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상속세부과처분취소][공1998.1.1.(49),171]
【판시사항】
[1] 금양임야가 수호하는 분묘의 기지를 처분한 후에도 분묘를 이전하기까지는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을 지니는지 여부(적극)
[2] 금양임야 등 제사용 재산이 제사주재자가 아닌 다른 상속인에게로 소유권이전 되었을 경우, 일반 상속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금양임야 등 제사용 재산을 일반상속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특별상속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이유는 제사용 재산을 공동상속하게 하거나 평등분할하도록 하는 것은 조상 숭배나 가통의 계승을 중시하는 우리의 습속이나 국민감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일반상속재산과는 구별하여 달리 취급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금양임야가 수호하는 분묘의 기지가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도 그 분묘를 사실상 이전하기 전까지는 그 임야는 여전히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금양임야가 수호하던 분묘의 기지가 포함된 토지가 토지수용으로 인하여 소유권이 이전된 후에도 미처 분묘를 이장하지 못하고 있던 중 피상속인이 사망하였다면 위 임야는 여전히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을 지닌다.
[2] 어느 토지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금양임야이거나 묘토인 농지에 해당한다면 그 규정에 정한 범위 내의 토지는 제사주재자가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할 것이고 이 때의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된다 할 것이며, 그 경우 다른 상속인 등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하여도 그 부분에 관한 한은 무효의 등기에 불과하므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로써 제사주재자가 승계할 금양임야가 일반 상속재산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08조의3, 구 상속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2조 제3호)[2] 민법 제1008조의3, 구 상속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2조 제3호)
【참조판례】
[2]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0676 판결(공1993하, 1848)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9116 판결(공1995상, 1307)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공1997하, 3005)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7820 판결(같은 취지)
【전 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7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외 1인)
【피고,상고인】 광화문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6. 10. 16. 선고 95구365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 및 제3점에 대하여
가. 소론이 지적하는 점[군포시 (주소 생략) 상의 분묘 5기의 이장일이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인 1992. 9. 4.이고 이 사건 임야가 원래 위 (주소 생략) 상의 분묘 5기의 금양임야라고 인정한 점]에 관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관계 등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판례위반 등의 잘못은 없다. 그리고 소론이 들고 있는 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누17236 판결은 사안을 달리 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논지는 이유 없다.
나.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백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금양임야 등 제사용 재산을 일반 상속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특별 상속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이유는 제사용 재산을 공동상속하게 하거나 평등분할하도록 하는 것은 조상 숭배나 가통의 계승을 중시하는 우리의 습속이나 국민감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일반 상속재산과는 구별하여 달리 취급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금양임야가 수호하는 분묘의 기지가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도 그 분묘를 사실상 이전하기 전까지는 그 임야는 여전히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임야로서 수호하던 분묘의 기지가 포함된 토지가 토지수용으로 인하여 소외 대한주택공사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에도 미처 분묘를 이장하지 못하고 있던 중 피상속인인 망 소외인이 사망하였다면 이 사건 임야는 여전히 금양임야로서의 성질을 지닌다고 한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논지도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어느 토지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금양임야이거나 묘토인 농지에 해당한다면 위 규정에 정한 범위 내의 토지는 제사주재자가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할 것이고 이 때의 제사주재자는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된다 할 것이며(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그 경우 다른 상속인 등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하여도 그 부분에 관한 한은 무효의 등기에 불과하므로(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0676 판결, 1995. 2. 10. 선고 94다39116 판결, 1995. 3. 24. 선고 94다47377 판결 참조) 그 소유권이전등기로써 제사주재자가 승계할 금양임야가 일반 상속재산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한편 구 상속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는 민법 제1008조의3에 규정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 4는 외국 영주권자이기는 하나 종손으로서 1992. 2. 12. 호주승계신고절차를 마쳤고, 국내에 증여, 상속 및 매매로 취득한 수십개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에 주민등록을 두고 수시로 입·출국을 하고 있고, 이 사건 임야가 수호하던 분묘기지 등이 수용된 후 이장지를 직접 매수하고 분묘개장 신고 및 사설묘지설치허가를 마쳤으며, 분묘를 이장한 후 종손으로서 그 명의로 비석을 세우는 등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원고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할 수는 없을 것이어서 위 원고는 제사주재자로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인 이 사건 임야를 망 소외인으로부터 승계한다 할 것이고, 다른 상속인들 명의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여도 그 등기는 원인이 없는 등기에 불과하므로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은데도 원심이 원고 4가 외국영주권자로서 제사주재자가 되기 어려운 입장이었으므로 원고 1, 원고 2, 원고 3이 공동으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한 것은 잘못이지만, 위 임야가 금양임야로서 상속세과세가액에서 제외된다고 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므로,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경험칙 위배 등의 위법은 없다. 논지 또한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누5961 판결 [상속세등부과처분취소][공1998.1.1.(49),173] 【판시사항】 호주상속인이 승계하는 금양임야 등 제사용 재산에 대한 상속세과세 여부(소극) 【판결요지】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6조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백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호주상속인이 이를 승계한다고 하고,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는 민법 제996조에 규정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어느 토지가 위 규정 소정의 금양임야이거나 묘토인 농지에 해당한다면 위 규정에 정한 범위 내의 토지는 일반 상속재산과 구별되는 특별 상속재산으로서 그 제사 주재 여부와는 상관 없이 호주상속인이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하는 것이므로(따라서 그에 대하여 다른 상속인들을 포함한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경료되어 있다 하여도 그 등기 또한 무효의 등기이다), 그 범위 내의 토지의 가액 상당을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여서는 안된다. 【참조조문】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6조 (현행 제1008조의3 참조),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12조 제3호 참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0676 판결(공1993하, 1848)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9116 판결(공1995상, 1307)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공1998상, 171) 【전 문】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수) 【피고,피상고인】 금정세무서장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7. 3. 26. 선고 95구75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확정판결에 적시된 위법사유에 한하여만 미치므로 과세처분권자가 그 확정판결에 적시된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행한 새로운 과세처분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종전의 과세처분과는 별개의 처분으로서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누10275 판결, 1992. 9. 25. 선고 92누794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들에 대한 제1차 과세처분을 취소한 확정판결에서 적시한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이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고 한 판단은 옳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면 고사동 임야에 분묘 3~4기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분묘의 위치, 관리상태 등에 비추어 갑 제18, 19호증의 기재 및 증인 소외 1의 증언만으로는 그 분묘가 원고들의 13대 조부모 및 8대 조부모의 분묘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 1이 이 사건 분묘의 제사를 주재하는 자임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1이 금양임야 1정보를 승계하였다 할 수 없고, 호주상속인과 제사주재자가 다를 경우에는 호주상속인이 아닌 제사주재자에게 금양임야 등의 승계권이 귀속된다고 할 수도 없어 고사동 임야는 원고들의 일반 상속재산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고사동 임야 중 금양임야에 해당하는 부분의 1정보는 상속세과세가액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6조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백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호주상속인이 이를 승계한다고 하고,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2항 제2호는 민법 제996조에 규정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어느 토지가 위 규정 소정의 금양임야이거나 묘토인 농지에 해당한다면 위 규정에 정한 범위 내의 토지는 일반 상속재산과 구별되는 특별 상속재산으로서 그 제사 주재 여부와는 상관 없이 호주상속인이 단독으로 그 소유권을 승계하는 것이므로(따라서 그에 대하여 다른 상속인들을 포함한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경료되어 있다 하여도 그 등기 또한 무효의 등기이다.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0676 판결, 1995. 2. 10. 선고 94다39116 판결, 1995. 3. 24. 선고 94다47377 판결 참조), 그 범위 내의 토지의 가액 상당을 상속세과세가액에 산입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증거인 갑 제17호증에 의하면 원고 1의 부(부)인 이 사건 피상속인 망 소외 2가 1970. 11. 24. 소외 울산시 고사동장 앞으로 고사동 임야에 설치된 분묘 4기의 관리인으로서 묘지신고를 한 바 있음이 인정되고, 여기에다 갑 제19호증의 원고들(망 소외 2의 처인 원고 2 제외)의 13대 조부모와 8대 조부의 분묘가 고사동에 설치되어 있다는 족보상의 기재를 종합하여 보면, 고사동 임야상의 분묘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선대들의 분묘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속단할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망 소외 2가 신고한 분묘 4기가 위 족보상의 분묘인지, 원심이 고사동 임야 상에 존재한다고 인정한 분묘들은 망 소외 2가 신고한 분묘나 족보상의 분묘와는 다른 분묘로서 원고들과 무관한 분묘인지 등을 더 심리하여 원고 1이 호주상속인으로서 분묘 및 그에 속한 금양임야의 승계인인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호주상속인인 원고 1이 고사동 임야 중 1정보를 금양임야로서 승계하였다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음은 상속세과세가액에서 제외되는 금양임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제3점 및 제4점에 대하여 소론이 지적하는 점(고사동 임야를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한 점 및 피상속인의 채무 190,000,000원의 공제 주장을 배척한 점)에 관한 원심의 인정 판단은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관계 등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의 잘못은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5다5614 판결 [소유권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금양임야 등 제사용 재산의 특별상속을 규정한 민법 제1008조의3이 평등의 원칙 등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2] 민법 제1008조의3에서 말하는 ‘묘토인 농지'의 의미 【참조조문】 [1] 민법 제1008조의3 [2] 민법 제1008조의3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공1998상, 171)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누5961 판결(공1998상, 173) [2]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누4838 판결(공1997하, 1930) 【전 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담 담당변호사 박민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준호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12. 15. 선고 2003나8213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먼저 피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서울 강남구 (동 생략) 산 7 임야 3,868㎡가 금양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 특히 망 소외 1이 1972. 1. 13.과 1973. 1. 17. 위 산 7번지 임야에 대한 각 1/2 지분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위 토지 중 제1심판결 별지 도면의 ㉲ 부분 120㎡에 그의 부모의 분묘를 합장하여 이장한 점, 망 소외 1은 생전에 그 부모의 분묘를 유지, 관리하고 제사를 주재하였고, 그 사후에는 그의 차남으로서 호주승계인이 된 원고(위 소외 1의 장남인 소외 2는 미혼인 상태에서 일찍 사망하였다)가 계속하여 그의 조부모의 분묘를 유지, 관리하고 제사를 주재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산 7번지 임야는 전체적으로 원고 조부모 분묘의 수호를 위하여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임야로서 민법 제1008조의3이 정한 금양임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위 산 7번지 임야가 원고 조부모 분묘의 수호를 위한 금양임야에 해당하는 이상 그곳에 장차 더 이상의 분묘가 설치될 가능성이 없다거나 그 주위가 개발가능성이 있다고 하여도 이로써 금양임야 해당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위 산 7번지 임야가 금양임야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한 사실오인이나 금양임야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한편, 금양임야의 범위를 분묘부지 및 성묘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독자적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민법 제1008조의3 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여 일가의 제사를 계속하게 하기 위한 제사용 재산을 일반상속재산과 구별되는 특별재산으로 보아 그 소유권을 제사주재자가 단독상속토록 하고 있으나(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누5961 판결 등 참조), 위 규정이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원칙, 평등의 원칙,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 원심에 위헌, 무효인 규정을 적용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다음으로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서울 강남구 (동 생략) 산 6 임야 4,661㎡가 금양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망 소외 1은 위 7번지 임야를 매수하기 전인 1966. 1. 17. 위 산 6번지 임야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위 6번지 임야는 원심이 금양임야로 인정한 위 7번지 임야의 동쪽에 연접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 특히 금양임야의 범위를 특정하는 데 있어서는 수호할 분묘를 설치한 피상속인의 의사가 어떠하였는지가 중요하다고 할 것인바, 위 6, 7번지 임야의 면적 합계가 8,529㎡에 이르러 위 소외 1이 위 임야를 매수한 것이 반드시 그 부모의 분묘만을 합장하여 이장할 의사였다기 보다는 자신과 그 처의 분묘 나아가 자식들의 분묘 등 일단의 가족묘를 설치할 의사로 매수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위 소외 1이 그의 부모 분묘를 설치한 후인 1987. 3. 26. 하남시 (지번 생략) 임야 554㎡를 원고 명의로 매수한 후 그곳에 가묘를 만들어 놓았다가 2001. 3. 8. 사망 후 그곳에 안장되었고, 위 소외 1은 그 3남인 소외 3이 1998. 1. 17. 자신보다 먼저 사망하자 그 분묘를 위 하남시 임야에 먼저 설치하였다는 것은 당초 위 6, 7번지 임야에 그의 부모 이하 일단의 가족 분묘를 설치하려던 마음을 바꾸어 그곳에는 부모의 분묘만 설치하기로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그렇다면 그와 같은 사정의 변화에 불구하고 이 사건 제1, 2부동산 전부를 금양임야로 인정하는 것은 위 소외 1의 의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위 산 6, 7번지 임야가 연접한 숲으로 되어 있으나, 위 각 부동산의 지적 경계와 대략 일치하여 난 등산로를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동쪽의 위 산 6번지 임야와 서쪽의 위 산 7번지 임야로 나뉘어 있고, 원고 방계친족의 분묘 대부분도 위 산 7번지 임야상에 설치되어 있어 위 산 6, 7번지 임야가 반드시 지리적, 지형적으로 일체의 관계에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원심이 위 산 6번지 임야가 원고 조부모 분묘의 수호를 위한 금양임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반한 사실오인, 이유모순 및 금양임야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산 한 덤배기에 속하는 위 산 6, 7번지 임야의 법적 성질을 달리 보는 것은 통상 산 한 덤배기 정도를 종산이라고 하는 관습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다투고 있으나, 산 한 덤배기 정도를 종산이라고 하는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같은 동 278 전 671㎡가 묘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는 그 경작하여 얻은 수확으로 분묘의 수호, 관리비용이나 제사의 비용을 조달하는 자원인 농토이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누4838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 특히 위 278 번지 토지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그리 넓지 않은 폭으로 길게 뻗어있는 형상이고 그 형상을 따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비포장의 농로가 나 있는 것을 보면, 위 토지의 주용도는 원고 조부모 분묘나 증조부모 분묘 등에 이르는 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위 278번지 토지의 일부에서 소외 4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작물을 경작하고 있으나, 조부모나 증조부모 분묘의 크기, 면적 등에 비추어 그 수호, 관리에 큰 비용이 든다거나 관리인을 두고 관리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 위 소외 4의 작물 경작이 분묘의 수호, 관리 및 제사를 위한 비용 마련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갑 제17호증의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4, 소외 5의 증언을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위 278번지 토지가 원고 조부모 또는 증조부모 분묘의 수호, 봉사를 위한 묘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이유모순,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
서울고법 2009. 10. 1. 선고 2009나4000 판결 [종중회원확인] 상고[각공2009하,1925] 【판시사항】 타가에 출계한 자 및 그 후손들이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타가에 출계한 자 및 그 후손들도 엄연히 ‘생가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인 이상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타가에 출계한 자와 그 자손은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31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3. 2. 22. 선고 81다584 판결(공1983, 580)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8566 판결(공1992, 1567)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7820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공1998상, 171)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공2004상, 377)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공2005하, 1326)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385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공2008하, 1727) 【전 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서남북 담당변호사 이지은) 【피고, 피항소인】 피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건호) 【제1심판결】 수원지법 안산지원 2008. 11. 27. 선고 2007가합2616 판결 【변론종결】 2009. 9. 17.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들은 원고 종중의 회원이 아님을 확인한다는 판결. 【이 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2호증, 갑제3호증의 1, 2, 갑제4호증, 갑제9호증의 1, 2, 갑제12호증, 갑제13호증의 1, 2, 갑제14호증, 갑제15호증의 1, 2, 갑제16호증, 을제1, 2, 3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종중은 경주최씨 15세손인 소외 1의 자손 중 19세손인 소외 2를 중시조로 하여 그 후손들을 종중원으로 하는 종중이고, 피고들은 소외 2의 7세 종손으로 출생한 소외 3의 자손들이다. 나. 소외 3에 관하여는 1897년 간행된 경주최씨 ○○ 공파 파보(파보)인 △△보에서 최초로 기록되었는데, 위 △△보에는 소외 3이 소외 2의 6세 종손인 소외 4의 장자로 출생하였으나, 소외 3의 15촌 되는 소외 5( 소외 1의 자손 중 ‘소외 6’의 자손이다)의 양자로 출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그러나 위 △△보가 간행된 후 7년만인 1904년 간행된 경주최씨 대동보(대동보)인 갑진보에는 소외 3이 소외 4의 장자인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는 기재가 없으며, 소외 5에게는 자인 소외 7이 있었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라. 그 후 간행된 경주최씨 ○○ 공파 파보(1923년 계해보, 1979년 기미보, 1990년 경오보)와 경주최씨 대동보(1928년 무진보, 1963년 계묘보, 1981년 신유보)에는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피고 1이 다음과 같이 원고 종중의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무렵 원고 종중이 건립한 비문에도 소외 3이 출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2002년 간행된 경주최씨 대동보인 임오보에는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는 기재가 없다. 마. 위 갑진보에는 소외 5가 1697. 출생하여 1753. 사망하였고, 소외 3은 1772. 출생하여 1832. 사망하였으며, 소외 7은 1744. 출생하여 1809. 사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바. 원고 종중은 1981. 8. 22.경 원고 종중 소유인 시흥시 월곶동 (이하 지번 1 생략) 대 374㎡ 중 1/3 지분을 소외 3의 후손인 망 소외 8에게 명의신탁하였으며, 1996. 7. 23.경 원고 종중 소유인 시흥시 월곶동 (이하 지번 2 생략) 답 2,509㎡ 중 각 1/6 지분을 피고 1, 피고 3에게 명의신탁하였다. 사. 소외 3의 후손인 소외 9는 1972.부터 1983.까지 원고 종중의 회장으로 재직하였고, 피고 1은 위 소외 9의 뒤를 이어 1984.부터 2002.까지 원고 종중의 회장으로 재직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 종중은, 피고들의 선조인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 종중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한 사실이 없으므로, 그 후손인 피고들은 원고 종중의 종중원이라고 주장한다. 3. 쟁점에 관한 판단 가. 소외 3의 출계 여부 먼저, 피고들의 선조인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갑진보(갑제4호증, 을제1호증)에는 소외 3이 소외 4의 장자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는 기재가 없으며, 소외 5의 자가 소외 7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임오보(을제2호증)에도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는 기재가 없는 점, ② 을제5호증의 기재, 당원의 경주최씨 중앙종친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듯이 경주최씨 중앙종친회는 소외 10의 주도로 간행된 경주최씨 대동보인 위 갑진보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주최씨 대동보로 인정하고 있는 점, ③ 원고 종중 소유의 토지인 위 시흥시 월곶동 (이하 지번 1 생략), 같은 동 (이하 지번 2 생략) 각 토지의 일부 지분이 소외 3의 후손인 위 소외 8과 피고 1, 피고 3에게 명의신탁되어 있고, 소외 3의 후손이 원고 종중의 회장직을 상당기간 수행한 점, ④ 을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1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처럼 충남 예산군 대술면 일대에 거주하면서 소외 7의 제사를 봉행하여 온 소외 7의 후손들은 소외 5가 소외 7의 부이고 소외 3을 입양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⑤ 앞서 본 것처럼 소외 3과 소외 5의 촌수나 생존시기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뿐더러 소외 5의 거주지는 그 후손들이 위와 같이 충남 예산군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충남 예산군이었다고 보여지는데, 소외 3의 거주지는 경기 시흥으로서 소외 5의 거주지와는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던 점, ⑥ 원고 종중의 주장과 같이 경주최씨 대동보인 무진보, 계묘보, 신유보 및 경주최씨 ○○ 공파 파보(갑제12호증, 갑제13호증의 1, 2, 갑제14호증, 갑제15호증의 1, 2) 등에 소외 7이 소외 5의 형(형)인 소외 12의 이자(이자)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오히려 소외 3이 아니라, 위 소외 12의 이자이던 소외 7이 위 소외 12의 동생으로서 후손이 없던 소외 5의 양자가 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는 것이 앞서 본 소외 5와 소외 7의 생존시기와도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보를 비롯한 경주최씨 ○○ 공파 파보나 경주최씨 대동보(갑제3호증의 1, 2, 갑제12호증, 갑제13호증의 1, 2, 갑제14호증, 갑제15호증의 1, 2), 비문(갑제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3의 증언만으로는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출계자 및 그 자손들의 소속 종중 종래 대법원은 종중이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여 형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서 그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자손에 의하여 관습상 당연히 성립되는 것이고 그 성립을 위하여 어떠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종중이 공동선조의 제사봉행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과 구관습상의 양자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타가에 출계한 자와 그 자손들은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하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83. 2. 22. 선고 81다584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8566 판결, 대법원 1992. 12. 11. 선고 92다3015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여야 할 시점에 있어서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러한 관습법은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3850 판결 참조), ①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그 밖에 종원 상호 간의 친목, 상부상조 등도 그 목적의 하나인 점, ② 조선시대의 양자제도는 주자가례가 전래된 후 중국의 종법제(종법제)에 따라 정비된 것으로서 가계의 계승과 조상에 대한 제사의 승계를 목적으로 하며, 구 관습상 타가에 양자가 되어 양가를 상속한 후에는 생가의 실부(실부)가 사망하여도 원칙적으로 생가의 제사를 상속할 수 없었고 생가의 양자는 생가의 봉사자(봉사자)가 될 뿐 양가봉사자(양가봉사자)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타가의 양자가 된 경우에도 양가의 제사를 상속함과 아울러 사실상 생가의 제사를 지내는 생양가봉사(생양가봉사)의 사례도 있었던 점, ③ 현행 가족법상 입양으로 인하여 양자와 양친 사이에 친족관계가 발생하더라도 그 친생부모와 사이에 여전히 친자관계가 소멸하지 아니할뿐더러 그의 상속인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으며, 구 관습에 의하더라도 양자는 양자연조(양자연조)의 날로부터 양친의 적자인 신분을 취득하지만 실가의 부모 기타의 혈족과 사이에서 친족관계를 상실하지 아니하였던 점, ④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에서는 호주상속제도를 폐지하고 호주승계제도를 채택하는 한편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호주승계의 효력이 아닌 재산상속의 효력 중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그 승계권자를 ‘호주상속인’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하고, 종래 대법원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여 왔으나(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7820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종전 판례의 기초가 된 구 관습 내지 관습법이 과거의 종법사상에 터 잡아 조상숭배를 통한 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유지와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효력을 부인함과 아울러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를 주재하는 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며,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한 점, 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으며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라고 판시한 점, ⑥ 앞서 믿은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들과 그 선대는 위 ‘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한 것으로 파보나 족보가 작성될 당시에도 여전히 원고 종중의 봉제사에 참여하는 등 그 종원으로서의 활동을 계속하였고 원고 종중 소유의 토지를 편의상 명의신탁받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다른 종중에서도 타가에 출계한 양자의 후손들이 생가의 시제에 참여하고 생가의 촌수대로 호칭하면서 친목을 도모한 다른 사례가 있었던 점(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8566 판결 참조)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타가에 출계한 자 및 그 후손들도 엄연히 ‘생가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인 이상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타가에 출계한 자와 그 자손은 친가의 생부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가사 원고 종중의 주장과 같이 소외 3이 소외 5의 양자로 출계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3의 후손들인 피고들은 원고 종중의 구성원이라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종중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 종중의 항소는 각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곽종훈(재판장) 박광우 이일염 |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유체인도등][집56(2)민,164;공2008하,1727] 【판시사항】 [1] 제사주재자의 결정 방법 판례변경 [2] 망인의 유체·유골의 승계권자 및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을 정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 그 효력 [3]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의미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판례변경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제사주재자는 우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다수결에 의해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 민법 제1008조의3에 정한 제사주재자라 함은 조리에 비추어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동상속인을 의미하는데, 공동상속인 중 누가 제사주재자로 가장 적합한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제1008조의3의 문언적 해석과 그 입법 취지에 충실하면서도 인격의 존엄과 남녀의 평등을 기본으로 하고 가정평화와 친족상조의 미풍양속을 유지·향상한다고 하는 가사에 관한 소송의 이념 및 다양한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의 당부를 심리·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가)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나)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은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본 다수의견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제사주재자가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 (가) 장례의 방식이 다양화하여 분묘 없는 장례가 빈번하게 되고 또한 매장 또는 분묘개설을 강행할 근거가 없는 이상, 유체의 귀속은 분묘의 귀속과 분리하여 처리되어야 한다. (나)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그 본래적 성질에 좇아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생전에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망인의 의사대로 이미 장례나 분묘개설 기타 유체의 처리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체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에 기하여 그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 [3] 어떤 경우에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사제도가 관습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관습을 고려하되, 여기에서의 관습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습을 말하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관습을 고려해야 할 것인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遺旨) 내지 유훈(遺訓)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08조의3 [2] 민법 제1008조의3 [3] 민법 제1008조의3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공1998상, 171)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공2003하, 1785)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공2004상, 377)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5다45452 판결(공2006하, 1503) [2] 대법원 1976. 10. 26. 선고 76다1359, 1360 판결(공1976, 9456)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8040 판결(공1991, 2820)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공1997하, 300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통일)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촌 담당변호사 김갑진)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4. 10. 선고 2006나632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 (1)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구 민법은 제사상속에 관한 일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제사상속을 도덕과 관습의 범주에 맡기면서도, 제996조에서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이하 ‘제사용 재산’이라 한다)의 소유권은 호주상속인이 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에서는 호주상속제도를 폐지하고 호주승계제도를 채택하면서 위와 같이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호주승계의 효력이 아닌 재산상속의 효력 중의 하나로 제1008조의3에 규정하고 그 승계권자를 ‘호주상속인’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하였으며,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현행 민법에서는 호주승계제도조차 폐지하고 제1008조의3은 그대로 유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2) 그런데 위와 같이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은 물론 현행 민법에서도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제사용 재산을 승계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것이 누구이거나 어떻게 정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누7820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종손이라 함은 ‘장자계(장자계)의 남자손(남자손)으로서 적장자(적장자)’를 지칭하는바, 종래 우리의 관습은 상속인들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적장자가 제사상속인이 되고 적장자가 없는 경우에는 적손(적손), 중자(중자), 서자(서자), 중손(중손), 서손(서손)의 순서로 제사상속인이 되는 것이었으므로, 위 대법원판결들은 이러한 종래의 관습에 터잡은 것이라고 하겠다. (3) 그러나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으로서의 관습 내지 관습법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는 때에는 이를 법적 규범으로 삼아 법원(법원)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장자라는 신분을 최우선시하는 제사상속제도는, 과거의 종법사상(종법사상)에 기초한 것으로서 조상숭배를 통한 부계혈족(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유지와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고, 가부장적인 대가족 제도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 농경사회를 그 바탕으로 한 것이나, 우리 사회는 1970년대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하여 고도로 산업화·도시화된 사회를 이루었고,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제도로 바뀌었으며, 가정 내에서 가족 개개인의 의사가 존중되고, 적서(적서)의 차별이 사라졌으며, 남아선호 사상의 쇠퇴와 더불어 딸만을 자녀로 둔 가정의 비율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문 개정된 헌법 제34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으로 유지되고 있는바, 그 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가족 구성원의 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으며, 여러 차례에 걸친 민법 개정을 통하여 형제자매의 상속분이 균등하게 되었고, 호주제도가 폐지되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가)의 제도에서 본인과 배우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족제도로 재편되는 한편, 2008. 1. 1. 호적제도조차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위와 같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양식과 각종 법률 및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상속인들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가족 구성원인 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 역시 상당 부분 약화되었으므로,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러한 관습에 터잡은 종래의 대법원판결들 역시 더 이상 판례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한편,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에 관하여는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제사주재자에 관한 종래의 관습 내지 판례법이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민법의 일반원리와 아울러 제사용 재산의 성격,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목적, 제사가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리에 의해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 (가) 그런데 우리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그 기본원리로 하고 있고, 그동안 상속인들 사이의 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되어 왔으며, 통상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견해가 대립될 경우에는 일단 협의에 의하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공동상속인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제사주재자가 정해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래 제사용 재산은 전통적인 제사상속제도에 수반되는 것으로서 선조에 대한 제사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가통(가통)의 상징이 되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갖는 특별한 재산으로서 가문의 자랑이자 종족 단결의 매개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은 이와 같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함으로써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본질적으로 상속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5다45452 판결 참조), 제사용 재산을 일반 상속재산과 같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분배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할 경우 제사봉행을 위한 제사용 재산은 상속을 거듭할수록 분산(분산)·산일(산일)되어 결국 제사용 재산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제사용 재산은 일반 상속재산과는 다른 특별재산으로서 일반 상속재산에 관한 공동균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제사용 재산을 승계할 자를 재산상속인으로 정하지 않고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특정한 것은 이와 같은 제사용 재산 승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처리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하기 위해서는, 제사주재자를 공동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특정한 1인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고, 그 특정인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자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제사와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과거의 조상숭배를 통한 부계혈족(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서, 오늘날 제사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위와 같은 종래의 가계계승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개인별 가치관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고 지역별 전통이나 문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내지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동등한 조건과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자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며, 위와 같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전통이 현재의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상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다른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하는 것보다는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고, 예측가능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볼 수 있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와 같이 장남 내지 장손자 등이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가 되어 제사용 재산을 단독으로 승계함으로써 이러한 지위에 있는 상속인과 다른 상속인들을 차별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의 불성립이라는 사정에 의하여 초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차별은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전통의 보존과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8. 2. 28. 선고 2005헌바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다) 결국,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 선언은 제사승계제도에 관한 관습의 근간을 바꾸는 것인바,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동안 제사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및 전체 법질서가 변화되었기 때문인데, 만약 위 새로운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한다면 종래 대법원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제사용 재산 승계의 효력을 일시에 좌우하게 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초한 당사자의 신뢰 보호에 반하게 되므로, 위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이를 이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으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5) 원심은, 관습상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가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망 소외인의 장남인 원고가 종손으로서 그에 대한 제사를 주재할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원심이 전제로 삼은 법리는 위에서 본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와 다른 것이어서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의 장남인 원고와 피고들을 비롯한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누구를 위 망인의 제사주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법리에 따라 위 망인의 장남인 원고가 위 망인의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의 위 잘못은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의 효력 (1)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서,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무릇 분묘라 함은 그 내부에 사람의 유골·유해·유발 등 시신을 매장하여 사자(사자)를 안장한 장소를 말하고, 외형상 분묘의 형태만 갖추었을 뿐 그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분묘라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76. 10. 26. 선고 76다1359, 1360 판결,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다18040 판결 참조), 유체·유골이야말로 분묘의 본체가 되는 것으로서 그것이 없으면 법적으로 유효한 분묘를 설치할 수 없다. 또한, 민법은 분묘를 제사승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가 그 분묘를 설치했는지에 관계없이 제사주재자에게 속한다고 해석되는바(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참조), 이는 유체·유골이 제사승계의 대상으로서 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편,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한 망인 자신의 생전 의사 내지 감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망인의 영혼이 떠나고 남은 유체·유골에 대한 매장·관리·제사·공양 등은 그 제사주재자를 비롯한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 등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망인의 유체·유골은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는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유체·유골의 처분방법이나 매장장소의 지정은 법정 유언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법률적 구속력을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망 소외인의 생전 의사에 따라 일부 공동상속인들이 위 망인의 유체를 이 사건 분묘에 매장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를 처분하는 행위는 위 망인의 사후에 그 유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원고에 대하여 법률상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제사주재자의 권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가. 어떤 경우에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사제도가 관습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관습을 고려하되, 여기에서의 관습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습을 말하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관습을 고려해야 할 것인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유지) 내지 유훈(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1961년경부터 망 소외인이 스스로의 의사에 의하여 원고의 어머니와 별거하고 피고들의 어머니와 동거생활을 함으로써 원고와의 왕래나 원고에 의한 부양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일 뿐, 달리 원고가 위 망인의 생존시 위 망인에 대한 부양을 거부하거나 사후 제사를 거부하겠다는 등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또한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가리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상실시킬 정도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망인의 유지(유지) 내지 유훈(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법리 오해나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과 상고이유 제1점 중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 및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 (1) 유체·유골의 승계권자는 제사주재자이고, 제사주재자는 우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 내지 장손자 또는 경우에 따라 장녀(이하 ‘장남, 장손자, 장녀’를 합쳐서 ‘장남 등’으로 약칭한다)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다수의견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가)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에 관하여 분쟁이 생기는 것은 대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인데, 이 경우 당연히 장남 등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종전 대법원판례의 입장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게 된다. 제사주재자로 될 지위에 있는 장남 등으로서는 아예 협의에 불응하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장남을 최선순위 호주상속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견은 결국 제사용 재산에 관한 특권을 향유하는 자를 형식상으로만 ‘호주상속인’에서 ‘장남 등’으로 바꾸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종전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의 특권에서 분리시키려 한 1990년 개정 민법의 취지를 몰각하게 된다. 또한,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본질적으로 상속에 속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5다45452 판결 참조) 그 중에는 상당한 정도의 재산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법이 수차에 걸쳐 형제자매간의 상속분을 동등하게 되도록 개정해 온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나)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취지와 제사용 재산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제사주재자를 공동으로 하는 것보다는 특정한 1인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다수의견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장남 등을 제사주재자로 하는 것이 다른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하는 것보다 이러한 목적 달성에 보다 부합하고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어 조리에 가장 부합한다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 다수의견은 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사제도가 갖는 부계혈족(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 성격과,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내지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널리 용인되고 있고, 이러한 인식이 현재의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제사제도의 가계계승 성격과 적장자가 제사상속인이 되던 종래의 관습은 본래 가부장적인 대가족 제도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 농경사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개인의 의사와 가치가 존중되는 핵가족 제도와 고도의 산업화·도시화가 이루어진 현재의 우리 사회에는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오늘날의 제사는 가계계승보다는 망인에 대한 추모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위와 같은 핵가족화·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가장의 일방적 의사보다는 부부간의 대화와 가족 개개인의 의사가 존중되고 형제자매 사이에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되는 경향이 짙어졌으며, 출산율의 저하와 남아선호 사상의 쇠퇴로 딸만을 둔 가정의 비율이 높아지고, 족보에 아들과 딸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이며, 여성에게도 종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종중이 상당수 등장하게 되고, 여성이 상주를 맡거나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등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 반영되어, 1980. 10. 27. 개정된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규정( 제36조 제1항)을 신설함으로써,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결단을 표현하였고, 민법도 형제자매간의 상속분을 동등하게 하고 친족의 범위에 관한 부계혈족과 모계혈족 사이 및 부족인척(부족인척)과 처족인척(처족인척) 사이의 차별을 없앴으며, 호주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핵가족 중심의 가족관계등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혼인신고시 부부간의 협의에 의해 자녀가 모(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는 등 많은 개정이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양성평등에 입각한 우리 사회의 기본이념 및 법질서의 변화에 따라, 대법원은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 여성에게도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바도 있다. 위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통해 장남을 우선시하는 종래의 관습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 역시 이미 상당 부분 소멸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연 이러한 관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공동상속인들 중 장남 등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사용 재산을 가장 잘 유지·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또한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어차피 장남 등이라는 지위보다 협의를 우선하는 이상,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하겠다는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포기한 셈이어서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등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취지에 보다 부합하고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어 조리에 가장 부합한다는 다수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등이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가 되어 제사용 재산을 승계함으로써 장남 등과 다른 상속인들을 차별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의 불성립이라는 사정에 의해 초래된 것이고, 이러한 차별은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전통의 보존’과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그 견해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남 등이 당연히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으로 할 경우 장남 등은 얼마든지 협의의 불성립을 유도할 수 있고, 따라서 위와 같은 차별은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의 불성립이라는 객관적 사정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기보다는 장남 등의 주관적 의사에 달려있는 협의 성립 여부에 좌우되는 것이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헌법 전문과 헌법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과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헌법의 가치질서,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정신 등을 고려한 현재 시대의 의미로 파악하여야 하며,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전통문화란 적어도 그것이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전래의 가족제도의 어떤 부분이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들어 그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당연히 장남 등이 제사주재자로 된다는 것은 사실상 처음부터 장남 등이 제사주재자로 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의 특권으로 규정하고 있던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가 되므로,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의 전통 보존이라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전통이 왜 꼭 장남 등을 통해서만 보존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설령 위와 같은 차별이 입법 목적상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서 성별과 나이에 의한 차별이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를 불가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전체 법질서 등에 맞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상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장남 등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다수결에 의해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제사는 집안 내부의 행사이고 제사용 재산을 누가 승계하느냐 하는 것 역시 집안 내부의 문제이므로, 제사주재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제사용 재산을 누가 승계할 것인지 하는 문제 역시 집안 내부 사람들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법 1008조의3이 제사용 재산의 승계자를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고만 규정하고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어야 할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취지도 그에 있다고 생각된다. 대등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중에서는 다수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그 중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라는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장남에게 우선권을 인정하던 종래의 관습이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재에 와서는 동등한 입장에 있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다수결의 방식에 따라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것이 가장 조리에 합당할 것이다. 다수결이라는 방식 그 자체가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구체적 사건에서 타당성을 잃은 결론에 도달할 위험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고안된 의사결정의 방식 중 가장 합리성을 띤 방법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와 같은 일부 예외적인 불합리한 결과는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와 같이 형식적 다수결에 의하여 생기는 불합리한 결과에 대하여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리한다든지, 제사주재자의 지위 자체를 부정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다수결로 정해진 제사주재자가 그 지위에 주어진 모든 권능을 제한없이 행사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개별적인 불합리에 대하여는 권리남용이나 신의칙위반 등 일반조항의 적용을 통하여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부동수 등 다수결의 방법으로도 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부득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조리에 따라 법원이 정하는 방법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곧바로 법원이 제사주재자를 정해주는 방법은 상속인들간에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집안 내부 문제에 법원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기준 제시도 없이 언제나 법원이 그때그때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제사주재자를 정해준다는 것은 제사용 재산에 관한 법률관계를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하여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제사주재자를 1인으로 특정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폐단을 고려하여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주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제사용 재산을 일반 상속재산과 같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분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제사용 재산을 별도로 승계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취지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일반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할 경우 제사봉행을 위한 제사용 재산은 결국 존속하기 어렵게 될 것이므로 역시 적절하지 않다. (3) 결론적으로, 제사주재자는 우선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다수결에 의해 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이러한 새로운 법리는 다수의견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 사건 이외에는 이 판결 선고 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망 소외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다수결에 의해 제사주재자로 지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위 망인의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그가 위 망인의 제사주재자로서 위 망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에는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의 효력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은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본 다수의견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제사주재자가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점에서는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인격권의 핵심에 해당하고,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당사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물론 그 사후에도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사람이 사망한 후에는 더 이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행법의 일반원칙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권리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기 신체의 처분이나 장례방법·매장장소 등에 관한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사후에까지 유지시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까지 부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는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권리를 제사주재자에게 귀속시킨 취지가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유체·유골을 포함한 제사용 재산에 관한 제사주재자의 권리 자체에 내재하는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종래의 관습과 현행법이 제사용 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사주재자가 단독으로 승계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한 결과라고 할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족을 대표하는 지위에서 이를 승계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사주재자라고 하여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유체를 처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다른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정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제사주재자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에서 적절히 지적하다시피, 오늘날 사자(사자)에 대하여도 일반적 또는 제한적인 인격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형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죄, 저작권법상 저작자 사망 후의 저작인격권 보호규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 개별 법령에서 사망자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장례방법에 관한 생전 의사표시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현행법의 전체 체계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망자의 의사에 1차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보아도 제사주재자가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장례방법,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행위는 특별한 정당 사유가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망 소외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의 매장장소를 지정한 행위는 위 망인의 사후에 그 유체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제사주재자인 원고에게 법률상 구속력이 없다고 보아, 위 망인이 실제로 매장장소를 지정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한 채 위 망인의 유체를 원고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제사주재자의 권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함이 상당하다. 5.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 가. 원고는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유체에 대한 소유권에 기하여 이 사건 분묘 안에 매장된 이 사건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제1심 이래 일관하여 이 사건 유체는 망인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분묘에 매장된 것이므로, 제사주재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유체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여 왔다. 상고이유 제1점도 이에 이어서, 망인이 생전에 정한 장례 등 자기 유체의 처분에 관한 의사대로 장례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사주재자로서의 권리에 기하여 이를 뒤엎고 유체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는, 제사주재자가 누구인지의 법문제도 제기되어야 할지 모르나, 그와 별도로 제사주재자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장례 기타 신체의 사후처리(사후처리)에 관한 망인의 의사가 유체 소유권의 귀속 또는 그 행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하 이 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1) 다수의견은 유체의 귀속문제를 민법 제1008조의3에 준하여 처리하여 유체가 거기서 정하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 귀속된다고 하고 누가 제사주재자인지를 논의한다. 그리고 그와 같이 정하여진 제사주재자는 망인의 의사에 좇아 장례가 행하여진 경우에도 유체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자신의 유체에 관한 처분이 법정 유언사항도 아니며 달리 그 의사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망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를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그 의사를 존중할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를 포함하여 상속인 기타 제3자가 이에 좇아야 할 법적 의무는 아니라고 한다. (2) 우선 분묘 등의 귀속자를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정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준하여 유체의 귀속도 처리되어야 한다는 종전 판례 및 이 사건 다수의견의 입장은 더 이상 채택하기 어렵다{특히, 이 사건 분묘는 제1심 공동피고 재단법인 양평공원으로부터 묘지사용권을 분양받아서 근자의 2006년 1월에 개설되었고,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정하는 ‘사설묘지(사설묘지)’로서 같은 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이 사건 분묘는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하는 금양임야 또는 ‘묘지인 농지’와는 전혀 무관하고, 또 족보나 제구에 대하여 이 사건 당사자들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만큼 이 사건 분묘는 실제적으로도 민법 제1008조의3이 전제로 하는 분묘 등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망인이 장례의 방식이나 장소 등과 같이 유체를 그 본래적 성질에 좇아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생전에 종국적인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상응하는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설사 유체의 처리에 대한 망인의 의사에 별다른 법적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 의사에 기하여 장례나 분묘개설 기타 유체의 사후처리가 행하여진 후에는 유체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상관없이 그 소유권은 그 한도에서 제한되어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종전에 판례는 반드시 분묘에 묻힌 유체·유골(이하 단지 ‘유체’라고 한다)만이 아니라 유체의 귀속 일반을 분묘 등의 승계에 관하여 정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준하여 처리하여 왔다. 다수의견도, 원심법원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은 유체가 묻힌 분묘가 누구에게 귀속하는가 하는 법문제의 처리가 그 안에 묻힌 유체의 귀속을 정하는 것이 된다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는, 사람이 사망하면 유체를 땅에 묻어 분묘를 마련하고 또 분묘 안에 묻힌 망인에 대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당연하고 또 강행되어야 할 규범임에 의문이 없던 시대에는 타당할지 몰라도, 이제 장례의 방식이 다양화하여 분묘 없는 장례가 빈번하게 되고 또 매장 또는 분묘개설을 강행할 근거가 없는 이상, 유체의 귀속은 분묘의 귀속과 분리하여 처리되어야 한다. (1) 유체를 매장하여 봉분을 마련함으로써 분묘를 개설하는 것이 유체 처리의 한 과정으로서의 ‘장사(장사)’의 유일한 방법이 아님은 이제 더 이상 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늘날에 이르러 분묘 개설 이외의 장사는 우리가 늘 경험하는 바일 뿐만 아니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체나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하는 ‘매장’(그리고 ‘분묘’는 그와 같이 유체 등을 매장하는 시설이라고 정의된다. 같은 법 제2조 제6호) 외에도, 유체를 불에 태워 장사하는 ‘화장’, 화장한 유골의 골분(골분)을 수목이나 화초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자연장’을 장사의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은 조 제2호, 제3호)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와 같이 이제 화장이나 자연장이 흔하게 행하여져서 분묘가 개설되지 아니하게 되면, 유체의 귀속이 분묘의 귀속에 대하여 정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하여 정하여진다는 논리가 타당할 수 없게 됨은 명백하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죽게 되어 있고 죽으면 유체는 항상 남는 것이므로 그 귀속을 정할 필요는 사망과 함께 항상 발생하는 반면에, 매장이나 분묘의 개설은 장사의 한 방법에 불과한 것이다. (2) “분묘 등의 승계”라는 표제를 붙이고 있는 민법 제1008조의3의 내용과 연혁 등에 대하여는 다수의견이 그 판결이유의 맨 앞부분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다. 위 규정은 분묘 기타 거기에 열거되어 있는 물건이 “제사를 주재하는 자”에게 귀속된다고 한다. 그런데 위 규정은 유족들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경우에는 분묘 등의 법적 운명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거기서 말하는 바의 “제사”를 반드시 우리 전래의 유교식 제사로 한정할 필요는 없고, 예를 들어 단순히 유족들이 기일에 모여 지내는 간단한 추도모임만이 행하여지는 경우와 같은 것도 여기서의 “제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아주 배제된다고 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제사”에 앞서 말한 넓은 의미의 제사가 포함된다면, 그러한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에게 분묘, 나아가 금양임야나 제구(제구) 등을 귀속시킬 이유가 무엇이겠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이 넓은 의미에서의 제사조차 아예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한편, 우리 법은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 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보다 개별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조선시대와는 달리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20조). 따라서 국가가 누구에게 망인의 유체를 매장하여 분묘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장사를 치르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제사’를 지내는 것을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그것은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는 것 자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에도 미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종전 판례에 의하면, 분묘에 묻힌 사람의 후손은 분묘 기타 일정한 재산, 나아가 그 사람의 유체가 귀속될 사람을 정하려면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도, 또 특히 부모 기타 선조가 분묘에 묻혀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부모 등의 유체 등의 귀속을 정하기 위하여, 종전 판례에 의하면 “제사를 주재하는 자” 또는 “제사를 주재하여야 하는 자”를 관습법 또는 조리의 이름으로 ‘창조’해 내야 하는 것이다. (3) 한편, 유체가 매장되어 분묘가 개설되는 경우라도, 그 개설 및 유지 등에 대하여는 앞서 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원래의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이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문 개정되면서 그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그 후 수 차례의 개정을 거친 후 다시 2007. 5. 25. 법률 제8489호로 전문 개정되었으나, 그 내용은 커다란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의 규율을 받는다. 위 법에 의하면, 매장(따라서 분묘의 개설)은 같은 법 제13조에서 정하는 공설묘지, 제14조에서 정하는 사설묘지가 아니면 이를 할 수 없다( 제7조 제1항). 그리고 그와 같이 설치된 분묘의 설치기간은 그 연장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원칙적으로 15년이며( 제19조 제1항, 제2항), 설치기간이 경과한 분묘에 대하여는 연고자 또는 묘지의 설치자가 해당 분묘에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거나 ‘봉안’하여야 한다( 제20조 제1항, 제2항). 이와 같이 현행법 아래서 분묘는 그것이 일단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15년 등 한정된 기간 안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분묘 속에 묻힌 유체에 대한 권리는 그것이 유골 등으로 그 형체를 남기는 한 그 귀속이 정하여지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 문제를 이제 그와 같이 한정된 기간 동안만 유지될 수 있는 분묘의 귀속과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4) 다수의견은 망인의 영혼이 떠나고 남은 유체에 대한 매장·관리·제사·공양 등은 그 제사주재자를 비롯한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 등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망인의 유체는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는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망인의 유체가 제사주재자 등에게 승계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 제사나 공양 등은 유족들의 개인적인 감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그들의 자유에 맡겨진 것임은 물론이나, 그렇다고 해서 망인이 생전에 자신이 죽은 후에 남기는 몸을 어떻게 장사 지내는가를 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제사나 공양 등은 망인의 의사대로 장사 지낸 상태대로라도 행할 수 있으므로, 제사 등을 지낸다는 것으로써 특히 이미 매장된 유체를 자신의 관리·처분 아래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다수의견은 분묘란 그 내부에 망인의 유골 기타 시신을 매장한 장소를 말하며, 외형상 분묘의 형태만 갖추었을 뿐 그 내부에 시신이 매장되어 있지 않으면 분묘가 아니고, 유체야말로 분묘의 본체이므로 그것이 없이는 법적으로 유효한 분묘를 설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누가 그 분묘를 설치했는지에 관계없이 제사주재자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유체이고 분묘가 아니다. 그렇게 보면 유체가 분묘의 본체라고 해서 유체의 귀속을 분묘의 귀속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은 논리가 뒤바뀐 것이다. 그것은 분묘 안에 묻힌 유체에 대하여는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그렇지 아니한 유체는 분묘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하물며 그 유체에 대하여 분묘의 ‘본체’를 논의할 수 없음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5) 여기서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를 조리에 의해 정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하여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가) 다수의견은 그 이유로 ①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에 관하여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 ② 제사주재자에 관한 “종래의 관습 내지 판례법이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황”을 든다. 그러나 ②는 ①을 전제로 하여 민법 제1조에 좇아 조리에 기한 법발견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이므로, 결국 ①이 핵심이다. 그런데 ①에 관하여 보면, 법원으로서는 분묘 등의 승계가 문제된 경우에 민법 제1008조의3에서의 ‘제사’란 무엇인지, ‘주재’란 무엇인지 또는 ‘주재하는 자’란 무엇인지 등을 해석하여 그 의미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하면 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에 대하여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마치 바로 그 앞의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누가 그 규정상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되는지에 대하여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그것을 민법 제1조에 좇아 조리에 좇아 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이 무의미한 논리가 된다. (나) 다수의견이 법 판단의 근거로 조리를 끌어들이고 그에 기하여 장남 등이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하는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즉, 제사가 넓은 의미이든, 좁은 의미이든 그것이 실제로 전혀 행하여지지 않는 경우에도 분묘, 나아가 유체의 귀속자를 그러한 기준에 의하여 정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위의 법문을 그 통상적인 의미와는 달리 그것을 “제사를 주재하여야 하는 자” 또는 “제사를 주재하여 마땅한 자”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장남 등에게 제사를 주재할 것을, 나아가 일반적으로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6)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1008조의3은 그 부분체계성으로 말미암아 이제 유체의 귀속자를 정하는 일반적 기준이 될 수 없다(구체적으로 그 규정의 적용요건이 무엇이며, 그 법률효과는 무엇인지, 또 그 적용이 유체의 귀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기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법 제1008조의3의 판단틀 바깥에서 유체의 처리·귀속에 관한 일반법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 장례 기타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하여는 많은 외국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망인의 종국적인 의사가 1차적인 기준이 된다(상속인들은 그 한도에서 망인의 유언집행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할 것이다). (1) 사람의 신체는 그의 본질적 속성이다. 그리고 신체는 가장 뚜렷한 ‘내 것’으로서, 내가 소유하는 어떠한 물건보다도 더욱 현저하게 나에게 속하며 나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다. 그런데 사람의 사망으로 생전에 신체가 속하던 그 ‘사람’은 사라지고, 유체의 처리는 살아 있는 자들의 일이 된다. 유체가 이제 ‘물건’이 되어서 그에 대하여 소유권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장례와 같은 사후처리, 나아가 제사·공양 등을 할 수 있는 권능, 또 그와 같은 의무가 따르는 특수한 객체임은 물론이다. (2) 사람이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인격권적인 성질의 것으로서, 그것이 법정의 유언사항인지 아닌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장례·장기기증·분묘개설 기타 자신의 유체에 대한 사후처리에 관한 한, 이른바 ‘사후적(사후적) 인격보호’의 한 내용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하여야 한다. 이는 인격권이 사자(사자)에게도 살아 있는 사람과 같은 또는 그에 준하는 내용과 범위로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는 인격권이라는 법개념 자체가 인격적 성질을 가지는 개별적 이익에 대하여 개별적인 국면에서 법적 보호가 부여되는 것이 쌓여감으로써 점차로 형성되어 간 것임을 지적함에 그치고자 한다. (가) 인간의 존엄은 그의 사망에 의하여 완전한 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인격 보호의 필요는 사망으로 인하여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 우리 법도 사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형법 제308조, 저작자 사망 후의 저작인격권 보호에 관한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나아가 특히 “사망한 자에 대한 인격권의 침해가 있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정면에서 그리고 상세히 정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내지 제5항 등을 통하여 이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나) 사람이 자신이 사망한 후에 일어나는 장사 기타 유체의 처리에 대하여 관심을 표명하고 자신의 의사를 종국적으로 정하여 그대로 실행되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법은 망인이 생전에 가지던 재산에 대하여 행한 그의 종국적인 사인행위(사인행위)에 유언 또는 사인증여라는 이름으로 법적 효력을 준다. 그렇다면 망인이 소유하는 어떠한 물건보다도 더욱 현저하게 그에게 속하여 그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던 그의 몸에 대하여는 그 성질상 더욱 그러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그 종국적인 의사는 유언과 같이 방식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하게 표시되어야 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제1호도 참조). (다) 또한, 망인의 의사를 1차적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망인에 대한 유족의 추모·경애라는 인격적 이익과 충돌하는 결과가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망인 의사의 법적 보호의 내용과 한계를 적절하게 정함으로써 충분히 처리될 수 있으므로, 그 점을 들어 그 1차적 기준성을 아예 부인할 것이 아니다. (3) 그리고 망인의 의사를 유체 처리의 면에서도 존중하는 것이 부차적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후에 그 유족들이 망인의 유체를 ‘모시는’ 것을 두고 분쟁에 말려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부족하나마 미리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망인의 안식’이라는 관념을 알고 있다. 누구도 죽은 후의 세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죽은 후에 사랑하는 유족들이 유체를 두고 서로 편을 갈라 싸운다는 것은 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그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하여서라도, 살아 있는 동안에 자신이 죽은 후에 남기는 유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의사 결정에 법적 효력을 줄 필요가 있고, 그 의사의 실현을 도덕에 맡기는 것으로는 그러한 사태를 적절히 막을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 한도에서 누구에나 닥쳐올 죽음 그 후에 대한 현재의 안식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4) 우리의 실정의 법도 유체에 대한 망인의 의사지배를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그러하다. 사망한 사람의 유체로부터 장기를 적출하기 위한 기본요건을 정하는 같은 법 제18조 제3항을 보면 본인이 장기의 적출에 관하여 자신의 종국적인 의사를 밝힌 한에서는 그 의사가 1차적인 기준이 되며 유족의 의사는 부차적으로만 고려됨을 알 수 있다. 즉 한편으로, 망인이 생전에 장기의 적출에 반대하였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즉 유족이 장기의 적출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도, 그 유체로부터 장기를 적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망인이 장기의 적출에 동의하였으면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다. 다만, 유족의 명시적인 거부가 있으면 장기를 적출할 수 없다( 같은 항 제1호 단서). 이처럼 예외적으로 유족의 명시적 거부의사를 고려하는 것은 마치 재산에 관한 유언에서 유족의 재산적 이익을 고려하여 유류분제도가 마련된 것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장기의 적출이 예외 없이 유체의 의식적인 훼손이 되므로, 그 한도에서 유족의 감정 기타 인격적 이익에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단서규정을 장례 기타 유체의 처리 일반에 관한 유족 의사의 우월성 내지 1차적 기준성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로 이해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장기의 적출에 관하여 본인의 의사가 1차적으로 존중되어야 함은 같은 법의 제2조가 그 법의 ‘기본이념’을 정하면서 제2항에서 장기를 기증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기 기증에 관하여 표시한 자발적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정하는 것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라. 나아가 설사 유체의 처리에 관한 망인의 종국적인 의사에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장례나 분묘개설 등 유체의 사후처리가 망인의 의사(앞서 본 대로 그것이 없는 경우 등에는 상속인 과반수의 의사)에 좇아 행하여졌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제 유체에 대한 유족의 소유권은 그 유족이 누구이든 그 성질에 좇아 제한되어서 그에 기하여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1) 앞서 본 대로 유체에 대한 소유권은 통상의 물건소유권과는 달리 장례·제사·공양 등 ‘잔존한 인격체’라는 유체의 특수한 성질에 좇은 일정한 권능 및 의무를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미 여기서 논의하는 법문제에 있어서 장례는 이미 행하여진 것이므로, 문제의 여지가 없다. 그 외에 남는 제사나 공양 기타의 권리내용은 망인에 대한 추모와 경애·존숭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망인의 의사에 좇아 장례가 행하여지고 분묘가 개설되었는데, 이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망인 자신이 종국적으로 밝힌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한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망인에 대한 추모나 경애·존숭의 표현이라는 제사 등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제사나 공양 등은 반드시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인도받지 않더라도 행할 수 있다. 만일 유족이 제사 등을 위하여 분묘에 참배하는 것 등이 방해받는다면, 그 금지 등 법적 구제수단을 모색하면 족한 것이다. 유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 사건에서와 같이 유족들 사이에서 ‘정통성’의 싸움을 해결하거나 각자의 원망을 해소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다수의견은 유족에게는 장례 기타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한 망인의 의사에 좇을 도의적 의무는 있으나 법적 의무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존중할 도의적 의무가 있는 망인의 의사대로 개설된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인도할 것의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의 내용대로 이미 실현된 바를 법이 뒤집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부도덕을 부추기는 것으로서, 법이 그에 조력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 법도 그러한 태도 위에 서 있다. 무엇보다도 민법 제744조는 변제가 아무런 채무 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이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법이 국민의 윤리의식을 해치는 바에 가담하여서는 안 되며, 도덕에 맞는 상태가 이미 형성된 경우에 그 상태를 법적 수단을 써서 원상에 돌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웅변으로 말하여주고 있다. (3) 다수의견과 같이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한 망인의 의사에 법적 효력이 주어질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한다고 하면, 아직 장례 등 유체의 사후처리가 행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와 그 의사대로 유체가 처리된 경우를 법적으로 달리 처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법이 동일한 법률요건을 문제 삼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상태를 장래를 향하여 새로이 형성하는 법률효과와 관련되는 경우와 이미 형성된 상태를 교정하는 법률효과와 관련되는 경우를 구별하여 처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앞서 본 민법 제744조의 경우 외에도, 예를 들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계약의 경우에 그에 기하여는 이행청구를 하지 못함은 물론이나, 일단 그에 기하여 이행이 행하여지면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하여 수령자가 그 급부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법 제746조). 그리고 불법원인급여에 관하여는 오히려 불법원인으로 이행을 받은 급부수령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고 급여자의 소유권은 아예 상실된다는 점( 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도 이 사건의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마. 이상에서 본 대로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그 본래적 성질에 좇아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생전에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특히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주장하는 대로 망인의 의사대로 이미 장례나 분묘개설 기타 유체의 처리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체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에 기하여 그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법원은, 유체에 대한 소유권이 민법 제1008조의3에 준하여 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이 사건에서 망인의 장남인 원고가 제사주재자로서 이 사건 유체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망인의 생전 의사는 그 소유권에 기한 이 사건 유체의 법적 처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 즉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묘지를 선정하고 그곳에 묻혔다면 이를 유지하지 못할 중대한 사정이 없는 한 제사주재자라고 하여 함부로 그 현상을 변경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당연히 이유 없는 것으로 배척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장례 및 분묘가 망인의 의사에 좇아 거행·설치되었는지 하는 점을 더 심리하게 하기 위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 6. 상고이유 제1점 중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전통적인 제사제도는 종법사상(종법사상)에 기초한 조상숭배를 통해 부계혈족(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유지와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민법 제1008조의3이 정하고 있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이러한 전통적인 제사상속제도에 수반되는 것으로서 선조에 대한 제사의 계속성 확보 및 가통(가통)의 상징이자 종중 단결의 매개물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제사용 재산의 유지·보존을 통한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전통의 보전을 일차적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다음, 민법 제1008조의3이 규정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이 되는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는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고, 종래의 관습 내지 판례법마저 일부 효력이 없게 된 이상 그 입법 목적과 민법의 일반 원리, 제사의 역사적·사회적 의미 등을 종합하여 조리에 의해 이를 정해야 함을 전제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우선으로 하되, 협의에 의해 제사주재자가 정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짓고, 그것이 현재의 관습 및 사회통념상 상대적 정당성,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의 간명화란 측면에 보다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전개하는 논리와 결론은, 결국 민법 제1008조의3이 정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으로 되는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있어서 적서(적서)의 구별을 없애고 딸만을 자녀로 둔 가정에서 장녀의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전통적인 종법사상과 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관념에 입각한 장자 우선의 원칙을 여전히 지도적 원리로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하,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라 한다)이 적절히 지적하다시피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의 특권에서 분리시키고자 한 1990. 1. 13. 개정 민법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우리 민법이 수차에 걸쳐 형제자매간의 상속분을 동등하도록 개정해 왔고,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그 본질에 있어 이러한 재산상속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 가계계승보다는 망인에 대한 추모라고 하는 제사 자체의 성격 변화, 제사상속인에 관한 종래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의 약화, 양성평등의 강화 및 호주제의 폐지 등 점진적이면서도 일관된 우리 사회의 친족상속 관련 법적 질서와 인식의 변화상을 도외시한 해석론이어서 현재의 관습과 사회적 정당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의 간명화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다수의견이 장남 등 우선의 원칙으로 일관하는 대신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아니하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더 우선하고, 협의 불성립의 경우에도 장남 등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이상,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장남 등을 제사주재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다툼이 생기는 대부분의 분쟁사건의 경우에서는 이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할 것이어서 이 또한 장남 등을 우선하는 다수의견에 대한 설득력이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 있어 다수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한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반대의견이 그 대안으로 다수결의 원리를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제사주재자의 판단 기준으로 채택하자고 하는 해석론에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민법 제1008조의3 및 관련 규정의 해석상 제사주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신분법적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음에도 단순히 다수결이라고 하는 재산법적 일반론에 통용되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제사주재자의 결정이 문제되는 다양한 사안에서 경우에 따라 정작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만한 요소들이 제사주재자 판단 기준에서 전혀 배제될 수도 있어 서로 저촉될 수 있는 전통과 현대에 걸친 다양한 이념과 가치 및 현실 사이의 조화로운 실현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고 구체적 타당성이 없는 결론에 이를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수의견 중에서 조리에 근거하여 제사주재자로서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를 제사주재자로 판정한다는 기본원칙과 그에 따른 일차적 판정 방안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우선한다고 하는 해석의 전제논리는 그대로 따르기로 하되, 다만 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의 보충적 판정 방안으로는,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종법사상에 입각한 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의사 및 이해가 주로 반영된 ‘장남 등’의 순서에 의한다거나,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다수결의 원리’를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사실상의 절대적·우선적·획일적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목적과 위 조항의 문언에 보다 충실한 새로운 해석을 통하여 조리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 민법 제1008조의3의 신설이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호주제와는 분리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고, 같은 취지에서 그 승계의 주체를 종전의 ‘호주상속인’ 대신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고 하는 가치중립적이면서 개방적 해석이 가능한 불확정개념으로 대체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는 근본적으로 제사상속제도가 도덕과 관습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서, 종래 기준이 되었던 호주제가 지도적 원리로서의 가치를 잃은 이상 이에 관한 사회 일반에 유효한 지배적 규범과 관습, 인식 등의 내용과 그 변화를 탐구하여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누구를 제사주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장남 등을 우선시하는 종래의 관습’ 혹은 ‘공동상속인들 가운데 보다 다수가 지지하는 공동상속인 유무’ 등 다수의견이나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 제시한 하나의 사정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사정들을 포함하여, 피상속인과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생전의 가족관계 및 생활양태, 종교, 생존 배우자의 부양관계,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위, 주재하여야 할 제사의 종류와 범위, 공동상속인들의 생활형편, 거주지, 상속재산 및 그 분할의 내용과 승계되는 제사용 재산의 경제적 가치 등의 객관적 요소와,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 혹은 유지(유지), 생존 배우자 및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등의 주관적 요소를 동일한 평면에서 병렬적·포괄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것이 민법 제1008조의3의 신설취지에 비추어 가장 바람직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 일반의 보편적 규범과 구체적 정서에도 가급적 괴리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1990. 1. 13. 신설된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고 함은 ‘공동상속인들 중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라고 규정한 것과 다를 바 없고, 공동상속인들 가운데 누가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가는 결국 위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조리에 가장 들어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조리를 민법 제1008조의3에 정한 제사주재자 판정의 기본 원리로 하면서 공동상속인의 협의와 장남 등 가내 서열, 그리고 특정인이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의 가치판단을 거쳐 제사주재자 자격흠결사유 유무를 그 구체적 판정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다수의견이나, 다수결에 의하되 다수결이 불합리할 경우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나 가부동수 등 다수결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누가 제사주재자가 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나, 모두 위 조항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규범적인 판단을 할 여지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위 나.항에서 제시한 해석론의 법리와 다를 바 없다 할 것이고, 단지 누구를 더 적합한 제사주재자로 보는 것이 조리에 더욱 부합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 가치평가의 기준만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1008조의3이 “제사용 재산은 (공동상속인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에는) 공동상속인들 중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가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볼 때, 누가 위 조항에서 말하는 제사주재자로 가장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것은 바로 위 조항의 규정내용 자체에 의하여 법원에 맡겨진 일이고 이와 같은 법원의 후견적 역할은 민법 전반에 산재한 백지조항 내지 불확정개념을 두고 있는 법조항의 경우에 그 합목적적 해석에 통상 수반되는 것인데다가, 특히 민법의 친족상속편에 속한 여러 규정들에 의하면 가사사건에 관한 분쟁에 있어서는 당사자간 협의 불성립의 경우에 곧바로 법원의 후견적 역할을 원칙적인 해결방안으로 예외 없이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제사주재자라는 법개념의 해석에 있어서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바로 이러한 점에서 “ 민법 제1008조의3에 정한 제사주재자라 함은 상속인들 중에서 제사를 주재함이 가장 적합한 자를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양한 판단 기준에 의하여 가려내는 것이 이른바 조리에 가장 들어맞는다”고 보는 것은 엄연히 위 법개념에 대한 해석론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고, 뒤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단순한 입법론으로 치부되어서는 아니 됨을 다시 한 번 강조하여 둔다). 더구나 가사소송법은 제2조 제1항에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가사사건을 열거한 다음,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가정법원은 다른 법률 또는 대법원규칙에서 가정법원의 권한에 속하게 한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심리·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인 가사소송규칙에 위 나.항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해석론을 명문화함으로써 가사비송 등의 쟁송절차를 통한 간편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얼마든지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라. 결론적으로 민법 제1008조의3에 정한 제사주재자라 함은 조리에 비추어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동상속인을 의미한다 할 것이고, 공동상속인 중 누가 제사주재자로 가장 적합한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의 보충적 판정기준으로는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종법사상에 입각한 장남 등 우선의 원칙은 물론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다수결의 원리 역시 찬성하지 아니하고, 그 대안으로서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민법 제1008조의3의 문언적 해석과 그 입법 취지에 충실하면서도 인격의 존엄과 남녀의 평등을 기본으로 하고 가정평화와 친족상조의 미풍양속을 유지·향상한다고 하는 가사에 관한 소송의 이념과 앞서 본 다양한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의 당부를 심리·판단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와 다른 취지로, 1990년 민법 개정에 의해 강제적인 호주상속제도가 폐지되고 제사상속인이 호주상속인에서 제사주재자로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종손이 민법 제1008조의3이 정한 제사주재자로 된다고 판시한 대법원판결들은 당해 사안에서 제사주재자로 인정된 종손이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비해 그 제사를 주재하기에 적합한 자라는 취지에서가 아니라 구체적 사정과 상관없이 종손이라는 신분만을 이유로 제사주재자로 인정하는 의미라면 그 범위 내에서 이 견해에 배치되므로 변경되어야 한다. 마. 위와 같은 해석론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보면, 이 사건과 같이 실제로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분쟁이 발생한 사안의 경우, 다수의견처럼 장남 본인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나 유지, 피상속인과 원·피고 등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생전의 가족관계, 부양관계,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위 등 비중있게 고려되어야 할 사정들은 도외시한 채 단지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원심판결 이유와 같이 피상속인이 약 44년간 장남인 원고 측과 절연한 채 그와 배다른 형제간인 피고들을 데리고 가정을 이루어 생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피상속인의 사망 후 피고들이 피상속인을 공원묘지에 안치·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원고가 피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원·피고들 공동의 피상속인인 망인의 분묘에서 망인의 유체·유골을 임의로 수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성을 가지는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여러 고려요소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주재자의 판정에 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원·피고들을 비롯한 공동상속인들 중 누가 망인의 제사주재자로서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필요한 여러 사정들을 조사·심리하지도 아니한 채 장남인 원고에게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망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바.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함이 상당하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하여 (1) 다수의견에 적시된 바와 같이,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민법 제996조는 호주상속인이 제사용 재산을 승계하도록 하면서, 같은 법 제984조 이하에서 누가 호주상속인이 되는지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구 민법은 제사용 재산의 승계권자를 ‘호주상속인’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하여 민법 제1008조의3으로 규정하면서도 누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여기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 함은 ‘사실상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아니라 ‘제사를 주재하여야 하는 자’를 말하므로 그것이 누구인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단순히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해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민법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정하지 않은 것은 법의 흠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조의 규정에 따라 관습법에 의해 이를 정해야 할 것인데, 다수의견이 판시하는 바와 같이 이에 관한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과 대법원판결들의 효력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 이상, 조리에 의해 이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문제를 민법 제1008조의3의 해석론으로 해결함으로써 충분하다는 취지의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이하 ‘대법관 안대희 등의 반대의견’이라고 한다)에서 표명된 견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이 조리에 의해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와는 무관하게 종손, 즉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주자재로 된다는 종래의 관습이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게 됨으로써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지, 그 관습 내지 관습법이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사주재자에 관한 새로운 관습의 내용을 심리·확정하여 이를 재판규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관 안대희 등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에서 표명된 견해는 재판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이하 ‘대법관 김영란 등의 반대의견’이라고 한다)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의 당부를 심리·판단하여 제사주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입법론으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우리 민법의 해석론으로는 채택하기 어렵다.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은 1990년 개정된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에서 강제적인 호주상속제를 임의적인 호주승계제로 바꾸면서 제사용 재산의 승계권자를 ‘호주상속인’에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한 것인데, 위 개정 당시 입법자는 법원이 제사주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다. 또한, 법원에 의한 제사주재자의 결정은 그 성질상 가사소송 또는 가사비송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가정법원의 재판권에 속하는 가사소송 또는 가사비송 사건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다른 법률 또는 대법원규칙에서 가정법원의 권한에 속하게 한 사항에 대하여도 이를 심리·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있다. 그런데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결정은 그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아니하므로 가정법원이 이를 심리·재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법원이 개개의 사건에서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이나 다른 법률 또는 가사소송규칙을 개정하여 이에 관한 규정을 둔 후에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대법관 김영란 등의 반대의견은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문제에 관한 답변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 것과 다를 바 없어 찬성할 수 없다. (3)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하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이라고 한다)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다수결에 의해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관 김영란 등의 반대의견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단순한 재산관계의 영역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신분관계의 영역에 관한 사항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는 문제를 다수결이라는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아울러, 이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용 재산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함으로써 가족관계의 안정을 깨뜨리고 가족들 사이의 우애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 또한,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은 가부동수 등 다수결의 방법으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한도에서는 위에서 본 대법관 김영란 등의 반대의견에 대한 문제점을 그대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법관 박시환 등의 반대의견에도 찬성할 수 없다. 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의 효력에 관하여 (1) 유체·유골의 승계에 관하여 대법관 안대희 등의 반대의견은, 제사와 장례의 방식이 다양화하고 제사를 아예 지내지 않거나 분묘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 이상, 분묘에 관한 권리의 귀속과 유체·유골에 관한 권리의 귀속은 분리해서 판단해야 함에도, 다수의견이 유체·유골의 귀속을 분묘의 귀속과 관련지어 분묘 등의 승계에 준하여 제사주재자가 승계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유체·유골이 없는 분묘란 있을 수 없으므로,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해 승계의 대상이 되는 분묘에는 유체·유골이 매장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유체·유골을 매장하고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유체·유골에 관한 권리의 귀속과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권의 귀속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은 망인의 유체가 이미 분묘 안에 안장되고 그것이 유족들에 의한 제사의 대상으로 되고 있으므로, 다수의견은 이를 전제로 하여 제사용 재산 및 유체·유골의 승계에 관한 법리를 전개한 것이며, 이와 같은 전제 사실을 떠난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 (2) 망인의 인격권 및 그에 근거한 망인의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하여 (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은, 망인의 인격권을 근거로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이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등’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한 의사표시는 제사주재자에게 법률적 구속력이 있다는 취지이다. (나)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과 각종 매스 미디어의 발달, 인터넷의 성행 등에 따라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인격권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저작권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망인의 저작인격권 침해나 언론기관의 보도로 인한 망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비한 보호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실정법에서 망인의 인격권에 관한 보호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망인의 인격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민법 제3조), 사망한 후에는 그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인격권은 일신전속권으로서 그 주체의 인격에 전속하여 그 주체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재산권과는 달리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귀속주체가 사망함에 따라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민법이 아직 출생하지 않은 태아에게 제한적인 권리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 제762조, 제1000조 제3항, 제1064조)을 들어 망인에게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지 모르나, 태아의 경우 조만간 자연인이 되어 권리능력을 취득할 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특별히 위와 같은 규정을 둔 것인 반면, 망인의 경우에는 사망으로 권리능력이 확정적으로 소멸되므로 적절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실정법의 규정이 없음에도 망인의 인격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할 경우, 그 귀속주체가 누구인지(즉,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이 사망한 사람에게 귀속될 수 있는지), 누가 이를 행사할 것인지(즉, 사망한 사람이 자신의 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유족이 이를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법률적 근거는 무엇인지, 만일 유족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이 문제되는데, 이에 관한 논거 및 그 타당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섣불리 망인의 인격권을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률에서 망인의 인격권의 행사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망인의 인격권을 쉽사리 인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오히려 유족 고유의 인격권 보호를 통해 망인의 인격권을 간접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한편, 망인의 인격권을 인정하는 것과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등에 관하여 한 의사표시에 그 제사주재자가 법률상 구속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망인의 인격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감정 등 유족들 고유의 인격권 또한 그와 별개로 보호되어야 함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사망하여 권리능력이 소멸한 사람의 인격권을 쉽사리 인정하여 도덕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이는 사항까지 인격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오히려 살아있는 권리주체인 제사주재자 등 유족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서 장기를 기증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기 기증에 관하여 표시한 자발적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같은 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는 본인이 사망 전에 장기 등의 적출에 동의한 경우에도 그 가족 또는 유족이 장기 등의 적출을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출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망인의 의사에 반하는 유족의 의사에 법률적 구속력을 인정함과 아울러 같은 법 제2조 제2항을 선언적 의미의 규정으로 삼은 것은, 위와 같이 유족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의 감정 등 유족 고유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주재자가 제사용 재산을 승계하도록 함으로써 조상숭배와 제사봉행이라는 우리의 전통을 보존하고, 제사용 재산의 분산(분산)·산일(산일)을 방지하며,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히 처리할 목적으로 두게 된 강행규정인바, 만일 망인이 한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등에 관한 의사표시에 그 제사주재자가 법률상 구속되어야 한다면 위와 같은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망인의 의사에 따라 망인의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특정 장소에의 매장 등이 이루어진 경우, 그 제사주재자 등이 함부로 그 유체·유골의 인도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유체·유골의 처분 등에 관하여 그 적법한 승계권자, 즉 제사주재자의 사전 동의 또는 사후 승낙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지,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반하여 또는 제사주재자를 배제한 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까지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 만일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망인의 의사를 내세워 일단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매장을 해놓고 보자는 식의 행동을 부추길 것이고, 이는 망인의 유체·유골을 놓고 그 유족들 간에 또 다른 분쟁과 불법을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라) 결론적으로,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등에 관하여 한 의사표시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이는 도의적 의무인 것이지 법률적 의무로까지 볼 수는 없고,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매장장소 등의 선택은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종국적으로는 망인의 유체·유골의 귀속권자인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8.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 가. 조리에 의한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 (1) 먼저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에 관하여는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보충적으로 제시한다. (2)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에 관한 종래의 관습 내지 판례법이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조리에 의해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하여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다른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하는 것보다는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고, 예측가능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볼 수 있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오늘날 제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사회적 관습도 변화하고 있어 종래의 제사주재자의 해석이 유지될 수 없음은 다수의견과 생각을 같이 한다. 그러나 조리에 의하여 제사주재자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나아가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조리가 과연 타당한지에 관하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3) 우선 제사는 우리 민족의 조상에 대한 경애추모를 위한 전통적인 습속으로서 유교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인바, 그러한 제사의 주재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관습 내지 관습법’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조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종래 대법원은 종손이 제사주재자라는 관습을 인식하여 왔는데, 그러한 관습이 헌법이념에 합치되지 않거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었다면 새로운 ‘사회의 거듭된 관행’을 찾아내어 그에 따른 해석을 해야 한다. 즉, 제사는 전통적인 습속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제사주재자의 결정도 습속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제사주재자는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관습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지 이론적 당위성으로 정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남 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조리에 맞다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이와 다르게 제사를 봉행하는 사회의 습속에 대하여는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장남이 종교적 신념으로 제사를 거부하여 차남이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그런 경우에도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는지, 그것이 과연 조리라고 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아니할 것이다. 조리는 원래 사물의 본성이나 사회에서 승인된 법의 일반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과 같이 전통적 습속에 의거하고 있는 제사의 주재자를 정하는 원리로서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다수의견이 조리의 근거라고 설시하고 있는 내용도 “… 장남 내지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자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며”라고 하여 실질에 있어서는 관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것이 과연 사회에서 승인된 법의 일반원칙이거나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조리의 인식근거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즉, 다수의견은 변화된 관습에 대한 인식 노력을 포기한 채 단순히 관습의 일부로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조리로 포장한 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심리를 계속하여 과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제사에 관한 관념이 어떠하고 그 주재자는 누구로 하고 있는지 등의 변화된 관습을 인식한 후 그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지, 관습이 변하였다고 하여 바로 조리에 의하여, 법원의 정언명령(정언명령)으로서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다음으로, 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조리에 의한 제사주재자의 내용에 대하여도 수긍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장남과 차남 사이의 분쟁인 이 사건 해결의 범위를 넘어서서 일반적인 제사주재자의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이론적 모순과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호주승계제도가 폐지된 현행법 체계에서는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는 일차적으로 피상속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유력한 견해도 표출되고 있는바, 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조리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를 도외시한 채 제사주재자를 정하고 있어 그것이 과연 법의 일반원리인 조리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은 양성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비추어 종전의 판례가 유지될 수 없다고 하면서 결국은 내용에 있어서 남녀의 구별을 두고 있다. 특히, 다수의견에 의하면 장녀인 딸과 그보다 나이가 어린 아들이 있을 경우 아들의 제사주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바, 그것이 법의 일반원칙을 말하는 조리라고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종전 판례의 변형된 적용으로서 헌법에 규정한 양성평등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그러한 원리를 특히 조리라고 할 때에는 대법원이 남성 우위의 사상에 근거한 판결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밖에 다수의견은 일반적인 제사주재자를 정하면서 바로 선대가 아닌 조부 이상의 제사에 대하여는 누가 제사주재자인지, 즉 장남의 후손으로는 딸만 있고 차남의 후손으로 아들이 있을 경우 조부의 제사는 누가 주재하는지에 관하여 명확한 설시가 없고(다수의견에 의하면 차남의 후손인 아들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종교적 이유로 전통제례를 거부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있음을 고려할 때 그러한 경우에도 장남, 장녀가 무조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하여도 답이 없다. (5) 조리는 보충적 법원(법원)으로서 법률과 관습법이 없을 경우 비로소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하는바, 관습 내지 관습법이 변경되었을 뿐 전통적 습속에 의한 제사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관습 내지 관습법이 없다고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제사주재자의 결정 문제를 조리에 의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존재의 인식 문제를 이론적인 당위로써 관철하려는 잘못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조리는 법의 일반원칙으로서 통상 판례에 의하여 인식되지만, 그것은 보편타당한 가치에 근거한 사회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법관이 자신의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하여 바로 조리로 인식하여서는 아니되고(그것은 법관의 오만이라고 비판받을 여지도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상당수의 대법관들이 반대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면 그러한 견해는 결국은 사회적 승인이 있다고도 할 수 없어 조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굳이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는지를 논할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광범위한 조사와 심리를 통하여 오늘날의 제사에 관한 습속 및 사회적 변화를 수용한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습속이 어떠한지를 명확히 인식한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 사자(死者)의 헌법상 권리에 관하여 (1) 우리의 법체계는 최고규범인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통일적 법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공동체의 모든 법규범은 헌법의 가치와 내용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일정한 체계적인 통일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공·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규범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그 기초인 동시에 한계가 되고, 법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보충하는 원리가 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인간존엄성 규정은 헌법규범 가운데에서도 근본규범으로서 모든 국가작용의 목적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고 모든 법규범의 효력과 내용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며 법의 흠결을 보충하는 제1차적인 원리가 된다. 헌법 제10조는 단순한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1990. 9. 10. 선고 89헌마82 결정), 이 자기결정권은 인격체인 인간이 내리는 모든 자율적 결정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특히 사후(사후)에 자신의 장기(장기)나 유체·유골을 기증하거나 처분할 자유 및 유체·유골의 매장방법 내지 매장장소를 결정할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2) 법률상 권리의무의 주체는 살아있는 사람에 한하고, 이는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로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과연 사자(사자)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사후에도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람의 사후에 그 인격이 비하된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훼손되고 살아있는 동안의 인간의 존엄성 보장조차 유지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개인의 인격권 보장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실정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람의 명예와 같은 일반적 인격권은 사후에도 보장되어야 하고, 그러한 범위 내에서 사자도 인격권의 주체가 된다. 즉, 사자의 권리는 사망 후 단순한 사체로서는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사자가 생존시에 이루어 놓은 명예, 인격과 의사표시 등에 대하여는 당연히 헌법상 보장의 대상이 된다. 다만, 사자의 인격권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망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보호의 필요성은 그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 (3) 사후(사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매장방법 내지 매장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의 개인의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이므로, 우리 민법을 해석·적용하거나 그 흠결을 보충함에 있어서 망인의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민법이 제사주재자의 권리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나 한계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자신의 유체에 대한 처분이나 매장지 결정을 법정 유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에 대한 처분이나 매장방법 내지 매장장소를 결정하였다면 망인의 인격권이 미치는 범위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사자의 인격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는바, 이러한 견해는 개별 법률이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한 어떠한 권리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인데,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은 개방적이고 포괄적이지만 사법부가 그 해석을 통하여 권리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헌법이 대법원에 부여한 권한이자 의무라 할 것이다. 특히, 헌법상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이를 구제하거나 권리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해석은 더욱 적극적이어야 하며, 헌법상의 기본권에 관한 사항은 개별적 법률에 규정이 없다고 하여 부인될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은 최고규범인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법체계에서 통일적인 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며, 헌법이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규범의 해석의 기준이 됨과 동시에 법의 흠결을 보충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라는 점은 앞서 보았다. 다수의견과 같이 망인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그의 유체를 처분하거나 분묘를 이전할 권한이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주재자의 권리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망인이 생전에 인격체로서 내린 결정을 무시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0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제사주재자는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경애추모)를 주재하는 자라는 점에서 제사의 본질과 제사승계제도의 입법 취지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고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에도 어긋난다. 이상과 같이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 9.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공동상속인들 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가족 구성원인 공동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적서(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게 되어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나, 제사와 제사용 재산의 승계 제도는 과거의 조상숭배를 통한 부계혈족(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오늘날 제사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가계계승의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또는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동등한 조건과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자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며, 위와 같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전통이 현재의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어야 하고,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나. 다수의견은, 반대의견에서 지적하였듯이 민법 제1008조의3이 정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으로 되는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있어서 적서(적서)의 구별을 없애고, 딸만을 자녀로 둔 가정에서 장녀의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전통적인 종법사상과 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관념에 입각한 장자 우선의 원칙을 여전히 지도적 원리로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 사회는 1970년대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하여 고도로 산업화·도시화된 사회를 이루었고,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제도로 바뀌었으며, 가정 내에서 가족 개개인의 의사가 존중되고, 적서(적서)의 차별이 사라졌으며, 남아선호 사상의 쇠퇴와 더불어 딸만을 자녀로 둔 가정의 비율이 증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문개정된 헌법 제34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는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으로 유지되고 있는바, 그 후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가족 구성원의 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으며, 여러 차례에 걸친 민법 개정을 통하여 형제자매의 상속분이 균등하게 되었고, 호주제도가 폐지되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가)의 제도에서 본인과 배우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족제도로 재편되는 한편, 2008. 1. 1. 호적제도조차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지도적 원리로 삼고 있는 전통적인 종법사상과 부계혈족 중심의 가(가)의 관념에 입각한 장자 우선의 원칙은 현대 사회에서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성별 및 연령을 기준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위와 같은 사회생활 및 제도의 변화에 역행하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다수의견은 스스로 내세운 전제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법이나 대법원이 오랜 기간에 걸쳐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을 가족관계 내에서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해 온 노력과도 배치된다.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에 관한 종래의 관습 내지 판례법이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조리에 의해 그 결정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하고는, 나아가 조리에 의하면 공동상속인들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장남, 아들이 없으면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공동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협의 결과를 무시하고 적서간의 차별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의 효력을 전부 배제한 점에서나, 협의 등으로 망인의 장남이 아닌 다른 아들들이나 딸들도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리라고 한 점에서 보면 종래의 관습 등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전제하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을 이유로 종래의 관습 및 판례법으로 돌아가자고 하여 스스로 배제한 관습 등을 다시 끌어들인 것은, 장남이 아닌 다른 아들들이나 딸들도 엄연히 부계혈족이라는 점을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 대법원은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이 상당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는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아니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양성평등의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인바,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종족단체로서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후손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것임에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고, 따라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사회통념상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거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의 불성립이라는 사정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는 등의 모호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이유들만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망인에게 아들이 있는 경우에는 딸이 제사주재자가 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였으니, 이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의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아니한다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반함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정신에도 배치됨이 분명하다. 라. 제사주재자의 성격상 상속인들 중 특정한 1인으로 정할 수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의 차별이라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차이를 감안한 차별은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법원이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반대의견에서 제시하고 있는 제반 사정들을 고려함으로써 그 차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제사주재자와 관련한 인식의 변화 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반대의견이 타당함을 지적하면서, 위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대법원장이용훈(재판장)법관 고현철 김영란 양승태 박시환(주심) 김지형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 [유해인도]〈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의 귀속주체가 문제된 사건〉[공2023하,1028] 【판시사항】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방법 【판결요지】 [다수의견]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은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유지될 수 없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법적 안정성과 판례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기존의 판례를 바꾸는 경우에도 그 범위를 되도록 제한적으로 하여야 한다. 특히 제사와 같이 관습에 바탕을 둔 제도에 있어서는 기존의 생활양식,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종래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새롭게 채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리에 부합한다고 본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현재의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기존 법규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법질서에 부합하도록 이를 조금씩 수정·변형함으로써 명확하고 합당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②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상속인들이 장례방법이나 장지 등을 둘러싸고 서로 망인의 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 공동의 제사주재자를 인정하는 것은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③ 제사는 기본적으로 후손이 조상에 대하여 행하는 추모의식의 성격을 가지므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피상속인과 그 직계비속 사이의 근친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직계비속 중 최근친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을 경우에 그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연령은 이처럼 같은 순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인을 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같은 지위와 조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주재자를 맡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합치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족공동체 내에서 어떤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때에 같은 순위자들 사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은 이미 우리 법질서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는 연고자의 권리·의무를 행사하는 순서에 관하여 순위가 같은 자녀 또는 직계비속이 2명 이상이면 최근친의 연장자가 우선순위를 갖는다고 정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3항도 같은 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에 따라 장기 등의 기증에 관한 동의를 하거나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의 장기 등의 적출에 관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유족으로서 선순위자 1명을 확정할 때 이에 포함되는 사람이 2명 이상이면 그중 촌수, 연장자순(촌수가 우선한다)에 따른 1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등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 민법 제877조가 양부모의 존속 또는 연장자를 입양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취지도 가족관계 내 나이에 따른 기본 질서를 반영한 것이고, 종중의 종장 또는 문장 선임에 관한 종중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생존하는 종중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연고항존자가 종장 또는 문장이 되는 것이 우리의 일반 관습인 것도 종족집단 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제사주재자는 금양임야, 묘토 등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유체·유해의 처리 또는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사 관련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향후에는 제사에 대한 의식이 점차 약해짐에 따라 제사주재자의 일처리나 의무부담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같은 근친관계에 있는 직계비속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현행 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④ 한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라고 하더라도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는,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에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이 적용된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이 다투어지는 경우, 법원은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망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들과 형성한 동거·부양·왕래·소통 등 생활관계, 장례 경위 및 장례 이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상태,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및 협의가 불성립된 경위, 향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 의지와 능력 및 지속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유체·유해의 귀속자로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달리, 여기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 【참조조문】 민법 제1조, 제877조, 제1008조의3,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3항,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제2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2호 【참조판례】 대법원 1984. 5. 29. 선고 83다119, 83다카341 판결(공1984, 1181)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0722 판결(공1999상, 864)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공2008하, 1727)(변경)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상, 599)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재단법인 ○○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6. 20. 선고 2018나200649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소외 1의 배우자, 장녀(1994년생), 차녀(2000년생)이다. 소외 1은 원고 1과 혼인관계에 있던 중 2006. 11.경 피고 2와 사이에 장남 소외 2(2006년생)를 두었다. 2) 소외 1이 2017. 4. 16. 사망하자 피고 2는 소외 1의 유체를 화장한 후 그 유해를 피고 재단법인 ○○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소외 1의 유해를 원고들에게 인도할 것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장남 소외 2가 제사주재자로서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피고 2는 소외 2의 법정대리인(친권자 모)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유해에 대한 권리가 원고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 쟁점은 장례 후 유골함에 담겨 봉안된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가 공동상속인들 중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이는, 피상속인의 유체·유해를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에 준해서 보아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하되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을 유지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제사주재자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2. 제사주재자 결정방법 가.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라고 정하는데,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정한다. 과거 대법원은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상속인이 되는 관습에 기초하여,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0. 7. 22. 선고 80다649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등 참조). 이후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래의 관습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 역시 상당 부분 약화되어 더 이상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은 민법의 일반원리와 제사용 재산의 성격,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목적, 제사가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리에 의해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유지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리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이치, 본질적 법칙 등으로 이해되거나, 사회적 의미를 중시하여 사람의 이성이나 양식에 기하여 생각되는 사회공동생활의 규범, 법의 일반원칙, 사회적 타당성, 형평, 정의 등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조리에 근거한 법규범은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면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가 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조리에 근거한 법규범 역시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시대상황에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조리에 부합하였던 법규범이라도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러한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2)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아래와 같이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를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 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선언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성별에 따른 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과거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 즉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여성 상속인은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의 동의 없이는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으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대등한 지위에서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여성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아들, 손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여성 상속인은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성별로 인해 남성 상속인에 비해 열위에 있게 된다. 이는 남성 위주의 가계계승에 바탕을 둔 제사에 대한 관념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특히 오늘날 전통적인 매장 대신 화장 등 장례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체·유해의 귀속 또는 관리가 더 문제 될 수 있는데, 이러한 피상속인의 유체·유해까지 남성 상속인에게 우선적으로 귀속된다는 것은 더더욱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성 상속인보다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 제36조 제1항에서 정한 남녀평등의 이념과 조화되지 않는다. 다) 여성 상속인 대신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따르는 의무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양임야, 묘토 등 제사용 재산의 범위는 실질적으로 제사 봉행에 사용되는 부분으로 제한되는데, 현대사회에서 종교상의 신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고 제사가 가지는 비중도 점차 축소되면서 기존의 제사용 재산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제사주재자는 제사에 드는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할 뿐만 아니라,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는데, 남성 상속인이라고 하여 그러한 부담이나 의무를 우선적으로 지도록 하는 것도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3)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하는 제사주재자란 ‘제사를 주재함에 정당한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사가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종래 제사제도에서는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이라는 의미가 중시되었다.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구 민법 제996조가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이 승계하는 것으로 정한 것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러나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상속인’ 대신 현행 민법 제1008조의3과 같이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되었고, 이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과 분리하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은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가)의 구성 및 계승에 바탕을 둔 호주제도를 폐지하였고, 자녀의 성과 본도 부성(부성)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부모가 혼인신고 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였다(제781조 제1항 단서). 오늘날 조상에 대한 추모나 부모에 대한 부양에서 아들과 딸의 역할에 차이가 없다. 장례방법도 종래의 매장 및 분묘 조성 대신 화장 후 봉안이나 자연장의 비율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고조부모까지 지내는 ‘4대 봉사’ 대신 생활을 같이하였거나 얼굴을 기억하는 조상으로 제사의 대상을 축소하기도 하고 둘 이상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제사의 횟수를 줄이는 등 제사의 형식과 절차도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법질서,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 및 정서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거나 그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 4) 제사주재자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이 보존해야 할 전통이라거나 헌법 제9조 등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헌법 전문과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현대적 의미로 포착하여야 하고, 전래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위 헌법재판소 2001헌가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제사 및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조상숭배라는 전통에 근거하는 것이면서도 헌법상 개인의 존엄 및 양성평등의 이념과 조화되도록 운영하여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여성 상속인을 열위에 두는 것은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 제사주재자로 남성 상속인을 우위에 두지 않는다고 하여 제사제도에 내포된 숭조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 무너진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은 이미 전통 및 관습과 관련되는 종중제도에서 남녀평등에 반하는 부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결하여 왔다. 즉,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가 지향하는 남녀평등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고 보아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면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성년 후손은 남녀를 불문하고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후 여성 종중원들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개최된 종중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을 뿐만 아니라(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4982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650 판결 등 참조), 종중재산을 분배하면서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분배비율, 방법, 내용에 차이를 두는 결의는 무효라고 하거나(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74775 판결 참조), 종중총회의 소집권을 가지는 연고항존자를 확정할 때 여성 종중원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26596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모의 성과 본을 따르는 성년의 자녀 역시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60940 판결 참조). 이처럼 전통과 관습에서 남녀평등 이념과의 조화를 지향해 온 대법원판결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적장자 중심의 종법(종법) 사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속 고수할 수는 없다. 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적 안정성과 판례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기존의 판례를 바꾸는 경우에도 그 범위를 되도록 제한적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 참조). 특히 제사와 같이 관습에 바탕을 둔 제도에 있어서는 기존의 생활양식,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종래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새롭게 채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리에 부합한다고 본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현재의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기존 법규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법질서에 부합하도록 이를 조금씩 수정·변형함으로써 명확하고 합당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2)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상속인들이 장례방법이나 장지 등을 둘러싸고 서로 망인의 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 공동의 제사주재자를 인정하는 것은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제사는 기본적으로 후손이 조상에 대하여 행하는 추모의식의 성격을 가지므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피상속인과 그 직계비속 사이의 근친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직계비속 중 최근친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을 경우에 그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연령은 이처럼 같은 순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인을 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같은 지위와 조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주재자를 맡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합치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족공동체 내에서 어떤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때에 같은 순위자들 사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은 이미 우리 법질서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6호는 연고자의 권리·의무를 행사하는 순서에 관하여 순위가 같은 자녀 또는 직계비속이 2명 이상이면 최근친의 연장자가 우선순위를 갖는다고 정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이라 한다) 제12조 제3항도 같은 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에 따라 장기 등의 기증에 관한 동의를 하거나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의 장기 등의 적출에 관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유족으로서 선순위자 1명을 확정할 때 이에 포함되는 사람이 2명 이상이면 그중 촌수, 연장자순(촌수가 우선한다)에 따른 1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등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 민법 제877조가 양부모의 존속 또는 연장자를 입양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취지도 가족관계 내 나이에 따른 기본 질서를 반영한 것이고, 종중의 종장 또는 문장 선임에 관한 종중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생존하는 종중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연고항존자가 종장 또는 문장이 되는 것이 우리의 일반 관습(대법원 1984. 5. 29. 선고 83다119, 83다카341 판결,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0722 판결 등 참조)인 것도 종족집단 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제사주재자는 금양임야, 묘토 등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유체·유해의 처리 또는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사 관련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향후에는 제사에 대한 의식이 점차 약해짐에 따라 제사주재자의 일처리나 의무부담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같은 근친관계에 있는 직계비속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현행 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4) 한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라고 하더라도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는,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라. 이와 달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본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와 같이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 변경은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에 중점을 두었던 관습상 제사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새로운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하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하여 형성된 제사용 재산 승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의 신뢰 보호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새로운 법리는 그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았으므로, 그 판결의 선고일인 2008. 11. 20. 이후부터 이 판결 선고 이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진 사안에서는 여전히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이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는 새로운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은 소외 1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소외 1의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그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보아 자녀들 중 연장자인 장녀를 비롯한 원고들의 유해인도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으로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소외 1의 직계비속 중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되 다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누가 소외 1에 대한 제사주재자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과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다수의견 중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하면서 그 판례변경의 원칙적 장래효를 인정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에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3이 적용된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이 다투어지는 경우, 법원은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망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들과 형성한 동거·부양·왕래·소통 등 생활관계, 장례 경위 및 장례 이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상태,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및 협의가 불성립된 경위, 향후 유체·유해나 분묘에 대한 관리 의지와 능력 및 지속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유체·유해의 귀속자로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달리, 여기에는 배우자가 포함된다. 나. 법원이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유체·유해의 귀속자를 판단하는 방안의 타당성 1)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연혁에 부합한다. 가)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은 재산상속에서는 공동상속제도를 채택하면서도(제1000조 제2항), 제사용 재산은 관습상 호주상속인의 특권으로 되어 있었던 점을 반영하여 호주상속인에게 단독 승계된다고 정하였다(제996조).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은 호주제도를 유지하되, 호주상속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호주상속을 호주승계로 변경하였다. 또한 호주상속인의 제사용 재산 단독 승계를 규정한 제996조를 폐지하고 ‘호주상속인’을 ‘제사를 주재하는 자’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변경하여 상속의 일반적 효력에 관한 제1008조의3에서 규정하게 되었다. 위 개정 민법이 ‘호주상속인’을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으로 정하던 종전의 규정체계를 버리고 ‘제사주재자’에게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인정한 것은, 특정인이 그의 지위에 기하여 자동적으로 승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사를 주재하는 자 또는 제사를 주재할 자’에게 승계를 인정한다는 개념의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은 호주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면서 호주승계의 순위에 관한 제984조, 제985조 등도 삭제하였다. 이로써 위 개정 민법의 시행일 이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종래의 1순위 호주상속·승계인에 해당하는 종손(장남 또는 장손자)에게 승계인으로서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대한 해석론은 더 이상 법규상 근거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나)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을 ‘종손’으로 해석하였고(위 대법원 95다51182 판결 등 참조),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장남 또는 장손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부여하였는데, 이는 이미 폐지된 1순위 호주상속·승계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해석이다. 제정 민법이 재산상속에서 공동상속제도를 채택하면서도 제사용 재산에서만 호주상속인에게 그 승계를 허용한 것은 호주의 특권이었고, 이 특권적인 지위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 호주제 폐지의 근본적인 취지이다. 그렇다면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법 개정 경위와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에 맞게 해석하였어야 했다. 따라서 특정인이 어떤 지위의 사람인지를 논하기 전에, 특정인에게 자동적으로 승계인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해석 자체부터 변경되어야 한다. 생래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특정인이 아니라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는 역할을 하였거나 그 역할에 부합하는 사람을 확인하여 승계인으로 인정함이 민법의 개정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다. 2) 사회·경제·문화적 발전과 변화를 반영하여야 한다. 가)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유지·보존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데, 종래 우리 사회는 매장문화를 기본으로 유체를 매장하고 분묘를 설치하여 수호·관리하며 이를 제사와 추념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분묘는 그것이 소재하는 토지를 필요로 하므로 분묘 및 금양임야, 묘토가 중요한 승계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매장문화가 쇠퇴함에 따라 화장, 자연장 등의 장례방법을 선택하는 경우 분묘 및 이를 전제로 하는 토지에 대한 권리는 더 이상 문제 되지 않게 된다. 이에 비하여 망인의 유체·유해는 장례의식의 대상이자 결과이고 유족들의 추념, 추모의 대상으로서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에서도 유족들 사이에서 유체·유해의 귀속 및 관리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그 귀속을 정하는 기준은 필요하고 법원은 이에 관한 법적 분쟁에서 그 귀속자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역시 장례 후 유골함에 담겨 봉안된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귀속이 쟁점이다. 유해가 모셔진 유골함은 이동성을 가지므로 정착된 토지에 대한 권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대신 유골함을 보관·관리하는 장사시설의 설치·관리자와 사이에 체결된 장사시설 이용계약이 중요하게 된다. 또한 장례방법으로 매장을 택할지 다른 방법을 택할지는 한 가정 내에서도 세월과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종래와 같이 신분관계상 우위에 있는 특정인이 대(대)를 이어 금양임야, 묘토를 승계하는 것과 달리, 유체·유해의 귀속에서는 보다 유연한 판단이 요구된다. 나) 제사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가정이 늘면서 제사가 가지는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제사에 관한 종래의 예법이나 격식, 순위의 중요성 역시 줄어들어 종래 ‘제사’를 둘러싼 관습과 전통은 약화 또는 변용될 수밖에 없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에서 종래의 제사를 대체하는 의식이나 행사는 각 가정의 종교적, 문화적 배경과 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사절차와 형식에 관한 종래의 관념에서 벗어나서 현대사회에서 각 가정마다 다양한 형태의 제사에 관한 관행, 관념 등이 발생한 사회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 3) 다양한 분쟁 양상을 고려하여야 한다. 유체·유해의 귀속을 둘러싼 분쟁은 다양한 유형과 모습이 있다. 분쟁 대상이 종래와 같은 분묘나 금양임야, 묘토인지, 아니면 유체·유해나 봉안시설인지, 장례절차를 두고 일어난 분쟁인지, 아니면 그 이후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처분을 두고 일어난 분쟁인지, 제사절차와 순위 및 주체가 분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아니면 제사를 대체할 새로운 추모의식을 갖는 가정에서의 분쟁인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유체·유해의 귀속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분쟁인지, 아니면 제3자와의 관계에서 공동상속인들 중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따른 의무(예컨대, 관리비용 지급의무, 유체 인수의무, 분묘 굴이의무 또는 지료지급의무 등)를 부담할 사람에 관한 분쟁인지 등에 따라 이를 적합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분관계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진 특정인 대신, 법원이 개별 분쟁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체·유해를 관리하며 제사 기타 추모의식을 주재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판단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다. ‘종합적 고려·판단’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 1) ‘제사주재자’는 ‘실제로 제사를 주재하거나 주재할 사람’을 의미한다.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를 주재하는 자’는 ‘공동상속인들 중 제사용 재산을 승계받아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의미하므로, 공동상속인들 중 누가 이러한 사람에 해당하는가는 결국 다양한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은 사인(사인) 간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의 당연한 역할이다. 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사정을 심리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협의에 따라 ‘제사주재자인 사람’, 협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앞서 본 고려 요소들의 존부에 관한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당사자가 자신이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그 권한에 근거한 청구를 할 경우 법원이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재판은 당해 소송에서 법원이 제사주재자가 누구라는 것을 판단하고 그 판결에 따른 효력으로서 기판력, 집행력 등이 발생하지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형성하는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사용 재산의 승계나 유체·유해의 귀속을 둘러싼 분쟁을 다루는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전제로서 누가 제사를 주재하거나 향후 주재하는 데 적합한 사람인지 심리·판단하여야 하고, 그 판단의 준거로서 제반 사정을 종합해서 고려하는 것은 조리나 정의, 형평의 원칙 등에 비추어 정당화된다. 다만 민법 제1008조의3은 법원이 제사주재자를 판단하는 절차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궁극적으로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절차를 법이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에 관하여 본다. 가) 제사주재자 결정이라는 가족 내부 문제에서 공동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필요가 있으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가장 우선되고, 여기에는 묵시적 협의가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망인의 장례절차를 누가 주도하여 처리하였는지, 장례 이후 유체·유해를 관리하거나 망인에 대한 제사 또는 추모의식을 위하여 얼마나 기여하고 노력하였는지, 누가 장사시설 설치·관리자와 사이에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였는지, 이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은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등의 사정을 가지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묵시적 협의가 성립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도, 법원은 판단 시 이들의 의사 및 협의가 불성립된 경위를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 중 1인 명의로 장사시설 설치·관리자와 사이에서 장사시설 이용계약이 체결된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묵시적인 동의조차 존재하지 않고 때로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용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 경위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향후 유체·유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거나, 제사 기타 추모의식을 계속적으로 봉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 법원은 망인이 생전에 제사주재자 또는 자신의 유체·유해의 귀속자를 지정한 경우에는 그 명시적 의사를, 그러한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추정적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망인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할 때 망인이 생전에 형성해 온 생활관계 등의 정황을 고려할 수 있다. 망인이 자신의 사후 유체·유해의 귀속자를 지정하는 것은 법정 유언사항이 아니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생전에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사람이 사후 자신의 유체에 대하여 갖는 자기결정권은 위 인격권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유체·유해의 귀속자 지정에 관한 의사 역시 사자(사자)의 인격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사자의 생전 의사에 따라 유체의 처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외국의 법령 또는 판례가 있다는 점도 참고할 수 있다. 제사의 주된 의미가 망인에 대한 추모에 있다면 망인의 유체·유해의 귀속자를 판단할 때 망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다) 제3자가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처분권자를 상대로 유체·유해의 인수나 분묘 굴이 등을 청구하려는 경우 공동상속인들 중 누가 그 의무를 부담할 사람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장사법은 장사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조성 및 관리, 즉 설치기간이 만료된 분묘의 처리, 묘지 설치 절차나 설치 지역 또는 분묘의 점유 면적에 관한 제한 및 이를 위반한 묘지에 대한 이전명령 등 주로 관할관청이나 묘지 설치자와의 관계에서 유체·유해나 분묘의 처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장사법 제2조 제16호는 유체·유해나 분묘에 관하여 위에서 본 관할관청 등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처리 등을 할 수 있는 연고자의 순서를 정하는 규정으로서, 사인(사인)들 사이에서 유체·유해나 분묘에 관한 사법상 권리의무의 귀속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3자가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처분권자를 상대로 유체·유해의 인수나 분묘 굴이 등을 청구하는 경우, 이는 장사법 제2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토지 소유자가 그 승낙 없이 해당 토지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고 해당 분묘의 연고자에게 알린 후 그 분묘에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개장할 수 있는 것과 구조가 유사하다. 따라서 법원은 장사법 제2조 제16호에 규정된 연고자의 순서를 고려하여 제3자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제3자로서는 공동상속인들 내부의 협의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장사시설 이용계약의 명의인이나 분묘를 실제로 관리하고 있는 사람을 제사주재자로 사실상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다투는 측에서 반증의 책임을 부담한다. 이에 따라 법률관계의 예측가능성도 어느 정도 확보되므로 제3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반박 1) 특정인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견해는 법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우선한 것은 특정인(장남 또는 장손자 등)을 제사주재자로 인정함에 따른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인식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법리적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효력을 부여하는 법리는, 공동상속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가 귀속됨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동상속인들이 유체·유해의 귀속에 관하여 협의할 권리조차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무권리자들이 협의에 의하여 적법한 승계인을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률과 관습법에 근거가 없음에도 특정인에게 그 권리가 귀속될 수는 없다. 공동상속인들이 협의하여 승계인을 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 협의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하여 특정인 이외 나머지 상속인들이 권리를 박탈당한다거나 승계에서 배제된다는 해석은 논리적 근거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 이러한 문제점은 유사한 법률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민법은 당사자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협의에 법적 효과를 부여하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특정인에게 법적 지위를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동등하게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하고 법원이 그 청구에 따라 재판하도록 규정한다. 공동상속인들은 언제든지 그 협의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는데, 공유물분할의 경우와 같이 그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013조, 제269조 제1항). 즉, 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여 특정한 공동상속인이나 공유지분권자에게 분할에 관한 권리가 전속되거나 우선하지 않는다. 부부의 동거장소나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도, 먼저 부부 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정하도록 한다(민법 제826조 제2항, 제909조 제2항). 이는 모두 당사자들 사이의 협의가 우선하되, 협의가 없을 때에는 일률적, 획일적으로 부(부)의 주소지나 거소지가 동거장소로 고정되거나 부(부)가 친권을 행사하도록 정하였던 종래의 규율방식 대신,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별로 적합한 동거장소 및 친권행사방법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에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특정인에게 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민법의 체계와 맞지 않는 해석이다. 2) 생래적인 지위에 따라 특정인을 승계인으로 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도 타당한 방법이 아니다. 가) 누가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으로서 적합한지 정할 때 고려될 사항은 개별 사건에서 개개 가정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일률적, 획일적으로 특정인을 우선하는 기준은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제사용 재산을 둘러싼 자녀들 사이의 실제 분쟁 형태를 보면 장남과 차남 등 동성의 형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특정인을 우선하는 기준을 고수하고 그 기준이 연령이라면, 형제들 간의 분쟁에서는 장남을 우선하는 종래 기준에 의할 경우와 차이가 없다. 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사전에 획일적으로 정해진 특정인에게 승계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협의를 우선함으로써 각 가정이 자율적으로 승계인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게 된다. ‘어차피 승계인은 첫째가 될 것’이라는 답이 정해진 문제에 불과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협의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나아가 피상속인에 대한 생전 부양 여부나 피상속인의 의사보다 특정한 지위가 우선하게 되므로 굳이 피상속인을 생전에 성심성의껏 부양할 유인도 없게 된다. 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서, 이러한 영역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라는 것은 혼인·가족생활에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위 헌법재판소 2001헌가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그런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장자라는 생래적인 지위로 인하여 법률상 당연히 제사주재자가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사주재자라는 신분법상 지위를 강제로 부여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3) 다수의견이 전통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없다. 전통수호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장남이나 장손자가 아닌 이상 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에 어긋나는 외손봉사라는 이유로 다수의견을 비판할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이 종래의 남성 위주이었던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헌법상 평등원칙과 조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경하면서, 전통과의 조화를 명목으로 연장자 기준에 따르는 것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통은 헌법이념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따라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된 것을 의미한다. 연장자가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 역시 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의 잔재에 불과하다.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에 있어서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더 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형제자매 사이에서는 제사를 주재할 의사와 능력을 달리 볼 정도로 나이 차이가 현저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직업이나 보유재산의 정도에 따라 연장자가 더 열악한 지위에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사회 일반에서 직계비속 중 연장자라고 하여 항상 실제로 제사나 추모의식을 주재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직계비속 중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 생래적 요소인 연령에 따른 차별로서 다수의견이 변경하고자 하는 성별에 의한 차별과 마찬가지로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있음에도 이를 조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특히 생존 배우자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가) 우리 법제도상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산적 이익을 민법의 공동상속 원칙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시키지 않고 특정인에게만 귀속시키는 경우가 있는데(이러한 법률효과는 입법자의 재량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입법형성에 의하여만 가능하다), 개별 법률에서 유족의 수급권과 관련하여 상속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그 법률의 입법 목적에 따라 특정인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 유족 중 배우자를 최선순위로 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상 유족급여 등과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의 수급권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금을 받을 유족의 순위에서 모두 배우자를 가장 우선한다. 심지어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3항은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등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사람의 경우 그의 배우자는 안장 대상자와 합장될 자격을 인정받고 있으며, 폐지 논의가 분분한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인 건전가정의례준칙 제15조 제2항조차도 ‘상례의 의식절차를 주관하는 사람은 배우자나 장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입법은 모두 배우자가 통상 망인과 생전에 가장 밀접한 생활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음을 법제도가 반영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2. 다. 3)에서 여러 법률을 거론하며 연장자 우선원칙이 실정법에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장사법 제2조 제16호는 연고자의 순서를 정하면서, 장기이식법 제4조 제6호는 장기 등의 기증에 대한 동의나 적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유족의 순서를 정하면서 모두 최우선 순위자로 배우자를 명시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위 각 법률을 논거로 하면서도 배우자를 배제하는 해석은 오히려 위와 같은 현행 법률 규정에 반한다. 그 밖에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민법 제877조는 이 사건 쟁점과 관련이 없으므로, 결국 다수의견의 근거는 종중에서 연고항존자에게 종장 지위를 부여하는 종래 관습만이 남게 된다. 나) 대법원은 최근 우리 민법상 배우자가 제외되는 혈족상속제도가 인정되지 않음을 명시하였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되는 특별한 상속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상속에 관한 구 관습도 배우자가 일정한 경우에 단독상속인이 되었을 뿐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구 관습이 적용될 때는 물론이고 제정 민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대법원 2023. 3. 23. 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승계는 본질적으로 상속에 속하는 것으로서 일가의 제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상속에서의 특례를 규정한 것이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5다45452 판결 등 참조). 민법상 배우자는 공동상속인 중 1인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비해 상속분의 5할이 가산된다는 입법 취지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 다) 현대사회는 핵가족 중심의 가족형태가 대세일 뿐만 아니라, 부부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형성되고 자녀 수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제사의 의미로 종래의 가계계승 대신 추모의 의미가 강해지면서 제사를 반드시 다음 대(대)에서 맡아야 한다는 의식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매장문화의 쇠퇴와 함께 금양임야, 묘토를 혈족에게 승계시킬 필요성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생존 배우자는 망인과의 촌수, 생전 생활관계 등에 비추어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가장 강하게 가지고 있을 것으로 경험칙상 추단할 수 있다. 전통적인 효 사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생존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망인의 유체·유해의 처리방법을 임의로 정한다는 것은 사회통념과 부합하지 않는다. 5) ‘특별한 사정’을 이유로 예외를 두는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 다수의견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서 현저히 부당하다면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특별한 사정에 의한 예외는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 및 그 이전의 대법원 판례들에서 이미 인정되었던 법리이다. 대법원은 외국 영주권자로서 장기간 외국에서 거주하였다고 하더라도 향후 제사주재자로서 역할을 하기에 부적합하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참조), 미혼이고 아직 미흡한 경제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종전 선례는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제사주재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하였다. 이는 제사주재자로서 우선적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으로부터 이를 박탈한다면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엄격한 요건하에 인정되어야 한다는 법원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관한 민법 제1004조와 같은 취지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더 나아가 피상속인 및 공동상속인들의 의사나 생활관계 등 귀책사유와 무관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제사주재자로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을 가려낸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고려 요소를 많이 열거하더라도 핵심은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가’의 판단이다. ‘현저성’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종래 선례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인정한 특별한 사정의 범위와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 반면 이를 넓게 해석하면,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던 선례와의 모순·저촉은 물론, ‘기득권 박탈’은 엄격해야 한다는 법의 일반원칙에 반할 수 있다. 예외사유가 지나치게 넓게 완화되는 결과 제사주재자로서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게 된다.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로 특정인을 우선함에 따라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장점을 갖는 견해인데, 이 장점이 상쇄되게 된다. 6) 핵심은 재판의 모습과 심리의 대상이다. 근원적으로, 다수의견의 해석방법은 재판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장으로 격하시킨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선순위 승계인이 제사주재자로 부적격인 사유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된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소송에서 서로 상대방이 부적격임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상대방을 헐뜯는 데에 심리가 집중된다. 그러나 제사주재자에 관한 재판은 서로 상대방이 부적격임을 다투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은 ‘누가 망인의 유체·유해를 관리하면서 유족들 사이에서 제사 기타 추모의식을 주재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가리는 것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자신이 적합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망인의 의사, 망인 생전에 망인과의 관계, 향후 계속적인 관리에 대한 의지와 능력 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여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의할 때 제사주재자에 관한 재판이 혈육 간 상처를 입히고 원수로 만드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긍정적 방향으로 전진하며 개선하자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마.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 생전의 생활관계, 공동상속인들이 유해 관리를 위하여 노력한 정도, 장래의 관리에 관한 의지나 능력,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등 여러 사정에 대하여 심리한 다음, 원고들과 피고 2 측 중 누가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자로서 적합한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장남에게 우선적으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제사주재자의 판단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결론에 이르는 근거를 달리하여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으므로 별개의견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는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였다. 이는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주재자에 대한 해석에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족생활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는 결론으로서 타당하다. 그 이유를 보충하면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모두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체·유해는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고 보고 있다. 피상속인의 유체·유해를 금양임야, 묘토 등의 재산에서 분리하지 않고 민법 제1008조의3의 해석을 통해 ‘제사용 재산’이라는 하나의 개념 안에서 다루는 입장을 취하는 이상,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유체·유해의 귀속자를 정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용 재산, 즉 특정한 목적을 가진 부동산 등의 승계인을 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제사주재자의 결정은 상속제도와 관련된 것으로서 법적 안정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고, 다수의견은 이를 위하여 조리에 따라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민법 제1008조의3에 의한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본질적으로 상속의 성격을 갖는다(위 대법원 2005다45452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88699 판결 등 참조). 상속 관련 제도나 권리관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법적 안정성을 도모해야 하므로, 제사용 재산도 그 승계의 원인이 발생하는 즉시 대내외적으로 승계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제사용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별개의견과 같이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그때그때 제사주재자를 결정해야 한다면, 관련 당사자로서는 장기간 불확정적인 법률관계에 놓인 채 법원의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누가 제사주재자인지 알 수 없어서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게 된다. 나) 특히 공동상속인들과 제3자 사이의 대외적 관계에서 볼 때, 피상속인이 사망하였을 당시 제사주재자가 결정되지 않은 채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법원의 판단에 의해 비로소 정해진다고 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 제사용 재산 중 금양임야, 묘토와 같은 부동산의 처분으로 새롭게 법률관계를 형성한 제3자로서는 사후적인 법원의 판단에 의해 해당 부동산을 승계한 제사주재자가 정해짐으로써 자신의 법률상 이해관계가 소급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수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대외적 관계에서 장사시설 이용계약 등이 체결되어 있다면 해당 계약관계에 따르면 되지만, 아무런 계약관계 없이 안치된 유체·유해의 인수의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지급의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다투어질 수 있고, 이미 설치된 분묘의 굴이나 대지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 등이 문제 될 때는 계약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분쟁 해결을 위한 교섭의 일차적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장사법 제2조 제16호에서 연고자에 관한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어 이를 참고할 수 있기는 하나, 이를 곧바로 제3자와의 대외적 관계에서 민법 제1008조의3의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위와 같은 계약명의자, 장사법상 연고자 규정을 중심으로 제3자와의 대외적 관계를 규율하게 되면, 대외적 관계와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대내적 관계가 자칫 분리되어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다) 다수의견에 따를 때, 제사주재자에 관한 소송에서 절차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쉽다.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기준이 없다면 분묘의 굴이 등을 구하고자 하는 제3자로서는 공동상속인들 중 누가 해당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제사주재자인지 알기 어려워 피고의 확정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별개의견과 같이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해서 제사주재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면 제사주재자 확정을 둘러싼 불명확성과 혼란으로 제3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공동상속인들 내부 사정에 어두운 제3자로서는 특정인을 피고로 삼아 그가 제사주재자라고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더라도, 공동상속인들 중 제사를 주재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피고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법원으로서도 소송구조상 절차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의사나 상황 등을 적절히 심리할 방법을 강구하기 쉽지 않다. 결국 개별 가정 상황에 알맞은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별개의견의 애초 의도와 달리, 제3자와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에서 신속한 권리구제와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목적 모두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또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또는 공동상속인들과 제3자 사이에 여러 개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 개별 소송마다 당사자들의 주장 내용이나 증명의 정도가 달라 제사주재자에 대한 판단이 서로 모순될 수도 있다. 2)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문제는 가족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가족 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국가기관은 가급적 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모든 사안에 법원이 바로 개입하는 것보다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여 이를 기준으로 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 가족들 중 제사주재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는 부동산인 제사용 재산의 승계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례 등 유체 처리, 제사 봉행, 분묘 관리 등을 둘러싼 가풍이나 습속의 측면이 두드러지는 것이어서 개별 가정 내에서 스스로 정해야 할 문제이므로 가급적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법원이 개입해서 제사주재자를 결정하는 것은 가족생활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 나) 다수의견이 채택한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쉽게 성립되지 않을 경우 등에서 일정한 행위규범의 역할을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원칙적인 기준 등을 바탕으로 제사주재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촉진하고 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별개의견에 의하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법원의 재판이 있어야만 누가 제사주재자인지 결정할 수 있으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사자들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고 법적 분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유체의 귀속에 관한 다툼으로 장례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하더라도 절차의 지연은 불가피하다. 주장과 증명의 정도에 따라 가처분의 결론과 이후 본안소송에서 내려진 결론이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특히 유체의 귀속과 관련하여 이러한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제사주재자에 관한 재판에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심리가 집중되어 재판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장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다수의견의 취지와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우선, 공동상속인들이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에 원만히 이르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수의견이 제시한 특정인을 우선하는 기준에 따라 분쟁이 사전에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제사주재자를 결정할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다면 공동상속인들은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모두 법원으로 올 수밖에 없다. 결국 별개의견을 취할 경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이 법원에 더 자주, 더 많이 오게 될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어느 입장에 서더라도,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제사주재자로 적합하고 상대방은 부적합하다는 주장과 증명이 현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의한다면 특정인에 대한 제사주재자로서의 부당성이 다투어지겠지만, 별개의견을 따를 경우 공동상속인 모두와 관련하여 그 적합성과 부적합성을 두고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다투어져 가족 간 상처를 주는 재판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크고 소송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라) 별개의견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사전에 정해진 특정인에게 승계인의 지위를 부여하면, 공동상속인들로서는 진심으로 협의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피상속인의 생전에 굳이 피상속인을 성심성의껏 부양할 유인도 없게 된다고 다수의견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특정인에게 승계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개별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해결에 왜곡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가정은 구성원 사이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피상속인의 생전 부양 문제와 사후 장례 또는 제사 봉행의 문제를 법원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해결하여 오고 있다.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하였고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우선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또는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하여 사전에 정해진 특정인에게 승계인의 지위를 부여하였는데, 이러한 법리가 협의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3)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일률적인 기준만을 적용하면 그 경직성으로 인해 개별 사안에서 적합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법원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심리·판단을 통해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다. 가)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관하여 사회 일반의 인식이나 각 가정 내 개별 상황의 변화 등을 반영하여 그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개별 사안에서 종래보다 유연하게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에게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다음 순위자가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다28865 판결 참조). 나)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개별 사건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주요 요소의 평가를 통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여야 한다. 금양임야나 묘토 등 부동산인 제사용 재산의 승계 부분과 피상속인의 유체·유해 등의 귀속 부분은 문제 되는 상황이 다르고, 제사주재자의 결정과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범위도 다르다. 특히 후자의 상황에서는 피상속인의 의사나 개별 가정의 가풍, 습속 등을 고려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므로, 개별 사건의 유형에 따라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기 위한 여러 요소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것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피상속인의 유체·유해의 귀속 문제와 그 외 조상들과 관련된 제사용 재산의 승계 문제를 분리하여 판단할 수도 있다. 위 대법원 2013다28865 판결은 모친 사망 당시 서자인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었으나, 자신의 조상들 분묘만을 타에 이장해 가고 모친의 분묘에 대한 관리는 중단한 채 그 분묘에 대한 굴이 소송에서 분묘 관리처분권자로서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으므로 모친에 대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고, 모친의 분묘에 대해서는 새로운 제사주재자인 장녀가 그 관리처분권을 가진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조상들의 분묘에 대한 제사주재자와 모친의 분묘에 대한 제사주재자가 서로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다)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의 결정에서 생존 배우자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공동상속인 중 1인으로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모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가 제사주재자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제사주재자인 배우자가 재혼하였을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그 지위를 상실한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배우자는 일반적으로 망인의 생존 시 가장 밀접한 생활관계를 맺어 온 사람으로서 장례절차의 진행이나 제사 봉행, 분묘 수호에 가장 큰 애정과 관심을 갖기 마련이므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할 때 생존 배우자의 의사가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라) 한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인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생래적인 지위로 당연히 제사주재자가 된다면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강제로 부여받을 수도 있어 부당하다.’는 별개의견의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분묘 굴이 소송 등 제3자에 대한 의무부담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공동상속인들 모두가 제사주재자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공동상속인들 내부적으로 의무부담에 차별성을 둘 만한 사정도 없는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과 제3자의 권리실현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그 의사에 반하여 의무이행자로서 제사주재자의 지위가 부여될 수 있기는 하나, 이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 다수의견은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도 고려하여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또한 망인이 생전에 제사주재자를 지정한 경우에는 그 명시적 의사를, 그러한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추정적 의사를 제사주재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현재의 법률 체계 아래에서 망인이 사후에 남겨질 자신의 유체·유해의 처리 방식이나 분묘의 개설 등에 관하여 남긴 의사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제사의 주된 의미와 목적이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에 있는 이상 망인에 대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망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함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망인 사후에 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부합하게 유체·유해의 처리나 분묘의 개설 등이 평온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사후 처리 행위를 한 사람이 비록 제사주재자가 아니더라도 그 후에 우선순위자가 자신이 정당한 제사주재자임을 내세워 망인의 의사에 따라 적절히 처리되어 관리되고 있는 분묘를 파헤쳐 그 유체·유해의 인도를 구하거나 화장되어 봉안된 유해의 관리방식을 현저히 변경하는 것을 쉽게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여 둔다. 정당한 제사주재자로서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를 드러내는 제사 등의 의식은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게 이미 장사 지낸 상태를 그대로 두고도 행할 수 있고, 상대방이 이를 방해할 경우 그러한 방해행위를 금지하는 소송 등을 통해서 자신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며, 망인에 대한 장례 기타 유체·유해의 처리 등에서 제사주재자가 배제되는 등의 상황이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가장 우선한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협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묵시적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먼저 피상속인의 사망 후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장례나 분묘 개설 등의 유체 처리 및 제사 봉행의 경과, 공동상속인들 중 특정인이 사실상 유체·유해나 분묘 관리 등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그 행위의 내용 및 기간, 그 특정인이 친족관계 내에서 갖는 지위,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태도 등과 함께, 묵시적 협의가 없었더라면 제사주재자가 되었을 사람(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이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그 사람이 특정인의 관리행위 등으로 불이익을 입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피상속인의 사망 후 장례 등 유체 처리, 제사 봉행, 분묘 관리 등은 공동상속인들이 가풍 및 습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는 대부분 그 과정에서 묵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기 쉽다. 또한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당한 기간 동안 평온하게 이루어져 온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 형태는 공동상속인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점에서 존중될 가치가 있고, 제사주재자의 역할인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가 실제로 수행되어 온 실질을 제사주재자 결정에 어느 정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묵시적 협의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인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해석이, 제사주재자 결정에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가장 우선하고 가능한 한 법원의 개입을 줄이려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예컨대, 공동상속인 중 특정인이 상당히 오랜 기간 평온하게 분묘를 수호·관리하면서 제사를 실제로 봉행하였거나, 분묘 개설과 관련된 분묘기지권을 주장하거나 수용보상금 등을 수령하였는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이를 알면서도 상당한 기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다른 공동상속인들도 마찬가지였던 경우 등에는 최근친의 연장자를 포함한 공동상속인들로서는 그 특정인이 제사주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하였다고 보아 묵시적 협의의 성립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오늘날 망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찾아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장례문화와 습속의 변화 양상을 고려할 때, 사람의 유체·유해의 귀속을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용 재산의 귀속과 분리하여 그에 맞게 별도로 처리하는 타당한 기준을 법령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음을 언급하여 두고자 한다. 현재 장사법에서 연고자가 관할관청에 대한 관계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유체·유해나 분묘의 처리 등에 관한 사항과 함께 그러한 연고자의 순서를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규정들만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나 제3자와의 관계에서 유체·유해나 분묘에 관한 사법상 권리의무에 관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사람이 사망하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사망 직후의 장례절차, 화장 또는 분묘 개설 등 유체·유해의 처리에 이어 제사 봉행 등의 행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후 유체·유해 또는 분묘의 관리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각 단계마다 주요 분쟁의 양상과 관계된 당사자가 달라서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요소도 같지 않다. 유체·유해의 귀속 문제는 사회의 습속 또는 개별 가정의 가풍과 자율성이 중요시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협의의 제사용 재산인 금양임야, 묘토 등의 승계 문제와 다른 특성이 있으므로 두 영역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였을 때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이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주재자의 해석과 적용만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면서 사망 후 남게 될 자신의 유체·유해에 관하여서도 자신의 생전에 이러한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하고자 의욕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관련 법령을 정비할 때 망인이 자신의 장례방식이나 유체의 처리에 관하여 생전에 명확히 표명한 종국적 의사에 법적 효력을 인정하거나 이를 충분히 반영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부연하여 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하 ‘다수보충의견’이라 한다) 중 아래의 쟁점에 대하여 반박함으로써 별개의견을 보충한다. 가. 다수보충의견은 6. 가. 3) 다)에서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의 결정에서 생존 배우자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모두에게 제사주재자를 인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생존 배우자가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배우자가 제사주재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는 다수의견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다수의견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이미 별개의견에서 밝혔듯이 다수의견에 따르면 배우자는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위 견해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표명할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배우자가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므로 아래의 논의는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법원이 제사주재자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1) 먼저 일반적으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표명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본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본문은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라고 정하여 이른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심판하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제66조 제1항은 “합의심판은 헌법 및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우에도 과반수가 찬성하는 의견이 있으면 그 의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판권을 행사한 결과 결정된 이른바 ‘법정의견’이 된다. 한편 법원조직법 제15조는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심판하는 경우의 의사표시 방법에 관하여 더 이상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종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관용적으로 해당 사건의 법정의견에 해당하지 않는 의견 중 법정의견과 결론과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을 ‘반대의견’으로, 법정의견과 결론을 같이하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을 ‘별개의견’으로 기재하여 왔다. 한편 법정의견에 해당하는 다수의견이나 반대의견, 별개의견에 대하여 각각 그 이유의 내용과 논거를 보완, 추가하는 의견을 ‘보충의견’으로 표시하여 왔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이나 반대의견 또는 별개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그 보충의견을 표시하는 대법관이 해당 다수의견이나 반대의견 또는 별개의견에 속해있고 그 의견에 동의함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정의견으로서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이자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서 정한 “대법원 판례”,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해당하며, 대법원 판례는 유사한 사건을 재판하는 하급심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보나 기능적으로 보나 법정의견인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추가하는 이유나 논거는 다수의견이 표시한 이유의 내용과 논리, 특히 다수의견이 바로 그 사건에서 쟁점이 된 사항에 관하여 제시하는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판단 기준과 다른 내용이거나 핵심적인 논리와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명한 한계가 도출된다. 2) 이 사건에서 본다.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판시한 법리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1순위로, 차남 이하 아들들이 2순위로, 장녀가 3순위로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것이다. 별개의견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지만, 협의가 불성립된 경우 제사주재자의 순위는 민법상 공동상속인과 무관한 범위와 순위에 따라 결정하였고, 특히 그 순위는 폐지된 호적제도와 호주상속제도가 존치될 당시의 구 민법상 호주상속인과 유사하였다. 즉,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민법 시행 당시 호주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남자 중 최근친, 연장자 순서로 인정되었으므로(제984조 제1호, 제985조 제1항, 제2항) 장남이 1순위의 호주상속인이었고, 장남이 먼저 사망한 경우 장손자가 대습상속으로 호주상속인이 되었다(제990조 제1항, 제985조).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2순위 및 3순위의 제사주재자로 인정하는 ‘차남 이하 아들들, 장녀’ 역시 공동상속인의 범위와 다른 독자적인 분류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선고(2008. 11. 20.) 당시 민법상 선순위 재산상속인은 배우자와 자녀들이 공동상속인이었던 점과 뚜렷이 구분된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전제적 법리를 수용하여 유지함을 전제로, 제사주재자의 순위에 관한 판시만 변경하였다. 다수의견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하므로 다수의견이 밝힌 제사주재자로 인정될 사람의 범위와 제사주재자의 순위는 이 부분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직계혈족인 비속(직계존속은 제외)’ 중에서 인정하되, 순위는 촌수와 나이에 따르는 것이다. ‘직계비속’은 자녀 및 손(증손 포함)자녀를 말하므로, 그들 중 최근친, 연장자 순서로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다수의견은 제사주재자를 공동상속인 중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혈족’의 범위 내에서 별도로 범위와 순위를 정하였고, 여기에 배우자는 포함될 여지가 없다. 위와 같이 다수의견에 의하면 배우자가 전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에 별개의견이 이를 다투는 것이다. 3) 나아가 다수의견이 제사주재자로 배우자를 포함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배우자가 후순위로 제사주재자가 된다면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다. 다수의견은 특정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하는 일률적 규율방식을 택하면서 그 순위에서 배제하는 예외사유를 포괄적으로 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구조는 재판을 선순위자의 부적합성을 밝히는 데 집중시킴으로써 일종의 ‘불효증명 재판’으로 격하시킨다. 그 문제점을 이미 별개의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하여 배우자를 가장 후순위의 제사주재자로 포함시킨다면, 배우자는 제사주재자가 되기 위하여 선순위에 있는 피상속인의 모든 직계비속들이 제사주재자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그 직계비속들이 피상속인과 배우자 사이의 친생자 및 그 자녀들이라면 부당함이 더욱 크다.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유체·유해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낳은 자녀들 및 손자녀들 전원의 잘못과 제사주재자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소송에서 드러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통념과 윤리의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이 사건의 원만하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가.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와 영겁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원고들과 피고 2 및 소외 2(이하 피고 2 및 소외 2를 통칭하여 ‘피고 2 등’이라 한다)는 소외 1을 매개로 맺어진 더욱 특별한 기적과 같은 관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원고들과 피고 2 등 사이의 이러한 특별한 관계를 아픔과 상처를 주는 방향으로만 끌어가는 것은 비극이다. 이들의 관계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승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봉안당에 봉안된 소외 1의 유해는 ‘주검을 태우고 남은 뼛가루’ 형태로서 유골함에 보관되어 있다. 소외 1의 유해를 보관·관리하는 데 어떤 재산적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관리비용을 지출해야 함에도, 원고들은 그 유해의 인도를 구하고 피고 2 등은 원고들의 청구에 불응하고 있다. 원고들이나 피고 2 등은 이 소송에서 일관되게 소외 1을 배우자로서 또는 아버지로서 기리고 추모하기 위하여 그 유해를 보관·관리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진심으로 소외 1을 기리고자 하는 진정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원고들과 피고 2 등이 소송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제사주재자로서 소외 1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지위가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받고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법적·사회적 지위가 반드시 어느 일방에게만 독점적·배타적으로 인정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소외 1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원고들이나 피고 2 등 어느 한쪽에 독점되어야만 할 당위나 필요가 없고, 양쪽이 모두 기리고 추모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원고들과 피고 2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외 1의 유해를 보관·관리하고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사주재자는 특정한 1인으로 한정되어야만 하고 원고들과 피고 2 등 중 어느 한쪽에만 유해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경직된 도그마를 깨고 유연하게 접근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봉안당에 봉안되어 있는 유해는 분할이 가능한 뼛가루 형태이므로, 원고들과 피고 2 등은 현재 보관되어 있는 소외 1의 유해를 절반씩 나누어 각각 보관·관리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소외 1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은 주검을 수습하여 기리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망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를 치유한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의례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유대를 두터이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망인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그 유골을 나누어 갖는 것은 그 사람들이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와의 관계 및 망인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불교계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진신사리)를 세계 여러 곳에 분산하여 모셔 신자들이 봉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교의 전파에 기여하였다. 예수의 몸과 피를 내 몸으로 맞아들이는 천주교의 영성체(영성체) 의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망인의 유골은 그 양이 아니라 망인과의 관계를 이어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중요하다. 망인과 좋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망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망인의 유골을 나누어 가지고 추모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추념의 방식으로 못 볼 바 아니다. 원고들과 피고 2 등은 각자 소외 1의 유해를 보관·관리하면서 소외 1과의 실질적인 연계를 유지하고 추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소외 1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추모의 방법일 수 있다. 피고 2 등은 피고 재단법인 ○○과의 봉안당 사용계약에 따라 현재와 같이 소외 1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고, 원고들은 그 분할 받은 유해 일부를 원하는 방식으로 보관·관리하면서 소외 1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이 유해를 독점하면서 상대편의 추모 기회를 박탈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라. 이 사건은 원고들과 피고 2 등이 소외 1을 매개로 맺어진 특별한 관계가 선한 인연으로 승화될 것인가 아니면 악한 인연으로 전락될 것인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특히 원고 2, 원고 3과 장남 소외 2는 소외 1의 자녀로 태어난 점이나 태어난 시기 또는 성별에 대하여 스스로 어떠한 결정도 한 바 없다. 그럼에도 소외 1을 추모할 법적 지위를 어느 일방에만 인정하는 것과 같은 일도양단(일도양단)의 재판 결과는 패소한 당사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여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메리카 인디언 도덕률에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인류 전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고, 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인류 전체를 존중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원고들과 피고 2 등 양측 모두를 존중하는 해결책이 있음에도 한쪽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방안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법적 논리에 근거한 판결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법적 판단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 사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법적 판단에 근거한 재판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공감과 배려에 근거한 화해에 의하여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경대상판결인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의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은 모두 동일하게 제사주재자를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하는 것을 가장 우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의 유체·유해를 두고 가족들 간에 벌어지는 분쟁은 승패에 의해 판가름하는 게임과 같이 처리할 수 없고, 그 분쟁에서 패소하는 쪽 역시 망인에 대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추모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에도 망인의 유체·유해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하는 결론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소외 1의 자녀들인 원고 2, 원고 3과 장남 소외 2는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서로에 대한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대방을 원망하며 살아가게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고들과 피고 2 등의 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양쪽의 관계를 선한 인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이 앞에 놓여 있다. 이 길은 어느 누구도 당사자들에게 강요할 수 없고 오로지 당사자들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마. 이 사건에서 원고들과 피고 2 등이 모두 소외 1을 진정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원만하고 바람직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와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김명수(재판장)대법관 조재연(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오석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