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관련서적/유치권-지상권-기타 논문

2013 채권중요판례-한삼인(신뢰와 소멸시효, 공동소유자인 채무자의 저당권설정 후 지분이전, 임차보증금 압류된 후 주택양도, 매매계약 일방당사자의 사망, 사해행위취소로 배당금지금가처분 등)

모두우리 2024. 5. 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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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민사(채권법) 중요 판례-한삼인 

 

초록 : 

  이 글은 2013년 한 해 동안 대법원이 다룬 민사(채권법)에 관한 판결 중에서 필자가 임의적으로 선정한 주요 판결 6개를 대상으로 하여, 그 판결의 의미를 분석·검토해 본 것이다. 
  과거사 사건에 있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함에 따라 권리자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 채무자(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등에 관한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설정된 후 채무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에 관한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를 승계하는지 여부(적극) 등에 관한 대법원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다수의견) 판결 등은 주목할 만한 판례로서 개별 대상판결의 견해는 옳다고 생각한다.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여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상속인들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은 선례로서의 의미가 있고,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취득한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와 원상회복의 방법에 관한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 소비자가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Ⅰ. 서 설 


   이 글은 대법원 정보망(http://gw.scourt. go.kr,대법원 종합법률정보/최신판례정보)을 통한 민법제1편 총칙·제3편 채권에 관한 2013년 대법원판결 중에서 변경된 판례·선례이거나 또는 선례는 아니지만, 필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는 6개 판결의 의미를 검토·분석해 보려는 것이다.1) 

1) 판결의 고찰은 사실관계(소송당사자의 명예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경우, 당사자 이름을 영어의 이니셜 등으로 표시하였다), 판결요지, 검토의 순으로 하였지만, 지면관계상 대상판결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고찰을 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Ⅱ. 민법총칙 및 채권 분야  


1. (1)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함에 따라 권리자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채무자가 소멸시효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때로부터‘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상당한 기간’의 범위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손해배상(기)】[공2013하, 1077] 


 가. 사실관계  


한국전쟁 발발 후 1950. 7. 하순경 인민군이 진도군과 완도군에 접경한 육지에 도착하였을 때 진도군과 완도군의 일부 좌익 세력은 인민군에 합세하여 공격에 참여하였다. 인민군의 점령 당시 전남 서남부지역에서는 군·면 인민위원회등이 설치되었고, 좌익 세력에 의한 우익 인사의 희생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특히 인민군과
좌익 세력은 1950. 9. 하순경 강진, 해남, 완도군에서 우익 인사를 대규모로 희생시켰다. 이후유엔군이 1950. 9. 중순경 서울을 수복하면서 전남 서남부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인민군과 좌익세력은 1950. 9. 하순경 위 지역에서 퇴각하였다. 위 지역을 수복한 경찰은 1950. 10. 초순경부터 인민군 점령기의 부역혐의자를 색출하기 시작하였고, 부역혐의자로 각 지서에서 체포되거나 자수한 주민들은 지서 및 경찰서 인근에서 희생되거나 재판을 거쳐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망소외 1(P)은 수복 이후 용장리 인민재판에 참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어 진도경찰서에 구금되었고, 1950. 11. 10. 경찰에 끌려 나간 후 행방불명되었다. 망 소외 2(K)는 수복 이후 부역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어 구금되어 있다가 1950. 10. 24. 경찰에게 사살되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2007. 4.경부터 2009. 2.경까지 신청인 조사, 참고인 조사, 현장조사 등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 4. 6. 유족 진술, 참고인 진술, 시신수습 여부 및 제적부 기록 등을 근거로 P와 K
등 망인들이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 관련 희생자로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P는 1950. 11. 중순경 사망하였음을 추정하고, K는 1950. 10. 24. 사망하였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러자 P의 자녀인 원고 1, 2, 5 등과 K의 자녀인 원고 3, 4 등은 피고 대한민국 산하의 J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P와 K를 사살함으로써 위 망인들 및 그 유족들(원고들)은 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났으므로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다. 

광주지방법원 2012. 5. 10. 선고 2012가합145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전 문】

【원 고】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석 담당변호사 박도영)

【피 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2. 4. 19.

【주 문】

1. 피고는 원고 1, 2, 5에게 각 47,5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13,571,427원, 원고 6에게 86,428,570원, 원고 7에게 88,571,427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2. 4. 19.부터 2012. 5.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한국전쟁 발발 후 전남 서남부 경찰부대 및 각 지역 경찰은 인민군과 호남지방에서 일진일퇴를 반복하였다. 인민군은 1950. 8. 하순경 진도군을 점령하였는데, 1950. 7. 하순경 인민군이 진도군과 완도군에 접경한 육지에 도착하였을 때 진도군과 완도군의 일부 좌익 세력은 인민군에 합세하여 공격에 참여하였다. 인민군의 점령 당시 전남 서남부지역에는 군·면 인민위원회 등이 설치되었고, 좌익 세력에 의한 우익 인사의 희생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특히 인민군과 좌익 세력은 1950. 9. 하순경 강진, 해남, 완도군에서 우익 인사를 대규모로 희생시켰다. 

나. 유엔군이 1950. 9. 중순경 서울을 수복하면서 전남 서남부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인민군과 좌익 세력은 1950. 9. 하순경 위 지역에서 퇴각하였다. 위 지역을 수복한 경찰은 1950. 10. 초순경부터 인민군 점령기의 부역혐의자를 색출하기 시작하였고, 부역혐의자로 각 지서에서 체포되거나 자수한 주민들은 지서 및 경찰서 인근에서 희생되거나 재판을 거쳐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다. 망 소외 1은 수복 이후 용장리 인민재판에 참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어 진도경찰서에 구금되었고, 1950. 11. 10. 경찰에게 끌려 나간 후 행방불명되었다. 망 소외 2는 수복 이후 부역 혐의로 고군지서 경찰에 연행되어 지서에 구금되어 있다가 1950. 10. 24. 고군면 오산리 저수지에서 경찰에게 사살되었다. 

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2006. 11. 30. 소외 3 등으로부터 진도군 일대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2007. 4.경부터 2009. 2.경까지 신청인 조사, 참고인 조사,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 4. 6. 유족 진술, 참고인 진술, 시신 수습 여부 및 제적부 기록 등을 근거로 망 소외 1, 소외 2(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이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 관련 희생자로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망 소외 1은 1950. 11. 중순경 사망하였음을 추정하고, 망 소외 2는 1950. 10. 24. 사망하였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아울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위 결정에서 국가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가에 대하여 희생자의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사업을 하며, 유족들이 원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 등 잘못된 공식기록을 정정하고, 군경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내법과 관련 국제법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인권교육을 할 것을 권고하였다. 

마. 망 소외 1과 그의 처인 망 소외 10 사이의 자녀로는 원고 1, 2, 5, 망 소외 11이 있다. 망 소외 10은 2010. 9. 24. 사망하였고, 망 소외 11은 2004. 9. 23. 사망하였다. 망 소외 11의 사망 당시 배우자는 소외 12이고, 전처인 소외 13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로 원고 3, 4가 있다. 

망 소외 2는 망 소외 14, 소외 15의 차남으로, 망 소외 2의 사망 당시 망 소외 14, 소외 15의 장남인 소외 16이 호주였다. 망 소외 16과 그의 처인 소외 17 사이의 자녀로는 아들인 소외 18이 있다. 망 소외 16은 1965. 11. 7. 사망하였고, 망 소외 15는 1973. 7. 18. 사망하였다. 망 소외 2와 그의 처인 망 소외 19 사이의 자녀로는 원고 6, 7이 있다. 원고 6는 1968. 10. 9. 혼인하였고, 망 소외 19는 1996. 10. 5. 사망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산하의 진도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망인들을 사살하여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고, 망인들 및 그 유족들은 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들과 그 유족들이 입은 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은 전문 증거를 근거로 한 것이므로, 이러한 증거만으로 망인들을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판단하여 피고가 망인들 및 그 유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은 국가비상시기에 경찰이나 군인 등 국가권력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들이 집단적·조직적으로 연행되어 적법절차 없이 살해된 사건인 점,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통지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유족이 피해자들의 사망 여부나 사망 경위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을 뿐 아니라 사건 당시로부터 이미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유족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또한 사건 당시 및 이후의 국내 사회적, 정치적 상황상 망인들의 가족들로서 받게 될 사회적 불이익으로 인하여 유족이 망인들의 사망 경위를 숨겨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진도군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별도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이상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설립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을 신뢰하여 망인들을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면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고, 이에 대하여 일반적인 사법절차의 사실인정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증명을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문 증거를 근거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에 기하여 망인들을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로 볼 수 없다거나 피고의 망인들 및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났으므로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나. 판단

이 사건 소가 망인들이 사망한 1950. 11. 중순경 및 1950. 10. 24.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인 2012. 2. 14.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의 어떤 조치가 있기 전까지 피고 등을 상대로 적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전쟁이나 내란 등 국가비상시기에 경찰이나 군인 등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적·집단적으로 자행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민의 생명을 박탈한 후 이에 대하여 진상 파악 및 피해 보상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위 집단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서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그 불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현저히 불공평하여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로서는 망인들의 사망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9. 8. 25.까지는 객관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고,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위자료 액수

망인들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인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었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망인들의 사망 당시 일실수익 산정을 위한 통계소득 자료가 없어 망인들에 대한 일실수익을 산정할 수 없는 점, 이 사건은 변론종결일부터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위자료 원본을 산정할 때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은 한국전쟁이라는 극심한 혼란기에 발생한 점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들에 대한 위자료는 100,000,000원, 망인들의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는 50,000,000원, 망인들의 부모와 자녀에 대한 위자료는 각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나. 상속관계

망인들 및 그 유족의 상속관계에 따른 위자료의 계산 내역은 별지의 기재와 같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 2, 5에게 각 47,5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13,571,427원, 원고 6에게 86,428,570원, 원고 7에게 88,571,427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2. 4. 19.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2. 5.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조정현(재판장) 임상은 유정훈 
광주고등법원 2012. 10. 10. 선고 2012나273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전 문】

【원고, 피항소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석, 담당변호사 김균영 외 1인)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2. 9. 26.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12. 5. 10. 선고 2012가합1452 판결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 2, 5에게 각 47,500,000원, 원고 3, 4에게 각 13,571,427원, 원고 6에게 86,428,570원, 원고 7에게 88,571,427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등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제3면 제21행 “망 소외 1은 1950. 11. 중순경 사망하였음을 추정하고”를 “망 소외 1은 1950. 11. 중순경 경찰관들에게 끌려나간 후 사살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한편, 망 소외 1의 제적등본에는 1952. 3. 2. 사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로 고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문의 이유 기재와 동일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만(재판장) 박상현 모성준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진도군 민간인 희생 국가배상청구 사건〉[공2013하,1077]

【판시사항】

[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신청대상자가 조사대상 사건의 희생자라는 결정을 함에 따라 유족들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 위 위원회 조사보고서가 갖는 증명력 및 내용의 모순 등으로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2]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 (소극)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상당한 기간’의 범위 

[4]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 산정에서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 및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의 조사보고서에서 대상 사건 및 시대상황의 전체적인 흐름과 사건의 개괄적 내용을 정리한 부분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지만, 국가를 상대로 민사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그러한 전체 구도 속에서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하여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그 절차에서까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조사보고서 자체로 개별 신청대상자 부분에 관하여 판단한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스스로 전제한 결정 기준에 어긋난다고 보이거나, 조사보고서에 희생자 확인이나 추정 결정의 인정 근거로 나온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내용이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과 불일치하거나, 그것이 추측이나 소문을 진술한 것인지 또는 누구로부터 전해 들은 것인지 아니면 직접 목격한 것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등으로 그 진술의 구체성이나 관련성 또는 증명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논리와 경험칙상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점들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조사관이 조사한 내용을 요약한 조사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사실의 존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그 경우에는 참고인 등의 진술 내용을 담은 정리위원회의 원시자료 등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하여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사법적 절차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실심리의 자세이다. 물론 그러한 심리의 과정에서 정리위원회의 조사자료 등을 보관하고 있는 국가 측에서 개별 사건의 참고인 등이 한 진술 내용의 모순점이나 부족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그에 관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여 다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고, 그러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때에는 민사소송의 심리구조상 국가에 불리한 평가를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   
피해자가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진실규명결정은 그 내용에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는 등으로 인하여 그 자체로 증명력이 부족함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매우 유력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어서 피해자는 그것으로써 국가 소속 공무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발생 원인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경우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을 부인하며 가해행위를 한 바가 없다고 다투는 국가가 그에 관한 반증을 제출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국가는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사유를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반증을 제출함으로써 진실규명결정의 신빙성을 충분히 흔들어야만 비로소 피해자 측에 진실규명결정의 내용과 같은 사실의 존재를 추가로 증명할 필요가 생기고, 국가가 그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함부로 진실규명결정의 증명력을 부정하고 그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2]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3]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고, 법원이 그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제반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고, 따라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은 그 피해가 발생한 때로부터 무려 약 60년이 경과되었고, 과거사정리법도 그 피해의 일률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숫자도 매우 많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할 때는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희생자 유족의 숫자 등에 따른 적절한 조정도 필요하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88조, 민법 제750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조, 제2조, 제3조, 제19조, 제23조, 제26조, 제34조, 제36조 [2] 민법 제2조, 제162조 [3] 민법 제2조, 제766조 제1항 [4] 민법 제393조, 제751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공2010하, 1212) 
[2]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공2011하, 2046)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공2011하, 2344)
[4]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공2003상, 211)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527 판결(공2010상, 202)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석 담당변호사 박도영)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2. 10. 10. 선고 2012나27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어떠한 의문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지만, 사실의 확정에 필요한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하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 법률상 추정과 같이 법률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증명책임은 해당 요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은 증명의 대상이 된 사실의 존재를 확인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이 있었던 경우에도 근본적인 구도가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민사소송은 대립하는 쌍방 당사자가 소송에서 제출한 주장과 증거에 대한 반박과 탄핵의 과정을 거치는 대심적 구조 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민사소송에서 증명의 대상이 된 사실의 확인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 처분에 담긴 사실의 존재를 기초로 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 제기된 때에는 그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내용의 신빙성은 그 소송절차 안에서 다시 확인되어야 한다. 특히 그 행정처분이 민사소송의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진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객관적 자료의 뒷받침이 없고 반대 측의 의견진술 여지도 배제된 채 이루어진 것이고, 더욱이 처분 그 자체의 내용으로 보더라도 사실판단의 근거나 판단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정까지 있다면,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만을 유일한 근거로 해서 쉽게 사실을 확정할 것이 아니라 처분의 내용과 근거자료의 신빙성 유무에 대하여 필요한 검토와 증거조사를 거쳐 사실인정을 하여야 한다. 다만 그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에서 특정한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기구를 만들어 사실조사를 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 법률의 목적과 입법 취지, 조사기구의 구성과 조사방식, 처분의 경과, 그 처분에서 제시된 근거의 내용과 처분결과와의 관련성 및 신빙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정처분으로 확인된 사실이 진실한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국가기관에 의한 조사 및 처분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여 입증의 부담을 완화·경감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 처분에서 어떠한 사실이 확인 또는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고 해서 그에 대해 법률상 추정과 같은 정도의 증거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 사실확인적 처분문서 역시 보고문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일 뿐이다(대법원 1980. 9. 9. 선고 79다12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은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그에 따라 진실규명의 대상은,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의 항일독립운동으로부터 일제강점기 이후 법 시행일인 2005. 12. 1.까지의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해방 이후 공권력 행사에 의한 모든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제2조). 과거사정리법과 기록에 의하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는 위 조사대상 사건 유족 등의 신청을 받은 다음 조사관들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청된 대상자가 조사대상 사건의 희생자인지를 심의하여 위원 과반수의 결정으로 희생자 확인결정, 희생자 추정결정 또는 진실규명 불능결정을 하였다. 정리위원회는 위 조사대상 사건 중 특히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하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이라 한다)에 관한 진실규명결정을 함에 있어, 희생자 확인결정은 시신을 수습한 경우, 시신을 수습하지는 못했지만 시신을 확인한 경우에 하고, 희생자 추정결정은 경찰에 체포·연행되었거나 지서·경찰서에 구금 중 생사불명되거나 수장된 경우, 수복 때 육지로 피난 나가서 일가족이 함께 토벌대에게 희생된 사람 중 비전투원으로 판단된 경우에 하는 등으로 내부적 처리 기준을 세워 결정의 종류를 달리하였는데, 실제 조사결과의 처리에 있어서는 조사관들의 개인적 판단 기준의 편차에 따라 그 기준이 모든 경우에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다. 조사관들은 조사대상 사건의 유형별로 전체적인 시대 흐름과 사건의 경위를 정리한 다음 개별 신청대상자 등이 당해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이 가능한지를 조사한 다음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조사는 대개 희생자의 유족인 신청인 및 친척 등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제적등본이나 재소자명부 등 사건 당시의 상황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도 상당 부분 수집·검토되었으나, 조사보고서에는 참고인들의 진술 중 조사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부 진술 부분만이 발췌되어 있거나 대단히 축약적으로 요약되어 있어 조사관의 주관적인 해석이나 평가, 선별이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적어도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의 경우에는 가해자 측으로 지목된 군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개별 신청대상자의 피해 경위 등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의견을 제시받은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리위원회는 조사관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하였고, 정리위원회 위원들의 심의과정에서 근거 자료나 신청인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듣는 등으로 그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바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규명결정은 진실규명 신청인, 조사대상자, 참고인에게만 통지되고 이들만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제28조).  

한편 과거사정리법은 정리위원회의 조사 및 결정에 따른 정부의 의무로서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제34조), 구체적인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로서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이러한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정리위원회도 2009. 8. 21.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배·보상 원칙과 방식은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 등 관련자의 피해 정도를 기준으로 보상하되, 현재 생활 여건을 감안하여 보상 수준과 형태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배상은 적정한 액수의 특별 정액금 위자료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는 내용으로 국회와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위와 같은 과거사정리법의 목적과 내용, 정리위원회의 활동 방식,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및 이를 통하여 개별 신청대상자가 각 조사대상 사건의 희생자라고 한 결정은 정리위원회 나름의 조사방식에 따른 자료조사 등을 거쳐 사실발견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조사과정에서는 물론 최종 결정처분을 할 당시까지도 그것을 토대로 하여 국가 등 가해자를 상대로 일반 민사소송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까지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확정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묻혀 있던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가 이를 토대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상이나 보상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사정리법 자체에 규정된 정부의 의무와 정리위원회의 위와 같은 건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초 기대한 특별법의 제정 등 후속절차를 취하지 아니하자 유족 등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특히 피고 스스로 한국전쟁 전후의 불법행위에 관한 진상규명 시도를 은폐하거나 심지어 처벌하기까지 하는 등으로 막았던 경우도 없지 않고 그 사이에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객관적인 증거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개별 사건에 관하여 알고 있던 사람들도 상당수 사망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희생자의 시신이나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 등 명백한 증거에 의하여 진실규명 신청대상자가 당시 희생된 것이 맞다는 사실을 엄격하게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위원회의 희생자 확인결정 또는 추정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인정 근거의 연관성이나 신빙성 등에 대한 심사를 할 것도 없이 그 대상자는 모두 군이나 경찰 등 국가에 의한 희생자라는 사실이 다툼의 여지가 없이 확정된 것이고, 그로 인한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서 대상 사건 및 시대상황의 전체적인 흐름과 사건의 개괄적 내용을 정리한 부분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지만, 국가를 상대로 민사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그러한 전체 구도 속에서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하여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그 절차에서까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조사보고서 자체로 개별 신청대상자 부분에 관하여 판단한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스스로 전제한 결정 기준에 어긋난다고 보이거나, 조사보고서에 희생자 확인이나 추정 결정의 인정 근거로 나온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내용이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과 불일치하거나, 그것이 추측이나 소문을 진술한 것인지 또는 누구로부터 전해 들은 것인지 아니면 직접 목격한 것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등으로 그 진술의 구체성이나 관련성 또는 증명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논리와 경험칙상 조사보고서의 사실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점들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조사관이 조사한 내용을 요약한 조사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사실의 존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그 경우에는 참고인 등의 진술 내용을 담은 정리위원회의 원시자료 등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하여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사법적 절차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실심리의 자세이다. 물론 그러한 심리의 과정에서 정리위원회의 조사자료 등을 보관하고 있는 국가 측에서 개별 사건의 참고인 등이 한 진술 내용의 모순점이나 부족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그에 관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여 다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고, 그러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때에는 민사소송의 심리구조상 피고에게 불리한 평가를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바로 상대방의 주장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참조).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법원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등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일부 인용하여,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설립된 정리위원회가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을 신뢰하여 원고들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1, 2(이하 ‘망인들’이라 한다)를 진도군 민간인 희생사건(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는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나 이는 오기로 보인다)의 피해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법원도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고, 이에 대하여 일반적인 사법절차의 사실인정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증명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정리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갑 제1호증)만을 증거로 망인들이 피고 소속 경찰들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사실인정을 한 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다(위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망인들과 원고들의 신분관계에 관한 증거들이다). 

라.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먼저, 망 소외 1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정리위원회는 참고인 소외 3과 소외 4에 대한 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진술조서)를 근거로 망인이 행방불명되어 희생자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원심은 진실규명결정의 이유에 해당하는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망인이 1950. 11. 10. 피고 소속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우선 소외 3은 망 소외 1의 4촌 동생으로서 정리위원회에 위 망인에 대한 진실규명신청을 한 신청인 본인이고, 그 진술 내용이라고 조사관이 요약해 둔 내용도 위 망인이 인민군 점령하에서 강요에 못 이겨 인민재판을 참관하였고 그 이유로 수복이 된 후 모략을 당하여 살해되었다는 취지이기는 하나 그 진술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익명 처리가 되어 있어 신원조차 특정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진술 내용만으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국적 규모로 조직적·집단적인 사살이 자행된 국민보도연맹원이나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등의 경우처럼 집단적 불법의 과정에서 망인이 피고 소속 경찰 등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모략으로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나머지 한 명의 참고인인 소외 4의 진술은 ‘한마을에 살아서 알게 되었고, 수복 이후 경찰에 끌려간 후 행방불명되었다’라는 것이 전부여서 이것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 경위 등을 특정하기 어렵다. 또한 망 소외 1의 자녀인 원고 1, 2, 5 등 직접적인 유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과 4촌 간인 소외 3이 진실규명신청을 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기록이 없다. 한편 망 소외 1의 제적등본에는 사망일자가 1952. 3. 2.로 기재되어 있어 위 조사보고서에서 살해되었다고 추정한 시기와는 차이가 있고 당시 시신이 수습된 바도 없어, 정리위원회에서도 망 소외 1에 대해서는 희생자 ‘추정’ 결정을 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조사보고서의 내용만으로 망 소외 1이 진실규명결정에 기재된 것처럼 1950. 11. 10. 경찰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사살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2) 다음 망 소외 2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정리위원회는 참고인 진술, 망인의 시신수습, 망인의 제적부 기재를 판단 근거로 삼아 망인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원심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망인이 1950. 10. 24. 피고 소속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그 인정 근거 중 유일한 제3자의 진술은 소외 5의 진술뿐인데, 조사보고서상 그 진술을 요약한 표에는 “수복 이후 경찰에게 연행되어 사살됨”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 진술을 직접 인용하여 요약한 부분은 부친(소외 6)과 모친(소외 7) 및 오빠(소외 8)가 경찰 등에 끌려가 사살되었고, 남동생(소외 9)도 학련생들이 업어갔는데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으로, 원고 6, 7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2가 살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없다. 그리고 원고 7에 대한 조사 내용 부분은 망인의 사망 당시 3세여서 나중에 가족들로부터 사건을 전해들은 것이라는 취지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망인의 사망 경위에 관하여 누구로부터 무슨 내용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시신수습에 관하여도 위 조사보고서에는 망인의 ‘시신수습’란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을 뿐이어서 그에 관하여 어떤 절차로 어떤 조사가 이루어진 것인지를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 소외 2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위 조사보고서의 내용 자체로 보더라도 원고들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결정을 한 이상 법원도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전제한 다음, 조사관이 작성한 참고인들의 진술조서 원본을 제출하도록 하여 확인하거나 관련 증인을 조사하는 등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증거조사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위 조사보고서만을 증거로 하여 망인들에 대한 원고들 주장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 및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지만(민법 제766조 제1항), 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때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다4091 판결 참조),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하여야 위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1921. 4. 7. 조선총독부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제정된 구 재정법 제8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구 회계법 제32조), 이는 위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과 달리 불법행위일로부터 바로 진행이 되므로 과거사정리법에 의하여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하여 희생자임을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희생자에게 피해가 생긴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 등에 대하여 위와 같이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된 때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과거사정리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산하에 정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거나 직권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해 왔고, 과거사정리법을 통하여 피고 스스로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고,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며,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처럼 과거사정리법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을 포함하여 그 적용대상 사건 전체에 대하여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왜곡되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고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도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 경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까지를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률임을 명시하여 밝히고 있다. 과거사와 관련하여 종전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추구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경우와 개별 피해자에 대한 배상·보상이나 위로금을 지급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까지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전자에 속하는 것이라면「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나「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등은 후자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사정리법은 그 법률 자체에서 보상금 등 지급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법문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후자의 범주에 속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법률에서 과거의 특정 역사적 사건으로 인한 개별 피해자에 대하여 금전지급의 방법에 의한 피해회복을 선언한 경우에는 정부나 국회가 후속 입법 등을 통하여 그 지급대상이나 기준을 정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 경우 금전지급에 의한 피해회복은 오로지 입법 조치 등을 통하여 일괄 해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개별 피해자가 사법절차를 통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배제된다고 하려면 법률에서 그러한 취지의 규정을 두어 밝힌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다. 결국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종전에도 다수의 과거사 관련 개별 법률들이 제정되었으나 그 적용대상이 특정사건에 국한되어 있는 등의 한계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었고, 그에 따라 진실규명 대상 사건도 일제강점기 이전 항일독립운동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시기 및 해방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시까지의 모든 반민족적,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공권력의 행사 등이 전부 포함되도록 하였고(과거사정리법 제1조 및 제2조 참조), 법의 명칭을 과거사정리 ‘기본법’으로 한 것도 그러한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의 적용대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근거한 진실규명신청조차 없었던 경우에는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망인들에 대하여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도 망인들을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 망인들의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허용될 수 없다.  

나. 한편 위와 같이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2009. 4. 6.(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는 ‘2009. 8. 25.’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나 이는 오기로 보인다) 망인들에 대한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졌지만, 다른 한편 정리위원회는 2009. 8. 21. 국회와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후 2010. 6. 30. 활동을 종료한 다음 과거사정리법 제32조에 따라 2010. 12.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한 종합보고서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건의의견을 제시하였다. 국회에서도 2011. 11. 17.「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13885호)이 발의되었으나, 그 후 당해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도 있다. 즉 이 사건에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그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정리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비교적 단순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2년 10개월이 경과한 2012. 2. 14.에 제기되기는 하였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진실규명결정 이후 단기소멸시효의 기간 경과 직전까지 피고의 입법적 조치를 기다린 것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할 것이고, 이를 감안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원심은, ①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의 어떤 조치가 있기 전까지 피고 등을 상대로 적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점, ② 전쟁이나 내란 등 국가비상시기에 경찰이나 군인 등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적·집단적으로 자행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③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민의 생명을 박탈한 후 이에 대하여 진상 파악 및 피해 보상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위 집단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서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그 불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현저히 불공평하여 허용될 수 없는 점을 들어, 원고들로서는 망인들의 사망에 대한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때까지는 객관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고,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 기준을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역시 국가가 아닌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때만 가능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2784 판결 참조).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서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망인들이 전쟁기간 중에 경찰 등에 의하여 자행된 기본권 침해행위에 의하여 희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원고들이 한국전쟁 종료 후 50년 이상이 지난 다음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고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이 종래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유 중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에 해당한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위 사유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큰 상태에서 채무자가 동일하게 시효가 완성된 다른 채권자에게는 임의로 변제를 하면서 당해 채권자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시효 완성을 인정하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등의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인데, 원심이 든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에 그러한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유로서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 있기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이 사건에서 피고의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들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한 점이 인정되므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소멸시효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고, 법원이 그 위자료 액수 결정의 근거가 되는 제반 사정을 판결 이유 중에 빠짐없이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527 판결 참조). 

또한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은 그 피해가 발생한 때로부터 무려 약 60년이 경과되었고, 과거사정리법도 그 피해의 일률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숫자도 매우 많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희생자 유족의 숫자 등에 따른 적절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선고 전에 있었던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다4091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다17004 판결 등에서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희생 사건의 위자료를 비슷한 기준으로 정한 원심판결들이 이미 여러 건 확정된 바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와 유사한 사안인 이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를 달리할 만한 다른 사정에 관하여 밝히지도 않은 채, 희생자 본인과 그 배우자 및 부모와 자녀 등에 대하여 각각 상당한 정도로 증액된 기준을 적용하여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위에서 본 사건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반드시 적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그로써 사실심법원의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을 파기할 사유가 될 만한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와 다른 견해를 전제로 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상고이유 제1점과 관련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보면서도, 개별 당사자가 희생자가 맞는지를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리위원회가 희생자 확인 또는 추정 결정을 한 근거가 그와 같이 사실확정을 하기에 논리와 경험칙상 수긍하기 곤란한 점들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사실의 존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리위원회의 원시자료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하여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에서 원심이 실질적으로 조사보고서만을 증거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발생 원인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조사보고서의 기재 내용 자체로 보더라도 희생자 확인 또는 추정 결정의 내용대로 희생자들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이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원고들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가. (1) 과거사정리법은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제1조). 과거사정리법은 위와 같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낼 사건으로 ‘1945. 8. 15.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1945. 8. 15.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과거사정리법이 이러한 사건들을 진실규명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가 규정한 기간 동안 발생한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유린이나 폭력·학살 등 사건은 침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진상을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알기 어려워 진상이 왜곡되거나 은폐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피해자 개개인은 관련 자료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스스로 관련 자료를 조사하거나 수집하여 진상을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려운 반면, 국가는 관련 자료를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사정리법이 부여한 조사방법과 절차를 통하여 관련 자료를 비교적 용이하게 조사·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사정리법은 위와 같은 진실규명 업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정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대학에서 전임교수 이상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3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공무원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 성직자 또는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 정리위원회를 구성하되, 그 구성에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제4조). 또한 위원의 임기 및 직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면서(제5조, 제8조), 정당의 당원 등이 위원이 되거나 위원이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두고 있으며(제9조 내지 제11조), 정리위원회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제13조). 아울러 그 업무수행을 위하여 사무처 및 신분이 보장되는 직원을 두고, 필요한 사항을 자문하기 위하여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조 내지 제16조). 

과거사정리법은 진실규명 조사와 관련하여, 위원이나 소속 직원을 활용한 다양한 조사방법(참고인 등의 진술청취, 관계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요구, 사실조회, 감정의뢰, 실지조사 등)을 규정하면서 정리위원회로부터 자료 등의 제출명령을 받은 기관 등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으며, 제출을 거부할 사유가 있더라도 비공개를 전제로 정리위원회가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제23조). 또한 참고인 등에 대한 진술청취 조사방법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동행명령 제도를 두고 있고, 대상자가 수감자나 현역 군인인 경우 교도소나 소속 부대장의 협력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제47조). 그 밖에 국가기관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대하여 정리위원회의 업무에 적극 협조하고 진실규명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3조). 

이와 같은 조사를 거쳐 진실규명이 된 경우 정리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 의결로써 진실규명결정을 하게 된다(제12조, 제26조). 이러한 진실규명결정은 조사대상자나 참고인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의가 있는 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제28조),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도 있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0두2285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과거사정리법은 국가에 대하여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와 가해자를 상대로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제34조), 정부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에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또한 과거사정리법은 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사건 피해자 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국가가 하여야 할 조치, 진실규명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하여 권고한 사항을 소관 국가기관이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제4항, 제5항), 이에 따라「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에 관한 규정」(2008. 1. 8. 대통령령 제20532호)이 제정되어 권고사항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이 과거사정리법이 왜곡되거나 은폐된 사건의 진실규명 등을 목적으로 독립된 정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실규명을 위하여 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기하고 위원의 업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는 한편 각종 조사방법과 관련 절차를 규정하면서 국가기관의 협력의무를 비롯한 조사의 실효성 확보 장치를 마련한 점, 이해관계인에게 결정을 다툴 수 있는 이의신청권이 부여되어 있고 항고소송을 통하여 불복할 기회도 주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가 진상을 확인한 국가 산하기관인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진실규명결정은 증명력이 매우 높은 유력한 증거로 보아야 하고, 명확한 반증이 없는 한 그 증명력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아울러 과거사정리법이 이와 같이 진실규명결정에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국가나 정부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은, 진실규명결정 및 그에 따른 처우가 가지는 법적·사회적 의미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국가가 진실규명결정에 스스로 따르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된다. 

나. (1)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따라서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되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소송 외에서 전문적인 학식,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의견을 기재한 서면이라 하더라도 그 서면이 서증으로 제출되었을 때 법원이 이를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면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할 수 있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다77848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7373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사실심법원이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증명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 내용에 따라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 발생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러한 사실의 인정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되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2)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리위원회 구성의 전문성과 중립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실규명을 위하여 마련된 여러 가지 법적 절차와 그 실효성 확보 장치 등에 비추어 그 증명력이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하고 명확한 반증이 없는 한 그 증명력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은 과거사정리법의 목적이나 취지, 정리위원회의 역할 및 진실규명결정과 그에 따른 처우가 가지는 법적·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 보면,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근거로 그 결정에서 규명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 발생 원인사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에서 말하는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도 부합한다. 

더욱이 과거사정리법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행위를 대상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려는 것으로서, 그 행위에 관한 증거는 이미 산일되거나 왜곡 또는 폐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과거사정리법은 정리위원회에 광범위한 진실규명 조사방법을 부여하고 국가기관 등에게도 적극적인 협조 의무를 지움으로써 가능한 모든 자료가 조사과정에서 현출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였지만, 위와 같은 상황 아래에서 현출될 수 있는 증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한 객관적인 폭력·학살 등의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그 대상인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해사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라고 한다면 피해자의 유족이나 친지 등의 진술이라거나 그 진술이 간접사실에 대한 진술이라고 하여 이를 가벼이 여길 것은 아니다. 폭력·학살 등의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그 무렵 피해자가 사망하였거나 행방을 알 수 없음이 확인된다면, 그 폭력·학살 등의 행위와 아울러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유족·친지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할 것은 아니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이 경험의 법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진실규명결정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진실규명결정은 그 내용에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는 등으로 인하여 그 자체로 증명력이 부족함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매우 유력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어서 피해자는 그것으로써 국가 소속 공무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발생 원인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경우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을 부인하며 가해행위를 한 바가 없다고 다투는 국가가 그에 관한 반증을 제출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국가는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사유를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반증을 제출함으로써 진실규명결정의 신빙성을 충분히 흔들어야만 비로소 피해자 측에 진실규명결정의 내용과 같은 사실의 존재를 추가로 증명할 필요가 생기고, 국가가 그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함부로 진실규명결정의 증명력을 부정하고 그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덧붙여 지적하자면,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돌연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사건의 진상에 관하여 새로이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채 국가가 산하기관을 통하여 스스로 행한 진실규명결정과 이에 따라 피해회복 조치를 취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 된다. 

(3) 이와 같이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점 및 진실규명결정은 그 자체로 증명력이 부족함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고도의 증명력을 가지므로 이로써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 발생 원인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였다고 볼 수 있고 국가가 그에 대한 반증을 제출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실심법원이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증명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 결정을 근거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 발생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위와 같이 진실규명결정의 증명력이 배척되는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한국전쟁 발발 후 전남 서남부 경찰부대 및 각 지역 경찰은 북한 인민군과 호남지방에서 일진일퇴를 반복하였고, 그 와중에 인민군은 1950. 8. 하순경 진도군을 점령하였는데, 인민군 점령 당시 전남 서남부지역에는 군·면 인민위원회 등이 설치되었고, 좌익 세력에 의한 우익 인사의 희생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특히 인민군과 좌익 세력은 1950. 9. 하순경 강진, 해남, 완도군에서 우익 인사를 대규모로 희생시킨 사실, 유엔군이 1950. 9. 중순경 서울을 수복하면서 전남 서남부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인민군과 좌익 세력은 1950. 9. 하순경 그 지역에서 퇴각하였고, 그 지역을 수복한 경찰은 1950. 10. 초순경부터 인민군 점령기의 부역혐의자를 색출하기 시작하였으며, 부역혐의자로 지서에서 체포되거나 자수한 주민들은 지서 및 경찰서 인근에서 희생되거나 재판을 거쳐 형무소에 수감된 사실, 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된 후 정리위원회는 2006. 11. 30. 소외 3 등으로부터 진도군 일대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신청을 접수하여 2007. 4.경부터 2009. 2.경까지 신청인 조사, 참고인 조사,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한 사실, 그 결과 정리위원회는 2009. 4. 6. 유족 진술, 참고인 진술, 시신 수습 여부 및 제적부 기록 등을 근거로 “망 소외 1은 수복 이후 인민재판을 참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어 진도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가 1950. 11. 10. 경찰관에게 끌려 나간 후 행방불명되었고, 망 소외 2는 수복 이후 부역 혐의로 고군지서 경찰에 연행되어 지서에 구금되어 있다가 1950. 10. 24.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오산리 저수지에서 경찰에게 사살되었다.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망 소외 1은 1950. 11. 중순경 사망하였다고 추정되고, 망 소외 2는 1950. 10. 24. 사망하였음이 확인된다.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고 희생자의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사업을 하며, 유족들이 원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 등 잘못된 공식기록을 정정하고, 군경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내법과 관련 국제법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인권교육을 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이하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내용에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다거나 그 자체로 증명력이 부족함이 분명하다고 보이지도 아니할 뿐만 아니라, 도무지 이 사건 심리과정상 정리위원회의 조사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국가 측에서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의 모순점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그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으로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증명력을 탄핵하려는 시도조차 해 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피고 소송수행자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 간접·전문 증거에 의한 결정이라는 등의 간략한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러한 소송진행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을 근거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발생 원인사실을 인정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진실규명결정이 갖는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근거가 된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그 판시와 같은 불명확한 점 등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로써 희생자들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 내용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 원심이 위법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사항들은 단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제기에 불과할 뿐이지 그로써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내용 자체에 무슨 오류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또 그것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증명력이 분명하게 부족하다고 볼 정도의 사정도 못 된다. 따라서 그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 근거한 사실심법원의 사실인정을 위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라. 과거사정리법은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가 2005. 5. 31. 법률로 제정한 것이다. 과거사정리법의 제정 취지는 국가권력의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행정부나 법원도 마땅히 존중하여야 한다. 입법적 결단으로 제정된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이루어진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은, 그로써 더 이상의 무용한 논란이나 시비를 뒤로 하고 우리나라의 굴곡 많았던 과거사를 문자 그대로 정리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변론주의와 처분권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절차에서 다시 검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법원이 동조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은 일반적인 행정위원회가 사인(사인) 간의 분쟁에 대하여 내린 재결(재결)과는 그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

가.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때부터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쳐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 이르기까지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각종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등 다양한 ‘과거사’가 존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위주의적 통치가 종식되고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즈음하여 5·18 민주화운동 등 개별적인 분야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손해를 배·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제정·시행되기도 하였으나, 개별 특별법에서 소외된 여타 과거사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피해자나 목격자가 사망한 경우가 많고, 설사 생존하여 있더라도 기억의 망실, 왜곡, 불일치, 일관성의 결여 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객관적인 기록이나 자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이 사실을 부인하거나 증거서류를 은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아니하여 정확한 사실을 확정하여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아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렵사리 사실확정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하여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법원에 제기하여야 한다면 그 재판절차에서는 필연적으로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제기되고, 특별한 사정과 법리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그 항변을 배척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입법자를 비롯한 국민 일반의 법의식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연유로 국회는 과거사를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과거사정리법을 제정하면서도, 피해자나 그의 유족이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근거로 하여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 아래, 국가에 대하여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제34조), 정부에 대하여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나 그 유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이고(제36조 제1항), 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작업을 완료한 후 국회와 대통령에게 배·보상 특별법의 제정을 건의하거나, 국회에서「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던 사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회나 정부가 정리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였을 가정적인 경우와 그렇게 하지 아니하여 민사소송절차로 해결을 모색하는 현실적인 경우를 나누어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진실규명결정이 포함된 문서가 조사보고서로서 이를 칭함에 있어 다수의견은 ‘조사보고서’라는 표현을, 반대의견은 ‘진실규명결정’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바, 이하에서는 다수의견의 예에 따라 ‘조사보고서’라고 칭한다)의 증명력을 살펴본다. 

(1) 국회나 정부가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였다면,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와 그의 유족(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에게 특별법에 의한 배·보상을 함에 있어 국가는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진실규명결정과 다른 사실을 주장하거나 그 이외의 별도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업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고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까지 갖추어 정리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정리위원회로 하여금 진실규명결정을 하게 하고 그 건의를 받아들여 과거사정리법에 기한 의무 이행의 방편으로서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른 마당에, 특별법에 따른 배·보상 단계에서 그 진실규명결정의 효력을 부정한다면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진실규명결정을 받고도 배·보상을 거부당하였다면 그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고, 이때 법원은 진실규명결정에 당연무효사유 등이 없는 이상 나아가 원시자료의 존부나 내용 등에 대해 따져볼 것도 없이 조사보고서의 존재만으로 당해 거부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러나 과거사정리법 자체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와 정리위원회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는 특별법의 제정 등 후속 절차를 미루고 있고, 피해자는 배·보상 특별법의 제정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여 이 사건과 같이 개별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절차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바, 이처럼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가 민사소송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조사보고서에 대한 증거의 가치 역시 민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리위원회는 과거사정리법상 비록 중립성을 모색하기 위한 일부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위원의 과반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함으로써(제4조 제2항)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점, 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관하여 내부적 처리 기준을 세워 희생자 확인과 추정으로 결정의 종류를 구분하여 두었으나, 실제 조사결과의 처리에 있어서는 조사관들의 개인적 편차에 따라 그 기준이 모든 경우에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은 점, 조사관들의 조사는 대개 피해자나 그 친척 등 특수관계에 있는 참고인들의 불완전한 진술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가해자 측으로 지목된 군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개별 피해자의 피해 경위 등에 대하여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받은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정리위원회는 사실관계에 관한 재확인 없이 조사관들의 조사결과를 주된 근거로 최종결정을 내린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조사보고서는 법원이 통상의 민사소송절차에서 행하는 사실인정의 방식과는 달리 과거사정리법의 목적과 취지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그 조사보고서에 대하여 법원이 입증의 부담을 완화·경감시키는 것은 몰라도 이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확립되어 온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을 후퇴시켜 가면서까지 사실상의 추정에 준하는 정도로 고도의 증명력을 부여하는 등의 특별한 대우를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조사보고서의 판단 근거가 된 원시자료만으로는 희생자로 판정하기에 현저히 부족한 경우까지 조사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그에 기속되는 판단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결국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대하여 사실상의 추정에 준하는 정도로 고도의 증명력을 부여하는 등의 특별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의 논리는 특별법이 제정되었을 경우 배·보상의 영역 또는 그에 뒤따를 수 있는 행정소송의 영역에서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과 같은 민사소송의 영역에서까지 타당성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현재와 같이 국회나 정부가 과거사정리법상의 의무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통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절차로 내모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또한 민사소송을 통한 개별적 해결방식은 진실규명결정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애당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입증에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차별하고, 나아가 입증에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실심법원의 재량 범위 내에서 위자료 액수에 차등이 생길 수 있어 피해구제의 불균형을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관한 국가의 피해배상 등 후속 절차는 국민 전체의 여론과 국가재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근거하여 통일적 기준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리위원회가 건의한 바와 같이 배·보상 특별법의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가 완성될 수 있도록 서두를 일이다. 

이상으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주심)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나. 판결요지 


(1)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권리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2)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검토  


(1) 대상판결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과 관련하여 피고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는지 여부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둘째,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평가될 경우에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수 있는 기간은 언제까지이냐 하는 것이다. 


(2) 과거사 사건으로 통칭되는 대한민국의 경찰·군인 등 이른바,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의 경우, 관련 특별법 자체가 없거나2) 또는 특별법에 보상규정이 없는 경우에 피해자 본인 또는 그 유가족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민사특별법인 국가배상법에 따르게 된다.3) 

2) 가령‘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6123호, 2000. 5. 13. 제정),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특별법’(법률 제6170호, 2000. 5. 16. 제정) 등의 특별법이 있다. 
3) 한편 국가배상법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국가배상법 제8조의 규정상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민법 제766조 제1항)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게 된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제1항).’ 


   위와 같은 국가배상사건의 경우, 종래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사건’(대판 1996. 12. 19. 94다22927전원합의체), ‘거창양민학살사건’(대판 2008. 5. 29.2004다33469), ‘법난사건’(대판 2011. 10. 17. 2011다54709) 등에서 피고인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인용하였다.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른바, 소멸시효남용론)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4) 첫째,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5) 둘째는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6) 셋째는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7) 넷째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8) 등이다.  

4) 이범균,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대법원판례해설제54호, 법원도서관, 2006, 22면 이하 참조. 
5)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사건’(대판 1997. 12. 12. 95다29895), ‘청송교도소 사건’(대판 2003. 7. 25.
2001다60392), ‘즉결처분 사건’(대판 2008. 9. 11. 2006다70189), ‘문경학살 사건’(대판 2011. 9. 8. 2009다66969) 등이 있다. 
6)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울산지역 보도연맹 사건’(대판 2011. 6. 30. 2009다72599), ‘문경학살 사건’(대판 2011. 9. 8. 2009다66969), ‘신병훈련소 자살 사건’(대판 2011. 10. 13. 2011다36091) 등이 있다.  
7)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상판결’과‘ 청주·청원 국민보도연맹 사건’(대판 2013. 7. 25. 2013다16602)이 있고, 위의 문경학살사건’(대판 2011. 9. 8. 2009다66969)의 경우에도, 이 점을 설시하고 있다. 
8) 위의 ‘문경학살 사건’(대판 2011. 9. 8. 2009다66969)은 판결이유 중의 또 다른 하나로 이 점을 들고 있다. 즉,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1.15.(50),237]

【판시사항】

[1]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소정의 '계약에 의한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소송의 상대방(=미합중국)

[2]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소정의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포함되는 청구권의 범위

[3]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소정의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기하여 미합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국가배상법상의 전치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소극)

[4] 소멸시효의 항변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고 한다) 제23조 제5항은 공무집행중인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고용원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미합중국 군대가 법률상 책임을 지는 기타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사고로서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정부 이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청구권은 대한민국이 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소송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와 같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관한민사특별법 제2조, 제4조에 따라 국가배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치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한편, 위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은 위와 같은 청구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에 의한 청구권(contractual claim)'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처리할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계약에 의한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소송은 계약 당사자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 

[2]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의 계약에 의한 청구에는 계약의 당사자인 미합중국에 대한 계약의 이행 청구와 계약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뿐만 아니라, 계약의 체결 및 이행 사무를 담당하는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고용원 등이 계약의 체결 및 이행과 직접 관련하여 행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계약 상대방의 손해배상 청구도 포함된다. 

[3]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기하여 미합중국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관한민사특별법 제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법 제4조가 규정한 국가배상법상의 전치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채권자로 하여금 소 제기 등 시효 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고 이를 소청심사위원회에 의한 구제절차의 종료시까지 미루도록 유인하는 행동을 하였고, 또한 채무자와의 약정에 따라 위와 같은 채무자측의 행정적 구제절차를 충실히 밟고 이를 기다린 다음 상당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한 채권자에 대하여, 위 행정적 구제절차를 오래 끌어오면서 애초에는 채권자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가 오류가 있는 재심결정에 의하여 채권자의 청구를 부정한 채무자가 이번에는 단기소멸시효를 원용하여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 제23조 제5항[2]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 제23조 제5항[3]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 제23조 제5항,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관한민사특별법 제2조, 제4조[4] 민법 제2조, 제766조 

【참조판례】

[4]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공1995상, 434)

【전 문】

【원고,피상고인】 대림기업 주식회사

【피고,상고인】 미합중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5. 5. 19. 선고 94나2745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고 한다) 제23조 제5항은 공무집행중인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고용원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미합중국 군대가 법률상 책임을 지는 기타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사고로서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정부 이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청구권은 대한민국이 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소송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와 같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관한민사특별법(이하 '민사특별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4조에 따라 국가배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위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은 위와 같은 청구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에 의한 청구권(contractual claim)'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처리할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계약에 의한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소송은 계약 당사자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에 의한 청구에는 계약의 당사자인 미합중국에 대한 계약의 이행 청구와 계약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뿐만 아니라, 계약의 체결 및 이행 사무를 담당하는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고용원 등이 계약의 체결 및 이행과 직접 관련하여 행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계약 상대방의 손해배상 청구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기하여 미합중국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위 민사특별법 제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법 제4조가 규정한 국가배상법상의 전치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0. 2. 22.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피고 산하 육군(이하 '주한미군'이라고 한다) 계약담당부(United States Army Korea Contracting Agency)를 대표한 계약담당관인 소외 레너드 라조프(Leonard Lazoff)와 사이에서 원고가 주한미군의 휴양시설인 내자호텔 내의 상점에서 피고측으로부터 인가된 구매자들에게만 인가된 가격으로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위 계약담당관에게 일일보고를 하여 확인을 받으며 위 상점의 월차임 명목으로 금 2,501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내자호텔의 총지배인인 소외 살레르노(Salerno)는 위 계약의 이행 과정에 있어서의 모든 권한에 관하여 위 계약담당관의 대리인으로 지명된 사실, 위 계약담당관 레너드 라조프, 내자호텔의 총지배인 살레르노 등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위 계약에 기하여 판매되는 물품의 면세 여부에 관하여 한미행정협정의 규정 및 대한민국의 세법 등을 조사하거나 대한민국의 세무당국에 그에 관한 문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살레르노는 위 계약의 체결을 위한 경쟁입찰에의 응찰자들을 상대로 하여 1980. 1. 24. 실시된 현장 설명회에서 원고를 포함한 응찰자들에게 위 계약에 기하여 판매될 물품에 관하여 대한민국에서 부과되는 모든 세금이 면제된다고 설명하였고, 위 레너드 라조프는 위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서에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에 관하여는 한미행정협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에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관세 기타 세금이 면제된다고 기재함으로써 위와 같은 취지를 위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시킨 사실, 원고는 1980. 4. 1.부터 위 내자호텔 내의 상점에서 영업을 개시하면서 소외 주식회사 금성사로부터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전자기기를 공급받았는데, 위 회사는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계약서를 보고 위 계약에 기하여 판매되는 물품은 면세라고 믿고 원고에게 공급하는 물품에 관한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이를 공급하고 관할 세무서에 면세의 근거로 원고가 제공한 위 계약서의 사본을 제출하기까지 하였으며, 원고는 위 물품들을 위 계약상 피고측으로부터 인가된 구매자들에게만 인가된 면세 가격으로 판매한 사실,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위 내자호텔의 내부에 '면세품점'이라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원고가 운영하는 위 상점이 면세점이라는 취지의 광고를 '성조기(Stars and Stripes)' 신문에 게재한 사실, 원고는 1980. 10.경에 이르러 관할 세무당국으로부터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을 비록 주한미군의 구성원이나 고용원 및 그들의 가족들이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용이 아닌 개인적인 구입으로서 한미행정협정에 의한 면세의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에게 면세가 되도록 해 주겠다고 하여 원고는 피고측의 이러한 말을 믿고 계속 물품을 면세 가격으로 구입하여 전부 면세 가격으로 판매한 사실, 원고는 1981. 4.경에 이르러 부득이 그 동안 자신이 구입하여 판매한 텔레비전 등 물품에 관하여 부과된 부가가치세 금 20,529,797원, 특별소비세 금 49,672,586원, 방위세 금 16,256,480원, 관세 금 9,510,666원 등 합계 금 95,969,529원의 세금을 부담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계약담당관, 내자호텔 지배인 등은 피고의 사경제적 활동이라 할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및 이행 사무를 담당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고, 또한 그들의 위와 같은 행위 등은 위 계약의 체결 및 이행에 직접 관련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 소속 위 공무원들이 주한미군의 구성원이나 고용원이라고 하더라도 위 계약의 상대방인 원고가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 행위 등으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여 위 계약의 당사자인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이 규정하고 있는 '계약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 때에 국가배상법상의 전치주의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와 그 범위를 판단하고 있는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민사특별법 제2조, 제4조 등에 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주한미군 계약담당부를 대표한 계약담당관인 레너드 라조프와 사이에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나 청구로서 합의에 의하여 해결되지 않은 것은 계약담당관의 결정을 받고, 계약담당관은 그 결정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그 사본을 우편 기타의 방법으로 원고에게 송달하며, 원고는 위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Armed Services Board of Contract Appeals) 앞으로 된 서면을 계약담당관에게 우편 기타의 방법으로 제출하여 불복할 수 있으며, 위 위원회의 결정은 종국적인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피고의 연방법률집(United States Code)의 관련 조항에 의하면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는 절대적으로 제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더 이상 하지 못하되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적인 문제나 기타 위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 자체에 상당한 하자가 있거나 그 결정이 상당한 증거에 기하여 내려진 것이 아닌 경우 등에는 연방순회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져 있는 사실, 원고가 한미행정협정 합동위원회(SOFA Joint Committee)에 대하여 한 조정신청에 관하여 주한미군 부사령관 특별법률고문관은 1984. 2. 6. 원고에게 위와 같은 피고측의 행정적 구제절차를 거치고도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때에는 한미행정협정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회신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분쟁해결약정은 사법적인 해결 방법을 완전히 배제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위 행정적 구제절차에서 내려진 결정에 법리오해나 상당한 채증법칙상의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사법적인 분쟁 해결 방법으로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위 분쟁해결약정에서 정한 구제절차를 밟았으나 위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내려진 1989. 9. 29.자 재심결정은 법리오해와 중대한 채증법칙상의 오류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원고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또한 이 사건 청구가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여지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은 위 분쟁해결약정과 관련하여 피고의 연방법률집의 규정을 이 사건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위 분쟁해결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위 연방법령집의 규정 내용을 참고로 하고 있을 뿐이므로, 원심이 이를 이 사건에 적용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탓하는 소론도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3. 제4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계약의 피고측 담당관인 레너드 라조프가 위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서에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에 관하여는 한미행정협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에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관세 기타 세금이 면제된다고 기재함으로써 위와 같은 취지를 위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시켰다고 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은 위 인정 사실 등을 토대로 하여,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한미행정협정 및 대한민국의 세법에 의하면 면세가 되지 않는 물품의 판매에 관하여 관계 법령의 검토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판매하는 물품에 관하여는 면세가 된다고 설명하여 이를 위 계약 내용의 일부로 포함시켜 원고로 하여금 위 물품을 면세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등의 과실로 인한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는 면세가 되지 않는 물품들을 모두 면세 가격에 판매하고서도 예기치 않게 위 물품들에 관하여 부과된 세금 합계 금 95,969,529원을 추가로 지출하였으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또한 모두 이유 없다. 

4.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채무가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1981. 4.경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자신이 판매한 물품들에 관하여 부과된 각종의 세금을 부담한 때에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하여 1984. 4.경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완료하게 될 것이라고 함은 소론과 같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앞서 본 분쟁해결약정에 따라 1983. 3. 30. 피고측 계약담당관에게 위 세금의 부담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미화 환산금 124,147.61달러를 포함하여 미화 234,351.84달러의 손해배상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1983. 4. 11. 기각되자 1983. 5. 10.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사실, 이와는 별도로 원고가 한미행정협정 합동위원회에 대하여 한 조정신청과 관련하여 주한미군 부사령관 특별법률고문관은 1984. 2. 6. 원고에게 위와 같은 행정적 구제절차를 거치고도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때에는 한미행정협정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회신한 사실,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에서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지난 1984. 7. 3.경 청문을 개시하여 1986. 8. 25.에 이르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 청구 중 위 세금 부담으로 인한 손해 미화 124,147.61달러에 한하여 이유 있다는 결정을 한 사실, 한편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1981. 1. 20. 위 내자호텔 내의 상점에서 금성사로부터 공급받은 칼라텔레비전들을 비면세권자인 내국인들에게 판매하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1987. 11. 2. 검찰에서 위 혐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받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측이 1986. 9. 26. 위 소청심사위원회에 위 소외인 등 원고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자, 위 소청심사위원회는 1989. 9. 29. 원고가 피고측으로부터 인가받은 고객들에게 판매한 칼라텔레비전의 수량을 입증하여야 함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내세워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이 때에 비로소 위 행정적 구제절차가 종료된 사실, 위 소청심사위원회의 재심결정에는 상당한 채증법칙상의 오류 등이 있는 사실, 그 후 원고는 1990. 1. 23.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채무자인 피고가 적극적으로 채권자인 원고의 소 제기 등 시효 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고 이를 위 소청심사위원회에 의한 구제절차의 종료시까지 미루도록 유인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고와의 약정에 따라 위와 같은 피고측의 행정적 구제절차를 충실히 밟고 이를 기다린 다음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에 대하여, 위 행정적 구제절차를 오래 끌어오면서 애초에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가 오류가 있는 위 재심결정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부정한 피고가 이번에는 단기소멸시효를 원용하여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당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참조). 

그렇다면 피고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결국 배척될 경우임이 명백하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결의 파기 이유가 되는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역시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0392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9.15.(186),1825]

【판시사항】

[1]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수용함에 있어서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자유에 대하여 가하는 제한의 허용범위

[2]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판결요지】

[1]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교도소나 보호감호소에 수용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에 교화목적의 달성과 교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그 밖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도 수용조치에 부수되는 제한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한은 위 목적 달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제한이 필요하고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제한의 필요성의 정도와 제한되는 권리 내지 자유의 내용, 이에 가해진 구체적 제한의 형태와의 비교교량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며,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행형법시행령이나 계호근무준칙 등의 규정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을 함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써 수형자 또는 피보호감호자의 권리 내지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거나 그 제한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2]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스스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결과, 채권자가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헌법 제37조 제2항[2] 민법 제2조, 제766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공2000상, 140)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두11028 판결(공2003상, 1090)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1. 8. 8. 선고 2000나406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에 대한 1992. 8. 17.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이를 6분하여 그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1. 피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원고가 청송제2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를 받던 중, (1)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각종 소송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한 집필허가신청을 하였는데 교도관들이 그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행위와, (2) 원고가 자신의 어머니와 접견하던 중 원고가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니 변호사를 선임하여 검찰에 고소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이 원고의 접견을 중지시킨 행위를 모두 위법하다고 하고, 또한 (3) 원고가 교도관들의 계호 소홀로 말미암아 함께 감호를 받고 있던 소외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위와 같은 교도관들의 고의·과실로 인한 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방해한 피고가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교도소나 보호감호소에 수용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에 교화목적의 달성과 교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그 밖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도 수용조치에 부수되는 제한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한은 위 목적 달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제한이 필요하고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제한의 필요성의 정도와 제한되는 권리 내지 자유의 내용, 이에 가해진 구체적 제한의 형태와의 비교교량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행형법시행령이나 계호근무준칙 등의 규정은 위와 같은 위법성 판단을 함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써 수형자 또는 피보호감호자의 권리 내지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거나 그 제한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위의 법리에 따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교도관들이 계호근무준칙 등에 따라 원고에게 집필내용의 요지를 문의하였으나 이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원고가 신청한 집필을 허가하지 아니한 행위 및 원고가 어머니와 접견하던 중 위에서 본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이 그 접견을 중지시킨 행위는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피보호감호자인 원고의 집필의 자유와 가족과의 접견권에 대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제한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은 사유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심의 이유 설시는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위와 같은 교도관들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피보호감호자의 집필의 자유 및 접견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이 거시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교도관들의 계호 소홀로 인하여 원고가 동료 피보호감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이 인정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혹은 교도관들의 계호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라.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스스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결과, 채권자가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2003. 3. 28. 선고 2002두1102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의 권리행사가 피고 소속 교도관들에 의하여 사실상 불가능 혹은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마. 직권으로 살피건대,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어 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소촉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본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는 2003. 4. 24.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고, 그 후 개정된 위 법률조항과 그에 따라 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3조제1항본문의법정이율에관한규정(2003. 5. 29. 대통령령 제17981호로 전문 개정된 것)은 2003. 6. 1. 이후에 적용할 법정이율을 연 2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정 전 소촉법의 규정에 의한 연 2할 5푼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결과적으로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잘못 적용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가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한 청구 부분 및 교도관들이 원고가 당한 폭행과 관련하여 합의를 종용하여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던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중 아래의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1992. 8. 17.부터 2003. 5. 3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제1심판결 중 이를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손지열(주심)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70189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

[2] 국가공무원 갑이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시효완성 이전에 판결문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을의 인격적인 법익 침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었고, 위조된 위 판결문에 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을이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상태가 계속되었으므로, 이때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2] 민법 제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공1998상, 237)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공2002하, 2849)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6. 9. 28. 선고 2006나2697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또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그가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망 소외 1은 피고 산하 육군 제8사단 제16연대 제1대대장(대위)으로서 6.25 사변에 참여하였다가 1950. 8.경 정당한 사유가 없이 제16연대장 소외 2의 즉결처분에 의하여 총살당한 자이고, 원고들은 망인의 처와 아들인 사실, 소외 2는 위와 같은 즉결처분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하여, 망인이 적전비행죄(적전비행죄)로 육군 제1군단 고등군법회의에서 1950. 8. 17. 사형판결을 선고받은 것처럼 위 고등군법회의 판결문(이하 ‘이 사건 판결문’이라 한다)을 위조하고 이에 관한 사형집행 기록 등도 모두 위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조작한 사실, 원고들은 망인이 전쟁 중에 사망하였을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 사망경위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통지도 받지 못한 사실, 그런데 1999.경 망인의 동생인 소외 3은 이 사건 판결문과 관련기록 등의 진위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며, 육군본부를 거쳐서 위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03. 12. 3. “망인에 대한 고등군법회의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이 사건 판결문과 관련 기록 등은 모두 소외 2에 의하여 조작되었으며, 그 판결의 전제가 되는 공소제기마저 없었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2003재고합1), 그 무렵 위 재심판결이 확정된 사실, 원고들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생활하다가 위 재심판결의 확정 이후인 2004. 10.경 망인을 국가유공자(전몰군경)로 등록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산하 육군 연대장이던 소외 2가 원고들에게 적전에서 비행을 저지른 비겁한 군인의 유족이라는 오명(오명)을 씌우고 사실상 망인의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곤란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그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그 판시의 사유를 들어 소멸시효의 주장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3. 위 인정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2가 망인의 사망경위를 은폐·조작하는 등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한 1950. 8.경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 개정 되었다가 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된 것으로서, 2006. 12. 31.까지 시행된 것) 제96조 제2항, 제1항에 의하여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31.경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 위 사실관계에서 쉽게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피고 소속 국가공무원인 소외 2가 그 시효완성 이전에 이 사건 판결문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 침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었고, 위조된 위 판결문에 대하여 법원이 2003. 12. 3. 재심판결을 선고하고 그 무렵 위 재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에 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상태가 계속 되었다 할 것이니 위 1항에 설시한 법리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국가배상법상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양승태(주심) 박시환 김능환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손해배상(기)][공2011하,2046]

【판시사항】

[1]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1949년 공비소탕작전을 수행하던 군인들이 문경군 석달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한 이른바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1949년 공비소탕작전을 수행하던 군인들이 전투능력은 물론 공비 협력 활동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어린이, 노약자, 부녀자들을 포함한 문경군 석달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한 이른바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공비 소탕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인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알기 어려워 희생자들의 유족이라도 국가에 의하여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는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점, 문경학살 사건에 대하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가해자가 소속된 국가가 진상을 규명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사건 초기 국군을 가장한 공비에 의한 학살 사건으로 진상을 은폐·조작하였던 점, 유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만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게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하거나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때까지는 객관적으로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여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가가 보호의무를 지는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게을리 한 국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문경학살 사건의 유족들이 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진실을 알게 된 다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에 대하여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62조 [2] 민법 제2조, 제166조 제1항, 제751조, 제766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국가재정법 제9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공1995상, 434)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공2008하, 1109)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25933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공2011하, 1515)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정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31. 선고 2009나244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문경학살 사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문경학살 사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른바 문경학살 사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문경학살 사건이 발생한 때부터 5년이 경과한 1954. 12. 24.경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소멸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소가 2008. 7. 10.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있고, 나아가 원고들이 적어도 문경학살 사건으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소원 청구일인 2000. 3. 18.부터 3년이 경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점에서도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민간인 학살의 가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1) 문경학살 사건 이후 피고가 사건을 은폐하려 기도한 바 있지만 다수의 피해자 겸 목격자들이 생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1960. 4. 19. 이후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희생자의 유족들 또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행정부에 진정하거나 국회에 청원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이 점에서 의문사 사건 등에서 국가가 정보기관을 통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 왜곡해 온 사례와 다르다). 

(2) 피고가 2005. 5. 31.「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을 제정·시행하였는데, 법 제34조는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법 제36조 제1항은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고만 한다)가 문경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하면서 국가에게 생존한 부상자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과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권고하였지만, 위와 같은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법의 제정 목적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거에 존재하던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그에 기초하여 장래의 국민적 화해와 통합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피고가 법과 별도의 법제인 국가배상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거나 시효 주장을 하지 아니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3) 유족들이 국가기관에 진실규명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유족들 자신은 문경학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 조사결과를 의결함으로써 비로소 원고들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유족들 중 원고 1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때인 2000. 3. 18.부터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훨씬 경과한 때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 

(4)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 사건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규정된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고, 또 이에 대해 소멸시효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2593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는 공비 토벌을 위하여 육군 제2사단을 창설한 다음 1949. 9. 28.부터 1950. 3. 15.까지 경북 및 태백산 지역 일대에서 공비토벌작전 임무를 주력으로 수행하도록 하였는데, 육군 제2사단 예하 부대로 25연대 제2대대 제7중대 제2소대 및 제3소대가 있었다. 

(나) 1949. 12. 23. 16:00경 제2소대 및 제3소대는 주둔지였던 점촌과 예촌을 출발하여 다음날 10:00경 상선암에서 합류하였고, 그 후 같은 날 정오경 석달마을에 도착한 다음 제2소대 및 제3소대 군인들은 소대장의 지시·명령에 따라 마을을 포위한 채 불을 지르고, 이에 대피하던 마을주민들을 모두 마을 앞 논에 모아 놓고 군용무기로 무차별 사살하였으며(이후 확인사살까지 하였다), 마을 주변을 포위·경계하던 군인들은 마을 뒤 산모퉁이에서 마을로 돌아오던 마을 청장년들과 귀가하던 초등학생들을 총살하였다. 

(다) 이에 마을주민 127명 중 81명이 현장에서 즉사하였고 부상자 중 4명은 방치되어 사망하였으며 나머지 1명은 병원에 입원·가료 중 사망하여 총 86명이 희생되었는데, 사망자 중 70% 가량은 전투능력은 물론 공비 협력 활동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어린이, 노약자 또는 부녀자로 밝혀졌다. 

(라) 문경학살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49. 12. 25. 문경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당시의 전소된 마을전경과 현장을 사진 촬영하였다. 

(마) 문경학살 사건 발생 이후 제7중대장 소외 1 대위와 제3소대장 소외 2 소위는 사건을 은폐·조작하고 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문경경찰서장과 공모하여 게릴라 70명이 학살을 저질렀다고 상부에 허위보고를 하였고, 1950. 1. 26.자 연합신문은 문경학살 사건과 관련한 군 보도과의 발표를 게재하였는데, 당시 군 보도과에서는 문경학살 사건을 “공비의 최후적 만행으로서 국군을 가장하고 부락에 침입하여 살인방화 등을 감행한” 사건으로 보도하였다. 

(바) 한편 당시 국방장관 소외 3은 1950. 1. 17. 이 사건 현장에서 4㎞ 가량 떨어진 김룡국민학교를 방문하여 당시 문경군수 소외 4에게 ‘생존자 위로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전달하였고, 생존자들에게 가구당 미군용 담요 1장씩과 약간의 식량을 전달하였는데, 위로금은 1950년 5월경 산북면사무소에서 ‘주택건축 보조금’ 명목으로 생존자 1세대당 1만 6,000원씩 전달되었으며, 그에 따라 13세대 31명이 8평 남짓의 가옥을 새로 마련하여 입주하였다. 

(사) 1960. 4. 19. 이후 전국 각지에서 6·25 전쟁 전후 발생하였던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제보들을 바탕으로 언론보도가 다수 이루어짐에 따라 피해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의안을 제출하였는데, 소외 5 외 11인은 통영, 남원, 문경지구 양민학살사건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진상 조사를 위해 양민학살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문경지역에 대한 현지조사가 실시되기도 하였다. 

(아)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의 유족인 원고 1은 1960. 5. 27. 석달동 양민집단학살의 진상규명과 신원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관계 당국에 전달하였으나, 그 직후의 군사정권은 호소문의 내용 중 일부를 반국가행위로 규정하여 원고 1을 수배하기도 하였다. 

(자) 1993. 5. 3.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이 유족회를 결성한 후 같은 해 5. 20. 여러 관계 행정당국에 탄원서를 전달하였는데, 접수기관은 위 사안이 국방부 소관이라고 판단하여 국방부로 이관하였으나, 국방부는 ‘문경 양민학살 사건 사실에 대한 전사자료 미보유로 확인 불가’ 입장을 유족회에 전달하였다. 

(차) 위와 같이 유족회 결성 이후 유족회 또는 유족 중 일부 구성원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수차례 국회청원을 제출하였으나, 미달성으로 처리되거나 임기만료를 이유로 자동폐기되기도 하였다. 

(카)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의 유족 중 일부인 소외 6 외 17인은 2000. 3. 18. 헌법재판소에, 1949. 12. 24. 11:00경 석달동에서 국군 제3사단 제25연대 제3대대 제7중대 제2소대 및 제3소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인 7, 80여 명이 주민들에게 공비와의 내통혐의를 이유로 무차별 총격을 가하여 주민 86명을 살해하고 12명을 부상하게 하였는데, 국가는 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나 보상 없이 사건을 은폐하여 오면서 위 학살사건의 진상조사, 명예회복,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입법을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족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2003. 5. 15. 2000헌마192, 508(병합)호로 유족들의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하였다. 

(타)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의 유족 중 일부가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문경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신청하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 결과 2007. 6. 26. 문경학살 사건은 국군이 비무장 민간인들을 어떠한 선별절차나 법적 근거 없이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하게 집단학살한 사건으로서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하고, 국가에 대하여 과거 가해 국군이 저지른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건 관련 희생자와 유족들 및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여야 하며, 현재 생존한 부상자들에게 의료비를 최대한 지원하고, 유족들의 생계 상황을 파악하여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생계비를 지원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파) 원고들은 문경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이다.

(3) 위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공비소탕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인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과 같은 희생자들의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에 의하여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는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 점, 문경학살 사건에 대하여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가해자가 소속된 국가가 그 진상을 규명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사건 초기 국군을 가장한 공비에 의한 학살 사건으로 진상을 은폐·조작하였던 점, 원고들을 비롯한 유족들이 1993. 5. 3. 유족회 결성 이후 관계 당국에 여러 차례 탄원서 제출, 국회청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기한 것은 결국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인데,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만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하거나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6. 26.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여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가가 보호의무를 지는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게을리 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문경학살 사건의 유족인 원고들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따라 진실을 알게 된 다음 제기한 이 사건 소에 대하여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완성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를 기각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문경학살 사건 후의 새로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문경학살 사건을 공비에 의한 학살로 진상을 왜곡·은폐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 중 일부를 반국가행위자라고 규정하여 체포한 행위는 모두 문경학살 사건 직후나 1960년 무렵에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고, 1961년경 군사정권하에서 원고 1이 문경학살 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호소문으로 인해 수배를 당한 사실이 있으나, 그 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조사결과가 의결될 때까지 피고가 위 사건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하거나 진상규명을 방해하였다는 자료가 없는 이상 단순히 진상규명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 피고의 불법행위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사회적 냉대와 고초 등을 겪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주장 사실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피고가 어떠한 위법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문경학살 사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김지형 양창수 이상훈(주심)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손해배상][공2011하,1515]

【판시사항】

[1]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대외적으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실제로는 국가가 조직·관리하는 관변단체 성격을 띠고 있던 국민보도연맹 산하 지방연맹 소속 연맹원들이 1950. 6. 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상부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그들 중 일부가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집단 총살을 당하였고, 이후 국가가 처형자 명부 등을 작성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는데, 위 학살의 구체적 진상을 잘 알지 못했던 유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 이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대외적으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실제로는 국가가 조직·관리하는 관변단체 성격을 띠고 있던 국민보도연맹 산하 지방연맹 소속 연맹원들이 1950. 6. 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상부의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그들 중 일부가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집단 총살을 당하였고, 이후 정부가 처형자 명부 등을 작성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는데, 위 학살의 구체적 진상을 잘 알지 못했던 유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 이후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유족들이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여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까지는 객관적으로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하고,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여태까지 생사 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처형자 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유족들이 위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62조 [2] 민법 제2조, 제751조, 제766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제3조, 제2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공2002하, 2849)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공2011상, 319)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8852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48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무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서규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8. 18. 선고 2009나260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885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민보도연맹은 대한민국 정부가 좌익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는바,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들로 구성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하였으나 국민보도연맹의 총재는 내무부장관이, 고문은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맡았고, 검찰과 경찰 간부들이 하부 지도위원장 또는 지도위원을 맡아 조직을 관리하여 실제로는 관변단체의 성격을 띠었다. 1949. 4. 15. 국민보도연맹 창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1949. 4. 20. 서울시경찰국 회의실에서 국민보도연맹 창립식을 거행하였으며, 1949. 11. 13. 경남도 본부 발기대회가 개최되었고, 1949. 11. 20. 선포대회를 개최하였으며, 경남도연맹을 직상급 기관으로 하여 울산군연맹이 조직되었고 그 산하로 읍·면 단위 연맹이 결성되었다. 

1950. 6. 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장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장에게 전국 요시찰인과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즉시 구속하고 형무소 경비를 강화할 것을 내용으로 한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형무소 경비의 건을 경찰무선 전보로 긴급하달하였고, 이어 1950. 7. 8. 전남·북을 제외한 남한 전역에 포고 제1호로 계엄이 선포되어 헌병사령관 소외 1은 1950. 7. 12. 계엄지역에서는 예방구금을 할 수 있다는 체포·구금특별조치령을 발령하였다. 이에 계엄사령관의 관장하에 계엄군의 주도로 군과 경찰이 합동하여 예비검속을 진행하였는바, 울산경찰서 사찰계 경찰들과 피고 국군 정보국 소속 울산지구 CIC 대원들 및 각 관할지서 경찰들은 1950. 7.경부터 1950. 8. 초순경까지 울산군연맹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자택 혹은 직장을 방문하여 연맹원 명부를 확인한 다음 직접 연행하거나 지부 연맹원들에게 소집통보를 하여 지서나 국민학교, 면사무소 등에 출두시켜 그곳에 일시 구금하였다가 다시 울산경찰서 내 유치장, 연무장 및 차고(창고) 등에 좌익사상 정도에 따라 갑, 을, 병(또는 A, B, C) 등급으로 구분하여 갑, 을 등급은 유치장에, 병 등급은 연무장 등에 각 분리 구금하였고, 그곳에서 국민보도연맹원들은 좌익활동 경력에 대하여 조사를 받았다. 

울산군연맹 국민보도연맹원 및 예비검속자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은 울산경찰서 사찰계 경찰들과 피고 국군 정보국 소속 울산지부 CIC 대원들에 의해 좌익사상 정도에 따라 처형대상자로 분류되어 유치장에 따로 구금된 후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밤에 트럭에 실려 경남 울산군 온양면 운화리 대운산 골짜기와 경남 울산군 청량면 삼정리 반정고개로 이송되어 집단 총살되었다(이하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라 한다). 

위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예비검속되어 울산경찰서 또는 그 지서에 구금된 이후 희생자들의 사망 여부, 사망일 및 사망장소에 대한 소식을 일체 알지 못하였는데, 1960. 4. 19. 혁명 이후 유족회가 결성되어, 1960. 6. 7. 울산경찰서 정보계장 소외 2와 당시 희생자들을 수송했다는 운전수 소외 3 등이 함께 학살 현장을 확인키 위해 온산면 대운산 골짜기를 탐색하여 그곳에서 17개의 구덩이를, 청량면 반정고개 골짜기에서도 6개의 구덩이를 발견하였으며, 1960. 8. 20.부터 1960. 8. 21.까지 온산면 대운산과 청량면 반정고개에서 유해 발굴을 한 결과, 두골 825구, 철사줄, 금이빨, 도장, 처녀의 머리털 등이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1960. 8. 24. 희생자들의 합동위령제를 지낸 다음 함월산 소재 백양사 앞에 희생자들의 합동묘를 만들고 추모비를 세웠으나, 1961. 5. 16.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5·16 군사혁명정부에 의해 피학살자 유족들이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죄로 처벌받기도 하고, 위 합동묘가 해체되기도 하였다. 

피고는 1975년경 처형자 명부와 좌익계열자 명부를 그때까지의 각종 자료를 기초로 작성하였고, 처형자 명부는 1975. 5. 31., 좌익계열자 명부는 1976. 1. 29.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의하여 3급 비밀로 지정하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 12.경부터 2006. 11.경까지 원고 14 외 216명으로부터 1950. 7. 내지 1950. 8.경 울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울산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집단적으로 구금, 학살한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2006. 10. 10.경 전체 회의에서 직권조사를 의결하여 조사를 개시하였고, 그 조사과정에서 비로소 피고가 비밀로 지정하여 보관하여 온 처형자 명부 및 좌익계열자 명부를 열람한 다음 2007. 11. 27. 위와 같은 경위로 1950. 8. 5.경부터 1950. 8. 26.경까지 희생된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희생자 총 407명을 확정하였다. 그 유족인 원고들은 2008. 6. 17.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전시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원고들로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였고, 따라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인 점,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 11. 27.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여태까지 생사확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그 처형자 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들이 위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이인복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손해배상(기)][공2011하,2344]

【판시사항】

[1]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경우  

[2]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군인이 선임병들에게서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전입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1991. 2. 3.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는데, 유족들이 망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훨씬 경과한 2009. 12. 10.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한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군인이 선임병들에게서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전입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1991. 2. 3.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는데, 유족들이 망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훨씬 경과한 2009. 12. 10.에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한 사안에서, 군의 특성상 군 외부에 있는 민간인이 군 내부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관하여 그 존재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가, 위 사고 직후 부대 지휘관들이 부대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던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하여 함구명령을 내린 사실, 사고 직후 사건을 조사한 헌병수사관들조차 위 사고를 망인의 복무부적응으로 인한 비관에 의한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군 당국이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도, 유족들은 위 자살사고가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2009. 3. 16.자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2009. 3. 16.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병영문화의 선진화에 힘써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후진적 형태의 군대 내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하고서도 망인이나 유족에 대하여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책임으로 빚어진 권리행사의 장애 상태 때문에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망인이나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는 결과를 인정한다면 이는 현저히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62조 [2] 민법 제2조, 제166조 제1항, 제751조, 제766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공2002하, 2849)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70189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공2011하, 1515)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공2011하, 2046)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동화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재정 외 2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4. 6. 선고 2010나9255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7018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망인이 신병훈련을 마치고 1991. 1. 25. 배치된 이 사건 부대에서는 군기를 잡는다는 미명하에 선임병들의 후임병들에 대한 조직적인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행하여졌는데, 특히 새로이 전입한 망인에 대하여는 입대 전 학생운동 경력을 이유로 더 관심을 갖고 군기를 잡으라는 지시가 중대장과 소대장 등으로부터 선임병들에게 순차 하달되어, 망인은 일명 군기조 선임들로부터 매일 수시로 복장단정, 군가암송, 서열암기 등의 군기교육을 빙자한 각종의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곡괭이 자루로 매질을 당하고, 전투화로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가슴을 가격당하고, 뺨과 머리를 얻어맞고, 머리를 땅에 박고 기합을 받는 등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전입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아니한 1991. 2. 3. 14:50경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 사체로 발견되었는바, 망인의 자살이라는 이 사건 사고는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망인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망인이 사망한 1991. 2. 3.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훨씬 경과한 2009. 12. 10.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에서 이를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군은 민간과 격리되어 있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조직체일 뿐만 아니라 군사보안 등을 이유로 내부정보의 공개·유출 및 그에 대한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바, 이러한 군의 특성상 군 내부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그와 관련하여 군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관련 자료와 정보 모두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거나 혹은 군 스스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어떠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군 외부에 있는 민간인이 그러한 불법행위가 존재하였는지 하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고, 이는 그 불법행위로 인한 군 내부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에도 상황은 위와 동일한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 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부대 지휘관들은 부대원들에게 망인 등 후임병들에 대한 선임병에 의한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 및 이들 행위가 지휘관들의 종용 또는 묵인하에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었던 점 등에 관하여 외부에 일체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함구명령을 내린 사실, 사고 직후 사건을 조사한 헌병수사관들조차 이 사건 사고를 망인의 복무부적응으로 인한 비관에 따른 자살이라고 결론내리고 사건조사를 종결하였던 사실, 이후 원고들의 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도 이 사건 사고 당일 망인의 행적과 사망 경위 및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다가, 위원회의 재조사에 따른 2009. 3. 16.자 진상규명결정에 의하여 비로소 망인의 자살이 연일 계속되는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었음이 밝혀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비록 군 당국이 원고들의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군복무 중 자살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것이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위와 같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2009. 3. 16.자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2009. 3. 16.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고, 이는 군 당국의 사고원인 은폐 내지는 부실한 사고원인 조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반사병으로 징집된 망인이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이 사건에서, 병영문화의 선진화에 힘써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피고가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후진적 형태의 군대 내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하고서도 망인이나 유족에 대하여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 자신의 책임으로 빚어진 권리행사의 장애상태 때문에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망인과 그 유족들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마저도 면하는 결과를 인정한다면, 이는 현저히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이와 반대의 견지에서 원심판결을 탓하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손해의 공평분담을 이념으로 하는 손해배상사건에 있어, 그 손해의 발생 경위나 확대 또는 심화된 과정,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다2936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책임비율이 너무 높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이러한 조치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주심) 차한성 박병대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16602 판결
[손해배상][공2013하,1591]

【판시사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 등의 진실규명신청에 따라 진실규명신청 대상자를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피해자 등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위 위원회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국가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비록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정리위원회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목적 및 위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그 희생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수용하겠다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국가의 의사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부여라는 측면에서 진실규명신청에 의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희생자나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하여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2조, 제750조, 제766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구 회계법(1951. 9. 24. 법률 제217호 재정법 제82조로 폐지) 제32조(현행 국가재정법 제96조 참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19조 제1항, 제22조 제1항, 제3항, 제2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077)

【전 문】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들 목록과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남상철 외 7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1. 24. 선고 2011나984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49, 원고 50, 원고 51, 원고 52, 원고 53, 원고 54, 원고 55, 원고 56, 원고 57의 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49, 원고 50, 원고 51, 원고 52, 원고 53, 원고 54, 원고 55, 원고 56, 원고 57을 제외 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원고 49, 원고 50, 원고 51, 원고 52, 원고 53, 원고 54, 원고 55, 원고 56, 원고 57(이하 ‘원고 49 등’이라 한다)의 망 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1)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인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일부 인용하여, (가) ① 청주경찰서 사찰계 소속 경찰들, 국군 정보국 소속 미군방첩부대 대원들 및 각 관할 지서 경찰들은 1950. 6. 하순경부터 1950. 7. 중순경까지 청주·청원 지역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자택 혹은 직장을 방문하여 이들을 직접 연행하거나 소집통보 등을 통해 출석시켜 청주경찰서 유치장 등에 구금하였고, 위와 같이 구금된 청주·청원 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은 청주경찰서 사찰계 소속 경찰들과 위 미군방첩부대 대원 등에 의해 1950. 7. 초순경부터 1950. 7. 중순경까지 충북 청원군 남일면 고은리 분터골, 같은 면 쌍수리 야산, 충북 보은군 아곡면 아곡리 아치실 등으로 이송된 후 재판절차 등에 의하지 않고 집단 총살되었는데(이하 ‘청주·청원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라 한다), ②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는 2006. 1.경부터 2006. 11.경까지 청주·청원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신청인조사, 참고인조사, 자료조사 및 유해발굴용역조사 등을 실시한 다음 2008. 11. 26. 유족진술, 참고인진술, 시신수습 여부 및 제적부 기록 등을 근거로 청주·청원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희생자 총 232명을 확정하였는데, 그 중에는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도 포함되어 있다고 사실인정을 한 후,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산하의 청주경찰서 사찰계 소속 경찰 등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 망인이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망인을 예비검속한 후 정당한 이유 및 절차 없이 비무장·무저항 상태에 있던 망인을 총살하여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고, 망인 및 망인의 유족들은 이로 인하여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망인 및 위 유족들을 상속한 원고 49 등에게 위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리위원회 작성의 조사보고서(갑 제1호증) 중 정리위원회가 유족인 원고 54의 진술과 참고인 2인의 진술을 조사하였고, 조사 결과 망인이 강내면사무소 옆 창고에 구금된 후 강내면 탑연리 야산에서 사망하였음이 확인되어 망인에 대하여 희생자 확인결정을 하였다는 기재 부분(기록 89, 129, 152쪽)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리위원회가 확인근거로 든 ‘참고인 2인’에 관하여 조사보고서의 각주 125의 해당 부분에는 ‘신청인 소외 2 진술(2008. 10. 13.)’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어(기록 138쪽) 소외 2의 진술 내용을 알 수 없고, 또한 그 밖의 참고인에 관한 인적사항이나, 그 진술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정리위원회가 유족 원고 54에 대하여 작성한 진술조서(갑 제165호증의 2)에 의하면, 원고 54는 ‘망인이 일을 하다가 강내면 태성리 삼산으로 무슨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나갔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마을 주민인 소외 2는 망인이 인민군이 들어온 다음에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고, 그 진술과정에서 정리위원회의 조사관도 망인은 보도연맹원으로 희생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정리위원회가 확인근거로 든 참고인들의 진술조서 원본을 제출하도록 하여 망인에 관한 진술 내용을 확인하거나 관련 증인을 조사하는 등의 심리를 한 다음 망인에 대한 원고 49 등 주장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경찰 등이 망인을 예비검속한 후 총살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명책임의 원칙 및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원고 49 등의 소외 3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및 나머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을 위반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비록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정리위원회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에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목적 및 위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그 희생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수용하겠다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국가의 의사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부여라는 측면에서 진실규명신청에 의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희생자나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하여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2008. 11. 26. 이 사건 피해자들 중 망 소외 4, 소외 5에 대하여는 직권으로,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진실규명신청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 모두를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사실, 이 사건 피해자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진실규명결정 이후 피고가 피해회복을 위한 입법 등의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을 제외한 이 사건 피해자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이와 결론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49 등의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49 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들 목록: 생략]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3) 대상판결의 의의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과거사 사건에서 그 진실규명결정의 존재를 신뢰를 가질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판단하여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이다. 
  생각건대 과거사 사건에서의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의 경우,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그 경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과거사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에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단정
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과거사 사건의 경우에 외부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위법행위의 시기·장소·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요건사실의 증명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는 있으나, 그것이 곧 소의 제기 자체가 어렵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이, 과거사정리법의 입법목적이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경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까지를 목적으로 하여 제정’되었다는 점은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어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종전 판례가 밝히지 못한 구체적인 기준을 확립한 것으로서 진일보한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둘째, 대상판결은 채무자가 소멸시효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고 하여 종전 판례에서 논의하지 않던 부분(신의칙에 반하는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기간과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다루었다는 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9) 

9)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독일의 지배적 견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지배적 견해는 위와 같은 경우에 소멸시효가처음부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칙에 반하는 사정이 소멸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데,그 상당한 기간은 통상 1개월 정도면 족하다고 한다(Säcker/Grothe, Münchener Kommentar, Band Ⅰ, 4. Aufl., 2001. §194Rn.14.).


   이때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에서 확인된 희생자들이나 그 유족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에 그 진실규명결정 시부터 3년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 참조)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태도는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정변경을 고려함이 없이 영구히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몰각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10) 

10) 한편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는 최창호·유진·전성환, “과거사 사건에 있어 법원의 소멸시효남용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법조 제686호, 법조협회, 2013, 11., 46~90면을 참조할 것


(4) 대상판결의 문제점 하나를 살펴본다. 대상판결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대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근거한 진실규명신청조차 없었던 경우에는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고 하여 진실규명신청이 없으면 국가의 그 항변이 인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조의 규정상 진실규명신청이 없이도 직권으로 조사개시결정을 하고 진실규명결정을 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으로 옳지않다. 즉, 진실규명을 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 신청에 의해 진실규명결정을 한 것이든 직권으로 그 절차를 거쳐 진실규명결정을 한 것이든 희생자와 그 유족 등의 피해회복을 해주고 새삼스럽게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그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권으로 진실규명이 이루어진 과거사 사건의 희생자 등에 대하여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11) 

11) 한삼인·차영민, “국가의 소멸시효항변과 신의성실의 원칙”, 법학논고 제43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147~152면.


  대상판결 이후 대법원 소부에서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도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부여라는 측면에서 진실규명신청에 의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희생자나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하여 국
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12)  

12) 대판 2013. 7. 25. 2013다16602


2.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후 채무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대여금 및 사해행위취소】[공2013하, 1561]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인에 대한 대출금 채권자이고, 소외인의 처인 이 사건 피고는 연대보증인이다. 그런데 소외인과 그 처인 피고는 2003. 4.경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각 1/2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인은 같은 날 자신을 채무자로 하여 위 부동산 전체에 대하여 H은행에 채권 최고액 1억 3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
였다. 소외인은 2010. 3. 중순 경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 중 1/2지분을 피고에게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당시 부동산 시가는 1억 5천만 원으로 평가되었다. 피고는 2010. 3. 하순 경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농협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9천만 원을 대출받아, 같은 날 H은행에 원금 9천만 원 및 이자를 변제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다(그 말소 당시 원고의 소외인에 대한 피담보채권액은 이자 포함 9천여 만 원임). 원고는 소외인이 그의 처인 피고에게 이 사건 지분을 증여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증여계약의 취소와 함께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12. 선고 2010가단262273 판결
[대여금및사해행위취소][미간행]

【전 문】

【원 고】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솔루션 담당변호사 성창재)

【피 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 외 2인

【변론종결】
2011. 6. 14.

【주 문】

1. 원고에게,

가. 피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는 90,041,335원과 그 중,

(1) 78,644,969원에 대하여는 2010. 3. 1.부터 2011. 2. 25.까지는 연 18.89%,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2) 9,000,000원에 대하여는 2010. 3. 1.부터 2011. 2. 25.까지는 연 15.93%,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3) 2,396,366원에 대하여는 2010. 3.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8%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나. 피고 2(대법원 판결의 소외인)는 피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와 연대하여,

(1) 12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위 가.(1)항 기재 돈을,

(2) 10,800,000원의 범위 내에서 위 가.(2)항 기재 돈을,

(3) 위 가.(3)항 기재 돈을

각 지급하라.

2. 피고 2와 피고 3(대법원 및 항소심 판결의 피고)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피고 2의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2010. 3. 5. 체결된 증여계약을 29,851,094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한다. 

3. 피고 3은 원고에게 29,851,093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4. 원고의 피고 3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5.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 피고 2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들이, 원고와 피고 3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10%, 위 피고가 90%를 각 부담한다. 

6.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 피고 2에 대하여 :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피고 3에 대하여 : 피고 2와 피고 3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피고 2의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2010. 3. 5.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한다, 피고 3은 원고에게 29,851,093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피고 바이어스아이티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자와 지연배상금 등을 정하기로 하면서 ① 2008. 5. 20. 여신(한도)금액 1억원, 이자율 연 8.9%(고정금리가 아니어서 여신만료일 내에 수시로 변동됨), 여신만료일 2009. 5. 20.(그 후 2010. 5. 20.로 연장됨)로 한 여신거래약정(이하 ‘제1약정’이라고 한다)을, ②2008. 10. 7. 여신(한도)금액 6,000만원, 이자율 연 8.76%(고정금리가 아니어서 여신만료일 내에 수시로 변동됨), 여신만료일 2009. 10. 6.(그 후 2010. 10. 6.로 연장됨)로 한 여신거래약정(이하 ‘제2약정’이라고 한다)을, ③2007. 11. 30. 신용카드계약(이하 ‘제3약정’이라고 한다)을 각 체결하였고, 피고 2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제1, 2, 3약정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되, 제1약정에 대하여는 보증한도 1억 2,000만원, 제2약정에 대하여는 보증한도 1,080만원으로 정하였다

나. 원고와 피고 회사, 피고 2 사이에 적용하기로 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7조에 의하면, 당해채무 전 기간을 통하여 이자 등의 지체회수가 4회에 달한 때에는 채무자에 대한 은행으로부터의 독촉·통지 등이 없어도 그 채무는 당연히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고, 또한 이자 등을 지급하여야 할 때부터 계속하여 14일간 지체한 때 등에는 채무자는 당연히 당해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되, 다만 은행으로부터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다는 사실 등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이 경과한 날에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기로 하였다. 

다. 피고 회사는 제1, 2약정에 대하여는 2010. 4. 1.부터, 제3약정에 대하여는 2010. 3. 23.부터 각 연체를 하기 시작하여, 결국 2010. 5. 13.경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였는데, 2010. 3. 1. 현재 지연배상금률은 제1약정 연 18.89%, 제2약정 연 15.93%, 제3약정 연 28%이다. 

라.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변제하여야 할 제1약정에 기한 채무는 원금 78,644,969원과 이에 대한 2010. 3. 1.부터의 이자 등이고, 제2약정에 기한 채무는 900만원과 이에 대한 2010. 3. 1.부터의 이자 등이며, 제3약정에 기한 채무는 2,396,366원과 이에 대한 2010. 3. 23.부터의 이자 등인데, 위 각 원금 합계액은 90,041,335원(78,644,969원 + 900만원 + 2,396,366원)에 이른다. 

마. 한편, 피고 2는 2010. 3. 5. 자신의 처인 피고 3과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 중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증여계약(이하 ‘이 사건 증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이를 원인으로 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 은평등기소 2010. 3. 16. 접수 제13764호로 피고 3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이전등기’라 한다)를 마쳤는데, 그 당시 이미 채무초과의 무자력 상태에 있었다. 

[인정근거 : 원고와 피고 회사, 피고 2 사이에는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와 피고 3 사이에는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은평구청장,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회사,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에게,

(1) 주채무자인 피고 회사는 위 90,041,335원과 그 중

78,644,969원(제1약정에 기한 채무원금)에 대하여는 2010. 3. 1.부터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송달일인 2011. 2. 25.까지는 약정이율인 연 18.89%,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900만원(제2약정에 기한 채무원금)에 대하여는 2010. 3. 1.부터 위 2011. 2. 25.까지는 약정이율인 연 15.93%,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위 연 20%의, 2,396,366원(제3약정에 기한 채무원금)에 대하여는 2010. 3.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약정이율인 연 28%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2) 연대보증인인 피고 2는 피고 회사와 연대하여, 1억 2,000만원의 범위 내에서 위 78,644,969원(제1약정에 기한 채무원금)과 이에 대하여 2010. 3. 1.부터 위 2011. 2. 25.까지는 위 연 18.89%,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위 연 20%의, 1,080만원의 범위 내에서 위 900만원(제2약정에 기한 채무원금)과 이에 대하여 2010. 3. 1.부터 위 2011. 2. 25.까지는 위 연 15.93%,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위 연 20%의, 2,396,366원(제3약정에 기한 채무원금)과 이에 대하여 2010. 3.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위 연 28%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따라서 원고의 피고 회사, 피고 2에 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있다.

3. 피고 3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이 사건 증여계약은 사해행위로서 이를 취소하고, 그 가액배상으로서, 피고 3은 원고에게 29,851,093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피보전채권의 존재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제1, 2, 3약정에 따라 피고 2에게 위 제2.가.(2)항에서 본 바와 같은 채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채권은 피고 2와 피고 3 사이의 이 사건 증여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발생되었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 

다만, 피보전채권액에 관하여 보건대,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원금에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의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채권액을 초과하여 취소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다66416 판결 등 참조), 위 제2.가.(2)항 기재 채권 중 ‘다 갚는 날까지’ 대신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6. 14.까지’의 지연손해금이 피보전채권액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2) 사해행위의 성립 및 사해의사의 존재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2는 이 사건 증여계약 당시 채무초과의 무자력 상태에 있었으므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피고 3과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로서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가 된다

나아가 피고 2는 이 사건 증여계약 당시 위 계약으로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게 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에게는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 2에게 사해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수익자인 피고 3의 악의는 추정된다. 

(3) 피고 3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피고 3은, 피고 2의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담보대출금채무의 대출기한이 2010. 4. 2.이었고, 피고 2의 처인 자신도 피고 2의 위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였으며, 2010. 3. 15.경 피고 회사의 재정상태가 매우 어려워서 그 대표이사인 피고 2가 자금유치를 위하여 노력하던 차에 위 대출금을 변제하기 위하여 고심하던 끝에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 중 그 소유인 2분의 1 지분을 피고 3에게 증여한 다음 피고 3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가지고 위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종전 대출금채무를 상환한 것인데, 당시 피고 3으로서는 피고 회사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해도 피고 2의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도 없었고, 일반채권자의 존재도 알 수 없었으므로, 원고 등 일반채권자를 해한다는 사해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채권자취소권의 주관적 요건인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안다이른바 채무자의 악의, 즉 사해의사는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에 의하여 그 재산이 감소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 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고, 의도나 의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인식으로 충분한데, 그러한 인식은 일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있으면 충분하고 특정의 채권자를 해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57320 판결, 2009. 3. 26. 선고 2007다63102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서 보건대, 을 제1, 2, 3호증, 갑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2와 피고 3은 2003. 4. 2. 이 사건 부동산 중 각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각자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공유자였던 사실,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3. 4. 2. 채무자 피고 2,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채권최고액 1억 3,000만원으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 한다)가 경료된 사실, 이 사건 증여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이전등기를 마쳐 피고 3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지분 전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게 된 후, 피고 3 또는 피고 2는 2010. 3. 26. 위 한국외환은행에게 그 피담보채무 90,297,813원(원금 9,000만원 + 이자 297,813원)을 변제하여 같은 날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를 마친 사실, 그 직후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무자 피고 3, 근저당권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채권최고액 1억 800만원으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그 직전 피고 3은 위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9,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그 대출금을 이용하여 위와 같이 제1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피고 3과 피고 2의 관계, 피고 3의 주장 자체로도 피고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웠고,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피고 2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1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약 9,000만원의 피담보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점, 이 사건 증여계약체결 시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3에게 추정되는 사해의사를 번복하여 사해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피고 3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3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상회복의 방법 및 그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제1근저당권이 설정되었고, 그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90,297,813원이 사해행위인 이 사건 증여계약 이후 변제되어 제1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으므로,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가액배상의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그 범위는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의 변론종결일 현재의 가액에서 말소된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2분의 1을 공제하여 산정한 후(즉,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이 부담하는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되는 액수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채권액의 한도에서 이 사건 증여계약의 일부를 취소하고 수익자인 피고 3에 대하여 그 가액의 배상을 명하여야 할 것인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1. 1. 1.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의 시가는 7,5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인 1억 5,000만원 × 1/2)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도 위 시가 상당액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에 관하여 말소된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은 45,148,906원(이 사건 부동산 전부에 대한 피담보채권액 90,297,813원 × 1/2, 원미만 버림)이므로, 위 시가 상당액에서 위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하여 산정하면 29,851,094원(7,500만원 - 45,148,906원)이 남게 되는데, 원고의 채권액은 위 금액을 초과하므로 그 원상회복의 범위는 위 29,851,094원이 될 것이다. 

(5)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사해행위로서 위 29,851,094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할 것이고, 피고는 가액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위 29,851,094원 중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9,851,093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 소정의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원고는 이 판결확정일에도 민법 소정의 연 5%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가액배상의무는 사해행위의 취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발생하므로 그 판결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이행지체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회사, 피고 2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 3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신용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나33183 판결
[대여금및사해행위취소][미간행]

【전 문】

【원고, 피항소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솔루션 담당변호사 성창재)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병민)

【변론종결】
2011. 10. 27.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12. 선고 2010가단262273 판결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제1심 공동피고 2(대법원 판결의 소외인)와 피고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제1심 공동피고 2의 1/2 지분에 관하여 2010. 3. 5.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9,851,093원 및 이에 대한 이 판결 확정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피고가 당심에서 새롭게 주장한 사항에 대하여 아래 제2항 기재와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문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판단사항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2가 피고에게 증여한 이 사건 부동산 중 1/2 지분에 관하여 한국외환은행 근저당권의 말소당시 피담보채권액은 주채무자가 제1심 공동피고 2이고, 피고는 연대보증인이자 물상보증인으로서 변제자대위에 의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말소 당시 잔존채권액 90,297,813원 전액이 되는바, 이는 이 사건 부동산 중 1/2 지분의 시가 7,500만 원을 초과하므로 제1심 공동피고 2의 증여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채무자가 양도한 목적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15613 판결 등 참조), 위의 판단을 함에 있어서 채무자와 제3자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무는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39715 판결 참조),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대성(재판장) 이진재 김옥희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대여금및사해행위취소][공2013하,1561]

【판시사항】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후 채무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한 경우,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  

【판결요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고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제481조, 제482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39715 판결(변경)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공2003하, 2320)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다39068 판결(변경)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솔루션 담당변호사 성창재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병민)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1. 11. 24. 선고 2011나331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고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 그러나 그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채무자가 그 부동산 중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여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된 금액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39715 판결과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다39068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부부인 소외인과 피고는 2003. 4. 2. 제1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2분의 1 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 전부에 관하여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에 채무자를 소외인, 채권최고액을 1억 3,0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을 설정해 준 사실, 소외인은 2010. 3. 15.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증여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증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0. 3. 16.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사실, 피고는 2010. 3. 2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채권최고액 1억 8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9,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채무자와 제3자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액은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증여계약 이후 변제하여 소멸시킨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의 2분의 1 상당액이 원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지분의 시가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어떤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처분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우선 변론종결 당시가 아니라 이 사건 증여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지분의 시가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액수를 산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물상보증인인 피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서 위 지분의 시가에서 그 피담보채권 전액을 공제할지 아니면 지분 비율에 따른 금액만을 공제할지를 따져 사해행위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소외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받은 돈이 실제로 이 사건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사용되었는지, 위 대출금이 이 사건 부동산의 구입자금으로 사용되었다면 그 대출금을 제외한 나머지 구입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였는지, 특히 피고가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구입자금 중 일부를 부담하였는지 및 피고가 소외인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과 물상보증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증여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나. 판결요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고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

다. 그런데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11. 13.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 그러나 그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03.12.15.(192),2320]

【판시사항】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양도된 경우에 양도된 부동산에 대한 피담보채권액이 부동산가액을 초과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피담보채권액의 산정방법  

【판결요지】

채무자가 양도한 목적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데, 여기서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양도된 경우에 있어서의 그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공1997하, 3051)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42618 판결(공2001하, 2424)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15613 판결

【전 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병주 외 4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환송판결】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3. 6. 25. 선고 2002나6065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7. 2. 27.부터 1997. 5. 22.까지 사이에 주식회사 서라벌음향(이하 '서라벌음향'이라 한다)에게 서라벌음향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의 연대보증하에 합계 1,327,700,000원을 어음할인 등의 방법으로 대출하여 준 사실, 그런데 서라벌음향이 자금사정의 악화로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대보증인인 소외 1은 1999. 9. 1. 그의 사위인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한 다음, 1999. 10. 14.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한편 소외 1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6. 5. 3. 주식회사 한국주택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3,750,000원의 제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다음, 1993. 4. 21. 아파트인 이 사건 부동산과 함께 그 대지지분, 서울 동작구 (주소 생략)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상도동 부동산'이라 한다)을 공동담보로 하여 주식회사 현대상호신용금고(이하 '현대금고'라 한다) 앞으로 채권최고액 300,000,000원의 제2순위 근저당권(이하 '위 근저당권'이라 한다)이 설정된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 및 대지지분의 시가는 258,000,000원이고 현대금고의 실제 채권액은 304,692,663원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그 인정 사실을 토대로, 위 근저당권에 관하여는 이 사건 부동산 이외에 상도동 부동산 등도 공동담보로 제공되었지만, 공동저당권자는 담보실행할 저당목적물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실제로 현대금고도 이 사건 부동산 및 대지지분에 관해서만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낙찰허가결정까지 선고된 이후에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부동산은 그 피담보채권 전액에 관하여 담보로 제공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 및 대지지분의 시가는 258,000,000원에 불과한데 반하여,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은 합계 303,750,000원{3,750,000원(제1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 300,000,000원(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으로 그 시가를 초과하므로 이 사건 부동산은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된 책임재산이라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채무자가 양도한 목적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데(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 2001. 10. 12. 선고 2001다15613 판결 참조), 여기서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양도된 경우에 있어서의 그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에 대하여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판시와 같은 사정이 있음을 전제로(기록에 의하면 현대금고는 상도동 부동산에 대하여도 경매신청을 하여 그 절차에서 배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부동산이 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의 피담보채권액 전부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단정한 나머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에는 공동저당권 및 사해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처분한 목적물에 설정된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경우, 그 목적물의 처분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양도된 경우에 양도된 부동산에 대한 피담보채권액이 부동산가액을 초과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피담보채권액의 산정 방법 

[3] 공동저당의 목적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 중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이루어져 1번 공동저당권자가 변제를 받은 경우,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후순위저당권자가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제1항 [2]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제481조, 제482조 [3] 민법 제368조 제2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공2003하, 2320)
[1]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0090 판결(공2006상, 791)
[3] 대법원 1995. 6. 13.자 95마500 결정(공1995하, 2493)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36596 판결(공1996상, 120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2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중 담당변호사 이희석)

【피고, 피상고인】 피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현지산 담당변호사 박기웅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10. 16. 선고 2007나723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통정허위표시 여부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석명권 불행사 등의 위법이 없다. 

2. 사해행위의 성립에 대하여

가. 채무자가 처분한 목적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 할 것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당해 목적물의 처분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009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가 처분된 경우에 있어서의 그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소외인이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지 아니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피고로부터 30억 원을 빌려 신한은행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그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대신 채권최고액 20억 원인 새로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목적으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앞서 본 법리를 따른 것으로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변제자대위 및 사해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민법 제368조에 의하면,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저당권이 설정된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여 그 대가에서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는 경우 그 경매한 부동산의 차순위저당권자는 같은 조 제1항이 정하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공동저당의 목적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 중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먼저 경매가 이루어져 그 경매대금의 교부에 의하여 1번 공동저당권자가 변제를 받더라도,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후순위저당권자는 민법 제368조 제2항 후단에 의하여 1번 공동저당권자를 대위하여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법원 1995. 6. 13.자 95마500 결정,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36596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먼저 경매가 이루어져 신한은행이 피담보채무를 변제받는 경우를 가정할 때, 원고들은 일반채권자로서 그 이전에 이 사건 부동산을 가압류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신한은행을 대위하여 병원 건물 등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후순위저당권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가사 원고들이 후순위저당권자라고 할지라도, 물상보증인인 신재기 소유의 병원 건물 등에 대해서는 신한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을 대위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황식(주심) 안대희 


  이와 달리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채무자가 그 부동산 중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여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된 금액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2002. 12. 6. 선
고 2002다39715 판결과 대법원 2005. 12. 9. 선고2005다39068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다.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은 시가를 넘는 금액의 저당권이 설정된 채무자의 부동산이 처분되더라도 부동산 소유관계가 공유관계라면 설정된 저당권 금액을 공유지분 비율만큼 나눠서 담보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 즉,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공유 부동산의 지분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분 가액에서 공제할 피담보채권액이 전액인지,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나눈 금액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생각건대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 개의 부동산 일부가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 민법 제481조·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권은 사해행위로 주장되는 법률행위 성립 이전에 이미 그 기초가 형성된 것으로서 선순위 담보로 보는 데 무리가 없어, 그 피담보채권액도 사해행위의 판단을 위한 피담보채권액에 산입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를 따지기 위한 피담보채무액 산정의 경우,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은 이시배당·동시배당에 무관하게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전액에 달할 때까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우선 제공된다 할 것이어서 채무자소유의 부동산 가액 중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유지분 비율만큼 나눠서 담보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안분설)을 취한 원심판결과는 달리, ‘시가를 초과하는 금액의 저당권이 설정된 채무자의 부동산은 공유관계와 상관없이 채권자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전액설)을 취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3) 대상판결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공유부동산의 지분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분 가액에서 공제할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3다90402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16하,1333]

【판시사항】

채무자 소유의 재산이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물상담보로 제공되어 있는 경우,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채무자의 적극재산을 평가하는 방법 /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산정하는 방법 및 위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채권자취소의 대상인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재산이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물상담보로 제공되어 있다면, 물상담보로 제공된 부분은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물상담보에 제공된 재산의 가액에서 다른 채권자가 가지는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채무자의 적극재산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때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다. 그러나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가액을 한도로 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이고,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에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제외한 나머지이다.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제481조, 제482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64792 판결(공2012상, 253)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561)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신용락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비케이 담당변호사 손순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3. 10. 18. 선고 2013나270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권자취소의 대상인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채무자 소유의 재산이 다른 채권자의 채권에 물상담보로 제공되어 있다면, 물상담보로 제공된 부분은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물상담보에 제공된 재산의 가액에서 다른 채권자가 가지는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채무자의 적극재산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64792 판결 등 참조). 이때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책임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가액을 한도로 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이고,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에서 위와 같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제외한 나머지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과 소외 2는 파주시 (주소 1 생략) 전 55㎡, (주소 2 생략) 대 1,310㎡, (주소 2 생략) 지상 각 건물을 1/2 지분씩 공유하고 있다[이하 위 각 부동산 중 소외 1 소유 부분을 ‘이 사건 지분’이라고 하고, 소외 2 소유 부분(원심판시의 별지 목록 제8, 9, 10항 기재 각 부동산이다)을 역시 소외 2 소유인 원심판시의 별지 목록 제5, 6, 7항 기재 각 부동산과 합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 

나.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1999. 4. 15.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파주연천축산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85,000,000원인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①번 근저당권’이라 한다)가, 2009. 8. 19.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파주연천축산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390,000,000원인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②번 근저당권’이라 한다)가, 1999. 4. 15.부터 2008. 4. 18.까지 채무자 소외 2, 근저당권자 파주연천축산업협동조합, 채권최고액 합계 3,307,000,000원인 12건의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포괄하여 ‘③번 근저당권’이라 한다)가 각 마쳐져 있었다. 

다. 소외 2는 2011. 9. 5. 자신의 형제인 피고와 사이에 원심판시의 별지 목록 제1 내지 4항 기재 각 부동산을 매도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1. 9. 6.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라. 그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은 1,726,066,880원, 이 사건 지분의 가액은 1,252,726,880원이었고, ③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은 1,393,312,026원이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2가 소외 1에 대하여 또는 소외 1이 소외 2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소외 1이 채무자이고 소외 2가 물상보증인인 ①번, ②번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가 475,000,000원(= 85,000,000원 + 390,000,000원)으로서 그 채무자인 소외 1 소유의 이 사건 지분의 가액 1,252,726,880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므로 ①번, ②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그 물상보증인인 소외 2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이 부담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소외 2가 채무자이고 소외 1이 물상보증인인 ③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1,393,312,026원으로서 그 채무자인 소외 2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 1,726,066,880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므로 ③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그 물상보증인인 소외 1 소유의 이 사건 지분이 부담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이유 중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심이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을 평가하면서 ①, ②번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사해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인복 김소영 이기택(주심)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208792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17상,335]

【판시사항】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였으나 채무자가 목적물을 양도하기에 앞서 자신의 출재로 피담보채무의 일부를 변제하여 잔존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게 된 경우, 사해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및 그 범위 / 이는 채무자의 출재에 의한 피담보채무의 일부 변제가 양도계약 체결 후 소유권이전등기 등이 마쳐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므로,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의 목적물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였더라도 채무자가 목적물을 양도하기에 앞서 자신의 출재로 피담보채무의 일부를 변제하여 잔존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게 되었다면 목적물의 양도로 목적물의 가액에서 잔존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사해행위가 성립하고, 이는 채무자의 출재에 의한 피담보채무의 일부 변제가 양도계약 체결 후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등이 마쳐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56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중근)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협)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6. 1. 28. 선고 2015나30137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가.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므로,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의 목적물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였더라도 채무자가 목적물을 양도하기에 앞서 자신의 출재로 피담보채무의 일부를 변제하여 잔존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러한 목적물의 양도로 그 목적물의 가액에서 잔존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것이고, 이는 채무자의 출재에 의한 피담보채무의 일부 변제가 양도계약 체결 후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등이 마쳐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 소유의 원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과 소외 1의 형인 소외 2 소유의 포항시 북구 (주소 생략) 임야 62,773㎡에 소외 1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은행사업부문이 분할되어 신설된 농협은행 주식회사가 그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이하 ‘농협은행’이라고 한다)에 대한 500,000,000원의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권최고액 650,000,000원,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농협은행으로 된 공동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이라고 한다)이 설정되어 있었다. 

(2) 소외 1은 채무초과인 상태에서 2013. 9. 17. 피고와 사이에 시가 441,438,200원 정도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을 330,000,000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위 매매대금 중 300,000,000원의 지급은 피고가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약정하였다. 

(3)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인 2013. 9. 17.에, 소외 1이 자신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중 원금 200,000,000원과 이자 1,242,588원을 변제하자, 피고는 소외 1에게 30,000,000원을 지급하는 한편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나머지 피담보채무 300,000,000원을 인수하였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졌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가액을 초과하였더라도[소외 1이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채무자이므로, 채무자 소유의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이다(위 대법원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소외 1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출재로 그 피담보채무 중 일부를 변제하여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잔존 피담보채권액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가액을 초과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시가 441,438,200원에서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잔존 피담보채권 300,000,000원을 공제한 범위 내에서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는 설령 소외 1의 위와 같은 변제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해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 2, 3점에 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등기사항증명서(갑 제6호증의 12, 13, 1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04. 12. 15. 채권최고액 150,000,000원,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소외 3으로 된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가 2005. 3. 18.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2013. 9. 26. 말소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2005. 3. 18. 위 공동근저당권의 설정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처분문서가 작성되었고 그 처분문서 작성에 앞서 이미 그 피담보채무의 변제가 완료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위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다는 점, 피고도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그 피담보채무에 관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질 당시 위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범위 및 원상회복 방법에 관하여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해행위취소의 원상회복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미진, 석명권불행사, 이유불비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8777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목적물 중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의 범위(=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 / 공동근저당권의 목적인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 (적극)  

【참조조문】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제481조, 제482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공2003하, 2320)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561)

【전 문】

【원고(탈퇴)】 피엘씨대부 주식회사

【원고승계참가인, 피상고인】 동양자산관리대부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문평 담당변호사 최영운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7. 6. 선고 2019나513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해당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수개의 부동산에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근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으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 그러나 그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 사실을 인정하였다. 소외인은 제이티친애저축은행 주식회사를 상대로 원금 30,087,181원의 대출금 채무, 주식회사 우리은행을 상대로 원금 100,487,000원의 근저당권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부부인 소외인과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1/2 지분씩 소유하고 있었고, 이 사건 부동산 전부에 관하여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우리은행, 채무자 소외인, 채권최고액 118,800,000원인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이 설정되어 있었다. 소외인은 2017. 6. 19. 자신의 지분 전부를 피고에게 증여하고 다음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라 한다). 피고는 2017. 7. 11. 피담보채무액을 전부 변제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원심 변론종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210,700,000원으로 추인된다. 

원심은 이러한 인정 사실을 기초로 하여, 소외인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자신의 지분 전부를 피고에게 증여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선, 어떤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처분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얼마인지에 대하여 원심에서 아무런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심은 원심 변론종결 당시 시가인 210,700,000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으로서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가 아니라 이 사건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시가를 산정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액수와 비교했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물상보증인인 피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서 피담보채권 전액을 공제할지 아니면 지분 비율에 따른 금액만을 공제할지를 따져 사해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부동산의 구입자금 출처와 구입 경위, 피고가 소외인의 채무에 대하여 물상보증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이 사건 증여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원심은 사해행위가 성립함을 전제로 이 사건 증여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에 관해 나아가 판단하면서 피고의 지분 비율에 따른 피담보채권액만을 공제하였는데, 만일 환송심에서 다시 심리한 결과 이 사건 증여가 사해행위로 인정된다면 원상회복의 범위 또한 위 대법원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다249739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목적물 중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의 범위(=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 / 공동근저당권의 목적인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채권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이 있는 조세채권 등에 기초한 압류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위 조세채권액 등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제481조, 제482조 [2]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공2003하, 2320)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561)
[2]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25906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울산신용보증재단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양 담당변호사 류경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3. 5. 25. 선고 2022나1313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고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해당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수개의 부동산에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근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으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 그러나 그 수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최고액의 한도에서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채권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이 있는 조세채권 등에 기초한 압류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 중에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 위 조세채권액 등을 공제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25906 판결 참조).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다음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소외 1과 피고는 이 사건 전체 부동산을 18억 원에 공동으로 매수하여 2017. 11. 30. 소외 1이 그중 1/2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가 나머지 1/2 지분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소외 1과 피고가 공동채무자로서 부산은행에 이 사건 전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5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제1근저당권’이라고 한다)를 마쳐주었다. 

2) 이 사건 전체 부동산에 관하여 제1근저당권 외에도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부산은행, 채권최고액 110,000,000원인 2019. 11. 4. 자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제2근저당권’이라고 한다)가 마쳐져 있었고,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소외 2, 채권최고액 72,000,000원인 2019. 11. 5. 자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제3근저당권’이라고 한다), 2020. 10. 5. 자 대한민국(처분청 동울산세무서)의 압류등기, 2020. 11. 5. 자 울산광역시 중구의 압류등기가 각각 마쳐져 있었다(위 각 압류등기는 2021. 1. 4. 말소되었다). 

3) 이후 소외 1은 2020. 12. 31. 피고에게 이 사건 지분을 매매대금 8억 8,600만 원으로 정하여 매도하고(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 2021. 1. 20. 피고에게 이 사건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4)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제1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1,400,000,000원, 제2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80,490,300원이고, 소외 1은 국세 118,528,290원의 조세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5) 이 사건 지분의 시가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1,029,692,280원이고, 원심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2. 12. 12. 기준 1,060,741,720원이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기초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전체 부동산을 담보로 한 제1, 2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중 이 사건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무액은 그 지분의 가액비율(1/2)에 해당하는 740,245,150원(=제1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1,400,000,000원×1/2 + 제2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80,490,300원×1/2)이고, 여기에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마쳐진 제3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72,000,000원을 합하면 총 피담보채무액은 812,245,150원이므로, 결국 이 사건 지분 중 위 담보채무액을 제외한 나머지 217,447,730원(=1,029,692,880원-812,245,150원) 부분이 소외 1의 일반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다. 

2) 소외 1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재산 217,447,730원이 포함된 이 사건 지분을 당시 시세보다 낮은 8억 8,600만 원에 피고에게 매도한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3) 원심 변론종결일 기준 이 사건 지분이 갖는 공동담보가액 248,496,570원(=이 사건 지분 시가 1,060,741,720원-제1, 2, 3근저당권의 추정되는 피담보채권액 812,245,150원)과 원고의 피보전채권액 47,438,187원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그 가액배상을 명해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47,438,187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되어야 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가액배상으로 47,438,1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다음과 같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책임재산의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1) 이 사건 전체 부동산에 관하여 설정된 제2근저당권은 공유자인 소외 1과 피고를 공동채무자로 한 것이 아니라 소외 1만이 채무자이므로 피고는 물상보증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인다. 물상보증인인 피고가 소외 1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지분 중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에 제2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80,490,300원 전액이 공제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그중 1/2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공제하였다. 

2)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소외 1이 국세 118,528,290원의 조세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지분에 대한민국의 압류등기가 마쳐져 있었으므로, 이 사건 지분 중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에 위 118,528,290원의 조세채무도 공제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를 공제하지 않았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다음과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 위와 같은 사정을 반영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지분 중 소외 1의 일반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이 사건 지분 시가 1,029,692,880원에서 제1, 2, 3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합계 852,490,300원(=제1근저당권 700,000,000원+제2근저당권 80,490,300원+제3근저당권 72,000,000원) 및 조세채권 118,528,290원을 공제한 58,674,290원이다. 따라서 소외 1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위 책임재산이 포함된 이 사건 지분을 당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피고에게 매도한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2) 원심 변론종결일 기준 이 사건 지분이 갖는 공동담보가액을 계산해 보면, 89,723,130원(=이 사건 지분 시가 1,060,741,720원-위 852,490,300원-위 118,528,290원)으로서 원고가 사해행위취소 및 가액배상을 구하고 있는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채권액 47,438,187원을 넘는 금액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노태악 오경미(주심) 서경환   


3.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를 승계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양수인에 대하여만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추심금】 [공2013상, 318] 


가. 사실관계  


  소외 1(임차인)은 2002. 4. 7. 소외 2(임대인)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을 임차한 다음 같은 해 5. 23. 전입신고를 하여 그 주택에서 거주를 시작한 후 주택의 소유권 및 임대인 지위가 소외2로부터 소외 3에게 다시 소외 3으로부터 소외4에게로 순차로 이전되었다. 원고(신용보증기금)는 2005. 5. 31. 가압류채무자를 임차인(소외 1), 제3채무자를 소외 4로 하여 임차인의 소외 4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이 같은 해 6. 20. 소외 4에게 송달되었다. 피고는 2007. 8. 2. 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후 같은 해 10. 10. 임차인(소외 1)에게 그 보증금을 반환했다. 그 후 원고는 임차인에 대한 구상금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09. 11. 26. 채무자를 임차인, 제3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임차인에 대한 추심채권자로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추심금][공2013상,318]

【판시사항】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를 승계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양수인에 대하여만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이하 ‘임대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을 가리킨다)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나아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받은 제3채무자의 지위는 임대인의 지위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임대주택의 양도로 임대인의 지위가 일체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이전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주택의 양도에 양수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인정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인의 의무 대부분이 그 주택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이행가능하고 임차인이 같은 법에서 규정하는 대항요건을 구비하면 임대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임대주택이 양도되었음에도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압류권자는 장차 본집행절차에서 주택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차관계의 이전이 발생하기 전에 임차인의 채권자가 신청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기초한 실체법상 권리변동에도 불구하고 압류 또는 가압류에 본질적으로 내재한 처분금지 및 현상보전 효력 때문에 당사자인 집행채권자, 집행채무자, 제3채무자의 집행법상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민사집행법은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에서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의한 제3채무자 지위의 승계라는 관념을 알지 못하며 오로지 압류 또는 가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을 통하여 집행채권자로 하여금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구애받지 않고 당초 개시하거나 보전한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할 뿐이다. 비록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인 지위의 승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기초한 법률상 당연승계라고는 하나 이는 명백히 임대주택에 관한 양도계약 당사자의 처분의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다수의견은 결국 당사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집행법원이 이미 발령한 가압류명령 또는 압류명령의 수범자와 효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셈인데, 우리 민사집행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 다수의견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이에 동의할 수 없고,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당사자 지위의 포괄승계가 아닌 주택양수도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전의 경우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는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76조, 제291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공1987, 632)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다58010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비다 담당변호사 박성규)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1. 5. 26. 선고 2010나89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지위 승계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가압류에 미치는 효력에 관한 법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이하 ‘임대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을 가리킨다)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다5801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그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받은 제3채무자의 지위는 임대인의 지위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임대주택의 양도로 임대인의 지위가 일체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이전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주택의 양도에 양수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인정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인의 의무 대부분이 그 주택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이행가능하고 임차인이 같은 법에서 규정하는 대항요건을 구비하면 임대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임대주택이 양도되었음에도 그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압류권자는 장차 본집행절차에서 그 주택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1)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소외 1(이하 ‘임차인’이라 한다)은 2002. 4. 7. 소외 2로부터 안산시 상록구 (이하 생략) 다가구주택 202호(이하 ‘이 사건 임대주택’이라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3,000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한 다음, 2002. 5. 23.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한 사실, ② 소외 3이 2002. 11. 11. 소외 2로부터, 소외 4가 2003. 11. 3. 다시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순차로 이전받아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지위도 순차로 승계한 사실, ③ 원고는 2005. 5. 31. 가압류채무자를 임차인, 제3채무자를 소외 4로 하여 임차인의 소외 4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이 2005. 6. 20. 소외 4에게 송달된 사실, ④ 피고는 2007. 8. 2. 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후, 2007. 10. 10.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3,000만 원을 반환한 사실, ⑤ 그 후 원고는 임차인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09. 11. 26. 채무자를 임차인, 제3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이 2009. 11. 30.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을 알 수 있다. 

(2) 원고가 임차인에 대한 추심채권자로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한 데 대하여, 원심은 위 채권가압류결정은 채권자인 원고와 채무자인 임차인, 제3채무자인 소외 4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을 양수한 피고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옳지 않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채권가압류의 효력은 이 사건 임대주택의 양수인으로서 임대인의 지위 일체를 승계한 피고에게 미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에서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후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의 채권가압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상고이유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당연히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도 승계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①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에 관한 민사집행법의 일반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② 실제 적용에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낳게 되며, ③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지나치게 경직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 그에 찬성할 수 없다. 

나. 먼저 다수의견은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차관계의 이전이라는 실체법적 문제와 위 양도가 임차인의 채권자에 의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집행법적 문제를 구분 없이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포함한 임대인의 실체법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게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임대차관계의 이전이 발생하기 전에 임차인의 채권자의 신청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실체법상의 권리변동에도 불구하고 압류 또는 가압류에 본질적으로 내재한 처분금지 및 현상보전의 효력 때문에 당사자인 집행채권자, 집행채무자, 제3채무자의 집행법상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민사집행법은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에서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의한 제3채무자 지위의 승계라는 관념을 알지 못하며 오로지 압류 또는 가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을 통하여 집행채권자로 하여금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구애받지 않고 당초 개시하거나 보전한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할 뿐이다. 

비록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인 지위의 승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기초한 법률상 당연승계라고는 하나 이는 명백히 임대주택에 관한 양도계약 당사자의 처분의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다수의견은 결국 당사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집행법원이 이미 발령한 가압류명령 또는 압류명령의 수범자와 효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셈인데, 우리 민사집행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 물론 제3채무자가 사망하거나 합병으로 소멸하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이나 합병 후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게 압류나 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이는 위와 같은 사망 또는 합병의 경우 그 결과로 제3채무자의 법인격이 소멸하게 되므로 그 법인격의 승계를 전제로 압류나 가압류의 현상보전의 효력을 존속시키기 위함인데, 이 사건과 같은 임대주택의 양도의 경우에는 그 양도인의 법인격이 엄연히 존속하고 있으므로 사망이나 합병의 경우와 같은 법인격 승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효력의 승계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압류나 가압류의 본래 효력인 현상보전의 취지에 맞다. 

다. 다수의견의 견해를 법리로서 적용할 경우 여러 부당한 결과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앞서 본 대로 우리 민사집행법은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에서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의한 제3채무자 지위의 승계라는 관념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양도가 발생했을 때 이를 민사집행법의 체계로 편입하는 절차를 전혀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집행법원으로부터 압류나 가압류의 존재 및 그 내용에 관하여 어떠한 통지도 받지 못하며, 집행법원 스스로 임대주택의 양도사실을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집행채권자가 이를 집행법원에 알려 임대주택의 양수인에게 통지해 주도록 요청하더라도 이에 응할 수 있는 아무런 절차법적 근거가 없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르게 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을 양수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의 책임과 부담하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압류나 가압류의 존부와 내용을 조사하여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임대주택의 양도가 빈번히 발생하는 우리의 현실과 종전 임대인인 양도인이 매매계약의 체결 등이 무산될 것을 염려하여 압류나 가압류의 존부와 내용에 관하여 묵비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양수인에 대한 조사의무의 부과가 상당한 거래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경매에 의한 주택 취득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종전 소유자로부터 압류나 가압류의 존부나 내용에 관하여 고지받는다는 것을 아예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택 매매에 부동산 중개인들이 관여하는 현실에 비추어 그 중개인과 사이에 압류나 가압류의 조사의무나 책임의 소재 및 범위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임대주택이 전전양도되고 그 사이에 시기와 제3채무자를 달리하는 여러 압류 또는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위와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러한 경우 임대주택의 최종 소유자가 집행공탁을 통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려면 현재 임차인이 최초 거주할 당시부터의 임대주택 소유자를 모두 추적하여 그 소유자들을 제3채무자로 하는 압류나 가압류가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내용을 모두 파악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고서는 공탁서에 일부 집행채권자에 관한 기재가 누락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만일 그와 같이 일부 집행채권자가 누락되면 그 공탁금을 배당하여야 하는 집행법원으로서도 다른 집행채권자의 존부를 알 길이 없어 공탁서에서 누락된 집행채권자는 배당절차에서도 배제되게 되고, 결국 이를 둘러싼 손해배상책임의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다수의견에 따르면 집행법원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명령을 발령할 때 제3채무자의 형식적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집행채권자가 주장하는 임대주택의 양도 여부 및 그 효력 유무라는 실체법적 법률관계까지 심사하여야 할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임대주택의 양도로 인하여 집행법상 관계인인 제3채무자의 지위가 법률상 당연히 승계된다고 본다면 소송법상 당사자의 지위 또한 당연히 승계된다고 보아야 그 논리가 일관될 것인데, 이는 우리의 소송 실무와 전혀 맞지 않는 태도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다수의견의 취지를 관철하면 단순히 실체법적 법률관계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라는 소송물이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넘어 소송법상 당사자인 피고의 지위까지 당연히 양수인에게 이전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민사소송법 제81조, 제82조에 따른 승계인의 소송참가나 소송인수의 절차가 아닌 당사자 사망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3조나 법인의 합병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4조의 규정을 유추하여 소송절차의 중단과 양수인에 의한 수계절차를 밟아야 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양도인이 소송과정에서 위와 같은 임대주택의 양도사실을 묵비하여 소송절차의 중단과 수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양도인을 피고로 한 판결이 선고되도록 하고 그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양도인은 기판력의 시적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임대주택의 양도사실을 내세워 패소당사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수의견이 이러한 결론까지 용인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이러한 견해가 아니라면 임대주택의 양도로 인한 권리실현과정에서 당사자 지위의 승계 여부와 관련하여 소송법과 집행법 사이에서 차이를 두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라. 결국 다수의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그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가 면책적으로 양수인에게 승계된다는 실체법적 법률관계에 관한 판례의 법리를 절차법적 법률관계에까지 제한 없이 확장하여 그 절차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용인하는 셈인데, 그와 같이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아마도 다수의견은 임대주택을 양수하여 소유한 사람에게 압류나 가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미친다고 보아야만 이 사건 원고와 같은 집행채권자의 이익이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거듭 언급한 것처럼 우리 민사집행법은 오로지 처분금지효력을 통하여 집행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한 보호 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의 임차인에 대한 채권자라고 하여 다른 절차법적 특혜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압류명령이나 가압류명령을 송달받은 이후에 임대주택을 양도함으로써 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가 소멸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제3채무자의 지위에 남아 있게 되면 그 집행채권자는 압류나 가압류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나, 이는 불확실한 장래의 금전채권 또는 조건부 금전채권을 집행대상으로 삼은 데 따라 집행채권자가 불가피하게 감수하여야 할 위험의 한 단면일 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채권자들에게만 국한된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채권자들로서는 임대주택의 양수인을 상대로 새로운 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기회라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채권자들에 비하여 훨씬 유리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임차인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내세워 위와 같은 민사집행법의 일반원리를 벗어나 임대주택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압류한 채권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다수의견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도 새로운 임대주택 소유자에 대한 임대인 지위의 당연승계를 통해 임차인의 계속 거주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보장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임차인의 채권자에 대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민사집행법상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고 하여 임차인 보호의 입법 취지가 더 충실하게 실현되는 것도 아니라면 다수의견과 같이 민사집행법의 기본원리에도 어긋나고 실제 운용에서도 부당한 결과를 피할 수 없는 해석을 택할 이유가 없다. 

마.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이에 동의할 수 없고,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당사자 지위의 포괄승계가 아닌 주택양수도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전의 경우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는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은 없다. 

그러므로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하여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은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를 승계하지 않으므로 양수인에게는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나아가 임대주택의 양도에 의하여 양도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므로 양도인을 상대로 한 가압류도 그 효력이 소멸한다는 것이다. 

가. 반대의견의 주된 논거는 우선 민사집행법상 사망이나 합병으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법인격이 소멸할 경우에만 그의 지위가 타인에게 승계되는 것이 가능할 뿐 그 밖에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의해서는 제3채무자의 지위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기본원리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이 사망이나 합병으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법인격이 소멸할 경우에 그의 법률상의 지위가 타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나, 그런 경우에 국한하여 지위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특별법에 의하여 지위 승계가 인정되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임대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 임대인의 법률상의 지위가 일체로 양수인에게 이전됨을 선언하고 있다. 즉, 당해 임대주택의 임대차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권리·의무관계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승계되는 것이며, 이러한 법리를 그대로 승인하고 있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입장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의 양도 전에 존재하던 임대차계약의 법률관계가 그 모습 그대로 양수인과의 사이에서 존속한다. 이러한 법률효과는 실체법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집행법상으로도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들에게 그대로 미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임대차에 있어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 후에 임대인이 임대목적물을 타에 양도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여전히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그대로 부담하며, 임대목적물의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압류권자는 여전히 임대인에 대하여 자기의 가압류를 주장할 수 있다. 반면에 그 임대목적물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주택인 경우에는 이와 달리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더는 부담하지 않으며, 오히려 양수인이 그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반대의견도 인정하듯이 가압류권자는 임대인에 대하여 자기의 가압류를 주장할 수 없다. 이처럼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의 양도로 인한 법률관계가 다른 일반적인 임대차의 경우와는 달리 포괄적으로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종전 제3채무자(즉, 종전 임대인)가 피압류채권에 대한 채무부담을 면하는 이유가 그 피압류채권의 채무자 지위의 포괄적 이전에 있다면, 그 가압류의 효력도 새로운 제3채무자(즉, 양수인)에게 그대로 승계된다고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한편 임대주택의 양도 전에 존재하던 임대차계약의 법률관계가 그 모습 그대로 양수인과의 사이에서 존속한다고 하여 양도인의 법인격이 소멸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임대주택의 양도가 상속이나 합병과 다르다는 것은 상속이나 합병의 경우에는 임대주택에 관한 법률관계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모든 법률관계도 포괄적으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뿐이지, 임대주택에 관한 권리·의무관계가 일체로 이전된다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게 없다. 따라서 당해 임대주택의 임대차를 둘러싼 법률문제만 놓고 본다면 상속이나 합병과 마찬가지의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상법 제530조의9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분할합병의 경우에는 법인격이 소멸하지 않으면서 분할되는 부분에 관한 권리·의무의 포괄적인 이전이 일어나는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임대차의 승계에 있어서도 당해 임대주택의 임대차를 둘러싼 법률문제만 놓고 본다면 위 분할합병의 경우와 유사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임대차를 둘러싼 이러한 권리·의무관계의 포괄적 이전은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법률효과이지, 단지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지닐 뿐인 양도인과 양수인의 양도·양수의사에 기한 처분행위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양도인과 양수인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조차도 임대차에 관한 권리·의무가 일체로서 이전된다. 

요컨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이라는 특별조문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금전채권에 대한 가압류의 일반적인 효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조문의 존재와 그 효력을 부정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마당이라면 다수의견이 민사집행법의 기본이론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처럼 제3채무자 지위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은 가압류권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서, 그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없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금전채권 가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그 가압류된 채권을 변제 등으로 소멸시킴으로써 가압류채무를 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가압류에 있어 제3채무자인 임대인이 임대차의 목적물인 주택을 양도한들 가압류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반면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임대인은 임대주택을 양도함으로써 그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지위를 양수인에게 승계시키지 않으면 가압류가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가압류권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권자라고 해서 일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권자와는 달리 특별히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다수의견은 이를 막자는 것이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권자에게 무슨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안 되는 권리를 주는 것이 특혜이지, 다른 사람들은 안 입어도 될 손해를 특정인만 입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특혜는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임대주택의 양수인에게 가압류 효력의 승계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가압류의 본래 효력인 현상보전의 취지에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임대주택의 양도를 가압류권자에게 통지해 주는 법적인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가압류권자는 수시로 임대주택의 양도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양도사실을 아는 즉시 새로이 임차인의 양수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압류하여야 하고,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에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면 가압류소멸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가압류권자를 제외한 나머지 이해관계인들의 의사에 따라 가압류의 효력을 이처럼 쉽게 무위로 돌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어떻게 가압류의 본래 효력인 현상보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가압류의 현상보전효를 관철하려면 오히려 당사자의 임의처분에 의하여 가압류의 효력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다. 반대의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률이지 임차인의 채권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아님을 강조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임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는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법률효과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가압류의 제3채무자인 양도인 및 그로부터 임대주택을 양수한 양수인의 의무에 관한 것이지, 가압류채무자인 임차인의 보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기서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후에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가압류의 제3채무자인 양도인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이전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임차인 보호의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먼저 다수의견처럼 제3채무자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하면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해서는 안 되며, 가압류권자가 나중에 집행권원을 취득하면 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반면에 반대의견처럼 가압류가 소멸하고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떤가. 이 경우 새로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승계한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반환채무를 부담할 따름인데, 그는 가압류의 제3채무자가 아니므로 임차인에게 변제하여도 되는 것인가. 이를 용인한다면 설령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임차인은 자기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되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뜻밖의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런 이익까지 보호하려는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추구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라.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가압류 후 임대주택이 양도되고 다시 그 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명령을 발령할 때 집행법원이 임대주택의 양도에 관하여도 심사하여야 할 부담을 지게 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행절차에서 승계에 관한 당사자 주장의 당부를 심리함은 집행법원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이고, 임대주택의 소유자 변동은 일반적으로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타 승계에 관한 경우와 비교하여 임대주택의 양도 여부를 심리함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채권자의 신청을 받거나 또는 그 동의하에 임대주택의 양수인을 심문하는 등으로 운영의 묘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임대주택 양수인이 불측의 손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양도인을 제3채무자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 이를 모르고 그 주택을 양수하거나 경매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양수인은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지적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숨기고 양수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간 경우에 생기는 전형적인 이익충돌의 장면에서 가압류권자와 양도인, 양수인의 3자 관계에서 누구로 하여금 임차인의 무자력 등으로 인한 위험을 부담하도록 할 것이냐에 관한 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법체계에 더 부합하느냐에 관한 문제이다.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모르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경우에 그 양수인도 선의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집행은 확보되어 있다고 믿은 가압류권자 또한 선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임대차보증금을 받아가 버린 임차인의 무자력 등으로 그로부터 상환을 받을 현실적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당연히 양수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고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때문에 다수의견은 이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임대인의 지위는 포괄적으로 주택양수인에게 이전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결국 법률의 규정에 의한 계약상 지위의 이전이 일어나는 이상, 거기에 포섭되어 있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자의 지위, 나아가 그에 대한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새기는 것이 현행법의 규범체계에 부합한다고 새기는 것뿐이다.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도인은 종전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완전히 이탈하고 양수인만이 당사자가 되도록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태도가 과연 모든 경우에 타당한 것이냐에 관하여는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론적인 문제일 뿐 해석론의 영역을 벗어난다. 법이 그렇게 규정한 이상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그 임대인의 지위는 전적으로 양수인에게 이전하며, 그에 앞서 이루어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 사실을 모르고 임차인에게 지급함으로 인한 위험을 양수인이 부담하게 되는 것은 그와 같은 법률규정의 적용에 의한 결과적 현상일 따름이다. 양수인으로서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승계하고 그 승계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그 보증금을 반환할 때 이를 정당하게 수령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펴보고 반환하여야 하며, 그에게 이러한 것을 요구한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당부와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다만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모르고 과실 없이 임차인에게 변제할 경우에 그것에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효과를 인정하여 선의·무과실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 이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므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상으로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나. 판결요지 


[다수의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이하 ‘임대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을 가리킨다)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나아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받은 제3채무자의 지위는 임대인의 지위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임대주택의 양도로 임대인의 지위가 일체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이전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주택의 양도에 양수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인정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인의 의무 대부분이 그 주택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이행가능하고 임차인이 같은 법에서 규정하는 대항요건을 구비하면 임대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임대주택이 양도되었음에도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압류권자는 장차 본집행절차에서 주택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차관계의 이전이 발생하기 전에 임차인의 채권자가 신청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기초한 실체법상 권리변동에도 불구하고 압류 또는 가압류에 본질적으로 내재한 처분금지 및 현상보전 효력 때문에 당사자인 집행채권자, 집행
채무자, 제3채무자의 집행법상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민사집행법은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에서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의한 제3채무자지위의 승계라는 관념을 알지 못하며 오로지 압류 또는 가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을 통하여 집행채권자로 하여금 당사자의 처분행위에 구애받지 않고 당초 개시하거나 보전한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할 뿐이다. 비록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인 지위의 승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기초한 법률상 당연승계라고는 하나 이는 명백히 임대주택에 관한 양도계약 당사자의 처분의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다수 의견은 결국 당사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집행법원이 이미 발령한 가압류명령 또는 압류명령의 수범자와 효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셈인데, 우리 민사집행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 다수의견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이에 동의할 수 없고,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당사자 지위의 포괄승계가 아닌 주택양수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전의 경우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는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다. 검토  


(1) 대상판결은 주임법 제3조 제3항 소정의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자를 포함한다)이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 승계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양도인을 제3채무자로 하여 양도인과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사실을 묵비(숨긴)한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사들인 양수인이, 양도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임차인에게 그 계약기간 만료 시에 주택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 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의견은,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당사자 지위의 포괄승계가 아닌 주택양수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전의 경우,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는 임대주택의 양수인에게 이전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 바탕에는 양도인을 제3채무자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모르고 그 주택을 양수하거나 경매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양수인이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 깔려있다. 


(2) 주임법 제3조 제3항은 임대주택이 양도되는 경우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의제한 것이고, 임대인의지위의 승계는 주임법 제3조 제1항 등에 명시된대항력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13) 나아가, 주임법 제3조 제3항 소정의 임대인의 지위승계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률상의 당연승계(포괄승계)로 파악하는 다수의견이 옳다 할 것이다.14)15) 그렇다면 양수인이 종전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체결하였던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소외 2)의 지위를 제한 없이 승계하게 되어 주택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하게 된다. 이렇게 파악할 경우, 선의·무과실의 양수인의 보호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임대주택의 양도인이나 임차인(소외 1)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 사실을 묵비했을 경우, 그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한 양수인 보호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생각건대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모르고 그 과실 없이 임차인에게 반환(변제)한 경우에는 민법 제470조 소정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법리를 유추 적용함으로써 선의·무과실의 양수인을 보호할 수 있다 할 것이다.16) 
   그렇다면 포괄승계의 원칙을 취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선의·무과실의 양수인 보호문제는 채권의 준점유자의 법리에 의해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법의 이상인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3) 대상판결(다수의견)은 임대주택의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채무를 반환할 경우, 그 보증금의 정당한 수령자가 누구인지(바꿔말하면 양도인·임차인에게 그 보증금지급의 제한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반환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할 것이다. 

13) 같은 견해 지원림, 제11판 민법강의 , 홍문사, 2013, 1508면.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②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저소득층 무주택자에게 주거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법인이 주택을 임차한 후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입주자가 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제1항을 준용한다. 이 경우 대항력이 인정되는 법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5.1.6> 
③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제1항을 준용한다.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그 직원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새로운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신설 2013.8.13>
④ 임차주택의 양수인(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개정 2013.8.13> 
⑤ 이 법에 따라 임대차의 목적이 된 주택이 매매나 경매의 목적물이 된 경우에는 「민법」 제575조제1항ㆍ제3항 및 같은 법 제578조를 준용한다. <개정 2013.8.13> 
⑥ 제5항의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항변권)에 관한 「민법」 제536조를 준용한다. <개정 2013.8.13> 
[전문개정 2008.3.21]
14) 이는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이기도 하다. 즉,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대판 2004. 4. 16. 2003다58010; 대판 1987. 3. 10. 86다카1114) 
15) 주임법 제3조 제3항의 규정상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임대인의 계약상의 완전한 지위의 탈퇴·양수인의 포괄적인 임대인의 지위 승계의 입법태도가 타당한지 여부는 입법론의 문제가 될 뿐 반대의견과 같은 해석론 도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6) 이 경우, 양수인의 선의·무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반환(변제)의 유효를 주장하는 자(양수인)가 부담한다 할 것이다(대판 1992. 2. 14. 91다9244의 판결요지 참조)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전세금반환][집35(1)민,147;공1987.5.1.(799),632]

【판시사항】

임대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경우,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의 소멸여부 

【판결요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춘 후 임대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한다

【참조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전 문】

【원고, 상 고 인】 원고 1 외 5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태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6.3.11 선고 85나386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방들을 1984.3.3부터 3.17까지의 사이에 임차하여 입주하고 그해 3.29부터 5.30까지 사이에 주민등록을 마친 사실과 소외 1의 강제경매신청에 의하여 그해 10.30 위 건물에 관하여 경매가 개시되고 소외 2가 1985.1.28 위 건물을 경락하여 대금을 완납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외 2에게 승계됨으로써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주택의 임차인은 건물에 입주하고 주민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갖추게 되며 대항력이 구비된 후에 임차건물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하고 있다.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보증금반환채무가 양도인에게 남아 있다고 해석하면 임대차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 채무 즉 목적물의 사용수익을 하게 하는 채무, 수선의무, 필요비, 유익비상환의무 등은 모두 이전하는데 오로지 보증금반환채무만이 남는 것이 되어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임대차계약의 위와 같은 여러 채권, 채무는 임대인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개인적 색채보다는 부동산자체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으로서 임대목적물의 소유자로서 거의 완전하게 이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며, 임차인으로서는 동시이행의 항변, 유치권의 행사 등에 의하여 이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교체에 의하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할 때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로 양도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에 대한 원고들의 전세금청구를 배척한 조처는 정당하고, 다른 견해에서 이를 공격하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이에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성환(재판장) 이준승 박우동   
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9244 판결
[예금][미간행]

【판시사항】

은행이 예금청구자가 예금 수령의 권한자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방편의 하나로 예금청구서상의 인영과 신고된 인감을 대조 확인함에 있어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판결요지】

은행이 예금청구자에게 예금 수령의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방편의 하나로 예금청구서에 압날한 인영과 은행에 신고하여 예금통장에 찍힌 인감을 대조 확인할 때에는 인감 대조에 숙련된 은행원으로 하여금 그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인감을 대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예금수령의 권한이 없는 자에게 예금을 지급하였다면 은행으로서는 그 예금 지급으로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47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5.5.27. 선고 74다2083 판결(공1975,8464)   1976.10.29. 선고 76다1252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종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금자)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1.22. 선고 90나2767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은행은 예금청구자에게 예금수령의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방편의 하나로 예금청구서에 압날한 인영과 은행에 신고하여 예금통장에 찍힌 인감을 대조 확인하는 것이 통상의 예인바, 이 때에는 인감대조에 숙련된 은행원으로 하여금 그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인감을 대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예금수령의 권한이 없는 자에게 예금을 지급하였다면 은행으로서는 그 예금 지급으로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전거증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무권한자인 소외인에게 원고의 예금을 지급함에 있어 과실이 없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사건 국민종합통장상에 날인된 신고인감의 인영과 위 소외인이 제출한 예금청구서상의 인영에 여러 가지 점에서의 상위가 있음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인영의 상위는 인영대조 사무에 숙달된 담당행원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업무상의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살펴보았더라면 어렵지 않게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인영의 상위를 발견하지 못한 점이라든지 그 밖의 예금지급경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에게 위 소외인이 예금의 정당한 수령권자인지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은 갑 제1호증의 2(예금통장) 및 갑 제2호증(예금청구서)상의 각 인영에 의하여 이 사건 국민종합통장에 날인된 신고인감의 인영과 예금청구서에 찍힌 인영을 비교하여 그 상위점을 인정하였음이 명백하고 소론이 지적한 것처럼 증거로 하기 위하여 제출된 갑 제3호증의 1, 2의 각 인영에 의하여 이를 비교한 것이 아니다. 원심이 위 두 인영의 상위점을 인정한 과정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청(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대법원 1993. 7. 16. 선고 93다17324 판결
[구상금][공1993.9.15.(952),2293]

【판시사항】

대항력 있는 임차권의 목적인 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한 경우의 법률관계 

【판결요지】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구비한 후 임차 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고,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위 채무는 소멸한다 할 것이므로, 주택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것에 불과할 뿐, 양도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라거나, 양도인이 위 금액 상당의 반환채무를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양수인이 그로 인하여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가. 민법 제453조 나. 제741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3.10. 선고 86다카1114 판결(공1987,632)   1989.10.24. 선고 88다카13172 판결(공1989,1746)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옥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93.2.19. 선고 92나1527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소외인이 1984.6.23. 피고로부터 이 사건 주택 중 방 2칸과 부엌 1칸을 임대차보증금 1,300만 원에 임차하여 이를 인도받아 거주하여 왔으며, 그해 7.2.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대항력을 갖춘 사실, 원고가 1991.9.20. 이 사건 주택을 경락받아 1992.1.8.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주장 즉, "위 소외인은 위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였으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자라는 이유로 배당에서 제외되어 원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기에, 원고는 그에게 위 금액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원래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것을 원고가 대신 지급한 것이고, 원고는 이로 인하여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이를 구상할 의무가 있다."는 데에 대하여, (1)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구비한 후 임차 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고,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위 채무는 소멸한다 할 것이므로, 원고가 소외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라거나, 피고가 위 금액 상당의 반환채무를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없이 이익을 얻고 원고가 그로 인하여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2) 나아가 “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은 임차 주택이 양도된 경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법률의 규정으로 새 소유자에게 인수시키는 것으로서, 이는 병존적 채무인수에 불과하여 종전 소유자인 피고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소멸한 것이 아니다.”는 원고의 주장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당원의 확립된 견해에 따른 것으로서 옳고( 당원 1989.10.24. 선고 88다카13172 판결 참조),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은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주심)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4083 판결
[임대차보증금][공1994.1.15.(960),168]

【판시사항】

임차주택의 양도담보권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의 임차주택의 양수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게 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주택을 임대할 권리나 이를 수반하는 권리를 종국적, 확정적으로 이전받게 되는 경우라야 하므로 매매, 증여, 경매, 상속, 공용징수 등에 의하여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 등은 위 조항에서 말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에 해당 된다고 할 것이나, 이른바 주택의 양도담보의 경우는 채권담보를 위하여 신탁적으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될 뿐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담보권자가 주택의 사용수익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담보권자에게 확정적, 종국적으로 이전되는 것도 아니므로 양도담보권자는 이 법 조항에서 말하는 ‘양수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7.3.10. 선고 86다카1114판결(공1987,632)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석훈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승규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1992.12.4. 선고 92나8123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사건 주택은 원래 소외인의 소유로서 원고가 위 소외인으로부터 그 중 1층부분을 임차하여 입주하고 전입신고까지 한 상태에서, 위 소외인이 피고와의 동업계약상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그 후 이 사건 주택에 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근저당권자인 소외 중소기업은행이 이을 경락취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주택의 양수인으로서 위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이 사건 주택이 위 중소기업은행에 경락됨으로써 더 이상 임대인으로서 원고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할 수 없으므로, 위 임대차계약 관계는 종료되었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가 애당초의 동업계약을 이행치 아니하자 위 소외인이 일정기한 내 이행을 할 것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별도의 통지 없이 위 동업계약이 해제된다는 통지를 하였으나 이를 이행치 아니하여 위 동업계약이 해제되고 따라서 위 동업계약에 따라 피고 앞으로 이전된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의 지위와 일체가 되어 위 소외인 앞으로 복귀되었으므로, 결국 피고가 이사건 주택에 관한 위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그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기타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임대인의 지위’란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격을 말하고,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함은 종전의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존재하는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한편 종전의 임대인은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 당원 1987.3.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참조), 위규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게 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주택을 임대할 권리나 이를 수반하는 권리를 종국적, 확정적으로 이전받게 되는 경우라야 한다는 것이므로 매매, 증여, 경매, 상속, 공용징수 등에 의하여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 등은 위 조항에서 말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나, 이른바 주택의 양도담보의 경우는 채권담보를 위하여 신탁적으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될 뿐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담보권자가 주택의 사용수익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담보권자에게 확정적, 종국적으로 이전되는 것도 아니므로 양도담보권자는 이 법 조항에서 말하는 ‘양수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채권담보를 위하여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양도담보권자에 불과하여 임차주택의 양수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임차주택의 양수인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사건 임차보증금반환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주택의 양도담보권자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임차주택의 ‘양수인’에 해당됨을 전제로 하여 판단한 것은 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하겠으나, 원심이 그 이유는 다르지만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이러한 잘못은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논지는 결국 이유 없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무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우만(재판장) 김용준 천경송(주심) 안용득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91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03.9.15.(186),1846]

【판시사항】

주택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 주택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주택의 임차인은 건물에 입주하고 주민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갖추게 되고, 대항력이 구비된 후에 임차 건물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하고 있으며, 이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나, 법인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법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의 하나인 주민등록을 구비할 수 없으므로 임대인이 위 임대주택을 양도하더라도 그 양수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임대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시키기로 하는 당사자들 사이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법인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공1987상, 632)
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7236 판결(공1997하, 246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경기은행의 파산관재인 피고 1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2. 11. 28. 선고 2002나792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95. 10. 14. 소외 1의 주식회사 경기은행(이하 '파산자'라 한다)에 대한 이 사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주택의 임차인은 건물에 입주하고 주민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갖추게 되고, 대항력이 구비된 후에 임차 건물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하고 있으며, 이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나(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참조), 법인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법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의 하나인 주민등록을 구비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7236 판결 참조), 임대인이 위 임대주택을 양도하더라도 그 양수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임대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시키기로 하는 당사자들 사이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법인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임차인인 파산자는 법인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을 갖출 수 없고, 따라서 소외 2, 소외 3이 임대인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을 양수하였더라도 그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아니며, 달리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로 소외 2, 소외 3이 소외 1의 파산자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파산자에 대한 소외 1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와 원고의 연대보증채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것인바, 원심판결이 그 이유는 다르나 원고의 연대보증채무가 이 사건 임대주택의 양도로 인하여 소멸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이규홍(주심) 손지열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임대차보증금][미간행]

【판시사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되는지 여부(적극) /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게 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제4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공1987, 632)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공2002하, 2319)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상, 318)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케이앤엘 태산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경렬 외 6인)

【주위적 피고, 상고인】 주위적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석)

【예비적 피고】 예비적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인 담당변호사 김규봉)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6. 24. 선고 2020나920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4항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 그 결과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2. 24. 주위적 피고로부터 임대차보증금 1억 8,000만 원, 임대차기간 2015. 4. 30.부터 2017. 4. 30.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하였고, 주위적 피고에게 그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 

나. 원고는 2015. 4. 30.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그 주소지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고, 2017. 5. 1.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다. 2017. 9. 5.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타경53816호로 강제경매절차(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라고 한다)가 개시되었고, 원고는 매각기일에서 유찰이 계속되자 2019. 2. 9. 주위적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남편 소외인이 임차인으로 현황 조사되었으나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고, 예비적 피고는 2019. 11. 6.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마. 원고는 2020. 1. 21. 피고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그 직후 예비적 피고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카임50013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2020. 2. 11. 그 명령이 내려졌고, 2020. 2. 18. 주택임차권등기가 기입되었다. 

바. 원고는 2020. 2. 12. 주위적 피고를 주위적 피고로, 예비적 피고를 예비적 피고로 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예비적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주위적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의 지위가 예비적 피고에게 승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예비적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기 전 주위적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의제되고, 위 해지 의사표시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 원고가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대항력을 행사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최고가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원고가 종전 임대인인 주위적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한 것과 모순된다.  

다. 원고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들 모두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예비적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였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피고들을 상대로 주위적 피고로부터 예비적 피고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아, 종전 임대인인 주위적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택임대차법에서 정한 임대인의 지위승계 및 임차인의 이의 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주위적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 하나의 종국판결을 내려야만 한다. 위와 같이 원심판결 중 주위적 피고에 대한 부분에 파기사유가 있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결론의 합일확정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4.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취득한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와 원상회복의 방법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사해행위취소 등】 [공2013하, 1793]  


가. 판결요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의하여 수익자가 새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인 저당권 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
[사해행위취소등][공2013하,1793]

【판시사항】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취득한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와 원상회복의 방법 

【판결요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의하여 수익자가 새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인 저당권 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97525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경 담당변호사 강진영)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3. 4. 5. 선고 (창원)2012나30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권액이 1,088,246,854원으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인 1,242,606,270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채무초과 상태인 소외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실제 채권금액이 아니라 채권최고액을 기준으로 사해행위 성립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변론주의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양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시가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으로서 실제로 이미 발생하여 있는 채권금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에도 그 계약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1,242,606,270원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인 1,088,246,854원을 공제한 154,359,416원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고, 따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154,359,416원 부분에 한하여 이를 취소하며, 수익자인 피고는 제3채무자인 대한민국에 대하여 가지는 411,600,986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 중 154,359,416원 부분에 관하여만 채무자인 소외인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대한민국에 채권양도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어느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사해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등기의 말소 등으로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여야 하며, 부동산 자체의 회복 즉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400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채무자의 사해의사로 양도 등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것이어서,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양도 등 행위 전체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하게 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양도 등 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 등 참조). 

다만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의하여 수익자가 새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인 저당권 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9752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의 경우 선행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수익자인 피고가 사해행위에 의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근저당권과 선행 근저당권이 모두 말소되었으므로, 사해행위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채권 전체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달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154,359,416원 부분에 한해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아 이 부분만을 취소하는 한편, 피고가 취득한 411,600,986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 중 154,359,416원 부분에 관하여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대한민국에 채권양도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의 방법 및 그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나.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은 사해행위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의 방법 및 그 범위에 관한 법리해석이다. 원심판결(부산고법 2013. 4. 5. 선고 2012나3084)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금원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그 부분에 한하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수익자)의 제3채무자(대한민국)에 대하여 갖는 배당금지급청구채권도 그 금원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제3채무자가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사해행위가 있기 전의 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하므로, 원물반환의 원칙이 지켜진다. 다만,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17)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가액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사해행위인 저당권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채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 한다.18) 
  그렇다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채권 전체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정당하다. 

17) 대판 2009. 6. 11. 2007다4004.
18) 대판 2011. 9. 8. 2010다97525; 대판 2005. 5. 27. 2004다67806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4004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가 경료된 경우, 사해행위 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 기준 시기(=가등기의 원인된 법률행위시)

[2]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어느 시점에서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3]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가액배상에 의한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의미 

[4]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이전된 후 그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취소의 범위와 원상회복의 방법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2] 민법 제406조 [3] 민법 제406조 [4] 민법 제40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73377 판결(공2001하, 1941) 
[2]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공2003상, 46)
[3]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공1998상, 1627)
[4]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공2003상, 46)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18242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심곡새마을금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규홍 외 1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6. 12. 7. 선고 2004나63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 2, 4점에 대하여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가 경료된 경우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명백히 다른 것이 아닌 한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가등기의 원인된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7337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있었는가를 따짐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이를 판정하여야 할 것이고,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언제 있었는가는 실제로 그러한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날을 표준으로 판정할 것이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중심으로 그러한 사해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원심판결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지하상가’라고 한다)에 관하여 대구지방법원 북대구등기소 2002. 10. 17. 접수 제66159호로 경료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고 한다)의 원인된 법률행위를 피고와 주식회사 경인주택(이하 ‘경인주택’이라고 한다) 사이에 2002. 10. 15. 체결된 매매예약(이하 ‘이 사건 매매예약’이라고 한다)으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등기소 2003. 1. 23. 접수 제4348호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본등기’라고 한다)의 원인된 법률행위를 피고와 경인주택 사이에 2002. 10. 17. 체결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으로 인정하고, 이 사건 매매예약 당시를 기준으로 경인주택의 적극재산을 산정하였으며, 이 사건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 5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피고와 경인주택 사이의 2002. 3. 18.자 이 사건 약정은 단순한 담보제공약정이 아니라 사실상 경인주택의 경영권을 피고에 양도하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인 점, 대출금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근저당권의 설정과 아울러 가등기까지 경료해 주기로 약정함으로써 추가대출이 예상된 점, 고율의 이자부담 아래 거액을 대출받으면서 대출사례금 명목으로 거액을 부당지출함으로써 채무를 부당하게 증가시켰고 그로 인하여 위 대출금 28억 원을 대출받을 때에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의 차액이 약 3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점, 위 대출금 28억 원 중 약 7억 원에 대하여는 그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점, 이 사건 약정의 체결 후 추가로 부담하게 된 채무에 대하여 그 발생 원인을 알 수 없고 피고로부터 추가로 대출받은 8억 원의 사용처가 불명한 점, 최초의 대출일로부터 채 1년이 경과하기도 전에 대환대출의 형식으로 기존의 대출금 36억 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모두 상환하고 새로이 39억 3천만 원을 대출받음으로써 피고로 하여금 대출에 따른 이자수입을 극대화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경인주택은 이 사건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의 체결 당시에 그 법률행위가 일반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정의 체결 당시에도 이 사건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미분양 집합건물을 피고에 대한 대출금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가등기까지 경료하여 주는 것은 물론 경영권까지 양도함으로써 이에 터잡아 추가대출 또는 부정대출이 이루어지고 고율의 금융비용이 증가하여 조만간 채무초과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사정을 예견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어, 경인주택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피고와 경인주택 사이의 2002. 3. 18.자 이 사건 약정이 이 사건 가등기의 원인된 법률행위임을 전제로 경인주택에게 사해의사가 없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 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대구 북구 (지번 생략) 공장용지 3,512.1㎡(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는 당초부터 그 지상 지하 3층, 지상 13층의 주상복합건물(이하 ‘이 사건 집합건물’이라고 한다)의 대지권의 목적으로 예정되어 있던 토지로서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인 경인주택의 소유였던 점, 비록 경인주택이 이 사건 토지를 경매낙찰자인 대부건설 주식회사(이하 ‘대부건설’이라고 한다)로부터 매수하는 형식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나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로서 이 사건 집합건물의 상당부분을 분양한 경인주택으로서는 이 사건 사업을 완료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할 처지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대부건설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토지를 낙찰받은 것이어서 이 사건 토지의 실질적인 낙찰자는 경인주택인 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대부건설로부터 경인주택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될 당시(2002. 10. 11.)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그 시가를 초과하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 약정이 체결될 당시(2002. 3. 18.)에는 이 사건 토지가 담보하는 채무는 그 시가에 비하여 월등히 적었던 점, 이 사건 약정에는 28억 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와 아울러 이 사건 집합건물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건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지 않아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만 먼저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가 경료되었던 점, 이 사건 매매예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이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경인주택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이 사건 지하상가에 관하여 집합건물등기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가등기 경료 전에 이 사건 지하상가의 대지권에 존재하던 기존의 근저당권이 모두 소멸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하상가에 대한 대지권도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 책임재산으로서 사해행위의 대상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물반환이 아니라 가액배상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면, 수익자 또는 전득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고,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을 배상하여야 하는바, 원래 채권자와 아무런 채권·채무관계가 없었던 수익자가 채권자취소에 의하여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견지에서 법이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그 가액배상의 의무는 목적물의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됨으로써 성립하고, 그 외에 그와 같이 불가능하게 된 데에 상대방인 수익자 등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는 것은 아니며, 여기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 함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느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여야 하는 것이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이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을 명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1824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어느 복합건물의 대지권에 설정된 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과 동일한 피담보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그 건물에 담보 목적의 매매예약으로 인한 가등기를 설정한 후 그 가등기에 기하여 담보권실행의 방법으로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이를 일정액으로 평가하여 채무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물반환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가액배상만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록에 의하면, 2002. 10. 15. 당시 경인주택 소유의 이 사건 토지 상에 건축된 이 사건 집합건물 내의 각 상가, 아파트에 관하여 경인주택 앞으로 집합건물등기 및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 한편 2002. 10. 11.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2002. 10. 9.자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하고, 대출액을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에 대하여는 각 6억 원, 소외 7에 대하여는 3억 3천만 원, 합계 39억 3천만 원으로 하여, 채권최고액이 채무자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6의 경우 각 7억 2,000만 원, 채무자 소외 5의 경우 7억 8,000만 원, 채무자 소외 7의 경우 4억 2,900만 원, 채권최고액 합계 48억 9백만 원[= (7억 2,000만 원 × 5) + 7억 8,000만 원 + 4억 2,900만 원]의 7개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던 사실(그 중 채무자 소외 7, 소외 5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2003. 6. 9.자 해지로 2003. 6. 10. 말소되었다), 이 사건 지하상가에 관하여, 경인주택은 2002. 10. 17. 그 대지권에 관하여 설정된 위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하고, 피고에 대한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같은 날인 2002. 10. 17.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 주었으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경료해 주지 않은 사실, 그 후 피고는 2003. 1. 23. 이 사건 지하상가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하여 담보권실행의 방법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2003. 4. 4. 이 사건 지하상가를 10억 2천만 원으로 평가하여 위 대출원리금의 일부 변제에 충당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해행위는 이 사건 지하상가의 가액에서,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되었던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중 이 사건 지하상가 해당 대지권 부분만큼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하여 그 원상회복은 가액배상의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원고 자신의 피보전채권의 범위 내에서 위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판시와 같이 이 사건 가등기 경료 전에 이 사건 지하상가의 대지권에 존재하던 기존의 근저당권이 모두 소멸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 사건 지하상가가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일반재산으로 기능하고 있었다는 전제하에 가액배상의 방법과 그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생략한 채 이 사건 매매예약 및 매매계약 전부를 취소한 다음, 이 사건 지하상가를 원물로 반환할 것을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원상회복의 방법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주심) 박일환 신영철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구상금등][공2005.7.1.(229),1039]

【판시사항】

[1]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제척기간 경과 후에 당초의 청구취지변경이 잘못 되었음을 이유로 다시 청구취지를 변경하더라도 최초 소 제기시에 발생한 제척기간 준수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 사례 

[2]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매매계약으로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 전부가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되고 이후 변제 등에 의하여 공동저당권이 소멸한 경우,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 방법 

[3]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소유권이 사해행위로서 양도되었다가 그 저당권의 실행으로 말미암아 양수인인 수익자에게 배당이 이루어진 경우,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 

[4]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소송을 제기한 경우, 이들 소송이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에 관한 일괄 매매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매매계약의 전부 취소 및 그 원상회복으로서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다가 사해행위 이후 저당권이 소멸된 사정을 감안하여 법률상 이러한 경우 원상회복이 허용되는 범위 내의 가액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면서 그에 맞추어 사해행위취소의 청구취지를 변경한 데에 불과한 경우에는 하나의 매매계약으로서의 당해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 제기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비록 취소소송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당초의 청구취지변경이 잘못 되었음을 이유로 다시 위 매매계약의 전부취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한다 해도 최초 소 제기시에 발생한 제척기간 준수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 사례. 

[2]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 전부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해행위 이후에 변제 등에 의하여 공동저당권이 소멸한 때에는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부터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 내에서 매매계약을 일부 취소하고 그 가격에 의한 배상을 명하여야 하고 일부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이 때 사해행위의 목적 부동산 전부가 하나의 계약으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되는 매매계약이 공동저당 부동산의 일부를 목적으로 할 때처럼 그 부동산 가액에서 공제하여야 할 피담보채권액의 산정이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은 목적 부동산 전체의 가액에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총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함이 그 취소 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상당한 방법이라 할 것이고, 한편 사해행위로 인하여 일탈한 재산의 범위는 사해행위 당시 이미 정하여지는 이상 위의 경우에 있어서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 및 저당권 말소의 원인과 그 자금의 제공자가 누구인지 혹은 그 이익이 잔존하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 할 것이므로, 그 공동저당권 말소의 원인이 하나의 사해행위로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공동저당권의 실행에 따른 것이라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3]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를 원인으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다가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었으나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채권이 있는 경우의 원상회복의 방법으로는, 그 배당금채권이 수익자에게 지급된 경우에는 동액 상당의 가액의 배상으로,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그 배당금채권의 양도절차의 이행으로 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소유권이 사해행위로서 양도되었다가 그 저당권의 실행으로 말미암아 양수인인 수익자에게 배당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4]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각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여도 그 중 어느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선고·확정되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치기 전에는 각 소송이 중복제소에 해당한다거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62조[2]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3] 민법 제406조 제1항[4] 민법 제40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59조

【참조판례】

[2] 대법원 2001. 6. 12. 선고 99다20612 판결(공2001하, 1567)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공2003상, 46)

[3]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8687 판결(공1997하, 3420)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2711 판결(공2002하, 2862)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6200 판결(공2004상, 434)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38245 판결

[4]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공2003하, 1717)

【전 문】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계남)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한신)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11. 4. 선고 2004나7899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원고 및 피고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99. 9. 4. 소외 주식회사와 사이에 그 대표이사 소외인 등의 연대보증하에 보증원금 9,000만 원, 보증기한 2000. 9. 4.까지의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였고, 소외 회사는 위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발급받은 신용보증서 등을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위 신용보증의 기한은 그 후 당사자 합의에 따라 2002. 9. 4.까지 연장된 사실, 2002. 5. 9. 소외인 소유의 아산시 (주소 1 생략) 대 193㎡, (주소 2 생략) 대 209㎡, (주소 3 생략) 대 129㎡, (주소 4 생략) 대 275㎡(이하 각 '이 사건 제1∼4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채무자를 소외 회사로 하는 우리은행 명의의 채권최고액 1억 3,000만 원의 공동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고는 2002. 8. 19.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 및 서울 은평구 (주소 5 생략)를 합계 3억 2,360만 원에 일괄 매수하면서 그 중 2억 5,500만 원은 이 사건 각 부동산 및 위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합계 2억 5,500만 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6,860만 원은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 8,020만 원 중 같은 금액 상당의 변제에 갈음하는 것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02. 8. 20.자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같은 달 21.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그런데 같은 달 26. 소외 회사의 당좌거래가 정지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여 이에 원고가 2002. 11. 14. 중소기업은행에 92,064,131원을 대위변제함으로써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발생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인 우리은행의 신청으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다가 감정가격 5,790만 원의 제1 부동산에 관하여는 과잉경매를 이유로 경매가 취하되고 감정가격 각 6,270만 원, 21,285,000원, 70,812,500원의 제2, 3, 4 부동산은 계속 경매가 진행되다가 낙찰되어 그 배당기일인 2003. 4. 16. 제1순위로 근저당권자인 우리은행에게, 제2순위로 위 근저당권부채권 일부를 양수한 신용보증기금에게 각 120,685,843원 및 9,314,157원, 합계 130,000,000원을 배당하고 소유자인 피고에게는 18,532,317원의 잉여금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2003. 3. 18. 원고의 신청으로 피고를 채무자, 대한민국을 제3채무자로 하여 위 18,532,317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사실, 제1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개시등기는 위 취하를 원인으로 2003. 4. 28. 말소되고 우리은행 명의의 근저당권 역시 2003. 5. 9. 해지를 원인으로 말소되었으며, 한편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과 함께 일괄 매수한 위 아파트는 다액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사실상 재산가치가 전혀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바탕으로, 소외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는 채권의 공동담보의 부족을 초래하여 일반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채무자인 소외인 및 수익자인 피고의 각 사해의 의사도 인정되거나 추정된다고 한 다음, 나아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의 방법으로서 제1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의 취소 및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와 제2, 3, 4 부동산에 관한 피고의 배당금 18,532,317원을 한도로 하는 매매계약의 취소와 위 배당금지급청구채권의 양도절차의 이행을 각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제1 부동산에 관하여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1억 3,000만 원을 위 각 부동산별 가액에 따라 나눈 제1 부동산의 안분 피담보채권액 35,388,286원을 제1 부동산의 가액에서 공제한 차액 22,511,714원 상당의 매매계약의 취소 및 동액 상당의 가액배상을 명하고, 제2, 3, 4 부동산에 관하여는 위 배당금 18,532,317원 상당의 매매계약의 취소 및 위 배당금지급청구채권에 대한 소외인 앞으로의 양도절차의 이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에 관한 일괄 매매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매매계약의 전부 취소 및 그 원상회복으로서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다가 사해행위 이후 저당권이 소멸된 사정을 감안하여 법률상 이러한 경우 원상회복이 허용되는 범위 내의 가액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면서 그에 맞추어 사해행위취소의 청구취지를 변경한 데에 불과한 경우에는 하나의 매매계약으로서의 당해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 제기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비록 취소소송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당초의 청구취지변경이 잘못 되었음을 이유로 다시 위 매매계약의 전부취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한다 해도 최초 소 제기시에 발생한 제척기간 준수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관한 피고의 제척기간 도과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비록 그 이유의 설시가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의 상고이유 제2, 3, 4점 및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 개의 부동산 전부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사해행위 이후에 변제 등에 의하여 공동저당권이 소멸한 때에는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부터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 내에서 매매계약을 일부 취소하고 그 가격에 의한 배상을 명하여야 하고 일부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이 때 사해행위의 목적 부동산 전부가 하나의 계약으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되는 매매계약이 공동저당 부동산의 일부를 목적으로 할 때처럼 그 부동산 가액에서 공제하여야 할 피담보채권액의 산정이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은 목적 부동산 전체의 가액에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총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함이 그 취소 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상당한 방법이라 할 것이고, 한편 사해행위로 인하여 일탈한 재산의 범위는 사해행위 당시 이미 정하여지는 이상 위의 경우에 있어서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 및 저당권 말소의 원인과 그 자금의 제공자가 누구인지 혹은 그 이익이 잔존하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1. 6. 12. 선고 99다20612 판결, 2002. 11. 8. 선고 2002다41589 판결 등 참조), 그 공동저당권 말소의 원인이 하나의 사해행위로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공동저당권의 실행에 따른 것이라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이 2002. 8. 19.자 사해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소외인으로부터 피고에게로 일괄하여 매도된 데다가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는 사해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 및 취소 채권자 이외에는 각 부동산별로 별도의 독립된 이해관계인들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위 사해행위의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은 각 부동산별 사해행위 해당 여부의 판정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다39989 판결 참조)에 맞추어 각 부동산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실행으로 18,532,317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만 남게 된 제2, 3, 4 부동산의 경우는 물론 그 피담보채무의 현실적 분담 없이 공동근저당권이 말소된 제1 부동산에 대하여도 그 부동산 가액에 따른 안분 피담보채권액을 기준으로 그 범위 내의 매매계약의 취소 및 가액배상을 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취소 채권자의 의사에 현저히 반할 뿐만 아니라 악의의 수익자에게 사해행위에 따른 부당한 이득의 보유를 긍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일괄 양도에 따른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의 범위와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제1 부동산의 원물반환과 제2, 3, 4 부동산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의 양도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취지 속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에 따라 원상회복이 가능한 범위 내의 가액배상을 구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상고이유는 이 점에 있어서 이유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를 원인으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다가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었으나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채권이 있는 경우의 원상회복의 방법으로는, 그 배당금채권이 수익자에게 지급된 경우에는 동액 상당의 가액의 배상으로,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그 배당금채권의 양도절차의 이행으로 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2711 판결, 2004. 7. 9. 선고 2003다3824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소유권이 사해행위로서 양도되었다가 그 저당권의 실행으로 말미암아 양수인인 수익자에게 배당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인바, 제2, 3, 4 부동산에 관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일환으로 위 18,532,317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의 양도절차의 이행을 명한 원심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수긍되고, 그 밖에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가 계산상 과다하다는 취지로 다투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앞서 본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의 범위와 방법에 관한 법리 및 그 점에 관한 취소 채권자의 합리적 의사해석에 반하는 주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의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각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여도 그 중 어느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선고·확정되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치기 전에는 각 소송이 중복제소에 해당한다거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바(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소송 이외에도 취소 채권자만 달리 한 채 동일한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별도로 제기, 진행되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소송의 적법성 및 이 부분 원심판단의 당부를 다투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더욱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주심) 이규홍 양승태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53470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이전된 경우,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범위 /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 및 원상회복의 방법  

【참조조문】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4004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7198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호종)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학)

【원심판결】 제주지법 2017. 11. 8. 선고 2017나1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던 소외인이 피고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 형식의 대물변제 약정을 체결한 것은,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해행위, 무자력, 수익자의 악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 4점에 관하여

어느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여야 한다. 한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이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한다. 그런데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을 명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채권자와 수익자 모두 원물반환을 원하고 있고, 원물반환에 의하더라도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책임재산의 보전이라는 채권자취소권의 목적 달성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명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4004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719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위 매매계약 이후 모두 말소되어 이 사건 각 부동산 자체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가액배상을 명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와 피고 모두 소외인의 일반 채권자들임에도 가액배상을 통해 원고는 채권액 전액을 변제받는 반면, 피고는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에서 가액배상을 구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가액배상,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소영 박상옥(주심) 조재연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
[물품대금등][공2006.1.1.(241),28]

【판시사항】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어느 한 채권자의 청구가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면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지 여부(한정 소극)  

[2]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여러 명의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 각 소송별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수익자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하는 경우,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2] 여러 명의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전득자를 포함한다.)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채권자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별로 안분한 범위 내에서 반환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48조[소의 제기], 제259조 [2]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공2003하, 1717)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다65367 판결(공2005상, 640)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타임마케팅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5. 7. 22. 선고 2005나1733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여러 명의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전득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채권자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별로 안분한 범위 내에서 반환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개의 소송에서 수익자가 배상하여야 할 가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될 경우 수익자는 이중으로 가액을 반환하게 될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이나,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자신이 배상할 가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때에는 그 범위 내에서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청구이의 등의 방법으로 이중지급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원심이, 신용보증기금이 이 사건과는 별도로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의 취소와 가액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소송이 계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85,895,674원을 신용보증기금과 원고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별로 안분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위 금액 범위 내에서 원고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해행위취소의 경우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이규홍 박재윤(주심)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84352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08상,792]

【판시사항】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어느 한 채권자의 청구가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어도 다른 채권자의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여러 명의 채권자가 여러 개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수익자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하는 경우, 법원이 반환을 명하여야 하는 금액의 범위 

[3] 사해행위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을 가액배상으로 하는 경우 그 이행의 상대방(=채권자)  

【판결요지】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2] 여러 명의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전득자를 포함한다)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채권자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별로 안분한 범위 내에서 반환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3]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취소하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에서 일탈한 재산을 회복하여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권리이므로, 원상회복을 가액배상으로 하는 경우에 그 이행의 상대방은 채권자이어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48조[소의 제기], 제259조 [2] 민법 제406조 제1항 [3]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공2006상, 28)
[1]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공2003하, 1717)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전 문】

【원 고】 주식회사 한마음상호저축은행

【원고승계참가인, 피상고인】 주식회사 부산솔로몬상호저축은행

【원고승계참가인 주식회사 부산솔로몬상호저축은행의 일부 승계참가인, 피상고인】 주식 회사 정리금융공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헌외 1인) 

【피고, 상고인】 강동냉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곽태철외 3인)

【피고 보조참가인】 강동냉동 주식회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7. 11. 6. 선고 2006나2162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소외 1 등에게 그들 소유의 냉동수산물을 담보로 4회에 걸쳐 금원을 대출한 사실,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고 한다)은 소외 1 등 소유의 냉동수산물을 보관하게 되면서 지배인인 소외 2가 보조참가인 명의로 소외 1 등의 원고에 대한 위 각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라 한다)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보조참가인의 영업에 관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소외 2가 이를 권한 없이 체결한 것이므로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는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보조참가인에 냉동수산물을 보관해 오던 수산물 판매업자들의 대출금채무를 보증한 것으로서 보조참가인이 이들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영업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조참가인의 지배인 소외 2는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대리권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 소외 2의 배임적 대리행위로서 원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그 효력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2는 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화주들에 대한 연대보증계약과 관련하여 그 당시 이사직에 있지 않았던 소외 4의 서명과 날인이 기재되어 있는 이사회입보결의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소외 2의 이 사건 연대보증행위가 배임적 대리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연대보증행위에 대하여 보조참가인의 유효한 이사회 결의가 없었고,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무효라는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2는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당시 보조참가인의 대표이사 소외 5의 명판과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는 이사회입보결의서를 제출한 사실, 원고가 보조참가인과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할 때 제출받은 보조참가인의 법인등기부등본에 소외 4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로서는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에 첨부된 이사회입보결의서에 이사직에서 사임한 지 1년 이상 지난 소외 4의 서명, 날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 이사회입보결의서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가 당시 보조참가인에게 입보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 역시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라 함은 채무자가 한 재산상 처분행위의 상대방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채무자로부터 정상 가격에 재산을 실제 매수한 자도 여기에서 말하는 수익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등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어 채무자의 사해의 의사가 추정됨은 물론, 수익자가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받을 당시 악의가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수익자가 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26550 판결 등 참조). 한편, 그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음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객관적이고도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 채무자의 일방적인 진술이나 제3자의 추측에 불과한 진술 등에만 터 잡아 그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다고 선뜻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다571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보조참가인은 2002. 7.경 약 97억 원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2. 7. 8.자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2002. 7. 31.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그 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식회사 신한은행의 근저당권설정등기, 주식회사 우진트레이딩 및 소외 6의 각 전세권등기가 말소된 사실, 당시 보조참가인은 소외 4가 41.7%, 나진산업 주식회사(이하 ‘나진산업’이라고 한다)가 36.6%, 소외 8 외 소외 4의 친인척이 21.7%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고, 피고는 나진산업이 29.17%, 소외 4가 26.15%, 소외 7이 3.8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나진산업은 소외 4가 52.18%, 소외 5가 5.45%, 소외 7 외 소외 4의 친인척이 43%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사실, 소외 5는 보조참가인의 대표이사, 나진산업의 대표이사 겸 지배인과 피고의 이사를, 소외 4는 피고의 대표이사, 나진산업의 이사 및 보조참가인의 대표이사를 각 역임하는 등 보조참가인과 나진산업, 피고의 임원진은 서로 겸직이 이루어진 사실, 실제 이 사건 부동산 매각 건을 비롯한 보조참가인과 피고의 주요 경영사항에 관하여 나진산업의 실질적인 경영주인 소외 4가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보조참가인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특수한 관계에 있는 피고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인 원고를 해할 의사로써 한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판단하는 한편,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일부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전액 사용하였다거나 피고 및 보조참가인이 적정 가격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하여 수년 전부터 노력하였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사업상의 필요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보조참가인의 사해의사 또는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의 추정이 번복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여러 명의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전득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채권자의 채권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별로 안분한 범위 내에서 반환을 명할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개의 소송에서 수익자가 배상하여야 할 가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될 경우 수익자는 이중으로 가액을 반환하게 될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이나,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자신이 배상할 가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때에는 그 범위 내에서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청구이의 등의 방법으로 이중지급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및 전세금액을 뺀 나머지 2,798,442,020원의 한도 내에서 인용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취소하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에서 일탈한 재산을 회복하여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권리이므로 원상회복을 가액배상으로 하는 경우에 그 이행의 상대방은 채권자이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수익자인 피고로 하여금 채권자인 원고에게 가액배상을 하도록 명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5.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전수안 차한성(주심)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
[사해행위취소등][공2013하,1793]

【판시사항】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수익자가 사해행위로 취득한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와 원상회복의 방법  

【판결요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의하여 수익자가 새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인 저당권 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97525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경 담당변호사 강진영)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3. 4. 5. 선고 (창원)2012나30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의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권액이 1,088,246,854원으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인 1,242,606,270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채무초과 상태인 소외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실제 채권금액이 아니라 채권최고액을 기준으로 사해행위 성립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변론주의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양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시가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으로서 실제로 이미 발생하여 있는 채권금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에도 그 계약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1,242,606,270원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인 1,088,246,854원을 공제한 154,359,416원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고, 따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154,359,416원 부분에 한하여 이를 취소하며, 수익자인 피고는 제3채무자인 대한민국에 대하여 가지는 411,600,986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 중 154,359,416원 부분에 관하여만 채무자인 소외인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대한민국에 채권양도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1) 어느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사해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등기의 말소 등으로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여야 하며, 부동산 자체의 회복 즉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다400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채무자의 사해의사로 양도 등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것이어서,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양도 등 행위 전체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하게 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양도 등 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 등 참조). 

다만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의하여 수익자가 새로 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저당권이 말소되고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인 저당권 취득의 원인행위를 취소한 후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결국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9752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의 경우 선행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수익자인 피고가 사해행위에 의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는데 선행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사해의 근저당권과 선행 근저당권이 모두 말소되었으므로, 사해행위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채권 전체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달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154,359,416원 부분에 한해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아 이 부분만을 취소하는 한편, 피고가 취득한 411,600,986원의 배당금지급청구채권 중 154,359,416원 부분에 관하여만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고 대한민국에 채권양도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의 방법 및 그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7891 판결
[구상금][공2014하,1453]

【판시사항】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매매계약으로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개의 부동산 전부가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경우 사해행위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 방법 및 사해행위인 매매계약 목적물 중 일부 목적물만을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 배상액의 산정 방법 

【판결요지】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개의 부동산 전부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사해행위의 목적 부동산 전부가 하나의 계약으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되는 매매계약이 공동저당 부동산의 일부를 목적으로 할 때처럼 부동산 가액에서 공제하여야 할 피담보채권액의 산정이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은 목적 부동산 전체의 가액에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총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함이 취소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상당한 방법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목적물 전부를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와 그중 일부를 개별적으로 취소하는 경우 사이에 취소에 따른 배상액 산정기준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해행위인 매매계약의 목적물 중 일부 목적물만을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 일부 목적물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총액을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한 공동저당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368조,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경기신용보증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계남)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에스에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한 담당변호사 송영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7. 24. 선고 2011나598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한 개의 법률행위로 수개의 공동담보물이 일괄 양도된 경우, 그중 일부 목적물에 대하여만 취소를 구하는 것을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그 반환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채권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일부 취소를 구할 경우 피담보채권액의 안분비율을 사해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정하는 이상 채권자가 그 취소범위를 어떻게 정하든지 수익자에게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 중 안분비율을 정하는 기준시점에 관한 부분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사해행위취소 및 그 반환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채권자의 처분권주의의 적용을 받는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공동저당 목적물 가액에 비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 말소 당시 가액반환의 대상이 된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사해행위인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공동저당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하는 방법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가.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을 명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고, 그와 같은 가액 산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수개의 부동산 전부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사해행위의 목적 부동산 전부가 하나의 계약으로 동일인에게 일괄 양도된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되는 매매계약이 공동저당 부동산의 일부를 목적으로 할 때처럼 그 부동산 가액에서 공제하여야 할 피담보채권액의 산정이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취소에 따른 배상액의 산정은 목적 부동산 전체의 가액에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총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함이 취소채권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상당한 방법이라 할 것이고(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등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목적물 전부를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와 그중 일부를 개별적으로 취소하는 경우 사이에 그 취소에 따른 배상액 산정기준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해행위인 매매계약의 목적물 중 일부 목적물만을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 그 일부 목적물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총액을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한 공동저당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동저당물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할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공동저당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부담하고 있는 피담보채권액을 사해행위 당시 공동저당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 등의 일괄 양도에 따른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의 방법과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고영한 김창석(주심) 조희대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다244928 판결
[구상금등청구의소][공2023하,1311]

【판시사항】

[1]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증여되었다가 저당권의 실행 등으로 수증자인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청구권이 있음에도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 

[2]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가액배상의 범위 / 사해행위 이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가 저당권을 취득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 / 채무자의 부동산에 관하여 증여 등 사해행위로 수익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후 경매의 실행으로 배당절차가 진행된 경우, 부동산 가액 중 수익자의 채권자가 배당절차에 참여하여 취득한 배당액 상당을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공제하여 산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및 수익자의 채권자가 채무자의 일반채권자에 해당하는 지위를 겸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증여되었다가 그 저당권의 실행 등으로 말미암아 수증자인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청구권이 있음에도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은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된다

[2]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가액배상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어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범위 내의 부동산 가액 전부의 배상을 명하는 것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부동산의 가액에서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시 기준의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사해행위 이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가 저당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피담보채권액은 사해행위 당시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였던 부분에 속하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이를 공제할 수 없고, 이를 포함한 전부가 가액배상 등 원상회복의 범위에 포함된다 할 것인데, 이는 채무자의 부동산에 관하여 증여 등 사해행위로 수익자에게 그 소유권이 이전된 후 경매의 실행으로 배당절차가 진행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부동산 가액 중 수익자의 채권자가 배당절차에 참여하여 취득한 배당액 상당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였으므로 가액배상 등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공제하여 산정할 것은 아니고, 수익자의 채권자가 채무자의 일반채권자에 해당하는 지위를 겸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 제1항, 제407조 [2] 민법 제406조 제1항, 제40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공2005하, 1039)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공2013하, 1793)
[2]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공2002상, 355)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공2004상, 123)

【전 문】

【원고, 상고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풍 담당변호사 손성락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순제)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2. 5. 17. 선고 2021나123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증여되었다가 그 저당권의 실행 등으로 말미암아 수증자인 수익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청구권이 있음에도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지급되지 못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은 수익자가 취득한 배당금청구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배당금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배당금채권의 채무자에게 할 것을 명하는 형태가 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34945 판결 등 참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가액배상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어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범위 내의 부동산 가액 전부의 배상을 명하는 것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부동산의 가액에서 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시 기준의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가액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3734 판결,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해행위 이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가 저당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피담보채권액은 사해행위 당시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였던 부분에 속하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이를 공제할 수 없고, 이를 포함한 전부가 가액배상 등 원상회복의 범위에 포함된다 할 것인데(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 참조), 이는 채무자의 부동산에 관하여 증여 등 사해행위로 수익자에게 그 소유권이 이전된 후 경매의 실행으로 배당절차가 진행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부동산 가액 중 수익자의 채권자가 배당절차에 참여하여 취득한 배당액 상당은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였으므로 가액배상 등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공제하여 산정할 것은 아니고, 수익자의 채권자가 채무자의 일반채권자에 해당하는 지위를 겸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2.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아래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9. 6. 3.경 농업회사법인 제우스에프앤엘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소외 1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이 사건 회사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 채무를 연대보증 하였다. 

2)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2019. 12. 2.경 발생함에 따라 원고는 2020. 1. 10. 피보험자에게 보험금 12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3) 소외 1과 그 배우자인 피고는 2016. 11. 4. 이 사건 아파트 중 각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같은 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라 한다)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채무자 소외 1, 채권최고액 180,400,000원)가 마쳐졌다. 

4) 소외 1은 2019. 12. 31. 피고와 이 사건 아파트 중 자기 소유인 1/2 지분에 관한 증여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증여계약’이라 한다), 같은 날 피고에게 그 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5) 피고는 2020. 2. 5. 소외 1 등의 연대보증 아래 소외 2에게 공증인가 법무법인 경복 증서 2020년 제18호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채무액 120,000,000원, 채무발생일 2019. 8. 28., 변제기 2020. 2. 28.)를 작성하여 주었다. 

6) 하나은행이 임의경매를, 소외 2가 강제경매를 중복하여 신청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는 매각되어, 아래와 같은 배당표가 2022. 1. 5. 작성되고 확정되었으나, 피고는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 등으로 인하여 배당금을 수령하지 못하였다. 

가) 배당할 금액은 441,919,584원, 실제 배당할 금액은 437,758,843원이다.

나) 1순위로 교부권자(당해세) ‘남양주시’에 225,390원, 2순위로 신청채권자 겸 근저당권자 ‘하나은행’에 156,313,258원, 3순위로 공정증서에 따른 신청채권자 ‘소외 2’에게 133,132,402원, 4순위로 채무자 겸 소유자인 ‘피고’에게 잉여금 148,087,793원이 각 배당액으로 기재되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증여계약의 취소에 따라 피고가 소외 1에게 양도할 배당금채권액을 산정할 때 소외 2의 배당액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하나은행 명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상태에서 소외 1 소유 지분에 관하여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증여계약이 체결된 이상, 그 지분 가액에서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1/2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사해행위가 성립하므로, 원상회복의 한도는 원심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이 사건 아파트의 가액에 해당하는 ‘실제 배당할 금액’ 437,758,843원의 1/2인 218,879,421원에서 1, 2순위 배당액 중 각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140,610,097원이다. 

2) 수익자인 피고의 채권자 소외 2에게 귀속된 3순위 배당액은 이 사건 아파트 중 피고 소유 지분과 관련된 것일 뿐 아니라 이 사건 증여계약 체결 당시 소외 1의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공동담보였던 부분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증여계약의 사해행위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의 범위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원심이 3순위 배당액 전액을 공제하여야 한다는 근거로 든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49532 판결은 채권자취소소송의 상대적 효력에 관한 것으로 취소채권자가 수익자의 채권자에게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일 뿐, 원상회복의 범위를 산정할 때 수익자의 채권자에 대한 배당금까지 공제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사실관계 및 쟁점이 모두 다른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취소채권자인 원고의 피보전채권액과 앞서 본 원상회복의 한도인 140,610,097원을 비교한 후 적은 액수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로 하여금 소외 1에게 4순위 배당금채권을 양도하고 그 양도의 통지를 명하였어야 함에도 위 140,610,097원에서 3순위 배당액까지 추가로 공제한 나머지 액수의 범위 내에서만 이를 인용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5.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여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상속인들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계약금 및 중도금반환】 [공2014상, 55]  


가. 사실관계  


1994. 8. 30. 망인은 피고 1, 2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4억 3,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망인은 1994. 11. 2.경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억6,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잔금 1억 7,000만원은 지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2009. 6. 19. 사망하였다. 한편 망인에게는 원고(망인의 처)와 1심
공동원고 2, 3 등 공동상속인들이 있었다(이 점은 사실관계에서 확인되었다). 
   그런데 피고1, 2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자(당초 피고 1, 2는 피고 3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입하였던 것인데, 피고 1, 2의 피고 3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결과적으로 피고 1, 2의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도 이행불능이 된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단독으로 하였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
[계약금및중도금반환][공2014상,55]

【판시사항】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여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상속인들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대방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547조 제1항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원 담당변호사 황정복 외 4인)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3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재범)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3. 2. 7. 선고 (창원)2012나2272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피고 1, 2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3. 원고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최초 양도인인 피고 3이 최종 양수인인 망인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로 하는 중간등기 생략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들 및 소외 1 사이에 중간등기 생략에 관한 전원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 3을 상대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중간생략등기에 관한 법리오해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 등이 있다 할 수 없다. 

2. 피고 1,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대방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1994. 8. 30. 망인이 피고 1, 2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4억 3,0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 이후 망인은 1994. 11. 2.경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억 6,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잔금 1억 7,000만 원은 지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2009. 6. 19. 사망한 사실, 원고와 1심공동원고 2, 3이 망인의 최종적인 상속인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 2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었고, 원고를 포함한 망인의 상속인들이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며 그 소장부본이 2011. 6. 19. 피고 1, 2에게 송달되었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때 적법히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에 이르러서야 그 항소이유서에서 “피고 1, 2의 피고 3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결과적으로 피고 1, 2의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도 이행불능으로 되었으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고, 위 해제의 의사표시를 망인의 나머지 상속인들인 1심공동원고 2, 3도 함께 하였다는 점은 기록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즉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 1심공동원고 2, 3이 피고 1, 2를 상대로 함께 하든 각자 하든 어느 방식으로든 전원 위와 같은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바가 없는 이상, 원고 단독의 해제의 의사표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당초 이 사건 소장에서 원고를 비롯한 망인의 상속인들 전원이 “피고 1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 합계 2억 6,000만 원을 지급받으면, 등기부상 소유자인 피고 3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취토작업에 필요한 사용승낙서를 받아 망인에게 주기로 하였고, 망인은 이 사건 임야에서 취토작업을 하여 그 수익금으로 매매잔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 1이 이 사건 임야의 취토작업에 필요한 사용승낙서를 받아주지 않아 망인이 그 매매잔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중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1, 2가 이 사건 임야를 매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 사건 소장에서의 해제의 의사표시는 원고가 항소 이후에 한 앞서 본 해제의 의사표시와는 그 해제의 원인을 전혀 달리하는 것이므로, 1심공동원고 2, 3이 이 사건 소장을 통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바가 있다고 하여 위와 같은 원심에서의 해제의 의사표시까지도 같이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더욱이 이 사건 제1심 공동원고였던 1심공동원고 2, 3은 제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하지 않았고, 그 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 3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별도의 소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 시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행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즉 ‘이행불능’이란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42020 판결), 설령 원심이 판시한 것처럼 피고 1, 2의 피고 3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2003. 7. 27.경 또는 2006. 7. 1.경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 3이 그러한 소멸시효 완성을 적극 주장하며 피고 1, 2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피고 1, 2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적법히 해제되었다고 본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해제권 행사의 불가분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 1, 2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이에 피고 1, 2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 3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그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나. 판결요지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매계약의 일방당사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대방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다.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547조 제1항 소정의 해제권 행사의 불가분성의 법리에 관한 것이다. 


(2) 계약의 (법정)해제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일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파괴된 경우, 상대방을 계약상의 법적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법정해제 사유 중의 하나인 이행불능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절차없이 그 불능 시점에서 해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그 구속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제546조 참조). 일방의 해제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함으로써 해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해제권의 행사는 불요식행위이므로, 소장 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되어도 무방하다. 계약의 일방 또는 쌍방당사자가 수인인 경우, 해제에 따른 법률관계의 복잡을 피할 목적으로 해제권 행사의 불가분성을 규정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또한 제547조 제1항은 임의규정이다. 


(3) 그렇다면, 매매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그 상속인들이 위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대방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에는 오류가 없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다294674 판결
[예금반환]〈망인의 공동상속인 중 1인인 원고가 은행인 피고를 상대로 망인의 청약저축예금 반환을 구하는 사안〉[공2022하,1619]

【판시사항】

[1] 구 주택법 제75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청약저축의 경우, 금융기관이 청약저축이 해지되기 전에 가입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청약저축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청약저축의 가입자가 사망하였고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청약저축 예금계약을 해지하려면 상속인들 전원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구 주택법(2015. 6. 22. 법률 제13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2015. 9. 1. 국토교통부령 제2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관계 규정에다가 입주자저축의 법적 성격을 종합하여 보면, 금융기관은 청약저축이 해지되기 전에는 가입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이는 청약저축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2] 청약저축 가입자는 주택공급을 신청할 권리를 가지게 되고, 가입자가 사망하여 공동상속인들이 그 권리를 공동으로 상속하는 경우에는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피상속인의 권리를 준공유하게 된다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공급을 신청할 권리와 분리될 수 없는 청약저축의 가입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청약저축 예금계약을 해지하려면, 금융기관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구 주택법(2015. 6. 22. 법률 제13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현행 제56조 참조),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2015. 6. 22.) 제5조, 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2015. 9. 1. 국토교통부령 제2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3항(현행 주택법 제56조 제4항 참조), 제5조의2 제1항(현행 삭제), 제2항(현행 삭제), 제6항(현행 삭제), 제5조의5 제1항 제1호(현행 제12조 제1항 참조), 제9조 제2항 제8호의2(현행 제23조 제2항 제6호 참조) [2] 구 주택법(2015. 6. 22. 법률 제13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현행 제56조 참조), 민법 제264조, 제278조, 제547조 제1항, 제1006조, 제1007조  

【참조판례】

[2]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1738 판결(공2004상, 215)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공2014상, 5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문일봉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1. 10. 29. 선고 2021나4523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8. 2. 8. 사망하였고, 당시 망인의 상속인인 형제자매로는 소외 2, 소외 3, 소외 4, 원고가 있는데, 소외 2는 2016. 1. 3. 사망하여 소외 2의 상속인 소외 5, 소외 6이 대습상속하였다. 

2) 망인은 사망 당시 피고에 대하여 청약저축 예금채권(이하 ‘이 사건 예금채권’이라 한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예금액이 300만 원이었다. 

3) 소외 3은 2021. 5. 12.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을 양도하였고, 소외 6은 2021. 6. 10. 원고에게 자신의 대습상속분을 양도하였다. 

4) 원고는 망인의 상속인의 지위에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예금채권 300만 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망인의 상속인들 전원이 망인의 예금계약을 해지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도 상속인 중 일부가 가분하여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예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예금채권은 망인의 사망에 의하여 상속인들에게 가분적으로 상속되고 그 범위 내에서 단독으로 해지권을 행사하여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예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채권 중 원고 본인의 상속지분 및 소외 3, 소외 6으로부터 양도받은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1,875,0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구 주택법(2015. 6. 22. 법률 제13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주택을 공급받으려는 자에게는 미리 입주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저축(이하 ‘입주자저축’이라 한다)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입주자저축으로는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및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두었다(제75조 제1항, 제2항). 한편 주택법은 2015. 6. 22. 법률 제13379호로 개정되면서 입주자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였는데, 부칙 제5조에서 개정법률 시행 전에 가입한 청약저축, 청약예금 및 청약부금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입주자저축의 납입방식·금액 및 조건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국토교통부령인 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2015. 9. 1. 국토교통부령 제2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청약저축에 가입할 수 있는 자는 무주택세대구성원이어야 하고, 입주자저축취급기관 중 청약저축을 취급하는 기관은 청약저축 가입신청 시에 가입자로부터 주민등록표등본을 제출받아 세대주 또는 세대원임을 확인하여야 하며, 청약저축의 원금 및 이자는 청약저축을 해지할 때에 일시에 지급한다(제5조의2 제1항, 제2항, 제6항). 청약저축의 가입자명의는 제한적으로만 변경이 가능한데,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로서 그 상속인 명의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가입자명의 변경이 가능하다(제5조의5 제1항 제1호). 주택의 공급신청을 하고자 하는 자는 입주자저축취급기관 등이 발행하는 청약저축 등 가입(순위)증명서를 사업주체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제9조 제2항 제8호의2). 

피고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약관 제2조 제2항에서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가입은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을 포함하여 전 금융기관 1인 1계좌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 및 피고 약관의 규정에다가 입주자저축의 법적 성격을 종합하여 보면, 금융기관은 청약저축이 해지되기 전에는 가입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이는 청약저축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나. 청약저축 가입자는 주택공급을 신청할 권리를 가지게 되고, 그 가입자가 사망하여 공동상속인들이 그 권리를 공동으로 상속하는 경우에는 공동상속인들이 그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피상속인의 권리를 준공유하게 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1738 판결 참조).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공급을 신청할 권리와 분리될 수 없는 청약저축의 가입자가 사망하였고 그에게 여러 명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들이 청약저축 예금계약을 해지하려면, 금융기관과 사이에 다른 내용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 전원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2812 판결 참조).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망인의 공동상속인으로는 원고 외에도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이 있는데, 원고는 그중 소외 3, 소외 6으로부터만 상속지분을 양도받았을 뿐 나머지 상속인들로부터 상속지분을 양도받지 못하였고,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전원이 피고에게 이 사건 청약저축 예금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으며, 피고의 약관에서도 상속인들 중 일부가 예금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망인과 피고 사이의 청약저축 예금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채권 중 원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범위 내에서 단독으로 망인의 예금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 중 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6. 소비자가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증명책임의 분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손해배상(기)】[공2013하, 1897]  


가. 판결요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
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
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손해배상(기)][공2013하,1897]

【판시사항】

[1] 소비자가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증명책임의 분배  

[2] 갑이 을 주식회사가 수입·판매하는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을 사용한 이후에 태어난 송아지가 집단 폐사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2] 갑이 을 주식회사가 수입·판매하는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을 사용한 이후에 태어난 송아지가 집단 폐사하자 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위 백신이 백신으로서 통상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거나 이를 추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만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보아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공2004상, 61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철)

【피고, 상고인】 한국화이자동물약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9. 27. 선고 2010나951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그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그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그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그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원고 농장에서 처음에 주식회사 코미팜이 제조한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이하 ‘코미팜 제품’이라 한다)을 사용하였던 기간 동안에는 송아지들이 출산 후 설사병으로 집단 폐사하지 아니하다가, 피고가 수입·판매하는 ‘칼프가드’라는 이름의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이하 ‘이 사건 백신’이라 한다)을 사용한 이후에는 출산 이후 단기간 내에 설사병으로 집단 폐사하였던 점, ② 원고가 사용하지 않고 보관 중이던 이 사건 백신의 세포 사멸 효과를 검사한 결과 백신의 생물학적 효과의 정도를 나타내는 이른바 역가(역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충남대학교 수의대학 소외 1 교수의 실험 결과가 제시된 점, ③ 송아지 폐사체 등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되었던 점, ④ 특히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회사인 피고가 폐사한 송아지의 설사변과 그 어미 소의 혈청을 가지고 서울대학교 수의대학 소외 2 교수에게 역가(역가) 검사를 의뢰한 후에도, 자신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검사 결과는 원고에게 통보하면서, 같은 무렵에 원고로부터 수거한 사용하고 남은 이 사건 백신 17개는, 거리 문제로 본사에 보내지 못하고 내부 규정에 따라 기존에 보관 중인 샘플과 육안으로 비교한 결과 이상이 없어서 이를 모두 폐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 농장에서 출산된 송아지들이 로타바이러스 감염 또는 로타바이러스와 병원성 대장균 등의 복합감염으로 집단 폐사한 것은 이 사건 백신이 효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3. 그런데 위와 같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있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가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시킨 이 사건 백신이 백신으로서의 효능이 없다는 이유로 제조물책임법이나 일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중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즉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백신에 항체를 형성시키는 바이러스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았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알지 못한 채 이를 수입·판매하여 유통시킴으로써 원고가 그 제품으로 예방접종을 하였음에도 송아지들의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사를 예방하지 못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에 의하면, 위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제품의 사용자인 원고가 이 사건 백신을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음에도 송아지가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집단 폐사하는 손해가 발생하였고, 폐사한 송아지의 어미소에게 접종한 이 사건 백신이 정상적인 효능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는 것이었음을 일응 추단하게 하는 사실이 먼저 증명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물론 거기에서 나아가 폐사한 송아지들이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대장균 등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어 폐사하였다는 등 다른 손해발생 원인이 존재한다는 등의 반대사실은 제품을 수입·유통시킨 피고가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이는 제품의 하자 등 기본적인 전제사실이 증명된 다음의 문제이다. 이로써 볼 때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① 원심은 이 사건 백신이 통상적인 효능이 없는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근거로 충남대학교 수의대학 소외 1 교수가 작성한 감정서를 들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위 감정서는 원고의 개인적인 의뢰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원고가 미사용 상태로 가지고 있던 이 사건 백신 2개가 감정용으로 전달되어 이를 세포배양에 의한 세포사멸 효과에 바탕을 둔 방법으로 검사한 결과 백신의 생물학적 효과의 정도를 나타내는 이른바 역가(역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함유하고 있어서 영상 2도 내지 7도에서 보관해야만 그 약효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 운반이나 보관에 있어서도 같은 조건을 유지하여야 함에도, 원고가 유효기간을 4개월이나 지난 이 사건 백신을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 통상적인 택배 방식으로 발송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정확한 실험 결과가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위 검사방법 자체에 관해서도 결과의 정확성을 보장할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도 제출된 것이 없다. 

② 원심은 송아지 폐사체 등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점을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사실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런데 제1심의 인천광역시보건환경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송아지 폐사체에 대한 세균검사 결과 장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되었고, 반면 폐사하지 아니한 송아지의 설사변에서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특이 유전자가 검출되었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검사 결과에 의하여 송아지가 폐사한 원인이 로타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송아지의 폐사에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관련되었더라도, 송아지의 경우 로타바이러스 감염만으로는 폐사율이 0~50% 정도이지만 대장균과 같은 다른 병원성 미생물과 함께 감염될 때에는 폐사율이 90%까지도 상승하게 되고, 원고는 2009. 2.부터는 이 사건 백신 대신 그 효능에 다툼이 없는 코미팜 제품을 사용하였고, 2009. 3.부터는 감마세린을 사용하여 로타바이러스 항체를 직접 송아지들에게 투여하였음에도, 그 후 1년간 송아지 폐사율이 이 사건 백신을 사용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높았던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까지 함께 감안해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송아지 폐사체 등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하여 곧 이 사건 백신의 효능에 하자가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③ 또한 원심은 피고의 담당 직원이 원고로부터 사용하고 남은 이 사건 백신 17개를 수거한 후 기존에 보관 중이던 백신 샘플과 육안으로 비교하기 위하여 1개를 사용하고 나머지 16개는 육안 비교 결과 이상이 없어서 이를 모두 폐기해 버렸다는 취지로 피고가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근거 사실의 하나로 거시하고 있다. 만약 피고가 위 원심의 인정처럼 이 사건 백신 잔여분을 건네받아 임의로 폐기하였다면 이는 피고에 대한 책임인정의 간접적 근거로서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이든 소송절차에서든 위 원심인정과 같이 주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자료 자체가 발견되지 않는다(피고는 오히려 상고이유에서 위 잔여 백신 16개를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④ 한편 이 사건 백신이 백신으로서의 효능이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판단에 있어 관건이 되는 가장 중요한 증명사항이라 할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심리과정에서 이 사건 백신이 과연 원고의 주장대로 정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는 등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증거신청이나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판시한 사정에 의하여 이 사건 백신이 백신으로서 통상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거나 이를 추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만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요건에 관한 증명책임 등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이 사건 백신이 정상적인 효능을 갖춘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나. 검토  


(1)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제조물의 결함(제조상의 결함·설계상의 결함·표시상의 결함), 손해의 발생, 그 결함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책임의 주체인 제조업자 등은 제조물책임법 제4조 소정의 면책사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한 무과실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책임법은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피해자 측에서 제조물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 판례는 제조물책임법 시행 이전부터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시켰고,19) 그 시행 이후에도 일관된 태도로써 피해자를 보호하려 한다.20) 

19) 대판 2000. 2. 25. 98다15934의 판결요지 참조.
20) 대판 2011. 9. 29. 2008다16776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5934 판결
[구상금][공2000.4.15.(104),785]

【판시사항】

[1] 제조물책임의 성립 요건

[2] 제조물책임에 있어서 입증책임의 분배

[3] 텔레비전이 내구연한을 1년 정도 초과한 상태에서 그 정상적인 이용상황 하에서 폭발한 경우, 내구연한은 텔레비전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 내지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존속기간이 아니고 제조업자는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제조상의 결함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무릇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 등은 그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2] 물품을 제조·판매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결함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그 생산과정은 대개의 경우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고,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그 수리 또한 제조업자나 그의 위임을 받은 수리업자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나아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제조업자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 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으므로, 텔레비전이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발화·폭발한 경우에 있어서는,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고, 그러한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위와 같은 제품은 이를 유통에 둔 단계에서 이미 그 이용시의 제품의 성상이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3] 텔레비전이 내구연한을 1년 정도 초과한 상태에서 그 정상적인 이용상황 하에서 폭발한 경우, 내구연한은 텔레비전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 내지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채무의 존속기간이 아니고 제조업자는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제조상의 결함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2] 민법 제750조[3]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공1993상, 224)

【전 문】

【원고,피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피고,상고인】 삼성전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용은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2. 20. 선고 97나1935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4. 10. 13.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1 소유의 부산 영도구 (주소 생략) 지상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2층 주택에 관하여 화재, 도난, 폭발 등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고가 이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장기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가입금액은 금 100,000,000원, 보험기간은 1994. 10. 13.부터 2004. 10. 13.까지로 약정하고 그 무렵 소외 1로부터 제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사실, 소외 1의 딸인 소외 2는 1996. 7. 3. 12:00경 이 사건 건물 내 2층 안방에서 피고 회사가 제조한 16″비디오비전(V.T.R 겸용의 텔레비전, 이하 '이 사건 텔레비전'이라 한다)을 시청하고 있던 중, 갑자기 이 사건 텔레비전 뒤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라 동작스위치를 끄고 전원플러그를 뽑았으나, 곧이어 이 사건 텔레비전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솟아 오르면서 커튼에 옮겨 붙어 급기야 위 건물의 2층 내부와 그 안의 가재도구가 전소한 사실, 위 사고는, 이 사건 텔레비전 수상관(일명, 브라운관) 내의 전자총 부분(고전압이 걸려 있음)이 누전으로 인하여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 그 누전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는 규명되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텔레비전은 피고 회사가 1988년 말경부터 1990년 초경까지 사이에 제조한 것으로서(모델명 SMV-1600), 소외 1은 화재 발생 약 6년 전에 이를 구입하여 위 사고시까지 사용하여 오면서, 당시까지 이를 수리하거나 내부구조에 변경을 가한 바가 전혀 없는 사실, 원고는 소외 1에게 위 사고로 인한 건물의 피해보험금으로 1996. 7. 24. 금 40,000,000원, 같은 해 8월 16일 금 16,531,262원 합계 금 56,531,262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텔레비전의 폭발의 원인이 된 전자총 부분의 누전 경위가 명백히 밝혀지지는 아니하였으나, 이 사건 텔레비전이 위와 같이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폭발한 이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텔레비전은 그 이용시의 제품의 성상이 사회통념상 제품에 요구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결여하여 '부당하게 위험한' 것으로서 그 제품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와 같은 결함은 피고가 이 사건 텔레비전을 제조하여 유통에 둔 단계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피고는 이 사건 텔레비전의 제조업자로서 그 결함으로 인한 폭발사고로 말미암아 소외 1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보험자인 원고는 소외 1과의 보험계약에 따라 동인에게 위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지급한 금액 범위 내에서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무릇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 등은 그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참조). 

따라서 물품을 제조·판매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서는 위와 같은 결함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그 생산과정은 대개의 경우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고,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그 수리 또한 제조업자나 그의 위임을 받은 수리업자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나아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제조업자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 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과 같이 텔레비전이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상태에서 발화·폭발한 경우에 있어서는, 소비자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고, 그러한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위와 같은 제품은 이를 유통에 둔 단계에서 이미 그 이용시의 제품의 성상이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합리적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고, 이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및 법리오해 등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제3, 4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사고가 소외 1의 오사용(오사용) 내지 관리소홀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면책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또한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텔레비전의 내구연한을 제품구입일로부터 5년으로 설정하였고, 그 내구연한을 도과한 이후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위 내구연한은 이 사건 텔레비전이 본래의 용도에 따라 정상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질 뿐, 그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 내지 피고의 손해배상채무의 존속기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오늘날 일반 국민에게 널리 보급된 대표적 가전제품인 텔레비전은 제조자가 설정한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되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소비자의 신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는 여겨지지 아니하므로 텔레비전의 제조업자는 그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된 이후에도 제품의 위험한 성상에 의하여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그 설계 및 제조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텔레비전이 비록 그 내구연한으로부터 1년 정도 초과된 상태라 하더라도 그 정상적인 이용 상황 하에서 위와 같이 폭발한 이상, 그 제조상의 결함을 인정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며,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제조물책임의 면책사유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이돈희(주심) 이임수 윤재식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손해배상(의)][공2011하,2197]

【판시사항】

[1]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혈액제제 결함 또는 제약회사 과실과 피해자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의 정도 및 판단 기준  

[2] 혈우병 환자인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로 인하여 HIV에 감염되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을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 결함 또는 을 회사 과실과 갑 등의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한 사례 

[3]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결요지】

[1] 의약품의 제조물책임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고, 의약품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 결함 또는 제약회사 과실과 피해자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2] 혈우병 환자인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로 인하여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되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갑 등이 을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을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혈액제제가 HIV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을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을 회사의 과실과 갑 등의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고, 감염혈액을 제공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유한 HIV의 유전자 정보와 갑 등이 보유한 HIV의 유전자 정보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일부 환자들이 HIV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외국산 혈액제제 또는 수혈을 받은 사정만으로 위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3] 민법 제766조 제2항

【참조판례】

[3]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전원합의체 판결(공1980, 12526)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공2005상, 950)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68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승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노영보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1. 10. 선고 2005나692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피고 합병된 녹십자피디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합병된 주식회사 녹십자피비엠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녹십자(이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라고 한다)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의약품의 제조물책임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약품 제조과정은 대개 제약회사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뿐이고,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들이 의약품의 결함이나 제약회사의 과실을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따라서 환자인 피해자가 제약회사를 상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감염되었다는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경우,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그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그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약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 여기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혈액제제의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제약회사는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으나,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 

나. 원고 1, 원고 11, 원고 21, 원고 17, 원고 28, 원고 32를 제외한 나머지 감염 원고들 및 그 가족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감염 원고들이 훽나인(Facnyne, 이하 ‘이 사건 혈액제제’라고 한다)을 투여받기 전에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던 사실, 위 감염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고 통상적인 항체미형성기간(window period)을 지난 후 HIV 감염이 확인된 사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는 1990년 초반 무렵부터 B형 혈우병 치료제인 이 사건 혈액제제를 본격적으로 제조·유통시켰는데, 그 무렵 우리나라의 B형 혈우병 환자에서 HIV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던 사실, 항체미형성기간을 6개월로 설정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1990년 초반 유통된 유일한 국내산 혈액제제인 훽나인을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들의 HIV 감염 확률이 훽나인을 투여받지 않은 혈우병 환자들의 HIV 감염 확률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던 사실, 이 사건 혈액제제는 수백 명 내지 수만 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모아 하나의 풀(pool)을 만들어 가공하는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혈액제공자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 그 혈액이 원료로 사용된 풀(pool)에서 만들어진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사실, 실제 HIV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에 대하여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하더라도 항체미형성기에는 음성으로 나오게 되고, 위 피고가 1990년경 사용한 HIV 진단검사법인 제1세대 엘라이자(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 ELISA)는 위음성반응(위음성반응,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반응하는 것)이 나올 확률이 약 20%로 높았기 때문에, 실제 감염된 사람이 제공한 혈액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피고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90. 1. 3.경부터 1990. 3. 26.경까지 총 21회에 걸쳐 소외 1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였는데, 소외 1은 1990. 4.경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위 피고는 1990. 1. 20. 및 1990. 1. 23. 각 구입한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한 사실, 위 피고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88. 1. 5.경부터 1989. 12. 23.경까지 총 83회에 걸쳐 소외 2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였는데, 소외 2는 1989. 10. 16.경까지는 HIV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였으나, 1989. 11. 30. 매혈 당시 HIV 검사에서는 양성반응을 보였고, 위 피고는 1989. 11. 30. 이전 구입한 혈액을 훽나인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위 피고가 유통한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한 사실, 분자생물학적 조사 결과 대부분의 HIV 감염 혈우병 환자들과 소외 1, 소외 2 등 매혈감염자가 국내 HIV 분리주 그룹에 속해 있었고, 많은 HIV 감염 혈우병 환자들과 소외 1, 소외 2 등 매혈감염자가 계통수 분석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여기에 위 피고는 제조번호 9001번 내지 9004번, 제조번호 1001번 훽나인에 대한 제조·유통사실을 부인하면서 원료혈액 및 공급처 등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 훽나인 제조번호의 첫 자리 숫자는 제조된 해를 뜻하고 그 뒤 세자리 숫자는 제조순서를 뜻하므로, 9001번 내지 9004번은 소외 2가 HIV 양성으로 판정되기 직전에 채혈된 혈액이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번호에 해당하고, 1001번은 소외 1이 HIV 양성으로 판정되기 직전에 채혈된 혈액이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번호에 해당하는 점, 일부 원고들의 의무기록에는 위 피고가 제조·유통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제조번호 1001번 훽나인을 투여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등 원료혈액의 사용내역 및 훽나인 제조·유통 등에 대한 위 피고의 주장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점, 위 피고가 혈액제제의 원료 및 유통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한 원고들이 이를 정확히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1, 소외 2의 혈액에 의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가 HIV에 오염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2)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위 감염 원고들은 위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었고, 위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위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는 HIV에 오염되었거나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 피고가 제조한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위 피고의 과실과 위 감염 원고들의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 

한편 소외 2, 소외 1 등 감염혈액을 제공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유한 HIV의 유전자 정보와 감염 원고들이 보유한 HIV의 유전자 정보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일부 감염 원고들이 HIV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외국산 혈액제제 또는 수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 

(3) 그럼에도 위 피고가 제조·공급한 이 사건 혈액제제와 감염 원고들의 HIV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혈액제제 제조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감염 원고 1, 원고 11, 원고 21, 원고 17, 원고 28, 원고 32 및 그 가족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원고 1, 원고 11 및 그 가족들

원심은, 원고 1이 1991. 3. 21.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1991. 3. 18.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 원고 11이 1991. 3. 14.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1991. 2. 28.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HIV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위 원고들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피고들의 의뢰에 의하여 소외 3 교수가 2005. 9.경 작성한 ‘혈우병 환자에서 발생한 HIV 감염에 대한 분자역학적 연구 중 역학적 연구에 대한 과학성 평가보고서’(을32, 기록 2710쪽)에 근거하여 감염확인일을 위와 같이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평가보고서의 관련 부분은, “ 소외 4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는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에 보관 중이던 혈액으로 국립보건원에 검사를 의뢰하여 1993. 8. 25.에 양성으로 판정된 B05, B06, B14( 원고 1), B19(원고 11)의 검체 중 B05, B06의 검체만을 1991. 2.에 채혈한 혈액으로 인정하였고, B14와 B19의 검체는 보관혈액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4명 모두가 1991년 2~3월에 채혈하여 보관한 혈액으로 재검한 것임을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의원 원장이 확인하였으므로, B05, B06이 보관혈액임을 인정한다면 B14와 B19의 검체도 보관혈액으로 인정하여 감염발견일을 각각 1991. 3. 21.과 1991. 3. 14.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국립보건원이 1992. 12.경 ‘혈액제제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할 당시 연구를 담당한 소외 5 교수가 1996. 2.경 작성한 분자역학적 조사보고서(을2, 기록 612쪽)에는 원고 1의 감염발견일이 1992. 3. 11.이고, 원고 11의 발견일이 1992. 12. 5.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200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어 재조사를 할 당시 연구를 담당한 소외 4 교수가 2003. 5.경 작성한 분자역학적 연구보고서의 부록 22 〈표 9〉 혈우 감염자 검사결과표(갑60, 기록 1487쪽)에는, B14( 원고 1)의 최종음성일이 1991. 3. 21., 최초양성일이 1992. 2. 29.로 되어 있고, B19(원고 11)의 최종음성일이 1991. 3. 14., 최초양성일이 1992. 11. 30.로 기재되어 있으며, 검사결과표 아래의 특기사항란에 “B16, B06, B05, B08은 각각 1992. 3. 2., 1991. 2. 28., 1991. 2., 1991. 7. 1. 시행한 ELISA 검사에서 음성이었으나, 1993. 8. 25. WB(Western blot) 검사에서 양성 판정되었고, 상기 4인의 혈액 모두 명확한 검체 채취일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혈우재단의 검체채취 확인서에 근거하여 확인일자를 정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소외 4, 소외 5 교수가 작성한 위 각 보고서는 공적인 기관에 의한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서 신빙성이 높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소외 3 교수가 소외 4 교수 작성의 위 검사결과표에 기재된 B14, B19를 B08, B16과 혼동하여 보관혈액이라고 본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B14, B19가 각각 1991. 3. 21.과 1991. 3. 14. 채혈된 보관혈액이라는 점을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의원 원장이 확인하였다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촉구하고, 공식적으로 조사를 담당한 소외 4 교수나 소외 5 교수의 조사 결과에 위와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 등을 심리하여 각 보고서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들이 제출한 근거가 불확실한 서류만을 근거로 신빙성이 높은 위 공식보고서들의 내용과 달리 감염확인일을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문서의 증명력 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 21 및 그 가족들

원심은, 원고 21이 1991. 2. 21.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1991. 2. 9., 같은 달 20일 및 같은 달 21일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으나, 을65의 기재와 원심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원고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이미 HIV에 감염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혈액제제 안전성조사 위원회 최종회의 경과보고 및 역학조사보고서(을65) 중 위 내용과 관련된 의견서 부분의 작성자인 소외 6은 원심에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주사 맞기 전에 원고 21이 이미 HIV 감염자로 확인되었다는 위 의견서의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소외 2와 혈우병 환자들의 HIV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만든 계통수(phylogenic tree)에서, 매혈자 소외 2와 원고 17, 원고 28, 원고 21 등이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사실, 대부분의 혈우병 환자들은 1991. 2.경 한국혈우재단에 등록하면서 최초로 HIV 검사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고, 여기에 원고 21이 한국혈우재단 등록 전에 실제 HIV 검사를 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며, 원고 21이 등록 전에 HIV 검사를 받을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의견서의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는 증언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 21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 이미 HIV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이 사건 혈액제제 투여 당시 HIV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 21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이미 HIV에 감염되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고 17, 원고 28 및 그 가족들

원심은, 원고 17이 1991. 7. 1.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같은 날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 원고 28이 1991. 2. 21.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1991. 2. 19.부터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HIV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위 원고들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감염 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국립보건원 행정주사 소외 7이 1990년 초 무렵 HIV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을 조사하면서 작성한 서류(갑78)에는 ‘ 원고 17이 1988. 4. 2. 및 1989. 9. 10. 훽나인을 투여받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국립보건원 AIDS과 공중보건의 소외 6이 1991. 4. 4. 작성한 서류(갑65)에는, ‘ 원고 28의 어머니가 1990. 5. 9. 이후 집에서 원고 28에게 녹십자의 훽나인을 주사해왔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국혈우재단이 설립된 1991. 2. 11. 이전에 이미 위 피고에 의해 이 사건 혈액제제가 제조되었고, 정식 유통경로를 거쳐 시판된 것 이외에도 견본품 등 형식으로 약품관리대장 등 공식 기록 없이도 환자들에게 투여되어 왔던 사실, 소외 2와 혈우병 환자들의 HIV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만든 계통수(phylogenic tree)에서, 매혈자 소외 2와 원고 17, 원고 28, 원고 21 등이 가장 가까이 위치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 국립보건원 공무원들이 작성한 서류는 혈우병 환자들의 HIV 감염원인이 수혈, 국내산 혈액제제, 외국산 혈액제제 등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공문서이고, 위 정보의 제공자들도 거짓정보를 제공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 이 사건 혈액제제의 유통경로, 분자생물학적 조사 결과도 위 서류에 기재된 내용의 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원고 17, 원고 28은 위 HIV 감염확인일 이전에 위 피고가 제조한 훽나인을 투여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사건 혈액제제 투여 당시 HIV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 17, 원고 28이 HIV 감염확인 이전에 위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원고 32 및 그 가족들

원심은, 원고 32가 1991. 2. 26.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었고, 같은 날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32가 감염 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32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32는 혈우병 진단을 받은 후 1987. 9. 9.부터 1990. 5. 31.까지 거의 매월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자발성 또는 외상성 출혈에 대하여 수혈치료를 받았고, 1991. 2.경 한국혈우재단등록 후에도 거의 매월 훽나인 치료를 받았으나, 1990. 5. 25. 이후 1991. 1. 23.까지 약 8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는 사실, 경북대학교병원의 의무기록 중 1996. 6. 10.자 입원 간호일지에는, “85년 Febrile convulsion(열성 경련)이 있어 본원 입원치료 중 B형 혈우병 진단을 받고, 다치고 하면 집에서 아버지가 Facnyne 2바이알씩 주사”, 1996. 6. 11.자 전원 간호일지에는 “상기환자는 B형 혈우병으로 85년 7월 진단받고 집에서 facnyne 주사하면서 지냄. HIV(+) 언제부터인지 있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갑73, 기록 2658쪽), 위 소외 4 교수가 2003. 5.경 작성한 분자역학적 연구보고서(갑60, 기록 1489쪽)에는, “HIV 검사 양성으로 나오기 전 받은 치료를 확인한 결과, B3, B5( 원고 32) 2명은 의무기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시 다른 혈우환자로부터 혈액응고제제를 구입하여 투여한 적이 있다고 전화설문에서 응답하였고, 혈액응고제제가 국내산이었는지, 외국산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국혈우재단이 설립된 1991. 2. 11. 이전에 이미 위 피고에 의해 이 사건 혈액제제가 제조되었고, 정식 유통경로를 거쳐 시판된 것 이외에도 견본품 등 형식으로 약품관리대장 등 의무기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 환자들에게 투여되어 왔으며, 이 사건 혈액제제의 가격은 외국산 혈액제제의 약 1/5 정도로 저렴하였던 사실, 1999년 채혈된 소외 2 HIV의 pol 유전자(유전자번호 생략)의 염기서열과 비교할 경우, 2001년 채혈된 소외 2 HIV 유전자는 약 98.4%의(갑66의8, 기록 2418쪽), 1995년 채혈된 원고 32 HIV 유전자는 약 98.3%의 상동성을 보이는 등(갑66의8, 기록 2428쪽) 소외 2와 원고 32의 HIV 유전자는 유사한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여기에 매월 자발적 출혈 또는 외상에 의한 출혈이 발생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약 8개월 동안 병원에 내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집에서 어떠한 치료를 받았음을 시사하는 점, 그 무렵 유통된 이 사건 혈액제제는 HIV에 오염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32는 감염확인일인 1991. 2. 26.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 32가 집에서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한 후 원고 32가 이 사건 혈액제제 투여 후 HIV 감염이 확인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 32가 감염 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문서의 증명력 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한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고). 

그런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사건을 환송받은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점을 살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하여야 함을 아울러 지적해 둔다. 

2. 원고들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전신인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인 1999. 12. 10. 설립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원인이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가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와 공동으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공급하였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들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시환 차한성(주심) 신영철   


(2) 대상판결은 제조물의 결함 및 결함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추단(추정)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관계)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러한 사실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는 하고 있는데, 이는 그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전환시킨 것이 아니라 원고의 증명책임을 완화한 것이다.  


Ⅲ. 맺는 말  


  이상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민법의 총칙·채권편에 관한 대법원의 주요판례 중에서 필자가 임의적으로 선정한 몇 가지 판결을 대상으로 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일별해 보았다. 지면관계상 이 글에서 다루지 못했지, “민법 제2조 제2항 소정의 권리남용 규정이 헌법상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합헌결
21)”과 “임대차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는 민법 제651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한다는 헌재의 위헌결정22)”, 그리고 선례적 가치가 있거나 또는 선례는 아니지만 재음미할 가치가 있는 다음의 판결들23)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1) 첫째, 권리남용금지를 규정한 민법 제2조 제2항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는 용어를 사용하여 헌법상 명확성원
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민법 제2조 제2항에서 말하는 ‘권리의 남용’이란 권리의 행사가 외관상으로는 적법하게 보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권리의 공공성·사회성에 반하거나 권리 본래의 사회적 목적을 벗어난 것이어서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법심사를 통해 판단할 사안인 점, 법원은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판 2011. 4. 28. 2011다12163 등)라고 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2조 제2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결 2013. 5. 50. 2012헌바335)
둘째, 민법 제2조 제2항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민법 제2조 제2항은 권리의 사회성·공공성의 원리를 규정한 것으로, 헌법 제23조 제2항이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을 선언한 것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위 조항은 구체적인 사건을 개별 법조항에 의해 적정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법원이 권리남용의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그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2조 제2항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헌재결 2013. 5. 50. 2012헌바335)
22) 위헌결정(다수의견) 이유의 요지를 본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 제정 당시에 견고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 및 식목·채염 목적의 토지임대차에 대하여 최단기의 제한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토지임대인을 위한 것으로 그 입법취지를 확인할 수 있으나, 견고하지 않은 건물 기타 공작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 및 건물 등 임대차와 관련하여 임대차존속기간을 강행규정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하여는 임대인을 위한 것인지, 임차인을 위한 것인지 또는 임대차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효용성을 고려한 것인지 그 입법취지가 불명확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가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임차인에게 임차물의 이용을 맡겨 놓으면 임차물의 관리가 소홀하여지고 임차물의 개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인 손실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고 하고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임차물 관리 및 개량방식의 설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인 또는 소유자가 임차물의 가장 적절한 관리자라는 전제하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강제함으로써 임차물 관리 및 개량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임차물의 관리소홀 및 개량미비로 인한 가치하락 방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제정 당시에 비해 현저히 변화된 현재의 사회경제적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20년이 넘는 임대차를 원할 경우 우회적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게 함으로써 사적 자치에 의한 자율적거래관계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
건물 등 임대차의 경우, 임차한 상가와 주변 상권의 영업 전망에 따라 임차인으로서는 20년 이상의 임대차를 묵인하고 계속 임차하기를 원할 수도 있고, 아니면 20년 초과부분의 무효를 주장하고 20년 초과기간에 해당하는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역으로 임대인의 경우에도 영업 전망이 좋을 경우 20년 초과 임대차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임대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처럼 임대차존속기간 20년을 강제함으로써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당사자가 이를 악용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제한을 가하고 있음으로 인한 결과이다.
토지임대차의 경우, 견고한 건물 소유 목적인지 여부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여부에 차이를 두는 것은, 소유건물이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분쟁이 유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축기술이 발달된 오늘날 이러한 견고한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임대차존속기간 제한의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
또한, 지하매설물 설치를 위한 토지임대차나 목조건물과 같은 소위 비견고건물의 소유를 위한 토지임대차의 경우 이 사건법률조항으로 인해 임대차기간이 갱신되지 않는 한 20년이 경과한 후에는 이를 제거 또는 철거해야 하는데, 이는 사회경제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취지가 불명확하고, 대법원이 해석하는 바와 같이 사회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일정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헌재결 2013. 12. 26. 2011헌바234)
23) ‘통화옵션계약의 경우, 피고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 체결 당시 환율이 하락하리라는 전망을 하고 현실적으로 당장 지급할 수수료 등 비용이 없다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환율 급등으로 인한 위험이나 그로 인한 손실의 정도 등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심판결에는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판례(대판 2013. 9. 26. 2013다26746 전원합의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로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선의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이 경우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그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례(대판 2013. 4. 26. 213다5855), ‘연대채무자 사이의 구상권 행사에서 부담부분의 의미 및 일부 공동면책되게 한 연대채무자가 일부 공동면책되게 한 다른 연대채무자를 상대로 자신의 공동면책액 중 다른 연대채무자의 분담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다른 연대채무자의 공동면책액중 자신의 분담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대판 2013. 11. 14. 2013다46023),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에서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매수하여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대판 2013. 11. 28. 2013다48364, 48371)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