처리하여야 할 사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목적물의 인도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과 수령이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의견도 특정물이 아닌 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고 그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하는 취지는 아닐 것이고, 또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매도인에 대한 배임죄로 인정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와 반대급부를 주고받는 쌍무계약에서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과 달리 별도의 신임관계 발생의 기초가 되는 등기의 공동신청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요하지 않는 동산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대금을 지급받은 후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는 행위 역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거의 모든 계약상 채권채무관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채무의 이행제공과 그 수령이라는 개념구성을 근거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이 무한히 확대되어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형사적인 배임행위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권리의 취득은 사무 처리로 인한 법률효과일 뿐 사무 처리 또는 사무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 취득 자체를 신임관계의 기초가 되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도 없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가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협력할 의무’ 또는 ‘매수인의 등기서류 수령에 협력할 의무’가 아니라 ‘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라는 개념을 매개로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를 인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결론이 정당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정당하고 반대의견에 찬동할 수 없는 이유를 매우 곡진하게 개진하고 있다. 그에 대응하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주로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의 주장이 적절하지 아니하며 반대의견이 옳다고 하여야 하는 이유를 보다 상세히 들어 밝히고자 한다(이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을 제1보충의견,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을 제2보충의견이라고 부른다). 

가. 먼저 명확하게 하여 둘 것은, 여기서 ‘이중양도’라고 부르는 사안에 대하여는 그 의미에 관하여 주의를 요한다는 점이다.

종래 이른바 ‘이중양도’라는 이름 아래 다루어진 사안은 대체로 특정한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자가 일단 매도·증여 기타 양도의 원인이 되는 계약을 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다시 제3자에게 매도·증여하는 등으로 같은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이중으로 부담하고 나아가 그 의무의 이행으로, 그러나 제1의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에 위반하여 그 제3자, 즉 제2의 소유권이전채권자 앞으로 등기를 하거나 목적물을 인도하는 등 이를 양도한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위의 사안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양도는 단지 한 번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고, ‘이중’으로 행하여지는 것은 소유권 양도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행위뿐이다. 

이렇게 보면, 종전에 이 문제를 그러한 소유권 양도의 원인행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매매를 들어 ‘이중매매’라고 불렀던 것도 이유가 없지 않다. 그리하여 이하에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또 특히 문제가 되는 부동산 ‘이중양도’와 동산 ‘이중양도’의 대비를 보다 명확하게 부각되도록 하기 위하여, 일단 이중으로 물건매매가 행하여진 경우를 염두에 두고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즉 권리매매, 그리고 매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양도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언급한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계약불이행의 문제에 형사적 제재를 개입시키는 것에 대하여 신중하여야 함을 애써 주장한다.

(1) 이 점에 대하여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특히 민사문제의 형사화는 형사법에서의 이른바 ‘비범죄화’의 요청을 들 필요조차 없이 가능한 한 피하여야 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유형은 차치하고라도 다수의견 및 그에 대한 각 보충의견도 배임죄의 성립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수많은 사례가 대체로 계약불이행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여기서 단지 하나의 예만을 들자면, 회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수많은 사안에서 판례는 아무런 의문 없이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음은 물론인데, 그러한 배임행위들 역시 회사와 이사 사이에 존재하는 위임계약상 의무의 위반임에는 이론(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1보충의견이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면 어떠한 형태의 계약위반을 배임의 죄책으로 제재할 것인가’ 하는 정작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없다. 

(2)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종전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거나 적어도 그러한 태도에 대한 비판에 귀기울일 만한 점이 있다고 보고, 따라서 그러한 판례의 태도를 동산의 이중매매에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우선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례는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즉, 종전의 판례는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을 극력 억제한 결과로 부동산매매에서의 계약불이행의 경우 중에서도 ① 시간적으로는 중도금의 지급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이 그 체결단계를 넘어서 이제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 단계에서 비로소, ② 행위태양의 관점에서는 매도인의 고의로 인한 배신적 처분행위의 경우에 한하여, ③ 행위결과의 관점에서는 매수인의 목적 권리 취득을 아예 불능하게 하는 사안에 대하여만 배임의 죄책을 물었던 것이다. 

(4)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는 ―뒤의 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산의 이중담보 제공이나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서와 같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의 어떠한 특징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온전하게 매매목적물을 취득한다는 법적 보장이 없다. 

매수인은 대체로 매매대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고, 그 중에서 중도금은 때로 여러 차례 나누어서 지급되는 것으로 약정된다. 많은 경우에 중도금의 지급으로써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절반 정도를 얻게 되는데, 그 액은 적지 않은 경우에 일반 국민 각자가 보유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외국에서와는 달리 매수인은 그가 의도하는 목적 부동산의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계약이 체결되어도 매수인의 소유권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앞으로 가등기가 행하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매도인은 잔금을 지급받으면서 비로소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그때에서야 부동산소유권 취득의 현실적 방도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러한 상황은 매도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그 상당한 부분을 현실로 취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소유권등기를 유지하여서 여전히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소유자로서의 권리’에는 사용·수익은 물론이고, 양도 기타 처분이 포함되어 있어, 매도인이 유효하게 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확고한 판례에 의하면, 그 처분에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아예 좌절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발생케 하는 처분도 포함된다. 매도인의 제3자에 대한 처분이 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는 제한적인 요건 아래서 매도인의 제2매매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되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뿐이다. 

(다) 이러한 법상황 아래서 매도인의 위와 같은 제3자에의 양도행위를 단순히 채무불이행, 즉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제로 인한 지급대금의 반환으로 처리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지가 오히려 여기서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1)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고의적으로 범하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매도인의 경제적 곤경을 기화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수인의 위와 같은 채권적 권리는 실제로는 그의 구제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2) 우리 민법은 선취특권제도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므로, 의용민법 제325조 제3호, 제328조에서와 같이 “부동산의 매매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을 위한 당해 부동산에 대한 선취특권도 인정될 수 없다. 

또 만일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의 인도청구 등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위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에 기하여 목적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를 긍정하는 것은 “부동산물권변동에 있어서도 점유 취득을 요건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일종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서”, 현행법상 아마도 시인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5) 그렇다면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이중양도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그리하여 그 금압의 수단으로 배임죄의 형사적 제재를 시인하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즉 중도금의 지급 등으로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상당한 정도의 매매대금을 소유권 취득의 법적 방도도 전혀 확보되지 아니한 채로 지급하고 매도인 역시 그러한 상태에서 그 지급을 받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태라고 하여도 무리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민법이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입법주의를 전환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과 관련한 구체적 법문제들의 처리에 있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소유자로 등기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아직 그에 관한 소유권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에 목적부동산을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으면, 의용민법 아래서라면 직접 소유권에 기하여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었던 매수인( 대법원 1955. 3. 12. 선고 4287민상326 판결 참조)이 이제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직접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기는 하였다( 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85 판결 참조). 그러나 매수인은 매도인의 소유물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함으로써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80. 7. 8. 선고 79다192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제1매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원칙적으로 등기 없이도 매수인 앞으로 이전된다고 하여도, 매수인은 그 소유권 취득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의용민법 제177조). 그리고 물권으로서의 소유권은 그 본령이 바로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절대성’에 있다. 따라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소유권이란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용민법 아래에서 매도인이 제2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하면, 제1매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이제 그나마의 소유권조차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모든 권리의 1차적인 내용은 권리자의 의사(또는 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를 상실하거나 기타 법적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는 데 있음에도 그러한 것이다. 

(2) 이렇게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견해를 아예 바꾸지 아니하는 한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도인의 형사적 처리에 관하여 이를 무죄로 판단하는 급격한 변화를 단행하지 아니한 것은 오히려 현명한 처사이었다고 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이중매매로 인한 제1매수인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 또는 ‘명목상의 소유권’의 상실은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보다 간명하게 등기가 없는 한 매도인이 여전히 소유자이어서 그의 의사에 기하여 제2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선배 법조인들은 여기서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의 상실이 ‘소유권 취득의 불능’으로 변화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행위의 불법성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파악을 전제로 사회적 반가치행위에 대한 제재와 그 예방을 주안으로 삼는 형사법의 관점에서는 양자를 기본적으로 같이 취급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이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종전에 횡령죄로 처단하던 것을 배임죄로 벌하게 된 것은 횡령죄의 요건으로서의 ‘타인의 재물’(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관한 해석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우리와 같이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는 독일의 예를 들어 그 나라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되고 있는데, 이는 “형식주의 법제 아래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고(또한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른바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을 사안유형이 달라짐에 따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일을 수없이 많은 법문제에서 목격하고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와 법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을 달리하는 독일에 관하여 상세하게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독일의 부동산매매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 확보 전에 대금의 상당 부분이 매도인의 수중에 현실로 들어가는 거래관행이 없으며, 부동산거래는 거의 예외 없이 매매당사자 쌍방에서 공증인의 관여와 조언 아래 행하여져서 당사자 본인은 대체로 매도·매수의 의사결정 자체만을 하고 대금의 지급·수수,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 및 그 확보 등 계약의 이행은 모두 공증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등으로, 독일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란 극히 예외적인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정될 수 없다는 점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부동산거래의 실제적 양상을 달리하는 독일의 경우를 들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지향성’이라는 법의 해석과 운용에서의 중차대한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배임죄의 운용에 있어서도 일차적으로 우리의 실제 사정과 필요에 착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 이렇게 보면, 오히려 각 보충의견의 위와 같은 파악이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제1보충의견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목적물을 이중매도한 매도인에게는 배임의 죄책을 물으면서 상대방인 매수인의 현저한 계약불이행에 대하여는 이를 묻지 않는 것이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매계약에서 발생하는 당사자의 주된 의무, 즉 매도인의 권리이전 및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금전지급의무의 성질상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태양으로든 일정한 액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족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 채무자가 지급할 금전의 조달은 전적으로 채무자 자신에게 맡겨져 있어서, 그것은 그야말로 ‘그 자신의 사무’이다. 앞서 든 예를 여기서 다시 끌어온다면, 회사 사무의 처리를 위임받은 이사가 그 위임사무의 처리에 있어서 고의로 사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로 의율되지만, 회사가 그 임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수 등을 고의적으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또는 마련하여 둔 것을 다른 곳에 소비하였다고 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회사와 이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위임계약으로서 쌍무계약에 해당함에도 당연한 것이다. 위의 제1보충의견은 이 경우에도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 위의 사안에서 이사를 배임죄로 벌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결국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이 쌍무계약의 본질이라고 하여도, 그 ‘대등한 보장’은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에 상응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지, 양자를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주장은 이른바 ‘쌍무계약의 본질’을 그것이 논의될 맥락이 아닌 문제에 관하여 제기하는 것이다. 

마.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동산의 이중매매를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하는 주된 논거로서 각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특히 지적한다. 

즉,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목적물의 인도 외에 쌍방 공동신청에 의한 등기절차가 필요하므로 이를 통해 배임죄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임관계 및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가 발생하는 반면, 그러한 공시절차가 없어 거래 구조의 본질을 달리하는 동산의 이중매매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해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커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논거로 들고 있다. 

(1) 그러나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단하는 태도를 ‘법리적 오류’라고까지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확인하는 판결을 거듭하여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우선 의문이다. 

위 견해는 “[그와 같은]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여 굳이 말하자면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의 힘’이라고나 부를 수 있는 이유를 들어 한 발 물러선다. 그러나 종전 판례의 태도가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유로 이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몰라도, 그것이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그 ‘당부에 대한 논의를 유보’한 채 종전의 판례를 그대로 묵종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종전의 판례가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어떠한 측면이 그것에 있다는 것인가? 그러한 묵종은 위 견해가 그러한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을 더욱 굳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정당성에 대한 암묵의 시인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제2보충의견은 이와는 달리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진다.” 고 한다.  

그러나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가) 매매에서 매도인의 의무는 한 마디로 하면,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에 관한 모든 사실적·법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에 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물에 관한 이익으로서 주요한 것은 결국 사용·수익과 처분으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소유권에 관하여 민법 제211조도 참조), 위와 같은 포괄적 이익제공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물건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나아가 목적물을 인도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 1966. 9. 27. 선고 66다1149 판결은 매매가 아니라 증여의 사안이기는 하나, 증여자는 수증자에게 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기 위하여 이전등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로 하여금 증여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또한 대법원 1973. 7. 24. 선고 73다114 판결은 부동산매수인이 그 등기를 아직 받지 아니한 이상 “소유자에 준하여 사용·수익을 계속적으로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줄 의무”가 매도인에게 있다고 판시한다). 

우리 법에서 처분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있으므로, 매수인의 자유롭고 원활한 처분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도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민법 제568조 제1항은 이 점을 명문으로 정한다). 나아가 물건의 사실적인 사용·수익은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 즉 점유( 민법 제192조 제1항)를 필요로 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사용·수익을 보장할 의무와 아울러 그 보장의 수단 또는 전제로서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를 아울러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유권의 이전에 관하여 우리 물권법은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동산에 관하여는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그 중에서 소유권이전의무는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에서는 소유권등기의무의, 동산에서는 인도의무의 형태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와 같이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한다.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그리고 동산매매에서 목적물의 인도가 위 두 의무의 이행으로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항상 병존하여 같은 효과를 가지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동산의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후 목적물의 보관을 소홀히 하여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인도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는 적법하게 이행되어 소멸하지만,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의 인도의무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되지 아니하여 그가 불완전급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 다시 논의를 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로서의 인도의무에 한정하여 보면, 여기서 ‘인도’[원래는 ‘인도’가 아님에도 법률이 인도로 ‘간주’하고 있는 점유개정 등( 민법 제189조, 제190조 등)은 우선 논외로 한다]는 그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에 의한 점유의 이전을 말하고, 그러한 ‘인도’에는 인도하는 사람과 인도받는 사람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도하여야 할 사람이 소유권의 이전을 위하여 인도를 ‘제공’하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날 수 없고, 또 인도가 제공되더라도 인도받을 사람이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즉 인도받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도 부동산매매에서의 소유권등기의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부동산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도 동산매도인의 인도의무와 같이 실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의 소유자가 되도록 한다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협력’도 결국 등기 소요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실제로 흔히 행하여지는 대로― 등기 소요 서류를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동산매도인이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동산의 소유자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을 제공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라)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2보충의견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매매계약에 기하여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 어떠한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느냐 하는 것이므로(부동산 이중매도인의 배임죄에서의 이른바 ‘등기협력의무’도 당연히 매도인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동산매매에서 물건의 인도와 관련하여 매수인에게 요구되는 행태가 어떠하냐는 별달리 문제될 바가 아니다. 

(마)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편 다수의견은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인 것이고,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동산매도인의 ‘인도채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문제이거니와, 이러한 입론은 전형적인 순환논법이다. 즉 그 ‘인도채무’의 이행이 ‘자신의 사무’이고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전제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름아닌 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인도채무 이행을 그렇게 볼 것인지에 있는 것이다. 

또 위 견해는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나, 이와 같은 입론은 동산매매에서 ‘인도’가 앞서 본 대로 이중의 기능을 하여서, 그 ‘인도’에는 부동산매도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대응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하는 것은 소유권등기를 매수인 앞으로 행하지 아니하는 것에 상응하는 ‘재산 보호 등 협력의무’의 위반, 즉 부동산 이중매매에서와 같은 배임적 행위일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바.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다.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1)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있게 되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어 양도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이 점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채권이 양도되어 양수인에게 그 채권이 이전된 것을 전제로 하여 양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 역시 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이전 이후에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법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 어느 경우도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이중처분행위를 문제삼는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먼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가) 채권양도인은 그 원인이 되는 매매나 담보 제공 등에 관한 채권계약에 기하여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에 관한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하 단지 ‘대항요건’이라고만 한다)을 갖추어 줄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무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그 원인계약의 목적이나 의미에 상응하는 이익을 방해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게 할 계약상 의무에서 연유한다고 이해된다. 

그리고 채권의 이중양도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목적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 제2의 양도에 관하여 먼저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제1양도에 기한 양수인의 채권 취득을 실제에 있어서는 ‘무(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와 다름이 없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채권 이중양도에서 양도인의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채권이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었으므로 이제 양도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고 파악하는 것은 ‘권리의 이전’이라는 것을 채권의 형식적 귀속으로만 파악하고 특히 계약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약이익의 실질적 보장’의 관점을 근거 없이 가볍게 평가하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채권의 이중양도에서 문제의 발단은 양도인 자신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 기하여 부담하는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대항요건을 구비함이 없이 취득된 채권은 우선 채무자에게도 대항할 수 없어 채권양도를 부인하는 채무자에 대하여 그 양수인은 원래 채권의 이행조차 청구할 수 없고, 나아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채권 취득을 관철할 수 없으므로 예를 들면 양도인은 위 이중양도의 사안에서와 같이 얼마든지 제2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양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도 자신의 채권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판례가 채권의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여 채권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진정한 이유는, 위의 견해가 말하는 것처럼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는 원래의 계약과 관계없이 무슨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양도인이 다름이 아닌 자신의 채무불이행에 기인된 대항요건의 불구비상태를 이용하여 양수인의 권리 상실과 같은 현저하고도 중대한 결과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키고 그로써 불법한 이익을 취한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그 경우 양도인은 스스로의 의무위반상태에서 그 위반에 수반되는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을 고의적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판례는 바로 그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고 그러한 위험의 실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3) 이상과 같은 이해는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이나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서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조차 다른 경우와 달리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후자의 경우는 제외하고, 일단 전자에 한정하여 보기로 한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담보동산 이중처분에 관한 재판례는 예외 없이 담보제공자가 점유개정 등을 통하여 종전의 현실적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으로 처분하여 목적물에 대한 채권자의 소유권을 상실시킨 사안에 대한 것이다(반대의견이 인용하는 재판례 외에도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등 참조).

(나) 물론 이러한 사안에서는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담보설정계약 자체는 그대로 다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의 양도담보에 있어서 양도인은 비록 이제 목적물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이전되었지만 자신이 전과 다름 없이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점유하는 것을 이용하여 여전히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자처하면서 이를 진정한 소유자인 것처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채권자는 비록 목적물의 소유권을 담보로 취득하였지만, 위와 같은 담보제공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등의 역시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 이처럼 채권자의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은 동산양도담보거래에는 당연히 수반된다. 따라서 담보를 취득하는 채권자로서도 위와 같은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한 거래에 들어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양도담보가 주로 신용을 얻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행하여진다는 점, 동산양도담보가 오늘날의 신용거래에 있어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실현시켜 허용될 수 없는 불법의 이익을 취한 담보제공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용의 현실적 이익을 준 채권자를 보호하여 동산양도담보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 판례의 취지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는 이를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내용은 목적물이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채권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권리인가와는 관계없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5)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는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전혀 무관한 문제로서 여기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는 것, 나아가 그와 같은 결론은 쉽사리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임차권의 성질 기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요한다는 것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사.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이해하는 한편, 그 배후에 있는 고려가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고 또 이는 동산의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합의된 매매대금은 8천만 원에 이른다)를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그 인쇄기를 이중으로 매도하고 인도까지 해 주었다고 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주심)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권거래법위반·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위반·상호신용금고법위반·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공2002.9.15.(162),2100]

【판시사항】

[1]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의 규정 취지 및 같은 항 소정의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의 판단 기준과 '부당한 이득'의 의미

[2] 업무상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및 위법한 목적을 위하여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로 행위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적극) 

[3]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타인에게 자금을 대출하면서 합리적인 자금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 여부(적극) 

[4]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 공여로 인한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위반의 점과 동일인에 대한 대출 등의 한도 위반으로 인한 구 상호신용금고법위반의 점이 대향적 범죄인지의 여부(적극) 및 위 각 범죄에 대한 형법상의 공범 성립 여부(소극) 

[5]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제1항 및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4 소정의 '보유'의 의미

[6] 피고인이 형식적인 계약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담보계약에 의하여 의결권을 가지는 경우로서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제1항 및 동법시행령 제10조의4 소정의 유가증권의 '보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증권거래법상 주식대량보유상황의 보고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 

[7]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소정의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의 의미 

[8] 시세조종 등의 금지에 관한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2항 소정의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의 의미 및 같은 항 제1호 소정의 '유가증권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9]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여 그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통정매매행위, 허위매수주문행위, 고가매수주문행위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반복한 경우의 죄수(=포괄일죄) 

【판결요지】

[1]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 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금지하고, 같은 항 제2호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의 표시가 된 문서를 이용하여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게 함으로써 금전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증권거래법이 이와 같이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증권거래에 관한 사기적 부정거래가 다수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증권시장 전체를 불건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에 참가하는 개개의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함께 투자자 일반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 증권시장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여기서 유가증권의 매매 등 거래와 관련한 행위인지 여부나 허위의 여부 및 부당한 이득 또는 경제적 이익의 취득 도모 여부 등은 그 행위자의 지위, 발행회사의 경영상태와 그 주가의 동향, 그 행위 전후의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증권거래법의 목적과 위 규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위 법문 소정의 부당한 이득은 유가증권의 처분으로 인한 행위자의 개인적이고 유형적인 경제적 이익에 한정되지 않고, 기업의 경영권 획득, 지배권 확보, 회사 내에서의 지위상승 등 무형적 이익 및 적극적 이득 뿐 아니라 손실을 회피하는 경우와 같은 소극적 이득, 아직 현실화되지 않는 장래의 이득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2]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고, 행위자가 가사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과 취지가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위반된 위법한 행위로서 용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영향이 없다.  

[3] 금융기관인 회사가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을 받는 자가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 

[4] 매도, 매수와 같이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공범이나 방조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매도인에게 따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의 매도행위는 그와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상대방의 매수범행에 대하여 공범이나 방조범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 공여에 관한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위반의 점과 동일인에 대한 대출 등의 한도 위반에 관한 구 상호신용금고법위반의 점은 대출을 하는 자와 대출을 받는 자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립적 범죄로서, 일정한 경우 대출을 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그와 같은 대출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고, 위 각 조문의 규정형식상 대출을 한 자만을 처벌하고, 따로 대출 받은 자에 대하여 처벌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대출 받은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상대방의 대출행위에 대한 형법총칙의 공범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5] 증권거래법상 소유에 준하는 '보유'에 대한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4 제4호, 제5호를 포함한 같은 조 제2호 내지 제6호의 규정은 장래 주식을 소유할 것이 예상되거나, 소유하지는 않지만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갖거나 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경우를 '보유'로 규정한 것으로, 특히 위 시행령 제10조의4 중 제4호, 제5호에 관하여는 그 종국적인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보유'로 본다는 것이 아니고, 권리의 종국적 행사 이전에 그와 같은 권리의 취득 자체를 '보유'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장래의 권리를 규정한 다른 각 호 즉 제2호, 제3호, 제6호의 규정과 비교하여서도 균형이 맞는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6] 피고인이 대출금의 담보로 주식을 제공받으면서 주식의 명의개서는 하지 않았으나 주권을 교부받았고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를 피고인이 행사하며 대출금의 변제도 담보주식의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귀속시키거나 이를 처분하여 충당하는 방법으로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피고인은 형식적인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담보계약에 의하여 의결권을 가지는 경우로서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제1항 및 동법시행령 제10조의4 소정의 유가증권의 '보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증권거래법상 주식대량보유상황의 보고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사례.

[7]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은 "누구든지 상장유가증권 또는 협회중개시장에 등록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하여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자기가 매도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도하는 행위"를, 제2호에서 "자기가 매수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도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수하는 행위"를 각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통정매매에 의하여 거래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오인하게 할 의사로서, 그 목적의 내용을 인식함으로써 충분하고, 적극적 의욕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8]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2항은 "누구든지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의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단독으로 또는 타인과 공모하여 유가증권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거래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들고 있는바, 여기서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시세를 변동시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는 그 시세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말하고, '유가증권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거래'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그 유가증권의 성격과 발행된 유가증권의 총수, 매매거래의 동기와 유형, 그 유가증권 가격의 동향, 종전 및 당시의 거래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9]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일정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인바,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여 그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의 제1항 제1호, 제2호의 통정매매행위, 제2항 제1호 전단의 허위매수주문행위, 같은 호 후단의 고가매수주문행위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반복한 경우, 이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에 해당하는 수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서 일정기간 계속하여 반복한 범행이라 할 것이고, 이 범죄의 보호법익은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의 유가증권 거래의 공정성 및 유통의 원활성 확보라는 사회적 법익이고 각각의 유가증권 소유자나 발행자 등 개개인의 재산적 법익은 직접적인 보호법익이 아닌 점에 비추어 위 각 범행의 피해법익의 동일성도 인정되므로, 위 각 행위는 모두 포괄하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소정의 불공정거래행위금지 위반의 일죄가 성립된다. 

【참조조문】

[1]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3] 형법 제356조[4] 형법 제30조, 제32조,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15조, 제28조 제2항 제3호, 구 상호신용금고법(2001. 3. 28. 법률 제6429호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39조 제3항 제4호의2[5] 증권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200조의2 제1항, 증권거래법시행령 제10조의4[6] 증권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200조의2 제1항, 제210조 제5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10조의4[7]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8]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2항[9] 형법 제37조,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제2항, 제207조의2 제2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도4444 판결(공2001상, 578)

[2]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공1987, 918)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공1999하, 1546)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공2001상, 320)
대법원 2001. 9. 28. 선고 99도2639 판결(공2001하, 2400)

[3]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885 판결(공1991, 134)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공2000상, 1011)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공2002하, 1877)

[4] 대법원 1985. 3. 12. 선고 84도2747 판결(공1985, 580)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451 판결(공1988, 928)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1도5158 판결(공2002상, 440)

[7]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3567 판결(공2002상, 222)

[8]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도2282 판결(공2001하, 1781)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56 판결(공2002하, 1741)

[9] 대법원 1996. 4. 23. 선고 96도417 판결(공1996상, 1649)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56 판결(공2002하, 1741)

【전 문】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2. 3. 26. 선고 200 1노3226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가. 제1점 :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1)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경영의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가 2000. 4. 19.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 2000. 5. 27. 상호를 F 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로 변경하였다}와 G(이하 'G'라 한다) 사이에 G가 E의 대주주인 H 주식회사가 보유한 주식 8,695,051주(전체 발행주식의 28.6%, 1주당 시가 1,200원 정도, 시가 104억 원 상당)를 미화 10$에 매수하여 E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M&A를 중개한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E의 감사이던 I 등과 합의하여 D의 자회사인 J 주식회사(이하 'J'라 한다) 명의로 E가 스타벤처컨설팅 주식회사(이하 '스타벤처컨설팅'이라 한다), 모던벤처캐피탈 주식회사(이하 '모던벤처캐피탈'이라 한다) 등의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620만 주(전체 발행주식의 20.5%, 시가 74억 원 상당)를 금 204억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매입대금 중 금 200억 원은 E의 자회사인 K 주식회사(이하 'K'라 한다)로부터 J 명의로 대출 받아 충당한 사실, G와 D는 같은 날 G가 위와 같이 인수한 E 주식에 관한 모든 주주로서의 권리와 E에 대한 모든 경영권을 D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경영관리협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협약서에 따라 D의 1인 주주인 피고인이 E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 사실, 당시 피고인은 위 M&A 전에 I로부터 E의 재무상황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를 하였고, 또한 안진회계법인을 통하여 E를 실사하여 E의 부실 정도를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위 각 계약 당시 G는 존재하지도 아니하였으며, G의 대표자로 M&A 계약에 참석하였던 외국인 L이 M&A 계약 후 20일 후에 자본금이 5만 O프랑(한화 3,000만 원∼4,000만 원)에 불과한 O 소재 소규모 무역회사인 'M'의 법인등기부상 상호를 'G'로 변경하여 G가 존재하게 된 사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피고인은 위 계약 직후 E 임직원 및 D의 N 상무 등으로 하여금 "O 은행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E의 대주주인 H의 지분을 매수하기로 합의하였다. O은행 컨소시엄은 석달 안에 1차적으로 3,000만 $을 들여와 E 증자에 이용하고 하반기에 5,000만 $을 추가로 증자할 계획이다."라고 언론에 발표하게 하였고, 이러한 사실은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하여 보도된 사실, 피고인은 2000. 5. 27. E의 주주총회를 열어 상호를 F로 변경하고, 공식적으로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였으며, I가 F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는데, 이 자리에는 G의 대표자라고 자칭하는 L도 참석하여, G가 석달 내에 F에 3,000만 $을 증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한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 G가 미화 10$에 매수한 E의 주식 860여 만 주와 D가 200억 원에 매수한 같은 주식 620만 주의 시가를 합하면 178억 원 정도인데, 이 금액은 피고인이 지급하였던 200억 원 중 I가 수수료 등으로 차지한 금원을 제외한 순수 주식대금인 180억 원과 거의 일치하고, E의 인수인인 G는 E의 경영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모든 경영권을 장악하고 행사하였으며, 금융감독원에서 G에게 E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하였으나 G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D가 경영권을 맡은 E에게 그 계획서 작성을 떠넘기었고, 증자금도 피고인이 국내에서 자금을 마련하여 그 자금을 G로 송금하려 하였으며, M&A가 성공하여 E의 주가가 상승하면 피고인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하여 막대한 주가 상승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G(회사의 명칭 자체가 O 민간 은행들의 컨소시엄으로 오해되게 되어 있다)는 E에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내세운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에 불과하고, 사실은 피고인이 E 주식 860여 만 주와 620만 주를 모두 매수하여 E를 인수하였고 증자금을 마련하려고 하였으면서도, 위 주식들에 대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G가 E를 인수하였고, 3,000만 $을 증자하기로 하였다고 사실과 달리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3)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허위의 사실 기타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금지하고, 같은 항 제2호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의 표시가 된 문서를 이용하여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게 함으로써 금전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증권거래법이 이와 같이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증권거래에 관한 사기적 부정거래가 다수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증권시장 전체를 불건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에 참가하는 개개의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함께 투자자 일반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 증권시장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여기서 유가증권의 매매 등 거래와 관련한 행위인지 여부나 허위의 여부 및 부당한 이득 또는 경제적 이익의 취득 도모 여부 등은 그 행위자의 지위, 발행회사의 경영상태와 그 주가의 동향, 그 행위 전후의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도444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증권거래법의 목적과 위 규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위 법문 소정의 부당한 이득은 유가증권의 처분으로 인한 행위자의 개인적이고 유형적인 경제적 이익에 한정되지 않고, 기업의 경영권 획득, 지배권 확보, 회사 내에서의 지위상승 등 무형적 이익 및 적극적 이득뿐 아니라 손실을 회피하는 경우와 같은 소극적 이득, 아직 현실화되지 않는 장래의 이득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계약을 주선한 직후 2000. 4. 하순경 E의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피고인 경영의 D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P(이하 'Q'라 한다)으로 하여금 E의 주식 15만 주를 취득하게 하여 유형적인 경제적 이익을 꾀하였으며, 실제로 위 계약에 따른 증자계획의 발표 후 E의 주가는 2000. 4. 17. 1,200원에서 2000. 4. 21. 2,090원으로 급상승하였고, 나아가 피고인은 그가 사실상 인수한 E의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외국계 금융회사의 신용도를 이용하여 E의 신인도를 높이려고 위와 같이 복잡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위와 같은 허위사실의 유포는 새로이 E의 경영권을 확보한 피고인의 입장에서 주가의 상승이라는 유형적 이득 이외에 새로 인수한 회사의 신인도 제고라는 무형적 이득도 함께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바, 이러한 제반 사정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한 범의가 있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가사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주식 처분이 일정기간 제한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이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이득의 개념에 관한 법리오해 혹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1점은 이유 없다. 

나. 제2점 : 파킹료 23억 원 지급약정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1)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F(구 E)의 대외적인 신용도를 높일 목적으로, 주식매매를 통하여 거액의 매매차익을 달성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하여 2000. 6. 말경 F의 BIS 비율을 조작하면서, F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역할에 기여한 상대방 회사인 국두벤처캐피탈 주식회사(이하 '국두벤처캐피탈'이라 한다)와 엔아이씨(NIC)코리아 주식회사에 파킹료로 23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이른바 파킹을 하고 파킹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때 이미 F에 대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다. 

(2)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고( 대법원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2001. 9. 28. 선고 99도2639 판결 등 참조), 행위자가 가사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과 취지가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위반된 위법한 행위로서 용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F의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하여 조작된 거래로써 회사의 수익을 가장하고, 그 BIS 비율을 조작하여 회사의 자본충실 정도를 왜곡한 행위는 그 목적과 수단이 모두 위법한 것으로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여 법령과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도 회사의 채권자와 주주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가사 피고인에게 본인인 회사를 위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불법한 행위를 위하여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는 회사와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등 참조), 이 점에서 피고인이 파킹료 23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때에 이미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여 배임죄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 

또한, 위 파킹료 23억 원의 지급약정에 관한 업무상 배임의 공동정범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피고인 등의 임무위배 행위가 없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을 배척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 업무상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 및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2점은 이유 없다.

다. 제3점 : 2000. 3. 13.자 R 및 S의 각 대출행위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1)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리젠트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R'이라 한다)가 재무 및 경영상태가 불량한 S 주식회사(이하 'S'라 한다)에게 신용조사와 담보확보 등의 조치 없이 금 600억 원을 대출하고, S는 다시 그 600억 원을 적정한 담보의 확보 없이 계열회사인 J와 D에 나누어 대출한 사실을 인정하고, S도 J와 D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엄연한 대출채권자라는 이유로 S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위 각 대출행위는 부실대출로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2) 금융기관인 회사가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을 받는 자가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참조),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각 대출은 S가 위 각 대출에 있어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채무를 부담하고, 채권을 취득하는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서, 위 각 대출관계를 통정허위표시라고 볼 수 없음이 인정되고, 나아가 원심이 판시한 바대로 R과 S가 각 자금회수가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그 대출을 위한 사전 조사와 사후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대출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금융기관 사이의 초단기 자금대출인 콜론대출이라고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3점은 이유 없다.

라. 제4점 : 자기자본의 25/100를 초과하는 신용 공여로 인한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위반의 점과 동일인에 대한 대출 등의 한도 위반으로 인한 구 상호신용금고법위반의 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 

(1)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T, U 주식회사(이하 'U'라 한다) 사장 V, R 사장 W 등과 공모하여, 종합금융회사는 동일 차주에 대하여 당해 종합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 공여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R의 자기자본의 100분의 25인 230억 원을 초과하여 S에 신용 공여한 점을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이하 '종금법'이라 한다) 제28조 제2항 제3호, 제15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고, Q 대표이사 X, Y, 이사대우 Z, D 전무 AA와 공모하여, Q가 2000. 4. 6. 명의상 차주 AB에게 7억 원을 대출하여 주는 등 제1심판결의 별지 5 '불법대출내역' 기재와 같이 2000. 10. 31.까지 37회에 걸쳐 282억 5,000만 원을 출자자인 D 등에게 차명 대출하여 동일인 여신한도 30억 5,500만 원을 초과하여 대출한 점을 구 상호신용금고법(2001. 3. 28. 법률 제6429호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39조 제3항 제4호의2, 제12조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 

(2) 매도, 매수와 같이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공범이나 방조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매도인에게 따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의 매도행위는 그와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상대방의 매수범행에 대하여 공범이나 방조범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451 판결, 2001. 12. 28. 선고 2001도5158 판결 등 참조), 위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 공여에 관한 종금법 위반의 점과 동일인에 대한 대출 등의 한도 위반에 관한 구 상호신용금고법위반의 점은 대출을 하는 자와 대출을 받는 자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립적 범죄로서, 일정한 경우 대출을 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그와 같은 대출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고, 위 각 조문의 규정형식상 대출을 한 자만을 처벌하고, 따로 대출 받은 자에 대하여 처벌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대출 받은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상대방의 대출행위에 대한 형법총칙의 공범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 각 대향적 범죄에 관하여 공범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과연 피고인이 위 각 대출에 있어 대출을 받은 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위 각 공소사실 중 R로부터 대출을 받은 자는 법인인 S이고, Q로부터 대출을 받은 자는 형식상 그 명의가 AB 등 개인으로 되어 있고, 실질적으로는 D라는 법인으로 되어 있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S와 D의 사실상 지배주주이고, D의 경우에는 대표이사라는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각 대출에 있어 피고인 개인이 대출을 받은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함이 상당하다. 

(4)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종금법 위반(자기자본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 및 구 상호신용금고법 위반(동일인에 대한 대출 등의 한도 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을 공범으로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또한 그 조치에는 피고인의 그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를 배척한 취지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대향적 범죄에 있어 공범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 및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4점은 이유 없다.

마. 제5점 :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제1항 및 시행령 제10조의4 소정 '보유'의 개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1) 원심은, 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상장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보유하게 되거나, 5% 이상 소유자에게 1% 이상의 변동이 있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주식의 대량 보유 상황 및 변동 내용을 보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0. 4. 19. E 주식 620만 주를 J 명의로 매입하고도 5일 이내에 그 내용을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주식의 취득 당시 J가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에 200억 원을 대출하고, 그 담보로 위 주식 620만 주를 취득하는 것으로 하되, J의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에 대한 대출금의 상환기일을 대출일로부터 30일로 정하고, 대여금 채무의 변제는 대주가 담보 주식의 소유권을 대주에게 귀속시키거나 이를 처분하여 대여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는 방법으로 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문언에 따르면, 마치 30일이 지나야 J가 그 주식의 소유권을 갖거나 처분권한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아니하나, 계약당사자인 E의 I(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과 피고인(J)은 매매의 의사를 가지고 위와 같은 법률행위를 한 것이므로(위 620만 주의 시가는 74억 원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이 200억 원을 변제하고 620만 주의 주식을 되찾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위 계약서에 의한 가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J는 2000. 4. 19.경 위 620만 주의 E 주식에 대하여 매매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보고의무를 인정하고 증권거래법 제210조 제5호, 제200조의2 제1항 위반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증권거래법 제210조 제5호는 같은 법 제200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법 제200조의2 제1항은 '주권상장법인 또는 협회등록법인의 주식 등을 대량보유(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보유하게 되는 주식 등의 수의 합계가 당해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하게 된 자는 그 날부터 5일 이내에 그 보유상황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협회등록법인의 경우에는 협회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보고하여야 하며, 그 보유주식비율이 당해 법인의 주식 등의 총수의 100분의 1의 비율 이상 변동된 경우에는 그 변동이 있은 날부터 5일 이내에 그 변동내용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유'는 소유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관한 증권거래법시행령 제10조의4 (소유에 준하는 보유)는 법 제21조 제1항에서 '소유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1. 누구의 명의로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주식 등을 소유하는 경우, 2. 법률의 규정 또는 매매 기타 계약에 의하여 주식 등의 인도청구권을 갖는 경우, 3. 법률의 규정 또는 금전의 신탁계약·담보계약 기타 계약에 의하여 당해 주식 등의 취득 또는 처분권한이나 의결권(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을 갖는 경우, 4. 주식 등의 매매의 일방예약을 하고 당해 매매를 완결할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로서 당해 권리행사에 의하여 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경우, 5. 주식 등의 매매거래에 관한 유가증권옵션을 취득하는 경우로서 당해 유가증권옵션의 행사에 의하여 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경우, 6. 법 제189조의4의 규정에 의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경우'를 각 열거하고 있다. 

(3) 우선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2000. 4. 19.경 위 E 주식 620만 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증인 AC의 증언과 기타 원심채용의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E는 스타벤처컨설팅을 거쳐 K에 200억 원을 대출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K는 다시 위 200억 원을 J에 대출하되 그 대여금의 변제는 E 주식 620만 주로서 대물변제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으며(K와 J 사이의 채무변제특약서), J는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에 위 200억 원에 4억 원을 더한 금 204억 원을 변제기는 대여일로부터 30일 후, 이자율 연 10%로 하여 대출하면서(J와 모던벤처캐피탈 사이의 123억 원 대출약정 및 J와 스타벤처컨설팅 사이의 81억 원 대출약정),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은 J에게 위 대여금 204억 원에 대한 담보로 E의 주식 620만 주(실제는 E 소유)를 제공하되, 담보주식의 주권은 교부하나 명의개서는 하지 않고, 담보주식에 기한 의결권 기타 일체의 권리는 대주(J)가 행사하며, 대여금 채무의 변제는 대주(J)가 담보 주식의 소유권을 대주에게 귀속시키거나 이를 처분하여 대여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는 방법으로 하고, 따로 차주에게 금전적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약정하였고(J와 모던벤처캐피탈 사이의 123억 원 자금대여약정 및 J와 스타벤처컨설팅 사이의 81억 원 자금대여약정), 위 주식의 양도계약 당시 E의 주식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던 모던벤처캐피탈과 스타벤처컨설팅은 사실상 위 주식을 종국적으로 J측에 귀속시킨다는 의사였고, 단지 J는 K측에 200억 원의 대출을 갚는 방법으로 주식으로의 대물변제 방법을 남겨둔다는 의사였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원심의 판단과 같이 사실상 피고인이 2000. 4. 19.경 계약시점에서 사실상 위 620만 주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주식의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상 피고인측에서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고, 주권까지 교부받은 이상 피고인이 이를 사실상 처분할 수도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위 원심의 판단에는 증권거래법상 보유의 개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4) 나아가, 가사 계약서의 문언과 같이 피고인이 위 주식 620만 주에 대한 소유권을 2000. 4. 19.경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는 소유에 준하는 보유의 개념을 정한 증권거래법시행령 제10조의4 제3호 소정 '법률의 규정 또는 금전의 신탁계약·담보계약 기타 계약에 의하여 당해 주식 등의 취득 또는 처분권한이나 의결권(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을 갖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위 증권거래법상의 보고의무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원심의 판단에는 보유의 개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피고인은 상고이유로 피고인의 J가 2000. 4. 19.경 취득한 권리가, 주식 620만 주의 가격이 30일이 경과한 후 대여금 상당액인 204억 원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에 위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서 매매예약의 완결권 내지는 유가증권옵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계약서의 문언만으로는 그와 같이 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나아가 증권거래법상 소유에 준하는 '보유'에 대한 같은법시행령 제10조의4 제4호, 제5호를 포함한 같은 조 제2호 내지 제6호의 규정은 장래 주식을 소유할 것이 예상되거나, 소유하지는 않지만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갖거나 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경우를 '보유'로 규정한 것으로, 특히 위 시행령 제10조의4 중 제4호, 제5호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종국적인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보유'로 본다는 것이 아니고, 권리의 종국적 행사 이전에 그와 같은 권리의 취득 자체를 '보유'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장래의 권리를 규정한 다른 각 호 즉, 제2호, 제3호, 제6호의 규정과 비교하여서도 균형이 맞는 해석이라고 보여지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2000. 4. 19.경 위 시행령 제10조의4 제4호(매매예약완결권취득), 제5호(유가증권옵션취득)의 각 권리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 역시 증권거래법상 '보유'의 개념에 해당하여 어느 모로 보나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국,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증권거래법상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의무위반의 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5점은 이유 없다.

바. 제6점 :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및 제2항 소정 '목적'과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1) 원심은, 피고인이 U 사장 V, 회장 AD 등과 공모하여, 1999. 10.초 AD로부터 U 주식 매집을 부탁받고, 1999. 10. 7.부터 1999. 11. 17.까지 8개 계좌를 통하여 U 주식을 매매거래하는 과정에서, 상장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하여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1999. 10. 13.부터 1999. 11. 17.까지 제1심판결 별지 1 'A의 통정매매내역' 기재와 같이 9회에 걸쳐 통정매매한 점(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제1항 제1호, 제2호 위반),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직전가(전일 종가) 및 상대호가 대비 고가매수주문하는 방법으로 매매거래를 유인하여 주가를 상승시킬 목적으로, 1999. 10. 7.부터 같은 해 11. 9.까지 사이에 제1심판결 별지 2 'A의 고가매수내역' 기재와 같이 303회에 걸쳐 직전가(전일 종가) 및 상대호가 대비 고가매수주문 등을 함으로써 그 시세를 상승시키는 매매거래를 한 점(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제2항 제1호 위반), 상장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하여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여 매수세를 유인하여 주가를 상승시킬 목적으로 1999. 11. 1.부터 같은 달 9.까지 사이에 제1심판결 별지 3 'A의 허위주문내역' 기재와 같이 19회에 걸쳐 직전가 또는 전일 종가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대량 허위매수주문하는 방법으로 매수세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잘못 알게 한 점(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제2항 제1호 위반)에 대하여 각 피고인의 목적과 범의를 인정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은 "누구든지 상장유가증권 또는 협회중개시장에 등록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하여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자기가 매도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도하는 행위"를, 제2호에서 "자기가 매수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도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수하는 행위"를 각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그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통정매매에 의하여 거래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오인하게 할 의사로서, 그 목적의 내용을 인식함으로써 충분하고, 적극적 의욕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고 할 것이다. 

(3) 또한,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2항은 "누구든지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의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단독으로 또는 타인과 공모하여 유가증권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거래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들고 있는바, 여기서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시세를 변동시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는 그 시세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말하고, '유가증권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거래'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그 유가증권의 성격과 발행된 유가증권의 총수, 매매거래의 동기와 유형, 그 유가증권 가격의 동향, 종전 및 당시의 거래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도2282 판결 참조). 

(4)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V로부터 AD가 U 주식의 매집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으면서 그 취지가 KOL 주식의 유상증자를 위하여 U 주식의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피고인의 검찰 진술), 피고인이 매집을 의도한 미화 1,000만 $ 상당의 U 주식물량은 당시 발행된 U 전체주식 약 860만 주 중 KOL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69.95%와 증권금융에서 보유하고 있는 5%를 제외한 시중에 유통 중인 주식 약 25% 중 절반 가량을 매입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인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의 시세조종을 위한 거래기간 중 실제로 U 주식을 거래한 양은 총 2,788,160주(매수 : 1,641,020주, 매도 : 1,147,140주)로서, 이는 위 기간 중 총 거래량의 33.13%(매수) 및 23.16%(매도)에 달하는 사실, 실제로 피고인의 주식매집으로 1999. 10. 7.부터 같은 해 11. 17. 사이 U의 주가는 약 13,000원대에서 약 34,000원대까지 상승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주식의 전반적인 거래상황과 이 사건 주가의 추이, 기타 증권시장의 상황 등 객관적 사실에 비추어 위 각 범죄행위의 목적과 피고인의 범의를 인정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위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증권거래법에 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상고이유 제6점 역시 이유 없다.

(5) 죄수의 문제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일정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4. 23. 선고 96도417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V, AD 등과 공모하여, 상장유가증권인 U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여 그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의 제1항 제1호, 제2호의 통정매매행위, 제2항 제1호 전단의 허위매수주문행위, 같은 호 후단의 고가매수주문행위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반복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에 해당하는 수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서 일정기간 계속하여 반복한 범행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범죄의 보호법익은 유가증권시장 또는 협회중개시장에서의 유가증권 거래의 공정성 및 유통의 원활성 확보라는 사회적 법익이고 각각의 유가증권 소유자나 발행자 등 개개인의 재산적 법익은 직접적인 보호법익이 아닌 점에 비추어 위 각 범행의 피해법익의 동일성도 인정되므로 (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1256 판결 참조),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모두 포괄하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제2호, 제188조의4 소정 불공정거래행위금지 위반의 일죄가 성립된다 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죄수평가를 살펴보건대, 원심은 위 증권거래법위반의 점을 포함한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죄사실에 대한 법령을 적용함에 있어 해당 적용법조를 나열하는 형식으로 표시하고 있어 원심이 포괄적 일죄에 해당하는 위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사 원심이 위 각 증권거래법위반의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죄수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경합범 처리에 있어 형과 범정이 가장 중한 원심 판시 제3의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경합가중하여 처단형의 범위를 정한 이상 피고인에 대한 처단형의 범위는 원심의 위 각 증권거래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죄수평가와는 무관하게 정하여진 것으로 원심의 위 증권거래법위반 부분에 대한 죄수평가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한 상고이유보충서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로도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도3090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도5019 판결 등 참조). 

사. 제7점 : 5억 원 대출부분과 관련된 업무상 배임의 성부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경영하는 D가 Q로부터 2000. 9. 15. AE 명의로 5억 원을 현실로 대출 받아 가지고 있다가 그 다음날인 2000. 9. 16. AF 명의의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는 데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대출 받은 다음 날 바로 다른 대출금의 변제에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위 부분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업무상 배임의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이나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아. 피고인이 이상의 각 상고이유의 주장과 관련하여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판결들은 그 사안이나 취지를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제1점 : 2000. 5. 26.자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원심은, 2000. 5. 26. F가 S에게 350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하였다는 배임의 점에 관하여,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2000. 5. 중순경 G의 실체에 관하여 의구심을 갖고 있던 금융감독원에서 피고인에게 G가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하라고 요구하자, 피고인과 I는 F가 D에 증자보증금용으로 돈을 대출하고 그 돈을 다시 D로부터 예치 받아 마치 D가 증자보증금을 낸 것처럼 가장하기로 합의하고, 위 합의에 따라 F는 2000. 5. 26. S에게 350억 원을 대출하고, 동시에 S는 그 중 330억 원을 D에 재대출하고, 동시에 D는 위 330억 원을 F에 다시 예치하고, S는 나머지 20억 원을 F에 다시 예치하였는데, 위 대출과 예금은 실제 자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 없이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하고,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F의 자금은 대출과 동시에 예금으로 입금되었기 때문에 F에 어떠한 손해도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위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 피고인에게 부실대출로 인하여 F에게 손해를 끼치고, S에 이익을 준다는 배임의 범의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우며, 그 밖에 달리 피고인이 F에 손해를 끼치고 S에 이익을 얻게 하였다든가 또는 그러한 배임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2점 : 2000. 7. 12.자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점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2000. 6. 말경 피고인의 BIS 비율 조작이 실패로 돌아가고, 330억 원 정도의 증자로는 F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자, 피고인과 I는 증자보증금과 대출금을 상계하기로 합의하고, I가 금융감독원에 그 사실을 통보한 후 2000. 7. 12.경 증자보증금과 대출금을 상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상계로 인하여 F는 D에 대한 증자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고, S는 F에 대한 대출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 것일 뿐, S에 33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생겼다거나 F에 동액 상당의 손해가 생겼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33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발행하여 D에 교부하고, S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담보 유가증권을 처분하여 대출금을 상환 받아야 할 업무상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검사의 상고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 변재승(주심) 윤재식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3207 판결
[업무상배임][공2012상,603]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2] 갑 택시회사 노동조합 분회장이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지역본부 교섭위원인 피고인이 사용자단체인 지역택시운송사업조합과 노사교섭을 담당하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중 일부를 단체협약상 운송사업자가 부담할 비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반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2] 갑 택시회사 노동조합 분회장이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지역본부 교섭위원인 피고인이 사용자단체인 지역택시운송사업조합과 노사교섭을 담당하면서, 근로자인 운전기사 과반수의 동의 없이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중 일부만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단체협약상 운송사업자가 부담할 비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구 조세특례제한법(2006. 12. 30. 법률 제8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은 납부의무자인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게 귀속되고 운전기사들이 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에 대한 직접적인 사법상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아닌 점, 위 합의는 지역본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지역본부의 본부장 및 교섭위원들이 사용자단체인 지역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사용 방법에 관하여 체결한 것으로 단체협약의 성질을 가지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지역본부 교섭위원으로서 한 합의의 체결은 지역본부의 사무이고, 피고인이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구 조세감면규제법(1996. 12. 30. 법률 제51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0조의2(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7 제1항 참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6. 12. 30. 법률 제8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6조의4 제2항(현행 제106조의7 제2항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공2003하, 2129)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도8832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8도373 판결(공2008상, 55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국제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0. 2. 12. 선고 2009노27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반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 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2도7340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도883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이 노동조합의 본부장 겸 교섭위원으로서 근로자들을 대표하여 근로자들로부터 임금이나 복지 등의 문제를 사측과 협상할 권한 등을 위임받은 사람이고, 피고인이 회사 측과 협상한 내용의 효력이 근로자들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피고인이 사전에 소속 사업장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음으로써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 행위를 하였으며, 비록 근로자들에게 택시회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지급청구권이 없다 하더라도 근로자들로서는 현금 전액을 지급받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되는데도 피고인의 임무위배 행위로 인하여 그 부분의 이익을 얻지 못하여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구 조세감면규제법(1995. 8. 4. 법률 제4952호로 일부 개정된 것) 제100조의2는 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중 100분의 50을 경감한다고 규정하였는데, 그 개정 취지는 일반택시 운전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건설교통부는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을 위 개정 취지에 부합하게 사용하도록 행정지도를 하였다. 

(2)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이라 한다) 규약 제40조 제2항은 산하기구와 노동조합은 지역별교섭을 하고자 할 경우 단체교섭 및 체결권을 전택노련에 위임하고, 전택노련은 지역본부 본부장에게 재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제31조 제1항 제2호는 전택노련 위원장은 단체교섭권 및 체결권을 가지나, 각급 산하기구의 모든 단체교섭 및 체결권한은 전택노련 산하 본부장에게 재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전택노련 산하기구 운영규정 제33조 제1항은 전택노련 산하 본부장은 산하기구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의 대표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제34조 제1항은 산하기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할 경우 교섭위원들이 연명으로 체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전택노련 산하 지역본부인 부산지역본부(이하 ‘전택노련 부산본부’라 한다)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1 회사’라 한다) 분회를 비롯한 90개의 분회로 구성되어 있고, 공소외 1 회사 분회장인 피고인은 2004. 1.경 공소외 2, 3, 4, 5와 함께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교섭위원으로 선출되었다. 

(4)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본부장 공소외 6 및 교섭위원 위 5인은 2004. 9. 30. 사용자단체인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을 1인1차제 근로자에게 75,000원, 2인1차제 근로자에게 60,000원을 분기별로 지급하고, 위 금액과 노조복지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은 각 회사별로 근로자 후생복지 및 처우개선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5) 그 후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의 사용에 관하여 노사 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자, 구 조세특례제한법(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개정되어 2005. 1. 1. 시행된 것, 이하 같다) 제106조의4 제2항은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택시 운수종사자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에 사용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 

(6)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2005. 4. ‘택시 부가세 경감세액 사용지침’(이하 ‘건교부 지침’이라 한다)을 마련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전액을 근로자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사용자가 근로자 개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되, 다만 사업장별 과반수 이상의 근로자들이 경감세액의 일부를 현금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근로자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부가가치세 경감 이전부터 사용자가 부담해 왔던 부분(운전복 등) 등에 사용을 금지하였다. 

(7)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본부장 공소외 6 및 교섭위원 위 5인은 2005. 12. 31.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단체협약에는 회사가 연 2회 운전복을 지급하고, 비번조합원에게 중식을 제공하며, 학자금 지급 제도는 별도의 합의각서에 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본부장 공소외 6 및 교섭위원 위 5인은 같은 날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에 관하여 1인1차제 근로자에게 월 40,000원, 2인1차제 근로자에게 월 30,000원을 분기별로 지급하고, 단체협약에 명시된 운전복, 식대, 학자금을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따라 공소외 1 회사는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중 일부를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를 운전복, 식대, 학자금, 명절 선물, 지역노조 및 단위노조 지원금 등에 사용하였다. 

나.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의 법적 성질 및 귀속 주체에 관하여 보건대, 부가가치세는 사업자인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이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구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에 따른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은 납부의무자인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구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 취지가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것이고, 이에 기해 건설교통부가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을 위 개정 취지에 따라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도록 건설교통부지침을 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건설교통부의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에 대한 행정지도에 불과할 뿐 대외적 효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건설교통부지침으로는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이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에 대하여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직접적인 사법상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다. 위와 같이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이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에 관하여 직접적인 청구권을 가지지 않는 점, 피고인이 전택노련 부산본부 교섭위원의 지위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한 점, 이 사건 합의는 전택노련 부산본부로부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전택노련 부산본부 본부장 및 교섭위원 5인이 사용자단체인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의 사용 방법에 관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이나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전택노련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인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단체협약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전택노련 부산본부 교섭위원으로서 한 이 사건 합의의 체결은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고, 위 업무에 전택노련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택노련 부산본부의 사무라고 할 것이며, 피고인이 전택노련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은 납부의무자인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일반택시 운전기사들이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에 대한 직접적인 사법상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아닌데다, 공소외 1 회사가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중 일부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전부 운전복, 식대, 학자금, 명절 선물, 지역노조 및 단위노조 지원금 등 소속 근로자들을 위하여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로 인하여 공소외 1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이 전택노련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인 근로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 및 손해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신영철 민일영(주심) 박보영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78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피고인1,피고인2에대하여일부인정된죄명:뇌물수수)·사기·뇌물수수·뇌물공여·업무방해·배임증재·위조사문서행사][미간행] 

【판시사항】

[1] 뇌물죄에 있어 직무관련성 및 뇌물성

[2]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자가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 및 ‘위력’의 의미

[4]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업무’ 및 ‘업무방해’의 의미

[5] 배임증재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및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타인의 사무처리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129조 제1항 [2] 형법 제129조 제1항 [3] 형법 제314조 제1항 [4] 형법 제314조 제1항 [5] 형법 제357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공2001하, 2510)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6721 판결(공2002하, 2142)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42 판결
[2]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공2002하, 1720)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4411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6도1713 판결
[3] 대법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공1992하, 2171)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5004 판결(공2005상, 698)
[4]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1834 판결(공1992, 1072)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589 판결(공1995하, 3836)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공1999상, 1213)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공2005상, 797)
[5] 대법원 1970. 2. 10. 선고 69도2021 판결(집18(1)형, 009)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45 판결(공1982, 718)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5195 판결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공2003상, 950)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 1, 2, 3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2. 9. 선고 2006노1661(분리)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1, 2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20일씩을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피고인 1, 2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뇌물수수의 점에 대하여

(1)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인천시교육청 시설과 건축팀장 등으로서 학교 신축공사의 감독업무를 담당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인 1, 원심 공동피고인 1 및 피고인 3, 4, 그리고 공소외 1로부터 수회에 걸쳐 합계 115,000,000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하는 반면, 일관하여 위 각 금전거래는 차용관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와 같은 사실과 여러 근거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은 위 각 금원을 일시 차용이 아닌 영득의 의사로 교부받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 피고인의 행위와 그 직무와의 관련성도 인정된다.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증뢰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와 같은 사실과 여러 근거들을 들어 피고인 1이 원심 공동피고인 2로부터 그가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상무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아 보관하던 2,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건네받음으로써 원심 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2,0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 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3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고, 공소외 4와 공모하여 1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여,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력’ 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5004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여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하도급업체 또는 납품업체의 선정 업무, 감리원 채용의 업무, 그리고 인사관리의 업무는 모두 부수적이고 일회적인 것이라고 해도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사무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업무에 해당되고, 한편 피고인 1이 벽돌납품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미리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상호 일부 생략)연와의 조적번호를 전달받았음에도 공평하게 평가하는 척하면서 (상호 일부 생략)연와의 적벽돌을 지목하여 추천한 행위는 발주처의 단순한 의견제시가 아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되며, 또한 피고인 1이 공사감독자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을 통하여 자신이 추천하는 하도급업체, 납품업체 또는 감리원을 선정하게 하거나 현장소장을 교체하도록 한 것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방해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의 성립 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 2가 제1심 공동피고인 1 등으로부터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차용한 돈이 아니라 뇌물이고, 공소외 5로부터 5,280만 원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또한, 피고인 2에게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의 사정을 들어 피고인 3이 피고인 1에게 교부한 1,500만 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제공된 뇌물이라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검사의 피고인 4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법 제357조 제2항이 규정하는 배임증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교부할 것을 요하고, 사무처리자가 아닌 자에게 교부한 때에는 배임증재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는 것이고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사무로 될지언정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4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비록 인천시교육청이 발주한 (이름 생략)고등학교 신축공사를 공동으로 수급한 공소외 6 주식회사가 이를 일괄 하도급하거나 공사금액의 88% 이하의 가액으로 하도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실제로는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위 신축공사 전부를 81%의 공사금액에 일괄 하도급을 주면서 형식상 88%의 공사금액에 하도급을 주는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한 후 발주청이 기성금을 입금하면 하수급인으로 하여금 그 차액 상당액을 교부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급인의 발주청에 대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수급인이 위 신축공사에 대한 일괄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가 아니라 바로 수급인 자신의 사무처리행위에 해당되고, 따라서 피고인 4가 하수급인 원심 공동피고인 1을 통하여 수급인에게 차액 상당액인 164,000,000원을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신의 사무를 처리한 자에 대한 교부에 불과하므로 위 피고인을 배임증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원심이 위 차액 상당액은 원래 수급인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돈으로 일괄 하도급을 달라는 하수급인이나 피고인 4의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수수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1, 2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   
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일부 인정된 죄명 :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권거래법 위반·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재·특정경제 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상법위반·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집52(1)형,463;공2004.11.15.(214),1881]

【판시사항】

[1]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설립등기나 증자등기 후 바로 인출하여 차용금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 외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의 성립 여부 (적극) 및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여부(소극) 

[2] 해외전환사채를 공모함에 있어서 내국인이 최초 인수자인 해외투자자로부터 재매수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별도로 체결한 경우,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3]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상법 제628조 제1항 소정의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한편 주식회사의 설립업무 또는 증자업무를 담당한 자와 주식인수인이 사전 공모하여 주금납입취급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납입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납입취급은행으로부터 납입금보관증명서를 교부받아 회사의 설립등기절차 또는 증자등기절차를 마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고 등기를 위하여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여 주금의 납입 및 인출의 전과정에서 회사의 자본금에는 실제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들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이른바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의 경우에도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따르는 한 납입이 완료된 것은 진실이고, 따라서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설립 또는 증자를 한 취지의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상업등기부원본에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관한 기재가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를 두고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의 기재'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또한 주금납입과 동시에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관이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상장회사가 해외에서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전환사채를 공모함에 있어서 내국인이 최초 인수자인 해외투자자로부터 재매수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였다 할지라도, 해외투자자와 발행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고, 또한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는 국내 발행시장에서 모집에 응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국내 투자자가 유통시장에서 그 이면약정에 따라 이를 다시 인수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에 대하여는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3]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의 경우 등을 가리킨다. 

【참조조문】

[1] 형법 제228조, 제229조, 제356조, 상법 제628조 제1항[2]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3]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공1982, 539)(변경)
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누522 판결(공1983, 1025)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공1997상, 850)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5790 판결(공1997하, 1848)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다20649 판결(공1999상, 211)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공2003하, 1982)(변경) /[3]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공1994하, 2678)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공2003하, 2129)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은창용 외 7인

【환송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456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11. 14. 선고 2003노1683, 2042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가장납입,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 및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유상증자금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가) 사채업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 주식회사 (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던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01. 6. 27. 서울 중구 (주소 생략) 소재 우리은행(구 한빛은행) ○○지점에서 위 은행 유가증권 청약증거금계좌에 공소외 1로부터 차용한 250억 원을 포함하여 공소외 2 회사의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 원을 일괄 납입하여 예치하고, 위 은행으로부터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위 회사 우선주 유상증자등기를 마친 후, 다음날 우선주 증자대금으로 납입한 300억 7,000만 원을 전액 인출해 가는 방법으로 위 회사의 증자대금(공소장 기재의 '회사의 설립을 위한 주식대금'은 오기로 보인다)의 납입을 가장하고, 

(나)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같은 날 위와 같이 위 회사에 대한 주금을 가장하여 납입하였음에도, 인천 서부등기소에서 법무사 공소외 4로 하여금 그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 성명불상자에게 주금납입금보관증명서 등 유상증자등기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같은 날 위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위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및 자본의 총액에 대한 허위사실의 등기를 경료하게 하여 공정증서원본인 상업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같은 일시·장소에서 위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상업등기부를 비치하게 하여 행사하고, 

(다) 공소외 1,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01. 6. 27.경 상장회사로서 증권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공소외 2 회사의 법인 명의로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 원이 입금되었으면, 그 300억 7,000만 원은 이미 법인 소유의 돈으로서 회사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보관하는 것을 기화로 그 다음날 그 돈을 법인의 업무와 아무런 관계없는 용도인 채무변제에 사용하기 위하여 법인계좌에서 인출하여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① 공소외 2 회사는 2000. 9.경 대주주이던 공소외 5, 대표이사이던 공소외 3 등에 의한 업무상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같은 해 12. 28. 부도에 이르렀는데, 당시 부도액수는 어음과 당좌수표를 합하여 약 591억 원에 달한 사실, ② 그 무렵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공소외 6 회사구조조정전문 주식회사(2002. 11. 1.경 공소외 6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공소외 6 회사'라 한다)는 공소외 2 회사에 대하여 광주 소재 (호텔명 생략)호텔 매각 잔대금 채권 등 약 90억 원의 채권이 있었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위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피고인과 공소외 3 등은 2001. 3. 10.경 공소외 2 회사의 유상증자를 통하여 경영정상화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2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공소외 6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에게 단기 운영자금 15억 원, 협력업체에 대한 미지급금 상환 36억 원 및 융통어음 회수에 필요한 자금 등을 투자하되 공소외 2 회사는 추후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제3자 배정방식으로 피고인측에 증자주식을 모두 배정하고 피고인측이 증자대금을 납입하면 그 유상증자금을 인출하여 공소외 6 회사에 대한 채무를 상환해 주기로 약정한 사실, ③ 당시 공소외 2 회사는 자본감소로 인해 자본금이 7억 5,000만 원(액면가 2,500원 주식이 30만 주로 감자된 상태였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공소외 6 회사는 위 약정에 따라 2001. 5.경부터 6.경까지 사이에 위 호텔 매각잔대금 채권과 관련된 부도 약속어음 등을 포함하여 공소외 2 회사 발행의 액면금 합계 25,852,616,573원 상당의 부도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그 액면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회수하였고, 2001. 5. 23.경 공소외 2 회사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20억 원의 퇴직금채무를 지급보증하기 위하여 지급기일이 2001. 7. 31.로 된 공소외 7 주식회사 발행의 액면금 20억 원의 당좌수표를 노동조합측에 교부하는 등 공소외 6 회사의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채권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 사실, ④ 공소외 2 회사는 2001. 6. 14.에 이르러 증자대금으로 공소외 6 회사가 인수한 부도 약속어음 등을 회수하고 직원퇴직금 지급 등에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6 회사, 공소외 8 주식회사(역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회사로서, 이하 '공소외 8 회사'라 한다), 공소외 9 주식회사(피고인이 공소외 10으로부터 인수인 명의를 빌린 회사로서, 이하 '공소외 9 회사'라 한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2001. 6. 27. 발행주식 310만 주, 주당 9,700원으로 총 300억 7,000만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공소외 6 회사에 155만 주, 공소외 8 회사에 100만 주, 공소외 9 회사에 55만 주를 각 배정하고, 공소외 6 회사로부터 150억 3,500만 원, 공소외 8 회사로부터 97억 원, 공소외 9 회사로부터 53억 3,500만 원을 각각 납입 받았으며, 한편 공소외 6 회사는 다른 자금 50억 7,000만 원에 사채업자 공소외 1로부터 차용한 99억 6,500만 원을 더하여, 공소외 8 회사, 공소외 9 회사는 그 각 납입금액 전액을 공소외 1로부터 차용하여 각 그 납입자금을 조달한 사실, ⑤ 피고인, 공소외 3은 다음날인 2001. 6. 28.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우리은행 통장에 입금된 증자대금 300억 7,000만 원 전액을 그대로 인출하여 공소외 1로부터 차용한 250억 원을 변제하였고, 공소외 6 회사가 2001. 7. 4.경에는 공소외 2 회사 앞으로 공소외 6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에 대하여 가진 부도 약속어음과 당좌수표 채권, 노동조합에 대위지급한 퇴직금채권 등 310여 억 원을 위와 같이 인출한 증자대금 300억 7,000만 원과 상계처리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음에도, 공소외 6 회사에서 상호변경된 공소외 6 주식회사는 2003. 2. 19. 앞서 본 노동조합에 대위지급한 퇴직금채권 등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부동산가압류 신청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과 공소외 3이 인출된 주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공소외 2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공소외 3은 공모하여 공소외 2 회사의 이익과는 배치되게 납입 즉시 공소외 2 회사의 재산으로 된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 원을 형식상 공소외 6 회사에 대한 채무변제조로 사용하는 것처럼 인출하여 임의로 사용하였으니 불법영득의 의사도 인정되므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와 함께 인출한 주금액인 300억 7000만 원 전액에 대하여 납입가장죄 및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먼저, 원심의 판단 중 납입가장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상법 제628조 제1항 소정의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유상증자는 공소외 2 회사 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사회 결의 당시의 유상증자의 목적이나 그 후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된 증자대금의 사용목적에는 선하증권 회수자금 1,096,703,000원, 국공세 체납금 806,796,101원, 보험료 96,500,899원, 발행 제 비용 53,787,600원과 함께 직원 퇴직금 1,954,719,881원, 부도어음 회수비용 26,061,492,519원이 각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공소외 6 회사가 2001. 5. 23.경 공소외 2 회사의 노동조합측에 퇴직금채무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액면금 20억 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고, 한편 원심의 인정에 의하더라도 유상증자 당시 공소외 6 회사가 회수한 공소외 2 회사 발행의 약속어음 및 수표의 액면 합계액이 25,852,616,573원에 달한다는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금 및 수표금 채권 중 가장채권으로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소외 2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유상증자를 통하여 동액 상당의 채무를 소멸시킨 것이어서 그 범위 내에서 회사를 위하여 인출한 자본금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또한 노동조합에 교부한 가계수표가 제대로 결제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액면금 상당액에 관하여도 역시 회사를 위하여 사용된 것이어서 피고인이나 병우에게 가장납입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유상증자 당시 존재하던 공소외 6 회사의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채권액 등에 관하여 더 심리하여 피고인이나 공소외 3에게 가장납입의 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명확히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출된 자본금 전액에 관하여 가장납입의 의사를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가장납입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다음으로, 원심의 판단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부분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주식회사의 설립업무 또는 증자업무를 담당한 자와 주식인수인이 사전 공모하여 주금납입취급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납입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납입취급은행으로부터 납입금보관증명서를 교부받아 회사의 설립등기절차 또는 증자등기절차를 마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고 등기를 위하여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여 주금의 납입 및 인출의 전과정에서 회사의 자본금에는 실제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들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대법원판례가 가장납입을 한 후 그에 따른 등기를 한 경우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동행사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한 것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실제 자본금이 증가되지 않았는데 이를 숨기고 마치 실질적인 납입이 완료된 것처럼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신고를 한 것으로 본 때문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납입을 가장한 경우에도 상법상 주금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5790 판결, 1998. 12. 23. 선고 97다20649 판결 등 참조), 단체법 질서의 안정을 위하여, 주금의 가장납입을 회사의 설립 내지 증자의 효력을 다투는 사유로 삼을 수 없게 하고, 그로 인하여 발행된 주식의 효력이나 그 주권을 소지한 주주의 지위에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므로 가장 납입의 경우에 상법상 주금납입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하여 이를 들어 업무상횡령죄와 같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이와 달리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가장납입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변제에 사용한 경우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회사재산의 불법영득행위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와 반대의 견해에서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나. 미신고 국내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증권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0억 원 이상의 유가증권의 모집은 당해 유가증권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지 아니하는 한 이를 행할 수 없음에도, 공소외 8 회사의 해외전환사채를 실질적으로는 국내 기관투자자인 한국산업은행에게 발행하면서 형식상으로는 외국 소재 해외법인이 인수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신고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2000. 12. 24.(2000. 10. 24.의 오기로 보인다) 피고인이 주간사를 공소외 1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1 회사'라 한다)로 선정하여 그 주간사를 통해 미화 900만 달러(이하 '달러'는 모두 미화이다) 상당의 공소외 8 회사의 해외전환사채를 해외법인 앞으로 발행하면 한국산업은행 외화유가증권 팀장인 공소외 12가 그 인수 해외법인들로부터 한국산업은행이 즉시 전량 인수하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피고인은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디지털라인의 전환사채 100만 달러 상당을 매입하고, 피고인이 내세운 내국인 매입자들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그 중 800만 달러 상당을 재매입하기로 하되, 공소외 13 주식회사 발행의 액면 합계 102억 9,250만 원권 당좌수표 2장, 공소외 6 회사 소유의 공소외 8 회사 주식 30만 주를 담보로 한국산업은행에 제공하기로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공소외 12와 공모하여, 2000. 12. 26.(2000. 10. 26.의 오기로 보인다) 공소외 11 회사에서 공소외 8 회사의 해외전환사채 900만 달러 상당을 실질적으로 한국산업은행에 발행하면서 홍콩 소재 공소외 14 증권 홍콩지점(이하 '공소외 14 증권'이라 한다)으로 하여금 500만 달러 상당, 싱가폴 소재 △△△△피 싱가폴 지점(이하 '△△△△피'라 한다)으로 하여금 400만 달러 상당을 각각 인수되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상장법인인 공소외 8 회사가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려 하였으나 공소외 8 회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해외인수처를 모집하지 못하는 등으로 실패하자 2000. 10. 12.경 한국산업은행과 사이에, 공소외 8 회사가 한국산업은행에 공소외 13 주식회사의 당좌수표와 공소외 8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한국산업은행이 공소외 8 회사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 1,000만 달러를 매수하여 주고, 공소외 8 회사는 다시 그 중 500만 달러를 2000. 11. 15.까지 110%의 가격으로, 나머지 500만 달러를 2000. 12. 15.까지 115%의 가격으로 재매수하여 주기로 약정한 사실, ② 그 후 피고인이 전환사채의 발행규모를 1,150만 달러로 줄였다가 2000. 10. 24. 최종적으로 발행규모를 900만 달러로 줄이면서 한국산업은행과 사이에, 한국산업은행이 그 전환사채 전량을 매수하여 주면, 피고인이 명목상 내세운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등이 다시 그 중 500만 달러를 2000. 11. 10.까지 110%의 가격으로, 나머지 중 300만 달러를 2000. 12. 10.까지 115%의 가격으로 재매수하여 주기로 하되, 피고인이 연대하여 재매입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사실, ③ 이에 공소외 8 회사는 2000. 10. 25. 900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하였고, 이후 공소외 14 증권과 △△△△피는 한국산업은행이 즉시 재매수하여 주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0. 10. 26. 그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각 약 493만 5,000달러(전환사채 액면 500만 달러의 98.7%)와 394만 8,000달러(전환사채 액면 400만 달러의 98.75%)를 주간사인 공소외 11 회사증권에 입금하였으며, 공소외 11 회사증권은 수수료 9만 달러를 제외한 약 879만 3,000달러를 공소외 8 회사에 입금한 사실, ④ 이후 한국산업은행은 약정에 따라 2001. 11. 2. 공소외 14 증권으로부터 500만 달러의, 2001. 11. 15. □□□□증권을 경유하여 △△△△피로부터 400만 달러의 각 전환사채를 재매수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피고인은 위 전환사채가 발행되어 공소외 14 증권과 △△△△피에 인수되면 즉시 한국산업은행이 재매수하기로 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전환사채는 외견상으로는 공소외 14 증권 명의로 500만 달러분을, △△△△피 명의로 400만 달러분을 각각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위와 같이 한국산업은행이 외국 소재 법인의 이름을 빌려 인수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증권거래법 제2조 제3항에 의하면, 유가증권의 모집은 신규로 발행되는 유가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하는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인 유가증권 인수자가 한국산업은행이고 그 취득 권유나 취득 결정 등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전환사채의 모집은 국내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위 전환사채와 관련하여 증권거래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할 것이어서, 피고인은 위 신고 불이행으로 인한 증권거래법위반의 죄책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상장회사가 해외에서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전환사채를 공모함에 있어서 내국인이 최초 인수자인 해외투자자로부터 재매수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였다 할지라도, 해외투자자와 발행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고, 또한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는 국내 발행시장에서 모집에 응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국내 투자자가 유통시장에서 그 이면약정에 따라 이를 다시 인수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에 대하여는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전환사채를 공모함에 있어서 내국인이 최초 인수자인 해외투자자로부터 재매수하기로 하는 이면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있어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증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제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 또한 이유 있다. 

다. 주식 등 대량보유사실을 보고하지 아니함으로 인한 증권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0. 11. 13.부터 같은 해 12. 18.까지 사이에 공소외 18 등의 차명계좌로 공소외 8 회사 발행의 전환사채 300만 달러 상당을 매수하여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위 전환사채는 2000. 12. 26. 공소외 8 회사에서 전환가액을 3,304원으로 조정하기 이전에는 그 전환예정 주식 수가 공소외 8 회사의 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넘지 않았는데, 위와 같이 전환가액이 조정됨으로써 전환예정 주식 수가 1,024,757주가 되어 그 보유비율이 12.24%에 이르게 된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이 그 보유상황을 2001. 1. 2.까지 보고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이처럼 전환가액의 조정으로 말미암아 처음으로 보유비율이 발행 주식 등의 5%를 초과하게 된 경우도 증권거래법 제200조의2 제1항의 주식 등을 대량보유한 때에 해당하므로 그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발생하고, 여기에 변동보고의무의 면제자에 관한 증권거래법시행령 제86조의5 제3호의 규정이 적용될 여지는 없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위 경우가 증권거래법시행령 제86조의3 소정의 보유상황 등의 보고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나머지 유죄부분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판결 중 나머지 유죄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이에 대하여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2. 검사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판단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의 경우 등을 가리킨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763 판결 등 참조).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공소외 3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한 유상증자에 따라 납입된 주금을 공소외 2 회사를 위하여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등의 업무는 이사의 주식회사에 대한 선관의무 내지 충실의무에 기한 것으로 자신 또는 공소외 2 회사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므로, 공소외 3이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같은 입장에서 피고인이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판단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가장납입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의 변제에 사용한 경우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어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업무상배임죄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관계에 있는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전제로 하여 일련의 동일한 행위를 두고 업무상횡령죄 외에 업무상배임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으나, 앞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하여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부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 역시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원심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부분 중 위에서 상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한 대법관 이용우, 박재윤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다른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한 대법관 이용우, 박재윤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른바 견금 방식에 의한 가장납입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그에 따른 등기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소비한 경우에는 납입가장죄 외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가 성립하고, 인출·소비행위에 대하여는 업무상횡령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견해에 어긋나는 종전의 대법원판결들은 변경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이른바 견금 방식에 의한 가장납입의 효력,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찬성할 수 없다. 

나. 이른바,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이란 납입취급은행과 공모함이 없이 납입취급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납입금액을 차입하고 회사의 설립 또는 증자 후에 즉시 그 납입금을 인출하여 그 차입금을 변제하는 방식의 가장납입을 일컫는 것으로서, 이러한 위장납입에 있어서 발기인 또는 이사의 '차입·납입행위'와 '인출·변제행위'가 서로 관련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된 일련의 행위를 구성하고 있고, 주식회사와 같은 물적 회사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은 종래 납입금보관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차입한 금전으로 주금납입을 하였다 하더라도 일응 금원의 이동에 따른 현실의 불입이 있는 것이며, 설령 그것이 실제로는 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당해 납입을 하는 발기인 또는 이사들의 주관적인 의도의 문제에 불과하고 회사가 관여할 바가 아니므로 이러한 발기인 또는 이사들의 내심적 사정에 의하여 회사의 설립이나 증자 같은 집단적 절차의 일환을 이루는 주금납입의 효력을 좌우함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지에서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하여 왔다( 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누522 판결, 1997. 5. 23. 선고 95다579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견해를 따르는 한 납입이 완료된 것은 진실이고, 따라서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설립 또는 증자를 한 취지의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상업등기부원본에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관한 기재가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를 두고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의 기재'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또한 주금납입과 동시에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관이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유효설은 납입금의 차입에 의한 납입행위와 반환행위를 분리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합법성을 인정하고 후자는 위법행위로 보아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형법상의 업무상횡령죄 등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차입·납입행위와 인출·변제행위는 시차를 두고 행하여지는 별개의 행위임이 분명하고 납입행위 이후 반환행위 이전에 회사의 채권자가 주금 납입금에 관한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압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양자를 구분하여 파악한 다음 납입의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되 그와 별도로 납입금을 인출하여 제3자에게 변제하는 행위를 횡령행위로 보는 것이 가장납입을 전후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가장납입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그 이후 납입금에 대한 횡령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견금 방식에 의한 가장납입에 있어서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함께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이 가능하고, 오히려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는 별도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봄이 옳다. 

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고, 다수의견이 변경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들은 이른바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에 관한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와 궤를 같이 하는 정당한 것으로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며, 오히려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 등이 위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 대법관   조무제 변재승 유지담 윤재식(주심) 이용우 배기원 강신욱 이규홍 박재윤 고현철 김용담  


Ⅱ. 배임죄의 본질과 판례의 모순  


1. 배임죄의 본질  


가. 견해의 대립과 판례의 입장  


배임죄의 본질에 관해 다툼이 있다. 먼저 배신설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보는 견해이다.13) 이에 따르면 단순한 채무불이행도 배임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임관계나 이에 기초한 의무의 범위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14) 이득행위설은 타인과의 신뢰관계를 저버리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 배임죄의 본질을 이해하여, 배신설이 아니라 이득행위설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다는 견해이다.15)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권한남용설과 배신설의 대립은 독일의 해석론인데, 독일 형법의 배임죄의 구성요건16)은 우리와 차이가 있어서 이들 학설의 이름은 우리에겐 적절하지 않고, 우리의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처럼 이득행위설도 배임죄의 본질을 타인과의 신뢰관계의 배신이라는 점에 두고 있다. 
   다음으로 권한남용설은 법적 대리권의 남용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법적 대리권이 있는 사람만 주체로 될 수 있어서, 배임죄의 성립범위가 제한된다. 
   끝으로 사무처리(위반)설은 독일과 달리 우리 형법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배임죄의 본질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반’이라고 보는 견해이다.17) ‘임무의 위배’라는 말을 독일 형법처럼 배신설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무처리설의 입장에서 타인의 사무를 법률상의 재산보호의무에 한정하기도 한다.18) 
   앞서 보았듯이 판례는 배임죄의 요건인 ‘임무위배행위’를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파악하고, 여기서의 신임관계는 법적인 것이든, 사실적인 것이든 관계없다고 보며,19) 법률관계가 종료되어서 법적 권한이 소멸되거나 그 직에서 해임된 경우의 신임관계도 포함한다.20) 배신설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21) 

13) 하태인, “배임죄의 본질과 타인의 사무”, 법조 2018․2, 782면 이하. 

14) 예컨대 노태악, 주석 형법[각칙 ⑹], 한국사법행정학회, 2006, 406면. 

15) 오영근, 형법각론, 박영사, 2009, 489면 이하. 

16) StGB § 266 Untreue (1) Wer die ihm durch Gesetz, behördlichen Auftrag oder Rechtsgeschäft eingeräumte Befugnis, über fremdes Vermögen zu verfügen oder einen anderen zu verpflichten, mißbraucht oder die ihm kraft Gesetzes, behördlichen Auftrags, Rechtsgeschäfts oder eines Treueverhältnis es obliegende Pflicht, fremde Vermögensinteres en wahrzunehmen, verletzt und dadurch dem, dessen Vermögensinteres en er zu betreuen hat, Nachteil zufügt, wird mit Freiheitsstrafe bis zu fünf Jahren oder mit Geldstrafe bestraft. 

제266조 (배임) ①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로 인정된 권한으로서, 타인의 재산(Vermögen)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 또는 그 타인에게 재산적 의무를 부담시킬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거나(a) 또는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지게 된 의무로서, 타인의 재산적 이익(Vermögensinteres e)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함으로써(b) 재산권자에게 손해 준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17) 김종덕, “배임죄 주체의 해석상 몇 가지 문제”, 저스티스 112호, 한국법학원, 2009, 12면; 문형섭, “배임죄의 본질과 주체범위에 관한 반성적 고찰”, 무등춘추 제6호, 광주지방변호사회, 2000, 273면; 장승일, “배임죄의 본질과 이중매도인의 형사책임”, 전북대학교 동북아법연구 제9권 제1호, 2015, 302면이하; 허일태, “배임죄 해석의 나아갈 방향”, 형사법연구 제27권 제1호, 2015․봄호, 31면; 허일태,“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형사법연구 제14호, 2001, 333면. 

18) 김혜정,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 판단에 관한 소고”, 법과 정책연구 제12권 제4호,한국법정책학회, 2012, 10면; 원혜욱, “배임죄의 개정방안-배임죄의 본질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형사법연구 제22호 특집호, 2004, 813면. 

19) 대법원 2003.1.10. 선고 2002도758 판결. 

20) 대법원 1999.6.22. 선고 99도1095 판결. 이러한 신임관계는 표현대리와 같은 법률규정의 적용을 받으므로 사실적 신임관계라기 보다는 법률적 신임관계라는 견해: 안경옥, “‘사실상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임죄 처벌의 한계”, 형사판례연구[9], 박영사, 2001, 297면. 

21) 대법원 2007.6.1. 선고 2006도1813 판결: 계열사 대표이사는 아니나 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재무 업무를 장악해 온 甲이 계열사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되었으나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자신의 처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보수를 지급한 사건.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업무상배임][공2003.3.1.(173),660]

【판시사항】

[1] 배임죄에 있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2] 명예총장으로의 추대 및 활동비 내지 전용 운전사의 제공이 학교법인 이사장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배임행위가 재산처분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학교법인 이사회의 결의를 받아서 한 것일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
(소극) 

[4]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및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업무'의 근거

[5]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교의 총장에게 학교법인의 재산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2] 명예총장으로의 추대 및 활동비 내지 전용 운전사의 제공이 학교법인 이사장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명예총장에의 추대 및 활동비 내지 전용 운전사의 제공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헌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대학의 자치가 인정되고 그 내용에 인사에 관한 자치 내지 자주결정권, 재정에 관한 자주결정권이 포함되며 그러한 결정권을 가진 학교법인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하여 정당화할 수도 없다. 

[4]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대리권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에 의하건 묻지 않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한다. 

[5] 대학교 총장으로 대학교 업무 전반을 총괄함과 동시에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학교법인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가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하여 명예총장에 추대하는 결의에 찬성하고,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대학교의 총장으로서 대학교의 교비로써 명예총장의 활동비 및 전용 운전사의 급여를 지급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3]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헌법 제31조 제4항[4]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5] 형법 제355조 제2항, 형법 제356조 

【참조판례】

[1][3][4]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공2000상, 1005) /[1][3] 대법원 1990. 6. 8. 선고 89도1417 판결(공1990, 1494)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도2287 판결(공1998상, 811)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공1999상, 710) /[1][4]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공1994하, 2678)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공1999하, 1546) /[1]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공1987, 918)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공2001상, 320)
대법원 2001. 9. 28. 선고 99도2639 판결(공2001하, 2400)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공2002하, 2100) /[4]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도3534 판결(공2002하, 1732)

【전 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안용득

【원심판결】 대구지법 2002. 1. 25. 선고 2001노1913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참조). 

기록에 비추어 인정되는 사실, 즉, 피고인 2는 1988. 8.경부터 대학교, 문화대학, 의료원, 유치원을 산하에 운영하는 공소외 1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위 학교법인을 대표하여 그 업무를 총괄하여 왔고, 피고인 1은 1988. 6. 11.부터 대학교 총장으로 근무하면서 대학교 업무 전반을 총괄함과 동시에 위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위 학교법인 이사회에 출석하여 위 학교법인의 업무 전반에 대하여 심의, 결정하면서 위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2는 1909년 생이고 1961년부터 대학교의 전신인 기독대학의 학장으로 재직하여 오던 중 위 대학이 종합대학인 대학교로 승격되자 1978년 아들인 피고인 1에게 총장직을 물려주고 나서 명예총장으로 추대되어 총장과 동일한 보수와 예우를 받아 왔으나 1980년 교육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게 되자 그 무렵 명예총장에서 사임한 바 있는 사실, 위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대학교의 학교규칙에 대학교 명예총장에 관한 규정이 없는 사실에다가, 사립학교법은 제26조에서 상근하는 임원 이외의 학교법인의 임원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금지하고 다만 실비의 변상은 예외로 하고 있으며, 제29조에서 학교의 회계와 법인의 회계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는 점, 명예총장은 문언 그대로 명예직이라고 할 것인데 그러한 명예총장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이 장기간에 걸쳐 지급되고 장기간에 걸쳐 전용 운전사가 제공된다면 이미 명예직이라고 보기 어려워지는 점 및 1993년은 공소외 2가 84세가 되고 퇴임한 지 15년째가 되는 해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본다면, 피고인 2가 1993. 4. 22.자 위 학교법인의 이사회에서 ' 공소외 1 학교법인과 공소외 3 재단법인 합병시 양 기관의 대표자가 공소외 2 전 대학 학장과 공소외 4 박사였는데, 공소외 4 박사는 의료원의 의료원장으로 추대하여 명예회복 되었고, 공소외 2 박사의 경우도 명예회복의 차원에서 대학교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고자 한다.'라는 제안 이유로 공소외 2를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고 그에 상응하게 예우할 것을 제안하고, 피고인 1이 다른 이사들과 만장일치로 찬성하고(수사기록 21쪽 이하의 이사회 회의록 참조), 공소외 2에게 1993. 5.경부터 2000. 1.(이 사건 고발장이 접수되기 직전이다)까지 매월 활동비 명목으로 70만 원 내지 80만 원씩 합계 6,380만 원을, 1995. 9. 1.부터 2000. 2. 3.까지 대학교의 촉탁기사로 채용된 공소외 송의식을 전용 운전사로 제공한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위배 내지 배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또한, 명예총장에의 추대 및 활동비 내지 전용 운전사의 제공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에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대학의 자치가 인정되고 그 내용에 인사에 관한 자치 내지는 자주결정권, 재정에 관한 자주결정권이 포함되며 그러한 결정권을 가진 학교법인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하여 정당화할 수도 없다 ( 위 99도457 판결 및 1990. 6. 8. 선고 89도1417 판결 참조). 

2. 학교법인으로부터 전용 운전사를 제공받는 것 또는 학교법인이 전용 운전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업무상배임죄에 정한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반대의 견해에 선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대리권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에 의하건 묻지 않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한다( 위 99도457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대학교 총장으로 대학교 업무 전반을 총괄함과 동시에 위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위 학교법인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이므로, 피고인 1이 위 학교법인의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하여 명예총장에 추대하는 결의에 찬성하고, 위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대학교의 총장으로서 대학교의 교비로써 명예총장의 활동비 및 전용 운전사의 급여를 지급한 경우에 업무상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1이 위 학교법인의 이사에 불과하여 위 학교법인의 재산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1095 판결
[업무상배임][공1999.8.1.(87),1546]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및 사무처리자가 법적 권한이 소멸되거나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 

[2]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및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3] 주택조합 정산위원회 위원장이 해임되고 후임 위원장이 선출되었는데도 업무 인계를 거부하고 있던 중 정산위원회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의 소장부본 및 변론기일소환장을 송달받고도 그 제소사실을 정산위원회에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응소하지도 않아 의제자백에 의한 패소확정판결을 받게 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에 사무를 처리하거나 그 사무처리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배임죄에 있어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3] 주택조합 정산위원회 위원장이 해임되고 후임 위원장이 선출되었는데도 업무 인계를 거부하고 있던 중 정산위원회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의 소장부본 및 변론기일소환장을 송달받고도 그 제소사실을 정산위원회에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응소하지도 않아 의제자백에 의한 패소확정판결을 받게 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2] 형법 제355조 제2항[3]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공1994하, 2678)

[1] 대법원 1990. 5. 8. 선고 89도1524 판결(공1990, 1294)

[2]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공1992, 2062)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공1997하, 1952)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공1998상, 818)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공1999상, 710)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도4022 판결(공1999상, 95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상욱

【원심판결】 광주지법 1999. 2. 19. 선고 97노1075, 98노16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 구금일수 중 94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의 업무행위의 기간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에 사무를 처리하거나 그 사무처리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배임죄에 있어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비법인사단인 공소외 1 주택조합 정산위원회의 정산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총회의 불신임결의에 의하여 해임되고 후임 정산위원장이 선출되었는데도 그 총회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후임자에게 업무와 직인을 인계하지 아니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정산위원회를 상대로 하여 공소외 2가 대여금청구소송을, 공소외 3이 토지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각 제기하였고, 그 소장부본 및 변론기일소환장을 피고인이 자택에서 각 송달받았는바, 위 공소외인들의 청구 내용의 당부에 의문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제소사실을 정산위원회에 알려 주어 정산위원회의 운영규정에 의하여 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아니면 이에 대하여 스스로 응소하였어야 함에도 위 제소사실을 정산위원회에 알려 주지도 아니하고 스스로 응소하지도 아니함으로써 조합으로 하여금 의제자백에 의한 패소 확정판결을 받게 한 사실(판결정본도 피고인이 자택에서 수령하였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정산위원장의 직에서 해임됨으로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라고 할지라도 그 업무 인계 전에는 그 사무를 신의칙에 따라 처리할 사실상의 신임관계가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위 각 소송의 소장부본 및 변론기일소환장을 송달받고도 그 제소사실을 정산위원회에 알려주지도 아니하고 스스로 응소하지도 아니한 행위는 그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정산위원회와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이로써 정산위원회로 하여금 의제자백에 의한 패소 확정판결을 받게 한 것은 정산위원회가 피고인의 대표권 흠결을 사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정산위원회에게 현실적인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이 정산위원장에서 해임되었으므로 그 때부터는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논지는 이유 없다. 

2. 채증법칙 위배에 의한 사실오인, 업무상배임죄의 범의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고, 피고인의 업무상배임죄의 범의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배임죄의 범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미결구금일수 중의 일부를 그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박준서(주심) 신성택 서성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도181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업무상배임·업무상횡령·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강제집행면탈·예금자보호법위반][공2007.7.1.(277),1022]

【판시사항】

[1] 기업회계기준이 개정되었지만 그 부칙에 따라 개정 전의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사안에서, 개정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여 작성한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후 개정된 회계처리기준이 실제 시행된 사정이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금융기관의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구회사채를 지급보증한 금융기관이 회사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자금으로 구회사채를 우선 상환한 다음 그 직후 회사가 발행하는 신회사채를 지급보증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위 구회사채 우선상환 자금을 변제받기로 하는 포괄적 약정을 체결한 경우, 금융기관의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과 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한 기망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사례 

[4] 이미 발행한 회사채를 보증한 금융기관이 회사채 지급자금의 확보를 위해 새로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다시 보증한 경우를 이른바 ‘대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회사채 등에 대한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 그 이득액(=회사채 등의 원리금 상당액) 

[6] 수개의 회사 소유 자금을 구분없이 함께 보관하던 사람이 그 자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경우의 피해자(=수개의 회사 전부) 

[7] 강제집행면탈죄가 이른바 위태범인지 여부(적극) 

[8] 회사 대표가 계열회사들 소유 자금 중 일부를 임의로 빼돌려 자기 소유 자금과 구분없이 거주지 안방에 보관한 행위는 계열회사들에 대한 횡령행위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일 뿐이고 나아가 이를 일률적으로 회사 대표 개인의 채권자들에 대한 강제집행면탈행위로서의 은닉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9]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10]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임원에 대한 정기적인 보수 지급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11] 구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의 ‘조사권’에 ‘자료제출요구권’이나 ‘출석요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12] 기망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여신에 있어 착오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람(=여신 결정권자) 및 착오의 증명책임(=검사)  

[13] 회사가 행한 대출의 실질이 자금의 이동 없는 서류상의 채무자 변경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담보력에 변화가 없는 경우, 그 대출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1]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위 법 제2조에서 정한 주식회사는 제13조 제1항에 의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하면서(제13조 제3항), 위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행위를 각종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바, 위 법 제2조에서 정한 주식회사의 여신 신청을 심사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회사의 특정 회계연도 재무제표는 당해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식회사가 위 법률의 회계처리기준이 개정되었으나 그 부칙 조항에 따라 아직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있어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의할 경우 당기 순손실이 나타나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아직 적용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개정 회계처리기준을 미리 적용하는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처리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도, 이를 분명하게 주석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시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이 편법을 사용하여 작성된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게 되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원래 해당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의하여 위 재무제표가 작성되었고 그 결과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는바, 이는 해당 회계연도의 회사 재무상황에 대하여 금융기관의 착오를 일으키는 것이어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개정 회계처리기준이 회계기법상 기업의 재무상황을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내용으로 개선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행위 이후에 개정 회계처리기준이 실제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되는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개정 전의 회계처리기준에 따라야 할 재무제표를 개정 후의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 제출함으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회사에 해당 회계연도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믿고 이로 인하여 여신을 결정한 것이고, 만약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되었다면 당기 순손실이 나타날 것인데 이를 숨기기 위해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금융기관이 여신 심사 당시 알았다면 당해 여신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였다고 볼 사정이 인정된다면, 회사의 변제의사나 변제능력, 담보 제공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는 것이며, 금융기관이 제출된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해 보았다면 위와 같은 회계처리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또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여신처리기준에 의하면, 적자 상태인 당해 기업에 대한 여신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획일적으로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고, 기업이 적자 상태를 숨기기 위하여 흑자 상황인 것처럼 작성한 재무제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신뢰성 평가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영향까지 적절하게 고려·평가하여 인과관계 단절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3] 구회사채를 지급보증한 금융기관이 회사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자금으로 구회사채를 우선 상환한 다음 그 직후 회사가 발행하는 신회사채를 지급보증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위 구회사채 우선상환 자금을 변제받기로 하는 포괄적 약정을 체결한 경우, 금융기관의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과 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한 기망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사례. 

[4] 대환이란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대출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존채무의 변제기의 연장에 불과한 것인바, 이미 발행한 회사채를 보증한 금융기관이 그 지급자금의 확보를 위하여 새로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하여 보증하는 것과 같이 채권자가 변경되고 실질적인 자금 이동도 수반되는 경우에는 변제기의 연장에 불과한 대환이라고 볼 수 없다. 

[5] 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회사채 등에 대한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 그로 인하여 회사가 취득하는 재산상 이익은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에 의하여 부담한 회사채 등에 대한 보증채무를 자신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이익이고 그 가액(이득액)은 원칙적으로 지급보증의 대상이 된 회사채 등의 원리금 상당액이다. 

[6] 수개의 회사 소유 자금을 지분 비율을 알 수 없는 상태로 구분없이 함께 보관하던 사람이 그 자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경우, 수개의 회사는 횡령된 자금에 대하여 지분 비율을 알 수 없는 공동 소유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니 수개의 회사는 모두 횡령죄의 피해자에 해당한다. 

[7]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실시하려는 자에 대하여 재산의 발견을 불능 또는 곤란케 하는 은닉 등의 행위를 통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 상태에 이름으로써 성립하는 위태범이다

[8] 회사 대표가 계열회사들 소유 자금 중 일부를 임의로 빼돌려 자기 소유 자금과 구분없이 거주지 안방에 보관한 행위는 계열회사들에 대한 횡령행위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일 뿐이고 나아가 이를 일률적으로 회사 대표 개인의 채권자들에 대한 강제집행면탈행위로서의 은닉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9]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10]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임원에 대한 추상적인 보수액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임원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보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임원을 해임하지 않았다거나 해임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임원에 대한 정기적인 보수 지급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11]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사처벌 구성요건 조항에 대한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는바, 구 예금자보호법(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21조의2, 제21조의3 등이 ‘자료제출요구권’과 ‘조사권’을 분명히 구분하여 표현하면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인 제41조에서도 양자를 명백히 달리 취급하고 있으며, ‘출석요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등 일부 법률과는 달리 이에 대하여는 전혀 명시적인 근거 조항을 마련한 바 없는 점과 2006. 3. 24. 법률 제7885호로 개정된 현행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에는 ‘자료제출요구권’ 및 ‘출석요구권’을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구 예금자보호법(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2 제7항의 ‘조사권’에는 ‘자료제출요구권’이나 ‘출석요구권’이 포함되지 않는다.  

[12] 금융기관이 행한 여신이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는 해당 여신을 결정할 권한 있는 자가 착오에 빠져 여신을 결정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13]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염려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회사가 행한 대출의 실질이 자금 이동 없는 서류상의 채무자 변경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담보력에 변화가 없어 이로 인하여 대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염려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그 대출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조 제2항,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2] 형법 제17조,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3] 형법 제17조,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4] 형법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5] 형법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6] 형법 제355조 제1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7] 형법 제327조 [8] 형법 제327조, 제355조 제1항 [9]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10]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11] 구 예금자보호법(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2 제7항 [12] 형법 제347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13] 형법 제355조 제2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판례】

[2][4]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공2005상, 871)
[5]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도5567 판결(공2007상, 92)
[6]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공1998상, 475)
[7] 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도343 판결(공1989, 1032)
[8]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도1447 판결(공2000하, 2166)
[12]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도2620 판결(공2002하, 216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및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종욱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6. 2. 14. 선고 2005노185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부분

(1)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그룹명 생략)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재무·인사 등 업무를 장악해 온 피고인 1에 대하여 계열사인 공소외 1, 공소외 2 주식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부실 재무제표를 작성·제출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보증 등을 받은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동정범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위 법 제2조에서 정한 주식회사는 제13조 제1항에 의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하면서(제13조 제3항), 위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행위를 각종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바, 위 법 제2조에서 정한 주식회사의 여신 신청을 심사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회사의 특정 회계연도 재무제표는 당해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식회사가 위 법률의 회계처리기준이 개정되었으나 그 부칙 조항에 따라 아직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있어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의할 경우 당기 순손실이 나타나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아직 적용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개정 회계처리기준을 미리 적용하는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처리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도, 이를 분명하게 주석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명시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이 편법을 사용하여 작성된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게 되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원래 해당 회계연도에 적용되는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의하여 위 재무제표가 작성되었고 그 결과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는바, 이는 해당 회계연도의 회사 재무상황에 대하여 금융기관의 착오를 일으키는 것이어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는 개정 회계처리기준이 회계기법상 기업의 재무상황을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내용으로 개선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행위 이후에 개정 회계처리기준이 실제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되는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기관이 위와 같이 작성 제출된 재무제표로 인하여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회사의 해당 회계연도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믿고 이로 인하여 여신을 결정한 것이고, 만약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되었다면 당기 순손실이 나타날 것인데 이를 숨기기 위해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금융기관이 여신 심사 당시 알았다면 당해 여신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였다고 볼 사정이 인정된다면, 회사의 변제의사나 변제능력, 담보 제공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는 것이며(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이 제출된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해 보았다면 위와 같은 회계처리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또,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여신처리기준에 의하면 적자 상태인 당해 기업에 대한 여신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획일적으로 부실 재무제표 제출로 인한 기망행위와 여신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고, 기업이 적자 상태를 숨기기 위하여 흑자 상황인 것처럼 작성한 재무제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신뢰성 평가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영향까지 적절하게 고려·평가하여 인과관계 단절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 주식회사가 발행한 구회사채를 지급보증하였던 금융기관이 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자금으로 구회사채를 우선 상환한 다음 그 직후 회사가 발행하는 신회사채를 금융기관이 지급보증하는 방법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구회사채 우선상환 자금을 변제받기로 하는 포괄적 약정을 체결한 경우, 금융기관이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포함한 포괄적 약정을 체결한 것이 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한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에 기인한 것이고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 당시까지도 그 착오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과 기망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신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이 금융기관이 지출한 구회사채 우선상환 자금을 변제받는 데에 직접적인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대환이란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대출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존채무의 변제기의 연장에 불과한 것인바, 이미 발행한 회사채를 보증한 금융기관이 그 지급자금의 확보를 위하여 새로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하여 보증하는 것과 같이 채권자가 변경되고 실질적인 자금 이동도 수반되는 경우는 변제기의 연장에 불과한 대환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등 참조). 또, 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회사채 등에 대한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 그로 인하여 회사가 취득하는 재산상 이익은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에 의하여 부담한 회사채 등에 대한 보증채무를 자신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로 이용할 수 있는 이익이고 그 가액(이득액)은 원칙적으로 지급보증의 대상이 된 회사채 등의 원리금 상당액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도5567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가 당기 순손실 상태임에도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재무제표를 만들어 금융기관에 여신을 신청한 사실을 금융기관이 알게 되었다면 위 회사들에 대한 여신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였다고 볼 구체적인 근거를 비롯한 판시와 같은 여러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이 위 회사들의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아직 적용 회계연도가 도래하지 않은 개정 회계처리기준을 미리 적용하는 방법을 통하여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만든 공소외 1 주식회사 1995,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와 공소외 2 주식회사 1995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각 해당 회계연도에 적용되어야 할 개정 전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믿은 금융기관들로부터 지급보증 등 여신을 받고, 발주처인 대한주택공사에 대하여 도급계약금액을 초과하여 투입된 추가비용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그 추가비용 중 일부를 당시 시행 중인 회계처리기준에 반하여 함부로 공사수익으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만든 공소외 1 주식회사 1997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믿은 금융기관들로부터 지급보증 등 여신을 받은 행위에 대하여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에서의 기망, 착오, 인과관계, 이득액 또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원심 및 제1심판결문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 중 1998. 1. 3. 고시 달러 환율을 적용하여 외환가치를 환산한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이 이를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원심도 이를 그대로 유지한 사실이 명백하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부적법함이 분명하여 따로 살피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

수개의 회사 소유 자금을 지분 비율을 알 수 없는 상태로 구분없이 함께 보관하던 사람이 그 자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경우 수개의 회사는 횡령된 자금에 대하여 지분 비율을 알 수 없는 공동 소유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니, 수개의 회사는 모두 횡령죄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것이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그룹명 생략)그룹 회장인 피고인 1과 부회장 공소외 3 등이 계열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 공소외 2,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업무로서 공소외 4 주식회사 소유 토지 지상 아파트 신축분양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그 자금을 평소 함께 관리해 오던 중, 공소외 4 주식회사 소유로서 시공자인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아파트 부지를 공소외 5에게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 중 일부로 5억 7,5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이와 별도로 공소외 1 주식회사가 발행하고 공소외 2 주식회사가 배서한 약속어음을 교부하고 그 대가로 받은 20억 원을 합하여 합계 25억 7,500만 원을 교부받은 다음 그 중 일부만을 위 세 회사들 사업자금으로 입금하고 나머지 금액을 개인적인 용도로 나누어 사용한 행위는 위 세 회사들 공동 소유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그 피해자는 위 세 회사 모두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의 피해자 특정 등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의 취지는 피고인 1이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1999. 4. 13. 공소외 6 주식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5로부터 공소외 3이 건네받은 25억 7,500만 원 중에서 정상 입금된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횡령하였다는 것이지, 수표추적결과에 따라 횡령 대상물로 수사기록에 특정되어 있는 수표를 횡령하였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위 수표들은 피고인 1의 개인 소유물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 역시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강제집행면탈 부분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실시하려는 자에 대하여 재산의 발견을 불능 또는 곤란케 하는 은닉 등의 행위를 통하여 채권자를 해할 위험상태에 이름으로써 성립하는 위태범이다(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도34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자신 소유인 자금과 (그룹명 생략)그룹 계열사들 소유 금원 중 일부를 임의로 빼돌린 자금 등을 구분함이 없이 거주지 안방 옷장 속 서랍 또는 금고 안에 보관해 오다가 이를 이용하여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 1이 자신 소유인 자금을 금융기관 등에 예치하지 않고 단순히 거주지 안방 옷장 속에 위와 같이 보관해 왔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 1의 평소 자금 관리 방법이나 위와 같이 개인 자금을 보관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나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강제집행면탈죄에서의 은닉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하여 피고인 1의 채권자를 해할 위험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또, 피고인 1이 (그룹명 생략)그룹 계열사들 소유 금원 중 일부를 임의로 빼돌려 위와 같은 보관한 행위는 (그룹명 생략)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횡령행위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일 뿐 이를 피고인 1의 채권자들에 대한 강제집행면탈행위로서의 은닉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도1447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 1이 거주지 안방 옷장 속에 자금을 보관해 온 행위가 은닉으로 인한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자금을 이용하여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논거는 다소 달리하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업무상 횡령 부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피고인 1이 ○○건설 공사지원 본부장이자 손아래 처남인 공소외 7과 공모하여 ○○건설 소유 자금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횡령한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범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업무상 배임 부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한편,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임원에 대한 추상적인 보수액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임원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보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고,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임원을 해임하지 않았다거나 해임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는 임원에 대한 정기적인 보수 지급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여러 이유를 들어 (그룹명 생략)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재무 업무를 장악해 온 피고인 1에 대하여 계열사인 공소외 2 주식회사와 공소외 8 주식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위 회사들 임원으로 선임되었으나 실제 회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처 공소외 9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보수를 지급한 임무위배 행위에 대하여 업무상 배임죄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범위, 배임죄의 주체, 인과관계,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예금자보호법 위반 부분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사처벌 구성요건 조항에 대한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는바, 구 예금자보호법(2003. 5. 29. 법률 제6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도 같다) 제21조, 제21조의2, 제21조의3 등이 ‘자료제출요구권’과 ‘조사권’을 분명히 구분하여 표현하면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인 제41조에서도 양자를 명백히 달리 취급하고 있으며, ‘출석요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등 일부 법률과는 달리 이에 대하여는 전혀 명시적인 근거 조항을 마련한 바 없는 점과 2006. 3. 24. 법률 제7885호로 개정된 현행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에는 ‘자료제출요구권’ 및 ‘출석요구권’을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구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의 ‘조사권’에는 ‘자료제출요구권’이나 ‘출석요구권’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구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 제7항의 구성요건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부분

금융기관이 행한 여신이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는 해당 여신을 결정할 권한 있는 자가 착오에 빠져 여신을 결정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도2620 판결 등 참조), 그에 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그룹명 생략)그룹 계열사인 공소외 10 주식회사의 같은 계열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이 사건 각 여신이 공소외 10 주식회사의 여신 결정 권한자의 착오에 기인한 여신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염려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회사가 행한 대출의 실질이 자금 이동 없는 서류상의 채무자 변경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담보력에 변화가 없어 이로 인하여 대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염려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그 대출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1 주식회사의 이 사건 대출은 실질적인 자금 이동 없이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종전 채무자인 공소외 12 주식회사의 채무를 공소외 4 주식회사가 인수하는 서류상의 채무자 변경에 불과하고 이를 전후하여 실질적인 담보력에 변화가 생긴 바도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대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염려가 생긴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들 및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김용담(주심) 박시환 김능환   

 

나. 배신설에 따른 판례의 모순  


판례가 배신설의 입장에서 배임죄의 본질을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파악하면서, 양도담보물의 임의처분․임의이중담보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인정하는 반면, 대물변제예약물의 임의처분과 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대물변제예약물의 임의처분이나 동산 이중매매도 분명히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판례가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해서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
고 하더라도 제2매수인에 대해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22)도 비논리적이다.23) 
   매수인이 임야를 매수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즉시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되 매매잔금은 일정 기간 내에 그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해 주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직후 그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융통한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 매매대금의 지급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의 법적 의무로서 애초부터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판례24)도 배신설의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22) 대법원1986.12.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1992.12.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2.26. 선고2008도11722 판결. 

23) 대법원 2018.5.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24) 대법원 2011.4.28. 선고 2011도3247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배임][공1987.2.1.(793),180]

【판시사항】

부동산 2중 양도에 있어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한 경우, 동인의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해서 그를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86.2.28 선고 85노193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그가 대표이사로 있던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신축한 아파트중 501호 및 402호를 1983.7.27 및 같은해 8.8 채무변제조로 이 사건 피해자 쌍공소외 2 주식회사와 동 공소외 3에게 각 분양하고 그들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지 아니한 채, 같은해 12.9 이를 공소외 4 및 동 공소외 5에게 그에 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준 사실과 한편 피고인은 위 각 아파트를 위와 같이 피해자 쌍공소외 2 주식회사 및 공소외 3에게 분양하기 이전에 판시와 같은 경위로 위 아파트 501호는 1983.6.1 위 공소외 4에게, 또 위 아파트 402호는 같은해 4.5 공소외 6에게 각 분양하기로 하여 각 그 분양계약서를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들보다 먼저 분양된 위 각 분양계약의 이행으로서 1983.12.9 위 501호에 관하여는 위 공소외 4 명의로, 위 402호에 관하여는 위 공소외 6의 권리를 순차 승계한 위 공소외 5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사실을 적법히 확정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들보다 먼저 분양받은 자에게 그 분양계약의 약정에 따라 위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였던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원심이 취사선택한 증거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기거나 심리미진의 위법사유가 있다 할 수 없고, 또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도한 후에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동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경우(이중매매의 경우)매도인은 각 매수인에게 그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의무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도인이 어느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 그 매수인 명의로 등기가 완료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다른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그 매수인에 대하여 매도인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것임은 부동산매매계약에 인한 매도인의 채무의 성질상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한편 형법상 배임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는 부동산이 매도되면 형법은 부동산을 매도한 자에게 매수인을 위한 임무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명하는 동시에 그 임무에 위배하여 동 부동산을 다시 타인에게 매도하고 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이를 금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해서 그를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인즉, (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아파트에 관하여 선매수인에 해당하는 위 공소외 4, 공소외 5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후매수인에 해당하는 위 쌍공소외 2 주식회사나 공소외 3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인 원심판시는 결국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이명희 최재호 황선당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배임][공1993.2.15.(938),661]

【판시사항】

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한 경우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 (소극)  

나.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의 존부 (한정적극) 

【판결요지】

가.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선매수인에 대하여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그 매매계약에 무효의 사유가 있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소멸할 리가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공1977,10343)
1986.12.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전 문】

【피 고 인】 A

【상 고 인】 검 사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1992.4.23. 선고 92노12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1.5.29.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B에게 금 530만 원에 매도하고 그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같은 해 6.27. 공소외 C에게 위 부동산을 금 1,530만 원에 이중으로 매도하여 계약금을 수령한 후 같은 해 6.29. 위 B로부터 잔금을 교부받은 사실이 발각됨으로써, 같은 해 7. 중순경 피고인, B, C 등 이해관계인이 모인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피고인이 7.21.까지 위 B에게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금 700만 원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한 후 이 사건 부동산은 위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기로 화해가 성립되었는데, 피고인은 위 금 700만 원의 지급기일까지 위 금원을 B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7. 29. 에는 위 C로부터 잔금까지 지급받은 후, 9.6. 위 부동산에 관하여 위 C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임무에 위배하여 위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위 C에게 금 1,53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B, C 사이에 체결된 합의의 내용은 피고인이 B에게 금 700만 원을 지급함을 조건으로 B가 그 매매계약상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위 B는 위 합의에 따른 금원을 지급 받지 못한 이상 선매수인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선매수인인 B에 대한 이전등기경료행위가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를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당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1986.12.9. 선고 86도1112 판결 참조),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선매수인에 대하여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그 매매계약에 무효의 사유가 있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소멸할 리가 없는 것이다. 소론은 위와 같은 경우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없음을 전제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한 행위가 후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나 채택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배임죄의 법리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주택법위반·근로기준법위반·부정수표단속법위반·조세범처벌법위반(인정된죄명:지방세법위반)·배임][공2009상,401]

【판시사항】

[1]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한 경우,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소극) 

[2]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분양 전 금융기관과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사안에서, 수분양자들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3]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4] 신탁자와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동산관리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 준 위탁자가 임의로 신탁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제3자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한 사안에서, 신탁목적물에 대한 보존·관리 및 비용부담 등의 사무는 위탁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위탁자의 위 처분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분양 전 금융기관과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사안에서, 수분양자들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3]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두 당사자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신탁회사와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동산관리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 준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임의로 신탁목적물인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여 제3자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한 사안에서, 신탁계약의 목적은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로써 이미 달성되었고 신탁목적물에 대한 보존·관리 및 비용부담 등의 사무는 위탁자인 건축분양회사 자신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위탁자의 위 처분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3] 형법 제355조 제2항 [4]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3]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공1987, 924)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8도373 판결(공2008상, 55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우윤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12. 4. 선고 2008노16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해자 한국석유공사외 2에 대한 각 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건축한 서산시 (지번 생략) 공소외 1 주식회사마을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대하여 그 각 피해자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로부터 각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그들에게 법적 제한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위 아파트를 건축하면서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로부터 대출받은 돈(24평형 세대당 2,600만 원, 32평형 세대당 4,5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2005. 5. 20. 위 아파트에 공소외 2 회사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20,854,6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어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위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되는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 피해자들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위 피해자들은 분양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근저당을 설정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음을 알았다거나 이를 양해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 사건은 분양계약 후 잔금까지 모두 지급받아 위 피해자들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는 임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것이어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4. 6. 29. 이 사건 아파트 부지를 공소외 2 회사에 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최고액 20,854,600,000원의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공소외 2 회사로부터 160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후 이 사건 아파트 공사가 완공되어 아파트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때에는 이를 이미 담보로 제공된 아파트 부지와 함께 위 피담보채무를 위한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와 같은 추가담보제공의 약정 후에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각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것이고, 그 후 이 사건 아파트가 준공되자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5. 5. 20. 그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면서 같은 날 그에 관하여 공소외 2 회사에게 공동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그와 같이 추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것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공소외 2 회사에 대하여 지고 있는 2004. 6. 29.자 위 추가담보제공의 약정에 기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 각 피해자들의 매매계약보다 앞선 위 추가담보제공의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이 위 각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으로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근저당권설정행위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에 대한 배임의 점에 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5. 6. 30.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4 주식회사 ○○지점에서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에게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Ⅰ) 기재 위 아파트 27세대를 신탁하는 내용의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위 각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위 피해자에게 이전하였으므로 위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사전승낙 없이 위 아파트를 임대하는 등 권리를 설정하거나 현상을 변경하여 아파트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2005. 7. 중순경 위 아파트를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매도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함으로써 합계 1,068,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와 체결한 관리처분신탁계약의 제9조는 “위탁자(피고인)는 신탁부동산을 사실상 계속 점유 사용하고, 신탁부동산의 실질적 보존과 일체의 관리행위 및 이에 따른 일체의 비용을 부담한다.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승낙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위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멸실 훼손 등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즉시 이를 수탁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고 보존 및 관리하는 업무만을 해야 할 뿐이고 공소외 3 회사의 승낙 없이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임의로 아파트를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매도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하여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고 공소외 3 회사의 임대차 및 입주자 관리, 수익금 운영, 처분 등의 업무를 방해하여 손해를 가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두 당사자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5. 6. 30.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와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목적물에 대하여 위 피해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위 신탁계약은 담보신탁용으로서 그 계약의 목적은 위탁자(공소외 1 주식회사)가 부담하는 채무 내지 책임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탁자(위 피해자)가 신탁부동산을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시 환가정산하는 데 있는 사실(위 계약 제1조), 그런데 위 신탁계약의 제9조는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사실상 계속 점유·사용하고, 신탁부동산의 실질적 보존과 일체의 관리행위 및 이에 따른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며,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승낙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상 나타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위 피해자간의 위 신탁계약의 내용 및 앞서 본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신탁계약은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를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위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으로써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아파트를 유효하게 처분할 가능성이 없게 되어 그 목적은 그 요부에 있어서 달성되었고, 위탁자인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신탁목적물인 이 사건 아파트를 계속 점유·사용하면서 그 보존 및 관리의 비용을 부담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자신을 위한 그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신탁목적물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의무는 단순히 신탁계약상의 채무에 그치며,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3 회사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의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한 원심판결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주택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실 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위 각 파기부분과 이 사건 유죄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할 수 밖에 없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안대희 양창수(주심)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배임·사기][공2011상,1223]

【판시사항】

[1] 부동산매매에서 미리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하여 매도인에게 제공하기로 약정한 경우, 위 매수인이 배임죄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갑에게서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되 매매잔금은 일정기간 내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해 주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소유권을 이전받은 직후 이에 관하여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일정한 신임관계의 고의적 외면에 대한 형사적 징벌을 핵심으로 하는 배임의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매매에서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매도인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도 대금의 지급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의 법적 의무로서 행하여지는 것이고,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금의 지급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수인에게 위탁된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애초부터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앞으로 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이는 법이 동시이행의 항변권 등으로 마련한 대금 수령의 보장을 매도인이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포기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스스로 인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와 같이 미리 부동산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매매대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매도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잔금을 지급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편에 관한 것이고, 그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받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만으로 매수인이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도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에게서 임야를 매수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되 매매잔금은 갑의 책임 아래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으면 일정기간 내에 위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건축허가가 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해 주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위 임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당일 1건, 그 후 1건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당일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였고 그 후에도 같은 일을 하였으며 융통한 자금을 갑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러한 담보 제공 등의 행위가 피고인이 위 임야를 갑에게 반환할 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진 이상 달라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7060 판결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도461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차상육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1. 2. 11. 선고 2010노3186, 443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사기의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기죄의 편취 범의 등에 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배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7. 2. 15. 부산 해운대구 (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 운영의 ○○컨설팅 사무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부산 사하구 (이하 생략) 임야 970㎡(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를 매매대금 1억 4,600만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하는 즉시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되, 잔금은 피해자의 책임 아래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으면 15일 내에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음과 동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건축허가가 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하여 원상회복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약정에 따라 2007. 2. 16. 피해자에게 계약금 3천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 앞으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으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피해자에게 잔금을 지급하거나,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계약 해제 후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잘 보전하여야 할 임무가 발생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같은 날 공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 7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다시 2007. 3. 5. 공소외 3 외 2인에게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도합 2억 7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제1심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위 배임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도 제1심법원의 조치를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검사는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임무 혹은 장래 매매계약이 해제될 경우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원상회복하여야 할 임무를 타인의 사무로 파악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임무를 위반하였다고 기소하였다. 

그러나 우선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체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나아가 원상회복의무에 대하여 보건대,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형질변경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할 의무는 공소외 1에게 있고, 이러한 의무는 피고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먼저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소외 1이 이러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피고인으로서는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예정액 등을 청구할 수 있는데(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서 제5조, 제6조 참조), 현재까지 피고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공소외 1로서는 자신의 선이행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다만 피고인이 잔금을 지급하는 등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금의 배액인 6천만 원을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으나 기록상 공소외 1이 6천만 원을 지급하면서 매매계약을 해제한 바가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해제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유지되어서 원상회복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더욱이 매도인이 선이행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장래 발생할지도 모르는 계약해제사태에 대비하여 매수인이 매수하여 등기를 마친 부동산의 소유권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어야 할 법률상·계약상 혹은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의 사이에 계약금만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후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은행권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공소외 3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제공하였다는 것으로 계약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위와 같이 빌린 돈으로 공소외 1에게 잔금을 지급함이 상당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잘못을 비난할 여지는 있으나, 이는 결국 매수인이 매매잔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체한 것에 불과하고,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를 타인을 위한 사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일정한 신임관계의 고의적 외면에 대한 형사적 징벌을 핵심으로 하는 배임의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매매에서 매수인이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매도인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도 대금의 지급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의 법적 의무로서 행하여지는 것이고,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대금의 지급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수인에게 위탁된 매도인의 사무가 아니라 애초부터 매수인 자신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앞으로 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이는 법이 동시이행의 항변권 등으로 마련한 대금 수령의 보장을 매도인이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포기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스스로 인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와 같이 미리 부동산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매매대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매도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잔금을 지급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편에 관한 것이고, 그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받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만으로 매수인이 신임관계에 기하여 매도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바로 당일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융통하였고 그 후에도 다시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하여도, 또한 그 융통한 자금을 매도인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는 그러한 담보 제공 등의 행위가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공소외 1에게 반환할 의무를 현실적으로 부담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진 이상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배임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2. 사견: 배임죄는 배신적 재산취득범죄  


배임죄는 사무처리 권한을 남용하는 권한남용범죄인가, 믿고 일을 맡겼는데 이런 신임관계를 깨뜨리는 배신범죄인가, 아니면 사무처리자의 임무위배죄인가. 
   배임죄와 횡령죄 모두 신임관계를 깨뜨리는 배신행위를 하여 재산을 취득하고, 이로써 재산적 신뢰를 준 자에게 재산적 손해를 입히는 범죄라고 본다. 배신적 재산취득행위를 처벌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취득객체가 횡령죄의 경우는 재물인 반면, 배임죄의 경우는 재산상 이익이고, 또 배신행위의 형태가 횡령죄의 경우는 재물의 보관의무 위반인 반면, 배임죄의 경우는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 사무의 처리의무 위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절도죄,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6개의 타인 재산의 불법적 취득범죄는 아래와 같은 표로 정리할 수 있다.25)  

25)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배임죄의 구성요건 중 전자는 이익횡령죄를 후자는 이익훼손죄를 각각 규정한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하는 견해: 김용수, “배임죄 재해석의 필요성”, 형사법연구 제27권 제2호, 2015․봄호., 141면 이하. 

 

    그런데 배임죄를 배신적 재산취득범죄로 보면 배임죄의 성립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실무는 배임죄의 요건인 ‘임무위배행위’와 ‘손해’를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26) 판례는 ‘임무위배행위’의 의미를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파악하고 있고, 나아가서 그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으며, 한편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고 있다.27) 

    따라서 우선 횡령죄의 법리를 적용하여 배임죄의 신임관계도 배임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옳다고 본다.28)  
    그런데 사실 배임죄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배임죄의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재산적 사무에 한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29)이나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재산적 사무에 한정하는 것보다 “타인의 사무”라는 문언에 충실하고 엄격한 해석을 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가 절실하다.30) 배임죄의 본질론과 구성요건의 해석론은 구별해야 한다.31) 배신설에 따른 신뢰보호는 당위의 문제라면 타인의 사무인지 여부는 존재의 문제로서 그 범주가 서로 다르다.32)   

26) 同旨: 홍승희, “대표권남용의 약속어음발행에 있어서 배임죄의 보호정도와 미수․기수성립범위”, 법조 2018․4, 649면 이하.

27) 예컨대 대법원 1995.12.22. 선고 94도3013 판결. 

28) 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29) 대법원 2007.6.14. 선고 2007도2178 판결; 김봉수, “배임수재죄에 있어서 ‘사무의 내용’에 관한 고찰”, 형사판례연구[20], 2012, 424면. 

30) 대법원 2018.5.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31) 同旨: “배임죄의 본질과 타인의 사무”, 법조 2018․2, 783면 이하.  

32) 송희식, “배임죄의 불법과 치역(値域)”, 한양법학 제22권 제3집, 2011, 335면.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업무상배임·사기][공1996.2.15.(4),620]

【판시사항】

[1] 배임죄에서의 '배임행위''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무효인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또는 신분이 있는 자이고,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고, 한편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  

[2] 약속어음공정증서에 증서를 무효로 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증서 자체에 이를 무효로 하는 사유의 기재가 없고 외형상 권리의무를 증명함에 족한 체제를 구비하고 있는 한 그 증서는 형법상의 재물로서 사기죄의 객체가 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6조[2]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공1987, 918)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공1992, 2062)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택수

【원심판결】 춘천지법 1994. 11. 3. 선고 94노374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또는 신분이 있는 자이고,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참조), 한편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와 같이 공소외 학교법인의 이사인 피고인이 위 학교법인의 이사장인 원심 상피고인 1과 공모하여 위 학교법인의 전 이사장인 원심 상피고인 2 개인명의의 당좌수표를 회수하기 위하여 위 학교법인 명의로 이 사건 약속어음 6매를 발행하고 그 중 5매에 대하여 강제집행인락공증을 해 준 이상, 당시 위 어음을 발행함에 있어서 이사회의 적법한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관할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법률상 당연 무효라고 하더라도 배임행위가 성립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위 학교법인이 민법 제35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므로 위 배임행위로 인하여 위 학교법인에게 제1심 판시와 같은 그 어음금 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배임죄의 주체나 재산상의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원심 원심 상피고인 1과 공모하여 이 사건 각 약속어음공정증서를 편취한 사실을 인정한 제1심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각 약속어음공정증서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증서를 무효로 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증서 자체에 이를 무효로 하는 사유의 기재가 없고 외형상 권리의무를 증명함에 족한 체제를 구비하고 있는 한 그 증서는 형법상의 재물로서 사기죄의 객체가 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할 것인바, 이 사건 각 약속어음공정증서는 권리의무를 증명함에 족한 형식을 구비하고 있고 그 증서를 무효로 하는 사유의 기재가 없음이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명백하므로 원심이 이를 편취한 행위를 사기죄로 인정한 제1심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 제2점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 사건〉[공2016상,817]

【판시사항】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지 여부(소극)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조,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공2002상, 220)(폐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공2002상, 833)(폐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공2002하, 2371)(폐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폐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폐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폐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폐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폐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폐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공2010상, 1177)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공2010하, 152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5. 21. 선고 2013노2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가 서산시 (주소 생략) 답 9,29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49분의 15 지분(이하 ‘피해자 지분’이라 한다)을 그 소유자인 매도인 공소외 1로부터 매수한 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타인의 재물인지 아닌지는 민법, 상법, 기타의 실체법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7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도482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도7610 판결 등 참조),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등기회복의 권리행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373 판결 등 참조),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권리행사 등을 침해하는 위법·유책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그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17847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상 처벌 규정이 전제하고 있는 금지규범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조장하여 그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규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할 수도 없다. 

(3)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도3463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도6209 판결,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926 판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도619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1789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4863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8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8556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5)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정 사실을 기초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임의로 제3자인 공소외 2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거나 공소외 3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이루어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매도인인 공소외 1이 그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게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와 명의수탁자인 피고인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78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피고인1,피고인2에대하여일부인정된죄명:뇌물수수)·사기·뇌물수수·뇌물공여·업무방해·배임증재·위조사문서행사][미간행] 

【판시사항】

[1] 뇌물죄에 있어 직무관련성 및 뇌물성

[2]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자가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 및 ‘위력’의 의미 

[4]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업무’ 및 ‘업무방해’의 의미 

[5] 배임증재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및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타인의 사무처리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129조 제1항 [2] 형법 제129조 제1항 [3] 형법 제314조 제1항 [4] 형법 제314조 제1항 [5] 형법 제357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공2001하, 2510)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6721 판결(공2002하, 2142)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42 판결
[2]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공2002하, 1720)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4411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6도1713 판결
[3] 대법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공1992하, 2171)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5004 판결(공2005상, 698)
[4]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1834 판결(공1992, 1072)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589 판결(공1995하, 3836)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공1999상, 1213)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공2005상, 797)
[5] 대법원 1970. 2. 10. 선고 69도2021 판결(집18(1)형, 009)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45 판결(공1982, 718)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5195 판결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공2003상, 950)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 1, 2, 3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2. 9. 선고 2006노1661(분리)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1, 2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20일씩을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피고인 1, 2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뇌물수수의 점에 대하여

(1)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인천시교육청 시설과 건축팀장 등으로서 학교 신축공사의 감독업무를 담당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인 1, 원심 공동피고인 1 및 피고인 3, 4, 그리고 공소외 1로부터 수회에 걸쳐 합계 115,000,000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하는 반면, 일관하여 위 각 금전거래는 차용관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와 같은 사실과 여러 근거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은 위 각 금원을 일시 차용이 아닌 영득의 의사로 교부받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 피고인의 행위와 그 직무와의 관련성도 인정된다.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증뢰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와 같은 사실과 여러 근거들을 들어 피고인 1이 원심 공동피고인 2로부터 그가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상무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아 보관하던 2,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건네받음으로써 원심 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2,0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 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3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고, 공소외 4와 공모하여 1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여,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력’ 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5004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하고, 그 업무가 주된 것이든 부수적인 것이든 가리지 아니하며, 일회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계속하여 행해지는 것이거나 혹은 그것이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여 온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8701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하도급업체 또는 납품업체의 선정 업무, 감리원 채용의 업무, 그리고 인사관리의 업무는 모두 부수적이고 일회적인 것이라고 해도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사무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업무에 해당되고, 한편 피고인 1이 벽돌납품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미리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상호 일부 생략)연와의 조적번호를 전달받았음에도 공평하게 평가하는 척하면서 (상호 일부 생략)연와의 적벽돌을 지목하여 추천한 행위는 발주처의 단순한 의견제시가 아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되며, 또한 피고인 1이 공사감독자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을 통하여 자신이 추천하는 하도급업체, 납품업체 또는 감리원을 선정하게 하거나 현장소장을 교체하도록 한 것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방해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의 성립 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 2가 제1심 공동피고인 1 등으로부터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차용한 돈이 아니라 뇌물이고, 공소외 5로부터 5,280만 원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또한, 피고인 2에게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의 사정을 들어 피고인 3이 피고인 1에게 교부한 1,500만 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제공된 뇌물이라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검사의 피고인 4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법 제357조 제2항이 규정하는 배임증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교부할 것을 요하고, 사무처리자가 아닌 자에게 교부한 때에는 배임증재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는 것이고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사무로 될지언정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4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비록 인천시교육청이 발주한 (이름 생략)고등학교 신축공사를 공동으로 수급한 공소외 6 주식회사가 이를 일괄 하도급하거나 공사금액의 88% 이하의 가액으로 하도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실제로는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위 신축공사 전부를 81%의 공사금액에 일괄 하도급을 주면서 형식상 88%의 공사금액에 하도급을 주는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한 후 발주청이 기성금을 입금하면 하수급인으로 하여금 그 차액 상당액을 교부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급인의 발주청에 대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수급인이 위 신축공사에 대한 일괄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가 아니라 바로 수급인 자신의 사무처리행위에 해당되고, 따라서 피고인 4가 하수급인 원심 공동피고인 1을 통하여 수급인에게 차액 상당액인 164,000,000원을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신의 사무를 처리한 자에 대한 교부에 불과하므로 위 피고인을 배임증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원심이 위 차액 상당액은 원래 수급인 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돈으로 일괄 하도급을 달라는 하수급인이나 피고인 4의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수수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1, 2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   


Ⅲ.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의 의미  


1. 담보물유지의무가 타인의 사무라는 판례  


아래에서 보듯이 다수 판례는 담보물유지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양도담보권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양도담보물을 보관할 의무를 위배한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키면 배임죄를 인정한다. 부동산 양도담보계약에서 채권자들과 부동산 양도담보 설정의 취지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전에 임의로 그 부
동산을 처분한 경우, 판례는 배임죄를 인정한다.33)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 양도담보를 설정해 준 후에 임의로 기존의 근저당권자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경우에도, 판례는 배임죄를 인정한다.34) 배임죄는 위험범인데, 위 지상권 설정은 새로운 채무부담행위가 아니라 기존의 근저당권자가 가지는 채권을 저당권과 함께 담보하는 의미밖에 없지만 이로써 부동산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이 발
생한다는 것이다. 
   회원가입을 할 때 일정 금액을 예탁해두었다가 탈퇴 등의 경우 그 예탁금을 반환받는 이른바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회원권을 채무에 대한 담보목적으로 양도한 후 그 회원권을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도, 판례는 그 회원권의 양도인에게 배임죄를 인정한다.35) 그 이유는 양도인은 양수인이 채무자에 대해 대항요건을 갖출 수있도록 해줄 의무를 부담하므로,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해 골프장회원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것이다.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자신 소유의 주식에 대해 주권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아직 채권자에게 주식의 현실적 교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제3자와 그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한 경우에도, 판례는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를 인정한다.36) 이는 채권자에 대한 양도담보권취득을 위한 주식교부절차 협력의무 위배와 밀접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주식이중담보사건의 2심도 채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취득하기 전일지라도 완전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주식의 교부절차에 협력할 임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판례는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할 임무의 범위를 넓게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제1채권자와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 설정된 동산을 다시 제2채권자와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한 후에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판례는 제1채권자에게는 배임죄를 인정하지만 제2채권자에게는 배임죄를 부정한다.37) 그 이유는 점유개정 방식의 양도담보의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되어 대내적 소유권은 채무자가 보유하고, 대외적 소유권은 제1채권자가 보유하므로 채무자는 제2채권자에 대한 양도담보에 관해서는 무권리자이고, 제2채권자는 선의취득도 할 수 없어서 제2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제2채권자에대해서는 타인의 사무 처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38) 
   담보물유지의무를 위배했더라도 담보권의 상실이나 담보가치의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성립을 판례는 부정한다. 예컨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기계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약한 의미의 양도담보) 그 기계를 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하였는데, 공장의 토지나 건물이 아니라 여기에 설치된 기계만 별도로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약칭하여 공장저당법)에 의한 저당권의 효력이 미칠 수 없어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없는 경우이다.39)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동산인 어선(20t 이하)을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고 어선원부상 소유자명의를 변경 등록하면서도 계속 어선을 점유한 경우에도 판례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40) 어선원부 등은 행정상 편의를 위하여 소유자를 등록, 변경하는 공부에 불과할 뿐 사법상 권리변동과는 무관하고, 점유개정의 방식으로는 제3
자가 선의취득도 할 수 없으므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담보물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재산상 손해 발생이나 그 위험을 부정하면 배임죄의 미수를 인정함이 옳다. 

33) 대법원 2010.9.9. 선고 2010도5975 판결. 

34) 대법원 1997.6.24. 선고 96도1218 판결. 

35) 대법원 2012.2.23. 선고 2011도16385 판결.  

36) 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도13187 판결. 

37) 대법원 2004.6.25. 선고 2004도1751 판결.

38) 채무자는 대외적으로 소유권자이므로 제2채권자에게도 배임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 손동권, “양도담보물을 임의 처분한 경우의 형사책임”, 형사정책연구 제20권 제1호, 2009․봄호, 558면 이하. 

39) 대법원 2009.2.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40) 대법원 2007.2.22. 선고 2006도6686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597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일부인정된죄명: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사기·횡령·배임·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부동산 양도담보 설정의 취지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가 임의로 그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적극)  

[2] 차용금 또는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아파트 분양계약서를 작성해 준 피고인이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신탁회사에 그 소유권을 이전한 행위는, 분양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임무위배행위로 봄이 상당하고 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피해업체의 ‘대표자’를 배임죄의 피해자로 보아 기소한 사안에서,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피해업체가 법인인 경우 피해자를 위 ‘법인’으로 변경하여 인정하거나 분양계약서에 매수인으로 제3자가 기재된 경우 위 ‘제3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3]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4]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도815 판결(공1984, 1511)
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공1984, 1584)
대법원 1985. 3. 26. 선고 85도124 판결(공1985, 662)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공1997하, 2219)
[3]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공2003하, 1898)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2414 판결(공2010상, 1087)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양재 담당변호사 최병모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4. 29. 선고 2010노2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각 사기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별다른 자기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5곳의 공사를 도급받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채무를 부담하게 되어 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음을 전제로 개별 범죄사실별로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나아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 2· 3, 4, 5· 6, 7에 대한 각 사기의 점에 관하여 각각 상고이유와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배척한 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반,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각 배임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신탁계약에 의하여 재산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 경우 그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절대적으로 이전하므로,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수탁자가 위탁자 및 수익자와의 사이에 “수탁자의 권한은 등기부상 소유권 관리 및 보전에 한정되므로 그 이외의 실질적인 관리, 보전 업무 일체는 우선수익자의 책임하에 수익자가 주관하여 관리한다.”고 특약하였다고 하더라도, 수탁자는 우선수익자나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위와 같은 특약에 따른 제한을 부담할 뿐이고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5427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의하면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비용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수탁자는 수익자와 협의하여 당해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충당할 수 있고, 위탁자는 신탁기간 동안 신탁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없는 점 등 제1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가지 사정에다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위탁자를 수익자로 지정하였고, 수익권은 수탁자의 사전 동의 없이는 이를 양도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약정하였으므로, 수탁자인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이하 ‘한국토지신탁’이라 한다)의 사전 동의 없이는 위탁자 겸 수익자인 아태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아태산업개발’이라 한다)가 피해자들에게 수익권을 양도할 수 없는 점, 피해자들은 아태산업개발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목적 부동산이 신탁되는 바람에 수익자로 지정된 아태산업개발이 피해자들에게 수익권을 양도하거나 신탁자인 아태산업개발이 피해자들을 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에 수탁자인 한국토지신탁의 협조를 얻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을 수 있게 되는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 점, 피고인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아태호명산빌리지 아파트에 관하여 이중, 삼중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차용금 또는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분양계약서를 중복 발행하여 그와 같은 중복 발행사실이 알려지면 사업의 진행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 처해 있던 2005. 5. 4. 다시 위 아파트를 타에 분양할 의도로 한국토지신탁과 을종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005. 5. 7. 신탁등기를 마쳐 준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인이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한 행위는 분양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임무위배행위로 봄이 상당하고 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그 분양계약이 담보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담보권 행사의 일환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아태산업개발이 피해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진다고 한 제1심의 설시내용과 관련하여, 이는 부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 아니라, 아태산업개발이 피해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게 된 구체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고 다만 그 분양계약의 성질을 대물변제 약정으로 파악할 것인지 아니면 양도담보 약정으로 파악할 것인지에 관한 법률적인 평가만을 달리할 뿐이어서, 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법률적 성질을 공소사실의 취지와 다르게 양도담보 약정에 기한 것으로 평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한편 채권자들과 부동산 양도담보 설정의 취지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그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전에 임의로 그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한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배임죄를 구성하는 것이며( 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각 참조), 피고인의 신탁등기 이전에 이미 아태호명산빌리지 아파트의 신축공사가 완공되었음은 명백하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한 부분에 관해서도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도815 판결, 대법원 1985. 3. 26. 선고 85도124 판결 각 참조), 나아가 이른바 견질용으로 분양계약서가 작성·교부되었기 때문에 계약서면 자체가 담보의 목적일 뿐이어서 이에 기초하여 아태산업개발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피해자 공소외 8 주식회사(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 순번 7), 공소외 9(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 순번 11) 등에 대하여 인정된 피해액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모두 배척한 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한편,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 참조), 이 부분 공소장 기재 취지에 따르면 검사는 피해업체의 대표자를 배임죄의 피해자로 보아 기소한 것으로 보이나, 아태산업개발과 공사계약 등을 체결한 법인 및 개인 사업체 모두 그 업체명과 대표자명이 공소장의 [별지]에 기재되어 있고 분양계약서에 매수인으로 제3자가 기재된 경우 그 제3자도 별도로 적시되어 있는 점, 피고인도 위 업체와 공사계약 등을 체결하고 분양계약서를 발행해 준 사실 자체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업체가 법인인 경우 피해자를 위 법인으로 변경하여 인정하거나 분양계약서에 매수인으로 제3자가 기재된 경우 위 제3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은 없다고 판단되므로, 제1심이 직권으로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판시 배임죄의 피해자를 변경하여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같은 [범죄일람표] 순번 12의 공소외 10의 경우 피고인이 발행해 준 113동 303호에 대한 분양계약서상 매수인이 공소외 11로 변경된 것은 피고인이 한국토지신탁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이후이므로 배임죄의 피해자는 공소외 10으로 봄이 상당하다), 비록 원심이 피고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점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은 있으나 그 판결 결과에 있어서는 영향이 없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반, 토지신탁 및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사기·배임][공1997.8.1.(39),2219]

【판시사항】

양도담보설정자가 기존의 근저당권자인 제3자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경우의 배임죄 성부 (적극) 

【판결요지】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란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위험이 발생된 경우도 포함되므로, 자신의 채권자와 부동산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그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전에 임의로 기존의 근저당권자인 제3자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경우, 그 지상권 설정이 새로운 채무부담행위에 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저당권자가 가지는 채권을 저당권과 함께 담보하는 의미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공1993하, 3024)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및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박천식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4. 23. 선고 95노5451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주장들은 이유 없다. 

2. 피고인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과의 사전 합의나 승낙 없이 임의로 지상권설정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란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위험이 발생된 경우도 포함되므로, 지상권의 설정이 새로운 채무부담행위에 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저당권자가 가지는 채권을 저당권과 함께 담보하는 의미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해자들의 채권에 대한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피고인이 기존의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아니한 행위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새로 지상권을 설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또한 피고인의 지상권설정행위가 타인의 사무라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하여 소유권이전에 대한 협력의무를 부담함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에게 지상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므로, 이와 반대의 전제에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원심판결의 취지를 오해한 데 기인한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6385 판결
[배임][공2012상,560]

【판시사항】

[1] 이른바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다른 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 회원권 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을 위하여 회원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적극) 

[2] 피고인이 갑에게서 돈을 차용하면서 피고인 소유의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제공한 후 제3자에게 임의로 매도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담보물인 골프회원권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관리할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갑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회원 가입 시에 일정 금액을 예탁하였다가 탈퇴 등의 경우에 예탁금을 반환받는 이른바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다른 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 회원권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는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귀속된 회원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골프장 운영 회사에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권양도 승낙(필요한 경우에는 명의개서까지)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므로, 회원권 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회원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것이다. 

[2] 피고인이 갑에게서 돈을 차용하면서 피고인 소유의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제공한 후 이를 제3자에게 임의로 매도한 사안에서, 피고인과 갑 사이에 골프회원권에 관하여 유효하게 담보계약이 체결되어 피고인이 담보물인 골프회원권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관리할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갑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양민수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1. 11. 11. 선고 2011노300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회원 가입 시에 일정 금액을 예탁하였다가 탈퇴 등의 경우에 그 예탁금을 반환받는 이른바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다른 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한 경우에 회원권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는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귀속된 회원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골프장 운영 회사에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권양도 승낙(필요한 경우에는 명의개서까지)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하므로, 회원권 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회원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고인 소유인 이 사건 골프회원권에 관하여 유효하게 담보 계약이 체결되어 피고인이 담보물인 이 사건 골프회원권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관리할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피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골프회원권을 제3자에게 매도한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 중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액에 관한 심리미진 등의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처음으로 하는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신영철 민일영(주심) 박보영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318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죄명:배임미수)·무고·근로기준법위반][미간행]

변경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
【판시사항】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채무자 소유의 주식에 대하여 주권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아직 채권자에게 주식의 현실 교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시 제3자와 그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한 경우,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9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1. 3. 23. 선고 71도246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공1981, 14222)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상채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1. 12. 선고 2009노1546, 1955(병합)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채무자가 채권자와 사이에 그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되 그 담보로 채무자 소유의 주식에 대하여 현실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채권자로부터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한 이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그 주식을 현실로 교부함으로써 채권자가 그 주식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는 데에 협력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아직 채권자에게 주식의 현실 교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제3자와 사이에 그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되 그 담보로 그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현실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제3자로부터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하였다면 이는 채권자에 대한 양도담보권 취득을 위한 주식교부절차 협력의무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주식담보대출 약정 속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증권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 중이던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 주식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하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전부를 교부받은 이상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완전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그 주식교부절차에 협력할 임무가 있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와 사이에 다시 이 사건 주식 중 200만 주에 대하여 주식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공소외 2로부터 차용금을 교부받은 것은 피해자에 대한 양도담보권 취득을 위한 주식교부절차 협력의무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여 배임미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인하여 취득할 제3자인 공소외 2의 이득액은 배임행위의 실행에 착수한 시점의 이 사건 주식 중 200만 주의 가격인 26억 5,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공소외 2에 대한 피담보채무액인 20억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및 실행의 착수, 이득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주심)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751 판결
[사기·배임·강제집행면탈·부정수표단속법위반][공2004.8.1.(207),1283]

【판시사항】

[1]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수회에 걸쳐 기망행위를 하여 금원을 편취하였으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 사기죄의 죄수  (=실체적 경합범)  

[2] 사기의 수단으로 발행한 수표가 지급거절된 경우,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의 죄수 관계 (=실체적 경합범)  

[3]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이중의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양도담보 설정자가 목적물인 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2차로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소극) 

[4] 항소심에서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수 죄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그 중 일부가 무죄인 경우, 상고심은 항소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하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1] 단일한 범의의 발동에 의하여 상대방을 기망하고 그 결과 착오에 빠져 있는 동일인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방법에 의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에는 이를 포괄적으로 관찰하여 일죄로 처단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2] 사기의 수단으로 발행한 수표가 지급거절된 경우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는 그 행위의 태양과 보호법익을 달리하므로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 

[3]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를 계속 점유하기로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히 소유권을 보유하나 대외적인 관계에 있어서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채권자에게 양도한 무권리자가 되는 것이어서 다시 다른 채권자와 사이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나중에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는데, 현실의 인도가 아닌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뒤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이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채권자들에게 이중의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양도담보 설정자가 목적물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양도담보권자라 할 수 없는 뒤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 죄 중 일부만이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양형의 조건이 달라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원심판결의 위법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47조[2] 형법 제37조, 제347조,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3] 형법 제355조 제2항[4] 형법 제40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9도1309 판결(공1990, 184)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도508 판결(공1997하, 2424)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862 판결(공2000상, 756) /[2]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도2495 판결(공1984, 133) /[4]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384 전원합의체 판결(공1981, 13473)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608 판결(공1995하, 3650)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4490 판결(공2000상, 1348)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병준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04. 3. 3. 선고 2003노1262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기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단일한 범의의 발동에 의하여 상대방을 기망하고 그 결과 착오에 빠져 있는 동일인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방법에 의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에는 이를 포괄적으로 관찰하여 일죄로 처단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9도130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판시 사기범행 중 어음할인으로 금원을 편취한 사기범행 부분과 플라스틱 사출원료를 편취한 사기범행 부분은 서로 범행의 방법이 동일하지 아니하고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인정하기 어려운바, 원심이 두 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기죄에 있어서의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사기죄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사기의 수단으로 발행한 수표가 지급거절된 경우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는 그 행위의 태양과 보호법익을 달리하므로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도2495 판결 참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사기죄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와 사기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공소외 1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0. 1.경부터 경기 남양주시 (주소 1 생략) 소재 공소외 2 주식회사에서 150t용, 250t용, 350t용 성형사출기 각 1대 등을 이용하여 플라스틱 화분을 제조·판매하여 오던 중, 2000. 10. 27.경 경기 구리시 (주소 2 생략) 소재 중소기업은행 ○○지점에서 진흥기금시설자금 명목으로 금 179,000,000원을 대출받으면서 그 담보로 위 성형사출기 3대를 위 중소기업은행에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2000. 11. 16.자로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에서 이에 관하여 공증하는 한편, 2001. 8. 10.경 서울 중구 자양동 소재 서울지검 동부지청 앞 공증인가 법무법인 □□ 사무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플라스틱사출 재료대금 및 약속어음금 등 채무 금 170,000,000원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위 성형사출기 3대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공증하였으므로, 양도담보설정자로서는 양도담보권자인 위 채권자들로 하여금 그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2. 3. 2.경 위 공소외 2 주식회사 공장에서, 위와 같이 양도담보로 제공된 성형사출기 3대를 공소외 3에게 금 116,350,000원에 매각하고 동인이 운영하는 경기 광주군 (주소 3 생략) 소재 ◇◇케미컬 공장으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위 매매대금 116,35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인 위 중소기업은행 및 공소외 1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원심에서의 공소외 1의 증언 등을 종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를 계속 점유하기로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히 소유권을 보유하나 대외적인 관계에 있어서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채권자에게 양도한 무권리자가 되는 것이어서 다시 다른 채권자와 사이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나중에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는데, 현실의 인도가 아닌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뒤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고, 따라서 이와 같이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채권자들에게 이중의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양도담보 설정자가 목적물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양도담보권자라 할 수 없는 뒤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0. 10. 27.경 중소기업은행에 이 사건 성형사출기 3대(이하 '이 사건 사출기'라고 한다)에 대한 양도담보를 설정한 후 다시 2001. 8. 10. 공소외 1과 사이에 이중으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사출기를 현실 인도함이 없이 그대로 점유 사용하던 중 2002. 3. 2.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사출기를 매각하고 그 무렵 현실의 인도를 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은 중소기업은행이 이 사건 사출기를 양도담보로 설정받은 후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그 후 이에 대한 현실의 인도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하였다고도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이 그 후에 이 사건 사출기를 공소외 3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공소외 1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중소기업은행 및 공소외 1을 피해자로 하는 배임죄를 구성하고 두 죄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동산의 이중양도담보와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한편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 죄 중 일부만이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양형의 조건이 달라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원심판결의 위법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38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449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배임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부분 중 판시 배임죄의 부분은 파기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이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성립에서 소유권침해의 결과발생이 요건인지 여부(소극) 

[2]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처분행위’ 유무에 대한 판단 방법 

[3] 차용금채무에 갈음한 양도담보 및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계약을 전후하여 채무의 일부를 변제충당한 사안에서, 기존의 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는 처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4] 채무자가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47조 제1항 [3] 형법 제347조 제1항 [4]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공2003상, 123)
[4]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공1981상, 1338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휘열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8. 11. 13. 선고 2008노6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본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이른바 위태범이므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동의 없이 함부로 이를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표현하는 횡령행위로서, 사법(사법)상 그 담보제공행위가 무효이거나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쇼트기에 관한 매매계약서의 객관적 내용이나 원심 판시 인정 사실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 및 관계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본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일부는 피고인 소유가 아니고, 일부는 부산은행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그 사실을 피해자 주식회사에 알리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을 위 피해자에게 차용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하여 6억 원 상당의 차용금채무를 소멸시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이란 채권을 취득하거나 담보를 제공받는 등의 적극적 이익뿐만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는 등의 소극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채무변제 유예의 정도를 넘어서 채무의 면제라고 하는 재산상 이익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그 채무를 확정적으로 소멸 내지 면제시키는 채권자의 처분행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단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채권 기타 재산적 권리의 양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고, 그것이 기존 채무의 확정적인 소멸 내지 면제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핀 다음,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8600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기계들을 6억 원의 차용금채무에 대한 대물변제로 양도받은 후에도,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이에 피고인이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그 부지에 관하여 피해자 주식회사에 가등기를 마쳐주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한 이후 피해자 주식회사 또는 피해자 주식회사의 실질적 사주인 공소외인에게 2006. 7. 21.부터 같은 해 10. 10.까지 합계 2억 4,49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피해자 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지급받은 돈 중 112,144,000원으로 위 6억 원의 차용원리금채무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기존의 6억 원 차용금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이 사건 기계들을 양도함으로써 위 차용금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기로 하는 약정 내지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무면제로 인한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후 부산은행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을 대출받을 때 위 피해자 주식회사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위 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횡령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므로,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대물변제약정이 있은 후에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2006. 7. 21.부터 지급받은 돈의 일부로 기존 6억 원의 차용원리금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점, 피해자 주식회사는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피고인은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부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받은 점 등의 사정에다가, 기록상 이 사건 기계들에 관하여 대물변제 약정을 체결한 후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는 대물변제의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한 소유권은 여전히 피고인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위 기계들을 부산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에 관하여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장저당법에 의한 저당권의 효력이 미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33663 판결 등 참조),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담보권의 상실이나 담보가치의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없으니, 피고인을 배임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과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의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바,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의 나머지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6686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점유개정의 방법에 의한 동산의 이중 양도담보제공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소극) 

[2] 어선원부상 소유자 등록의 법적 의미

[3]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동산인 어선(20t 이하)을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고 어선원부상 소유자명의를 변경 등록한 것만으로는 양도담보권자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어선법 제13조 [3]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1931 판결(공1990, 703)
대법원 2000. 6. 23. 선고 99다65066 판결(공2000하, 1743)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다37430 판결(공2005상, 47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06. 9. 7. 선고 2006노2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다가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역시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하는 경우에는, 제3자가 그 동산을 선의취득할 수가 없으므로, 최초의 양도담보권자에게 어떠한 재산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193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2. 11. 21. 이 사건 어선(20t 이하의 동력 어선이어서 선박등기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동산에 준하여 취급된다)을 피해자에게 점유개정에 의한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한 후 2003. 8. 13. 이 사건 어선을 동생인 공소외인에게 매도하는 매도증서를 작성하고 공소외인을 어선원부상 소유자로 변경 등록하면서도 피고인이 계속 이 사건 어선을 점유하여 사용한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담보대출기간의 연장 등을 이유로 위와 같이 공부상 명의만 변경하였을 뿐 아무런 실질적 권리이전은 없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어선원부 등은 행정상 편의를 위하여 소유자를 등록, 변경하는 공부에 불과할 뿐 사법상 권리변동과는 무관하므로, 어선원부상의 소유자명의 변경만으로는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에게 사실상 담보물의 발견을 어렵게 하여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고 하여, 이 사건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동산으로 취급되는 이 사건 어선에 있어서 어선원부 등은 행정상 편의를 위하여 소유자를 등록하는 공부에 불과하고 그로써 사법상 권리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바, 앞서의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주장과 같이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2. 담보물유지의무가 타인의 사무인가  


   그런데 담보물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본 판례도 있다. 채무자가 투자금 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해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의 권리를 제3자에게 임의로 양도한 경우, 판례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41) 채무자가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는 기본적으로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방법에 관한 것이고,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채권자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여도 이를 가지고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해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판례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42)이런 채무부담행위는 단순한 채권적 수인의무로서 자기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이 범할 수 있는 진정신분범이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는 사무의 귀속주체가 본래 타인인 경우를 말하는데, 사무의 귀속주체가 타인이라는 것은 그 타인이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43) 횡령죄의 요건인 ‘타인의 재물’도 재물의 귀속주체가 타인이라는 것으로서 이를 ‘타인이 소유하는 재물’로 해석하는 것과 같다.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이 ‘타인을 위한 재물’이 아닌 것이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는 본래 타인이 처리해야 할 사무를 의미한다고 봐야한다.44)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목적범으로 규정하여 그 성립을 제한하고 있는 일본 형법과 차이가 있다.45) ‘타인의 사무’와 ‘타인을 위한 사무’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타인을 위한 사무는 타인의 사무일수도 있고 자기의 사무일 수도 있다.46) 앞서 보았듯이 판례는 배임죄의 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라고 보는데, 이 가운데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것’은 타인을 위한 자기의 사무이다. 채권자를 위해서 담보
물을 유지해야 할 의무는 채권자의 의무일 수 없고 채권자를 위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47)  

41) 대법원 2015.3.26. 선고 2015도1301 판결.  

42) 대법원 1984.12.26. 선고 84도2127 판결.  

43) 同旨: 임정호, “배임죄의 행위주체”, 형사법연구 제20권 제2호, 2008․봄호, 53면.   

44) 同旨: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 대법원 2018.5.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  

45) 일본 형법 제247조 (배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무부, 일본형법, 2007.12, 99면).  

46) 同旨: 하태인, “배임죄의 본질과 타인의 사무”, 법조 2018․2, 792면.  

47)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일 수도 있지만, 담보물유지의무는 자기의 사무이므로 권리행사방해죄는 별론으로 하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 하태인, “형법에서 동산양도담보의 법리”, 비교형사법연구 제19권 제1호, 2017, 159면 이하.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업무상배임·사기][공2015상,666]

【판시사항】

채무자가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채무자가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의 방법에 관한 것이고,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채권자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여도 이를 가지고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지하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5. 1. 8. 선고 2014노43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채무자가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의 방법에 관한 것이고, 그 성실한 이행에 의하여 채권자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여도 이를 가지고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피고인이 아울렛 의류매장의 운영과 관련하여 공소외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금반환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의류매장에 관한 임차인 명의와 판매대금의 입금계좌 명의를 공소외인 앞으로 변경해 주었음에도 제3자에게 의류매장에 관한 임차인의 지위 등 권리 일체를 양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 이 사건에서,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의류매장에 관한 임차인 명의와 판매대금의 입금계좌 명의를 공소외인 앞으로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배임죄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 중 일부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사기·사문서위조·사문서위조행사·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행사·횡령·배임·위증][공1985.3.1(747),289]

【판시사항】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는 것이고,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함에 불과한 경우에는 본인의 사무로 인정될지언정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한다 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0.2.10. 선고 69도2021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1984.8.16. 선고 84노716,84노8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 중 제1심판시 2 내지 11의 각 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제1심판시 2 내지 6,10의 각 죄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제1심판시 7 내지 9,11의 각 죄에 대하여 징역 10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와 검사의 상고를 모 두 기각한다.

【이 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 행위로 재산상이득을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할 것이고,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는 것이고,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함에 불과한 경우에는 본인의 사무로 인정될지언정,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한다 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1982.10.5.피해자 공소외 1에게 돈 1,300만원을 같은해 10.31까지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그 담보로 피고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을 타에 매도하거나 그 부동산에 관하여 중소기업은행 전주지점에 이미 채권최고액 3,450만원에 근저당설정등기가 된 것 이외에는 타에 추가로 담보설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지불증을 작성한 후 이를 공증까지 한 바 있는데도 이에 위배하여 1983.2.10 공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 1,500만원에 근저당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하여도, 위와 같은 약정은 피고인이 자기소유의 부동산을 추후 매도하거나 타에 담보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불과하여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이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들고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제1심판시 각 범죄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의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위 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또 원심의 형의 양정이 과중하여 부당하다는 주장은 이 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상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그러나 직권으로 살피건대, 기록에 메인 검찰주사보가 작성한 범죄경력조사의 일부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2.4.27 대전지방법원에서 위증죄로 벌금 500,000원을 선고받아 같은 5.3에 확정된 사실이 있는바, 피고인이 제 1 심판시 확정판결전에 범행한 그 판시 1 의 각 죄외에 1982.2.7부터 1982.3.30사이에 범행한 그 판시 2 내지 6, 10의 각 범행은 피고인 이 1982.4.27 위증죄로 벌금 500,000원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의 죄에 속하고, 1982.6.18부터 1984.1.14사이에 범한 그 판시 7 내지 9, 11의 각 범행은 위 확정판결을 받은 후의 죄임이 제1심판결문에 의하여 분명한 즉, 따라서 전자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 소정의 경합범에 속하므로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전자의 각 죄에 대하여 별개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고, 후자의 각죄에 대하여는 별도로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 1심판결은 전자와 후자의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고, 형법 제37조, 제3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경합가중한 형기 범위내에서 징역 2년에 처한 것은 법률적용을 잘못한 것이라 할 것이고 원심판결이 이를 적법하다 하여 피고인 및 검사의 각 항소를 기각한 조치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제1심판시 2 내지 11의 각 죄)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기록과 원심법원 및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당원이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에 따라 이 부분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 판결하기로 하여 위에서 본 이유로 그에 해당하는 제1심판결을 파기한다. 

당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인정하는 전과사실 및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는 제 1 심판결의 범죄사실 2행과 3행 사이에 “1982.4.27 같은 법원에서 위증죄로 벌금 500,000원을 선고받아 같은해 5.3 확정된 자”를 삽입하고 그 증거의 요지에 “검찰주사보가 작성한 범죄경력조사중 판시 전과의 점에 맞는 일부기재”를 보태는 외에는 제 1 심판결의 각 해당부분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99조, 제369조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법률에 비추건대, 피고인의 제 1 심판시 2 내지 6, 10의 각 죄는 위 1982.4.27에 선고받은 확정판결전에 범한 죄이므로 위 판결이 확정된 죄와 형법 제37조후단의 경합범이어서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위 각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기로 하는바, 제1심판시 2,4,5,6의 각 가 및 그 판시6의 다의 각 소위중 사문서위조의 각 점은 형법 제231조에 동행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34조, 제231조에 그 판시 2,4,5,6의 각 나의 각 소위중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28조 제1항에 동행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29조, 제228조 제1항에, 그 판시 2, 4의 각 다 및 그 판시 3의 사기의 각 점은 각 형법 제347조 제1항에, 그 판시10의 배임의 점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각 해당하므로, 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 사기, 배임의 각 죄에 있어서는 그 각 소정형중 징역형을 각 선택하고, 그 판시 2,4,5의 각 가의 각 소위중 위조사문서행사의 각 점은 한 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형법 제40조, 제50조에 따라 범정이 무거운 위조해지증서행사죄에 정한 형으로 각 처벌키로 하고, 한편 위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형과범정이 가장 무거운 그 판시 3의 사기죄에 정한 형에 경합가중을 한 형기범위 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하고 피고인의 제1심 판시 7, 8, 9, 11의 각 죄중 그 판시 7의 나 및 8, 9의 각 가의 각 소위중 사문서위조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31조에, 동행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34조, 제231조에, 그 판시 7, 8, 9의 각 나의 각 소위중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28조 제1항에, 동행사의 각 점은 각 형법 제229조, 제228조 제1항에,그 판시 8, 9의 각 다의 사기의 각 점은 각 형법 제347조 제1항에, 그 판시 7의 가의 횡령의 점은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그 판시11의 위증의 점은 형법 제152조 제1항에, 각 해당하므로 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 사기, 횡령, 위증의 각 죄에 있어서는 소정형중 징역형을 각 선택하고, 그 판시 7의나 및 8, 9의 각 가의 각 소위중 위조사문서행사의 각 점은 한 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형법 제40조, 제50조에 따라 범정이 무거운 위조해지증서행사죄에 정한 형으로 각 처벌키로 하고 한편 위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에 따라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그 판시 8의 다의 사기죄에 정한 형에 경합가중을 한 형기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하기로 한다. 

4. 이상과 같은 이유에 의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기(재판장) 정태균 이정우 신정철   

 

Ⅳ.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인가, 자기소유범죄인가  


1. 형법의 재산범죄의 규정체계와 타인 재산의 불법적 취득범죄의 성질  


형법의 재산범죄는 재산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는 형법의 규정체계상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는 재산에 대한 타인의 점유나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는 이른바 자기 소유범죄와 타인에게 소유권이 있는 재산에 대한 범죄, 이른바 타인소유범죄 2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타인소유범죄는 다시 ①타인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범죄, ②이렇게 취득한 재물, 곧 장물(贓物)의 처리에 가담하는 행위를 범죄화한 장물죄, ③타인소유 재물의 효용을 침해하는 범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단 절도죄,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는 타인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범죄들은 그 본질에 차이가 있다. 영득죄와 관련하여 횡령죄는 재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 필요하지 않다. 행위자가 이미 그 재물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도죄․강도죄․사기죄․공갈죄는 재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점유의 이전이 절도죄와 강도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강도죄는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한 것이다. 이와 달리 사기죄․공갈죄는 재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 상대방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서 그 의사에 하자가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 하자가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착오이고, 공갈죄는 공갈로 인한 공포심이다. 절도죄는 취거적 재물취득범죄, 강도죄는 강제적 재산취득범죄, 사기죄는 기망적 재산취득범죄, 공갈죄는 공갈적 재산취득범죄, 횡령죄는 배신적 재물취득범죄라고 각각 말할 수 있다. 이런 타인 재산의 불법적 취득범죄는 그 타인의 재산적 손해의 발생을 전제로 한다고 봐야한다. 타인에게 발생시킨 재산적 손해가 또 다른 타인의 재산취득으로 이어지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타인 재산의 불법적 취득의 결과가 그 타인에게 재산적 손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한국 형법은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쨌든 타인 재산의 불법적 취득범죄는 타인의 재산적 손해의 발생이 필요한 침해범으로 봐야 한다. 
    법정형은 횡령죄와 배임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절도죄는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강도죄는 3년 이상 징역, 사기죄와 공갈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법정형이 불법을 반영한다고 보면, 절도죄의 불법이 횡령죄․배임죄의 불법보다 크다고 본 것이다. 재산적 손해를 입힌다는 결과는 동일하므로 결과불법은 동일하지만, 행위불법에 차이가 있다고 본 것으로 봐야하는데, 타
인의 점유를 침해한다는 절도죄의 행위불법이, 신뢰관계를 깨뜨린다는 횡령죄의 행위불법보다 크다고 본 것으로 본다. 이는 횡령죄나 배임죄의 경우는 신뢰를 받는 자가 그 신뢰를 주는 자에게 재산적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그 신뢰를 주는 자가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형법의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절도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배임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이다. 그런데 독일 형법은 횡령죄를 절도죄와 함께 19장에서(제248a조는 경미한 가치의 재물에 대한 절도와 횡령을 조건부 친고죄로 규정함), 또 두 개의 항으로 구별해서 제1항에는 단순횡령죄, 제2항에는 보관물 횡령죄를 각각 규정하고 있고,48) 강도죄는 공갈죄와 함께 20장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배임죄는 사기죄와 함께 23장에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일 형법의 절도죄,49) 보관물횡령죄, 공갈죄, 사기죄, 배임죄의 법정형은 모두 같다. 5년 이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이다.  

48) 제246조 (횡령) ①타인의 동산을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위법하게 속하게 한 자는 그 행위를 다른 규정에서 무겁게 처벌하고 있지 않는 한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②제1항의 재물이 행위자에게 맡겨진 것이면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49) 제242조 (절도) ①타인의 동산을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위법하게 속하게 할 의사로 타인으로부터 절 취한 자는 5년 이하의 장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②미수범은 처벌한다 


2.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인가, 자기소유범죄인가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인가, 자기소유범죄인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그 타인, 곧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따라서 임무위배행위의 객체가 재산상 이익이 아니라 재물이어도 무관하고, 문언해석에 충실하면 횡령죄와 달리 그 재산의 소유권이 반드시 타인, 곧 본인에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임행위로 취득한 것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어야 한다.
    양도담보물의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있는가, 채권자에게 있는가. 판례는 양도담보50)의 소유관계를 이중적으로 파악하여, 소유권이 대내적으로는 채무자에게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채권자에게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를 채택하고 있는 민법의 체계에 어긋나고, 채무자에게 있는 대내적 소유권이 일반적인 소유권과 같은 것인지 논란이 있다.51) 이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기계)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태(이른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에서 그 기계를 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한 경우, 판례는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다.52) 그 기계의 소유권이 여전히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시 목적물에 대한 담보권 및 환가권만을 가지므로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판례는 양도담보물을 임의처분하거나 임의로 다시 담보권을 설정한 경우, 그 양도담보물의 소유권이 채무자에게 있다고 보고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의 성부를 검토한다. 결국 판례에 따르면 배임죄는 자기소유범죄인 경우도 있고, 타인소유범죄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형법은 자기소유범죄와 타인소유범죄를 구별하여 전자를 먼저 규정하고 있고, 권리행사방해죄는 사실상의 지배상태인 점유는 물론 권리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며,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그 성립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로서,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는 경우에만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배임죄의 법정형이 횡령죄의 법정형과 같고, 권리행사방해죄의 법정형(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게 한 이유라고 본다. 

50) 양도담보란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물건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그 목적물에서 우선변제를 받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면 목적물을 다시 반환하는 계약의 담보형태를 말한다. 

51) 김태업, “동산의 양도담보권자가 채무자의 점유 아래 있는 담보목적물을 매각하고 목적물반환청구권을 양도한 다음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취거하게 한 경우, 절도죄의 성립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78호, 2008년 하, 570면 이하. 

52) 대법원 2009.2.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대법원 1980.11.11. 선고 80도2097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1097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횡령죄의 성립에서 소유권침해의 결과발생이 요건인지 여부  (소극)  

[2]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처분행위’ 유무에 대한 판단 방법 

[3] 차용금채무에 갈음한 양도담보 및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계약을 전후하여 채무의 일부를 변제충당한 사안에서, 기존의 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는 처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4] 채무자가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  (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47조 제1항 [3] 형법 제347조 제1항 [4]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공2003상, 123)
[4]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공1981상, 1338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휘열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8. 11. 13. 선고 2008노6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관한 소유권 등 본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본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으면 그 침해의 결과가 발생되지 아니하더라도 성립하는 이른바 위태범이므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동의 없이 함부로 이를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표현하는 횡령행위로서, 사법(사법)상 그 담보제공행위가 무효이거나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21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쇼트기에 관한 매매계약서의 객관적 내용이나 원심 판시 인정 사실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쇼트기와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 및 관계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쇼트기를 매도한 것으로 본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에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일부는 피고인 소유가 아니고, 일부는 부산은행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그 사실을 피해자 주식회사에 알리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을 위 피해자에게 차용금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하여 6억 원 상당의 차용금채무를 소멸시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이란 채권을 취득하거나 담보를 제공받는 등의 적극적 이익뿐만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는 등의 소극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채무변제 유예의 정도를 넘어서 채무의 면제라고 하는 재산상 이익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그 채무를 확정적으로 소멸 내지 면제시키는 채권자의 처분행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단지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채권 기타 재산적 권리의 양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고, 그것이 기존 채무의 확정적인 소멸 내지 면제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핀 다음,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8600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기계들을 6억 원의 차용금채무에 대한 대물변제로 양도받은 후에도,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이에 피고인이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그 부지에 관하여 피해자 주식회사에 가등기를 마쳐주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한 이후 피해자 주식회사 또는 피해자 주식회사의 실질적 사주인 공소외인에게 2006. 7. 21.부터 같은 해 10. 10.까지 합계 2억 4,49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피해자 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지급받은 돈 중 112,144,000원으로 위 6억 원의 차용원리금채무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기존의 6억 원 차용금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이 사건 기계들을 양도함으로써 위 차용금채무를 확정적으로 면제 내지 소멸시키기로 하는 약정 내지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무면제로 인한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이 사건 기계들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후 부산은행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을 대출받을 때 위 피해자 주식회사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위 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횡령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므로,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 사이에 대물변제약정이 있은 후에도 피해자 주식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2006. 7. 21.부터 지급받은 돈의 일부로 기존 6억 원의 차용원리금 중 일부에 변제충당한 점, 피해자 주식회사는 이 사건 기계들로 6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여, 피고인은 2006. 8. 10. 김해시 한림면 공장건물 및 부지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받은 점 등의 사정에다가, 기록상 이 사건 기계들에 관하여 대물변제 약정을 체결한 후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주식회사는 대물변제의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에 관한 소유권은 여전히 피고인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위 기계들을 부산은행에 공장근저당권의 목적으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에 관하여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장저당법에 의한 저당권의 효력이 미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33663 판결 등 참조),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 주식회사에게 담보권의 상실이나 담보가치의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없으니, 피고인을 배임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횡령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과 이 사건 기계들 중 순번 2, 3, 4 기계들과 관련한 횡령의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바,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의 나머지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2097 판결
[배임ㆍ횡령][집28(3)형,57;공1981.1.1.(647) 13381]

【판시사항】

가. 약한의미의 양도담보에 있어서 채무자가 그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와 횡령죄의 성부  

나.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경우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판결요지】

가. 약한의미의 양도담보에 있어서는 목적물의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채권자에게는 그 채무불이행시의 목적물에 대한 담보권 및 환가권만이 귀속되는 것이어서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므로 양도담보의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나.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경우에도 원심이 제1심의 양형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였다고 하여 위법은 아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제364조 제2항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 판 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80.6.26. 선고 80노264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 1 점,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소유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자라 할 것인 바,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여전히 그 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위 양도담보계약의 내용이 차용금의 담보를 위하여 매매의 형식을 빌렸을 뿐이고 그 실질은 차용금의 담보와 담보권실행시의 정산절차를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면 별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소유권은 채무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채권자에게는 그 채무불이행시의 목적물에 대한 담보권 및 환가권만이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때 채무자는 자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이러한 취지아래에서 본건 양도담보의 목적물인 미싱 17대의 소유권이 채무자인 피고인에게 남아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이 동 미싱 17대를 타에 매각처분하였다한들 이것을 가지고 횡령죄로 문의할 수 없다고 본 판단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양도담보나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제 2 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원칙으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한하고 예외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이고(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 2항) 이는 물론 항소제기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임은 소론과 같다 하더라도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본건에 있어서 항소심인 원심이 검사의 항소이유를 심리한 후 원심의 양형보다 가벼운 형을 정하였다한들 이로써 원심이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사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제1심의 형보다 피고인에 대하여 유리한 형량을 정할 수 없다는 법리도 없을 뿐더러 또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본건 항소이유가 가사 소론과 같이 제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점에만 국한된 것이라 하더라도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는 항소이유에 포함되지 아니한 것이라도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기 때문이다. 

논지는 모두 받아들일 것이 못된다.

그러므로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한환진(재판장) 김용철 김기홍
대법원판사 한환진 해외출장으로 서명불능임. 김기홍   


3.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부   


문제는 권리행사방해죄의 행위유형이 절도죄․강도죄에 대응한 취거와 손괴죄에 대응한 은닉․손괴로 한정되어있다는 것이다.53) 따라서 채무자가 자기소유 양도담보물을 임의처분하거나 임의로 다시 담보권을 설정하면서 담보물을 교부한 경우에 매도나 교부도 권리행사방해죄의 행위유형인 ‘취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판례는 권리행사방해죄의 권리를 제한물권이나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에 한정하지 않고 정지조건있는 대물변제 예약권도 해당한다고 본다.54) 또한 판례는 취거를 점유자로부터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으로 해석하면서도,55) 행위자가 자신이 점유하고 있다가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는 경우에도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예컨대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 선반기계 등을 이중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다른 장소로 옮긴 경우56)나 피해자가 벌채한 원목을 소유자가 점유하던 중 임의로 매도하여 그 원목에 대한 피해자의 인도청구권을 침해한 경우57)가 그렇다. 판례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은닉’을 물건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으로 보고, 매수인이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차량 매수대금 2,000만 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위 차량에 피해자 명의의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대부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차량을 다시 대부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이른바 ‘대포차’로 유통되게 한 경우,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58) 이중담보, 곧 담보물유지의무 위반을 배임죄가 아니라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한 것이다. 甲이 사실혼 배우자의 명의를 빌려 자동차를 매수하면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하였음에도 저당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자동차의 소재를 찾을 수 없도록 한 경우, 자동차의 소유권이 甲에게 없으
므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고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례59)도 같은 맥락에 있다. 

53) 신동운, 형법각론, 법문사, 2017, 786면.

54) 대법원 1968.6.18. 선고 68도616 판결.

55) 대법원 1988.2.23. 선고 87도1952 판결.

56) 대법원 1994.9.27. 선고 94도1439 판결.

57) 대법원 1991.4.26. 선고 90도1958 판결.

58) 대법원 2016.11.10. 선고 2016도13734 판결.

59) 대법원 2017.5.30. 선고 2017도4578 판결.
대법원 1968. 6. 18. 선고 68도616 판결
[강제집행면탈][집16(2)형,027]

【판시사항】

권리행사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는 실례 

【판결요지】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 "타인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이라는 요건의 그 권리 중에는 반드시 제한물권이나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만이 아니라 이를테면 정지조건 있는 물권변제의 예약권을 가지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형법 제323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제1심 서울형사지방, 제2심 서울형사지방 1968. 3. 19. 선고 68노79 판결

【주 문】

원판결 중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즉, 형법 제323조에서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이라함은 주로 타인의 제한물권이 설정된 권리가 다만 채권인 경우에는 특히 물건에 대한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일 때에만 예외적으로 그 물건이 본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일정한 기일까지 채무를 변제하기로 하고, 만일 그때까지 변제하지 못할 때에는 특정한 물건의 소유권을 양도함과 동시에 이를 인도하기로 하는 법정화해를 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변제기 이전까지는 다만 위의 화해조항에 기인한 채무를 부담할 뿐이고,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때에 채권자에게 양도 하기로 한 물건에 대하여 담보권 기타 그 물건에 대한 직접적 지배를 수반하는 권리를 취득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하여 규정된 타인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이라는 요건중 그 권리 중에는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반드시 제한물권이나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경우처럼 이를테면 정지조건 있는 대물변제의 예약권을 가지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권리행사방해죄의 입법취지에 맞는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은 권리행사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이리하여 형사소송법 제397조에 의하여 원심판결중 이 부분을 파기하고 이것을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법관들의 견해가 일치되다.

대법원판사   양회경(재판장) 홍순엽 이영섭 주재황   
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1952 판결
[권리행사방해][집36(1)형,371;공1988.4.15.(822),621]

【판시사항】

형법 제323조 소정의 '취거'의 의미  

제323조(권리행사방해)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판결요지】

형법 제323조 소정의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취거라 함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그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자의 점유로부터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므로 점유자의 의사나 그의 하자있는 의사에 기하여 점유가 이전된 경우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취거로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23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87.7.30 선고 87노156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형법 제323조 소정의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취거」라 함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그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그 점유자의 점유로부터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므로 점유자의 의사나 그의 하자있는 의사에 기하여 점유가 이전된 경우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취거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채권자인 공소외 1이 채무자인 피고인으로부터 차용금 채무의 담보로 제공받은 피고인 소유의 그 설시 맥콜을 공소외 2 등 2인에게 보관시키고 있던 중 피고인이 위 맥콜은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이고 이를 동인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으로 된 반환서를 공소외 3에게 작성해 주어 위 공소외 3이 위 공소외 2 등 2인에게 이 반환서를 제시하면서 위 맥콜은 피고인에게 편취당한 장물이므로이를 인계하여 달라고 요구하여 이를 믿은 동인들로부터 이를 교부받아 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3이 위와 같은 경위로 위 공소외 2 등 2인으로 부터 위 맥콜을 인도받아 간 것이라면 이는 피고인의 취거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 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고 또한 위 공소외 3이 위 맥콜을 가져간 것은 위 공소외 2 등 2인의 교부행위에 의한 것이고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가져간 것이 아니라는취지에서 이를 피고인의 취거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처도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이준승 황선당   
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도1439 판결
[부정수표단속법위반,횡령,공무상표시무효,수질환경보전법위반,소음.진동규제법위반,배임(인정된죄명:권리행사방해),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공1994.11.1.(979),2915]

【판시사항】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 기계를 이중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타처로 옮긴 경우,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  

【판결요지】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 선반기계 등을 이중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이를 다른 장소로 옮긴 경우, 이는 공장저당권의 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23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1994.4.29. 선고 93노154,94노12(병합)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판시 파일성형설비에 대한 불법영득의사 및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의 범의를 인정하고, 이어 피고인이 공장근저당권이 설정된 판시 선반기계 등을 이중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이를 다른 장소로 옮긴 사실을 인정하고 이는 공장저당권의 행사가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각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인정판단은 그대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같은 사실오인 또는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수질환경보전법위반죄 및 소음·진동규제법위반죄를 포함하여 징역 1년 6월에 2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죄에 대한 양형부당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도1958 판결
[절도][공1991.6.15,(898),1565]

【판시사항】

가. 피고인과 갑 간에 갑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갑에게 벌채한 원목을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어 갑이 계약상의 의무를 다 이행하였는데 피고인이 이를 갑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에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포함되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가. 피고인과 갑 간에 '갑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갑에게 그 벌채한 원목을 인도한다'는 계약이 성립되고 갑이 위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원목의 소유권이 바로 갑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그 소유자인 피고인이 갑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함으로써 비로소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아직 피고인이 갑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하지 아니한 채 이를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는 자기 소유 물건의 처분행위에 불과하여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란 반드시 제한물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이에 포함된다

【참조조문】

가. 형법 제329조, 민법 제188조 나. 제323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60.9.14. 선고 4292형상537 판결
1968.6.18. 선고 68도616 판결(집16(2) 형27)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0.4.19. 선고 90노1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절도의 점에 대하여, 가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피고인 간에 '피해자가 이 사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 벌채한 원목을 인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이 성립되었고 피해자가 위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원목의 소유권이 바로 피해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그 소유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함으로써 비로소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생긴다는 견해 아래에서 아직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니 피고인이 이를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는 자기 소유물건의 처분행위에 불과하여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옳고 여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인 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하여, 가사 피해자와 피고인간에 위와 같은 계약이 이루어졌고 피해자가 위 계약상의 의무를 모두 이행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 원목 인도청구권 등의 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원목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채권과 위 원목에 대한 견련관계도 인정할 수 없으니 피해자는 이 사건 원목에 관하여 유치권 기타 이와 유사한 담보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하여 피해자에게 이와 같은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권리행사방해죄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란 반드시 제한물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되므로( 당원 1968.6.18. 선고 68도616 판결, 1960.9.14. 선고 4292형상537 판결 참조), 위 예비적 공소사실대로 피해자가 이 사건 원목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사건 원목은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물건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터인데도, 원심은 피해자와 피고인간의 위와 같은 계약체결 사실을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원목이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필경 원심판결에는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권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할 것이어서 이 부분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될 수 밖에 없다. 

3.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명철(재판장) 박우동 배석 김상원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13734 판결
[권리행사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은닉’의 의미 및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것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차량을 구입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차량 매수대금을 차용하고 담보로 차량에 피해자 명의의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는데, 그 후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차량을 대부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이른바 ‘대포차’로 유통되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피고인의 물건을 은닉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23조 [2] 형법 제3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도1439 판결(공1994하, 2915)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8. 25. 선고 2016노170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여기서 ‘은닉’이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하고, 그로 인하여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고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것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도143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2011. 5. 9.경 체어맨 승용차 1대를 구입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차량 매수대금 2,000만 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위 차량에 피해자 명의의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음에도, 2011. 12.경 대부업자로부터 4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차량을 대부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이른바 ‘대포차’로 유통되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피고인의 물건을 은닉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4578 판결
[사기·업무상횡령·권리행사방해][공2017하,1433]

【판시사항】

자기의 소유가 아닌 물건이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 기소된 물건의 소유자에게 고의가 없는 등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소유자의 권리행사방해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그의 공범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 기소된 물건의 소유자에게 고의가 없는 등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0조, 제33조, 제323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공2003하, 1487)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공2005하, 2002)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064 판결(공2010상, 694)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서용진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7. 3. 16. 선고 2016노235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서의 ‘고의’, ‘재산상 이익’과 업무상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원심판결에 양형심리와 양형판단에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주장

(1)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한 물건이 자기의 물건이 아니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등 참조).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은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소유자의 권리행사방해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그의 공범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 기소된 물건의 소유자에게 고의가 없는 등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 

(2) 원심판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에서 문제 된 에쿠스 승용차는 피고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공소외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

(나) 공소외인은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권리행사방해의 공동정범으로 공소 제기되었다가 제1심에서 2015. 12. 14. 분리 선고되면서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 항소심(대전지방법원 2016노42)에서 이 사건 권리행사방해 범행은 피고인이 공소외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저지른 것이고, 공소외인이 피고인과 공모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후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3) 원심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위 에쿠스 승용차의 소유자인 공소외인이 무죄인 이상, 피고인 단독으로는 더 이상 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위 에쿠스 승용차의 소유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4)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심리미진, 공소장변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라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따른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1601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도10701 판결 등 참조). 

(2) 검사는 피고인이 사실혼 배우자의 명의를 빌려 자동차를 매수하면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하였음에도 저당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자동차의 소재를 찾을 수 없도록 하여 담보가치를 상실케 하였으므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권리행사방해죄와 배임죄는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달라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고,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공소 제기된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서만 심리·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공소장 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권순일 김재형(주심)   

 

Ⅴ. 결 론  


판례가 배신설의 입장에서 배임죄의 본질을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로 파악하면서, 양도담보물의 임의처분․임의이중담보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인정하는 반면, 대물변제예약물의 임의처분과 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를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배임죄는 자기소유범죄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서 소유권이 채무자 자신에게 있는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볼지라도 채무자가 자기소유 양도담보물을 임의처분하거나 임의로 다시 담보권을 설정하면서 담보물을 교부한 경우,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담보물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자기의 사무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권리행사방해죄의 요건을 충족하면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은 자기소유범죄와 타인소유범죄를 구별하여 전자를 먼저 규정하고 있고, 권리행사방해죄가 사실상의 지배상태인 점유는 물론 권리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며,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그 성립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배임죄는 타인소유범죄로서,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는 경우에만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