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2018. 3. 29. 선고 2017가단16791 판결
[대여금] 확정[각공2018상,339]
【판시사항】
갑이 을 주식회사에 대하여 대여금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상태에서 사망하자, 갑의 자녀인 병 등이 상속포기신고를 하였는데, 그 수리심판이 있기 전에 병 등이 갑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수령한 사안에서, 위 수령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상속의 단순승인 간주사유로 정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병 등의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 주식회사에 대하여 대여금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상태에서 사망하자, 갑의 자녀인 병 등이 상속포기신고를 하였는데, 그 수리심판이 있기 전에 병 등이 갑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수령한 사안에서, 병 등이 수령한 금액 중 위로금 등 유족 고유의 몫으로 지급된 금액은 갑의 유족인 병 등의 고유재산이므로 그 자체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 볼 여지가 없고, 그 외 갑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제5호에 의하여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이며, 갑의 퇴직연금은 전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의 취지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인바, 이와 같이 법률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은 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수령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상속의 단순승인 간주사유로 정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병 등의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1026조 제1호,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제5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
【전 문】
【원 고】 농협은행 주식회사
【피고(선정당사자)】 피고(선정당사자)
【변론종결】
2018. 3. 22.
【주 문】
1. 원고의 피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2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 2는 원고에게 각 75,978,594원 및 그중 60,000,000원에 대하여 2017. 6. 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10.29%의, 15,602,824원에 대하여 2017. 6. 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12.94%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망 소외인[(주민등록번호 생략),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7. 6. 7. 기준으로 원고에 대하여 총 151,957,188원의 대여금 반환채무(= 원금 151,205,648원 + 이자 내지 연체이자 751,540원)를 부담하면서 이행지체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위 원금 151,205,648원 중 120,000,000원에 대한 약정 연체이율은 연 10.29%이고, 나머지 원금 31,205,648원에 대한 약정 연체이율은 연 12.94%이다.
2) 망인은 2017. 6. 14. 사망하였는데 유족으로는 자녀인 피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 2(이하 위 두 사람을 합쳐서 부를 경우 ‘피고들’이라 한다)가 있다.
나.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각 1/2 지분씩 망인을 상속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상속채무인 위 대여금 반환채무의 이행으로 각 75,978,594원(= 위 151,957,188원 × 1/2) 및 그중 60,000,000원(= 위 120,000,000원× 1/2)에 대하여 2017. 6. 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인 2017. 9. 30.까지 약정 연체이율인 연 10.29%의, 15,602,824원(= 31,205,648원 × 1/2)에 대하여 2017. 6. 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인 2017. 9. 30.까지 약정 연체이율인 연 12.94%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약정 연체이자 내지 법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선정당사자)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선정당사자)의 항변 요지
피고(선정당사자)는 피고들이 망인에 대하여 상속포기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피고(선정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들이 2017. 8. 22. 울산지방법원 2017느단5177호로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2017. 11. 27. 그 수리심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어서(민법 제1042조) 상속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선정당사자)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3.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재항변 요지
원고는, 피고들이 위 상속포기신고 수리심판을 받기 전에 망인이 근로자로 일을 하던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차’라 한다)로부터 망인의 퇴직금 등을 수령하였는바, 이는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상속의 단순승인 간주사유로 정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므로 그 후에 이루어진 피고들의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고 재항변한다.
나. 판단
피고들이 위 상속포기신고 후 그 수리심판이 있기 전인 2017. 8. 24. 망인이 근로자로 일을 하던 현대차로부터 망인의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25,143,774원(이하 ‘쟁점 수령금’이라 한다)을 피고(선정당사자)의 계좌로 수령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아래와 같은 이유(그중 사실 내지 사정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당사자 사이에 명백한 다툼이 없는 것들이다)에서, 위 수령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정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재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쟁점 수령금 25,143,774원은 ① 망인의 퇴직금, 급료 및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채권(이하 ‘퇴직금 등’이라 총칭한다)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② 망인의 퇴직연금, ③ 위로금 등 유족 고유의 몫으로 지급된 금액 세 가지 명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밖의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은 없다.
2) 먼저 쟁점 수령금 중 ③ 위로금 등 유족 고유의 몫으로 지급된 금액은 망인의 유족인 피고들의 고유재산이므로 그 자체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로 볼 여지가 없다.
3) 쟁점 수령금 중 ① 망인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② 망인의 퇴직연금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 ‘상속재산’에는 주1) 해당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들의 그 수령행위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망인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제5호에 의하여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이고, 망인의 퇴직연금은 그 전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의 취지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71180 판결 참조)인바, 이와 같이 법률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은 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된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다58963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73105 판결 참조).
나) 법률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 중에서도 위와 같이 근로자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근로자의 퇴직연금은 근로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부양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으로서 근로자가 사망하여 상속인이 된 사람이 사망한 근로자의 부양가족이 아니었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상속인이 된 사람이 근로자의 부양가족이었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입법 취지가 여전히 관철될 필요가 있고(오히려 근로자가 단순히 퇴직한 경우보다 사망한 경우 그 부양가족에 대한 안정적인 생활보장의 필요성이 훨씬 더 커지므로 위와 같은 입법 취지의 관철 필요성 역시 훨씬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이러한 경우 근로자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근로자의 퇴직연금은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되고, 이와 같이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되는 상속재산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한데, 피고들의 나이, 신분(두 사람 모두 학생인 것으로 보인다) 등을 감안할 때, 피고들은 망인의 부양가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가사 견해를 달리하여 근로자가 사망하여 그 부양가족이 상속인이 된 경우 근로자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근로자의 퇴직연금 모두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거나, 아예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채권이기만 하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입각하여 가정적으로 판단하더라도(따라서 이하의 판단은 방론에 해당한다)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들이 망인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망인의 퇴직연금을 수령한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압류금지 재산인 근로자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충분히 대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판례 중에는 상속포기를 한 상속인들이 상속포기 전에 피상속인의 급여 및 퇴직금을 수령한 것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 있기는 하나(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3416 판결), 위 사안은 피상속인의 급여 및 퇴직금 중 1/2만을 수령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편 학설은 오히려 압류금지 여부에 상관없이 근로자의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되는 퇴직금 등과 퇴직연금 전부가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통설에 가까운 다수설로 보인다].
(2) 이와 같이 해석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하에서 피고들은 현대차로부터 망인의 퇴직금 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망인의 퇴직연금, 명백히 자신들의 고유재산에 해당하는 금액 이 세 가지만을 쟁점 수령금으로 수령한 다음, 그중 망인의 장례비용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라 할 수 있는 11,410,000원을 지출하고(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은 민법 제998조의2에 따라 원래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는 민법 제1026조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의 처분 내지 부정소비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다), 나머지 13,733,774원은 일체 소비함이 없이 수령한 계좌에 그대로 보관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3) 한편 망인은 사망 당시 현대차를 제3채무자로 하여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만 놓고 보더라도 원고에 대하여 150,000,000원이 넘는 채무를, 주식회사 애큐온캐피탈에 대하여 47,000,000원이 넘는 채무를 각 부담하는 등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4) 위 (1) 내지 (3)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들이 현대차로부터 쟁점 수령금을 수령한 것을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피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별 지] 선정자 명단: 생략]
판사 강민성
주1) 피고들이 수령한 위 퇴직연금의 경우 현대차의 취업규칙 내지 단체협약에 따라 단순한 근로관계의 종료라는 요건 외에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특유의 요건까지 결부된 상태에서 민법이 정한 상속인이 아니라 별도의 수급권자 지위에서 수령한 것이라면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피고들의 고유재산이라 할 것이나, 이러한 점에 관하여는 피고(선정당사자)의 주장·증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