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값 하락세에 HUG와 협상서 불리해진 입장
일반분양가 낮추는 조합도 등장…수익성 악화 불가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일반분양가 협상을 진행 중인 서울시 내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들이 고민에 빠졌다.
HUG는 일반분양시 협상에서 인근 아파트의 시세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협상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7월 말까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받은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 중 15곳 정도가 HUG와의 분양가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이다.
현재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는 HUG와 분양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3.3㎡당 평균 4800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의 4750만원보다 소폭 높다. 그리고 작년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4569만원 대비해도 높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 측은 총 가구수가 6702가구로, 르엘 대치(273가구)와 디에이치포레센트(184가구) 대비 아주 대규모일뿐만 아니라 입지와 평형설계에 있어서도 뛰어나 이 같은 일반분양가를 요구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조합이 요구하는 일반분양가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HUG는 고분양가 산정기준에 맞춰 일반분양가 산정 시 앞서 공급한 인근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참고한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 2~3월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역시 HUG와 일반분양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원베일리), 잠원동 신반포13차 등도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
각각 조합 측이 제시한 일반분양가가 HUG 대비 100만~600만원 높은 상황인데, 인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난감해진 입장이다. 한 서울시 내 조합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HUG와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도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시점과 비교해 조합 측이 제시하는 일반분양가보다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일반분양가를 낮게 제시하며 돌파구를 찾는 조합도 있다. 은평구 증산2구역과 수색6구역ㆍ수색7구역ㆍ수색13구역는 일반분양가를 3.3㎡ 당 약 2100만원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인근 아파트 단지의 일반분양가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7월 말까지 계획된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까지는 반드시 일반분양을 해야 한다는 갈급함도 한 몫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비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각종 규제로 막혀 있는 정비사업이 가격 하락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일반분양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정비사업 전반이 경직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석한기자 job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