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와 무역전쟁 피해에
부채비율 GDP 3배로 급증
印尼서도 자금이탈 가속화
경상적자에 루피아화 8% 빠져
잘나가던 인도, 고유가에 발목
부채비율 GDP 3배로 급증
印尼서도 자금이탈 가속화
경상적자에 루피아화 8% 빠져
잘나가던 인도, 고유가에 발목
터키와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경제위기가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경고가 일고 있다. 일부 신흥국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대형 금융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에 국제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피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계속 늘어나는 공공·민간 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과 달리 아시아 각국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갖췄지만 중국의 과도한 부채 비율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5%였던 중국 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299%까지 급증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외부 충격에 대응해 무려 4조위안(약 653조원) 규모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으로 뚜렷한 경기 후퇴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한 부채가 중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하이빈 JP모건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경제·부채 규모, 방대한 국제 금융 연결망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세계 다른 곳으로 위험이 신속하게 전이될 수 있다"며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과 '그림자 금융'이 증가하면서 중국 부채 질도 한층 나빠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 펀드사, 개인 간 대출(P2P), 소형 대부업을 통한 우회성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이 같은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초점을 둔 경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과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둔화에 직면하면서 중국 당국은 디레버리징 강도를 조절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표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 추락하면서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홍콩 증시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에 접어들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신흥국 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막대한 규모 외채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 경상적자는 GDP 대비 2.36%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수입 화장품·자동차 등 소비재 1147개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를 품목당 7.5~10%로 인상했다. 수입을 억제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올 들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 대비 8% 넘게 빠졌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전쟁 파고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인도 역시 최근 유가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원유 수입 대금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지난 7월 무역적자가 5년 만에 가장 큰 180억달러로 확대됐다. 올 2분기 경상수지 적자도 GDP의 2.4% 규모인 158억달러로 늘어났다. 루피화는 1월 초 달러당 63∼64루피 선에서 움직였으나 최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72.9루피까지 상승하는 등 루피화 가치가 11%가량 추락했다. 결국 인도 정부는 환율 방어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수입 감축 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우선 비핵심 분야 수입을 줄일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80억∼100억달러 규모 달러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위기를 촉발한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7.75%에서 24%로 대폭 인상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인상 폭은 상당했다"며 "지금은 내 인내심의 시기이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초긴축 정책에도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페소화는 50% 넘게 폭락했다.
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마저 위기 전염 가능성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이 이달 말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시장은 또다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 기준금리를 2~2.25%로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김덕식 기자]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피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계속 늘어나는 공공·민간 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과 달리 아시아 각국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갖췄지만 중국의 과도한 부채 비율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5%였던 중국 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299%까지 급증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외부 충격에 대응해 무려 4조위안(약 653조원) 규모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으로 뚜렷한 경기 후퇴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한 부채가 중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하이빈 JP모건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경제·부채 규모, 방대한 국제 금융 연결망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세계 다른 곳으로 위험이 신속하게 전이될 수 있다"며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과 '그림자 금융'이 증가하면서 중국 부채 질도 한층 나빠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 펀드사, 개인 간 대출(P2P), 소형 대부업을 통한 우회성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이 같은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초점을 둔 경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과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둔화에 직면하면서 중국 당국은 디레버리징 강도를 조절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표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 추락하면서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홍콩 증시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에 접어들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신흥국 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막대한 규모 외채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 경상적자는 GDP 대비 2.36%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수입 화장품·자동차 등 소비재 1147개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를 품목당 7.5~10%로 인상했다. 수입을 억제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올 들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 대비 8% 넘게 빠졌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전쟁 파고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인도 역시 최근 유가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원유 수입 대금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지난 7월 무역적자가 5년 만에 가장 큰 180억달러로 확대됐다. 올 2분기 경상수지 적자도 GDP의 2.4% 규모인 158억달러로 늘어났다. 루피화는 1월 초 달러당 63∼64루피 선에서 움직였으나 최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72.9루피까지 상승하는 등 루피화 가치가 11%가량 추락했다. 결국 인도 정부는 환율 방어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수입 감축 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우선 비핵심 분야 수입을 줄일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80억∼100억달러 규모 달러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위기를 촉발한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7.75%에서 24%로 대폭 인상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인상 폭은 상당했다"며 "지금은 내 인내심의 시기이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초긴축 정책에도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페소화는 50% 넘게 폭락했다.
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마저 위기 전염 가능성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이 이달 말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시장은 또다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 기준금리를 2~2.25%로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