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유치공사·취득시효·인수·소멸/민245(점유취득시효)

20년간 평온 공연히 분묘기지를 점유하면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및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 권리자가 수호 봉사를 하는한 존속-헌재

모두우리 2020. 11. 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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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20년 10월 29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는 위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은 부천시 오정구 소재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소유자이고, 이 사건 임야에 있는 합장묘(이하 ‘이 사건 분묘’라 한다)는 조선 후기에 설치되어 그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경 황○○의 아버지가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이어 황○○이 관리하여 왔다. 
○ 청구인은 이 사건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묘개장 허가를 받은 후 분묘를 굴이하고 화장하여 유골을 공원묘원에 봉안하여 두었다.
○ 황○○은 청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일부 승소하였고, 청구인의 항소 및 상고는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 등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후 각하되자(대법원 2017카기100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
  
□ 결정주문
○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관습법의 헌법소원 대상성
○ 이 사건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 제한되는 기본권 및 심사기준
○ 이 사건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이 성립·존속하는 경우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 토지소유권의 행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고, 이 사건 관습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관습법 성립 전후의 역사적 배경과 관습법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 재산권의 대상인 토지의 특성 및 헌법 제9조에 따른 전통문화의 보호 등을 고려하여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 비록 오늘날 전통적인 장묘문화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고,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분묘의 강제적 이장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배치되므로, 이 사건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 이 사건 관습법은 평온·공연한 점유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법률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배제하고 있고,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되어 있으며, 단지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거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관습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분묘기지권은 조상숭배사상 및 부모에 대한 효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되어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는바, 이러한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 관습법의 성립에는 국회의 관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습법은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관습법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 관습법의 성립 혹은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구별하여 사후적 규범통제로서의 위헌심사가 문제될 수 있다면, 즉 법원에 의하여 관습법의 존속시기에 대응하는 법질서를 기준으로 할 때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었으나,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통상의 경우,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관습법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지에 대하여도 판단하므로,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관습법이 이후 사회의 변화나 전체 법질서의 변화로 위헌적인 것으로 변한 경우 법원이 그 효력 상실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관습법은 사회의 자율성과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관습법은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는 점이 대법원에 의하여 인정되어  현행 헌법에 따라 별도의 위헌심사가 필요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하여야 한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본 선례(헌재 2016. 4. 28. 2013헌바396등 결정)의 입장을 유지하였다.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관습법이 재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는바, 재산권 침해 여부를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심사하되 이 사건 관습법 성립 전후의 역사적 배경과 관습법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 재산권의 대상인 토지의 특성 및 헌법 제9조에 따른 전통문화의 보호 등을 고려하여 심사기준을 완화하였다. 
○ 이 사건 관습법은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되어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것인바, 헌법재판소는 장묘문화의 변화,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등 그간 변화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관습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2017헌바208    구 관습법 위헌소원

청    구    인          차○○대리인   법무법인 호성

                                         담당변호사 김율, 이승량

당  해  사  건          대법원 2016다231358 손해배상(기)

                  2020. 10. 29.

주           문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1990. 4. 20. ○○시 (주소 생략) 임야 8,926㎡(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아버지 차□□으로부터 증여받아 1990. 4. 28. 이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임야에는 조선 후기 황○○과 그의 부인 여산송씨의 합장묘(이하 ‘이 사건 분묘’라 한다)가 설치된 이래 황○○의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경 황□□의 아버지가 이를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이어 황□□이 관리해 왔는데, 이 사건 분묘는 ○○의 역사·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임야에 존재하는 이 사건 분묘를 포함한 11기의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 제27조에 의해 무연분묘 개장공고를 하고, 2014. 6. 25. 위 분묘들에 대한 연고자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분묘개장 허가 신청을 하여 그 허가를 받은 후, 2014. 7. 7. 이 사건 분묘를 굴이하여 화장하고 유골을 전북 무주에 있는 재단법인 □□에 봉안하여 두었다.

다. 이에 황□□은 2014. 9. 30. 청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단5272181), 위 법원은 2015. 11. 13. 황□□이 이 사건 임야 중 254㎡ 부분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고 청구인이 이 사건 분묘를 굴이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청구인은 황□□에게 원상회복 비용 1,080만 원과 위자료 500만 원 합계 1,58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청구인은 위 판결에 항소하였으나 2016. 6. 10. 항소가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나66600), 이에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17. 3. 30. 이를 각하하고(대법원 2017카기1003) 같은 날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6다231358). 이에 청구인은 2017. 5. 2. 위 관습법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개정되고 2007. 5. 25. 법률 제848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분묘의 설치기간) ①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공설묘지 및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사설묘지에 설치된 분묘의 설치기간은 15년으로 한다.

제23조(타인의 토지 등에 설치된 분묘의 처리 등) ① 토지 소유자(점유자 기타 관리인을 포함한다. 이하 조에서 같다)·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분묘에 대하여 당해 분묘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분묘에 매장된 시체 또는 유골을 개장할 수 있다.

1. 토지 소유자의 승낙없이 당해 토지에 설치한 분묘

③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 대하여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부칙(2000. 1. 12. 법률 제6158호)

제2조(적용례) 제17조 및 제23조 제3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후 최초로 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관습법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지상권과 유사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고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분묘기지권의 계속 존속을 인정하고 있어, 악의의 무단점유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사실상 영구·무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러한 관습법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이 사건 관습법의 헌법소원 대상성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르러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법원(法院)은 여러 차례 심판대상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한 관습이 우리 사회에서 관습법으로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재판규범으로 적용하여 왔는바(대법원 1957. 10. 31. 선고 4290민상539 판결, 대법원 1982. 1. 26. 선고 81다1220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다4411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한편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

 

항은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헌재 2016. 4. 28. 2013헌바396등 참조).

 나. 쟁점 및 심사기준

이 사건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이 성립·존속하는 경우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 분묘기지가 된 토지 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관습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를 심사한다.

 이 사건 관습법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의 사용관계를 규율하고 토지 소유자와 분묘기지권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23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사적 재산권의 보장과 함께 같은 조 제2항의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의 양 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관습법의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습법 성립 전후의 역사적 배경과 관습법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 및 재산권의 대상인 토지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선 이 사건 관습법은 임야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되기 훨씬 전부터 임야

 

에 분묘를 설치하는 것이 용인되었던 관습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으로, 역사적으로 먼저 존재하였던 관습에 따른 분묘 설치자와 근대적 의미의 임야소유제도가 형성되면서 생겨난 소유권에 따른 임야 소유자 사이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토지(임야)가 지니는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고려되어야 한다. 임야는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사적 소유권의 대상이 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반면 분묘 설치를 위한 임야의 수요는 컸고 어느 임야에든 분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었다는 점, 매장 문화 및 분묘와 관련된 조상숭배의 정신이 많이 감소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분묘가 설치되어 있는 임야는 그 이용이나 처분이 그 소유자 개인의 생활영역을 넘어서서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을 가지는 재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의 전통적인 효 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은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로서 보호를 받으므로, 이 사건 관습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이러한 전통문화를 통해 오랫동안 유지·보호되어 온 우리 공동체의 이익을 적절히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관습법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관습법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관습법은 매장문화에 관한 전통사상을 존중하고 분묘의 설치 및 그 기지의 사용관계를 둘러싼 입증곤란의 구제 및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다.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한 경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고 분묘의 수호와 봉사가 계속되는 한 분묘기지권의 존속을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다.

(2) 피해의 최소성

(가) 매장문화의 존속 및 분묘에 대한 보호 필요성

비록 오늘날 유교사상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생활 근거지의 잦은 이동 및 교통의 발달, 장례 업체의 이용 및 화장률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으며,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남아 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현행 장사법도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여 매장을 장사의 한 방법으로 보고 매장 및 분묘에 관한 규율을 하고 있다.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관습법에 따라 그러한 분묘의 수호 및 봉사를 위해 필요한 토지 사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임야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토지 소유자가 이를 사용·수익하지 못해 입게 되는 손실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토개발 등으로 분묘가 설치된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였다는 이유로 분묘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이는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그 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손실 차원을 넘어 분

 

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 및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누구라도 타인의 분묘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하고 함부로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배치된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토지에 임의로 분묘가 설치된 경우 시효기간이 진행하는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언제든지 소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민법 제247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민법 제168조 내지 제177조에 의하여 분묘 소유자에게 분묘의 굴이를 구하거나 그 점유 부분의 인도를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에 따른 시효취득 요건

이 사건 관습법은 ‘분묘기지권자로서의 점유’를 그 요건으로 삼지 아니함으로써 ‘지상권자로서의 점유’를 요건으로 하는 민법상 점유취득시효제도에 비하여 시효취득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민법상 지상권의 경우 시효취득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가 지상권을 설정하려는 의사로 해당 토지를 점유하여 왔음을 입증하여야 하나(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7984 판결 참조), 이 사건 관습법에 의하면 그러할 필요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분묘기지권에 대한 시효취득이 더 용이하게 인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관습법을 법원(法源)으로 인정하는 이상 그 내용이 실정법 및 그에 대한 해석과 다른 경우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묘기지권은 토지를 분묘라는 특수한 용도로 점유·사용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분묘의 존재 여부는 그 형태의 특수

 

성으로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재산권 시효취득과 구별되기도 한다. 만약 분묘기지권자로서의 점유를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요건으로 하고,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자로서의 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실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위와 같은 분묘기지권의 특성과 함께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용인될 수 없는 강포행위를 쓰지 아니하는 ‘평온’한 점유와 은비의 점유가 아닌 ‘공연’한 점유가 요구되어 법률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방법으로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배제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분묘기지권자로서의 점유’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형평에 반하거나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재산권 제한 범위의 한정성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 하더라도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분묘기지권이 인정되고, 분묘의 수호와 봉사가 중단되거나 분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분묘기지권 역시 소멸한다. 뿐만 아니라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개정된 장사법에서 그 시행일인 2001. 1. 13.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부정한 이래(제23조 제3항, 부칙 제2조) 장사법은 일관되게 같은 날 이후 설치된 분묘의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에 따른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되어 있다.

 

물론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고 해석되고(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참조), 이 사건 관습법은 시효취득된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은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에 따를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며, 그러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이 존속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그 만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하여 시효취득된 분묘기지권에 일정한 지료 및 존속기간을 인정한다면 지료 연체를 이유로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하거나 기간 만료를 이유로 분묘의 이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되므로 분묘기지권 보장 수준이 그만큼 후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복잡하게 하고 분묘기지권자의 경제적·정서적 이익에 중대한 침해를 가할 뿐 아니라 분묘를 존엄 시 해온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거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관습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법익 균형성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하여 토지 소유자가 자신이 소유하는 토지 일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제한당하기는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 반면, 분묘기지권은 조상숭배사상 및 부모에 대한 효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되어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

 

되게 유지되어 왔는바, 이 사건 관습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소결

이상의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관습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에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물론이고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모두 포함된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헌재 1999. 4. 29. 97헌가14; 헌재 2001. 9. 27. 2000헌바20; 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참조). 이때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느냐 여부는 그 규범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법률적 효력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한편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규범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①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기능이 국회 등 국가기관의 입법권 남용을 통제함과 동시에 국회의 입법권 존중을 통해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고, 3권 분립이 요구하는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의 정신을 살리는 데 그 취지가 있는 점, ②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규범서열상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법규범이 있다면, 국회의 입법권 존중과 동일한 정도로 그 규범을 제정한 국가기관의 입법작용도 존중되어야 하므로 헌법재판소가 규범통제를 할 필요가 있는 점, ③ 헌법의 구체적 규범통제와 관련한 관할권 분배체계에서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같은 효력이 부여되고 유사한 기능을 행하는 규범의 통제권은 헌법재판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는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기속력이 부여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관습법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고 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는데, 그러한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 참조). 즉 성문법은 관습법을 폐지할 수 있지만 관습법은 성문법을 폐지할 수 없고, 관습법은 성문의 법률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인 법원(法源)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규정하는데, 민법의 제정 경위 및 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민법 제1조의 ‘법률’은 민사관계를 규율하고 재판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때 그 재판의 준거(準據) 내지 심

 

판 기준으로서의 성문법(법률, 명령, 조약, 자치법규 등)을 의미하므로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국한되지 않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관습법의 효력이 법률과 대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관습법의 성립에는 국회의 관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관습법이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관습법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선례의 다수의견은,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헌재 2016. 4. 28. 2013헌바396등 참조).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기능에 국회의 입법권 남용 통제 및 국회의 입법권 존중과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 도모 이외에, 규범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기관인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전속적으로 판단하게 함으로써 법질서의 통일성 및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구체적인 법적 분쟁에서 법률적 효력이 있는 법규범을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관습법의 성립과 소멸을 포함한 관습법의 규범으로서의 특수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획일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관습법이 존재하는지 여부, 즉 사회적 관행의 지속성과 확실성 및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사회의 법적 확신이 있는지 여부는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뿐만 아

 

니라 원래 관습법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 진화하며 변화하는 것이어서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는 물론 관습법의 변화를 파악하여 관습법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종래 사회적 관행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점차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다면, 법원은 그러한 종래의 관습법에 대하여는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이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어떤 사회생활규범이 법적 규범인 관습법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선언하기 위하여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때 법원(法院)은 보충적 법원(法源)으로서의 관습법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의 부합 여부 및 정당성과 합리성은 법원(法源)으로서의 관습법이 존재하는지가 문제되는 시기의 법질서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관습법의 성립 혹은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구별하여 사후적 규범통제로서의 위헌심사가 문제될 수 있다면, 즉 법원에 의하여 관습법의 존속시기에 대응하는 법질서를 기준으로 할 때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었으나,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이므로(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아닌 통상의 경우라면,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관습법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도 판단하므로,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관습법이 이후 사회의 변화나 전체 법질서의 변화로 위헌적인 것으로 변한 경우 법원이 그 효력 상실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관습법은 사회의 자율성과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애초에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한 위헌심사를 통하여 법질서의 통일성 및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혹은 법규범을 포괄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한편 일반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서 관습법에 대한 규범통제가 가능한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판소원 제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헌적인 관습법에 대한 위헌선언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임무를 다하게 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이 심급구조를 취하고 관습에 규범력을 인정함에 있어 당해 관습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함께 판단함으로써 법원 내부의 규범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법원이 관습법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선언함에 있어 헌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이미 심사한 이상 헌법재판소가 이를 중복하여 심사하는 것이 법원의 잘못된 판단, 즉 위헌적인 관습법 인정 및 적용에 대한 통제의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 법제상 재판소원이 인정되지 않

 

아서 법원 판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관습법의 위헌심사 대상성을 인정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살펴본다. 민법 제정으로 폐지된 구 상속관습법 등과 달리, 분묘기지권은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는 점이 대법원에 의하여 인정되었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관습법 성립 이후 2001. 1. 13.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법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규정을 두어 토지 소유권을 강화하는 등 묘지에 관한 법적 규율에 변화가 있었지만, 위 법률 시행 전후를 포함하여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이 인정된 후 현재까지 사이에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태도나 그 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로써 대법원이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그 성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과거의 관습법에 대하여 현행 헌법에 따라 위헌심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며, 달리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지 않고, 국회의 입법권 존중 혹은 3권 분립을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심사가 요구되는 것도 아닌 이 사건 관습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마. 그러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하여야 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