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경제동향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베니건스에 이어 아웃백까지-이데일리

모두우리 2016. 4. 7. 09:36
728x90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베니건스에 이어 아웃백까지

    

- 아웃백, 지난달 말 매각 예비입찰 마감…전망 암울
- 아웃렛 실적 부진·패밀리 레스토랑 불황 좋지 않아
- 패밀리 레스토랑 차별화 실패…일본 상황과 똑같아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2000년대 외식 시장을 주름잡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베니건스’는 한국서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고 ‘아웃백’은 최근 매각 예비입찰을 마쳤지만,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먹방 열풍으로 특별한 메뉴와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특색이 부족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베니건스 사업 철수에 이어 아웃백 매각 추진

5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아웃백은 지난달 31일 매각 예비 입찰을 마쳤다. 앞서 매각 주관사인 HSBC증권는 국내외 유통기업과 사모펀드 8곳에 투자안내서(IM)를 전달했다. 아웃백 인수를 위한 본 입찰은 오는 5월 초순부터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 입찰을 앞두고 아웃백 매각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바른손이 수익성 악화로 베니건스 사업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아웃백 인수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응은 매각 평가액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번 아웃백 매각액을 700억~8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0년 매각 추진 당시 평가액인 3000억원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바른손은 2010년 베니건스 인수 첫해 8억1300만원의 영업이익을 제외하곤 사업 철수 전까지 매년 7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해 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불황과 외식업 트렌드 변화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사양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웃백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웃백은 매장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했고 매출 또한 감소세다. 2013년만 해도 25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은 2014년의 반도 안 되는 90억원으로 추락했다. 순매출은 2500억원에서 2020억원으로 줄었다.

앞서 체험형 레스토랑으로 차별화에 나섰던 ‘마르쉐’와 ‘씨즐러’ 등도 2013년 국내 시장을 떠났다. 이외에도 ‘칠리스’·‘데니스’·‘누메로’·‘스카이락’ 등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 사라졌다.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랜드의 ‘애슐리’는 2014년 152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142개로 줄었고, CJ푸드빌의 ‘빕스’는 지난해 간신히 4개점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은 소비 트렌드에 맞춰 매장 콘셉트를 다양화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색 없는 패밀리레스토랑 몰락…일본 닮은꼴

과거 외식업계를 호령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상이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지게 된 건 패밀리 레스토랑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경직된 마케팅 정책 때문에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예전에만 하더라도 패밀리 레스토랑은 특별한 메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해외여행도 잦아지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패밀리 레스토랑를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여준상 교수는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도 현재 한국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앞으로 스스로 차별화 노력이 없다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 중흥기였던 1980년대 일본 전역으로 확산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0년대부터 주춤했다. 그러나 이후 24시간 무제한 드링크바와 비교적 저렴한 사이드 메뉴 중심의 매장 콘셉트와 메뉴를 재편하면서 최근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김태현 (thkim1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