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물·부합물·인도·지상권·철거·배당/민366-저당권과법정지상권

나대지 상에 근당권 및 지상권을 설정한 후 신축한 후 건물만 경매로 취득한 경우-법정지상권 부정

모두우리 2024. 6. 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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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이 사건 각 토지의 일부를 침범하는 이 사건 각 건물의 소유자인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공유자로서 이 사건 각 건물 중 위 토지 침범 부분에 관한 철거 및 인도 청구와, 차임상당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침범 토지 부분을 점유할 권원으로서 이 사건 각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이 있다는 주장을 한 사안입니다. 

제1심(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2가단25465)은 「나대지 위에 저당권을 설정한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대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였다가 경매 등의 사유로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경우에는 대지의 경락취득자에 대한 관계에서 건물의 소유자에게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물론 관습상의 법정지상권도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24524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근거로 하여, 이 사건 각 토지 위에 근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이 사건 각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법정지상권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다26051 판결
[건물등철거등][공2003.10.15.(188),2020]

【판시사항】

지상건물이 없는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 설정 당시 근저당권자가 건물의 건축에 동의한 경우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  (소극)  

【판결요지】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저당권 설정 당시부터 저당권의 목적되는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할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며,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그 지상에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이 개시되기 이전이었다면, 건물이 없는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근저당권자가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주관적 사항이고 공시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토지를 낙찰받는 제3자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제3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등 법률관계가 매우 불명확하게 되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민법 제36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869 판결(공1988, 168)  대법원 1993. 6. 25. 선고 92다20330 판결(공1993하, 2098)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24524 판결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명 담당변호사 이용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희부)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4. 30. 선고 2002나47572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저당권 설정 당시부터 저당권의 목적되는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할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며 건물이 없는 토지에 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근저당권 설정자가 그 위에 건물을 건축하였다가 경매로 인하여 대지와 그 지상건물이 소유자를 달리하였을 경우에는 위 법조에서 정하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관습상의 법정지상권도 인정되지 아니하고(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869 판결, 1993. 6. 25. 선고 92다20330 판결, 1995. 12. 26. 선고 95다24524 판결 등 참조), 다만,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그 지상에 건물이 토지 소유자에 의하여 건축중이었고, 그것이 사회관념상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물의 규모·종류가 외형상 예상할 수 있는 정도까지 건축이 진전되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자는 완성될 건물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여도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며 사회·경제적으로도 건물을 유지할 필요가 인정되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2. 6. 12. 선고 92다7221 판결 참조).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그 지상에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이 개시되기 이전이었다면, 건물이 없는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근저당권자가 토지소유자에 의한 건물의 건축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주관적 사항이고 공시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토지를 낙찰받는 제3자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제3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등 법률관계가 매우 불명확하게 되므로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는 1996. 8. 30.자 근저당권 및 1996. 8. 31.자 근저당권이 설정될 당시 나대지 상태였고 이 사건 건물은 착공되지도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1996. 8. 30.자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 절차에서 경락으로 인하여 그 소유권이 소외 1에게 넘어간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이나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인정될 여지는 없다 할 것이고, 피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이던 소외 2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96. 8. 30.자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근저당권자가 이 사건 건물의 건축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소외 1이 법정지상권을 예상하여 이 사건 토지를 감정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낙찰받았고 원고는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저렴하게 매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건물의 철거청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이규홍    


제2심(청주지방법원 2023나59012)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제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 하여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아래 [1], [2]와 같은 두 가지 법리를 설시하면서 제1심과는 다른 이유로 피고의 법정지상권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1] 제2심은 나대지 상태의 토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지상의 신축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을 일률적으로 부정한 기존의 하급심 판례와 달리 그 법정지상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하였습니다. 즉, 제2심은 “나대지 상태의 토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그 지상에 신축된 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됨으로써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것과 같은 결과로 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후 토지 및 그 지상 건물 중 하나에 대하여만 경매가 실행되어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그 지상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이 사안에서도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만한 사실관계가 일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건물철거등][집51(2)민,315;공2004.1.15.(194),134]

【판시사항】

[1]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건물이 철거되고 다른 건물이 신축된 경우,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신축건물이 서로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게 되면 민법 제366조 소정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건물 건축 도급계약에 있어서 건물 소유권의 귀속관계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바, 그 이유는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처음부터 지상 건물로 인하여 토지의 이용이 제한 받는 것을 용인하고 토지에 대하여만 저당권을 설정하여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토지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취득한 경우와는 달리, 공동저당권자는 토지 및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취득한 것으로서, 저당권의 목적이 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하는 이상은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해도 그로 인하여 토지의 교환가치에서 제외된 법정지상권의 가액 상당 가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의 교환가치에서 되찾을 수 있어 궁극적으로 토지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는 나대지로서의 교환가치 전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건물이 철거된 후 신축된 건물에 토지와 동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지 아니 하였는데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공동저당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결과 법정지상권의 가액 상당 가치를 되찾을 길이 막혀 위와 같이 당초 나대지로서의 토지의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하여 담보를 취득한 공동저당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게 하기 때문이다.   

[반대의견]   
민법 제366조가 법정지상권제도를 규정하는 근본적 취지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이 철거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상 이유에 있는 것이지 당사자 어느 한편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법정지상권은 저당권설정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객관적 요건만으로써 그 성립이 인정되는 법정물권인바, 저당권자가 그 설정 당시 가졌던 '기대'가 어떤 것이었느냐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다수의견은 법정지상권 성립요건의 객관성 및 강제성과 조화되기 어렵고, 토지와 건물 양자에 대하여 공동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공동저당권자가 토지에 관하여 파악하는 담보가치는 법정지상권의 가치가 제외된 토지의 가치일 뿐이고, 건물에 관하여 파악하는 담보가치는 건물 자체의 가치 외에 건물의 존속에 필요한 법정지상권의 가치가 포함된 것이며, 법정지상권은 그 성질상 건물에 부수하는 권리에 불과하므로 구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됨으로써 건물저당권 자체가 소멸하면, 공동저당권자는 건물 자체의 담보가치는 물론 건물저당권을 통하여 파악하였던 법정지상권의 담보가치도 잃게 되고, 이에 따라 토지 소유자는 건물저당권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그러므로 토지 소유자는 그 소유권에 기하여 토지 위에 신건물을 재축할 수 있고, 그 후 토지저당권이 실행되면 신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며, 다만 그 내용이 구건물을 기준으로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로 제한됨으로써 공동저당권자가 원래 토지에 관하여 파악하였던 담보가치, 즉 구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 가치를 제외한 토지의 담보가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것이 바로 가치권과 이용권의 적절한 조절의 모습이다.   

[다수의견쪽 보충의견]   
민법 제366조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게 속한 경우'라고 규정하여, 마치 경매 당시에 건물이 존재하기만 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지만 위 조문의 해석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 당시 토지상에 건물이 존재하여야 하고, 따라서 나대지에 저당권설정 후 설정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 후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판례·통설인바, 이는 이러한 경우에도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고려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허용하면 당초 건물 없는 토지의 교환가치를 기대한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미루어 보아 법정지상권제도가 당사자의 의사를 전혀 도외시한 채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며, 단독저당, 공동저당 어느 경우나 원칙적으로 저당권설정 당시 존재하던 건물이 헐린 후 재축된 신건물에 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그 성립을 인정하여도 저당권자의 의사 내지 기대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단독저당이 여기에 해당한다)에 국한하여 건물보호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범위를 확장해석하는 것은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의 객관성이나 강제성과는 관련이 없다. 

[2] 일반적으로 자기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건축한 사람이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이지만,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수급인이 자기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완성하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기로 하는 등 완성된 건물의 소유권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그 건물의 소유권은 도급인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66조[2] 민법 제6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0. 7. 10. 선고 90다카6399 판결(공1990, 1690)(변경)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9388 판결(공1992, 2271)(변경)
대법원 1993. 6. 25. 선고 92다20330 판결(공1993하, 2098)(변경)  대법원 2000. 12. 12. 선고 2000다19007 판결(변경)
대법원 2001. 3. 13. 선고 2000다48517, 48524, 48531 판결(공2001, 871)(변경)

[2] 대법원 1990. 4. 24. 선고 89다카18884 판결(공1990, 1135)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790 판결(공1992, 1385)

【전 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석관동에이(A)지구 재건축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희목)

【피고,피상고인】 피고 1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피고 2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7. 14. 선고 97나117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대지 위에는 단층주택이 건축되어 있었는데, 위 대지 및 단층주택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피고 1은 1989. 2. 11. 위 대지 및 단층주택을 공동담보로 제공하여 개봉단위농업협동조합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가, 그 후 1991. 12. 5. 위 근저당권의 실행에 의하여 위 대지 및 단층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된 사실, 그런데 피고 1은 그 전인 1991. 9. 30.경 피고 2에게 위 단층주택의 철거와 이 사건 3층 주택의 신축공사를 도급주었는데, 피고 2는 1991. 10.경 위 단층주택을 철거하고 이 사건 3층 주택(이하 '이 사건 신축건물'이라 한다)의 신축공사를 시행하여 1992. 3.경 완공하였으나, 준공검사를 받지는 못하고 있고, 이 사건 신축건물은 피고들이 일부씩 나누어 점유하고 있는 사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는 위 단층주택이 이미 철거되었다는 이유로 위 단층주택에 대한 경매절차는 취소되고, 이 사건 대지에 대한 경매절차만이 속행되어 1992. 4. 23. 소외 1이 이 사건 대지를 경락받은 사실, 그 후 이 사건 대지의 소유권은 위 소외 1로부터 소외 2를 거쳐 1994. 10. 11. 원고에게로 순차 이전된 사실, 원고는 1994. 9. 6. 피고 2로부터 이 사건 신축건물을 대금 1억 3,800만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계약금 2,000만 원을 피고 2에게 지급한 후,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1의 소유라는 취지의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선고되자 다시 1997. 12. 18.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신축건물을 대금 1억 4,400만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계약금 1,500만 원을 피고 1에게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잡아, (1)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이 사건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피고 1인 점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전제한 후,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저당권설정 당시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각각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는 그 지상건물 소유자는 민법 제366조에 따라 법정지상권을 취득하고 이는 저당권설정 당시 존재하던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피고 1의 법정지상권에 기한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인 건물철거 및 대지인도청구를 배척한 다음, 이 사건 신축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 그 매매잔대금의 지급과 상환으로 이 사건 신축건물의 명도와 이 사건 대지의 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고, (2)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이 사건 신축건물은 피고 2가 원시취득한 것이라고 판단한 후, 피고 1에 대한 판단에서와 같은 법리로 이 사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위적 청구인 건물철거 및 대지인도청구와 이 사건 신축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신축건물에서의 퇴거를 구하는 제1 예비적 청구도 배척한 다음, 원고와 피고 2 사이의 이 사건 신축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 그 매매잔대금의 지급과 상환으로 이 사건 신축건물의 명도와 이 사건 대지의 인도를 구하는 제2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왜냐하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처음부터 지상건물로 인하여 토지의 이용이 제한 받는 것을 용인하고 토지에 대하여만 저당권을 설정하여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토지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취득한 경우와는 달리, 공동저당권자는 토지 및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취득한 것으로서, 저당권의 목적이 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하는 이상은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해도 그로 인하여 토지의 교환가치에서 제외된 법정지상권의 가액상당가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의 교환가치에서 되찾을 수 있어 궁극적으로 토지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는 나대지로서의 교환가치 전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건물이 철거된 후 신축된 건물에 토지와 동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지 아니 하였는데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공동저당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결과 법정지상권의 가액상당가치를 되찾을 길이 막혀 위와 같이 당초 나대지로서의 토지의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하여 담보를 취득한 공동저당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도 그 후 저당권의 실행에 의하여 토지가 경락됨으로써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면 언제나 토지에 관하여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0. 7. 10. 선고 90다카6399 판결, 1992. 6. 26. 선고 92다9388 판결, 1993. 6. 25. 선고 92다20330 판결, 2000. 12. 12. 선고 2000다19007 판결, 2001. 3. 13. 선고 2000다48517, 48524, 48531 판결의 견해는, 위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이 사건에서, 피고 1의 소유이던 이 사건 대지 및 그 지상 단층주택에 관하여 개봉단위농업협동조합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위 단층주택이 철거되고 이 사건 신축건물이 신축되었으나, 그 신축건물에 관하여 개봉단위농업협동조합이 이 사건 대지에 대한 것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지에 대한 저당권의 실행에 의하여 이 사건 대지와 그 지상의 이 사건 신축건물이 각각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대지상에 신축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주위적 청구인 이 사건 신축건물의 철거 및 이 사건 대지의 인도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토지와 그 지상건물의 공동저당에 있어서의 법정지상권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일반적으로 자기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건축한 사람이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이지만,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수급인이 자기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건물을 완성하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기로 하는 등 완성된 건물의 소유권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여질 경우에는 그 건물의 소유권은 도급인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대법원 1990. 4. 24. 선고 89다카18884 판결, 1992. 3. 27. 선고 91다34790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피고 1이 1991. 9. 30. 피고 2에게 이 사건 신축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함에 있어, 건물완공 후 이를 임대하여 얻는 수입으로 먼저 공사대금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피고 1이 가지기로 하고 그 중개비용 및 세금은 피고 1이 부담하기로 약정하였고(기록 502면), 건물완공 직후인 1992. 7. 8.에는 피고들 사이에서, 이 사건 신축건물에 관하여 피고 1의 이름으로 준공검사를 받아 준공하고 피고 1은 소유권보존등기를 필한 후 융자금 1억 원을 받아 피고 2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엿볼 수 있는바, 이러한 각 약정은 이 사건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공사도급인인 피고 1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신축건물은 피고 1이 원시취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2가 이 사건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신축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또 원고는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2의 소유임을 전제로 피고 2에 대하여 이 사건 신축건물의 철거와 이 사건 대지의 인도를 구하고, 만약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어 원고의 청구가 배척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신축건물에 대한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매잔대금의 지급과 상환으로 이 사건 신축건물의 명도와 이 사건 대지의 인도를 구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다시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1의 소유임을 전제로 피고 2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의 청구와 이 사건 신축건물에서의 퇴거를 구하고 있어서 위 양 청구가 서로 모순되는 관계에 있는 청구라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주장내용을 제대로 정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2의 소유임을 전제로 원고의 제2 예비적 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들을 모두 배척함으로써 이유모순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 중 이 사건 신축건물의 철거와 이 사건 대지의 인도청구 부분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나 원고의 모순된 주장을 정리한 후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함이 상당하므로 이 부분 사건 전부를 파기하기로 한다). 

(4) 한편, 원고가 피고 2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의 건물명도 등을 구하는 제2 예비적 청구는, 원고가 그 청구에 이른 전후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2의 소유이지만 같은 피고의 항변 등으로 인하여 주위적 청구인 건물철거 등의 청구가 배척되는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청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만일 이 사건 신축건물이 피고 1의 소유이고 피고 2의 소유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고 2에 대한 원고의 위 제2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3.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피고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 제2의 가.항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조무제, 이강국, 박재윤, 김용담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는 아래 5항과 같은 대법관 배기원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위 제2의 가.항의 판단에 관한 대법관 조무제, 이강국, 박재윤, 김용담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민법 제366조가 법정지상권제도를 규정하는 근본적 취지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이 철거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상 이유에 있는 것이지, 당사자 어느 한편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 대법원 1966. 9. 6. 선고 65다2587 판결 참조). 그리고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저당권의 설정 당시 저당권의 목적이 되는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하고 있어야 하고, 저당권설정 당시에 건물이 존재하였던 이상, 후에 건물이 개축ㆍ증축되는 경우는 물론이요 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된 후 재축ㆍ신축되는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데 지장이 없으며, 이 경우 신 건물과 구 건물 사이에 동일성이 있을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다만 그 법정지상권의 내용인 존속기간, 범위 등이 구 건물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로 제한된다고 함은, 일찍부터 대법원이 선언하여 온 법리이다(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다19985 판결, 1997. 1. 21. 선고 96다40080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법리 자체를 정면에서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건물 중 토지만에 대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와 달리, 토지와 건물 양자에 대하여 공동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이른바 공동저당권의 경우)에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이유는 공동저당권자의 담보가치 파악에 관한 '기대' 및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 공동저당권자가 입게 되는 '불측의 손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찬성할 수 없다.

(1) 민법 제366조가 규정하는 법정지상권의 일반적인 성립요건은 ① 저당권설정 당시 건물의 존재, ② 토지와 건물 소유자의 동일성, ③ 토지와 건물의 일방 또는 쌍방에 관한 저당권설정, ④ 경매로 인한 건물과 토지에 대한 소유의 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법정지상권은 저당권설정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객관적 요건만으로써 그 성립이 인정되는 법정물권이다 .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을 배제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특약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 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564 판결 참조)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유독 저당권자가 그 설정 당시 가졌던 '기대'가 어떤 것이었느냐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으니, 우선 이 점에 있어서 법정지상권 성립요건의 객관성 및 강제성과 조화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2) 토지와 건물 양자에 대하여 공동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공동저당권자가 토지에 관하여 파악하는 담보가치는 법정지상권의 가치가 제외된 토지의 가치일 뿐이고, 건물에 관하여 파악하는 담보가치는 건물 자체의 가치 외에 건물의 존속에 필요한 법정지상권의 가치가 포함된 것이며(토지와 건물이 따로 경매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다수의견도 이 점에서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토지의 교환가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의 교환가치에서 되찾을 수 있다고 표현한다), 법정지상권은 그 성질상 건물에 부수하는 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됨으로써 건물저당권 자체가 소멸하면, 공동저당권자는 건물 자체의 담보가치는 물론 건물저당권을 통하여 파악하였던 법정지상권의 담보가치도 잃게 되고, 이에 따라 토지소유자는 건물저당권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그러므로 토지소유자는 그 소유권에 기하여 토지 위에 신건물을 재축할 수 있고, 그 후 토지저당권이 실행되면 위 가.항에서 살펴본 법리에 따라 신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며, 다만 그 내용이 구건물을 기준으로 그 이용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로 제한됨으로써 공동저당권자가 원래 토지에 관하여 파악하였던 담보가치, 즉 구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 가치를 제외한 토지의 담보가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것이 바로 가치권과 이용권의 적절한 조절의 모습이다. 공동저당권자가 당초 나대지로서의 토지의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하면서 담보를 취득하였었다고 설명하는 다수의견은, 그 실질에 있어서 공동저당권자가 원래 토지에 관하여 파악하였던 담보가치를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라 법정지상권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게 되면, 원래 건물저당권을 통하여 법정지상권의 담보가치를 파악하였을 뿐인 공동저당권자의 '기대'가 그 건물저당권 자체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토지의 이용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가치권과 이용권의 조절이 아니라, 이용권에 대한 가치권의 압도를 의미한다.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공동저당권자의 이른바 '기대'에 대하여 그와 같이 막강한 힘을 부여할 수는 없다. 

(3) 이러한 다수의견의 문제점은 손해배상제도를 적용시켜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다수의견은 이 사건과 같은 경우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게 되면 공동저당권자가 '기대'에 어긋나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지만, 공동저당권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때문이 아니라, "구건물의 멸실ㆍ철거 및 신건물의 재축"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이상, 공동저당권자로서는 건물 자체의 담보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건물저당권을 통하여 파악하였던 법정지상권의 담보가치도 상실하는 손해를 전면적으로 입게 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불측의 손해'라는 것은 위와 같이 전면적으로 발생하는 손해 중 법정지상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저당권자의 손해는 통상의 경우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그 전보 문제는 손해배상제도의 적용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르게 되면 법정지상권의 부정이라는 용익물권제도의 역이용을 통하여 공동저당권자가 입게 되는 손해의 전보를 꾀함으로써, 법정지상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손해 자체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 더 정확하게는 발생할 수 없는 것으로 의제되는 결과에 이른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구건물이 멸실 또는 철거되고 신건물이 재축되지 않은 채 토지가 나대지로 남게 된 경우와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는 상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전체 손해에서 법정지상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손해만 별도로 분리되어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의 귀책사유와는 무관하게 타에 전가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난다. 나아가 공동저당권자에게 나대지의 담보가치를 확보해 주기 위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토지 위에 신건물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상, 그 토지의 담보가치가 순수한 나대지(최대한의 활용이 가능하다)의 경우와 결코 같을 수는 없으므로, 공동저당권자가 나대지로서 담보가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거나 그 기대에 맞는 결과가 실현된다는 것도 일종의 의제에 불과하다. 

(4) 저당권자가 담보가치에 관하여 가지는 '기대'의 내용은 저당권이 토지에만 설정된 것인지 아니면 토지와 건물에 설정된 것인지라고 하는 외형만에 의하여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저당권의 외형 이외에도 저당목적물의 현상과 가치, 피담보채권의 액수, 저당권자가 법정지상권의 제한이 있는 토지만의 경매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보아야만 실제의 '기대'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토지와 지상건물 중 토지에 대하여만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를 보면, 저당권자가 건물의 멸실이나 철거를 예상하여 토지만을 나대지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고, 건물이 무허가(미등기)인 관계로 저당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그 건물에 관하여 별도의 양도담보약정을 함으로써 토지와 건물 전체의 담보가치를 파악하려 하는 경우(위에서 든 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564 판결의 사안 참조)도 있다. 다음으로, 토지와 건물 양자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도 그 저당권자가 구건물의 멸실이나 철거 및 신건물의 재축을 예상하여 담보가치를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구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되어 신건물이 재축될 정도라면 구건물 자체의 담보가치는 대부분 미미할 것인데, 그러한 경우 구건물을 저당목적물에 포함시켰는지 여부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정반대로 보아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기대'의 차이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구건물의 멸실ㆍ철거 및 신건물의 재축"이라는 쟁점 상황의 구체적 측면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저당권자가 파악하는 담보가치의 추상적 기준만을 가지고 쟁점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법정지상권의 제한이 있는 상태로 토지를 평가하여 배당을 한 결과 저당권자가 충분히 만족을 얻는 경우에는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불측의 손해'조차 없으니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은 일률적으로 공동저당권자의 경우에는 토지와 건물 전체의 담보가치 실현을 기대하는 반면, 토지만의 저당권자의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토지의 담보가치 실현을 기대할 뿐이라고 단정한 나머지, 결국 저당권의 외형에만 의존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니, 이는 다수의견이 근본적 논거로 삼고 있는 저당권자의 담보가치에 대한 '기대' 자체를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여 구체적 타당성에서 벗어나게 될 위험이 많은 이론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5) 저당물 자체에 대한 침해행위가 일어나는 경우, 저당권자는 우선 그 침해행위의 초동 단계에서 채무자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민법 제388조 제1호), 물권적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원상회복을 요구함으로써 자신이 입게 될 더 이상의 손해 확대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된 경우, 저당권자는 민법 제362조에 기하여 원래의 저당물에 갈음할 수 있는 상당한 담보의 제공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감소된 담보가치를 보충할 수 있다. 그리고 대법원 1998. 4. 28.자 97마2935 결정은 공동저당권자가 민법 제365조에 의하여 그 토지와 신건물의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과 같은 경우 법정지상권의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공동저당권자가 일괄경매를 활용하여 그 법정지상권의 성립으로 인한 손해를 전보받는 효과(토지와 신건물이 동일 소유자에게 귀속되므로, 토지의 평가에서 법정지상권에 해당하는 가치가 제외되지 않는다)를 거둘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불측의 손해'를 내세워 법정지상권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른 관계 당사자에 비하여 저당권자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6) 오늘날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또한 낡은 가옥을 헐고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재축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므로, 이 사건 쟁점이 문제되는 사안 역시 적지 않고 그에 얽힌 이해관계도 매우 다양하리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토지와 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 그 저당권자의 '기대'를 추단하는 요소는 사안에 따라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더구나 공동저당권자가 입을 수 있다는 '불측의 손해'가 실제로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동저당권의 외형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에만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와는 정반대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일률적으로 부정한다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인 신건물이 다수의 서민들에게 분양되거나 임대된 경우, 다수의견을 취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게 되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여 공익을 해하는 결과에 이를 위험성이 높다. 

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은, 토지와 지상건물이 공동으로 저당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한하여, 저당권자의 '기대'나 '불측의 손해'라는 주관적ㆍ의제적이고 모호한 요소를 근거로 삼아, 구건물의 멸실ㆍ철거 후 재축된 신건물에 관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는 내용이어서, 그 이론적 근거가 희박하고 구체적 타당성 및 법적 안정성과도 조화되지 않는 견해라고 생각되므로 여기에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변경하고자 하는 판례는 변경할 것이 아니라 유지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한 마디 부언한다면, 구건물이 철거되고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신건물이 축조된 경우에 구건물을 기준으로 그 존립에 필요하였던 범위 안에서만 법정지상권을 긍정하는 종전의 판례에 의하면, 우선 이미 없어져버린 구건물의 규모를 새삼스럽게 확정하기가 어렵고, 가사 확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신건물 중 구건물의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은 철거될 수밖에 없고 잔존 부분만으로는 건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건물의 유지라는 공익적 요청도 충족하지 못할 뿐더러, 법률관계를 복잡하게 하고 소송진행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는, 차라리 일정한 경우에 신건물 전체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을 넓혀 인정하는 방향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길을 모색함이 온당한 것이지, 반대로, 공동저당권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신건물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법정지상권을 부정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신건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5. 대법관 배기원의 다수의견쪽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366조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게 속한 경우'라고 규정하여, 마치 경매당시에 건물이 존재하기만 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지만, 위 조문의 해석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당시 토지상에 건물이 존재하여야 하고, 따라서 나대지에 저당권설정 후 설정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 후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판례·통설인바, 이는 이러한 경우에도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고려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허용하면 당초 건물 없는 토지의 교환가치를 기대한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미루어 보아 법정지상권제도가 당사자의 의사를 전혀 도외시한 채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편, 물권법정주의에 입각한 위 조문의 엄격한 해석에 의하면 경매로 인하여 건물과 토지 소유권이 분리될 때까지 당초의 건물이 그대로 존재할 경우에만 그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있고, 구건물이 헐린 후 신건물이 신축되더라도 그 신건물은 설정당시 존재하던 건물이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그 신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학설이 단독저당의 경우(건물 있는 토지만이 저당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는 건물이 멸실 내지 철거된 후 신축된 건물에 대하여도 구건물의 범위에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거의 일치하고 있는바(반대의견이 가.항 말미에 내세운 90다19985 판결도 이러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는 신건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에 부합할 뿐 아니라 그렇게 확장 해석해도 애당초 건물 있는 토지의 교환가치를 파악하여 저당권설정을 한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에 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공동저당의 경우에는 위 2.의 가(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신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나대지로서의 토지교환가치 전체를 파악하고 저당권설정을 한 공동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재축된 신건물에까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 이처럼 단독저당의 경우와 공동저당의 경우를 달리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 특히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를 고려하면서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달성하려고 하는 법정지상권제도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 

반대의견은 단독저당과 공동저당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기대 내지 의사가 위와 같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채 어느 경우에나 구건물이 헐리고 신건물이 재축될 경우 형식적으로는 같은 외양을 갖추고 있으니 당사자의 의사 내지 기대를 고려함이 없이 신건물 보호라는 공익적 이유에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여야 하고 다수의견처럼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에 따라 전자의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후자의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의 객관성과 강제성에 반하는 듯이 설명한다. 그러나 단독저당, 공동저당 어느 경우나 원칙적으로 저당권설정 당시 존재하던 건물이 헐린 후 재축된 신건물에 대하여는 물권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그 성립을 인정하여도 저당권자의 의사 내지 기대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단독저당이 여기에 해당한다)에 국한하여 건물보호를 위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범위를 확장해석 하는 것은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의 객관성이나 강제성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반대의견이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의 하나로 '저당권설정 당시 건물의 존재'를 내세우면서도 단독저당, 공동저당 어느 경우에나 공익상 이유로 저당권설정 당시 존재한 바 없는 신건물에 대하여까지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마치 나대지에 저당권설정 후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 공익상 이유로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물권법정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대법관 조무제 변재승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배기원(주심)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박재윤 고현철 김용담


[2] 제2심은 담보지상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3. 29.자 2003마1753 결정 등 참조)}의 연장선상에서, 일물일권주의의 원칙상 담보지상권과 충돌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없다는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즉, 제2심은 “만일 위 토지에 제3자의 지상권(담보지상권 포함)이 설정되어 있고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더라도 토지에 위 지상권이 여전히 존속하는 때에는,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의 원칙상 동일 토지에 기존 지상권과 충돌되는 다른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이 사안의 경우 이 사건 각 토지와 이 사건 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는 시점에 제3자의 기존 담보지상권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법정지상권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 2004. 3. 29.자 2003마1753 결정
[공사중지가처분][공2004.5.15.(202),781]

【판시사항】

[1]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과 함께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당해 지상권의 효용 및 방해배제청구권의 내용

[2]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중인 토지소유자가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후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제3자가 지상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는 한 지상권자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경우 제3자가 비록 토지소유자로부터 신축중인 지상 건물에 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받았다 하더라도, 그 지상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는 한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2]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중인 토지소유자가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후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제3자가 지상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는 한 지상권자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14조, 제290조 제1항, 제370조[2] 민법 제214조, 제290조 제1항, 제37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55184 판결(공1996상, 1353)

【전 문】

【재항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손순호 외 2인)

【상대방】 상대방

【원심결정】 서울고법 2003. 10. 31.자 2003라530 결정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결정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결정을 인용하여 재항고인은 2002. 6. 17. 인천 남구 (주소 생략) 대 826㎡(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소유자인 소외인에게 대출을 하면서 채권최고액 26억 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계약 및 존속기간 30년으로 된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재항고인이 위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할 당시 이 사건 토지에 철근콘크리트 8층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 건물이 신축중이었고, 이미 2층 골조공사까지 진행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재항고인으로서는 자신의 근저당권 및 지상권이 위 신축건물에 의하여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였거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토지에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설정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제한을 용인하고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취득한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소외인으로부터 건축주 명의를 변경받은 상대방이 건물 건축을 위하여 공사를 하는 데 대하여 재항고인이 공사중지를 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재항고인의 가처분신청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재항고인은 2002. 6. 17. 이 사건 토지에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지상권설정등기를 경료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인으로부터 "본인이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함에 있어 향후 건물이 완공되어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는 즉시 귀행에 추가로 담보제공을 할 것이고, 만일 건물의 추가담보제공을 지연하거나 제3자 명의로 보존등기를 하게 되어 본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또는 임의로 토지 또는 건물 소유권을 제3자에게 이전하는 등으로 인하여 귀행이 채권보전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여 담보권을 실행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으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라는 취지의 각서를 받고, 소외인에게 당시 2층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던 건물의 신축을 허용하였던 사실, 소외인은 2002. 8. 1. 위 건물에 관한 건축주 명의를 상대방으로 변경한 사실, 재항고인은 소외인에게 위와 같은 건축주 명의변경에 의하여 담보권 실행에 지장이 있으니 건축주 명의를 다시 소외인 앞으로 환원하도록 독촉을 하였으나 소외인이 이에 응하지 못하고 있고, 상대방이 현재 건축주로서 위 건물에 관한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경우 제3자가 비록 토지소유자로부터 신축중인 지상 건물에 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받았다 하더라도, 그 지상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는 한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재항고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 및 지상권 취득 당시 이 사건 토지에 토지소유자인 소외인이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알고서 이로 인한 제한을 용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제3자인 상대방이 소외인으로부터 건축주 명의를 변경받아 건물을 축조하는 데에 대하여도 재항고인이 용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상대방이 재항고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있음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재항고인으로서는 상대방에 대하여 위 건물의 축조를 중지하도록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재항고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 및 지상권 취득 당시 이 사건 토지에 토지 소유자인 소외인이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알고서 이로 인한 제한을 용인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위 건물의 축조중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항고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상대방이 재항고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거나 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결정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청주지방법원_2023나5901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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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주 지 방 법 원   제 1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23나59012 건물철거 등
원고, 피항소인 A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B
제 1 심 판 결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 9. 7. 선고 2022가단25465 판결
변 론 종 결 2024. 2. 23.
판 결 선 고 2024. 5. 17.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충북 OO군 OO면 OO리 227-21 임야 457㎡ 중 별지 도면 표시 1, 2, 12, 10, 11,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 부분 53㎡ 지상 철골구조 건물을 철거하고, 위 토지부분을 인도하고, 충북 OO군 OO면 OO리 227-22 임야 1192㎡ 중 별지 도면 표시 2, 3, 7, 8, 9, 10, 12, 2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나) 부분 167㎡ 지상 철골구조 건물 및 같은 도면 표시 4, 5, 6, 4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다) 부분 1㎡ 지상 철골구조 건물 및 같은 도면 표시 13, 14, 15, 16, 17, 18, 19, 13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라) 부분 316㎡ 지상 철골구조 건물을 각 철거하고, 위 각 토지부분을 인도하고, 277,860원 및 2023. 5. 5.부터 위 (가) 내지 (라) 각 토지부분의 인도 완료일까지 월 30,09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2022. 7. 28. 충북 OO군 OO면 OO리 227-21 임야 457㎡(이하 ‘227-21 토지’라 한다) 및 충북 OO군 OO면 OO리 227-22 임야 1192㎡(이하 ‘227-22 토지’라 하고, 위 227-21 토지와 통틀어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중 원고와 소외 C, D, E, F, G, H은 각 1/10 지분, 소외 I은 3/10 지분을 임의경매절차를 통하여 경락받고 대금을 납부함으로써 그 공유자가 되었다.  


 나. 피고는 2021. 2. 4.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토지와 그 주변 토지 지상에 별지 도면 표시와 같이 일반철골구조 판넬지붕 단층 공장 2채(이하 그 중 왼쪽에 위치한 1채를 ‘제1건물’, 오른쪽에 위치한 1채를 ‘제2건물’이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1)를 소유하고 있다.  

1) 제1건물과 제2건물은 등기부상으로는 충북 OO군 OO면 OO리 227-4, 227-21, 227-22, 228, 228-1 바동 일반철골구조 판넬지
붕 단층 공장 312㎡ 및 충북 OO군 OO면 OO리 227-4, 227-21, 227-22, 228, 228-1 사동 일반철골구조 판넬지붕 단층 공장 312㎡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 그런데 제1건물은 227-21 토지 중 별지 도면 표시 1, 2, 12, 10, 11,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부분 53㎡[이하 ‘(가)부분’이라 한다] 및 227-22 토지 중 같은 도면 표시 2, 3, 7, 8, 9, 10, 12, 2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나)부분 167㎡[이하 ‘(나)부분’이라 한다]와 같은 도면 표시 4, 5, 6, 4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다)부분 1㎡[이하 ‘(다)부분’이라 한다]를 침범하여 건축되었고, 제2건물은 227-22토지 중 같은 도면 표시 13, 14, 15, 16, 17, 18, 19, 13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라)부분 316㎡[이하 ‘(라)부분’이라 한다]를 침범하여 건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철거 및 인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이 원고와 소외 C, D, E, F, G, H, I(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이 공유하는 이 사건 토지의 일부인 (가), (나), (다), (라) 부분(이하 ‘이 사건 침범토지’라 한다)을 침범함으로써 원고 등의 지분소유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는 한 토지의 공유자로서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그 방해배제를 구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중 이 사건 침범토지 지상에 설치된 부분을 철거하고 이 사건 침범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이 사건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을 가지는 J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였고, 그에 수반하여 법정지상권도 함께 양수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의 법정지상권자인 피고는 이 사건 침범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있다

 

2) 관련 법리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저당권 설정 당시에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건물이 저당권의 실행에 의한 경매로 인하여 각기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에 그중 하나에 대하여만 경매가 실행되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은 인정되는 것인바(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10863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나대지 상태의 토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그 지상에 신축된 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됨으로써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것과 같은 결과로 된 연후에 그중 하나에 대하여만 경매가 실행되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공동저당의 목적인 건물이 철거 후 신축된 경우에 관하여 같은 취지를 엿볼 수 있는 판시로는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위와 같은 법리에도 예외는 있다 할 것인데, 가령 저당권자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에 있어 그 토지에 추후 용익권이 설정되거나 건물 또는 공작
물이 축조·설치되는 등으로 토지의 담보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저당권과 아울러 지상권(이른바 담보지상권)까지 취득한 경우에는,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의 원칙상 동일 토지에 위 담보지상권과 충돌되는 다른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추후 위 토지의 담보지상권자 겸 저당권자가 그 지상에 신축된 건물에 동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취득하고 그중 건물만에 대한 경매가 실행되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증여, 강제경매,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등 기타 적법한 원인(이하 ‘매매 등’이라 한다)으로 인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때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위와 같은 법리에도 예외는 있다 할 것인데, 가령 토지 위에 제3자의 지상권(담보지상권 포함)이 설정되어 있는 때에는 일물일권주의 원칙상 동일 토지에 위 지상권과 충돌되는 다른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추후 동일인 소유이던 위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고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위 매매 등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없더라도 토지에 위 지상권이 여전히 존속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토지인도]〈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안〉[공2022하,1637]

【판시사항】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관습법이 현재에도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그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관습법은 현재에도 그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관습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이라는 제한물권을 인정하는 이상 토지 소유자는 건물을 사용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결과 토지 소유자가 일정한 범위에서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는다는 사정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②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별다른 약정이 없는 이상 일정한 범위에서 건물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다. 민법 제305조의 법정지상권,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 「입목에 관한 법률」 제6조의 법정지상권,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법정지상권도 모두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나 입목이 각각 일정한 사유에 의해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이나 입목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판례는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이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존중하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그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 

③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당사자 사이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에 대하여 따로 정하지 않은 때에는 그 존속기간은 민법 제281조 제1항에 의하여 민법 제28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기간이 된다. 이에 따라 견고한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30년이 되고(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 그 밖의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15년이 되는 등(민법 제280조 제1항 제2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 존속한다. 토지 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 소유자에 대하여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그 지료를 확정하는 재판이 있기 전에도 지료의 지급을 소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에 대응하여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④ 대법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관습법의 하나로 인정한 이래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토지의 가치나 소유권 개념,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보더라도 여전히 이에 못지않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성이나 건물 소유자 혹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거나 그러한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질 때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은 관습법으로서의 성립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설령 그러한 관습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고, 또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종래 판례는 폐기해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185조, 제280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281조 제1항, 제305조, 제366조, 입목에 관한 법률 제6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66. 12. 20. 선고 66다1844 판결(집14-3, 민332) 대법원 1968. 1. 31. 선고 67다2007 판결(집16-1, 민37)
대법원 1986. 9. 9. 선고 85다카2275 판결(공1986, 1301)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984 판결(공1992, 3255)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26687 판결(공1994상, 521)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다61934 판결(공2004상, 209)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4804 판결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다43345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고상현 외 3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7. 5. 19. 선고 2016나6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소외 1은 자기 소유의 이 사건 토지 위에 이 사건 각 건물을 신축하였다. 이 사건 각 건물은 현재까지 미등기 상태이다.

2) 소외 1이 1994. 9. 30. 사망하자, 처인 소외 2와 자녀인 피고들 등 소외 1의 공동상속인들은 이 사건 토지를 소외 2의 단독소유로 한다는 내용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고, 소외 2는 2010. 7.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협의분할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소외 2는 2010. 8. 23. 피고 1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으며, 2012. 3. 12. 사망하였다.

4) 원고는 2014. 1. 21. 부동산 임의경매 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였다.

5)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건물의 철거와 이 사건 토지의 인도 및 부당이득반환으로서 이 사건 토지의 차임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지 여부이다.

2.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인정 여부

가.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증여, 강제경매,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등 기타 적법한 원인(이하 ‘매매 등’이라 한다)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때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60. 9. 29. 선고 4292민상944 판결, 대법원 1963. 5. 9. 선고 63아11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09다62059 판결 등). 

1)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제에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고 그 당사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합의가 없을 때 건물 소유자가 대지에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건물을 철거하도록 한다면 사회경제상의 불이익이 많으므로 이러한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하여 건물 소유자에게 그 대지를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물이 철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인정된 제도이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26687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4804 판결 등 참조).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으나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특약이 없으면 건물 소유자로 하여금 대지를 계속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다만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더라도,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토지에 관하여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고(대법원 1968. 1. 31. 선고 67다2007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984 판결 등 참조),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어떠한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참조). 

3) 한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대법원 1986. 9. 9. 선고 85다카2275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다43345 판결 등 참조), 건물의 공유자 중 1인이 그의 단독 소유였던 건물 대지의 소유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건물 공유자들은 그 대지에 대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6다388 판결 참조). 

4) 이와 같이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우리 사회에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관습법의 하나로 인정해 옴으로써 민법 시행일인 1960. 1. 1.부터 현재까지 위와 같은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이 확고하게 이어져 온 것을 확인하고 이를 계속 적용하여 왔다. 

나. 관습법으로서 효력 소멸 여부

1)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다거나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여야 할 시점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러한 관습법은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된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이 오랜 기간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유효하다고 인정해 온 관습법의 효력을 쉽게 부정하면, 관습법에 따라 오랜 기간 형성된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효력을 일시에 뒤흔들어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관습법의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태도나 그 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관습법에 대하여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그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관습법은 현재에도 그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관습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이라는 제한물권을 인정하는 이상 토지 소유자는 건물을 사용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1966. 12. 20. 선고 66다1844 판결 참조).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결과 토지 소유자가 일정한 범위에서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는다는 사정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나)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별다른 약정이 없는 이상 일정한 범위에서 건물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26687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4804 판결 등 참조). 민법 제305조의 법정지상권,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 「입목에 관한 법률」 제6조의 법정지상권,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법정지상권도 모두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나 입목이 각각 일정한 사유에 의해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이나 입목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판례는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이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존중하므로(대법원 1968. 1. 31. 선고 67다2007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984 판결,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등 참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그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 

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당사자 사이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에 대하여 따로 정하지 않은 때에는 그 존속기간은 민법 제281조 제1항에 의하여 민법 제28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기간이 된다(대법원 1986. 9. 9. 선고 85다카2275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다4334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견고한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30년이 되고(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 그 밖의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15년이 되는 등(민법 제280조 제1항 제2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 존속한다. 토지 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 소유자에 대하여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그 지료를 확정하는 재판이 있기 전에도 지료의 지급을 소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다61934 판결 참조). 이와 같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에 대응하여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라) 대법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관습법의 하나로 인정한 이래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 토지의 가치나 소유권 개념,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보더라도 여전히 이에 못지않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성이나 건물 소유자 혹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거나 그러한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은 소외 2가 2010. 8. 23. 피고 1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할 당시 이 사건 각 건물 전부의 소유자는 아니고 상속지분에 따른 공유자에 불과하였으므로, 그 증여 당시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각 건물의 소유권이 동일인에게 속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들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지 소유자가 그 지상 건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대지만을 타인에게 매도한 경우 건물 공유자들은 대지에 관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6다3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가 그 지상의 이 사건 각 건물을 피고들과 공유하면서 이 사건 토지만 타인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건물 공유자들인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다른 성립 요건이 갖추어졌는지 등을 심리하여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 판단하였어야 했다(피고 1은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가 원고가 임의경매 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함으로써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1에 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주장 취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원심의 판단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대법원은 종래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때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건물을 소유하기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하였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관습법이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질 때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은 관습법으로서의 성립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설령 그러한 관습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고, 또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종래 판례는 폐기해야 한다. 아래에서 상세한 이유를 개진한다.

나. 관습법으로서 성립 요건 구비 여부

1)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습이나 관행이 존재하고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될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관습이나 관행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법공동체가 그러한 관행을 법적 규범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2)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판례는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에서 유래한다. 이 판결은 동일인에게 속하는 토지와 가옥이 매매로 그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가옥을 철거하여야 한다는 합의가 없는 한, 당사자는 가옥을 현상태로 존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가옥의 소유자는 토지에 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것이 조선에서의 관습법이라고 하고, 나아가 강제경매로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는 토지와 가옥이 별개의 소유자에게 속하게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관습법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도 위와 같은 취지로 판결해 왔는데, 이를 가리킬 때 ‘관습에 의한 법정지상권’, ‘관습상의 지상권’, ‘관습상의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라는 용어를 혼용하였다. 

그러나 여러 법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와 같은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 이전에는 가옥과 대지를 일체로 간주하여 거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관습조사보고서’에는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가옥을 건축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고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볼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상응하는 관습이나 관행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는 근거가 없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최초로 인정한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이 있었던 때는 근대적 의미의 소유권 개념이 낯설었던 시대이다. 법적으로 토지의 소유권과 건물의 소유권이 각각 별개로 취급된다는 점은 사회 일반인에게 더욱 생소했을 수 있다.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법제는 당시 일본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인 소유였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그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가 토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보였을 것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한을 부여하기 위하여 근대적 의미의 지상권 개념을 빌려 관습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관습법은 본래적 의미의 관습법이라기보다는 의제 관습법 또는 유사 관습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법관이 근대적 의미의 지상권 개념을 끌어들이거나 민법의 법정지상권 규정을 유추하여 만들어 낸 이른바 법관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본래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종중이나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인 제사를 누가 주재할 것인지에 관한 관습법과는 그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접근 방법은 종중이나 제사주재자 등과 같이 실제로 존재하는 관습법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3)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여,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등기주의, 즉 성립요건주의를 채택하였다. 이것은 우리 민법의 근본적인 결단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매매나 증여와 같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토지만을 양도하거나 건물만을 양도한 경우에 등기 없이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이 성립한다고 한다면, 이는 민법 제186조의 문언이나 목적에 반하고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기본원칙을 깨뜨리는 결과가 된다. 

민법이 1958. 2. 22. 제정되어 1960. 1. 1. 시행되기 이전에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적용되던 일본 민법, 즉 의용 민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설정과 이전의 효력이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생긴다는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였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최초로 인정한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은 이러한 법 상황에서 동일인에게 속하는 토지와 가옥이 매매로 그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가옥 철거 합의가 없는 한, 당사자는 가옥을 현상태로 존속시키려는 의사가 있다고 하였다. 당사자의 의사만을 근거로 지상권이 설정될 수 있다는 것은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의사주의 법제에서는 그나마 체계 파괴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 최초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한 것은 대법원 1960. 9. 29. 선고 4292민상944 판결인데, 이 판결 역시 의용 민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이고, 그 이후의 대법원 1963. 5. 9. 선고 63아11 판결과 대법원 1967. 6. 27. 선고 67다698 판결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이 시행된 이후의 사안에 관해서도 종래 의사주의 시절의 판례를 답습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67. 11. 14. 선고 67다1105 판결, 대법원 1970. 4. 28. 선고 70다22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은 부동산 물권변동의 요건에 관하여 의사주의에서 등기주의로 전환한 우리 민법의 결단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이 과연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기본원칙과 체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민법 제정 당시 법정지상권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 종래부터 관습상 인정되어 오던 전세권은 민법 제303조 이하에서 자세하게 규정되어 성문법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에 관해서는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민법 제305조)와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민법 제366조)에만 규정하였을 뿐이다. 민법 제305조 제1항 본문은 “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대지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동일인이 대지와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다가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후 토지의 소유권만 제3자에게 이전된 상황을 규율하고 있다. 종래 판례에 따르면 위와 같은 경우에도 관습법에 의해 건물 소유자이자 전세권설정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고, 이에 따라 건물의 전세권자는 전세권설정자를 대위하여 그가 취득하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면, 민법 제305조 제1항 본문과 같은 조항을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매매 등으로 달라진 경우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전세권이 설정된 후 대지가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만 법정지상권이 설정된다는 규정을 둔 것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이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지 않았음을 전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민법 제366조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한 경매의 경우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고 정하면서 매매 등의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대해서는 그러한 관습이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민법 제305조(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와 제366조(법정지상권)는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당시 당사자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교섭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정지상권은 당사자의 의사를 매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규정에 따라 인정된다. 그런데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나 증여 등과 같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당사자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으므로, 민법은 이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의 의사를 매개로 하여 법정지상권과 같은 효력을 관습법으로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하여 건물 소유자가 대지에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건물을 철거하도록 한다면 사회경제상의 불이익이 많으므로 이러한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하여 인정된 제도라고 설명한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26687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480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공익상의 필요는 관습법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이 아니다. 위와 같은 설명은 대법원이 인정해 온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본래 의미의 관습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대법원이 건물의 존속이라는 공익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관습법이라는 이름을 빌려 새로운 법형성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5) 요컨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질 때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은 관습법의 성립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관습법으로서 효력 유지 여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관습법으로서의 성립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고, 또한 이러한 관습법은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건물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 

종래 대법원은 매매 등으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으나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특약이 없으면 건물 소유자로 하여금 대지를 계속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하였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매매 등으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건물을 철거할 의사가 당사자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가 반드시 지상권을 설정할 의사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물권인 지상권은 채권인 임차권 등에 비하여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토지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토지 소유권 행사에 강력한 제한이 있는 지상권과 같은 물권보다는 임대차나 사용대차 등 채권적 약정을 선호할 것이다.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으면서 지상권을 설정할 것이라는 의사를 추정할 수는 없다. 실제 거래 사례에서는 토지에 담보권을 설정하면서 토지의 담보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담보권 설정과 아울러 지상권(이른바 담보지상권)을 설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물을 소유하기 위하여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건물 소유를 위한 지상권을 설정해 주려는 의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러한 추정적 의사를 매개로 해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채권적 약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물 소유자가 건물의 부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고,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상의 불이익도 막을 수 있다.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는 그 지상 건물의 등기만으로도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22조 제1항).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은 토지 소유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종래 판례는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참조). 다수의견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법률행위에 의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 소유자와 성실하게 교섭하여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채권적 약정을 체결한 건물 소유자보다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아무런 교섭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건물 소유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 건물 소유자는 법률행위 당시 토지 소유자와 교섭하여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약정을 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기회를 소홀히 하여 아무런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한 교섭 기회를 활용하여 토지 소유자와 토지의 사용관계를 정한 건물 소유자에게는 채권이 부여되는 반면 그러한 교섭 기회를 소홀히 하여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물 소유자에게는 물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널리 인정하는 종래 판례는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다기보다는 건물 소유자의 이익 보호에 치우친 나머지 토지 소유자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모두 소유하던 사람이 그중 하나만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서 건물 철거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토지와 건물 가운데 어느 한쪽만 양도하거나 양수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과 묵시적으로나마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임대차나 사용대차와 같이 어떠한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과 거래 상식에 부합한다. 종래 판례는 당사자의 이러한 묵시적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관습법이 당사자의 의사를 외면한 채 사적 자치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인간의 자율성이 작동하는 영역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결과는 헌법 제10조 전문, 제119조 제1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한다. 

2)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위와 같이 토지 소유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부과함에 따라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한다.

토지는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고, 사용가능한 토지 면적이 인구에 비하여 아주 좁은 현실을 고려하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120조 제2항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라고 정하고,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헌법이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해 국가에 입법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토지의 효율적 이용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미 건축되어 존재하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에는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불량한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노후·불량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존 건물을 철거하여 새로운 건물을 신축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환경의 개선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일 목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되어 있고, 이에 따른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널리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낡고 오래되어 별다른 사용가치가 없는 건물과 그 부지가 동일인 소유에 속하고 있었다가 매매 등의 사유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면 토지 소유자는 해당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건물 소유자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갖는다고 해도 건물 소유자 역시 해당 건물을 철거하여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종래 판례에 따르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 후 건물 소유자가 건물을 개축·증축하거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더라도 건물 소유자의 법정지상권은 구 건물을 기준으로 그 유지 또는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대지 부분에 한정된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58696, 5870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3)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물권은 대세적 권리이므로 거래 안전을 위해서는 가급적 공시의 원칙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186조에서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등기주의를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부동산등기법이 제정·시행되어 등기로써 부동산의 물권변동을 공시하는 제도가 완비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이 있으려면 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점은 일반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등기와 같은 공시 방법이 없는 물권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부동산등기부에 공시가 되지 않으므로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종래 판례에 따르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취득이 아니고 관습법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취득이므로 등기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 취득 당시 토지 소유자나 그로부터 소유권을 양수한 제3자에 대해서도 등기 없이 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등기사항증명서만 보고 토지를 취득한 제3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건물이 세워져 있는 토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이 건물의 존재를 확인하였다는 것만으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존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종래 판례는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채권적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참조). 그렇다면 토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그러한 채권적 약정의 존부를 확인해 보아야만 비로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토지에 대해 강제경매가 개시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강제경매 절차에서 작성되는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매각에 따라 설정된 것으로 보게 되는 지상권의 개요’를 적어야 하는데(민사집행법 제105조 제1항 제4호), 실무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음’이라고만 적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실무에 따르면 경매절차에 참여하여 토지를 매각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해당 토지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다. 

어떠한 토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이 등기로 공시되지 않는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피하려면 해당 토지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이 갖추어졌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매매, 증여와 같이 법률행위로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가 지상권 등을 확보하지 못하여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불이익이나 위험은 건물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물 소유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와 교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건물을 소유하기 위하여 지상권 등을 확보하지 못한 건물 소유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질 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아야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자발적인 교섭을 촉진할 것이다.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교섭하는 비용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조사비용이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존부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부정하는 방향이 거래비용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효율과 공익을 증진시키는 길이다. 

또한 종래 판례에 의하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견고한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30년(민법 제281조 제1항, 제280조 제1항 제1호)이 된다고 하므로(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다43345 판결 등 참조), 해당 토지를 취득한 제3자는 30년 동안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질 수 있다. 약정지상권은 장차 지을 건물을 위하여 설정될 수 있으므로 30년의 존속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으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기존에 건축된 건물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30년의 존속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장기간 동안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4)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함에 따라 토지의 효율적 이용 저해, 거래 안전과 법적 안정성 훼손 등 여러 불합리가 생기는데도 사회 구성원들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관습법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사회 일반의 관습과 공동체의 의식 변화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관습법의 효력은 그 적용시점의 사회 현실과 법질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함으로써 위와 같이 여러 불합리가 생기고 실제 거래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회 일반의 확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습법의 불합리한 여러 측면이 드러날수록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는 것은 사회통념이나 사회 일반의 상식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하나, 사회일반의 상식과 사회통념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기록상 드러나는 자료에 근거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다. 

라. 판례 변경의 필요성

이상에서 보았듯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질 때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은 관습법의 성립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위와 같은 관습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고, 또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여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물권에 관한 관습법의 존재나 효력을 함부로 인정하면 민법 제185조에서 정하는 물권법정주의가 무력하게 된다.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존재와 효력을 인정해 왔지만, 그와 같은 이유만으로 관습법에 대한 법원의 심사 기준이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대법원이 물권의 창설에 관한 관습법을 인정한 기간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관습의 부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관습의 부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가’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법원의 판결로 관습법이 인정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뚜렷하지 않거나 오히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법원이 맡은 임무이다.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 시간이 오래 흘렀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미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 또는 적용 범위에 관하여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미등기 건물을 그 대지와 함께 매도하면서 그 대지에 관하여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형식적으로 대지와 건물의 소유 명의자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와 달리 위와 같은 경우 매도인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대법원 1972. 10. 31. 선고 72다1515 판결을 폐기하였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인정되어 온 관습법이라고 해서 그에 관한 판례를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판례를 폐기하더라도 건물 소유자가 바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는다. 위에서 보았듯이 법률행위에 의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묵시적으로나마 어떠한 내용의 합의가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경우 토지 사용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의사해석 문제로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원인이 강제경매 등 법률행위 이외의 사유인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의 건물 소유자에 대한 묵시적 사용 허락을 인정할 여지가 있고, 그러한 의사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민법 제366조를 유추적용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도 있다. 

우리 법제와 같이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이와 같다. 일본에서는 법률행위에 의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는 법률 규정이 없는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그 경우 부지 사용권의 설정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추인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경매에 의하여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우리 민법 제366조에 대응하는 일본 민법 제388조의 유추적용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설상 그 유추적용을 긍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유력하였고, 결국 일본 민사집행법 제81조가 신설되어 그 경우 법정지상권을 인정하게 되었다. 대만에서는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법정 임대차관계를 추정하는 민법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와 같은 입법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도 대만 사법원(사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를 계속 사용하도록 묵시적으로 허락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고, 학설은 이러한 의사해석은 강제경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 1967. 11. 14. 선고 67다1105 판결 등을 비롯하여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널리 인정하는 종래의 판례는 모두 폐기되어야 한다. 

마. 이 사건의 해결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는 피고들의 항변은 주장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은 소외 2가 피고 1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할 당시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각 건물의 소유권이 동일인에게 속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는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등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또는 석명의무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의 논거를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하고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관습법으로서 성립 요건을 갖추어 유효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1) 반대의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상응하는 관습이나 관행이 실제로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러한 관습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의 존재가 조선고등법원 1916. 9. 29. 판결에서 처음 인정되었음은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다. 반대의견은 여러 법사학 연구 결과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이 실제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관습조사보고서’와 ‘민사관습회답휘집’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질 때 지상권이 성립한다는 관습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이 근대법의 시각으로 당시 실제 관습을 법률용어로 정확하게 포착해 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 위와 같은 관습이 애초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약 100년 전의 실제 관습이 어떠했는가를 지금에 와서 정확하게 확정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60. 9. 29. 선고 4292민상944 판결에서 법적 효력이 있는 관습의 존재를 인정한 이래 현재까지 일관되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해 왔고, 사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관습을 전제로 오랫동안 법률관계를 형성해 왔다. 적어도 위 대법원판결 이후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관습의 존재에 대해 법적 확신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반대의견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의 법적 확신에 의한 법적 승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제시하는 논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정하여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등기주의를 채택하였는데, 동시에 민법 제187조 본문은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민법 제187조 본문은 민법 제186조에 대한 예외로서 등기 없는 물권의 취득을 인정하는 것이다.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 라고 정하여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취득은 민법 제187조 본문에서 정하는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에 해당한다. 따라서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 없이 이루어진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관습법에 의한 부동산물권의 취득이므로 건물 소유자는 그 취득 당시의 토지 소유자나 이후 토지 소유권을 전득한 제3자에 대하여 등기 없이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39925 판결 등 참조). 

반대의견은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던 사람이 매매나 증여와 같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그중 토지만을 양도하거나 건물만을 양도할 때 등기 없이도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이 성립한다고 보면 민법 제186조의 문언과 목적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취득은 민법 제187조에 의하여 등기 없이 이루어지므로, 관습법에 의해 등기 없이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민법 제186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법률행위에 의하여 토지만을 양도하거나 건물만을 양도할 때 민법 제186조에 의하여 등기가 있어야 효력이 생기는 물권변동은 토지 또는 건물의 소유권 이전일 뿐이고 건물 소유자의 법정지상권 취득 여부는 그와 별개의 문제이다. 당사자의 법률행위는 바로 그 토지 또는 건물의 소유권 변동만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정하지 않은 영역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나) 반대의견은 민법 제정 당시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민법 제305조와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민법 제366조에서만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둔 것은 당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민법 제305조와 제366조의 적용 범위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인정 범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민법 제305조와 제366조의 규정을 두었다고 하여 민법 제정 당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민법 제305조 제1항 본문은 “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대지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동일인이 대지와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다가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이후 토지의 소유권만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인 전세권설정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권설정자는 그 이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포기할 수도 있고, 그 토지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될 때 건물을 철거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전세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별도로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366조 본문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물 철거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대법원 판례는 저당권설정자와 저당권자 사이의 특약으로 사전에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을 배제하는 약정을 하더라도 그러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한다(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564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민법 제366조는 강행규정이라는 점에서 그 적용 범위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과 다르므로, 그와 별도로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실익도 있는 것이다. 

다) 반대의견은 공익상 필요는 관습법의 성립 요건이 아니므로, 대법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건물이 철거되는 경우 발생하는 사회경제상의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하여 인정된 제도’라고 판시한 것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본래 의미의 관습법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시는 그렇게 이해할 것이 아니다. 

동일인 소유에 속하였던 대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그 소유자가 달라졌을 때, 건물 소유자가 대지에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면 사회경제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 그러한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한 공익상 필요가 있기 때문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사회 구성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규범적 효력에 대하여 법적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공익상 필요에 관한 대법원의 판시는 이러한 취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나. 현재에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법적 확신이 소멸하였다거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반대의견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당사자에게 지상권을 설정하려는 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데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은 거래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에 앞서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존중하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건물 철거 특약이 없으면 건물 소유자로 하여금 토지를 계속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보아 인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다96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시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원인이 당사자의 지상권 설정 합의에 있다는 취지가 아니다. 대법원이 판시한 바는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건물 철거 특약 등이 없다면, 당사자에게는 건물 소유자가 계속 그 토지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이와 같은 의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어떠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정도로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그 토지의 구체적인 사용관계에 관하여 당사자가 합의한 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관습법에 따라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건물 소유자는 더 이상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거나 당사자가 그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구체적인 약정을 체결한 경우라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다. 다수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판례는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약정을 우선적으로 존중하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가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았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판례의 태도는 오히려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2) 반대의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건물 소유자의 이익 보호에 치우친 것이고 토지 소유자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법률행위에 의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성실하게 교섭하여 채권적 약정을 체결한 건물 소유자에게는 채권이 부여되는 반면 토지 소유자와 아무런 교섭을 하지 않은 건물 소유자에게는 지상권이라는 물권이 부여된다는 점은 균형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행위에 의해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만을 양수하거나 건물만을 양도한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와 성실하게 교섭하여 채권적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지상권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토지 소유자가 건물 소유자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교섭을 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토지 소유자의 측면에서 보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균형에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 법제는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고 있고, 건물은 토지 없이는 존속할 수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보다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는데도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은 건물 소유자보다는 토지 소유자에게로 돌리는 것이 더 균형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3) 반대의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토지의 효율적 이용 못지않게 건물을 계속 존속시켜야 할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건물은 주거 또는 영업 등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사람의 생계나 일상생활의 유지를 위한 터전이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생계를 꾸리고 있는 건물을 가급적 존속시키는 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을 존속시켜야 할 이익은 단지 건물 소유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 등과 같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있다. 현재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때에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의 분쟁으로 인하여 건물이 철거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생계나 일상생활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다.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건물 소유자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토지의 사용 방법을 현재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이익이 언제나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양쪽의 이익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의 다른 약정이 없는 한도에서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토지 소유자의 이익과 건물 소유자나 사용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4) 반대의견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등기에 의해 공시되지 않으므로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쳐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등기에 의해 공시되지 않는 물권의 취득은 이미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이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 측면에서 특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취득은 민법 제187조 본문에서 규정하는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의 취득이므로 등기 없이 이루어진다. 다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다음 이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187조 단서에 따라 등기를 해야만 한다. 이러한 한도 내에서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것이 민법의 결단이다. 토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하는 외에 그 토지가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안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별도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나 이러한 거래비용은 반드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만 문제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현재 시점에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법적 효력을 부정한다면 오히려 법적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1) 설령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일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난 약 100년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형성되어 온 법률관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법원 판례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인정해 온 관습법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나 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현재에도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지만 그 건물 소유자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여러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질 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다투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자체의 효력을 부정해 버리면 법적 안정을 해할 위험이 너무 크지 않을까. 

2) 무엇보다 현재의 거래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토대로 한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을 부정해 버리면, 동일인 소유였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의 존속을 위한 조치가 마땅치 않게 되고, 이는 지상 건물의 철거라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대의견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을 통해 건물 소유자가 토지를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인데, 변론주의 원칙상 소송에서 그 구체적 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증명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원인이 법률행위가 아니라 강제경매 등 법률행위 이외의 사유인 경우에는 당사자가 교섭할 기회가 없어 묵시적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반대의견은 강제경매 등 법률행위 이외의 사유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 사용관계에 관한 묵시적 사용 허락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면,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민법 제366조를 유추적용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다른 내용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물권법정주의에 반할 여지가 크다. 민법 제366조를 유추적용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해야 한다면, 이는 곧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관습법이 합리적인 법적 규범임을 반증하는 것일 뿐 그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을 부정할 경우, 건물의 존속을 위해 종래 판례가 규율해 오던 영역을 보완할 방법이 불분명하거나 근거가 부족하게 된다. 우리 법제와 같이 토지와 건물을 각각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결국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 분리에 대하여 입법을 통한 해결이 이루어졌다.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바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이익 조화나 건물의 존속을 위한 조치 등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한 접근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판례 변경은 신중해야 하고, 관습법에 관한 판례 변경은 더욱 그러하다.

1) 오랜 기간 동안 일정한 방향으로 축적된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그로 인하여 법적 안정성이 희생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다소 낫다거나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가피한 필요에 따라 기존의 판례를 바꾸는 경우에도 그 범위는 되도록 제한적으로 하여야 하고, 가볍게 원칙과 예외를 뒤바꾸거나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곤란하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 참조). 

2) 최초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한 조선고등법원 판결이 내려진 때는 근대적인 의미의 소유권 등 물권법 질서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에 의하여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건물 소유자가 토지 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면 건물 소유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우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결과는 사회 일반인들이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것이었고, 그러한 결과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사회 일반의 법적 확신이 생길 수 있었다. 

이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축적됨에 따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리는 우리 물권법 질서에서 기본적인 법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만약 민법 시행 이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매매 등으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많은 건물이 철거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그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면 입법을 통해 건물 소유자에게 대지 사용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을 것이다. 

오늘날 기존의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제 우리 물권법 질서의 기본이 된 관습법을 바로 폐기할 수는 없다.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유무를 조사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거나 토지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라는 물권의 부담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사이의 법정채권관계가 더 유연한 해결책이 된다는 점만으로, 판례가 오랫동안 관습법으로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해 온 것을 하루아침에 부인할 수는 없다. 매매 등으로 인하여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법률관계를 더욱 분명히 하고 조금 더 합리적이면서 균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경우에도 지상권설정계약의 체결로 간주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임대차관계로 간주할 것인지 또 그 기간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대법관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3) 판단  


 살피건대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주식회사 K2015. 5. 7. L축산업협동조합(이하 ‘L축협’이라 한다)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이 사건 토지 위에 채권최고액 714,000,000원인 1순위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토지 저당권’이라 한다)을 L축협에 설정해 주었고, 2015. 11. 13. 그 채권최고액이 
1,086,000,000원으로 변경된 사실, 이후 주식회사 K은 위 토지 등 지상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여 2017. 9. 28. 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는 한편으로, 같은 날 L축협에 이 사건 건물을 이 사건 토지 저당권 피담보채무의 담보물로 추가하기로 하여 이 사건 건물 위에 토지 저당권과 같이 채권최고액 1,086,000,000원인 1순위의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실, 그 후 주식회사 K의 국세 체납으로 인한 공매절차에서 J이 2020. 2. 17.경 그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사실이 각 인정된다. 사정이 위와 같은 이상, 저당권 실행 임의경매가 아니라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민법 제366조의 유추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관련 법리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J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2020. 2. 17.경 이 사건 토지 위에 그 건물 소유를 위한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견해를 달리하여 공매절차를 통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이 사건에 있어서는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인정될 수 없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부만이 문제된다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위 공매절차를 통하
여 J이 이 사건 건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그 매수하는 건물을 철거한다는 매각조건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J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2020. 2. 17.경 이 사건 토지 위에 그 건물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거시한 같은 증거에 의하면, 주식회사 K은 2015. 5. 7. L축협에 이 사건 토지 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그와 함께 이 사건 토지 위에 존속기간 30년인 담보지상권도 설정해 준 사실, J이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2020. 2. 17.경에도 이 사건 토지 위에 L축협의 위 지상권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일물일권주의 원칙상 동일 토지에 위 지상권과 충돌되는 다른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으므로, 비록 J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J은 이 사건 토
지 위에 그 건물 소유를 위한 어떠한 법정지상권도 이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J에게 이 사건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 이상, 이와 반대의 견지에서 J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면서 그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도 함께 양수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침범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있다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등이 2022. 7. 28.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아 원고가 그 1/10 지분을 취득한 사실,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이 지분을 취득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 사건 건물을 소유하면서 이 사건 침범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제1심 법원의 대한감정평가법인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침범토지에 대한 2022. 7. 28.부터 2023. 5. 4.까지의 차임 상당액은 227-21 토지의 경우 244,800원, 227-22 토지의 경우 2,533,800원 합계 2,778,600원이고, 2023. 5. 4. 당시 월 차임 상당액은 227-21 토지의 경우 26,500원(= 점유면적 53㎡ × 1㎡당 500원), 227-22 토지의 경우 274,420원(= 점유면적 484㎡ × 1㎡당 567원, 10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합계 300,920원인 사실이 인정되며, 위 월 차임 상당액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도 같은 금액일 것으로 
추인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차임 상당 부당이득으로 277,860원(= 2,778,600원 × 1/10) 및 2023. 5. 5.부터 이 사건 침범토지의 인도 완료일까지 월 30,090원(= 300,920원 × 1/1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미리  판사 박성준  판사 이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