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와 투자의 구별에 관한 법적 고찰-박광선 2020
요 지;
현실에서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주된 쟁점인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원고는 대여금 반환을 구하고 피고는 받은 돈이 투자금이었음을 주장하며 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건, 원·피고가 수수하기로 약정한 이자 또는 이익분배금에 대해 이자제한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건, 피고인이 받은 돈의 법적 성격이 사기죄의 공소사실 증명에 영향을 주는 형사사건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원은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며 문제 된 거래의 법적 성질을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판단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이 설시하는 기준은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법원에 따라 제각각이고, 우리나라 법률에 규정된 소비대차 및 투자의 개념과도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체계에 부합되면서도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이 확보되는 사안 해결을 위해서는, 법원이 적용하는 판단 기준 및 심리방식에 대하여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법적 기준은 우리나라 법률에 규정된 소비대차 및 투자의 개념을 고려하여 원본 손실위험의 유무로 일원화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원본 손실위험에 관한 약정이 있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돈의 사용처, 돈이 사용된 명의, 당사자 사이의 금전거래 패턴, 수익금 변동 가능성에 대한 합의의 여부, 담보 제공 여부, 법률행위 후의 대화 내용 등의 고려요소에 대한 검토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대여와 투자의 구별 문제가 가지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투자가 대여사실을 부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안에서는 투자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도 거래구조에 대한 설명 및 자료 제출을 촉구하고 그에 따른 당사자의 답변내용을 사실관계 확정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Ⅰ. 들어가며
현실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금전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그 거래가 어떠한 유형의 법률행위로 평가받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준 돈의 반환을 구하거나 일정한 내용의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지, 해당 거래에 대해 어떤 법적 규제가 적용되는지가 달라진다. 그래서 민·형사소송에서는 당사자들이 한 금전거래의 법적 성격이 종종 다툼의 대상이 되는데, 그중 가장 빈번한 유형 중 하나는 한 당사자는 대여를 주장하고, 다른 당사자는 투자를 주장하는 경우이다.
특정 금전거래가 대여인지, 투자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첫번째로, 민·형사소송에서 흔히 사용하는 ‘투자’라는 용어의 의미가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은 ‘투자성’에 대한 정의조항을 두고 있으나, 법원조차도 자본시장법 자체가 쟁점이 아닌 일반 민·형사사건에서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자본시장법상의 투자성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급심 판례들을 살펴보면, 투자의 개념이 무엇인지, 대여와 구별되는 투자의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하급심의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도 않아 보인다. 두 번째로, 대여와 투자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배경이나 법률관계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으므로, 사실관계를 세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구별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여를 위해 돈을 송금하는 경우와 채무의 변제를 위해 돈을 송금하는 경우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실적·경제적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대여와 투자는 공통적으로 최초의 금전거래만 놓고 보면 돈을 받는 측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입장에 있다는 점, 돈을 받는 측이 추후에 일정한 반대급부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 등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그렇기에, 대여 주장과 투자 주장이 맞부딪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 거래가 이루어진 배경 등에 대한 충분하고도 세밀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고서는 법률관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세 번째로, 다른 금전거래와 마찬가지로 대여나 투자약정을 하는 경우에도 당사자들 사이에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서 쌍방의 합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대여와 투자의 구별을 어렵게 하는 데에 일조한다.
이 글은 일관되지 않은 대여와 투자의 법적 구별기준을 정립하고, 대여와 투자의 구별에 관한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심리·판단방식을 찾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 Ⅱ항에서는 우선,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대여와 투자의 개념은 무엇이고, 두 개념이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살펴본다. Ⅲ항에서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문제되는 주된 사건 유형은 무엇이고, 법원은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본다. 다음으로, Ⅳ항에서는 기존 하급심 판결례 혹은 소송법상 원칙의 적용과 관련하여 수정·개선의 필요는 없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Ⅴ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판단·심리방식을 개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 제안을 한 후, Ⅵ 항에서는 판례 실무와 심리방식에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Ⅱ. 대여와 투자의 개념 개관
1. 민법상 대여의 개념
민·형사소송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여(貸與)라는 용어는, 민법상 소비대차를 의미한다. 이는 대주가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인 차주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차주는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계약 유형을 말한다(민법 제598조). 만일 빌린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같은 하자 있는 물건으로 반환하는 대신 그 가액을 반환할 수 있고,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반환 의무가 불능이 된 때의 물건의 가액으로 반환하는 방법으로 그 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다.1) 위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주가 대주에게 빌린 물건과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은 소비대차의 본질에 해당하는 요소이다.2) 따라서 거래당사자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반환 약정이 없다면 둘 사이의 거래를 소비대차 혹은 대여로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1) 지원림, 민법강의, 홍문사(2019), 1471~1472 2) 김용담(편)/정병호(집필), 주석 민법 [채권각칙(3)], 한국사법행정학회(2016), 421. |
대주와 차주는, 차주가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을 반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자까지 더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자 지급은 어디까지나 대주와 차주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쌍방이 이자 지급의 약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대주와 차주의 계약이 민법상 소비대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3)
3) 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다13790 판결; 지원림(주 1), 1469; 김용담(편)/정병호(집필)(주 2), 421. |
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다1379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2.12.1.(933),3110] 【판시사항】 가. 민법 제607조, 제608조의 적용범위 나. 대여금에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는 소비대차계약의 성립 가부(적극) 【판결요지】 가. 민법 제607조, 제608조는 소비대차계약 또는 준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차주가 반환할 차용물에 관하여 대물반환의 예약이 있는 경우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제607조(대물반환의 예약) 차용물의 반환에 관하여 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할 것을 예약한 경우에는 그 재산의 예약당시의 가액이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액을 넘지 못한다. <개정 2014.12.30> 제608조(차주에 불이익한 약정의 금지) 전2조의 규정에 위반한 당사자의 약정으로서 차주에 불리한 것은 환매 기타 여하한 명목이라도 그 효력이 없다. 나. 대여금에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다고 하여 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민법 제607조, 제608조 나. 민법 제598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65.9.21. 선고 65다1302 판결(집13②민145)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만조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3.11. 선고 91나1035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금 1천만 원을 대여하고 피고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할 때에는 위의 차용원금을 반환하되, 소송의 결과 승소하는 등으로 문제의 부동산을 취득하게 될 때에는 차용금의 반환에 갈음하여 피고가 취득하게 될 부동산을 원고에게 이전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고 판시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가 없다. 원심은 나아가 위의 사실관계에서 피고가 차용금의 반환에 갈음하여 원고에게 이전하기로 한 부동산의 약정 당시의 시가가 금 4천만 원이 넘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소송 종료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차용원금에 대한 소송종료일까지의 이자상당액이 상당한 액수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차용원리금을 훨씬 초과하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위 대물반환의 약정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바, 원고와 피고의 위 약정이 민법 제607조, 제608조가 적용되는 일종의 정지조건부 대물반환의 예약이라고 본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민법 제607조, 제608조는 소비대차계약 또는 준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차주가 반환할 차용물에 관하여 대물반환의 예약이 있는 경우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므로( 당원 1965.9.21. 선고 65다1302 판결 참조), 민법 제607조가 약정 이자부 금전소비대차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원고의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라 할 것이며, 대여금에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다고 하여 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변론주의에 위배된 위법이나, 차용금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상의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50797 판결 [부동산가처분][공1997.4.15.(32),1070] 【판시사항】 준소비대차계약에 기하여 대물변제의 약정을 한 경우, 민법 제607조, 제608조의 적용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동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잔대금 1억 원 중 금 5천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원에 대하여는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변제기를 정하여 월 2%의 이율로 차용하는 것으로 하되, 만일 매수인이 변제기까지 이를 갚지 못할 때에는 매수인이 매수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으로 대물변제하기로 약정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원을 차용하기로 한 부분은 준소비대차에 해당하고,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분은 대물반환의 예약에 해당하며, 민법 제607조, 제608조는 이와 같은 준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차주가 반환할 차용물에 관하여도 그 적용이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605조, 제607조, 제60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다1302 판결(집13-2, 민145) 대법원 1967. 10. 31. 선고 67다1990 판결(집15-3, 민259) 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다13790 판결(공1992, 3110) 【전 문】 【채권자,상고인】 박덕만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승옥) 【채무자,피상고인】 김상철 【원심판결】 광주지법 1996. 10. 11. 선고 96나152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권자가 1992. 7. 24. 채무자로부터 그 판시 이 사건 각 임야 중 각 1/2 지분을 금 1억 1천만 원에 매수하면서 계약금으로 금 1천만 원을 지급한 사실, 그런데 채권자는 같은 해 8. 20. 잔대금의 일부인 금 5천만 원을 지급하면서, 나머지 잔대금 5천만 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변제기를 1993. 8. 31. 이자를 월 2%로 하여 빌려주는 것으로 하되, 만일 채권자가 위 변제기까지 위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 금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가 매수한 위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으로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사실, 채권자가 위 변제기까지 채무자에게 위 잔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을 기초사실로 인정한 다음, 채권자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위 대물변제약정은 민법 제607조, 제608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채무자가 청산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채권자는 위 차용금 및 이에 대한 이자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차용금채무 및 그에 대한 담보권을 소멸시키고 원래의 매매에 기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의 피보전권리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규정은 당사자간에 대차관계가 있고 그 대차관계상의 채무이행을 담보하는 의미로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 적용되고,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매매계약상의 잔대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채권자의 주장을 배척한 조처는 납득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잔대금의 일부로 금 5천만 원만을 지급하면서, 나머지 잔대금 5천만 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변제기를 1993. 8. 31. 이자를 월 2푼으로 정하여 빌려주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는 기존의 매매대금채무를 소멸시키고 소비대차에 기한 차용금채무를 새로이 성립시키는 계약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준소비대차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변제기까지 채권자가 위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 금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채권자가 매수한 위 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으로 대물변제하기로 한 약정은 대물반환의 예약을 한 것이라고 할 것이며, 한편 민법 제607조, 제608조는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준소비대차계약에 의하여 차주가 반환할 차용물에 관하여도 그 적용이 있는 것이다 ( 대법원 1967. 10. 31. 선고 67다1990 판결, 1992. 10. 9. 선고 92다13790 판결 등 참조).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은 매매계약상의 잔대금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607조, 제608조의 적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필경 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민법 제607조, 제608조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최종영 정귀호(주심) 이돈희 |
2. 자본시장법상 투자의 개념
가. 자본시장법의 투자성 조항
투자(投資)의 개념에 관하여 간략하게나마 언급한 법률로는 자본시장법을 들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3조 제1항은 규제대상인 금융투자상품을 구성하는 개념 요소인 ‘투자성’에 관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 등의 총액(판매수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제외한다)이 그 권리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해지수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포함한다)을 초과하게 될 위험’이라고 정의한다. 자본시장법이 정의하는 투자성은 곧 원본 손실위험을 의미하는데, 이는 주로 유통성을 전제로 하는 시장가격의 변동에 따른 시장위험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 증권 발행인의 도산과 같은 신용위험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4) 따라서 손실보전의 약정이나 손실보전행위, 이익보장의 약정은 투자성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다.5)
4) 임재연, 자본시장법, 박영사(2011), 23~24. 5) 이숙연,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연구”, 사법논집(59), 310. |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이 원본 손실위험을 투자성의 요소로 규정한 것은 입법적 선택의 결과이고, 전 세계적으로 당연히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법은 증권 유형 중 하나로 투자계약 (investment contract)을 명시하면서도,6)막상 이에 대한 정의조항을 두지 않아7) 사실상 판례에 그 의미 해석을 맡기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증권법상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 다른 사람의 노력에 기해서 이익을 얻는 것을 기대하고 공동사업에 돈을 투자’하였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8)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특정 약정이 (i) 오로지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부터 오는, (ii) 이익을 기대하고, (iii) 공동사업에,
(iv) 금전을 투자한다는 네 가지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토대로 그 약정이 증권법의 규율대상인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고 있으며,9) 원본 손실위험 유무는 투자계약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10)
6) 15 U.S.C. §77b(a)(1). 7) Miriam R. Albert, “The Howey Test Turns 64: Are the Courts Grading This Test on a Curve?”, 2 Wm. & Mary Bus. L. Rev. 1, 11 (2011). 8) S.E.C. v. W.J. Howey Co., 66 S.Ct. 1100, 1104, 328 U.S. 293, 301 (1946); Tcherepnin v. Knight, 88 S.Ct. 548, 554, 389 U.S. 332, 338 (1967). 9) Miriam R. Albert(주 7), 16~19; 심인숙, “미국 연방증권법상 증권(Security) 개념”, 중앙법학 8집 2호(2006), 318. 10) 임재연(주 4), 25. |
나. 원본 손실위험의 내용에 대한 견해 대립 및 평가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시장법상의 원본 손실위험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견해 대립이 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원금보장형 ELS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원본이 손실될 위험이 없으므로 투자성 있는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는 한편,11) 원금보장형 ELS도 장내 혹은 장외에서 거래될 경우 양도차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론상 투자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12) 개인적으로는, 만일 후자의 견해와 같이 양도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만 가지고 원본 손실위험이 있다고 새긴다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투자성의 개념을 사실상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현행법하
에서는 원금보장형 ELS를 투자성을 갖춘 금융투자상품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11) 김순석, “저탄소 녹색성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연구”, 비교사법 18권 1호(2011), 191. 다만 위 논문의 필자도 입법론적으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성 개념요소를 원본손실위험이 아닌 이익의 기대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위 논문, 192). 12) 임재연(주 4), 25. |
3. 대여와 투자의 양립 가능성
가. 개관
대여와 투자의 구별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대여와 투자가 양립 가능한 개념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여와 투자가 서로 양립 가능하다는 말은 곧 대여와 투자를 엄격히 구별하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므로, 두 개념이 양립 가능하다면 둘을 구별하는 경계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투자성의 개념이 일반 민·형사사건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보면, 두 개념에는 중첩되는 영역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여는 원본 혹은 이에 상응하는 금전을 반환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원본 손실위험이 없는 계약형태를 의미하고, 이와 반대로 투자계약은 원본 손실위험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계약형태이기 때문이다.13) 반면 민·형사사건에서의 투자 개념을 자본시장법 규정과 달리 미국 증권법의 투자계약과 유사한 개념으로 본다면, 원본을 보장하는 계약조건이 포함된 계약도 민·형사사건에서는 투자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13) 다만 우리나라 학계에서 취하는 일부 견해와 같이 자본시장법상의 원본 손실위험을 양도차손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할 경우, 금전소비대차와 투자의 구별은 상당히 흐릿해질 것이다. |
나. 대여와 투자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판례의 입장
우리나라의 경우, 민법에 ‘투자’가 ‘매매’, ‘증여’ 등과 달리 계약형태의 하나로 열거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민·형사판례에서 ‘투자’ 혹은 ‘투자계약’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막상 ‘대여’와 ‘투자’의 양립 가능성에 관하여 명확히 판시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많은 하급심 판결례는 대여와 투자가 서로 충돌되는 개념임을 전제로 둘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여러 요소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 문제되는 계약을 둘 중 하나로 정의하는 논증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Ⅳ. 1. 가. 부분 참조), 이는 대여와 투자가 양립 불가능한 계약형태라는 인식을 많은 하급심법원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대법원은 차주의 원본 반환 의무가 계약조건에 포함되어 있어 민법상 소비대차의 성립요건이 모두 충족된 사안에서, 대주가 받을 이자의 규모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지 않고 차주가 얻는 수익의 크기에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면서 해당 계약을 소비대차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기도 하였는데,14) 이 역시도 투자계약의 전형적인 내용인 수익 분배와 같은 요소는 소비대차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일종의 이분법적인 관점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14)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 다만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해당 계약이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을 뿐 해당 계약이 투자계약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
반면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례 중 대여와 투자가 양립 가능하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들도 역시 존재한다. 일례로, 서울고등법원은 동일한 투자원금에 대하여 (i) 원금 및 확정 이자를 지급하는 계약조건과 (ii) 이와 별도의 투자수익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조건이 모두 들어가 있는 계약과 관련하여, (i)의 계약조건은 소비대차의 이자 지급약정으로 이자제한법 적용대상이 되지만, (ii)의 계약조건은 투자계약에 기한 것이어서 이자제한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15) 이 사안의 상고심인 대법원 역시 이러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에 동의하며 상고를 기각하였다.16)
15) 서울고법 2018. 1. 17. 선고 2013나75122 판결. 16)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2350 판결. 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혼합된 형태의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고 본 하급심 판례로 대전고법 2020. 1. 22. 선고 2019나12006 판결도 참조 |
다. 검토
개인적으로는, 규율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법률용어는 가급적 통일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법원이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상 그 의미는 원본 손실위험을 본질적 요소로 하는 계약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해석한다면, 원본 보장을 본질로 하는 대여와 원본 손실위험을 본질로 하는 투자는 이론적으로 양립하기 힘들고, 하나의 계약을 소비대차와 투자 모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서울고등법원 판례 사안처럼 하나의 계약서에 원본을 보장하고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계약조건과 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수익금을 지급하는 계약조건이 모두 들어간 계약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원본 보장 약정이 있는 이상 이러한 계약은 금전소비대차로 봐야 하고, 투자라고 명명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만 이자제한법에 따른 규제는 채권자가 건넨 원금의 명목이 금전소비대차일 뿐 아니라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돈이 이자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만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을 금전소비대차로 분류하더라도, 그 수익금이 이자 또는 간주이자17)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수익금에 대하여 이자제한법의 적용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18)
17) 이자제한법 제4조(간주이자) ①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금전의 대차와 관련하여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를 이자로 본다. ② 채무자가 금전대차와 관련하여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의무 발생의 원인 및 근거 법령, 의무의 내용, 거래상 일반원칙 등에 비추어 그 의무가 원래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인 때에는 이를 이자로 본다. 18) 다만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이 금전대차와 관련하여 채권자가 받은 돈을 모두 이자로 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판례도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명목을 불문하고 법률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대법원 1992. 10. 13. 선고 91다37270 판결 등 참조), 원금 지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되는 수익금은 까다로운 조건하에서만 이자제한법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Ⅲ.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쟁점이 되는 사안과 각 사안에서의 판례 입장
대여와 투자의 구별은 다양한 유형의 민·형사사건에서 쟁점이 되어 왔다. 여기서는 그중에서 원고는 대여금 반환을 구하고 피고는 받은 돈이 투자금임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는 사건, 당사자 일방이 본인이 건넨 돈이 투자금이기 때문에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건, 법률행위가 대여인지 투자인지가 다투어지는 사기죄의 형사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살펴보기로 하고, 각 사건에서 대법원 혹은 하급심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보였는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원고는 대여금 반환을 구하고 피고는 받은 돈이 투자금임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는 사안
현실에서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가장 빈번하게 문제 되는 영역은 돈을 준 사람이 돈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그 금전거래가 소비대차에 근거한 것이었음을 주장하면서 원금 반환을 구하는 민사사건이다. 이 경우, 돈을 받은 사람은 원금 손실을 감수한 투자계약에 기초하여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소비대차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여기서 돈을 받은 사람이 소비대차의 존재를 부인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투자계약의 개념은 투자한 사람이 원본 손실위험을 부담하기로 했다는 자본시장법상의 투자성 개념에 터 잡은 것으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의 대표적인 예로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사안을 들 수 있다. 위 사안에서 원고는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받은 5,800만 원을 피고에게 전액 송금하였고, 피고는 위 돈의 대부분을 대부업체에 지급하였는데, 돈을 최종적으로 건네받은 대부업체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원고는 피고에게 준 5,800만 원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위 5,800만 원은 원고가 자신을 매개로 하여 대부업체에 직접 투자한 돈이므로 원고 스스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원심 법원은 원·피고 사이의 거래가 소비대차에 기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가 건넨 돈은 대부업체에 대한 투자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피고가 거래 당시에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점, 피고가 대부업체에게 돈을 지급하면서 특별히 이익을 얻지도 못했다는 점이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된 주요 근거였다.19) 그러나 대법원은 친분관계 있는 사람끼리 차용증을 작성하는 경우가 드문 점, 피고는 대부업체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후에도 원고에게 2차례에 걸쳐 195만 원씩을 송금하였는데, 만일 원고가 준 돈이 투자금이었다면 피고가 굳이 원고에게 위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들면서, 원·피고 사이의 거래가 투자계약에 기한 것이라는 원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20)
19) 서울중앙지법 2010. 8. 17. 선고 2010나5402 판결. 20)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파기 후 환송심은 대법원판결의 파기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5,800만 원은 대부업체에 투자하기 위하여 교부한 돈이 아니라 피고에게 대여한 돈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법 2011. 6. 3. 선고 2011나14946 판결) |
위와 같이, 원고의 대여금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투자를 받은 것임을 내세우며 원금 반환을 거절하고, 이에 따라, 법원이 둘 사이의 계약이 대여에 기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에 기한 것인지를 판단대상으로 삼는 사건은 하급심 판결례 중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돈을 받은 사람이 원금 반환을 거절하는 법적 수단으로
투자계약을 활용하는 민사상 분쟁은 비단 대여금 청구의 형태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배당이의 사,21) 청구이의 사건22)과 같은 형태로도 불거진 바 있다.
21) 대전고법 2009. 11. 19. 선고 2009나3782 판결. 22) 대전고법 2016. 12. 8. 선고 2016나10375 판결. |
2. 이자제한법의 적용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안
이자제한법은 금전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적용대상으로 삼아 대주가 차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고(이자제한법 제2조 제1항), 이러한 법률상 제한은 제한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준소비대차계약이나 경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여전히 적용된다.23) 이자제한법은 금전소비대차에 의해 주고받은 원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금의 수수 원인이 금전소비대차가 아닌 경우에는 적용의 여지가 없다.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례 중에는 당사자들이 금전을 수수하면서 추후 그 대가로 약정금을 수수하거나 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금전 수수 원인이 소비대차가 아니라고 보면서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3)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7046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7046 판결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공1998.11.15.(70),2662] 【판시사항】 [1]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가운데 채무면제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 그 진술기재 부분이 채무면제의 처분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채무의 일부 변제공탁의 효력 [3] 구 이자제한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초과한 이자에 대한 준소비대차계약 또는 경개계약의 효력(무효) 【판결요지】 [1] 민법상 채무면제는 채권을 무상으로 소멸시키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단독행위이고 다만 계약에 의하여도 동일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인 반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여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로서 그 작성형식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피의자가 응답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비록 당해 신문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과 대질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할지라도 피의자 진술은 어디까지나 검사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진술기재 가운데 채무면제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이 곧바로 채무면제의 처분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변제공탁이 유효하려면 채무 전부에 대한 변제의 제공 및 채무 전액에 대한 공탁이 있어야 하고, 채무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한 공탁은 그 부족액이 아주 근소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자가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그 공탁 부분에 관하여서도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하여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하여 공탁한 이상 그 피담보채무가 계속적인 금전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채무의 집합체라고 하더라도 공탁금액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3] 계약상의 이자로서 이자제한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고 이러한 제한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준소비대차계약 또는 경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초과 부분에 대하여는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506조, 민사소송법 제187조, 형사소송법 제241조, 제244조,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3조[2] 민법 제487조[3] 구 이자제한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 이자제한법폐지법률로 폐지) 제2조, 민법 제500조, 제605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88. 3. 22. 선고 86다카909 판결(공1988, 669)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13380 판결(공1992, 2537) 대법원 1996. 7. 26. 선고 96다14616 판결(공1996하, 2606) [3] 대법원 1957. 3. 23. 선고 56다659 판결(집5-1, 민35)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1 외 4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국홍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8. 2. 26. 선고 96나140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가. 처분문서의 증명력의 점에 대하여 소론은 소외인이 검사실에서 피의자로서 신문을 받음에 있어서 자신의 채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내용이 당일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갑 제9호증의 7)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동 피의자신문조서는 위 소외인의 진의를 담은 처분문서로서 그에 따라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채무면제로 전부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갑 제9호증의 7(피의자신문조서)은 위 소외인이 1994. 5. 16.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실에서 단기금융업법위반 사건의 피의자로서 신문을 받음에 있어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이고, 그 말미에 위 소외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나 진술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자신이 원고로부터 받을 돈이 원금 81,000,000원과 약 1년분의 이자 금 20,000,000원 등 모두 금 1억 여 원이 되는데 원고가 생활이 매우 어렵다고 하니 모두 포기를 하겠으며, 원고 소유 부동산의 근저당권자인 피고 3 등과 만나 원고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좋은 방향으로 합의를 하도록 하겠다."라는 진술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나, 원래 민법상 채무면제는 채권을 무상으로 소멸시키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단독행위이고 다만 계약에 의하여도 동일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인 반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여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로서 그 작성형식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피의자가 응답하는 형태를 취하므로(검찰사건사무규칙 제13조 제1항), 비록 당해 신문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과 대질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할지라도 피의자 진술은 어디까지나 검사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진술기재 가운데 채무면제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이 곧바로 채무면제의 처분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경우 위 소외인은 자신이 진정한 채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등기명의자에 지나지 아니하는 피고 3 등과 만나 좋은 방향으로 합의를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덧붙이고 있으므로 그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대한 면제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로 보이는 원심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처분문서의 실질적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인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일부공탁의 점에 대하여 변제공탁이 유효하려면 채무 전부에 대한 변제의 제공 및 채무 전액에 대한 공탁이 있어야 하고, 채무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한 공탁은 그 부족액이 아주 근소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자가 이를 수락하지 않는 한 그 공탁 부분에 관하여서도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러한 점은 채권자가 종래 거듭하여 일부변제를 수령하여 왔다거나 갑자기 영업소를 폐쇄하고 그 소재를 감추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변제공탁하게 되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하며,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하여 전액이 아닌 일부에 대하여 공탁한 이상 그 피담보채무가 계속적인 금전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채무의 집합체라고 하더라도 공탁금액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탁물회수청구권은 변제공탁의 경우 변제자가 당연히 취득하는 권리로서 동 권리에 관하여 채권자가 변제공탁의 목적이 된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탁금을 채권의 일부로서 수령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로 인하여 일부공탁이 유효로 되는 것은 아닌바,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1995. 7. 4. 위 소외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한 금 50,287,000원의 변제공탁이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일부공탁에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2.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합의각서(을 제1호증)의 점에 대하여 소론은, 원고가 1994. 5. 23. 위 소외인에게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잔존 피담보채무 원금액을 합계 금 270,000,000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합의각서(을 제1호증)를 작성하여 주었는바, 위 합의각서는 처분문서로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과 효과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데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위 소외인은 사채업자로서 원고에게 1992. 5. 13.부터 1993. 6. 9. 사이에 돈을 대여함에 있어서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이자를 정하여 일수로 빌려주거나 1개월 또는 2개월치의 선이자를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하는가 하면 그 동안 금전거래를 정산하기 위하여 경개계약을 체결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함에 있어서 실제 소요되는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원본에 합산시키는 등의 방법을 취하여 부당한 금전거래를 계속하여 온 사실, 이에 원고는 위 소외인을 사기 등으로 고소한 후 그 수사단계에서 1994. 5. 23. 위 소외인에게 합의조건을 제시하면서 을 제1호증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동 문서에는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중 실차용원금 160,000,000원 및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중 실차용원금 110,000,000원을 이를 1994. 10.말까지 변제하여 주겠으나 그 동안의 이자는 지급할 형편이 못되며, 부도난 수표의 액면금 81,000,000원은 갚을 형편이 어려우니 포기하여 달라."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바, 을 제1호증에 나타난 원고의 의사가 우선 기존 채무액을 시인하는 취지라면, 그로 인하여 채무가 새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채무의 발생에 관한 처분문서가 될 수 없는 반면, 동 문서에 의하여 제한초과이자에 대한 준소비대차 내지는 경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면, 이는 처분문서에 해당할 것이지만, 계약상의 이자로서 이자제한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고 이러한 제한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준소비대차계약 또는 경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초과 부분에 대하여는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므로(대법원 1957. 3. 23. 선고 56다659 판결 참조), 그 동안의 금전거래를 이자제한법의 제한이율 범위 내에서 정산하여 보지 아니한 채 을 제1호증이 유효한 처분문서임을 이유로 그에 터잡아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확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처분문서의 증명력 및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변제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원심 판시 별지 4. 제(2)항목 기재 각 일시에 제(3)항목 기재 각 금액을 소외인에게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각 변제시마다 이자제한법의 제한범위 내에서 법정변제충당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확정하였으나,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심 판시 별지 4.의 변제목록 중 제56번 내지 64번 기재 각 변제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는바(그 중 일부는 변제 연도를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변제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한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박준서(주심) 이돈희 서성 |
가. 서울고등법원 1979. 6. 15. 선고 78나2937 판결
이 사안에서, 원·피고는 공유수면매립 면허에 기하여 공유수면매립 공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면서 공사에 필요한 자금 중 7,000만 원은 원고가 투자하고, 원고가 이를 초과하는 투자를 할 경우 초과분에 대하여 월 4%의 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 이자는 원·피고가 6:4의 비율로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나아가 공사 준공 후 취득하는 토지는 원·피고 합의에 따라 처분하되, 공사비 및 제세공과금 등 일체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역시 원·피고가 6:4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사안에서 원고는 동업계약에 터 잡아 합계 135,339,421원의 공사비를 지출하였다.
원·피고가 약정한 계약조건대로 하면, 피고는 원고가 7,000만 원을 초과하여 지출한 공사비 65,339,421원에 대하여 월 4%의 이율에 따라 산출된 이자 107,281,111원 중 40%에 달하는 돈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피고는 둘 사이의 민사소송에서 7,000만 원을 초과하는 투자금에 대하여 월 4%의 비율을 기준으로 이자를 부담하도록 한 약정이 이자제한법에 반하여 무효라는 항변을 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약정 내용이나 전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동업계약에 따라 원고가 지급한 원금은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이자제한법에 기초한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1979. 6. 15. 선고 78나2937 제8민사부판결 : 상고 [소유권이전등기등청구사건][고집1979민,332] 【판시사항】 소비대차 아닌 금전에 관하여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이자제한법은 금전의 소비대차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이자를 가산하기로 약정한 원본이 소비대차에 기한 것이 아니고 동업계약상 투자금으로 인정되는 이상 이자제한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참조조문】 이자제한법 제1조 【참조판례】 1977.5.24. 선고 77다271 판결(판결요지집 이자제한법 제1조(13)646면 법원공보 562호 10086면) 【전 문】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피고 【원심판결】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77가합2957 판결) 【주 문】 1. 원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서울 영등포구 (주소 1 생략) 대 9,144평의 피고지분 9,144분지 4,572중 2,679지분에 관하여 1970.11.4.자 약정에 인한 공유지분 일부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금 4,180,000원 및 이에 대한 1977.9.21.부터 완제일까지 연 5푼의 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1,2심 합하여 이를 4분하여 그중 3은 피고의 나머지 1은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5. 위 2항중 돈 지급부분에 한하여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당심에 이르러 청구를 일부 감축, 예비적청구 취하) 피고는 피고에게 서울 영등포구 (주소 1 생략) 대 9,1447평의 피고지분 9,144분지 4,572중 3,340에 관하여 1970.11.4.자 약정에 인한 공유지분 일부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금 4,180,000원 및 이에 대한 1970.11.5.부터 완제일까지 연 3할 6푼 5리의 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의 선고 【항소취지】 원고: 원판결 변경 및 청구취지기재와 같은 판결 피고:원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1,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이 유】 1. 지분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부분에 관한 판단 원.피고가 1970.11.4. 당시 피고가 취득하여 가지고 있던 서울 영등포구 (주소 2 생략) 소재 공유수면매립면허에 기한 공유수면 매립공사에 관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이에 따라 매립공사를 진행하여 1976.11.9. 위 같은 번지의 5 대 9,144평에 관하여 준공인가를 받은 사실, 그후 위 토지에 관하여 소외 롯데물산주식회사의 피고에 대한 강제경매신청으로 인하여 미등기였던 위 토지에 관한 1977.1.6.자 원.피고2인 공유명의로 대위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동업계약서), 동 제7호증의 1 내지 9(각 영수증 혹은 확인서),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갑제 4호증(확인서),당심증인 소외 2, 원심증인 소외 3의 각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동 제5호증의 1,2(장부표지 및 내용), 동 제6호증의 1,2(금전출납부 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와 위 각 증인, 당심증인 소외 4, 원.당심증인 소외 5, 소외 6의 각 증언(단 위 소외 5, 소외 6의 증언중 뒤에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원심감정인 소외 7의 싯가 감정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위 동업계약시 원.피고간에 첫째 위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금 70,000,000원으로 하여 이 돈을 원고가 투자하고,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비는 원.피고가 합의하여 지출하되 위 금 70,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 초과지출일부터 준공시(즉 준공인가일)까지 월 4푼의 이자를 가산하고 그 이자는 원.피고가 원고 6대 피고 4의 비율로 부담하며, 둘째 위 공사 준공후 취득하는 토지는 원.피고가 합의하여 이를 타에 처분하며 그 다음 총 공사비 및 제세공과금등 일체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금을 원고 6대 피고 4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각 약정한 사실, 원고는 위 동업계약후 준공인가일에 이르기까지 피고와 합의하여 모두 금 135,339,421원을 공사비로 지출하였는데(피고는 공사비로서 금원을 지출한 바 없음) 금 70,000,000원을 초과하는 금원은 금 65,339,421원이고 이 금 65,339,421원에 대한 각 지출일의 익월 초일부터(원고가 청구하는 바에 따름) 위 공사 준공인가일까지의 월 4푼의 율에 의한 이자는 합계 금 107,281,111원이 되는 사실, 이건 토지 매립공사 준공 이후 원.피고간에 이건 토지의 처분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오다가 1심 변론종결시인 1978.7.20. 1심 제11차 변론기일에 원.피고간에 위 동업관계의 청산을 원.피고가 각 차지할 수 있는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건 토지의 지분으로 분배하여 나누어 갖기로 원.피고간에 토지의 처분 분배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 위 설시 1심 변론종결일에 가장 가까운 1978.2.하순경의 이건 토지의 평당 가격은 금 55,000원 정도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원.당심증인 소외 5, 소외 6의 각 일부증언(단 위에서 믿은 일부제외)은 각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없다(가사 위 토지의 싯가 평가에 관하여 원.피고간에 토지의 싯가 평가 및 그 처분일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평가기준일을 당심 변론종결 당시로 잡는다 하더라도,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2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건 토지는 현재 도시계획상 수원지 지구로 고시되어 일반 거래가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러한 공법상 제한받는 사정을 참작한 현 싯가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나 당심감정인 소외 8의 감정은 위와 같은 수원지 지구인 점을 감안한 감정이 불가능하다 하여 이를 감안하지 아니하고 일반 주거지역임을 전제로 한 감정결과이므로 이 감정결과를 싯가 평가의 자료로 쓸 수 없고 달리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한 현 싯가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고, 따라서 당심 변론종결일에 가장 가까운 싯점의 싯가를 본다면 원심감정인 소외 7의 감정결과에 나온 1978.2.하순경의 싯가가 당심 변론종결일에 가장 가까운 싯점의 싯가 평가에 해당하여, 당심감정인 소외 8의 감정결과를 믿지 아니하고 원심감정인 소외 7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결국 싯가 평가 결과에는 위 인정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원고소송대리인은, 위 동업계약시 원고가 투자하는 금 70,000,000원과 이를 초과하는 금원 전부에 대하여는 따로 준공일부터 토지처분 완료시까지 월 4푼의 비율에 의한 이자를 가산하여 이를 원고 6대 피고 4의 비율로 각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원.피고들이 차지할 이건 토지에 관한 지분을 청삼함에 있어 이 부분 이자도 포함시켜 계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그 근거로써 내놓은 동업계약서(갑 제1호증) 제4조에 의하면"본 공사 준공후 매립토지의 처분완료시까지의 소비된 자금에 대한 이식은 월 4푼으로 하여 원.피고 6대 4의 비율로 이를 부담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바, 이는 공사 준공후부터 처분을 완료할 때까지 사이에 소비되는 금원에 대하여 위 금 70,000,000원을 초과하는 공사비처럼 이자를 가산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원고주장과 같이 위 공사 준공 전에 원고가 투자한 일체의 금원에 대하여 다시 준공후 처분완료일 까지의 이자를 가산하기로 약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고, 이 점에 관하여 당원이 믿지 아니하는 당심증인 소외 4의 증언 외에는 달리 위 계약서상 조항을 위 원고주장과 같이 해석할 자료도 없으므로 원고소송대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피고소송대리인은 주장하기를 첫째 위와 같이 금 70,000,000원을 초과하는 투자부분에 대하여 월 4푼의 이자를 가산하기로 한 것은 이자제한법 소정의 제한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서 그 초과부분에 한하여 효력이 없다 할 것이며, 둘째 위 동업계약은 원고가 공사비를 투자하고 피고는 매립면허권을 투자하여 공유수면매립공사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일종의 조합계약이라 할 것이므로 위 조합관계를 청산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투자한 공사비를 회수하는 것과 같이 피고 또한 투자한 면허권을 회수하여야 할 것인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회수하여야 할 위 면허권의 가액은 원고가 애초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금 70,000,000원과 동액이라고 한다. 그러나 첫째 이자제한법은 금전의 소비대차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이자를 가산하기로 약정한 원본이 소비대차에 기한 것이 아니고 동업계약상 투자금으로 인정되는 이상 이자제한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고, 둘째 위 동업계약을 청산함에 있어 피고에게 위 이익금을 분배하는 외에 따로 피고가 투자하는 면허권에도 가액을 인정하여 피고가 이를 회수하기로 약정한 바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없으므로 피고소송대리인의 위 주장들은 모두 이유없다. 그렇다면 이건 토지의 싯가 금 502,920,000원(9,144평X55,000원)에서 (원고소송대리인은 원.피고간에 이건 토지의 협의처분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해진 1977.6.30. 싯가를 기준으로 동업관계의 청산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유없다) 원고가 공사비로서 투자한 금원을 제한 나머지 금 367,580,579원(금 502,920,000원-135,339,421원)이 위 동업관계로 인한 순이익이 되므로 이를 원.피고 6대 4의 비율로 나누면 그중 피고가 차지할 부분은 금 147,032,231원(금 367,580,579원 X4/10원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 되나 위 인정과 같이 원고가 투자한 금원중 금 70,000,000원을 초과한 합계 금 65,339,421원 부분에 대하여는 그 각 지출일부터(단 원고가 편의상 그 지출일의 익월 초일부터 계산하여 청구하므로 그에 따름) 준공일까지의 월 4푼의 율에 의한 이자를 원.피고 6대 4의 비율로 부담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자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금 107,281,111원이므로 그중 피고가 부담할 부분 금 42,912,444원(금 281,111원이므로 그중 피고가 부담할 부분 금 42,912,444원(금 107,281,111원X4/10)을 피고가 차지할 수 있는 위 이익에서 공제하면 결국 피고가 위 동업관계를 청산하여 찾아갈 수 있는 금원은 금 104,119,787원(금 147,032,231원-42,912,444원)이 된다 할 것인 바, 이를 위 토지의 공유지분으로 청산하기 위해 위 토지의 평당단가 금 55,000원으로 나누면 1,893평(104,119,787원/55,000평이하 버림)이 된다. 그런데 이미 본 바와 같이 이건 토지에 관하여 원.피고명의로 2분지 1지분씩 공유보존등기가 경료되어 있으므로 결국 피고는 그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2분지 1지분인 9,144분지 4,572중 위 청산으로 인하여 실제 그가 차지할 수 있는 지분인 1,893지분을 제한 나머지인 9,144분지 4,572중 2,679에 관하여 원고에게 위 1970.11.4.자 약정에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 줄 의무있다 할 것이다. 2. 다음 원고의 대여금지급 청구부분에 관한 판단 원고소송대리인은 원고가 1970.11.5. 피고에게 금 4,180,000원을 이자는 월 4푼으로 정하여 대여 하였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소송대리인은 위 금원은 이건 토지 매립공사비조로 원고가 지출하여 공사비의 일부로 충당된 것이라고 다투고 있으므로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8호증(차용증서)의 기재 및 당심증인 소외 4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가 위 일시에 위 금원을 원고로부터 차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듯한 을 제2호증(영수증)의 기재와 원.당심증인 소외 5, 소외 6의 각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을 제1호증(동업계약서)의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 없으나 다만 원고가 피고에게 위 금원을 대여함에 있어 월 4푼의 이자를 붙이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차용금 4,18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행을 청구한 익일로 볼 수 있는 이건 솟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익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1977.9.21.부터 완제일까지 연 5푼의 율에 의한 민사법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있다 할 것이고 그외 원고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나머지 청구부분은 실당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과연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위에서 각 인정한 범위내에서 이유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없어 기각할 것인 바, 당원은 원판결을 변경하여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 대하여 주문 2항 기재와 같은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6조 , 제89조 , 제92조를, 가집행의 선고에 관하여는 같은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병후(재판장) 정동윤 송기방 |
나. 서울고등법원 2015. 5. 14. 선고 2014나8532 판결
이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사업에 1억 원을 투자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 후 90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 투자수익금으로 매달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나아가 당사자들은, 원고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투자금의 조기 회수가 필요할 경우 원고가 피고에게 그 사정을 통지하면서 투자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는 원고의 투자금 회수 요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투자수익금을 가산하지 않은 투자원금을 원고에게 반환해야 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투자수익금은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인 연 30%를 초과하는 액수였기에, 위 사건에서는 투자수익금 지급약정이 이자제한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가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법원은 이 사안에서, 투자계약 문언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원·피고가 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두루 살펴본 후, 원·피고 사이의 계약은 “원고가 투자수익금을 지급받기 위해 피고에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서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아닌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포함된 무명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면서, 위 투자수익금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24)
24) 이 사안에서 원·피고가 한 약정은 피고가 동종·동질·동량의 금전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민법상 소비대차의 성립요건을 모두 갖춘 것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둘의 약정을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포함된 무명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소비대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러한 논리는 바로 뒤에서 언급할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포함된 무명계약에 해당하지 않을 것’을 소비대차의 소극적 요건으로 추가한 것과 다름이 없다 |
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
이 사안에서, 원·피고는 ① 원고가 피고에게 10억 원을 변제기 2010. 11. 24.로 정하여 대여하며, 상환 금액은 원금 및 이자로 한다는 내용, ② 피고가 제3자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여 24억 원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게 될 경우, 그 초과분의 50%를 이자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 ③ 피고의 채권 회수금액이 10억 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원금 상환의무에는 영향이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금전수수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위 계약에 따라 원금 10억 원을 교부하였다. 이후 원·피고는 채권 회수금액에 따른 이자 액수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후속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원·피고가 체결한 금전수수계약이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인 금전소비대차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 지급약정 및 후속 약정 내용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항변하였다. 반면 원고는 둘 사이의 금전수수계약의 본질은 투자계약이므로, 위 각 약정은 이자제한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사안의 제1심25)과 항소심법원26)은 모두 원·피고가 금전수수계약 체결 시 작성한 처분문서의 명칭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였고, 위 계약서에는 미리 정해진 변제기에 원금을 반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 등에 주목하여 원·피고 사이에 체결한 계약의 실질이 투자계약이 아닌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는 피고의 주장
에 수긍하였다. 결국, 제1심 및 항소심 단계에서는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넘어서는 원고의 이자 지급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 서울중앙지법 2018. 1. 11. 선고 2017가합531418 판결. 26) 서울고법 2018. 4. 19. 선고 2018나2008802 판결 |
그러나 대법원은 “(이)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들의 의사 등을 종합하면, (이) 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채권 확보를 위하여 질권이 설정된)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처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정한 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일정금액 이상에 처분(하여 일정금액 이상의 채권을 회수하는 데 성공할 경우) 그 초과분을 수익으로 보아 이를 나누기로 한 약정으로 봄이 상당하고, 계약서의 문언이나 원금이 보장되어 있는 점 등 원심 판시 사정만으로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면서,27) 원·피고 사이의 계약을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본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결국, 파기 후 환송심법원은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피고 사이의 계약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약정한 이자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하였고,28)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27)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 인용한 판결 문구 중 괄호 안에 있는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문구를 일부 수정하거나 추가한 것이다. 28) 서울고법 2019. 4. 10. 선고 2018나2059831 판결. |
라. 평가
이자제한법 적용과 관련하여 대여 주장과 투자 주장이 충돌한 세 개의 판례 사안에서, 법원은 공통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 이자제한법의 규제 대상인 금전소비대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판례가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은 같지 않다. 서울고등법원 78나2937 판결에서는 당해 계약의 법
적 성질을 ‘투자’로 명시적으로 지칭하였지만, 서울고등법원 2014나8532 판결, 대법원 2018다235309 판결에서는 ‘투자’라는 명시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사업이익 분배약정이 포함된 무명계약’,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처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정한 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일정금액
이상에 처분할 경우 그 초과분을 수익으로 보아 이를 나누기로 한 약정’ 등과 같은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렇지만 세 판결 모두 원·피고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금전소비대차에 해당하지 않고 그 이외의 다른 계약유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배제하였다는 점에서, 그 논리 구조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우선 첫 번째 사안(서울고등법원 78나2937 판결 사안)의 경우, 계약서에 원금을 무조건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피고 사이의 계약이 민법상 소비대차에 해당할 수 없다는 판결의 결론을 비교적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안(서울고등법원 2014나8532 판결 사안)과 세 번째 사안(대법원 2018다235309 판결)의 계약은 원본 반환 의무라는 민법상 소비대차의 성립요건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당해 계약을 소비대차로 분류하지 않을 수 있었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마지막 두 사안에서의 판시사항이 가지는 논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3. 기망행위 유무 및 내용이 다툼의 대상이 되는 사안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을 끝내 돌려주지 못한 경우에, 돈을 받은 사람이 처음부터 그 돈을 편취하려는 사기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되는 때에는 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돈을 받은 명목이 대여였든, 투자였든, 돈을 받은 사람이 돈을 받는 과정에서 사기의 범의를 가지고 기망행위를 하였다면, 결과적으로 돈을 받은 사람에게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혹은 피고인이 돈을 교부받은 원인이 금전소비대차에 기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에 기한 것인지가 빈번하게 다투어지는데, 이는 그전수수 원인이 법적으로 어덯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는 기망행위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금전소비대차는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일정 기간 후에 원금을 갚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하므로,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주에게 원본 손실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결국, 금전소비대차의 대주에게 유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차주의 신용위험이므로, 금전 수수 원인이 금전소비대차인 사례에서의 기망행위 혹은 사기의 범의는 차주의 신용상태, 변제의사, 차용조건 등과 같이 신용위험에 관련된 요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29) 반면 원본 손실위험이 있는 투자의 경우에는 신용위험보다는 투자대상 기업 혹은 상품에 내재하는 원본 손실위험이 계약의 핵심 요소이므로,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원본 손실위험과 관련된 기망이 있었는지가 보다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따라서 법원은 투자사기 사건에서는 투자를 유치하는 당사자가 투자 내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투자자에게 중요사항에 대한 고지를 누락한 것이 없는지를 주된 심리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30) 하급심 판결례 중에도 투자사기가 문제된 형사사건에서 이러한 사항에 초점을 둔 심리를 거친 후, 투자금의 용도나 사용처, 투자대상 기업이나 상품의 전망에 관한 구체적 사실에 관한 허위 사실의 고지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투자사기 행위를 유죄로 인
정한 예가 있다.31)
29)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등 참조. 30)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3도56 판결. 31) 서울고법 2012. 12. 20. 선고 2011노1681 판결. |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사기]〈차용사기에 있어서의 편취의 범의에 관한 판단 기준 관련 사건 〉[공2016상,714] 【판시사항】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점(=행위 당시) 및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후 변제하지 않고 있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대주가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성진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2. 11. 9. 선고 2012노24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기망행위에 대한 고의로서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들을 갖추어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2년 8월경 약 3,000만 원 내지 4,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특별한 재산이 없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2002. 8. 11.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빌려주면 원금과 이자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3.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1998년경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중 피해자를 알게 되어 서로 친하게 지내 왔다. 나. 피고인은 2000년 가을경 의류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사업이 잘되지 아니하여 2001년경부터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서비스를 받고 그 카드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와 반복적으로 금전거래를 하면서 2001. 1. 29.부터 2002. 7. 26.까지 피해자의 KB 국민은행 계좌로 13회에 걸쳐 합계 20,874,993원을 송금하였으나 카드대금 전부를 변제하지는 못하였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카드대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이른바 돌려막기 형식으로 다른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기존의 카드대금을 변제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위 연체된 카드대금의 변제에 사용하기 위하여 2002. 8. 11.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피해자에게 월 3부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위 차용 무렵 피고인은 채권최고액 6,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아파트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고, 의류사업 영업이 잘되지 아니하여 2003년 1월경 위 사업을 그만두기는 하였으나 그 전후로 보험설계사로서의 영업은 계속적으로 해 왔다. 라. 한편 피고인은 차용일 이후인 2002. 8. 27.부터 2004. 3. 5.까지 피해자의 계좌로 48회에 걸쳐 합계 61,063,965원을 송금해 주었는데, 그중 2002. 9. 27.자 690,000원, 2002. 11. 11.자 600,000원, 2002. 12. 10.자 600,000원, 2003. 1. 21.자 600,000원, 2003. 2. 11.자 600,000원, 2003. 3. 10.자 600,000원, 2003. 4. 10.자 600,000원, 2003. 4. 29.자 600,000원은 차용금 2,000만 원에 대한 월 3부 상당의 이자 명목으로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 마. 이후 피고인은 2004년 2월경 피해자로부터 그동안 밀린 카드대금과 위 차용금 등에 대한 변제를 약속하는 의미에서 약속어음을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금액 3,500만 원으로 된 약속어음을 작성해 주었고, 이와 함께 2004. 2. 3. 피고인 소유의 위 아파트에 관하여 채무자 피고인, 근저당권자 피해자, 채권최고액 3,500만 원으로 된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도 하였다. 바. 피해자는 2006. 8. 10. 피고인이 위 카드대금과 위 차용금 등을 변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하였고, 피고인은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다음 날인 2007. 5. 13. 남편 공소외 1과 딸 공소외 2의 연대보증 아래 피해자에게 47,944,570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피해자는 위 지불각서에 기해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2011. 10. 11.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위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피고인은 2001. 1. 29.부터 2004. 3. 5.까지 이 사건 차용금의 약 4배에 이르는 81,938,958원을 카드대금 등의 변제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하였을 뿐 아니라, 의류사업이나 보험설계사로서의 영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고 있었으며, 이 사건 차용일 이후 비교적 꾸준하게 월 60만 원 상당의 약정이자를 지급해 온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인이 지금에 와서 위 돈의 차용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더라도, 차용 당시 차용금 2,000만 원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계속하여 여러 차례의 금전거래를 하는 동안, 피고인의 카드대금 연체 사실은 물론 그 자금 사정까지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해자는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의 자금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하여 변제기에 변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며, 또한 피고인이 그 당시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 등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당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여 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제1심의 판단은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원심이 판시한 것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후 의류사업을 그만두었고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 방법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등 이 사건 차용 당시 변제 자력이 충분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그 사정들만을 가지고 제1심이 일으킨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5.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아니한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 착오, 인과관계, 편취 범의와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및 사후심으로서의 항소심의 심리·재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김소영 ******************* 인천지방법원 2012. 11. 9. 선고 2012노2476 판결 [사기][미간행]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이종환(기소), 장욱환(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승석(국선)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2. 8. 3. 선고 2011고정11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2002. 8. 11.자 사기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검사의 2002. 9. 11.자 사기의 점에 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02. 9. 11. 피해자로부터 1,500만 원을 차용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02. 8. 11. 및 2002. 9. 11. 금원을 차용할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회사원인바, 사실은 2002. 8.경 약 3,000만 원 내지 4,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특별한 재산이 없어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1) 2002. 8. 11.경 인천 부평구 (주소 1 생략) 소재 피해자 집에서 “2,000만 원을 빌려주면 원금과 이자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 (2) 2002. 9. 11.경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돈만 있으면 물건을 사서 납품하여 돈을 벌 수 있는데, 자금이 없으니 1,500만 원만 빌려주면 이익금이 나면 이익금을 주고, 그러지 못할 시 이자를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1,5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거나 피고인이 2002. 9. 11. 피해자로부터 1,500만 원을 차용하였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2002. 9. 11.자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2002. 9. 11. 1,500만 원을 차용하였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307조), 그와 같은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2002. 9. 11. 피해자로부터 1,5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2002. 8. 11. 피고인에게 2,000만 원을 대여하면서 이자율까지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받았음에도 2008. 9. 11.자 차용금 1,500만 원에 관하여는 현금으로 대여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문서도 작성하지 않은 점, ② 피해자는 고소장과 2006. 8. 10. 경찰 진술 시에는 ‘2002. 9. 11.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다가 2007. 5. 13. 경찰 진술 시에는 ‘2002. 9. 11. 피해자에게 1,5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고,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2009. 2. 11.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빌려주었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돌려막기를 하다가 돌려막지 못한 금액 500만 원을 자신이 대신 돌려막아 주었고 이를 피고인이 자신에게 갚았기 때문에 총 대여금이 3,500만 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대여금액에 관하여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한 점, ③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2002. 9. 11. 당시 피해자의 남편에게 암이 발병하여 암보험으로 3,000만 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를 찾아와 차용을 요청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해자가 남편의 암 보험금을 지급받은 시점은 2003. 3.경인 점, ④ 피고인이 2007. 5. 13.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제1회 피의자신문 시에는 피해자로부터 2002. 9. 11. 1,5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다가 제2회 피의자신문 시 피해자와 대질 조사를 받으면서 위 진술을 번복하여 2002. 9. 11. 1,5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기소중지된 상태에서 2007. 5. 12. 20:30경 경찰에 검거된 후 석방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47,944,570원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고 피해자로부터 고소취소장을 작성받으면서 조사받은 내용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허위로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⑤ 피고인이 2004. 2.경 피해자에게 액면금 3,5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주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별도의 카드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위 약속어음의 액면금이 2002. 9. 11.자 대여금 1,500만 원을 포함하여 결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2002. 9. 11. 피해자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500만 원을 대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나. 2002. 8. 11.자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2002. 8. 11.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2000. 가을경부터 의류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사업이 잘되지 않아 2001.경부터 피해자로부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통해 돈을 빌리기 시작하였고, 그 금액이 많아져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까지 이르러 다시 피해자로부터 2002. 8. 11. 2,000만 원을 차용하였으나, 결국 2003. 1.경 위 의류사업을 그만두게 되었던 점, ② 피고인은 2001. 봄경부터 2003. 1.경까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려 사용하였는데 그 중 피고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상당한 금원을 차용하였다가 소위 ‘카드 돌려막기’ 형식으로 이를 변제하였고, 2004. 2.경 피해자에게 약속어음 작성하여줄 당시까지도 약 1,200만 원의 카드대금 채무가 남아있었던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무렵 피고인의 순수채무가 약 2,000만 원 이상이었고, 소유하고 있는 집에는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재산가치가 없었으며, 월 수입의 대부분이 신용카드대금 및 대출이자 변제에 사용되어 남는 수입이 거의 없었던 점, ④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 직후인 2002. 9. 27.부터 2003. 9.경까지 피해자에게 약 2,400만 원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는 위 돈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카드대금을 돌려막기 위해 보낸 돈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 역시 경찰에서 2004. 2.경 피해자에게 액면금 3,500만 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작성하여 준 이유에 관하여 2002. 8. 11.자 차용금 2,000만 원에 카드대금 약 1,200만 원, 앞으로 발생할 이자를 합하여 위 약속어음을 작성하여 준 것이며, 위 차용금 2,000만 원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약 800만 원을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위 지급금에 위 2,000만 원에 대한 이자 명목의 금원이 포함되어있을지언정 원금에 대한 변제금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2005. 5.경부터 피해자와 연락이 두절되어 검찰에서 기소중지된 상태로 있다가 2007. 5. 12. 경찰에 체포된 후 피해자에게 지불각서를 작성하여주고 고소취소를 받아 이와 같은 사정이 참작되어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그 약식명령 등본이 공시송달로 송달됨에 따라 2010. 10.경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하여 당심에까지 이르렀는바,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피해자에게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2002. 8. 11.경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사기의 점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2002. 8. 11.자 사기의 점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며, 검사의 2002. 9. 11.자 사기의 점에 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사실은 2002. 8.경 약 2,000만 원 내지 4,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특별한 재산이 없어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02. 8. 11.경 인천 부평구 (주소 1 생략) 소재 피해자 집에서 “2,000만 원을 빌려주면 원금과 이자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 1. 원심 증인 공소외 3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공소외 3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계약서, 약속어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벌금형 선택) 1. 노역장 유치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이유】 비록 피고인이 초범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아니한 점,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약 10년이 경과하였음에도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변제하지 않고 있는 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판사 이철의(재판장) 설승원 윤명화 ************************ 인천지방법원 2012. 8. 3. 선고 2011고정1132 판결 [사기][미간행]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이종환(기소), 박수(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승석(국선)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회사원인바, 사실은 2002. 8.경 약 3,000만원 내지 4,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특별한 재산이 없어 피해자 공소외 3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가. 2002. 8. 11.경 인천 부평구 (주소 1 생략) 소재 피해자 집에서 “2,000만원을 빌려주면 원금과 이자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 나. 2002. 9. 11.경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돈만 있으면 물건을 사서 납품하여 돈을 벌 수 있는데, 자금이 없으니 1,500만원만 빌려주면 이익금이 나면 이익금을 주고, 그러지 못할 시 이자를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1,500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02. 9. 11.에 2,000만원을 차용한 사실이 있는지에 있다. 나. 판단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2. 8.경 시가 6,400만원 상당의 인천 남동구 (주소 2 생략) ○○아파트 (동호수 생략)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2002. 6.경 위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새마을금고로부터 4,000만원을 대출받았고, 2002. 8. 29. 위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여 우리은행으로부터 5,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새마을금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사실, 그 외에도 피고인은 2002. 8.경 조흥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3,050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2004. 2.경 피해자에게 액면금 3,500만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준 사실, 피고인은 2007. 5. 13.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47,944,570원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2000.경 사업을 하면서 4,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하여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그 대출이자 등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2001.경부터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순수 채무가 2,000만원 정도 있었고, 월수입이 있었으나 신용카드대금을 갚고 대출이자 등을 갚다보면 남는 것은 없었다’, ‘2002. 9.경 순수채무가 3,000만원 내지 4,000만원 정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위 차용 직후인 2002. 9. 27.부터 2003. 9.경까지 사이에 피해자에게 23,959,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위 돈을 이 사건 차용원리금을 변제하기 위하여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위 돈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이 사건 차용원리금의 변제를 위하여 지급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피고인은 2002. 3.경부터 2005. 6.경까지 의류소매업을 영위하였고, 2000. 4.경부터 2003. 12.경까지 모험모집인으로 일하였는바, 이 사건 차용 이후 상당기간 지속적인 소득활동을 한 점, 2002. 9. 11.자 차용금과 관련하여 차용증이 작성되었거나 송금 내역 등이 제출되지 아니한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2002. 9. 11. 당시 피해자의 남편에게 암이 발병하여 암보험으로 3,000만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가 그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를 찾아와 차용을 요청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해자가 위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은 2003.인 점 등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여 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거나 피고인이 2002. 9. 11. 피해자로부터 1,500만원을 차용하였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상현 |
위와 같이, 특정 금전거래를 대여로 볼 것인지, 투자로 볼 것인지의 문제는 법원이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평가할 때 어떤 사항에 방점을 두어 심리를 진행할 것인지에 영향을 주는데, 금전거래가 대여로 평가되는 것과 투자로 평가되는 것 중 어떤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한지는 일도양단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다만 투자대상
기업 혹은 상품의 원본 손실위험보다는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와 같은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점, 소비대차의 대주와 달리 투자자는 손실을 감수할 의사가 있다고 평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는 문제 되는 돈이 대여금으로 평가되는 것보다는 투자금으로 평가되는 것이 피고인의 무죄 변론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32)
32) 서울고법 2019. 11. 21. 선고 2018노3105 판결 사안에서도, 검사는 문제 된 돈(4억 3,300만 원)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설령 위 돈을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보더라도 기망행위의 존재가 인정된다는 방식으로 주장을 개진하였는데,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한 이유는 대여금으로 판단되는 것이 유죄 입증에 용이하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고법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 돈의 법적 성격을 대여금으로 보면서도, 변제의사, 변제능력 및 차용 조건 등에 관한 기망행위 혹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해당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판결을 유지하였다. 결과적으로 위 사안에서는, 문제된 돈의 법적 성격이 대여금으로 평가된 점이 사안의 결론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한 셈이다 |
Ⅳ. 기존 판례 법리 및 소송법상 원칙의 적용과 관련하여 수정·개선이 필요한 점
1. 기존 판결례가 제시하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기준의 문제점
가. 구별기준의 명확성에 대한 의문
특정 법률행위가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돈을 받은 사람이 원금을 반환해야 하는지, 그 금전거래에 이자제한법이 적용될 것인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어떤 방식으로 증명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소송당사자들은 자신이 관여한 법률행위가 대여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종종 그 법적 수단으로 투자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데, 많은 하급심법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기준 또는 고려요소를 먼저 제시한 후, 이를 당해 사안에 적용하여 문제되는 법률관계가 대여인지, 투자인지를 결정하는 논리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때 하급심 판례가 활용하는 판단 기준 혹은 고려요소에 관한 표현방식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
<제1유형> “대여금과 투자금의 구별은 수익발생의 불확실성을 주된 요소로 하여, 원금의 보장 여부, 돈의 지급 경위 및 동기, 원금에 대한 대가의 고정성, 당사자들의 인식과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33) |
<제2유형> “투자약정의 본질적인 특징인 수익발생의 불확실성 및 원금의 보장 여부와 더불어 당사자 사이의 관계, 투자자 내지 대주가 사업에 실제로 관여하였는지, 투자금 내지 대여금 반환을 확보하기 위한 담보 등이 제공되었는지, 금원 지급의 경위 및 동기 등과 같은 약정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약정의 법적 성질을 판단하여야 한다.”34) |
33) 광주고법 2019. 7. 19. 선고 2018나25303 판결의 표현이다. 서울중앙지법 2019. 4. 12. 선고 2018나53513 판결, 대구지법 2018. 9. 20. 선고 2018가단103058 판결 등도 거의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 34) 부산지법 2019. 5. 1. 선고 2018가합41989 판결의 표현이다. 수원지법 2019. 6. 19. 선고 2018가단509525 판결, 울산지법 2018. 8. 23. 선고 2018가합301 판결 등도 거의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 |
법적 기준의 명확성 측면에서 볼 때, 하급심 판례의 표현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i) 우선, 하급심 판례가 사용하는 문구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대여와 구별되는 투자라는 법률용어를 제시하기까지 하였다면, 대여와 투자가 구별되는 법적 지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하여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경우에 자신의 거래가 대여 혹은 투자로 평가될 것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판례는 법적 구별기준을 명확히 하는 대신 둘을 구별 때 고려해야 하는 복수의 정황사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기만 하였는데, 이는 원금 보장 약정은 있으나 돈을 융통한 데 대한 대가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와 같이 대여로 볼 법한 요소와 투자로 볼 법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다수의 계약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기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 (ii) 또한 하급심 판례가 활용하고 있는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제1유형의 판례는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만을 투자계약의 주된 요소로 언급하였지만, 제2유형의 판례는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원금의 보장 여부’도 투자계약의 본질적 요소로서 언급하고 있다. 원금 보장 약정이 있으나 돈을 융통한 사람에게 분배하는 수익의 규모를 미리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예로 들면, 이는 제1유형의 법리 하에서는 투자계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지만, 제2유형의 법리 하에서는 소비대차로 분류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거래당사자로서는 제1유형의 법리와 제2유형의 법리 중 무엇이 적용될지 알 수 없으므로, 본인이 관여한 금전거래가 어떤 법적 평가를 받을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나. 구별기준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
대법원은, 이자제한법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원금 보장의 합의가 있었고 처분문서의 명칭도 ‘금전소비대차계약서’였던 계약을 이자 발생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유로 소비대차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바 있다.35) 그리고 하급심법원은 원금 보장의 합의가 있었고 투자수익금도 월 2,000만 원으로 확정되어
있었던 계약도 소비대차가 아닌 제3의 계약 유형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그 계약이 왜 소비대차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36) 또한 앞에서 본 것처럼, 많은 하급심 판례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쟁점이 되는 사안에서, 대체로 원금 보장의 합의 여부 외에도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 담보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판시하여, 원금 보장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해당 금전거래가 투자로 분류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 법원은 원본 손실위험의 유무를 투자와 대여를 구별하는 결정적인 기준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해석된다.
35)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 36) 서울고법 2015. 5. 14. 선고 2014나8532 판결. |
그런데 원본 손실위험 유무를 결정적인 구별기준으로 삼지 않는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의 입장이 우리의 법체계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i) 우선 Ⅱ항에서 언급하였듯이, 민법상 소비대차는 금전 기타 대체물의 원본을 반환하는 것을 성립요건으로 하는 계약이고,37) 이자 지급 등은 소비대차의 성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38) 그렇다면 일단 금전 기타 대체물을 목적물로 하고, 대주가 건넨 금전 기타 대체물의 원본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면, 일단 그 약정은 민법상 소비대차로서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하고, 원본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자 또는 수익금의 지급방식에 따라 계약 유형의 분류 자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ii) 또한 앞서 가.항에서 본 하급심 판결례의 대여·투자의 구별기준에 관한 표현방식은 우리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투자의 개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투자성’의 의미를 상품 자체에 내재한 원본 손실위험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하급심 판결례는 원본 손실위험이 없는 계약도 투자계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용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투자계약의 의미를 자본시장법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하급심 판례의 입장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37) 민법 제598조 참조. 38) 김용담(편)/정병호(집필)(주 2), 421. |
제598조(소비대차의 의의)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
2. 대여·투자 구별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소송법적 고려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서는 권리의 발생을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지고,39)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구성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40) 돈을 준 사람이 원금을 반환받지 못해 불거지는 대부분의 민·형사사건에서, 돈을 준 사람은 대여의 법률효과를 주장하는 반면 돈을 받은 사람은 투자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41) 이러한 사안에서 일반 원칙에 따라 대여를 주장하는 측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는데,42) 이러한 증명책임의 분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돈을 받은 사람이 원금 반환 의무를 부인하는 수단으로 투자 주장을 활용하는 사안에는 소송법상 특수한 면이 있어 사실심법원이 증명의 정도를 설정
하거나 심리를 진행함에 있어 보다 세심한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되는데, 하급심 판결례를 보았을 때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심리·판단방식이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송법적인 측면에서 대여·투자 구별이 쟁점인 사안이 지니는 특수성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39)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6249 판결. 40)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참조. 41) 다만 이자제한법의 적용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수수된 돈이 투자금이라고 분류되는 것이 돈을 준 사람에게 유리하므로, 이 경우에는 오히려 돈을 받은 사람이 그 돈이 대여금이라고 주장을 하게 될 것이다. 42)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2013), 514. |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6249 판결 [어음금][미간행] 【판시사항】 [1] 어음상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하는 자) [2] 갑이 을을 상대로 제기한 어음금 청구소송에서 갑의 청구를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내려져 그 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는데, 을이 그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 소송기록이 보존기간 경과로 폐기된 후에야 추완항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어음금을 청구하는 갑이 어음상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인 을의 어음행위 사실 등을 증명하여야 하고, 제1심에서 갑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에 추완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증명책임이 전환된다고 볼 수는 없는데도, 원심이 소송기록이 보존기간의 경과로 폐기되어 갑이 제1심에서 제출하여 조사된 증거들을 현재 현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의 인정 사실을 적법하게 인정된 것으로 추정하고 그 인정 사실이 부당하다는 점을 을이 증명해야 한다고 본 다음, 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을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어음금 청구의 증명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88조, 어음법 제1조, 제13조, 제25조, 제31조, 제75조, 제77조 [2] 민사소송법 제288조, 어음법 제13조, 제31조, 제75조, 제7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4151 전원합의체 판결(공1993하, 2594)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7. 12. 선고 2016나736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르면,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므로, 어음상의 청구권을 행사하는 자는 상대방이 어음행위를 하였다는 점 등 어음상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41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가 제1심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된 때로부터 8년 9개월이 경과된 후에 추완항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제1심의 소송기록이 보존기간의 경과로 폐기되어 원고가 제1심에서 제출하여 조사된 증거들을 현재 현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적법하게 인정된 것으로 추정하고, 제1심판결의 인정 사실이 부당하다는 점을 피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다음 원심은, 피고의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어음금 1,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어음금을 청구하는 원고가 그 요건사실인 피고의 어음행위 사실 등을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고,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에 추완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증명책임이 전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에 추완항소가 제기된 경우라 하더라도 항소심으로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그러한 기준에 따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제1심에서 제출한 증거가 무엇인지(서증이라면 원본인지 사본인지), 기록과 함께 폐기된 종전 증거를 대체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 항소심에서 그러한 대체증거의 제출이 용이한지, 용이하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하나의 판단 자료로 삼을 수 있고, 원고에게는 충분한 증명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이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어음금 청구의 증명책임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42538 판결 [대여금등][미간행] 【판시사항】 금전을 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는 경우, 대여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원고) 및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 추완항소가 제기된 경우, 이러한 사정만으로 증명책임이 전환되는지 여부(소극)와 이때 항소심이 취하여야 할 조치 【참조조문】 민법 제598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8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집20-3, 민169)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공2018상, 489)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6249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육오 담당변호사 한창헌 외 2인)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8. 9. 6. 선고 2017나33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권리를 발생시키는 요건을 구성하는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따라서 금전을 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는 때에는 대여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다(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등 참조).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에 추완항소가 제기된 경우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증명책임이 전환되지 않는다. 항소심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원고의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다만 원고가 제1심에서 제출한 증거가 무엇인지, 서증이라면 원본인지 사본인지, 기록과 함께 폐기된 종전 증거를 대체할 다른 증거가 있는지, 항소심에서 대체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용이한지, 용이하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하나의 판단 자료로 삼을 수 있고, 원고에게는 충분한 증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6249 판결 참조). 2. 원심은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인용한 제1심을 유지하고 피고의 추완항소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제1심 소송기록은 제1심판결이 확정된 후 기록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되어 원고가 제출하여 조사된 증거들은 현재 현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사건은 소액사건으로 제1심판결에 이유마저 기재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경우 제1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적법하게 인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3.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금전을 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고 있으므로, 대여사실을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고 기록이 폐기된 후에 추완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증명책임이 전환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제1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이 적법하게 인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본 것은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반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뇌물수수][공2011상,1099]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범행일시 등 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 범죄사실 전부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지 여부 (적극) [2]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자가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공여자나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자의 진술이 각각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4] 지방자치단체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3회에 걸쳐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객관적 물증 없이 금품공여자들의 진술만을 믿어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3]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공여자나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의 진술이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 [4] 현직 시장(시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3회에 걸쳐 외화로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금품공여의 시기와 방법, 외화의 출처, 환전과정에 관한 금품공여자들의 진술이 전후 일관되지 않거나 서로 모순, 상반되고 객관적 상황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금품공여자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빙하기 어렵고, 따라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일시, 방법, 금액 등 전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금품공여자들의 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믿고 이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함으로써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2]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3]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4] 형법 제129조 제1항, 제133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공2010하, 1689)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508) [2]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공2002하, 1720)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5도4202 판결(공2008상, 407)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공2009상, 18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상현 외 2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0. 10. 14. 선고 2010노7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함에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한편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금품공여자나 피고인의 진술이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다음과 같은 추론을 거쳐 피고인에게 뇌물을 제공하였다는 공소외 1, 공소외 2의 각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나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에 기초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증명이 있다고 보았다. 즉, 원심은 ① 뇌물공여 시기에 관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의 초기 진술에 다소 일관되지 않은 점은 있지만 공소외 1은 피고인의 홍콩 출장과 유럽 출장을 전후하여 2회에 걸쳐, 공소외 2는 그 사이 어느 시점에 1회 피고인에게 미국 달러화로 뇌물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러한 진술내용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피고인의 출장일정 및 공소외 1, 공소외 2의 외화 준비시기와 일치하는 점, ② 뇌물공여의 방법에 있어서도 미화 5,000달러가 든 봉투를 시장실 원탁테이블 옆 협탁 서랍에 넣어주었다( 공소외 1의 제1회 금품제공), 5,000달러가 든 봉투를 원탁테이블 위 결재판 아래 끼워놓았다( 공소외 2의 제2회 금품제공), 10,000달러가 든 봉투를 피고인이 앉아 있는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 다리 사이에 세워서 끼워주었다( 공소외 1의 제3회 금품제공)는 등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으로 밝힌 점, ③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고 하는 미화의 출처에 관하여도 공소외 1이 2006. 9. 19.경까지 공소외 2, 공소외 3을 통해 외화현금시재로 100,000달러를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 점 등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와 거기에서 드는 증거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외 1, 공소외 2의 여러 상반된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부 진술만을 선택적으로 믿어 이 사건 범죄사실과 같은 일시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해당 금액을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점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본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뇌물공여 시기에 관하여 (1) 원심은, 공소외 1이 처음 피고인에게 5,000달러를 제공할 때(제1회 금품제공) 홍콩에 관한 이야기를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범죄사실에 기재된 뇌물공여 시기를 증명하는 강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소외 1은 당시 “경비 좀 넣었습니다.”고 말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후에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과 맞지 아니한데다가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도 제시된 바 없어 홍콩 출장시기를 통해 제1회 금품제공 시기를 특정한 것이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홍콩 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홍콩 출장 후 어느 시기에 피고인과 만났다는 사실을 넘어 금품제공의 점에 대하여 특별한 증명력을 갖는 사정은 될 수 없다.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제1회 금품제공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홍콩 출장에 관한 언급 외에 수사기관과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그 때는 ○○시 직원들과 함께 법송만 매립지를 다녀온 후이고, ○○시청에서 피고인을 만나는 자리에 공소외 2와 동행하였으며, 피고인에게 제공한 5,000달러가 든 봉투도 ○○시청에 가는 길에 공소외 2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공소외 1이 법송만 매립지를 다녀온 것은 2006. 10. 16. 한 차례밖에 없다는 것이므로 만일 이 부분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제1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된 공소외 1의 진술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 이 부분을 배제하는 판단 없이 제1회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 (2) 제2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하여서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당시 5,000달러를 제공하였다고 하는 공소외 2는 처음에는 2007년 초여름경인 것 같다고 진술하면서 그렇게 기억하는 이유로 ○○시청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들어갔는데 겨울 잠바를 입고 간 기억이 없고, 2007. 11. 말경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사직했는데, 그로부터 4, 5개월 전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억한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가 2009. 11. 24. 조사 때부터 그 시기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공소외 1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지시 당사자인 공소외 1의 진술이 맞을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진술의 과정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진술에 유도되기 전인 최초 진술의 신빙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진술의 번복 경위에 대하여 세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나중의 진술이 외화현금시재를 준비한 시기에 더 근접하고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 즉 2007. 1. 이전에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모두 전달하였다는 것에 더 편리하게 부합한다는 이유로 쉽사리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진술 번복을 수긍한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장변경 전 공소사실에 기재된 제1회 및 제3회 금품제공 시기에 공소외 1을 만난 사실이 없음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한 공소외 4 작성의 일지와 시장일정의 기재를 들어 거기에 기재된 면담일시에 따라 변경된 제1회 및 제3회 금품제공 시기를 인정하였으면서도 그 일지와 시장 일정에 제2회 금품제공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2가 면담한 기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본 제2회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공소외 2의 최초 진술, 공소외 2가 ○○시청에 들어가게 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 진술의 불일치 및 공소외 1의 진술 번복, 피고인의 출장을 언급한 제1회 및 제3회와 달리 이 부분 금품제공에 관하여는 별다른 계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그 무렵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면담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공소외 2를 통해 따로 금품을 제공할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과 연결지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단순히 면담사실이 일지 등 기록에 누락된 것에 불과하다고 쉽게 넘길 수 없다. (3) 제3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하여서도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제공한 뇌물자금으로 2006. 9.경 20,000달러를 준비하고도 그 가운데 10,000달러는 본인이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그로부터 2개월 가량 지난 다음인 2006. 11. 하순경 유럽 출장을 앞두고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진술은 수사기관이 설정한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를 깨뜨리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나 그 내용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오히려 그 무렵 피고인에게 일부 금품이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2006. 9.경 준비한 외화현금시재와 무관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라면 당시 제공한 금품이 제1차 및 제2차 금품제공 후 남은 10,000달러라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된다. (4) 결국 원심이 위와 같은 의문과 다른 가능성을 검토, 배제하지 않은 채 이 부분 이유에서 드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여 이 사건 3차례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증명이 모두 있다고 본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되어 사실을 추론한 위법이 있다. 나. 뇌물공여의 방법에 관하여 원심은 공소외 1, 공소외 2의 이 부분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① 공소외 1, 공소외 2가 밝힌 뇌물공여의 방법이 과연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꾸며내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어서 이 부분 신빙성 인정의 전제를 수긍하기 어려운데다가(시장실에 출입하여 집기의 배치 정도만 알고 있으면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구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공소외 2가 밝힌 제2회 금품제공의 방법은 시장실에 당연히 결재판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에서 둘러댔다가 피고인이 시장실에 결재판이 없다고 반박하자 결재판의 색깔이나 모양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② 공소외 1은 처음 미화 5,000달러를 제공할 당시 피고인의 왼쪽에 앉아 있다가 그 자리에서 몸을 구부려 의자에 앉아 있는 피고인의 오른쪽에 있는 협탁의 서랍을 열고 돈이 든 봉투를 넣었다는 것이나, 공소외 1로서는 당시 피고인을 겨우 3회 정도 만났을 뿐이고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며 현직 시장인 피고인 앞에서 그러한 불편하고 힘든 자세로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③ 또한 공소외 1은 2006. 11. 하순경에는 피고인이 뇌물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없어 피고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피고인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다리 사이에 봉투를 세워 넣었다는 것이나 이러한 신체적 접촉을 수반할 수 있는 금품제공 방식은 손아랫사람에게 하는 경우이거나 서로 격식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경우가 아니라면 취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이 부분 진술내용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부분에 관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은 그 전달방식이 이례적이라서 실제 경험한 사실일 가능성과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꾸며내다가 사리에 맞지 않는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나머지 정황들과 대조하여 그 신빙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이례성에서 독자적 증명력을 찾기는 어렵다. 다.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미화의 출처에 관하여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는 2006. 9. 7. 경남은행 외화보통예금계좌에서 9,600달러를 인출하고, 2006. 9. 11. 경남은행 보통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10,400달러로 환전하였으며, 2006. 9. 19. 경남은행 위 외화보통예금계좌에서 80,000달러를 인출하여 이 사건 회사의 회계장부에 외화현금시재로 각 정리하였는데, 검사는 공소외 1이 2006년 가을경 피고인에게 미화로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기초로 공소외 3 등이 20,000달러의 환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7. 1. 4.자 대체전표 등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밝혀내자 2006년 가을경 원화를 20,000달러로 환전하여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가 2007. 1.경 원화현금시재를 보충하였다는 구성으로 2009. 12. 10. 피고인을 뇌물수수죄로 기소하였고, 제1심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가 위와 같이 2006. 9. 7.부터 2006. 9. 19.까지 사이에 100,000달러 외화현금시재를 마련하여 두고 있었고 2007. 1. 12. 외화현금시재를 보충하기 위해 20,000달러를 환전한 사실이 밝혀지자 그 뇌물자금의 출처를 2006. 9.경 마련한 위 외화현금시재라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 제1항의 뇌물수수 일시를 “2006. 8. 하순경”에서 “2006. 9. 20.경”, 공소사실 2항의 뇌물수수 일수를 “2006. 9.경부터 2006. 10.경”에서 “2006. 10. 초순경부터 2006. 11. 초순경”으로 각 변경하였음을 알 수 있고,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공소외 1,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2006. 9.경 인출 또는 환전되어 이 사건 회사의 외화현금시재로 공소외 2가 보관 중이던 100,000달러 중 일부인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외화로 뇌물이 제공된 경우 그 자금의 출처와 환전과정은 피고인에게 그 외화가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뇌물자금의 출처 등에 관한 진술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변경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변경되고 있는데, 이 경우 나중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나 전체 공소사실의 체계에 더 잘 맞는다는 이유로 섣불리 종전 진술을 전적으로 도외시한 채 변경된 진술만을 믿어 공소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되고, 종전 진술이 과연 허위인지 아니면 착오인지, 만일 허위라면 이를 통해 감추려고 했던 사정은 무엇인지, 착오라면 이를 유발한 요인은 무엇인지, 만일 종전 진술이 진실하다면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두루 살펴 신중하게 그 신빙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3) 원심판결의 이유와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과 공소외 2, 공소외 3 사이에 외화현금시재의 조성경위에 관해 그 진술이 서로 다르고 공소장변경을 전후하여서도 일치하지 않으나, 크게 보면 공소장변경 전에는 피고인에게 제공할 뇌물로 20,000달러를 조성하였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하다가 외화현금시재 100,000달러가 조성된 후 제1차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이 변경되자 이에 맞추어 처음부터 공소외 1이 100,000달러의 마련을 지시하였고 그 외화현금시재가 마련된 후 일부인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것으로 진술내용이 수렴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외화현금시재를 처음부터 100,000달러로 예정한 것이 아니라 당초에는 20,000달러를 마련하였다가 나중에 80,000달러를 추가하였다는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 수사 초기의 진술은 다른 진술이나 자료에 유도된 것이 아니어서 그 자체로서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객관적인 외화시재의 조성과정과도 일치하여 그 신빙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20,000달러를 먼저 조성하였다가 80,000달러를 추가로 조성하였다면 이는 20,000달러를 먼저 사용하여 외화시재가 부족하게 되었거나 20,000달러를 초과하여 사용할 구체적 동기가 있었다고 상정함이 상당하고(특히 2006. 9. 11. 경남은행 보통예금계좌에서 원화를 인출하여 환전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10,400달러로 환전하여 외화시재를 20,000달러로 맞출 당시에는 구체적 사용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먼저 피고인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20,000달러를 준비하였다가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다른 곳에 추가로 사용할 것을 대비하여 다시 80,000달러를 준비하고, 이로써 100,000달러의 외화현금이 마련되었음에도 피고인에게 주기로 계획한 20,000달러를 한 번에 제공하지 않고 약 2달에 걸쳐 3차례로 나누어 제공하였으며 남은 80,000달러는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은 채 계속 보관하였다는 것은 쉽게 믿을 만한 내용이 아니다. 만일 앞서 상정한 전제와 같이 2006. 9. 19.에 80,000달러를 추가로 조성할 당시 이미 20,000달러의 전부나 일부를 사용하였다면 2006. 9. 19.까지 조성된 외화시재 100,000달러에서 20,000달러를 꺼내어 이후 3차례로 나누어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공소외 1이 외화현금시재를 마련한 동기에 관하여 회사를 인수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선주감독관, 영업부, 인사할 곳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는 점도 쉽게 지나칠 사항은 아니다. (4) 결국 외화시재의 조성경위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에 직접 연관되는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이에 관하여 금품공여자 등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는 것을 공소사실의 증명과 무관한 사소한 불일치라고 가볍게 볼 수 없고, 오히려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시기, 방법, 경위와 직접 관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양립할 수 없는 사실관계를 드러내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일관성의 결여와 진술 상호간의 불일치는 공소사실의 증명에 관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으로 보아야 한다. 라. 나머지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공소제기 과정, 공소외 1, 공소외 2의 다른 범죄에 관한 수사 등 경위에 관한 사정이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의 신빙성에 미치는 영향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소외 5와 공소외 6, 공소외 7 등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2009. 11. 14. 이 사건 뇌물제공 사실에 대하여 진술한 사실, 공소외 2는 이 사건을 비롯하여 전 ○○해양경찰서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사건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음에도 입건조차 되지 않은 사실, 공소외 2는 2009. 11. 13. 친분이 있는 공소외 8에게 전화를 하여, 그 전날 20:00경 공소외 9 주식회사 사장인 공소외 10이 백지종이를 내밀면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고 적어달라고 말하여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뭘 허위로 쓰라는 거냐면서 화를 낸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사건 외화의 출처나 금품제공 시기 등에 관한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의 진술은 수사기관이 상정한 사실관계의 틀이나 이에 따른 이 사건 공소장변경에 맞추어 별다른 저항이나 유보 없이 순순히 바뀌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이러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처지와 위 사람들이 수사대상인 이 사건 외화 중 일부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면 나머지 금액의 사용처나 제공대상에 대한 수사를 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 공소외 2로서는 그들에게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한도 내에서 허위·과장·왜곡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이러한 사정도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4.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원심이 든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일시, 방법, 금액 등 전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이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믿고 이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배척함으로써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이홍훈 민일영 이인복(주심) |
첫 번째로, 투자와 대여는 모두 돈을 받는 측이 일정한 반대급부를 이행할 것을 전제로 하는 법률행위이다. 대여는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일정 기간 후에 그 돈을 돌려받는 것을 전제로 한 약정이고, 투자는 투자자가 투자를 받은 사람으로부터 사업이익에 연동되는 이익을 분배받거나 지분을 넘겨받는 등의 대가를 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이다. 따라서 대여금 청구 사건의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돈이 투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피고가 원고에게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대여와 투자는 공통적으로 돈을 받는 사람이 돈을 주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기존의 법률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금전 거래이다. 정당화 사유의 예로는, 돈을 받은 측이 돈을 준 측에 기존에 물품 혹은 용역을 제공하였다거나 과거에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정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둘 사이의 관계에서 돈을 준 측이 금전 지출로 일방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 힘들다. 반면, 돈을 투자받은 경우는 돈을 빌린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만회하는 후속 금전 거래가 없는 한 돈을 받은 사람은 해당 금전 거래로부터 일방적인 이익을 얻게 되고, 돈을 준 사람은 일방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만일 이와 같이 당해 금전 흐름으로 이익을 얻었음이 분명히 드러난 사람이 이에 대한 반대급부의 내용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쉽게 금전 반환 의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세 번째로, 투자보다는 대여가 현실에서 기본적인 거래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대여사실에 대한 증명의 정도를 설정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거래의 경험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에게 돈을 주었을 때 돈을 받은 사람의 신용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금전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대량으로 판매된 금융투자상품의 원금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이는 종종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다.43) 자본시장법 및 같은 법 시행령도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성 즉, 원본 손실위험에 관한 구조와 성격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자본시장법 제47조 제1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제1호 등 참조), 이는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성이 있는 계약체결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금전거래 유형일 수 있음을 방증하는 내용이다.
43) 박민식, DLF 고객들 우리은행 항의 방문 “손실 위험 몰랐다, 원금 전액 돌려달라”, 2019. 9. 19.자 한국일보 기사(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9191866798438?did=NA&dtype=&dtypecode=&prnewsid=, 2020. 3. 30. 최종 방문); 박상돈, “8월 원금 비보장형 DLS 발행 ‘반토막’ …… 3년 7개월 만에 최저”, 2019. 9. 30.자 연합뉴스 기사(https://www.yna.co.kr/view/AKR20190927131200008?input=1195m, 2020. 3. 30. 최종 방문) 등 참조 |
Ⅴ. 대여와 투자의 구별 문제 해결에 관한 실무적 제안
Ⅳ항에서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 판례 법리 혹은 소송법상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Ⅴ항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실무를 수정·보완해 나갈지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제안 내용은 크게 (i) 대여와 투자의 법적 구별기준의 설정에 관한 것과 (ii) 사실관계의 확정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첫 번째 제안: 법적 구별기준의 정립
기존 판례 법리 하에서는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법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데, 그 구별은 원금 반환을 보장하는 약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미국의 증권법과 달리 우리 자본시장법은 투자성의 개념을 정의하는 명시적인 조항을 두고 있고, 그 조항에는 원본 손실위험이 투자성의 본질적인 요소로 명시되어 있다. 위 정의조항은 자본시장법상 규율이 적용되는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나, 그 용어의 의미를 정의조항과 달리 해석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법률체계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그 용어는 법률에 정의된 것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두 번째로, 민법은 원본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이 있으면 소비대차가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원본을 넘어서는 이자 지급은 소비대차의 성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금 반환을 보장하는 약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필수적 요소에 해당하지도 않는 금전 사용대가에 관한 약정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계약 전체의 법적 성질이 달라진다고 본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대여와 투자를 원본 손실위험을 기준으로 구별하게 되면, 매달 일정 금액의 투자수익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교부하되, 투자한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정한 계약,44) 원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리되 그 돈을 활용하여 발생한 수익에 연동되는 이자를 원금에 더하여 지급하기로 약정
한 계약45) 등은 모두 소비대차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반면 계약당사자가 정한 계약 명칭을 불문하고 원금 보장 약정이 존재하지 않고, 법률적·이론적으로 원금을 반환받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평가되는 계약은 투자계약 혹은 제3의 계약형태로 명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44) 서울고법 2015. 5. 14. 선고 2014나8532 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이다. 45)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5309 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이다. |
2. 두 번째 제안: 사실관계 확정 시 고려할 사항
대여와 투자의 법적 구별기준이 원본 손실위험의 유무로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둘을 구별하는 문제가 쉽지만은 않다. 계약서 없이 금전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서 돈을 건넨 사람에게 원본 손실위험을 감수하기로 하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정황사실
을 종합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어떠한 기준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가. 기존 판례가 제시하는 고려 요소의 활용
복수의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례는 앞에서 보았듯이 대여와 투자를 구별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수차례 언급하였다. 이는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법적 기준으로 보기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정황사실로는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례에 언급된 고려요소 중에는
특히 대여에 수반되는 전형적인 거래 패턴이 존재하는지, 수익금 변동 가능성에 대한 사전 합의 혹은 언급이 있었는지, 수수된 돈과 관련하여 담보가 제공되었는지, 지급된 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는지, 지급된 돈에 대한 투자가 누구 명의로 이루어졌는지, 법률행위 후에 해당 거래가 대여 혹은 투자임을 암시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등이 유용한 정황사실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대여에 수반되는 전형적인 거래 패턴이 존재하는지
투자의 경우에는, 투자이익의 발생 여부 및 규모가 투자 대상 사업의 실적에 달려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투자를 한 사람에게 같은 금액의 이익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기는 어렵다. 반면 대여의 경우에는 이자 약정을 할 때 이자 지급시기와 액수를 사전에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쌍방 당사자가 정기적으로 같은 금액의 돈을 수차례 수수하였다는 점은 해당 거래가 대여임을 뒷받침하는 정황사실로 평가된다.46) 또한 투자계약에서는 최초에 돈을 교부할 때 선이자를 공제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므로, 일반적으로 선이자 공제 역시 대여를 뒷받침하는 정황사실로 인식된다.47)
반면 이익금의 지급 시기를 분양률과 같은 사업실적을 기준으로 약정하였다는 사정, 돈을 교부한 측에 분배할 이익금을 사업에서 창출된 이익 중 일정 비율로 약정하였다는 사정 등은 문제되는 거래를 투자로 볼 가능성이 큰 정황사실로 평가된다.48)
46)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인천지법 2018. 9. 7. 선고 2017가합54417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1. 25. 선고 2016나7219 판결 등 참조. 만일 이자 혹은 이익금의 지급이 투자 대상이 된 사람·회사·사업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을 때에도 계속 이루어졌다면, 투자보다는 대여로 볼 여지가 더더욱 클 것이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참조). 47)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인천지법 2018. 9. 7. 선고 2017가합54417 판결 등 참조. 48) 대구고법 2018. 12. 6. 선고 2018나139 판결 |
2) 수익금 변동 가능성에 대한 사전 합의 혹은 언급이 있었는지
하급심법원은 처분문서에 투자위험의 분담 방법이나 수익의 분배비율 등을 정하는 방법에 대한 약정이 존재하였다고 볼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대여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사실로 평가한 바 있다.49) 위와 같이 투자를 뒷받침하는 정황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대여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한 것은,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법원의 심리방식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항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49) 광주고법 2019. 7. 19. 선고 2018나25303 판결, 인천지법 2018. 9. 7. 선고 2017가합54417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6. 11. 25. 선고 2016나7219 판결, 전주지법 2018. 12. 21. 선고 2017나12120 판결 등. |
3) 수수된 돈과 관련하여 담보가 제공되었는지
수수된 돈과 관련하여 담보가 제공되었다는 사정은 일반적으로 대여를 뒷받침하는 정황사실로 이해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원금 손실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데, 담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은 원금 손실을 감수할 의사가 없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이기 때문이다.50)
50) 서울고법 2018. 10. 25. 선고 2017나2072745 판결 |
4) 지급된 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는지
한 하급심 판례는 돈을 받아간 사람이 그 돈의 사용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용처에 대한 자료를 돈을 준 사람에게 제공하였다는 사정을 투자계약을 뒷받침하는 정황사실로 보았다. 만일 차용금이라면, 굳이 대주에게 그와 같은 자료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51)
다만 유사한 사실관계를 다르게 평가한 예도 있다. 한 하급심 판례는 채권자가 돈을 교부할 때 그 돈이 사용될 사업의 진행 경과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돈이 투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소비대차의 대주도 차주의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사업의 진행 경과를 확인할 동기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52)
51) 수원지법 안산지원 2016. 11. 10. 선고 2016가합6344, 2016가합6351 판결. 52) 전주지법 2018. 12. 21. 선고 2017나12120 판결. |
5) 지급된 돈에 대한 투자가 누구 명의로 이루어졌는지
이 고려요소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수수된 돈이 제3자에게 재투자된 경우에 주로 문제 된다. 일반적으로 제3자에 대한 투자가 돈을 준 사람 명의로 이루어졌다면 거래당사자 사이의 거래원인을 투자로 볼 가능성이 크고 그 투자가 돈을 받은 사람 명의로 이루어졌다면 둘 사이의 거래원인을 대여로 볼 여지가 크다고 평가된다.53)
53)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은 돈을 준 측이 투자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점, 돈을 준 측이 굳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돈을 투자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
6) 법률행위 후에 해당 거래가 대여 혹은 투자임을 암시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대법원은 금전거래가 있은 후 돈을 받은 측이 사후적으로 차용증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을 해당 금전거래를 대여로 평가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본 바 있다.54) 그리고 하급심법원은 거래당사자들이 사후에 돈의 변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투자’나 ‘배당’이라는 말 대신 ‘원금’, ‘이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거나, 돈을 받은 측이 원금 변제의무가 있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정 역시 문제 되는 거래를 대여로 보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 바 있다.55)
54)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2700 판결. 55) 광주고법 2019. 7. 19. 선고 2018나25303 판결. |
나. 투자를 주장하는 측의 응소태도를 대여사실 증명의 정황사실로 적극 활용
문제 되는 금전거래와 관련하여 처분문서가 작성되어 있거나 그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토대가 되는 정황사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면, 그 금전거래가 대여인지, 투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금전거래를 하면서 처분문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법률행위 전후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충분히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문제 되는 법률관계를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내려야 한다는 것이 매우 고민되는 작업일 것이다.
법원이 이러한 고민스러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취하는 방법은 증명책임의 분배 원칙에 의거하는 것이고, 이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이 쟁점인 사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러한 사안, 그중에서도 원고가 대여금 반환을 구하고 피고가 투자 주장을 하는 사안에서는 사안의 특수성을 세심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자는 대여와 마찬가지로 돈을 받은 측의 반대급부 제공을 전제로 하는 계약인 점, 투자를 받은 사람은 금전을 차용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법적 지위에 있는 점, 투자의 전제인 원금 손실 감수 의사는 개인 간 거래에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심리 기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투자를 주장한다는 이유만 가지고 쉽게 원금 반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분배 원칙과 구체적 타당성 사이의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법원이 스스로 석명권(민사소송법 제136조 참조)을 적극 활용하여, 대여금 반환을 구하는 원고뿐 아니라 투자를 주장하며 의무 발생을 부인하는 피고에게도 투자의 반대급부로 이행하기로 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촉구한 후, 그 석명 결과를 판단에 참작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피고가 투자계약의 내용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피고가 설명하는 투자계약의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한다고 보이는 경우, 피고가 원고의 원금 손실 감수 의사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사실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는, 원고의 대여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위와 같은 심리·판단방식이 일반화되면, 차주가 소비대차를 뒷받침할 증거나 정황사실이 부족한 상황을 악용하여 받은 돈이 투자금이었다는 말 한마디로 원금 반환 의무에서 쉽게 벗어나는 불합리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거래 당사자들의 법률행위가 투자인 경우에도, 투자를 받은 사람이 자신이 받은 돈이 대여금이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계약에 정한 반대채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등의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심리·판단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적으로 천명한 판결례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필자가 제안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하급심 판결례는 여럿 있다. 하급심 판결례 중에는 대여와 투자의 구별과 관련하여,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금 손실위험에 관한 내용이 계약조건으로 명시되지 않았다거나 투자를 주장하는 측이 투자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당사자 사이의 금전거래를 대여로 인정하는 판시를 한 것들이 있는데,56) 이는 필자가 가진 것과 유사한 문제의식에 터 잡은 판결례들로 짐작된다.
56) 대구고법 2017. 8. 16. 선고 2016나23367 판결, 인천지법 2018. 9. 7. 선고 2017가합54417 판결 등 참조. |
Ⅵ. 결 론
대여와 투자의 구별 건은 많은 민·형사사건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 유형으로는 피고가 투자를 주장하면서 원금 반환을 거부하는 대여금 사건,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인 금전소비대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계약의 본질이 투자임을 주장하는 민사사건, 법률행위가 대여인지 투자인지가 다투어지는 사기죄의 형사사건 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은 이러한 유형의 사건을 마주할 때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기준은 모호하고 일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법률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법원 및 하급심 실무에 대해서는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
(i) 우선, 대여와 투자를 구별하는 법적인 기준은 원본 손실위험의 유무로 일원화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법적 기준을 세울 경우 현재보다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이 넓어져 계약의 자유가 다소 제한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본 보장 약정이 있는 계약을 금전소비대차로 보더라도 이자로 분류될 수 없는 금전 수수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 적용이 배제될 여지가 있는 점, 금전 사용대가의 지급방식이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해서 금전 수수 자체가 소비대차가 아니라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거래당사자들이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쉽게 잠탈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우려 때문에 원본 보장 약정이 있는 계약을 금전소비대차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ii) 다음으로, 원본 손실위험을 갖춘 계약인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불분명할 때는 대여에 수반되는 전형적인 거래 패턴이 있는지, 수익금 변동 가능성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었는지, 담보가 제공되었는지 등과 같이 하급심법원이 기존부터 활용해 온 고려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여와 투자의 구별 건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법원은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대여를 주장하는 측뿐 아니라 투자를 주장하는 측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석명을 하고, 이에 따른 당사자의 답변 내용 역시 중요한 정황자료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기존 법원 실무가 위와 같은 방향으로 개선되면 현행법 체계에 부합하면서도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사안해결이 가능해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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