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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만 3억 ‘울산의 강남’, 학교·학원 몰린 ‘울산의 대치동’ - 중앙

모두우리 2016. 11. 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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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만 3억 ‘울산의 강남’, 학교·학원 몰린 ‘울산의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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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남구 삼산동 . 백화점을 중심으로 음식점·주점, 의류점과 병원 등이 밀집해 있다.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교통의 요지다. [사진 송봉근 기자]

평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신라스테이 울산의 레스토랑 ‘카페’. 중년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즐기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비즈니스 호텔은 조용한 모임장소를 찾는 울산 중산층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홍승주 신라호텔 과장은 “평균 객실점유율이 70% 수준”이라며 “10명 중 6명은 비즈니스 목적의 고객이지만 중국·일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 옆에는 최근 롯데시티호텔을 비롯한 5개 관광호텔이 문을 열었다. 정영석(50) 삼산동 통장협의회장은 “예전에는 5성급 롯데호텔을 제외하면 모텔밖에 없어 손님이 오면 경주까지 가야 했다”며 “최근 비즈니스호텔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행사 모두투어가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스타즈프리미어 울산호텔도 2018년 개장을 목표로 지난 4월 착공했다.

삼산동은 울산의 대표적인 상업지구다. 최근엔 관광도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이 마주한 삼산동 일대는 골목마다 음식점·주점, 의류·화장품·휴대폰 판매점 등이 들어서 있다.

소상공인포털 상권분석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3000여 개 상가가 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9만명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옆 태진빌딩의 땅값은 3.3㎡(1평)당 3696만원(올해 5월 공시지가 기준)으로 울산에서 가장 비싸다. 골목길 상가 주요 소비층은 20·30대, 백화점 고객은 40·5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 김규문 울산1번가 공인중개사 소장은 “롯데백화점 주변 먹자골목의 잘 되는 술집은 권리금만 3억50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스크린승마·스크린야구장도 많다. 실내스포츠가 활성화돼 있는 이유는 울산이 억대 연봉자 수 전국 1위(3만2700여 명)인데도 쇼핑·문화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사이에 있는 빌딩들 외벽은 치과·성형외과·피부과 같은 병원 간판으로 빼곡하다. 울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삼산동의 병·의원 수는 183개(2015년 3월 기준)다. 울산 남구는 지난해 ‘삼산동 병원지도’를 제작하는 등 백화점·호텔·병원을 활용한 의료관광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수삼산(二水三山)’이라 불리던 이 일대 논밭 지역이 상업지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끝날 즈음이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주리원백화점이 1997년, 롯데백화점이 2011년 개점하면서 백화점 상권을 형성한 데 이어 2002년 롯데호텔이 들어섰다. 삼산동 토박이 주민 최성식(70)씨는 “주변에 태화강 기차역과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논농사를 지어 땅이 평평했다”고 개발 요인을 설명했다.

삼산동에서 4㎞ 정도 떨어진 옥동은 교육·주거의 중심지다. 상업 중심지인 삼산동과 함께 울산 남구의 양대 축을 이룬다. 이곳에는 울산지검·울산지법이 있어 법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이전에 명문고로 이름을 날린 학성고·울산여고도 바로 옆 신정동에 있다. 논밭이었던 옥동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울산대공원이 개장한 2002년부터다. 울산대공원은 364만여㎡(약 110만 평) 부지에 동·식물원, 옥외공연장 등이 있다. 임기영 신한은행 울산금융센터 지점장은 “옥동 한신휴플러스아파트 등에 기업인·의사·법조인이 많이 살아 부촌(富村)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옥동 한신휴플러스의 실거래 가격은 3.3㎡당 1600만원을 호가한다. 입시전문을 비롯해 학원이 200여 개에 달해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울산 남구는 현대백화점 일대의 전봇대와 전선을 지하에 묻고 콘크리트 대신 화강석을 깔아 ‘삼산 디자인거리’를 조성한 데 이어 지난 24일 먹자골목을 보행자 중심거리인 ‘왕생이길’로 새 단장했다. 심각한 주차난은 몇 년째 그대로다. 남구청은 땅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5년 전 공영주차장 조성 이후 손을 놓았다. 정현욱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원은 “상업시설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연계해 스토리를 더한 관광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최은경.송봉근 기자 choi.eunkyu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