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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눈물’… 2만명 실직 위기 -국민

모두우리 2016. 4. 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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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눈물’… 2만명 실직 위기

    




한국 조선업계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안긴 해양플랜트 사업이 ‘조선도시’ 경남 거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굵직한 사업이 줄줄이 인도되면서 거제 소재 조선소에 고용된 수만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거제에 거주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 가운데 본사 직영 인력을 제외한 협력사 인원은 2만90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협력사 직원 2만6000명이 거제에서 근무 중이다. 3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16만5000명가량의 거제 인구가 계약직 형태의 조선업 근로자 봉급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거제에 거주하는 협력사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제 총 인구가 작년 말 기준으로 25만5828명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고용이 불안해질 경우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인도하는 총 9기의 해양플랜트 중 6기가 하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20억 달러 규모 부유식 원유생산 설비가 포함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기의 해양플랜트 설비를 인도하는 가운데 3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처리설비 등 대형 프로젝트 3건이 하반기에 마무리된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속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된 광구에서 석유·가스를 뽑아올려 정제한 뒤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대형 해양구조물이다. 2010년대 들어 극심한 선박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 조선업계에 대안으로 떠오른 신성장동력이었다. 이에 업계는 협력사 인력을 중심으로 인원을 대폭 늘렸다. 2011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관련 협력사 인원은 각각 1만5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4∼5년 사이 배 수준으로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이 우후죽순 발주되면서 일감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 간 치열한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해양플랜트 자체가 낯선 분야였던 만큼 시행착오까지 겪게 되자 공기가 지연되는 사업도 속출했다. 이에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주범으로 전락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계약이 만료된 협력사 직원들은 통상 다른 사업에 투입된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사업을 마치고 나오는 인력 규모가 워낙 크고,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이들이 다시 일감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6일 “회사 입장에서는 호황 때처럼 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인력이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4만2000명인 직원을 2019년까지 3만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자체와 정부에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만 2만명 이상이 실직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제시와 고용노동부는 거제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