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10. 19. 선고 2014다46648 전원합의체 판결
[상속재산회복][공2016하,1673]
【판시사항】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의 경우,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남북가족특례법’이라 한다)은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제11조 제1항에서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와 달리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관하여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하여 북한주민의 권리행사에 상당한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들 법률관계를 구분하여 상속회복청구에 관하여 제척기간의 특례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입법적인 선택이다.
남·북한주민 사이의 상속과 관련된 분쟁에서 북한주민을 배려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에 제척기간을 둔 취지나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들을 감안하여 해당 규정에 관한 합리적인 법률해석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속의 회복은 해당 상속인들 사이뿐 아니라 상속재산을 전득한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민법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상당히 지났음에도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 상속회복청구의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특례를 인정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외적으로 제척기간의 연장이 인정되는 사유 및 기간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해소하고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수반되어야 하며, 결국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입법에 의한 통일적인 처리가 필요하다.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제척기간의 취지,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들의 내용, 가족관계와 재산적 법률관계의 차이, 법률해석의 한계 및 입법적 처리 필요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은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도 민법 제999조 제2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이며, 따라서 남한주민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남북가족특례법이 북한을 이탈하여 남한에 입국한 사람(이하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이라고 한다)에 대하여서까지 단순히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경과하였으니 상속권이 소멸한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제척기간에 내재된 전제와 부합하지 않고, 남·북한주민 사이에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는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이 정하는 요건과 방식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제척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법률해석에 맡겨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에 행사기간에 관한 특례가 없다고 하여 반드시 민법 제999조 제2항이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는 법률의 흠결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유추하여 흠결된 부분을 보충하는 법률해석이 가능하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은 남한의 참칭상속인에 의하여 상속권이 침해되어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되어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4조, 제36조, 민법 제166조 제1항, 제999조,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 제2조, 제8조 제2항, 제9조 제2항, 제10조 제1항, 제2항, 제11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1다452, 453 판결(공1983, 348)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8249 판결(공1994하, 3072)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공1995하, 3904)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판결(공1996하, 3602)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루 담당변호사 박태승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피고 1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14. 6. 19. 선고 2014나217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해당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는 데에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소멸시효가 일정한 기간의 경과와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정에 의하여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제척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므로, 제척기간 진행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이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참조).
민법 제999조 제2항이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라고 규정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에 제척기간을 둔 취지 역시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 것이며(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8249 판결 참조), 그중 10년의 장기 제척기간은 3년의 단기 제척기간과 달리 상속권 침해행위로 인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바로 진행한다.
나.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남북가족특례법’이라 한다)은 남한주민과 북한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그에 따라 남북가족특례법은 남한주민인 아버지나 어머니의 혼인 중의 자 또는 혼인 외의 자로 출생한 북한주민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경우에 민법의 관련 규정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여, 분단의 종료, 자유로운 왕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의 제기에 장애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조 제2항, 제9조 제2항).
한편 남북이산 후 남북가족특례법 공포일 전에 실종선고를 받은 북한주민이 실종선고의 취소심판이 확정된 경우에는 실종선고를 직접원인으로 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를 상대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악의인 상대방에 대한 재산의 반환범위를 기본적으로 현존이익으로 제한하고(제10조 제1항, 제2항), 북한주민이 상속회복청구를 한 경우에는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증가에 기여한 사람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상속회복청구권자의 상속분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제2항).
이처럼 남북가족특례법의 규정들은 남·북한주민 사이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특례를 인정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북한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그 권리 행사로 인하여 남한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다. 그런데 남북가족특례법은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제11조 제1항에서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와 달리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관하여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하여 북한주민의 권리행사에 상당한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들 법률관계를 구분하여 상속회복청구에 관하여 제척기간의 특례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입법적인 선택이라 할 것이다.
가족관계는 개인적 신분관계 및 가족공동체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사법적(사법적) 및 공법적(공법적) 법률관계도 가족관계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도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헌법 제36조가 국가로 하여금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보장하도록 함으로써 가족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청구는 가족관계의 존부 내지 형성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재산에 관한 법률관계에 그치는 상속회복청구의 경우보다 보호의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남북가족특례법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입법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청구에 관한 특례를 이유로 들어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도 반드시 동일하거나 유사한 처우를 하여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또한 그러한 처우를 하지 아니한다 하여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라. 법률의 해석은 해당 법규정이 속하는 법체계 전체의 논리적 맥락에 따라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법률에 사용된 개념과 문언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해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가 단절된 현실에서 남한주민과의 가족관계에서 배제된 북한주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남·북한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된 남북가족특례법을 해석·적용할 때에 적절히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한주민 사이의 상속과 관련된 분쟁에서 북한주민을 배려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에 제척기간을 둔 취지나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들을 감안하여 해당 규정에 관한 합리적인 법률해석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속의 회복은 해당 상속인들 사이뿐 아니라 그 상속재산을 전득한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민법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상당히 지났음에도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 상속회복청구의 제척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그 특례를 인정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외적으로 제척기간의 연장이 인정되는 사유 및 그 기간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해소하고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의 보완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며, 결국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입법에 의한 통일적인 처리가 필요하다.
마. 이와 같은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제척기간의 취지,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들의 내용, 가족관계와 재산적 법률관계의 차이, 법률해석의 한계 및 입법적 처리 필요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은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도 민법 제999조 제2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 할 것이며, 따라서 남한주민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해석된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소외 2는 1950. 9. 서울에서 실종된 이래 북한에서 생존해 있다가 2006. 12. 31. 북한에서 사망한 북한주민으로서 부친 소외 3의 사망 시점인 1961. 12. 13. 당시 정당한 상속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 한편 소외 3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78. 1. 23. 남한에 있던 소외 3의 처 및 자녀들인 소외 4, 소외 1, 소외 5, 소외 6, 소외 7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됨에 따라 소외 2의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2) 소외 2의 딸인 원고가 소외 2의 상속권이 침해된 때부터 10년이 경과한 2011. 10. 26.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남북가족특례법에서 정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 및 그 제척기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이 남한의 참칭상속인에 의하여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에도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가. (1)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 우리 대한국민은 ……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그동안 이산가족의 상봉과 남·북한 사이의 교류·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주민 사이의 신분 및 재산관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법률적인 문제가 대두되었다. 특히 최근 북한주민이 남한주민을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나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이 현실화된 것을 계기로 남·북한주민 사이의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도 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남북가족특례법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남북가족특례법의 법률규정들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남·북한주민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북한주민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가족특례법 제2조 역시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닌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2) 상속권은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혈연관계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존중과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러한 혈연적 유대를 보호함에 있어서 국적이나 정치적 성향은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현행 민법에 의하면 북한주민의 상속권도 인정되고, 대법원도 일찍부터 북한 거주 상속인의 상속권을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1다452, 453 판결 참조). 상속권은 재산권의 일종이고,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판결 참조) 재산권의 주체인 이상,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치국가의 헌법적 요청에서 제외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6·25 사변으로 인해 남북이산의 아픔을 겪은 지 60년 이상 경과하였다. 남북 분단의 장기화·고착화로 인해 민간 차원의 교류가 단절되고 북한 사회에서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강하게 통제됨으로써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인 진정상속인으로서는 자신의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설령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남한의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민법에 의한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아직도 북한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이탈하거나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상속재산의 회복에 적극 협력하는 등의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이산의 아픔을 겪은 남한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이 법원에도 현저하다고 할 수 있다.
법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므로, 제척기간 역시 소멸시효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남북가족특례법이 북한을 이탈하여 남한에 입국한 사람(이하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이라고 한다)에 대하여서까지 단순히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경과하였으니 상속권이 소멸한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제척기간에 내재된 전제와 부합하지 않고, 남·북한주민 사이에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나.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는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이 정하는 요건과 방식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그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제척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법률해석에 맡겨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에 행사기간에 관한 특례가 없다고 하여 반드시 민법 제999조 제2항이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은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정 과정에서의 논의와 관련 자료 등에 의하면, 당초의 남북가족특례법안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하여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은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남북 분단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가 단절된 현실에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여 그 권리가 소멸한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을 대비하여 “분단의 종료, 자유로운 왕래, 그 밖의 사유로 소의 제기에 장애가 없어지기 전에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정한 기간이 경과하였거나 위 사유가 발생한 날 당시 위 기간이 3년 미만 남아 있는 경우에는 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간 상속회복청구권(민법 제1014조의 경우를 포함)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특례를 두었다가 이후 입법 과정에서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특례규정은 삭제되었다. 그 대신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내용은 법안의 ‘북한주민은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에서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로 수정되어 제정·시행되었다.
남북가족특례법이 제11조 제1항에서 ‘민법 제999조’를 명시함으로써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도 민법 제999조 제2항이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었음에도 ‘민법 제999조 제1항’만을 명시한 것은, 민법 제999조 제2항을 적용함으로써 북한주민이 자신의 책임과 무관하게 제척기간의 경과로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부당함과,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남한주민이 입게 되는 불측의 손해 및 법적 안정성의 침해라는 상호 상반되는 이해가 충돌하는 국면에서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제척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법률해석에 유보해 둠으로써 합리적인 법률해석을 통해 상반되는 이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자의 의사가 표현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하더라도 남한주민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즉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 제2문은 “이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그 밖의 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으로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상속재산에 대한 침해 상태를 유효한 것으로 믿고 상속재산을 취득한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북한주민은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이미 처분한 경우에는 제3자를 상대로 원물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상속분 상당의 가액반환청구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은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대하여 기여분 청구를 할 수 있다.
다수의견과 같이 북한주민에 대하여 제척기간의 연장을 인정하지 않아 상속권 침해 시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 일률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고 본다면 대다수의 북한주민은 더 이상 침해된 상속권을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구제수단을 갖지 못하는 반면, 민법상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한 북한주민의 경우에도 남한의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취득한 제3자를 상대로는 원물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대하여 기여분 청구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남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비해 북한주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남한주민의 신뢰나 거래의 안전은 북한주민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하는 단계에서 행사기간을 제한하거나 회복청구의 상대방이나 회복범위를 제한하는 등 권리의 내용을 제한해석함으로써 충분히 보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남·북한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참칭상속인인 남한주민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여 진정한 권리자인 북한주민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외면하는 것이다.
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는 법률의 흠결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유사한 취지의 규정을 유추하여 흠결된 부분을 보충하는 법률해석이 가능하다. 이때 유추 적용한다는 취지는, 특정 사항에 관한 다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규율의 내용과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다른 조항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므로, 어느 규정을 어느 범위에서 유추 적용할 것인지는 북한주민의 상속권 행사의 장애를 제거하여 실질적인 권리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분단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상속받은 것으로 신뢰한 남한 상속인의 법적 안정성의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정하여야 한다.
(1) 북한주민에 대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는 ‘남북 분단의 장기화’라는 국가적·역사적 상황에서 북한주민은 상속회복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없었다는 것이므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제166조 제1항을 제척기간의 기산점에 유추 적용하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고 함은 ‘북한주민이 남한에 입국함으로써 남한 내 존재하는 상속재산에 관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 해석하여야 한다.
북한주민에 대한 제척기간 연장에 관한 논의는 북한주민의 상속권 보호라는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에 기인한 것인데, 남·북한의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북한주민 중에서도 상속권의 보장이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사람은 남한에 입국하여 남한 내 존재하는 상속재산에 관하여 상속권의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주민이 남한 내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북한으로 가져가더라도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북한의 정치현실상 그 재산이 소유자에게 귀속되지 않고 북한당국에 의해 전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북한주민이 자유로운 왕래 등으로 남한 내 재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북한주민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재산관리인 제도를 두고 있다. 그에 따라 북한에 거주하는 북한주민이 행사하는 상속회복청구권은 장래 남·북한의 자유로운 왕래나 통일 등에 대비한 권리보전 차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남한 내 상속재산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북한에 거주하는 북한주민에게까지 남한주민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 북한주민은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경과하였더라도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면 충분하다.
(2) 다음으로 권리행사기간에 관하여는 민법 제999조 제2항 전단을 유추 적용하여 북한주민이 남한에 입국한 때에 민법상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의 제척기간에 걸리고 민법 제999조 제2항 후단 소정의 ‘상속권 침해 시부터 10년’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타당하다.
북한주민이 남한의 피상속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나 인지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아직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분관계에 관한 판결을 받아야 하고, 본인이나 직계존속이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실종선고의 취소심판을 받아야 한다.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주민이 신분관계를 회복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분단의 종료, 자유로운 왕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의 제기에 장애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년의 기간을 부여하였으므로 신분관계를 회복한 후 상속회복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2년보다 긴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고,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이 남한에 입국한 때에는 가장 먼저 혈육을 찾고 상속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민법 제999조 제2항에서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을 안 사람에 대하여 3년을 제척기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위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에 의하면,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은 남한의 참칭상속인에 의하여 상속권이 침해되어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되어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한편 북한주민에 대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과정에서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특례규정안이 제출되었음에도 그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북한주민이었던 사람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하여 제척기간 연장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다수의견도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제척기간의 연장과 관련한 여러 쟁점들을 법률해석의 영역으로 남겨 두기보다는 입법을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밝혀 둔다.
마.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비록 망 소외 2의 상속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있은 1978. 1. 23.부터 10년의 기간이 경과하였지만, 원고는 남한에 입국한 2009. 6. 11.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1. 10. 2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남북가족특례법에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특별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민법 제999조 제2항이 적용되어 망 소외 2의 상속회복청구권은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여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남북가족특례법상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이 옳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 김소영(주심)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