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소멸 인정과 원용의 관계 - 석현수
Ⅰ. 서론
Ⅱ. 소멸시효항변의 의미와 주장책임
Ⅲ.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의 필요 여부
Ⅳ. 형성적 원용의 존재 및 이에 대한 사실상 진술의 필요 여부
Ⅴ. 결론
Ⅰ. 서론
1. 본 논문의 주제
소멸시효 완성의 효력에 관해 상대적 효력설(소멸시효가 완성되어도 당사자의 원용이 있어야만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1)과 절대적 소멸설(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당사자의 원용 없이도 권리가 소멸한다고 보는 견해)2)이 대립한다.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시효완성으로 채무는 당연히 소멸한다는 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 등을 근거로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3) 대법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을 포함한 다수의 판결이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만이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을 고려하면 판례가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하나를 따르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4)
1) 강명선,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고찰”, 비교사법 제6권 제2호(통권 제11호), 한국비교사법학회, 1999년, 371면; 대표편집 곽윤직, 민법주해 제3권, 박영사, 2002년, 479면(윤진수 집필 부분); 김병선, “시효원용권자의 범위”, 민사법학 제38호, 한국민사법학회, 2007년,257면; 김준호, 민법총칙 제12판,425면; 장석조, “시효소멸 항변의 소송상 취급”, 법조 제48권 제1호, 법조협회. 71면. 2) 강구욱,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 외법논집, 제39권 제3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년, 83면; 김용호,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법학논총 제37권 제4호, 단국대학교 법학연구소, 2013년, 135면; 송덕수, 민법총칙 제4판, 박영사, 2018년, 509면; 양창수,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고시계 1994년 9월호, 국가고시학회, 152면. 3)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79면(윤진수 집필 부분); 송덕수, 위의 책, 505면은 판례가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고 있다고 하고, 대표편집 김용담, 주석민법 총칙3권, 한국사법행정학회, 2010년, 544면(이연갑 집필 부분)은 “판례는 일반적으로 절대적 소멸설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라고 한다. 4)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절대적 소멸설의 기본적 내용과 상반된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이거나 양설을 넘나드는 입장을 보이는 판례도 많다는 견해로 강구욱, 위의 논문, 69면. 판례는 기본적으로 절대적 소멸설과 그 취지를 같이 하지만,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만이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고, 소멸시효 원용이 신의칙에 반하는 때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상대적 소멸설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는 견해로, 김준호, 위의 책, 425면. 판례가 시효원용권자를 직접수익자에 한정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남용을 비교적 너그럽게 인정하는 점에 비추어 상대적 소멸설에 입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는 견해로 지원림, 민법강의 제15판, 홍문사, 2017년, 415면 |
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공1991.9.15.(904),2244] 【판시사항】 가. 소멸시효의 주장과 그 주장을 할 수 있는 자 나. 원고가 병, 을, 갑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에게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등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가 을의 갑에 대한, 또 병의 을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소멸시효에 있어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고, 그 시효이익을 받는 자는 시효기간 만료로 인하여 소멸하는 권리의 의무자를 말한다. 나. 갑이 그 소유 임야를 을에게 매도하고 을은 병에게, 병은 원고에게 각 증여하였는데 위 임야의 지적공부가 멸실되자 정이 근거없이 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회복등기를 경료한 후 사망하여 피고 앞으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원고가 병, 을, 갑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에게 원인무효인 위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는 을의 갑에 대한, 또 병의 을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민사소송법 제188조 가.나. 민법 제162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9.6.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12038) 1980.1.29. 선고 79다1863 판결(공1980,12593) 1991.3.27. 선고 90다17552 판결(공1991,1270)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5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택수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0.12.21. 선고 90나61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 제(1), (2)점을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임야는 강원 양양군 (주소 생략), 임야 2,790평의 일부이고, 위 (주소 생략) 임야는 소외 1의 소유였는데 그가 1944. 음력 9.26. 위 (주소 생략) 임야 중 이 사건 임야부분을 포함한 2,590평을 소외 2에게 매도하였고, 위 소외 2는 1958.12.경 그의 차남인 소외 3에게, 소외 3은 원고에게 각 증여한 사실, 한편 이 사건 임야 일대의 지적공부가 6ㆍ25사변을 거치면서 모두 멸실되어 1970.3.4.경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정부기록보존소에 그 일대의 임야에 관한 지적창설 당시의 측량원도가 보존되어 있지 아니한 관계로 새로이 지번 및 경계를 설정하면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현재의 임야도와 임야대장이 작성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의 피상속인 소외 4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위 소외 1로부터 매수하였다는 피고들 주장사실이 원심에서 배척됨) 위 임야도와 임야대장이 작성되기 전인 1957.6.29.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회복등기를 경료하였고, 그가 사망함으로써 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 및 소외 5, 소외 6이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그 후 위 소외 5와 소외 6이 사망하여 피고들이 그들의 공동재산 상속인이 된 사실을 인정한 후 위 망 소외 4 명의의 소유권보존의 회복등기나 위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판시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본바,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상고이유 제(3), (4)점을 함께 본다. 소멸시효에 있어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시효이익을 받는 자는 시효기간 만료로 인하여 소멸하는 권리의 의무자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79.6.26. 선고 79다407 판결, 1980.1.29. 선고 79다1863 판결, 1991.3.27.선고 90다17552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위 소외 2, 소외 3, 위 소외 1의 상속인들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원인무효인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위 소외 2의 위 소외 1에 대한, 또 위 소외 3의 위 소외 2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또 소외 2나 소외 3이 민법 시행일로부터 6년 이내에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민법 부칙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상실하였음은 소론과 같으나, 원심 또한 그들에게 소유권이 있지 아니함을 전제로 판시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윤영철 |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건물명도][공1995.8.15.(998),2761] 【판시사항】 담보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한 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근거 및 그 소멸시효 원용권의 성질 【판결요지】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는바,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이므로, 그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더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가사 채무자가 이미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담보 부동산의 양수인으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16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1.3.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공1991,1178) 1995.7.11. 선고 95다12453 판결(동지)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지한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2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고영구, 윤종현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5.2.10. 선고 93나6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관하여,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인데,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이익을 받는 자라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의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당원 1991.3.12.선고 90다카2757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가등기가 경료된 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고, 비록 시효원용 이전에 이미 피담보채권이 시효소멸된 담보가등기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들 앞으로 본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가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경료를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관계에 터잡아 위와 같은 취지의 판단을 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제2점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변제기는 당초 원심 인정과 같이 1979.5.30.이었으나 그 후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변제기한을 그 이후로 변경하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원심이 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하였다는 논지는, 원심에서 주장한 바 없이 상고심에 이르러 새로이 하는 주장으로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배당이의][공1998.2.1.(51),403] 【판시사항】 [1] 전부 승소한 판결에 불복하여 상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소멸시효 주장을 원용할 수 있는 자의 범위 【판결요지】 [1]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 전부 승소한 원심판결에 대한 불복 상고는 상고를 제기할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2]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360조, 제392조[2] 민법 제162조,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6295 판결(공1996상, 1538) 대법원 1997. 5. 23. 선고 96다38612 판결(공1997하, 1859)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공1997하, 3571) [2] 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 12038)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7552 판결(공1991, 1269)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공1995하, 2761)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성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피고1의보조참가인】 유한회사 원당산업 【피고2의보조참가인】 피고2의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7. 5. 2. 선고 96나27171 판결 【주문】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모두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본다.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 전부 승소한 원심판결에 대한 불복 상고는 상고를 제기할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1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이와 같이 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전부 승소한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이 위 원고에 대하여 제기한 상고는 상고의 이익이 없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각하를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의 원고 2, 원고 3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가. 제1점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음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 1991. 3. 27. 선고 90다17552 판결,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들에게 부당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한 반면 후순위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적은 금액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었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사건인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위 소외인에 대한 채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2 및 원고 3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인 위 소외인은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래 무자력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들로서는 위 소외인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 소외인을 대위하여 위 소외인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도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원고들이 무자력 상태에 놓인 위 소외인을 대위하여 위 소외인의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취지로 보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 및 변론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제2, 3점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소멸시효 중단 및 소멸시효의 이익 포기 주장을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석명권 불행사, 소멸시효 중단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다. 제4점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의 채권은 모두 변제되었을 뿐 아니라, 위 피고는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경매법원에 가등기권리자로서의 권리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변제 및 채권신고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라. 제5점에 대하여 논지는 가등기의 설정은 가압류, 가처분보다 훨씬 강력한 채권 보호 장치인데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가압류, 가처분을 포함시키면서 가등기의 설정을 제외한 민법 제168조는 헌법상의 평등권 내지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다른 사유를 들어 다투었을 뿐 채무자인 위 소외인이 자기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들 앞으로 가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위 소외인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 바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으므로 가등기 설정을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명시하지 아니한 민법 제168조가 헌법상의 평등권 내지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결론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여 논지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에 담보 목적의 가등기를 설정하여 주는 것은 민법 제168조 소정의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상의 평등권이나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모두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며,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천경송 지창권(주심) 신성택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4849 판결 [사해행위취소등][공2007하,2036] 【판시사항】 [1]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가 취소채권자의 채권에 대하여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적극) [2] 처분행위 당시에는 무자력 상태였던 채무자가 사실심 변론종결시 자력을 회복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이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점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채권자취소소송의 상대방) 【판결요지】 [1]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되는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대방이 된 사해행위의 수익자는,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사해행위에 의하여 얻은 이익을 상실하고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의 채권이 소멸하면 그와 같은 이익의 상실을 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 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처분행위 당시에는 채권자를 해하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채무자가 자력을 회복하여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사실심의 변론종결시에는 채권자를 해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책임재산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어 채권자취소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그러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사실은 채권자취소소송의 상대방이 증명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62조, 제406조 [2] 민법 제406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 21038)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35899 판결(공1993상, 90)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공1995하, 2761)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동수원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남궁성배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6. 26. 선고 2005나11067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한 망인이 소외 회사가 부도가 나고 자신도 채무초과인 상태에서 처남인 피고에게 전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 채권자들을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후, 나아가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되고 피고가 제출한 그 판시와 같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선의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피고와 망인의 관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시기 등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한편,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채권을 제외하더라도 채무초과 상태였던 점에 비추어 당시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망인에게 사해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되는데( 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35899 판결,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등 참조),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대방이 된 사해행위의 수익자는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사해행위에 의하여 얻은 이익을 상실하게 되나,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의 채권이 소멸되면 그와 같은 이익의 상실을 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 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사해행위의 수익자인 피고를 망인에 대한 일반 채권자와 동일하게 보아 피고가 독자적으로 망인의 보증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당시 원고의 채권을 제외하더라도 망인이 채무초과 상태였으므로 원고의 망인에 대한 채권의 존재 여부는 사실상 피보전채권의 존부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채권자인 원고가 채무자인 망인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2005. 6. 25. 그 판결이 확정된 이상, 수익자인 피고가 더 이상 소멸시효의 주장 등으로 원고의 망인에 대한 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피고가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기판력에 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처분행위 당시에는 채권자를 해하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채무자가 자력을 회복하여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사실심의 변론종결시에는 채권자를 해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책임재산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어 채권자취소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그러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사실은 채권자취소소송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피고가 원심까지 망인의 상속인들의 재산 상태에 관한 주장을 하거나 그에 관한 입증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이에 관한 심리를 하지 아니한 것을 심리미진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
그런데 예를 들어, 원고가 2019. 4. 20.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이자5)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자지급약정 사실과 아울러 위 약정에서 정해진 이자의 지급기일이 2015. 4. 20.이라는 사실을 주장⋅증명한 경우, 판례와 대부분 학자들의 의견은 - 상대적 효력설과 절대적 효력설 중 어느 것을 따르든지 간에 - 피고가 소송과정에서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위 이자채권이 위 지급기일로부터 3년의 시효기간 완성으로 인해 소멸하였다’는 법적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용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결론 면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5)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민법 제163조 제1호)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개정 1997.12.13>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
위 사례에서 피고가 시효완성에 관한 법적 인식6)이 있었음에도 위 소송에서 시효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인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시효소멸에 관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결론은 원⋅피고 모두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 법이론적 측면은 별론으로 하고 -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6)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는 경우에는 권리가 소멸되었음을 아는 것을 의미하고, 상대적 소멸설을 따르는 경우에는 원용에 의해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음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
하지만 피고가 시효완성에 관한 법적 인식의 결여7)로 인하여 - 만일 위 법적 인식이 있었다면 시효소멸이 인정되는 것을 원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을 하지 못 한 것이라면, 이 경우 법원이 청구인용 판결을 해야 한다는 위 결론은 피고가 자신의 법적 지식의 부족을 이유로 패소라는 불이익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결론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여부를 다루고자 한다.
위 결론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이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검토 전에 먼저 당사자의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7) 소멸시효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경우, 10년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오해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
2. 소송에서의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
상대적 소멸설을 따를 때, 당사자의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8)에는 개념적으로, 그리고 그 법적 성격 면에서 서로 구별되는 3가지가 있는데, ① 형성권 행사로서의 원용9)(상대방에 대한 민법상의 의사표시), ② 원용(형성권 행사) 사실의 존재에 대한 진술10)(원용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내용의 법원에 대한 사실상의 주장), ③ 시효소멸의 법률효과에 대한 진술(권리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내용의 법원에 대한 법률상의 주장)이 그것이다. 반면, 절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형성권으로서의 원용권이 인정되지 않아 형성적 원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므로11)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이란 위 ③만을 의미하게 된다.
8) 예를 들어, 변론기일에서의 진술. 9) 상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시효소멸로 인해 이익을 받을 자가 시효를 이유로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는 권리, 즉 원용권은 형성권이고{강구욱, 위의 논문, 71면;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부분); 장석조, 위의 논문, 45면}, 이러한 원용권을 행사한다는 실체법상의 의사표시, 즉 원용에 의해 권리소멸의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10) 소송상 공격방어방법으로의 진술(주장)에는 사실상의 진술(주장)과 법률상의 진술(주장)이 있다. 사실상의 진술은 구체적 사실의 존부에 관한 진술을 통해 법원에 사실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송에서의 법률상의 진술(주장)이란 넓은 의미로는 법규의 존재⋅내용⋅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의 진술을 포함하고, 좁은 의미로는 구체적인 권리관계의 존부에 관한 의견의 진술만을 의미한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12판, 박영사, 2018년, 384면), 법률문헌에서 법률효과에 대한 진술에도 ‘사실의 진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예를 들어 강구욱, 위의 논문, 82면은 “필자가 말하는 법률효과의 진술은 일정한 사실(주요사실)을 요건으로 해서 권리가 발생하거나 의무가 소멸했다는 ‘사실의 진술’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본 논문에서는 ‘사실’이라 는 단어를 법률효과 등의 법률적 판단을 배제한 구체적⋅역사적 사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11) 장석조, 위의 논문, 45면. |
판례가 상대적 소멸설과 절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따르는지가 불분명한 관계로 판례에서 ‘원용’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경우, 그것이 형성권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법률상의 주장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12)가 많다.13) 그리고 논문 중에서도 권리소멸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와 이러한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다는 법률상의 주장에 대해 모두 ‘원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있다.14) 용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하에서는 형성권의 행사로서의 원용은 ‘형성적 원용’이라고 하고, 시효소멸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다는 법률상의 진술은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라고 한다.
12) 예를 들어, 위 95다12446 판결. 13) 강구욱, 위의 논문, 74면은 판례 중에는 ‘원용’이라는 용어 대신 ‘주장’이나 ‘항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도 있지만 이러한 용어들이 소멸시효 완성과 관련해 사용된 경우에는 모두 원용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실체법상 개념인 원용과 절차법상 개념인 주장이나 항변은 전혀 다른 개념임에도 판례가 원용에 대해 소송상 주장이나 항변에 속하는 듯한 표현을 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오해를 하도록 하는 점은 유감이라고 한다. 14) 예를 들어 김병선, 위의 논문, 259면. 또한 ‘원용’이라는 말은 사실상의 주장에 사용되기도 한다. 강구욱, 위의 논문, 82면의 “요건사실을 이익으로 원용하고”,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64752 판결의 “재판상 자백의 일종인 이른바 선행자백은 당사자 일방이 자진하여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상의 진술을 한 후 그 상대방이 이를 원용함으로써 그 사실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의 주장이 일치함을 요하므로”가 그 예이다. |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건물명도][공1995.8.15.(998),2761] 【판시사항】 담보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한 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근거 및 그 소멸시효 원용권의 성질 【판결요지】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는바,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이므로, 그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더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가사 채무자가 이미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담보 부동산의 양수인으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16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1.3.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공1991,1178) 1995.7.11. 선고 95다12453 판결(동지)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지한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2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고영구, 윤종현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5.2.10. 선고 93나6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관하여,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인데,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매매예약의 형식을 빌어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을 양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제3자는 당해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이익을 받는 자라 할 것이므로 위 부동산의 가등기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채무자가 아니라도 그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하여서만 시효이익을 원용할 수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당원 1991.3.12.선고 90다카27570 판결 참조). 그렇다면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가등기가 경료된 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가등기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고, 비록 시효원용 이전에 이미 피담보채권이 시효소멸된 담보가등기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들 앞으로 본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며, 가사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경료를 채무자의 채권자들에 대한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관계에 터잡아 위와 같은 취지의 판단을 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판결을 비난하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제2점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의 변제기는 당초 원심 인정과 같이 1979.5.30.이었으나 그 후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변제기한을 그 이후로 변경하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원심이 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하였다는 논지는, 원심에서 주장한 바 없이 상고심에 이르러 새로이 하는 주장으로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 [가등기말소등기등][집39(1)민,265;공1991.5.1.(895),1178] 【판시사항】 가.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고 그 토지 상에 타인이 건물 등을 축조하여 점유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뒤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면 위 지상권도 소멸되는지 여부(적극) 나. 추완항소에 대하여 직권으로 적법여부를 심리 판단할 것인지의 여부(적극) 다.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된 경우 그 가등기 이후에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가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그 가등기권자에 대하여 본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그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토지를 매수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고 그 토지 상에 타인이 건물 등을 축조하여 점유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다면 이는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이루어질 경우 그 부동산의 실질적인 이용가치를 유지 확보할 목적으로 전소유자에 의한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면 그 가등기와 함께 경료된 위 지상권 또한 그 목적을 잃어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추완항소에 대하여는 직권으로 그 추완항소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다.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면 그 가등기 이후에 그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그 가등기권자에 대하여 본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280조, 제281조 나. 민사소송법 제160조, 제383조 다. 민법 제214조, 제162조, 부동산등기법 제169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74.1.18. 자 73마651 결정 1991.2.26. 선고 90다카26997 판결(공1991,1087)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정제윤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영록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강기영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채홍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1990.7.13. 선고 88나35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피고 명의의 지상권이 입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고, 존속기간을 등기일인 1971.10.28.부터 15년으로 하고 있으나, 민법상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의 존속기간은 당사자가 이를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30년 보다 단축하지 못하므로, 위 지상권의 존속기간은 등기부상 기재에도 불구하고 2001.10.27.까지라고 판시하여, 위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그 지상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전민진으로부터 잡종지인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마치면서 그 토지상에 타인이 건물 등을 축조하여 점유,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상권을 설정하였다고 주장하고, 원고 또한 이를 원용하고 있는바, 이 사건 토지의 현황이나 지상권설정의 목적이 그 주장과 같다면, 이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이루어질 경우 그 부동산의 실질적인 이용가치를 유지, 확보할 목적으로 전 소유자에 의한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이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면 그 가등기와 함께 경료된 위 지상권 또한 그 목적을 잃어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토지의 현황이나 지상권 설정의 목적 등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그 지상권의 소멸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위 지상권이 등기부상의 표시대로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하여 그와 같이 판시하였음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지상권의 효력이나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제1심 판결은 1984.4.13.선고되고 그 무렵 패소한 피고에게는 그 판결이 공시송달 되었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그로부터 4년여가 경과된 1988.6.23.에 그 추완항소를 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심은 직권으로라도 그 추완항소의 적법여부에 관한 심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2.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면 그 가등기 이후에 그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청구로서 그 가등기권자에 대하여 본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를 명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원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그로 인한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최재호 윤관 김용준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배당이의][공1998.2.1.(51),403] 【판시사항】 [1] 전부 승소한 판결에 불복하여 상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소멸시효 주장을 원용할 수 있는 자의 범위 【판결요지】 [1]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 전부 승소한 원심판결에 대한 불복 상고는 상고를 제기할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2]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360조, 제392조[2] 민법 제162조,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6295 판결(공1996상, 1538) 대법원 1997. 5. 23. 선고 96다38612 판결(공1997하, 1859)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12276 판결(공1997하, 3571) [2] 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 12038)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7552 판결(공1991, 1269)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공1995하, 2761)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성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피고1의보조참가인】 유한회사 원당산업 【피고2의보조참가인】 피고2의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7. 5. 2. 선고 96나27171 판결 【주문】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모두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본다.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 전부 승소한 원심판결에 대한 불복 상고는 상고를 제기할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1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이와 같이 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전부 승소한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이 위 원고에 대하여 제기한 상고는 상고의 이익이 없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각하를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들 및 피고 보조참가인들의 원고 2, 원고 3에 대한 상고이유를 본다. 가. 제1점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음은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다(대법원 1979. 6. 26. 선고 79다407 판결, 1991. 3. 27. 선고 90다17552 판결,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등기담보권자인 피고들에게 부당하게 많은 금액을 배당한 반면 후순위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적은 금액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었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사건인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위 소외인에 대한 채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2 및 원고 3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인 위 소외인은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래 무자력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들로서는 위 소외인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 소외인을 대위하여 위 소외인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도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원고들이 무자력 상태에 놓인 위 소외인을 대위하여 위 소외인의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취지로 보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 및 변론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제2, 3점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1 및 풍림지업 주식회사의 소멸시효 중단 및 소멸시효의 이익 포기 주장을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석명권 불행사, 소멸시효 중단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다. 제4점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의 채권은 모두 변제되었을 뿐 아니라, 위 피고는 판시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경매법원에 가등기권리자로서의 권리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변제 및 채권신고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라. 제5점에 대하여 논지는 가등기의 설정은 가압류, 가처분보다 훨씬 강력한 채권 보호 장치인데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가압류, 가처분을 포함시키면서 가등기의 설정을 제외한 민법 제168조는 헌법상의 평등권 내지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들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다른 사유를 들어 다투었을 뿐 채무자인 위 소외인이 자기 소유의 판시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들 앞으로 가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위 소외인의 피고들에 대한 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 바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으므로 가등기 설정을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명시하지 아니한 민법 제168조가 헌법상의 평등권 내지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결론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여 논지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에 담보 목적의 가등기를 설정하여 주는 것은 민법 제168조 소정의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상의 평등권이나 재산권 보장 조항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원고 1에 대한 상고를 모두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며,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천경송 지창권(주심) 신성택 |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64752 판결 [대여이자금][공2016하,910] 【판시사항】 [1]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한 경우, 약정이 경개인지 준소비대차인지 판단하는 기준 [2] 학교법인이 이사회의 심의·의결 없이 한 학교법인 재산의 취득·처분행위나 관할청의 허가 없이 한 의무부담행위의 효력(무효) 및 학교법인이 의무부담행위를 추인한 경우, 효력이 생기는지 여부 (소극) [3] 선행자백의 성립요건 /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한 당사자가 상대방의 원용이 있기 전에 자인한 진술을 철회한 경우, 자인사실이 소송자료에서 제거되는지 여부 (적극) [4] 학교법인의 피용자가 업무집행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와 감독청의 허가 없이 타인에게서 금원을 차용하거나 의무부담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학교법인이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1] 경개나 준소비대차는 모두 기존채무를 소멸하게 하고 신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인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경개의 경우에는 기존채무와 신채무 사이에 동일성이 없는 반면, 준소비대차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한 경우 약정을 경개로 볼 것인가 준소비대차로 볼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성을 상실함으로써 채권자가 담보를 잃고 채무자가 항변권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이 스스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준소비대차로 보아야 한다. [2] 학교법인의 재산의 취득·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사항이고(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학교법인이 의무의 부담을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의 심의·의결 없이 학교법인 재산의 취득·처분행위를 하거나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관할청의 허가 없이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는 효력이 없고, 학교법인이 나중에 의무부담행위를 추인하더라도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3] 재판상 자백의 일종인 이른바 선행자백은 당사자 일방이 자진하여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상의 진술을 한 후 상대방이 이를 원용함으로써 사실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의 주장이 일치함을 요하므로 일치가 있기 전에는 전자의 진술을 선행자백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일단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한 당사자도 그 후 상대방의 원용이 있기 전에는 자인한 진술을 철회하고 이와 모순되는 진술을 자유로이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앞의 자인사실은 소송자료에서 제거된다. [4] 학교법인의 피용자가 업무집행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와 감독청의 허가 없이 타인에게서 금원을 차용하거나 의무부담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학교법인은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500조, 제605조 [2] 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제28조 제1항 [3] 민사소송법 제288조 [4] 민법 제756조, 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제28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다37669 판결(공2007상, 196) [2] 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다2344 판결(공2000하, 2090) [3] 대법원 1986. 7. 22. 선고 85다카944 판결(공1986, 1093) [4]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다44642 판결(공1999상, 107) 【전 문】 【원고, 상고인】 성우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최우영 외 9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신흥학원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병수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4. 8. 20. 선고 2013나50604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사회복지법인 신흥복지재단, 피고 3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피고 학교법인 신흥학원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시 제1, 2 소비대차계약은 단순히 그 판시 제1, 2 도급계약에 따른 미지급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방법을 새롭게 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공사대금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롭게 원고의 피고 학교법인 신흥학원(이하 ‘피고 신흥학원’이라 한다)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발생시키기로 하는 준소비대차의 경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 2 소비대차계약에 관하여 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제1호 및 제28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의 결의와 관할청의 허가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제1, 2 소비대차계약은 피고 신흥학원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피고 3의 원고에 대한 제1, 2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연대보증채무 역시 보증채무의 부종성 원칙에 따라 무효라고 보아, 원고의 피고 신흥학원, 피고 3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였다. 나. 경개나 준소비대차는 모두 기존채무를 소멸하게 하고 신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인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경개의 경우에는 기존채무와 신채무 사이에 동일성이 없는 반면, 준소비대차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을 경개로 볼 것인가 준소비대차로 볼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라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성을 상실함으로써 채권자가 담보를 잃고 채무자가 항변권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이 스스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준소비대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다3766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제1, 2 소비대차계약은 제1, 2 도급계약에 따른 미지급 공사대금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변제기와 이자율을 새롭게 정하고 피고 3이 위 각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는 하였으나, 주된 목적은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한 것인 데다가 미지급 공사대금을 그대로 대여금액으로 정하여 주된 급부에는 전혀 변경이 없는 점, ② 제1, 2 도급계약에는 공사대금의 지급을 연체할 경우의 지연이자에 관한 약정이 없기는 하나, 그러한 약정이 없더라도 법정지연손해금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제1, 2 소비대차계약의 체결로 이자율에 변경은 있을지언정 새롭게 이자를 부담시킨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점, ③ 피고 3이 연대보증을 하였다거나 대여금에 대한 이자율 및 변제기를 정하고 변제일 이후의 연체이자율에 대하여 가산 금리까지 적용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사정은 경개의 요건인 채무의 요소, 즉 채무의 중요한 부분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민법 제500조 참조) 등에 비추어, 제1, 2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신채무는 기존채무와 동일성이 없다고 볼 수 없어, 이는 준비소대차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 한편 학교법인의 재산의 취득·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사항이고(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 학교법인이 의무의 부담을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법 제16조 제1항에 의한 이사회의 심의·의결 없이 학교법인 재산의 취득·처분행위를 하거나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할청의 허가 없이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에 그 행위는 효력이 없고, 학교법인이 나중에 그 의무부담행위를 추인하더라도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다234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제1, 2 소비대차계약의 기초가 된 제1, 2 도급계약은 학교법인의 재산의 취득·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 및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 신흥학원은 제1, 2 도급계약 체결 당시 관할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음을 자인하고 있고, 기록상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음을 인정할 자료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제1, 2 도급계약은 무효이고, 그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제1, 2 소비대차계약 역시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심이 제1, 2 소비대차계약의 성질을 경개로 본 다음, 곧바로 이사회의 결의와 관할청의 허가 없이 체결된 제1, 2 소비대차계약을 무효라고 판시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원고의 피고 신흥학원, 피고 3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립학교법상 이사회의 결의 및 관할청의 허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의 피고 사회복지법인 신흥복지재단(이하 ‘피고 신흥복지재단’이라 한다) 및 피고 3에 대한 주위적 청구와 관련하여, 청구금액 106,367,208원 중 43,320,860원이 변제되었다고 인정한 뒤, 위 피고들은 원심판시 제3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자 및 지연손해금으로 63,046,348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재판상 자백의 일종인 이른바 선행자백은 당사자 일방이 자진하여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상의 진술을 한 후 그 상대방이 이를 원용함으로써 그 사실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의 주장이 일치함을 요하므로 그 일치가 있기 전에는 전자의 진술을 선행자백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일단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진술한 당사자도 그 후 상대방의 원용이 있기 전에는 그 자인한 진술을 철회하고 이와 모순되는 진술을 자유로이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앞의 자인사실은 소송자료로부터 제거된다(대법원 1986. 7. 22. 선고 85다카94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3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청구금액 중 43,320,860원을 변제받은 사실을 자인하였다가 이를 철회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피고 신흥복지재단, 피고 3이 원고의 위 철회 전에 이를 원용하였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 위 돈을 변제하였다는 사실을 항변으로 주장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돈이 변제된 것으로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재판상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변론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제1, 2 소비대차계약 및 제1, 2 도급계약이 무효일 경우를 전제로 피고 신흥학원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은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제1, 2 소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피고 신흥학원과 원고 사이의 관련 공사계약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달리 원고와 피고 신흥학원 사이의 제1, 2 도급계약을 무효로 볼 만한 어떠한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학교법인의 피용자가 그 업무집행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와 감독청의 허가 없이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거나 의무부담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학교법인은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다44642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1, 2 도급계약과 그에 기한 제1, 2 소비대차계약이 모두 무효인 이상, 피고 신흥학원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될 여지가 없지 아니하므로, 원심은 이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1, 2 도급계약을 무효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나머지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사립학교법 및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신흥복지재단, 피고 3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피고 신흥학원에 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
상대적 효력설을 따르는 경우, 형성적 원용은 소송절차 내에서는 물론 소송 외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15) 형성적 원용은 소송에서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형성적 원용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취소권(민법 제141조) 및 해제권 행사의 의사표시도 소송 외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외에서 형성적 원용을 한 경우, 형성적 원용은 이에 대한 사실상의 진술(과거에 형성적 원용이 있었다는 내용의 소송상 진술)보다 시간적으로 앞서게 된다. 반면 소송절차에 이르러 비로소 형성적 원용을 하는 경우, 형성적 원용과 이에 대한 사실상의 진술은 외관상 하나의 행위에 의해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다. 16) 예를 들어, 피고가 원고가 출석한 변론기일에서 ‘소구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라는 진술을 하면 이는 형성적 원용인 동시에 ‘형성적 원용이 있었다’는 사실상의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진술은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로서도 기능한다. 즉, 하나의 진술에 의해 형성권의 행사, 그 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주장, 그 행사의 효과에 대한 법률상의 주장, 3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17)
15) 강구욱, 위의 논문, 71면; 장석조, 위의 논문, 47면. 16) 이처럼 소송절차에서 실체법상의 형성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그 행사 사실을 공격방어방법으로 제출하는 경우, 형성권 행사의 법적 성질에 대해 병존설, 신병존설, 소송행위설, 양성설이 대립하는데, 외관상 1개의 행위로 보이지만 사법상의 의사표시(사법행위. 상계의 경우에는 소송행위의 유효 조건부 사법행위)와 ‘위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법원에 대한 사실상의 진술(소송행위)이라는 두 가지 행위가 함께 존재한다고 보는 신병존설이 다수설과 판례(대법원 1982. 5. 11. 선고 80다916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다3329 판결)의 입장이다(이시윤, 위의 책, 392면). 강명선, 위의 논문, 356면; 장석조, 위의 논문, 56면은 병존설(상계의 경우를 제외하면 신병존설과 동일하다)에 의하면 시효원용권을 행사한다는 의사표시를 준비서면에 기재하고 이를 변론에서 주장한 경우, 사법행위와 소송행위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민법상의 도달주의원칙에 따라 원용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준비서면이 송달되거나 출석한 당사자에게 원용권을 행사했을 때) 그 행사의 사법상 효과가 발생하고, 소송행위로서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은 법원에 대한 소송행위로서 변론기일에 진술(또는 진술간주)되었을 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17) 소멸시효는 소급효가 있는 점(민법 제167조), 시효원용권은 제척기간에 걸리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한 점(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인 제척기간을 이유로 시효소멸을 부정하여 오히려 법적 불안정 상태를 야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장석조, 위의 논문, 48면), 시효완성 후 시효중단 사유가 발생하여도 이미 발생한 시효원용권이 소멸하지 않는 점(이러한 점에서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한 해제권 발생 후 채무의 이행이나 이행제공이 있으면 해제권이 소멸하는 것과 다르다)에 비추어 보면, 소송 외에서 형성적 원용을 한 후 그 사실을 소송에서 진술하는 것과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형성적 원용을 하는 것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
대법원 1982. 5. 11. 선고 80다91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집30(2)민,1;공1982.7.15.(684) 560] 【판시사항】 매매계약해제를 원인으로 한 계약금반환청구의 소의 취하와 계약해제권 행사의 효력 【판결요지】 소제기로써 계약해제권을 행사한후 그뒤 그 소송을 취하하였다 하여도 해제권은 형성권이므로 그 행사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543조 【참조판례】 대법원 1969.1.28. 선고 68다626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성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명묵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0.3.14. 선고 79나11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 김주용의 상고이유 제3점 및 같은 채명묵의 상고이유 제2점(피고 소송대리인 정태원, 채명묵의 상고이유 보충서는 기한도과 후에 제출된 것이므로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만)을 함께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77.6.14 피고로부터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대금 1,750만원에 매수하면서 그날 계약금 150만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중도금 300만원은 그해 6.25에, 잔대금 1,300만원 중 금 435만원은 그해 7.20에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과 동시에, 금100만원은 그해 9.14에, 나머지 잔대금 765만원은 1978.3.30 위 부동산의 명도와 동시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중도금 지급기일인 그해 6.25보다 며칠 후인 그달 30. 피고에게 중도금 300만원을 이행 제공하였으나 피고가 그 수령을 거절하여 그해 7.5 위 금 300만원을 변제 공탁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하여 이 사건 계약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므로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을 제3호증의 1,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1978.5.23 서울민사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금의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던 사실은 엿볼 수 있으나, 한편 을 제3호증의 5의 기재에 변론의 취지를 모아보면 원고는 당시 피고가 이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므로 피고의 해약 주장을 가정하여 그 소를 제기하였으나 그후 소송 계속중 1978.8.29 그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취하하고 계약의 본지에 따른 이행을 구하기 위하여 이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어 피고의 위 항쟁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원고가 피고에게 중도금 300만원을 이행 제공하여도 피고가 그 수령을 거절하여 변제 공탁한 사실은 원심이 확정하고 있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1977.7.9 원고의 중도금 지급 지체를 이유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통고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는 피고가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로 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채무이행을 최고할 필요없이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라 할 것인바, 을 제 3 호증의 1,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1978.5.23 피고를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에 피고가 잔금 수령을 거절하고 계약을 위약하였다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금의 배액인 금300만원 중 금 150만원의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음이 뚜렷하므로 원고의 위 소 제기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존속과는 양립할 수 없는 위약금의 지급 청구를 하고, 그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69.1.28. 선고 68다626판결 참조)해제권은 형성권이므로 비록 그 후에 원고가 그 소송을 취하하였다 하여 위 해제권 행사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의 전소 제기를 피고의 해약주장을 가정하여 제기하였다가 이를 다시 취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계약해제의 항변을 배척하였음은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원심판결은 다른 논점을 살필 것 없이 이 점에서 파기를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중서(재판장) 강우영 이정우 신정철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다3329 판결 [물품대금등][공2013상,739] 【판시사항】 소송상 방어방법으로서 상계항변이 있었으나 소송절차 진행 중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수동채권의 존재에 관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상계항변의 사법상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소송상 방어방법으로서의 상계항변은 수동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행하여지는 일종의 예비적 항변으로서 당사자가 소송상 상계항변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상호양해에 의한 자주적 분쟁해결수단인 조정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소송절차 진행 중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수동채권의 존재에 관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소송절차에서 행하여진 소송상 상계항변의 사법상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492조, 민사조정법 제28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장산아이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종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나우스넷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정 담당변호사 손환필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12. 14. 선고 2010나476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상 방어방법으로서의 상계항변은 그 수동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행하여지는 일종의 예비적 항변으로서 당사자가 소송상 상계항변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상호양해에 의한 자주적 분쟁해결수단인 조정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소송절차 진행 중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수동채권의 존재에 관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소송절차에서 행하여진 소송상 상계항변의 사법상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조정조서에 인정되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은 소송물인 권리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만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소송절차 진행 중에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어 조정이 성립한 경우 소송물 이외의 권리관계에도 조정의 효력이 미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권리관계가 조정조항에 특정되거나 조정조서 중 청구의 표시 다음에 부가적으로 기재됨으로써 조정조서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소송물인 권리관계가 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다7873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 중 1/2 상당을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는 손해부담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709,050,000원의 손해배상금을 구하는 관련소송을 제기한 사실, 그러자 원고는 손해부담약정의 효력 및 손해의 범위를 다투는 한편, 예비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 구하는 152,091,039원의 대금 채권(이하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이라 한다)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청구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 사실, 그 후 위 관련소송에서 2009. 6. 16.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2009. 8. 31.까지 330,000,000원을 지급하되, 지급을 지체할 경우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며, 피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관련소송에서 상계항변을 할 당시 그 수동채권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이 적어도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액보다는 많았다고 할 것이고,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 상계적상 시에 소급하여 쌍방의 채권액이 대등액에서 소멸하므로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은 원고의 위 관련소송에서의 상계항변으로 인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 중 그 대등액에서 함께 소멸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위 상계항변까지 고려하여 조정조항을 도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관련소송에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될 것에 대비하여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예비적 상계항변을 하였다고는 하나 그 소송절차 진행 중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수동채권인 피고의 청구채권에 대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상 원고의 위 상계항변은 그 사법상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은 관련소송의 소송물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조정조서의 조정조항에 특정되거나 청구의 표시 다음에 부가적으로 기재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조정조서의 효력이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에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상계의 의사표시가 소송 외에서 이루어진 경우나 소송 중에 이루어진 경우나 구별 없이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는 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함으로써 바로 효력이 생긴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미지급대금 채권이 상계로 소멸하였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상계항변까지 고려한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잘못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송절차 진행 중 조정이 성립된 경우 당해 소송절차에서 제출된 상계항변의 사법상 효과 및 소송물 이외의 권리관계에 관한 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 |
3. 본 논문의 전개 방식
이하에서는 소멸시효에 관한 세 가지 진술(형성적 원용, 이에 대한 사실상의 진술,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하나씩 검토하여18) 위 셋 중 어느 것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위 세 가지 진술이 없더라도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법원은 - 판례와 일반적인 학설의 입장과 달리- 시효소멸을 이유로 청구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
형성적 원용과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요건이 아니라는 점은 절차법상의 변론주의와 관계가 있고(이와 관련하여, 아래 Ⅱ항에서는 변론주의에 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형성적 원용이 있었다는 사실상의 진술이 요건이 아니라는 점은 실체법상 절대적 효력설과 상대적 효력설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와 관계가 있다.
18) 논리전개의 편의상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부터 먼저 검토한다. |
Ⅱ. 소멸시효항변의 의미와 주장책임
1. 항변의 의미
민사소송에서 본안의 항변19)(이하에서 ‘항변’이라는 용어는 본안의 항변을 의미한다)이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기 위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원인(사실)이 진실임을 전제로 이와 양립가능한 별개의 사실에 대하여 하는 ‘사실상의’ 진술을 의미한다.20) 여기서 청구원인이란 원고가 청구취지로 주장한 권리의 발생근거가 되는 규정(권리발생규정)21)의 요건사실22)인 권리발생사실을 말한다.23)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의 규정에는 권리발생규정 외에도 권리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권리장애규정,24) 이미 발생한 권리를 소멸시키는 권리소멸규정, 권리행사를 일시적으로 저지하는 권리저지규정25)이 있는데.26) 권리장애규정⋅권리소멸규정⋅권리저지규정을 반대규정이라고 한다.27) 반대규정의 요건사실 중 권리장애규정의 요건사실은 권리장애사실, 권리소멸규정의 요건사실은 권리소멸사실, 권리저지규정의 요건사실은 권리저지사실이라고 한다. 항변은 피고가 이러한 반대규정의 요건사실, 즉 항변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다.28) 따라서 항변의 내용은 항변사실(반대규정의 법률효과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이지 이로 인한 법률효과가 아니다.
19) 소송상 항변에는 본안전 항변(소가 소송요건의 흠결로 인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과 본안의 항변이 있다. 20) 김홍엽, 민사소송법 제7판, 2018년, 478면; 이시윤, 위의 책, 388면. 소송상의 항변은 실체법상의 항변권(동시이행의 항변권 등)과 구별된다. 후자는 상대방의 청구에 대한 이행거절권임에 반해, 전자는 소송절차에서 피고의 방어방법인 사실상의 진술이다(이시윤, 위의 책, 388면). 21) 이시윤, 앞의 책, 544면은 권리근거규정의 예로 물권적 청구권, 계약, 채무불이행, 사무관리, 부당이득, 불법행위의 규정을 든다. 22) 대체로 민법의 규정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일정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는 방식을 취한다(김준호, 민법총칙 제12판, 법문사, 2018년, 196면). 예를 들어,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의 요건(고의나 과실, 손해의 발생 등)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서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소멸시효 완성의 요건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서 손해배상채권이 소멸하도록 규정한다. 위의 일정한 효과가 법률효과인데,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권리의 변동(발생, 변경, 소멸)으로 나타난다. 위의 일정한 요건을 법률효과의 발생요건(법률요건, 구성요건)이라고 하며(김준호, 앞의 책, 197면은 법률효과를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것을 “법률요건”이라고 하고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개개의 사실을 “법률사실”이라고 한다), 법률효과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요건사실이라고 한다(박태신, “민사소송에서 요건사실에 관한 연구 -요건사실의 기능을 중심으로-”, 홍익법학, 제17권, 제1호,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년, 333면; 사법연수원, 요건사실론, 2019년, 3면). 일부 학자는 요건사실을 ‘법률효과의 발생요건’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나, 본 논문에서는 법률효과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23) 이시윤, 위의 책, 270면. 안철상⋅조병구⋅정기상, 실무중심 요건사실 민사소송 제2판, 도서출판 유로, 2016년, 34면은 청구원인을 “원고가 심판의 대상인 소송물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실체법상의 권리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이라고 정의한다. 24) 민법 제103조, 제104조, 제108조 등. 25) 민법 제320조 제1항, 제536조 제1항 등. 26)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의 규정이 위 4가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민법 제168조 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이라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만, 이는 위 4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다. 27) 김홍엽, 위의 책, 479면; 이시윤, 위의 책, 544면. 28) 김홍엽, 위의 책, 479면; 이시윤, 위의 책, 389면. 통상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청구취지에 나타난권리를 주장하는 자는 원고이고 이를 다투는 자는 피고이므로 청구원인은 원고가, 항변사실은 피고가 주장한다. |
예를 들어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에서 소비대차계약체결 사실, 금전인도 사실,29) 변제기 도과 사실30)은 권리(반환청구권)발생사실31)로서 청구원인이 되고,32) 대여금반환 사실은 청구원인과 양립가능한 권리소멸사실로서 항변사실이 된다. 그리고 대여금반환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변제항변이다. 피고가 대여금반환이라는 사실상의 주장과 더불어 이로 인해 원고의 대여금채권이 소멸되었다는 법률상의 주장을 하는 경우, 위 사실상의 주장만이 항변에 해당하고 대여금채권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는 변제항변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33)
29) 사법연수원, 위의 책, 53면은 소비대차는 낙성계약이므로 목적물의 인도 사실을 청구원인으로 주장⋅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경우 계약체결 사실과 인도 사실을 합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원을 대여한 사실’이라고 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민법 제603조 제1항은 “차주는 약정시기에 차용물과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의 물건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반환”이라는 말은 차주에게 차용물이 인도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목적물 인도 사실도 청구원인사실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0) 소비대차계약은 대차형 계약으로서 목적물을 일정 기간 차주에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므로 반환시기에 대한 약정은 계약의 불가결한 요소로서 청구원인사실이 된다(사법연수원, 위의 책, 53면). 31) 권리근거규정은 민법 제598조, 제603조이다(최진수, 요건사실과 주장증명책임, 진원사, 2018년, 713면). 32) 사법연수원, 위의 책, 53면; 최진수, 위의 책, 713면. 33) 실무상 항변사실을 주장하면서 그로 인한 법률효과도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에도 항변사실을 주장하는 부분만이 항변이고, 위 법률효과 주장은 항변에 해당되지 않는다. |
이와 같은 구조를 소멸시효항변에 적용해 보면, 절대적 소멸설을 따를 경우에는 특정 시점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사실,34) 그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한 사실(이하 이 두 가지 사실35)을 ‘시효완성 사실’이라고 한다)이 항변사실(권리소멸사실로서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 된다.36) 그리고 상대적 소멸설을 따를 경우에는 ‘형성적 원용이 있었고 상대방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이 항변사실에 추가된다.37) 반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에 의하더라도 항변에 해당하지 않는다.
34)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특정시점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실’이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단순한 사실관계를 넘어 법적 판단을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35) 법적 판단이 배제된 구체적 사실을 의미한다. 36) 사법연수원, 위의 책, 64면. 한편 최진수, 위의 책, 81, 82면은 절대적 효력설을 취하면서도 원용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라고 한다(절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권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기에서의 ‘원용권 행사의 의사표시’는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건사실은 실체법상 법률효과의 발생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의미하는데,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시효소멸이라는 실체법상 법률효과의 발생요건이 아니므로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 될 수 없다. 이는 설령 아래의 판례의 입장과 같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에도 변론주의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변론주의 때문에 법원이 어떤 실체법상의 법률효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그 요건사실을 주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요건사실의 ‘주장’이 위 법률효과의 요건사실이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이(예를 들어, 소송에서 매매대금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에 의해 요건사실인 매매계약체결 사실이 주장되어야하지만 매매계약체결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매매대금청구권 발생의 요건사실은 아니다), 설령 절차법적 이유 때문에 시효소멸이 인정되기 위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만으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37) 강명선, 위의 논문, 355면; 장석조, 위의 논문, 62면. |
2. 주장책임의 적용범위
변론주의는 소송자료, 즉 사실자료와 증거자료의 수집⋅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입장으로서 민사소송의 원칙이다.38) 변론주의의 내용 중 하나인 사실자료의 제출책임 (주요사실39)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해야만 법원이 이를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어떤 주요사실이 주장되지 않으면 법원은 그 주요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법률판단을 하는데, 이로 인한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이 객관적 주장책임(이하 ‘주장책임’이라고만 한다40))이다. 소송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효과를 가져오는 법규의 요건사실에 대해 증명책임을 지고(통설⋅판례의 입장인 법률요건분류설), 주장책임의 분배기준은 증명책임의 분배기준과 동일한 것이 원칙이므로, 원고는 청구원인사실에 대하여, 피고는 항변사실에 대하여 주장⋅증명책임을 진다.41)
38) 강현중, 민사소송법 제16판, 박영사, 2004년, 413면; 김홍규⋅강태원, 민사소송법 제3판, 삼영사, 2014년, 372면; 김홍엽, 위의 책, 404면; 이시윤, 위의 책, 326면; 최성호, “변론주의의 근거와 적용범위에 관한 검토”, 홍익법학, 제12권 제3호, 2011년, 85면; 호문혁, 민사소송법 제13판, 법문사, 2016년, 389면; 홍기문, 민사소송법 제7판, 대명출판사, 335면. 39) 원칙적으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법규의 요건사실이 곧 주요사실이라는 것이 판례와 통설의 입장인 법규기준설이다.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한 주요사실만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여기서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61646 판결은 “주요사실(요건사실)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일반적으로 변론주의는 주요사실에만 적용되고 간접사실(주요사실을 추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실)과 보조사실(증거능력이나 증거가치에 관한 사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나, 변론주의의 내용 중 증거의 제출책임도 주요사실에만 적용되는지는 의문이다. 간접사실이나 보조사실에 대하여도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석현수, “민법상 요건사실에 관한 소고”, 법학연구 27권 2호,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년, 157면). 40) ‘주장책임’이라는 용어는 ‘사실자료의 제출책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41)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 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8.03.13. 선고 97다45259 판결). |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매매대금반환][집31(6)민,80;공1984.2.1.(721) 168] 【판시사항】 가. 심판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의 의미 나. 유권대리에 관한 주장 가운데 표현대리의 주장이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한 주요사실만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여기서 주요 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 나. 유권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수여한 대리권의 효력에 의하여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표현대리에 있어서는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특히 거래상대방 보호와 거래안전유지를 위하여 본래 무효인 무권대리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미치게 한 것으로서 표현대리가 성립된다고 하여 무권대리의 성질이 유권대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므로, 양자의 구성요건 해당사실 즉 주요사실은 다르다고 볼 수 밖에 없으니 유권대리에 관한 주장 속에 무권대리에 속하는 표현대리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가.민사소송법 제188조 나. 민법 제114조, 제129조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항준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83.6.17. 선고 82나160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소에서의 원고주장 사실은 원고는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고 동인에게 그 대금을 완급하였는데 그후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매매대금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위 소외인의 매도행위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한바없음이 명백한 바, 원심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기 전에 이미 피고는 위 소외인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의 매매에 관한 대리권 위임을 해지하였으므로 위 소외인의 매도행위는 대리권 소멸후의 무권대리 행위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원고가 소외인에게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은 것이 무과실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논지는 소외인이 피고의 대리인이라는 원고주장 가운데에는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아래 원심의 위와 같은 후단 판단부분은 표현대리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한 주요사실만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여기에서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하는 것인바, 대리권에 기한 대리의 경우나 표현대리의 경우나 모두 제3자가 행한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유권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수여한 대리권의 효력에 의하여 위와 같은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표현대리에 있어서는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특히 거래상대방 보호와 거래안전 유지를 위하여 본래 무효인 무권대리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미치게 한 것으로서 표현대리가 성립된다고 하여 무권대리의 성질이 유권대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므로, 양자의 구성요건 해당사실 즉 주요사실은 서로 다르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권대리에 관한 주장 가운데 무권대리에 속하는 표현대리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수 없으며, 따로이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은 나아가 표현대리의 성립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당원 1964.11.30. 선고 64다1082 판결의 견해는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원고는 원심변론 종결시까지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을 한바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소외인이 무권대리인이라고 판단한 이상 더 나아가 표현대리의 성립여부까지 판단한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필경 표현대리에 관한 원심판단부분은 불필요한 부분으로서 이 부분에 소론과 같이 입증책임을 전도한 허물이 있다고 하여도 판결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겠으니 위 논지는 이유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를 살펴보면 원심판결이 피고의 소외인에 대한 이 사건 건물분양대리권 위임계약은 원고와의 이 사건 매매계약이전에 이미 해지되었다고 인정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반한 위법이 없으니 원심판결에 적법한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이유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이일규 김중서 정태균 강우영 이성렬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6164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사소송절차에서 법원의 심판 대상 및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은 주요사실(요건사실)을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갑이 을 주식회사의 보험모집인인 병의 권유에 따라 다른 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을 회사와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병의 잘못된 설명에 기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으로 을 회사에 대하여는 납부한 보험료 상당액, 병에 대하여는 종전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 상당액 등의 각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구하지 않았음에도 병이 지급할 손해배상금으로서 종전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을 넘는 금액을 인정하거나,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관한 아무런 주장이 없었음에도 을 회사와 병에게 연대하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에 관한 판례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3조 [2] 민사소송법 제203조,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민법 제750조,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다카550 판결(공1982, 557)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69531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3323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다24163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원대희)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1. 7. 1. 선고 2010나226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의 보험모집인인 피고 2의 권유에 따라 2008. 7.경 원고의 남편 소외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2008. 7. 14. 피고 회사와, 원고, 소외인 및 원고의 아들 2명을 피보험자로 하는 4건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컨버전스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그 보험료로 7,288,960원을 납부했다. 나.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은 해지 당시 52개월분의 보험료가 납부된 상태였고, 원고는 해약환급금으로 8,151,657원을 지급받았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소장에서,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은 피고 2의 잘못된 설명에 기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으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료 상당인 7,288,960원, 피고 2에 대하여는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 상당인 5,779,143원[= 13,930,800원(= 267,900원 × 52개월) - 8,151,657원]과 위자료 100만 원 합계 6,779,143원의 각 지급을 구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 2에 대한 위자료 100만 원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금액을 모두 인정하여, 원고에게, 피고 회사는 7,288,960원, 피고 2는 5,779,143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피고들만 항소하였고,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피고 2의 불충분한 설명으로 인해 이 사건 보험계약의 성격, 보험료 중 보장보험료와 적립보험료의 구성 비율 및 만기환급금의 규모 등에 관하여 잘못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 2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권유행위가 없었더라면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에게, 피고 2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위와 같은 교부·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보험모집인인 피고 2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원고가 해지 당시까지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보험료로 낸 금액 중 만기에 환급되는 적립보험료 부분은 11,596,000원(= 223,000원 × 52개월)이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0,733,303원[= 보험료 7,288,960원 + 손실금 3,444,343원(= 11,596,000원 - 8,151,65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회사는 피고 2와 각자 손해배상금 10,733,303원 중 그 범위 내로서 원고가 구하는 7,288,960원, 피고 2는 피고 회사와 각자 손해배상금 10,733,303원 중 그 범위 내로서 원고가 구하는 5,779,143원 및 각 금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민사소송절차에서 심판의 대상은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특정되고 한정되므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03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3323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다24163 판결 등 참조). 또한 주요사실(요건사실)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다카550 판결,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69531 판결 등 참조). 나. 원고가 제출한 소장을 보면 이 사건 손해배상을 구하는 근거 법령으로 민법 제750조나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 등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료 상당액인 7,288,960원, 피고 2에 대하여는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 5,779,143원과 위자료 100만 원 합계 6,779,143원의 지급을 개별적으로 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원고는 제출한 서면이나 변론기일 진술 등을 통해 피고들의 손해배상채무가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다고 주장한 적이 전혀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2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배척하고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은 제1심판결보다 줄어든 3,444,343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피고 2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금액에, 위 3,444,343원을 넘는 금액으로서 원고가 피고 2에 대하여 구하지도 않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료 상당액을 일부[2,334,800원(= 5,779,143원 - 3,444,343원)] 포함시켰다. 라. 또한 이 사건 청구취지는 피고들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각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것일 뿐 아니라 피고들의 손해배상채무가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지에 관하여 원고가 아무런 주장을 한 바 없고, 원심도 피고 2는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는 이와 별도로 이 사건 보험료 상당액에 대하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손해배상을 명함에 있어서는 피고들의 위 손해배상채무가 왜 부진정연대채무가 되는지 그 이유나 근거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피고들에게 각각 다른 공동피고와 연대하여(=각자)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마. 원심이 위와 같이 원고가 구하지 않았음에도 피고 2가 지급할 손해배상금으로서 위 삼성리빙케어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한 손실금을 넘는 금액을 인정하거나,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관한 아무런 주장이 없었음에도 피고들에게 다른 공동피고와 연대하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에 관한 판례를 위반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1998.4.15.(56),1023] 【판시사항】 [1] 소프트웨어 개발·공급계약의 법적 성질과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2]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 주장·입증책임의 분배 【판결요지】 [1]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통상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수급인이 그 일을 완성하면 미리 확정된 용역의 대가를 전액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성질상 반드시 정액급의 보수 지급방식을 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계약의 구체적인 약정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지급의 방식을 달리하여 실제로 투입한 인력의 실적에 따라 용역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할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계약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이므로 먼저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정부투자기관회계규정 제23조 제2항,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제8조, 구 기술용역육성법(1992. 11. 25. 법률 제450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2] 민사소송법 제188조, 제26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공1994상, 1320) 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공1995하, 2239)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7932 판결(공1996하, 2671)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공1996하, 3422) 【전 문】 【원고,상고인】 사단법인 한국교통문제연구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진 외 4인) 【피고,피상고인】 한국도로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범수)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7. 8. 29. 선고 96나7153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서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FTMS)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관리에 관한 기술용역을 총 대가 금 3,800,000,000원, 총 기간 600일로 각 정하여 수행하되 그 개별계약은 전체 공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체결하기로 하고, 1992. 12. 24. 계약금액은 금 32,699,000원,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같은 해 12. 28.까지로 하는 내용의 제1차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위 제1차 계약일에 캐나다의 교통관리시스템 전문회사인 델칸(Delcan)사와 사이에 위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관리에 필요한 기술용역을 미화 2,300,000불에 제공받기로 하는 기술용역업무협정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위 제1차 용역이 완료된 후 피고와 사이에 1993. 1. 29. 계약금액은 금 2,490,000,000원,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같은 해 12. 30.까지로 하는 내용의 제2차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1993. 3. 3. 선급금으로 금 249,000,000원을, 같은 해 5. 10. 제1차 기성금으로 금 418,792,000원을, 같은 해 9. 14. 2차 기성금으로 금 896,806,000원을, 같은 해 말 준공에 따른 잔금으로 금 925,402,000원을 각 지급하여 위 계약금액 전액을 지급한 사실, 원·피고가 위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수행업체 선정과정에서 이미 배포된 용역입찰 유의서, 현장설명서 등과 피고가 미리 마련하여 시행하여 오던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 및 용역계약 특수조건 등을 계약내용의 일부로 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위 기술용역계약 일반조건에서는 ① 계약문서를 구성하는 산출내역서는 용역대가의 지급기준으로 계약문서의 효력을 가지며(제6조), ② 피고 관계 직원은 용역의 완성이나 기성 부분의 검사에 있어서 원고의 계약이행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계약에 위반되거나 부당함을 발견한 때에는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여야 하도록 정하고 있고(제10조 제3항), 한편 용역계약 특수조건에서는 ① 장기계속계약의 경우에는 부기한 총 용역의 낙찰금액에서 이미 계약된 금액을 공제한 범위 안에서 계약을 체결하며 그 계약금액은 총 용역의 계약단가에 의하여 결정하고(1988. 1. 1.부터 시행된 용역계약 특수조건의 제6조), ② 피고는 계약의 수행에 있어서 원고의 행위, 계약위반 또는 성능저하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실(비용, 부담, 지출금)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모든 돈으로부터 공제하거나 청구함으로써 이를 변제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System Management 용역계약 특수조건의 제3조 제1항), 또한 현장설명서에는 참여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에 나타난 시행계획, 근무일정표(manning-schedule) 등 제반 사항은 계약시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1992. 10.경 원고에게 교부된 과업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 세부지침에는 "외국인이 본 과업에 참여하는 경우 한국 상주를 원칙으로 하며 본국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홈 오피스(home-office) 근무가 불가피할 시 홈 오피스 근무에 대한 인력계획을 제안서상에 상세히 작성하여야 하며 계약 후에도 홈 오피스 근무 요청서를 피고 감독원에게 제출, 승인을 받아야 홈 오피스 근무가 가능함"이라고 기재된 사실, 과학기술처장관이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제8조에 의하여 제정·고시한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학기술처고시 제89-3호)에 의하면,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직접인건비·직접경비·제경비 및 기술료의 합계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직접인건비는 개발되는 소프트웨어의 크기 및 난이도 등에 따라 산출된 총 주스텝수를 기초로 산출된 소요공수(예상소요인력)에 등급별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적용하여 산정하도록 되어 있고, 직접경비는 여비·인쇄비·소프트웨어 툴(TOOL) 사용료 등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소요되는 실비이며, 제경비는 직접인건비의 110% 내지 120% 범위 내에서 기간단축률에 따라 산정하고, 기술료는 직접인건비와 제경비를 합한 금액의 20% 내지 40% 범위에서 품질보증기준의 적용 등의 3가지 요건에 따라 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에 있어서는 직접인건비를 계산함에 있어서 소요되는 기술자를 국내기술자와 해외기술자로 구분하여(위 2차 용역계약의 경우 국내기술자 302.24인/월, 해외기술자 105.86인/월임) 국내기술자에 대하여는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에 따라 등급별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에 의하여 직접인건비를 산정한 반면, 해외기술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단가에 의하여 산정한 결과 해외기술자의 단가가 국내기술자 단가의 5 내지 6배에 이르게 되었으며, 제경비 및 기술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 달리 총 투입인력의 직접인건비에 대하여 제경비 및 기술료를 산정하지 아니하고 국내기술자 직접인건비만에 대하여 120%의 제경비를 산정하고, 또 국내기술자의 직접인건비와 이에 대한 제경비를 합한 금액에 대하여만 40%의 기술료를 산정하였고,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에 대하여는 제경비, 기술료를 산정하지 아니하고 실제로 국내에서 작업함에 소요되는 항공료, 체재비 등 경비를 직접경비 항목에 포함시켜 별도로 산정한 사실, 원고는 해외기술자의 홈 오피스 근무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아무런 승인을 받지 않았고 또한 원고가 위 제2차 용역을 수행함에 있어 국내에서 투입한 위 델칸사의 해외기술자는 실제로는 54.72인/월에 불과한데도, 원고 직원인 소외 최재철은 해외기술자가 우리 나라에 입국한 사실조차 없거나 국내에 체제하지 아니한 기간에도 국내에서 근무한 것처럼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개발 및 시스템 관리용역 공정현황을 허위로 작성하여 국내에서 투입된 총 해외기술자가 계약상의 투입인원인 105.86인/월보다도 오히려 71.04인/월이 더 많은 176.90인/월인 것으로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피고는 이를 근거로 위와 같이 계약금액 전액을 지급한 사실, 그 후 감사원 감사에서 원고가 국내에서 투입한 해외기술자의 인력을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것이 적발되어 피고는 1994. 4. 12.경 감사원으로부터 실제 투입된 해외기술자수를 전제로 하여 산정한 용역비 정당지급액 금 1,797,442,317원보다 과다지출된 금 692,557,683원을 원고로부터 회수하도록 하는 시정요구를 받은 사실(다만 위 감사에 있어서는 투입일수 계산에 있어서 해외기술자의 입·출국일을 제외함으로써 총 해외기술자 투입일수가 46.40인/월인 것으로 산정하여 이를 근거로 과다지출된 금액을 계산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1994. 4. 16. 원고에 대하여 위 계약특수조건 제3조 제1항을 근거로 위 금 692,557,683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1994. 5. 21. 감사원에 피고의 위 반환요구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하자, 감사원은 1995. 2. 21. 해외기술자의 국내근무일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입국일과 출국일을 제외하여 계산한 부분에 대하여만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외기술자의 총 투입일수를 54.72인/월로 인정하고 원고에 대한 반환요구금액을 위 금 692,557,683원에서 금 624,122,614원으로 경정해 준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위 기술용역계약 중 해외기술자의 용역대금의 결정은, (1) 계약내용의 일부가 된 위 현장설명서에서 제안서상의 근무일정표 등 제반 사항은 계약시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 한편 그 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 세부지침에서 외국인이 본 과업에 참여하는 경우 한국 상주를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 본국에서 근무하더라도 사전에 피고 감독원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여 해외기술자의 인력투입에 대하여 피고가 직접 투입 여부를 점검하도록 되어 있는 점, (2) 이 사건 용역계약상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과는 달리 제경비·기술료를 국내기술자의 직접인건비만을 기준으로 산정함으로써 국내기술자 투입에 대한 대가만을 위 소프트웨어개발비산정기준에 따라 산출하고,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 산정에 있어서는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의 5배 내지 6배에 이르는 별도의 원고 독자의 기준에 따라 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제경비·기술료를 붙이지 아니하고 실제로 지출될 해외기술자의 항공료·체재비 등을 직접경비 항목으로 편성한 점, (3) 원고 스스로 위 2차 용역계약상의 해외기술자 투입일수에 해당하는 해외기술자가 국내에서 근무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마치 국내에서 근무한 것처럼 허위의 공정현황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전액의 용역대금 청구를 하고 또한 피고도 이에 따라 용역대금 전액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로 해외기술자를 투입한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정부투자기관회계규정에서 개산계약의 경우에 사후정산이 규정되어 있고 다른 방식의 계약에 관하여는 정산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다른 방식의 계약에 있어서 계약금액을 상한으로 하여 계약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실제로 투입된 경비에 따라 사후 정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원고가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상 투입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 이상의 해외기술자를 홈 오피스에서 투입하여 계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의무이행이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가 제안서 작성을 위한 추가세부지침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피고의 사전승인을 받지 아니한 이상 해외기술자의 직접인건비를 실제 투입인력에 따라 정산하기로 한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해외기술자의 홈 오피스 근무에 대한 직접인건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함과 아울러 부가적 판단으로 원고 주장과 같은 해외기술자의 투입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 오인의 점에 대하여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통상 도급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수급인이 그 일을 완성하면 미리 확정된 용역의 대가를 전액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임은 소론과 같을지라도,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공급계약이 그 성질상 반드시 정액급의 보수 지급방식을 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계약의 구체적인 약정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지급의 방식을 달리하여 실제로 투입한 인력의 실적에 따라 그 용역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할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계약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이므로 먼저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정부투자의 공기업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목적사업이 수행되는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내 기술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고 적절한 대가에 의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외기술자의 투입에 대한 용역대금은 실제로 해외기술자를 투입하는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계약해석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2차 용역계약상 투입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 이상의 해외기술자를 홈 오피스에서 투입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 부분은 가정적, 부가적인 것으로서 원심의 위 판단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논지는 결국 이유 없다. 4.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의 주장·입증책임의 점에 대하여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그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은 감사원의 시정요구에 따라 계약위반을 이유로 그 회수가 명하여진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상의 해외기술자에 대한 용역대가에 관하여, 감사원의 결정내용을 부정하는 원고의 주장을 차례로 배척하는 방식으로 판시하였으나, 그 취지는 이 사건 기술용역계약이 해외기술자의 투입에 대한 용역대가를 지급함에 있어서는 계약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실제로 투입한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가 그 공정현황을 허위로 작성하여 청구하는 바람에 해외기술자에 대한 용역대금이 금 624,122,614원 만큼 과다지급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 들여 그 반환채무를 인정한 데에 있으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주장·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
변론주의는 사실자료와 증거자료에만 적용되고 그 주장된 사실에 관한 법적 판단(법률의 해석⋅적용)과 제출된 증거의 가치평가에 대하여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한다.42)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은 주장책임의 정도는 요건사실만 변론에 현출되면 족하고 그 요건사실의 존재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주장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가령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에서 대여금반환 사실은 항변사실로서 변론주의의 적용을 받고43) 그 주장책임은 피고에게 있지만,44)대여금채권이 변제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법률상의 주장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주장이 없어도 법원은 직권으로 대여금채권이 소멸하였다는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45)
42) 김홍규⋅강태원, 앞의 책, 375면; 김홍엽, 앞의 책, 420면; 이시윤, 앞의 책, 332면. 43) 대여금반환사실은 변제항변의 요건사실로서 주요사실이다. 44) 대여금이 반환되었다는 사실상의 주장이 없으면 법원은 주장책임을 지는 피고에게 불리하게 이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대여금이 반환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여 법률판단(원고의 반환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한다. 45) 위 법률상의 주장은 법원의 직권에 의한 법적 판단(항변사실에 의해 발생하는 법률효과의 인정) 을 촉구하는 의미만을 갖는다. |
소송당사자 중 일방이 주장한 주요사실은 그에게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리하게(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주장공통의 원칙). 가령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에서 대여금반환 사실이 원고에 의해 주장되어도 법원은 주장공통의 원칙에 따라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판례46)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요건사실 = 주요사실)은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이를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송당사자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위 우려를 해소하면 되므로 위 우려를 이유로 주장공통의 원칙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46)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5073 판결 등 |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어음금][공2002.4.15.(152),785] 【판시사항】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의 보증인의 해지권과 보증책임 [2]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 [3]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한 요건사실의 주장 정도 [4] 당사자의 주장 경과에 비추어 요건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본 사례 [5]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방법 [6]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효과의사(=표시상의 효과의사) 【판결요지】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는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등 보증인으로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ㆍ존속케 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그 계약해지로 인하여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인은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보증인은 해지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근저당권이라 함은 그 담보할 채권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유보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을 말하고, 이 경우 그 피담보채무가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근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근저당권설정자는 피담보채무가 확정된 이후에 그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담보채무의 확정은 근저당권 설정계약에서 근저당권의 존속기간을 정하거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기본적인 거래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피담보채무가 확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전부 소멸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새로이 금원을 차용하는 등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 또는 결산기가 경과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 [3]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4] 당사자의 주장 경과에 비추어 요건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본 사례. [5]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6]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428조, 제543조[2] 민법 제357조[3] 민사소송법 제188조[4] 민사소송법 제188조[5] 민법 제105조[6]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다2298 판결(공1978, 10756) 대법원 1986. 9. 9. 선고 86다카792 판결(공1986, 1384) 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다카1381 판결(공1990, 756)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8668 판결(공1992, 2400) [2] 대법원 1962. 3. 22. 선고 4294민상1149 판결(집10-1, 민239) 대법원 1966. 3. 22. 선고 66다68 판결(집14-1, 민148)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19047 판결(공1994상, 1457) 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다2494 판결(공1996하, 3509)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47528 판결(공2002상, 13) [3]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공1990, 1563)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공1996상, 911) [5][6]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공1996상, 1399) [5]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공1995상, 1290)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공1998상, 256) 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다4517, 4524 판결(공2000상, 1185) 대법원 2001. 2. 27. 선고 99다23574 판결(공2001상, 765) [6]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누3422 판결(공1999상, 391) 【전 문】 【원고,피상고인】 한화에너지프라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재연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8. 8. 선고 99나5564 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이 사건 주유소를 동업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1994. 4. 30. 원고로부터 석유류 등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받기로 하는 조건으로 금 10억 원을 차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동업자로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명날인 하단에 자신의 기명날인을 하고 원고에게 백지보충권 수여증서와 함께 교부하였으며,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소유인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대 422㎡(이에 인접한 (주소 2 생략) 대 586.3㎡는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소유이다) 및 양 지상에 신축된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에 대한 피고의 소유지분 1/2에 관하여 채무자 제1심 공동피고 1, 근저당권자 원고, 채권최고액 20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 원고는 1997. 12.경 약속어음의 액면을 4,665,000,000원, 지급기일을 1997. 12. 23., 발행지 및 지급지를 각 서울시로 각 보충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는 위 약속어음의 발행인으로서 공동발행인인 제1심 공동피고 1과 합동하여 약속어음의 액면금 중 원고가 구하는 20억 원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어음법상의 항변에 관하여 백지어음에 대한 제권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백지어음의 보충은 어음의 원본에 하여야 하고 그 사본에 대하여 한 보충은 적법한 백지어음의 보충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니, 원고가 가압류신청을 하면서 백지어음의 사본에 액면 및 지급기일을 기재하여 소명자료로 제출한 적이 있었음에도 그 후 다시 어음의 원본에 백지를 보충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금 청구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보충권소멸 후의 보충이라거나 보충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백지어음의 보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면제의 묵시적 합의 등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기로 하고 1996. 2. 15.경 원고에게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으니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통지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대하여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1997. 1.경 유류대금 채무 등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가압류집행을 하였다가, 1997. 5. 말경 제1심 공동피고 1 및 소외 1과 사이에, 원고가 소외 1에게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의 자금대여계약서, 제1심 공동피고 1의 종전 채무는 물론 현재 또는 장래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의미로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공동 명의로 발행된 백지어음, 10억 원에 대한 상환계획서, 액면 각 2억 5천만 원으로 발행한 백지어음 4장 및 백지보충권수여증서들을 각각 작성·교부받고, 1997. 5. 31.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 명의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근저당권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 12. 근저당권변경등기를 경료한 후, 원고가 피고로부터 아무런 변제도 받지 아니한 채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준 사실, 원고는 1997. 11. 말경에 이르기까지 소외 1에 대하여 변제를 독촉하였을 뿐 피고에 대하여 변제를 독촉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여 주었다거나 피고와 사이에 이를 면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면제에 관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과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여기에 덧붙여 위 소외 1이 현직 은행지점장의 부인으로서 변제자력이나 신용에 있어서 피고보다 결코 못하지 않고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피고의 연대보증채무) 중 금 20억 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이외에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여 원고로서는 피고의 연대보증채무를 면제해 주어도 담보가치 면에서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거나,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집행한 가압류를 해제해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도 함께 해제해 주기는 했지만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는 아무런 가압류 내지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으로도 담보가치가 있었으나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의 부동산에는 시가를 초과하는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담보가치가 없어 원고로서는 제1심 공동피고 1과 소외 1의 우호적인 채무변제를 유도하고자 상징적인 의미로 가압류를 해제하여 준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보태어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채무를 면제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면제의 묵시적 약정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다705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다. 계속적 보증계약의 해지 및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하여 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른바 계속적 보증계약에 있어서는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등 보증인으로서 보증계약을 해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존속케 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그 계약해지로 인하여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증인은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다2298 판결, 1986. 9. 9. 선고 86다카792 판결, 1990. 2. 27. 선고 89다카1381 판결, 1992. 7. 14. 선고 92다8668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보증인은 해지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근저당권이라 함은 그 담보할 채권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유보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을 말하고, 이 경우 그 피담보채무가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근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근저당권설정자는 피담보채무가 확정된 이후에 그 확정된 피담보채무를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담보채무의 확정은 근저당권 설정계약에서 근저당권의 존속기간을 정하거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기본적인 거래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피담보채무가 확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전부 소멸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새로이 금원을 차용하는 등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 또는 결산기가 경과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62. 3. 22. 선고 4294민상1149 판결, 1966. 3. 22. 선고 66다68 판결, 1994. 4. 26. 선고 93다19047 판결, 1996. 10. 29. 선고 95다2494 판결, 2001. 11. 9. 선고 2001다4752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연대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그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을 제6호증(근저당설정계약에 대한 보증채무 등의 해지통보)에 의하면, 피고는 1996. 2. 15.경 원고에게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주유소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음을 이유로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한 피고의 보증채무 등 일체의 채무가 해지·종결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위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고 그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고(대법원 1965. 12. 7. 선고 65다1617 판결, 1987. 5. 26. 선고 85다카1046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피고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근저당권(주유소 부지 2필지 가운데 피고 소유인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 대 422㎡와 그 지상의 주유소 시설물 중 피고 소유지분만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 부분을 말한다. 위 주유소 시설물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공유이므로 위 주유소 시설물에 대한 근저당권은 피고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병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의 피담보채무도 위 날짜를 기준으로 확정되어 1996. 2. 15. 당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만을 담보하는 보통의 저당권으로 변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날 이후에 발생한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며, 이 부분 채무도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이 점에서 원심판결에는 피고가 한 1996. 2. 15.자 의사표시에 관한 해석을 그르치고, 계속적 보증계약의 해지 및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⑵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제1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8. 8. 19.자 답변서(기록 57면 참조)에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면서 원고에게 연대보증책임 해지의 통보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도 4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8. 9. 30.자 준비서면(기록 167면), 6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1999. 5. 12.자 준비서면(기록 243면)에서 "피고가 1996. 2.경 원고에게 그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한 자기 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을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이전하고, 연대보증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채무부담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유 없다."고 진술함으로써 피고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음을 자인하면서, 원고 스스로도 "피고가 1996. 2. 15.경 원고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담보제공자 겸 보증인이 된 피고는 담보물의 소유권이 제1심 공동피고 1 앞으로 전부 이전됨에 따라 본 내용증명 발송 이후 보증채무 등 일체의 채무가 해지, 종결됨을 통지한다는 취지의 우편물을 발송하여 원고가 이를 수령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점에 관한 요건사실은 이미 당사자 쌍방의 주장에 의하여 변론에 현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해지통보서를 을 제6호증으로 제출하여 증거조사까지 마쳤으므로, 이 점에 관하여는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쌍방이 제출한 소송자료를 통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도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가 부담하는 주장책임의 정도는 요건사실 즉, 피고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사실만 변론에 현출되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그 요건사실의 존재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주장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3. 3. 8. 선고 82다카172 판결, 1997. 4. 25. 선고 96다46484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위와 같은 요건사실의 존재로 인하여 이제 피고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도 위 날짜를 기준으로 확정되어 1996. 2. 15. 당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만을 담보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그 주장책임을 다했다고 보아야 하고, 설사 당사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주장하더라도 이는 법률적 견해의 표명에 불과하므로 법원은 이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상고이유서(11면, 28면 등 참조)에 의하면, 피고는 1996. 2. 15.경 원고에게 피고가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으니 이후로는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는 사실을 원심이 인정하였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는 1996. 2. 15.경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때까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인데 이는 모두 변제되어 소멸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으므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이 점에 관하여 다시 상세하게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여 이를 가리켜 본래 상고이유로 삼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변제 기타의 원인으로 인한 채무의 소멸에 관하여 ⑴ 유류대금의 변제와 충당에 관하여 피고는 1996. 2. 15.자 해지의 의사표시 이후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와 사이에 거래를 계속하면서 유류대금 채무를 변제하여 왔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피고의 연대보증채무도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제1심 공동피고 1이 유류대금 채무를 변제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와 어느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변제자가 주채무자인 경우, 보증인이 있는 채무와 보증인이 없는 채무 사이에는 변제이익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보증기간 중의 채무와 보증기간 종료 후의 채무 사이에서는 변제이익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위 제1심 공동피고 1은 주채무자이므로 만약 위 제1심 공동피고 1과 원고 사이에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였다면 법정변제충당의 법리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유류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연대보증인으로서 변제 책임을 부담하는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유류대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6481 판결 참조), 피고의 잔존 채무 범위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점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으니 원심판결에는 판단을 유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⑵ 소외 1의 차용금으로 변제한 부분에 관하여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의사표시의 요소가 되는 것은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의사가 아니므로,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보다는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 각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1997. 5. 말경에 이르러 소외 1, 제1심 공동피고 1과 사이에 1997. 4. 17.자로 소급하여 자금대여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소외 1에게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제1심 공동피고 1이 이를 연대보증하기로 약정한 다음, 소외 1로부터 금 20억 원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받고, 그 대신 위 돈을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의 일부로서 변제받은 것으로 장부에 정리하였으며, 원고는 피고로부터 아무런 변제도 받지 아니한 채 1997. 6.초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주었다는 것인바(을 제7호증의 1 내지 3, 을 제9호증의 1 내지 5 참조), 그렇다면 설사 원고가 금 20억 원을 위 소외 1에게 현실로 지급하였다가 그 돈을 다시 위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에 대한 변제조로 수령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위와 같은 의사표시에 나타난 계약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는 원고가 위 소외 1에 대하여 새로이 금 20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취득하는 대신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기존 채무 중에서 금 2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소멸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표시의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하는 사정, 즉 원고가 소외 1과의 거래내역에 관하여 경리장부를 별도로 작성하여 관리하였다는 점, 1997. 5. 말경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를 인수하면서도 중첩적 인수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 원고가 그 밖에 별다른 담보를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만약 피고가 인적 담보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채권확보가 곤란하게 되는 사정이 있었다는 점, 원고가 1997. 6.경 피고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여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한 가압류집행도 함께 해제하여 준 점, 소외 1이 변제를 하지 아니하자 1998. 1. 23.경 피고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다시 가압류집행을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위 소외 1에 대하여 금 20억 원을 대여하고 그 대여금으로 제1심 공동피고 1의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약정의 내용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앞서 살펴본 1996. 2. 15.자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확정된 연대보증채무 내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이 얼마인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그 가운데 제1심 공동피고 1이 변제한 유류대금 채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래도 남는 채무가 있다면 그 가운데 금 20억 원 부분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그 중 10억 원은 우선 제1심 공동피고 1의 차용금채무 10억 원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나머지 10억 원은 법정변제충당의 법리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유류대금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부분 채무도 소멸하지 않고 모두 잔존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치고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는 위 약정 당시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별도로 금 1억 원을 변제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이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을 유탈하였다고 할 것이다. ⑶ 경매 배당금으로 변제충당된 부분에 관하여 한편,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금 20억 원을 배당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여기에 가정적 판단을 덧붙여,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배당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변론종결일 이후인 2000. 6. 21.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20억 원을 배당받은 것은 사실이나 한편, 원고가 1996. 12.말 현재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하여 대여원금 10억 원, 외상 유류대금 2,977,739,386원을 합한 3,977,739,386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후 위 채권이 전혀 변제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채권에다가 약정 또는 법정이율을 가산한다면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인 1997. 12. 23. 현재 원고의 제1심 공동피고 1에 대한 채권은 40억 원을 초과할 것임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배당받은 20억 원을 공제하더라도 나머지 채권이 20억 원을 초과하게 되어 결국 피고의 변제항변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변제 책임을 부담하는 채무액은 그가 이 사건 계속적 보증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한한다고 할 것이고, 더구나 그 가운데 피고의 1996. 2. 15.자 해지의 의사표시 이후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원고에게 변제한 유류대금액과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차용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의 기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위 금 20억 원 부분(그 밖에 제1심 공동피고 1이 별도로 변제하였다는 금 1억 원 부분도 살펴보아야 한다.)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설사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배당받은 금 20억 원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더라도 나머지 채무가 이 사건 청구금액을 초과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벌써 그 전제부터 잘못되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7. 5. 31.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 명의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근저당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 12. 근저당권변경등기를 경료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이는 피고가 체결한 계약이 아니며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외 1 사이에 체결한 계약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법률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소유의 대지 및 그 지상의 주유소 시설물 중 피고 소유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를 제1심 공동피고 1에서 소외 1로 변경하는 부분은 잘못되었다 할 것이다(또한, 위 근저당권변경계약에서 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 1의 채무에 대하여 중첩적 인수를 하고 종전 채무자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약정하였으나, 여기서 말하는 채무자라 함은 피고가 아니라 제1심 공동피고 1을 말하는 것임은 그 계약 문언에 비추어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약정은 장래 발생할 채무에 대해서도 피고가 계속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1996. 2. 15. 이전에 발생한 채무만을 담보하는 보통의 저당권으로 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받은 배당금 가운데 피고 소유의 대지 및 지상 시설물의 경매대금에 상응하는 금액 부분은 위와 같이 확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우선 경매 당시 피고가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채무액이 남아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만약 잔존 채무가 있다면 나아가 원고가 받은 배당금 가운데 피고 소유의 대지 및 지상 시설물의 경매대금에 상응하는 금액 부분이 얼마인지에 관하여도 살펴본 다음(피고 소유였던 (주소 1 생략) 대지와 제1심 공동피고 1 소유였던 (주소 2 생략) 대지는 면적이 다르므로, 토지 부분에 관한 경매대금 중 그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산정해 보아야 한다는 점도 미리 지적해 둔다), 위 금액 상당은 잔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어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일 이전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진행중이고 배당기일에 채권최고액 20억 원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고, 변론종결 후에 실제로 배당이 이루어져 배당표를 참고자료로 붙여서 준비서면까지 제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변론을 재개하여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 심리를 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고의 채무 소멸에 관한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변경계약의 효력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507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미간행] 【판시사항】 [1] 공유자 중 1인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 토지 전부를 매도하여 타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그 등기의 효력 (=처분공유자의 공유지분 범위 내에서 유효) [2] 공유물의 처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들이 사전 동의하였다는 사실이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요건사실인지 여부(적극) 및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한 요건사실의 주장 정도 【참조조문】 [1] 민법 제186조, 제264조 [2] 민사소송법 제203조, 민법 제2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12. 2. 선고 93다1596 판결(공1995상, 417) [2]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공1990, 1563)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공1996상, 911)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공2002상, 78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수원지법 2007. 11. 30. 선고 2006나34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이천시 장호원읍 진암리 (지번 1 생략) 임야 1,871㎡의 5분의 4 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을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으로 경정한다. 【이 유】 1. 명의신탁에 대하여 ‘이천시 장호원읍 진암리 (지번 1 생략) 임야 1,871㎡(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분할 전 토지인 같은 리 (지번 2 생략) 임야 8정 7단 8무보(이하 ‘분할 전 토지’라 한다)에 관한 구 소유권보존등기 명의자 5인(이하 ‘구 명의자’라 한다)과 신 소유권보존등기 명의자 5인(이하 ‘신 명의자’라 한다)이 모두 동일한 종중의 종원으로서 종중과 구 명의자 또는 신 명의자 사이에 각각 명의신탁관계가 존재하고, 따라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신 명의자의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경료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상고심에서 새로이 하는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2. 추인, 금반언 및 권리남용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1992. 8.경 작성한 각서에 의하여 매도행위의 추인 대상이 된 토지는 원심판결의 별지 목록 제2, 3 기재 토지일 뿐이고,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앞서 신 명의자를 상대로 말소등기에 갈음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추인이 이 사건 토지의 처분행위에는 미치지 아니하고, 또 원고의 이 사건 소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사전 동의에 대하여 공유자 중 1인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그 공유 토지를 매도하여 타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면, 그 매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처분공유자의 공유지분 범위 내에서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4. 12. 2. 선고 93다159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전부에 관한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다른 공유자가 타인이 자신의 지분을 피고에게 처분하는 데 사전 동의하였다는 사실은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족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구 명의자의 각 재산상속인인 원고, 소외 1, 2, 3, 4 등 5인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4인이 각 1993. 5. 17.자로 작성한 동의서에는 분할 전 토지에 관하여 신 명의자로부터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위 각 동의서는 제1심 제3차 변론기일에 원심 공동피고인 이천시가 을 제4호증의 1 내지 4로 제출하여 증거조사까지 마쳤으며, 피고는 원심 제1차 변론준비기일에 진술한 항소이유서에서 위 을 제4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내용을 피고의 이익으로 원용한다고 주장하였으므로, 이 점에 관하여는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쌍방이 제출한 소송자료를 통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구 명의자의 각 재산상속인 5인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4인이 위와 같이 각 동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가 피고에게 처분되는 데 대하여 사전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만일 사전 동의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위 4인의 지분 범위 내에서 결과적으로 실체관계에 부합하게 되었다고 보았어야 함에도, 이에 관하여는 전혀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중 위 4인의 지분에 관하여서까지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원심판결 중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위 4인의 지분인 5분의 4 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토지에 대한 5분의 4 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고,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에 잘못된 기재가 있음이 분명하므로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 |
이에 반하여 권리자가 권리발생사실을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 의무자가 권리소멸사실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권리발생이나 권리소멸의 요건사실뿐만 아니라 그 요건사실에 기한 법률효과도 아울러 진술해야 주장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권리자의 권리발생사실의 주장에서 권리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건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의무자가 이러한 요건사실을 이익으로 원용하고 위 요건사실로 말미암아 권리가 소멸했다는 법률효과를 진술해야 법원은 권리가 소멸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47)
47) 강구욱, 위의 논문, 82면. 같은 면은 주장공통의 원칙은 요건사실의 진술에 관해서만 적용되고, 그 요건사실의 적용 결과에 해당하는 법률효과의 진술에는 적용되지 않다고 한다. |
하지만 위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법규를 대전제로 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소전제로 하는 법적 삼단논법에 의하여 법률효과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여 선언하는데,48) ‘법은 법원이 안다’, ‘너는 사실을 말하라. 그러면 나는 권리를 주리라’라는 법언과 같이 원칙적으로 당사자는 구체적인 사실의
주장책임만을 부담하고 그 사실에 기초한 법률효과의 주장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49) 법률전문가가 아닌 당사자에게 법률효과 의 주장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과하는 것으로서 법적 지식이 부족한 자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고, 당사자가 법률효과를 제
대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실체법상 존재하는 권리의 선언을 외면하는 것은 적정한 재판의 정신에 반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50)
48) 강현중, 위의 책, 416면; 권혁재, 「요건사실 증명책임」, 진원사, 2010년, 1면. 49) 즉, 당사자가 법률효과를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은 그 법률효과를 인정해야 한다(권혁재,위의 책,1면, 이시윤, 위의 책, 332면) 50) 이러한 문제점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본인소송의 경우에 더욱 크다. |
Ⅲ.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의 필요 여부
1. 절대적 소멸설과 판례에 대한 검토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절대적 소멸설은 소송에서 시효소멸이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을 자의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그 근거로 변론주의를 제시해 왔다.51) 민사소송법상 변론주의에 의해 당사자가 시효소멸을 공격방어방법으로 제출하지 않는 한 법원이 이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것이다.52)
51)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 부분)은 현재의 절대적 소멸설은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시효의 이익을 받겠다는 주장을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시효의 이익을 받겠다는 주장은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효이익을 받겠다는 것은 시효소멸을 전제로 한 것이고, 시효이익을 받을 자의 시효소멸 주장에는 시효이익을 받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2) 대표편집 김용담, 위의 책, 543면(이연갑 집필 부분) 참조. |
판례도 변론주의를 근거로 내세워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은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시효완성의 사실로서 채무는 당연히 소멸되지만, 변론주의의 원칙상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소송에서 시효소멸의 이익을 받겠다는 뜻을 항변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53)
53) 최진수, 위의 책, 2018년, 82면은 판례에 따르면 소멸시효기간 만료로 권리는 절대적으로 당연히 소멸하므로 상대방에 대한 ‘시효원용의 의사표시’가 권리소멸의 실체법적 요건사실은 아니지만 소송에서는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법원에 소멸시효 ’원용권의 행사’로서 소멸시효 항변의 주장을 하여야 법원은 그 당부를 판단할 수 있고 소멸시효 항변이 없다면 법원은 소멸시효의 완성을 고려함이 없이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 ‘원용권의 행사’가 위 ‘시효원용의 의사표시’와 같은 뜻인지, 만일 같은 뜻이라면 ‘민법상 형성권 행사’가 곧 ‘소멸시효 항변의 주장’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만일 다른 뜻이라면 그 의미와 법적 성질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
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5631 판결 [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공1991.9.15.(904),2244] 【판시사항】 가. 소멸시효의 주장과 그 주장을 할 수 있는 자 나. 원고가 병, 을, 갑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에게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등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가 을의 갑에 대한, 또 병의 을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소멸시효에 있어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고, 그 시효이익을 받는 자는 시효기간 만료로 인하여 소멸하는 권리의 의무자를 말한다. 나. 갑이 그 소유 임야를 을에게 매도하고 을은 병에게, 병은 원고에게 각 증여하였는데 위 임야의 지적공부가 멸실되자 정이 근거없이 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회복등기를 경료한 후 사망하여 피고 앞으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원고가 병, 을, 갑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에게 원인무효인 위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피고는 을의 갑에 대한, 또 병의 을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가.민사소송법 제188조 가.나. 민법 제162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9.6.26. 선고 79다407 판결(공1979,12038) 1980.1.29. 선고 79다1863 판결(공1980,12593) 1991.3.27. 선고 90다17552 판결(공1991,1270)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5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택수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0.12.21. 선고 90나61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 제(1), (2)점을 함께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임야는 강원 양양군 (주소 생략), 임야 2,790평의 일부이고, 위 (주소 생략) 임야는 소외 1의 소유였는데 그가 1944. 음력 9.26. 위 (주소 생략) 임야 중 이 사건 임야부분을 포함한 2,590평을 소외 2에게 매도하였고, 위 소외 2는 1958.12.경 그의 차남인 소외 3에게, 소외 3은 원고에게 각 증여한 사실, 한편 이 사건 임야 일대의 지적공부가 6ㆍ25사변을 거치면서 모두 멸실되어 1970.3.4.경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정부기록보존소에 그 일대의 임야에 관한 지적창설 당시의 측량원도가 보존되어 있지 아니한 관계로 새로이 지번 및 경계를 설정하면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현재의 임야도와 임야대장이 작성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의 피상속인 소외 4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위 소외 1로부터 매수하였다는 피고들 주장사실이 원심에서 배척됨) 위 임야도와 임야대장이 작성되기 전인 1957.6.29.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의 회복등기를 경료하였고, 그가 사망함으로써 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 및 소외 5, 소외 6이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그 후 위 소외 5와 소외 6이 사망하여 피고들이 그들의 공동재산 상속인이 된 사실을 인정한 후 위 망 소외 4 명의의 소유권보존의 회복등기나 위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판시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본바,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상고이유 제(3), (4)점을 함께 본다. 소멸시효에 있어서 그 시효기간이 만료되면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지만 그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시효이익을 받는 자는 시효기간 만료로 인하여 소멸하는 권리의 의무자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79.6.26. 선고 79다407 판결, 1980.1.29. 선고 79다1863 판결, 1991.3.27.선고 90다17552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위 소외 2, 소외 3, 위 소외 1의 상속인들을 순차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원인무효인 이 사건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위 소외 2의 위 소외 1에 대한, 또 위 소외 3의 위 소외 2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또 소외 2나 소외 3이 민법 시행일로부터 6년 이내에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민법 부칙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상실하였음은 소론과 같으나, 원심 또한 그들에게 소유권이 있지 아니함을 전제로 판시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윤영철 |
그러나 “시효로 인해 권리가 소멸되었다.”는 법률상의 주장에는 변론주의의 내용인 주장책임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당사자가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시효완성 사실이 당사자의 진술에 의해 변론에 현출되면 이를 기초로 법원은 시효소멸이라는 법적 판단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54)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58124 판결은 “민사소송절차에서 변론주의 원칙은 권리의 발생⋅변경⋅소멸이라는 법률효과 판단의 요건이 되는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에 적용된다. 따라서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항변은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55)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어떤 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요건을 구성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단순히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만일 위 판결에서의 ‘당사자의 주장’(밑줄 친 부분)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면,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는 판시 내용은 변론주의 원칙은 주요사실에 적용된다는 그 앞의 판시 내용에 반하게 된다. 법률상의 진술은 주요‘사실’의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54) 장석조, 위의 논문, 60면은 “판례는 시효이익을 받을 자의 원용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근거를 변론주의에서 찾고 있으나, 위 원용에 있어서 사실상 주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법적 효과에 관한 것은 변론주의의 적용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할 것이어서 판례가 요구하는 원용은 소송상 특수한 성격을 지닌 법적 효과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라고 한다.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부분)은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취하면서, 항변권이나 형성권이 아닌 단순한 항변의 경우에는 그 요건사실이 어느 당사자에 의해서든지 일단 주장되기만 하면 법원은 그로 인한 이익을 받겠다는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위 항변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 소멸설의 논리를 관철한다면 소멸시효의 요건사실이 어느 쪽 당사자에 의해 주장되기만 하면 법원은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주장이나 시효의 이익을 받겠다는 주장이 없어도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중 “절대적 소멸설의 논리를 관철한다면 .....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판결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찬성한다. 그러나 - 항변권의 경우에는 별론으로 하고 - 형성권의 경우에도 요건사실 즉, 형성권 발생의 기초사실과 형성권 행사 사실이 주장되면 ‘형성권 행사로 인한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다’는 법률상의 주장이나 ‘형성권 행사로 인한 이익을 받겠다’는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법원은 위 법률효과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주장책임에 있어 형성권에 기한 항변과 다른 항변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5) 밑줄은 필자가 기재한 것임.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58124 판결 [부동산잔대금등청구의소][공2017상,844] 【판시사항】 소멸시효 항변은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어떤 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주장에 변론주의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당사자가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주장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상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민사소송절차에서 변론주의 원칙은 권리의 발생·변경·소멸이라는 법률효과 판단의 요건이 되는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에 적용된다. 따라서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항변은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어떤 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요건을 구성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단순히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당사자가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주장한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상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203조, 민법 제162조, 상법 제6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70936 판결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68217 판결(공2013상, 472)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선근)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준)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6. 9. 23. 선고 2015나10868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멸시효기간과 변론주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들이 민법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주장하였는데 원심이 상법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하여 변론주의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절차에서 변론주의 원칙은 권리의 발생·변경·소멸이라는 법률효과 판단의 요건이 되는 주요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에 적용된다. 따라서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항변은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어떤 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요건을 구성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단순히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70936 판결 등 참조). 당사자가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주장한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상법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토지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원심은 ① 원고가 서해개발 주식회사(이하 ‘서해개발’이라고 한다)와 업무합의에 관한 약정을 하고 충남 태안군 일대의 사업부지에 펜션형 다가구주택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②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1, 2 토지를 매도한 것은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한 행위로서 그 매매대금 채권에는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원고와 서해개발 사이의 약정 내용과 그 목적, 약정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역할, 원고가 피고들과 체결한 매매계약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서해개발과 공동운영하는 택지개발 및 분양사업을 위하여 피고들에게 위 토지들을 매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매매대금 채권은 상법 제64조에서 정한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서는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업행위나 상사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대지조성비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원심은 원고의 대지조성비 채권이 민법 제163조 제3호에서 정한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에 해당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들고 있는 대지조성비에 관한 약정 내용, 원고의 지위, 대지조성비의 산출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대지조성비 채권이 수급인의 공사에 관한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민법 제163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시효이익의 포기와 채무의 승인 등 원고는, 피고 1과 매매대금 지급기일을 변경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피고들이 매매대금 또는 대지조성비 채무에 관하여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거나 채무를 승인하여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① 2004. 7. 28.경과 2010. 4. 19.경에 피고 1의 처인 소외인에게 이 사건 1 토지 중 일부에 관하여 소유권 또는 지분소유권의 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② 2010. 4. 19.경 피고 2에게 이 사건 2 토지 중 일부에 관하여 지분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사실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 기산점, 시효이익의 포기와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신의칙 위반과 권리남용 여부 원고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피고들이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의칙이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면서도 변론주의를 통하여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입장56)은, 주장책임이 - 적어도 시효소멸에 관해서는 - 사실상의 주장뿐만 아니라 법률상의 주장에도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학설 중 일부 견해는 소멸시효항변이 이른바 ‘권리항변’에 해당한다고 본다. 위 일부 견해는, 법원이 항변의 근거가 되는 권리의 존재를 인정함에 있어 권리발생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 사실의 주장뿐만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항변이 권리항변이라고 하면서, 그 예로 소멸시효항변, 동시이행항변, 유치권항변을 든다. 57) 권리항변을 인정하는 근거로는 변론주의가 제시된다. 시효소멸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시효완성 사실을 주장하면 족하고 원용권자가 상대방에게 원용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시효소멸의 이익을 받을 자가 실제 소송에 있어서 그 이익을 받겠다는 항변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에 반하여 재판할 수 없음은 변론주의의 원칙상 당연하고, 이러한 의미에서 시효소멸항변은 권리항변이라는 것이다.58) 여기에서의 변론주의는 주장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56) 장석조, 위의 논문, 39, 67면은 절대적 소멸설 중 당사자의 원용 없이도 법원이 직권으로 권리소멸의 효과를 참작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를 ‘전형적인’ 절대적 소멸설이라고 하고, 변론주의를 이유로 당사자의 항변 또는 원용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를 ‘수정된’ 절대적 소멸설이라고 한다. 57) 사법연수원, 위의 책, 48, 64면; 최진수, 위의 책, 82면. 같은 면은 권리항변에 해당하는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인 원용권 행사에는 원⋅피고 사이의 주장공통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사법연수원, 위의 책, 48면은 권리항변이 주장공통의 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한다. 58) 사법연수원, 위의 책, 64면. |
그러나 주장책임은 당사자가 주요‘사실’을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지, 소송에서 당사자의 법률상의 주장이나 의사표시가 없으면 법원이 그로 인한 법률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항변은 사실상의 주장이기 때문에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구체적 사실을 주
장하는 것은 항변이 될 수 있지만, 의사표시 자체는 - 그 안에 사실상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한 - 항변이 될 수 없다.59)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을 따를 경우, 변론주의나 이에 기초한 권리항변 이론을 통해서는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있어야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60)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을 따를 경우, 피고가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하지 않아도 시효완성 사실이 주장되면 법원은 소구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다.
59) 다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변론기일에서 실체법상의 형성권 행사에 해당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위 의사표시는 실체법상의 법률관계 변동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절차법적으로도 위 위사표시가 있었다는 사실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실상 주장이 없어도 법원은 위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사실인정을 할 수 있다. 즉, 위 의사표시는 그 자체로 소 송상의 공격방어방법(항변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예외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60)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부분). |
2. 상대적 소멸설에 대한 검토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에는 주장책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없어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는 상대적 소멸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61)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62)
61)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시효완성 사실 외에도 형성적 원용 사실이 변론에 현출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주요사실이 모두 변론에 현출되었다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없어도 시효소멸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절대적 소멸설과 다르지 않다(장석조, 위의 논문, 60면). 62) 법원은 당사자 주장의 상고이유에 구속됨이 없이 법률판단의 과오 유무를 직권조사해야 한다(상고이유불구속의 원칙, 민사소송법 제434조). 그리고 실체법 위반(법령 해석⋅적용의 과오)도 직권조사의 대상이다(이시윤, 위의 책, 895면). 당사자의 주장에 시효완성 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위 사실이 모두 사실심에서 인정되었다면, 상고이유에 시효소멸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대법원은 직권으로 시효소멸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 주장⋅증명된 이상 시효소멸이라는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Ⅳ. 형성적 원용의 존재 및 이에 대한 사실상 진술의 필요 여부
1. 형성적 원용의 존재의 필요 여부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므로 형성적 원용 사실이 인정되어야 시효소멸이라는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형성적 원용이 실제로 존재해야만 법원이 형성적 원용이 존재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즉, 형성적 원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존재를 인
정한 법원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송에서 요건사실의 존재가 인정되기 위해서 반드시 그 사실이 실제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건사실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재판상 자백이나 자백간주가 성립하면 법원은 그 심증과 무관하게 위 내용대로 사실인정을 해야 한다.63) 뿐만 아니라 통상의 법관으로 하여금 요건사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제출된 경우라면 법원이 실제로는 요건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 채 그 존재를 인정하였다고 하여 사실인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형성적 원용의 존재는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64)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으므로 당연히 형성적 원용은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될 수 없다.
63) 예를 들어, 피고가 소멸시효항변을 하면서 소송 외에서의 형성적 원용 사실을 주장했고 원고가 이 사실을 다투지 않는다면, 법원은 설령 형성적 원용이 없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형성적 원용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64)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의 존재에 대한 증명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성적 원용의 존재가 증명되었다는 것은 형성적 원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증명이란 그 대상이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법관으로 하여금 그 존재에 대하여 고도이 개연성, 즉 확신을 얻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따르더라도 형성적 원용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 형성적 원용에 대한 사실상 진술의 필요 여부
(1) 시효완성의 효과와의 관계
형성적 원용은 상대적 효과설에 의하면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기 때문에 형성적 원용 사실의 존재에 대한 당사자의 사실상 진술(이하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이라고 한다)이 있어야만 법원은 시효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절대적 효과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이라는 개념조차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함에 있어 당연히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이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인지 여부는 상대적 소멸설과 절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취할 것인지에 의해 결정된다.
(2) 절대적 소멸설의 타당성에 관한 검토
(가) 소송의 승패와 법적 지식이 부족한 자의 보호에 미치는 영향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면서도 변론주의를 이유로 시효이익을 받을 자의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있어야만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한다면, 소송의 승패 측면에서는 상대적 소멸설을 따르는 것과 차이가 별로 없다.65) 그 이유는 소송에서 시효소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견해에 따르면 시효
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필요하고 상대적 소멸설을 따르면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이 필요한데,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과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시효완성에 관한 법적 인식이 있으면(그리고 시효의 이익을 받을 의사가 있으면) 이를 할 것이고, 위 인식이 없으면 사실상 이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66)
65)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3면(윤진수 집필부분); 대표편집 김용담, 위의 책, 543면(이연갑 집필 부분); 박동진, 계약법강의, 법문사, 2016년, 813면; 지원림, 위의 책, 415면. 66) 뿐만 아니라 ‘권리가 시효로 인해 소멸되었다’는 내용의 소송상 진술은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로도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과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그 법적 성격은 다르지만 외관상으로는 동일할 수 있다. |
하지만 이미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될 수 없으므로,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따르는가에 따라 실제 소송의 결과에서도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은 시효완성 사실이다. 소멸시효항변의 경우, 항변사실인 시효완성 사실에 대하여는 피고가 주장책임을 진다.67) 하지만 주장공통의 원칙 때문에, 원고가 시효완성 사실을 주장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피고에게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즉, 소송당사자의 시효완성 사실의 주장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지만, 그 주장이 반드시 시효로 인해 이익을 받는 자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2019. 4. 20. 제기된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원고는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면서 반환기일을 2000. 1. 2.로 정하였다.”라는 사실상의 주장을 하면, 법원은 위 주장의 내용을 피고에게 유리하게 시효소멸을 인정하기 위한 사실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68)
67) 시효완성 사실이 언제나 항변사실인 것은 아니다. 피고의 상계항변에 대해 원고가 자동채권의 시효소멸을 주장하는 경우, 시효완성은 재항변사실이고 그 주장⋅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68) 소제기일이 2019. 4. 20.이라는 사실은 법원과 당사자에게 현저한 사실이고 소제기 당시 반환기일인 2000. 1. 2.로부터 이미 10년이 경과하였다는 사실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별도의 주장을 요하지 않는다(최진수, 위의 책, 81면, 장석조, 위의 논문 61면).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취득시효완성시기인 같은 해 4.18.은 이 사건 소송제기 후임이 명백하므로 피고 주 장의 취득시효는 당연히 원고의 이 사건 소송제기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다카172 판결도 소제기일과 역수상 명백한 사실은 주장책임의 적용대상이라 아니라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다카172 판결 [토지인도등][집31(1)민,168;공1983.5.1.(703),649] 【판시사항】 취득시효 중단사유에 관한 주장입증 책임 【판결요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취득시효 완성시기 이전에 위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피고 주장의 취득시효는 당연히 원고의 소제기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니 원심이 취득시효 중단사유를 간과한채 피고의 시효취득 항변을 받아들였음은 필경 심리미진이나 시효취득 또는 취득시효의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168조, 제245조 【전 문】 【원고, 재심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 재심피고, 피상고인】 진주시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1981.12.24. 선고 80사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 한다)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 한다)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시효취득의 항변을 판단함에 있어, 이 사건 토지는 원래 망 소외 1의 소유였는데 피고가 1966.9.경부터 이를 진주○○국민학교의 진입로로 사용하면서 점유하여온 사실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다고 설시한 다음, 그 거시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들이 1962.10.12.경 위 소외 1의 공동재산상속인이 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으로 위 소외 1은 1940.6.경 그의 농지관리인인 망 소외 2에게 이 사건 토지와 그 인근의 수필지의 토지에 대한 관리를 위임함과 동시에 그 사용수익권한도 부여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소외 2는 그 아들들인 소외 3, 소외 4와 함께 빈터를 개간하여 수년간 점유개간하면서 위 토지들을 관리하여 오다가 그 10여년 경과후 위 소외 2는 사망하고 소외 3은 부산으로 이주하여서, 위 소외 4가 혼자서 이를 관리하던 중 1955.4.18경 생활이 궁핍하여 이 사건 토지를 소외 5에게 매도하였고 위 소외 5는 위와 같이 위 소외 4 등이 15년 가량을 경작 점유하여 온 사실에서 보아 위 소외 4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처분권이 있는 것으로 믿고 이를 매수하여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다가 1960.5.10.경 소외 6에게 매도하고, 그후 소외 7, 소외 8을 거쳐 1966.9.27경 피고가 이를 매수하여 학교의 진입로로 점유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소외 5를 위시하여 피고에 이르는 위 토지의 점유자들은 모두 소유의 의사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다 할 것이고, 그 점유는 평온, 공연하게 이루어졌다고 추정되므로 위 전매자들의 점유를 승계하였음을 주장하는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취득시효는 당초에 소유의 의사로 점유 취득한 소외 5의 점유시기인 1955.4.18부터 20년이 경과한 1975.4.18에 완성됨으로써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시효취득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하여, 피고의 시효취득항변을 이유있다 하여 받아들이고, 원고들의 소유권에 기한 이 사건 토지인도등 청구는 이 점에서 이유 없고, 재심대상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므로 결국 이 사건 재심의 소는 이유없다고 기각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1975.3.12 이 사건 토지는 원고들의 소유에 속한다 하여 그 소유권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음이 명백한 바, 민법 제245조의 취득시효는 같은법 제168조에 의한 사유 즉 재판상청구 등에 의하여 중단된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취득시효완성시기인 같은해 4.18은 이 사건 소송제기 후임이 명백하므로 피고 주장의 취득시효는 당연히 원고의 이 사건 소송제기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취득시효 중단사유를 간과한 채 피고의 시효취득의 항변을 받아들였음은 필경 심리를 다하지 못하였거나 시효취득 또는 취득시효의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고, 이는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않으면 정의와 형평에 현저히 반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중서(재판장) 강우영 이정우 신정철 |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을 따를 경우, 피고가 소구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여 시효완성 사실의 진술 및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하지 않아도 시효완성 사실이 원고에 의해 진술되면(혹은 법원 및 당사자에게 현저한 사실이면) 법원은 소구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대차계약이나 임대차계약과 같은 대차형 계약에 기한 반환청구의 경우, 반환기한에 대한 약정은 청구원인사실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주장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그리고 이행청구소송에서 이행기한에 대한 약정이 청구원인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예 : 매매계약에 기한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도 실무상
원고가 이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면 소송에서 피고는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 하더라도 많은 경우 원고의 주장 덕분에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69)
69) 양창수, 위의 논문, 147면은 소멸시효의 요건사실은 권리가 행사될 수 있을 때부터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러한 요건사실의 주장을 시효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는 사람이 하는 경우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권리의 불행사’는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따르더라도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 아니다. 소멸시효항변의 경우, 권리의 불행사가 항변사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행사가 시효중단사유로서 원고가 주장⋅증명해야 하는 재항변사실이 된다(사법연수원, 위의 책, 66면). |
‘시효완성 사실은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지만 그 주장이 반드시 시효로 인해 이익을 받는 당사자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는 법리는 상대적 소멸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을 한 사실도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이므로 소송당사자에 의해 주장되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소송당사자
도 시효로 인해 이익을 받는 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주장공통의 원칙). 하지만 실제 소송에서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의 상대방이 먼저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을 하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송에서 시효이익을 받는 자는 형성적 원용 사실을 주장해야만 시효로 인한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대부분의 경우 형성적 원용을 하면 권리가 소멸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 소멸설을 따르면 시효소멸에 대한 법적 인식이 없는 피고가 시효로 인해 승소판결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된다.
이처럼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면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시효소멸의 법적 인식이 없어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을 하지 못 하였더라도 상대방이 시효완성 사실을 주장하면70) 법원은 시효소멸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법적 인식의 유무에 따라 소송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상대적 소멸설을 따르면 시효완성 사실의
주장이 있더라도 이에 더하여 형성적 원용 사실이 주장되어야만 시효소멸의 인정이 가능하므로 결국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의 법적 인식 유무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고, 그 결과 소송당사자가 자신의 법적 지식 부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절대적 소멸설은 상대적 소멸설에 비해 법적 지식
이 부족한 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70)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시효이익을 받을 의사 없이 다른 이유로 시효완성 사실을 주장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
(나) 법원의 업무 부담의 문제
상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 사실이 주장되지 않는 한 법원은 시효소멸 여부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반면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이 없어도 법원은 시효완성 사실이 주장⋅증명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고 이로 인한 업무가 가중된다. 그런데 절대적 소멸설에 의해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 없어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함으로써 더 이상 권리의 존부나 범위에 대해 심리와 판단을 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그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나아가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도 있다.71)
71) 예를 들어 손해액이 얼마인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그 판단이 매우 어려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시효완성 사실이 주장⋅증명된 경우,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 사실이 주장되지 않는 이상 당사자로서는 손해액에 대한 본증 또는 반증에, 그리고 법원으로서는 이에 대한 심리와 판단에 많은 시간⋅노력⋅비용을 들이게 된다. 반면 절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 사실의 주장 여부와 무관하게 시효소멸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여 손해액에 대한 심리 및 판단 없이도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
(다) 당사자의 의사 반영 및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와의 관계
절대적 소멸설의 논리를 관철한다면 소멸시효의 요건사실이 어느 쪽 당사자에 의해 주장되기만 하면 법원은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주장이나 시효의 이익을 받겠다는 주장이 없어도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판결해야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고72)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도 어긋나는 것으로서 절대적 소멸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73) 그런데 과연 위와 같은 결론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고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어긋나는 것인가?
72) 강명선, 위의 논문, 346면. 73)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부분). |
먼저 위 결론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해 보면, 시효이익을 받기 싫은 자는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송에서 승소하기를 원치 않는 당사자는 청구의 포기⋅인낙(민사소송법 제220조)을 할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결론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아래 (마)항과 같이 법원의 지적의무를 인정하면 소송당사자가 시효소멸에 대한 법적 인식이 없어 시효이익을 포기할 기회를 놓치게 될 우려도 없다).74) 오히려 많은 경우 형성적 원용과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없어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법적 지식이 부족한 자의 가정적 의사75)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74) 민법 제162조가 기본권 제한적 입법이어서 제한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권리의 소멸이라는 효과는 의무자의 의사에 따른 상대적인 것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으나(장석조, 위의 논문, 44면), 시효이익 포기가 인정되는 이상 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중 어느 것을 취하는지에 따르더라도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 정도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75) 시효소멸에 대한 법적 인식이 있었다면 시효소멸이 인정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
다음으로 위 결론이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어긋나는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한다.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로는 사회질서의 안정, 증명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 권리자가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의무자의 신뢰 보호 등이 거론된다.76) 그런데 위와 같은 결론은 소멸시효의 존재이유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송당사자에게 시효소멸에 대한 법적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존재이유를 구현한다.
76)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고 하였다. |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부당이득금][공1992.5.15.(920),1406] 【판시사항】 가.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강요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과세자료에 터잡은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 나.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 이 과세처분에 의한 오납금이 국가의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발생시기(=오납시) 다.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 라.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과세처분의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유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인지 여부(소극) 마.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오납금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오납시) 바.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사.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확인서, 명세서, 자술서, 각서 등이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별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과세자료에 터잡은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한 하자임은 물론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성립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아는 과세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할 것이다. 나.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에 이 과세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하여 확정된다. 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여부를 당사자로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과세처분의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마.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과세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납시부터 그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바.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바, 이러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나, 다만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 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 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 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의견] 오납금환급청구권의 경우 그 환급청구권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구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참조조문】 가. 행정소송법 제1조 [행정처분일반] 나. 민법 제741조, 국세기본법 제51조 다.라.마. 민법 제166조 라.마.사. 국세기본법 제54조 바.사. 민법 제168조 제1호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5.11.12. 선고 84누250 판결(공1986,40) 나. 대법원 1989.6.15. 선고 88누6436 전원합의체판결(공1989,1096) 1990.2.13. 선고 88누6610 판결(공1990,679) 1991.2.6. 자 90프2 결정(공1991,898) 다. 대법원 1965.6.22. 선고 65다775 판결 1982.1.19. 선고 80다2626 판결(공1982,257) 1984.12.26. 선고 84누572 전원합의체판결(공1985,272) 마. 대법원 1977.3.8. 선고 76다886 판결(공1977,9942)(이취지) 사. 대법원 1979.2.13. 선고 78다1500,1501 판결(공1979,11798)(변경)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공1987,1309)(폐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고등교과서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명기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7.25. 선고 91나169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 고등교과서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에 대하여 1984.6.1.자로 원심판결첨부 별지 제2표 기재의 51개의 법인세 등 과세처분과 1984.7.10.자로 같은 별지 제3표 기재의 71개 법인영업세 등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원고 회사가 국세기본법상의 전심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 87구396호로 취소소송을 제기한 결과 1985.11.1. 위 각 과세처분의 무효를 선언하는 의미에서의 취소판결이 선고되고 이 판결은 1990.7.27.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을 확정하고, 피고는 위 각 과세처분에 의하여 원고 회사가 이미 납부한 본세, 방위세 및 불납부가산세와 이 국세환급금에 대한 국세환급가산금을 합산한 5,745,535,181원을 원고 회사와 원고 회사로부터 그중 일부를 양수한 소외 1, 소외 2 등에게 환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다음, 피고가 위 각 과세처분은 비록 행정소송에 의하여 취소되었다고 하여도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처분이므로 이에 의하여 납부한 세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오납이 있었던 1984.6.15.부터 진행되는 것이어서 원고들의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이 소제기일인 1990.9.1. 이전에 이미 5년의 시효기간경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데에 대하여, 갑 제1호증의 1, 2 및 같은 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각 과세처분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으므로, 위 과세처분의 취소로 인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과세처분을 취소한 위 87구396호 판결이 확정된 1990.7.27.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어서 위 항변은 이유 없고, 가사 위 과세처분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전치절차를 거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진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과세처분에 취소할 수 있는 하자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판결확정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항변은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먼저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하여 배척한 갑 제3호증의 3, 4는 바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한 행정소송에서 그 처분의 무효임을 확인하고 그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를 명한 고등법원판결과 이에 대한 상고심판결인바, 이와 같이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된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으로서 함부로 그 증명력을 배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 행정소송의 판결에 의하면, 원고 회사를 비롯한 4개 교과서회사에 대한 세칭 검인정교과서 부정사건(조세포탈)에 대한 조사가 1977.2.24.부터 치안본부에서 시작되어 원고 회사의 간부들이 연금되는 등 1개월 간에 걸쳐 강압적인 수사가 강행되는 중에, 원고 회사 간부들은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각 고등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가 1971.12.11.부터 1977.11.30.까지 사이에 탈세하였다는 내용의 확인서, 진술서 등을 작성하였고, 치안본부장이 그 무렵 이를 국세청장에게 통보하자 국세청에서는 곧 원고 회사에 세무조사반을 투입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1971.12.1.부터 1977.11.30.까지 사이에 위 각 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가 금 4,549,618,375원의 매출액을 누락시켰다고 보고 이를 익금가산하는 한편 그 금액이 위 각 분과주식회사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및 주주들에게 상여, 배당 등의 명목으로 분배지급된 것으로 간주한 사실, 그리고 위 국세청 조사반원들은 원고 회사의 주주들을 국세청 강당에 모이게 하여 세무조사결과에 따라 소득금액을 신고할 것을 강권하면서 불응할 경우 주주들 개인업체에 대하여도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중과세하거나 형사입건하겠다고 공언하므로, 주주들은 국세청 당국이 제시하는 각 과세년도 귀속소득금액(배당소득 및 갑종근로소득)에 위 세무조사와 관계없이 이미 자진신고하여 납부한 소득금액을 합하여 이 사건 과세기간에 대한 소득금액계산서, 내역서, 명세서, 각서 등을 작성제출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는 이러한 자료와 치안본부의 통보자료를 근거로 이 사건 법인세, 법인영업세, 개인영업세, 갑종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이자소득세, 기타소득세, 방위세 등을 부과고지하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확인서, 명세서, 자술서, 각서 등은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별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것으로서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과세자료에 터잡은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한 하자임은 물론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성립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아는 과세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할 것이다( 당원 1985.11.12. 선고 84누250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무효임을 인정할 증거가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음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치고 행정처분의 무효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일응 이유 있다. 3. 다음에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일에 관하여 본다. 과세처분이 부존재하거나 당연무효인 경우에 이 과세처분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하여 확정된다( 당원 1989.6.15. 선고 88누6436 판결 참조). 한편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만은 진행하지 않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당원 1984.12.26. 선고 84누57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무효인 위 각 과세처분에 의하여 원고 회사가 납부한 오납금에 대한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납부시에 이미 발생하여 확정된 것이므로 이 때부터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위 각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여부를 당사자로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 사건과 같이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과세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오납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함에는 차이가 없다. 결국 원심이 위 각 과세처분에 대하여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를 명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음은 오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일응 이유 있다. 4. 그러나 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고 특히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때에는 시효중단사유가 되는바, 이러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에는 그 권리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은 당연무효의 처분이어서 원고 회사가 납부한 세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오납금이 되어 원고 회사에게 환급청구권, 즉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한 것인데, 원고들은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먼저 그 권리의 기본적 법률관계인 위 각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음이 명백한바, 이러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그 과세처분으로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서 그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나, 다만 이 사건과 같은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 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원의 판례 중 위에서 설시한 견해와 달리 무효의 과세처분으로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오납이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과세처분에 대한 행정쟁송절차나 판결은 그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판례(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는 이를 폐기하기로 하고, 또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이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에 대한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 1979.2.13. 선고 78다1500, 1501 판결)는 위와 같이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과 그 과세처분으로 인한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그 견해를 변경하기로 한다. 결국 원심의 이유설시는 상고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부당하나,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여 상고논지가 주장하는 위법사유는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상고는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대법관 최재호, 윤 관, 김상원, 김주한을 제외한 나머지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재호, 윤 관, 김상원, 김주한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각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이고, 따라서 그 무효인 처분에 기해 납부하거나 징수당한 오납금에 대한 환급청구권이 납부 또는 징수시에 발생, 확정되며, 원고들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이러한 오납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처음부터 법률상 원인이 없이 납부 또는 징수된 것이므로 납부 또는 징수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점에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는 권리 그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 뿐 아니라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는 때에는 그 기본적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청구도 이에 포함된다고 봄이 옳다는 기본취지에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은 오납금환급청구권의 경우 그 환급청구권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를 구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환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2. 다수의견은 그와 같이 해석하는 이유로서 원고 회사가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권리의 기본적 법률관계인 과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중시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와 중단에 관한 제도의 취지를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인지 아닌지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학설상 일반적으로 승인된 바가 아닐 뿐 아니라, 우리 실정법의 규정상 채무자의 승인을 시효중단사유로 보는 것,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 재판 외 권리행사에 대하여서도 그 권리의 행사가 아무리 반복되어도 그것만으로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될 수 없게 한 것, 재판상 청구에 있어서도 권리의 증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사유로 되지 아니하는 것(소송의 각하, 기각, 취하에 관한 민법 제170조 제1항) 등은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논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이며, 종래 당원이 상대방의 제소에 응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시효중단사유가 아니라고 보아 온 것도 그 권리행사의 태양이 적극적인 것이냐 소극적인 것이냐로 설명되기 보다는 실정법 규정이 열거한 객관적 시효중단사유의 범위를 권리자 중심의 주관적 요소(권리행사의 의도나 목적)에 의해 함부로 확대해석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처지에서 보면 영속된 사실상태의 존중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소멸시효제도의 또 다른 취지의 하나이고, 피고로서는 원고 회사가 관할 과세관청과의 사이에 처분의 효력에 관해 쟁송을 벌이고 있었는지, 피고의 이득보유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의 쟁송이 진행되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었을 것이며 단지 피고가 국가라고 하여 이를 알았다고 볼 근거도 없는 것이니, 결국 이 사건 소멸시효의 진행에 의해 권리가 소멸되는 권리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 시효소멸로 인하여 의무를 면하게 되는 채무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보면 권리자로부터 환급청구권에 대한 재판상 청구 등 권리행사를 직접적으로 당함이 없이 상당기간 그 이득의 보유상태가 지속된 후에 뜻하지 않게 오납금을 반환하게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소멸시효제도가 바로 이와 같은 경우를 위하여서도 그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취하는 견해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권리자 중심으로 확대해석하여 사권의 시효소멸을 제한하는 해석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는데, 환급청구권에 대하여만 특별히 그와 같이 시효소멸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국가가 세금으로 수령한 금원도 그 원인된 조세채권채무관계의 성립이 없거나 소멸되면 즉시 이를 반환하여야 하고 국가라 하여 그 반환을 거부하거나 국민의 반환청구권을 제한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그와 같은 이치는 납세자가 그 반환을 구하는 권리행사를 함에 있어서도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적어도 사인간의 법률관계에 있어서와 같은 정도로는 권리표명을 하여야만 시효기간의 도과로 인한 권리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국가에 대한 납세자의 국세환급금과 국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는 비록 그것이 사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시효소멸기간을 일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보다 짧게 5년으로 단축함으로써 국가재정회계의 조속한 확정을 기하고 있음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54조 제1항, 예산회계법 제96조 참조). 이와 같이 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국가가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 이익은 또 다른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가 이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 보유를 보호받을 가치에 있어 사인 간의 경우보다 덜할 것이 없으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소멸을 그 이득의 보유경위나 동기를 가려 전반적으로 제한하자는 차원의 논의가 아닌 한, 국가가 채무자라 하여 시효소멸을 인정함에 있어 인색할 것도 아니다. 3. 나아가 원고들이 관련 행정소송절차에서 법이 요구하는 형식으로 권리를 표명한 것으로 볼 것이냐에 관해, 다수의견이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 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이 일반적으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유독 과세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과 환급청구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만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에는 동조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그와 같이 보는 이유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과세처분의 유효여부는 그 과세처분으로 납부한 조세에 대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와 표리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인 조세부과권자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청구의 소가 비록 행정소송이라고 할지라도 조세환급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하는 논지이다. 다수의견이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객관적인 조세채무의 존부확인으로서 실질적으로 민사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유사하다고 보는 이유가 당원의 1982.3.23. 선고 80누47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표명한 부과처분의 부존재확인은 그 부존재를 주장하는 부과처분의 결과로 인하여 생긴 조세채무의 부존재확인이라는 논리와 어느정도 취지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되나 그 판결의 보충의견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부존재확인의 대상은 그 처분 자체의 무효 또는 부존재일 뿐이지 그 처분을 전제로 한 조세채무의 무효 또는 부존재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또 오납금의 환급청구권이 그 세금납부시에 이미 확정되어 있고 국세기본법상의 환급금이나 가산금에 관한 규정은 이미 확정되어있는 납세자의 환급청구권에 대한 절차규정일 뿐이며( 당원 1989.6.15. 선고 88누6436 판결 참조) 조세부과처분이 무효라 하여 국가에 대해 이미 납부한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로서 민사소송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이상( 당원 1990.2.13. 선고 88누6610 판결; 1991.2.6. 자 90프2 결정 각 참조), 그 환급청구권의 원인된 세금납부나 징수단계에 이르기 전에 이루어진 소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에 대한 유·무효에 관한 쟁송은 그 부과처분에 뒤따른 납세나 징수 등 행위로 인한 환급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전단계 쟁송일 뿐 어느 한면의 재판상 청구가 그 반대쪽 면의 청구로도 되는 양면성을 가지거나 표리인 관계가 아니며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쟁송만으로는 직접 그 환급청구권이 실현되는 관계인 것도 아니다. 이 점에 관하여는 파면처분의 무효와 퇴직금청구권이 그 표리관계나 양면성에 있어 보다 밀착성을 엿볼 수 있는데도 당원은 파면처분무효확인의 소는 퇴직금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가 되거나 이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퇴직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중단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당원 1990.8.14. 선고 90누2024 판결 참조) 취지를 깊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권리 그 자체의 이행청구나 확인청구만이 아니라 그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의 확인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확인청구가 이로부터 발생한 권리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을 때에는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포함시키자는 견해가 반드시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행정소송을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보는 것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아님을 지적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그 청구권의 주된 내용이 보험금 또는 보험료청구권에 한정되므로 기본적 법률관계의 외연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청구권의 내용은 그 범위가 거의 일치하는 경우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과는 동일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시효중단사유로서의 권리행사가 그 권리의무 당사자 사이에 있어야하고 시효중단의 효력이 특별히 그 권리의무의 승계인 사이에서만 미친다는 원칙( 민법 제169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데도 이 사건 환급청구권의 경우에 한하여 다수의견처럼 논리를 수정할 분명한 이유도 없는바( 민법 제440조등 참조), 이 점에 관해 다수의견이 납세의무자인 원고 회사와 행정청인 관할과세관청 사이의 과세처분에 관한 공법관계를 그 과세처분으로 인해 납부한 조세에 대한 원고 회사 및 그 채권양수인인 나머지 원고들과 국가 사이의 사법상 채권채무관계와 실질적으로 동일당사자간의 양면적 법률관계라고 보는 것은 법리상 의문이 아닐 수 없다. 4. 다수의견의 견해가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소송에 관한 당원의 입장과 조화되는 것인지에 관하여도,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1) 다수의견과 같이 무효확인 등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그 소의 제기로 인해 환급청구권에 대한 시효중단의 이익을 주게 되는 경우에는, 과세처분에 따른 세액을 이미 납부한 후에 그 처분의 무효확인 등을 독립한 소송으로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아울러 논의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논의 없이는 결국 다같이 무효확인을 구한 당사자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시효중단의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는 반면 단지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이라는 형식으로 바꾸어 소구한 당사자는 시효중단의 이익을 얻게 되는 기이한 결과가 되어 버린다. 또한 시효중단사유로서의 권리행사라는 것이 그 권리의 객관적 발생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위법한 과세처분의 취소(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을 제외)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그 취소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아직 오납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권리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과세처분취소소송의 제기에 의한 환급청구권의 시효중단이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의 제기가 독립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게 될 여지도 없다. 조세환급금이란 세금납부 후의 개념임이 당연한 논리이고 무효인 과세처분에 의거 세금납부 후, 그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므로 환급금을 구하기 전단계로서의 무효확인소송은 예외 없이 각하되게 되어 그로부터 6월 내에 다시 환급금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한( 민법 제170조제2항) 과세처분무효확인의 소제기만으로 환급청구권이 시효중단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2) 결국 다수의견이 부과처분의 취소, 변경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한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은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에 한하여 오납금에 대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자는 것에 다름아님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의견도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처분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여도 그 처분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무효선언으로서의 취소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도 그 소송의 내용과 효력면에서는 의연히 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하겠고 다만 원고가 취소소송의 형식을 택한 이상 그 형식을 중시하여 절차만큼은 항고소송에 준하도록 하자는 것일 뿐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이 원래적 의미의 취소소송이나 무효확인소송과 별도로 독자적 성질을 가진 소송형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원래 취소소송이나 무효확인소송으로는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볼 여지조차 없었던 것이 소송의 태양을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으로 바꾸었다고 하여 환급청구권의 재판상 청구로 보게 되고 이는 곧 같은 성질의 재판상 권리행사가 소송절차상의 문제로 인하여 사권의 권리행사로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셈인데, 이와 같은 결과는 소멸시효제도의 취지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다. 세금납부 후에 제기한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의 소익이 없다는 종전의 당원판례를 아울러 변경하는 것이 아닌 한,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결과를 신중히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5.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이 사건 원고 회사가 무효선언의미의 취소소송을 구한데 대하여 굳이 시효중단에 준하는 권리행사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가, 원고들이 이 사건 과세처분의 효력에 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그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여 환급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할지 아니면 단순위법할 뿐이라고 하여 처분취소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거나 또는 원고들이 막바로 그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환급금청구소송 등 권리행사에 나아갈 것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는 데에 있음을 짐작 못할 바 아니고 또 원고들에 대한 그와 같은 배려에 심정적으로 동조할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하여서 당사자를 구제하게 되는 경우란 무효확인의미의 취소소송을 제기한 납세자에 국한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나머지 납세자에 비하여 권리행사에 더 충실한 것도 아니라면, 그 나머지 납세자들까지도 구제하자는 획기적인 이론의 제시나 총체적 합의가 아닌 한 종전의 견해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소수의견의 입장임을 밝혀둔다.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없음으로써 진행되는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가림에 있어 당사자가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그 알지 못함에 있어서의 과실유무 등 개인적, 주관적 사정이나 사실상 장애사유에 의해 방해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당원 1984.12.26. 선고 84누572 판결 참조),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있음으로써 소멸시효의 진행이 방해되는 시효중단사유를 가림에 있어서도 법률이 시효진행장애사유로 보는 객관적 사유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외에 당사자가 법률이 정한 권리행사에 나아가기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거나 당사자의 주관적 의도가 어느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할 것인지에 따라 시효진행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이 폐기( 당원 1987.7.7. 선고 87다카54 판결), 변경( 당원 1979.2.13. 선고 78다1500, 1501 판결)하여야 한다는 당원의 판례들도 그대로 유지함이 옳다고 본다. 대법원장 김덕주(재판장) 대법관 이회창 최재호 박우동 윤관 이재성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윤영철 김용준 김석주 박만호 |
(라) 기산점에 대한 판단과의 관계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면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소송상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는 시효완성 사실이 인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판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은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는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이고, 따라서 본래의 소멸시효 기산일과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
로 소멸시효를 계산하여야 하는데, 이는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자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러나 위 판결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이므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는 법적 판단(특정한 사실이 존재하면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판단)과 사실적 판단(위 사실이 존재한다는 판단)이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변론주의는 사실 인정에 적용되므로, 위 사실적 판단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사실 주장이 필요하지만 위 법적 판단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법적 주장이 필요 없다.77) 따라서 당사자가 기산일 인정을 위한 기초사실을 주장한 이상, 본래의 기산일과 다른 날자를 기산일로 주장하거나 기산일에 관한 주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법원은 직권으로 본래의 기산일을 인정할 수 있다.78)
77) 예를 들어, 원고의 확정기한부 대여금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면서 확정기한이 아닌 대여일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주장하는 경우, 확정기한의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주요사실(청구원인)이므로 변론주의의 적용을 받고, 따라서 당사자(원고 또는 피고)가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위 약정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확정기한 약정 사실이 인정되 면 그 확정기한 도래로 권리의 행사가 가능해졌다는 당사자의 법적 주장이 없어도 법원은 같은 내용의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대여일부터 시효가 진행된다는 피고의 위 주장에도 불구하고 확정기한부터의 시효 진행을 인정할 수 있다. 78) 당사자가 법률 지식의 부족 등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잘못 주장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본래의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기간을 계산하여야 한다는 견해로,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76면(윤진수 집필부분). |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보증채무금][공1995.10.1.(1001),3263] 【판시사항】 소멸시효의 기산일과 변론주의의 적용 【판결요지】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채무의 소멸이라고 하는 법률효과 발생의 요건에 해당하는 소멸시효 기간 계산의 시발점으로서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는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이고, 따라서 본래의 소멸시효 기산일과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여야 하는데, 이는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188조, 민법 제162조, 제16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1.4.30. 선고 71다409 판결(집19①민396) 1980.1.29. 선고 79다1863 판결(공1980,12593) 1983.7.12. 선고 83다카437 판결(공1983,1256) 【전 문】 【원고, 상고인】 아남전자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양원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6.8. 선고 93나3772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이 피고의 연대보증 아래 원고와의 사이에 계속적인 물품 외상거래를 하여 오다가 그 거래가 종료될 무렵에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물품대금 채무를 금 413,979,890원이라고 확정한 다음, 위 채무는 늦어도 그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약속어음들의 최종 지급기일인 1991.3.30.에는 전부 이행기가 도래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때부터 기산하여 3년이 경과한 1994.3.30. 이전에는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채무의 소멸이라고 하는 법률효과 발생의 요건에 해당하는 소멸시효기간 계산의 시발점으로서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는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본래의 소멸시효 기산일과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여야 하는데(대법원 1983.7.12. 선고 83다카437 판결 참조), 이는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자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의 기산일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라 하여 법원이 본래의 기산일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을 인정하게 되면 그 기간 가운데에는 당사자가 주장한 기간 속에 들어 있지 아니한 부분이 있어 위 양자 사이에 전체가 부분을 포함하는 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법원의 인정 사실은 당사자의 주장 사실과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양자 사이에는 동일성이 없다 할 것이고, 나아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9.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3.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
(마) 석명을 통한 보완
절대적 소멸설을 따르면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소송상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면, 당사자 사이에 시효소멸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하여 예상 밖의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데,79) 이러한 문제점은 법원의 지적의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보기에 시효소멸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였지만 이러한 효과가 당사자 사이에서 거론되지 않은 경우, 시효소멸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법적
관점)에 해당하므로 법원은 석명을 통하여80) 당사자에게 시효소멸에 대한 의견81)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82) 이러한 석명 없이 시효소멸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 석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면, 소송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을 받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83)
79) 이러한 재판으로 인한 손해는 주로 시효이익을 받는 자의 상대방에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시효중단 사유가 존재함에도 이를 주장할 기회를 놓치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80) 이러한 석명의 내용에는 법원이 판단한 본래의 기산점을 알려 주는 것도 포함된다(강명선, 위의 논문, 361면은 피고가 주장하는 기산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명확히 하도록 촉구하거나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기산일과 피고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상이한 경우에 이를 지적하는 정도의 소극적 석명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고 한다). 위 94다35886 판결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따른 기산일이 아니라 본래의 기산일을 기 준으로 심리⋅판단하더라도 석명을 통하여 본래의 기산점을 알려 준다면 불측의 불이익 방지와 공격방어방법 집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1) 시효기간, 시효중단사유의 존부 등에 관한 주장. 82) 반면, 장석조, 위의 논문, 68면은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법원은 당사자의 법률상 주장이 없이도 소멸시효를 직권으로 고려할 수 있어 법적 관점 표명의무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83) 범경철, “변론주의 보완책으로서 석명권 ; 민사소송법 제103조 제1항, 제4항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비교사법, 제16권 제3호, 한국비교사법학회, 2009년, 582면은 법원의 지적의무는 예상 밖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당사자가 불의의 타격을 맞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당사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석명과 관련하여, 상대적 효력설을 따르더라도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형성적 원용을 하도록 권유하면 법적 지식이 부족한 자의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생각해 볼 수 있다.84) 하지만 이러한 석명은 석명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생각한다.85)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에는 법원은 그 누락사실을 지적하여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변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다.86) 즉, 어떠한 법률효과에 대한 요건사실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당사자가 위 법률효과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요건사실의 제출을 권유할 수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이미 소송 외에서 형성적 원용을 하였더라도 시효소멸 주장을 하지 않으면 법원이 형성적 원용 사실을 주장하라고 당사자에게 권유하는 것은 위법하다. 그런데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아직 형성적 원용을 하지 않은 당사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의 제출을 권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실체법상 권리행사를 통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요건사실을 발생시킬것까지 권유하는 것으로서 그 위법성이 - 당사자가 이미 소송 외에서 형성적 원용을 한 위의 경우보다도 - 더 크다고 생각한다.
84) 이 부분의 논의는 상대적 효력설을 따를 경우 석명을 통해 시효이익을 받는 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효력설을 따를 경우 석명을 통한 당사자(주로 시효이익을 받는 자의 상대방) 보호에 관한 위에서의 논의와 차이가 있다. 85) 장석조, 위의 논문, 67면은 상대적 소멸설을 따를 때 시효원용권자가 소멸시효를 전혀 주장하지 않는데 원용할 것을 묻거나 이를 촉구하는 것은 적극적 석명으로서 석명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강명선, 위의 논문, 361면은 상대적 소멸설을 따를 때 시효이익의 원용에 관한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대법원 1966. 9. 20. 선고 66다1304 판결은 시효의 완성에 의하여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소송당사자가 시효완성의 항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에 법원이 그것을 석명하여야 될 의무는 없다고 한다. 86)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다60207 판결; 범경철, 위의 논문, 2009년, 578면 |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다6020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05.4.15.(224),565] 【판시사항】 [1] 상호명의신탁 등기가 되어 있는 이른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있는 토지가 환지된 경우, 종전의 상호명의신탁 관계가 환지처분에 의하여 종료되는지 여부 (한정 적극) [2] 법원의 석명권 행사와 그 한계 및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 법원이 그 누락사실을 지적하여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변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1] 상호명의신탁 등기가 되어 있는 이른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있는 토지가 환지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지가 제자리 환지이고 위치 및 지형이 별로 변경이 됨이 없이 종전 토지의 위치와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종전의 상호명의신탁 관계는 환지처분에 의하여 종료되고 종전의 토지에 상응하는 비율로 종전의 소유자들이 환지에 대하여 순수한 공유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나, 환지 후에도 공유자들이 환지 중 일부분을 각 특정 소유하여 그 부분에 대하여 상호명의신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거나 공유자들 상호간에 묵시적으로 각 종전의 사용 상태를 그대로 유지, 사용·수익하기로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환지 후에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2]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 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 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 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에는 법원은 그 누락사실을 지적하고, 당사자가 이 점에 관하여 변론을 하지 아니하는 취지가 무엇인지를 밝혀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변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제262조,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52호로 폐지) 제62조(현행 도시개발법 제41조 참조) [2] 민사소송법 제13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7. 14. 선고 95다7437 판결(공1995하, 2803)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다2880 판결(공1996하, 2472)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8950 판결(공1999상, 287) [2]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7998 판결(공1996상, 911)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39742 판결(공1998상, 495) 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19526 판결(공2000하, 2302)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1다79013 판결(공2004상, 601)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최공웅 외 4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정대 외 1인)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2. 9. 18. 선고 2001나470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7에 대한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6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 6이 부담한다. 【이유】 1. 원고 6의 상고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원고 6이 제출한 상고장에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또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므로(원고 6의 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인 2002. 11. 28.에 제출되었다.), 민사소송법 제429조에 의하여 원고 6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 2.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7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경상북도 칠곡군은 ○○면 △△지구 경지정리사업인가를 받아 직접 토지 678,118평에 대한 경지정리사업을 시행하여 1967. 5. 31. 준공하였고, 이에 따른 환지계획은 1969. 12. 29. 확정되었는데, 위 경지정리사업을 하기 전에 경북 ○○읍 □□동(이하 '□□동'이라고만 한다) 222-1 전 1,605평은 소외 1, 소외 2, 소외 3이 내부적으로 특정 부분을 구분하여 소유하던 토지였으나, 등기부상으로는 위 3인이 소외 1 7/33, 소외 2 15/33, 소외 3 11/33의 비율로 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지분이전등기가 경료되어 있었고, 그 중 소외 1이 내부적으로 구분소유하던 부분 중 188평은 위 경지정리사업구역에서 제외되고 나머지 1,417평만 위 경지정리사업구역에 포함되었으며, 위 1,605평은 1970. 2. 20. 분할되어 소외 1이 내부적으로 구분소유하던 위 188평은 □□동 222-2 전 188평으로 되고, 나머지 1,417평은 □□동 222-1 전 1,248평과 □□동 222-3 전 169평으로 된 사실, 위 경지정리사업구역에 포함된 □□동 222-1 전 1,248평 및 □□동 222-3 전 169평, 합계 1,417평은 환지계획에 의하여 □□동 255-4 답 523평, □□동 255-6 답 427평 및 □□동 255-10 답 274평으로 환지된 후, 1970. 2. 27. 위 3필지에 관하여 소외 1 7/33, 소외 2 15/33, 소외 3 11/33의 비율로 위 3인이 공유하는 것으로 '환지에 의한 전사' 등기가 마쳐진 사실, 환지 후 □□동 255-4 답 523평과 같은 동 255-10 답 274평은 1976. 12. 24. 합병되어 같은 동 255-4 답 797평으로 되었다가 다시 수회 합병과 분할을 거쳐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토지들(이하 '이 사건 토지들'이라 한다) 및 □□동 255-33, 255-37, 255-43, 255-44 토지로 되었는데, 현재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소외 1 7/33, 소외 2 15/33, 소외 3 11/33의 비율로 위 3인이 공유하는 것으로 '환지에 의한 전사' 등기가 마쳐진 사실, 한편 소외 3이 이 사건 환지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자신이 사실상 소유하던 부분을 소외 4에게 매도하였고, 이를 소외 4는 소외 5에게, 소외 5는 소외 6에게 각 매도하였으며, 1971. 3. 3. 환지 후의 □□동 255-6 답 427평 중 소외 1,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1971. 2. 27.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소외 6 앞으로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은 이 사건 환지계획이 확정된 후에 환지에 관하여 상호명의신탁 및 명의신탁해지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외 1은 이 사건 환지계획이 확정되기 전인 1968. 3. 28.경에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위 각 약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점, ② 원고들 주장대로 환지 전의 1,605평을 등기부상의 지분비율(소외 1 7/33 = 약 21%, 소외 2 15/33 = 약 46%, 소외 3 11/33 = 약 33%)과 달리 소외 1 357평(= 357/1,605, 약 22%), 소외 2 827평(= 827/1,605, 약 52%), 소외 3 421평(= 421/1,605, 약 26%)의 비율로 사실상 구분소유하고 있었고 환지 후에도 같은 비율로 구분소유하기로 하였다가 상호명의신탁을 해지하였다면 환지 전과 환지 후의 구분소유 비율이 동일하여야 하고, 환지 전의 1,605평 중 위 경지정리사업에 편입된 1,417평은 환지 후 1,224평으로 감보되었으므로, 환지 후의 상호명의신탁 해지로 인하여 소외 1의 단독소유로 될 면적은 환지 전에 소외 1이 구분소유하던 면적보다 작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지 후 소외 1의 딸인 원고 7의 소유로 등기된 □□동 222-2 전 188평과 명의신탁의 해지로 인하여 소외 1의 단독소유로 되어야 한다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동 255-10 답 274평을 합산한 면적은 환지 전에 소외 1이 단독으로 소유하였다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357평보다 105평이나 증가한 462평이 되는 점, ③ □□동 255-4 답 523평과 □□동 255-10 답 274평 및 그 토지들로부터 분할된 이 사건 토지들은 이 사건 환지계획이 확정되기 전부터 1972. 7. 1.까지는 망 소외 7이, 그 다음부터 앞서 본 원고 5의 소외 8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는 소외 7의 아들인 소외 8이 순차 경작하였는데, 소외 1 또는 그 상속인들이 소외 7 및 소외 8에게 자신들이 구분소유하던 토지의 경작을 부탁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④ 제1심법원에서 진술간주된 피고 2의 2000. 4. 28.자 답변서는 원고들의 당초 청구원인인 매매 사실에 대한 자백으로 볼 수 있을 뿐 변경된 청구원인인 상호명의신탁 해지 사실에 대한 자백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상호명의신탁 등기가 되어 있는 이른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있는 토지가 환지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지가 제자리 환지이고 위치 및 지형이 별로 변경이 됨이 없이 종전 토지의 위치와 지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종전의 상호명의신탁 관계는 환지처분에 의하여 종료되고 종전의 토지에 상응하는 비율로 종전의 소유자들이 환지에 대하여 순수한 공유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나, 환지 후에도 공유자들이 환지 중 일부분을 각 특정 소유하여 그 부분에 대하여 상호명의신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거나 공유자들 상호간에 묵시적으로 각 종전의 사용 상태를 그대로 유지, 사용·수익하기로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환지 후에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5. 7. 14. 선고 95다7437 판결, 1999. 1. 15. 선고 98다8950 판결 등). 한편,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 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 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 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에는 법원은 그 누락사실을 지적하고, 당사자가 이 점에 관하여 변론을 하지 아니하는 취지가 무엇인지를 밝혀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변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누4352 판결, 2004. 3. 12. 선고 2001다7901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환지 전의 □□동 222-1 전 1,605평은 소외 1, 소외 2, 소외 3이 내부적으로 특정 부분을 구분하여 소유하던 토지였고, 그 중 소외 3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 부분을 이 사건 환지 확정 전에 이미 소외 4에게 매도하였으며, 이를 소외 4는 소외 5에게, 소외 5는 소외 6에게 각 매도하였고, 1971. 3. 3. 환지 후의 □□동 255-6 답 427평 중 소외 1,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1971. 2. 27.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소외 6 앞으로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는 것이고, 갑 제10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들은 환지 전부터 소외 2로부터 관리위탁을 받아 소외 8과 소외 7이 이를 점유, 경작해 오던 중 1972. 7. 1. 소외 7이 사망하여 그 때부터는 소외 8이 소외 7의 점유를 승계받아 이 사건 토지들을 단독으로 점유, 경작해 온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이 사건 소제기 이전까지 어떠한 권리행사를 하였다는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 특히 이미 환지 전에 소외 3이 제3자에게 매각한 구분소유 토지 부분에 관하여 환지 후에 위와 같이 소외 1, 소외 2가 각자의 지분을 이전해 주었음에도 이에 관한 대가를 받았다는 흔적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환지 후에도 공유자들 상호간에 묵시적으로 각 종전의 사용 상태를 유지, 사용·수익하였거나, 아니면 적어도 환지 후에는 종전의 토지에 상응하는 비율로 종전의 소유자들이 환지에 대하여 순수한 공유지분을 취득하였는데, 소외 3은 이미 환지 전에 자신의 구분소유 토지 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등기부상 형식적으로는 소외 3과 소외 1, 소외 2가 환지 후의 토지를 공유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소외 3의 지분은 없고, 소외 1(다만, 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은 1968. 3. 28. 사망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소외 1의 상속인들이 될 것이다.)과 소외 2가 환지 후의 이 사건 토지들을 공유해 왔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원고들은 소외 3이 이미 환지 전에 자신의 구분소유 토지 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여 소외 1과 소외 2가 이 사건 환지 후 □□동 255-6 답 427평 중 자신들의 지분에 관하여 1971. 3. 3. 소외 6 앞으로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으므로 소외 3의 상속인들인 피고들로서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외 3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는데, 여러 필지를 등기부상 공유하는 공유자들이 공유자들 중 1인에 대하여 그의 공유지분에 해당하는 몫의 토지를 단독소유로 귀속시키면서 다른 공유토지들에 대하여는 공유관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에 속하고, 공유자들(공유자의 일부가 사망한 경우라면 그 상속인들) 사이에 공유로 등기된 토지 중 일부분을 각 특정 소유하여 상호명의신탁관계에 있다면 그 명의신탁을 해지하거나, 본래의 공유라면 공유물 분할약정을 한 다음에 위와 같은 등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일 것이므로, 위 주장 속에는 환지 확정 후에도 상호명의신탁관계가 유지되어 왔고, 적어도 소외 3의 구분소유 토지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외 6 앞으로 단독등기를 할 무렵에는 소외 1의 상속인들과 사이에 명의신탁을 해지하는 약정을 하였거나, 또는 이 사건 환지 후의 토지가 구분소유적 공유관계가 아닌 순수한 공유물로 전환된 경우에는 늦어도 1971. 3. 3. 소외 6 앞으로 위 토지에 관한 단독등기가 마쳐질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 공유물분할 약정이 있었다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적절한 석명권 행사를 통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원인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만일 이 사건 환지 후의 토지의 권리관계가 원고들 주장과 같은 상호명의신탁관계라고 한다면 소외 1이 1968. 3. 28. 사망한 이후 소외 1의 상속인들과 다른 공유자들 사이에 그 주장과 같은 상호명의신탁계약 해지약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만일 이 사건 환지 후의 토지의 권리관계가 상호명의신탁관계가 아닌 순수한 공유관계라고 한다면 원고들 주장과 같은 공유물분할 약정이 언제, 누구와 사이에 있었는지 여부, 소외 1의 사망 이후에는 이 사건 환지 후의 토지의 관리 및 처분행위를 누가 했는지 여부 등을 더 심리한 다음 원고들의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만연히 소외 1이 이 사건 환지계획이 확정되기 전인 1968. 3. 28.경에 이미 사망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7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6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유지담 이강국 김용담(주심) |
(바) 시효소멸의 효과가 미치는 인적 범위
상대적 소멸설에 따를 경우 시효원용권자의 범위를 정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야기되는 반면,87) 절대적 소멸설에 의할 경우에는 소멸시효완성으로 권리는 원용을 기다리지 않고 당연히 소멸하므로 누구나 필요하면 그 소멸을 주장할 수 있고 누가 시효원용권자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어 간명하게 설
명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88)
88) 양창수, 위의 논문, 149면. |
이에 대하여 절대적 소멸설은 시효가 완성되면 권리가 반드시 소멸한다는 의미에서 ‘절대적’이라고 하는 것인데, 권리가 절대적으로 소멸한다는 것이 반드시 ‘누구라도 소멸시효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에 의하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에 의하여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였다는 사실을 누가 주장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89)
89) 김병선, 위의 논문, 259면 |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이 소송상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보면, 누가 시효소멸의 법률효과를 주장할 수 있는가는 문제되지 않지만 권리소멸의 법률효과가 미치는 인적 범위(소송의 측면에서 보면, 법원이 누구에 대하여 권리소멸의 법률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필자는 법률관계 및 법이론의 간명화, 소멸시효의 존재이유 실현 등의 이유로 위 인적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본 논문의 분량 관계상 후속 연구에서 다루고자 한다.
(사) 이론적 간명성에 관한 검토
시효이익 포기에 관해, 상대적 소멸설은 이는 형성적 원용권의 포기이고 이로 인해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다고 보는 반면, 절대적 소멸설은 이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며 이에 의하여 이익이 생기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고 본다. 후자의 견해에 대해 일단 소멸한 권리가 소급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있으나,90) 명문규정(민법 제184조 제1항)이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이러한 소급효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91)
90)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2면(윤진수 집필부분). 91) 양창수, 위의 논문, 152면 |
시효완성 후 변제의 효과에 관해, 상대적 소멸설은 채무자가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용이 없는 동안 채권은 소멸하지 않으므로 유효한 채무의 변제가 된다고 본다. 절대적 소멸설은 채무자가 시효소멸을 알고 변제하면 악의의 비채변제(민법 제742조)로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시효소멸을 모르고
변제하였더라도 그 변제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민법 제744조)나 시효이익의 포기에 해당하여 변제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시효소멸을 모르고 변제한 것이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에 해당한다는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에 대하여 이는 시효로 권리가 소멸되어도 채무자에게 도덕적 의무는 남아 있다는 것인데 이
러한 도덕적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있다.92) 시효제도의 존재의의 중 하나가 증명곤란의 구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시효소멸을 모르고 한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93) 하지만 변제가 시효완성 후에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사회질서의
안정을 그 존재이유로 하는 소멸시효제도를 이용하여 오히려 사회질서의 안정을 깨뜨리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효소멸을 모르고 한 변제의 경우 민법 제2조에 의해 반환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94)
92)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483면(윤진수 집필부분). 93) 소멸시효제도는 권리가 변제 등의 사유로 소멸하였음에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인해 그 소멸사유를 증명할 증거가 멸실된 경우에 의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서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행사가 없었다면 시효기간 경과 전에 이미 권리가 소멸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 정당성의 근거로 한다. 그런데 시효소멸을 모르고 한 변제를 일률적으로 도의관념에 적합하다고 보는 것은 이러한 정당성의 근거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94) 대표편집 곽윤직, 위의 책, 555면 참조(윤진수 집필부분). |
상대적 효력설은 절대적 효력설에 비해 시효이익의 포기와 시효완성 후 변제의 효과를 더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멸시효에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시효완성의 효과에 있어서는 절대적 소멸설이 상대적 효력설보다 훨씬 더 간명하다. 상대적 효력설은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형성적 원용권
이라는 실제법상의 권리를 이론적으로 만들어 내고 이 권리의 행사가 시효소멸의 요건이라고 하면서 이 권리를 취득하는 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반면, 절대적 효력설은 형성적 원용권이라는 개념조차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 효력설에 따르면 권리는 시효원용권자와 그 상대방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소멸하므로 동일한 권리가 형성적 원용을 한 자와 그 상대방 사이에서는 부존재하지만 그 이외의 관계에서는 존재하는 복잡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반면,95) 절대적 효력설에 기초하여 시효소멸의 효과가 미치는 인적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권리는 모든 자에게 있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어서96) 법
률관계가 간명해 진다.
95) 양창수, 위의 논문, 150면. 같은 논문 152면은 상대적 소멸설이 시효이익의 포기를 이론상 잘설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상대적 소멸설의 이러한 난점을 무시해도 좋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96) 다만 시효이익 포기가 있으면 상대적 효력만이 발생하므로(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 판결) 권리가 상대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 판결 [근저당권말소등]〈시효의 이익 포기 사건〉[공2015하,976] 【판시사항】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가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184조 제1항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세형)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4. 12. 5. 선고 2014나4434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은 소외인으로부터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근저당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안이다. 원고는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피담보채무인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이었고, 비록 소외인이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바 있으나, 그 포기의 효과는 원고에게 미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상고이유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은 당사자인 소외인과 피고에게만 미칠 뿐 제3자인 원고에게는 미치지 않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1992. 8. 25. 피고로부터 50,000,000원을 차용하였고(이 사건 차용금채무이다), 그 담보로 같은 날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2) 소외인은 2004. 4. 16.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차용금채무와는 별도로 그때까지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0,000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4. 4. 20.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2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소외인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 3) 원고는 2013. 12. 6.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과 그 지상 4층 공동주택을 매수하여 같은 날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다.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후에 그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전제로 하여 근저당권의 제한을 받는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어서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원용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 판결 등은 시효이익의 포기 시점에 이미 시효원용에 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
(3) 소결
실질적 측면에서 절대적 효력설을 상대적 효력설과 비교해 보면, 절대적 효력설은 법적 인식의 유무에 따라 소송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적 지식이 부족한 자를 보호할 수 있고,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소송당사자에게 시효소멸에 대한 법적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소멸시효의 존재이유가 구현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이 없어도 법원이 시효완성 사실이 주장⋅증명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업무가 가중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비교형량해 볼 때, 장점이 더 크다(즉, 절대적 효력설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론적 측면에서도 절대적 효력설은 시효완성의 효과를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절대적 효력설을 취하고 그 결과로서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97)
97) 일반적으로 소멸시효는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지만,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설명한다(대표편집 김용담, 위의 책, 499면 등). 하지만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과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 중 어느것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위의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 |
Ⅴ. 결론
변론주의는 법률상의 주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될 수 없다.
법원이 법률효과를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요건사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건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주장⋅증명이므로, 형성적 원용은 - 이를 시효소멸의 요건사실로 보는 상대적 소멸설에 의하더라도98) -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될 수 없다.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상대적 소멸설에 따르면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지만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질적 측면에서나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절대적 소멸설을 택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형성적 원용 사실의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절대적 소멸설에 기초하되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은 법원의 시효소멸 인정의 요건이 아니라고 보는 본 논문의 견해는 법률상 주장에 변론주의를 적용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고 법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를 취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밖의 재판은 법원의 석명의무를 인정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
결국 형성적 원용과 이에 대한 사실상의 진술, 그리고 시효소멸의 법률상 진술의 3가지 중 어느 것도 법원이 시효소멸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원은 당사자 중 일방에 의해 시효완성 사실이 주장⋅증명되면 위 3가지가 없어도 시효소멸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론의 사례에서, 피고가 소멸시효에
관한 진술(위 3가지)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은 시효소멸을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99)
98)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면 형성적 원용이라는 개념조차 성립할 수 없다. 99) 시효소멸의 요건사실은 ① 이자의 약정 지급기일이 2015. 4. 20.이라는 사실, ② 2015. 4. 20.부터 3년이 경과했다는 사실인데, 이 중 ①은 원고에 의해 주장⋅증명되었고, ②는 역수상 명백하여 주장⋅증명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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