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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상한제, 서울 분양가 20~30% 잡는다는데... -한겨레

모두우리 2019. 7. 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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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상한제, 서울 분양가 20~30% 잡는다는데...

민간택지 확대 예고된 분양가 상한제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고치면 가능
정부, 구체적 실시 방안 검토 착수
적용요건·지역·시기 등 논란 불가피
서울 민간택지 아파트 적용 땐
분양가 20~30% 하락 예상되지만
공급 위축·‘로또 청약’ 사태 재연 우려
9억초과 주택 중도금 대출금지 탓
금수저들 시세차익 독식 가능성
채권입찰제로 환수 등 해법 주목


지난 2018년 분양된 서울 ‘래미안 루센티아’ 견본주택.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확대하기로 방침을 굳히면서, 이 제도가 서울 아파트 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가 됐다”고 밝혔고 정부는 구체적인 분양가 상한제 실시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현행 주택법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필요한 경우 시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택법 시행령에서 적용 요건을 규정하고 있어,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언제든지 정부가 시행령만 개정하면 시행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를 심의하고 승인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2015년 이후부터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왔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에는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으나, 주택공급 위축이나 아파트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 탓에 2014년 말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요건이 강화됐고 이후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

다만, 2017년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통제 장치는 일부 작동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내주기 위한 심사 때 서울을 포함한 전국 34곳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한해 분양가를 심사하고 있다. 보증공사는 주변에 최근 1년 내 분양 아파트들이 있으면 그 평균 분양가 이하로,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는 경우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에 최대 5%의 시세 상승을 반영해 분양가를 제한한다. 주변에 이미 준공한 아파트들만 있다면 평균 매매가 이하의 분양가가 허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 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예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분양보증을 매개로 한 고분양가 관리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선 공정률 80%를 채운 뒤 시세대로 후분양할 경우 3.3㎡당 6천만~7천만원 수준을 받을 수 있지만 분양보증을 받고 선분양을 하면 최근 강남 신규 아파트 분양가 최고 수준인 3.3㎡당 4500만원선에서 묶이기 때문이다.

■ 서울 아파트 분양가 20~30% 내릴 듯

부동산 업계에선 재개발, 재건축이나 도심 재정비 사업 등 서울 민간택지에도 공공택지와 동일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20~30% 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아파트 분양가는 감정평가된 택지비와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표준건축비(올해 3.3㎡당 644만5천원)에다 법이 정한 가산비(법정초과 복리시설 건축비, 인텔리전트 설비, 분양보증 수수료 등)만 더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한제는 공공택지에 적용되고 있는 제도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것 이상의 파급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우려되는 부작용으로는 주택사업 위축과 공급 물량 감소, 낮아진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확대되는데 따라 청약자들이 몰리게 되는 ‘로또’ 청약 과열 등이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서울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상한제 적용 지역을 일정한 ‘과열 지역’으로 국한할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바꿔 일정한 과열 지역만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에서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 초과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 등 3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할 경우로 규정된 현행 전제 조건 기준을 ‘물가상승률 초과’ 수준으로만 완화해도 적용 대상이 대거 나올 것으로 본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청약경쟁률이 5∼10대 1 요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있지만 앞선 물가 전제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상한제 대상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률 기준을 바꿀 경우 최근 아파트시장이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구)와 마포, 용산, 동작, 영등포 등 비강남권 일부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것으로 유력시된다”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상승 전환한 것을 감안해 물가상승률 등 상한제 적용 문턱을 낮추되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상한제 규제까지 적용하기는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구와 과천,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에 지정돼 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경우 부산·대전·광주시 등 일부 광역시의 고분양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생긴다.

■ 상한제 적용 시기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로 일원화될 듯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도 관심사다. 현재 시행령은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상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상한제 적용 도입 이유 중 하나가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해가려는 단지에 대한 대응인 만큼 일반 사업장과 동일하게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일’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한 소급 적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 상한제는 제도 도입 이후 기준을 바꿀 때마다 적용 시점이 매번 달랐다. 시장 상황에 맞춰 적용 대상을 바꿀 수 있고, 소급 여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제도 도입 당시 한때는 일반 사업은 사업승인 신청분,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계획인가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됐다. 국토부는 상한제 도입 취지가 시장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적용 기준 등을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선 후분양 계획을 접고 서둘러 현행대로 보증공사의 분양가 심의를 받는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와 시세의 격차가 커지는 ‘로또’ 아파트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현재 청약제도가 ‘무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돼 과거와 같은 청약과열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주택자라고 해도 특정 당첨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안겨주는 문제가 있고 9억원 초과 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금지돼 있어 결국은 현금 부자나 부모의 재력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무주택 ‘금수저’ 들이 강남의 로또 아파트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상한제에 따른 시세차익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를 재도입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난 2013년 폐지된 채권입찰제는 청약자가 채권 매입액을 많이 적는 순서대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 일부를 채권매입을 통해 국고로 환수해 서민 주거복지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투기과열지구 등에 대해서는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을 크게 높여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거 방식의 채권입찰제 적용은 적절치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