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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가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오랜 기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강북 재건축에도 봄바람이 부는 걸까. 서울 노원구 상계지구에 재건축 투자 바람이 거세다. 일대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에 나선 곳은 ‘상계주공8단지’. 상계주공 16개 단지 총 4만여가구 가운데 첫 재건축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스타트를 끊은 8단지를 시작으로 주변 지역으로 재건축 사업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인다.
1988년 준공된 8단지는 5층 18개 동 총 830가구 규모로 전용 31~47㎡, 즉 옛 10평대 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저층 아파트다. 지난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인 1988~1989년에 집중적으로 입주한 상계지구 내 나머지 주공아파트 역시 이르면 내후년 재건축 연한(30년)이 찬다.
8단지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지난 3월 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호반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여했을 정도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건설사 입장에서 8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 추후 일대 나머지 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8단지 재건축조합은 오는 4월 22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 6월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신진철 상계주공8단지 재건축조합 사무장은 “8단지는 일대 다른 단지와 달리 조립식으로 지어졌다. 건물이 상대적으로 빨리 노후화해 주거환경이 나빠진 탓에 재건축을 성사시키려는 주민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93% 용적률을 적용받아 재건축이 완료된 후 지하 3층~지상 30층 1062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대거 몰려
주변 단지 재건축 확산은 미지수
재건축 소식 하나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널뛰는 강남권 아파트와 달리 상계주공 집값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1148만원(3월 21일 기준). 최근 5년간 집값이 가장 낮았던 2013년 3분기(1050만원)보다 10%가량 오른 정도다. 상계동 집값은 서울 평균(3.3㎡당 1754만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낮은 집값과 작은 평형 덕분에 8단지는 투자금 부담이 적은 편이다. 8단지 37·42·49㎡(옛 11·13·15평, 이하 전용면적)는 2억1000만원에서 최대 2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조합원이 되면 20~4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는 대신 1억 초반~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가령 37㎡를 소유한 조합원이 59㎡를 분양받는다면 분담금으로 1억2000만~1억3000만원을 내야 한다. 만약 2억원에 이 집을 샀다면 총 3억원대 금액으로 59㎡형 아파트를 마련하는 셈이다.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는 나쁘지 않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마들역과 400m가량 떨어져 있는 역세권이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8단지를 포함한 상계지구는 기존 주민뿐 아니라 강남권 직장인 가구가 일대 비싼 집값을 이기지 못하고 유입해오는 지역으로 수요가 꾸준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상계지구 내 단지 전체를 놓고 보면 전망이 어떨까. 이 대목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8단지의 경우 저층 아파트라 중·고층인 다른 단지에 비해 대지지분이 2~3평가량 많은 편이다. 그만큼 새 아파트로 재건축할 경우 사업비를 충당하는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상계지구 내 주공아파트는 5층 높이의 5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15~25층이거나 부분적으로 저층단지가 섞여 있다. 그만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8단지를 시작으로 강북 재건축 사업이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사업성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 서울 평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집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층이라면 저층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되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까지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