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00년간 무상 사용한 향교부지, 배타적 점유 인정"
대 법 원 제 2 부 판 결
사 건 2023두42584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재단법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심재돈, 조관행
피고, 피상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김수정, 김예지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23. 5. 12. 선고 2022누40507 판결
판 결 선 고 2023. 10. 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강원도 내 문묘를 유지하고 교육 및 교화 사업을 경영하며 유도(儒道)의 흥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군정법령 제194호「향교재산관리에관한건」 (1948. 5. 17. 제정․시행되고 1962. 1. 10. 법률 제958호 향교재산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군정법령 제194호’라 한다)에 근거하 1948. 8. 30. 설립허가를 받아 1955. 5. 30. 설립되었다. 피고는「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어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 중 일반재산의 관리ㆍ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는 군정법령 제194호 및 이를 폐지하고 제정된 향교재산법에 따라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E단체를 관리․운용하여 왔다. E단체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위치하여 왔고, 동재․서재․대성전 등 향교건물(이하 ‘이 사건 향교건물’이라 한다)로 이루어져 있다. E단체는 1985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시․도지정문화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 한편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는 강원도 삼척시 B 종교용지 1,461㎡(이하 ‘B 토지’라 한다), C 도로 36㎡, D 도로 162㎡(이하 세 토지를 통틀어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 등의 지상에 있다. 이 사건 각 토지 중 ‘B 토지’는 강원도 삼척군 F 사사지(社寺地) 450평(이하 ‘종전 F 토지’라 한다)이 분할 및 행정구역 변경을 거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임시토지조사국이 조사하여 작성한 토지조사부에는 1915. 12. 25. ‘국(國)’ 이 ‘종전 F 토지’를 사정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979. 9. 18. ‘B 토지’에 관하여, 1986. 7. 11. 이 사건 각 토지 중 ‘B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에 관하여 각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라. 피고는 원고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대부계약 없이 점유․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국유재산법 제72조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2020. 9. 3. ‘2015. 8. 3.부터 2020. 8. 2.까지’ 기간에 대하여 53,807,890원의 변상금을, 2021. 3. 3. ‘2020. 8. 3.부터 2021. 2. 10.까지’ 기간에 대하여 6,062,070원의 변상금을 각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2. 원심 판단
가. 원고는, 일제강점기에 ‘국(國)’이 E단체 부지인 이 사건 각 토지를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양여하여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는 문화재로서 공공성이 매우 강하고 이를 고려하여 국가가 약 10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E단체의 관리․운용을 위한 이 사건 각 토지의 무상사용을 허용해 오다가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권리남용이자 신의칙 위반이고, 원고에게는 E단체의 관리․운용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어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하였다.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일제강점기에 ‘국(國)’이 이 사건 각 토지를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양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국유재산의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한 후 변상금을 부과하더라도 신뢰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본문, 제2조 제9호가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점유한 자에 대하여 그 재산에 대한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유재산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 자체가 법률상 아무런 권원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용료나 대부료를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용료나 대부료 대신에 변상금을 징수한다는 취지라고 풀이되므로,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두47915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위와 같은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변상금 부과처분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5두67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두47915 판결 [변상금부과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국유재산법 제4조 제3항의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에 해당하려면 국가가 법령에 의하여 직접 또는 법령에 근거하여 보존공물로 지정하는 행위가 필요한지 여부(적극) 및 ‘기타 필요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에 해당하려면 ‘국가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어 총괄청이 보존하기 결정한 재산’에 해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국유재산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변상금의 징수에 관한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3] 국유 행정재산의 관리사무를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국유재산법의 목적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한 포괄적인 재량이 부여된 것인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구 국유재산법(2009. 1. 30. 법률 제94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3항(현행 제6조 제2항 제4호 참조),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2009. 7. 27. 대통령령 제216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현행 제4조 제4항 참조) [2] 국유재산법 제2조 제9호, 제72조 제1항 [3] 국유재산법 제25조, 제28조 제4항, 제29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4. 28. 선고 93다42658 판결(공1995상, 1955)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3914 판결(공1996하, 2961) [2] 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5두677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재단법인 충현문화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김수정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8. 13. 선고 2020누328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광명시 (주소 1 생략) 일대의 ‘오리유적지’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오리유적지는 원고 소유의 광명시 (주소 2 생략) 각 토지와 이 사건 종친회 소유의 광명시 (주소 3 생략) 각 토지(이하 원고 소유 토지와 종친회 소유 토지를 통틀어 ‘이 사건 부지’라고 한다) 및 국유지인 광명시 (주소 4 생략) 사적지 310㎡(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 등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는 지목이 당초 ‘도로’이었다가 1997. 7. 23.경 ‘사적지’로 변경되었고, ‘공공용재산’으로 관리되어 왔다. 나. 경기도지사는 2008. 7. 31. 구 문화재보호법(2010. 2. 4. 법률 제1000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에 따라 이 사건 부지 및 이 사건 토지 등을 ‘오리영우’(경기도유형문화재 제161호)와 ‘오리 이원익 종택 및 관감당’(경기도문화재자료 제90호)을 보호하기 위한 경기도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하였다. 다. 총괄청(기획재정부장관)은 2018. 2. 26. 국유재산법 제22조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직권으로 용도폐지하였고, 관리청이 국토교통부장관에서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변경되었다. 기획재정부장관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관리위탁하였다. 라. 피고는 2018. 12. 21. 원고에 대하여 국유재산법 제72조, 같은 법 시행령 제71조에 따라 원고가 국유지인 이 사건 토지를 대부계약 없이 점유·사용하였다는 이유로 2013. 12. 4.부터 2018. 12. 3.까지의 기간에 관하여 129,762,920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 사건 토지를 용도폐지할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1) 구 국유재산법(2009. 1. 30. 법률 제94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3항은 ‘보존재산’이라 함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거나 기타 필요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고,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2009. 7. 27. 대통령령 제216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2항은 위 규정의 ‘기타 필요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이라 함은 “국가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어 총괄청이 보존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국유재산법 제4조 제3항의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에 해당하려면 국가가 법령에 의하여 직접 또는 법령에 근거하여 보존공물로 지정하는 행위가 필요하고(대법원 1995. 4. 28. 선고 93다42658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3914 판결 참조), 구 국유재산법 제4조 제3항의 ‘기타 필요에 의하여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에 해당하려면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국가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어 총괄청이 보존하기로 결정한 재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4다53914 판결 참조). 2) 경기도지사는 2008. 7. 31. 이 사건 토지를 구 문화재보호법 제71조에 따라 경기도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으나, 이와 같은 보호구역 지정행위는 경기도지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경기도지사가 국가의 위임에 따라 보호구역을 지정하였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나 사정을 찾기도 어렵다. 따라서 경기도지사의 보호구역 지정행위를 국가의 보존공물 지정행위와 동일시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국가가 이 사건 토지를 보존공물로 지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토지가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국가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어 총괄청이 보존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 역시 찾을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토지는 구 국유재산법 제4조 제3항에 따른 보존재산의 성격을 갖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총괄청이 2018. 2. 27. 당초 공공용재산으로 관리되던 이 사건 토지를 직권으로 용도폐지함에 따라 이 사건 토지는 적법하게 일반재산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총괄청이 일반재산인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게 관리위탁한 것은 국유재산법 제42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고,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관리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관리권한이 인정된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나. 문화재보호법 제62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국유문화재의 총괄청에 관한 문화재보호법 제62조 제1항 규정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 사건 토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문화재보호구역의 총괄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본문, 제2조 제9호에서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점유한 자(사용허가나 대부계약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계속 사용·수익하거나 점유한 자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그 재산에 대한 대부료 또는 사용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유재산에 대한 점유나 사용·수익 자체가 법률상 아무런 권원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정상적인 대부료나 사용료를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부료나 사용료 대신에 변상금을 징수한다는 취지라고 풀이되므로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5두677 판결 등 참조). 또한 국유재산법 제28조 제4항, 제29조 제2항 등 관련 법령에서 국유 행정재산에 관한 사무를 위탁하는 경우와는 달리 위임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하여는 그 사용·수익에 관하여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국유재산법의 목적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국유 행정재산의 관리사무를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그 사무의 처리에 관한 포괄적인 재량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시책을 수립·추진할 책무가 있다(문화재보호법 제4조 제1항, 제2항). 나. 원심은, 광명시의 담장 축조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가 오리유적지 내부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원고가 이를 점유하는 것과 같은 외형이 형성된 이후에도 국가 또는 피고가 20년 이상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으로 원고의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국가나 국가로부터 국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자가 무단점유자의 국유재산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한 후에 변상금을 부과하더라도 변상금부과처분이 절차적 정의와 신뢰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거나 점유자의 사용·수익 권원이 인정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1) 광명시장은 2018. 2.경 이 사건 토지가 용도폐지될 당시까지 이를 국유재산 위임관리기관으로 관리하여 왔다. 그런데 광명시장은 1989년경 오리유적지 내의 관감당과 종택 등을 둘러싸는 담장을 축조하였고, 1995. 12.경부터 1996. 6.경까지는 광명시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오리유적지 정비공사를 진행하면서 그 비용 전액을 부담하여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오리유적지 부지 전체를 둘러싸는 담장과 옹벽을 축조하였다. 그 후 광명시장은 1997. 7. 23.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도로’에서 ‘사적지’로 변경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광명시장이 위와 같은 담장축조사업 등으로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를 점유·관리하도록 한 것은 오리유적지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원고는 이러한 조치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 실제로 광명시장은 위와 같은 담장축조사업 이후 2018. 2.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관리권한이 피고에게로 이전되기 전까지 적어도 20년 이상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과 관련한 사용료, 대부료 또는 변상금을 요구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도 광명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배타적 점유·사용을 적극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3) 이처럼 국유재산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임관리기관인 광명시장이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였다는 점에서 국가 등이 무단점유자의 국유재산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한 것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따라서 국가 등이 무단점유자의 국유재산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하였더라도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원심의 판단근거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4)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담장축조사업 등을 진행할 당시 광명시장이 국유재산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임관리기관의 권한으로 자신의 재량 범위 내에서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라.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광명시장이 담장축조사업 등을 진행할 당시 국유재산 위임관리기관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으로,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국유재산법상 변상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 및 관련 법령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의 관리․운용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법적 지위에 있는 원고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한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1) E단체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있었다. 즉,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의 ‘B 토지’를 포함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는 대한민국의 건국보다 먼저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근현대적인 토지 소유권 개념 및 소유 제도가 생겨나기 전부터 이 사건 각 토지는 E단체의 부지로서 점유․사용되어 왔고 그 점유․사용이 매우 강고(強固)하게 이루어져 온 점을 고려하면, 일제강점기 이후 ‘국(國)’ 내지 대한민국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 역시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에 의한 점유․사용을 용인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토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B 토지’의 전신인 ‘종전 F 토지’가 1915. 12. 25. ‘국(國)’ 명의로 사정될 당시 그 지목이 종교용지를 뜻하는 사사지(社寺地)였다는 점, 그 무렵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1919. 6. 18. 각 도의 장관에게 공문을 보내 ‘종래 향교재산원부에 등록되었던 토지로서 토지조사령에 따라 국유로 사정된 것 중 문묘, 향교, 기타 부속 건물의 부지로 사용하는 것은 다시 향교재산으로 양여하라’고 지시하였던 점 역시 E단체의 관리․운용 주
체에 의한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에 대한 국가의 용인을 뒷받침하는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인 연원과 경과에 비추어 볼 때, 국가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에 의한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허용․승인함으로써 그 관리․운용 주체에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할 법적 지위를 부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는 1985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한 ‘시․도지정문화재’의 지위에 있고 이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E단체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여전히 존재하여 그 문화재 지정이 존속하는 동안은 E단체 부지인 이 사건 각 토지는 E단체의 유지․보존에 공하는 외의 용도로는 사용될 수 없으므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편 문화재보호법 제4조는 “국가는 문화재의 보존ㆍ관리 및 활용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ㆍ추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문화재 보호를 위한 책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위 조항은 2010. 2. 4. 법률 제10000호로 전부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서 도입되었다). 그렇다면 국가는 ‘시․도지정문화재’인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존․관리․활용하여야 하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 사건 각 토지를 E단체의 관리․운용 주체인 원고로 하여금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의무에 대응하여 상대방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할 지위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고, 이는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령으로부터 도출되는 법적 지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3) 향교재산법에 따르면, ‘향교재산’이란 향교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하여 조성된 동산과 부동산, 그 밖의 재산을 말하고(제2조), 관할 구역에 있는 향교재산의 관리와 운영을 위하여 특별시․광역시․도 및 특별자치도마다 재단법인(향교재단)을 설립하며(제3조 제1항), 향교재산 중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은 기본재산으로 하는 한편(제3조 제2항), 향교재산은 향교재산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매매․양여․교환․담보 제공, 그 밖의 처분을 할 수 없고(제4조), 향교재단은 ‘향교재산 중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때’, ‘향교의 건물과 그 대지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향교재단의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때’, ‘향교의 건물의 개축․증축․이축․이전․제거, 그 밖에 중요한 변경 행위를 하거나 향교의 대지에 대하여 중요한 변경 행위를 하려는 때’ 및
‘향교의 건물이나 대지에 대하여 향교재단의 목적을 위한 사용을 폐지하려는 때’에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8조 제1항 본문 및 제1호, 제2호, 제3호, 제5호). 이러한 규정 체계는 향교재산법이 1962. 1. 10. 법률 제958호로 제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동일하게 이어져 왔다.
한편 문화재보호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도지정문화재에 대하여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증축, 개축, 이축, 철거 등 일정한 행위’를 하려는 자는 시․도지사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문화재보호법 제74조 제2항, 제35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2 제1항), 시․도지사 등은 이러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시․도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행위의 중지 또는 원상회복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문화재보호법 제42조 제1항 제4호), 나아가 이러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시․도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한 자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해져 있다(문화재보호법 제99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1호). 이러한 규정 체계 역시 문화재보호법이 2010. 2. 4. 법률 제10000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1. 2.
5. 시행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동일하게 이어져 왔다.
원고는 향교재산법의 전신인 군정법령 제194호에 따라 1955. 5. 30. 설립된 이래로 향교재산법에 따라 E단체 등을 관리․운용하여 온 향교재단으로서, 앞서 본 향교재산법 규정에 따라 E단체를 이루는 향교재산인 이 사건 향교건물 등을 관리․운영할 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향교재산법 제2조), 향교재산 중 부동산에 해당하는 이 사건 향교건물을 기본재산으로서 스스로 소유하도록 법률상 강제되고 있다(향교재산법 제3조 제2항). 그러면서도 원고는 자신이 소유하는 이 사건 향교건물에 관하여 허가 없이 임의로 매매․교환․담보 제공 등 법률행위에 따른 처분을 할 수 없고 증축․개축․이전 등 사실행위에 따른 처분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향교건물을 사용 폐지․철거하여 그 부지인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끝내는 것조차 허가 없이 임의로 할 수 없게 되어 있다(향교재산법 제4조, 제8조 제1항 본문 등).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는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한 ‘시․도지정문화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향교건물에 대해서는 소유자인 원고라 할지라도 허가 없이는 증축, 개축, 이축, 철거 등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문화재보호법 제74조 제2항, 제35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2 제1항), 원고가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문화재보호법 제42조 제1항 제4호, 제99조 제2항 제1호).
이처럼 원고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향교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그 소유가 강제되면서도, 임의로 이 사건 향교건물에 관한 법적․사실적 처분을 통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종료하는 것조차 금지된 상태에서 이 사건 향교건물의 현상을 유지할 것이 강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향교건물 소유 및 이 사건 향교건물에 대한 현상 유지에 관한 이중의 강제로 인하여, 원고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사건 향교건물을 소유․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로써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사용은 향교재산법 및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법률상 강제되고 있는바, 이와 같이 수범자의 의사를 묻지 아니하고 법률이 일정한 점유․사용을 강제한다면, 해당 법률은 수범자에게 그 점유․사용의 권원 내지 지위 자체도 설정하여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함이 법치주의 관점에 부합한다. 즉, 법률이 수범자에게 불법․무단의 점유․사용을 강제함은 그 자체로 법질서에 반하는 모순일 뿐만 아니라, 수범자의 의사와 달리 법적 제재 등이 뒤따를 수 있는 위반 행위를 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위헌적인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교재산법 및 문화재보호법이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도 그러한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원고의 법적 지위가 도출된다고 할 수 있다.
4)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 조항인 국유재산법 제72조는 제1항 단서 제2호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해대책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정 기간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에는 변상금을 징수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향교건물의 소유 및 유지를 위한 원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사용은 향교재산법,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하여 강제되고, 국가가 법률로써 이러한 점유․사용을 강제하는 이유는 향교재산을 적절하게 관리․운용하고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고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향교재산법 제1조, 문화재보호법 제1조). 이와 같은 입법 목적에다가 헌법 제9조가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국가의 위와 같은 점유․사용의 강제는 문화재의 보호와 이를 통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민족문화의 창달 등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향교건물의 소유․유지를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향교재산법,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한 국가 또는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E단체를 ‘시․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한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불가피한 사유로 점유․사용하게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즉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단서 제2호 역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원고에게 부여하는 하나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종전 F 토지’가 1915. 12. 25. ‘국(國)’ 명의로 사정된 이후 피고가 2013. 6. 11. ‘E단체’를 상대방으로 하여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변상금 부과처분을 할 무렵까지 약 100년 동안 일제강점기의 ‘국(國)’이나 대한민국은 E단체의 소유․관리․운용 주체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에 대한 사용료, 대부료 또는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가는 원고 등 E단체의 소유․관리․운용 주체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묵시적인 승인에 근거하여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에 관한 일정한 지위가 부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움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유재산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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