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80여 협력社 직원 3800명, 내년 1000여명으로 감소 전망
인근 원룸촌 40%가 텅 비어 "가게 내놔도 사겠단 사람 없어"
조선소가 지역 제조업 25% 차지 "현대重 수주 일부 군산으로 돌려야"
전북 군산 국가산업단지 조선업 밀집지역에 있는 JY중공업의 공장 크기는 축구장 14개(9만9000㎡)만 하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이곳에선 간혹 철판 두드리는 소리만 을씨년스럽게 울렸다. 내부에 설치된 15~200t짜리 크레인 29기 중 20기는 멈춰 선 지 오래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1차 협력업체인 이 공장은 마지막 납품 물량을 대기 위해 철판 조립과 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음 달에 이 일이 끝나면 직원 10명만 남고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한 직원은 "거제나 울산 지역 조선업도 불황이라 새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생계를 꾸릴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2008년 전남 영암에서 군산으로 둥지를 옮긴 JY중공업엔 지난 1월까지 직원 650여 명이 다녔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연 2010년 이후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계음이 작업장을 채웠다. 130만t급 독(dock·선박을 건조 및 수리하기 위한 구조물) 1개와 세계에서 가장 큰 1650t짜리 골리앗 크레인은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조선업 위기가 찾아오면서 현재 JY중공업엔 150명만 남았다. 임남원 전무는 "영암에서 군산으로 이전하면서 500억원을 대출받아 시설에 투자했는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곧 온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군산 국가산업단지 조선업 밀집 지역에 있는 JY중공업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한 직원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골리앗 크레인(1650t)을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일감이 떨어진 철판 절단·조립 공장은 사실상 비어 있다시피 하다(오른쪽). /김정엽 기자
현재 건조 중인 배 두 척의 작업이 끝나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엔 일감이 없어진다. 현대중공업은 LPG 운반선 2척을 내년에 이곳에서 만들 예정이었는데, 지난 7월 울산 공장으로 물량을 돌렸다. 현대중공업 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지역에선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업체는 80여 곳. 직원은 모두 3861명이다. 이미 지난 4월(4490명)보다 629명 줄었다. 내년 1월이면 1000여명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산조선소 인근 원룸촌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6100가구에 이르는 원룸 공실률은 40%에 이른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매출이 너무 줄어 가게를 정리할 생각인데, 워낙 불황이라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최우식(45)씨는 "광주·전주 지역에서 내가 운영하는 다른 구내식당들의 매출은 평년 수준이지만, 군산 지역 3곳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며 "올해 초 시설 투자를 하고 들어온 급식 업체 중 부도를 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업체인 한 물류업체 대표 강모(49)씨가 '회사가 너무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 매출의 절반쯤을 차지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운송 화물이 뚝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심각해졌다고 한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2~2015년 선박 50여 척을 건조해 3조96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4년 기준 군산 지역 내 총생산(GRDP)이 8조565억원이었다. 제조업만 따지면 4조198억원인데, 이 중 군산조선소에서 1조300억원이 나왔다. 조선소가 지역 제조업 총생산의 25.6%를 차지한 것이다.
김동수 군산상공회의소장은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는다면 단순히 공장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역 경제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며 "2018년 중반 이후 조선업이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이 수주 물량의 일부를 군산조선소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김정엽 기자 colo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