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2003. 4. 29. 자 2003브1 결정 : 확정
[상속포기][하집2003-1,94]
【판시사항】
후순위 상속인이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숙려기간 제도는 상속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후순위 상속인의 숙려기간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된 이후 이를 현실적으로 인식하여 그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될 수밖에 없지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이상 각 상속인은 위 숙려기간의 도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상속포기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각 상속인이 승인과 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이 권리를 그 상속순위에 따라 제한할 법문상의 근거가 없을 뿐더러,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는 것은 후순위 상속인이 자신에 대한 상속개시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거절한다는 그 상속포기의 당연한 전제에 해당하여 상속포기 신고에 금지되는 조건으로도 볼 수 없는 만큼,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기를 기다림이 없이 그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고, 상속포기 신고의 수리는 일응 상속포기의 요건이 구비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며 상속포기의 효력은 상속포기의 신고 그 자체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결국 후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는 오로지 현실적인 그 효력의 발생에 있어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되어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있음을 요할 따름이고, 각 신고 및 수리의 선후라는 사정 등에 의하여 그 상속포기의 효력이 좌우될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997조, 제1019조 제1항, 제1026조 제2호, 제1042조
【전 문】
【청구인, 항고인】 청구인 1 외 2인
【피상속인】 피상속인
【제1심결정】 인천지법 2002. 12. 10.자 2002느단1039 결정
【주 문】
청구인들의 항고를 기각한다.
【청구취지및항고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청구인들의 2002. 11. 4.자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기록에 의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으로 제1, 2순위 상속인인 청구외 1, 청구외 2, 청구외 3, 청구외 4 등(이하 위 4인을 '청구외 4인'이라 한다)이 2002. 6. 4. 이 법원 2002느단618호로 각 상속포기 신고를 하자, 제3순위 상속인인 그 누이 망 청구외 5(1964. 4. 2. 사망)의 직계 비속으로 청구인들이 2002. 7. 25. 이 법원 2002느단775호로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는데, 청구외 4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2002. 8. 23. 수리되기에 앞서 청구인들의 상속포기 신고가 2002. 8. 9. 먼저 수리된 사실이 소명된다.
2. 주 장
청구인들은, 상속에 있어 선순위인 청구외 4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기에 앞서 후순위인 청구인들의 상속포기 신고가 먼저 수리된 것은 무효인 만큼, 청구외 4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된 이후 다시금 2002. 11. 4. 청구인들이 상속포기를 하여 그 유효한 수리를 구하고자 이 사건 청구에 이르렀다.
3. 판 단
살피건대,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주1) 한 숙려기간 제도는 상속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후순위 상속인의 숙려기간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된 이후 이를 현실적으로 인식하여 그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될 주2) 수밖에 없지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주3) 개시된 이상 각 상속인은 위 숙려기간의 도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주4) 생기기 전까지 상속포기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각 상속인이 승인과 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이 권리를 그 상속순위에 따라 제한할 법문상의 근거가 없을 뿐더러,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는 것은 후순위 상속인이 자신에 대한 상속개시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거절한다는 그 상속포기의 당연한 전제에 해당하여 상속포기 신고에 금지되는 조건으로도 볼 수 주5) 없는 만큼,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기를 기다림이 없이 그 상속포기를 하는 주6) 것이 가능하고, 상속포기 신고의 수리는 일응 상속포기의 요건이 구비되었음을 인정하는 주7) 것에 불과하며 상속포기의 효력은 상속포기의 신고 그 자체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결국 후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는 오로지 현실적인 그 효력의 발생에 있어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되어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주8) 효력이 있음을 요할 따름이고, 각 신고 및 수리의 선후라는 사정 등에 의하여 그 상속포기의 효력이 좌우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순위 상속인인 청구외 4인의 상속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되고 청구인들의 종전 상속포기 신고 또한 적법한 것으로 수리된 이상, 그간 청구인들의 위 상속포기 신고가 주9) 취소되었다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상속포기의 효력에 의하여 청구인들에게 더 이상 상속개시가 있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미 상속포기의 효력이 발생한 청구인들에게 재차 상속개시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할 것인바, 제1심 결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청구인들의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지영철(재판장) 고범석 이다우
주1) 민법 제1019조 제1항.
주2) 대법원 1991. 6. 11.자 91스1 결정, 민법 제1021조, 독일 민법 제1944조 제2항 참조.
주3) 민법 제997조.
주4) 민법 제1026조 제2호.
주5) 독일 민법 제1947조 제1항, Munchener Kommentar, BGB Erbrecht(1997), 309 참조.
주6) 독일 민법은 제2142조 제1항에 후순위 상속인도 상속이 개시되자마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 민법 제790조는 선순위 상속인보다 앞서 상속포기를 한 후순위 상속인의 경우 선순위 상속인이 단순승인 내지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이상 그 상속포기를 철회하고 새로이 단순승인 내지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해석되고 있다(Paris, 23 novembre 1949 Decision 49.107 참조). 피상속인의 자로 입양된 피상속인의 동생처럼 그 순위를 달리 하는 상속자격이 중복된 경우, 그 각 상속분 일체를 한꺼번에 취득한 것으로 보아 일회적으로만 승인과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견해와 그 각 상속자격마다 승인과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견해, 그리고 상속포기 당시 특별히 유보를 한 경우가 아닌 한 전자의 견해 또는 후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절충설 등이 있으나(산본정헌, 이중자격の상속인, 현대가족법대계 4, 168-170 이하 참조), 후자의 견해를 취하더라도 그 일괄적인 선택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일회적인 선택 또는 일괄적인 선택 중 그 최종 순위로 피상속인의 동생이라는 자격에 기한 상속포기의 경우 이보다 앞서 선순위로 그 직계 존속이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수리되지 않았다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게 된다(상속포기 신고서에 상속인의 인적 사항만 기재한 과거에는 전자의 견해가 우세하였지만, 피상속인과의 관계까지 기재하는 현재에는 후자의 견해도 유력해 보인다. 일본 가사심판규칙 제114조 제2항 제3호 및 우리 나라 가사소송규칙 제75조 제1항 제2호 참조).
주7)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21882 판결 참조.
주8) 민법 제1042조.
주9) 민법 제1024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