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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금통위원 “‘금융안정’ 기조 통화정책으로 축소순환 경제 늪 우려” -한겨레

모두우리 2019. 5. 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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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금통위원 “‘금융안정’ 기조 통화정책으로 축소순환 경제 늪 우려” 

  

8일 간담회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발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 초래할 위험

물가안정이냐 금융안정이냐, 논쟁 예고

2012년 통화정책 보조 ‘금융안정’ 도입

이후 ‘금융안정’고려 보수·긴축 기조 유지

시장에서 ‘낮은 물가’ 기대 더욱 확산돼

일본 유사한 ‘디플레이션 큰 도전’ 우려

한국은행 ‘인플레 상향편의’ 전망도 틀려

금융안정은 금융시장에서 ‘효과적 감당’

통화당국·금융당국 적극 ‘협업’해야

경기·물가안정 통화정책 본연임무 수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8일 “우리 통화정책이 2012년 이후 ‘금융안정’을 고려한 보수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타깃팅(물가안정목표) 요구에 비해 긴축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이에 따라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이 초래할 축소순환 경제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본연의 목적 수행에서 사실상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금통위원의 발언으로 전례가 드물다. 물가안정이냐 금융안정이냐를 둘러싼 통화정책방향 논쟁을 예고한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이날 한국은행 본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총 8쪽 짜리 발표문에서 그는 “2012년 이후 우리 통화정책은 경기지표가 불안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상당기간 하회하는 상황에서도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을 고려한 보수적 정책기조가 유지된 적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우리도 장기에 걸쳐 목표 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 기조의 결과, 시장에서는 통화당국이 공표한 목표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회귀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기대’가 확산돼 왔고, 이에 따라 “향후에 일본과 유사한 (디플레이션이라는)더 큰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물가안정’은 통상적인 낮은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목표 수준에 근접하는 정도의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 경제의 실제 인플레이션이 0%에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0%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떨어져 있는 것이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이다. 많은 나라에서 물가안정목표로 2%대를 설정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 위원은 특히 2011년에 한은 통화정책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보조적 목적으로 추가된 점을 꼽았다. 바로 그 다음해부터 7년 내내 실제 인플레이션이 통화당국 목표수준(2010년 이후 전년동기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3%±1.0%포인트 및 2.5~3.5%, 2016년 이후 2% 단일목표치)을 하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는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목표 수준으로부터 괴리 정도가 연 평균 1%포인트, 7년 누적으로 7%포인트 이상이었다. 이는 2000~2011년 기간 중 실현된 평균 인플레이션(2.96%)과 목표 수준(3%)의 사이의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무려 7~9년간 지속적으로 목표수준을 크게 하회한 요인으로 세계적 저인플레이션, 아마존 효과 등 정보기술 발전, 고령화 등을 거론하지만 통화정책이 왜 2012년 이전과 같은 인플레이션 타깃팅 방식으로 운용돼 오지 않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2012년 이후 통화정책 설명에서 인플레이션보다는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 금융시장 상황(금융불균형 및 안정)을 훨씬 더 강조하고 있다. 2012년을 기점으로 통화정책이 이전의 인플레이션 타깃팅 방식 운용에서 벗어나 금리 긴축 기조를 앞세운 금융안정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나아가 그는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지속적으로 ‘상향편의’를 보여준 점도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하회하기 시작한 이래 한국은행이 거의 예외없이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목표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에 따라 “목표수준으로 수렴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조정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2010년대 이후 이런 회귀 전망은 번번이 실패했다.

금융위기 이후 다른 외국의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위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은 거시건전성 금융규제를 대폭 강화해 금융안정을 추구하고, 통화정책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욱 명시적인 인플레이션 타깃팅을 채택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기본 목적이 인플레이션 안정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 ‘디플레이션 기대’ 확산을 제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통화정책은 이와 반대로 금융안정을 고려한 보수적·긴축적 정책기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정책과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금융불안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금융시장 내부에 있는데다 금융안정을 위해선 통화정책당국보다 금융당국이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미세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 건전성을 위해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적극 ‘협업’해야만 통화정책도 경기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한 신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의 보조 목표로 추구해온 ‘금융안정(불균형)’ 개념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정의하거나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들었다. 그는 “어느 정도 수준이 안정적이고 또 불안정인지, 금융불균형 대상이 민간부채인지, 자산가격 급등인지, 미국과의 금리 역전인지도 불명확하다”며 “이런 불명확성이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조 위원은 기획재정부장관 추천 몫으로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됐으며, 임기(4년)는 내년 4월에 만료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