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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상권…"아 옛날이여" -세계일보

모두우리 2013. 10. 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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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상권…"아 옛날이여"

대형 쇼핑몰 공급 과잉…신촌 상권만의 독특한 콘텐츠도 부족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강북 3대 상권 중 하나인 신촌 상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2일 경매정보제공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상가 밀집도가 높은 서울 시내 5대 상권(강남역·신촌·명동·건대·홍대) 중 근린상가 경매물건이 최근 3년 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신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경매로 넘겨진 신촌 상권 소재 근린상가는 모두 730개로 나머지 4대 상권의 근린상가 물건 총계인 224개의 3배를 넘는다. 강남역 상권이 80개로 그 뒤를 따랐다. 이어 명동 68개, 건대 59개, 홍대 17개순으로 나타났다. 신촌 상권 소재 근린상가 경매물건 수는 2008년 18개에서 2009년 70개, 2010년 154개로 급증하고 있다.

신촌 상권이 위기를 맞은 건 상가 붐을 타고 잇따라 분양한 대형 쇼핑몰이 공급과잉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가의 새 아이콘’이라는 기대 속에 분양된 신촌밀리오레 등 쇼핑몰이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직격탄으로 부도를 맞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신촌 상권만의 독특한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신촌 상권은 대부분 호프집이나 음식점 위주로 구성돼 있어 다른 상권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연세대 신입생이 송도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것도 신촌 상권 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신촌 못지않게 인근 이화여대 상권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때 패션 메카의 상징이었던 이대역 인근 미용실은 지난해부터 1년 사이에 30곳 이상이 폐업해 현재 40여곳만 영업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미용실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패션 점포들도 손님이 뚝 끊긴 상태다. 미용실과 의류 점포가 폐업한 자리는 모텔이나 호프집·노래방·음식점 등이 점령했고 임대료도 서서히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비해 홍대 상권은 공연·클럽·화방거리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유동인구를 대거 끌어들였다. 덕분에 홍대 상권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촌을 제치고 서울 서북부 최대 상권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까지 상권이 확장돼 홍대 상권은 한층 탄탄해지고 있다. 실제로 홍대 상권 근린상가 경매물건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2개에 그쳤고 2009년에는 하나도 없었다. 2011년 1개, 부동산 경기침체가 극에 달한 지난해에도 8개에 불과했다. 또 다른 경쟁자인 명동 상권도 중국·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몰리면서 상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신촌 상가 투자가 아예 희망을 잃은 건 아니다”라면서 “주변에 대학이 많고 교통이 좋아 늘 유동인구가 북적이는 만큼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컨셉의 상권이 형성된다면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한류 콘셉트를 담은 상가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고, 주변 시세에 비해 저평가된 물건과 함께 리뉴얼을 통해 상권 회복이 가능한 물건, 입지가 좋은 상가는 금액에 관계없이 투자자가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소장은 또 “다만 홍대 상권과 비교해 지나치게 매매, 임대가격이 높거나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