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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권 양도의 허구성과 민법 제196조의 개정제안 - 송덕수(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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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권 양도의 허구성과 민법 제196조의 개정제안 - 송덕수  

 

Ⅰ. 서설
Ⅱ. 제196조의 제정과정과 입법자의 추정 적인 의도 
Ⅲ.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Ⅳ. 제196조의 그 밖의 문제점
Ⅴ. 제196조의 개정의견
Ⅵ. 결어

 

 

Ⅰ. 서설  


  (1) 점유권은 양도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권리의 양도’라 함은 법률행위에 의하여 권리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가리킨다. 소유권⋅지상권과 같은 물권은 이러한 양도가 당연히 인정된다. 그런데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점유권1)양도성을 가지는지 문제되는 것이다. 민법에는 그와 관련된 규정으로 제196조2)가 두어져 있다. 그 규정은 제목을 ‘점유권의 양도’라고 붙이고, 제1항에서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고 하고, 제2항에서 “전항의 점유권의 양도에는 제188조 제2항, 제189조, 제190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비추어볼 때 우리 민법은 적어도 외견상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점유권의 실체와 제196조가 규정한 점유권 양도 실질을 따져보면 그와 같은 명문규정에도 불구하고 점유권 양도를 부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오래 전에 민법 강의서를 처음 집필하면서 제196조의 규정내용에 대하여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그리고 – 당시의 문헌상 점유권의 양도를 부정하는 견해가 전무한 상황에서 - “점유권은 점유가 있으면 항상 인정되는 빈 껍질의 권리이고 제196조의 「점유권의 양도」는 허구의 규정이다.”고 주장하였다.3) 나아가 그 규정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서 무시하여야 한다고 하였다.4)5) 우리 민법상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될 수 없다는 화두(話頭)를 민법학계에 던진 것이다. 필자의 그 주장은 그 후 물권법 교과서6) 또는 점유에 관련 입법론7)에서 약간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지만 점유권의 양도 자체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점유권의 양도가 과연 가능한지에 관하여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논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더 늦기 전에 필자라도 나서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전술한 이론이 정당한지를 검토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첫째 이유이다. 

제196조(점유권의 양도)  
①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점유권의 양도에는 제188조제2항, 제189조, 제190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188조(동산물권양도의 효력, 간이인도)  
①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② 양수인이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제189조(점유개정)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 

제190조(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   
제삼자가 점유하고 있는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이 그 제삼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함으로써 동산을 인도한 것으로 본다. 
1) 점유권이 권리인지, 더구나 물권으로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나, 그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일단 점유권을 하나의 물권인 것으로 전제하고 기술한다. 

2) 아래에서 민법규정은 조문수로만 인용한다. 

3) 송덕수, 민법강의(상), 박영사, 2004, 497면. 

4) 송덕수, 앞의 책(주 3), 497면⋅516면⋅529면 참조.

5) 필자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송덕수, 물권법, 제4판, 박영사, 2019, [72]⋅[84]⋅[92] 참조. 

6) 홍성재, 물권법, 신정판, 동방문화사, 2014, 65면에서 필자의 사견을 지지하고 있다. 

7) 정병호, “점유권 개념에 관한 입법론적 고찰”, 서울법학(서울시립대, 2014), 제22권 제2호(Ⅰ), 350면은 필자의 견해를 논의의 기초를 위한 이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2) 제196조에는 점유권의 양도가 가능한가라는 기본적 문제 외에도 여러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우선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민법이 규정한 점유권 양도의 실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령 점유의 이전이라면 민법상 그것은 인정되는지 문제된다. 그리고 제196조는 근본적으로는 점유와 점유권의 관계, 나아가 점유가 권리인지의 문제에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될 경
우에 제196조 제1항이 규정한 점유권 양도의 요건이 적절한지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또한 제196조가 적용되는 범위도 검토하여 그 규정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제196조에 관한 이들 문제에 관하여도 논술하려고 한다. 

 

 (3) 다음에, 만약 제196조가 내용이나 형식에서 부적절하다면 그 개정에 대하여도 논의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에서는 제196조가 부적절할 경우에는 그 규정의 바람직한 개정의견도 제시하려고 한다. 


 (4) 아래에서는 제196조의 내용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하여 먼저 제196조의 제정과정을 살펴보고, 그에 기초하여 민법의 입법자가 제196조에서 의도한 내용을 추정해보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점유권의 양도가 가능한지를 논의할 것이다. 그 뒤에는 제196조에 대한 추가적인 문제점을 검토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제196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면, 마지막으로 제196조의 개정에 대하여 논의하고 개정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Ⅱ. 제196조의 제정과정과 입법자의 추정적인 의도   


1. 제196조의 제정과정  


(1) 서설  


    제196조는 기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의용되었던 일본민법(의용민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196조의 제정과정으로는 우선 의용민법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뒤에는 우리 민법이 제정되기 위하여 어떤 내용의 민법안(정부제출 민법안)이 제출되었는지, 그 민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어떻게 심의되어 현행 민법 제196조로 확정되었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2) 의용민법 제182조 


   의용민법은 제2편(물권) 제2장의 제목을 ‘점유권’이라고 붙이고, 그 아래에 제1절 점유권의 취득, 제2절 점유권의 효력, 제3절 점유권의 소멸이라는 3절을 두었다. 그리고 우리 민법 제196조와 비교될 수 있는 규정인 의용민법 제182조는 제2장 제1절에 위치한다. 의용민법 제182조의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8)  

8) 의용민법 제182조는 법무부, 일본민법전, 2011, 65면에서 인용한다

 

제182조(현실인도 및 간이인도) ①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을 인도함에 의하여 한다.
② 양수인 또는 그 대리인이 실제로 점유물을 소지한 경우에는 점유권의 양도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에 의하여 할 수 있다. 


(3) 정부제출 민법안 제185조  


   정부제출 민법안은 체제상 의용민법과 유사하게 제2편(물권) 중 제2장의 제목을 ‘점유권’이라 하였다. 그런데 제2장을 여러 절로 나누지는 않았다. 그리고 현행민법 제196조에 해당하는 규정은 민법안 제185조이다. 그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85조(점유권의 양도) ①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
② 간접점유의 양도는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안 제185조 제1항은 의용민법 제182조 제1항을 물권변동에 관한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의 형식에 맞추어 수정한 것으로 보이고, 민법안 제185조 제2항은 독일민법 제870조9)를 점유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보다 직접적으로는 만주민법 제187조와 제188조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10)
만주민법은 물권변동에 관하여 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있는 점에서(제177조⋅제188조 참조) 우리 민법과 태도를 같이 한다.  

9) 독일민법 제870조는 다음과 같다.
 제870조(간접점유의 이전) 간접점유는 물건의 반환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함으로써 그타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 

10) 만주민법 제187조⋅제188조는 다음과 같다. 
 제187조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인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제188조 간접점유권의 양도는 물건의 반환청구권의 양도로 인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결과  


   정부제출 민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국회에서는 즉시 이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였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법안심의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예비심사를 전담하게 하였다.11) 민법안심의소위원회는 예비심사에서 민법안 제2편(물권) 제2장의 제목을 ‘점유권’이라고 한 데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민법안 제185조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논의가 진행되었다. 

11) 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 민법안심의록 상권(총칙편⋅물권편⋅채권편), 1957, 1면.


   민법안 제185조 제1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논의가 없었으나, 그 제2항은 논의 끝에 수정되었다. 민법안심의록은 심의결과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물권양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로 4종류(초안 제179조 이하) 즉 현실인도 외에 간이인도, 점유개정, 반환청구권 양도를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유권 양도에는 제185조만을 규정한 것은 체제상 균형을 실(失)함으로 본조는 수정이 필요하다.”12) 그런 다음, “제185조 제2항을 다음과 같이 수정함에 합의하였다. 「전항의 점유권의 양도에는 제179조 제2항 제180조 제181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였다.13)14)  

12) 앞의 민법안심의록 상권(주 11), 124면. 

13) 앞의 민법안심의록 상권(주 11), 124면. 

14) 민사법연구회, 민사법의견서, 일조각, 1957, 75면ㆍ76면(이종흡 집필부분)은 물권의 총칙에서는 간이이전방법 규정들을 삭제하고 그것을 초안 제185조 제2항(간이인도)과 신설조문(점유개정,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서 정하자고 주장했는데,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민법안 제185조 제2항에 관한 민법안심의소위원회의 수정의견15)은 당시 시행되고 있던 중화민국민법 제946조 제2항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것이다.16)  

15)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 의견은 그대로 현행 민법 제196조 제2항으로 되었다. 

16) 중화민국민법 제946조는 현재도 동일한데,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의할 것은, 그 규정 제1항은 우리 민법안과 달리 ‘점유권의 양도’가 아니고 ‘점유물의 이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946조(점유의 이전) ① 점유물의 이전은 점유물의 교부에 의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② 전항의 이전에는 제761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761조(동산물권의 양도방법-현실교부, 점유개정, 지시교부) ① 동산물권의 양도는 동산을 교부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양수인이 이미 동산을 점유했을 경우에는 양도의 합의를 한 때에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② 동산물권을 양도하여도 양도인이 여전히 동산의 점유를 계속할 때에도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이에 의한 간접점유를 취득시켜서 교부를 대신할 수 있다.
③ 동산물권의 양도에 관하여 그 동산이 제3자가 점유하는 것일 때에도 양도인은 제3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여 교부를 대신할 수 있다 


(5) 현행 민법전  


민법안 제185조 제1항은 민법안이 그대로, 그리고 제185조 제2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에서 수정된 내용대로 현행 민법전 제196조로 확정되었다.17)  

17) 물론 제185조와 동조 제2항에 인용된 조문들의 조문수는 수정되었다.

 

2. 제196조에 관한 입법자의 추정적인 의도  

제196조(점유권의 양도)  
①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점유권의 양도에는 제188조제2항, 제189조, 제190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1) 서설  


    이제 민법의 입법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제196조를 규정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입법자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기초이유서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전의 경우에는 기초자의 기초이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간략하게 기술된 민법안심의록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법 기초자의 의도를 알기 어
려운 때에는 민법전 해당규정의 모범으로 된 외국 민법 규정의 기초이유서 등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민법안심의록과 외국의 관련 자료를 참고하여 민법 입법자의 의도를 추정해보기로 한다. 한 마디를 덧붙인다면, 그와 같은 추정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또는 그러한 추정이 사견은 아니라는 점이
다. 여기의 추정은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한 전제로서 입법자의 의도를 정리해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 점유권의 권리성 인정  


    제196조는 제목이 ‘점유권의 양도’라고 붙여져 있고, 그 제1항과 제2항에서 점유권 양도의 구체적인 요건이 기술되어 있다. 제196조의 이러한 모습은 점유권을 권리로 인정해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민법전은 제2편(물권) 제2장의 제목을 ‘점유권’이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제192조 제1항에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점유권이 있다.”라고 하였고, 제192조 제2항ㆍ제193조ㆍ제194조ㆍ제208조 제1항 및 제2항 등에서 ‘점유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우리 민법의 입법자가 점유권을 권리로 인식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서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민법전상의 전술한 태도는 우리 민법전에서 최초로 나타난 것이 아니고 의용민법을 따른 것인데, 의용민법에 관하여 입법이유서가 있어
서 그것에 비추어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의용민법(일본민법)의 이유서에 따르면, “점유가 사실인지 아니면 권리인지는 학자 간에 논쟁이 있는 바이기는 하지만, 본안에서는 점유를 물권의 일종으로 하고 이것에 법률의 보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한다.18) 그리고 정부제출 민법안 제185조의 모범이 된 만
주민법에 관하여 학자들은 점유권이 하나의 권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19) 여기서 우리 민법전을 기초한 자도 점유권을 권리, 즉 물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18) 박세민, “일본메이지민법(물권편:점유권)의 입법이유”, 민사법학(한국민사법학회, 2012), 제60호, 400면.   

19) 村敎三⋅石田文次郞, 滿洲民法(物權), 有斐閣, 1932, 41면ㆍ42면


(3) 점유권의 양도 인정  


    제196조의 기초로 된 의용민법 제182조는 점유권의 양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의용민법의 이유서는, “본안은 점유를 하나의 물권으로 하여 다른 권리처럼 양도하거나 또는 상속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점유권의 성질상 그 양도에 관하여 특별히 본조를 두어 그 방법을 규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한다.20) 이에 비추어볼 때 우리 민법의 입법자도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는 견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민법 입법자의 그러한 의도는 제196조의 제목과 두 항의 본문에 명백하게 표현되어 있다.  
   민법전의 이러한 태도는 점유권을 권리로 인정할 경우에는 어쩌면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설사 점유권을 권리라고 보더라도 그 권리는 다른 권리와는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다. 

20) 박세민, 앞의 논문(주 18), 409면. 


(4) 점유권 양도의 요건을 성립요건주의 규정 형식에 맞추어 규정함   


    제196조 제1항의 규정모습은 의용민법 제182조 제1항과 유사하다. 후자가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양도에 의하여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조항은 외견상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것이 기반을 두고 있는 근본원리의 차이로 말미암아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의용민법의 기초자
는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에 관하여 대항요건주의(의사주의)를 채용하고 있는 의용민법상 제182조 제1항이 없으면 “물권의 설정 또는 이전에 관한 통칙에 따라 단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서만 점유권을 양도할 수 있다는 오해를 낳을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어서 그러한 규정을 두었다고 한다.21) 그에 비하여 우리 민법 제196조 제1항은 물권변동에 관하여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에 맞추어 제186조⋅제188조 제1항과 비슷하게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점유권이라는 물권의 양도에 있어서는 ‘점유물의 인도’를 일종의 공시방법처럼 정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민법 제196조 제1항에서의 인도는 물권변동의 원칙에 따른 공시방법인 데 비하여, 의용민법 제182조 제1항에서의 인도는 물권변동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규정된 것이다. 

21) 박세민, 앞의 논문(주 18), 409면


   점유권을 물권으로 보고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며, 아울러 그 요건을 성립요건주의의 원칙에 맞추어 규정한 우리 민법의 입법자의 입장에서는, 점유권의 양도가 소유권과 같은 본권의 양도처럼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점유권이 양도되려면 점유권 이전의 합의와 인도(현실의 인도)가 필요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
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이 정당한지는 검토를 필요로 한다. 


(5) 세 가지 경우에 인도가 없어도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함  


   제196조 제2항은 점유이전이 없어도 동산 물권변동이 일어나도록 하는 간이인도(제188조 제2항)⋅점유개정(제189조)⋅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제190조)에 관한 규정을 점유권의 양도에 준용하고 있다. 그 결과 양수인이 이미 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제188조 제2항의 간이인도), 동산에 관하여 물권을 양도하면서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경우(제189조의 점유개정), 제3자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는 경우(제190조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는, 인도가 없어도 ‘점유권이’ 양수인에게 ‘양도’되게 된다. 제196조 제2항은 준용되는 세 조항들과 달리 본권이 아니고 점유권의 양도를 규정한 것이다. 또한 그 규정은 준용되는 세 조항들과 달리 동산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하여도 적용된다. 
   그런데 이 규정과 관련해서는 본권의 변동과 별도로 과연 ‘점유권’ 자체의 변동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 규정이 전 범위에서 유용한지 등에 대하여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Ⅲ.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1. 서설  


    앞에서 적어도 우리 민법의 입법자는 점유권을 권리로 인식하여 점유권의 양도도 인정하였음을 보았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그와 같은 입법자의 견지에서 점유권의 양도가 과연 가능한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 결과 만약 민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점
유권 양도의 실질이 과연 무엇인지 찾아볼 것이다. 그 뒤에는 그 실질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 민법상 인정되어야 하는지도 검토해보려고 한다.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인 점유권이 권리인지 여부도 논의할 것이다.


2. 점유권 양도가 그 요건과 효과에 비추어 가능한지 여부   


(1) 서설  


점유권이 권리로서 인정될 수 없다면 점유권의 양도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점유권을 하나의 권리로 보고서 그러한 경우에도 양도가 과연 가능할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2) 권리 양도의 일반적인 성질  


     이 글 첫 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권리의 양도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권리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타인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여기서 권리의 양도의 경우에 ‘권리의 동일성 유지’가 대단히 중요한 표지임을 알 수 있다.22) 그 점은 양도되는 권리가 소유권과 같은 물권이든 매매대금채권과 같은 채권이든 특허권과 같은 지식
재산권이든 그 종류를 묻지 않는다. 그리하여 가령 채권자(구 채권자)⋅신 채권자⋅채무자 사이의 계약으로 채권자를 변경하는 경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신 채권자는 구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것과 유사한 내용의 채권을 취득하지만, 그 채권들 사이에 동일성이 없어서 채권양도라고 하지 않으며 채권양도에 포함되지 못한다. 

22) 동일성의 유지는 권리의 양도뿐만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이전’의 경우에도 필요하다. 

 

(3) 점유권 양도의 경우에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지 여부  


 (가) 이 문제는 직접점유와 간접점유를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 논의결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해도 논의의 내용이 두 점유에서 동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196조의 제목인 ‘점유권의 양도’에서 ‘점유권’은 직접점유와 간접점유 모두를 포함하여 ‘점유권’ 전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제196조의 규율내용 중 그 제2항에서 점유권의 양도에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관한 제190조도 준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제190조가 준용되는 경우에는 – 점유권 양도를 인정하는 견지에서는 -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이 양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제196조 제1항은 직접점유의 경우에 있어서 점유권의 원칙적인 양도방법인 현실의 인도에 의한 방법을 규정하고 있고,23) 그 제2항에서 점유권의 양도에 제188조 제2항(간이인도)과 제189조(점유개정)가 준용되도록 한 경우도 직접점유에 관한 것이다. 

23)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 제4권: 물권(1) 제185조~제210조, 박영사, 1992, 322면(이인재 집필부분). 그에 관하여는 송덕수, 앞의 책(주 5), [72]도 참조.  
제188조(동산물권양도의 효력, 간이인도)   
①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② 양수인이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제189조(점유개정)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  


 (나) 이제 직접점유의 경우에 점유권이 양도되는 과정과 그 효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192조(점유권의 취득과 소멸)  
①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점유권이 있다.  
② 점유자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한 때에는 점유권이 소멸한다. 그러나 제204조의 규정에 의하여 점유를 회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점유권이 양도되려면 먼저 양도인이 될 자에게 점유권이 있어야 한다. 제192조 제1항에 따르면 어떤 자가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 점유권을 취득한다. 그런가하면 다른 자로부터 점유권을 양수한 자도 점유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와 같이 점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자 즉 점유자가 그의 점유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려면, 점유권 이전의 합의24)와 인도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제196조 제1항).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기의 ‘인도’는 현실의 인도를 가리키는데, 현실의 인도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실제로 이전하는 것이며, 그것은 양도인(인도인)의 점유이전과 양수인(인수인)의 점유취득으로 완성된다.25) 그리고 점유권 양도에 관한 이 두 요건을 갖추게 되면 점유권이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되게 된다. 

24) 점유권을 하나의 물권으로 이해하면 점유권 이전의 합의는 물권계약에 해당할 것이다.

25) 송덕수, 앞의 책(주 5), [72]. 


   문제는 점유권이 양도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양수인에게 이전되었다고 할 경우에 양도인의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하는지이다. 어떤 권리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 함은 해당 권리가 내용 및 성질이 변하지 않고 또한 항변권 등이 붙어 있으면 그것까지도 그대로 지닌 채 양수인
에게 넘어가야 한다. 그러면 점유권의 양도의 경우에도 과연 그러한가? 가령 A로부터 시계를 빌려 쓰고 있던 B가 그 시계를 자기의 시계인 것으로 속여 C에게 팔고 인도를 해준 경우에, C는 B로부터 점유권을 양수하게 된다. 그때 C의 점유권은 B의 점유권과 동일성이 있는 것인가? 만약 C⋅B의 점유권들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면, B의 점유가 타주점유이니 C의 점유도 타주점유이고 그는 타주점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본다. D가 소유하고 있는 미등기의 토지를 E가 그 사실을 잘 알면서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가 자신이 소유자라고 하면서 F에게 팔고 인도를 해 준 경우에, F는 E로부터 점유권을 양수하게 된다. 그 결과 만약 F가 E의 점유권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한 것이 된다면, E의 점유가 본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행한 악의점유이므로 F의 점유도 당연히 악의점유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두 경우에 그와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주점유인지 타주점유인지, 선의점유인지 악의점유인지와 같은 점유의 성질은 각각의 점유에 관하여 일정한 기준에 따라 판정하여야 하는 것이며, 전 점유자의 점유의 성질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점은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즉 점유권의 양도개념을 인정하고 있는 학자들이 점유권 양수인의 점유의 성질이 전 점유자의 점유의 성질과 동일하다고 설명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점유권 양도의 경우에 이론상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어야 함을 의식하지 못한 채 점유의 성질 판단에 관하여 전술한 사견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판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26)  

    요컨대 직접점유의 경우에 점유권이 양도인으로부터 동일성이 유지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점유권의 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은 점유권 양도의 개념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점유권 양도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점유권이 양도되었다고 이해하는 경우는 실은 양도인의 점유권이 그대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본래의 의미의 양도가 아닌 것이다. 

26)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51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512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공1996.10.15.(20),3006]

【판시사항】

[1] 물건에 대한 점유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과 계속의 판단 기준  

【판결요지】

[1]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여지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점유의 계속은 반드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배를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관리나 이용의 이전이 있으면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지배권도 넘겨지는 것이 거래에 있어서 통상적인 형태라고 할 것이며, 점유의 계속은 추정되는 것이고, 임야를 매수하여 그 전부에 대한 이전등기를 마치고 인도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임야 전부에 대한 인도와 점유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92조, 제196조[2] 민법 제192조, 제196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공1992, 2239)

[1] 1992. 11. 10. 선고 92다37710 판결(공1993상, 92)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23821 판결(공1995하, 2777)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학 외 2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1996. 3. 29. 선고 95나2030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 1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상고이유 1점에 대하여

원심은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선대인 망 소외 1은 1951.경 소외 2에게 그 소유이던 이 사건 전체 임야 중 소외 1의 선대묘가 있는 ㉮ 부분 3,576㎡(이하, 이 사건 계쟁 임야라 한다)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매도한 사실, 위 소외 2는 1951.경(기록에 의하면 1970.경의 착오임이 명백하다) 소외 3에게 그의 조부모가 합장된 묘 1기가 있는 (주소 1 생략) 임야 664㎡(약 200평)를, 그 해 10. 소외 4에게 그의 부모묘 2기가 있는 (주소 2 생략) 임야 332㎡(약 100평)를 각 매도한 후 1970. 12. 31.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면서 자신이 매수하지도 아니한 이 사건 계쟁 임야를 포함한 이 사건 전체 임야에 관하여 임야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위 소외 2는 1973. 10. 1. 소외 5에게 이 사건 전체 임야 중 위 소외 1로부터 매수하지 아니한 부분, 위 소외 3 및 소외 4에게 매도한 각 부분 합계 약 1,900평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매도하였고 소외 5는 다시 일자불상경 피고 2에게 매도하였는데 등기는 위 소외 2로부터 피고 2 명의로 직접 경료된 사실, 피고 1은 1979. 6. 1. 피고 2로부터 이 사건 전체 임야를 매수하여 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각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중 피고 1이 피고 2로부터 이 사건 전체 임야를 매수하였다고 인정한 부분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긍하기 어렵지만 그 밖의 사실인정은 모두 수긍이 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이유모순,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상고이유 2점에 대하여

위 특별조치법에 의한 등기는 위 법 소정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마쳐진 것으로서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로 추정되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주장하는 자에게 추정번복의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상대방이 등기의 기초가 된 보증서나 확인서의 실체적 기재내용이 허위임을 자인하거나 실체적 기재내용이 진실이 아님을 의심할 만큼 증명이 된 때에는 등기의 추정력은 번복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보증서 등의 허위성의 입증 정도가 법관이 확신할 정도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원 1994. 12. 22. 선고 93다30334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소외 2가 위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계쟁 임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매수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전체 임야를 매수한 양 허위의 보증서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니 이 사건 계쟁 임야에 관한 위 소외 2 명의의 등기 및 이에 터잡아 경료된 피고들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라는 원심의 설시이유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판례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3점에 대하여

1필지의 토지 중 일부를 매도하면서 토지가 등기부상 분할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전부에 관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경우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도하지 아니하였던 토지 부분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 사람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되었다 할 것이고, 명의수탁자인 매수인으로부터 처음에 매도하지 아니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토지 전체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제3자는 처음에 매도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도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함이 당원의 견해임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이는 당사자 사이에 1필지 전체에 대한 이전등기를 함에 관하여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여지는 경우로서 그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당사자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소외 2가 위 소외 1의 사망 후 위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이전등기를 경료하였으니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이 사건 전체 임야에 관한 이전등기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논지가 지적하는 판결들은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원심이 소외 2와 소외 1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을 전제로 피고들의 이전등기가 모두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판례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종전 소송에서 원고가 명의신탁 주장을 하였음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종전 소송에서도 피고 2와 위 소외 5, 위 피고 2와 피고 1 사이에 묵시적 명의신탁의 약정이 있었다는 것이지 망 소외 1과 위 소외 2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아님이 기록상 명백하다. 논지도 이유 없다. 

(라) 상고이유 4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계쟁 임야를 포함한 이 사건 전체 임야를 피고 2로부터 매수하였으며 1988. 11. 21. 의창군수로부터 이 사건 전체 임야에 관하여 임도개설을 위한 산림훼손신고필증을 교부받아 계쟁 임야 부분에 임도를 개설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피고 1이 이 사건 전체 임야를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등기부취득시효 주장을 배척하였다.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여지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점유의 계속은 반드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배를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관리나 이용의 이전이 있으면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지배권도 넘겨지는 것이 거래에 있어서 통상적인 형태라고 할 것이며, 점유의 계속은 추정되는 것이며, 임야를 매수하고 그 전부에 대한 이전등기를 마치고 인도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임야 전부에 대한 인도와 점유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당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 1이 이 사건 계쟁 임야를 점유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전체 임야 중 이 사건 계쟁 임야를 제외한 나머지만을 매수한 위 피고 2(원심은 소외 5가 소외 2로부터 매수하였다고 사실인정하였으나, 기록에 의하면 소외 5는 피고 2의 대리인이거나 명의수탁자임을 알 수 있다.)가 이를 피고 1에게 처분하면서 자신이 매수하지도 아니한 이 사건 계쟁 임야를 포함한 이 사건 전체 임야를 매도하였다는 것은 피고 2의 기망행위가 개재되지 않는 한 경험칙상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인데 당사자 사이에 그에 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고 더구나 피고 1은 피고 2와의 매매계약서도 제출하지 아니하는 점과 만일 원심의 사실인정과 같이 피고들 사이에 이 사건 전체 임야가 매매된 것이라면 피고 2는 자신이 매수하지도 아니한 이 사건 계쟁 임야를 매도한 것이 되어 피고 1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임에도 피고 2는 상고이유서도 제출하지 아니하여 원심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 2와 피고 1과의 사이의 매매대상에서도 이 사건 계쟁 임야 부분은 제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 1의 이 사건 계쟁 임야 부분에 대한 점유는 악의 또는 과실 있는 점유로 되어 그의 시효취득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피고 1의 주장을 배척한 이상 위와 같은 원심의 판시는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시에 판례에 위반하여 점유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결국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2) 피고 2는 적법한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그 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31317 판결
[토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공1997.2.15.(28),479]

【판시사항】

[1] 물건에 대한 점유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타인의 임야에 분묘를 설치·관리하고 땔감을 채취한 것만으로 임야에 대한 자주점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1]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타인 소유의 임야에 분묘를 설치하여 관리하고 그 임야에서 땔감을 채취한 것만으로는 그 임야를 소유의 의사로 배타적으로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92조[2]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37710 판결(공1993상, 92)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23821 판결(공1995하, 2777)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512 판결(공1996하, 3006)

[2]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4755 판결(공1992, 1563)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5332 판결(공1996상, 487)

【전 문】

【원고,상고인】 강향순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수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정충근 외 7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1995. 6. 13. 선고 94나284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들의 상고이유(기간경과 후에 제출된 원고 강향순의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제1, 2 토지는 원래 원고들의 조부인 소외 망 강국영이 사정받은 토지인데, 피고 정충근이 사자인 위 망인을 상대로 1960. 3. 5. 교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후 이에 터잡아 1967. 11. 21. 위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이어 이 사건 제2 토지에 관하여 나머지 피고들 앞으로 순차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제1, 2 토지에 관한 피고 정충근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사자를 상대로 한 판결에 의하여 경료된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이에 터잡은 나머지 피고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할 것이나, 그 거시 증거에 의하면 위 각 토지에 관하여 위 망인의 사후양자로 선정된 소외 망 강건수 및 그의 아들인 소외 망 강동문이 소유권을 행사하여 오던 중 피고 정충근이 1960. 3. 5. 위 강동문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한 이래 소외 정복님{정복림(정복림)의 오기로 보인다}으로 하여금 위 토지에서 땔감을 채취하는 조건으로 위 토지의 일부를 경작케 하고, 위 피고의 선조들의 분묘를 수기 설치하는 등으로 이 사건 토지들을 점유 관리하여 온 사실, 소외 망 정판봉은 1979년경 이 사건 제2 토지를 피고 정충근으로부터 매수하고, 그 후 1981. 8. 31. 사망하여 피고 김점순, 정재철, 정지연, 정영달, 정미라가 이를 공동상속하였고, 피고 정상수는 1988. 4. 19. 이 사건 제2 토지를 위 공동상속인들로부터 매수하고 다시 1989. 5. 31. 이 사건 제2 토지에 관한 2분의 1 지분을 피고 정영옥에게 증여한 사실, 위 정복림은 이 사건 제2 토지를 피고 정상수, 정영옥을 위하여 점유, 관리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 정충근은 위 점유개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1980. 3. 5. 이 사건 제1 토지를 시효취득하였고 같은 피고의 점유를 승계한 위 망 정판봉은 같은 날 이 사건 제2 토지를 시효취득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제1 토지에 관한 피고 정충근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이 사건 제2 토지에 관한 위 망 정판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터잡은 나머지 피고들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고 판단하였다. 

2.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당원 1995. 7. 14. 선고 94다23821 판결, 1992. 11. 10. 선고 92다37710 판결 등 참조), 타인 소유의 임야에 분묘를 설치하여 관리하고 그 임야에서 땔감을 채취한 것만으로는 그 임야를 소유의 의사로 배타적으로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인바,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들의 점유취득시효 항변을 받아들임에 있어 거친 사실인정 및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우선 원심은 피고 정충근이 1960. 3. 5. 위 망 강동문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였다는 본권관계에 관한 사실인정을 이 사건 임야 전체에 관한 점유 인정의 기초로 삼은 듯하나, 원심이 위 매수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들고 있는 을 제2호증(매도증서)의 기재를 살펴보면, 위 피고 본인이 1960. 3. 5. 소외 망 강국영으로부터 '고창군 대산면 지석리 산 40의 2' 토지를 일시불로 직접 매수한 것으로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고 위 망인의 도장만이 날인되어 있을 뿐, 매수인인 위 피고의 날인이나 특약사항 또는 입회인에 관한 기재 등은 없으며, 기록에 의하면 위 망인은 1946. 5. 13. 이미 사망하였고(기록 26면 참조), 위 매매일자 당시에는 아직 위 산 40의 2 토지가 1966. 12. 26.자로 산 40 토지로부터 분할되기 이전(기록 38면 참조)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매도증서는 신빙성이 없다 할 것이어서 그 증서상의 매수일자에 위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여 그 때부터 소외 정복림으로 하여금 이를 점유 관리하여 오게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심이 위 피고의 매수사실 및 점유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들고 있는 제1심증인 정복림의 증언에 의하면, 동인이 1960. 3. 5.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한 피고 정충근으로부터 위 각 토지의 관리를 위임받아 위 정충근의 선조 분묘에 대한 벌초를 해주고 땔감을 채취하였으며 위 토지에 밤나무를 식재하는 등으로 이를 점유 관리하여 왔다는 것이나, 기록에 의하면 위 증인은 이 사건 제2 토지를 전득한 피고 정상수의 아버지로서 원고들과는 이해가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자인 데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정충근이 그 주장 매수일자에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여 위 증인에게 점유 관리를 위임하였다는 것은 믿기 어려우므로, 위 증인의 증언은 그 객관적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원심이 들고 있는 제1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1993. 11. 12. 검증실시 당시 이 사건 제1 토지에는 원고들의 선조분묘가, 이 사건 제2 토지에는 피고 정충근의 선조 분묘가 각 설치되어 있으나 그 정확한 설분시기는 알 수가 없고, 위 각 토지 중 일부가 개간되어 경작되고 있다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 정충근이나 위 망 정판봉이 원심 인정과 같이 이 사건 각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여 온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원심 인정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피고들의 본권관계나 점유개시시기 및 점유태양 등에 관하여 좀더 세밀하게 심리해보지도 아니한 채 그 들고 있는 증거만으로 피고 정충근 및 소외 망 정판봉이 원심 판시일자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거나 점유를 승계하여 그 판시일자에 위 각 토지를 시효취득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결국 임야의 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 신성택   
대법원 1998. 2. 24. 선고 96다8888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공1998.4.1.(55),839]

【판시사항】

[1] 취득시효의 요건인 점유의 의미와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계속의 판단 기준

[2] 국립공원으로 편입된 임야에 대한 공원 관리청의 점유를 인정한 사례

[3] 지방자치단체가 점유·관리하던 국립공원구역을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인계받아 관리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간접점유의 성립 여부(적극) 

[4] 등기원인이 누락된 등기가 등기부 취득시효의 요건으로서의 등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5] 등기부상의 명의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자의 점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과실의 점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민법 제245조 제2항의 등기부 취득시효의 요건인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여지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점유의 계속은 반드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배를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관리나 이용의 이전이 있으면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지배권도 넘겨지는 것이 거래에 있어서 통상적인 형태이며 점유의 계속은 추정된다. 

[2] 자연공원법의 규정에 의하여 1983. 4. 2. 당해 임야를 포함한 일대 지역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공시된 때를 전후하여 서울특별시가 공원구역 내에 광장 도로시설(광장, 도로, 등산로 등), 휴양시설(야영장, 산장, 대피소 등), 운동시설(수영장, 간이 운동장 등), 편익시설(주차장, 매점, 화장실 등), 관리시설(관리사무소, 철조망, 표지판 등)을 설치·증설·보수하고, 여러 명의 관리인을 상주시켜 공원 구역을 관리하여 왔다면, 서울특별시는 적어도 1983. 4.경에는 그 임야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본 사례. 

[3] 취득시효의 요건인 점유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하는 것이고, 점유매개 관계는 법률의 규정, 국가행위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인데, 자연공원법의 개정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어 1987. 7. 1.부터 북한산 국립공원의 관리업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공단에 인계되어 그 후부터 그 공단이 당해 임야를 포함한 북한산 국립공원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같은 법 제49조의16 제2항이 "지방자치단체는 당해 행정구역 안에 있는 국립공원의 관리에 사용된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을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하여금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지방자치단체는 그 임야에 관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따라서 1987. 7. 1. 이후에는 그 임야에 대하여 간접점유를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4] 소유권이전등기에 있어 부동산등기법 제57조에서 정한 등기의 기재 사항 중 등기원인이 누락되었더라도 그것은 실제의 권리관계를 표시함에 족할 정도로 동일 또는 유사성이 있는 것이므로, 민법 제245조 제2항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에 있어서의 등기에 해당한다. 

[5] 양도인이 등기부상의 명의인과 동일인인 경우에는 등기부상 양도인 명의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동산을 양수한 자는 과실 없는 점유자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92조, 제245조 제2항[2] 민법 제192조, 제245조 제2항, 구 자연공원법(1986. 12. 31. 법률 제39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3] 민법 제194조, 제245조 제2항, 자연공원법 제17조 제2항, 제49조의16 제2항[4] 민법 제245조 제2항, 부동산등기법 제57조[5] 민법 제24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공1992, 2239)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512 판결(공1996하, 3006)
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4838 판결(공1997상, 1594)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2665 판결(공1997하, 2795)

[5] 대법원 1983. 3. 8. 선고 80다3198 판결(공1983, 646)
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1172 판결(공1992, 1005)
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30245 판결(공1993상, 108)
대법원 1998. 1. 23. 선고 96다14326 판결(공1998상, 573)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9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승현)

【피고,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정규)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1. 11. 선고 95나32425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본다.

1. 민법 제245조 제2항의 등기부 취득시효의 요건인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여지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점유의 계속은 반드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배를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관리나 이용의 이전이 있으면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지배권도 넘겨지는 것이 거래에 있어서 통상적인 형태라고 할 것이며, 점유의 계속은 추정되는 것이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 1996. 9. 10. 선고 96다19512 판결, 1997. 4. 25. 선고 97다483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국가로부터 이 사건 임야[서울 도봉구 (주소 생략) 임야 6정 5단보]를 양여받아 1977. 5. 23.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1978. 3.경 행정재산(공원)으로 분류하여 그 관리자를 녹지국장으로 지정하였고, 소외 한국전력 주식회사가 이 사건 임야의 대부신청을 하자 구 공원법(공원법은 1980. 6. 1.부터 자연공원법이 시행되면서 폐지되었다) 제16조에 의한 점용사용허가를 하여 이 사건 임야 위에 송전탑이 설치되었으며(을 제2호증), 자연공원법의 규정에 의하여 1983. 4. 2. 이 사건 임야를 포함한 일대 지역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공시된 때를 전후하여 피고가 공원구역 내에 광장 도로시설(광장, 도로, 등산로 등), 휴양시설(야영장, 산장, 대피소 등), 운동시설(수영장, 간이 운동장 등), 편익시설(주차장, 매점, 화장실 등), 관리시설(관리사무소, 철조망, 표지판 등)을 설치, 증설, 보수하고, 여러 명의 관리인을 상주시켜 공원 구역을 관리(을 제6 내지 17호증)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는 적어도 1983. 4.경에는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취득시효의 요건인 점유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하는 것이고, 점유매개 관계는 법률의 규정, 국가행위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인데, 자연공원법의 개정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어 1987. 7. 1.부터 북한산 국립공원의 관리업무가 위 관리공단에 인계되어 그 후부터 위 관리공단이 이 사건 임야를 포함한 북한산 국립공원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같은 법 제49조의16 제2항이 "지방자치단체는 당해 행정구역 안에 있는 국립공원의 관리에 사용된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을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하여금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피고는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1987. 7. 1. 이후에는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간접점유를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피고가 1983. 4. 이전부터 이 사건 임야를 점유하기 시작한 이래 직접적으로 또는 위 관리공단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계속 점유함으로써 적어도 1993. 4. 30.에는 10년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소유권이전등기에 있어 부동산등기법 제57조에서 정한 등기의 기재 사항 중 등기원인이 누락되었더라도 그것은 실제의 권리관계를 표시함에 족할 정도로 동일 또는 유사성이 있는 것이므로, 민법 제245조 제2항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에 있어서의 등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양도인이 등기부상의 명의인과 동일인인 경우에는 등기부상 양도인 명의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동산을 양수한 자는 과실 없는 점유자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3. 3. 8. 선고 80다3198 판결, 1992. 2. 14. 선고 91다1172 판결, 1992. 11. 13. 선고 92다30245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등기부상 소유 명의인인 국가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양여받은 이상 피고의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점유에 과실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최종영 이돈희(주심) 이임수   

 

(다) 다음에 간접점유의 경우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은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하여 양도된다(제196조 제2항⋅제190조). 그런데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이 양도되려면 당연히 양도인에게 점유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점유매개관계에 의하여 타인(점유매개자)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했어야 한다(제194조 참조). 그리고 그와 같은 점유권자가 그의 점유권을 다른 자에게 양도하려면, 제196조 제2항⋅제190조에 따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목적물반환청구권 양도의 합의만 있으면 된다. 이 합의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그 외에 현실의 인도와 같은 다른 요건은 필요하지 않다. 의사표시만으로 점유권의 양도가 일어나는 것이다.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의 양도에 필요한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즉 목적물반환청구권 양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양도인의 점유권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가? 그리하여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 양도가 일어나는가? 예를 들어본다. A의 시계를 훔친 B는 그 시계를 C에게 6개월 동안 임대해 주었다. 그 뒤 
B는 D에게 그 시계를 팔고 D와 사이의 계약으로 C에 대한 시계의 반환청구권을 D에게 양도하였다. 이 경우에 B의 점유권이 D에게 그대로 이전되는지 문제된다. 생각건대 이 사례에서 시계에 대한 B의 점유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다면 자주점유이면서 악의점유일 것이다. 그런데 B로부터 시계를 매수한 D의 점유는 – B의 점유권을 그대로 양수했다는 이유로 - B의 점유와 마찬가지로 자주점유ㆍ악의점유라고 해서는 안 된다. D의 점유의 성질은 B의 점유의 성질에 의해서가 아니고 점유성질 판단기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한다면 D의 점유는 자주점유⋅선의점유라고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질결정은 점유권 양도를 인정하는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결국 간접점유의 경우에도 양도인의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의 양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결과는 점유권 양도를 인정하는 입장에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4)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점유권은 그것이 직접점유에 의한 것이든 간접점유에 의한 것이든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경우가 전혀 없다.27)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의 양도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민법에서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유권의 양도는 결코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 양도가 아니다. 

27) 사견을 따르는 홍성재, 앞의 책(주 6), 65면도 같은 취지이다.


3. 민법이 규정하는 ‘점유권’과 ‘점유권의 양도’의 실체  


(1) 서설  


    위에서 민법상의 ‘점유권의 양도’는 실제로는 점유권의 양도가 아님을 보았다. 그러면 민법은 어떤 현상을, 왜, ‘점유권의 양도’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이것이 ‘점유권의 양도’의 실체의 문제이다. ‘점유권의 양도’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려면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점유권의 양도’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
다. 그리고 그러기 위하여 먼저 민법이 말하는 ‘점유권’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2) 민법전상의 ‘점유권’의 실체  


    먼저 직접점유에 있어서의 점유권에 대하여 살펴본다. 민법은 제192조 제1항에서 물건에 대한 사실상 지배를 가지면 점유권을 취득한다고 하고, 그 제2항 본문에서 물건에 대한 사실상 지배를 상실하면 점유권을 잃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학설과 판례는 예외 없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가 있으면 점유가 성립하고 사실상 지배를 상실하면 점유도 잃는다는 견지에 있다. 여기서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즉 점유가 있으면 항상 점유권이 인정되고, 점유를 상실하면 언제나 점유권이 소멸함을 알 수 있다.28) 한편 점유권에서 사실상의 지배 즉 점유를 빼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점유권에는 점유 외에 더 들어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점유권은 점유가 있으면 항상 인정되는 권리라는 포장재에 지나지 않는다.29) 결국 점유와 점유권은 동일한 것이고, 점유권은 점유에 대한 권리로서의 표현일 뿐이다.30)31) 그리고 민법이 점유를 권리라고 인식하여 ‘점유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바로 ‘점유’이다. 즉 민법상 ‘점유권’이라고 규정된 것의 실체는 ‘점유’인 것이다.  

28) 제192조 제2항 단서가 점유권이 소멸하지 않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예외는 사실상 지배를 상실하였지만 제204조에 의하여 ‘점유’를 회수한 때이며, 그때는 ‘점유’가 회수되어 ‘점유권’도 소멸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점유가 있는 곳에 점유권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9) 송덕수, 앞의 책(주 5), [84]. 

30) 송덕수, 앞의 책(주 5), [84]. 

31) 점유와 점유권의 관계에 관한 우리의 문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점유를 법률요건으로 하여 점유권이 발생한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고상룡, 물권법, 법문사, 2002, 183면; 곽윤직, 물권법, 제7판, 박영사, 2003, 139면; 곽윤직김재형, 물권법, 제8판, 박영사, 2014, 185면; 김기선, 한국물권법, 전정판, 박영사, 1985, 130면; 김상용, 물권법, 화산미디어, 2009, 245면; 김용
한, 물권법론, 재전정판, 박영사, 1996, 173면; 이덕환, 물권법, 율곡미디어, 2011, 251면; 이상태, 물권법, 법원사, 9정판, 2015, 160면; 장경학, 물권법, 법문사, 1988, 290면; 지원림, 민법강의, 제16판, 2019, 527면; 황적인, 현대민법론Ⅱ[물권], 박영사, 1988, 166면; 앞의 민법주해 제4권(주 23), 321면(이인재 집필부분. 그런데 이 문헌은 점유권과 점유는 같은 것의 양면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한다)이 그렇다. 이 견해가 우리의 다수설이다. 둘째로, 사실상 지배(점유)가 바로 점유권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영준, 물권법, 전정신판, 박영사, 2009, 322면; 이은영, 물권법, 제4판, 박영사, 2006, 328면이 그에 해당한다. 셋째로, 점유와 점유권은 같은 것의 양면(사실과 결과)이라는 견해가 있다. 김증한ㆍ김학동, 물권법, 제9판, 박영사, 1998, 187면; 오시영, 물권법, 학현사, 2009, 204면; 이태재, 물권법, 진명문화사, 1985, 137면이 그렇다.


   다음에 간접점유에 있어서의 점유권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민법은 제194조에서 ‘간접점유’라는 제목 하에 “지상권, 전세권, 질권, 사용대차, 임대차, 임치 기타의 관계로 타인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한 자는 간접으로 점유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의한 점유권이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이다. 그리고 학자들은 이 규정을 바탕으로 하여, 간접점유란 점유매개관계에 의하여 타인(점유매개자)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한 자에게 인정되는 점유라고 설명한다.32) 제194조상의 ‘지상권…기타의 관계’가 바로 점유매개관계인 것을 생각하면, 간접점유의 경우에도 간접점유가 성립하면 점유자에게 점유권이 취득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간접점유의 경우에 점유권 안에 간접점유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그 결과 간접점유의 경우에도 직접점유에서와 마찬가지로 점유(간접점유)가 인정되면 언제나 점유권(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된다. 그리고 여기서도 점유권은 점유에 대한 권리로서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간접점유에서도 점유권의 실체는 점유(간접점유)인 것이다. 
   요컨대 민법상의 ‘점유권’의 실체는 직접점유에서든 간접점유에서든 점유(간접점유의 경우에는 간접점유)이며, ‘점유권’은 ‘점유’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빈 껍질의 것이다. 

32) 필자의 설명으로 송덕수, 앞의 책(주 5), [88] 참조

 

(3) 민법전상의 ‘점유권의 양도’의 실체  


(가) 직접점유의 경우  


1) 먼저 직접점유에 있어서 ‘점유권의 양도’에 대하여 살펴본다. 우리는 앞에서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접점유에 있어서의 ‘점유권의 양도’의 경우에 양도인의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님을 보았다(Ⅲ. 2. (3) 2) 참조). 만약 점유권의 개념을 인정한다면, 점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점유권을 그대로 양수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자신의 점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의 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위에서 다른 한편으로 민법이 규정하는 직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은 그 실체가 ‘점유’임도 보았다(Ⅲ. 3. (2) 참조). 그러고 보면 양도인의 점유권이 그 실은 양도인의 점유이고, 점유권이 양도되어 양수인이 새로 취득하게 된 점유권도 양수인의 점유인 것이다. 여기서 민법 제196조 제1항이 점유권의 양도라고 규정한 것은 실질에 있어서는 (직접)점유의 이전임을 알 수 있다. 즉 민법전은 점유하고 있는 자를 점유권이 있는 자라고 표현하고, 그 자가 점유를 이전하는 것을 점유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민법전상 직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의 양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의 실체는 바로 ‘(직접)점유의 이전’이다.33)  

33) 홍성재, 앞의 책(주 6), 65면도 사견과 같은 취지이다. 한편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Ⅰ(§§185~261), 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419면(김형석 집필부분)은 특별한 설명 없이 곧바로 “우리 민법은 제196조에서 ‘점유권의 양도’ 즉 점유의 이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고 한 뒤, 그 아래에서 점유의 이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이러한 태도는 결과에서 사견과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하겠다. 


2) 이제 직접점유에 있어서 점유의 이전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민법상 직접점유의 이전은 제196조 제1항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문헌34)에 따라서는 “인도에 의하여 점유자가 직접점유를 취득하는 경우는 현실의 인도 및 간이인도에 의하여 인도받는 경우”라고 한다. 이는 제196조 제1항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제196조 제2항⋅제188조 제2항에 의해서도 직접점유의 승계취득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간이인도의 경우에는 점유의 인수인이 이미 점유를 취득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의 이전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 그 점은 제188조 제2항이 준용되어 의사표시만으로 인도의 효력이 생긴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점유권의 양도와 관련하여 제188조 제2항이 준용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때는 의사표시가 있든 없든 점유는 이미 인수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제188조의 경우에는 동산 물권변동의 요건으로 양수인에게 인도가 필요한데(그 제1항), 양수인이 이미 점유를 하고 있는 때에는 물권변동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인도의 효력이 생기도록 하여 양도인이 반환을 받았다가 다시 인도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제2항). 그에 비하여 제196조의 경우에는 본권이 아니고 점유권 즉 점유만 이전하게 하는 것일 뿐이어서 인수인이 점유하고 있을 때에는 인도의 효력이 생기도록 할 필요가 없다.  
   제196조 제1항을 올바르게 해석하면, 직접점유의 경우에 점유의 이전은 점유물의 인도가 있어야 일어난다. 그 외에 점유권이전의 합의는 필요하지 않다. 우리의 입법자는 점유권을 하나의 물권으로 보고 제196조 제1항을 물권변동에 관한 제186조⋅제188조 제1항의 형식에 맞추어 규정하였지만, 그와 같은 태도는 적절하지 않으며, 이전되는 것은 점유권이 아니라 점유이고 그 점유는 인도가 있으면 이전된다고 새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의 인도는 제188조 제1항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인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35)  

35) 송덕수, 앞의 책(주 5), [72] 참조


   현실의 인도가 인정되려면 사실상 지배의 이전과 인도인과 인수인 사이의 점유이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36) 그리고 사실상 지배의 이전은 전 점유자 즉 인도인의 점유이전과 신 점유자 즉 인수인의 점유취득이 있어야 완성된다. 구체적으로 전 점유자는 점유를 포기하는 의미로, 그것도 신 점유자를 위하여 포기하는 의미
로 교부하여야 하고, 신 점유자는 점유를 설정하는 의미로 수령하여야 한다.37)   

36) 송덕수, 앞의 책(주 5), [72].

37) Bamberger/Fritzsche, BeckOK BGB, 52. Edition, 1.8.2019, BGB §854 Rn.35; Staudinger /Gutzeit(2018), BGB, §854 Rn.22


   현실의 인도의 법적 성질은 법률행위가 아니고 사실행위라고 이해해야 한다.38)  우리의 다수설은 점유권을 물권으로 이해하고 점유권 양도행위는 법률행위라고 한다.39)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점유권이 양도된다고 표현하더라도 그 경우에는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점유가 이전되는 
것이므로, 소유권과 같은 본권이 이전되는 때와는 다르게 새겨야 한다. 그리고 행위능력과 같은 법률행위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새로운 점유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다.40) 이와 같이 현실의 인도를 사실행위라고 이해하면, 점유이전의 합의는 자연적 의사의 합치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것이 유효
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의사능력만 있으면 충분하고 행위능력까지 필요하지는 않게 된다.41) 나아가 현실의 인도는 사실행위이기 때문에 거기에 법률행위 내지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도 않는다.42) 그 결과 가령 착오로 점유를 이전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착오를 이유를 현실의 인도를 취소하지 못한다.43) 한편 현실의 인도라고 하여 반드시 인도인이 점유를 이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점유취득자가 일방적으로 점유를 취득해도 그것이 전 점유자의 동의하에 행해지는 경우에는 현실의 인도에 해당한다.44) 셀프서비스 주유소에서 승용차 운전자가 휘발유를 주유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45) 여기서 현실의 인도는 전 점유자와 합의로 또는 전 점유자의 동의하에 점유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38) 동지 김상용, 앞의 책(주 31), 267면; 김용한, 앞의 책(주 31), 192면; 이덕환, 앞의 책(주 31), 282면; 앞의 주석민법,(주 33) 421면(김형석 집필부분). 독일의 통설도 같다. Münchener/ Schäfer, Kommentar zum BGB, 8. Aufl., 2020, §854 Rn.48; Schreiber, Sachenrecht, 3. Aufl., 2000, Rn.53; Soergel/Mühl, Kommentar zum BGB, Band 6, 12. Aufl., 1990, §854 Rn.1; Westermann/Gursky/Eickmann, Sachenrecht, 7. Aufl., 1998, S.94; Wieling, Sachenrecht, Band 1, 1990, S.136ㆍ146 참조. 

39) 곽윤직, 앞의 책(주 31), 150면; 곽윤직ㆍ김재형, 앞의 책(주 31), 198면; 오시영, 앞의 책(주 31), 231면; 이상태, 앞의 책(주 31), 181면(이 책은 현실의 인도는 사실행위이나 물권행위인 점유권이전의 합의가 있어야 하므로 법률행위라고 한다); 이태재, 앞의 책(주 31), 152면; 장경학, 앞의 책(주 31), 314면; 지원림, 앞의 책(주 31), 538면. 

40) Wieling, a.a.O., S.147은 독일민법은 그러한 경우에도 보호하려고 했다는 이유를 들어서 반대견해를 비판한다.

41)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7; Soergel/Mühl, a.a.O., §854 Rn.9; Staudinger/ Gutzeit, a.a.O., §854 Rn.22; Wieling, a.a.O., S.146. 

42)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6;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48.

43)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6. 

44)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5; Erman/Lorenz, BGB, BandⅡ, 15. Aufl., 2017, §854 Rn.13;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48; Schreiber, a.a.O., Rn.53; Westermann/Gursky/Eickmann, a.a.O., S.94.

45)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48. 


     현실의 인도에 의한 점유이전의 경우에 신 점유자는 전 점유자의 점유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취득하는가? 앞에서 우리 민법상 점유권의 양도가 인정되지 않음을 기술하면서,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 점은 점유권이 아니고 점유가 이전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점유이전의 경우에 전 점유자의 점유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리하여 그 성질 그대로 신 점유자에게 이전되지 않는다. 현실의 인도에 의하여 신 점유자는 전 점유자의 점유를 그대로 넘겨받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새로운 점유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46) 이는 앞에서 사실상 지배의 이전을 설명하면서, 전 점유자가 점유를 포기하고 신 점유자가 점유를 취득한다고 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이와 같이 점유이전의 경우에 신⋅구 점유 사이에 동일성이 없기 때문에, 점유 ‘이전’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다.47)48) 그렇지만 오해하지 않게 한다면 – 양도와는 달리 - ‘이전’이라는 용어는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49)  

46) 동지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50. 

47) 물론 거의 예외 없이 권리의 이전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양도’보다는 더 낫기는 하다.  

48)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50은 ‘점유이전’(Besitzübertragurg)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면서, 점유는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될 수 없고’, 물건의 인도에 의해서도 그렇다고 한다.

49) 동지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5. 그리고 Staudinger/Gutzeit, a.a.O., §854 Rn.21은 ‘이전’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해한다. 


(나) 간접점유의 경우  


1)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Ⅲ. 2. (3) 1) 참조), 민법이 간접점유의 경우에 점유권의 양도를 규정한 것은 제196조 제2항에서 제190조를 준용한 부분이다.50)  

50) 주의할 것은, 제196조 제2항에서 제189조 즉 점유개정 규정을 준용한 부분은 간접점유의 점유권 양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점유개정으로 양도인에게 간접점유가 성립하기는 하나, 그것은 타인으로부터 간접점유를 양도받은 것이 아니고, 새로운 간접점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법은 간접점유자가 직접점유자에 대한 목적물반환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점유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바로 그것이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의 양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간접점유에 있어서도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지 않음을 보았다(앞의 Ⅲ. 2. (3) 3) 참조). 만약 ‘점유권’의 개념을 인정한다면 간접점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점유권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승계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점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간접점유의 경우에 양도되는 것으로 – 묵시적으로 - 표현된 점유권은 양도인의 것이든 양수인의 것이든 모두 실체가 점유임도 보았다(앞의 Ⅲ. 3. (2) 참조). 여기서 민법이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의 양도라고 한 것도 실질에 있어서는 점유의 이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간접점유에서의 ‘점유권의 양도’의 실체도 – 직접점유에서와 마찬가지로 - ‘점유(즉 간접점유)의 이전’인 것이다. 

 

2) 이제 간접점유의 이전에 대하여 부연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간접점유는 점유매개관계와 점유매개자의 직접점유에 기하여 성립하기 때문에 간접점유의 이전은 점유매개관계 전체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다.51) 임대인의 지위를 타인에게 이전해 주는 경우가 그 예이다. 그런데 민법은 그러한 방법에 생소하며, 따라서 그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52) 민
법은 제196조 제2항⋅제190조에서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한 간접점유의 이전만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간접점유의 이전이 후자에 한정됨은 물론이다. 이 방법에 의하면 간접점유가 점유매개관계나 물건에 대한 소유권 등의 권리와 별도로 이전되게 된다.53) 그러나 우리의 실무상 그러한 경우는 거의 보이
지 않는다.54)55) 

51) Staudinger/Gutzeit, a.a.O., §870 Rn.1. 동지 Soergel/Mühl, a.a.O., §870 Rn.2. 

52) 그런데 학자들은 그러한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계약인수이다. 그에 관하여 송덕수, 채권법총론, 제5판, 박영사, 2020, [206] 참조. 

53) 동지 Schreiber, a.a.O., Rn.73; Westermann/Gursky/Eickmann, a.a.O., S.122. 

54) 우리의 판례 중 간접점유의 이전이 문제된 것으로는 대법원판결은 없고 하급심판결로 서울고법 1979. 6. 19. 선고 78나3184 제1민사부 판결이 유일하다. 이 판결 사안에서는, 대지 및 그 위의 건물(무허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소외인이 그 대지 등을 피고에게 임대하고 있다가 임대차의 해지통고를 한 뒤 원고에게 매도하였고, 원고는 건물점유권을 양도받았다고 하면서 그 점유부분의 인도를 구하였다. 그에 대하여 위의 판결은, 그 매매행위로 인하여 당연히 소외인의 부동산인 본건 건물에 대한 점유권(제194조에 의한 간접점유권)이 양도되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써만 그 효력이 생기는 것(부동산에 대하여는 제190조의 목적물반환청구권에 의한 양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함)이라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제196조 제2항에 의한 제190조의 준용에 의하여 부동산에서도 목적물반환청구권에 의한 양도가 인정된다. 그리고 그 반환청구권의 양도는 묵시적으로도 행해질 수 있어서(Münchener/ Schäfer, a.a.O., §870 Rn.3),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묵시적으로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이전이 행해질 수도 있다. 한편 제190조의 방법으로 동산소유권의 이전이 행해질 때는 간접점유
도 이전된다(Westermann/Gursky/Eickmann, a.a.O., S.122). 그리고 점유매매관계 전체를 이전하는 경우에 반환청구권의 양도가 함께 이루어진다(Soergel/Mühl, a.a.O., §870 Rn.2). 

55) Westermann/Gursky/Eickmann, a.a.O., S.122는 독일에서도 완전한 권리를 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반환청구권만 양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서울고법 1979. 6. 19. 선고 78나3184 제1민사부판결 : 확정
[가옥명도청구사건][고집1979민,340]

【판시사항】

간접점유권의 양도

【판결요지】

소외인이 본건 건물을 매수한 후 이를 피고에게 임대하다가 원고에게 매도하였다 하더라도 그 매매행위로 인하여 당연히 위 소외인의 본건 건물에 대한 간접점유권이 양도되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써만 그 효력이 생긴다. 

【참조조문】

민법 제194조, 제196조

【전 문】

【원고, 피항소인】 원고

【피고, 항소인】 피고 1 외 4인

【원심판결】 제1심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78가합735 판결)

【주 문】

1. 원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원고는 원고에게 피고 1은 경기도 양주군 (주소 생략)[솟장에는 (주소 생략)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주소 생략)의 착오 기재임이 기록상 명백하다] 잡종지 271평방미터 지상 세멘부럭조스레이트즙 평가건 주택 1동 건평 18평 7작중 별지도면표시(사), (아), (자), (차)부분 15평 7작을, 피고 2는 위 건물중 위 같은 도면 표시 (바)부분 3평을, 피고 3은 위 같은 번지 지상 세멘부럭조스레이트즙 평가건 창고 1동 건평 41평 1홉 7작중 (가), (나), (다),(라)부분 37평 6홉 7작을, 피고 4, 피고 5는 위 건물중 위 같은 도면표시 (마)부분 3평 5홉을 각 명도하라. 

소송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과 가집행선고를 구하다.

【항소취지】
피고들은 주문과 같은 판결을 구하다.

【이 유】

경기도 양주군 (주소 생략) 잡종지 271평방미터(82평)와 그 지상 세멘부럭조스레이트즙 평가건 주택 1동 건평 18평 7작 및 부속 세멘부럭조스레이트즙 평가건 창고 1동 건평 41평 1홉 7작이 피고 1 소유이었던 사실과 피고등이 위 건물중 청구취지기재 부분을 점유 사용하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 1은 위 대지와 건물을 소외 1 및 소외 2에게 매도하고 대지에 관하여는 동 소외인등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가옥은 무허가 건물이어서 등기를 하지 못하여 과세대장상의 소유명의만을 변경시킨 후 위 소외인등으로부터 위 건물을 보증금 없이 임료 월 금 90,000원으로 정하여 임차하여 이를 사용하고 있었던 바, 동 피고는 1978.2.부터 임료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또 나머지 피고들을 위 건물에 입주시키고 있으므로 위 소외 양인은 1978.5.중순경 피고 1에게 위 건물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한 후 위 건물을 1978.6.15. 원고에게 매도하였으며 원고는 동소외인으로부터 위 건물의 점유권을 양도받았으므로 동 건물 점유의 회수를 위하여 권원없이 위 건물을 점유하는 피고 등에 대하여 그 점유부분의 명도를 구한다고 주장하고(원고는 원심에서 부터 소유권에 기하여 명도를 구하다가 당심에서 원인을 변경하였다)피고들은 위 소외인 등의 매수사실을 다투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주장과 같이 위 소외인등이 본건 건물을 매수한 후 이를 그 주장과 같이 피고 1에게 임대하다가 원고에게 매도하였다 하더라도 그 매매행위로 인하여 당연히 위 소외인 등의 부동산인 본건 건물에 대한 점유권( 민법 제194조 의한 간접점유권)이 양도되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의 양도는 점유물의 인도로서만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인데(부동산에 대하여는 민법 제190조의 목적물 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한 인도는 인정되지 않는다) 원고의 전거증으로도 원고가 본건 건물에 대한 점유권을 양도받았음을 인정할 수 없고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현실적으로 본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권의 인도가 없었음은 원고 스스로 자인하고 있어 본건 건물에 대한 점유권을 양도받아 점유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본소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이유없다 할 것이다(원고의 주장중에는 점유회수를 주장하는 것으로도 보이는 대목이 있으나 점유회수의 소는 점유자가 점유의 침탈을 받은 경우에 그 반환을 구하는 경우로서 원고에게 점유권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는 침탈여부를 가릴 필요도 없이 동 주장 역시 이유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부당하여 기각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판결은 부당하여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있어 원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수(재판장) 김신택 정귀호    


   제196조 제2항⋅제190조에 의하면 간접점유는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가 있어야 이전된다. 여기의 반환청구권은 보통 임대차와 같은 점유매개관계에 기하여 발생한 것이나, 점유매개관계가 무효일 경우에는 부당이득규정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에 비하여 소유물반환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56) 여기서는 목적물반환

청구권이 분리양도 되어야 하는데 물권적 청구권은 분리양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의 반환청구권은 제190조의 경우의 반환청구권과 다르지 않다.57)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해 간접점유가 이전되려면 반드시 반환청구권이 존재해야만 한다.58)  

56) Bamberger/Fritzsche, a.a.O., §870 Rn.7; Soergel/Mühl, a.a.O., §870 Rn.4; Staudinger/ Gutzeit, a.a.O., §870 Rn.3. 

57) Bamberger/Fritzsche, a.a.O., §870 Rn.7; Münchener/Schäfer, a.a.O., §870 Rn.4; Staudinger /Gutzeit, a.a.O., §870 Rn.2.

58) 동지 이영준, 앞의 책(주 31), 361면; Bamberger/Fritzsche, a.a.O., §870 Rn.4; Münchener /Schäfer, a.a.O., §870 Rn.7; Westermann/Gursky/Eickmann, a.a.O., S.123. 그에 비하여 앞의 주석민법(주 33), 425면(김형석 집필부분)은 간접점유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중에는 반환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 사안이 있을 수 있으며, 그 경우에는 종래의 간접점유자의 지시에 의하며 간접점유가 이전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하여 Wieling, a.a.O., S.231은 참칭상속인의 경우 반환청구권은 없지만 간접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그러한 경우에는 지시에 의해서만이 아니고 독일민법 제870조(우리민법 제196조 제2항이 제190조를 준용하는 경우와 실질적으로 동일함)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고 한다. 그러나 반환청구권이 없다면 적어도 제196조 제2항ㆍ제190조에 의한 간접점유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간접점유를 이전시키는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의 법적 성질은 – 직접점유를 이전시키는 현실의 인도가 사실행위인 것과 달리 - 법률행위(계약)라고 보아야 한다.59) 따라서 거기에는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그것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행위능력이 있어야 한다.60)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는 처분행위이고,61)
반환청구권의 이전 전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준물권계약이다. 그리하여 반환청구권의 양도가 있으면 그 권리는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한다. 그리고 그 권리에 붙어있는 각종의 항변권도 그대로 존속한다. 반환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므로,62) 그 양도에는 채권양도에 관한 규정(제450조 이하)이 적용된다. 그 결과 반환청구권의 양도를 가지고 채무자와 기타의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일정한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한다(제450조 참조). 그런가하면 양도인의 통지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을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제451조 제2항). 이는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한 때에도 같다고 새길 것이다. 

제450조(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   
①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51조(승낙, 통지의 효과)   
①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를 소멸하게 하기 위하여 양도인에게 급여한 것이 있으면 이를 회수할 수 있고 양도인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가 있으면 그 성립되지 아니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59) 동지 이영준, 앞의 책(주 31), 361면; Bamberger/Fritzsche, a.a.O., §870 Rn.5; Münchener /Schäfer, a.a.O., §870 Rn.2; Schreiber, a.a.O., Rn.73; Soergel/Mühl, a.a.O., §870 Rn.2; Staudinger/Gutzeit, a.a.O., §870 Rn.5.

60) 그런데 Wieling, a.a.O., S.231은 반환청구권의 양도가 사실적인 합의이며, 그것이 유효하기 위해서 행위능력이 필요하지는 않고 자연적 의사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61) Soergel/Mühl, a.a.O., §870 Rn.3. 

62) 동지 곽윤직, 앞의 책(주 31), 151면; 송덕수, 앞의 책(주 5), [74]; 이영준, 앞의 책(주 31), 362면.


   간접점유가 이전된 경우에 전 점유자의 점유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신 점유자에게 이전되는가? 여기에 관하여 그 경우에 전 점유자가 가지고 있던 목적물반환청구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신 점유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에서 점유도 그대로 이전된다고 하는 견해가 주장될 수 있다.63) 그러나 점유권 개념을 인정할 경우 간접점유에 있어서도 점유권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앞의 Ⅲ. 2. (3) 3) 참조), 점유도 그대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전 점유자의 간접점유가 타주점유나 악의점유일 경우 그것이 그 성질을 그대로 지닌 채 새로운 점유자의 점유로 되지 않는다. 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해 전 점유자의 점유와는 다른 성질의 새로운 간접점유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64)  

63)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50은 “점유가 법률관계인 경우, 즉 간접점유에 있어서만 점유의 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64) 상속인의 점유는 피상속인의 점유와 동일한 것이나, 그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고, 명문규정인 제193조에 의한 것이다. 송덕수, 앞의 책(주 5), [92]. 그리고 Münchener/ Schäfer, a.a.O., §857 Rn.1ㆍ8도 참조  

 
(4) 민법의 입법자가 ‘점유’⋅‘점유의 이전’대신 ‘점유권’⋅‘점유권의 양도’로 규정한 근거  


    민법전상의 ‘점유권’과 ‘점유권의 양도’가 실질적으로는 ‘점유’와 ‘점유의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민법의 입법자가 왜 그와 같이 규정했을까? 그 이유를 확실하게 파악할 자료는 없다. 사견으로는 그러한 태도는 ‘점유’를 하나의 권리로 파악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점유를 권리라고 인정하면서 점유를 점유권이라고 하
고, 그러면 점유가 곧 점유권이므로 점유를 이전하는 것을 점유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점유가 이전되는 경우에 점유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어서 ‘양도’라고 규정할 수 없음을 간과해버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4. 점유의 법적 성질(권리인지 여부)  


 (1) 민법전이 ‘점유권’이라고 표현한 ‘점유’의 법적 성질을 밝히는 것은 그 자체도 가치가 있지만 점유에 관한 입법론을 위해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아래에서 직접점유와 간접점유를 나누어 점유의 법적 성질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직접점유에 있어서 점유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65) 다수설은 점유권을 하나의 물권으로 이해한다.66) 그리고 일부 문헌은 점유권을 권리라고만 하거나,67) 권리의 속성을 강하게 갖는 권리이나 물권도 채권도 아닌 잠정적⋅포괄적⋅중성적 법적 지위라고 한다.68) 그런가하면 본질 면에서는 단순한 사실이나 결과의 면에서는 권리라고 하는 견해69)와 점유는 권리가 아니고 사실(또는 사실상태)이라고 하는 견해도 주장된다.70)  

65)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에서도 근대 점유론의 창립자로 평가되는 사비니(Savigny) 이래 지금까지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에 관하여 Münchener/Schäfer, a.a.O., §854 11ff.; Wilhelm, Sachenrecht, 26. Aufl., 2016, Rn.440 ff. 참조. 

66) 곽윤직, 앞의 책(주 31), 139면; 곽윤직ㆍ김재형, 앞의 책(주 31), 185면; 김상용, 앞의 책(주 31), 246면; 김용한, 앞의 책(주 31), 172면; 이은영, 앞의 책(주 31), 328면; 장경학, 앞의 책(주 31), 290면이 그렇다. 

67) 김기선, 앞의 책(주 31), 130면; 황적인, 앞의 책(주 31), 166면이 그렇다. 

68) 이영준, 앞의 책(주 31), 320면. 

69) 김증한⋅김학동, 앞의 책(주 31), 187면; 오시영, 앞의 책(주 31), 204면이 그러하며, 이태재, 앞의 책(주 31), 13면도 유사하다.

70) 이진기, “점유법의 이론을 위한 시론”, 재산법연구(한국재산법학회, 2006), 제22권 제3호, 28면 이하; 앞의 민법주해(주 23), 288면(최병조 집필부분, 이 견해는 간접점유는 다르게 이해한다); 앞의 주석민법(주 33), 349면 이하(김형석 집필부분)가 그렇다.


   생각건대 이 문제는 점유와 권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71) 그런데 여기서는 점유는 물건에 대한 사실상 지배이고,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이며(권리법력설),72) 물권은 물건 기타의 객체를 직접 지배해서 이익을 얻는 배타적인 권리73)라는 견지에서 논의하
기로 한다. 우선 민법은 점유의 경우에 점유보호청구권 등 여러 법률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하여 점유가 하나의 법적 지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법의 그러한 규정이 점유를 권리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74) 점유가 권리로 인정되려면 권리로서의 실질을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점유의 경우에 점유자는 그가 지배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 중 교환가치는 물론 사용가치의 일부도 지배하지 못한다.75) 그리하여 점유자는 물건을 처분하지도 사용⋅수익하지도 못한다.76) 점유에는 물권으로서의 본질적인 성질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점유는 결코 물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물권이 아닌 다른 권리라고 할 수도 없다. 점유자에게 민법이 물건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이익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점유는 법률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사실관계에 지나지 않는다.77) 그것은 물권은 물론이고, 약한 의미에서의 권리도 아니다.78)79) 주의할 것은, 점유가 권리가 아니라고 해도 불법행위 등의 경우에 권리처럼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이다.80) 점유가 권리가 아니라고 하여 명문규정이 없는 경우에 항상 보호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71)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12.
72) 송덕수, 민법총칙, 제5판, 박영사, 2020, [39].
73) 송덕수, 앞의 책(주 5), [6] 이하.
74) 동지 Wieling, a.a.O., S.126. 
75) 동지 앞의 주석민법(주 33), 349면(김형석 집필부분); Schreiber, a.a.O., Rn.30; Wieling, a.a.O., S.126.
76) 제201조 제1항이 선의의 점유자로 하여금 과실수취권을 인정한 것은 특별한 평가에 의한 것으로서 예외에 속한다.
77)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12는 물건에 대한 권리와 사실관계는 서로 다른 평면에 있다고 한다.
78) Wieling, a.a.O., S.127.
79) 점유를 권리라고 파악하지 않는 견해에서는 점유를 보호하는 근거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에 관하여 여기서 자세히 논할 여유는 없어서 사견만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인격발현의 보호에 그 근거가 있다고 해야 한다. 사람의 인격은 육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그가 지배하고 있는 – 그것이 없으면 인격의 발현이 가능하지 않을 - 사물에서도 나타나며, 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건을 방해받지 않고 지배할 점유자의 의사를 간섭하고 침해하는 것이 된다(Wieling, a.a.O., S.128). 이를 방지하려면 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점유보호의 근거를 인격발현의 보호에서 찾아야만 도둑처럼 물건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는 자의 점유를 침해하는 것도 위법할 수 있음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Wieling, a.a.O., S.128). 그러한 점유자는 즉시 반환할 의무가 있지만, 점유자의 의사를 사력으로 그리고 부적절하게 무시할 권리는 없으며, 물건에 대하여 권리가 있는 자는 법률이 정하는 형식으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Wieling, a.a.O., S.128). 
80) Schreiber, a.a.O., Rn.30.

 

 (3) 간접점유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본다. 점유 중 간접점유만에 관하여 법적 성질을 별도로 논의하고 있는 문헌은 적으며, “간접점유는 본질적으로 법률관계에 의거하므로 간접점유자의 물건에 대한 관계는 권리에 의하여 매개된다.”는 견해가 주장되고 있다.81) 생각건대 간접점유의 경우에 점유자는 점유매개자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위 견해는 그 점에서 간접점유를 법률관계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반환청구권은 간접점유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임대차와 같은 점유매개관계에 의하여 생긴 것이며, 민법은 그와 같이 점유매개관계에 의하여 반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자를 점유자로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점유이어서 반환청구권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간접점유의 경우에 점유자가 반환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하여 간접점유를 이전한 경우에 새로운 점유자는 전 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하지만 간접점유 자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민법은 간접점유의 경우에도 그것이 존재하는 경우에 ‘그 사실을 기초로’ 법적 보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점유자가 점유매개자의 직접점유(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간접점유)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관계에 대하여 점유보호청구권 등을 인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간접점유도 권리가 아니고 법적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사실관계라고 할 것이다.  

81) 앞의 민법주해(주 23), 288면(최병조 집필부분); Münchener/Schäfer, a.a.O., §854 Rn.12.


Ⅳ. 제196조의 그 밖의 문제점  


1. 서설  


    이제까지의 논의 결과 제196조의 중요한 문제점들이 여럿 드러났다. 민법전상의 ‘점유권’이 실질적으로는 ‘점유’임에도 불구하고 ‘점유권’이라고 규정한 점, 점유권이 양도될 수 없는데도 제196조의 제목을 ‘점유권의 양도’라고 붙이고 그 조문에서 점유권의 양도에 관하여 규정한 점, 제196조 제1항에서 직접점유의 이전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 규정의 형식에 맞춘 점 등이 그렇다. 아래에서는 제196조가 내포하고 있는 그 밖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제196조 제2항에서 제188조 제2항(간이인도)을 준용한 부분의 불필요  


    민법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에 인도를 요구하면서(제188조 제1항), 양수인이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별도의 인도가 없어도 동산이 양도되는 것으로 규정한다(제188조 제2항. 간이인도). 그리고 민법의 입법자는 제188조 제2항의 내용이 점유권의 양도에도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제196조 제2항에서 그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생각건대 물권의 양도(변동)와 관련해서는 간이인도의 경우에 별도의 인도를 요구하지 않으려면 제188조 제2항과 같은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권의 양도인이 동산을 반환받아 다시 현실의 인도를 해야 하므로, 그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의사표시82)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는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에 비하여 점유권 즉 점유 자체만의 이전이 문제되는 제196조에 있어서는 간이인도의 경우에는 인수인이 이미 점유를 하고 있으므로 점유의 이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간이인도에 관한 제188조 제2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제188조 제2항의 준용은 무의미하며, 따라서 필요하지 않다83).  

82) 이 의사표시는 소유권이전의 합의라고 새겨야 하는데, 점유의 승계에 관한 합의라는 견해도 있다. 그에 관하여는 송덕수, 앞의 책(주 5), [73] 참조. 

83) 동지 홍성재, 앞의 책(주 6), 65면; 앞의 주석민법(주 33), 420면(김형석 집필부분).


3. 제196조 제2항에서 제189조(점유개정)를 준용한 부분의 불필요  


    민법의 입법자는 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규정된 제189조도 점유권의 양도에 준용하고 있다(제196조 제2항). 생각건대 점유개정에 관한 제189조도 물권변동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인도를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하나, 점유권의 양도 즉 점유의 이전을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다. 점유개정의 경우에는 양도 후에도 양도인이 점유(직접점유)를 하고 양수인은 간접점유를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양수인의 간접점유는 점유매개관계에 기하여 새로 성립한 것이며, 양도인으로부터 양도(이전)받은 것이 아니다. 결국 점유개정에 의하여 점유권이 양도되는 것으로 규정한 부분, 즉 196조 제2항이 제189조를 준용한 부분은 의미가 없으며, 따라서 불필요하다.84)  

84) 동지 홍성재, 앞의 책(주 6), 65면; 앞의 주석민법(주 33), 420면(김형석 집필부분)


4. 제196조 제2항의 난해함 


제196조 제2항에서 준용하고 있는 제188조 제2항⋅제189조⋅제190조는 동산물권 변동의 경우의 ‘인도’에 관한 규정이다. 그런데 제196조 제2항은 ‘점유권의 양도’에 관한 규정이다. ‘점유권의 양도’는 실질적으로는 점유의 이전 즉 인도이다. 그 결과 제196조 제2항에서 준용되는 세 조항의 정확한 의미를 찾으려면 해당 조항에서 본권 부분을 빼고 인도 부분만 남겨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제196조 제2항은 그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Ⅴ. 제196조의 개정의견  


1. 서설  


    제196조가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으므로 그 규정은 어떤 형태로든 개정되어야 한다.85) 그래서 여기서 제196조의 개정방안을 논의하기로 한다. 제196조를 개정하는 방법으로는 그 규정을 삭제하는 것과 다른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의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아래에서 이 두 방법을 개별적으로 검토하여 보다 바람직
한 개정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85) 제196조의 개정에 관하여는 법무부 2009년 민법개정위원회에서 개정이 제안되었으나, 논의 끝에 개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 과정에 관하여는 정병호, 앞의 논문(주 7), 347면 이하 참조.


2. 제196조를 삭제하는 방법  


   제196조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만약 그 규정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그 규정을 아예 삭제해버릴 수도 있다. 
   참고로 말하면 독일민법에는 우리 민법 제196조 제1항에 해당하는 규정이 따로 두어져 있지 않으며, 우리 민법 제192조 제1항에 해당하는 독일민법 제854조 제1항86)으로 그 경우를 해결하고 있다.87) 사실 독일민법의 제정과정을 살펴보면 독일민법 제1초안에는 우리 민법 제196조 제1항에 해당하는 규정이 있었다. 제1초
안 제803조 제1항인 그 규정은 “점유가 지금까지의 점유자에 의하여 취득자에게 넘겨지고 취득자가 점유를 파악하는 경우에는, 물건의 점유가 인도에 의하여 취득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2위원회에서 그 규정은 자명하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88) 이러한 독일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제196조 제1항은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89)  

86) 독일민법 제854조 제1항은 “물건의 점유는 물건에 관한 사실상 지배의 획득에 의하여 취득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87) Staudinger/Gutzeit, a.a.O., §854 Rn.22; Wieling, a.a.O., S.95 등 참조 

88) Mugdan, Die gesamten Materialien zum Bürgerlichen Gesetzbuch für das Deutsche Reich, Band 3, 1899, Neudruck 1979, S.503 =Protokolle S.3444.

89) 정병호, 앞의 논문(주 7), 347면 이하는 그러한 견지에 있다 


   다음에 제196조 제2항에서는 제190조를 준용하는 부분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 규정은 동산에 관하여는 제190조가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고, 부동산에 관하여는 그 규정이 적용될 경우가 적은데다가 적용이 필요한 때에는 제190조를 유추적용하여도 된다. 그렇게 보면 제196조 제2항도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서 삭제
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이 점유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특히 제199조 참조), 점유를 승계하는 경우는 점유를 처음 취득하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196조 제1항과 같은 규정을 두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독일에서도 그러한 규정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두어져있지 않다는 비판
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90)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간접점유의 이전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해야 한다면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오히려 명문규정을 두는 것이 더 낫다. 독일에서도 독일민법이 제정될 때 제2위원회에서 제2초안 제792조(현행 독일민법 제870조와 같음)91)가 필요하다고 하였다.92) 결국 제196조를 삭제하기보다 다른 내용으로 개정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90)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34가 그렇다. 그에 비하여 Wieling, a.a.O., S.147은 그러한 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91) 독일민법 제2초안 제792조는 “간접점유는 물건의 반환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함으로써 그 타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92) Mugdan, a.a.O., S.503 =Protokolle 3335.


3. 제196조를 다른 내용으로 개정하는 방안  


    제196조를 삭제하지 않고 내용을 수정하는 방법으로 개정한다면, 그 내용은 점유의 이전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제1항에서 직접점유의 이전을, 그리고 제2항에서 간접점유의 이전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1항에서 규정할 직접점유의 이전은 민법전에 꼭 두지 않아도 해결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점유의 승계방법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위해서 두는 것이 낫다고 하겠다. 제2항에서 규정할 간접점유의 이전은 적용될 경우가 많지는 않으나,93) 부동산의 경우에는 물론이고 동산의 경우에도 필요하다. 한편 간접점유의 이전은 반환청구권의 양도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한다.94)  

93) 독일에서 그 규정(독일민법 제870조)이 적용되는 예로 소개되는 경우를 보면, 지금까지의 임차인에게 다시 임대하는 임대인이 스스로 직접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그 두 임대차 사이의 기간 동안 임차하는 자(막간 임차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간접점유가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된다고 한다. Bamberger/Fritzsche, a.a.O., §870 
Rn.8. 

94) 독일민법 제870조도 그렇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Staudinger/ Gutzeit, a.a.O., §870 Rn.1. 


    독일민법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임야에 쌓여있는 목재에 대한 점유이전과 같은 이른바 장수인도와 점유보조자에 대한 점유이전 등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제854조 제2항95)이 두어져 있다.96) 그런데 장수인도는 인도의 해석으로 해결할 수 있고,97) 점유보조자에 대해서는 제18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면 되므로,98) 굳이 독
일민법 제854조 제2항과 같은 규정을 별도로 둘 필요는 없다.99)  

95) 독일민법 제854조 제2항은 “점유의 취득자가 물건에 지배를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점유자와 취득자의 합의만으로 점유가 취득된다.”라고 규정한다.
96) Bamberger/Fritzsche, a.a.O., §854 Rn.45; Soergel/Mühl, a.a.O., §854 Rn.14; Westermann/ Gursky/Eickmann, a.a.O., S.95ff. 참조.
97) 송덕수, 앞의 책(주 5), [72] 참조.
98) 송덕수, 앞의 책(주 5), [73] 참조.
99) 결과에서 동지: 정병호, 앞의 논문(주 7), 353면


   제196조를 점유의 이전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할 때에는, 현재의 제1항과 달리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 규정의 형식에 맞추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직접점유의 이전에 대해서는 인도만을 규정하고, 간접점유의 이전에 대해서는 반환청구권의 양도만을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구체적인 규정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196조(점유의 이전) ① 점유는 점유물을 인도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다.
② 간접점유는 물건의 반환청구권을 양도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다. 

 

4. ‘점유권’을 ‘점유’로 수정하는 문제  


   앞에서 본 바와 같이(Ⅲ. 3. (2) 참조), 제196조를 비롯하여 민법전에서 ‘점유권’이라고 규정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점유’에 해당한다. 그리고 ‘점유권’이라고 규정한 것은 부적절하다. 여기서 ‘점유권’도 ‘점유’로 개정을 할 것인지 문제된다. 생각건대 ‘점유’를 ‘점유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올바르지도 않지만, 점유승계의 경우를 점유권의 양도로 오해하게 만들게도 한다. 즉 실질을 왜곡하고 오해까지 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부작용을 생기지 않게 하려면 민법전에서 ‘점유권’을 모두 ‘점유’로 수정해야 한다.100)  

100) 동지 이진기, 앞의 논문(주 70), 24면; 정병호, 앞의 논문(주 7), 337면.


Ⅵ. 결어  


(1) 이제까지 논의한 결과의 요점을 적어보기로 한다.  


   우리 민법의 입법자는 점유권을 권리로 이해하고 점유권의 양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점유권은 그것이 직접점유에 의한 것이든 간접점유에 의한 것이든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경우가 없다. 우리 민법상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의 양도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점유권’의 실체는 직접점유에서든 간접점유에서든 ‘점유’(간접점유의 경우에는 ‘간접점유’)이다. 그리고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점유권의 양도’의 실체는 직접점유의 경우에는 ‘직접점유의 이전’이고, 간접점유의 경우에는 ‘간접점유의 이전’이다.  
   직접점유의 이전은 현실의 인도에 의하여 행해지는데, 현실의 인도의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점유가 이전된 경우에 전 점유자의 점유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신 점유자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고, 신 점유자가 새로운 점유를 취득하게 된다. 한편 우리 민법상 간접점유의 이전은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하여 행해지는데, 그 양도의 법적 성질은 법률행위(계약)이다. 그리고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가 있으면 그 반환청구권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 그런데 간접점유가 이전된 경우에 전 점유자의 점유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신 점유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이 점유권이라고 규정한 점유는 – 직접점유든 간접점유든 모두 - 권리가 아니고 법률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사실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제196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어서 개정함이 마땅하다. 개정방법으로는 제196조를 삭제하는 방법과 그 규정의 내용을 수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 그 경우에는 제목을 ‘점유의 이전’이라고 하고, 그 제1항에서 직접점유의 이전을, 제2항에서 간접점유의 이전을 규정하여야 한다. 


 (2) 이 연구를 통해 우리 민법상 본래의 의미의 점유권의 양도는 인정되지 않고, 또 제196조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제196조가 지닌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민법의 점유법, 특히 제196조의 오류를 시정해야 할 일이 남게 되었다. 점유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196조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