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의의 및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대한 소고-강인원
초록 :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 해당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소멸시효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가 소멸시효 기산점으로부터 각 권리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고 동 기간 중 시효의 중단이나 정지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효력이 발생된다. 이처럼 소멸시효의 법률요건은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완성되기 때문에 제척기간과 달리 각 요건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각 사안별 구체적 타당성이 뒷받침되는 탄력적인 해석이 요청되는데, 이와 같은 유기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이다. 종래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사회질서의 안정을 꾀하고, 과거사실의 증명곤란으로부터 권리자를 구제하며,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고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시효완성시 해당 권리를 절대적으로 소멸시키거나 적어도 권리행사를 저지할 수 있는 채무자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만큼,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 보호라는 법의 이상과 다소 상치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소멸시효제도는 그 자체로 목적인 제도일 수 없으며 오히려 권리자의 권리불행사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됨에 따라 새삼스럽게 그 권리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깨뜨리거나 입증곤란이라는 문제점을 가져오는 등의 더 큰 사회적 손실을 피하기 위한 수단적 제도임을 인정해야 하고, 오히려 나날이 복잡 다변화하는 사회환경 하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2013년 법무부 민법 개정시안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하여 채무자의 시효원용권을 발생시킨다는 내용의 입법제안을 한 것은 소멸시효 제도의 수단적 성격을 인정함과 동시에 채무자의 항변권을 중시하는 타 입법례와의 균형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동 개정시안에 따라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주관적 체계로 변경됨에 따라 소멸시효의 법률요건 상호간 유기적인 해석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졌는데, 이들 요건의 해석시에도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로서의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관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소멸시효의 유기적 해석에 있어서 특히 소멸시효의 중단, 정지사유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중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해당 권리의 존재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소멸시효 제도를 통해 채무자를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사인간의 권리조정 측면이 강조된 사유이자, 한정된 사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도 채권자가 상당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해당 권리의 존재를 채무자가 인정하였다면 이는 채권자나 채무자에게 권리 존재의 입증 기타 새로운 부담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는 측면에서 정당화된다.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밖에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채무의 일부 변제, 담보의 설정 및 제공, 기한유예의 청구, 특별법의 제정, 상계, 면책적 채무인수, 채권양수도, 변제유예의 합의, 공탁 등도 채무자의 채무인식 및 그 통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채무 승인을 통한 소멸시효 요건의 탄력적 해석을 통해 소멸시효제도가 진정한 권리자의 보호와 불필요한 사회자원의 낭비를 방지하는 다소 상치되는 두 목적을 충족시키는 데에 적극 활용되기를 바래본다. |
1. 들어가며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해당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위와 같은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하여는 종래 영속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사회질서의 안정을 꾀하고, 과거사실의 증명곤란으로부터 권리자를 구제하며,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1)
1) 이에 대한 상세논의는 아래 2.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관한 논의에서 상술하고자 하며, 위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관한 종래의 통설은 또 다른 시효제도인 취득시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설명되어 왔다. 이상 박준서 외, 주석 민법 : 물권법 제4판, 2011. 12., 688∼689면 |
소멸시효 제도 관련 논점은 크게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인지 여부, 소멸시효의 기산점 특정, 각 권리에 적용되는 소멸시효의 기간의 경과 여부, 그리고 소멸시효의 중단 또는 정지사유의 존부로 나뉘는데,2) 이들 요건의 해석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현행 민법 제166조 제1항은 ‘권
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된다고 하는데 규정만으로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을 통해 권리행사에 관한 법률상 장애(가령 기간의 미도래, 조건 불성취 등)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있다.3) 이 점에서 권리가 발생한 때로부터 일정기간의 경과시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하는 제도로서의 제척기간과 구별된다.4) 제척기간의 경우 권리가 발생함과 동시에 일정기간이 기산되고 그 중단이나 정지가 문제되지 않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달리 그 해석 및 적용이 단순하다.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
2) 안경희, “소멸시효” 민사법학 제77호, 2016. 12., 369∼383면 참조 3) 안경희, 전게 논문, 374면 참조 4) 김용담 외, 주석 민법 : 민법총칙 제4판, 2010. 8., 498면. |
이처럼 소멸시효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여러 요건의 적용을 거쳐 소멸시효 완성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각 요건을 유기적으로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와 같은 유기적 해석, 적용을 위해서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먼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되
짚어 보고 탄력적인 소멸시효 제도의 운용 및 해석을 위한 필자의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소멸시효제도 체계의 재편과 관련된 민법 개정시안의 논의를 간단히 살펴보고, 소멸시효 제도의 유기적 해석 및 적용을 위해 기존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이자 개정시안에서도 소멸시효의 재개시 사유로 유지된 채무자의 승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채무의 묵시적 승인에 대한 현재까지의 판례를 검
토해 보고 향후 채무 승인의 해석 방안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관한 논의
가. 기존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한 논의 및 이에 대한 비판론
종래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하여는 아래 세 가지 사유가 언급되어 왔다.
첫째, 사회질서의 유지 측면인데, 오랫동안 계속된 사실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그 위에 구축된 사회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5) 이는 주로 소멸시효제도를 사회질서 내지 안정 기타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둘째, 입증곤란의 구제 측면인데,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에 진정한 권리관계에 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쉽고, 반면 어떤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이 상당한 권리관계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는 개연성이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된다.6) 이는 권리를 행사하는 채권자와 이를 방어하는 채무자 간 증명책임이라는 수단 면에서 접근한 것인데 소멸시효 제도의 부수적 존재이유 정도로 생각된다.
셋째, 권리의 불행사에 대한 제재 측면인데,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의무자도 의무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고, 그 시점에서 돌연 권리를 행사하면 의무자에게 불의타가 된다는 것이다7). 이 부분은 소멸시효제도를 통상적으로 설명할 때 언급되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이해된다.
5) 김용담, 전게서, 487면 6) 김용담, 전게서, 487면. 7) 김용담, 전게서, 487면 |
판례 역시 시효중단의 근거를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바’라고 하거나(대법원 1991. 3. 3.1 선고 91다32053 판결), ‘법률이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보호를 거부하고 사회생활상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여기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제도로 보거나(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49918 판결 등 다수)’, ‘어떠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여기에 일정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제도이기에 어떤 사실상의 상태가 계속 중 그 사실상태와 상용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할 때에는 그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할 이유를 잃게 된다고 할 것이니,... 이른바 시효중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라고 하고 있어(대법원 1996. 3. 8. 선고 95누12804 판결), 상술한 전통적 견해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부당이득금][공1992.5.15.(920),1406] 【판시사항】 가.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강요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과세자료에 터잡은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 나.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 이 과세처분에 의한 오납금이 국가의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발생시기(=오납시) 다.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 라.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과세처분의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유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인지 여부(소극) 마.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오납금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오납시) 바.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사.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확인서, 명세서, 자술서, 각서 등이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별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과세자료에 터잡은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한 하자임은 물론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성립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아는 과세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할 것이다. 나.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에 이 과세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하여 확정된다. 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여부를 당사자로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과세처분의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마.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과세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납시부터 그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바.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바, 이러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나, 다만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 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 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 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의견] 오납금환급청구권의 경우 그 환급청구권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구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참조조문】 가. 행정소송법 제1조 [행정처분일반] 나. 민법 제741조, 국세기본법 제51조 다.라.마. 민법 제166조 라.마.사. 국세기본법 제54조 바.사. 민법 제168조 제1호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5.11.12. 선고 84누250 판결(공1986,40) 나. 대법원 1989.6.15. 선고 88누6436 전원합의체판결(공1989,1096) 1990.2.13. 선고 88누6610 판결(공1990,679) 1991.2.6. 자 90프2 결정(공1991,898) 다. 대법원 1965.6.22. 선고 65다775 판결 1982.1.19. 선고 80다2626 판결(공1982,257) 1984.12.26. 선고 84누572 전원합의체판결(공1985,272) 마. 대법원 1977.3.8. 선고 76다886 판결(공1977,9942)(이취지) 사. 대법원 1979.2.13. 선고 78다1500,1501 판결(공1979,11798)(변경)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공1987,1309)(폐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고등교과서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명기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7.25. 선고 91나169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 고등교과서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에 대하여 1984.6.1.자로 원심판결첨부 별지 제2표 기재의 51개의 법인세 등 과세처분과 1984.7.10.자로 같은 별지 제3표 기재의 71개 법인영업세 등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원고 회사가 국세기본법상의 전심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 87구396호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결과 1985.11.1. 위 각 과세처분의 무효를 선언하는 의미에서의 취소판결이 선고되고 이 판결은 1990.7.27.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을 확정하고, 피고는 위 각 과세처분에 의하여 원고 회사가 이미 납부한 본세, 방위세 및 불납부가산세와 이 국세환급금에 대한 국세환급가산금을 합산한 5,745,535,181원을 원고 회사와 원고 회사로부터 그중 일부를 양수한 소외 1, 소외 2 등에게 환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다음, 피고가 위 각 과세처분은 비록 행정소송에 의하여 취소되었다고 하여도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처분이므로 이에 의하여 납부한 세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오납이 있었던 1984.6.15.부터 진행되는 것이어서 원고들의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이 소제기일인 1990.9.1. 이전에 이미 5년의 시효기간경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데에 대하여, 갑 제1호증의 1, 2 및 같은 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각 과세처분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으므로, 위 과세처분의 취소로 인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과세처분을 취소한 위 87구396호 판결이 확정된 1990.7.27.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어서 위 항변은 이유 없고, 가사 위 과세처분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전치절차를 거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진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과세처분에 취소할 수 있는 하자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판결확정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항변은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먼저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하여 배척한 갑 제3호증의 3, 4는 바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한 행정소송에서 그 처분의 무효임을 확인하고 그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를 명한 고등법원판결과 이에 대한 상고심판결인바, 이와 같이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된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으로서 함부로 그 증명력을 배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 행정소송의 판결에 의하면, 원고 회사를 비롯한 4개 교과서회사에 대한 세칭 검인정교과서 부정사건(조세포탈)에 대한 조사가 1977.2.24.부터 치안본부에서 시작되어 원고 회사의 간부들이 연금되는 등 1개월 간에 걸쳐 강압적인 수사가 강행되는 중에, 원고 회사 간부들은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각 고등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가 1971.12.11.부터 1977.11.30.까지 사이에 탈세하였다는 내용의 확인서, 진술서 등을 작성하였고, 치안본부장이 그 무렵 이를 국세청장에게 통보하자 국세청에서는 곧 원고 회사에 세무조사반을 투입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1971.12.1.부터 1977.11.30.까지 사이에 위 각 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가 금 4,549,618,375원의 매출액을 누락시켰다고 보고 이를 익금가산하는 한편 그 금액이 위 각 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및 주주들에게 상여, 배당 등의 명목으로 분배지급된 것으로 간주한 사실, 그리고 위 국세청 조사반원들은 원고 회사의 주주들을 국세청 강당에 모이게 하여 세무조사결과에 따라 소득금액을 신고할 것을 강권하면서 불응할 경우 주주들 개인업체에 대하여도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중과세하거나 형사입건하겠다고 공언하므로, 주주들은 국세청 당국이 제시하는 각 과세년도 귀속소득금액(배당소득 및 갑종근로소득)에 위 세무조사와 관계없이 이미 자진신고하여 납부한 소득금액을 합하여 이 사건 과세기간에 대한 소득금액계산서, 내역서, 명세서, 각서 등을 작성제출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는 이러한 자료와 치안본부의 통보자료를 근거로 이 사건 법인세, 법인영업세, 개인영업세, 갑종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이자소득세, 기타소득세, 방위세 등을 부과고지하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확인서, 명세서, 자술서, 각서 등은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별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것으로서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과세자료에 터잡은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한 하자임은 물론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성립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아는 과세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할 것이다( 당원 1985.11.12. 선고 84누250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무효임을 인정할 증거가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음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치고 행정처분의 무효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일응 이유 있다. 3. 다음에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일에 관하여 본다.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에 이 과세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하여 확정된다( 당원 1989.6.15. 선고 88누6436 판결 참조). 한편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84.12.26. 선고 84누57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무효인 위 각 과세처분에 의하여 원고 회사가 납부한 오납금에 대한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납부시에 이미 발생하여 확정된 것이므로 이 때부터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위 각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여부를 당사자로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 사건과 같이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과세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납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함에는 차이가 없다. 결국 원심이 위 각 과세처분에 대하여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를 명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음은 오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일응 이유 있다. 4. 그러나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바, 이러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은 당연무효의 처분이어서 원고 회사가 납부한 세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오납금이 되어 원고 회사에게 환급청구권, 즉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한 것인데, 원고들은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먼저 그 권리의 기본적 법률관계인 위 각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음이 명백한바, 이러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그 과세처분으로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서 그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나, 다만 이 사건과 같은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 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원의 판례 중 위에서 설시한 견해와 달리 무효의 과세처분으로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오납이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과세처분에 대한 행정쟁송절차나 판결은 그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판례(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는 이를 폐기하기로 하고, 또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이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에 대한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 1979.2.13. 선고 78다1500, 1501 판결)는 위와 같이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과 그 과세처분으로 인한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그 견해를 변경하기로 한다. 결국 원심의 이유설시는 상고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부당하나,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여 상고논지가 주장하는 위법사유는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상고는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대법관 최재호, 윤 관, 김상원, 김주한을 제외한 나머지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재호, 윤 관, 김상원, 김주한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이고, 따라서 그 무효인 처분에 기해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에 대한 환급청구권이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 확정되며, 원고들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점에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는 권리 그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 뿐 아니라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는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봄이 옳다는 기본취지에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은 오납금환급청구권의 경우 그 환급청구권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구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2. 다수의견은 그와 같이 해석하는 이유로서 원고 회사가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권리의 기본적 법률관계인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중시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와 중단에 관한 제도의 취지를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인지 아닌지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학설상 일반적으로 승인된 바가 아닐 뿐 아니라, 우리 실정법의 규정상 채무자의 승인을 시효중단사유로 보는 것,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 재판 외 권리행사에 대하여서도 그 권리의 행사가 아무리 반복되어도 그것만으로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될 수 없게 한 것, 재판상 청구에 있어서도 권리의 증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사유로 되지 아니하는 것(소송의 각하, 기각, 취하에 관한 민법 제170조 제1항) 등은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논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이며, 종래 당원이 상대방의 제소에 응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시효중단사유가 아니라고 보아 온 것도 그 권리행사의 태양이 적극적인 것이냐 소극적인 것이냐로 설명되기 보다는 실정법 규정이 열거한 객관적 시효중단사유의 범위를 권리자 중심의 주관적 요소(권리행사의 의도나 목적)에 의해 함부로 확대해석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처지에서 보면 영속된 사실상태의 존중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소멸시효제도의 또 다른 취지의 하나이고, 피고로서는 원고 회사가 관할 과세관청과의 사이에 처분의 효력에 관해 쟁송을 벌이고 있었는지, 피고의 이득보유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의 쟁송이 진행되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었을 것이며 단지 피고가 국가라고 하여 이를 알았다고 볼 근거도 없는 것이니, 결국 이 사건 소멸시효의 진행에 의해 권리가 소멸되는 권리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시효소멸로 인하여 의무를 면하게 되는 채무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보면 권리자로부터 환급청구권에 대한 재판상 청구 등 권리행사를 직접적으로 당함이 없이 상당기간 그 이득의 보유상태가 지속된 후에 뜻하지 않게 오납금을 반환하게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소멸시효제도가 바로 이와 같은 경우를 위하여서도 그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취하는 견해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권리자 중심으로 확대해석하여 사권의 시효소멸을 제한하는 해석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는데, 환급청구권에 대하여만 특별히 그와 같이 시효소멸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국가가 세금으로 수령한 금원도 그 원인된 조세채권채무관계의 성립이 없거나 소멸되면 즉시 이를 반환하여야 하고 국가라 하여 그 반환을 거부하거나 국민의 반환청구권을 제한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그와 같은 이치는 납세자가 그 반환을 구하는 권리행사를 함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적어도 사인간의 법률관계에 있어서와 같은 정도로는 권리표명을 하여야만 시효기간의 도과로 인한 권리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국가에 대한 납세자의 국세환급금과 국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는 비록 그것이 사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시효소멸기간을 일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보다 짧게 5년으로 단축함으로써 국가재정회계의 조속한 확정을 기하고 있음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54조 제1항, 예산회계법 제96조 참조). 이와 같이 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국가가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 이익은 또 다른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가 이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 보유를 보호받을 가치에 있어 사인 간의 경우보다 덜할 것이 없으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소멸을 그 이득의 보유경위나 동기를 가려 전반적으로 제한하자는 차원의 논의가 아닌 한, 국가가 채무자라 하여 시효소멸을 인정함에 있어 인색할 것도 아니다. 3. 나아가 원고들이 관련 행정소송절차에서 법이 요구하는 형식으로 권리를 표명한 것으로 볼 것이냐에 관해, 다수의견이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이 일반적으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유독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과 환급청구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만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에는 동조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그와 같이 보는 이유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하는 논지이다. 다수의견이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하다고 보는 이유가 당원의 1982.3.23. 선고 80누47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표명한 부과처분의 부존재확인은 그 부존재를 주장하는 부과처분의 결과로 인하여 생긴 조세채무의 부존재확인이라는 논리와 어느정도 취지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되나 그 판결의 보충의견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부존재확인의 대상은 그 처분 자체의 무효 또는 부존재일 뿐이지 그 처분을 전제로 한 조세채무의 무효 또는 부존재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또 오납금의 환급청구권이 그 세금납부시에 이미 확정되어 있고 국세기본법상의 환급금이나 가산금에 관한 규정은 이미 확정되어있는 납세자의 환급청구권에 대한 절차규정일 뿐이며( 당원 1989.6.15. 선고 88누6436 판결 참조) 조세부과처분이 무효라 하여 국가에 대해 이미 납부한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로서 민사소송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이상( 당원 1990.2.13. 선고 88누6610 판결; 1991.2.6. 자 90프2 결정 각 참조), 그 환급청구권의 원인된 세금납부나 징수단계에 이르기 전에 이루어진 소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에 대한 유·무효에 관한 쟁송은 그 부과처분에 뒤따른 납세나 징수 등 행위로 인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전단계 쟁송일 뿐 어느 한면의 재판상 청구가 그 반대쪽 면의 청구로도 되는 양면성을 가지거나 표리인 관계가 아니며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쟁송만으로는 직접 그 환급청구권이 실현되는 관계인 것도 아니다. 이 점에 관하여는 파면처분의 무효와 퇴직금청구권이 그 표리관계나 양면성에 있어 보다 밀착성을 엿볼 수 있는데도 당원은 파면처분무효확인의 소는 퇴직금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가 되거나 이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퇴직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당원 1990.8.14. 선고 90누2024 판결 참조) 취지를 깊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권리 그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을 때에는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포함시키자는 견해가 반드시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행정소송을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보는 것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아님을 지적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그 청구권의 주된 내용이 보험금 또는 보험료청구권에 한정되므로 기본적 법률관계의 외연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청구권의 내용은 그 범위가 거의 일치하는 경우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과는 동일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시효중단사유로서의 권리행사가 그 권리의무 당사자 사이에 있어야하고 시효중단의 효력이 특별히 그 권리의무의 승계인 사이에서만 미친다는 원칙( 민법 제169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데도 이 사건 환급청구권의 경우에 한하여 다수의견처럼 논리를 수정할 분명한 이유도 없는바( 민법 제440조등 참조), 이 점에 관해 다수의견이 납세의무자인 원고 회사와 행정청인 관할과세관청 사이의 과세처분에 관한 공법관계를 그 과세처분으로 인해 납부한 조세에 대한 원고 회사 및 그 채권양수인인 나머지 원고들과 국가 사이의 사법상 채권채무관계와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간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보는 것은 법리상 의문이 아닐 수 없다. 4. 다수의견의 견해가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소송에 관한 당원의 입장과 조화되는 것인지에 관하여도,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1) 다수의견과 같이 무효확인 등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그 소의 제기로 인해 환급청구권에 대한 시효중단의 이익을 주게 되는 경우에는, 과세처분에 따른 세액을 이미 납부한 후에 그 처분의 무효확인 등을 독립한 소송으로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아울러 논의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논의 없이는 결국 다같이 무효확인을 구한 당사자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시효중단의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는 반면 단지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이라는 형식으로 바꾸어 소구한 당사자는 시효중단의 이익을 얻게 되는 기이한 결과가 되어 버린다. 또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권리행사라는 것이 그 권리의 객관적 발생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위법한 과세처분의 취소(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을 제외)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그 취소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아직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권리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과세처분취소소송의 제기에 의한 환급청구권의 시효중단이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의 제기가 독립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게 될 여지도 없다. 조세환급금이란 세금납부 후의 개념임이 당연한 논리이고 무효인 과세처분에 의거 세금납부 후, 그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므로 환급금을 구하기 전단계로서의 무효확인소송은 예외 없이 각하되게 되어 그로부터 6월 내에 다시 환급금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한( 민법 제170조제2항) 과세처분무효확인의 소제기만으로 환급청구권이 시효중단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2) 결국 다수의견이 부과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한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은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에 한하여 오납금에 대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자는 것에 다름아님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의견도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도 그 소송의 내용과 효력면에서는 의연히 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하겠고 다만 원고가 취소소송의 형식을 택한 이상 그 형식을 중시하여 절차만큼은 항고소송에 준하도록 하자는 것일 뿐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이 원래적 의미의 취소소송이나 무효확인소송과 별도로 독자적 성질을 가진 소송형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원래 취소소송이나 무효확인소송으로는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볼 여지조차 없었던 것이 소송의 태양을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으로 바꾸었다고 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보게 되고 이는 곧 같은 성질의 재판상 권리행사가 소송절차상의 문제로 인하여 사권의 권리행사로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셈인데, 이와 같은 결과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다. 세금납부 후에 제기한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의 소익이 없다는 종전의 당원판례를 아울러 변경하는 것이 아닌 한,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결과를 신중히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5.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이 사건 원고 회사가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을 구한데 대하여 굳이 시효중단에 준하는 권리행사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가, 원고들이 이 사건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그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여 환급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할지 아니면 단순위법할 뿐이라고 하여 처분취소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거나 또는 원고들이 막바로 그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환급금청구소송 등 권리행사에 나아갈 것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는 데에 있음을 짐작 못할 바 아니고 또 원고들에 대한 그와 같은 배려에 심정적으로 동조할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하여서 당사자를 구제하게 되는 경우란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을 제기한 납세자에 국한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나머지 납세자에 비하여 권리행사에 더 충실한 것도 아니라면, 그 나머지 납세자들까지도 구제하자는 획기적인 이론의 제시나 총체적 합의가 아닌 한 종전의 견해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소수의견의 입장임을 밝혀둔다.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없음으로써 진행되는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가림에 있어 당사자가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그 알지 못함에 있어서의 과실유무 등 개인적, 주관적 사정이나 사실상 장애사유에 의해 방해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당원 1984.12.26. 선고 84누572 판결 참조),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있음으로써 소멸시효의 진행이 방해되는 시효중단사유를 가림에 있어서도 법률이 시효진행장애사유로 보는 객관적 사유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외에 당사자가 법률이 정한 권리행사에 나아가기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거나 당사자의 주관적 의도가 어느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할 것인지에 따라 시효진행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이 폐기( 당원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 변경( 당원 1979.2.13. 선고 78다1500, 1501 판결)하여야 한다는 당원의 판례들도 그대로 유지함이 옳다고 본다. 대법원장 김덕주(재판장) 대법관 이회창 최재호 박우동 윤관 이재성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윤영철 김용준 김석주 박만호 |
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49918 판결 [소유권확인][공1994.10.15.(978),260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경덕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1993.8.26. 선고 92나1828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3. 제2항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원래 귀속재산인 이 사건 계쟁 토지를 1945.8.30.부터 계속 점유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점유는 귀속 재산 처리에 관한 특별 조치법에 따라 1965.1.1.부터 자주점유로 전환되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85.1.1. 그 취득시효 기간이 경과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항변인 원고의 점유는 취득시효기간 진행중에 타주점유로 전환되었거나 취득시효기간 경과 후에 원고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으로 지정된 피고 산하 청주시와 사이에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5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4.2.경부터, 제2 내지 제4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7년경부터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1991년경까지 매 1년 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으나, 원고는 당시 글을 제대로 모른 나머지 위 대부계약을 체결하여야 소유권이나 연고권을 인정받아 그 명의로 등기할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따라 위 대부계약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일종의 권리보전절차로 믿었고, 대부료는 토지에 대한 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하고 계속 납부하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국유재산 대부계약 체결행위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원고의 점유가 타주점유로 전환되었다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1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이러한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한 사실조차 없으므로 피고의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국유재산 대부계약의 내용은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들이 피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국유재산법 소정 절차에 따라 원고가 이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면서 일정한 사용료를 납부하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하여 이를 점유하다가 그 기간이 만료되면 원상회복시키기로 하는 내용이며, 같은 목록 제5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4.2.경부터 1991년까지 사이에 7차례에 걸쳐, 같은 목록 제2 내지 제4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사이에 4차례에 걸쳐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원심이 위 대부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의 의사표시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던 것처럼 내세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는 기록상 원고의 딸인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과 원심의 원고본인 신문결과밖에 없는데,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가운데서 원고본인 신문결과만을 증거로 채용하여 이와 같은 사정을 인정하였으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 토지에 관하여 4차례 또는 7차례에 걸쳐 동일한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음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증거만으로 그와 같은 사실인정을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원고는 위에서 인정한 국유재산 대부계약에 의하여 위 토지들이 피고의 소유임을 승인하고 임차인의 지위에서 이를 점유함으로써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래 시효제도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사회는 이것을 진실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신뢰하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수의 법률관계가 맺어지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그대로 인정하여 법률생활의 안정과 평화를 달성하려는 데 그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원고가 시효기간 진행 중 또는 그 완성 후에 위와 같은 대부계약을 여러차례 체결하였고 그 계약체결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면 이러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질서가 형성되었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까지 다시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자를 보호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의 그 판결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에 관한 판단에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및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원심이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1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국유재산 대부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하여 피고의 타주점유로의 전환 및 시효이익의 포기의 항변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판단유탈의 위법을 저지른 잘못이 없으며, 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없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별지목록 제2 내지 5기재 토지에 관한 이 사건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토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를 기각하며, 그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누12804 제2부판결 [국유재산무단사용변상금부과처분취소][공1996.5.1.(9),1257] 【판시사항】 가. 일정시 조선총독부 관할하에 있던 철도용지의 성질과 이에 대한 시효취득의 가부(소극) 나. 변상금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이 사라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일정시 조선총독부 관할하에 있던 철도용지는 군정법령 제33호 및 대한민국정부와미국정부간의재정및재산에관 한최초협정 제1조에 의거하여 미군정청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이양된 국유행정재산이고, 국가가 철도용지로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국유행정재산이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나. 소멸시효의 중단은 소멸시효의 기초가 되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와 맞지 않는 사실이 생긴 것을 이유로 소멸시효의 진행을 차단케 하는 제도인 만큼, 납입고지에 의한 변상금 징수권자의 권리행사에 의하여 이미 발생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은 그 부과처분이 취소(쟁송취소에 의한 것이든 또는 직권취소에 의한 것이든 불문한다)되었다 하여 사라지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1] 국유재산법 제5조 제2항, 민법 제245조 [2] 민법 제16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다카725 판결(공1987, 791) 1989. 8. 8. 선고 88다카25496 판결(공1989, 1351) [2]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누686 판결(공1986, 1008) 1987. 9. 8. 선고 87누298 판결(공1987, 1581) 1990. 2. 27. 선고 89누626 판결(공1990, 809) 【전 문】 【원고, 상고인】 동서산업진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재연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지방철도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5.7.20. 선고 94구498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일정시 조선총독부 관할 하에 있던 철도용지는 군정법령 제33호 및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정부간의 재정및재산에관한 최초협정 제1조에 의거하여 미군정청으로부터 대한민국에 이양된 국유행정재산이고, 국가가 철도용지로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국유행정재산이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87.4.14. 선고 86다카725 판결 참조), 원심이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분할 및 지번변경 전의 토지는 서울 용산구 (주소 생략) 철도용지였는데 위 토지는 일제하 명치 45.7.25. 철도용지로서 국의 소유로 사정되었고, 피고가 위 재산의 관리를 소홀히 하여 그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1986.11.11.자로 토지대장에 행정재산으로 기입하고 같은날 국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는 일정시 조선총독부 관할 하에 있던 철도용지로서 위 군정법령 및 협정에 의거하여 미군정청으로부터 국에 이양된 국유행정재산이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원고의 시효취득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행정재산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부분 상고이유 중 이 사건 토지가 묵시적으로 용도폐지되었으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상고심에서 비로소 내세우는 주장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제2점에 대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 성립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관계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그 과정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내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제3점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중단은 소멸시효의 기초가 되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와 맞지 않는 사실이 생긴 것을 이유로 소멸시효의 진행을 차단케 하는 제도인 만큼, 납입고지에 의한 변상금징수권자의 권리행사에 의하여 이미 발생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은 그 부과처분이 취소(쟁송취소에 의한 것이든 또는 직권취소에 의한 것이든 불문한다. 대법원 1987.9.8. 선고 87누298 판결 참조)되었다 하여 사라지지 아니한다(대법원 1986.7.8. 선고 85누686 판결, 1990.2.27. 선고 89누62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당초 1991.11.23.자로 원고가 소외 국으로부터 국유재산의 대부나 사용·수익허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이 사건 토지를 무단점유, 사용하였다 하여 원고에 대하여 1986.11.11.부터 1990.12.31.까지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였다가 1992.3.17.자로 감액결정 하였는데, 위 부과처분은 원고가 불복, 제소한 변상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관계법령에 따르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취소되었고 이에 피고는 다시 원고에 대하여 1993.8.28.자로 위 같은 기간동안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위 당초의 부과처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취소되었다 하여도 그 부과처분의 1991.11.23.자 납입고지는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 할 것이어서 그로부터 예산회계법상 소멸시효인 5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분명한 1986.11.23.까지의 변상금 부분에 한하여서만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을 뿐이라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행정처분의 취소와 시효중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모두 이유없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
그러나 위와 같은 일반적인 설명은 여러 가지 비판론에 직면해 있다.
첫째, 시효제도는 일차적으로 시효로 인하여 직접 의무를 면하게 되거나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시효의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고, 제3자의 보호라는 것은 그 부차적 효과에 불과하고, 둘째, 사실상태가 있으면 그에 부합하는 권리관계가 존재할 개연성은 있지만, 그와 같은 개연성만으로 권리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으며, 셋째, 권리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은 입증곤란의 구제라는 두 번째 이유를 보강하는 구실을 할 뿐 시효제도 자체를 설명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8)
8) 김용담, 전게서, 488면 |
다만, 이들 비판론에서도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데, 소멸시효 제도가 이중변제를 막기 위한 제도라는 견해9), 입증곤란의 구제와 권리자의 권리불행사를 믿은 의무자의 신뢰를 보호해야 하고 실제로 목적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는 자를 보호함으로써 재화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10)
등이 있다.
9) 고상용, 민법총칙 제3판, 2005. 4., 법문사, 660∼661면. 10) 곽윤직 외, 민법주해(3)-총칙(3) , 2012. 4., 박영사, 404∼405면. |
나. 검토
시효제도는 그 구체적인 개념 및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뿐만 아니라 판례법이 중심이 된 영미법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다만 영미법계에서는 소멸시효를 출소제한법(Limitation Act 1980) 등 제소기한의 측면에서 접근하며 통일적인 소멸시효기간 대신 소송원인에 따른 개별적 소멸시효기간을 정
하고 있다.11) 이들 출소제한법에 따르면 출소기간 이후의 소제기는 금지되나,12) 권리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의 채무승인 등이 있으면 제소금지가 해제된다고 해석된다.13) 한편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 민법도 소멸시효 완성시 급부거절권이 생긴다고 보며, 프랑스나 일본에서도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대하여 시효원용권 또는 법원의 시효 관련 직권 판단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14) 이들 대륙법계의 입법례도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소멸시효 완성시 소권(actio, klagerecht)만이 소멸하고 이후 자연채권(自然債權)으로 존재한다고 해석하는 점에서는 보편적이다.15)
11) 김용담, 전게서, 492∼494면 참조; 인터넷자료“http://www.legislation.gov.uk/ukpga/1980/58/pdfs/ukpga_19800058_en.pdf”의 Limitation Act 1980 중 Part Ⅰ, 1-⑴ This Part of this Act gives the ordinary time limits for bringing actions of the various classes mentioned in the following provisions of this Part. (이하 생략) 참조; 인터넷 자료 “http://leginfo.legislature.ca.gov/faces/codes_displayText.xhtml?lawCode=CCP&division=&title=2.&part=2.&chapter=1.&article=” 중 Code of Civil Procedure Part 2. Title 2, Chapter 1. the Time of Commencing Actions in General [312-313] 312. Civil actions, without exception, can only be commenced within the periods prescribed in this title, after the cause of actions shall have accrued, unless where, in special cases, a different limitation is prescribed by statute. (이하 생략) 참조 12) Olson, “The Statute of Limitations for Indemnification when No charges Filed : How soon is a director required to make a claim?”, Vol. 31 Journal of Corporation Law, 2006., p.928 13) Comment, “Developments in the Law : Statute of Limitations, Vol. 63 Harv. L. Rev., 1950., p.1187 14) 권영준 외, 2013년 법무부민법개정시안(총칙편) , 법무부, 2013., 323∼324면. 15) 한광석/서달주, “시효제도의 기초적 사상과 시효완성의 효과에 관한 연구” 사회과학연구 제5집, 순천대학 사회과학연구소, 1993. 12., 107면. |
이는 소멸시효 제도가 진정한 권리자의 보호라는 법의 이상과 다소 상치되는 면이 있어16)법제도로서의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난해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소멸시효 완성시 해당 권리가 절대적으로 소멸한다고 볼 경우 단순히 사회질서 유지나 입증곤란의 해소로
는 그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해당 권리의 소멸이 아닌 시효원용권 부여나 출소기한의 한정 등 수단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추어 최근 이루어진 2013년 민법 개정시안도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하여 ‘권리의 소멸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자는 그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시효 원용권 측면에서의 입법을 제안하고 있다.
16) 고상용, 전게서, 655∼656면. |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로 귀결된다.17) 그런데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를 종래의 사회질서의 유지, 입증곤란의 구제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라고 보면서 소멸시효의 완성시 해당 권리가 절대적으로 소멸된다고 볼 경우 사회질서의 안정이라는 명문 하에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법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냐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입증곤란의 구제나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 측면 역시 소멸시효 완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권리의 권리자와 의무자가 합의하여 시효완성된 권리의 행사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하기 부족하게 됨은 마찬가지이다. 즉, 수단적 성격의 법제도인 소멸시효의 완성효과를 해당 권리의 절대적 소멸로 볼 경우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듯한 논리의 간극에 직면하는 것이다.
17) 같은 취지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률규정은 소멸시효라는 제도의 기초적 사상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의 기본적 사상들 가운데 어느 것에 당해의 소멸시효규정이 근거를 두고 있는가에 따라서 소멸시효의 완성의 효과를 비롯하여 시효의 포기, 승인, 시효완성효의 승인, 기산점 등 각종의 소멸시효제도들에 대하여 그 보는 각도를 달리하게 된다”는 의견으로는 한광석/서달주, 전게논문, 103면 참조. |
이에 2013년 민법 개정시안에서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한 입법을 제안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멸시효 등 재산법 분야의 개정이 지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의 법률효과로서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존재이유가 필요해 보인다.
필자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를 사회자원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18) 소멸시효 대상 중 가장 일반적으로 문제되는 ‘채권19)’의 경우 채권자는 해당 채권의 만기도래시 바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그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그런데 만일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없다면 채권자는 채무자
의 변제자력이 전무하더라도 계속적으로 해당 채권의 관리를 하면서 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조금이라도 생겼는지, 만일 생겼다면 이를 통해 일부라도 채권회수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채권자의 한정된 인적자원의 활용이라는 면에서 타당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18) 한편, 또 다른 시효제도인 취득시효의 취지에 대하여 “취득시효에서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있는 권리자보다는 실제로 목적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는 자를 보호함으로써 재화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하여 재화효용의 극대화라는 실용적 관점을 제시한 견해가 있다. 이상, 박준서 외, 주석 민법 : 물권법 제4판, 2011. 12., 689면 참조 19) 현행 민법상 소멸시효의 대상은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이나, 법률행위로 인한 등기청구권이나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등기청구권의 경우 점유를 인도받아 사용수익중인 경우의 등기청구권은 판례에 따라 특별취급을 받고 있고, 점유권이나 담보물권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거나 피담보채권에 대한 부종성이 인정되며, 형성권이나 항변권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 중 소멸시효가 문제되는 경우는 용익물권 정도이나 용익물권 역시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논할 특별한 실익이 없다. |
채무자로서도 개별 채권의 변제기 이후 소멸시효 도과 전까지는 지참채무의 원칙에 따라 채권자의 채무이행청구에 응하여 변제를 하여야 하는데 채권자의 소재불명, 권리행사 지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확실 상태가 지속될 경우 채무자의 시간, 비용 등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채무자의 변제재원이 총 부채에 대비하여 부족할 경우 일방 채권자의 권리미행사는 또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권회수의 지체까지 초래할 것이다.
사회 전반의 고도화, 첨단화 등으로 다수 당사자를 둘러싼 권리관계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권리를 영구무제한으로 둘 경우 채무자에게 부담이 될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채권자에게도 실익 없는 권리를 존속시키는 결과가 될 것인바,
이는 사회 발전을 역행하는 일이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관점에도 반하는 것일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소멸시효제도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입증이 어려운 진실한 권리관계의 실현을 양보하자는 사회적 합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은 해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 따라 소멸시효 완성의 법률효과로서 해당 권리의 절대적 소멸이 될 수도 있고, 채권자의 권리행사시 이를 이유로 채무자가 항변할 수 있는 권리의 존재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입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20)
20) 현행 민법은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의 효과에 대하여 단순히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학설의 대립이 있었던바, 추후 민법 개정시에는 절대적 소멸설이나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볼 경우, 소멸시효 완성시 해당 권리가 절대적으로 소멸된다고 보더라도 그 자체로 논리에 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사회적 합의 역시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이 유지되어야 할 것인바, 장기적으로는 소멸시효의 완성에 따른 법률효과도 해
당 권리의 절대적 소멸보다는 채무자의 이행거절권 내지 항변권의 인정으로 보는 게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권리자의 장기간 지속된 권리불행사에 대한 제재는 이에 대응한 의무자의 시효원용권 부여로도 충분히 해결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3년 민법 개정시안에서도 소멸시효의 효과를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하
여 조문화하였는바, 이는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를 반영한 것일 것이다.
첨언하자면 위 2013년 민법 개정시안의 소멸시효 관련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이 입법화된다면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로서 필자가 주장하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측면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생각된다. 제정민법 이래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학설에 맡겨져 있었던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와 관련하여 그간의 소멸시효 제도의 운용 경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던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에 대한 학설 간 입장 및 타 입법례에 대한 고찰 등을 통해, 권리자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소멸시키기보다는 그 불행사에 대한 청구는 제한하되 해당 권리는 자연채무 상태로나마 존속함으로써 소멸시효완성 이후라도 채무
자의 자발적인 변제 또는 채무의 승인을 통해 채무의 변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보다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상대적 효력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선택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채권 등 대부분의 권리가 권리자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의무자 및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한된 권리행사 기간 내에 이해관계의 조정을 마침으로써 인적 자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 및 분배하는 데에 소멸시효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민법 개정시안 상 소멸시효 체계 재편 및 검토
소멸시효의 존재이유 및 소멸시효완성의 효과와 관련하여 민법개정시안은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는 소멸시효 완성시 당사자에게 시효의 원용권을 주도록 하는 현행 일본 민법21) 및 일본 채권법개정의 기본방침,22) 급부거절권을 인정하는 독일민법23)과 DCFR,24) 시효완성시에도 법관의 직권 보완을 금하는 프랑스 민법25)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아래에서는 민법개정시안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21) 현행 일본 민법 제145조(시효의 원용) 시효는 당사자가 원용하지 아니하면 법원이 이에 의하여 재판할 수 없다. 22) 일본 채권법개정의 기본방침 [3.1.3.68] (채권시효기간 만료의 효과) 1. 채권에서 채권시효기간이 만료한 때에는 채무자는 채권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23) 독일민법 제214조(시효완성의 효력) ①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는 채무자는 급부를 거절할 권리를 가진다. 24) DCFR(유럽 공통참조기준 초안, Draft Common Frame of Reference) Ⅲ-7:501 ⑴ 시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채무자는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25) 프랑스 민법 제2247조 법관은 시효에 기인하는 이유를 직권으로 보완할 수 없다. |
가. 민법 개정시안 상 소멸시효 체계 재편 요약2013년 민법 개정시안 상 소멸시효 체계는 크게 1) 채권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주관적 체계 선택 및 최장기간 설정, 2) 일반 소멸시효 기간의 단축, 3) 단기 소멸시효 기간의 삭제, 4) 기존 시효중단과 정지 사유를 재편하여 시효정지, 완성유예, 재개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5)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상대적 소멸설 채택, 6)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변경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 및 2)와 관련해서는, 먼저 채권소멸시효 기간이 종래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었고 그 기산점도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채무자를 안 때로부터 기산하는 주관적 체계를 택했다(개정시안 제162조26)). 다만 이 경우라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는 완성된다고 하여 현행 객관적 체계에 따른 소멸시효 10년의 기간이 실질적인 상한선으로 작용한다.
또한 위 3)과 관련해서는, 현행 3년 또는 1년의 단기소멸시효 관련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기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가 불분명하고 실제 사안에서의 적용시 타 소멸시효 기간과의 구분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 4)와 관련해서는, 기존 소멸시효완성의 장애사유로서의 시효중단과 정지 개념 대신 시효정지, 완성유예, 재개시라는 개념을 통해 용어의 불명확성을 제거하고 타 입법례에서의 용어 개정과도 균형을 맞추었다(개정시안 제165조,27) 제168조 내지 제178조의2 28)).
26) 개정시안 제162조(채권의 소멸시효기간) ① 채권은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채무자를 안 때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②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위반행위와 채무자를 안 때부터 진행된다. ③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또는 위반행위를 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27) 개정시안 제165조(판결 등으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①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그 판결이 확정된 때 부터 10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② 회생절차, 파산절차, 개인회생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과 재판상의 화해절차, 조정절차, 그 밖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기는 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제1항과 같다. ③ 판결 등의 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되지 아니한 채권에 대하여는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8) 개정시안 제168조(재판상 권리행사 등과 소멸시효의 정지)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있으면 그 진행이 정지된다. 1. 재판상의 권리행사 2. 지급명령의 신청 3. 제소 전 화해절차, 조정절차, 중재절차, 그 밖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기는 절차에서의 권리행사 4. 회생절차, 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의 참가 - 개정시안 제169조(소멸시효 정지의 효력) 소멸시효가 정지되는 경우에는 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은 시효기간의 계산에 넣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0조(보전처분과 소멸시효의 정지 및 완성유예) ① 가압류나 가처분이 신청된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가압류 또는 가처분 결정이 있는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② 가압류나 가처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 대하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그에게 통지하지 아니하면 시효정지 및 완성유예의 효력이 없다. - 개정시안 제171조(혼인관계 등으로 인한 소멸시효의 정지 및 완성유예) ① 부부 중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혼인 중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혼인이 종료된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② 미성년인 자녀가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성년자로 된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③ 재산을 관리하는 후견인에 대하여 가지는 제한능력자의 권리는 그가 능력자가 도리 때 또는 후임 후견인이 취임할 때까지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능력자가 된 때 또는 후임 후견인이 취임한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④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과 제779조 제1항에 따른 가족관계 또는 그에 준하는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미성년자가 가지는 권리는 그가 성년자로 될 때 또는 그 관계가 해소될 때까지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성년자로 된 때 또는 그 관계가 해소된 때부터 1년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2조(협의로 인한 소멸시효의 정지 및 완성유예) ① 권리자와 의무자 사이에 권리에 대하여 또는 권 리를 발생시키는 사정에 대하여 협의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된다. ② 당사자 한쪽이 협의를 거절하거나 3개월이 지나도록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때에는 협의는 종료된 것으로 본다. ③ 협의가 종료된 후 6개월 안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3조(최고에 따른 소멸시효의 완성유예) ① 소멸시효기간이 만료되기 전 6개월 안에 최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때부터 6개월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의 최고가 여러 차례 있는 경우에는 완성유예의 효력은 최후의 최고에 의하여 생긴다. - 개정시안 제174조(불가항력으로 인한 소멸시효의 완성유예) 권리자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권리행사를 방해받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종료된 때부터 6개월 안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5조(제한능력자와 소멸시효의 완성유예) 소멸시효기간이 만료되기 전 6개월 안에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한능력자의 권리 또는 제한능력자에 대한 권리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부터 6개월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6조(상속재산에 관한 권리와 소멸시효의 완성유예)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 상속재산관리인의 선임 또는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는 때부터 6개월 안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 개정시안 제177조(승인과 소멸시효의 재개시) ① 일부이행, 이자지급, 그밖의 방법으로 권리자에게 권리를 승인한 때에는 소멸시효는 새로 진행된다. ② 제1항의 승인에는 상대방의 권리에 관한 처분의 능력이나 권한이 필요하지 아니하다. - 개정시안 제178조(민사집행과 소멸시효의 정지 및 재개시) ① 민사집행(째산명시 또는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를 포함한다)이 신청된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되며 집행이 완료된 때에 시효가 새로 진행된다. ② 재산명시 또는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의 신청에 따른 소멸시효의 정지 및 재개시는 모두 합하여 1회에 한정된다. ③ 민사집행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 대하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그에게 통지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정지 및 재개시의 효력이 없다. - 개정시안 제178조의2 (소멸시효의 정지, 완성유예 및 재개시의 상대적 효력) 소멸시효의 정지, 완성유예 및 재개시는 당사자와 그의 승계인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다 |
위 5)와 관련해서는 종래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대하여 현행 민법상 규정이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아 종래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이 대립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29)30) 개정시안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상대적 소멸설 채택하였다(개정시안 제183조31)). 소멸시효의 완성시 그 효과는 기산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는데 표현의 수정 외에 현행 민법과 달라진 점은 없다(개정시안 제167조32)).
29) 절대적 소멸설에 입각한 견해로는 곽윤직, 민법총칙 , 박영사 2003., 340면 ; 김주수, 민법총칙 , 삼영사, 1996., 535면 ; 이영준, 한국민법론(총칙편) , 박영사, 2004., 723면 ; 이은영, 민법총칙 , 박영사, 2005., 778면 ; 양창수,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고시계 , 1994. 9., 150면. 30)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한 견해로는 김상용, 민법총칙 , 법문사, 2003., 755면 ; 김용한, 민법총칙론 , 박영사, 1993., 486∼489면 ; 김증한/김학동, 민법총칙 , 박영사, 2001., -면.; 장석조, “소멸시효 항변의 소송상 취급” 법조 , 1999. 1., 43∼44면. 31) 개정시안 제183조(소멸시효 완성의 효력) ① 소멸시효가 완성된 때에는 그 권리의 소멸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자는 그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종속된 권리에 그 효력이 미친다. 32) 개정시안 제167조(소멸시효의 소급효)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
6)과 관련해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현행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시로부터 10년 이후’에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5년, 불법행위시로부터 20년이 경과한 때 소멸시효가 완료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개정시안 제766조33)). 이는 실질적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가 불법행위시라고 보고 이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됨에 따라 불법행위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3) 개정시안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의 법정대리인이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②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20년이 경과한 때에도 제1항과 같다. ③ 성적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정지된다. |
나. 개정시안의 소멸시효 체제에 대한 검토
소멸시효 관련 민법 개정시안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는 이미 법무부 연구용역 과제 보고서 등을 통해 상세히 이루어져 있다34). 다만 필자가 본고에서 추가적으로 논하고자 하는 부분은 소멸시효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소멸시효기간, 기산점 및 소멸시효 재개시 등의 사유를 소멸시효완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요소로서 상호 유기성에 관한 것이다.
34) 권영준 외, 2013년도 법무부 연구용역 과제 보고서, 225∼331면 참조. |
우선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기존의 권리행사 가능시점에서 채권자의 인식가능성까지 추가하는 주관적 체계로 바꾼 점은 소멸시효제도가 일정기간 지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한다는 거시적 차원뿐만 아니라 권리자의 권리행사 없는 영구무한의 권리행사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 반한다는 면에서도 타당하다고 본다. 사인간의 권리확정을 통해 사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명분도 권리자의 권리행사 인식가능성 없이는 정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래 일반 채권의 경우 현행 민법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기산한다고 하여 소멸시효 제도의 탄력적 운용은 소멸시효의 중단이나 정지사유 등을 통해 구현될 수밖에 없었다. 소멸시효의 중단이나 정지는 소멸시효 완성을 위한 기간의 재시작 내지 일시 정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이들 사유의 해석에 따라 일률적인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민법 개정시안 중 소멸시효 관련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도 시효의 중단이나 정지사유이며, 이들 변화의 대부분은 최근 소멸시효 관련 조항을 재정비한 독일이나 프랑스, DCFR 등과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이며, 그간 시효중단사유로 가장 많이 논의되
었던 채권자의 청구의 상세내용을 정한 점은 고무적이다.
반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경우 현행 민법의 소멸시효 조항을 통해서도 탄력적 해석이 가능하다. 흔히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시로부터 3년이 경과되면 일반적으로 소멸시효의 완성여부를 검토하곤 하였다. 이는 불법행위시 바로 손해가 발생하고 가해자도 대부분의 경우 파악
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기한 치료비 청구의 경우에 있어서도 교통사고 피해자인 권리자는 해당 불법행위로 인해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신체적 손해가 발생하여 얼마의 치료비가 받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사고시에 바로 알지는 못한다. 즉 위자료는 물론이고 신체적 손해에 대한 치료비 청구에 있어서도 사고시에 바로 소멸시효가 기산된다는 전제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판례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시가 아니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하면서 사고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재입원으로 인한 치료비 및 향후 성형수술비 등은 새로운 손해로서 재입원시에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그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한
다고 본 사례도 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552 판결,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9496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3다26708· 26715·26722·26739 판결 등).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552 판결 [손해배상][공1985.6.1.(753),719] 【판시사항】 가. 일부청구임을 명시한 소송의 계속중 유보한 나머지 청구를 별도의 소송으로 제기한 경우 중복제소 해당여부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시기 【판결요지】 가. 전 소송에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치료비청구를 하면서 일부만을 특정하여 청구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별도소송으로 청구하겠다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유보한 때에는 그 전소송의 소송물은 그 청구한 일부의 치료비에 한정되는 것이고 전 소송에서 한 판결의 기판력은 유보한 나머지 부분의 치료비에까지는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전 소송의 계속중에 동일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유보한 나머지 치료비청구를 별도소송으로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시가 아니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진행한다 할 것이므로 사고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재입원으로 인한 치료비 및 향후 성형수술비 등은 새로운 손해로서 재입원시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할 것이고 그 때부터 시효가 진행된다. 【참조조문】 가. 민사소송법 제202조 나. 민사소송법 제234조, 민법 제76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2.11.23. 선고 82다카845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4.11.6. 선고 84나34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 3점에 관하여, 원고가 전 소송에서 이 사건과 동일한 피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적극적, 재산적 손해인 치료비를 청구하면서, 치료비중 일부만을 특정하여 청구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별도 소송으로 청구하겠다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유보한 때에는 그 전 소송의 소송물을 그 청구한 일부의 치료비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전소송에서 한 판결의 기판력은 유보한 나머지 부분의 치료비에 까지는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전 소송의 계속중에 유보한 나머지 치료비청구를 별도소송으로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중복제소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당원 1982.11.23. 선고 82다카845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본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중 사고일로부터 1982.11.13까지의 치료비만을 특정하여 청구하고 그 다음날 이후부터의 치료비는 별도 소송으로 청구하겠다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유보한 손해배상 청구소송(1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80가합144, 2심 서울고등법원 80나1199, 대법원 83다144 각 판결)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이고, 본건 소송은 위 소송에서 유보되었던 1982.11.14 이후의 치료비와 위 치료를 받은 후의 성형수술비 청구임이 분명하므로, 위 전 소송에서 한판결의 기판력은 본건 청구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위 전 소송이 법률심인 대법원에 계속중에 본건 소송이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중복제소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판결의 기판력 내지 중복제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며 논지가 주장하는 판례( 당원 1960.11.3 선고 4292민상656; 1980.5.13 선고 80다473; 1980.9.9 선고 80다60; 1980.11.25 선고 80다1671 각 판결)는 치료비의 일부 청구를 하면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유보를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이 사건 사안과 전연 다른 사안에 대한 판결로서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하므로 원심판결이 위 판례에 위반되었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제4점에 관하여, 민법 제766조 소정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시가 아니라 그로 인한손해의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부터 경희의료원등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1981.1.21 퇴원하였는데 그후 예상치 아니한 후유증이 발생하여 1982.9.20 재입원하여 같은해 12.14까지 치료받았고, 위 재입원 치료후에도 향후 전경골부위연부조직 결손재건 및 다발성 선상반흔 교정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므로, 재입원으로 인한 치료비 및 향후 성형수술비 상당의 손해발생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로서 재입원시인 1982.9.20에 비로서 이를 알게 되었다 할 것이고 그때부터 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논지가 지적한 판례( 당원 1975.10.7 선고 75다1553 판결)는 사고당일부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 그 치료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입원한 날(따라서 사고일과 같다)에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취지인바, 이는 원심판결과 그 취지를 같이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이 위 판례에 위반하였다는 논지 역시 이유없다. 제2, 5점에 관하여, 논지는 결국 원심판결에는 1심증인 소외인의 허위증언을 채택한 채증법칙위배의 위법이 있다거나, 1982.9.20 같은해 11.13까지의 재입원 치료비중에는 본건 사고와 관계없는 뇨관결석 치료비가 120만원정도 포함되어 있음에도 전소송( 서울고등법원 82나1199 판결)에서는 40만원만 인정하였는바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대하여 피고에게 입증촉구등 석명권을 행사하여 심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심리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거나 또는 원심판결에는 향후 성형수술비가 장래의 치료비임에도 이에 대하여 솟장 송달 다음날부터 연5푼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위법이 있다는 것인바, 위 각 사유들은 원심판결이 논지가 주장한 위 각 법령의 해석을 잘못하였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들로서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제1항 각호의 어느 사유에도 해당되지 아니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태균(재판장) 이정우 신정철 김형기 |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9496 판결 [손해배상(자)][공2001.10.15.(140),2165] 【판시사항】 [1] 상해의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손해가 발생하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의 진행시점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합의의 해석 [3] 피해자의 여명에 대한 감정결과를 전제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그 후 피해자가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생존하게 되고, 피해자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크게 더 연장될 것으로 감정결과가 나온 경우, 그에 상응하여 추가되는 손해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그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경과한 때로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본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그 손해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3] 교통사고로 심한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 상태가 된 피해자의 여명이 위 사고시로부터 약 6년 2개월 정도로 예측된다는 감정결과를 기초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수령하고 위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으나, 그 후 피해자가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생존함에 따라 다시 감정해 본 결과, 증상이 호전되어 피해자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약 8년 3개월이나 더 연장될 것으로 나온 경우, 그에 상응한 향후치료, 보조구 및 개호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중대한 손해가 새로이 발생하리라고는 위 합의 당시에 예상할 수 없었고 이를 예상하였더라면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같은 후발손해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달리 위 후발손해를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경과한 때로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66조 제1항[2] 민법 제105조, 제732조, 제750조[3] 민법 제105조, 제732조, 제750조, 제76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2150 판결(공1981, 14152)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2583 판결(공1993상, 442) 대법원 1995. 2. 3. 선고 94다16359 판결(공1995상, 1148) [2] 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다카74 판결(공1988, 900)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공1991, 1346)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공2000상, 1026)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백두 담당변호사 이선우 외 2인) 【피고,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전재중) 【원심판결】 대구지법 2000. 12. 27. 선고 2000나834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그 손해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2583 판결, 1995. 2. 3. 선고 94다1635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소외 이정호는 피고와 사이에 경북 1구5363호 승용차의 운행중 발생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이정호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보험기간 중인 1992. 3. 12.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그 당시 35세 1월 남짓된 원고에게 중증(중증)의 뇌좌상 등을 입게 한 이 사건 사고를 낸 사실, 원고는 그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1993. 2. 11. 이정호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93가합2647호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전소'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그 소송에서의 신체감정 결과, 원고는 중증의 뇌손상 후유증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이후 약 1년 2개월이 지난 감정시점에 이르기까지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 상태가 지속 중이고(기관절개술 후 도관급식 시행) 향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없어 노동능력을 100% 상실하였고, 외국의 통계자료 등에 비추어 그 후유증의 영향으로 여명이 크게 단축되어 감정일부터 약 5년(이 사건 사고시로부터는 약 6년 2개월)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여명기간 동안 폐염, 요로감염의 합병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 등과 1일 8시간 개호인의 조력이 계속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 이에 따라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위와 같은 여명단축을 주장하면서 원고가 1998. 4. 30.까지만 생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일실수입 손해, 위 여명기간 동안의 향후치료비와 개호비 손해, 위자료 등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보아 이를 일시금으로 청구한 사실, 위 법원은 1993. 9. 9. 위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원고의 위 후유증상은 개선불가능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원고의 여명이 1998. 4. 30.까지로 단축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일실수입,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손해 등을 산정하는 한편, 이정호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다음, 이정호로 하여금 원고에게 248,320,194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이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이 각자의 패소 부분 중 일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가 1993. 10. 27.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로부터 위 판결의 인용금액 원리금 중 일부를 감액한 250,000,000원을 수령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으며, 그 직후 위 각 항소는 취하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생존하게 되자 1999. 4. 15. 그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한 향후치료비, 보조구비 및 개호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 이 사건 제1심법원에서 다시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촉탁하여 본 결과 그 감정일인 1999. 7. 13. 현재 원고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의 상태로 그 증상이 호전되어 있고 이로써 원고의 생존능력이 향상되어 원고의 여명은 위 감정일을 기준으로 하여 일반 건강인의 평균여명의 25% 정도 즉 약 7.15년(전소 감정에서 예측된 여명기간 이후로 약 8년 3개월)일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하는 동안 여전히 폐염, 요로감염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 등과 성인 남자 1인의 개호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첫째, 원고가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 상태로 지속하다가 이 사건 사고 후 약 6년 2개월이 경과될 무렵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 전소의 감정결과와는 달리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고 이로써 원고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무려 약 8년 3개월이나 더 연장되어 그에 상응한 향후치료, 보조구 및 개호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중대한 손해가 새로이 발생하리라고는 전소의 소송과정이나 그 판결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위 합의 당시에도 예상할 수 없었고 이를 예상하였더라면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같이 예상할 수 없었던 위 손해(이하 '이 사건 후발손해'라고 한다)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둘째, 이 사건 후발손해가 위 합의에 이르기까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인 이상 그 때까지는 그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될 수 없고 나아가 기록상 위 합의 이후에 있어서도 이 사건 소제기일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에 이 사건 후발손해를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생겼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경과한 지 3년이 지나기 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상 그 배상청구권의 3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은 전체적으로 보아 위와 같은 취지에서 소멸시효 및 권리포기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다음, 원심 변론종결 이전까지 발생한 개호비 손해 합계액의 일시금 지급을 명하는 한편, 그 후 위 생존여명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는 매월 발생할 개호비와 치료비에 관하여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월 일정액의 정기금 지급을 명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화해계약의 효력 및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나 경험칙에 반하는 사실인정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3다26708, 26715, 26722, 26739 판결 [손해배상(의)·손해배상(의)·손해배상(의)·손해배상(의)][공2017하,2280] 【판시사항】 [1] 혈액제제 제조업체에게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구체적 내용 /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문진 등을 통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2] 제조업자 등에게 제조물의 표시상의 결함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결함이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노동능력상실률을 결정하는 기준 [4]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한 증명책임의 정도 및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5]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6]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에 관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 【판결요지】 [1] 혈액제제는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특정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효용성이 큰 반면에 혈액제제를 통한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신의 혈액원 등을 통하여 공혈자(공혈자)의 혈액을 채혈·조작·보존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충당하는 업무는 성질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 업무가 적정하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혈액제제 이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민 보건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혈액제제 제조업체로서는 혈액제제의 제조를 위해 순결한 혈액을 확보하여 보존함은 물론이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제조된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혈액을 채혈하는 당시의 의학기술 수준에 맞추어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불순한 혈액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문진 등을 통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 등의 감염 위험군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로 된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그 행위로부터 생기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의 정도,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함에 의해서 희생되는 이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2]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노동능력상실률은 궁극적으로는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4]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5]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6]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법원은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여러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므로,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다)목, 제3조, 민법 제750조 [3] 민법 제393조, 제763조 [4]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5] 민법 제766조 제2항 [6] 민법 제393조, 제751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공1998상, 702) [2]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공2003하, 2012)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공2008상, 444)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공2014상, 1004) [3]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공1998상, 1465) [4][5]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공2011하, 2197) [6]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077)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굉필)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2. 13. 선고 2007나122010, 122027, 122034, 122041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의, 가. 원고 4,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나. 원고 7, 원고 25, 원고 41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다.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23, 원고 39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라. 원고 14, 원고 32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마.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가.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의 피고들에 대한 각 상고, 나.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4,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3,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2,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다.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상고, 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마.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14에 대한 상고, 바.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3. 상고비용 중, 가.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나.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다. 원고 2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대한적십자사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 1, 원고 9, 원고 12,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42, 원고 43(이하 ‘원고 1 등 10인’이라 한다)의 상고에 대하여 원고 1 등 10인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아무런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2. 원고 1 등 10인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제조물 결함 및 혈액을 제공하는 공혈자(공혈자) 선별 주의의무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혈우병(hemophilia)이란 선천성·유전성으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자발적 또는 경미한 외상에 의해서도 쉽게 출혈하고 출혈 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혈액에 있는 13종의 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A형 혈우병, 제9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B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혈우병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종래 혈장수혈법이 이용되어 왔으나, 1965년경 혈장으로부터 혈액응고인자를 분리하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혈장으로부터 분리한 혈액응고인자가 농축된 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② 원고 4, 원고 10, 원고 11, 원고 20, 원고 29, 원고 33, 원고 40은 B형 혈우병을 앓아왔고, 나머지 원고들은 A형 혈우병을 앓아왔다. ③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당초 상호가 주식회사 녹십자였으나 2004. 9. 3. 현재와 같이 상호를 변경하였다. 이하 ‘피고 녹십자’라고 한다)는 1974년 냉동 건조 혈장인 AHF(Anti-Hemophilic Factor)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1989년경 제9인자 농축제로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과 제8인자 농축제로서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Octa-Vi, 1994년경 제품명을 그린에이트(GreenEight)로 변경하였다]를 생산하여 공급하기 시작하였다(이하 위 각 혈액제제를 통틀어 부를 때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라고 한다). ④ 피고 녹십자는 최초 AHF를 생산할 당시에는 그 생산공정상 열처리나 정제 등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공정을 채택하지 않았으나 1987. 10.경 63℃로 72시간 동안 열처리하는 공정을 도입하였고(그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을 AHF-HT라고 부르기도 한다), 1989. 6.경 유기용매와 세척제를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는 TNBP(tri-N-butyphosphate) 공법을 도입하여 옥타비, 훽나인의 생산에 적용하였으며, 2000. 7.경에는 침전된 혈액응고인자를 냉침전법으로 1차 정제하고 유기용매인 TNBP와 세정제인 Octoxynol 9로 화학처리한 후 다시 면역친화성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2차 정제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⑤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가 되는 혈액 중 일부는 피고 대한적십자사(이하 ‘피고 적십자’라고 한다)로부터 공급받았고, 나머지는 자체의 혈액원을 통하여 충당하거나 수입하였으며,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공혈자로부터 매수한 혈액을 원료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다가 1991년부터는 수입혈장도 사용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생산하였다. ⑥ 19세기 이래 간염에는 전염성 간염과 혈청 간염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0세기에 들어와 전자를 A형 간염, 후자를 B형 간염이라고 불렀는데, 1965년경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규명된 이후인 1975년경에는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non A non B, NANB)도 존재하고 그 감염경로가 혈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8년경 클론 항체를 추출하여 C형 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이하 ‘HCV’라고 한다)의 유전학적 구조가 규명되었고, 1989년경 HCV 항원에 대한 항체진단법이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1. 5.경부터 모든 헌혈혈액에 대하여 anti-HCV 검사(HC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⑦ 1978년경 매혈(매혈)에 의한 혈액사용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고, 1992년경 매혈자의 HCV 양성률이 31.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되었다. ⑧ 원고들(다만 원고 21 제외)은 원심판결문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내용’ 표의 ‘감염발견일’란 해당 날짜에 HC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감염발견일 이전부터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①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35, 원고 41은 1991. 4.경까지 HCV에 감염된 사람들인데, 1991. 5.경 전에 피고 녹십자가 제조하여 유통시킨 이 사건 혈액제제는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에 유통된 것으로서 그 유통 당시에는 HCV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기술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를 진단하지 못한 채 유통시키게 된 것이므로 이를 두고 이 사건 혈액제제에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없고, ② 한편 피고 녹십자가 매수한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한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는 HCV의 유전학적 구조가 밝혀지지 아니하여 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 전염경로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피고 녹십자가 적절한 문진사항을 마련하여 매혈자에 대한 문진만으로 HCV 감염 혈액을 충분히 배제해 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 녹십자가 매혈자에 대하여 문진을 행하지 아니한 것이 위 원고들의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혈액제제는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특정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그 효용성이 큰 반면에 혈액제제를 통한 바이러스 등 감염의 위험 또한 존재한다.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신의 혈액원 등을 통하여 공혈자의 혈액을 채혈·조작·보존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충당하는 업무는 성질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 업무가 적정하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혈액제제 이용자 등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민 보건에 광범위하고도 중대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혈액제제 제조업체로서는 혈액제제의 제조를 위해 순결한 혈액을 확보하여 보존함은 물론이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 제조된 혈액제제를 통한 감염의 위험을 제거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혈액을 채혈하는 당시의 의학기술 수준에 맞추어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불순한 혈액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군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문제로 된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그 행위로부터 생기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의 정도, 피침해법익의 중대성, 결과회피의무를 부담함에 의해서 희생되는 이익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참조). 그리고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제제 제조업체가 부담한다. 앞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비록 피고 녹십자가 공혈자로부터 매수한 혈장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한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는 우리나라에서 HCV에 관한 진단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① HCV 감염자로부터 매수한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를 투약받음으로 인해 혈우병 환자들이 HCV에 감염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은 분명한 데다가, ② 1975년경 이미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그 감염경로가 혈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③ 1978년경에는 매혈에 의한 혈액사용이 A형도 아니고 B형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라는 논문도 발표된 바 있으며, ④ 1992년경 매혈자의 HCV 양성률이 31.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 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혈액제제 제조업체인 피고 녹십자로서는 위 원고들에게 투여·수혈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제공받을 당시에도 공혈자가 HCV에 감염되어 있을 위험이 높은 자인지를 판별하여 그러한 자로부터는 혈액을 공급받지 않거나 또는 그 스스로 혈액제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혈액을 제공하려는 자에게 그의 직업 등을 확인함은 물론, 황달, 피로감, 식욕저하 등 HCV 감염과 관련한 증상이 있는지를 비롯한 건강 상태와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종전에 마약을 투여한 적이 있는지와 같은 생활관계 등도 함께 조사하면서 필요한 설명과 문진을 함으로써 HCV 등의 감염 위험이 높은 자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공혈자 선정절차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의 원료인 혈장이 HCV에 오염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건 혈액제제의 HCV 감염력을 낮출 수 있다면, 공혈자에 대한 문진 등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혈액제제를 투약한 혈우병환자들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 녹십자가 위 원고들에게 투여된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제공받을 당시에 자체 혈액원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에 필요한 혈액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문진 등을 통하여 HCV의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부터 혈액이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이행하였다면 이 사건 혈액제제의 HCV 감염력을 낮출 수 있었는지와 피고 녹십자가 위와 같은 조치 등을 이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 녹십자가 매혈자에게 문진을 행하지 아니한 것이 HCV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여,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35, 원고 41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를 기각(원고 25, 원고 41을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혈액제제 제조과정에서 공혈자 선별을 통한 안전한 혈액 확보에 관한 주의의무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대안검사 미시행 과실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에서 헌혈 혈액에 대한 ALT 검사(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경우에 혈중 수치가 증가하는 ALT 효소의 수치를 측정하여 간염을 측정하는 검사법)는 1987년부터 실시되었는데, 이는 미국 FDA가 ALT 검사의 시행을 권고한 날부터 불과 1년 정도 지난 후이므로 이를 두고 위 검사가 지연되어 시행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anti-HBc 검사(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법)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anti-HBc의 양성률이 40% 내지 50%에 달하여 양성혈액을 모두 폐기할 경우 혈액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한 대안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과실이라 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지시·경고의무 위반에 관하여 (가) 피고 녹십자 및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5228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AHF의 첨부문서에 ‘본 제품은 열처리과정을 거쳐 간염, AIDS 등의 감염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시킨 혈우병 치료제’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그 ‘부작용 금기 및 주의사항’란에는 ‘혈청 간염 등의 간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관찰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훽나인의 첨부문서 ‘기본정보’란에는 ‘B형 간염, C형 간염 및 AIDS 등의 전파위험이 없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그 ‘상세정보’란에는 ‘비A형, 비B형 간염 등의 감염증의 위험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므로 관찰을 충분히 하고 간장애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적절한 처치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편 이 사건 혈액제제는 주사를 통해 약을 신체에 주입하는 주사제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① 이 사건 혈액제제의 첨부문서의 서두 부분에 이 사건 혈액제제에는 감염의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같은 첨부문서의 부작용란 등에 명백히 ‘혈청 간염’의 위험이 기재되어 있는데 혈청 간염에 HCV도 포함되고, 훽나인의 경우에도 상세정보란에 ‘비A형, 비B형 간염’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혈액제제는 주사제로 그 주된 사용자가 혈우병의 치료를 수행하는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인 것으로 보이는 점, 혈우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위 첨부문서의 내용을 일람하였을 경우에는 충분히 HCV 감염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혈우병 환자의 출혈이 심한 상황에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혈우병 환자의 생명·신체에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그러한 환자로서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사용을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녹십자가 AHF 및 훽나인의 첨부문서에 그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적절하게 기재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또한 피고 대한민국이 위 약품들에 대하여 적절한 지시·경고의무가 수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 녹십자가 위 약품들에 대하여 지시·경고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위 약품들에 대하여 적절한 지시·경고의무가 수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지시·경고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 적십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 적십자가 생산하는 혈액, 신선동결혈장, 냉동침전제 등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들에게 공급되는 것인데, 의사들이 위 제품들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므로, 피고 적십자가 위 의사들에게 지시·경고를 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지시·경고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① 원고 14는 피고 녹십자를 상대로, 위 원고가 투여받은 훽나인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라고 한다)에 오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 원고가 HIV에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3. 2. 28. 서울동부지방법원 2003가합1999호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하 ‘선행소송’이라고 한다), 그 선행소송이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었던 점, ② 선행소송과 위 원고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당사자가 동일하고 모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인데, 위 원고의 HI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과 이 사건에서 HCV 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훽나인의 투여 내용이 상당부분 중첩되어 있어 결국 불법행위의 내용도 동일하다고 볼 것인 점 등을 이유로, 선행사건이 제기된 후인 2004. 7. 30. 제기된 위 원고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이 사건 소 중 위자료를 구하는 부분은 선행소송의 해당 부분과 중복소송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중복소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10, 원고 16, 원고 37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후, 피고 녹십자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하 ‘한국혈우재단’이라 한다)이 HCV 감염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였으나, 한국혈우재단은 피고 녹십자와 별개의 법인으로서 한국혈우재단의 지원을 피고 녹십자의 위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위 원고들의 소멸시효 중단 또는 소멸시효완성 후 시효이익 포기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 녹십자가 이 사건 혈액제제로 혈우병 환자들의 HCV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한 대한혈우재활협회 상임이사를 고소하였다거나, 위 원고들의 HCV 감염경로에 관한 임상의학적, 병리학적 연구결과나 역학조사결과가 없어 위 원고들이 인과관계에 관하여 적절한 주장·증명을 할 수 없었다거나, 피고 녹십자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문제점에 관한 학자들이나 언론의 언급을 원천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거나, 위 원고들이 한국혈우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위 손해에 관한 권리행사를 하기 곤란하였다거나, 위 원고들과 피고 녹십자는 소송수행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 녹십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 거기에 소멸시효 중단 및 소멸시효완성 후 시효이익 포기, 소멸시효 항변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한편 위 원고들은 피고 적십자,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위 피고들에 관한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라.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1) 노동능력상실률은 궁극적으로는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 참조). (2) 원심은, 원심 신체감정의의 노동능력상실률의 평가는 감정의의 자의가 배제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고, 맥브라이드표나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표(이하 ‘A.M.A.표’라 한다) 또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의 노동능력상실률표에는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으며, 이에 유추하여 적용할 항목도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 등이 HCV 감염으로 인한 현증상에 기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은 A.M.A.표 등에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과 간손상에 기인한 장애와 관련한 항목이 존재하는지 면밀히 심리해 보고, 만약 존재한다면 이를 토대로 필요한 감정을 거친 후 각종 노동능력상실률표와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게 그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면밀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HCV 감염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여,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소극적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원고 14, 원고 32를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노동능력상실률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마.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원고 2, 원고 5, 원고 14, 원고 23, 원고 32, 원고 39는 원심판결 중 위 원고들의 피고 적십자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을 다투는 상고이유를 제출하고 있으나, 위 원고들이 피고 적십자를 상대로 상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는 살피지 아니한다. 바.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1)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그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참조). 이는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투여받은 다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거나 투여받은 기간이 더 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20, 원고 22, 원고 29, 원고 33, 원고 38, 원고 40은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1989. 6.경 전에 제조된 혈액제제도 투여받았는데,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전에 제조되어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보다 수십 배 높은 감염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혈액제제를 더 장기간 투여받음으로써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이로써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위 원고들의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위 원고들에게 1991. 5.경 전에 HCV에 감염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반면, 위 원고들이 1991. 5.경 이후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고, 그 이후에 HCV에 감염되었음이 밝혀졌으므로, 원심판단과 같이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위 원고들의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는 추정된다. 위 원고들이 단순히 TNBP 공법이 적용되기 이전에 제조되어 그 공법을 적용하여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보다 수십 배 높은 감염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혈액제제를 더 장기간 투여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1991. 5.경 이후에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HCV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20, 원고 22, 원고 29, 원고 33,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녹십자에 대한 청구를 기각(원고 7을 제외한 나머지 위 원고들에 대한 소 각하 부분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한편 위 원고들은 피고 적십자,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상고하였으나, 위 피고들에 대하여는 상고이유서에 위 판단과 달리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상고이유만을 기재하였을 뿐,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그 외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피고 녹십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조물 책임법 관련 주장에 관하여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2000. 1. 12. 법률 제6109호로 제정된 제조물 책임법에서 새로이 도입되었고 그 부칙 규정에 따라 2002. 7. 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원심에서 판단한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이란 모두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책임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참조), 원심판단에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혈액제제에 대하여는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제조물 책임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피고 녹십자의 면책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의약품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①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4,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는 우리나라에서 anti-HCV 검사에 관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간인 원심판결문 별지 3 원고들의 감염 관련 표의 ‘최종 음성 판정일’란 기재 날짜부터 같은 표의 ‘감염 발견일’란 기재 날짜의 2 내지 4주 전까지 사이에 HCV에 감염된 사람들인 점, ② 위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HCV의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다가 같은 표의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또는 수혈 내역’란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HCV 감염이 확인된 점, ③ 혈우병 환자의 anti-HCV 양성률이 우리나라 일반인의 anti-HCV 양성률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이는 점, ④ 위 원고들이 감염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는 5,000명 내지 10,000명 이상의 혈장을 섞어 풀(pool)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제조방식상 그 풀에 포함되는 혈액의 제공자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혈액이 원료로 사용된 풀에서 만들어진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⑤ HCV의 감염경로의 대부분은 오염물질과 혈액 간의 접촉에 의한 것이고, 혈우병 환자인 위 원고들의 경우에는 오염혈액의 투여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가 HCV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전에는 anti-HCV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한 후 양성으로 판정된 위 원고들의 HCV 감염은 피고 녹십자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결함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아, 피고 녹십자는 위 원고들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 녹십자는 1989. 6.경 TNBP 공법을 도입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적용하였는데, 위 공법은 HCV를 완벽하게 불활성화하기 때문에 위 원고들이 위 공법을 거쳐 생산된 1991. 5.경 이후의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하여 HC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없다’는 피고 녹십자의 주장에 대하여, TNBP 공법에 의해 HCV가 불활성화되었다는 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 공법이 그 원칙에 맞게 완벽하게 행해졌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피고 녹십자가 스스로 TNBP 공법의 실시에 관한 자체 감사를 하였음에도 이 사건에 그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의약품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 및 그 증명책임 완화에 관한 법리(앞서 본 대법원 2008다16776 판결 참조)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비록 원심의 이유 설시 중 위음성률(위음성률)에 관한 부분은 부적절하나, 원심판단에 의약품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앞서 본 대법원 2008다16776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① 원고 2, 원고 14는 모두 급성간염 환자로서 감염의 최초 발견일부터 감염의 잠복기의 최대치인 160일이 지난 후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고, ② 원고 3, 원고 31, 원고 36은 모두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각 항바이러스치료를 받은 때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며, ③ 원고 15, 원고 23, 원고 44는 모두 만성간염 환자로서 만성간염 단계에서 실제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하였을 때 그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데, ④ 원고 2, 원고 14, 원고 3, 원고 31, 원고 36 모두 위 각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원고 15, 원고 23, 원고 44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때부터 10년 이전에 위 원고들에게 실제 HCV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발현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 녹십자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법원은 그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여러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므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의 HCV 감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실제로 간염에 의한 노동능력상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위자료액의 산정을 위한 고려요소 중 증액사유로 삼아 위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액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은 A.M.A.표 등에 간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항목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과 간손상에 기인한 장애와 관련한 항목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실이익의 손해액 확정이 가능한지 심리한 후,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에 따라 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심리 없이 위 원고들의 HCV 감염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편, 위자료액 산정에서는 실제로 간염에 의한 노동능력상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증액사유로 삼았으니, 이는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가능함에도 위자료의 명목 아래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것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위자료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피고 적십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 적십자가 1994년부터 2003년경까지 사이에 헌혈혈액이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잘못 표기하거나 양성판정기준을 높게 잘못 입력하여 HCV 양성임에도 폐기되지 않고 출고된 혈액이 있는데 그중 26건이 수혈용으로 사용된 점, ② 그 후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과는 위와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수혈받은 사람의 감염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였는데, 원고 21이 B형 간염 또는 C형 간염의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이 헌혈한 혈액을 2000. 12. 12. 수혈받았음을 확인한 점, ③ 원고 21은 2001. 1.경 anti-HCV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가 2001. 6. 18. 양성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anti-HCV 검사의 경우 항체 미형성기인 2 내지 4주 사이에 있는 항체를 감별하지 못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21이 2000. 12. 12.경 HC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HCV에 감염되었다고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 적십자는 원고 21에게 HCV 감염 또는 이로 인한 증상이 발현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5. 결론 가.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① 원고 4,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② 원고 7, 원고 25, 원고 41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 ③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23, 원고 39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 각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④ 원고 14, 원고 32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소극적 손해배상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 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패소 부분 중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나. 그리고 ①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의 피고들에 대한 각 상고, ②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4,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3,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2,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③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의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상고, ④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15, 원고 23, 원고 26, 원고 31, 원고 32, 원고 36, 원고 39, 원고 44에 대한 각 나머지 상고, 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의 원고 14에 대한 상고, ⑥ 피고 대한적십자사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다. 상고비용 중, ① 원고 1, 원고 9, 원고 10, 원고 12,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24, 원고 30, 원고 34, 원고 37, 원고 42, 원고 43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 ②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11, 원고 13, 원고 19, 원고 20, 원고 22, 원고 25,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3, 원고 35, 원고 38, 원고 40, 원고 4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부분, ③ 원고 21과 피고 대한적십자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고영한 조희대(주심) 권순일 |
이는 적어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있어서는 현행 민법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기산됨을 법문상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기산점에 대한 탄력적 해석이 가능함35)에 기인한 것인데, 민법 개정시안이 굳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까지 그 손해 및 가
해자를 안 날로부터 5년으로 연장한 것은 다소 의문이다.
35) 따라서 일명 세월호 특별법이 소멸시효 관련 특례 규정까지 둔 것은 현행 민법 및 판례의 해석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일반론에 따라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문이다. |
마지막으로 단기소멸시효 역시 독자적인 존재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현행 민법 제163조 제6호의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는 상법상 상사소멸시효와의 관계가 모호하나,36) 오히려 상사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되어야 다른 상사채권과 일관성 있게 취급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민법 제164조 제1호의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 숙박료 등도 마찬가지이다. 일반 소멸시효기간과 다른 특칙으로서의 단기 소멸시효가 존재하려면 이를 특별하게 취급할 합리적이고도 마땅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바,37) 개정시안이 단기 소멸시효특칙을 없앤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개정 1997.12.13>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제164조(1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
36) 김선협, 소멸시효에 관한 입법론적 제안 , 중앙대학교 법학논문집 제40집 제1호, 2016. 4., 60면. 37) 정종휴, “독일 민법의 문제점과 개정제안(하)” 사법행정 , 1992. 8., 31면 이하 |
4.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소멸시효완성이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법률요건의 유기적 해석 과정에서 시효중단이나 정지사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기술한 바와 같다. 이하에서는 소멸시효의 중단 및 정지사유 중 채무자의 채무 승인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가. 소멸시효의 중단 일반
소멸시효의 중단은 일정한 사유가 생기면 그때까지 진행하였던 소멸시효기간은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다시 새로운 시효기간이 진행을 개시한다.38) 대부분의 소멸시효 사유가 채권자의 권리행사 여부를 기준으로 함에 반하여 채무의 승인은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해당 권리의 존재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소멸시효 제도를 통해 채무자를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데에 기인하며,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로서의 종래 논의 중 사회질서의 안정 측면보다는 사인간의 권리조정 측면이 강조된 사유로 생각된다.
38) 김용담, 주석민법 민법총칙 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0. 8., 590면. |
한편 채무의 승인은 필자가 생각하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인 한정된 사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도 채권자가 상당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해당 권리의 존재를 채무자가 인정하였다면 이는 채권자나 채무자에게 권리 존재의 입증 기타 새로운 부담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겠다.
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의 승인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의 개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승인이란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시효에 의하여 권리를 잃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다.39) 이는 일반적으로 관념의 통지로 이해되어 효과의사는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채무자에게 처분능력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리능력조차 없는 채무자 측의 승인은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1970. 3. 10. 선고 69다401 판결).
채무의 승인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보는 근거는 채무의 승인이 있으면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권리행사를 태만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관계의 존재도 명백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40) 그러나 이 역시 상술한 바와 같이 소멸시효의 존재이유가 사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권리자의 영구무한의 권리행사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볼 때, 채무의 승인은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채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에까지 권리자의 권리행사 기간을 단축할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한 채권자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 없다는 점이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
39) 김용담, 전게서, 646면. 40) 김용담, 전게서, 645면. |
대법원 1970. 3. 10. 선고 69다401 판결 [손해배상][집18(1)민,187] 【판시사항】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은 이를 할 권한 있는 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하는 것이 아니면 효력이 없다. 【판결요지】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은 이를 할 권한 있는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하는 것이 아니면 효력이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3호, 민법 제177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제1심 서울민사지방, 제2심 서울고등 1969. 2. 19. 선고 68나109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 본인의 상고이유 제2점, 원고 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판단한다. 그러나 소론이 지적하는 증인 소외 1 및 같은 소외 2 소외 3 등의 증언에 의하면 논산 훈련소에서는 1957. 3월 초순경 원고 소유건물을 철거하여(철거하는데 1주일 걸렸다) 그것에서 나온 목재 기와 함석기타 자재를 장병 면회소 매점 등 건물신축에 사용하였고 그 면회장 및 매점의 신설은 같은 해 6-7월경에 완성되었다는 것뿐이고 논산 훈련소에서 원고 소유자재를 같은 해 7월에 전용한 것이라 볼 자료는 되지 못하고 또 1967. 12. 12. 자 원고 대리인의 준비서면에 의하면 논산 훈련소가 원고의 건물 철거자재를 악의로 이득한 일시는 원고에게 주기로 한 신축점포를 원고에게 주지 아니하고 소외 상인 조합연합회에 대여한 시기인 1957. 7월인 것이라고 하였으니 그때를 논산 훈련소의 신축 건물을 위한 원고 소유자재 전용시기로 볼수 없음이 분명하다 도리혀 원고는 그의 소장 및 1967. 6. 19.자 및 10. 28.자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에 갑제2호증의 1,2(최고서)를 보태여 보면 원고는 1957. 3월경 논산 훈련소에서 원고 소유건물을 철거하고 나머지 목재 등은 같은 훈련소 건물신축에 사용했다는 취지 주장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이 원고는 피고의 부당이득시기를 1957.4월로 주장하고 있음이 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다 한다음 원고 주장의 본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권은 1957. 4.월부터 5년이 경과하므로써 소멸시효가 완성 되었다고 설시하였음은 정당하고, 그밖에 국가의 채무승인은 이를 할 권한있는 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하는 것이 아니면 효력이 없다 할 것인 바, 원심이 이와 같은 견해로서 당시 논산 훈련소의 참모장이던 소외 1은 그 훈련소장 및 재무관 등과 의논 합의한 후 원고에게 대하여 상부에 건의하여 예산이 책정되는 대로 원고의 피해보상을 해주겠다는 언약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서는 그 언약을 하거나 의논한 사람들이 국가의 채무승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또 적법한 절차를 밟아 그와같은 채무승인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대한민국이 본건 부당이득금 반환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음은 정당하고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있다 할 수 없다. 논지들은 이유없다. 원고 본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판단한다. 그러나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본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권은 비록 국가에 대한 권리라 하더라도 원래 사법상 권리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의한 10년이 적용될 것이요 공법상 발생한 금전급부에 대하여 규율한 예산회계법 제71조 소정 5년의 시효기간을 적용시킬수 없다는 논지는 독자적 견해에 지나지 못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이유없다하여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김치걸(재판장) 사광욱 홍남표 김영세 양병호 |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의 방식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데,41)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여기서 묵시적 채무의 승
인은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한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207125 판결 등 다수).
41) 즉, 채무의 인식과 통지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될 것을 요한다. 이상 이창현, “채무자의 채무승인이 소멸시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민사법학 제73호, 2015. 12., 303면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근저당권말소·매매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승인의 표시 방법 [2] 채무자의 승인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된 채무에 대하여 채권자가 변제를 유예해 준 경우, 소멸시효 재진행의 기산점 [3] 소멸시효의 기산일이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 (적극)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66조, 제168조 제3호, 제178조 [3] 민법 제166조, 제178조, 민사소송법 제20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공1998하, 2863)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공2000상, 1258)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3]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공1995하, 3263)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무진유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진로의 관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진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06. 3. 23. 선고 2005나8055, 806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반소피고)가 1998. 3. 31.부터 2001. 6. 30.까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요청에 따라 매 분기 말일에 이 사건 물품대금이 포함된 잔액확인통지서를 작성·교부하여 준 행위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거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하여 피고가 채무의 변제를 유예해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약 그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유예의 의사를 표시한 때부터, 그리고 유예기간을 정하였다면 그 유예기간이 도래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한 피고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채무의 변제가 유예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예된 변제기한에 관계없이 소멸시효는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피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승인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어놓은 것이어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 까닭에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소멸시효의 중단을 인정하면서 그 중단일자를 기산일로 한 소멸시효의 재진행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조치에 심리미진 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효중단일인 2001. 6. 30.부터 다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그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04. 6. 16. 소장을 제출한 후 제1심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부도 이후 이 건 소송제기 직전에 구두로 변제를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자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은 채무이행의 최고 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인 것으로 봄이 상당한 같은 해 7. 22. 피고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청구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였고 나아가 같은 해 9. 20.에는 원고(반소피고)를 상대로 하여 반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재판상의 청구를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민법 제174조에 따라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위 최고에 의하여 다시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니,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따라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정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 [손해배상(자)][공2010상,998] 【판시사항】 [1]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손해가 확대된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방법 [3]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가해자의 보험자가 피해자의 치료비를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9조 제1항 단서, 제1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한 경우,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손해배상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인 손해에 한정하여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손해를 안 날’이라 함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가 있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 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3]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가해자의 보험자가 피해자의 치료비를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06. 12. 28. 법률 제81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단서, 제1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손해배상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인 손해에 한정하여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66조 [2]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 [3] 민법 제168조 제3호,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06. 12. 28. 법률 제81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현행 제10조 제1항 참조), 제11조(현행 제12조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2. 3. 선고 94다16359 판결(공1995상, 1148)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공2001하, 2219)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21518 판결 [2]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공2007하, 2001)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진) 【피고,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백현기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0. 23. 선고 2009나63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손해를 안 날’이라 함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가 있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 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2151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2002. 8. 26.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고 2002. 9. 4.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의 진단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가 위와 같이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의 진단을 받은 때에 손해를 알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002. 9. 4.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채무의 승인으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한 판단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2002. 9. 4.부터 3년 이내인 2003. 1. 25.과 같은 해 2. 28.에 치료비를 지급하였고, 다시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05. 9. 23.과 같은 해 9. 26.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 소멸시효 완성 전에 원고에 대한 치료비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구하는 손해배상금은 일실수입과 위자료로서 피고가 채무를 승인한 적극적 손해(치료비)와는 소송물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치료비 지급으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원고가 구하는 일실수입과 위자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신체의 상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가해자에게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에 있어서는 그 소송물인 손해는 통상의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 재산상 손해와 일실수익 상실에 따르는 소극적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에 따르는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3가지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으나( 대법원 1976. 10. 12. 선고 76다131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치료비를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2006. 12. 28. 법률 제8127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단서, 제1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치료비와 같은 적극적 손해에 한정하여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의 치료비 지급으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일실수입과 위자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의 승인으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207125 판결 [근저당권말소][미간행] 【판시사항】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의 방법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9105 판결(공2010상, 99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종선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3. 6. 4. 선고 2012나64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1997. 5. 20. 피고로부터 변제기의 정함 없이 50,000,000원을 차용하였다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저당권 및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때 변제기를 2002. 3. 30.으로 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차용금채무는 그 변제기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12. 3. 30.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차용금채무가 시효로 소멸하기 전에 소외인이 채무승인을 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인증서(을 제6호증)는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 또한 진정 성립을 인정할 수 없거나 믿기 어려우며, 달리 소외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차용금채무를 승인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인 소외인은 2012. 2. 21. ‘2006. 5.경 피고에게 채무에 대한 지불각서를 써 준 사실도 있고, 채권 소멸시효와 같은 법률적 용어는 잘 모르지만 채권 성격상 또 도덕적으로나 꼭 갚아줘야 할 채무이며, 꼭 갚을 생각입니다’라고 기재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인증을 받아 그 인증서(을 제6호증)를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 피고는 2012. 4. 4.자 준비서면의 진술을 통하여 소외인이 위 인증서에 의하여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차용금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여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소외인은 그 이후 원심법정에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차용금 채무를 변제할 의사를 밝힌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은 늦어도 2012. 2. 21.경 이 사건 차용금 채무를 승인하였고 피고는 소외인이 2012. 2. 21. 이 사건 차용금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채무승인 항변을 배척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무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
따라서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이 채권자와 소송을 진행 중인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대보증채무액의 일부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자는 내용의 합의를 제안한 사실만으로는 채무승인의 듯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같은 취지에서 위법한 행정지도로 상대방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 행정기관이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18228 판결).
반면, 채무자가 물품대금이 포함된 잔액확인통지서를 작성·교부하여 준 행위는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유예해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약 그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유예의 의사표시시부터, 유예기간을 정하였다면 그 유예기간이 도래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22869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대여금][공2008하,1239]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인 채무승인의 성립요건 [2]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대보증채무액의 일부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자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의한 사실만으로 채무승인의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청구를 받고 그 채무액의 일부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자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의하였다가 거절당한 사안에서, 합의안 제의의 배경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가 위 합의안을 제의한 사실만으로 채권자에게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채무승인의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2] 민법 제105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진주상호저축은행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영 담당변호사 안익성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8. 3. 20. 선고 2007나66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의 동생이자 피고 회사의 상무이사인 소외 2가 2006년 5월경 이후 피고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오거나 피고 회사의 원고 은행에 대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처리에 관하여 원고와 협의할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 제1심 소송 종료 전후에 걸쳐 수차례 원고 은행 직원들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하여 합의안을 의논하던 중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 482,560,439원 중 2억 원을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피고 회사의 실질적 대표이고 법인인감도 소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항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에 따르면 피고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 중 2억 원의 범위 내에서는 채무를 승인하여 이미 완성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 중 2억 원 및 그 지연손해금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그 부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원심의 위 사실인정에 있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상고이유 중 이 점에 관한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소송 및 분쟁의 경위를 보면, 원고가 주채무자인 한국주택 주식회사에게 어음할인의 형식으로 대출하여 준 액면금 5억 원, 지급기일 1998. 1. 19.의 이 사건 어음거래약정서상 연대보증인란에 서명·날인이 되어 있는 피고에 대하여 위 대출금 일부의 최종 변제일인 1998. 12. 30.부터 5년의 상사시효기간이 지난 2004. 6. 23. 피고 소유의 차량들에 대하여 가압류집행을 한 데 이어 2005. 2. 24. 위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사실, 피고는 위 지급명령에 기한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위 연대보증인란 기재는 주채무자를 달리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무효이거나 착오 또는 사기를 이유로 취소되었고 그렇지 않다 해도 통정허위표시 내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나아가 제1심 진행중인 2006. 11. 6.자 준비서면에서 원고가 1998. 2. 21. 이후 7년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다음 제1심 변론종결 이후인 2007. 2. 16.자 준비서면에서 소멸시효의 항변까지 정식으로 제기하는가 하면, 제1심의 원고 승소판결에 대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제1심에서와 같은 취지로 위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는 외에 제1심에서 판단하지 아니한 소멸시효의 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한편, 제1심판결 선고 직전인 2007. 2. 16.에는 원고 은행 대표이사 등을 위 연대보증인란 위·변조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까지 하고, 2007. 5. 31.자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까지 제기하는 등 이 사건 소송 내내 위 연대보증채무 성립의 원인관계 및 존속 여부를 극력 다투어 온 사실, 2007. 9. 28.자 원고의 준비서면에 따르면 원심이 지적한 2억 원의 합의안은 제1심판결 선고 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무이사인 소외 2를 원고에게 보냄으로써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직원 소외 3의 원심 증언에 의하면 그와 같은 피고측 제의에 대해 원고는 2억 원으로는 협의가 되지 않고 전액 상환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원고가 원심에서 위 2억 원의 합의안 제의사실 등을 들어 시효이익 포기의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피고가 그 협상의 경위 및 피고측 의도가 그와 다름을 상세히 해명하면서 이를 적극 다툰 사실(2007. 10. 4.자 피고 준비서면 등) 등의 사정이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위에서 본 피고의 2억 원의 합의안 제의와 관련된 여러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는 제1심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위한 변론재개 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이 선고되자 이에 대하여 항소한 다음 제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심에서도 일관되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성립 및 존재를 부인하는 외에 소멸시효의 항변까지 본격 전개해 나가는 한편 위 연대보증서의 작성과 관련하여 원고 은행의 임직원을 고소까지 함으로써 그 의사를 더욱 명백히 한 바 있음을 알 수 있고, 나아가 2억 원의 합의안 제의에 관하여 피고는 원심에서, “피고 회사의 상무이사 소외 2가 원고에게 합의안을 제의한 것은,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다투는 일방, 다른 한편으로 피고 회사 소유 차량들에 대한 원고의 가압류집행 등으로 말미암아 피고 회사의 차량대여 영업에 큰 지장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미봉책으로나마 피고측의 일정액 지급과 항소 및 형사고소 취하 등의 조치와 원고측의 이 사건 소 취하 및 권리보전조치 해제 등의 조치를 상호 교환조건으로 내세워 원고측의 협상의사를 확인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는바, 피고의 위와 같은 해명은 그 자체로 충분히 수긍할 만한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객관적 사정들에도 부합하는 합리적 의사해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원고가 피고의 위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요구함으로써 절충안 도출을 위한 구체적 논의에조차 이르지 못하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협상과정의 한 단면만을 들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채무승인의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피고의 의사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합의안 제의사실만으로 시효이익의 포기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와 관련한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18228 판결 [손해배상(기)][공2008하,1428] 【판시사항】 [1] 한계를 일탈하지 않은 행정지도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행정기관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소극) [2] 행정기관의 위법한 행정지도로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자가 그 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에서 그 이득을 손익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3] 위법한 행정지도로 상대방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 행정기관이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4]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 【판결요지】 [1] 행정지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은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행정기관은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2] 행정기관의 위법한 행정지도로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자가 그 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었더라도 그 이득은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인 위법한 행정지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행정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위법한 행정지도로 피해자가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것임에 반해 피해자가 얻은 이득은 어업권 자체의 매각대금이므로 위 이득이 위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피해자가 얻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행정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 [3] 위법한 행정지도로 상대방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 행정기관이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 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4]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행정절차법 제48조, 민법 제750조 [2] 민법 제393조, 제763조 [3] 민법 제168조 제3호 [4] 민법 제2조, 제162조 제1항 【참조판례】 [2]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공2005하, 1847)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다19603 판결(공2007하, 2043) [4]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다12701 판결(공2007상, 534)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43651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공2008하, 1109) 【전 문】 【원고(탈퇴)】 원고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겸 피상고인】 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재식)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인천광역시 강화군 (소송대리인 변호사 허은강)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6. 2. 8. 선고 2003나41434 판결 【주 문】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및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1995. 1. 3. 이전에 원고에 대하여 행한 행정지도는 원고의 임의적 협력을 얻어 행정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지만, 1995. 1. 3. 행한 행정지도는 그에 따를 의사가 없는 원고에게 이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정지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1995. 1. 3.부터 원고가 피고로부터 “원고의 어업권은 유효하고 향후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나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은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은 1998. 4. 30.까지 원고가 실질적으로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피고는 원고의 어업면허를 취소하거나 어업면허를 제한하는 등의 처분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 양식장시설공사를 중단하도록 하여 어업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어업권이 정지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결국 어업권이 정지된 경우의 보상액 관련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수산업법령에서 규정한 어업권 정지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산점 및 어업권정지기간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1995. 1. 3. 이전의 피고의 행정지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은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1998. 4. 30.부터는 원고가 어업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있었다고 할 수 없어 그 이후에도 원고에게 어업권의 행사불능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각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3498, 3504 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양식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그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이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 즉 피고의 위법한 행정지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위법한 행정지도로 원고가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것임에 반하여 원고가 얻은 위 이득은 어업권 자체의 매각대금이므로 위 이득이 위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가 얻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익상계 내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위법한 행정지도 당시 시행되던 구 수산업법 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2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제10항에 따라 원고의 평년수익액을 인근의 동종어업의 어업실적의 50%로 하여 산정한 것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어업권이 정지되는 경우 손실보상은 보상의 원인이 되는 처분일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액은 피고가 공유수면매립공사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1997. 2. 28. 당시 시행되던 개정 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241호로 개정된 것)을 적용하여 산정하거나 또는 원고가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 중인 1996. 12. 31. 수산업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으므로 개정 시행령이 시행된 이후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어업손실액은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여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나,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공유수면매립공사를 실제로 시행한 바 없다는 것이므로, 공유수면매립공사가 이 사건 손해배상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어 그 실시계획 인가일 당시의 시행령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개정 시행령 부칙 제11조 제2항에서 “이 영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어업면허·어업허가·신고어업 등에 대한 제한·정지·취소 또는 어선의 계류처분에 따른 손실액의 산출은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개정 시행령 시행 이후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어업손해에 대하여 반드시 개정 시행령에서 정한 어업손실 산정 방법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거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4942 판결, 2005. 1. 14. 선고 2001다81320 판결, 1983. 7. 26. 선고 82누28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의 어업손실액에 관한 제1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와 원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 중 원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채용하고 제1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감정인이 원고의 어업손실액을 평가함에 있어 저수지 면적을 양식가능 면적에서 제외한 것이나, 평균 연간판매단가의 산정에 있어 경기도의 숭어 평균 연간판매단가와 서울특별시 농수산물공사의 숭어 평균 연간판매단가를 평균하여 산정한 것, 평년어업경비를 5,230만 원으로 산정한 것 등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평가라거나 경험칙 및 논리법칙에 반하는 평가라고 볼 수 없어, 위 감정을 채용한 원심의 조치가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5.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2286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어업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가운데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00. 3. 2.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경과한 1995. 3. 1.까지 발생한 부분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다음, 피고가 1998. 4. 6.까지 위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해 왔으므로 그에 대한 소멸시효는 1998. 4. 6.부터 진행한다는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1998. 3. 20. 및 같은 해 4. 6. ‘원고의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는 피고가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위 각 공문은 1998. 4. 29.자로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이 변경되어 원고의 어업면허지역이 공유수면매립지에서 제외되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그 내용은 이 사건 공유수면매립사업이 시행됨을 전제로 하여 그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향후의 처리계획 및 처리지연 상황을 알려주는 취지에 불과하고 1995. 1. 3. 행한 행정지도로 인한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43651 판결 등 참조)는 점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으나, 원고승계참가인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근저당권말소·매매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승인의 표시 방법 [2] 채무자의 승인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된 채무에 대하여 채권자가 변제를 유예해 준 경우, 소멸시효 재진행의 기산점 [3] 소멸시효의 기산일이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66조, 제168조 제3호, 제178조 [3] 민법 제166조, 제178조, 민사소송법 제20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공1998하, 2863)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공2000상, 1258)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3]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공1995하, 3263)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무진유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진로의 관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진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06. 3. 23. 선고 2005나8055, 806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반소피고)가 1998. 3. 31.부터 2001. 6. 30.까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요청에 따라 매 분기 말일에 이 사건 물품대금이 포함된 잔액확인통지서를 작성·교부하여 준 행위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거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하여 피고가 채무의 변제를 유예해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약 그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유예의 의사를 표시한 때부터, 그리고 유예기간을 정하였다면 그 유예기간이 도래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한 피고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채무의 변제가 유예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예된 변제기한에 관계없이 소멸시효는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피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승인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어놓은 것이어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 까닭에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소멸시효의 중단을 인정하면서 그 중단일자를 기산일로 한 소멸시효의 재진행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조치에 심리미진 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효중단일인 2001. 6. 30.부터 다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그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04. 6. 16. 소장을 제출한 후 제1심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부도 이후 이 건 소송제기 직전에 구두로 변제를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자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은 채무이행의 최고 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인 것으로 봄이 상당한 같은 해 7. 22. 피고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청구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였고 나아가 같은 해 9. 20.에는 원고(반소피고)를 상대로 하여 반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재판상의 청구를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민법 제174조에 따라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위 최고에 의하여 다시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니,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따라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정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12하,1921] 【판시사항】 [1]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을 인정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2] 갑이 을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등기명의를 신탁하였으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실명등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을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에 관한 세금의 납부를 요구하는 등 갑의 대내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행태를 보인 데에는 갑에 대하여 소유권등기를 이전·회복하여 줄 의무를 부담함을 알고 있다는 뜻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표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이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묵시적이건 명시적이건 묻지 아니한다. 또한 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는 이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에 있어서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갑이 을과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을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등기명의를 신탁하였으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실명등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위 부동산의 회복을 위하여 을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근거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을이 위 부동산이 갑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갑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관련 세금의 부담과 같은 재산적 지출을 갑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갑의 대내적 소유권을 인정한 데에는 갑에 대하여 소유권등기를 이전·회복하여 줄 의무를 부담함을 알고 있다는 뜻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표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 후 을이 갑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때까지는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무렵까지 갑의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05조, 제162조 제1항, 제168조 제3호,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864 판결(공2001상, 759)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공2008하, 123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도 담당변호사 허근녕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5. 10. 선고 2010나966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우선 원고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시행 전인 1989. 4. 24. 피고와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피고의 명의로 매수하고 피고에게 그에 관한 등기명의를 신탁하였으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에 같은 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소는 위의 유예기간이 경과하는 날인 1996. 7. 1.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회복을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항변을 일단 받아들였다. 그리고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재항변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즉,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보유함으로써 추가로 부담하게 된 종합토지세 및 의료보험료의 증가분 상당액을 원고로부터 지급받으면서 원고에게 자필로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고 또한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일부 토지에 관한 원고의 분할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가 애초 원고와의 사이에 있었던 명의신탁약정 사실 자체를 인정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 행위로 볼 수 있을 뿐이고, 실제로 피고가 2004년경부터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묵시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위 유예기간의 경과로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존재사실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소멸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이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묵시적이건 명시적이건 묻지 아니한다. 또한 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는 이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864 판결 등 참조), 그에 있어서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토지분) 납부고지서를 송달받고 원고가 이를 납부하도록 자진해서 원고에게 건네주었고, 이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계속 납부하여 온 사실, ② 피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대외적으로 보유함으로 말미암아 종합토지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자 원고에게 스스로 그 정산을 요청하여, 1997년까지는 원고로부터 종합토지세 증가분 상당액을 지급받고 자필로 영수증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고,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원고에게 알려 준 피고의 은행계좌로 이를 송금받은 사실, ③ 의료보험료에 관하여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역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보유함으로써 추가로 부담하게 된 부분의 정산을 구하여 원고로부터 이를 지급받은 사실, ④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2번 및 3번 토지는 원고가 주도한 절차에 의하여 2004. 7. 1. 분할 전의 이천시 (이하 생략) 임야 68,596㎡가 분할된 것으로서, 피고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다만 이천시장의 촉탁에 따라 토지 분할에 따른 표시변경등기가 이루어진 후 그에 관한 등기필증은 등기명의자인 피고에게 송달되어 피고가 이를 소지하게 되었다), ⑤ 한편 원고는 2004년경부터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불응하면서 2005년경부터 재산세 납부고지서를 원고에게 전해주지 아니하자 과세관청으로부터 직접 납세고지서를 발급받아 2005년도분부터 2009년도분 재산세를 납부한 사실, ⑥ 반면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후인 2009. 9. 28.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2009년도분 재산세를 처음으로 자신의 돈으로 납부한 사실(이로써 2009년도분 재산세는 원고와 피고에 의하여 이중으로 납부되었다) 등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는 2004년까지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원고와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원고의 소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취하였을 행태로서 관련 세금의 부담과 같은 재산적 지출을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에 나아갔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피고가 명의신탁받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권리를 가지지 아니하고 원고의 대내적 소유권을 인정한 것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 대하여 소유권등기를 이전·회복하여 줄 의무를 부담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표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반환요구를 거부하기 시작한 2004년경까지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무렵까지 원고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2009. 4. 30.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한 이상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채무의 승인으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주심) 박병대 김창석 |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5두39897 판결 [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공2019상,1181]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 승인의 방법 / 채무 승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을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채무 승인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3조는 같은 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를 민법상의 시효중단 사유와는 별도의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로 정한 것인지 여부(적극) 및 위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은 때 중단사유가 종료되어 새로이 3년의 시효기간이 진행되는지 여부(적극)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인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보험급여 결정에 대한 임의적 불복절차인 심사 청구나 재심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과는 별개로 존속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상대방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하지 않고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상관없다. 또한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하고(제112조 제1항 제1호), 산재보험법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로 중단된다(제113조)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 청구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산재보험법 제113조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를 민법상의 시효중단 사유와는 별도의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소멸시효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78조 제1항은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않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소멸시효에도 적용된다. 시효중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시효중단 사유인 보험급여 청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청구의 효력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은 때 중단사유가 종료되어 새로이 3년의 시효기간이 진행된다.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11조는 “제103조 및 제106조에 따른 심사 청구 및 재심사 청구의 제기는 시효의 중단에 관하여 민법 제168조에 따른 재판상의 청구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법 제170조는 제1항에서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전항의 경우에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이 보험급여 청구에 대하여는 재판상의 청구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보험급여 청구에 따라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보험급여 결정에 대한 임의적 불복절차인 심사 청구 등에 따라 소멸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산재보험법상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인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심사 청구나 재심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과는 별개로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심사 청구 등이 기각된 다음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의 청구가 없어 심사 청구 등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이와 별도로 인정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6조 제2항, 제112조, 제113조, 민법 제178조 제1항 [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6조 제2항, 제103조, 제106조, 제111조, 제112조, 제113조, 민법 제17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공2008하, 1239)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공2012하, 1921) [2]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4336 판결(공1995상, 2101)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공2006하, 1327)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두49119 판결(공2018하, 1308)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명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대구고법 2015. 2. 13. 선고 2014누59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상대방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하지 않고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상관없다. 또한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 등 참조). 나.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하고(제112조 제1항 제1호), 산재보험법 제112조에 따른 소멸시효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로 중단된다(제113조)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 청구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산재보험법 제113조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를 민법상의 시효중단 사유와는 별도의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두49119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소멸시효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78조 제1항은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않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소멸시효에도 적용된다. (2) 시효중단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시효중단 사유인 보험급여 청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청구의 효력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4336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은 때 중단사유가 종료되어 새로이 3년의 시효기간이 진행된다. (3) 산재보험법 제111조는 “제103조 및 제106조에 따른 심사 청구 및 재심사 청구의 제기는 시효의 중단에 관하여 민법 제168조에 따른 재판상의 청구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법 제170조는 제1항에서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전항의 경우에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이 보험급여 청구에 대하여는 재판상의 청구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보험급여 청구에 따라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보험급여 결정에 대한 임의적 불복절차인 심사 청구 등에 따라 소멸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산재보험법상 고유한 시효중단 사유인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심사 청구나 재심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과는 별개로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심사 청구 등이 기각된 다음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의 청구가 없어 심사 청구 등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이와 별도로 인정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02. 9. 25. 피고로부터 ‘뇌경색, 경동맥협착(좌측), 경동맥폐쇄(우측)’(이하 통틀어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에 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승인을 받고 병원에서 요양을 하였고, 피고는 2008. 2. 29. ‘이 사건 상병에 대해 더 이상 요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요양을 종결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위 요양종결일 당시에 이미 원고는 ①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장해등급 1급 3호에 해당하는 후유장해(양측 상하지 운동마비와 실조로 인한 일상처리 동작에서 항상 타인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상태) 외에도 ② 이 사건 상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추가상병인 ‘시신경위축’으로 인한 시력 장해를 가지고 있었다. 나. 원고를 대리하는 원고의 누나 소외인은 2009. 4. 3. 피고에게 원고의 장해급여 청구를 하였는데(이하 ‘1차 장해급여청구’라 한다), 장해급여 지급 사무를 담당한 피고의 직원은 2009. 4. 23.경 소외인에게 ‘장해급여청구서에 첨부된 주치의의 장해진단서에 의하면,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따른 후유장해 외에 시신경위축에 따른 장해 진단이 있으므로, 시신경위축에 관해 추가상병으로 승인을 받은 후 장해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보다 높은 장해등급 결정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취지로 안내하였다. 소외인은 위 안내에 따라 1차 장해급여청구 반려요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다음, 2009. 4. 24. 피고로부터 1차 장해급여청구 관련 서류 일체를 되돌려 받았다. 다. 그 후 원고는 2010. 8. 2. 피고에게 시신경위축에 관하여 추가상병 요양승인을 신청하여 2010. 8. 23. 추가상병 요양승인을 받았다. 당시 원고의 시신경위축은 이미 증상이 고정된 상태이어서 추가 요양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원고가 그 후로 시신경위축에 관하여 실제 요양을 한 적도 없다. 라. 원고는 2012. 8. 7. 피고에게 다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이하 ‘2차 장해급여청구’라 한다), 피고는 2012. 9. 5. 원고에게 ‘요양종결일(2008. 2. 29.)을 기준으로 3년의 시효기간이 도과하여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2012. 12. 4.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2013. 5. 22. 심사 청구 기각결정을 하였다. 마. 원고는 2013. 10. 25. 피고에게 다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장해급여청구’라 한다), 피고는 2013. 11. 19. 원고에게 ‘요양종결일(2008. 2. 29.)을 기준으로 3년의 시효기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요양승인을 받았고, 요양종결 후에도 신체 등에 장해가 남아 이미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장해급여청구권을 취득한 상태였다. 피고의 담당직원도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 취득사실을 인식하고 2009. 4. 23.경 원고의 대리인 소외인에게 ‘이 사건 상병 외에 시신경위축에 관해서도 추가상병으로 승인을 받은 후 장해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보다 높은 장해등급 결정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취지로 안내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상병과 추가상병에 대한 장해급여 수령에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하였다. 치유상태인 상병에 관한 추가상병 승인은 장해등급 판정과 장해급여 지급을 위한 사전 절차의 성격을 가지며, 장해등급은 수급권자의 전체 상병을 종합하여 판정하여야 한다. 원고가 피고 담당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 사건 상병과 시신경위축 장해에 관한 장해급여를 함께 청구하기 위하여 시신경위축에 관한 추가상병 요양신청을 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2010. 8. 23. 이미 증상이 고정된 상태이어서 추가로 요양이 필요하지 않았던 원고의 시신경위축을 추가상병으로 승인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추가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것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 여기에서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장해와 추가상병으로 인한 장해를 함께 고려한 장해등급 결정절차를 거쳐 장해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 승인으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과 추가상병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 나. 원고는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12. 8. 7. 피고에게 다시 2차 장해급여청구를 함으로써 산재보험법 제113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다시 중단되었다. 피고가 2차 장해급여청구에 대해 거부처분을 하자, 원고는 위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3년 이내인 2013. 10. 25. 이 사건 장해급여청구를 하였다. 다. 결국 위와 같은 채무 승인과 2차 장해급여청구에 따라 소멸시효가 중단되었고, 원고는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장해급여청구를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장해급여청구가 3년의 시효기간이 지난 다음에 이루어진 것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44, 251 판결 [수목수거및토지인도·명의신탁해지에따른소유권이전등기청구][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완성 후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 줄 채무의 존재를 승인한 경우,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는지 여부 (적극) [2]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인 채무 승인의 성립 요건과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2] 민법 제105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집15-1, 민89)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44872 판결(공1992, 1393) 대법원 1993. 5. 11. 선고 93다12824 판결(공1993하, 1691) [2]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공2008하, 1239)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공2012하, 1921) 【전 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1. 25. 선고 2019나3224, 323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 부분, 반소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피고(반소원고)의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른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 등 5형제는 가족의 분묘를 설치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 1992. 2. 11.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매수한 후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점, ② 이 사건 토지에는 1994. 1. 9.부터 원고의 둘째 형이자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의 아버지인 소외 1의, 2001. 1.경부터 원고의 첫째 형인 소외 2 부부의 각 분묘가 조성되어 있는 점, ③ 원고는 1999. 7. 19. 셋째 형인 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권리증·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개별공시지가 확인서·주민등록등본을 일괄 교부하였고, 소외 3은 그 무렵 피고에게 위 각 서류에 자신의 주민등록등본까지 더하여 교부한 점, ④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20년 이상 이 사건 수목을 식재하여 이를 관리하고 있음을 용인해 온 점에다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원고·피고의 인적관계, 이 사건 토지의 매수 목적 및 이용실태 등을 종합하면, 원고·소외 2·소외 3·소외 4는 적어도 1999. 7. 19.경부터는 소외 1의 분묘를 관리하던 피고가 이 사건 수목을 식재하여 이 사건 토지 중 해당 부분을 점유·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본소 청구를 받아들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의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권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주장하는 종중이 실제로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하거나 종중 관련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 1) 점유취득시효 관련 항변 부분 피고의 점유 개시 시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 실질적으로는 사실심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선택과 증거가치의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심판단에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신의칙위반 항변 및 소유권양도확인 원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부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관련 서류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소외 3 또는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매매 또는 증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신의칙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 상고이유 제4점 1) 관련 법리 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때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고(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참조), 시효완성 후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줄 채무의 존재를 승인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포기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44872 판결, 대법원 1993. 5. 11. 선고 93다12824 판결 등 참조). 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① 원고의 첫째 형인 소외 2의 아들 소외 5가 2016. 3. 29.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각 과정에서 ‘소외 1의 상속인들 지분’을 제외하여 달라는 취지를 원고에게 전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실, ② 원고도 2016. 5. 12.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매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1/5 지분에 해당하는 약 90평을 제외하고 매각하겠다고 말한 사실, ③ 피고는 위 각 사실과 관련하여 원고가 제출한 서증 등을 제1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그 내용을 명시적으로 원용·주장하였고,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도 위와 같은 내용이 적시된 사실이 인정된다. 즉, 원고의 2016. 5. 12. 자 문자메시지는 물론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소외 5의 2016. 3. 29. 자 문자메시지 모두 이 사건 토지 중 ‘소외 1의 상속인들 지분’이 1/5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명시적인 의사표시라고 봄이 타당한바, 이러한 사정에 앞서 살펴 본 원고·피고의 관계 및 이 사건 토지의 매수 경위·목적과 이용실태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는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 발송 및 같은 무렵 피고와의 협의 절차를 통해 소멸시효 완성 후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줄 채무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승인하는 등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은 물론, 적어도 그 무렵 원고·피고 사이에서는 이 사건 토지 중 1/5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권리·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상호 의사가 일치된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피고가 이 사건 반소 중 주위적 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한 2019. 5. 10. 기준으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줄 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만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완성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반소 중 소유권확인청구 부분에 관한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반소 중 소유권확인청구 부분에 관하여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피고가 상고장 및 상고이유서에도 이 부분에 관한 명시적인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리에 따르더라도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 부분, 반소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3)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의 가능시기
위 ⑵에서 상술한 바와 같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개시된 이후에만 가능하고 그 이전에 승인을 하더라도 시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한 현존하지 아니하는 장래의 채권을 미리 승인하는 것은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2568 판결).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2568 판결 [용역비][공2002.1.1.(145),17] 【판시사항】 [1] 의사의 치료비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개개 진료행위의 종료시) [2] 환자가 수술 후 후유증으로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오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던 사정만으로 치료비 채권의 소멸시효가 퇴원시나 위 소송이 종결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3] 소멸시효의 진행이 개시되기 전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4] 진료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원료 기타 제요금이 체납될 시는 병원의 법적 조치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5] 의사의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어야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6] 수술 결과 환자의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고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하더라도 의사는 수술에 따른 치료비와, 후유증이 나타난 이후에 증세의 회복 내지 악화 예방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료에 관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7]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치료비 청구를 인정한 것이 이유모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법 제163조 제2호 소정의 '의사의 치료에 관한 채권'에 있어서는, 특약이 없는 한 그 개개의 진료가 종료될 때마다 각각의 당해 진료에 필요한 비용의 이행기가 도래하여 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입원 치료 중에 환자에 대하여 치료비를 청구함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퇴원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환자가 수술 후 후유증으로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오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환자를 상대로 치료비를 청구하는 데 법률상으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하므로 치료비 채권의 소멸시효가 퇴원시부터 진행한다거나 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종결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3]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는 소멸시효의 진행이 개시된 이후에만 가능하고 그 이전에 승인을 하더라도 시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한 현존하지 아니하는 장래의 채권을 미리 승인하는 것은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진료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원료 기타 제요금이 체납될 시는 병원의 법적 조치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당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치료비 채무의 존재를 미리 승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5]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데도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치료비는 청구할 수 있다. [6] 의사가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한 이상 이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으로 수술 결과 환자의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고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하더라도 수술에 따른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그 후유증이 의사의 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의사에게 그로 인한 손해전보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후유증이 나타난 이후에 증세의 회복 내지 악화 예방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료에 관한 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7]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치료비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의사가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하였다 하더라도 서로 모순되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63조 제2호, 제166조 제1항[2] 민법 제163조 제2호, 제166조 제1항[3] 민법 제168조 제3호[4] 민법 제168조 제3호[5] 민법 제681조, 제686조[6] 민법 제681조, 제686조[7] 민사소송법 제394조 제1항 제6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47675 판결(공1998상, 748) /[5]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5다카1491 판결(공1989, 88) 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공1993하, 2381)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전남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배재일 외 1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 1. 6. 29. 선고 2000나3551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소멸시효는 진행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만, 이 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를 들면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권리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법률지식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그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다거나 그와 같이 알지 못함에 있어서 과실 유무 등은 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65. 6. 22. 선고 65다775 판결, 1982. 1. 19. 선고 80다2626 판결, 1984. 12. 26. 선고 84누5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법 제163조 제2호 소정의 '의사의 치료에 관한 채권'에 있어서는, 특약이 없는 한 그 개개의 진료가 종료될 때마다 각각의 당해 진료에 필요한 비용의 이행기가 도래하여 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47675 판결 참조),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입원 치료 중에 환자에 대하여 치료비를 청구함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퇴원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1이 1990. 3. 29. 척추전후유압술 및 장골이식술을 받은 후 하반신 완전마비의 후유증이 남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1998. 12. 5. 퇴원하기까지 약 8년여 동안 원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피고들이 원고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오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이 1999. 12. 21.에 이르러서야 종결되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 병원이 피고들을 상대로 치료비를 청구하는 데 법률상으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치료비 채권의 소멸시효가 피고 피고 1의 퇴원시부터 진행한다거나 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종결된 날로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으며 , 따라서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민법 제163조 소정의 단기소멸시효기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발생한 치료비 채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다고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치료비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는 소멸시효의 진행이 개시된 이후에만 가능하고 그 이전에 승인을 하더라도 시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한 현존하지 아니하는 장래의 채권을 미리 승인하는 것은 채무자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이 원고 병원과 진료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원료 기타 제요금이 체납될 시는 원고 병원의 법적 조치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당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이 사건 치료비 채무의 존재를 미리 승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다고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거나,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1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치료비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데도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치료비는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결과, 원고 병원측에 치료상의 과실은 인정되지 아니하나, 다만 원고 병원측이 피고들에게 치료방법의 내용,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여 피고들이 위 수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피고들에게 위자료로 금 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 확정되었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원고 병원이 피고 1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한 이상 원고 병원측의 치료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며 설사 그 수술 결과 피고 1의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수술에 따른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그 후유증이 원고 병원측의 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 병원측에 그로 인한 손해전보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후유증이 나타난 이후에 증세의 회복 내지 악화 예방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료에 관한 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그러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옳다고 수긍이 되고,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치료비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의사가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하였다 하더라도 서로 모순되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거나, 이유모순, 이유불비의 위법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
다. 채무의 묵시적 승인 관련 판례의 검토
(1) 채무의 일부변제
동일 당사자 간의 계속적인 금전거래로 인하여 수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의 일부 변제는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한 이상 그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동일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관계로 인하여 수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전 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
족한 금액을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유사한 취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손해배상][집28(2)민,1;공1980.7.15.(636),12871] 【판시사항】 채무의 일부변제와 채무 전부에 대한 시효중단 【판결요지】 동일 당사자간의 계속적인 금전거래로 인하여 수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의 일부 변제는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한 이상 그 채무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야하고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거래관계로 인하여 수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전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수개의 채무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177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제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수영 【피고, 상고인】 대평산업주식회사 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돈희 【원 판 결】 서울고등법원 1978.7.14. 선고 77나201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소송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1)내지 (5)의 소송대리인 고재혁과 피고(6) (7)의 소송대리인 이돈희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원심판결의 설시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대평산업주식회사(아래서는 「대평산업」이라고 한다)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와 「대평산업」 사이에 체결된 1968.7.10자의 어음거래 약정, 1968.7.26자의 당좌계정차월약정 및 1968.7.30자의 소외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외환지급보증 약정에 따라 「대평산업」이 부담한 원심판결 설시의 원리금 채무에 대하여 각 연대보증을한 사실, 원고가 「대평산업」으로부터 1971.10.29 액면금 20만원의 타점권 당좌수표 1매를 교부받아 이를 「대평산업」의 당좌대월 채무의 지연손해금의 일부로 충당한 사실과 원고와 「대평산업」과의 사이에 위 각 약정과는 별도로 체결된 1967.3.4자의 어음거래약정에 따라 원고가 「대평산업」에게 수차 금원을 대여하고, 「대평산업」이 원고에게 원리금의 일부를 1973.2.12까지 수차에 걸쳐 변제한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채무의 일부변제는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한 이상 그 채무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금전거래로 인하여 수개의 금전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전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수개의 채무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대평산업」이 1971.10.29 당좌차월금의 일부로 20만원의 타점권 당좌수표를 원고에게 교부하고 또 1973.2.12까지 본건과는 별도의 채무이기는 하나 계속적인 거래로 인한 다른 금전채무의 변제를 계속한 이상, 기존의 본건 채무도 승인한 것이고, 따라서 본건 채무의 소멸시효는 1973.2.12에 중단되었다가 1973.2.13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할 것이니 원고가 1976.10.29에 본소를 제기한 본건에 있어서는 5년의 상사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들의 시효소멸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거시의 증거를 검토하여 보면 「대평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와 「대평산업」사이에 체결된 위 각 설시의 1968.7.10자의 어음거래약정, 1968.7.26자의 당좌계정차월약정 및 1968.7.30자의 외환지급보증약정에 따른 「대평산업」의 원심판결 설시원리금에 대하여 각 연대보증을 한 사실, 원고가 1971.10.29 「대평산업」으로부터 액면금 20만원의 타점권 당좌수표 1매를 교부받은 사실, 원심판결 설시와 같이 원금 및 이자 일부가 변제되고 잔존지연이자가 원심설시와 같은 사실을 비롯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 할 수 있고, 원심의 사실인정 과정에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있음을 단정할 수없는 바, 원고와 「대평산업」사이에 체결된 원심판결 설시의 1967.3.4자 어음거래약정에 따른 「대평산업」의 그 설시 채무(이 채무에 대한 연대 보증인은 피고 2 뿐이다)에 대한 변제관계를 제외하더라도 1968.7.10 자 1968.7.26 자 및 1968.7.30 자의 위 설시의 원고와 「대평산업」간의 각 약정에 따른 본건 채무관계는 동일 당사자간의 동종 급부를 내용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라고 보아야할 것이고, 「대평산업」이 1971.10.29 원고에게 액면금 20만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한 위 설시의 지연이자의 일부변제는 본건 잔존지연이자 전부에 대한 승인으로서 본건 잔존 채무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할 것이니 1976.10.29에 본건 소가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한 본건에 있어서는 1971.10.30부터 다시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하는 것으로 볼 때 5년간의 상사소멸시효 기간은 만료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과 결론이 같아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원심판결에는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소론 심리미진으로 인한 이유불비, 일부 변제로 인한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는 소멸시효의 완성과 중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는 것이다. 논지는 모두 이유없음에 귀착된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논지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상고 소송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양병호 안병수 서윤홍 |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대여금등][집49(1)민,461;공2001.8.1.(135),1586] 【판시사항】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의 실행시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184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공1992, 1980)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공1993하, 3177)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공1996상, 667) 【전 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한신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원)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우성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두환)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0. 12. 6. 선고 2000나3625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이, 주식회사 장일상호신용금고가 1986. 11. 27. 소외 1에게 1억 원을 대여하면서 1986. 12. 27.부터 1987. 4. 27.까지 5개월 동안 분할변제받기로 약정하였고, 피고는 소외 1의 대여금 반환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함과 동시에 부산 중구 영주동 소재 4필지 부동산 중 피고의 지분(아래에서는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6천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으며, 원고가 1988. 7. 13. 위 상호신용금고로부터 소외 1에 대한 채권과 근저당권을 양수하였지만, 피고가 그 채무를 마지막으로 변제한 것이 1987. 10. 21.이므로, 상행위로 인한 피고의 위 채무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92. 10. 21.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1990. 3. 29.부터 1991. 8. 26.까지 5차례에 걸쳐 소외 1의 채무 중 2,200만 원이 변제되었으나, 그것은 소외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소외 3으로부터 위 근저당채무의 변제를 조건으로 이를 다시 양도받기 위하여 소외 1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이지, 그가 소외 1이나 피고의 위임을 받아 대위변제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은, 위와 같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고 피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하여 피고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그 주장 자체에 이유 없는 것으로 보고 배척하였다. 그러나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 참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면 원고의 신청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96. 3. 7.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어 1999. 5. 17. 배당기일에서 원고가 그 경락대금 중 147,664,070원을 배당받아 소외 1에 대한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경매절차의 진행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된다. 그런데도 원심이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것만으로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하여 원고의 시효이익 포기 주장을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시효 완성 후 채무의 승인과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한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유지담 박재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대여금][공1993.12.15.(958),3177] 【판시사항】 소멸시효의 완성 후 채무의 일부 변제로 인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판결요지】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특정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채무에 대하여도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중단이나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전채권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18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0.5.13. 선고 78다1790 판결(공1980,1287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진학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수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2.10. 선고 92나264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1991.7.경 원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처는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논지는 원고에게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것은 피고가 아니라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가압류의 대상이 된 임야를 매수한 소외인이라는 것이나, 갑 제8호증의 1 내지 3(가압류해제요청서, 인감증명서, 계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태창목재공업주식회사와 연명으로 원고에 대하여 “본인 등이 귀행에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13,923,000원을 변제하고자 하며 변제 이후 이의제기 등은 하지 않겠아오니 변제와 동시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는 해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채무금일부변제요청 및 부동산가압류해제요청서를 자신의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하였고, 원고는 그 돈을 수령한 다음 계산서를 작성, 교부한 사실이 인정되고, 설사 소론과 같은 경위로 위 소외인이 위 돈을 대위변제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그들 사이의 내부관계에 불과하고 원고와의 사이에서 변제자는 여전히 피고와 위 회사라고 할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논지는 이유가 없다. 제2, 4점에 대하여 1.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의 전부나 일부를 변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가분채권의 일부변제에 의한 시효이익의 포기는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기는 하나 전체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하는 것인 경우에는 그 채권전부를 승인하고 이에 대한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일당사자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특정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채무에 대하여도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중단이나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당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참조),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그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고,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전채권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8.11.16. 피고 소유의 부산 남구 (주소 1 생략) 임야 663㎡, (주소 2 생략) 도로 341평, (주소 3 생략) 도로 356평에 대하여 청구금액을 서울민사지방법원 85가합3601호 대여금 사건의 판결 주문상의 금 1,000,000,000원 중 금 35,000,000원으로 하여 부산지방법원 88카24943호로 가압류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얻어 집행을 마쳤고, 다시 1990.2.17. 위 각 부동산에 대하여 청구금액을 1982. 11. 15. 발행 약속어음금 잔액 금 884,747,244원 중 금 300,000,000원으로 하여 같은 법원 90카3151호로 가압류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얻어 집행을 마친 사실과 피고는 1991.7.경 원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채무금 중 금 13,923,000원(위 임야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평가금액)을 변제하고자 하며 변제 이후 이의제기 등은 하지 않겠사오니 변제와 동시 위 임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원고는 이를 승낙하고, 같은 해 8.9. 피고로부터 금 13,923,000원을 받은 다음 같은 달 16. 위 임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의 변제는 위 채권의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훨씬 도과한 뒤의 일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소멸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채무를 승인하고 변제를 한 것으로서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피고가 위 금 13,923,000원을 변제한 것만으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1981.12.31.자 및 1982.11.15.자 채무) 전부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위 가압류상의 청구금액이 판결금액 중 일부인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피고가 그 가압류 채무를 변제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판결금액 중 일부인 사실을 용인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바, 채무자가 전채무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별다른 이의없이 채무의 일부로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승인을 하고 변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3. 원심의 설시에 따른다면 피고가 변제한 금 13,923,000원이 원고가 첫번째로 가압류한 서울민사지방법원 85가합3601 대여금 사건의 판결문상의 채무금 1,000,000,000원에 대한 일부변제로서 지급한 것이라는 것인데, 원심판결 이유에는 위 판결문상의 채무가 이 사건 각 채무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만일 위 판결문상의 채무가 이 사건 각 채무와 별개로 성립된 독립한 채무라면 그 채무의 일부변제로써 이 사건 채무까지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그 채무가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면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어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인데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였다 하여 시효완성된 이 사건 각 채무에 관한 채무까지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을 밝히지 아니하고 만연히 피고가 이 사건 채무 전부에 대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이유모순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또 피고가 위 돈을 변제한 목적이 가압류의 해제에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그 피보전채무에 대한 일부변제로 보는 것이 상당할 것이고, 원고가 두번째로 한 가압류가 1982.11.15. 발행 약속어음금 중 잔액 중 일부를 피보전권리로 한 것이라면 그 중의 일부변제가 1982.11.15.자의 채무에 대한 시효의 이익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이유불비 아니면 가압류 채무의 변제로 인한 채무승인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5. 따라서 논지는 위 3,4에서 지적하는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나머지 점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 [물품대금][집44(1)민,8;공1996.3.1.(5),667] 【판시사항】 [1]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민법 제163조 제6호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의 의미 [2]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이득상환청구권이나 이행담보책임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 [3] 소멸시효 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가 변제된 경우, 소멸시효의 중단 여부 【판결요지】 [1]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란 상품의 매매로 인한 대금 그 자체의 채권만을 말하는 것으로서, 상품의 공급 자체와 등가성 있는 청구권에 한한다. [2] 위탁자의 위탁상품 공급으로 인한 위탁매매인에 대한 이득상환청구권이나 이행담보책임 이행청구권은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상품 공급과 서로 대가관계에 있지 아니하여 등가성이 없으므로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고, 한편 위탁매매는 상법상 전형적 상행위이며 위탁매매인은 당연한 상인이고 위탁자도 통상 상인일 것이므로,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매매 위탁으로 인한 위의 채권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이어서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상사소멸시효의 대상이 된다. [3]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63조 제6호[2] 상법 제64조, 제105조, 민법 제163조 제6호[3] 민법 제177조, 제184조 【참조판례】 [3]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공1980, 12871)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공1993하, 3177)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한국신용유통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준현) 【피고, 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피고 1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5. 7. 4. 선고 94나511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이 사건 할부판매로 인하여 발생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할부대금납부 책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다. 2. 원고의 부대상고 이유를 본다. 가. 원심이 원고 회사 광명지점과 피고들 사이의 거래종료일을 1987. 4.경으로 인정한 조치는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이를 비난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나.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란 상품의 매매로 인한 대금 그 자체의 채권만을 말하는 것으로서 상품의 공급 자체와 등가성 있는 청구권에 한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위탁매매에 있어서 위탁자가 매도위탁을 위하여 위탁매매인에게 하는 상품의 공급은 매도인이 민법 제568조 소정의 매매계약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매수인에게 하는 상품의 공급과는 의미가 다른 것이어서, 위탁매매인은 상품 그 자체를 계약상 자신의 청구 이행의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업무 처리과정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뿐이므로 위탁매매인의 계약상 의무는 위탁인의 보수지급 의무와 대응할 뿐이고 위탁인의 상품공급 자체에는 대응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탁자의 위탁상품 공급으로 인한 위탁매매인에 대한 이득상환청구권이나 이행담보책임 이행청구권은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상품공급과 서로 대가관계에 있지 아니하여 등가성이 없으므로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한편 위탁매매는 상법상 전형적 상행위이며 위탁매매인은 당연한 상인이고 위탁자도 통상 상인일 것이므로,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매매 위탁으로 인한 위의 채권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이어서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상사소멸시효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 광명지점 거래잔대금 채권 9,870,410원에 대하여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판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 광명지점 거래잔대금 채권은 위탁자인 원고가 위탁매매인인 피고들과의 사이의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기하여 원고의 광명지점을 통하여 1986. 2.부터 1987. 4.까지 사이에 이 사건 전자제품을 피고들에게 매도 위탁을 위하여 공급하고 위 계약에 기하여 피고들이 부담한 할부판매대금 수금책임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거래잔대금 채권인바, 이는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위탁판매계약에 기한 이행담보책임의 이행을 구하는 채권으로서 원고가 공급한 상품과 직접적 대가관계(등가성)가 없어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상인인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판매위탁이란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으로서 5년의 상사시효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은 위탁자의 위탁매매인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재항변, 즉, 피고들이 1990. 10. 30. 위 광명지점 거래잔대금 채권에 대하여 금 1,000,000원을 변제하고, 원고가 1993. 10. 26. 피고들에게 위 물품대금의 지급을 최고한 바 있는데, 피고들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이유 없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하여,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시효완성 이후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할 수 없고, 가사 위 변제를 승인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때부터 3년이 다시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재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 광명지점 거래잔대금 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라 5년의 상사시효의 대상이어서 그 거래종료일인 1987. 4.경부터 기산하면 원고가 일부 변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1990. 10. 30.에는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함이 역수상 분명하다. 그리고,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는바(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참조),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위 일자에 피고들로부터 광명지점 거래잔대금채권의 일부를 변제받았고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었다면 위 일자에 시효가 중단되고 이 때부터 이 사건 소제기시까지의 기간만으로는 상사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여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게 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일자의 일부 변제가 광명지점 거래잔대금 채권에 대한 변제인지와 수액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었는지의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할 것이다{원고가 일부 변제의 증거로 제출한 갑 제1호증의 1(농협통장 표지)의 개설일은 '91. 11. 5.'로 되어 있음에 비하여 갑 제1호증의 2(농협통장 입금내역)에는 이 개설일자보다 빠른 1990. 10. 30.자 거래내역이 기재되어 있어 통장의 표지와 입금내역이 맞는 것인지가 의심스러우므로 이 점도 원고에게 석명을 구하여 밝혀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재항변을 배척한 것은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1028 판결 [가등기에기한소유권이전등기][공2009하,2091] 【판시사항】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가등기를 경료하고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담보가등기를 경료한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더라도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가등기를 경료하고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라면, 채권자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동안에는 채무자가 계속하여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169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공1980, 12871)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다12701 판결(공2007상, 534)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영섭)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울산지법 2009. 6. 4. 선고 2008나31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담보가등기를 경료한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더라도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다12701 판결 참조),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가등기를 경료하고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라면 채권자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동안에는 채무자가 계속하여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1982. 12. 31.까지 이 사건 목재대금 1,13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담보 목적으로 자신의 소유이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목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1982. 12. 31.경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고, 이 사건 목재대금 채권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아파트를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 가등기에 기하여 소유권이전의 본등기절차 이행을 구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은, 원고 명의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인 이 사건 목재대금 채권은 1982. 12. 31. 변제기에 도달하였고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1993. 1. 1.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으므로 위 가등기 역시 원인무효가 되어 이에 기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목재대금 채권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지급에 갈음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고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원고가 피고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부동산을 사용수익하고 있는 동안에는 피고가 계속하여 이 사건 목재대금 채권의 일부를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기간 동안에는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속단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20604 판결 [근저당권말소][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의 일부 변제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범위 [2]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처분한 경우, 채무자의 일반채권자가 채권자대위에 의해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68조 제3호, 제446조 [3] 민법 제184조 제1항,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공1980, 12871) [2]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1028 판결(공2009하, 2091) [3] 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 21038)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공1998상, 403)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공2012상, 99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연수 담당변호사 정병욱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진한수)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2. 1. 20. 선고 2011나705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부동산을 인도하여 준 다음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한 경우라면, 채권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동안에는 채무자가 계속하여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1028 판결 참조). 한편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처분하여 대위권행사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권자대위에 의하여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없다(위 대법원 79다407 판결 참조). 2. 원심은, 소외 1이 1994. 9. 8.경 피고로부터 5,000만 원을 차용하였다가 약정한 변제기에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한 사실(이하 위 대여금을 ‘이 사건 대여금’이라 한다)을 인정한 다음, 1994. 10. 11. 피고 앞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대여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그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나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는 한편, (2) 피고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처분권한을 위임받아 이를 점유·관리하였고, 2001. 2.경에 소외 2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사용을 허락하고 그로부터 3회에 걸쳐 연 차임으로 각 10만 원을 지급받았으며, 현재도 그의 아들 소외 3이 피고를 위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소외 1뿐 아니라 그 상속인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 대여금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소외 1 또는 그 상속인들이 이 사건 대여금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이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8. 4. 6.경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위임장을 작성·교부하였다. 나. 이후 피고는 현재까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관리하여 오면서, 2001. 2.경에는 소외 2에게 차임 연 1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임대하여 그 무렵부터 2003. 1. 16.경까지 매년 10만 원씩을 지급 받았다. 다. 피고는 (1) 제1심에서 2010. 7. 28.자 및 2010. 10. 12.자 각 준비서면을 통하여, ‘소외 1이 차용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그 변제를 요구하는 피고에게 1998. 4. 6.경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 후에 피고가 소유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왔으므로 채무승인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변하였고, (2) 원심에서는 2011. 12. 26.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이 차임을 지급받은 사실과 함께 ‘소외 1이 1995. 10. 9. 피고 등 채권자들에게 공장운영에 따른 이익금으로 채무를 우선적으로 변제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이행하지 못하여 1998. 4. 6.경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대물변제로 가져가든지 이를 처분하여 채권의 일부라도 지급받을 것을 제안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고,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관리하여 왔는데, 소외 1이나 그 상속인들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채무승인에 해당한다’는 항변을 하였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위 항변에는 단순히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처분권한의 위임에 의한 채무승인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취지뿐만 아니라, 소외 1이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대여금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등의 지급에 갈음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사용수익 기간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이라는 취지의 항변이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피고의 항변을 이와 같이 본다면,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사용수익의 권한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피고가 적어도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임차한 소외 2로부터 그 차임을 마지막으로 지급받은 무렵까지는 이를 통하여 채무자인 소외 1에 의한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의 변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에 근거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하기 전에 이루어진 위 변제의 효과로 소멸시효가 중단됨으로써, 원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허용될 수 없게 될 것이다. 5.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와 같은 피고의 항변의 취지를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고 근저당권의 목적물인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이 사건 대여금 원리금에 대한 변제 및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 발생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에서 본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271732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 ‘승인’의 방법 및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변제한 경우,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을은 이를 가공하여 갑 회사에 납품하면서 가공비를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는데, 갑 회사가 최종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한 후 을을 상대로 물품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물품공급일 이후 을이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묵시적으로나마 가공비 채권을 물품대금 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하여 물품대금 채무 전부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발생하는데도, 을의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보면서도 채무 승인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한 원심판결에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68조 제3호 [3] 민법 제163조 제6호, 제168조 제3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공2007하, 2001) [2] 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공1980, 12871)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공1996상, 667) 【전 문】 【원고, 상고인】 오토코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광룡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제일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영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8. 10. 선고 2019나918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주문형 제품생산업체로서, 피고에게 알루미늄 가공 제품 등을 공급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가공하여 원고에게 납품하면서 그 가공비를 원고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다. 2) 원고는 2015. 4. 30.까지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였고 당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은 76,194,036원이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2015. 7. 15. 660,000원(부가가치세 포함, 이하 같음), 같은 해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그에 대한 각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같은 해 11. 30. 4,505,6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피고의 가공비 채권을 공제한 물품대금 채권 잔액은 69,171,636원이 되었다. 3) 원고가 피고와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업체별 원장’(갑 제1호증의 2, 3)에는 위와 같은 거래내역이 기재된 외에도, 2015. 12. 30. 피고로부터 “- 620,4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이 위 금액만큼 증액된 69,792,036원이 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4) 원고가 위 ‘업체별 원장’의 기재에 따라 최종적인 원고 물품대금에서 피고 가공비를 정산한 금액인 위 69,792,036원의 지급을 구하고, 피고 역시 2021. 1. 13. 자 준비서면에서 위 업체별 원장의 기재 내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2015. 7. 15.부터 같은 해 12. 30.까지 4회에 걸쳐 위와 같이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여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이 피고의 가공비 채권과 상계됨으로써 물품대금 채권 잔액이 69,792,036원이 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5) 피고는 원심에서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원고가 최종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2015. 4. 30.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는 취지의 소멸시효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그 이후인 2015. 11. 30.까지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여 그 가공비가 동액 상당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에서 상계되어 일부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나머지 채무 승인을 한 것이다.’는 취지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인 다음, 피고가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던 원고로부터 납품받은 자재를 가공한 후 다시 원고에게 제공하면서 그 가공비를 원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여 온 사정을 인정하고, 이러한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은 공제를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물품대금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 참조). 한편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고(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 등 참조),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채무 승인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피고의 가공비 채권을 공제하여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하여 왔는데, 원고와 피고 모두 서로 간의 거래대금을 상계하는 방법으로 정산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 피고가 원고에게 2015.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묵시적으로나마 위 가공비 채권을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물품대금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물품대금 채무 전부에 대하여 발생한다. 그런데 원심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은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로서 그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인바(민법 제163조 제6호), 위 전자세금계산서가 발행된 후 3년 이내인 2018. 8. 30.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3) 또한 원고의 업체별 원장에 피고가 2015. 12. 30. “- 620,4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액이 위 금액만큼 증액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도 이를 인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었던 점, 피고의 가공비 매출액(원고의 매입액)이 음수임에 비추어 피고가 2015. 12. 30. 실제로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2015. 12. 30. 이후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내역을 발견할 수 없는 점, 피고가 원심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액 자체는 다투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015. 12. 30. 자 업체별 원장 기재는 원고와 피고가 2015. 12. 30.경 계속적 거래관계를 종료하면서 상호 간 채권, 채무액을 정산한 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고,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다. 한편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자재를 납품받아 가공한 후 다시 원고에게 제공하면서 그 가공비를 물품대금에서 공제한 것을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이란 예약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계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상계의 효력이 생기게 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예약완결권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를 통해 행사하는 것이므로(대물변제예약 완결권에 관한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24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위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라고 본 것은 피고가 원고에게 상계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고의 가공비 채권과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이는 채무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원심은 위와 같은 공제가 피고의 별도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음을 전제로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원심의 위 판단과는 서로 모순된다. 라. 결국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이유모순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345 판결 [약정금][공2010상,1120] 【판시사항】 [1] 원인채권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음이 수수된 경우, 시효로 소멸된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함으로써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지 여부 (소극) [2]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어음채권을 원인으로 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그 절차에서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진술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자가 어음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 및 그 때 원인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다시 진행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1] 원인채권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음이 수수된 당사자 사이에서 채권자가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함으로써 그 권리를 행사한 경우에는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있다. 그러나 이미 어음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는 그 채권이 소멸되고 시효중단을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시효로 소멸된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한다 하더라도 이를 어음채권 내지는 원인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적법한 권리행사로 볼 수 없어, 그 압류에 의하여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볼 수 없다. [2]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어음채권을 원인으로 하여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그 절차에서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진술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강제집행 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어음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때부터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 기간도 다시 진행하지만, 이렇게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가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2] 민법 제184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공2002상, 781) [2]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메리트 담당변호사 강현태) 【원심판결】 울산지법 2009. 12. 24. 선고 2009나31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인채권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음이 수수된 당사자 사이에서 채권자가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함으로써 그 권리를 행사한 경우에는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있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 참조). 그러나 이미 어음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는 그 채권이 소멸되고 시효중단을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시효로 소멸된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한다 하더라도 이를 어음채권 내지는 원인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적법한 권리행사로 볼 수 없어, 그 압류에 의하여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어음채권을 원인으로 하여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그 절차에서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진술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강제집행 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어음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때부터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 기간도 다시 진행하지만, 이렇게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가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약정금 채권의 변제기인 1992. 9. 18.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인 2008. 8. 1.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약정금 채권은 일응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의 경과로 소멸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와 소외 1, 소외 2가 1991. 12. 18. 원고를 수취인으로 하여 액면금 8,000만 원, 지급기일 1992. 9. 18.로 된 약속어음을 발행한 후 발행인들이 위 약속어음의 지급을 지체하는 경우 즉시 강제집행을 받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하는 취지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점, 원고는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에 기하여 피고와 소외 2를 채무자로 하여 강제집행을 실시한 결과 1999. 2. 11. 1,658,000원을 변제받았고,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위 강제집행 당시 압류된 재산은 소외 2의 것이 아닌 피고의 것으로 보이는 점, 위 강제집행 당시 압류된 재산이 피고의 것임에도 이후 피고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위 강제집행 당시인 1999. 2. 11. 위 어음채권에 대한 시효소멸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때부터 위 어음채권의 원인채권인 이 사건 약정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도 다시 진행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3. 그런데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의 각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1995년에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을 근거로 소외 2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여 1996. 10. 21. 그 매각대금에서 1,736,500원을 일부변제 받은 사실, 원고는 1998년에 다시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을 근거로 피고와 소외 2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여 1999. 2. 11. 위 집행절차에서 압류된 유체동산의 매각대금에서 1,658,000원을 일부변제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1998년에 피고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신청된 시점은 위 어음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도과한 때임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이같이 시효로 소멸된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재산을 압류하였다 하더라도 그 압류에 의하여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1998년에 신청된 강제집행에서 원고가 일부변제 받은 1,658,000원이 피고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비롯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요건 구비 여부가 문제된다. 기록에 의하면, 이에 대하여 피고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1998년에 신청된 강제집행 당시 자신은 친척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때라 자신의 물건이 없어 집행관이 유체동산을 압류하지 못하였고, 그 후 집행관이 소외 2의 주거지로 가서 소외 2의 유체동산을 압류하고 그에 대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소외 2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있음에 반하여, 1998년에 신청된 강제집행 사건의 기록이 보존기간 만료로 폐기되어 피고와 소외 2 중 누구의 유체동산이 압류되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와 같이 1998년에 신청된 강제집행 당시 피고와 소외 2 중 누구의 유체동산에 대하여 압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 대표집행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가 도착한 이후, 피고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추가 전산자료가 있음을 주장한 이상, 원심으로서는 과연 그러한 추가 전산자료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좀 더 심리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같은 점 등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1998년에 신청된 강제집행 당시 압류된 유체동산이 피고의 것이라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의 중단 및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배당이의][공2012상,995] 【판시사항】 [1]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매각되고 그 대금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채무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가분채무 일부에 대하여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경매절차에서 채무자인 갑 주식회사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근저당권부 채권을 가진 을이 배당받는 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 회사의 다른 채권자인 병이 갑 회사를 대위하여 이의를 제기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는 갑 회사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 소유 부동산이 매각되고 그 대금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채무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한편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가분채무 일부에 대하여도 가능하다. [2] 경매절차에서 채무자인 갑 주식회사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근저당권부 채권을 가진 을이 배당받는 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 회사의 다른 채권자인 병이 갑 회사를 대위하여 이의를 제기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는 갑 회사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부분 배당액과 관련하여 을이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제1항 [2] 민법 제184조 제1항, 제741조 [3] 민법 제162조,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107 판결(공1987, 1216)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공2002상, 781)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345 판결(공2010상, 1120) [3]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공1998상, 403)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5다11312 판결(공2007상, 616)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무 담당변호사 홍진수)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웰 담당변호사 김충래)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1. 11. 16. 선고 2011나2454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을 가진 채권자에게 배당되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345 판결 등 참조), 한편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가분채무의 일부에 대하여도 가능하다(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107 판결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채무자인 주식회사 그린공영(이하 ‘그린공영’이라고만 한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근저당권부 채권을 가진 피고가 40,000,000원을 배당받는 데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그린공영의 다른 채권자인 원고가 그린공영을 대위하여 이의를 제기한 13,333,334원을 제외한 나머지 26,666,666원의 채권에 대하여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 부분 배당액과 관련하여 피고가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 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며( 대법원 1994. 4. 29. 선고 93다54842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91251 판결 등 참조), 회사가 한 행위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법 제5조 제2항). 그리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5다1131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회사로서 상인인 그린공영이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행위는 그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되어 상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의 그린공영에 대한 대여금 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2007. 7. 20.경 그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되었는데, 원고가 이 사건 배당기일에서 그린공영을 대위하여 피고의 그린공영에 대한 채권 중 13,333,334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으므로 피고의 그린공영에 대한 채권은 위 범위 내에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상사채권과 소멸시효 및 채권자대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김능환 안대희(주심) 이인복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배당이의]〈개인회생채권자목록 제출을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없다고 본 사안〉[공2017하,1610]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는 경우,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제1항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3] 민법 제162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2]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3]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공2012상, 995)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와 담당변호사 박환택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구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3. 26. 선고 2013나193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2012. 1. 20.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대전지방법원 2012개회2721)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개인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2조 제3호는 이러한 경우 시효가 중단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승인이라고 할 것이고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았고, 나아가 위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 없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시효이익 포기가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소외인이 이 사건 배당기일인 2013. 6. 5. 피고의 위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피고에게 5,000만 원이 배당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소외인은 피고의 채권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심은 피고의 시효이익 포기 항변을 받아 들여, 피고의 위 채권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그 배당액의 삭제 등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위 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사실, 소외인이 2012. 1. 20. 위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당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채권액 5,000만 원을 기재하고, 그 부속서류인 별제권부채권 내역에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5,000만 원, 이 사건 부동산의 환가예상액을 1억 1,000만 원, 별제권 행사로도 변제받을 수 없는 피고의 채권액을 0원으로 기재한 사실, 법원은 소외인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무렵 피고가 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송달받았다거나 위 목록 제출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 증명이 없다. 이 사건에서 소외인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당시에 피고의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법적 효과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멸시효기간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피고의 근저당권부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소외인에게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는데, 이 사건 배당기일에서 소외인이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 사건 배당이의를 제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피고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이 배당절차에서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피고의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여 제출한 사정이나, 소외인이 직접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중시하여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 후 각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고영한 김창석(주심) 조희대 |
(2) 담보의 설정 및 제공
담보의 제공이나 가등기담보권 설정, 대물변제예약가등기 역시 피담보채무의 승인이라고 설명되어지고 있는데, 이는 담보 등의 설정이 피담보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3) 기한유예의 청구
채권자의 변제독촉에 상응하여 채무자가 그 기한유예를 청구한 것은 채무 자체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채무의 승인이 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전의 기한유예 청구시 채무의 승인이 되나 시효완성 후의 기한유예 청구는 시효이익의 포기가 된다(대법원 1965. 12. 28. 선고 65다2133 판결).
대법원 1965. 12. 28. 선고 65다2133 판결 [해상보험료][집13(2)민,321] 【판시사항】 회사의 경리과장이나 총무과장은 단독으로 채무를 승인할 수 없다. 【판결요지】 가.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리과장, 총무과장 또는 출장소장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에 관하여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 승인을 할 수 없다. 나.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그 기한의 유예를 요청하였다면 그때에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대한해상운송보험공동사무소 【피고, 상고인】 대한조선공사 【원심판결】 제1심 서울지법, 제2심 서울고법 1965. 9. 17. 선고 65나6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피고 대리인 양병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전신인 주식회사 대한조선공사가 1953.12.13부터1953.12.30 까지 사이에 원고에게 부담하여야 될 해상보험료가 40만6353원이 된다는 것인데 피고회사 사장은 1961.12.11 원고에게 대하여 위의 보험료 채무를 1962.1.31까지 틀림없이 지급하겠노라는 의사를 표시하여 이 의사표시는 1961.12.13 원고에게 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지가 말하는 것처럼 위의 보험료청구채권은 1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1954.12.30에 그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하겠으나 피고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인 1961.12.11에 이르러 그 기한의 유예를 요청한 사실에 비추어 피고는 위의 날자에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취지로 보아야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에서 이와같은 시효이익의 포기사유를 마치 시효의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되는양 설시하고 있으니 필경 원심은 시효의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1953.12.30부터 1961.12.21까지 계속하여 피고가 위의 채무를 승인하여 왔다는 점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한 위에서 본바와 같은 원심판단은 잘못되었다. 할 것이다 논지 이유있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관계증거에 의하여 피고회사는 1962.11.14과 1963년 9월상순의 두차례에 걸쳐서 원고에게 대하여 본건 보험료채무에 대한 지급의 유예를 구함으로써 위의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위와같은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자료로 삼고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면 1962.11.14의 경우는 피고회사 경리과장(또는 총무과장)이 위의 보험료에 대한 지급을 유예하여 달라고 요청한 것이요, 나중의 1963년9월 상순의 경우는 피고회사 서울출장소장이 그 지급의 유예를 요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피고회사의 경리과장, 총무과장 또는 출장소장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피고회사가 부담하고있는 보험료 지급채무에 관하여 민법상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 승인을 할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 판단은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한 허물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논지도 이유있다. 이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법관들의 견해가 일치되다. 대법원판사 방준경(재판장) 홍순엽 양회경 이영섭 |
(4) 특별법의 제정
국가가 채무 있음을 전제로 특별법을 제정한 경우 이러한 법의 제정은 국가가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라고 본다(대법원 1969. 10. 28. 선고 69다1548).
대법원 1969. 10. 28. 선고 69다1548 판결 [보상금][집17(3)민,244] 【판시사항】 농지개혁사업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11조는 정부가 농지개혁법에 의한 보상채무로서 위 법 시행 당시까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채무를 승인한 것이다 【판결요지】 농지개혁사업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11조는 정부가 농지개혁법에 의한 보상채무로서 위 법 시행 당시까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채무를 승인한 것이다. 【참조조문】 농지개혁사업에관한특별조치법 제11조, 예산회계법 제71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제2심 서울고등법원 1969.7.31. 선고 69나3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제1심판결의 별지목록에 기재된 유지들은 모두 농지개혁법의 시행과 동시에 동법 제5조 제2항에 의하여 정부에 매수된 농지에 대한 동법 제2조 제2항(구법) 소정의 부속시설이었다는 것인즉 그것들이 위 농지와 함께 정부에 매수되었으며 동법 제7조 제1항 제3호(구법)에 의하여 그것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성질의 것이었음은 소론과 같으나 그 보상이 미료중이던 1960.10.13. 법률 제561호로써 동법을 개정함에 있어 위 제2조 제2항을 (가)와 (나)로 구분하고 위 유지들은 (나)호 소정의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제7조 제1항 제3호에도 후단부분을 신설하여 위(나)호 소정의 부속시설 중 그 개정법률의 시행 당시 그 보상이 완료되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는 동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방법에 따라 보상하기로 하였던 것이며 위 개정 후의 동법 제7조 제1항 제3호의 후단규정에 의한 보상에 있어서는 동법 제8조 제2호에서 말하는 농산물의 법정가격은 1960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이를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당원판례의 견해이니만큼 원판결이 위 유지들에 대한 보상액은 제1심판결이 1960년도를 기준년도로 하여 산출한 액이었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다 하여 확정한 금3,433,831원이 상당하였다고 판시(제1심판결의 이에 관한 이유부분을 그대로 인용 하였다)한 조치에 법리의 오해나 기타의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바, 소론은 위 각 법조의 개정 취지와 그 내용에 관한 독자적인 견해로써 원판결의 위와 같은 판시내용이 보상액산정의 법리에 위배되며 헌법의 정신에 배치되는 것이었다고 논난하는 것이니 그 논지를 이유없다 할 것이다. 동상 제2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원판결이 농지개혁법 제2조 제2항과 제7조 제1항 제3호가 전술한바와 같이 개정되었고 그 개정 후의 동 법조들에 대한 그 개정의 취지나 개정된 각 법조의 문리들을 풀이하면 본건 유지들의 보상액을 1960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산출하였음이 전단설시와 같으니만큼 그 산출의 기준결정이 농지개혁사업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4조의 규정에 의거한 것이었던 것 같이 오해함으로써 동조를 위헌이었다고 논난하는 본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동상 제3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농지개혁 사업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11조의 명문상 원판결이 동 법조에 의하여 정부는 위 법 시행 당시 아직 보상이 완료되지 않는 농지개혁법에 의한 보상채무들을 승인하였던 것이었다 하여 피고의 본건 보상금 청구권이 예산회계법이 정한 5년간의 시효기간 완성으로 인하여 이미 소멸되었다는 취지의 항변을 배척한 조치를 정당하였다고 할 것이니 만큼, 위 법조에 대한 독자적인 견해하에 그 조치를 논난하는 소론의 논지도 이유없다. 그러므로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한 의견에 따라 민사소송법 제400조, 제384조, 제95조, 제89조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방순원(재판장) 손동욱 나항윤 유재방 한봉세 |
이와 관련하여 4.16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15조의2(소멸시효에 관한 특례)가 2017. 4. 11자 개정 법률로 신설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해당 참사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자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및 국가배상법 등 관계 법령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가 자신의 채무를 승인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판례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때, 위 개정 법률에 따른 소멸시효 특례가 없더라도 위 특별법이 제정된 2015. 1. 28 이후 2018. 3. 13자 3차 법률 개정까지 지속적으로 국가의 채무승인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반면 삼청교육과 관련한 대통령의 1988. 11. 26자 및 국방부장관의 1988. 12. 31자 담화 발표는 그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상의 법률효과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하여 국가배상채무의 승인 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
기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대법원 1996. 12. 19. 선고 94다22927 판결).
대법원 1996. 12. 19. 선고 94다22927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집44(2)민,392;공1997.1.1.(25),75] 【판시사항】 [1] 민법 제766조 제2항, 예산회계법 제96조가 정하는 기간이 소멸시효기간인지 여부 (적극)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신설 2020.10.20> [2] 서증제출에 의한 간접적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본 사례 [3] 삼청교육과 관련한 대통령의 1988. 11. 26.자 및 국방부장관의 1988. 12. 3.자 담화 발표를 국가배상채무의 승인 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법 제766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기간이나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5년'의 기간은 모두 소멸시효기간에 해당한다. [2] 삼청교육과 관련하여 제기된 국가배상청구에 있어서 국가측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제소자가 국방부장관의 1988. 12. 3.자 담화 발표를 들어 국가가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을 뿐 대통령의 1988. 11. 26.자 담화 발표에 기한 소멸시효이익 포기의 주장을 한 바는 없으나, 제소자가 대통령의 담화문을 서증으로 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담화를 기초로 하여 국방부장관의 담화가 발표되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된 국방부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등본을 서증으로 제출하고 있음에 비추어 제소자는 그와 같은 서증들을 제출함으로써 국가가 대통령의 담화 발표로써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대통령의 담화로써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제소자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하여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다수의견]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가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상의 법률효과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로써 사법상으로 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거나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바, 삼청교육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1988. 11. 26. 발표한 담화는 그 발표 경위와 취지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사법상의 법률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로써 사법상으로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거나 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대통령에 이어 국방부장관이 1988. 12. 3. 대통령의 그와 같은 시정방침을 알리는 한편 그에 따른 보상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일정 기간 내에 신고할 것을 공고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실제 신고를 받기까지 하였다고 해서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충의견] 국가의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는 이미 소멸한 채무를 소급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하는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므로 국가의 채무부담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자가 채무부담의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하여야 할 것인바, 관계 법령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국가의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시효이익을 포기할 권한은 있다 할 것이나, 그와 같이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여 국가의 채무부담행위를 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가예산에 편성한 후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거나 예산 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에 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하고 특히 대통령이 이를 행하려면 헌법 제82조에 의하여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부서)를 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이 법이 정한 국가 채무부담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단순한 담화 발표는 국가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고 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려는 의사표시로는 볼 수 없고, 삼청교육과 관련한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의 시효소멸 여부가 문제되는 배상이 아닌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입법조치 추진의사를 밝힌 정치적 시정방침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반대의견] 채무자의 소멸시효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따라야 할 것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한 경우에는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삼청교육과 관련한 대통령의 1988. 11. 26.자 및 국방부장관의 1988. 12. 3.자 담화에 따라 피해신고를 한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로서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담화와 그에 따른 신고의 접수로써 국가가 시효이익을 주장하지 않고 손해배상을 할 것으로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설사 대통령의 담화와 그에 따른 일련의 행위가 다수의견이 보는 바와 같이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삼청교육 관련 피해는 국가 소속의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저지르게 된 일반적인 불법행위가 아니고, 그 당시의 비상한 시기에 국가에 의하여 대규모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실시된 삼청교육 과정에서 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대량으로 저지르게 된 특수한 불법행위의 경우이므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여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삼청교육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에 대하여 정정당당하게 그러한 불법행위 자체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다투는 것은 몰라도, 구차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내세워 그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어방식이라는 점에서도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66조 제2항, 예산회계법 제96조[2] 민사소송법 제188조[3] 민법 제2조, 민사소송법 제18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판결(공1980, 12526)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357 판결(공1993하, 2399) [2]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33384, 33391 판결(공1993상, 956) [3]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공1995상, 434)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승헌 외 5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4. 4. 6. 선고 93나672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민법 제766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기간이나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5년'의 기간은 모두 소멸시효기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판결, 1993. 7. 27. 선고 93다357 판결 참조), 위 각 기간이 제척기간으로서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지는 독자적 견해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고가 소위 삼청교육 관련 사상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약속한 국방부장관의 1988. 12. 3.자 담화 발표로써 이 사건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을 뿐 대통령의 1988. 11. 26.자 담화 발표를 들어 그와 같이 주장한 바가 없음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에서 위 대통령의 담화문을 갑 제5호증으로 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갑 제6호증으로 제출한 전 국방부장관 소외인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등본에도 대통령이 발표한 위 담화를 기초로 하여 위 국방부장관의 담화가 발표되었다는 내용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는 위와 같은 서증들을 제출함으로써 대통령의 담화 발표로써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33384, 33391 판결 참조). 그러므로 원심이 위 대통령의 담화로써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하여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변론주의를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가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 피해자들에 대한 사법상의 법률효과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로써 사법상으로 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거나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대통령이 1988. 11. 26. 소위 삼청교육과 관련한 사상자에 대하여 신고를 받아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의사를 국민에 대한 시국관련특별담화의 형식으로 표시하였고, 위 특별담화의 구체화 작업으로 정부 내의 주무부서인 국방부장관이 같은 해 12. 3. 담화문의 형식으로 정부가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기로 결정하였음과 삼청교육 관련 사상자를 대상으로 하여 신고기간을 같은 해 12. 12.부터 1989. 1. 20.까지로 하여 신고하여 줄 것을 밝힌 사실, 원고도 위 기간 내인 1989. 1. 5.에 소정의 서류를 갖추어 해당 관서인 서울 서초구청에 피해신고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66조 제4항) 재정 및 경제에 관한 긴급처분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점( 헌법 제76조 제1항), 예산상 예비비제도가 있는 점( 헌법 제55조), 더 나아가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의 채무를 승인할 정당한 권한을 갖춘 자라고 할 것이고, 한편 위와 같은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여지므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요건에 관한 헌법상의 규정( 헌법 제82조)에 의한 형식을 갖추었는지 여부나 국가의 채무부담행위에 관한 예산회계법령에 정한 구체적인 절차를 거친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상 적법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로 인정되며, 나아가 그 특별담화의 내용이 신고를 받아 피해보상을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후속조치로서 주무부서인 국방부장관이 별도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그 발표내용에 따른 신고까지 받았다면 피고측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적어도 위 신고기간 내에 신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사법상으로 적법한 손해배상채무의 승인이나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항변을 받아들여 피고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1988. 11. 26. 당시의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전임 대통령에 대한 관용을 호소하는 일방 전임 대통령의 과오를 청산함과 동시에 민주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시정방침의 하나로서 이른바 삼청교육과 관련한 사상자에 대하여는 명예회복조치와 함께 신고를 받아 피해보상을 할 것임을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의 시국관련특별담화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당시 국방부장관 소외인은 같은 해 12. 3. 대통령의 위와 같은 시정방침을 알리는 한편 그에 따른 보상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위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일정한 기간 내에 신고할 것을 공고하고 나아가 실제로 신고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그 경위야 어떠하든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삼청교육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의 방침을 밝힌 이상 정부로서는 마땅히 위 피해자들에게 위 담화에서 밝힌 대로 입법조치 등을 통하여 적절한 피해보상을 하여 줄 정치·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대통령이 위와 같이 담화를 발표한 경위와 취지 및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사법상의 법률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로써 사법상으로 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거나 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대통령에 이어 국방부장관이 위와 같은 담화를 발표하여 신고를 받기까지 하였다고 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이 대통령에 이어 국방부장관이 차례로 담화를 발표하고 신고를 받은 일련의 행위가 사법상으로 손해배상채무의 승인이나 시효이익 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무의 승인이나 시효이익의 포기의 점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는바,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판단에 대하여 대법관 박준서의 보충의견이 있는 것과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5. 대법관 박준서는 이른바 삼청교육과 관련한 대통령의 1988. 11. 26.자 및 국방부장관의 같은 해 12. 3.자 피해보상담화 발표를 정치적 시정방침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덧붙인다. 국가의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는 이미 소멸한 채무를 소급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하는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므로 국가의 채무부담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자가 채무부담의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임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66조 제4항, 행정 각부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헌법 제96조 및 정부조직법 제29조, 예산회계법 제56조와 국방부장관의 직무범위를 정한 정부조직법 제34조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국가의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시효이익을 포기할 권한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삼청교육과 관련된 피해액은 그 성질 및 규모로 보아 이미 편성된 예비비로 배상할 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이 국가채무인 그 손해배상채무의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여 국가의 채무부담행위를 하려면 헌법 제54조 내지 제58조, 제89조 제4호, 예산회계법 제18조, 제24조, 제28조, 제35조, 제58조에 의하여 그로 인하여 부담할 채무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가예산에 편성한 후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거나 예산 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에 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하고, 특히 대통령이 이를 행하려면 헌법 제82조에 의하여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부서)를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치국가인 우리 나라에서 이와 같이 법이 정한 국가 채무부담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단순한 담화 발표를 국가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고 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려는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고 삼청교육과 관련한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의 시효소멸 여부가 문제되는 배상이 아닌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입법조치 추진의사를 밝힌 정치적 시정방침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6.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이임수는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견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하지 아니한다. 다수의견은 대통령의 1988. 11. 26.자 시국관련특별담화는 사법상으로 삼청교육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거나 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는 원고의 재항변을 받아들여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채무자의 소멸시효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따라야 할 것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한 경우에는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이렇다 할 명백한 법적 근거도 없이 실시된 이른바 삼청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피고 소속 성명불상의 일부 공무원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후유장애가 남을 정도로 상해를 입었으며, 그 동안 이러한 국가의 불법행위를 거론조차 못하다가 대통령의 위와 같은 담화 발표와 그 후속조치인 국방부장관의 담화와 신고요청에 따라 피해신고를 하였음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피고가 삼청교육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유린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그 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그 위법성의 정도와 결과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국가측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그 피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담화를 발표하였고, 나아가 그 후속조치로서 주무부서의 장인 국방부장관이 같은 취지의 담화를 발표하고 피해신고기간을 정하여 피해자들로부터 구체적으로 피해신고까지 받았던 것이라면, 국방부장관의 담화내용에 따라 피해신고를 한 원고로서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담화와 이에 따른 신고의 접수로써 피고 국가가 시효이익을 주장하지 아니하고 손해배상을 할 것으로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설사 대통령의 담화와 그에 따른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다수의견이 보는 바와 같이 단순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시정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결국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는, 국가 소속의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저지르게 된 일반적인 불법행위가 아니고, 그 당시의 비상한 시기에 국가에 의하여 대규모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실시된 삼청교육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대량으로 저지르게 된 특수한 불법행위의 경우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여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항유하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는 피고 국가로서는, 위 삼청교육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에 대하여 정정당당하게 그러한 불법행위 자체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다투는 것은 몰라도, 구차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내세워 그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어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은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제1심에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이 위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기록 제125면), 원심은 피고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이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던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원심과는 달리 소멸시효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이 점에 관하여도 또한 당연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의 소멸시효의 항변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배척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결국 정당하고, 설사 다수의견이 보는 바와 같이 원심판결에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고, 원심판결의 결론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김석수 박만호 천경송 정귀호(주심) 안용득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
(5) 상계
통상적으로 상계의 의사표시는 수동채권에 관한 한 승인에 해당된다고 설명되는데, 이는 상계가 수동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자동채권과 동일한 범위 내에서 상호 대립하는 채권을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의사표시로서 수동채권의 존재 및 액수를 인정하는 의사가 내포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
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후 상대방의 대여금 채권이 이미 시효소멸하였다는 주장이 뒤따르는 경우 상계항변 당시 상계 항변자에게 수동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대여금][공2013상,547]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3]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는 경우,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제1심에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2] 민법 제168조, 제184조 [3] 민법 제184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진흥기업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미래안산업개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수경)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1. 14. 선고 2010나5184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2003. 8. 29. 1억 5,000만 원, 2003. 9. 29. 1억 5,000만 원을 변제기의 정함이 없이 대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위 각 대여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2009. 11. 23.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으로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제1심 소송 계속 중 2010. 1. 7.자 답변서를 통하여 수색 제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업무추진과 관련된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존재를 입증하는 서증(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2)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 수색제4구역조합의 이 사건 사업과 관련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반대채권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상계항변을 하였으므로,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이의를 제기한 후 응소하여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청구를 기각하여 달라는 판결을 구하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대여금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피고가 원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을 하기에 앞서 제1심에서 상계항변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피고가 상계항변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더 이상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계항변을 한 후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항변 전 상계항변을 한 사정만을 중시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다56187,56194 판결 [추심금·추심금][공2013하,1583]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채권자 갑 금융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채무자 을 주식회사의 제3채무자 병 학교법인 등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후에 전부명령을 받아 제기한 전부금 등 청구소송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자, 병 법인 등이 전부된 매매대금반환채무 중 일부를 변제하였는데, 그 후 을 회사의 파산관재인 정이 병 법인 등에 전부되지 않은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에 대한 추심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위 변제로 전부되지 않은 나머지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까지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권자 갑 금융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채무자 을 주식회사의 제3채무자 병 학교법인 등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 매매계약 해제일로부터 상법상 소멸시효기간 5년이 지난 후에 전부명령을 받아 제기한 전부금 등 청구소송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자, 병 법인 등이 그 결정에 따라 전부된 매매대금반환채무 중 일부를 변제하였는데, 그 후 을 회사의 파산관재인 정이 병 법인 등은 위 일부 변제로 채무 전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전부되지 않은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에 대한 추심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전부된 매매대금반환채권과 전부되지 않은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분할채권인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병 법인 등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매매대금반환채무 중 일부를 변제한 사정만으로는 전부되지 않은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2] 민법 제184조, 제408조,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3항, 제23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전 문】 【원고 승계참가인, 피상고인】 파산자 세경진흥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소외 1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남동환 외 11인) 【원고(탈퇴), 승계참가인의 보조참가인】 파산자 신한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승계참가인의 보조참가인】 한남동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양삼승 외 3인) 【피고, 상고인】 학교법인 단국대학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5. 19. 선고 2010나34946, 349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여 소송에 참가한 경우 원고의 소송상 지위는 그 승계참가인에게 승계되고(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다199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승계참가 시까지 한 소송행위의 효력은 그 승계참가인에게 미친다. 나. 기록에 의하면, 세경진흥 주식회사(이하 ‘세경’이라고 한다)는 2010. 9. 8.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소외 1이 그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어 원고(탈퇴) 및 원심 공동소송참가인의 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이라고 한다)이 된 사실, 승계참가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8조 제1항에 의하여 이 사건 소송목적물인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에 관한 추심권능을 그 압류 및 추심채권자인 원고(탈퇴) 및 원심 공동소송참가인으로부터 회복하여 그 권리를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2011. 3. 9. 원고(탈퇴) 및 원심 공동소송참가인에 대하여 소송승계참가를 신청한 사실, 원심 공동소송참가인은 위 소송승계참가 신청 전 2010. 5. 12.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고들은 원고(탈퇴)와의 전부금소송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아들여 원고(탈퇴)에게 전부명령에 기하여 전부된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1,280억 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전부명령에서 제외되었던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 21,985,651,635원에 대하여도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2010. 7. 20.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위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 공동소송참가인이 한 위 소송행위의 효력은 승계참가인에게도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소멸시효 이익 포기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변론주의나 석명의무를 위반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학교법인 단국대학(이하 ‘피고 단국대’라고 한다)은 1993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번 1 생략) 외 15필지(이하 ‘한남동 부지’라고 한다) 일대의 학교시설물을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지번 2 생략) 임야 8,033㎡ 외 33필지(이하 ‘용인 부지’라고 한다)로 이전하는 캠퍼스 이전계획 등을 수립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 단국대는 한남동 부지의 매도인 겸 위탁자로서 1996. 6. 28. 사업시행자 겸 한남동 부지의 수탁자인 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2003. 6. 2.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2006. 5. 19. 소외 2가 그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이하 편의상 파산선고 전 또는 파산자 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와 피고 파산자 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소외 2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고 한부신’이라고 한다), 한남동 부지의 매수예정자인 세경 등과 캠퍼스 이전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약정을 체결하였다. (3) 세경은 위 기본약정에 따라 1996. 6. 28. 공동매도인인 피고들로부터 한남동 부지를 287,024,471,4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동산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4) 그 후 피고 한부신은 1998년 12월경부터 세경으로부터 한남동 부지 등의 매매대금 명목 등으로 교부받은 약속어음이 부도처리되거나 그에 대한 지급보증의 효력이 상실되자 세경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1999. 8. 14. 세경에게 자금조달에 관한 합의 내용이 실행되지 아니할 경우 1999. 8. 19.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된다고 통지하였다. 세경은 위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은 1999. 8. 19. 해제되었다. (5) 세경은 2001년 2월경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300억 원씩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2차례에 걸쳐 각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하였고, 그 각 신청이 인용되어 2001. 2. 6. 한남동 부지에 관하여, 2001. 2. 7. 용인 부지에 관하여 각 부동산가압류등기가 마쳐졌다. 또한 세경은 2001년 10월경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피고들을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효력을 다투며 한남동 부지에 관한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로서 기지급한 매매대금 중 18억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5. 2. 18. 선고 2003나25005 판결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여 세경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세경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다20620호 판결로 상고기각되었다. (6) 한편 원고(탈퇴)를 비롯한 세경의 채권자들은 2003년 2월경부터 원고(탈퇴)가 2005년 10월경 전부명령을 신청하기 전까지 세경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피고들에 대하여 갖는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합계 21,985,651,635원 부분에 대하여 압류·가압류 조치를 취하였다. (7) 원고(탈퇴)는 2003년 3월경 세경을 상대로 어음할인대출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2005년 10월경 그 정본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세경이 피고들에 대하여 갖는 매매대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2005. 10. 18.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및 이에 대한 이자 등 일체의 반환채권 중 압류·가압류가 경합된 21,985,651,635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 중 청구채권액인 2,000억 원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이하 ‘이 사건 전부명령’이라고 한다)을 받았다. (8) 원고(탈퇴)의 세경에 대한 어음할인대출금채권은 2005. 10. 21. 현재 원리금 합계 221,545,571,530원이고,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은 2005. 10. 21. 현재 원리금 합계 180,435,682,189원이다. (9) 원고(탈퇴)는 2007. 2. 21.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14358호로 ①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전부명령에 기하여 2005. 10. 21. 당시 피전부채권의 원리금 합계 180,435,682,189원에서 압류·가압류가 경합된 21,985,651,635원을 공제한 나머지인 158,450,030,554원의 전부금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전부명령이 피고들에게 최종 송달된 다음날인 2005. 10. 22.부터 2007. 9. 18.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② 이에 더하여 주위적으로 피고들, 피고 단국대와 함께 한남동 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한스자람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한남동 부지에 관한 피고 단국대, 한스자람 주식회사 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③ 예비적으로 피고들, 한스자람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원고의 수익권 질권 침해에 대한 630여 억 원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이하 이 소송을 ‘전부금등소송’이라고 한다)를 제기하였다. (10) 전부금등소송의 제1심법원은 원고(탈퇴)의 전부금청구에 대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피고들에게 위 전부금 전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탈퇴)의 나머지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쌍방이 서울고등법원 2007나95637호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법원은 2008. 11. 11.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쌍방이 이를 받아들여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의 주요 내용은 “①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탈퇴)에게 1,280억 원을 2008. 11. 30.까지 지급한다. 피고들이 위 기일을 어길 경우 미지급 금원에 대하여 2008. 12.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② 원고(탈퇴)는 위 금원을 지급받는 즉시 피고 단국대에게 신탁 수익권증서를 반환하고, 서울고등법원 2007나102900호 수익권증서인도 사건의 항소를 취하한다. ③ 원고(탈퇴)는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한스자람 주식회사, 주식회사 경남은행 등에 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다. 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 잡아, 승계참가인이 피고들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매매대금반환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일인 1999. 8. 19.로부터 상법 소정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경과한 2004. 8. 19.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전부금등소송의 제1심법원이 원고(탈퇴)의 전부금청구에 대하여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점, 그 항소심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때에도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피고들의 변제책임을 인정한 점, 피고들은 2008. 11. 30. 원고(탈퇴)에게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기하여 매매대금반환채무 중 일부인 1,280억 원을 변제한 점, 피고들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수용할 당시나 그에 따른 변제 당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매매대금반환채무 중 일부인 위 변제금에 한정된다는 명시적인 유보를 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매매대금반환채무의 소멸시효 완성 후 그 채무를 일부 변제함으로써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분적인 금전채권의 일부에 대한 전부명령이 확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 송달된 때에 소급하여 전부된 채권 부분과 전부되지 않은 채권 부분에 대하여 각기 독립한 분할채권이 성립하게 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다35152 판결 등 참조). 원고(탈퇴)는 이 사건 전부명령에 의하여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를 전부받아 그와 독립한 별개의 분할채권을 갖게 된 것이고, 이 사건 전부명령에 의하여 전부되지 않은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은 전부금등소송의 소송물이 아니었으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서도 그에 관하여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들은 전부금등소송에서 원고(탈퇴)가 청구하는 원금 158,450,030,55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전부명령이 피고들에게 최종 송달된 다음날인 2005. 10. 22.부터 2007. 9. 18.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중에서 일부인 1,280억 원만을 인용하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과 원고(탈퇴) 사이에 당시 전부금채권의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었다고 볼 수 없고, 그에 대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전부 배척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 단국대는 원고(탈퇴)를 상대로 이 사건 수익권 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에서 승소하였다가 원고(탈퇴)의 항소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2007나102900호로 소송계속 중이던 분쟁을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전부금등소송에서 원고(탈퇴)가 전부금청구와 병합하여 청구한 피고들 등에 대한 한남동 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등 때문에 당시 진행하고 있던 한남동 부지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되어 이러한 분쟁 등도 신속히 일괄 타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세경이 이 사건 전부명령 신청 전에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합계 600억 원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부동산가압류를 하고,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중 18억 원의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 시효중단 조치를 취함으로써 원고(탈퇴)의 전부금채권 중 일부는 당시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한 상태였던 점 등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상당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전부금등소송에서 원고(탈퇴)를 포함한 세경의 채권자들이 압류·가압류한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21,985,651,635원 상당의 매매대금반환채권 부분은 세경이 취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쳐 시효로 소멸되지 아니하였고, 이 부분은 이 사건 전부명령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위 21,985,651,635원 상당의 매매대금반환채권 부분은 피고들이 향후 추심채권자 등에게 변제할 대상일 뿐 이를 원고(탈퇴)가 전부금으로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고들의 위 주장은 위 21,985,651,635원 상당의 매매대금반환채권 부분이 시효로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그 부분은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하고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채무자가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때에 성립하는 것임에 비추어, 피고들이 위와 같이 위 21,985,651,635원 상당의 매매대금반환채권 부분이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를 추심채권자 등에게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부분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고, 세경이 취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실제 위 21,985,651,635원 상당의 매매대금반환채권 부분에 미치는지 여부 및 미친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심리하여 시효소멸 여부 및 그 범위를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전부명령에 의하여 전부된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반환채권과 전부되지 않은 그 나머지 채권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분할채권인 점, 전부금등소송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서 확정된 권리의무관계의 범위 및 내용, 피고들이 전부금등소송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원고(탈퇴)에게 그에 따른 변제를 하게 된 동기 및 경위, 피고들이 그와 같은 변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이 원고(탈퇴)에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1,280억 원을 변제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전부명령에 의하여 전부되지 않은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에 대하여까지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들이 원고(탈퇴)에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1,280억 원을 변제함으로써 세경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매매대금반환채권에 대하여까지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데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배당이의]〈개인회생채권자목록 제출을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없다고 본 사안〉[공2017하,1610]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는 경우,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제1항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3] 민법 제162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2]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3]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공2012상, 995)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와 담당변호사 박환택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구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3. 26. 선고 2013나193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2012. 1. 20.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대전지방법원 2012개회2721)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개인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2조 제3호는 이러한 경우 시효가 중단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승인이라고 할 것이고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았고, 나아가 위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 없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시효이익 포기가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소외인이 이 사건 배당기일인 2013. 6. 5. 피고의 위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피고에게 5,000만 원이 배당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소외인은 피고의 채권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심은 피고의 시효이익 포기 항변을 받아 들여, 피고의 위 채권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그 배당액의 삭제 등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위 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사실, 소외인이 2012. 1. 20. 위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당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채권액 5,000만 원을 기재하고, 그 부속서류인 별제권부채권 내역에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5,000만 원, 이 사건 부동산의 환가예상액을 1억 1,000만 원, 별제권 행사로도 변제받을 수 없는 피고의 채권액을 0원으로 기재한 사실, 법원은 소외인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무렵 피고가 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송달받았다거나 위 목록 제출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 증명이 없다. 이 사건에서 소외인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당시에 피고의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법적 효과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멸시효기간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피고의 근저당권부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소외인에게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는데, 이 사건 배당기일에서 소외인이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 사건 배당이의를 제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피고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이 배당절차에서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피고의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여 제출한 사정이나, 소외인이 직접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중시하여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 후 각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고영한 김창석(주심) 조희대 |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65556 판결 [청구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의 법적 성격(=관념의 통지) 및 채무승인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한지 여부(소극) [2] 채무자 갑이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인 채권자 을 주식회사에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한 행위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행위는 갑이 자신의 채무 또는 을 회사의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을 회사에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 갑이 채무를 면하기 위하여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184조 [2] 민법 제16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백제 담당변호사 강영신 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유라이프 담당변호사 송진규 외 6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7. 9. 7. 선고 2016나1208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고, 피고는 ‘주채무자 소외인이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부채증명서의 발급을 의뢰한 행위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에 해당하고 그 시효 중단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친다’고 항변하였다. 원심은, 소외인이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기 위하여 대리인을 통하여 피고에게 부채증명서 발급의뢰서를 제출한 사실 및 피고가 소외인에게 부채증명서를 발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①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려는 채무자는 채권의 누락으로 인한 불측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잠재적 채권자들과 채권의 내역을 조사·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 실제 부담하는 채무를 증명하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필요가 있는 점, ② 파산 및 면책 신청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관행에 따라 파산 및 면책 신청을 준비하는 채무자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금융기관이 마련한 부채증명서 발급절차에 따라 의례적으로 부채증명서 발급신청서를 작성하여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점, ③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려는 채무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면하려는 데 있는 점, ④ 소외인의 대리인이 부채증명서 발급의뢰서를 작성하면서 그 사용용도란에 ‘개인파산’이라고 기재하였으므로 피고도 소외인이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목적이 위와 같음을 알 수 있었던 점을 들어, 소외인이 피고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상대방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서, 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와 달리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참조). 만약 앞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소외인이 피고에게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한 행위를, 소외인이 자신의 채무 또는 피고의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피고에게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설령 소외인이 그 채무를 면하기 위하여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발급 의뢰 행위는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인이 위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한 행위를 자신의 채무 또는 피고의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피고에게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한 후, 위 행위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데에는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김재형 |
(6) 면책적 채무인수
면책적 채무 인수시 채무의 동일성이 유지되면서 인수인이 종래의 채무자의 지위를 교체하여 새로이 종래의 채무자와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나, 인수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채무인수와 동시에 이루어진 소멸시효 중단사유, 즉 채무승인에 따른 채무인수일로부터 새로이 진행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376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376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1999.8.15.(88),1602] 【판시사항】 [1] 면책적 채무인수의 법률효과 및 개인이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는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경우에도 그 인수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적극) [2] 면책적 채무인수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1] 면책적 채무인수라 함은 채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종래의 채무자로부터 제3자인 인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채무인수로 인하여 인수인은 종래의 채무자와 지위를 교체하여 새로이 당사자로서 채무관계에 들어서서 종래의 채무자와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고 동시에 종래의 채무자는 채무관계에서 탈퇴하여 면책되는 것일 뿐이므로, 인수채무가 원래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던 채무라면 그 후 면책적 채무인수에 따라 그 채무자의 지위가 인수인으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의 기간은 여전히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는다 할 것이고, 이는 채무인수행위가 상행위나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면책적 채무인수가 있은 경우, 인수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채무인수와 동시에 이루어진 소멸시효 중단사유, 즉 채무승인에 따라 채무인수일로부터 새로이 진행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53조, 제454조, 상법 제64조[2] 민법 제168조, 제178조 제1항, 제453조, 제45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27476 판결(공1996하, 3325) [2] 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97 판결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화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상순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임석) 【환송판결】 대법원 1998. 10. 2. 선고 98다26583 판결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9. 2. 5. 선고 98나1208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소외 신세계종합건설 주식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함과 동시에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무자를 원고로, 근저당권자를 피고로 하는 원심 판시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으므로,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한 다음,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인수채무는 원래 소외 회사가 부담하던 상사채무와 동일한 것으로서 위 근저당권 설정일인 1988. 11. 14.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가 채무인수에 의한 것이라면 그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도 인수채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인수채무가 상사채무인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인수자 사이에서 채무인수행위가 채권자 또는 채무인수자의 상행위 내지 보조적 상행위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가려져야 할 것인데, 원고의 채무인수행위가 상행위 또는 보조적 상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인수채무는 상사채무가 아닌 민사채무로 보아야 하고, 위 근저당권 설정일로부터 10년이 되기 전인 1996. 11.경 채권자인 피고가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를 신청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되었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도 역시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다. 2. 그러나 면책적 채무인수라 함은 채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종래의 채무자로부터 제3자인 인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채무인수로 인하여 인수인은 종래의 채무자와 지위를 교체하여 새로이 당사자로서 채무관계에 들어서서 종래의 채무자와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고 동시에 종래의 채무자는 채무관계에서 탈퇴하여 면책되는 것일 뿐이므로(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27476 판결 참조), 인수채무가 원래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던 채무라면 그 후 면책적 채무인수에 따라 그 채무자의 지위가 인수인으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의 기간은 여전히 5년의 상사시효의 적용을 받는다 할 것이고, 이는 채무인수행위가 상행위나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소멸시효기간은 채무인수와 동시에 이루어진 소멸시효 중단사유, 즉 채무승인에 따라 채무인수일로부터 새로이 진행되는 것일 뿐이므로(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97 판결 참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인수채무는 1988. 11. 14.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인수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이 민사채무에 관한 10년이라고 본 나머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채무인수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소멸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항변을 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96. 10. 31. 이 사건 인수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해 11. 4.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된 사실, 그 후 1996. 12. 26.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일부에 대하여 낙찰허가결정이 이루어졌고, 1997. 3. 3.에는 그 일부 부동산에 관하여 이전등기촉탁이 이루어지기까지 한 사실, 한편, 채무자인 원고와 채권자인 피고는 연명으로 1997. 1. 11.경 경매법원에 경매기일연기신청서(을 제1호증의 2)를 제출하였는데, 그 서면에는 "일부 부동산이 낙찰되어 채권의 일부가 충족되게 되어 있고, 채무자로부터 간곡한 요청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변제하겠다고 하므로 본 기일을 1차에 한하여 연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그 직후인 1997. 1. 30.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에서 1996. 4.경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는 피고와 연명으로 위 경매기일연기신청서를 작성 $제출할 당시에 이 사건 인수채무에 관한 소멸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그 후 원고가 다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도 반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인수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위와 같이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는 이상 원심의 위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주심) 이용훈 |
(7) 채권양수도
채권양수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채권을 양도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교부받아 이를 증거로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위 진술서를 교부받음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그 무렵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판단된 사례가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 있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 [공사대금][공2000.6.15.(108),1258] 【판시사항】 [1]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방법 [2] 채권양수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채권을 양도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교부받아 이를 증거로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위 진술서를 교부받음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그 무렵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2] 채권양수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채권을 양도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교부받아 이를 증거로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위 진술서를 교부받음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였으므로 그 무렵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2]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공1998하, 2863) 【전 문】 【원고,피상고인】 비씨건설 주식회사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재웅)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11. 25. 선고 97나5526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원고는 1991. 4. 23.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서울 송파구 (주소 생략) 지상에 지하 1층, 지상 4층 주택을 공사대금 1억 4,500만 원, 공사기간 1991. 4. 30.부터 1991. 8. 30.까지로 정하여 신축하기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계약금 1,2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 1,800만 원은 1991. 5. 5.에 각 지급하였고, 잔대금 1억 1,500만 원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하여 준공검사를 마친 후 직접 임대하여 임대보증금을 수령하는 방법으로 충당하기로 한 사실, 원고는 약정 준공기일이 지난 1992. 4. 7. 위 건물을 완공하여 준공검사를 받아 피고에게 인도하였고, 피고로부터 1992. 4. 15. 잔금 중 금 3,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사잔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공사대금 채권의 시효소멸 주장에 대하여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1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의 추심을 위임받았음에도 그 공사대금 중 금 4,000만 원의 채권을 원고로부터 양도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 피고는 위 소송에서 채권 양도사실을 다투면서 피고의 처를 통하여 원고로부터 "원고는 위 소외 1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한 적이 없어 위 채권양도는 무효이고 위 공사대금 채권 중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금 6,0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 8,500만 원의 공사대금 채권은 원고가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교부받아 이를 위 소송의 증거로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 8,500만 원의 채권을 원고가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교부받음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여 이를 승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그 무렵 중단되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승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공사잔대금 채권의 포기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을 제1호증의 기재 등에 의하여 원고의 대표이사 소외 2가 당초 약정된 준공기일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여 피고로부터 독촉을 받아 오다가 약정 준공기일이 지난 1992. 2. 12.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책임을 절감하고 공사기간을 1992. 2. 29.까지로 연장하여 완공할 것이며 연기된 날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공사중인 건축물을 현상대로 피고인에게 인도하고 피고에 대한 공사잔대금 일체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원고가 연기된 준공기일인 1992. 2. 29.까지 위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는 경우 공사잔대금 1억 1,500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예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위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인다고 하여 그 액수를 금 4,000만 원으로 감액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하자보수비 채권 및 지체상금 채권과의 상계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공사대금 중 금 3,000만 원을 지급할 당시 원고로부터 그때까지 발생한 이 사건 건물의 하자보수비로 금 1,280만 원을 지급받고 이 사건 공사로 인한 하자의 보수에 대하여는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의 하자보수비 상당의 손해배상 채권과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였고, 또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두로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피고의 지체상금 채권과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이돈희 송진훈 윤재식(주심)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864 판결 [대여금][공2001.4.15.(128),759] 【판시사항】 [1] 구 상호신용금고법상의 동일인 대출한도를 회피하기 위하여 상호신용금고의 양해하에 형식상 제3자 명의를 빌려 체결된 대출약정의 효력(무효) [2] 객관적으로는 수건의 미변제 대출금 채무 중 일부의 변제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수건의 채무 전부를 변제한다는 의사가 있었던 경우, 이는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동일인에 대한 대출액 한도를 제한한 구 상호신용금고법(1995. 1. 5. 법률 제48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주채무자가 실제 대출받고자 하는 채무액에 대하여 제3자를 형식상의 주채무자로 내세우고, 상호신용금고도 이를 양해하여 제3자에 대하여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제3자 명의로 대출관계서류를 작성받은 경우에는, 제3자는 형식상의 명의만을 빌려 준 자에 불과하고 그 대출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상호신용금고와 실질적 주채무자이므로, 제3자 명의로 되어 있는 대출약정은 상호신용금고의 양해하에 그에 따른 채무부담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이다. [2] 채무자가 수건의 대출금 채무 중 변제되지 않고 있는 모든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로 채권자에게 잔존 채무를 정산해 달라고 하였는데, 채권자의 실수로 일부의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 채무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정산하여 채무자가 위 나머지 채무가 남아 있는 전채무인 것으로 알고 이를 변제한 경우, 채무자로서는 채권자가 제외된 채무까지 포함하여 정산하고 이를 잔존 채무로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변제하였을 것이므로, 채무자의 행위는 정산된 채무만이 전채무이고 그 이상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 한다는 인식을 표시하거나 특정채무를 지정하여 그 일부의 변제를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자신이 부담하고 있던 모든 채무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관념을 표시한 것으로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8조, 구 상호신용금고법(1995. 1. 5. 법률 제48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2]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8076 판결(공1996하, 2847)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공1998하, 2394)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48989 판결(공1999상, 657) [2]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공2000상, 1258) 【전 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현대상호신용금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원심판결】 전주지법 2000. 10. 18. 선고 99나54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 1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와 피고 1 사이의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 1에 대하여 동일인에 대한 대출액 한도를 제한한 구 상호신용금고법(1995. 1. 5. 법률 제48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주채무자가 실제 대출받고자 하는 채무액에 대하여 제3자를 형식상의 주채무자로 내세우고, 상호신용금고도 이를 양해하여 제3자에 대하여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제3자 명의로 대출관계 서류를 작성받은 경우에는, 제3자는 형식상의 명의만을 빌려 준 자에 불과하고 그 대출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상호신용금고와 실질적 주채무자이므로, 제3자 명의로 되어 있는 대출약정은 상호신용금고의 양해하에 그에 따른 채무부담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8076 판결, 1999. 3. 12. 선고 98다48989 판결 참조). 원심이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1 사이의 대출약정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이유불비, 통정허위표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 2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2가 1993. 6. 11. 원고에게 금 284,347,446원을 지급하여 이 사건 채무를 제외하고 그 동안 상환하지 않고 남아 있던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였으나 위 피고와 원고는 원고 직원의 실수로 위 피고가 이 사건 채무를 포함하여 원고에 대한 채무를 모두 변제한 것으로 오인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위 피고는 당시 원고에 대한 수개의 채무 중 그 동안 변제되지 않고 있던 모든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로 위 금원을 지급한 것이고 원고도 같은 의사로 위 금원을 수령한 것이므로, 위 피고가 당시 원고에 대하여 수개의 채무 중 일부를 변제한다는 의사로 위 금원을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즉 위 채무변제가 채무 전부에 대한 변제의 의사로 된 것이고 일부로서의 변제가 아니므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 부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묵시적이건 명시적이건 불문한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상대방의 권리가 존재하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 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할 것이 필요하지도 아니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당시 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동일인의 대출한도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명의 뿐 아니라 제3자의 명의를 형식상 빌린 10개 이상의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위 대출금 채무 중 그 동안 변제되지 않고 있던 모든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로 원고 직원에게 잔존 채무를 정산해 달라고 하였는데, 원고 직원의 실수로 이 사건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 채무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정산하여 위 피고가 위 나머지 채무가 남아 있는 전채무인 것으로 알고 이를 변제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당시 위 피고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채무까지 포함하여 정산하고 이를 잔존 채무로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변제하였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피고의 위 행위는 정산된 채무만이 자신의 원고에 대한 전채무이고 그 이상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표시하거나 특정채무를 지정하여 그 일부의 변제를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자신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모든 채무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관념을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의 위와 같은 경위에 의한 채무변제는 당시 객관적으로 남아있던 위 피고의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으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해석을 그르치거나 채무승인에 따른 소멸시효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1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그 피고와 사이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방법 [2] 당사자 간의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물품을 추가로 주문하고 공급받은 행위가 기왕의 채무의 존부 및 액수에 대한 인식을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소극) [3] 시효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의 증명책임의 귀속 (=채권자) [4] 법원의 석명권 행사의 내용 및 그 한계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2]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3] 민법 제168조 제3호[4] 민사소송법 제13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공1998하, 2863)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공2000상, 1258) [3] 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2다14624 판결 [4]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공1996상, 911)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39742 판결(공1998상, 495) 대법원 1998. 4. 28. 선고 98다4712 판결 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19526 판결(공2000하, 2302)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다79013 판결(공2004상, 601)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다31845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평동환경위생기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인중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정수 외 2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04. 9. 23. 선고 2004나35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 참조),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1995. 9. 2.경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유기물 발효장치 등을 공급하고, 피고는 이를 대전과 충남 전지역에서 판매하는 내용으로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후 위 물품을 1996. 10. 21.까지 13회에 걸쳐 피고에게 공급하였고, 피고는 1996. 9. 5.까지 11회에 걸쳐 그 대금 중 일부 금원을 변제하였으나 나머지 30,599,005원을 변제하지 않고 있는 사실, 원고는 1999. 9. 10.경 피고에게 잔대금 지급을 최고한 후 1999. 9. 16.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1996. 10. 21. 피고가 원고에게 상품을 주문함으로써 기왕에 공급된 물품대금채무를 승인하였으니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와 같은 상품의 주문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그 이전의 모든 채무에 대하여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하여 이를 배척하였는바, 당사자 간에 계속적 거래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품 등을 주문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기왕의 미변제 채무에 대하여 서로 확인하거나 확인된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등의 절차가 없었다면 기왕의 채무의 존부 및 액수에 대한 당사자 간의 인식이 다를 수도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단순히 기왕에 공급받던 것과 동종의 물품을 추가로 주문하고 공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왕의 채무의 존부 및 액수에 대한 인식을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무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채무자에 의한 채무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채권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2다14624 판결 참조), 또 법원의 석명권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 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 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석명권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다31845 판결 참조), 원고는, 자신과 계속적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피고가 1996. 10. 21. 물품을 공급받은 행위자체가 종전 거래행위로 인한 채무를 포괄적·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는 주장만을 하였을 뿐, 위와 같은 추가주문 당시 미지급 기존채무에 관하여 원고의 변제촉구 및 피고의 변제약속 등 채무의 승인이라고 볼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가 아무런 주장을 한 바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그와 같은 점에 대하여 주장·입증을 권유 혹은 촉구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나아가 심리하지 아니한 것이 석명권의 불행사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윤재식(주심) 이용우 김영란 |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근저당권말소·매매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승인의 표시 방법 [2] 채무자의 승인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된 채무에 대하여 채권자가 변제를 유예해 준 경우, 소멸시효 재진행의 기산점 [3] 소멸시효의 기산일이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민법 제168조 제3호 [2] 민법 제166조, 제168조 제3호, 제178조 [3] 민법 제166조, 제178조, 민사소송법 제20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공1992, 1595)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공1995하, 3622)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8661 판결(공1998하, 2863)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공2000상, 1258)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3]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공1995하, 3263)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무진유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국)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진로의 관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진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06. 3. 23. 선고 2005나8055, 806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하며,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 및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반소피고)가 1998. 3. 31.부터 2001. 6. 30.까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요청에 따라 매 분기 말일에 이 사건 물품대금이 포함된 잔액확인통지서를 작성·교부하여 준 행위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거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하여 피고가 채무의 변제를 유예해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약 그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유예의 의사를 표시한 때부터, 그리고 유예기간을 정하였다면 그 유예기간이 도래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원고(반소피고)의 승인에 대한 피고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채무의 변제가 유예되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예된 변제기한에 관계없이 소멸시효는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피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승인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어놓은 것이어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인 까닭에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소멸시효의 중단을 인정하면서 그 중단일자를 기산일로 한 소멸시효의 재진행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조치에 심리미진 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효중단일인 2001. 6. 30.부터 다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이 그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04. 6. 16. 소장을 제출한 후 제1심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부도 이후 이 건 소송제기 직전에 구두로 변제를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자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은 채무이행의 최고 시점으로부터 6개월 내인 것으로 봄이 상당한 같은 해 7. 22. 피고가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청구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였고 나아가 같은 해 9. 20.에는 원고(반소피고)를 상대로 하여 반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재판상의 청구를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민법 제174조에 따라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위 최고에 의하여 다시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니, 원고(반소피고 포함)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따라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정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
(8) 변제유예 합의 등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는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어 설령 변제기 유예가 회생절차의 진행을 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회생절차 폐지시로부터 중단되었던 채권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위 변제기 유예합의에는 채무의 승인이 전제되었으므로 그 시점에 채무승인으로서의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본 판례(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6다208303 판결)가 있다.
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6다208303 판결 [임금][공2016하,1497] 【판시사항】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에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도 채무에 대한 승인이 전제된 것이므로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제3호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비즈텍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 21. 선고 2015나4214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2010. 3. 24. 원고에게 이 사건 퇴직금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변제하는 것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여 원고가 이에 동의하였는데, 피고의 위와 같은 변제기 유예 요청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는 2014년까지 중단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의 위와 같은 변제기 유예 요청이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일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인데, 2010. 4. 8. 회생절차가 폐지된 이상 승인의 효력이 없다는 것이나,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도 채무에 대한 승인이 전제된 것이므로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는 것이고, 설령 변제기 유예가 회생절차의 진행을 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회생절차 폐지 시로부터 중단되었던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와의 관련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95477)에서 ‘원고에 대한 퇴직금 중 일부를 아직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등 퇴직금채무에 대한 승인의 취지가 기재된 2012. 5. 9.자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고, 그 준비서면이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된 사실을 알 수 있어, 위 준비서면의 제출로 이 사건 퇴직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이 이유 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용덕 김소영(주심) 이기택 |
한편,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이기는 하나 시효기간 진행 중 또는 완성 후에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대부료를 납부해왔다면 해당 계약에 의하여 해당 토지가 국가의 소유임을 승인하고 임차인의 지위에서 이를 점유함으로써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으로서 취득시효의 중단사유인 승인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도 있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49918 판결).
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49918 판결 [소유권확인][공1994.10.15.(978),260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경덕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1993.8.26. 선고 92나1828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3. 제2항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원래 귀속재산인 이 사건 계쟁 토지를 1945.8.30.부터 계속 점유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점유는 귀속 재산 처리에 관한 특별 조치법에 따라 1965.1.1.부터 자주점유로 전환되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85.1.1. 그 취득시효 기간이 경과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항변인 원고의 점유는 취득시효기간 진행중에 타주점유로 전환되었거나 취득시효기간 경과 후에 원고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청으로 지정된 피고 산하 청주시와 사이에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5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4.2.경부터, 제2 내지 제4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7년경부터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1991년경까지 매 1년 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으나, 원고는 당시 글을 제대로 모른 나머지 위 대부계약을 체결하여야 소유권이나 연고권을 인정받아 그 명의로 등기할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따라 위 대부계약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일종의 권리보전절차로 믿었고, 대부료는 토지에 대한 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하고 계속 납부하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국유재산 대부계약 체결행위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원고의 점유가 타주점유로 전환되었다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1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이러한 국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한 사실조차 없으므로 피고의 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국유재산 대부계약의 내용은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들이 피고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국유재산법 소정 절차에 따라 원고가 이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면서 일정한 사용료를 납부하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하여 이를 점유하다가 그 기간이 만료되면 원상회복시키기로 하는 내용이며, 같은 목록 제5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4.2.경부터 1991년까지 사이에 7차례에 걸쳐, 같은 목록 제2 내지 제4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사이에 4차례에 걸쳐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원심이 위 대부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의 의사표시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던 것처럼 내세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는 기록상 원고의 딸인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과 원심의 원고본인 신문결과밖에 없는데,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가운데서 원고본인 신문결과만을 증거로 채용하여 이와 같은 사정을 인정하였으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 토지에 관하여 4차례 또는 7차례에 걸쳐 동일한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대부료를 납부하여 왔음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증거만으로 그와 같은 사실인정을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원고는 위에서 인정한 국유재산 대부계약에 의하여 위 토지들이 피고의 소유임을 승인하고 임차인의 지위에서 이를 점유함으로써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래 시효제도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사회는 이것을 진실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신뢰하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수의 법률관계가 맺어지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그대로 인정하여 법률생활의 안정과 평화를 달성하려는 데 그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원고가 시효기간 진행 중 또는 그 완성 후에 위와 같은 대부계약을 여러차례 체결하였고 그 계약체결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면 이러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질서가 형성되었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까지 다시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자를 보호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의 그 판결 별지목록 제2 내지 제5기재 토지에 관한 판단에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및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원심이 원심판결의 별지목록 제1기재 토지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국유재산 대부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하여 피고의 타주점유로의 전환 및 시효이익의 포기의 항변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판단유탈의 위법을 저지른 잘못이 없으며, 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없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별지목록 제2 내지 5기재 토지에 관한 이 사건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토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를 기각하며, 그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
(9) 공탁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여부가 문제되는 공탁은 주로 변제공탁의 경우이다. 변제공탁은 금전 기타 재산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채권자 측의 수령거절 또는 수령불능 등으로 인하여 변제를 할 수 없거나 채무자의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어 변제를 할 수 없는 경우 채무 목
적물을 공탁함으로써 채무를 면하게 하는 제도이다42). 이처럼 변제공탁은 변제의 사실상 어려움에 대비한 변제의 한 방법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유효한 변제공탁이 있으면 채무의 이행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채무의 묵시적 승인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일부공탁의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한
공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채무소멸의 효과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나 구체적인 경우에 공탁자의 의사를 감안하여 채무의 묵시적 승인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42) 김용담, 주석 민법 : 채권총칙 제4판, 2014. 1. 31., 395면. |
반면,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판결 및 항소심판결 선고 전에 1,000만 원을 각 공탁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제한신고서도 첨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 전후의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5216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6735 판결 등). 그리고 동 사안의 경우 공탁자가 채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상태에서 일단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경감할 목적으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합의금 중 일부를 공탁한 것인만큼 해당 공탁금을 초과하는 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탁금을 넘는 채무의 묵시적 승인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5216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5216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판시사항】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채무승인의 방법과 증명책임 및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을 공탁한 경우,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 여부의 판단 기준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7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공2007하, 2001)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6735 판결(공2010하, 200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일 담당변호사 서성원 외 2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4. 10. 30. 선고 2014나67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분양대금 지급 액수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제출한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대한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피고가 2003. 6. 25. 원고로부터 분양대금 7,6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하였으므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원심이 판단을 누락하거나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2. 공탁으로 인한 채무 소멸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공탁을 할 당시 이미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금액에 대해 다툼이 있었고 피고가 공탁원인에 채무 전액의 변제임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공탁한 5,000만 원은 채무 전액에 대한 공탁으로 볼 수 없고 다만 일부에 대한 공탁으로서 효력이 발생할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제공탁의 효과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소멸시효 완성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고,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채무자에 의한 채무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채권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 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6735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2007년경 원고에게 5,000만 원을 공탁하였으므로 이는 채무 전액의 승인에 해당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소멸시효 중단으로부터 민사소멸시효 10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 11. 29.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3. 6.경 공인중개사인 피고로부터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하라는 제의를 받아 피고에게 7,600만 원을 지급하고 아파트 분양계약서와 입금표를 교부받은 사실, 그 후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간 다툼 등으로 인하여 분양에 문제가 생기자 원고는 2006. 10.경 분양계약서 위조에 의한 사기분양 혐의로 피고와 분양대행사 직원을 고소한 사실, 그 수사절차에서 피고는 이 사건 분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원고에게 분양권 매매를 중개하였을 뿐이며, 원고로부터 분양대금 7,600만 원을 받았으나 분양대행사와 사이에 정산할 금원이 있어서 이를 분양대행사에 입금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기 혐의를 부인한 사실, 피고는 위 수사절차 진행 중이던 2007년경 원고를 피공탁자로 지정하고 공탁원인사실에 ‘민형사사건 합의금조’라고 표시하여 5,000만 원을 공탁하였는데 그 공탁원인사실 중에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는 없었으며 위 공탁액은 당시 원고가 합의금으로 요구하던 금액에 크게 모자랐던 사실, 원고는 2007. 3.경 위 공탁금을 수령하였고 피고에 대한 위 수사는 2007. 4.경 분양대행사 대표의 소재불명을 이유로 참고인중지 처분이 내려짐으로써 종결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채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상태에서 일단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경감할 목적으로 원고가 요구하는 합의금 중 일부를 공탁한 것으로서, 피고가 위 공탁에 의하여 당시 그 공탁금을 초과하는 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원고에게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가 위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위와 같이 형사합의금을 공탁한 사실만으로 원고에 대한 채무 전액에 대하여 승인의 효력이 발생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
라. 소결
이처럼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묵시적 승인은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상대방에게 한다는 요건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표시의 구체적인 방법은 채무의 일부변제, 담보의 제공, 기한유예의 청구, 특별법의 제정, 상계, 채무인수, 채권양수도, 변제유예의
합의 및 공탁 등으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채무 자체를 인식하고 있음을 표시하면 족하며 특별한 형식이나 추가요건을 요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 것이다. 채무의 승인은 기본적으로 채무자가 권리자에게 하는 자발적 의사표시이므로 권리자가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 여부를
통지하고 해당 사실이 채무자에게 도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채무의 승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인바, 채무의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사실상의 경계는 채무자의 자발적 의사표시에 있을 것이다. 또한 채무 인식 사실의 표시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은 해당 권리를 둘러싼 권리자와 채무자 간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객관적
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채무의 승인이 소멸시효제도가 일정기간 동안 권리자의 권리불행사 지속이라는 사건에 의해 해당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를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반영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 대법원 판례의 유연한 해석은 매우 의미가 크다 하겠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가 일정한 사실상태의 존중뿐만 아니라 권리자와 의무자 간 권리행사 가능성에 대한 합의 내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어지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도 채무의 묵시적 승인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4. 결론
현행 민법은 1958년 2월 22일에 공포되어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중으로 현재까지 16회에 걸친 개정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 제도를 포함한 민법총칙편이나 물권 및 채권법 분야 등 재산법의 개정은 거의 없었다. 43) 그러다가 2002년 독일민법의 소멸시효 개정, 2008년의 프랑스민법의 소멸시효 개정, 일본민법의 2009. 3.경 마련된 일본 채권법개정의 기본방침 등에 자극을 받아 마련된 2013년 민법 개정시안에서는 소멸시효 완성시 그 이익을 받을 자가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상대적 소멸설을 채택하였고, 소멸시효의 기산점도 권리행사가능시점에 권리자의 권리행사가능성 인식이라는 주관적 요건까지 추가하였다. 이로써 기존의 시효의 중단 또는 정지 사유에 더하여 소멸시효 제도를 개별사안에 맞게 탄력적으로 해석 및 운용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개정시안이 아직은 현행 민법의 개정에까지 이어지지 않은 만큼, 현 시점에서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필자는 이를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소멸시효 완성시 해당 권리를 절대적으로 소멸시키자는 절대적 소멸설이나 소멸시효 완성시 채무자에게 항변권을 부여하자는 상대적 소멸설 모두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결과물인 사회적 합의라면 이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소멸시효 제도의 수단적인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소멸시효의 완성효과는 시효원용권의 발생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2013년 민법 개정시안의 소멸시효 관련 부분이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이에 따른 상대적 소멸설의 입법은 그간의 소멸시효완성 효과에 관한 학설의 대립 및 소멸시효제도의 운용 경과에 대한 그간의 고찰에 따른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있을 것임과 동시에 채무자의 한정된 자원을 권리행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채권자들에게 조속히 배분함으로써 그 효용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인바, 필자의 시각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소멸시효 제도 자체가 여러 요건의 유기적인 조합에 따라 소멸시효 완성 여부라는 결과가 도출된다는 측면에서 소멸시효의 중단, 정지제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중 사인간의 권리조정이라는 측면 및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합리적인 관점에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향후 소멸시효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채무의 승인이라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해석을 통해 일정기간의 경과만으로 해당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것이 개별 사안에서 불합리할 경우 그 적극적 해석을 통해 소멸시효제도의 수단성을 인정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채무의 승인에 대한 기존 사례 및 향후 해석방향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채무의 승인에 대한 요건으로 우리 대법원은 채무의 존재를 채무자가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채권자에게 표시함에 족하다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제시하면서 비교적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례의 집적 및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