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2022나321526 판결) 민사] 형사합의 후 무혐의 처분이 이루어지자 피의자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합의금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사례
○ 대구지방법원 2023. 5. 19. 선고 2022나321526 판결(제3-1민사부, 재판장 최서은 부장판사)
○ 사안의 개요
- 원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폭행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피해 아동의 부모인 피고들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지급함.
- 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어린이집의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수사하였으나 고의적으로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음.
○ 원고 주장의 요지
-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형사상 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를 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하여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기소가 되지도 아니하였고 이 사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에 관하여도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졌음.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민법 제733조 단서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함.
-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합의금 중 원고 명의의 합의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음.
○ 판단 요지
- 이 사건 합의는 이 사건의 피해 아동의 부모인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40,000,000원(원고에 대한 합의금 30,000,000원, 담임 보육교사 2명에 대한 합의금 각 5,000,000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으로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함.
- 나아가 원고의 형사상 책임 성립이 이 사건 합의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
- 따라서 원고의 착오에 기한 이 사건 합의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음.
대 구 지 방 법 원
제 3 - 1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22나321526 부당이득금
원고, 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온
담당변호사 김재형
피고, 피항소인 1. B
2. C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재
담당변호사 서인규
제 1 심 판 결 대구지방법원 2022. 8. 16. 선고 2022가소205146 판결
변 론 종 결 2023. 4. 21.
판 결 선 고 2023. 5. 19.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3. 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대구 동구에 있는 ‘D 어린이집’(이하 ‘이 사건 어린이집’이라 한다)의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원고는 2020. 12. 9.경 E을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장으로 고용하고 그 운영에 관한 전반을 위임하였다.
나. 이 사건 어린이집 H반의 원생이던 권○○(여, 당시 2세, 이하 ‘이 사건 피해 아동’이라 한다)가 2021. 3. 2. 10:06경부터 10:09경까지 담임 보육교사인 F와 G이 등원지도, 다른 원생 돌봄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같은 반의 다른 원생들 3명으로부터 약 3분간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2021. 3. 5. 이 사건 피해 아동의 부모인 피고들과 아래와 같이 합의서를 작성하고(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그 무렵 피고들에게 자신의 명의로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 30,000,000원과 F, G의 명의로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 각 5,000,000원 합계 4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합의서 피해자 B, C은 가해자 A과의 사건에 대해 가해자 A과 원만히 합의하여 처벌을 원치 않으므로 이에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1. 피해자 B, C은 자녀 권○○의 D 어린이집과 관련하여 방임죄로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A 일금 삼천만 원(30,000,000)과 F 일금 오백만 원(5,000,000), G 일금 오백만원(5,000,000)을 각각 합의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앞으로 민, 형사상의 사건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 |
라. 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어린이집의 원장 E과 보육교사 F, G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수사하였으나 2021. 10. 26. 고의적으로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형사상 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를 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하여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기소가 되지도 아니하였고 이 사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에 관하여도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졌다.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민법 제733조
단서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한다.
설령,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형사상 책임의 경감과 민사상 손해의 전보 등 여러 목적들이 그 전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어떠한 형사상 책임도 귀속될 수 없고 원고가 이를 착오하였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이 사건 합의는 법률행위 일부취소의 법리에 따라 그 전체가 취소되어야 한다.
1. 피해자 B, C은 자녀 권○○의 D 어린이집과 관련하여 방임죄로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A 일금 삼천만 원(30,000,000)과 F 일금 오백만 원(5,000,000), G 일금 오백만원(5,000,000)을 각각 합의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앞으로 민, 형사상의 사건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합의금 중 원고 명의의 합의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민법 제109조 제1항 본문은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733조는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다32797 판결 참조). 나아가 화해계약의 의사표시에 있어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의 존재 및 이것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다20353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이 사건의 피해 아동의 부모인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40,000,000원(원고에 대한 합의금 30,000,000원, 담임 보육교사 2명에 대한 합의금 각 5,000,000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으로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나아가 원고의 형사상 책임 성립이 이 사건 합의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어린이집의 실제 경영자로서 이 사건 피해 아동이 폭행을 당한 직후부터 이 사건 어린이집의 당시 원장이던 E과 통화하며 대응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피고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협의를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로부터 3일이 지났고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1. 3. 5. 원고 명의로 피고들과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F, G에 대한 합의도 일괄적으로 진행하였으며, 원고가 피고들에게 F, G에 관한 합의금도 지급하면서 피고들이 향후 일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다. 위와 같은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구체적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어린이집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원고 및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장, 담임 보육교사 등 모든 관련자들과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민․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보이며, 원고에 대한 기소 또는 유죄판결이 이 사건 합의의 전제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E, F, G이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는 이유로, 검찰이 E, F, G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E, F, G은 수사단계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였는지 여부는 법적 평가의 문제로서의 측면도 있는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피해자 측에게 손해배상조로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의사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방어방법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 당시 합의당사자들이 원고 또는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고 측 관련자들에게 형사상 책임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
항으로 삼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에, 그 합의 당시 지급받은 금원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원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9. 5. 11. 선고 98다57228 판결). 위와 같은 형사합의금의 성격, 원고 측에 대한 형사처벌 유무는 피고들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합의의 주된 내용은 오히려 원고 측의 피고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성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 상호 양보를 하여 분쟁을 종지하는 내용이라고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이 이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 E, F, G의 이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등이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④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피해 아동 및 피고들이 입은 손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함과 동시에 원고 측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체결한 것이지 민사상 책임 및 형사상 책임에 관한 합의금액을 따로 산정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합의가 가분적이거나 그 목적물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원고의 착오에 기한 이 사건 합의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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