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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아프다]“엄마랑 하는 말은 ‘밥줘, 배고파, 추워’ 그런 정도예요” - 경향

모두우리 2011. 12.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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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아프다]“엄마랑 하는 말은 ‘밥줘, 배고파, 추워’ 그런 정도예요”
 
12월1일 오후 마포 노래방     경향신문|
입력 2011.12.14 22:12
|수정 2011.12.15 09:51
경향신문 '10대가 아프다' 취재팀은 지난 1일 오후 4시쯤 중학생들이 자주 찾는다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노래방을 갔다. 평일에도 오전 11시부터 중학생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잔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지는 마~." 옆방에서는 가수 소찬휘의 노래 'Tears'를 열창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빨간 립글로스를 바른 이효민양(15·이하 모두 가명)이 같은 학교 친구들과 아이유의 '좋은 날'을 부르며 삼단 고음을 자랑했다. 효민양은 브라운 아이들 걸스의 멤버 '가인'처럼 아이라인을 굵고 길게 그렸다. 이 화장법은 눈이 커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아이라인을 길게 그리는 바람에 일명 '취발이' 화장으로도 불린다. 10대 여학생들에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 평소 노래방을 자주 찾나요?

이효민 = 오늘 학교에서 중3 애들한테 비보이 전용 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관람시켜줬어요. 그거 끝나고 애들이랑 노래방에 왔어요. 평소에도 노래방은 자주 와요. 그냥 할 것도 없고, 노래방 오면 따뜻하니까 오는 거예요. 친구가 노래를 잘하거든요. 친구 노래 듣는 것도 좋고 막 소리 지르면 기분이 좋잖아요. 돈도 다섯 명이 나눠 내면 얼마 안 들기도 하고요. 노래방 안 갈 때는 게임하러 피시방도 많이 가고 카페도 자주 가요. 엄마는 노래방 가는 것 가지고는 별 잔소리 안 해요. 오히려 피시방 가는 걸 싫어해요. 담배 냄새가 나잖아요. 피시방보다 건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도 술에 취하면 2차로 노래방 가잖아요.

일러스트 박준우(프리랜서 작가)

김현주 = 평소 놀 때는 노래방을 제일 많이 가고, 이대나 홍대 분식집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걸 먹어요. 롯데월드랑 서울랜드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는 근짱(배우 장근석)이 나오는 영화 < 너는 펫 > 을 봤는데요. 완전 재미없어요. 장근석이 무릎팍 도사에서 춘 셔플댄스도 유행이에요. 우리반 애들이 점심시간마다 노래 틀고 셔플댄스를 춰요. 우리반을 다른 반 애들이 '38클럽'이라고 불러요. 3학년 8반이라서 '38클럽'이에요.

- 화장은 자주 해요?

이효민 = 화장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는데요. 요즘 서클렌즈 끼는 게 유행이에요. 파우더도 다 바르는데 피부가 안 뜨려면 수분크림을 잘 발라줘야 돼요. 가볍게 B.B크림을 발라주는데 얼굴이 많이 하얗게 되는 제품을 선호해요. 아이라인은 눈에서 꼬리를 길게 빼서 그려줘요. 요즘 화장 안 하는 애들 없어요. 메이커는 아무래도 우리가 돈이 없으니까 이니스프리나 한스킨, 미샤 같은 제품을 많이 쓰죠. 머리는 '자갈치 머리'라고요. 머리 끝부분이 밖으로 말리는 형태예요. 남자애들은 댄디컷(앞머리를 포함해 머리 전체가 한쪽으로 넘어가는 형태)이랑 투블럭컷(머리 옆부분과 뒷부분은 짧게 바짝 깎고, 윗부분을 기르는 형태)이 유행이에요. 노스페이스 점퍼가 유행이긴 한데 저는 별로예요. 그건 남자애들이나 입지 우리들은 컬러삭스랑 다리가 비치는 검정 스타킹이 유행이에요. 위에는 야상 점퍼 같은 걸 크게 입고, 밑에는 하의실종처럼 레깅스를 신는 게 대세예요. 그런데 어른들은 이걸 싫어해요.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전 어른들이 개성을 좀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화장할 수도 있고, 교복을 줄여입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도 알아서 공부도 잘할 수 있는데 잔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선생님도 그렇고 엄마, 아빠도 그렇고 안 알아주는 게 제일 싫어요.

강유진 = 노스페이스는 철 지났다는 말도 많아요. 남자애들 보면 코오롱이랑 네파 브랜드도 좋아하고, 슈프림 브랜드의 패딩이 인기예요. 바람막이는 유행 지났어요. 아베크롬비홀리스터 같은 데서 나온 후드 집업이 유행 중이에요. 신발은 워커(군화)가 요즘 인기예요. 에나멜이랑 무광이랑 다 유행이에요. 나이키 루나 시리즈랑 뉴발란스 574(모델명)랑 993(모델명)이 인기고, 가방은 빅백팩같이 완전 큰 가방이 대세예요.

강해림 = 분홍색 신발도 유행이고, 회색 치마레깅스도 인기예요. 치마레깅스가 활동하기에 편하거든요.

한성은 = 야상이 인기가 많아요. 메이커는 아디다스랑 나이키, 노스페이스 같은 게 인기예요.

- 그런 옷은 왜 입는 거죠?

한성은·강해림 동시에 = 허세부리려고!

강해림 = 자기가 잘나 보이려고 입는 거예요. 돈 많은 척도 하고, 나는 세다, 강하다는 것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저희도 입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거예요. 엄마한테 졸라서 사달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비싸서 말하기 미안해요. 조르는 애들도 있기는 한데 우리는 안 졸라요. 우린 착하거든요. 제가 아는 어떤 고등학생 오빠는 누디바지 사려고 맥도날드에서 일했어요. 학교 다녀와서 하루종일 알바해서 누디바지 샀는데 가격이 아마 20만~30만원 할 거예요.

- 화장은 왜 해요?

강해림 = 학교 갈 때 하는 건 특별히 보여줄 사람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자기만족이에요. 화장을 하면 자신감이 생겨요. 요즘 애들은 거의 다 화장을 하는데 B.B랑 아이라인은 기본이에요. 다 하는데 저만 안 하면 저 혼자 까맣잖아요(웃음). 화장한 티를 안 내려고 학교에서는 좀 조심하기는 하는데 선생님들이 잘 몰라요. 선생님이랑은 눈을 되도록 안 마주쳐요. 선생님이랑 눈 마주치면 눈을 크게 떠야 해요. 작게 뜨면 눈에 아이라인 그린 게 보이잖아요. 내 얼굴은 도화지예요.

수능시험을 치르고 자유시간이 많아진 고3생 서혜인양(17)은 진로상담을 앞두고 있다. 학교친구인 고희정·강정은(18)양과 노래방에 놀러왔다.

- 요즘은 뭘하고 지내요?

서혜인 = 놀러 갈 땐 주로 노래방이랑 당구장, 피시방, 카페를 많이 가요. 홍대에서 상수동 쪽으로 가는 길에 예쁜 카페가 많아요. 학교 앞에 'ㄱ 카페'가 있는데 여기가 싸서 애들이 많이 가요. 밖에서 안 놀 땐 집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거나 웹서핑을 주로 해요. 얼마 전에는 친구들이랑 영화관에 가서 < 도가니 > 를 봤는데 재미있기보다는 찜찜했어요. 오락실도 자주 가는데 요즘 오락비가 너무 비싸서 한 판에 200~300원 하는 데를 찾아가요. 남자애들이랑 같이 가면 건슈팅 같은 게임을 많이 해요. 오락실을 안 갈 때는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기도 해요. 요즘은 수능 전에 자주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당구장도 자주 가고, 멀티방도 가요. 멀티방에 가면 닌텐도 Wii가 있으니까 애들이랑 그거 하면서 놀아요. 근데 솔직히 당구장에서도 놀다보면 질리고, 카페에서 노는 것도 결국 질려요. 어린애들은 키즈카페 같은 놀이터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고희정 = 얼마 전에 영화 < 트리 오브 라이프 > 를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람의 가치관이 한 번 정해지는 게 아니라 끝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때그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윤리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너희는 왜 사니?'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친구 중 하나가 '죽지 못해 삽니다'라고 말했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어요. 우울하다기보다는 사는 게 귀찮은 느낌이에요. 물론 우울한 면도 가끔 있지만요.

- 부모님과 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

강정은 = 별로 해본 적 없어요. 안 통해요. 어색하고 불편하고…. 대화를 한다는 게 친구랑 하는 거랑 엄마랑 하는 거랑 주제도 다르잖아요. 욕도 못해요. 뒷담화를 해도 엄마는 못 알아들으니까 공유하는 화제라고는 공부랑 고등학교 진학밖에 없고, 그나마 같이 보는 드라마 이야기 정도인데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가면 엄마한테 하는 말이라고는 '밥줘. 배고파. 엄마 추워' 이런 거예요. 아 생각하니까 좀 슬프네.

고희정 = 아빠랑 자전거 타러 가고 싶어요. 노래방은 부모님이랑 같이 오기에는 쪽팔리고 민망하잖아요. 부모님 앞에서는 노래 못 부를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부르는 노래도 다르잖아요. 엄마, 아빠가 그냥 우리한테 노래 다 시킬 것 같은데?

■ 특별취재팀

= 류인하·박효재·곽희양·이재덕·이혜인·배문규 기자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