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신통기획 ②송파구]
강남3구 6곳 신청지 중 유일하게 선정
마천 5구역에 밀린 2구역 신통기획 재도전 준비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28일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사업 1차 후보지로 21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구역은 2022년 초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오는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역 지정에 들어간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구역지정 기간도 간소화해 2년 이내로 단축된다. 정비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약 2만5000가구의 주택이 서울에 들어서게 된다. [이코노미스트]가 1차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21곳을 중심으로 자치구별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편집자〉
송파구 마천5구역(마천성당구역)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1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중 유일한 후보지다. 서초구는 신청한 곳이 없었고, 강남구 4곳(대청마을 B,C,D,E구역)은 모두 탈락했다. 송파구는 마천2구역이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송파구는 이번 마천5구역 신통기획 선정으로 거여·마천뉴타운 완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마천5구역은 마천1구역(2685가구 예정)을 제외하면 거여·마천뉴타운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단지다. 총 구역면적이 10만6101㎡ 규모에 이른다. 일대는 강남3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직 낡은 단독주택과 저층의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빼곡히 들어서 있다.
마천5구역(마천성당구역)은 지난 2011년 5월 거여·마천 뉴타운 재정비촉진지구에 편입됐다. 하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해제되는 위기에 봉착됐다. 이후 주민 항의로 2014년 11월 존치관리구역으로 남아 단독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호수밀도(1㏊당 총 건축물 숫자) 60%에 미달해서다. 위기는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호수밀도 산정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 55.3%에서 71.01%로 높아져 신통기획을 통한 재개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을 추진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주민이나 조합을 지원하면서 통상 5년 정도 소요됐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2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마천5구역은 신통기획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전체 소유주 1108명 중 동의율이 약 63%에 달했다.
마천5구역은 현재 예비추진위원회 단계다. 서울시와 마천5구역 추진준비위원회는 내년 구역지정과 조합설립을 거쳐, 2027년 입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마천5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신통기획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지금은 더 많이 동의한 상황”이라며 “현재 서울시에서 지침이 아직 안 내려와서 준비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거여·마천뉴타운 일대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신통기획 후보지 발표가 나기 전부터 일대 단독주택과 다세대 빌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마천5구역은 이번 후보지 선정으로 매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낡은 소형 다세대주택 매매가격이 5억원대에서 후보지 선정 이후 8억원까지 올랐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매물이 잠기고 있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투자가 불가능해서다. 이는 이번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한 마천2구역도 마찬가지다.
마천동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통기획 추진 이후 마천2·5구역의 매매가는 2배 가까이 올랐다”며 “마천2구역은 대지 지분 10평 정도가 7억5000만원, 마천5구역은 현재 제일 저렴한 게 8억5000만원(대지 지분 7.8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천5구역이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마천2구역보다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여·마천뉴타운 내 아파트들 역시 가파른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전용 84㎡ 기준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은 지난해 11월 17억5000만원,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같은 해 7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마천5구역 개발이 본격화되면 가격 상승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마천5구역이 신통기획으로 지정되면서 거여·마천뉴타운 전체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여·마천뉴타운은 강남 3구의 유일한 재개발 구역인 데다, 북으로 하남감일지구와 남으로 위례신도시 사이에 위치에 입지적으로 유리한 면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교통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거여역을 품고 있고, 잠실·강남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많다. 특히 오는 2025년 9월 개통 예정인 ‘경전철 위례트램선’은 교통호재로 꼽힌다. 위례트램선은 마천역(5호선)-위례중앙역(위례신사선)-복정역(분당선)-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노선이다.
송파구 일대 유명 아파트들은 이미 매매가격이 2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송파구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잠실 주공 5단지’만 보더라도 전용면적 82㎡가 지난해 11월 매매가격이 30억원을 돌파했다.
마천5구역에 밀려 신통기획 후보지에서 탈락한 마천2구역은 다시 신통기획 공모를 검토 중이다. 공공재개발보다 속도가 빠르고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재개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천2구역은 노후도가 77%, 호수 밀도는 67%다. 동의율 62%로 이번 신통기획에 접수했다. 마천2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1월 28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건축허가 제한을 걸어놨다. 그러면 여기도 재개발해준다는 얘기 아니냐”며 “지자체 선거 이전인 6월쯤에 (2차 신통기획) 다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천2구역 한 주민은 “쭉 이 지역에 살면서 애착심이 크다”며 “꼭 민간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