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京 학생들 "역차별 아니냐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서울대 재학생 강모(26)씨는 최근 충남의 한 공기업에 지원했다가 서류 전형에서 낙방했다. 반면 천안에서 대학을 나온 그의 고교 동창생은 강씨보다 토익(국제영어 시험의 일종) 점수나 대학 학점 등이 뒤졌지만, 이 공기업에 합격했다. 합격 비결은 서류 전형 점수의 5%에 해당하는 '지역인재 가산점'이었다. 강씨는 "공기업 입사에선 무엇보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게 난관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 이런 가산점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은 '지역인재 채용'을 내세워 해당 지역 소재 대학 졸업생 선발 비율을 높이는 추세를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공공기관들에 신입 직원의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2012년 2.8%에서 2016년 13.3%로 4년간 4배 이상 늘었다. 강씨처럼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닌 취업준비생들은 지역 공공기관 취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작년 8월 연세대를 졸업한 박모(27)씨는 부산의 한 공기업 인턴 직에 지원했지만,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선발 공고문엔 지역 대학 출신을 우대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합격자 21명 중 6명(28%)이 이 지역 대학을 나온 지원자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인재 우대제도가 지방의 취업난을 푸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최종 졸업 학교 소재지'를 지역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는 현 방식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 출신이 지방대를 나오면 지역인재인데, 지방 출신이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면 지역인재가 아니다.
충남의 한 대학을 졸업한 서울 출신 김모(여·26)씨는 작년 하반기 지역인재 채용 전형으로 대형 은행 공채에 합격했다. 김씨는 "내가 지역인재로 분류된다는 걸 입사 지원 때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지역인재 채용우대제도 도입 때 적용 기준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취업 격차를 줄이려다 보니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생이 역차별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 hw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