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74398 회장지위부존재확인 등 (마) 파기환송(일부)
[‘종중 회장은 종손으로 한다’라고 정한 종중 규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종중 규약 중 ‘회장은 피고의 종손으로 한다’는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종중의 본질 또는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적극)◇
종중의 대표자는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가 있으면 그에 따라 선임하고 그것이 없다면 종장 또는 문장이 그 종원 중 성년 이상의 사람을 소집하여 선출하며, 평소에 종중에 종장이나 문장이 선임되어 있지 아니하고 선임에 관한 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현존하는 연고항존자가 종장이나 문장이 되어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한 종원에게 통지하여 종중총회를 소집하고 그 회의에서 종중 대표자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 관습이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26596 판결,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6다25715 판결 참조).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으로 그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1641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종중 규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또는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는 경우 그 종중 규약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31249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 취지 참조).
☞ 종중인 피고는 2013. 7.경 시행된 규약(이하 ‘신 규약’)에서 종중 대표자에 관하여 ‘종중 회장은 피고의 종손으로 한다’(이하 ‘쟁점 조항’)고 정하였음. A는 쟁점 조항에 따라 2020. 11.경 회장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회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 피고의 종원들인 원고들은 쟁점 조항이 헌법과 법률에서 유래한 우리 사회의 전체 법질서에 반하고 종중 및 종원의 고유한 성격이나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A의 회장 지위 부존재확인 및 피고 소유 임야에 대한 매매를 관장하기 위하여 설치된 피고 산하 매매위원회를 해산시키기로 하는 2020. 11. 22. 자 정기총회 결의 무효확인을 청구함
☞ 원심은, ① 신 규약이 종손에게 회장직을 부여하면서도 종손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나름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② 종중의 특성이나 종손이 종중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지위 등에 비추어 종손을 당연직 회장으로 정한 것 자체가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신 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쟁점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쟁점 조항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회장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진 매매위원회 해산 결의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을 인용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쟁점 조항은 피고의 회장 지위를 종손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나 종손에 한정하여 위와 같은 지위를 부여할 만한 특별한 필요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종중의 의사결정, 임원 선임, 목적 사업의 수행을 위한 권리와 의무에 관하여 종원 모두에게 같은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그 본질과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점, ② 쟁점 조항은 종손이 아닌 종원이 대표자에 입후보할 수 있는 권리 및 혈통이 아닌 능력과 자질을 우선하여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였고, 특히 여성 종원에 대하여는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을 이유로 대표자에 입후보할 기회조차 봉쇄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종손과 종손이 아닌 종원을 차별할 뿐만 아니라 남성 종원과 여성 종원을 차별하는 내용인 점, ③ 회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종손이라는 신분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상 피고 총회의 결의는 종손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고, 쟁점 조항은 총회가 회장 선출을 승인 또는 추인할 수 있는 본래적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 비추어 신 규약 중 쟁점조항의 내용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고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회장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