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다26939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후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그 신고가 수리된 경우, 상속포기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하기로 하고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어 고지되기 전에 상속포기의 취지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을 한 경우,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규정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여기서 상속포기에 관한 사정을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개정 2002.1.14>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2002.1.14. 법률 제6591호에 의하여 1998.8.27.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된 제2호를 신설함] |
【참조조문】
민법 제1013조 제1항, 제1026조 제1호, 제1041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4936 판결(공2010상, 987)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윤태 외 2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3. 8. 9. 선고 2022나33112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2, 피고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1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 1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 2, 5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들은 망인과 소외 2가 원고에게 한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망인이 위 불법행위에 공모한 바 없고 원고가 망인과 소외 2에게 지급한 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으며 손해배상 범위를 정함에 있어 과실상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형사판결의 증명력 내지 불법원인급여,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례를 위반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제3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그 후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그 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로서의 효력은 없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493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 규정의 입법 취지가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상속인은 통상 단순승인하는 의사를 가진다고 추인할 수 있는 점, 그 처분 후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허용하면 상속채권자나 공동상속인 또는 차순위 상속인에게 불의의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 상속인의 처분행위를 믿은 제3자의 신뢰도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있음을 고려할 때,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하기로 하고,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어 고지되기 전에 상속포기의 취지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을 한 경우라면 이를 상속의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규정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서 상속포기에 관한 사정을 판단하면서는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의 내용,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의사, 상속인이 상속포기와 양립하기 어려운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피고들이 망인 소유였던 포항시 북구 (주소 생략) (건물명 생략) (동호수 생략)(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고 피고 1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2, 피고 3이 상속재산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 2, 피고 3이 한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들은 이 사건 아파트를 피고 1의 단독소유로 하는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고 그에 따라 2019. 10. 15. 피고 1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는 망인의 적극적 상속재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외 피고들이 망인의 다른 상속재산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였다든지 그에 관한 별도의 처분행위 등을 하였다는 사정은 찾기 어렵다.
나) 피고 2, 피고 3은 위와 같이 상속재산분할 협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2019. 12. 6.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2019느단549호로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고 위 신고는 그대로 수리되었다. 이 사건 소는 그 이후인 2020. 9. 8. 제기되었는데 그사이에 피고 2, 피고 3이 상속재산의 권리변동에 관여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위 피고들은 상속포기의 의사로 위와 같은 상속재산분할 협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2)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2, 피고 3은 망인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기로 하고,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어 고지되기 전에 상속포기의 취지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협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경위를 따져 상속재산 처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상속포기의 효력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2, 피고 3이 상속재산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 2, 피고 3이 한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속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2, 피고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1의 상고는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위 피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오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