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7. 8. 선고 97도47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공1997.8.15.(40),2437]
【판시사항】
유증을 받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제기되어 있다는 사정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수증재산을 매매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유증받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제기되어 있다는 사정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수증재산을 매매한 경우, 매도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하려면, 그가 단순히 다른 공동상속인에 의하여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가 그 토지를 유증에 의하여 전부 취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상 유류분제도에 따라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유류분 침해의 한도에서 그 토지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 제1항, 민법 제1013호 제2항 , 제1115조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상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7. 1. 24. 선고 96노11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1990. 7. 19. 이 사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이 남편 망 공소외 2로부터 1988. 4. 19. 유증받은 이 사건 토지를 대금 7,818,000,000원에 매도하였는데, 그 전인 같은 해 7. 4. 피고인의 장남인 공소외 3이 피고인에 대하여 위 유증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서울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제기하여 같은 해 8. 20. 위 심판청구서부본을 송달받게 되어 위 심판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위 심판은 실질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까지 포함하고 있어 언제든지 유류분반환청구로 변경 또는 확대될 수 있어 위 공소외 1은 공소외 4 회사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주택조합을 결성하여 조합주택을 건축하고자 위 토지를 구입하는 것이었으므로 그가 위 심판청구사실을 알았다면 위 매매계약에 따른 위 1차 중도금 지급을 거절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위 공소외 1에게 고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묵비하여 이에 속은 위 공소외 1로부터 같은 해 8. 30. 1차 중도금 1,200,0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중도금을 편취할 의사가 없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하여는 이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즉, 관계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공소외 1에게 위 매매계약 사실을 비밀로 하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대금지급을 빨리 해달라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이 사건 토지의 매도경위와 매수인의 사정, 매도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1차 중도금을 받은 후 나름대로 매매계약의 유지를 위하여 노력한 사정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위 공소외 3의 위 심판청구 및 이로써 예상되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매수인인 위 공소외 1이 이 사건 토지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위 공소외 1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위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위 공소외 1에게 위와 같은 상속재산 분쟁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매매대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2. 그러나 피고인에게 위 중도금 수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이 단순히 위 공소외 3이 피고인 등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유증에 의하여 전부 취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상 유류분제도에 따라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유류분 침해의 한도에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
그런데, 피고인이 민법상 유류분제도에 관하여 상당한 소양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유류분제도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유증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당연히 피고인의 단독 소유로 귀속되는 것으로 알고 위 공소외 3이 제기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서의 부본을 송달받자 서둘러서 피고인 명의로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나아가 피고인의 아들인 위 공소외 3이나 공소외 3도 당시 유류분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유증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가 피고인의 단독 소유로 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수사기록 769, 3209쪽) 등을 알 수 있을 뿐이니,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인 위 공소외 1에게 매매계약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하였다든가 대금지급을 빨리 해달라고 하였다는 등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기죄의 범의에 대한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그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최종영 정귀호(주심) 이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