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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 물권변동의 형식주의와 신임관계를 중심으로 -이정민 (2021)

모두우리 2023. 12. 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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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 물권변동의 형식주의와 신임관계를 중심으로 -이정민 

 

초록 : 지난 10년간 이중양도에 대한 배임죄 전원합의체 판례는 배임죄 구성요건 중 ‘타인의 사무’에 대한  논쟁의 역사이다. 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판시하듯, 계약 내용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기의 사무’로 볼 수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의해 소유권이전의무가 있다면 이는 ‘자기의 사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일관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는 ‘타인의 사무’로 보고 있다. 그 논거는 중도금 지급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 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고, 이러한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는 채권행위 관점에서 채무자의 대인적인 계약관계를 서술할 뿐이지, 대물적인 부동산 소유권의 물권변동을 서술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이행이라는 문제가 남는 채권행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부동산 물권변동은 형식주의를 취하는 현행 민법의 취지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고, 중도금 지급 이후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소유자는 매도인이기 때문에 매수인은 중도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더라도 부동산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어디까지나 부동산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고, 매수인이 매도인을 배제하고 그 부동산을 직접 지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매도인의 의무, 즉 ‘자기의 사무’이므로, 매도인은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될 수 없고, 배임죄는성립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이다.  
   한편 판례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가 중도금 지급 이후, 신임관계가 성립된다고 하는데, ‘신임관계’란, 일방이 타방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사무를 신뢰로 맡는 관계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계약관계이지 신임관계로 볼 수 없다. 이렇게 물권변동의 형식주의 관점과 신임관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분석해 본다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은 부정되어야 하고, 부동산 이중매매는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배임죄를 인정한 것은 형법원칙에 의한 판단이 아닌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아닌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해석하는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감행하였다. 한편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면 보충성 원칙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고려는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상의 이유로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판례변경은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수단으로 배임죄 성립이 아닌, 에스크로 제도의 활성화, 가등기 제도의 의무화 등을 제안할 수 있다. 에스크로 제도의 활성화와 가등기 제도 의무화를 위해서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하며, 매매비용 증가를 분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Ⅰ. 문제제기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매도인의 배임죄 성립여부에 관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1)이 선고될 때, 학계와 실무에서는 공개변론2) 등 신중한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기 때문에 더욱더 동산의 이중매매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도인의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판례변경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였다. 그 이유로 첫째, 배임죄 성립을 좌우하는 배임죄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석에 있어서, 동산과 부동산을 달리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동산이중매매 판례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은 ‘자기의 사무’라고 보았으며, 비록 공시방법이 인도와 등기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중매매의 불법성이나 비난의 정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동산과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도 배임죄 성립이 부정될 것을 예상하였다. 둘째, 중도금 지급 이후 등기협력의무가 있음을 근거로,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려면, 물권변동에 있어서 형식주의3)를 취하는 현행 법체계상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구별없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받은 자를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이중매매라는 것은 매도인이 제1매수인과 계약은 했지만,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케이스를 말한다. 

1) 본고에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을 토대로논의를 전개한다. 

2) [대법원 LIVE] 잔금 못받은 내 부동산, 다른 사람에게 판다고 배임죄로 처벌받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HAFdolB6qiY  

3) 형식주의의 장점은 법률관계의 획일성, 등기와 진정한 권리자의 부합이다. 즉 의사주의에 의하면 법률관계가 대내관계와 대외관계로 분리되어 복잡해지는데, 이는 물권의 배타성에 위배되고, 제3자의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즉 대외적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식주의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상태, “등기를 하여야 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는 현행 입법주의에 대한 평가” 토지법학 제29-1호, 2013., 4면 참조.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등)]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사건[공2018하,1203]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적극)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2] 부동산 매도인인 피고인이 매수인 갑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갑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 을 등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등이 피고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갑 등에 대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갑 등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 점, 갑 등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피고인에게 보낸 통고서의 내용은, 갑 등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등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부동산을 을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점,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갑 등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갑 등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갑 등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하고, 또한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56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공1983, 1683)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공1985, 405)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공2005하, 1909)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공2011상, 1223)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공2011하, 1574)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하, 19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선관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2. 23. 선고 2016노28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의 주요 경위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8. 20.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동 소유인 서울 금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지하 1층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13억 8,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계약 당일 계약금 2억 원, 2014. 9. 20. 중도금 6억 원, 2014. 11. 30.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으로 잔금 5억 8,000만 원을 지급받고 2014. 11. 30.까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내용이었다. 

(2)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3)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공소외 5(이하 ‘공소외 4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임의 고의나 불법이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등 참조). 

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타인과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형사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인정할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으로 경제활동의 근저를 이루고 있고, 국민 개개인이 보유하는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렇듯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 

(3)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으로 믿고 중도금을 지급한다. 즉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여 중도금을 지급하고, 매도인 또한 중도금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급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는다. 따라서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이러한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고의로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4)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181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법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고, 현재 우리의 부동산 매매거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왜곡 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 

라. 한편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한 후 제3자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당초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거나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 매도인인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고, 그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래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중매매를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나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

(2) 피고인은 이중매매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임차인과의 분쟁으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손해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소유권을 이전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뢰와 기대, 신임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2억 원, 2014. 9. 30. 중도금 6억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잔금 지급기일인 2014. 11. 30.이 지나도록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2) 피해자들은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하자 2014. 12. 17.경 피고인에게 통고서(이하 ‘이 사건 통고서’라 한다)를 보냈다. 그 내용은 ‘피고인이 요구조건(인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예상수익 월 2,025만 원 내지 2,430만 원씩의 비율에 의한 돈을 매매대금 잔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중도금과 특별손해까지 청구하겠으니 2014. 12. 31.까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3) 피해자 공소외 6은 2015. 4. 7. 피고인에게 전화로 ‘소유권을 주시면 임차인과의 소송은 피고인이 마무리 해주실 거예요?’, ‘이 사건 통고서를 보낸 변호사에게, 최종 목적은 부동산 매매이고, 일단은 합의가 우선이니, 해지는 보류하고 일단 기다리라고 말했다’, ‘나도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매매계약을 파기할 거면 진즉에 했지, 여태까지 기다렸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2015. 4. 13.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 15억 원에 매도하고 2015. 4. 17.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이미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한 이후인 2015. 4. 14.경 피해자 공소외 6과 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4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으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6은 ‘그거는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음 주에 소유권 이전해 주시고, 합의금을 6,000만 원으로 해 주세요’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이 2015. 4. 15.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하겠다고 하자 피해자 공소외 6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유권이전 조건으로 지금까지 기다린 기간에 대해서 잔금으로 공제하는 것으로 말씀드렸는데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였다. 

(6) 피해자들은 2015. 4. 21. 피고인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그 소장 부본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중도금을 지급하였을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2) 이 사건 통고서의 내용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일 뿐, 그 자체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4 등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4) 비록 피고인이 당시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받지 못하여 피해자들에게 이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피해자들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신임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당시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와 불법이득의 의사도 인정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 등)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정화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부동산 매도인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그때부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매하는 것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 보호를 위한 처벌의 필요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문언에 반하거나 그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한 해석일 뿐 아니라, 동산 이중매매와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매도인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대법원판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나. 형사재판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헌법과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인권보장 관련 규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어렵게 획득한 역사적 산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죄형법정주의는 당연히 명확성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하는 것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에는 그 입법목적이나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어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3600 판결 등 참조). 그러니 형벌법규는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제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명확성의 원칙에 맞게 해석하여야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형사정책상의 처벌 필요성, 민사적 구제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 국민의 비난 여론 등을 핑계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섭하려는 태도를 지양하여야 한다. 

다.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손해’를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1) 먼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판례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판례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매우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의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인 데다가 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칫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거나, 채무불이행 책임조차 인정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쉽게 신의칙에 기대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견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신뢰위반 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그에 따른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는지, 해당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하여 그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도, 뒤이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의 재산권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판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이해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임차인의 부동산 인도 거부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부동산 인도나 소유권이전보다는 계약관계의 종료 방법과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에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이러한 관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소유권이전을 위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 한편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도3102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범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손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마당이라면 또 다른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배임죄 적용이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과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험성을 제한할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3)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먼저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배임죄의 본질은 본인과의 내부관계 내지 신임관계에서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어야 하고, 그 사무 자체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임차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사안에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임차목적물을 인도하여 줄 양도인의 의무(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811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216 판결 참조), 금전채무를 변제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고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런 약정에 따른 임무(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참조),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신축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해당 연립주택을 처분해 버린 사안에서 채권자가 연립주택을 분양하고 그 분양대금을 그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수인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참조),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은 계약에 따른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라.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계약의 효력으로 매도인에게는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가 발생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이러한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매도인의 재산권이전의무나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본래부터 상대방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도 아니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위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계약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매매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에서 당사자들은 각자의 계약상 권리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에게 그 반대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향적 거래관계에 있을 뿐이다. 

설사 매도인에게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거나 매수인의 재산취득사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도 그 ‘협력의무’의 본질은 소유권이전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그 부당함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이미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정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러한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발생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거나 의무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하여 존재하는 채무이다. 중도금이 수수되어 한쪽 당사자가 마음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성질이 달라지거나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합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도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계약금이 교부됨으로써 양 당사자에게 유보되었던 약정해제권, 즉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할 뿐, 매도인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거나 본래부터 매도인 자기의 사무인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일방이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매매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말하는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란 실상 채무를 불이행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는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수인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은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라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마. 만약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면, 쌍무계약의 본질에 비추어 상대방인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균형이 맞다.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피고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부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상대방에 대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유무를 달리 보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았다면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물권을 취득하기 전에는 채권자로서 대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에 있어서 보호 정도를 달리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나 처벌 필요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등기협력의무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라는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켜,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대법원이 종래 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선고한 판시와 배치된다. 즉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매매계약의 경우, 쌍방이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매매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계약에 따른 매도인의 주된 의무는 대금을 지급받는 대가로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다. 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사. 그런데도 굳이 부동산은 등기에 의하여 공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대법원은 이미 부동산의 경우에도 채권담보 목적으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사안에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비록 대물변제예약 사안이지만 피고인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그 의무위반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도 같게 다루는 것이 옳다. 

아. 다수의견은 부동산이 가지는 재산적 특수성과 부동산 거래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의 중대성, 그리고 부동산 매매대금이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 관행과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이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동산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매수인의 사무로 변했다거나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자.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그러한 법원칙 위에 여러 가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인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매수인을 보호하여 매도인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다수의견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족한 사안에 국가형벌권으로 개입하고 있고, 더욱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하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처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거나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인 간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합리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전에 형벌법규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질서에 비추어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중대성, 이중매매를 방지하여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관계를 유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증인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으로 이중매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형사처벌이라는 권력적 수단에 의존해 왔을 뿐 이와 같은 자율적 해결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이념과 그동안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 시민의식의 성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충분히 시장경제질서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국가형벌권의 개입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수의견이 부동산 가치의 중대성이라는 고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를 추구해 온 그동안의 대법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한,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2001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형벌법규의 입법목적, 전체적 내용과 구조 등을 살펴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관의 당연한 임무이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나.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나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예시하여 그 요건을 단순히 범죄행위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관이 그 구성요건요소를 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 범죄행위에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재산상의 이익’, ‘손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적 또는 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거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이러한 본질에 입각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에 관한 해석기준을 세워 왔다. 최근까지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피고인이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이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반대의견은 임무위배행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종래 판례가 임무위배행위를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임무위배행위의 내용을 도저히 확정할 수 없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별 구성요건요소는 사전적·형식적 의미만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종래 판례가 신의칙이나 신임관계라는 규범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배임죄 구성요건을 해석해 온 것은 현실에서 문제 되는 사무 처리의 유형이 다양하고, 이행단계나 처한 상황에 따라 처리 사무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사무의 성질이나 구체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을 위하여 취해야 할 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벌법규를 해석하는 데 법관에 의한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일의적 개념만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임죄 자체가 신임관계에서 비롯된 신뢰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무위배행위는 곧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언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배임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신임관계를 기초로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배임죄는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가 아님은 분명하다.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 자체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이 무한히 확대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판례 법리를 계약위반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의 정도, 계약 구속력의 정도, 거래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사법으로 보호해야 할 정도의 신임관계가 발생하였는지, 형사벌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해석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 반대의견이 어떠한 이유로 임무위배행위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라.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기의 사무’에 불과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 자체의 성질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와 ‘자기의 사무’를 일도양단하듯이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사무의 유형이나 성질, 계약관계에 있는 경우 계약상 의무의 유형이나 의무위반행위의 모습만을 가지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본질적인 내용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문언적 해석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사무’의 의미를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그 타인을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어떤 사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 또는 ‘타인을 위한 사무’인지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반대의견도 ‘타인의 사무’라고 보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위임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처리하는 사무는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사무’이기도 하지만 약정된 자신의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업무로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자기의 사무’이기도 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는 매도인 자신의 채무로서 자기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나, 매수인의 입장에서 재산을 취득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수인의 사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이행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수인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에 따라 자기의 사무이자 타인의 사무인 경우가 있고, 반대의견이 논하는 대향적 거래관계라는 사정만으로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할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하는 계금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에 불과하지만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징수하게 되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할 임무가 있고(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참조), 이때 계주의 계금지급의무는 계주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는데도 그 임무를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67. 6. 7. 선고 67도118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 참조). 또한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 때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매매, 담보권 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타인의 사무’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다종다양한 거래관계를 자기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종다양한 거래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법해석에 불과하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형적·본질적인 내용,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는지는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관계의 내용이나 성질,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약정에 따른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가 아니고, 중도금이 수수되었더라도 그 성질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비롯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종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등기에 관한 공동신청주의 아래에서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통상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의 실질이나 거래의 관행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수인이 매매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행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매도인도 그에 대응해서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보존하고 관리할 임무, 즉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판례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매도인이 신임관계를 고의적으로 저버리는 배신적 처분행위로 목적부동산에 관한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른 계약의 유형에서도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지만 일정한 계약의 이행 단계에 이르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에서 본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143 판결, 대법원 1994. 3. 8. 선고 93도2221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한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의적 배신행위로 이행불능을 야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한 구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사적 영역에 형벌권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에 형벌로 처벌할 수 없다거나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재산범죄는 궁극적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그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형벌권이 어떤 행위에, 어떤 국면에서 개입할 것인지는 민사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형사특별법 고유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재산범죄인 사기죄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거래에서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고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없다고 하겠으나,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378 판결 등 참조).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거래에 수반된 과장이나 허위가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인 경우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신뢰위반행위가 계약의 내용과 이행의 정도,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등에 따라 시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배신적 행위인 경우 역시 형사법적 관점에서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아래와 같이 여러 사례를 이유로 다수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고,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매도인의 주된 의무가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라는 점,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고 하여,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배임죄의 개념요소라 할 수 있는 ‘신임관계’를 민사상 채무의 유형이나 그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동산 매매와 부동산 매매는 통상적 거래의 관행이나 신의칙상의 기대, 거래의 진행단계에 따라 타인의 재산상 이익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었다고 볼 것인지 등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일정한 행위가 형사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정도의 배신적인 행위인지는 그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계약에 따른 채무의 유형이나 권리 변동의 구성요소 등과 같은 법적 구조의 일부 외형이 유사하다고 하여 규범적 판단의 결과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 반대의견은,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이 사건 이중매매 사안이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같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판결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 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부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이어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대물을 통해 ‘변제’하는 것에 있다. 반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매수인이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 매도인이 그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과 부동산 매매는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같이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반대의견은, 잔금 지급 전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매수인이 약정에 따른 담보대출금에 의한 매매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판례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재산보전 협력의무에 있어 매도인과 매수인에 차이를 두는 것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수인의 주된 의무인 금전지급의무와 부동산 매도인의 주된 의무인 재산권이전의무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충분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금전지급의무는 그 불이행으로 인해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은, 이중매매의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판례가 제2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매도인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까지 수령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는데도 제2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것은, 제1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협력의무의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고(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427 판결 등 참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사 없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은 후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2매수인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매도인이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경우, 제1매수인에 대한 배임죄 또는 제2매수인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고,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새로운 매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매도인에게 신임관계와 임무위배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한 보호는 보호의 형식이나 국면을 달리하는 것일 뿐 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매도인에게 성실한 이행이 기대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자유로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매수인의 이행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행청구권은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를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 중 하나이다. 매도인이 배신적 행위를 통해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계약의 효율적 파기를 인정하는 견해나 이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제에 따른 매매대금의 반환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는, 원칙적 구제수단으로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다음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부동산의 가액이 올라간 경우에는 매도인이 언제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림으로써 매수인의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손해배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은 그 책임이 있는 자가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한 매도인은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배신적 행위는 매도인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도인이 경제적 자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한 뒤 받은 금전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매수인의 대금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실질적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이중양도 또는 이중매매를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아, 형사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중매매를 억제하여 온 판례의 태도는, 의용민법이 시행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 판례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한 민법이 최초로 시행된 1960. 1. 1.부터 현재까지 판례는, 중도금이 수수되어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이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왔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같이 하고, 다만 횡령죄가 재물을 객체로 함에 대하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점에서 구별될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부동산을 이중으로 처분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거래활동을 규율하는 사실상의 법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국민의 거래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확고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추구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보호는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이 그 핵심이다. 대법원이 피해를 야기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기존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나 현실적 필요를 발견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유지하고자 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는 매수인 보호에 충실한 해석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반면에 형벌이라는 최종적 수단을 통하여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르는 길을 지나치게 넓게 열어주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갖고 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매수인 보호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이라는 형법의 역할 가운에 어느 쪽을 절대시하여서는 아니 되고, 두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방의 법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방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오히려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것이 헌법이 뒷받침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사상이다. 

나.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확장해석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당 사무가 상대방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만으로 당연히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가 생겨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위임계약에서와 같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자(민법 제681조 참조)는 그 계약의 내용이나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계약이나 근로계약에서도 유사한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당사자 일방이 부동산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민법 제563조 참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는 목적부동산을 될 수 있는 한 매도인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매수인은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이 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 또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나 매도인의 목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나 대금을 취득하기 위해 그 대가로서 부담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 점은 매매계약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를 매수인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매도인에 대하여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시점부터 인정하고 있다. 

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1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으로 10%를 더 지급하여 매매대금의 20%를 지급한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때에 이중매매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이는 결국 형벌로써 매도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을 감수하지 않는 한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부정된다. 매수인에게 발생될 수 있는 손해를 충분히 배상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매수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매도인의 계약 해소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형법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있고, 소유권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211조 참조). 

라.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가 형성된 실질적인 이유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가 보유하는 재산의 대부분을 매매대금으로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와 같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상당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매수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지급한 매매대금마저 반환받지 못함으로써 심대한 손해를 받는데도,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에만 맡겨 두는 것으로는 매수인 보호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을 당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금 또는 중도금 등의 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우려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수의견의 법리는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일방인 매수인의 법익 보호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배임죄 구성요건의 문언을 벗어나 그 포섭범위를 확장하는 해석을 함으로써 상대방인 매도인이 갖는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는 법익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명확한 형벌규정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형법의 해석원칙을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격에 비추어 결코 매수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부동산 매도인을,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해석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법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법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배임(일부인정된죄명:배임미수)][미간행]

【판시사항】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적극) /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교환계약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여부 (적극)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제596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20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기문 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16. 7. 7. 선고 2015노31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교환계약에 있어서도 달리 볼 수 없다. 즉, 사회통념 내지 신의칙에 비추어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교환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의무를 이행받은 당사자는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2.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2007. 5. 1.경 그 소유의 인천 강화군 (주소 1 생략) 토지(이하 토지는 지번으로만 표시한다) 중 85평 및 (주소 2 생략) 토지와 피해자 소유의 (주소 3 생략) 토지 중 705평을 교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교환계약 체결 후 (주소 1 생략) 토지는 (주소 1 생략), (주소 4 생략), (주소 5 생략), (주소 6 생략), (주소 7 생략) 토지로 분할되었고, (주소 3 생략) 토지는 (주소 3 생략), (주소 8 생략), (주소 9 생략) 토지로 분할되었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토지를 임의 분할하였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고소사건의 수사 중인 2010. 6. 11.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주소 7 생략) 토지와 (주소 2 생략) 토지를 양도하고 3,000만 원을 지급하며, 피해자가 소유하던 (주소 3 생략) 임야의 면적이 감소된 것을 감안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1,100만 원을 정산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2007. 5. 1.경 교환계약과 2010. 6. 11.경 합의를 통칭하여 ‘이 사건 교환계약’이라고 한다)

라. 피고인은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라 2010. 12. 27.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의 나머지 정산금 지급채무와 피해자의 정산금 지급채무를 상계함으로써,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정산금 지급채무는 900만 원만이 남게 되었다.

마.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교환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였고, 피해자는 2011. 12. 12.경 법무사 사무실에 (주소 3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맡긴 후, 피고인에게 ‘(주소 3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 놓았으니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른 서류 일체를 교부하고 위 서류를 찾아가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피고인도 그 무렵 위 통지를 수령하였다. 

바. 피고인은 2013. 1. 3.경 (주소 2 생략) 토지를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로 등록전환 및 분할한 후 위 토지에 도로를 개설하였고, 같은 날 (주소 12 생략), (주소 15 생략) 토지에 (주소 16 생략), (주소 17 생략), (주소 18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를, 2013. 6. 4. (주소 12 생략), (주소 15 생략) 토지에 (주소 19 생략) 내지 (주소 22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를 각 마쳤다. 

사. 피고인은 법무사에게 (주소 23 생략), (주소 24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를 승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을 위임하였는데, 법무사가 착오로 등기를 잘못 신청하여 2013. 6. 4.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주소 23 생략), (주소 24 생략) 토지를 승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해자는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른 금전지급의무를 다하였고, 법무사 사무실에 (주소 3 생략)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맡긴 후 피고인에게 서류를 맡긴 사실과 이를 찾아가라는 내용의 통지까지 마쳤다. 이로써 이 사건 교환계약은 사회통념 내지 신의칙에 비추어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의 (주소 2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주소 2 생략) 토지를 처분하고 지역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가 2011. 12. 12.경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만으로 피고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피고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피해자의 사무로 전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배임][공2019상,335]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극) 및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적극) /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적극) 

[2] 피고인이 갑과의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을 갑에게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는데 그 후 금융기관에서 일정 금액의 돈을 대출받으면서 목장용지에 금융기관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2] 피고인이 갑과의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을 갑에게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는데 그 후 농업협동조합에서 4,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목장용지에 농업협동조합 앞으로 채권최고액 5,2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침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55조, 제565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5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20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6. 11. 4. 선고 2016노18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증여계약에 따라 경기 양평군 (주소 생략) 목장용지 1,017㎡ 중 1/2 지분을 증여하고,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증여계약에 따라 목장용지 중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가 발생하였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임무에 위배하여 ○○농업협동조합에서 4,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2011. 4. 13.경 목장용지에 관하여 ○○농업협동조합 앞으로 채권최고액 5,2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 

3. 원심은, 설령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피고인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검사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배척하였다. 

4.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하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622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공2020하,1137]

【판시사항】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 준 경우, 가등기로 인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변경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 주었더라도 이는 향후 매수인에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준 것일 뿐 그 자체로 물권변동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도인으로서는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가등기로 인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변경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5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203)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윤혜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0. 30. 선고 2019노102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5. 9. 18.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고 한다)에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52억 원에 양도하되 10억 원(계약금 4억 원, 중도금 2억 원, 잔금 4억 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 원은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공소외 2 새마을금고 명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한 후 2016. 3.경까지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로 합계 825,225,110원을 교부받았으므로 피해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2016. 3. 31.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 2016. 4. 4. 공소외 3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5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2015. 10. 29.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4억 원 중 약 3억 2,100만 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해 회사 명의로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 줌으로써 피고인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사가 피고인의 아무런 협력 없이도 가등기의 순위보전 효력에 의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준 이상,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양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설령 피해 회사가 이후 중도금까지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본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향후 매수인에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준 것일 뿐 그 자체로 물권변동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도인으로서는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가등기로 인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변경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까지 지급받은 이상 매수인인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고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즉 형식주의 입장을 철저히 관철한다면, 제2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보호해야 하므로 매도인의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동산 이중매매 판례(2018년 전원합의체판례 포함)의 입장은 제1매수인이 먼저 계약을 하였기 때문에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의사주의적 태도4)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의 이면에는 형식주의에 기반한 법논리 일관성보다 정책적 고려가 있어 보인다. 

4) 의사주의는 등기를 갖추지 않아도 당사자 사이에 물권변동이 일어나지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러나 의사주의에 의하면 계약금 지급 후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일단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다시 매도인에게 돌아오는 복잡한 관계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상태, 앞의 논문, 3∼4면 참조.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다면, 부동산 이중매매는 매도인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이라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불이행 사안이 되며,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런데 매수인 입장에서 부동산 이중매매를 보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를 이루지 못했고 민사상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았으나, 특히 가격 급등 시기에는 그것으로 유사한 수준의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에서 나온 내용이지만 이러한 경우, 형사정책적 처벌의 필요성, 민사적구제 수단의 불비를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5)때문에 매도인이 매수인(‘타인’)의 사무처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한편 민사상 채무불이행 법리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형사 처벌하게 되면,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위반인데, 이는 매도인이 갖는 헌법상 자유인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도 침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형식주의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형법의 일반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보충성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판례변경의 논거를 모색하고, 처벌대신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정책적 제안을 검토하기로 한다. 
  본문에서는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당시 판례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물권변동의 형식주의 측면에서 사안을 검토하며(Ⅱ), 아울러 판례에서 언급은 하였지만 논증하지 않았던 ‘신임관계’의 측면에서 사안을 재검토하기로 한다(Ⅲ). 마지막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 처벌 대신, 부
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Ⅳ)을 하기로 한다. 

5)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부동산 이중매매사건 반대의견 참조.

 

Ⅱ. 배임죄 ‘타인의 사무’와 물권변동의 형식주의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결요지]에서 쟁점 부분을 살펴보자.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
게 된다. 그 때부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이 판례를 분석하기 위해 우선 중도금 단계에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는 배임죄 주체를 결정하는 ‘타인의 사무’와 관련된 문제이다.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는 현행 민법에서는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부족하고, 공시방법까지 갖추어져야 소유권 변동이 일어난다. 
   한편 이러한 시점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판결문의 문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당사자간 계약관계의 진행사항을 말해 주는 채권행위 관점의 서술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판결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채권행위와 물권행위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중도금 이후,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를 위해, 중도금 단계에서 부동산이 누구의 재산인지, 매도인과 매수인과의 관계를 신임관계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1. 배임죄 ‘타인의 사무’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자6)이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7) 행위자는 자신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8) 타인도 할 수 있으나 자신이 대신하는 일이라면, ‘타인의 사무’라고 말할 수 있다.9)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나, 그 일을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타인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타인을 위한 자신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는 아닌 것이다.10) 이를 부동산 이중매매에 적용해 보면 문제는 간명해 진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나 그 일을 매도인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타인(매수인)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타인(매수인)을 위한 자신(매도인)의 사무이지 타인(매수인)의 사무는 아닌 것이다. 

6) 사무를 처리하는 근거, 타인의 사무와 자기 사무에 대한 근거의 문제, 타인의 사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설정 등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는 논문으로, 안경옥,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동산·부동산의 이중매매·이중양도 등을 중심으로” 법조 Vol.720, 2016., 577면 참조. 

7)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판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안철상, 노태악의 보충의견.

8) 타인의 사무 인식가능성에 대해, 류전철교수는 행위자가 자신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무위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많은 판결들에서 법관들마다 이견이 있는 것을 본다면 타인의 사무인지가 문제되었던 사건들은 포섭의 착오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류전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의 해석과 민사법리의 관계” 형사판례연구 24, 박영사, 2016., 438면 참조. 

9) 일본에서는 배임죄 주체에 대해 ‘본인을 대신해서 법률행위에 의해 재산처분에 대해 의사내용을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허용되는 주체’로 이해하고 있다. 大塚仁 외 3인 편저, 大コメンタール刑法第13巻, 青林書院, 2018., 219면 참조  

10) 박찬걸, “부동산 이중매매가 과연 형사처벌의 대상인가?” 형사정책 제30권 제1호, 2018., 27면 참조.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부동산 이중저당 사건〉[공2020하,1429]

【판시사항】

[1]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 이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적극)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갑 사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갑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3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공2008상, 639)(변경)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윤성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6. 선고 2019노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한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이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하지 아니함을 밝혀둔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채무자가 차용금을 수령한 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실제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는 다수의견과 같이 ‘저당권’이라고만 한다). 이러한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포섭 대상인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로부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적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맹목적으로 이끌린 나머지,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하여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신임관계마저도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시켜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률상 공백상태를 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할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1)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3) 나아가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최근까지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교환, 증여 및 대물변제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도1944 판결). 

라.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와 담보설정행위는 양자 모두 등기절차의 협력이라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반하였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더러,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대법원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에 관하여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와 양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즉,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이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의무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채권자가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러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저당권설정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경우에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동산의 현금화를 위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자가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되는 반면,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불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와 같이 협력의무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위 두 가지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이와 같이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후 제3자에게 대상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소유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는 방법 대신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시가에 상당하는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금액은 부동산 매매에서 통상 정해지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합계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대로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사무가 단지 채무자의 개인적 사무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채권보전과 무관하다고 보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에서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이러한 거래가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교환이나 증여의 경우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취지는 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한 당사자의 신뢰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환이나 증여보다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의 정도나 상대방에게 미치는 손해가 비할 바 없이 큰 부동산의 이중저당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가벌적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다르게 볼 만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거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저당권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이므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전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는 시각에 서 있는 듯하다.  

부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을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부종성에 터 잡은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담보물권도 성립하지 않고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는 것이 민사법에 따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저당권설정자의 의무는 엄연히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로서,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부종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결부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근저당권은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배제되어 있어 피담보채권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하더라도 근저당권의 존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참조).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이유는,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는데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 의해 변제되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담보채권 위에 질권을 설정하여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피담보채권과 함께 해당 저당권을 타에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투입하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피담보채권과 함께 근저당권을 양도하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조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은 어느 목적물이 가진 교환가치의 취득 및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 소유권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는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인 교환가치가 파악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소유권의 양적 일부인 공유지분이 이중으로 양도되는 경우 여느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처럼,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가 이중으로 양도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임은 물론 균형에 맞는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 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또는 그에 대한 신뢰관계 자체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하고,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금전소비대차)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바.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에 양도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에 관한 유지·보관의무 등을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 즉 채권자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채무자의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권리취득에 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으로 가벌적 임무위배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도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사.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다고 보아,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이행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재산권인 담보물권을 형벌에 의해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재산의 교환가치를 객관적으로 적정하게 파악하여 그 우선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까지는 중시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및 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최고법원으로서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 이르러 종전과 다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피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을 갈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죄형법정주의나 그중 하나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이를 가지고서 위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말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그 권리이전의 형식만 다를 뿐 모두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본질적·전형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양도담보의 경우 부동산 매매와 동일하게 양도담보설정자의 의무는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법제도의 발전에 따른 민사채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의 자제 및 재산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최근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흐름에 배치되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형벌법규로써 규율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가져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어 등기를 갖추어야만 권리를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또한 사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은 한정된 자원의 적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에도 방해가 된다. 

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당사자 일방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금전채무 담보 목적으로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역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 사안에서 주식 양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판례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사안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다수의견이 위 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다. 또한 같은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반해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설정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되고, 저당권설정등기 전에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며, 기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지만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저당권설정계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약정으로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등기를 마쳐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으면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3)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 다수의견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점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의 핵심이다.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등기협력의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종래 판례에서 공동신청주의에 따른 등기의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 태도를 지양하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 그 취지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등기협력의무를 곧바로 타인의 사무로 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의 유형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 현실 등을 바탕으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우리의 사회 현실을 감안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중도금 제도가 개선되거나 가등기, 처분금지가처분 등 권리확보수단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의 교환이나 증여는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다수의견에 직접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하지 않았을 뿐, 이에 관한 판결들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나) 반대의견과 같이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는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보의 대상 또는 채무에 대한 담보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각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여전히 타인의 사무로 봄으로써,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 저당권은 모두 동일한 담보권으로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의 방법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저당권설정계약과 유사한 유형의 법률관계는 대물변제예약이지 매매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반대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부동산을 저당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담보 제공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와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변제확보 방안으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담보가 설정되기도 전에 금전을 대여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처음부터 담보 제공을 할 의사도 없이 담보 제공 조건으로 차용금을 교부받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의율될 여지가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실질은 결국 일반 민사채무를 불이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채권자는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쟁점은 부동산 소유자가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다음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먼저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1)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그 규범적 의미를 명확히 하여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으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법률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문장의 가능한 언어적 의미내용을 명확하게 하고(문리해석), 동시에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해석해야 한다(논리해석). 형벌법규의 문언이나 논리에 따르는 것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에는 형벌법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질서 전체의 이념, 형벌법규의 기능, 입법 연혁, 입법 취지와 목적,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보호의 목적, 행위의 형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한다(목적론적 해석). 이러한 해석방법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해 온 확립된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도4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문언해석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처리(처리)’를 ‘대행(대행)’으로 좁게 이해하는 것은 그 문언적 의미에 반한다. 

‘처리’는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는 것인 반면, ‘대행’은 남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다. 처리라는 용어에는 대행과 달리 대신하여 행위를 한다는 한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법률용어로서 대행과 구별하여 사용되는 대리(대리), 대표(대표), 사무관리(사무관리) 등도 ‘처리’에 포함되고, 그 밖에 사실상 행위, 가령 심부름을 하는 일이나 은행창구 직원의 계좌이체행위 등도 ‘처리’에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 관하여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 재산의 관리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즉,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해 왔고, 이는 오랜 기간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타인의 사무로 본 것도 위와 같이 확립된 문언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선고한 대법원판결들에서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서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또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와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는 모두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이고, 위와 같은 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만일 위 두 경우 중 어느 한쪽을 부정한다면 다른 쪽도 부정해야지, 어느 한쪽을 긍정하면서 다른 쪽을 부정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좁게 해석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무슨 근거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에 해당하는 재산보전협력의무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으로 법해석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법령, 법률행위, 사무관리와 신의성실 원칙 등에서 나오는 사무에는 대부분 자신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성격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위임계약도 유상으로 한 때에는 쌍무계약(무보수의 특약이 없으면 보수지급의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로서, 실제 쌍무계약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의 각 채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이 맡긴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위임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기 위하여 위임계약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경우가 위임계약의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화해 등의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의 재산적 이익에 반하는 취지로 합의를 하였다면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수의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사의 사무 역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위임에 따른 사무도 오롯이 타인의 사무로만 볼 수 없는데도,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타인의 사무처리자를 좁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임이나 고용과 같은 계약에 기초하여 일을 하는 경우를 대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수임인이나 피용인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임인이나 피용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한 이유도 위와 같이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어느 한쪽으로만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 문언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문언해석으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포괄할 수 없다면,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견해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된 문언적 의미를 무시한 것이거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안에 따라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다르게 본 것이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배임죄의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배치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일본의 1940년 개정형법가안 제442조 제2항(‘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로 규정되어 있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의 현행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일본 판례는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저당권설정자는 그 등기에 관해 이를 만료하기까지는 저당권자에게 협력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는 주로 타인인 저당권자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를 통해 인정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라고 규정한다. 독일 형법은 권한남용 구성요건과 배신 구성요건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배임죄를 구성하고 있는데, 독일의 통설은 권한남용 구성요건을 배신 구성요건의 특수한 형태이고 배신 구성요건을 일반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연방대법원도 배임죄의 본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위반에 있다’고 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독일의 배임죄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이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있다는 배신설을 따르고 있다. 즉, 배임죄를 사무처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재산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본다. 따라서 사무처리자와 제3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무처리자와 본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된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해석방법이다. 법해석은 입법자가 이미 고려하였던 것을 단순히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금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타인의 사무’라고만 되어 있을 뿐 타인의 사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을 기초로 ‘타인의 사무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와 배임행위에 관한 이러한 법리는 형법 규정에서 바로 도출할 수 없고, 배임죄의 본질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에 기초한 목적론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절도죄나 상해죄 등과 같이 구성요건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권리행사방해죄나 배임죄와 같이 그 구성요건에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그 규정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타인의 권리가 무엇이든 그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하기만 하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근거는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신의성실 원칙도 포함되고, 사무처리의 내용도 각각의 근거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며, 무엇이 주된 의무인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타인의 사무가 무엇이고 본질적 내용이 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배임죄 판단의 징표로 삼고 있는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률관계의 유형, 개별 약정의 내용이나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채무의 변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이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아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과 그 성질상 차이가 없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무자 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저당권이 아닌 근저당권인데, 근저당권에서는 이른바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구별되는 특질이 있다.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거나 이전되더라도 근저당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즉,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기 전에는 비록 발생한 채권을 채무자가 변제해도 근저당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대법원 1965. 4. 20. 선고 64다169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를 말한다)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은 ‘채무이행의 방법’에 관한 약정으로 민법의 채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담보권설정’에 관한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에서의 부종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담보채무의 변제만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주요 내용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까?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부수적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사무 유형을 구분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그 성립 여부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해석론에 반한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없이는 상대방이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일정한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목적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충분하고 이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고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것은 소유권 등 물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 중에서 전형적인 배임행위로 평가되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에 관하여 일관되게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판례는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사무처리자의 상대방에 대한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도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이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을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문언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의 처벌 범위에서 제외하되 채무불이행 유형 중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일정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무엇보다도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았다면, 그와 동일한 유형의 신임관계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로서, 그 의무 이행 없이는 상대방이 재산을 취득할 수 없어 사무처리자의 처분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경우도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아야 한다. 양자를 달리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달리 판단하였다는 의미에서 평가모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그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나 배임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거가 없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이중저당 사안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배임죄에 관한 규정 없이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사항을 다른 형벌 규정 등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매우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단독신청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이중처분의 우려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공동신청주의를 채택하여 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와 등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부동산 이중처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보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저당거래가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중저당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 등에 관한 공증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이중처분행위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계약한 대로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정착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므로 사적 자치에 맡기고 이제는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민사적 권리구제가 확충되어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사정변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 그중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약을 파기할 자유, 계약을 위반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약속을 믿고 행동을 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까지 자율의 영역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장하는 권리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행청구나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수단이 이용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배임죄 등 몇몇 형사범죄는 바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문제 되는 일정한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전형적인 배신행위로서 신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는데, 이를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양자가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중매매의 경우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중저당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은 거래 현실이나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모두 매도인 또는 채무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이 미칠 다음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소비대차에 따른 금전을 주고받기 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담보권은 담보제공자의 이행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고, 채권자 스스로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은 무담보 채권이 되어 채무자에게 다른 자력이 없다면 공허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여금 채권 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채권자가 언제나 사회적 강자이거나 채무자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담보대출의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준공 시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그 약정을 위반하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분양자나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다음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먼저 취득한 다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 만일 법원이 담보설정을 약정한 분양업자 등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받기 전에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실상은 신뢰관계에 기초한 담보대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대출경색으로 채무자들이 제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산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3) 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사후적으로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행이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데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넘겨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그 금원을 변제받았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중저당으로 채권자를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채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 침해와 그로 인한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에 따른다면, 어떤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대표이사와 회사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고 고용 또는 위임계약이라는 민법상 법률관계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배임죄로 처벌되는 대부분의 형사사건도 그 본질은 계약을 위반한 것에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민사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형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 모두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근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석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과 배임죄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채무자의 배신적인 이중처분행위와 관련된 여러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이에 의하여 변경되는 판례의 범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이 사건 쟁점은 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은 대상과 처분 시기를 달리하므로, 그 결론이 통일될 이유는 없다. 

나.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위 두 사건의 원심판결에서 ‘근저당권설정의무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모두 배척되었고,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 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위 2개의 대법원판결에서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한 명시적 법리 판시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죄 인정 여부는 직권판단 대상인 이상,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타인의 사무임을 전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판단한 위 2개의 대법원판결도 판례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12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받지 아니한 채 화물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한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법리 판시 없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상 판결로 포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다. 설령 명시적인 판례변경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직전에 선고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동산 이중매매와 마찬가지의 법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저당권설정등기의무 불이행은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채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명시적인 법리 판시가 없더라도 각급법원의 판결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지도적인 해석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도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여전히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태도를 위 2개의 대법원판결 선고 시로부터 불과 6개월여 만에 바꾼 것으로, 하급심 등의 실무에 혼란을 가져오고 대법원판결의 신뢰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위와 같은 짧은 기간에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볼 사정변경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6도8447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것의 의미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공2020하, 1419)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429)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모든 담당변호사 권용준 외 5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6. 5. 19. 선고 2016노5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공소외 1이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 소유의 이 사건 임야 등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가등기를 마쳐 주기로 한 이 사건 약정에 위배하여 제3자에게 이 사건 임야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하면, 공소외 1은 공소외 2 회사의 실질적 대표자이고 피고인은 공소외 2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인데 이 사건 약정은 공소외 1의 피해자에 대한 차용금 채무 21억 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소외 1은 이 사건 임야 등에 관하여 매매예약 가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고, 공소외 2 회사는 이에 필요한 가등기 등 관련서류를 제공한다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약정에서 공소외 2 회사와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은 위 차용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공소외 2 회사를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새로운 법리가 판시되기 전에 원심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20도3514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2]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상, 723)
[1]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429)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905)
[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공2011상, 1223)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천효재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0. 2. 13. 선고 2019노155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금전채권채무의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채권양도담보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피담보채권인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3억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 목적으로 이 사건 전세보증금반환채권 5억 원 중 2억 2,000만 원(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전세권근저당의 실제 피담보채무액 2억 8,000만 원 제외)을 양도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 양도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2억 3,500만 원으로 하는 전세권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2억 2,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담보가치 유지·보전에 관한 사무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무의 한 내용임을 넘어 피해자의 담보 목적 달성을 위한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담보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전세권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다음은 지난 10년간 이중양도 배임죄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타인의 사무’ 인정 여부이다. 

 

  동산 이중매매에서 말하듯, 계약 내용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이다. 이러한 논리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계약,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계약에서도 적용되어 배임죄 성립이 부정되었다. 부동산 이중매매계약만이 계약내용에 따른 채무를 ‘타인의 사무’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위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도인의 사무는 ‘자기의 사무’로 해석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함이 타당하다.  


2. 채권관계에서 본 매도인의 의무  


   그렇다면 쟁점은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 수령 이후, 매도인의 지위와 의무가 계약금 단계와 달리 변하는 것인지로 옮겨 가야 한다.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판례의 이 문장은 채권행위 관점과 물권행위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단, 채권행위 관점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당사자간 계약관계의 진행을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채권행위 관점의 채권자·채무자의 대인적인 계약관계를 서술할 뿐이지, 대물적인 부동산 소유권의 물권변동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1)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의 의무  


    채권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전개되는 법률관계를 총칭한다. 채권은 채무자인 ‘특정인’에 대한 권리이다. 채권은 채무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한다.11) 예를 들어 부동산에 대해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 목적이 된 권리를 이전할 채무를 지고, 매수인은 대금을 지급할 채무를 지며, 이 쌍방의 의무는 동시에 이행하여야 한다(민법 제568조 제2항). 대금을 받고 소유권 이전의무를 불이행하거나 잔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채무의 이행은 채권자를 위한 사무일지라도, 채무자의 의무이다. 이러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채무불이행이며, 이는 전적으로 민사법 영역이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도 소유권 이전의무는 매도인 채무자 자신의 사무12)이다. 민사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형사법이 개입하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또한 민사책임 외에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할 거라면, 채무불이행을 했을 때,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 모두에게 채무불이행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공평하다. 

제568조(매매의 효력)  
①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를 이전하여야 하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쌍방의무는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동시에 이행하여야 한다. 
11) 김준호, 민법강의 , 법문사, 2021., 424면 참조. 

12)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참조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배임][공1976.7.1.(539),9195]

【판시사항】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뜻 

【판결요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단순한 채권적인 급부의무에 불과한 금원의 지급의무만을 부담하는 경우와 같이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에 속하는 경우라면 그 사무를 타인을 위하여 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전 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금병훈

【원 판 결】 부산지방법원 1975.5.30. 선고 75노339 판결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은 건물을 신축하는 건축주로서 피해자 공소외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자인 공소외인이 건축공사를 하게 된 바 피고인이 위 수급인에게 지급한 채무 400만원에 대한 담보조로 양인간에 피고인 소유인 부산진구 (주소 생략) 가옥 1동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명의는 그대로 피고인 명의로 보유한 채 그 처분권한을 위임하는 각서를 교부한 바, 그 후 피고인과 위 공소외인간에 위 가옥을 매도하여 그 매매대금 중 100만원을 위 공소외인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동 가옥을 매각하였으면 위 공소외인에게 1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가옥을 1973.6.29 475만원에 매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100만원을 위 공소외인에게 지급하지 않고 임의 소비하므로써 그 임무에 위배하여 동인에게 동액상당의 손실을 가하였다는 취지의 사실을 인정한 후 이를 배임죄로 처단하였고 원심은 이를 적법하다 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에 속하는 경우라면 그 사무를 타인을 위하여 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가옥을 매각한 금원 중에서 100만원을 위 공소외인에게 지급할 의무만을 부담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금원의 지급의무는 단순한 채권적인 급부의무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사무에 속한다 할 것이니 위 지급의무가 있다하여 피고인을 위 공소외인의 사무처리를 담당한 자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판단한 조치는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니 논지는 이유있어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병호(재판장) 주재황 임항준 라길조   
대법원 1982. 9. 28. 선고 81도2777 판결
[배임·폭행치사·횡령][집30(3)형,81;공1982.12.1.(693) 1039]

【판시사항】

가. 동업자가 동업재산에 대한 지분을 임의처분하거나 동업재산 매각대금을 임의소비한 경우 횡령죄의 성부  (적극)  

나. 동업자의 지분권 임의양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다. 건물을 매수함으로써 전 소유자로부터 취득한 타인의 건물사용 수익에 관한 채권행사를 불능하게 한 경우 그 건물 매수인이 전 소유자와 함께 배임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지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가. 동업재산은 동업자의 합유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동업관계가 존속하는 한 동업자는 동업재산에 대한 그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고 동업자의 한 사람이 그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또는 동업재산의 처분으로 얻은 대금을 보관중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나. 피고인과 공소외(갑)이 피고인 소유의 대지 및 신축 중인 건물부분을 금 60,000,000원에 평가하여 그 반액에 해당하는 금원을 공소외 (갑)이 투자하여 동업하기로 하고 공소외 (갑)이 피고인에 대하여 가지는 기존 채권 27,000,000원을 그 투자금으로 충당하고 위 부동산에 대하여 각 50% 씩 권리를 확보하기로 하되 위 건물이 완공되어 그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날로부터 4개월 내에 피고인이 공소외(갑)의 투자금 및 이에 대한 월 5분의 이자를 가산 지급하면 위 동업관계는 당연 종료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후 완공된 건물에 관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갑) 공유명의로 보존등기를 경료한 경우에 있어서, 피고인이 위 약정에 따라 동업관계를 종료시키기 위하여 피고인의 1/2 지분을 타에 양도한 행위나 그 양도대금을 공소외 (갑)의 투자 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한 행위에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사용수익권을 부여하는 문제의 약정은 공소외 (갑)이 채권자인 공소외 (을)에 대한 위 건물공사대금 채무의 변제의 방편으로 공소외 (을)에게 동 건물을 타에 임대하여 임대차보증금과 임대료수익 행위를 인용하여야 할 소극적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소외 (갑)의 위와 같은 내용의 채무부담행위는 공소외 (을)의 재산을 보전할 임무부담행위도 아니고 동인의 위 채권실현에 특별히 공소외 (갑)의 협력의무를 수반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채권적인 수인의무에 불과하다 할것이므로 이를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공소외 (갑)이 위 사무에 반하여 위 건물을 매도하고 피고인이 이를 매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소외 (을)에게 채권변제충당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공소외 (갑)과 공모에 의한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1982.9.14. 선고 80도1816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승서 외 1인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81.9.22. 선고 80노9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동업재산인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대한 피고인 명의의 1/2지분권을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동의없이 임의로 처분한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동업자의 한 사람이 동업재산에 대한 자신의 지분권을 처분하여도 이는 동업재산 자체를 처분하는 경우와는 상위하여, 단순한 동업계약 위반행위에 그치고, 그 지분권 처분대금은 처분자 자신의 소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소비하여도 횡령죄가 성립될 리 없다하여 피고인이 위 공소외 1과 상의없이 위 지분권을 처분하고 받은 대금 80,000,000원을 보관중 임의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동업재산은 동업자의 합유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동업관계가 존속하는 한 동업자는 동업재산에 대한 그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고, 동업자의 한 사람이 그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또는 동업재산의 처분으로 얻은 대금을 보관중,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 판단은 동업재산 및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과 위 공소외 1간에 작성된 약정서와각서의 기재 및 피고인의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진술과 원심증인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1의 각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피고인 소유이던 이 사건 대지 및 당시 신축중이던 건물부분을 금 60,000,000원에 평가하여 그 반액에 해당하는 금 30,000,000원을 위 공소외 1이 투자하여 동업하기로 하고, 위 공소외 1의 피고인에 대한 기존채권 27,000,000원을 그 투자금으로 충당하고, 위 부동산에 대하여 각 50%씩 권리를 확보하기로 하되, 위 건물이 완공되어, 그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날로부터 4개월 내에 피고인이 위 공소외 1의 투자금 및 이에 대한 월 5푼의 이자를 가산지급하면 위 동업관계는 당연 종료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사실, 그 후 완공된 위 건물에 대하여 1979.3.14 피고인 및 공소외 1 공유명의로 보존등기를 마친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의 투자원리금을 지급하고, 동업관계를 종료시키기 위하여 같은 해 5.16위 부동산에 대한 피고인의 1/2지분을 공소외 2에게 매도하여 그날 및 그달 18 합계 금 48,986,300원을 투자원리금의 반환조로 변제공탁하고 그달 22 피고인의 공유지분에 관하여 위 공소외 2 명의로 지분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위하여 위 투자원리금을 변제공탁함으로써 위 동업관계는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위 약정에 의한 동업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투자원리금의 변제를 위하여, 그 지분권을 양도한 행위나 그 양도대금을 공소외 1의 투자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한 행위에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원심의 위에서 본 잘못은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어 파기사유로 삼을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인의 변호인 박승서의 상고이유(변호인 방예원의 상고이유 보충서는 법정기간 경과 후에 제출되었으므로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에서)를 판단한다.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5로부터 매수한 이 사건 건물은 동인이 공소외 6에게 도급주어 건축하던 것으로서, 위 공소외 6으로부터 그 건물공사금 채권을 적법히 양수한 피해자 공소외 7과 위 공소외 5 간에 그 공사금 채권액을 금 9,350,000원으로 확정 짓고 동 채권의 담보로 위 공소외 5가 공소외 7에게 위 건물을 타에 임대하여 그 임대차보증금과 임료로서 공사금채권에 충당하도록 그 수익권을 부여하기로 약정한 사실, 한편 위 건물의 부지를 한일은행을 거쳐 취득한 피고인은 위 공소외 5가 위 공소외 7이 공사금채권을 변제 충당하기까지는 그 수익권을 침해하거나 수익권의 행사를 방해하지 아니할 의무가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 공소외 5와 공모하여 1976.5.15위 공소외 7이 그 채권 전액의 변제에 충당하기도 전에, 위 건물은 금 4,500,000원에 양수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위 공소외 7에게 그 미변제 채무 상당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배임죄에 있어서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의 경우라면 그 사무를 타인을 위하여 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인바, 이 사건에서 위 공소외 5와 공소외 7 간의 이건 건물에 관한 사용수익권을 부여하는 약정은 위 공소외 5가 그 공사대금 채무의 변제의 방편으로 공소외 7에게 위 건물을 타에 임대하여 임대차보증금과 임대료수익행위를 인용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위 공소외 5의 위와 같은 내용의 채무부담행위는 공소외 7의 재산을 관리 보전할 임무 부담행위도 아니고 공소외 7의 위 채권의 실현에 특별히위 공소외 5의 협력의무를 수반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채권적 수인의무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타인의 사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공소외 5 자신의 사무에 불과한 위 건물에 세를 놓아 그 집세를 공사금 채무의변제에 충당함을 수인할 의무에 위반하여 위 건물을 매도하고 피고인이 이를 매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공소외 7에게 채권변제 충당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위 공소외 5와 공모에 의한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수 없다 할 것인즉 결국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인의 변호인의 나머지 상고논지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배임죄 및 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횡령죄에 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중서(재판장) 강우영 이정우 신정철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93 전원합의체판결
[배임][집33(3)형,690;공1986.1.15.(768),170]

【판시사항】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불이행과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다수의견)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 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 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소수의견)  

정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는 위의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양도담보권자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1.3.9. 선고 71도189 판결(폐기)
1975.5.13. 선고 74도3125 판결(폐기)
1976.1.13. 선고 74도2076 판결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1983.6.23. 선고 82도1151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85.6.7. 선고 85노1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심판결이 인정한 피고인의 배임범죄사실의 요지는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대지 94평과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경료된 1983.10.17자 소유권이전등기(1983.3.23자 소유권청구권 가등기의 본등기)는 피고인이 1981.12.18 강원도 명주군 (지명 생략) 소재 ○○탄광을 위 공소외 1의 아들인 공소외 2에게 대금 3,500만원에 매도하고 1983.9.21까지 지급받기로 한 잔대금 채권 1,700만원의 담보목적으로 경료한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약정기일까지 위 잔대금의 이행을 받지 못하자 위 담보부동산을 공소외 3에게 처분하여 그 대금 3,500만원을 전액 수령하고서도 채권액 1,700만원등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정산하여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인바,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피고인이 정산반환하여야 할 돈의 액수만을 14,011,918원이라고 고쳐 판시하면서, 담보부동산을 처분하고 받은 대금 3,500만원중에서 채권원리금과 담보권실행비용등에 충당한 나머지를 채무자에게 돌려 줄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할 것이므로 이를 돌려주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가 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등기의무를 매수인인 타인의 사무라고 보게 되는 이유는 매도인의 등기의무는 그로써 자기의 재산처분을 완성케 하는 것이어서 본래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지만 등기의무자인 매도인의 등기협력없이는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이전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등기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을 중시하여 이점에서 그 등기의무를 주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을 위해 부담하는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이 없는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를 부동산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게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일뿐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하지 아니하여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할 것이니( 당원 1976.1.13. 선고 74도2076 판결;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참조) 당원이 1971.3.9. 선고 71도189 판결; 1975.5.13. 선고 74도3125 판결; 1983.6.28. 선고 82도1151 판결등에서 판시한 이와 상반되는 견해는 이판결로써 폐기하기로 한다. 

결국 피고인의 판시소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하여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양도담보권자가 부담하는 정산의무의 성질과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으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을 제외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의 반대의견

소위 양도담보로 제공된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에는 두 유형이 있으며 그 하나는 외부적 이전형이고 다른 하나는 대내외적 이전형인바, 통상 전자는 "약한 양도담보" 그리고 후자는 "강한 양도담보"로 지칭되는 일방 전자를 "정산형 양도담보"(처분정산형의 경우), 후자를 "유담보형 양도담보"(귀속정산형의 경우)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유담보형 양도담보 즉 유담보의 특약을 한 경우에는 양도담보와 함께 대물변제의 예약을 한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그 특약이 민법 제607조, 제608조에 위반하지 않는 한도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선언하였다. 생각컨대, 실제문제로서 담보목적물의 가액이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란 거의 상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위 대법원판례태도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모든 양도담보는 그것이 강한것(대내외 이전형)이냐 또는 약한것(외부적 이전형)이냐를 불문하고 오직 정산형으로만 유효하다는 결론이 된다고 하겠다. 정 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 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를 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들은 타인의 사무처리에 관한 법률관계의 통칙인바, 그와 같은 규정들이 양도담보관계에서도 의당 적용되어야 하고 이에 기초를 둔 법리해석이 되어야함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양도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그 담보권을 실행(법률행위 경유)하여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에 충당하고 나머지가 있어 양도담보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며 이는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매듭이 된다 할 것인바,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가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서 당사자간의 신뢰관계의 절대성을 특질로 하는 위임계약에 있어서의 수임인의 의무인 취득금품인도의무를 특히 명정한 입법취의를 아울러 살펴본다면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의무란 양도담보채무자(위임인)의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민법 일반원칙인 신의칙에 입각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는 물론 위 명문규정처럼 취득금품인도의무도 지게되는 만큼 위임계약관계하에 있는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정산의무의 하나인 취득금품인도의무 위배행위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의 선을 넘어선 배신행위로 단정하여 형사적인 고의 및 가벌성을 논의하기에 이른것도 양도담보제도의 사회적작용 내지 관습에서 생겨난 추세였으리라고 믿어진다. 

따라서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이 사건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 즉 타인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은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할 것이다. 한편 민법위임계약을 위반한 수임자가 모두 언제나 배임죄를 구성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본다는 취지가 아님을 밝혀두는 일방 양도담보에 관한 정산의무,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등은 각 판례법(형사법에서의 법원)에 의하여 형성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법해석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살펴볼때 위 정산의무나 등기협력의무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친다함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민사상 의무위반행위자를 형법 배임죄의 구성요건의 하나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포함시켜 처벌대상으로 하게된 대법원판례가 오래전부터 형성되고 그것이 유지되어온 근간적인 이유나 배경중 몇가지를 촌탁해본다면 사회, 경제생활의 복잡화 다양화를 틈타 계약자치원칙이 탈법적으로 악용되고 그 결과 경제평등원칙이 한편으로 기울어지고 나아가 법적안정성이 침해를 받게 됨에 이르러 이를 사법자치원칙에만 의지하게 하여 방치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여진 독특한 사회적 여건과, 형사적 의미의 고의 내지 가벌성 검토 및 처벌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본다.  

과시 그렇다면 이제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위 양도담보의 정산의무를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단정할 경우 일반거래계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하고 대법원판례에 대한 신뢰토대를 파손케하며 일반거래계에서의 경제적 강자의 탈법화 현상을 초래케하고 나아가 일반거래계의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므로 이 시점에서 위 대법원판례 등을 폐기하기에는 적당치 못하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에 따르기 어려운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정태균 강우영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 김형기 정기승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사기(인정된 죄명:배임)][공1987.6.15.(802),924]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의  

【판결요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할 것이고,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의 경우라면 그 사무를 타인을 위하여 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는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1982.9.28 선고 81도2777 판결
1984.12.26 선고 84도2127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1986.10.22 선고 86노3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기재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84.5.11 전주시 (주소 1 생략) 공증인가 ○○○○법률사무소에서 피고인이 건축하는 전북 옥구군 (주소 2 생략) 지상 3층 연립주택(12세대) 1동 건축공사를 공사대금 60,000,000원에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도급함에 있어, 피해자와의 사이에 위 연립주택 12세대중 8세대를 피해자가 직접 분양하며, 피고인에 의하여 이미 분양된 4세대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중도금을 직접 수령하여, 각 세대당 금 5,000,000원씩 합계 금 60,000,000원을 피해자의 공사대금에 충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분양권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인증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위 연립주택을 분양할 수 있도록 제반의 조치를 취하여 주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1985.12.12위 연립주택중 103호를 공소외 2 앞으로 채권최고액 금 4,500,000원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같은달 16 위 연립주택중 301호를 공소외 3 주식회사에 금 10,000,000원에 매도하여 위 회사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같은달 26 위 연립주택중 201호, 202호를 공공소외 4 앞으로 각 채권최고액 금 5,000,000원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그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로 의율하였다. 

2. 그러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 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할 것이고,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의 경우라면 그 사무를 타인을 위하여 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인바( 당원 1982.9.28 선고 81도2777 판결 및 1984.12.26 선고 84도2127 판결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위 공소외 1간의 이 사건 연립주택에 대한 분양권을 부여하는 약정은 피고인이 그 공사대금 채무를 변제하는 방편으로 공소외 1에게 위 연립주택의 분양권을 위임하여 그 분양대금중 세대당 500만원씩 변제충당하는 행위를 인용하여야 할 소극적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내용의 채무부담행위는 공소외 1의 재산을 관리 보전할 임무부담행위도 아니고 공소외 1의 위 채권의 실현에 특별히 피고인의 협력의무를 수반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채권적 수인의무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타인의 사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수인의무에 위반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같이 연립주택중의 4세대에 대하여 타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또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위 수인의무에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피고인 자신의 사무처리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위 공소외 1에게 채권변제충당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 할 것인즉, 결국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명희(재판장) 정기승 윤관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의 의미 

[2]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달라고 하면서 피해자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체결된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다면 이는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위임관계가 단순한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에 따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관계라고 보아,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공1983, 528)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219 판결(공1999하, 2265)

【전 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04. 10. 5. 선고 2004노20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정리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부부로서 공모하여 1988. 11.경 국유지인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번지 생략) 임야 648㎡에 대한 실질적 임차권자인 피해자로부터 위 임야에 관한 권리 및 그 지상 무허가건물 1동 등에 대한 관리 등을 위탁받았으면 그 위임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피해자를 위하여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1의 명의로 위 임야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체결된 것을 기화로 2000. 7. 20.경 홍성군청 재무과 사무실에서 피고인들의 채권자인 오경자에게 채무금 30,000,000원을 변제하면 다시 돌려받는 조건으로 위 임야에 관한 임차권을 양도하기로 하고 위 임야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위 채무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해자는 홍성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1987. 10. 2.경 망 오성복으로부터 국유지인 위 임야(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사용권 및 그 지상 무허가건물 1동 등을 자신의 처 공소외인의 명의로 대금 1,100,000원에 매수하였다가, 그 무렵 자신의 명의로 홍성군수와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한 뒤, 1988. 7. 2.경 서울강동경찰서로 전출되어 서울로 이사하면서 친척관계에 있는 피고인 1에게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달라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한 사실, 피고인 1와 그의 처인 피고인 2는 그 무렵부터 이 사건 토지를 경작·관리하던 중, 피해자 명의의 국유재산대부계약이 1996. 7. 13.경 만료되자 홍성군수에게 대부계약의 기간연장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의 자격 상실을 이유로 거부되자, 1997. 10. 27.경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새로이 체결한 사실, 피고인들도 1998. 8. 10.경 이사하게 되어 이 사건 토지를 경작하기 어렵게 되자, 오경자(망 오성복의 딸)에게 점유·경작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는데, 피고인 1이 오경자에게 30,000,000원 가량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오경자에게 위 채무를 변제하면 다시 그의 명의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여 준다는 조건으로 오경자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대부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기로 합의한 뒤, 2000. 7. 20.경 홍성군수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하였고, 오경자가 홍성군수와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새로 체결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의 명의로 된 국유재산대부계약은 1996. 7. 13.경 만료되었고, 1997. 10. 27.경 이 사건 토지를 경작하던 피고인 1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새로이 체결된 점, 그 당시 피해자은 이 사건 토지에 거주하거나 이를 경작하지 않았으므로 그 명의로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국유지를 불하받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과 피해자 사이에 나중에 국유지 불하를 받아주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내용에 불과하고, 그것도 국가가 국유지 불하를 허용하는 경우에만 이행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약정에 따른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오경자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피대부자 명의를 이전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피고인들 자신의 사무처리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이 이 사건 토지의 국유지 불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의 재산의 관리·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 따위를 말한다(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1999. 9. 17. 선고 97도321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① 원심 인정과 같이 피해자가 1988. 7. 2.경 서울로 이사하면서 피고인 1에게 자신의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토지 등의 관리를 부탁하였다면, 이는 위 토지를 전대하고, 그 지상 무허가건물 등을 사용·수익하게 하며, 그 대신 위 토지 등을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불하받아달라는( 피해자 명의로 불하받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피고인 1 명의로 불하받아 명의신탁관계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피고인 1 명의로 불하받은 뒤 곧바로 피해자 명의로 이전하든지) 부탁을 한 것, 즉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② 그 후 1996. 7. 13.경 대부계약기간이 만료되자 피고인 1은 대부계약의 기간연장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의 피대부자 부적격을 이유로 기간연장이 불가하다고 하자, 1997. 10. 27.경 자신의 명의로 대부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다는 것인바, 비록 그 과정에서 피해자과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토지 등을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불하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즉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데에 따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해자 명의의 국유재산대부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피고인 1 명의로 국유재산대부계약이 새로이 체결되었고, 피해자 명의로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국유지를 불하받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인 1과 피해자 사이의 나중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지 불하를 받아주기로 하는 약정 부분은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내용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를 불하받을 때까지 피고인 1이 위 토지 등을 피해자를 위하여 관리하고, 나아가 나중에 피고인 1 명의로 이를 불하받아 명의신탁관계를 유지하거나 곧바로 피해자 명의로 이전하여 달라는 부탁에 따라 국유재산을 불하받아 주는 사무처리 및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관계는 계속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국유재산 불하 등에 관한 사무처리 위임관계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에 따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관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와 피고인 1 사이에서 피고인 1이 국유지를 불하받아 장차 그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여 주겠다는 약정만이 존재하고, 또 이러한 약정에 따른 의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오경자에게 국유재산대부계약상의 피대부자 명의를 이전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피고인들 자신의 사무처리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이 사건 토지의 국유지 불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여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토지상의 무허가건물 1동 등에 대한 관리 등을 위탁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이를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부분도 있으므로, 원심은 이 점에 대하여도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도 명확히 한 다음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주심) 이규홍 양승태   


(2) 당사자간 계약관계의 진행  


    통상 채권행위가 물권행위의 원인이 되고, 많은 경우 채권행위가 선행하는 것도 사실이다.13) 채권행위는 채권을 발생시키는 법률행위로 의무부담행위라고 하며, 이행의 문제를 남긴다.14) 판결문의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는 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물권행위가 아니라, 이행이라는 문제가 남는 채권행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등기협력의무는 계약 내용에 따라 장래 채무자가 이행할 매도인의 의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채권관계를 근거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 그 동안 (중도금 수령 이전) 자기의 사무였던 매도인의 부동산 관리 사무가 갑자기 매수인인 타인의 (재산)사무15)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16) 중도금을 받았어도 어디까지나 부동산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고, 매수인이 매도인을 배제하고 그부동산을 직접 지배할 수 없다. 

13) 지원림, 민법강의 , 홍문사, 2021., 459면 참조.
14) 송덕수, 신민법강의 , 박영사, 2020., 66면 참조.
15) 타인의 사무는 재산상의 사무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219판결 참조.
16) 동지의 견해로, 김태명, 판례 형법각론 , 피앤시미디어, 2016., 484면 참조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219 판결
[배임][공1999.11.1.(93),2265]

【판시사항】

배임죄의 성립에 행위자의 적법한 대리권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배임죄의 성립에 있어 행위자가 대외관계에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공1976, 9195)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공1987, 924)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조홍은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11. 12. 선고 97노325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명시의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본 즉, 피고인이 수입자인 피해자가 항공화물 운송회사가 개설한 은행계좌에 예치한 운송보증금을 수출대금 결제시까지 관리하고 그 후 피해자가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임무에 위배하여 화물항공 알선회사에 대하여 위 운송보증금을 수출자가 지불하여야 할 운송료 및 항공알선 수수료로 전환하는데 동의하여 운송료 등으로 지불되게 함으로써 수출업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내용의 이 피고사건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배임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참조), 배임죄의 성립에 있어 행위자가 대외관계에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이 사건 운송보증금을 운송료 등으로 전환함에 동의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이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예치한 운송보증금을 운송료 등으로 전환하는데 동의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이 없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주심) 이용훈   


3. 물권변동의 형식주의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 이전 의무를 분석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현행 민법의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입법태도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법은 1960년 1월 1일 부동산 물권변동에 있어서 과거 의용민법(구민법)에서 취하던 의사주의(대항요건주의)를 버리고, 형식주의를 취한 것이다. 즉 구민법에서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등기 없이도 부동산 물권변동이 일어났지만, 현행 민법에서는 부동산 물권변동은 등기를 하여야 효력이 발생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도 물권변동이 생기지 않는다. 이를 형식주의(성립요건주의)라고 한다.17) 
   우리 민법이 물권변동에 관한 입법태도를 의사주의에서 형식주의로 전환한 이유를 살펴보자면, 의사주의는 법률행위가 간편하고 거래가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3자 보호에 약하고 당사자와 제3자간의 법률관계가 분열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형식주의는 법률관계의 획일성이 보장되고,18) 등기와 진정한 권리자가 부합된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형식주의를 취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민법은 물권변동의 시기를 명료히 하고, 거래의 안전을 기하게 되었다.19) 그렇다면 이러한 형식주의 하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권리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17) 이상태, 앞의 논문, 1∼2면 참조  
18) 김증한, “물권변동에 있어서의 의사주의와 형식주의” 법조 제5권 제9호, 1956., 41면 참조.
19) 이상태, 앞의 논문, 4면 참조.


4. 물권변동으로 본 부동산의 소유권  


(1) 부동산 매도인이 가지는 물권의 본질  


   물권은 배타적, 독점적 권리로서, 특정의 물건을 직접 지배20)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부동산 매도인은 그 물건을 대내적으로 직접 지배하고,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직접 지배한다는 것은 권리내용의 실현을 위하여 타인의 행위, 즉 협력이나 동의를 매개하지 않고 스스로 물건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이다.21) 이에 비해 부동산 매수인은 중도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더라도 아직까지 부동산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20) 지배의 대상으로 물건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가 있다. 지원림, 민법강의 , 홍문사, 2021., 439면 참조.
21) 지원림, 앞의 책, 440면 참조


(2) 소유권등기 이전까지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를 나타내고 있다.22) 현행 민법은 의용민법의 의사주의 대신 형식주의를 따른다.23) 물권적 합의 외에 공시방법으로서 등기를 갖추어야 비로소 물권변동이 일어나는 것이고, 공시방법을 갖추기 전에는 당사자간에도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물권변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부동산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일단 타인에게 양도하였더라도 그 등기 전에는 얼마든지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고 제3자는 등기를 마침으로써 선행하는 양수인의 존재에 관계없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24) 우리 민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중도금만 준 상태에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그러므로 소유자가 될 수 없다.25) 그렇다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여전히 매도인이 소유자이고,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매도인의 의무, 즉 자기의 사무인 것이다. 

22) 송덕수, 앞의 책, 396면 참조. 

23) 지원림 교수는 형식주의의 우월성에 대해 주장하면서, 이중매매를 예로 들고 있다. 이중매매시 의사주의를 따르게 되면, 제2매수인이 먼저 등기를 마친 경우에 결국 그가 소유권을 취득하는데, 제1매매에 의하여 무권리자로 된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고 하면서,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의사주의를 취하는 일본에서 제2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제한하기 위하여 제1매수인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진 제3자에 대해서 등기없이도 대항할 수 있다는 이른바 배신적 악의자론이 등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원림, 앞의 책, 461면 참조. 

24) 윤진수, 부동산의 이중양도와 원상회복, 민사법학(6) , 1986., 161면 참조.  

25) 이에 대해 자세하게, 김준호, 민법의 기초 , 집현재, 2020., 289면 참조.

 

5.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에 대한 비판   


  (1) 동산매매계약과 부동산매매계약의 형평성  


   2011년 동산이중매매계약에 있어서 대법원은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인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26) 다시 말하면, 동산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27) 그렇다면 동산과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를 다르게 볼 만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동산매매계약과 부동산매매계약의 본질은 재산권의 이전과 대금의 지급이라는 쌍무계약 측면에서 동일하다.28) 목적물이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매매 목적물에 대한 권리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해 발생한다. 다만, 공시방법이 등기 또는 인도라는 면에서 차이29)가 있을 뿐 그 불법성이나 비난의 정도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는 동산이중매매와 달리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뿐만 아니라, 중도금 수령이후 매도인은 배임죄라는 형사책임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30) 과연 동산의 이중매매와 불법성이나 비난의 정도가 이정도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6)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동산이중양도판결). 동산과 부동산 이중매매의 차이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논문으로, 권오걸, “동산의 이중매매와 배임죄: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비교를 통해서” 비교형사법연구 제13권 제2호, 2011., 401면 이하 참조 ; 손동권, “배임죄 성립에 있어 동산과 부동산 사이의 차이문제” 형사법연구 제25권제4호, 2013., 303면 이하 참조. 

27)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도1958 판결은 동산의 이중양도에 대해 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소개로, 김태명, 앞의 책, 485면 참조. 

28) 가정준, “배임죄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 이중양도’에 대한 법경제학적 분석” 외법논집 제43권 제3호, 2019. 8., 57면 참조. 

29) 대법원은 동산과 부동산의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 이행을 위해서 목적물의 인도 외에 매도인과 매수인의 공동신청에 의한 등기절차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배임죄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임관계 및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 지위가 발생한다고 본다. 그에 반해 그러한 공시절차가 없어 거래구조의 본질을 달리하는 동산의 이중매매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다. 안경옥, 앞의 논문,585면 참조. 

30) 동산과 부동산 등 사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타인의 사무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입법자의 의도와 달리 그 적용과정에서 규범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으로, 류전철, 앞의 논문, 439면 참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공2011상,482]

【판시사항】

[1]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가)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하며,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가)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하나,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하며,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다.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으며,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다)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고,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다.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하며,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즉,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갑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갑에게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을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3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공1980, 12431)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공1981, 14222)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공1983, 528)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공2008하, 934)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08. 10. 22. 선고 2008노74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를 공소외 1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43,610,082원 상당의 원단을 제공받아 이를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공소외 2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동산매매계약에 따라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인쇄기를 인도하여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인쇄기의 양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의 일환으로서 타인의 재산보전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존재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구체적 사안을 달리하여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를 통하여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배임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부동산의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에 위배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는바(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매매계약에서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각기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하고 매수인이 그 서류를 이용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매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특정물인 동산의 매매에서 중도금을 교부하여 그 계약이 계약의 내용에 좇아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인의 신뢰를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부동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확립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법원은 면허권·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도961 판결,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 등 참조), 채권의 경우에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의 이중양도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역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대법원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는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통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한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이전에 형벌법규에 의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과 비대화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형법 조문보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의 핵심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임죄라는 범죄유형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하여,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판례법리를 일반화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촉진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형사범죄인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자치의 핵심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상의 의무위반 행위와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이나, 계약상 채무불이행 자체를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채무불이행죄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법제(형사법제)의 태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또는 공사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공사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공사를 도급하여 준 경우 등과 같이 계약 상대방을 위하여 적극적·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그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그 의무이행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이 사건과 같은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우선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이에 반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한다. 

먼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한 것을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은, 점유개정 혹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하여 1차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에 의하여 채권이 양수인에게 유효하게 양도된 이후의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즉, 이 역시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기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채권양수인의 사무 처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 판례의 사안들은 기존 채무의 변제 등에 갈음하여 채권양도가 행하여져 양수인의 반대채무 이행이 모두 완료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 사안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면허·허가권 등의 양도의 경우 양도인이 약정에 따라 면허·허가명의 변경신청 등에 소요되는 서류를 양수인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서류의 교부를 통하여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관할 관청의 개입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내부관계에서는 양도계약의 체결에 따라 사실상의 권리이전이라는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관할관청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명의변경 등의 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면허·허가권 등 권리의 양도와 동산의 매매는 그 구조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다. 

결국 위 판례들의 사안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 이전에 매도인의 이중처분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이전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이중매매의 사안으로 볼 수 없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그 계약의 목적물을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이들 사안에서의 판례법리를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까지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앞서 본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경우와 달리, 부동산은 동산과 마찬가지로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 계약상 채무의 이행과 관련한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의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일관된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본다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는 제1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만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귀속되고 소유권이전등기 혹은 그 인도는 단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지나지 않는 탓에 이중매매행위는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의사주의 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형법에서 위 이중매매행위를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여 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법제를 취한 독일의 경우 형법 제266조 제1항 배임죄에 관한 규정에서 ‘법률행위나 신용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꾀하여야 할 의무’의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반적 해석론에 따르면 매매 등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고 그와 동시에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는 의무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결국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형식주의 법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그 최초 시행일인 1960. 1. 1.부터 현재까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에 의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인도에 의하여 각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규정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등기 또는 인도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이전의 단계에서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더 이상 횡령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에 치중하여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배치되고 논리적으로도 일관성이 없는 법해석을 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등기협력의무와 같은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킴으로써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킨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서로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그들의 신뢰에 차이를 두고 그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합리적 근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중도금의 수수를 기준하여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침해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 당사자 사이의 중도금 수수 시기, 방법, 액수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도인이 중도금이라는 명목의 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매도인이 자신의 재산을 마치 타인의 재산과 같이 취급하여 매수인을 위하여 그 재산을 보호·관리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수인에 비하여 매도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서, 계약 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매수인이 매매잔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들어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도인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대금을 전액 지급받을 때까지는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그 상태에서 매매목적물을 매수인의 소유물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적어도 매도인이 잔금까지 수령하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때에 비로소 상대방인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학계의 비판적 견해도 같은 이유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덧붙여,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책임 없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해당할 뿐,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로 전환하는 요소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 채무불이행의 유형에는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계약의 이행을 불능케 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의 유무 및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에 따라 매도인이 소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을 타에 처분하여 채무의 이행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민사적으로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그 취급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기존 판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이에 관한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의 입장과 같이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유사한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채무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배임행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의 자의에 의한 법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신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배신행위 중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행위의 가벌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자명한 일이다.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하여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법문에 충실하게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이상, 적어도 동산의 경우에는 이중매매 행위만으로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 보충의견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으로서 동산의 인도와 부동산의 등기가 갖는 본질적 차이의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이 점에 관하여 별도의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민법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여 공시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제186조, 제188조 제1항). 이는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하여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므로 특별한 보호 내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산과 달리 장소의 이동 없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공적 장부에 의한 권리관계의 공시가 용이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공시방법의 차이로 인하여 부동산과 동산에 대한 각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이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에 의한 물건의 점유이전과 매수인에 의한 물건의 수령 행위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목적물의 권리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을 수수하는 행위 외에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권리이전에 관한 등기를 신청하여 그 등기를 마치는 때에 비로소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위 권리이전에 필요한 등기절차에 있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등기를 신청하도록 하는 공동신청주의를 택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은 공동으로 등기관을 상대로 등기신청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점에서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는 이와 같이 부동산 거래가 동산 거래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등기협력의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에 근거하여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게 된 부동산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과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임죄의 주체라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인도하는 것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협력에 의하여 별도로 처리하여야 할 사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목적물의 인도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과 수령이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의견도 특정물이 아닌 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고 그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하는 취지는 아닐 것이고, 또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매도인에 대한 배임죄로 인정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와 반대급부를 주고받는 쌍무계약에서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과 달리 별도의 신임관계 발생의 기초가 되는 등기의 공동신청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요하지 않는 동산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대금을 지급받은 후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는 행위 역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거의 모든 계약상 채권채무관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채무의 이행제공과 그 수령이라는 개념구성을 근거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이 무한히 확대되어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형사적인 배임행위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권리의 취득은 사무 처리로 인한 법률효과일 뿐 사무 처리 또는 사무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 취득 자체를 신임관계의 기초가 되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도 없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가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협력할 의무’ 또는 ‘매수인의 등기서류 수령에 협력할 의무’가 아니라 ‘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라는 개념을 매개로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를 인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결론이 정당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정당하고 반대의견에 찬동할 수 없는 이유를 매우 곡진하게 개진하고 있다. 그에 대응하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주로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의 주장이 적절하지 아니하며 반대의견이 옳다고 하여야 하는 이유를 보다 상세히 들어 밝히고자 한다(이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을 제1보충의견,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을 제2보충의견이라고 부른다). 

가. 먼저 명확하게 하여 둘 것은, 여기서 ‘이중양도’라고 부르는 사안에 대하여는 그 의미에 관하여 주의를 요한다는 점이다.

종래 이른바 ‘이중양도’라는 이름 아래 다루어진 사안은 대체로 특정한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자가 일단 매도·증여 기타 양도의 원인이 되는 계약을 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다시 제3자에게 매도·증여하는 등으로 같은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이중으로 부담하고 나아가 그 의무의 이행으로, 그러나 제1의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에 위반하여 그 제3자, 즉 제2의 소유권이전채권자 앞으로 등기를 하거나 목적물을 인도하는 등 이를 양도한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위의 사안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양도는 단지 한 번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고, ‘이중’으로 행하여지는 것은 소유권 양도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행위뿐이다. 

이렇게 보면, 종전에 이 문제를 그러한 소유권 양도의 원인행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매매를 들어 ‘이중매매’라고 불렀던 것도 이유가 없지 않다. 그리하여 이하에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또 특히 문제가 되는 부동산 ‘이중양도’와 동산 ‘이중양도’의 대비를 보다 명확하게 부각되도록 하기 위하여, 일단 이중으로 물건매매가 행하여진 경우를 염두에 두고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즉 권리매매, 그리고 매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양도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언급한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계약불이행의 문제에 형사적 제재를 개입시키는 것에 대하여 신중하여야 함을 애써 주장한다.

(1) 이 점에 대하여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특히 민사문제의 형사화는 형사법에서의 이른바 ‘비범죄화’의 요청을 들 필요조차 없이 가능한 한 피하여야 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유형은 차치하고라도 다수의견 및 그에 대한 각 보충의견도 배임죄의 성립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수많은 사례가 대체로 계약불이행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여기서 단지 하나의 예만을 들자면, 회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수많은 사안에서 판례는 아무런 의문 없이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음은 물론인데, 그러한 배임행위들 역시 회사와 이사 사이에 존재하는 위임계약상 의무의 위반임에는 이론(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1보충의견이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면 어떠한 형태의 계약위반을 배임의 죄책으로 제재할 것인가’ 하는 정작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없다. 

(2)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종전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거나 적어도 그러한 태도에 대한 비판에 귀기울일 만한 점이 있다고 보고, 따라서 그러한 판례의 태도를 동산의 이중매매에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우선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례는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즉, 종전의 판례는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을 극력 억제한 결과로 부동산매매에서의 계약불이행의 경우 중에서도 ① 시간적으로는 중도금의 지급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이 그 체결단계를 넘어서 이제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 단계에서 비로소, ② 행위태양의 관점에서는 매도인의 고의로 인한 배신적 처분행위의 경우에 한하여, ③ 행위결과의 관점에서는 매수인의 목적 권리 취득을 아예 불능하게 하는 사안에 대하여만 배임의 죄책을 물었던 것이다. 

(4)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는 ―뒤의 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산의 이중담보 제공이나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서와 같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의 어떠한 특징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온전하게 매매목적물을 취득한다는 법적 보장이 없다. 

매수인은 대체로 매매대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고, 그 중에서 중도금은 때로 여러 차례 나누어서 지급되는 것으로 약정된다. 많은 경우에 중도금의 지급으로써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절반 정도를 얻게 되는데, 그 액은 적지 않은 경우에 일반 국민 각자가 보유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외국에서와는 달리 매수인은 그가 의도하는 목적 부동산의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계약이 체결되어도 매수인의 소유권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앞으로 가등기가 행하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매도인은 잔금을 지급받으면서 비로소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그때에서야 부동산소유권 취득의 현실적 방도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러한 상황은 매도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그 상당한 부분을 현실로 취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소유권등기를 유지하여서 여전히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소유자로서의 권리’에는 사용·수익은 물론이고, 양도 기타 처분이 포함되어 있어, 매도인이 유효하게 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확고한 판례에 의하면, 그 처분에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아예 좌절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발생케 하는 처분도 포함된다. 매도인의 제3자에 대한 처분이 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는 제한적인 요건 아래서 매도인의 제2매매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되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뿐이다. 

(다) 이러한 법상황 아래서 매도인의 위와 같은 제3자에의 양도행위를 단순히 채무불이행, 즉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제로 인한 지급대금의 반환으로 처리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지가 오히려 여기서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1)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고의적으로 범하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매도인의 경제적 곤경을 기화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수인의 위와 같은 채권적 권리는 실제로는 그의 구제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2) 우리 민법은 선취특권제도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므로, 의용민법 제325조 제3호, 제328조에서와 같이 “부동산의 매매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을 위한 당해 부동산에 대한 선취특권도 인정될 수 없다. 

또 만일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의 인도청구 등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위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에 기하여 목적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를 긍정하는 것은 “부동산물권변동에 있어서도 점유 취득을 요건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일종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서”, 현행법상 아마도 시인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5) 그렇다면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이중양도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그리하여 그 금압의 수단으로 배임죄의 형사적 제재를 시인하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즉 중도금의 지급 등으로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상당한 정도의 매매대금을 소유권 취득의 법적 방도도 전혀 확보되지 아니한 채로 지급하고 매도인 역시 그러한 상태에서 그 지급을 받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태라고 하여도 무리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민법이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입법주의를 전환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과 관련한 구체적 법문제들의 처리에 있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소유자로 등기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아직 그에 관한 소유권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에 목적부동산을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으면, 의용민법 아래서라면 직접 소유권에 기하여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었던 매수인( 대법원 1955. 3. 12. 선고 4287민상326 판결 참조)이 이제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직접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기는 하였다( 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85 판결 참조). 그러나 매수인은 매도인의 소유물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함으로써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80. 7. 8. 선고 79다192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제1매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원칙적으로 등기 없이도 매수인 앞으로 이전된다고 하여도, 매수인은 그 소유권 취득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의용민법 제177조). 그리고 물권으로서의 소유권은 그 본령이 바로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절대성’에 있다. 따라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소유권이란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용민법 아래에서 매도인이 제2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하면, 제1매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이제 그나마의 소유권조차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모든 권리의 1차적인 내용은 권리자의 의사(또는 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를 상실하거나 기타 법적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는 데 있음에도 그러한 것이다. 

(2) 이렇게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견해를 아예 바꾸지 아니하는 한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도인의 형사적 처리에 관하여 이를 무죄로 판단하는 급격한 변화를 단행하지 아니한 것은 오히려 현명한 처사이었다고 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이중매매로 인한 제1매수인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 또는 ‘명목상의 소유권’의 상실은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보다 간명하게 등기가 없는 한 매도인이 여전히 소유자이어서 그의 의사에 기하여 제2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선배 법조인들은 여기서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의 상실이 ‘소유권 취득의 불능’으로 변화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행위의 불법성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파악을 전제로 사회적 반가치행위에 대한 제재와 그 예방을 주안으로 삼는 형사법의 관점에서는 양자를 기본적으로 같이 취급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이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종전에 횡령죄로 처단하던 것을 배임죄로 벌하게 된 것은 횡령죄의 요건으로서의 ‘타인의 재물’(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관한 해석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우리와 같이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는 독일의 예를 들어 그 나라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되고 있는데, 이는 “형식주의 법제 아래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고(또한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른바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을 사안유형이 달라짐에 따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일을 수없이 많은 법문제에서 목격하고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와 법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을 달리하는 독일에 관하여 상세하게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독일의 부동산매매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 확보 전에 대금의 상당 부분이 매도인의 수중에 현실로 들어가는 거래관행이 없으며, 부동산거래는 거의 예외 없이 매매당사자 쌍방에서 공증인의 관여와 조언 아래 행하여져서 당사자 본인은 대체로 매도·매수의 의사결정 자체만을 하고 대금의 지급·수수,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 및 그 확보 등 계약의 이행은 모두 공증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등으로, 독일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란 극히 예외적인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정될 수 없다는 점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부동산거래의 실제적 양상을 달리하는 독일의 경우를 들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지향성’이라는 법의 해석과 운용에서의 중차대한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배임죄의 운용에 있어서도 일차적으로 우리의 실제 사정과 필요에 착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 이렇게 보면, 오히려 각 보충의견의 위와 같은 파악이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제1보충의견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목적물을 이중매도한 매도인에게는 배임의 죄책을 물으면서 상대방인 매수인의 현저한 계약불이행에 대하여는 이를 묻지 않는 것이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매계약에서 발생하는 당사자의 주된 의무, 즉 매도인의 권리이전 및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금전지급의무의 성질상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태양으로든 일정한 액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족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 채무자가 지급할 금전의 조달은 전적으로 채무자 자신에게 맡겨져 있어서, 그것은 그야말로 ‘그 자신의 사무’이다. 앞서 든 예를 여기서 다시 끌어온다면, 회사 사무의 처리를 위임받은 이사가 그 위임사무의 처리에 있어서 고의로 사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로 의율되지만, 회사가 그 임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수 등을 고의적으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또는 마련하여 둔 것을 다른 곳에 소비하였다고 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회사와 이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위임계약으로서 쌍무계약에 해당함에도 당연한 것이다. 위의 제1보충의견은 이 경우에도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 위의 사안에서 이사를 배임죄로 벌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결국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이 쌍무계약의 본질이라고 하여도, 그 ‘대등한 보장’은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에 상응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지, 양자를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주장은 이른바 ‘쌍무계약의 본질’을 그것이 논의될 맥락이 아닌 문제에 관하여 제기하는 것이다. 

마.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동산의 이중매매를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하는 주된 논거로서 각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특히 지적한다. 

즉,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목적물의 인도 외에 쌍방 공동신청에 의한 등기절차가 필요하므로 이를 통해 배임죄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임관계 및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가 발생하는 반면, 그러한 공시절차가 없어 거래 구조의 본질을 달리하는 동산의 이중매매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해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커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논거로 들고 있다. 

(1) 그러나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단하는 태도를 ‘법리적 오류’라고까지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확인하는 판결을 거듭하여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우선 의문이다. 

위 견해는 “[그와 같은]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여 굳이 말하자면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의 힘’이라고나 부를 수 있는 이유를 들어 한 발 물러선다. 그러나 종전 판례의 태도가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유로 이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몰라도, 그것이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그 ‘당부에 대한 논의를 유보’한 채 종전의 판례를 그대로 묵종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종전의 판례가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어떠한 측면이 그것에 있다는 것인가? 그러한 묵종은 위 견해가 그러한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을 더욱 굳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정당성에 대한 암묵의 시인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제2보충의견은 이와는 달리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가) 매매에서 매도인의 의무는 한 마디로 하면,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에 관한 모든 사실적·법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에 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물에 관한 이익으로서 주요한 것은 결국 사용·수익과 처분으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소유권에 관하여 민법 제211조도 참조), 위와 같은 포괄적 이익제공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물건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나아가 목적물을 인도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 1966. 9. 27. 선고 66다1149 판결은 매매가 아니라 증여의 사안이기는 하나, 증여자는 수증자에게 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기 위하여 이전등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로 하여금 증여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또한 대법원 1973. 7. 24. 선고 73다114 판결은 부동산매수인이 그 등기를 아직 받지 아니한 이상 “소유자에 준하여 사용·수익을 계속적으로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줄 의무”가 매도인에게 있다고 판시한다). 

우리 법에서 처분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있으므로, 매수인의 자유롭고 원활한 처분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도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민법 제568조 제1항은 이 점을 명문으로 정한다). 나아가 물건의 사실적인 사용·수익은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 즉 점유( 민법 제192조 제1항)를 필요로 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사용·수익을 보장할 의무와 아울러 그 보장의 수단 또는 전제로서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를 아울러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유권의 이전에 관하여 우리 물권법은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동산에 관하여는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그 중에서 소유권이전의무는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에서는 소유권등기의무의, 동산에서는 인도의무의 형태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와 같이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한다.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그리고 동산매매에서 목적물의 인도가 위 두 의무의 이행으로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항상 병존하여 같은 효과를 가지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동산의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후 목적물의 보관을 소홀히 하여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인도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는 적법하게 이행되어 소멸하지만,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의 인도의무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되지 아니하여 그가 불완전급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 다시 논의를 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로서의 인도의무에 한정하여 보면, 여기서 ‘인도’[원래는 ‘인도’가 아님에도 법률이 인도로 ‘간주’하고 있는 점유개정 등( 민법 제189조, 제190조 등)은 우선 논외로 한다]는 그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에 의한 점유의 이전을 말하고, 그러한 ‘인도’에는 인도하는 사람과 인도받는 사람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도하여야 할 사람이 소유권의 이전을 위하여 인도를 ‘제공’하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날 수 없고, 또 인도가 제공되더라도 인도받을 사람이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즉 인도받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도 부동산매매에서의 소유권등기의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부동산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도 동산매도인의 인도의무와 같이 실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의 소유자가 되도록 한다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협력’도 결국 등기 소요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실제로 흔히 행하여지는 대로― 등기 소요 서류를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동산매도인이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동산의 소유자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을 제공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라)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2보충의견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매매계약에 기하여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 어떠한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느냐 하는 것이므로(부동산 이중매도인의 배임죄에서의 이른바 ‘등기협력의무’도 당연히 매도인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동산매매에서 물건의 인도와 관련하여 매수인에게 요구되는 행태가 어떠하냐는 별달리 문제될 바가 아니다. 

(마)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편 다수의견은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인 것이고,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동산매도인의 ‘인도채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문제이거니와, 이러한 입론은 전형적인 순환논법이다. 즉 그 ‘인도채무’의 이행이 ‘자신의 사무’이고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전제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름아닌 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인도채무 이행을 그렇게 볼 것인지에 있는 것이다. 

또 위 견해는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나, 이와 같은 입론은 동산매매에서 ‘인도’가 앞서 본 대로 이중의 기능을 하여서, 그 ‘인도’에는 부동산매도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대응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하는 것은 소유권등기를 매수인 앞으로 행하지 아니하는 것에 상응하는 ‘재산 보호 등 협력의무’의 위반, 즉 부동산 이중매매에서와 같은 배임적 행위일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바.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다.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1)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있게 되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어 양도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이 점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채권이 양도되어 양수인에게 그 채권이 이전된 것을 전제로 하여 양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 역시 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이전 이후에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법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 어느 경우도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이중처분행위를 문제삼는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먼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가) 채권양도인은 그 원인이 되는 매매나 담보 제공 등에 관한 채권계약에 기하여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에 관한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하 단지 ‘대항요건’이라고만 한다)을 갖추어 줄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무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그 원인계약의 목적이나 의미에 상응하는 이익을 방해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게 할 계약상 의무에서 연유한다고 이해된다. 

그리고 채권의 이중양도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목적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 제2의 양도에 관하여 먼저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제1양도에 기한 양수인의 채권 취득을 실제에 있어서는 ‘무(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와 다름이 없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채권 이중양도에서 양도인의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채권이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었으므로 이제 양도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고 파악하는 것은 ‘권리의 이전’이라는 것을 채권의 형식적 귀속으로만 파악하고 특히 계약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약이익의 실질적 보장’의 관점을 근거 없이 가볍게 평가하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채권의 이중양도에서 문제의 발단은 양도인 자신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 기하여 부담하는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대항요건을 구비함이 없이 취득된 채권은 우선 채무자에게도 대항할 수 없어 채권양도를 부인하는 채무자에 대하여 그 양수인은 원래 채권의 이행조차 청구할 수 없고, 나아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채권 취득을 관철할 수 없으므로 예를 들면 양도인은 위 이중양도의 사안에서와 같이 얼마든지 제2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양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도 자신의 채권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판례가 채권의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여 채권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진정한 이유는, 위의 견해가 말하는 것처럼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는 원래의 계약과 관계없이 무슨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양도인이 다름이 아닌 자신의 채무불이행에 기인된 대항요건의 불구비상태를 이용하여 양수인의 권리 상실과 같은 현저하고도 중대한 결과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키고 그로써 불법한 이익을 취한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그 경우 양도인은 스스로의 의무위반상태에서 그 위반에 수반되는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을 고의적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판례는 바로 그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고 그러한 위험의 실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3) 이상과 같은 이해는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이나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서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조차 다른 경우와 달리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후자의 경우는 제외하고, 일단 전자에 한정하여 보기로 한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담보동산 이중처분에 관한 재판례는 예외 없이 담보제공자가 점유개정 등을 통하여 종전의 현실적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으로 처분하여 목적물에 대한 채권자의 소유권을 상실시킨 사안에 대한 것이다(반대의견이 인용하는 재판례 외에도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등 참조).

(나) 물론 이러한 사안에서는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담보설정계약 자체는 그대로 다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의 양도담보에 있어서 양도인은 비록 이제 목적물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이전되었지만 자신이 전과 다름 없이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점유하는 것을 이용하여 여전히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자처하면서 이를 진정한 소유자인 것처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채권자는 비록 목적물의 소유권을 담보로 취득하였지만, 위와 같은 담보제공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등의 역시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 이처럼 채권자의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은 동산양도담보거래에는 당연히 수반된다. 따라서 담보를 취득하는 채권자로서도 위와 같은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한 거래에 들어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양도담보가 주로 신용을 얻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행하여진다는 점, 동산양도담보가 오늘날의 신용거래에 있어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실현시켜 허용될 수 없는 불법의 이익을 취한 담보제공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용의 현실적 이익을 준 채권자를 보호하여 동산양도담보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 판례의 취지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는 이를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내용은 목적물이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채권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권리인가와는 관계없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5)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는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전혀 무관한 문제로서 여기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는 것, 나아가 그와 같은 결론은 쉽사리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임차권의 성질 기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요한다는 것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사.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이해하는 한편, 그 배후에 있는 고려가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고 또 이는 동산의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합의된 매매대금은 8천만 원에 이른다)를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그 인쇄기를 이중으로 매도하고 인도까지 해 주었다고 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주심)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도1958 판결
[절도][공1991.6.15,(898),1565]

【판시사항】

가. 피고인과 갑 간에 갑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갑에게 벌채한 원목을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어 갑이 계약상의 의무를 다 이행하였는데 피고인이 이를 갑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에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피고인과 갑 간에 '갑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갑에게 그 벌채한 원목을 인도한다'는 계약이 성립되고 갑이 위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원목의 소유권이 바로 갑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그 소유자인 피고인이 갑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함으로써 비로소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아직 피고인이 갑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하지 아니한 채 이를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는 자기 소유 물건의 처분행위에 불과하여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란 반드시 제한물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이에 포함된다. 

【참조조문】

가. 형법 제329조, 민법 제188조 나. 제323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60.9.14. 선고 4292형상537 판결
1968.6.18. 선고 68도616 판결(집16(2) 형27)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90.4.19. 선고 90노1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절도의 점에 대하여, 가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피고인 간에 '피해자가 이 사건 임야의 입목을 벌채하는 등의 공사를 완료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 벌채한 원목을 인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이 성립되었고 피해자가 위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원목의 소유권이 바로 피해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그 소유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함으로써 비로소 그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생긴다는 견해 아래에서 아직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원목에 관한 소유권이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인도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니 피고인이 이를 타인에게 매도한 행위는 자기 소유물건의 처분행위에 불과하여 절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옳고 여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인 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하여, 가사 피해자와 피고인간에 위와 같은 계약이 이루어졌고 피해자가 위 계약상의 의무를 모두 이행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 원목 인도청구권 등의 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원목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채권과 위 원목에 대한 견련관계도 인정할 수 없으니 피해자는 이 사건 원목에 관하여 유치권 기타 이와 유사한 담보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하여 피해자에게 이와 같은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권리행사방해죄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나,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타인의 '권리'란 반드시 제한물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수반하지 아니하는 채권도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되므로( 당원 1968.6.18. 선고 68도616 판결, 1960.9.14. 선고 4292형상537 판결 참조), 위 예비적 공소사실대로 피해자가 이 사건 원목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사건 원목은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물건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터인데도, 원심은 피해자와 피고인간의 위와 같은 계약체결 사실을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원목이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필경 원심판결에는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권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할 것이어서 이 부분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될 수 밖에 없다. 

3.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명철(재판장) 박우동 배석 김상원   


(2)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의 차별적 취급  


   채권은 물권과 달리 배타성이 없고, 채권자상호간에 우선권이 없다.31) 매도인의 등기이전에 협력할 의무는 채권관계에서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게 모두 적용되는 ‘보편적인 의무이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32)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되려면 제1매수인, 제2매수인 관계없이 매도인에게 ‘보편적인 의무이행행위’로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의 취지는 제1매수인이 먼저 계약을 하였기 때문에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상 채권자에 불과한 제1매수인은 물권자로서 그 지위가 강화된 제2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33)
는 원칙에 반한 판결로 평가된다. 만일 우리나라가 의사주의를 취한다면 매도인은 계약과 동시에 타인의 재물(즉 제1매수인의 재물인 부동산)을 보관하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귀결이 될 것이다. 

31) 황경웅, “반사회적 부동산 이중양도의 효력” 중앙법학 제18집 제4호, 2016., 25면 참조. 
32) 류전철, 앞의 논문, 446면 참조. 
33) 박찬걸, 앞의 논문, 5면 참조. 


    그러나 우리는 부동산 물권변동의 불안정성 때문에 대항요건주의(의사주의)가 아닌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를 취하고 있고, 그 원칙에 따른다면 중도금단계에서 매도인은 제1매수인에게 이행불능에 대한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즉 중도금 지급 이후 해약이 불가능함을 이유로 등기협력의무가 있음을 근거로 배임죄를 적용한다면,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을 구별하지 말고 이중매매에 있어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판결34)하지 않는이유35)는 이 논거가 일관된 논리가 아님을 시인하는 것이다.  

34) 이러한 전제하에 판례는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2. 12. 24. 선고92도1223 판결 참조. 

35)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부동산을 이중매매한 경우 선매수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한 것은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 1977. 10. 11. 선고 77도1116 판결 참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배임][공1993.2.15.(938),661]

【판시사항】

가.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한 경우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 (소극) 

나.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의 존부 (한정적극) 

【판결요지】

가.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선매수인에 대하여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그 매매계약에 무효의 사유가 있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소멸할 리가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공1977,10343)
1986.12.9. 선고 86도1112 판결(공1987, 180)

【전 문】

【피 고 인】 A

【상 고 인】 검 사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1992.4.23. 선고 92노12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1.5.29.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B에게 금 530만 원에 매도하고 그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같은 해 6.27. 공소외 C에게 위 부동산을 금 1,530만 원에 이중으로 매도하여 계약금을 수령한 후 같은 해 6.29. 위 B로부터 잔금을 교부받은 사실이 발각됨으로써, 같은 해 7. 중순경 피고인, B, C 등 이해관계인이 모인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피고인이 7.21.까지 위 B에게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금 700만 원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한 후 이 사건 부동산은 위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기로 화해가 성립되었는데, 피고인은 위 금 700만 원의 지급기일까지 위 금원을 B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7. 29. 에는 위 C로부터 잔금까지 지급받은 후, 9.6. 위 부동산에 관하여 위 C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임무에 위배하여 위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위 C에게 금 1,53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였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B, C 사이에 체결된 합의의 내용은 피고인이 B에게 금 700만 원을 지급함을 조건으로 B가 그 매매계약상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위 B는 위 합의에 따른 금원을 지급 받지 못한 이상 선매수인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선매수인인 B에 대한 이전등기경료행위가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를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당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1986.12.9. 선고 86도1112 판결 참조),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매매계약이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선매수인에 대하여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그 매매계약에 무효의 사유가 있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소멸할 리가 없는 것이다. 소론은 위와 같은 경우 매도인의 선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가 없음을 전제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한 행위가 후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나 채택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배임죄의 법리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박만호   
대법원 1977. 10. 11. 선고 77도1116 판결
[배임][집25(3)형,56;공1977.11.15.(572),10343]

【판시사항】

이중매매의 경우 선매수인에게 이전등기를 한 때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형법이 목적하는 바는 민법상 이중매매의 경우 일방에 대하여 채무 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과는 다르므로 이중매매의 경우 선매수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한 것은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전 문】

【피 고 인】 A외 1명

【상 고 인】 검사

【원 판 결】 대전지방법원 1976.10.15. 선고 74노63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 A소유 명의의 이건 토지에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전에 각 C와 D에게 매도된 사실을 인정한 1심의 조치를 유지하였는 바, 원심이 위 1심의 인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설시한 바를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면 동 설시는 능히 시인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였다고 할 수 있는 사유가 없으며, 부동산등기부에 등기원인의 날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서 그대로 기입되는 것이고, 당사자는 왕왕 실제와는 다른 날자를 등기원인날자로 하고 등기신청을 하는 예도 있음에 비추어 등기부의 등기원인날자가 반드시 사실과 일치되는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증거에 의하여 등기원인날자를 등기부에 기재와 달리 인정하였다고 해서 곧 그를 위법하다고 하여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으며, 

2. 부동산을 매도한 후에 매수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기전에 동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경우(이중매매의 경우)매도인은 각 매수인에게 동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의무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도인이 어느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 그 매수인명의로 등기가 완료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타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그 매수인에 대하여 매도인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것임은 부동산매매계약에 인한 매도인의 채무의 성질상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배임죄성립에 관해서는 민법의 위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고 부동산이 매도되면 형법은 부동산을 매도한 자에게 매수인을 위한 업무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명하는 동시에 그 임무에 위배하고 동 부동산을 다시 타인에게 매도하고 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이를 금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해서 그를 형법상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인즉, 같은 취지로 이건 부동산에 대하여 선매수인인 C, D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 동 매수인등 소유명의로 등기가 완료되었다고 해서 후매수인인 B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원심판시는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의 흠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이건 상고는 이유없으므로 형사소송법 390조, 399조, 364조 4항에 의하여 기각하기로 하고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문기(재판장) 이일규 강안희 정태원 해외출장으로 서명 날인할 수 없다. 민문기(재판장)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배임][공1987.2.1.(793),180]

【판시사항】

부동산 2중 양도에 있어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한 경우, 동인의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해서 그를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86.2.28 선고 85노193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그가 대표이사로 있던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신축한 아파트중 501호 및 402호를 1983.7.27 및 같은해 8.8 채무변제조로 이 사건 피해자 쌍공소외 2 주식회사와 동 공소외 3에게 각 분양하고 그들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지 아니한 채, 같은해 12.9 이를 공소외 4 및 동 공소외 5에게 그에 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준 사실과 한편 피고인은 위 각 아파트를 위와 같이 피해자 쌍공소외 2 주식회사 및 공소외 3에게 분양하기 이전에 판시와 같은 경위로 위 아파트 501호는 1983.6.1 위 공소외 4에게, 또 위 아파트 402호는 같은해 4.5 공소외 6에게 각 분양하기로 하여 각 그 분양계약서를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들보다 먼저 분양된 위 각 분양계약의 이행으로서 1983.12.9 위 501호에 관하여는 위 공소외 4 명의로, 위 402호에 관하여는 위 공소외 6의 권리를 순차 승계한 위 공소외 5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 사실을 적법히 확정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들보다 먼저 분양받은 자에게 그 분양계약의 약정에 따라 위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였던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원심이 취사선택한 증거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기거나 심리미진의 위법사유가 있다 할 수 없고, 또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도한 후에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동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경우(이중매매의 경우)매도인은 각 매수인에게 그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의무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도인이 어느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 그 매수인 명의로 등기가 완료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다른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그 매수인에 대하여 매도인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것임은 부동산매매계약에 인한 매도인의 채무의 성질상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한편 형법상 배임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는 부동산이 매도되면 형법은 부동산을 매도한 자에게 매수인을 위한 임무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명하는 동시에 그 임무에 위배하여 동 부동산을 다시 타인에게 매도하고 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이를 금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해서 그를 후매수인에 대하여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인즉, ( 대법원 1977.10.11. 선고 77도111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아파트에 관하여 선매수인에 해당하는 위 공소외 4, 공소외 5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후매수인에 해당하는 위 쌍공소외 2 주식회사나 공소외 3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인 원심판시는 결국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이명희 최재호 황선당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주택법위반·근로기준법위반·부정수표단속법위반·조세범처벌법위반(인정된죄명:지방세법위반)·배임][공2009상,401]

【판시사항】

[1]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한 경우, 후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 (소극) 

[2]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분양 전 금융기관과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사안에서, 수분양자들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3]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4] 신탁자와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동산관리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 준 위탁자가 임의로 신탁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제3자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한 사안에서, 신탁목적물에 대한 보존·관리 및 비용부담 등의 사무는 위탁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위탁자의 위 처분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분양 전 금융기관과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사안에서, 수분양자들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3]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두 당사자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신탁회사와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동산관리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 준 아파트 건축분양회사가 임의로 신탁목적물인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여 제3자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한 사안에서, 신탁계약의 목적은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로써 이미 달성되었고 신탁목적물에 대한 보존·관리 및 비용부담 등의 사무는 위탁자인 건축분양회사 자신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위탁자의 위 처분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3] 형법 제355조 제2항 [4]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공1993상, 661)
[3]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공1987, 924)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8도373 판결(공2008상, 556)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우윤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12. 4. 선고 2008노16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해자 한국석유공사외 2에 대한 각 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건축한 서산시 (지번 생략) 공소외 1 주식회사마을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대하여 그 각 피해자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로부터 각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그들에게 법적 제한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위 아파트를 건축하면서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로부터 대출받은 돈(24평형 세대당 2,600만 원, 32평형 세대당 4,5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2005. 5. 20. 위 아파트에 공소외 2 회사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20,854,6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어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위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되는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 피해자들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위 피해자들은 분양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근저당을 설정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음을 알았다거나 이를 양해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 사건은 분양계약 후 잔금까지 모두 지급받아 위 피해자들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는 임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것이어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한 경우에 매도인이 선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여 후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가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4. 6. 29. 이 사건 아파트 부지를 공소외 2 회사에 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최고액 20,854,600,000원의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공소외 2 회사로부터 160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후 이 사건 아파트 공사가 완공되어 아파트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때에는 이를 이미 담보로 제공된 아파트 부지와 함께 위 피담보채무를 위한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와 같은 추가담보제공의 약정 후에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각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것이고, 그 후 이 사건 아파트가 준공되자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5. 5. 20. 그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면서 같은 날 그에 관하여 공소외 2 회사에게 공동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그와 같이 추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것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공소외 2 회사에 대하여 지고 있는 2004. 6. 29.자 위 추가담보제공의 약정에 기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 각 피해자들의 매매계약보다 앞선 위 추가담보제공의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이 위 각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를 위법하게 위배한 것으로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근저당권설정행위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에 대한 배임의 점에 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5. 6. 30.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4 주식회사 ○○지점에서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에게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Ⅰ) 기재 위 아파트 27세대를 신탁하는 내용의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위 각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위 피해자에게 이전하였으므로 위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사전승낙 없이 위 아파트를 임대하는 등 권리를 설정하거나 현상을 변경하여 아파트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2005. 7. 중순경 위 아파트를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매도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함으로써 합계 1,068,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와 체결한 관리처분신탁계약의 제9조는 “위탁자(피고인)는 신탁부동산을 사실상 계속 점유 사용하고, 신탁부동산의 실질적 보존과 일체의 관리행위 및 이에 따른 일체의 비용을 부담한다.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승낙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위탁자는 신탁부동산의 멸실 훼손 등 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즉시 이를 수탁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고 보존 및 관리하는 업무만을 해야 할 뿐이고 공소외 3 회사의 승낙 없이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임의로 아파트를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매도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하여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고 공소외 3 회사의 임대차 및 입주자 관리, 수익금 운영, 처분 등의 업무를 방해하여 손해를 가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두 당사자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5. 6. 30. 피해자 공소외 3 회사와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목적물에 대하여 위 피해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위 신탁계약은 담보신탁용으로서 그 계약의 목적은 위탁자(공소외 1 주식회사)가 부담하는 채무 내지 책임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탁자(위 피해자)가 신탁부동산을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시 환가정산하는 데 있는 사실(위 계약 제1조), 그런데 위 신탁계약의 제9조는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사실상 계속 점유·사용하고, 신탁부동산의 실질적 보존과 일체의 관리행위 및 이에 따른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며,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승낙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상 나타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위 피해자간의 위 신탁계약의 내용 및 앞서 본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신탁계약은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를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위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으로써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이 사건 아파트를 유효하게 처분할 가능성이 없게 되어 그 목적은 그 요부에 있어서 달성되었고, 위탁자인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신탁목적물인 이 사건 아파트를 계속 점유·사용하면서 그 보존 및 관리의 비용을 부담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자신을 위한 그의 사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신탁목적물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의무는 단순히 신탁계약상의 채무에 그치며,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3 회사의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의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한 원심판결은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주택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실 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위 각 파기부분과 이 사건 유죄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할 수 밖에 없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안대희 양창수(주심)   


(3) 매도인과 매수인의 형평성 36)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면, 매매계약은 쌍무계약37)이므로 매수인에게도 매도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인정하여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보아 배임죄 주체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매수인도 잔금지급의무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인정하여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보아 배임죄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38) 그러나 판례는 잔금을 지급하기전에 소유권을 먼저 이전받은 매수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매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에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39)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며 쌍방이 각자 권리자인 동시에 의무자이다. 중도금이 수수되면 계약이행의 완결에 대한 기대가 증대되는 것은 쌍방이 마찬가지 입장이므로, 매도인만이 아니라 매수인도 함부로 해약할 수 없다. 매수인의 계약완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이중매도를 처벌한다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매수를 회피하고자 잔금을 지불하지 않는 매수인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40)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처벌은 계약체결당시 형성된 매도인과 매수인의 균형점이 배임죄가 개입됨으로써 깨져 매수인에게 기울어지는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하였다.41) 한편, 계약금과 달리 중도금은 민법상 개념이 아니다. 일반적인 중도금은 가액의 2/3라고 하지만, 1/2이 되기
도 하고, 1/4이 될 수도 있다. 또한 1차 중도금, 2차 중도금 등으로 나눌 수도 있어, 중도금 수령시를 어떤 기준으로 보아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을 수 있다. 만일 계약금과 소액의 1차 중도금만 지불한 경우,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하였다고 채무불이행 이외의 배임죄 성립을 인정할 것인가?  
   이렇게 애매하고 모호한 중도금 수령여부에 따라 매도인의 배임죄 성부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매수인과의 형평성 관점에서 볼 때 불합리하다.   

36) 동지의 문제의식으로, 김신, 배임죄에 대한 몇가지 오해 , 법문사, 2020., 58면 참조 ; 박광현, “형사법의 독자성과 민사법과의 법질서 통일성 관점에서 바라 본 학제 간 고찰” 서울법학 제20권 제1호, 2012., 288면 참조. 

37) 계약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한다. 김준호, 각주 11)의 책, 817면 참조.

38) 실제 부동산 세금 등의 문제로 매도인이 특정시기에 부동산을 매도하고 싶었으나, 즉 매도인에게 계약이행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나, 매수인의 신뢰위반, 즉 잔금지급 불이행 등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배임죄 재산상 손해개념에서 논란이 될 사항이지만,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현실적 손해뿐만 아니라 ‘잠재적 손해’인 ‘위험성이 있는 손해’까지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39)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부동산 이중매매사건) 반대의견 참조. 

40) 문형섭, 재산범죄론의 이해 , 전남대학교 출판부, 2006., 236면 참조. 

41) 주지홍, “부동산이중매매에 있어서 배임죄 적용 결과 민사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법학연구 51(2),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321면 참조.


Ⅲ. 배임죄 ‘타인의 사무’와 매도인과 매수인의 신임관계   


1. 판례가 구축한 ‘타인의 사무’  


    일반적인 배임죄 판례에서 구축한 ‘타인의 사무’를 정리해 보면,42)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43) ①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44)하는 경우, ② 타인의 재산 보전을 위해 협력할 의무45)를 갖는 경우를 말한다.46) 여기서 ‘타인의 사무’의 키워드는 신임관계, 대행, 협력
이다. 이하에서는 이들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42) 김신 전 대법관은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① 타인과의 내부적 관계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고, ②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자이며, ③ 그 사무의 처리는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사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판결 ;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 김신, 앞의책, 10면 참조. 

43)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44)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아 포괄적인 처분권한을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고용 등 계약으로 물품구입을 하는 피고용인이 대표적이다. 문형섭, 앞의 책, 224면 참조. 

45)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 3482판결 ; 류전철, 앞의 논문, 447면 참조.

46) 강수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한가?”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49호, 2015. 12., 361면참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예비적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횡령(인정된죄명: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 구성요건 중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공2012상, 1026)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공2014상, 802)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정암 담당변호사 부봉훈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 20. 선고 2016노305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참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변경된 공소사실 중 배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 외 다수의 토지에 고시원인 건물과 도시형생활주택인 집합건물 신축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1) 피해자는 피고인이 대표이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사업을 운영한다.

(2) 그 대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의 설계용역과 감리용역을 수급하고 각종 절차 업무를 담당하여 설계용역대금과 감리용역대금 각 1억 5,000만 원, 월 급여 400만 원, 사무실 임대료 월 100만 원, 사업 완료 시 인센티브 5,000만 원을 수령한다. 

(3) 이 사건 사업 완료 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취득한 권리, 의무 일체를 반환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공소외 2 명의로 보유한 공소외 1 회사의 주식을 반환한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하여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취득한 권리와 의무를 보전·관리하고, 이 사건 사업 완료 또는 청산사무 종료 시 피해자에게 이를 이전하거나 반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재산을 보전·관리하는 자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법원으로부터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반환받은 공탁금과 이 사건 사업의 수탁자인 공소외 3 주식회사로부터 공소외 1 회사 명의로 반환받은 예치금 중 합계 263,264,175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이 사건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업무상배임·명예훼손][공2012상,1026]

【판시사항】

[1]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2] 갑 주식회사와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등을 체결하고 그 대리점으로서 가맹점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는 을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임무에 위배하여 갑 회사의 가맹점을 다른 경쟁업체 가맹점으로 임의로 전환하여 갑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갑 회사의 가맹점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임 등 계약에 기하여 위임인 등으로부터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약정된 보수 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또는 매매 등 계약에 기하여 일정한 단계에 이르러 타인에게 소유권등기를 이전하는 것이 대금 등을 얻고 자신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이는 상대방과의 신임관계에서 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2] 신용카드 정보통신부가사업회사[통상 ‘밴(VAN. value added network의 약어) 사업자’라고도 한다]인 갑 주식회사와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대리점계약, 단말기 무상임대차계약, 판매장려금계약을 각 체결하고 갑 회사의 대리점으로서 카드단말기의 판매 및 설치, 가맹점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는 을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갑 회사의 기존 가입 가맹점을 갑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밴사업자 가맹점으로 임의로 전환하여 갑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보유하는 가맹점은 갑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피고인이 갑 회사를 대신하여 가맹점을 모집·유지 및 관리하는 것은 본래 갑 회사의 사무로서 피고인에 대한 인적 신임관계에 기하여 그 처리가 피고인에게 위탁된 것이고, 이는 단지 피고인 자신의 사무만에 그치지 아니하고 갑 회사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며, 그 업무가 피고인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갑 회사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피고인 자신의 사무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은 갑 회사와 신임관계에 기하여 갑 회사의 가맹점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인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1. 3. 27. 선고 91도262 판결(공1991, 1323)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7060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0. 2. 19. 선고 2008노18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무죄부분 중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대리점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를 실제로 운영하는 자이다. 피고인은 2004. 3. 31.경 신용카드 정보통신부가사업회사(통상 ‘밴(VAN. value added network의 약어) 사업자’라고도 한다. 이하 ‘밴사업자’라고 한다)인 피해자 회사와 공소외 1 주식회사 사이에 신용카드조회단말기(이하 ‘카드단말기’라고 한다) 관리대행대리점계약을 체결하여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각 신용카드가맹업소(이하 ‘가맹점’이라고 한다)와 신용카드 조회 및 거래승인, 자동이체서비스계약을 체결한 후 각 가맹점을 관리하게 되었으므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가맹점의 교체요구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가입의 가맹점을 다른 밴사업자 가맹점으로 임의로 전환하여 피해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할 업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5년 1월경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부사장인 공소외 2로 하여금 피해자 회사에 가입한 가맹점들을 상대로 공소외 2 명의로 설립된 대리점 ○플러스를 통하여 다른 밴사업자 카드단말기로 임의 전환하도록 하여 2005. 1. 10.경 공소외 2가 피해자 회사 가맹점인 △△할인마트를 다른 밴사업자인 공소외 3 주식회사 가입업체로 전환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5. 6. 8.경까지 사이에 139개 가맹점을 다른 밴사업자인 공소외 3 주식회사( 영문명칭 생략)나 공소외 4 주식회사( 영문명칭 생략)의 가입업체로 전환함으로써 피해자 회사에 신용카드 조회 및 거래승인시 1건당 67원, 자동이체서비스시 1건당 12원의 각 수수료 수입을 잃게 하여 피해자 회사에 수수료 합계 액수불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피고인이 가맹점 관리대행업무과정에서 스스로 영업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의 카드단말기를 사용할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은 자신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피고인 자신의 사무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의 관계가 상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 회사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그 본질적 내용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동종 경쟁업체의 영업을 대행하거나 중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 회사와의 계약기간 동안에는 다른 동종 업체의 단말기를 판매·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계약상 채무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이 가맹점의 모집 및 유지·관리의 업무가 피고인 자신의 사무인 이상, 피고인이 관리하던 가맹점들이 다른 밴사업자로 전환하여 간 결과 피해자 회사에 소정의 수수료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민사상 계약위반의 책임을 부담함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임 등 계약에 기하여 위임인 등으로부터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약정된 보수 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또는 매매 등 계약에 기하여 일정한 단계에 이르러 타인에게 소유권등기를 이전하는 것이 대금 등을 얻고 자신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이는 상대방과의 신임관계에서 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3. 27. 선고 91도262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해자 회사는 카드단말기를 이용하여 신용조회서비스와 신용판매대금 자동이체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통하여 카드회사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밴사업자이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경기북부 대리점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를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 

②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2년경부터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대리점계약, 단말기 무상임대차계약, 판매장려금계약을 각 체결하고 피해자 회사의 대리점으로서 카드단말기의 판매 및 설치, 가맹점 관리 업무 등을 하였으며, 피해자 회사와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4. 3. 31. 위 계약들을 갱신하였다(갱신된 위 계약들을 모두 지칭할 경우에는 이하 이를 ‘이 사건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등’이라고 한다). 

③ 이 사건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등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영업지역 안에서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가맹점에 피해자 회사의 카드단말기를 판매·설치하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등의 가맹점 관리업무를 하고, 나아가 피해자 회사의 카드단말기를 사용하는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전표를 수거하여 이를 검증하고 전산입력 후 피해자 회사에게 이관하는 매출전표 매입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고, 또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이러한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다. 

④ 역시 이 사건 가맹점 관리대행계약 등에 의하면, 그 업무의 수행에 있어서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피해자 회사의 카드단말기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대, 판로 확대 및 피해자 회사의 이미지·신뢰도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나아가 피해자 회사가 판매하거나 임대하고 있는 카드단말기와 동종 또는 유사한 카드단말기를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할 수 없으며, 피해자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의 영업을 대행하거나 중개하여서는 아니된다. 또한 임의로 가맹점에 대한 서비스를 해지할 수 없고, 피해자 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가맹점에 대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가맹점에 대한 정보사항이 변경되거나 가맹점이 불법·불량 가맹점으로 판단되었을 경우에는 지체없이 서비스의 제공을 중지하고 피해자 회사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한편 가맹점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었을 경우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신속히 해당 민원을 처리하여야 하고, 불량매출이 발생하였을 경우 우선적으로 이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⑤ 한편 피해자 회사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카드단말기를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무상으로 임대하고, 또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판매 또는 영업을 장려하기 위하여 판매장려금계약에 따라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2차례에 걸쳐 합계 4,10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였다. 

⑥ 2004년 12월경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부사장이던 공소외 2 명의로 설립된 ○플러스는 2005년 1월경부터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이던 공소외 5, 6을 직원으로 하여 주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기존 가맹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여 2005년 1월경부터 같은 해 5월경까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139개 가맹점들이 ○플러스를 통하여 피해자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밴사업자인 공소외 3 주식회사( 영문명칭 생략)나 공소외 4 주식회사( 영문명칭 생략)의 가맹점으로 등록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이러한 가맹점의 이탈 현상을 알게 되자 2005. 6. 9.경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하여 대리점계약에 정하여진 동종업종 겸업 금지 및 가맹점 이탈 등으로 인한 영업실적 저조를 이유로 대리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⑦ 피해자 회사는 위와 같은 가맹점 이탈로 인하여 신용카드조회 및 신용카드거래 승인시 1건당 67원, 자동이체서비스시 1건당 12원의 각 수수료 수입을 잃게 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3) 이상과 같은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 회사가 보유하는 가맹점은 그 자체가 피해자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를 대신하여 가맹점의 모집·유지 및 관리의 업무를 하는 것은 본래 피해자 회사의 사무로서 피고인에 대한 인적 신임관계에 기하여 그 처리가 피고인에게 위탁된 것에 기초한 것이고, 이는 단지 피고인 자신의 사무만에 그치지 아니하고 피해자 회사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가맹점 관리대행업무가 피고인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피해자 회사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피고인 자신의 사무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하여서 달리 볼 것이 아니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와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피해자 회사의 가맹점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지위에 있으면서 기존 가입의 가맹점을 피해자 회사의 경쟁업체인 다른 밴사업자 가맹점으로 임의로 전환하여 피해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도록 한 것은 그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여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호소문에 기재한 내용이 반드시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무죄부분 중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배임][공2016상,718]

【판시사항】

타인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권리질권을 설정하고,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상태에서,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제3채무자에게서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은 경우,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판결요지】

타인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권리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또한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채무의 변제를 청구하거나 변제할 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53조 제2항, 제3항).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질권자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가 성립하지도 않는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352조, 제353조 제2항, 제3항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조병학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5. 4. 2. 선고 2015노6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타인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권리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민법 제352조). 또한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직접 그 채무의 변제를 청구하거나 변제할 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53조 제2항, 제3항).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질권설정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질권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가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2011. 7. 15.경 공소외 1 소유의 용인시 기흥구 (주소 생략) ○○○○○○○○○ 808동 202호를 전세보증금 1억 6,000만 원, 전세기간 2011. 8. 5.부터 2013. 8. 5.까지 2년간으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에 전세자금 대출신청을 하여 전세보증금 1억 2,000만 원의 대출을 받되, 그 담보로 공소외 1에 대한 보증금 반환청구권 전부에 권리질권을 설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권리질권설정자로서 질권자인 피해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이 되는 위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하지 아니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3. 7.경 공소외 1에게 이사를 나가겠다고 한 후 공소외 1이 위 아파트를 공소외 3, 공소외 4에게 매도하여 2013. 9. 2.이 잔금기일로 정해지자, 같은 날 위 아파트상가 101호에 있는 △△△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공소외 1과 매수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인중개사 공소외 5 등과 만나 매수인 측으로부터 직접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89,225,520원을 피고인 명의 제일은행 계좌로 송금받고, 공소외 1로부터 나머지 50,774,480원을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임무에 위배하여 위 전세계약 및 공소외 1에 대한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소멸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위 전세보증금 1억 6,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다. 원심은 통상의 금전소비대차 관계에서 차용인의 대여인에 대한 차용금 변제의무는 자신의 채무일 뿐이고 타인의 사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나, 차용인과 대여인 사이에 차용금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한 권리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차용인은 권리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대여인의 권리질권이라는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를 위하여 협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므로, 권리질권설정자인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1억 6,000만 원 전체에 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라.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우선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1. 7. 15.경 피해자로부터 1억 2,000만 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피해자에게 그 담보로 피고인의 임대인 공소외 1에 대한 1억 6,000만 원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관하여 담보한도금액을 1억 5,600만 원으로 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② 임대인 공소외 1은 그 무렵 ‘피고인이 위 전세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대출채권자 겸 질권자인 피해자에게 질권을 설정함에 있어 이의 없이 이를 승낙한다’는 내용의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 

③ 그 후 피고인은 2013. 9. 2. 임대인 공소외 1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1억 4,000만 원을 수령하여 소비하였다.

(2)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임대인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질권설정승낙서를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여 질권설정에 대하여 승낙함에 따라 위 전세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근질권자인 피해자가 대항요건을 갖추게 된 이상, 임대인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고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피해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는 여전히 임대인 공소외 1에 대하여 질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질권설정자인 피고인이 질권의 목적인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 질권자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로써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반,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 및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2.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죄명:배임)][공1994.10.15.(978),2678]

【판시사항】

배임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의  

【판결요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의하여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의 경우 등을 가리키며, 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90.5.8. 선고 89도1524 판결(공1990,1294)
1990.6.8. 선고 89도1417 판결(공1990,1494)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서정우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4.2.24. 선고 92노160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한꺼번에 판단한다.

1.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룹측과의 사이에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함께 처분하기로 합의함에 있어 ○○그룹측으로부터 적당한 원매자를 찾아 매매가격을 절충하여 달라는 위임을 받고, 이에 따라 그 원매자인 공소외 1 회사 주택조합측과의 사이에 위 토지 전체를 총대금 85억원에 매매하기로 하되 ○○그룹 소유의 2/3지분의 매도가격은 36억원·피고인 소유의 1/3지분의 매도가격은 나머지 49억원으로 하여 위 각 공유지분 별로 개별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미리 합의하고 나서, ○○그룹측에 대하여는 이와 달리 위 토지의 1/3지분당 18억원씩에 매매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진 것처럼 통보하여, 이에 터잡아 ○○그룹과 위 주택조합과의 사이에 먼저 ○○그룹 소유지분에 관하여 대금 36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피고인은 나중에 따로 위 주택조합에게 피고인 소유지분을 대금 49억원에 매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사실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조치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음을 찾아 볼 수 없다. 

2.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그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의 경우 등을 가리키며, 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0.5.8. 선고 89도1524 판결; 1990.6.8. 선고 89도1417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그룹측으로부터 그들 공유토지의 처분을 위하여 원매자의 물색 내지 매도가격의 합의절충을 위임받은 것인 이상, 피고인은 위탁자인 ○○그룹의 공유지분의 처분에 따른 사무의 일부를 그를 위하여 대행하는 자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위탁관계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룹의 공유지분에 관한 매매가격을 적정하게 함은 물론 피고인 및 ○○그룹 각자의 공유지분 비율에 따라 그 매매가격이 서로 균등하게 성립되도록 합의절충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실제로 원매자인 위 주택조합측과의 사이에 ○○그룹의 소유지분에 관한 매도가격을 피고인의 것보다 훨씬 싼 값으로 하기로 합의절충하여 ○○그룹이 위 주택조합과의 사이에 그 소유지분을 피고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불리한 가격조건으로 매도하게 함으로써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였다고 할 것이니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업무상배임][공2014상,802]

【판시사항】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1상, 482)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1. 2. 15. 선고 2010노631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고소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고소인 회사’라 한다)는 자산운용사인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가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되어 2009. 2. 4.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설정한 투자신탁의 수탁자인 사실, ② 공소외 2 회사, 고소인 회사,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 공소외 4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 등은 2007. 12. 24. 이 사건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라 공소외 3 회사는 한우사육사업을 영위하는 공소외 4 회사를 설립하고, 중소기업은행은 공소외 4 회사에 대하여 70억 원을 대출하며, 고소인 회사는 공소외 2 회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중소기업은행의 위 대출채권을 양수하여 이를 신탁재산으로 보유한 사실, ③ 이 사건 공동사업약정에 의하면, 공소외 4 회사는 위 대출금으로 한우를 사육하여 판매한 다음 그 대금으로 고소인 회사에 대한 대출원금 및 이에 대한 연 8%의 이자를 약정기일마다 분할 변제하되, 그 대출원리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소외 4 회사 소유의 한우를 고소인 회사에 양도담보 목적물로 제공하고,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 발생 위험에 대비하여 공소외 4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가축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채무상환기간 동안 이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며, 공소외 3 회사는 공소외 4 회사가 사육한 한우의 매입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 ④ 한편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 등은 2007. 12. 24. 이 사건 업무위탁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공소외 3 회사는 한우의 사업소득이 위 대출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차액을 공소외 4 회사 명의로 개설된 자금관리계정에 입금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공소외 4 회사와 고소인 회사 사이의 관계는 동업재산을 합유하면서 이를 기초로 공동사업을 경영한 후 그 이익을 공동으로 분배하고 손실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동업관계가 아니라, 한우사육사업의 성패나 그 사업소득의 규모와 무관하게 채무자인 공소외 4 회사가 채권자인 고소인 회사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대출원리금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공소외 4 회사의 모회사인 공소외 3 회사가 그 채무 이행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는 대출채권채무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공소외 4 회사는 양도담보권자인 고소인 회사가 양도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양도담보 목적물인 한우를 보관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와 관련하여서는 고소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공소외 4 회사의 보험료 부담 아래 공소외 4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한 것은 공소외 4 회사의 사업 목적물인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 발생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공소외 4 회사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사건 공동사업 약정에서 위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가축보험계약이 궁극적으로 고소인 회사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가축보험계약의 체결·유지가 고소인 회사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고소인 회사 스스로도 양도담보 목적물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을 갖고 있어 공소외 4 회사의 협력 없이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위 가축보험계약의 체결·유지 의무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고, 이러한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서 상호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전형적·본질적으로 양도담보 목적물을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하는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공소외 4 회사가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한우에 관하여 가축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고소인 회사에 대한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공소외 4 회사 자신의 사무이지 이를 가리켜 타인인 고소인 회사의 사무라고 할 수 없다. 

4. 원심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공소외 4 회사가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가축보험을 체결, 관리, 유지하기로 한 것이 공소외 4 회사의 사무라고 보고, 이와 달리 그 사무가 고소인 회사를 위한 사무임을 전제로 하여 공소외 4 회사가 위 가축보험계약을 임의로 해지함으로써 임무에 위배하였다는 업무상 배임의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대행  


   ‘대행’한다는 것은 본래 타인이 할 일을 대신하여 행한다는 의미이므로, 본래 타인이 관리·보전해야 할 재산을 위임이나 고용 등의 계약을 근거로 타인을 대신하여 보관·관리할 임무를 가지면서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한다.47)   
   배임죄가 문제된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 사안의 전원합의체 판례48)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 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
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49)해야 한다고 한다. 반대로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

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타인의 사무’는 위임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신임관계’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증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중저당권 판례의 입장을 부동산 이중매매에 적용해 보자면, ‘타인의 사무’, 즉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매수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수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사무처리자여야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된다는 것이다. 

47) 문형섭, 앞의 책, 224면 참조. 

48)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이중저당사건 참조. 

49)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이중저당사건 ;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부동산 이중저당 사건〉[공2020하,1429]

【판시사항】

[1]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이때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에 갑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갑 사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갑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갑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갑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민법 제3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공2008상, 639)(변경)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윤성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9. 26. 선고 2019노2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과 배임죄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다.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라.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한편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는 이 판결의 다수의견에 반하지 아니함을 밝혀둔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12억 원으로 하는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1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한 채무자가 차용금을 수령한 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실제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는 다수의견과 같이 ‘저당권’이라고만 한다). 이러한 쟁점은 추상적으로 규정된 처벌법규 해석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포섭 대상인 재산, 범행 시기, 행위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로부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그 지적이 타당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채권자에 대한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등 채무를 부담하면서 그 채무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약정의 내용에 좇아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는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대법원 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적 해석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맹목적으로 이끌린 나머지,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하여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신임관계마저도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시켜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률상 공백상태를 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할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 1)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2057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 사건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함으로써 그러한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13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3) 나아가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리고 대법원은 채무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대물변제예약을 한 채무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최근까지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에 따라 교환, 증여 및 대물변제약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도1944 판결). 

라.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와 담보설정행위는 양자 모두 등기절차의 협력이라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반하였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더러, 다수의견과 같이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대법원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에 관하여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와 양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매도인이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즉,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이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의무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채권자가 저당권설정등기를 청구하면 채무자는 그러한 항변조차 하지 못하고 저당권설정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 채무자의 지위는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여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성격은 전자의 경우보다 한층 강하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경우에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동산의 현금화를 위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한 자가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되는 반면,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했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불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와 같이 협력의무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위 두 가지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뿐더러, 이와 같이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 역시 찾기 어렵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후 제3자에게 대상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그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무자는 소유하는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는 방법 대신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시가에 상당하는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금액은 부동산 매매에서 통상 정해지는 계약금 및 중도금의 합계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달리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대로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사무가 단지 채무자의 개인적 사무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채권보전과 무관하다고 보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에서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이러한 거래가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를 목적으로 한 거래의 사회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교환이나 증여의 경우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취지는 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기로 한 당사자의 신뢰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환이나 증여보다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의 정도나 상대방에게 미치는 손해가 비할 바 없이 큰 부동산의 이중저당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가벌적 배임행위가 아니라고 다르게 볼 만큼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거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 다수의견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이고 저당권설정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의무는 피담보채무의 변제이므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전후 부담하는 각종 의무는 금전채무에 부수되고 종된 의무라는 시각에 서 있는 듯하다.  

부동산을 금전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무자는 변제의무와 담보유지의무를 각기 부담하고 변제를 완료하면 담보유지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을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부종성에 터 잡은 것으로서, 피담보채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담보물권도 성립하지 않고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는 것이 민사법에 따른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저당권설정자의 의무는 엄연히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로서,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부종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결부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근저당권은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배제되어 있어 피담보채권이 확정될 때까지는 변제 등으로 채권이 소멸하더라도 근저당권의 존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참조).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이유는,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는데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단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 의해 변제되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당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담보채권 위에 질권을 설정하여 외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피담보채권과 함께 해당 저당권을 타에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투입하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피담보채권과 함께 근저당권을 양도하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조달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은 어느 목적물이 가진 교환가치의 취득 및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 소유권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는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인 교환가치가 파악된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소유권의 양적 일부인 공유지분이 이중으로 양도되는 경우 여느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배임죄의 성립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처럼, 부동산 소유권의 내용적·질적 일부가 이중으로 양도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사안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임은 물론 균형에 맞는다. 

오늘날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은 일반인의 소비를 위한 금융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금융을 얻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로써 담보물권은 금전채권을 변제받기 위한 종된 수단에 그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금융제공자로 하여금 이자 등의 형식으로 기업의 이윤 분배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투자를 하도록 매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담보물권이 다른 이에게 전전 양도되거나 이를 기초로 다시 질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가 설정되는 등 자금의 융통과 관련하여 활발한 거래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이 진전됨에 따라 한층 심화되고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학계에서는 실정에 맞게끔 담보물권이 피담보채권과의 관계에서 갖는 부종성과 수반성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저당권에서는 부종성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저당권설정계약은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단지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또는 그에 대한 신뢰관계 자체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하고,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금전소비대차)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바. 한편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에 양도담보권 설정 이후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에 관한 유지·보관의무 등을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쟁점은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 즉 채권자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채무자의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권리취득에 관한 재산보전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사안으로 가벌적 임무위배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계약의 구속력 정도, 거래 관행, 신임관계의 유형과 내용, 신뢰위반의 정도도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사.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다고 보아,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등기를 이행할 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재산권인 담보물권을 형벌에 의해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재산의 교환가치를 객관적으로 적정하게 파악하여 그 우선적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까지는 중시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및 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최고법원으로서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 이르러 종전과 다른 결단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에 관한 피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을 갈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죄형법정주의나 그중 하나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이를 가지고서 위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아.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말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그 권리이전의 형식만 다를 뿐 모두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본질적·전형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양도담보의 경우 부동산 매매와 동일하게 양도담보설정자의 의무는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라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전세권설정, 면허권 등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반대의견은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법제도의 발전에 따른 민사채무 불이행에 대한 국가형벌권 개입의 자제 및 재산의 이중처분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최근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의 흐름에 배치되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형벌법규로써 규율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가져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크고,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법관념을 외면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어 등기를 갖추어야만 권리를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또한 사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은 한정된 자원의 적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에도 방해가 된다. 

나)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는 타인에게 귀속되는 사무로서 사무의 주체가 타인이어야 한다. 즉, 본래 타인이 처리하여야 할 사무를 그를 대신하여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은 계약상 권리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의 이행이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의 사무’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의 당사자 일방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금전채무 담보 목적으로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준 채무자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역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 사안에서 주식 양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판례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사안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다수의견이 위 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한다. 또한 같은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 부동산 매매계약은 일반 국민 대부분이 겪게 되는 일로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거래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매수자금으로 투하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대출금, 차용금 등으로 충당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권리확보방법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법적 불안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할 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에 반해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설정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되고, 저당권설정등기 전에 금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에 해당하며, 기존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보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지만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저당권설정계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약정으로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등기를 마쳐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채무 담보를 위한 저당권설정계약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 원리금을 변제받으면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3)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 다수의견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점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의 핵심이다. 

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등기협력의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종래 판례에서 공동신청주의에 따른 등기의 협력의무를 타인의 사무라고 본 태도를 지양하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 그 취지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등기협력의무를 곧바로 타인의 사무로 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의 유형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 현실 등을 바탕으로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은 배임죄 성립에 관하여 달리 취급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우리의 사회 현실을 감안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중도금 제도가 개선되거나 가등기, 처분금지가처분 등 권리확보수단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부동산 이중매매도 배임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의 교환이나 증여는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부동산 매매와 유사하고,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다수의견에 직접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하지 않았을 뿐, 이에 관한 판결들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을 비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나) 반대의견과 같이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에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채권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취지는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중요한 근거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저당권설정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때 담보의 형식이 저당권설정계약,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인지 여부나 담보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보의 대상 또는 채무에 대한 담보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각 약정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채무자의 주된 의무는 금전채무의 변제에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여전히 타인의 사무로 봄으로써,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동산 이중양도담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정합성이 없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대물변제예약, 양도담보계약, 저당권은 모두 동일한 담보권으로 금전채무의 이행 확보의 방법일 뿐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저당권설정계약과 유사한 유형의 법률관계는 대물변제예약이지 매매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반대의견의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부동산을 저당권의 담보로 제공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담보 제공 조건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와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태에서 변제확보 방안으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담보가 설정되기도 전에 금전을 대여하는 거래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처음부터 담보 제공을 할 의사도 없이 담보 제공 조건으로 차용금을 교부받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임죄가 아니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사기죄로 의율될 여지가 있다. 한편 후자의 경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실질은 결국 일반 민사채무를 불이행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을 지키지 아니하려는 당사자에 맞서 계약이 계약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채권자는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채권자를 보호하여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하거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 법원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쟁점은 부동산 소유자가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다음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먼저 형벌법규의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1)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그 규범적 의미를 명확히 하여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으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법률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문장의 가능한 언어적 의미내용을 명확하게 하고(문리해석), 동시에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해석해야 한다(논리해석). 형벌법규의 문언이나 논리에 따르는 것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에는 형벌법규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질서 전체의 이념, 형벌법규의 기능, 입법 연혁, 입법 취지와 목적,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보호의 목적, 행위의 형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한다(목적론적 해석). 이러한 해석방법은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해 온 확립된 것이다(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6도4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다수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문언해석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견해가 있어 왔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처리(처리)’를 ‘대행(대행)’으로 좁게 이해하는 것은 그 문언적 의미에 반한다. 

‘처리’는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는 것인 반면, ‘대행’은 남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다. 처리라는 용어에는 대행과 달리 대신하여 행위를 한다는 한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법률용어로서 대행과 구별하여 사용되는 대리(대리), 대표(대표), 사무관리(사무관리) 등도 ‘처리’에 포함되고, 그 밖에 사실상 행위, 가령 심부름을 하는 일이나 은행창구 직원의 계좌이체행위 등도 ‘처리’에 포함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문언적 의미에 관하여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예컨대 위임, 고용 등의 계약상 타인 재산의 관리 보전의 임무를 부담하는데 본인을 위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등 참조). 즉,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해 왔고, 이는 오랜 기간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타인의 사무로 본 것도 위와 같이 확립된 문언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까지 선고한 대법원판결들에서도 일관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서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또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와 차용금을 지급받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는 모두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이고, 위와 같은 의무는 상대방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만일 위 두 경우 중 어느 한쪽을 부정한다면 다른 쪽도 부정해야지, 어느 한쪽을 긍정하면서 다른 쪽을 부정하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과 달리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좁게 해석하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재산보전협력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무슨 근거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가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줄 의무가 신임관계의 본질에 해당하는 재산보전협력의무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해 온 태도를 벗어난 것으로 법해석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대법원의 기본적 사명을 망각한 것이다. 

법령, 법률행위, 사무관리와 신의성실 원칙 등에서 나오는 사무에는 대부분 자신의 사무와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성격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전형적인 예로 들고 있는 위임계약도 유상으로 한 때에는 쌍무계약(무보수의 특약이 없으면 보수지급의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로서, 실제 쌍무계약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으로서 위임인과 수임인의 각 채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이 맡긴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위임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기 위하여 위임계약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자신의 사무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경우가 위임계약의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화해 등의 소송절차에서 의뢰인의 재산적 이익에 반하는 취지로 합의를 하였다면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점에 다수의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변호사의 사무 역시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타인의 사무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위임에 따른 사무도 오롯이 타인의 사무로만 볼 수 없는데도,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타인의 사무처리자를 좁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임이나 고용과 같은 계약에 기초하여 일을 하는 경우를 대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수임인이나 피용인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을 대신하여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임인이나 피용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위임인이나 고용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여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한 이유도 위와 같이 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위한 사무를 어느 한쪽으로만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 문언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문언해석으로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를 포괄할 수 없다면,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견해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 확립된 문언적 의미를 무시한 것이거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안에 따라 타인의 사무에 관한 문언적 의미를 다르게 본 것이다. 

3)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배임죄의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배치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일본의 1940년 개정형법가안 제442조 제2항(‘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불법적인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로 규정되어 있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일본의 현행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일본 판례는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저당권설정자는 그 등기에 관해 이를 만료하기까지는 저당권자에게 협력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는 주로 타인인 저당권자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여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독일 형법은 배임죄의 주체를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를 통해 인정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뢰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라고 규정한다. 독일 형법은 권한남용 구성요건과 배신 구성요건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배임죄를 구성하고 있는데, 독일의 통설은 권한남용 구성요건을 배신 구성요건의 특수한 형태이고 배신 구성요건을 일반적 요건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연방대법원도 배임죄의 본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의 위반에 있다’고 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은 독일의 배임죄에 관한 법리는 우리나라 배임죄의 해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는 배임죄의 본질이 타인의 신뢰를 배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것에 있다는 배신설을 따르고 있다. 즉, 배임죄를 사무처리자가 본인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는 재산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본다. 따라서 사무처리자와 제3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무처리자와 본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한다. 

목적론적 해석은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된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해석방법이다. 법해석은 입법자가 이미 고려하였던 것을 단순히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금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서 찾아내는 작업이다. 

형법의 배임죄 규정은 ‘타인의 사무’라고만 되어 있을 뿐 타인의 사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을 기초로 ‘타인의 사무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또한 배임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타인의 사무와 배임행위에 관한 이러한 법리는 형법 규정에서 바로 도출할 수 없고, 배임죄의 본질과 입법자가 지향하는 법의 의미와 정신에 기초한 목적론적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절도죄나 상해죄 등과 같이 구성요건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권리행사방해죄나 배임죄와 같이 그 구성요건에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그 규정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타인의 권리가 무엇이든 그 행사를 어떤 형태로든 방해하기만 하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근거는 법령, 계약뿐만 아니라 신의성실 원칙도 포함되고, 사무처리의 내용도 각각의 근거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며, 무엇이 주된 의무인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타인의 사무가 무엇이고 본질적 내용이 되는 신임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법률관계가 무엇인지, 배임죄 판단의 징표로 삼고 있는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률관계의 유형, 개별 약정의 내용이나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채무의 변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는 소비대차계약의 목적이지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아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대한 담보물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과 그 성질상 차이가 없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상태에서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채무자 또는 부동산 소유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저당권이 아닌 근저당권인데, 근저당권에서는 이른바 소멸에 관한 부종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구별되는 특질이 있다.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피담보채무가 소멸하거나 이전되더라도 근저당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민법 제357조 제1항 제2문). 즉, 피담보채권이 확정되기 전에는 비록 발생한 채권을 채무자가 변제해도 근저당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대법원 1965. 4. 20. 선고 64다169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근저당 사안(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등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를 말한다)이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의 경우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한 상태에서는 채무자가 언제든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은 ‘채무이행의 방법’에 관한 약정으로 민법의 채권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경우 ‘담보권설정’에 관한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에서의 부종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담보채무의 변제만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주요 내용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설정등기의무를 부수적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까?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부수적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유형의 법률관계에서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형법상 배임죄가 중요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해석·적용을 임무로 삼고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축소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사무 유형을 구분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그 성립 여부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해석론에 반한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의무의 이행이 없이는 상대방이 권리를 취득할 수 없는 일정한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목적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그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충분하고 이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고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것은 소유권 등 물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형사책임까지 지는 경우와 구별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 중에서 전형적인 배임행위로 평가되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에 관하여 일관되게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문제 된 사무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판례는 자신의 사무인 동시에 사무처리자의 상대방에 대한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도 신임관계를 기초로 하는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으로 평가해 온 것이다. 이것은 배임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을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문언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의 처벌 범위에서 제외하되 채무불이행 유형 중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같은 일정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이 잘못된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 없이 근저당권설정자의 근저당권설정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무엇보다도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수인의 권리취득에 협력할 매도인의 의무를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았다면, 그와 동일한 유형의 신임관계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권리취득에 협력할 의무로서, 그 의무 이행 없이는 상대방이 재산을 취득할 수 없어 사무처리자의 처분행위가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현저히 침해하는 부동산 이중저당의 경우도 가벌적 배임행위로 보아야 한다. 양자를 달리 평가하는 다수의견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달리 판단하였다는 의미에서 평가모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위임 등 타인의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임죄의 입법 연혁과 그 본질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나 배임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거가 없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1)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배임죄의 해석·적용 문제이다. 배임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규정을 사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임무이다. 입법론으로 배임죄를 일정한 사안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거나 배임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거나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이중저당 사안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배임죄에 관한 규정 없이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사항을 다른 형벌 규정 등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매우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단독신청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부동산 이중처분의 우려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등기에 관하여 공동신청주의를 채택하여 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와 등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에는 부동산 이중처분으로 말미암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보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근저당거래가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이중저당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 등에 관한 공증제도 등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적 개입은 이중처분행위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계약한 대로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정착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민사적으로도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제도가 구축되었으므로 사적 자치에 맡기고 이제는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1971. 11. 15. 선고 71도1544 판결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민사적 권리구제가 확충되어 형사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사정변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사적 자치의 원칙, 그중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형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계약을 파기할 자유, 계약을 위반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약속을 믿고 행동을 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까지 자율의 영역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장하는 권리는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행청구나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수단이 이용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기도 한다. 배임죄 등 몇몇 형사범죄는 바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문제 되는 일정한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 범죄이다. 대법원은 전형적인 배신행위로서 신임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하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에 관해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였는데, 이를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2)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양자가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중매매의 경우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만으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중저당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형사적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은 거래 현실이나 국민의 법감정과도 동떨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모두 매도인 또는 채무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이 미칠 다음과 같은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상 소비대차에 따른 금전을 주고받기 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마땅한 수단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담보권은 담보제공자의 이행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고, 채권자 스스로 담보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은 무담보 채권이 되어 채무자에게 다른 자력이 없다면 공허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여금 채권 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채권자가 언제나 사회적 강자이거나 채무자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담보대출의 국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준공 시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그 약정을 위반하고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분양자나 부동산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다음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먼저 취득한 다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 만일 법원이 담보설정을 약정한 분양업자 등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은행은 담보권을 설정받기 전에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실상은 신뢰관계에 기초한 담보대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고 대출경색으로 채무자들이 제때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국 파산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3) 소비대차계약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다. 사후적으로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이행이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위반하여 무담보 상태를 초래한 데 따른 형사처벌 문제가 소급해서 해소될 수는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넘겨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음으로써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법상 재산범죄의 성립 여부는 손해가 나중에 전보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해야 한다. 가령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해자가 나중에 그 금원을 변제받았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 채무자가 배신적 행위에 해당하는 이중저당으로 채권자를 무담보 상태에 빠지게 하였다면 배임죄는 성립하고, 채권자가 나중에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기만 하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담보권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 침해와 그로 인한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충의견에 따른다면, 어떤 계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대표이사와 회사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고 고용 또는 위임계약이라는 민법상 법률관계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배임죄로 처벌되는 대부분의 형사사건도 그 본질은 계약을 위반한 것에 있다. 형법상 재산범죄는 민사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영역에서도 민사법과 형사법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형사법이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 모두 부동산 이중저당에 대하여 배임죄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근저당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해석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판례의 확립된 해석론과 배임죄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채무자의 배신적인 이중처분행위와 관련된 여러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이에 의하여 변경되는 판례의 범위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대상 재산이 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이후로 한정된다. 이 사건 쟁점은 대상 재산이 부동산으로, 처분 시기가 차용금 수령 후 저당권설정 전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 사건은 대상과 처분 시기를 달리하므로, 그 결론이 통일될 이유는 없다. 

나. 한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종래의 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8도15584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도13730 판결은 채무 담보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기로 약정하였다가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배임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위 두 사건의 원심판결에서 ‘근저당권설정의무는 상대방의 채권확보를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여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모두 배척되었고,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다수의견의 변경 대상 판결 중 사건번호가 특정되지 않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위 2개의 대법원판결에서 부동산 이중저당에 관한 명시적 법리 판시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죄 인정 여부는 직권판단 대상인 이상,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줄 의무가 타인의 사무임을 전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한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전제로 판단한 위 2개의 대법원판결도 판례변경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12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받지 아니한 채 화물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한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법리 판시 없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변경 대상 판결로 포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다. 설령 명시적인 판례변경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위 2개의 대법원판결은 직전에 선고된 위 대법원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부동산 이중매매와 마찬가지의 법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저당권설정등기의무 불이행은 부동산 이중매매와 동일하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채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명시적인 법리 판시가 없더라도 각급법원의 판결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지도적인 해석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급심 실무에서도 부동산 이중저당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도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여전히 배임죄 성립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태도를 위 2개의 대법원판결 선고 시로부터 불과 6개월여 만에 바꾼 것으로, 하급심 등의 실무에 혼란을 가져오고 대법원판결의 신뢰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우려된다. 위와 같은 짧은 기간에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볼 사정변경이나 거래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공2011상,482]

【판시사항】

[1]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2]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가)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하며,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가)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하나,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하며,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다.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으며,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다)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고,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다.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하며,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즉,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갑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갑에게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을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3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공1980, 12431)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공1981, 14222)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공1983, 528)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공2008하, 934)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08. 10. 22. 선고 2008노74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를 공소외 1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43,610,082원 상당의 원단을 제공받아 이를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공소외 2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동산매매계약에 따라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인쇄기를 인도하여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인쇄기의 양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의 일환으로서 타인의 재산보전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존재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구체적 사안을 달리하여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를 통하여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배임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부동산의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에 위배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는바(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매매계약에서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각기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하고 매수인이 그 서류를 이용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매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특정물인 동산의 매매에서 중도금을 교부하여 그 계약이 계약의 내용에 좇아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인의 신뢰를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부동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확립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법원은 면허권·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도961 판결,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 등 참조), 채권의 경우에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의 이중양도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역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대법원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는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통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한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이전에 형벌법규에 의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과 비대화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형법 조문보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의 핵심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임죄라는 범죄유형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하여,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판례법리를 일반화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촉진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형사범죄인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자치의 핵심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상의 의무위반 행위와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이나, 계약상 채무불이행 자체를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채무불이행죄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법제(형사법제)의 태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또는 공사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공사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공사를 도급하여 준 경우 등과 같이 계약 상대방을 위하여 적극적·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그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그 의무이행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이 사건과 같은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우선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이에 반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한다.   

먼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한 것을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은, 점유개정 혹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하여 1차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에 의하여 채권이 양수인에게 유효하게 양도된 이후의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즉, 이 역시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기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채권양수인의 사무 처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 판례의 사안들은 기존 채무의 변제 등에 갈음하여 채권양도가 행하여져 양수인의 반대채무 이행이 모두 완료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 사안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면허·허가권 등의 양도의 경우 양도인이 약정에 따라 면허·허가명의 변경신청 등에 소요되는 서류를 양수인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서류의 교부를 통하여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관할 관청의 개입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내부관계에서는 양도계약의 체결에 따라 사실상의 권리이전이라는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관할관청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명의변경 등의 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면허·허가권 등 권리의 양도와 동산의 매매는 그 구조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다. 

결국 위 판례들의 사안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 이전에 매도인의 이중처분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이전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이중매매의 사안으로 볼 수 없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그 계약의 목적물을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이들 사안에서의 판례법리를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까지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앞서 본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경우와 달리, 부동산은 동산과 마찬가지로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 계약상 채무의 이행과 관련한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의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일관된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본다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는 제1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만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귀속되고 소유권이전등기 혹은 그 인도는 단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지나지 않는 탓에 이중매매행위는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의사주의 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형법에서 위 이중매매행위를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여 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법제를 취한 독일의 경우 형법 제266조 제1항 배임죄에 관한 규정에서 ‘법률행위나 신용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꾀하여야 할 의무’의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반적 해석론에 따르면 매매 등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고 그와 동시에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는 의무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결국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형식주의 법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그 최초 시행일인 1960. 1. 1.부터 현재까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에 의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인도에 의하여 각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규정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등기 또는 인도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이전의 단계에서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더 이상 횡령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에 치중하여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배치되고 논리적으로도 일관성이 없는 법해석을 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등기협력의무와 같은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킴으로써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킨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서로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그들의 신뢰에 차이를 두고 그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합리적 근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중도금의 수수를 기준하여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침해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 당사자 사이의 중도금 수수 시기, 방법, 액수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도인이 중도금이라는 명목의 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매도인이 자신의 재산을 마치 타인의 재산과 같이 취급하여 매수인을 위하여 그 재산을 보호·관리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수인에 비하여 매도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서, 계약 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매수인이 매매잔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들어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도인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대금을 전액 지급받을 때까지는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그 상태에서 매매목적물을 매수인의 소유물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적어도 매도인이 잔금까지 수령하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때에 비로소 상대방인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학계의 비판적 견해도 같은 이유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덧붙여,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책임 없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해당할 뿐,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로 전환하는 요소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 채무불이행의 유형에는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계약의 이행을 불능케 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의 유무 및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에 따라 매도인이 소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을 타에 처분하여 채무의 이행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민사적으로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그 취급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기존 판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이에 관한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의 입장과 같이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유사한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채무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배임행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의 자의에 의한 법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신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배신행위 중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행위의 가벌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자명한 일이다.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하여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법문에 충실하게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이상, 적어도 동산의 경우에는 이중매매 행위만으로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 보충의견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으로서 동산의 인도와 부동산의 등기가 갖는 본질적 차이의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이 점에 관하여 별도의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민법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여 공시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제186조, 제188조 제1항). 이는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하여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므로 특별한 보호 내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산과 달리 장소의 이동 없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공적 장부에 의한 권리관계의 공시가 용이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공시방법의 차이로 인하여 부동산과 동산에 대한 각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이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에 의한 물건의 점유이전과 매수인에 의한 물건의 수령 행위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목적물의 권리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을 수수하는 행위 외에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권리이전에 관한 등기를 신청하여 그 등기를 마치는 때에 비로소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위 권리이전에 필요한 등기절차에 있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등기를 신청하도록 하는 공동신청주의를 택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은 공동으로 등기관을 상대로 등기신청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점에서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는 이와 같이 부동산 거래가 동산 거래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등기협력의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에 근거하여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게 된 부동산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과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임죄의 주체라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인도하는 것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협력에 의하여 별도로 처리하여야 할 사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목적물의 인도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과 수령이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의견도 특정물이 아닌 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고 그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하는 취지는 아닐 것이고, 또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매도인에 대한 배임죄로 인정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와 반대급부를 주고받는 쌍무계약에서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과 달리 별도의 신임관계 발생의 기초가 되는 등기의 공동신청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요하지 않는 동산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대금을 지급받은 후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는 행위 역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거의 모든 계약상 채권채무관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채무의 이행제공과 그 수령이라는 개념구성을 근거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이 무한히 확대되어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형사적인 배임행위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권리의 취득은 사무 처리로 인한 법률효과일 뿐 사무 처리 또는 사무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 취득 자체를 신임관계의 기초가 되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도 없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가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협력할 의무’ 또는 ‘매수인의 등기서류 수령에 협력할 의무’가 아니라 ‘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라는 개념을 매개로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를 인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결론이 정당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정당하고 반대의견에 찬동할 수 없는 이유를 매우 곡진하게 개진하고 있다. 그에 대응하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주로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의 주장이 적절하지 아니하며 반대의견이 옳다고 하여야 하는 이유를 보다 상세히 들어 밝히고자 한다(이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을 제1보충의견,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을 제2보충의견이라고 부른다). 

가. 먼저 명확하게 하여 둘 것은, 여기서 ‘이중양도’라고 부르는 사안에 대하여는 그 의미에 관하여 주의를 요한다는 점이다.

종래 이른바 ‘이중양도’라는 이름 아래 다루어진 사안은 대체로 특정한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자가 일단 매도·증여 기타 양도의 원인이 되는 계약을 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다시 제3자에게 매도·증여하는 등으로 같은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이중으로 부담하고 나아가 그 의무의 이행으로, 그러나 제1의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에 위반하여 그 제3자, 즉 제2의 소유권이전채권자 앞으로 등기를 하거나 목적물을 인도하는 등 이를 양도한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위의 사안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양도는 단지 한 번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고, ‘이중’으로 행하여지는 것은 소유권 양도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행위뿐이다. 

이렇게 보면, 종전에 이 문제를 그러한 소유권 양도의 원인행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매매를 들어 ‘이중매매’라고 불렀던 것도 이유가 없지 않다. 그리하여 이하에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또 특히 문제가 되는 부동산 ‘이중양도’와 동산 ‘이중양도’의 대비를 보다 명확하게 부각되도록 하기 위하여, 일단 이중으로 물건매매가 행하여진 경우를 염두에 두고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즉 권리매매, 그리고 매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양도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언급한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계약불이행의 문제에 형사적 제재를 개입시키는 것에 대하여 신중하여야 함을 애써 주장한다.

(1) 이 점에 대하여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특히 민사문제의 형사화는 형사법에서의 이른바 ‘비범죄화’의 요청을 들 필요조차 없이 가능한 한 피하여야 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유형은 차치하고라도 다수의견 및 그에 대한 각 보충의견도 배임죄의 성립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수많은 사례가 대체로 계약불이행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여기서 단지 하나의 예만을 들자면, 회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수많은 사안에서 판례는 아무런 의문 없이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음은 물론인데, 그러한 배임행위들 역시 회사와 이사 사이에 존재하는 위임계약상 의무의 위반임에는 이론(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1보충의견이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면 어떠한 형태의 계약위반을 배임의 죄책으로 제재할 것인가’ 하는 정작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없다. 

(2)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종전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거나 적어도 그러한 태도에 대한 비판에 귀기울일 만한 점이 있다고 보고, 따라서 그러한 판례의 태도를 동산의 이중매매에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우선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례는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즉, 종전의 판례는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을 극력 억제한 결과로 부동산매매에서의 계약불이행의 경우 중에서도 ① 시간적으로는 중도금의 지급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이 그 체결단계를 넘어서 이제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 단계에서 비로소, ② 행위태양의 관점에서는 매도인의 고의로 인한 배신적 처분행위의 경우에 한하여, ③ 행위결과의 관점에서는 매수인의 목적 권리 취득을 아예 불능하게 하는 사안에 대하여만 배임의 죄책을 물었던 것이다. 

(4)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는 ―뒤의 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산의 이중담보 제공이나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서와 같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의 어떠한 특징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온전하게 매매목적물을 취득한다는 법적 보장이 없다. 

매수인은 대체로 매매대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고, 그 중에서 중도금은 때로 여러 차례 나누어서 지급되는 것으로 약정된다. 많은 경우에 중도금의 지급으로써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절반 정도를 얻게 되는데, 그 액은 적지 않은 경우에 일반 국민 각자가 보유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외국에서와는 달리 매수인은 그가 의도하는 목적 부동산의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계약이 체결되어도 매수인의 소유권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앞으로 가등기가 행하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매도인은 잔금을 지급받으면서 비로소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그때에서야 부동산소유권 취득의 현실적 방도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러한 상황은 매도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그 상당한 부분을 현실로 취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소유권등기를 유지하여서 여전히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소유자로서의 권리’에는 사용·수익은 물론이고, 양도 기타 처분이 포함되어 있어, 매도인이 유효하게 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확고한 판례에 의하면, 그 처분에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아예 좌절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발생케 하는 처분도 포함된다. 매도인의 제3자에 대한 처분이 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는 제한적인 요건 아래서 매도인의 제2매매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되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뿐이다. 

(다) 이러한 법상황 아래서 매도인의 위와 같은 제3자에의 양도행위를 단순히 채무불이행, 즉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제로 인한 지급대금의 반환으로 처리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지가 오히려 여기서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1)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고의적으로 범하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매도인의 경제적 곤경을 기화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수인의 위와 같은 채권적 권리는 실제로는 그의 구제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2) 우리 민법은 선취특권제도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므로, 의용민법 제325조 제3호, 제328조에서와 같이 “부동산의 매매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을 위한 당해 부동산에 대한 선취특권도 인정될 수 없다. 

또 만일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의 인도청구 등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위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에 기하여 목적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를 긍정하는 것은 “부동산물권변동에 있어서도 점유 취득을 요건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일종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서”, 현행법상 아마도 시인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5) 그렇다면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이중양도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그리하여 그 금압의 수단으로 배임죄의 형사적 제재를 시인하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즉 중도금의 지급 등으로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상당한 정도의 매매대금을 소유권 취득의 법적 방도도 전혀 확보되지 아니한 채로 지급하고 매도인 역시 그러한 상태에서 그 지급을 받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태라고 하여도 무리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민법이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입법주의를 전환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과 관련한 구체적 법문제들의 처리에 있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소유자로 등기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아직 그에 관한 소유권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에 목적부동산을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으면, 의용민법 아래서라면 직접 소유권에 기하여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었던 매수인( 대법원 1955. 3. 12. 선고 4287민상326 판결 참조)이 이제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직접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기는 하였다( 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85 판결 참조). 그러나 매수인은 매도인의 소유물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함으로써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80. 7. 8. 선고 79다192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제1매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원칙적으로 등기 없이도 매수인 앞으로 이전된다고 하여도, 매수인은 그 소유권 취득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의용민법 제177조). 그리고 물권으로서의 소유권은 그 본령이 바로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절대성’에 있다. 따라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소유권이란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용민법 아래에서 매도인이 제2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하면, 제1매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이제 그나마의 소유권조차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모든 권리의 1차적인 내용은 권리자의 의사(또는 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를 상실하거나 기타 법적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는 데 있음에도 그러한 것이다. 

(2) 이렇게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견해를 아예 바꾸지 아니하는 한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도인의 형사적 처리에 관하여 이를 무죄로 판단하는 급격한 변화를 단행하지 아니한 것은 오히려 현명한 처사이었다고 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이중매매로 인한 제1매수인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 또는 ‘명목상의 소유권’의 상실은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보다 간명하게 등기가 없는 한 매도인이 여전히 소유자이어서 그의 의사에 기하여 제2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선배 법조인들은 여기서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의 상실이 ‘소유권 취득의 불능’으로 변화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행위의 불법성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파악을 전제로 사회적 반가치행위에 대한 제재와 그 예방을 주안으로 삼는 형사법의 관점에서는 양자를 기본적으로 같이 취급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이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종전에 횡령죄로 처단하던 것을 배임죄로 벌하게 된 것은 횡령죄의 요건으로서의 ‘타인의 재물’(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관한 해석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우리와 같이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는 독일의 예를 들어 그 나라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되고 있는데, 이는 “형식주의 법제 아래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고(또한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른바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을 사안유형이 달라짐에 따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일을 수없이 많은 법문제에서 목격하고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와 법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을 달리하는 독일에 관하여 상세하게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독일의 부동산매매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 확보 전에 대금의 상당 부분이 매도인의 수중에 현실로 들어가는 거래관행이 없으며, 부동산거래는 거의 예외 없이 매매당사자 쌍방에서 공증인의 관여와 조언 아래 행하여져서 당사자 본인은 대체로 매도·매수의 의사결정 자체만을 하고 대금의 지급·수수,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 및 그 확보 등 계약의 이행은 모두 공증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등으로, 독일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란 극히 예외적인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정될 수 없다는 점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부동산거래의 실제적 양상을 달리하는 독일의 경우를 들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지향성’이라는 법의 해석과 운용에서의 중차대한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배임죄의 운용에 있어서도 일차적으로 우리의 실제 사정과 필요에 착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 이렇게 보면, 오히려 각 보충의견의 위와 같은 파악이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제1보충의견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목적물을 이중매도한 매도인에게는 배임의 죄책을 물으면서 상대방인 매수인의 현저한 계약불이행에 대하여는 이를 묻지 않는 것이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매계약에서 발생하는 당사자의 주된 의무, 즉 매도인의 권리이전 및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금전지급의무의 성질상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태양으로든 일정한 액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족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 채무자가 지급할 금전의 조달은 전적으로 채무자 자신에게 맡겨져 있어서, 그것은 그야말로 ‘그 자신의 사무’이다. 앞서 든 예를 여기서 다시 끌어온다면, 회사 사무의 처리를 위임받은 이사가 그 위임사무의 처리에 있어서 고의로 사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로 의율되지만, 회사가 그 임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수 등을 고의적으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또는 마련하여 둔 것을 다른 곳에 소비하였다고 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회사와 이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위임계약으로서 쌍무계약에 해당함에도 당연한 것이다. 위의 제1보충의견은 이 경우에도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 위의 사안에서 이사를 배임죄로 벌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결국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이 쌍무계약의 본질이라고 하여도, 그 ‘대등한 보장’은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에 상응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지, 양자를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주장은 이른바 ‘쌍무계약의 본질’을 그것이 논의될 맥락이 아닌 문제에 관하여 제기하는 것이다. 

마.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동산의 이중매매를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하는 주된 논거로서 각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특히 지적한다. 

즉,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목적물의 인도 외에 쌍방 공동신청에 의한 등기절차가 필요하므로 이를 통해 배임죄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임관계 및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가 발생하는 반면, 그러한 공시절차가 없어 거래 구조의 본질을 달리하는 동산의 이중매매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해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커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논거로 들고 있다. 

(1) 그러나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단하는 태도를 ‘법리적 오류’라고까지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확인하는 판결을 거듭하여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우선 의문이다. 

위 견해는 “[그와 같은]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여 굳이 말하자면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의 힘’이라고나 부를 수 있는 이유를 들어 한 발 물러선다. 그러나 종전 판례의 태도가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유로 이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몰라도, 그것이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그 ‘당부에 대한 논의를 유보’한 채 종전의 판례를 그대로 묵종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종전의 판례가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어떠한 측면이 그것에 있다는 것인가? 그러한 묵종은 위 견해가 그러한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을 더욱 굳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정당성에 대한 암묵의 시인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제2보충의견은 이와는 달리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가) 매매에서 매도인의 의무는 한 마디로 하면,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에 관한 모든 사실적·법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에 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물에 관한 이익으로서 주요한 것은 결국 사용·수익과 처분으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소유권에 관하여 민법 제211조도 참조), 위와 같은 포괄적 이익제공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물건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나아가 목적물을 인도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 1966. 9. 27. 선고 66다1149 판결은 매매가 아니라 증여의 사안이기는 하나, 증여자는 수증자에게 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기 위하여 이전등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로 하여금 증여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또한 대법원 1973. 7. 24. 선고 73다114 판결은 부동산매수인이 그 등기를 아직 받지 아니한 이상 “소유자에 준하여 사용·수익을 계속적으로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줄 의무”가 매도인에게 있다고 판시한다). 

우리 법에서 처분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있으므로, 매수인의 자유롭고 원활한 처분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도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민법 제568조 제1항은 이 점을 명문으로 정한다). 나아가 물건의 사실적인 사용·수익은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 즉 점유( 민법 제192조 제1항)를 필요로 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사용·수익을 보장할 의무와 아울러 그 보장의 수단 또는 전제로서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를 아울러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유권의 이전에 관하여 우리 물권법은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동산에 관하여는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그 중에서 소유권이전의무는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에서는 소유권등기의무의, 동산에서는 인도의무의 형태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와 같이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한다.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그리고 동산매매에서 목적물의 인도가 위 두 의무의 이행으로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항상 병존하여 같은 효과를 가지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동산의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후 목적물의 보관을 소홀히 하여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인도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는 적법하게 이행되어 소멸하지만,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의 인도의무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되지 아니하여 그가 불완전급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 다시 논의를 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로서의 인도의무에 한정하여 보면, 여기서 ‘인도’[원래는 ‘인도’가 아님에도 법률이 인도로 ‘간주’하고 있는 점유개정 등( 민법 제189조, 제190조 등)은 우선 논외로 한다]는 그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에 의한 점유의 이전을 말하고, 그러한 ‘인도’에는 인도하는 사람과 인도받는 사람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도하여야 할 사람이 소유권의 이전을 위하여 인도를 ‘제공’하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날 수 없고, 또 인도가 제공되더라도 인도받을 사람이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즉 인도받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도 부동산매매에서의 소유권등기의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부동산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도 동산매도인의 인도의무와 같이 실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의 소유자가 되도록 한다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협력’도 결국 등기 소요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실제로 흔히 행하여지는 대로― 등기 소요 서류를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동산매도인이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동산의 소유자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을 제공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라)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2보충의견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매매계약에 기하여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 어떠한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느냐 하는 것이므로(부동산 이중매도인의 배임죄에서의 이른바 ‘등기협력의무’도 당연히 매도인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동산매매에서 물건의 인도와 관련하여 매수인에게 요구되는 행태가 어떠하냐는 별달리 문제될 바가 아니다. 

(마)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편 다수의견은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인 것이고,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동산매도인의 ‘인도채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문제이거니와, 이러한 입론은 전형적인 순환논법이다. 즉 그 ‘인도채무’의 이행이 ‘자신의 사무’이고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전제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름아닌 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인도채무 이행을 그렇게 볼 것인지에 있는 것이다. 

또 위 견해는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나, 이와 같은 입론은 동산매매에서 ‘인도’가 앞서 본 대로 이중의 기능을 하여서, 그 ‘인도’에는 부동산매도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대응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하는 것은 소유권등기를 매수인 앞으로 행하지 아니하는 것에 상응하는 ‘재산 보호 등 협력의무’의 위반, 즉 부동산 이중매매에서와 같은 배임적 행위일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바.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다.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1)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있게 되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어 양도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이 점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채권이 양도되어 양수인에게 그 채권이 이전된 것을 전제로 하여 양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 역시 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이전 이후에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법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 어느 경우도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이중처분행위를 문제삼는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먼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가) 채권양도인은 그 원인이 되는 매매나 담보 제공 등에 관한 채권계약에 기하여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에 관한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하 단지 ‘대항요건’이라고만 한다)을 갖추어 줄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무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그 원인계약의 목적이나 의미에 상응하는 이익을 방해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게 할 계약상 의무에서 연유한다고 이해된다. 

그리고 채권의 이중양도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목적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 제2의 양도에 관하여 먼저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제1양도에 기한 양수인의 채권 취득을 실제에 있어서는 ‘무(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와 다름이 없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채권 이중양도에서 양도인의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채권이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었으므로 이제 양도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고 파악하는 것은 ‘권리의 이전’이라는 것을 채권의 형식적 귀속으로만 파악하고 특히 계약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약이익의 실질적 보장’의 관점을 근거 없이 가볍게 평가하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채권의 이중양도에서 문제의 발단은 양도인 자신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 기하여 부담하는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대항요건을 구비함이 없이 취득된 채권은 우선 채무자에게도 대항할 수 없어 채권양도를 부인하는 채무자에 대하여 그 양수인은 원래 채권의 이행조차 청구할 수 없고, 나아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채권 취득을 관철할 수 없으므로 예를 들면 양도인은 위 이중양도의 사안에서와 같이 얼마든지 제2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양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도 자신의 채권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판례가 채권의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여 채권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진정한 이유는, 위의 견해가 말하는 것처럼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는 원래의 계약과 관계없이 무슨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양도인이 다름이 아닌 자신의 채무불이행에 기인된 대항요건의 불구비상태를 이용하여 양수인의 권리 상실과 같은 현저하고도 중대한 결과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키고 그로써 불법한 이익을 취한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그 경우 양도인은 스스로의 의무위반상태에서 그 위반에 수반되는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을 고의적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판례는 바로 그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고 그러한 위험의 실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3) 이상과 같은 이해는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이나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서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조차 다른 경우와 달리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후자의 경우는 제외하고, 일단 전자에 한정하여 보기로 한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담보동산 이중처분에 관한 재판례는 예외 없이 담보제공자가 점유개정 등을 통하여 종전의 현실적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으로 처분하여 목적물에 대한 채권자의 소유권을 상실시킨 사안에 대한 것이다(반대의견이 인용하는 재판례 외에도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등 참조).

(나) 물론 이러한 사안에서는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담보설정계약 자체는 그대로 다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의 양도담보에 있어서 양도인은 비록 이제 목적물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이전되었지만 자신이 전과 다름 없이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점유하는 것을 이용하여 여전히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자처하면서 이를 진정한 소유자인 것처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채권자는 비록 목적물의 소유권을 담보로 취득하였지만, 위와 같은 담보제공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등의 역시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 이처럼 채권자의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은 동산양도담보거래에는 당연히 수반된다. 따라서 담보를 취득하는 채권자로서도 위와 같은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한 거래에 들어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양도담보가 주로 신용을 얻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행하여진다는 점, 동산양도담보가 오늘날의 신용거래에 있어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실현시켜 허용될 수 없는 불법의 이익을 취한 담보제공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용의 현실적 이익을 준 채권자를 보호하여 동산양도담보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 판례의 취지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는 이를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내용은 목적물이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채권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권리인가와는 관계없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5)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 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는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전혀 무관한 문제로서 여기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는 것, 나아가 그와 같은 결론은 쉽사리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임차권의 성질 기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요한다는 것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사.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이해하는 한편, 그 배후에 있는 고려가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고 또 이는 동산의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합의된 매매대금은 8천만 원에 이른다)를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그 인쇄기를 이중으로 매도하고 인도까지 해 주었다고 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주심)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 사건〉[공2014하,1923]

【판시사항】

[1] 채권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소극)  

[2]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 소유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유증을 원인으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갑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서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러므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가)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확립된 법원칙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리는 전형적인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이는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2] 채무자인 피고인이 채권자 갑에게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 소유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한 후 유증을 원인으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함으로써 갑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갑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어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도4293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손제현

【원심판결】 대구지법 2014. 2. 13. 선고 2013노366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예약에서, 그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그 예약 당시에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차용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여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되는 것이고, 채무자는 예약완결권 행사 이후라도 얼마든지 금전채무를 변제하여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소멸시키고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는 당해 부동산을 특정물 그 자체보다는 담보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어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도4293 판결 등은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차용금 3억 원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의 어머니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유증상속분을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였고, 그 후 피고인은 유증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음에도 이를 누나와 자형에게 매도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 재산상 가치인 1억 8,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인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에 해당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요컨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온 이제까지의 대법원판례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도 배임죄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법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나.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반행위를 함으로써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 있고, 이러한 임무위반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배임죄의 행위 태양은 일정한 행위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뢰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일정한 범위로 가벌적 배임행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배임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이러한 제한적 해석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해석을 통하여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함으로써 형사법에 의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재산권이나 개인 간의 신임관계가 그 보호범위에서 제외되어 형벌법규로서의 배임죄가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경계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경우 외에도 등기절차의 이행과 같이 매매, 담보권설정 등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의 사무인 동시에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이행인 경우에도 일관하여 이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후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므로, 이러한 단계에 이른 후에 매도인이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여 왔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등기를 하여 그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에서 형성되어 온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매매계약의 이행 내지 등기에 관한 협조·협력의무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에 따른 의무로 평가될 수 있고(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신뢰관계 아래에서 협조·협력의무를 지는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판례는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형법적으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부동산에 관한 권리이전의 신뢰관계 및 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이전·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되는 것이고, 때문에 그동안 판례는 이러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도 배임죄를 적용하여 왔다. 그리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준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9328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224 판결 등 참조), 부동산에 대한 전세권설정계약이나 양도담보설정계약 후 그에 따른 등기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나 전세권설정등기를 하여 줌으로써 담보능력 감소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2206 판결, 대법원 1997. 6. 24. 선고 96도1218 판결 등 참조) 등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등기협력의무 등 거래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그 임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확립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러한 법리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전형적인 배신행위에 대하여는 형벌법규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 이와 같은 판례의 일관된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후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이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을 약정에 따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신임관계를 단지 민사상 계약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한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종래의 판례가 부동산을 이중매매한 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한 것은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는 계약상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인 매수인의 부동산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매도인이 고의로 신뢰를 저버리고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였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부동산 거래관계의 특성상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할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부동산 이중매매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매도인이 잔금과의 동시이행 항변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매매 시 배임죄를 인정하고 있는바(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등 참조), 대물변제예약을 한 경우에는 장차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하면 채무자로서는 그러한 항변조차 못하고 소유권이전등기에 응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이는 마치 매매잔금까지 다 수령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와 유사하다), 실제로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후에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현실화되어 민법 제607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소유권 이전이 종국적인 의무가 되므로 당해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했던 부동산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되지만, 기존의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에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했던 부동산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해도 배임죄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국가에서는 판례가 법령만큼 구속력을 지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판례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 법령 못지않게 재판의 준칙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그러한 판례는 논리적으로 일관되어야 하며, 그것이 논리를 떠나 구체적 타당성의 추구를 내세워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면 자연히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고 그 결과 재판 실무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같은 이중매매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이 부동산이면 배임죄가 성립하고 동산이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논거를 부동산이 갖는 재산적 특수성과 등기의무자의 등기협력의무에서 찾는 것(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의 당부는 차치하더라도,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한다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위반행위라는 면에서 그 행위의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매매와 담보 사이에 결정적으로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닐진대, 양자의 형사처벌을 달리하는 것이 그동안 재산의 이중적 처분(매매, 근저당권설정, 전세권설정, 채권양도 등)에 관하여 대법원이 일관하여 취해 온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논리적으로 온당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라. 다수의견은,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의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기보다는 그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수적 내용에 불과하므로,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담보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담보물의 담보가치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 또한 형사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고유한 법률상 이익에 해당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대물변제예약 후에 채권자가 예약완결권을 행사하면 채무자는 그 예약 대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부동산 소유권의 이전이라는 법률관계는 금전채무의 변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전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대물변제예약을 하는 경우에 그 대물변제예약은 금전 차용의 전제가 되는 것으로서 금전소비대차 거래의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대물변제예약에 의한 채권자의 권리 및 그에 따른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여야 할 채무자의 의무 이행 내지 그에 대한 신뢰관계는 당사자 사이에서 금전소비대차를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된다. 이는 마치 근저당권의 설정을 전제로 금전소비대차를 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를 띠는 것으로서, 근저당권설정조건부 금전소비대차에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이행이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요소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는 그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피담보채권의 발생원인이 된 법률관계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데 있으며, 이는 결국 배임죄의 성립 여부에 있어 양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신축한 아파트의 시행자가 일부 세대에 관하여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세대에 관하여는 시공자에 대한 공사대금채무의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아파트 전체를 제3자에게 일괄적으로 처분한 경우, 수분양자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하지만 시공자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시행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해 침해된 수분양자의 아파트 소유권에 대한 신뢰와 시공자의 아파트 담보가치에 대한 신뢰를 형법상으로 차별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또 위와 같은 결론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채무자의 배신행위로 인하여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이룰 수 있으므로 배임죄를 논할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형법상 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의의 차원을 달리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에 견련시키는 것으로서 옳지 않다. 이는 마치 변제의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여 금전을 차용함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한 이상 피해자가 그 금원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나중에 피해자가 실제로 그 금원을 변제받는다 하더라도 사기죄가 여전히 인정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나아가 다수의견의 위 논거는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것인데 그 담보물이 없어진 후에도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기만 하면 대물변제예약의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은 담보계약으로서의 대물변제예약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상적인 거래에서 채권자는 담보권의 유무에 따라 피담보채권의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에 나아갈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법률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담보가치의 취득과 보전은 거래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유독 배임죄의 해석에 있어서만 이를 부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 끝으로, 거래 현실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이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채무의 소멸을 전제로 그를 대체하는 새로운 채무의 내용을 정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인지 그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다수의견이 그 중 담보 목적으로 체결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이러한 해석은 많은 경우에 형벌법규의 해석에 관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다수의견이 후자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면 그 부당성에 관하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이제껏 지적하여 온 논의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아니한다. 

바. 결론적으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그 신임관계를 위반하여 당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그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대물변제예약에서 비롯되는 본질적·전형적 신임관계를 위반한 것으로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근저당권설정, 이중전세권설정에 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 온 판례의 확립된 태도와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이들 판례들을 근본적으로 부인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단지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만 심정적으로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에 달리 취급하다가는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지 저어된다. 

이상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피고인이 대물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자신의 누나와 자형에게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종래 대법원은 등기협력의무를 매개로 하여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 일정한 계약 파기 사안에 대하여 형법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고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매매나 담보권설정 등에 있어서 등기협력의무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채권채무 관계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구별하지 않은 채 등기협력의무의 존재가 인정되기만 하면 예외 없이 그 의무의 이행불능을 초래한 등기의무자를 배임죄로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태도에 따르면, 이 사건과 같은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도 그에 따른 등기협력의무를 지게 되므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다수의견은 등기협력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등기의무자가 당연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거나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나. 판례는 계약에 따른 등기협력의무가 자기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한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보아 이를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 사안에서 배임죄의 처벌 근거로 삼아왔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등기협력의무가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배임죄의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1) 채무자가 계약의 내용에 좇아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자기 사무’의 처리이다. 채무자가 계약에 따른 이행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권자가 권리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여도 그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기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넘어 채무자에게 내부적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거나, 나아가 그 의무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 결국 채무자가 타인인 채권자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거래에서 매도인이 등기절차이행의무를 이행하는 것 역시 자기 사무의 처리일 뿐이다.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으로 결과적으로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내용을 실현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이유로 매도인이 타인인 매수인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의 목적물이 부동산인지 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동산인도의무는 매도인의 자기의 사무로서 배임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데 반해, 부동산 등기협력의무는 매도인의 자기 사무의 처리인 동시에 매수인인 타인의 사무의 처리가 되어 국가형벌권의 개입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온다. 

(3) 종전 판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는 등기협력의무가 있고, 등기협력의무는 자기의 사무라는 성격과 타인의 사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판례가 배임죄의 처벌 근거로 삼은 ‘등기협력의무’라는 용어는 민사적으로 인정되는 ‘등기절차이행의무’와 그 내용이 전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등기협력의무의 내용인즉슨,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등기권리자인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등기절차이행의무라는 민사적 의무를 위반하였다면 그에 따른 민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등기절차이행의무라는 용어 대신 ‘등기협력의무’를 고안하여 놓고 그 의무는 자기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라고 하여 그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안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4) 부동산 소유권이전의무와 대가적·등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의무와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균형이 맞다. 그런데 대법원은 부동산매매에서 미리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하여 매도인에게 제공하기로 한 약정에 위반하여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에 다른 용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 판결 참조). 배신적 행위라는 점에서 하등 다를 바 없는데도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는 눈을 감고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의 이행불능행위에 대하여만 두 눈을 부릅뜨고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 배임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든,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즉,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따라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일은 경계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종래 판례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라고 함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의무가 있을 것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중도금 이상을 지급하고도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자신의 사무를 처리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평가하여 배임죄로 처벌하여 왔다. 

그러나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것이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가 된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한다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위반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임무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신임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될 수는 없다. ‘타인의 사무’는 계약에서 정한 급부의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신임관계 위배를 형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상대방의 재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경우 매도인이 위배한 임무라는 것은 ‘타인을 위한 사무’에 해당할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 매도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과연 그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한다. 매도인의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그 위반행위가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이익과 신뢰를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막바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배임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어야 한다. 매도인에게 부동산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가 매수인의 사무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등기협력의무를 매개로 하여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등의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판례의 태도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그 논리의 귀결에 비추어 당연한 결론이다. 

라. 설령 등기협력의무의 존재를 매개로 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해 온 기존 판례의 태도를 전제로 하더라도, 다음에서 보는 이유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1) ‘타인의 사무’라고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재산보호가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야 하고 단순히 부수적 의무가 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따라서 채권채무 관계에서 신임관계의 유형과 정도를 구별하지 않은 채 등기협력의무의 존재가 인정되기만 하면 모두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이 된다고 할 수는 없고, 계약관계에서 비롯되는 등기협력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그것이 당사자 사이의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배임죄의 성부를 논해야 한다. 부동산 이중양도 사안에서 계약금만 지급한 단계에서는 계약관계의 파기가능성을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 것도 등기협력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따라 배임죄의 성부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2)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은 본래의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하여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 중도금을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잔금까지 모두 수령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만이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반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차용금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자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무가 있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그 의무의 내용과 구속력의 정도에 있어서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3)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의 경우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애초 약정한 대로 이전받게 하는 데 있다.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은 특정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점에서 사후에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다만 손해배상을 통해 그와 가치적으로 동등한 상태를 실현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 이행불능 사유를 초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 이외에 별도로 배임죄의 처벌을 통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그나마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이에 반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라는 형사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적 효용이라는 것은 채권자의 금전채권을 확보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채권자는 담보물로서의 부동산의 가치를 파악하여 이로써 기존의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의 설정 그 자체보다는 기존 금전채권을 변제받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대물변제예약에 따른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지 못하더라도 채무자로부터 기존 금전채권을 변제받으면 대물변제예약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적을 사실상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당사자 사이의 부동산 소유권이전에 관한 신임관계는 본질적·전형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 판례가 등기협력의무를 근거로 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은 다른 재산과 달리 그 재산적 가치가 커서 거래당사자를 보호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컸고, 또 의용 민법에서 현행 민법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의사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거래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민법이 시행된 지 반세기가 넘었고 등기를 갖추어야만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관념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부동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재산도 많아졌다. 판례가 동산과 부동산의 이중양도 사안과 부동산 매매계약과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보인 일관성 없는 태도를 버리고,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 당사자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에서 그 내용이 매매계약이든 대물변제예약이든 그 대상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묻지 않고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때라고 생각한다. 

바. 반대의견의 주된 요지는,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온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담보계약에 기초한 신임관계의 위배도 배임죄로 처벌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부동산 등기협력의무가 왜 배임죄의 성립 근거가 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는 데 여전히 미흡할 뿐 아니라,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거나 기껏해야 ‘타인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있을 뿐인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한 매도인 등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차용금에 대한 채권 담보를 위하여 대물변제를 약속하였다가 이를 이행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사안에 불과한 이 사건 사안의 경우에까지 채무자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할 의무가 있고 더욱이 그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므로 배임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은 결국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형사처벌하여야 한다는 지나친 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한편, 부동산 이중저당권 설정계약 판례에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반대의견에서는 다수의견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대행’하는 자로 한정50)하였다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좁게 이해51)하는 것은 문언의 의미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견해의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한다는 해석 뒤에는 ‘타인의 사무’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한 계약관계는 주체에서 제외하고,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주체만을 염두에 둔다는 판단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인의 사무’가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것이라면, 이러한 신임관계의 의미에는 후견인과 피후견인 관계처럼 ‘일방이 타방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수임하는 사무’라는 개념이 포함된 것이고, 문형섭 교수의 정의처럼, ‘타인의 사무’는 “타인으로부터 위탁된 임무를 그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것, 또는 본래 타인이 처리해야 할 사무를 그를 위하여 대행하는 것52)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0) 타인의 사무는 성질상 타인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대행사무로 한정된다. 김신, 앞의 책, 12면 참조.  

51) 반대의견에 대한 김재형 대법관 보충의견,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판결.  

52) 문형섭, 앞의 책, 221면 참조   


협력: 등기협력의무   


  ‘협력’이란,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므로 본래 자기의 일이라는 것을 전제하는 개념이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에서 등기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한다고 공동신청주의를 취하고 있다.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 중 일방이 등기신청에 협력하지 않는 경우, 타방이 등기에 협력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는 등기청구권이다.53) 기존 판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등기협력의무를 ‘타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할 의무’로 인정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등기협력의무는 당사자 각자의 자기의무이다. 등기이전의
무는 매도인의 재산처분행위를 완성시키는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매수인 소유권 취득을 위한 사무이다. 판례는 매도인의 협력 없이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성질을 중시하여 매도인의 등기 의무를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해 부담하는 타인의 사무로 보았다.54)  
   한편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는 매수인이 잔금을 수령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 민법은 성립요건주의(형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매수인이 소유자가 되려면 소유권 이전에 관한 합의(법률행위로서 물권행위) 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갖추어야 한다. 등기가 소유권이전합의의 추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면, 매도인에게 협력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도금만 제공한 단계55)에서는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박찬걸 교수는 중도금 단계에서 매도인에게 등기이전협력의무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인의 등기이전협력의무를 기대할 수 있는 매수인의 기대권 정도의 권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56) 그리고 이후에 매수인이 잔금까지 완납한 경우가 되면, 등기만이 이전되지 아니한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에 매수인으로서 계약에 필요한 역할을 모두 수행한 것이므로, 사실상의 소유권이 불완전하게나마 매수인에게 존재한다고 보았다.57) 이 상황에서 형식적인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매도인에게 사실상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매수인으로 등기이전 협력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등기협력의무를 위반하게 된다면 배임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58)고 하는데, 물권변동의 시기에 따라 매수인의 권한을 분석한 점에서 논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53) 등기청구권은 대개 등기권리자가 등기의무자를 상대로 등기에 협력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소유자로서의 민사책임(제758조) 또는 세금 등 공과의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등기의무자가 등기권리자를 상대로 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원림, 앞의 책, 505면 참조. 

54)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93 판례(전원합의체 판결).

55) 만일 매수인이 중도금만 지급한 단계에서 무단으로 등기를 하였더라도 소유권이전합의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소유권 취득을 하지 못한다. 김준호, 각주 11)의 책, 1358∼1360면 참조. 

56) 손동권 교수는 이를 잠정적인 물권적 지위라고 보았다. 손동권, 앞의 논문, 314면. 그러나 잠정적인 물권적 지위를 보호하는 것은 민법이 채택한 형식주의 입장에 맞지 않는다. 

57) 박찬걸, 앞의 논문, 335면 참조. 

58) 박찬걸, 앞의 논문, 25면 참조.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93 전원합의체판결
[배임][집33(3)형,690;공1986.1.15.(768),170]

【판시사항】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불이행과 배임죄의 성부  

【판결요지】

(다수의견)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 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 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소수의견)

정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는 위의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양도담보권자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1.3.9. 선고 71도189 판결(폐기)
1975.5.13. 선고 74도3125 판결(폐기)
1976.1.13. 선고 74도2076 판결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1983.6.23. 선고 82도1151 판결(폐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1985.6.7. 선고 85노1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심판결이 인정한 피고인의 배임범죄사실의 요지는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대지 94평과 그 지상건물에 관하여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경료된 1983.10.17자 소유권이전등기(1983.3.23자 소유권청구권 가등기의 본등기)는 피고인이 1981.12.18 강원도 명주군 (지명 생략) 소재 ○○탄광을 위 공소외 1의 아들인 공소외 2에게 대금 3,500만원에 매도하고 1983.9.21까지 지급받기로 한 잔대금 채권 1,700만원의 담보목적으로 경료한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약정기일까지 위 잔대금의 이행을 받지 못하자 위 담보부동산을 공소외 3에게 처분하여 그 대금 3,500만원을 전액 수령하고서도 채권액 1,700만원등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정산하여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인바,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피고인이 정산반환하여야 할 돈의 액수만을 14,011,918원이라고 고쳐 판시하면서, 담보부동산을 처분하고 받은 대금 3,500만원중에서 채권원리금과 담보권실행비용등에 충당한 나머지를 채무자에게 돌려 줄 의무를 부담하는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할 것이므로 이를 돌려주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가 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양도담보가 처분정산형의 경우이건 귀속정산형의 경우이건간에, 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을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의 변제에 충당하고 환가대금 또는 평가액의 나머지가 있어 이를 담보제공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정산의무이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사무는 곧 자기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이 타인인 채무자의 사무처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등기의무를 매수인인 타인의 사무라고 보게 되는 이유는 매도인의 등기의무는 그로써 자기의 재산처분을 완성케 하는 것이어서 본래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지만 등기의무자인 매도인의 등기협력없이는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이전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등기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을 중시하여 이점에서 그 등기의무를 주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을 위해 부담하는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협력의무로서의 성질이 없는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를 부동산매도인의 등기의무와 같게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일뿐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하지 아니하여 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소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할 것이니( 당원 1976.1.13. 선고 74도2076 판결; 1976.5.11. 선고 75도2245 판결 참조) 당원이 1971.3.9. 선고 71도189 판결; 1975.5.13. 선고 74도3125 판결; 1983.6.28. 선고 82도1151 판결등에서 판시한 이와 상반되는 견해는 이판결로써 폐기하기로 한다. 

결국 피고인의 판시소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하여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양도담보권자가 부담하는 정산의무의 성질과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겠으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을 제외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 대법관 유태흥, 동 정태균, 동 강우영의 반대의견

소위 양도담보로 제공된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에는 두 유형이 있으며 그 하나는 외부적 이전형이고 다른 하나는 대내외적 이전형인바, 통상 전자는 "약한 양도담보" 그리고 후자는 "강한 양도담보"로 지칭되는 일방 전자를 "정산형 양도담보"(처분정산형의 경우), 후자를 "유담보형 양도담보"(귀속정산형의 경우)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유담보형 양도담보 즉 유담보의 특약을 한 경우에는 양도담보와 함께 대물변제의 예약을 한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그 특약이 민법 제607조, 제608조에 위반하지 않는 한도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선언하였다. 생각컨대, 실제문제로서 담보목적물의 가액이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란 거의 상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위 대법원판례태도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모든 양도담보는 그것이 강한것(대내외 이전형)이냐 또는 약한것(외부적 이전형)이냐를 불문하고 오직 정산형으로만 유효하다는 결론이 된다고 하겠다. 정 산형 양도담보의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법률적 본질이 신탁적 양도임에 틀림이 없는 이상 양도담보권자는 수탁자로서 양도담보 채무자의 위탁(위임)에 의하여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를 할 의무와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적극적, 소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사무의 처리는 법률행위는 물론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상 사무의 처리도 같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들은 타인의 사무처리에 관한 법률관계의 통칙인바, 그와 같은 규정들이 양도담보관계에서도 의당 적용되어야 하고 이에 기초를 둔 법리해석이 되어야함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양도담보권자가 변제기 경과후에 그 담보권을 실행(법률행위 경유)하여 채권원리금과 담보권 실행비용등에 충당하고 나머지가 있어 양도담보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는 사실상의 사무처리에 속한다 할 것이며 이는 양도담보채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매듭이 된다 할 것인바,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가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서 당사자간의 신뢰관계의 절대성을 특질로 하는 위임계약에 있어서의 수임인의 의무인 취득금품인도의무를 특히 명정한 입법취의를 아울러 살펴본다면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의무란 양도담보채무자(위임인)의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민법 일반원칙인 신의칙에 입각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는 물론 위 명문규정처럼 취득금품인도의무도 지게되는 만큼 위임계약관계하에 있는 양도담보권자(수임인)의 정산의무의 하나인 취득금품인도의무 위배행위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의 선을 넘어선 배신행위로 단정하여 형사적인 고의 및 가벌성을 논의하기에 이른것도 양도담보제도의 사회적작용 내지 관습에서 생겨난 추세였으리라고 믿어진다. 

따라서 원심 및 제1심판시와 같은 피고인의 이 사건 정산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인 피고인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신탁자인 양도담보채무자 즉 타인의 사무에도 해당되어 결국은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 할 것이다. 한편 민법위임계약을 위반한 수임자가 모두 언제나 배임죄를 구성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본다는 취지가 아님을 밝혀두는 일방 양도담보에 관한 정산의무,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의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등은 각 판례법(형사법에서의 법원)에 의하여 형성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법해석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살펴볼때 위 정산의무나 등기협력의무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친다함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민사상 의무위반행위자를 형법 배임죄의 구성요건의 하나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포함시켜 처벌대상으로 하게된 대법원판례가 오래전부터 형성되고 그것이 유지되어온 근간적인 이유나 배경중 몇가지를 촌탁해본다면 사회, 경제생활의 복잡화 다양화를 틈타 계약자치원칙이 탈법적으로 악용되고 그 결과 경제평등원칙이 한편으로 기울어지고 나아가 법적안정성이 침해를 받게 됨에 이르러 이를 사법자치원칙에만 의지하게 하여 방치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여진 독특한 사회적 여건과, 형사적 의미의 고의 내지 가벌성 검토 및 처벌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본다.  

과시 그렇다면 이제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위 양도담보의 정산의무를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단정할 경우 일반거래계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하고 대법원판례에 대한 신뢰토대를 파손케하며 일반거래계에서의 경제적 강자의 탈법화 현상을 초래케하고 나아가 일반거래계의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므로 이 시점에서 위 대법원판례 등을 폐기하기에는 적당치 못하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에 따르기 어려운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정태균 강우영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 김형기 정기승   


2.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신임관계인가?   


(1) 신임관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59)에 따르면,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부터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라고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에 대해 ‘신임관계’임을 전제한다. 

58) 박찬걸, 앞의 논문, 25면 참조


   과연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를 ‘신임관계’로 단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신임관계’의 정의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배임죄와 관련된 우리나라 어느 판례나 관련법에도 ‘신임관계’의 정의없이 논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살펴볼 ‘신임관계’의 정의는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독일 형법 제266조 제1항 배임죄 규정은 “신뢰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 라는 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 배임죄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형법상 배임죄 규정에서 바로 신뢰관계나 신임관계를 도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신임관계’에 대한 개념 정립이나 정의에 대한 논의 없이, 다수의 형법 판례에서 ‘신의칙’에 따른 ‘신임관계’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신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 형법의 ‘임무위배’는 추상적인 신뢰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부여받은 권한에 기초한 구체적 사무처리에 대한 임무 위반으로 배임죄의 본질은 배신설이 아니라, 권한남용설이라고 주장한다.60) 법조문에 충실한 이러한 해석 관점에 따르면 더욱 더 형법상 배임죄에에서 ‘신임관계’를 끌어내기는 힘들다. 판례에서 언급하는 “매매계약상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
무위배”는 유추해 보건대 민법의 ‘신의칙’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민법의 신의칙에서 ‘신임관계’를 도출할 수 있을까? 다음에서는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원칙, 즉 신의칙61)과 ‘신임관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60) 김신, 앞의 책, 9면 참조.
61) 신의칙은 민법 전반에 적용되는 대원칙으로, 권리행사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김준호, 각주 11)의 책, 39∼41면 참조


   신의성실원칙(good faith)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판례에서는 신의칙에 대해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62)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신의칙을 추상적
규범으로 명시하였다. 즉 이러한 신의칙은 자신의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에 관한 일반조항63)으로, 이같은 일반조항을 배임죄의 처벌기준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의문이 있다. 또한 민법의 신의성실원칙에서 ‘신임관계’가 직접 도출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62)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다68941 참조.  
63) 권영준, 주석 민법 총칙 ,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120면 참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부당이득금반환][공2020하,2254]

【판시사항】

[1] 토지에 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에서 해당 토지의 현황이나 지목이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의 성립이 부정되는지 여부(소극) 

[2] 신의성실의 원칙의 의미 및 그 위배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3] 지목이 도로인 토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갑 교회와 을 교회가 위 도로를 통해서만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인접 건물과 그 대지의 소유자인 병 주식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위 도로의 지분을 보유한 기간 동안 병 회사가 위 도로를 통행하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고 자신들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며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물건의 소유자가 물건에 관한 어떠한 이익을 상대방이 권원 없이 취득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러한 이익을 보유할 권원이 있음을 주장ㆍ증명하지 않는 한 소유자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때 해당 토지의 현황이나 지목이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으며,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여 부당이득의 액수를 산정하면 된다. 

[2]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제공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상대방에게 신의를 창출한 바 없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행사가 정의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행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지목이 도로인 토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갑 교회와 을 교회가 위 도로를 통해서만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인접 건물과 그 대지의 소유자인 병 주식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위 도로의 지분을 보유한 기간 동안 병 회사가 위 도로를 통행하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고 자신들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며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갑 교회와 을 교회 또는 위 도로 지분의 종전 소유자가 도로 지분을 취득할 당시부터 주위 토지 또는 인접 대지의 소유자에게 위 도로를 무상으로 통행에 제공하기로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을 교회가 위 인접 대지에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위 도로에 대한 도로 지정ㆍ공고로 건축법 제44조 제1항 본문의 접도의무를 충족하게 되었다는 사정이나 갑 교회와 을 교회가 위 인접 건물과 대지의 종전 소유자로부터 도로의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갑 교회와 을 교회가 위 도로를 무상으로 통행에 제공하기로 용인하였다고 단정하여 위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11조, 제741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민법 제2조 [3] 민법 제211조, 제741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건축법 제44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6다210320 판결
[2]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공1992, 467)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상, 236)

【전 문】

【원고, 상고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행복한교회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터로 담당변호사 황환민)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잘해냄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8. 4. 4. 선고 2017나5887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2000. 8. 25.부터 분할과 지목 변경이 되기 전인 원심판결 별지 목록 1 순번 1~6 기재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하고, 구체적 토지는 순번으로 특정한다)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도로 중 제1 도로는 원래부터 지목이 도로였고, 제2~6 도로는 지목이 잡종지였으나 소외 1이 2007. 12.경 도로 지정에 동의하고 남양주시장이 도로로 지정ㆍ공고한 후 2008. 5. 20. 현재와 같이 분할되어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다. 

나. 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행복한교회(등록번호 1 생략, 이하 ‘원고 1’이라 한다)는 2008. 5. 14.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도로의 지분을 매수하여 2008. 5. 20.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원고 1의 지분 중 일부는 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행복한교회(등록번호 2 생략, 이하 ‘원고 2’라 한다)가 2008. 8. 4. 매수하여 2008. 8. 28.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고, 나머지는 소외 2와 소외 3이 2017. 3. 10. 강제경매 절차에서 매수하여 2017. 3. 29.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원고 2는 2015. 1. 21. 소외 4에게 원고 2 지분 중 일부를 매도하고 2015. 1. 23.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고, 2016. 5. 25. 소외 5에게 나머지 지분 중 일부를 매도하고 2016. 6. 14.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제5~6 도로의 경우 원고 2는 2016. 8. 29. 소외 6에게 원고 2의 남은 지분 중 일부를 매도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다. 이 사건 대지는 잡종지로서 이 사건 도로를 통해 공로에 출입할 수 있다. 원고 1은 원고 2에게 2008. 8. 28. 이 사건 대지 중 일부 지분에 관하여 2008. 8. 4.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2008. 10. 14. 나머지 지분에 관하여 2008. 10. 14.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이 사건 대지는 2009. 7. 27. 지목이 대지로 변경되었다. 원고 2는 2009. 7. 31. 이 사건 대지에 있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원고 2는 2010. 9. 16. 이 사건 대지와 건물에 관하여 주식회사 금평산업개발 앞으로 2010. 9. 14. 대물변제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피고는 2015. 8. 27.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을 매수하고 2015. 8. 31.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피고는 2017. 5. 26. 이 사건 도로의 소외 3 지분 중 일부를 매수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라. 원고들은 이 사건 도로의 지분을 보유한 기간 동안 피고가 이 사건 도로를 통행하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고 원고들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도로가 일반 공중의 교통에 제공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종전 소유자인 소외 1이 이 사건 도로에 대해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승계취득한 피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원고 1은 이 사건 도로가 도로로 지정ㆍ공고된 상태에서 지분을 매수하였고, 매수 당일 이 사건 도로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다. 원고 2는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이 사건 도로가 도로로 지정ㆍ공고되어 있었기 때문에 건축법 제44조 제1항 본문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 2가 주식회사 금평산업개발에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한 후 원고들이 주식회사 금평산업개발로부터 이 사건 도로의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 사건 도로의 지분을 취득한 때부터 주위 토지의 소유자나 적어도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에게 이 사건 도로를 무상으로 통행에 제공하기로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대법원 판단

가. 물건의 소유자가 물건에 관한 어떠한 이익을 상대방이 권원 없이 취득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러한 이익을 보유할 권원이 있음을 주장ㆍ증명하지 않는 한 소유자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때 해당 토지의 현황이나 지목이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으며,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여 부당이득의 액수를 산정하면 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6다210320 판결 참조).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제공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상대방에게 신의를 창출한 바 없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행사가 정의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행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도로는 남양주시 소유인 (주소 1 생략) 토지를 통해 공로와 연결되어 있다. 소외 1은 2000. 8. 25.부터 분할과 지목 변경이 되기 전인 이 사건 도로를 소유하고 있다가 2008. 5. 20. 원고 1에게 지분을 이전하였고 그때 분할과 지목 변경이 이루어졌다. 

(2) 원고 1의 지분은 2008. 8. 28. 원고 2에게 일부 이전된 이래 여러 차례 일부씩 이전되었다. 원고 1의 지분은 2017. 5. 29. 무렵 원고 2, 소외 2, 소외 7,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8, 소외 9, 소외 10, 소외 11 등에게 이전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매매계약에 따라 또는 강제경매 절차에서 지분을 매수하였다. 

(3) 원고 1의 지분을 이전받은 공유자들은 인접한 대지를 소유하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도로를 통행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인 2015. 9. 16. 피고에게 이 사건 도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사용료를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피고는 2017. 5. 26. 이 사건 도로의 지분을 취득하였다. 

(4) 소외 1이 2007. 12.경 이 사건 도로에 관하여 도로 지정에 동의하였으나, 이는 구 건축법(2008. 3. 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1항, 제2조 제11호 (나)목에 따라 남양주시 (주소 2, 3 생략) 토지에 건축을 하기 위해서였다. 

(5) 소외 1이나 원고들이 이 사건 도로의 지분을 보유한 기간 동안 이 사건 도로를 무상으로 일반 공중을 위한 통행로로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원고들 또는 전 소유자인 소외 1이 이 사건 도로 지분을 취득할 당시부터 주위 토지의 소유자나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에게 이 사건 도로를 무상으로 통행에 제공하기로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2가 이 사건 대지에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이 사건 도로에 대한 도로 지정ㆍ공고로 건축법 제44조 제1항 본문의 접도의무를 충족하게 되었다는 사정이나 원고들이 주식회사 금평산업개발로부터 이 사건 도로의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소외 1이 이 사건 도로에 대하여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원고들이 이 사건 도로를 무상으로 통행에 제공하기로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고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다68941 판결
[보증채무금][공2011상,554]

【판시사항】

[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 내용의 해석 방법 

[2] 신의성실 원칙의 의미와 그 위배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3] 파산자 갑 주식회사의 종전 파산관재인이 화의채무자인 을 주식회사와 채무를 일부 감경해 주는 내용의 변경된 채무변제약정을 체결하면서, 그 약정에 ‘을 주식회사의 신용상태에 중대한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파산자 갑 주식회사는 을 주식회사의 동의 없이 약정을 파기할 수 있으며, 약정파기 시 채권채무도 본 계약 체결 전 상태로 원상회복된다’고 규정하였는데, 그 후 을 주식회사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음을 이유로 갑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위 규정에 따른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3] 파산자 갑 주식회사의 종전 파산관재인이 화의채무자인 을 주식회사와 채무를 일부 감경해 주는 내용의 변경된 채무변제약정을 체결하면서, 그 약정에 ‘을 주식회사의 신용상태에 중대한 변동(회사정리의 신청, 청산결의, 파산의 신청 등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이 발생하는 경우 파산자 갑 주식회사는 을 주식회사의 동의 없이 약정을 파기할 수 있으며, 약정파기 시 채권채무도 본계약 체결 전 상태로 원상회복된다’고 규정하였는데, 그 후 을 주식회사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음을 이유로 갑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위 규정에 따라 위 약정을 해제하고 을 주식회사의 연대보증인들에게 종전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사안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으로 을 주식회사의 신용상태에 중대한 변동이 발생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갑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그와 같은 신의를 갖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갑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2조 제1항 [3] 민법 제2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공2002하, 1479)
[2]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공2003상, 1192)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19961 판결(공2003하, 1923)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공2006하, 1126)

【전 문】

【원고, 상고인】 파산자 대한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임치용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석호철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10. 선고 2008나535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채무변제약정서의 문언상 개인 연대보증인과 법인 연대보증인을 구별하지 않고 있는 점, 주식회사 경남은행, 주식회사 대구은행, 경남리스금융 주식회사 등도 이 사건 채무면제 조항과 같은 취지의 문구가 포함된 채무감면약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금융기관들은 개인 연대보증인에 대하여도 원래의 연대보증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 신세계종합금융 주식회사는 피고 2 등과 협의를 거친 후에 개인 연대보증인에 대하여는 감면약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적으로 기재한 점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채무면제조항에 의하여 소멸하는 채무에는 법인 연대보증인의 연대보증채무뿐만 아니라 개인 연대보증인의 연대보증채무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파산자 대한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대한종금’이라고 한다)의 파산관재인이던 소외 1과 소외 2는 2004. 6. 30. 이 사건 어음거래약정 및 팩토링거래약정의 주채무자인 주식회사 대동주택(이하 ‘대동주택’이라고 한다), 위 채무의 연대보증인 겸 다른 대출약정의 주채무자인 주식회사 대동(이하 ‘대동’이라고 한다), 다른 대출약정의 주채무자인 주식회사 대동건설(이하 ‘대동건설’이라고 한다)과 채무를 일부 감경해 주는 내용의 변경된 채무변제약정(이하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7조에 의하면 ‘본 약정에 따라 채무가 이행된 경우 대동주택, 대동, 대동건설의 대한종금에 대한 채무(연대보증인의 연대보증채무 포함)는 소멸된다’고 규정하였고,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대동주택, 대동, 대동건설의 신용상태에 중대한 변동(회사정리의 신청, 청산결의, 파산의 신청 등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이 발생하는 경우 파산자 대한종금은 대동주택, 대동, 대동건설의 동의 없이 약정을 파기할 수 있으며, 약정파기시 채권채무도 본 계약 체결 전 상태로 원상회복된다’고 규정한 사실, 당초 이 사건 어음거래약정에 대해서는 피고 1이, 이 사건 팩토링거래약정에 대해서는 피고 2, 피고 3이 각 연대보증을 한 사실, 대동주택은 2009. 1. 29.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사실, 원고는 2009. 2. 23. 대동주택의 위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이유로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6조 제2항에 기하여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에 대한 해제통보를 하여 위 통보가 대동주택에 도달한 사실을 인정한 후, ① 대동주택이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에 따라 2004년경부터 순차적으로 채무를 성실히 변제하여 감액된 채무 10,025,545,935원 중 약 13.5%에 불과한 1,361,493,892원만이 현재 남아 있는 점, ② 향후 대동주택에 대한 회생계획에 따라 원고의 잔여 채권 중 일부가 제한되더라도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상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피고 1, 피고 2에 대하여 잔여 채권 전액에 관하여 보증책임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 점, ③ 대동주택은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을 체결하였던 것이고, 이미 약 87% 상당의 채권이 회수된 상황에서 대동주택이 위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다고 하여 그 신용상태에 실질적으로 중대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을 해제한 것은 대동계열사의 경영진 내지 대주주인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이전의 채무액에 대한 개인보증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6조에 따라 위 약정을 해제하고 피고들에게 종전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대동주택은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에 따라 2007년도까지는 분할상환금을 제때에 이행하였으나 2008년도 분할상환금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대동주택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으로 2009년도 분할상환금 역시 이행기 내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는바, 그렇다면 대동주택의 신용상태에 중대한 변동이 발생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점, ② 대동주택이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에 따라 감액된 채무금 중 상당 부분을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1,361,493,892원 상당의 채무가 남아 있는데, 이 금액이 원고의 약정해제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할 정도의 소액이거나 명목상 금액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원고는 대동주택의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이미 화의절차에 의하여 조정된 채무액을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을 통하여 다시 감경하여 주되, 대동주택의 신용악화로 인하여 그 감경된 채권조차 전액 회수하지 못하게 될 위험에 대비하여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6조를 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위 조항에 따른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위와 같이 감경된 채권액으로 대동주택의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밖에 없어 대동주택에 대한 채권을 감경하여 주지 아니한 다른 화의채권자들에 비하여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점, ④ 원고가 대동주택에 대한 회생절차에 불구하고 피고 1, 피고 2에 대하여 잔여 채권에 관한 연대보증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위 피고들이 처음부터 대동주택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인으로 입보하였고 회생절차에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이 적용되지 아니함에 기인하는 점, ⑤ 원고가 피고들에게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들이 그와 같은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채무변제약정 제6조에 기한 원고의 약정해제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능환 민일영(주심) 이인복   


  사실 ‘신임관계’는 신탁법 제2조에서 등장한다.64) 신임관계는 형평법원(chancery)에서 발전한 것으로 대륙법계에는 동등한 개념이 없다65)고 한다. 다시 말해 신임관계는 형평법(equity)상 발전해 온 개념으로, 반드시 신탁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계약의 내용에 따라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으로서, 타인의 재산이나
권리에 대하여 비교적 자유로운 권한이 부여되고, 본인의 신임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고 관리할 의무가 발생하는 관계66)이다.  

64) 제2조(신탁의 정의) 이 법에서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이하 “위탁자”라 한다)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이하 “수탁자”라 한다)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이하 “수익자”라 한다)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65) 박해선, “영국법상 신임의무에 관한 고찰” 가천법학 제6권 제1호, 2013., 244면 참조.  

66) 이러한 신임관계가 반드시 계약을 전제로 하여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세하게 박해선, 앞의 논문, 245면 참조


   신임관계(fiduciary relationship)는 “수탁자(fiduciary person)가 수익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수익자만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는 경우”67)를 말한다. 예로서, 후견인/피후견인, 신탁수탁자/수익자, 이사/회사, 대리인/본인, 자산운용자/투자가가 있다. 신임관계는 상호 자기 이익을 목적으로 한 계약관계와는 다르다.
신임관계 최대의 특징은 일방의 수탁자가 타방의 수익자에 대한 신임의무(fiduciary duty)를 지는 것이고, 신임의무 중 충실의무(duty of loyalty)가 중요하게 여겨진다.68) 신임관계는 일방이 타방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사무를 처리하는 의무, 즉 충실의무에 의해 유지된다.69) 신임의무의 충실의무에 대한 강조는 수탁자가 자신의 의무와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는 것을 금지한다.70)  
   그렇다면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부동산 매도인의 지위는 매수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매수인만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매도인과 매수인과의 관계는 계약관계이지, 신임관계라고 할 수 없다.  

67) 수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법 제680조 위임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위임계약은 업무의 처리, 사무처리를 위탁하는 것이므로, 위임인의 수임인에 대한 재산권 이전이 당연히 전제되지 않고, 설령 재산권이 있더라도 이에 대한 명의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임관계에서의 법률관계와 성격이 다르다. 박해선, 앞의 논문, 250면 참조. 

68) 이외에도 신임의무 중에는 주의의무(duty of care)가 있지만, 이는 불법행위 과실인정 등에서 참조되는 의무라고 볼 수 있다. 岩井克人, 信任関係の統一理論に向けて 経済研究 Vol.67.No.2, 2016., 108면 참조. 

69) 이러한 윤리적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 신탁법이다. 岩井克人, 앞의 논문, 107면 참조. 

70) 박해선, 앞의 논문, 250면 참조  


(2) 신임의무의 윤리성과 계약관계의 관계   


    ‘신임관계’에서 윤리성 강조와 ‘계약관계’에서 경제논리에 따른 결정은 대조적이다. 고전적인 계약이론에 따르면, 계약관계는 자율적인 개인이 각자 자유의지에 따라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계약법의 최대원칙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다. 계약은 싫으면 맺을 필요가 없다. 당사자는 각각 자기의 이익이 된다면 계약을 체결한다. 예를 들어 계약의 내용이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불합리하거나 불공평해도, 자유의지 하에 쌍방이 합의한 결과라면, 그 내용은 존중되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71)  
   이에 비해 신임관계에서 타인의 수탁자가 되는 순간 자기이익의 추구는 부정되고, 타인의 이익만을 위한 충실의무가 강제된다. 그렇지만 수탁자에게 자기 이익의 추구가 부정된다고는 해도 무보수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수탁자가 되는 것은 자유의지이다. 그러므로 수탁자로서 일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72) 
   이와 같은 ‘신임관계’의 윤리성에 비추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 자기 이익 추구를 부정하고, 매수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충실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인가? 판례는 ‘신임관계’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71) 岩井克人, 앞의 논문, 108면 참조. 

72) 신탁에서 수탁자의 신임의무가 강조되는 영국에서는 수탁자는 신탁행위에 대해 규정되지 않는 한 무보수인 경우도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岩井克人, 앞의 논문, 107면 참조 


(3) 소결   


    이와 같은 ‘신임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배임죄에서 ‘신임관계’는 이사/회사와의 관계 등에서는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계약관계’이지 ‘신임관계’가 아니다. ‘신임관계’야 말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형사상 배임행위의 경계를 구분짓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3.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관리자인가?  


(1)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가 과거 판례와 다른 점은 ‘타인의 사무’를 인정할 때, 공동신청주의73)에 따른 ‘등기협력의무’를 언급하지 않고, 대신 ‘신임관계에 따른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74)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가 ‘신임관계’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검토해 보았듯이, ‘신임관계’는 일방이 타방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수익자만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관계이므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신임관계’로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  

74) 이에 대해 독일 배임죄의 ‘신뢰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할 의무’ 규정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므로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등기협력의무’ 대신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로 변경된 것은 일본 배임죄에 대한 해석을 차용하다 독일 배임죄에 대한 해석을 차용하는 것으로 우리 배임죄 해석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신,앞의 책, 3면 참조


(2) 재산관리의무의 판단방법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관리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산관리자의 기준을 살펴보아야 한다. 재산관리자 기준에 대해서 판례나 학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상돈 교수는 ‘재산관리 의무의 판단 방법’으로 재산관리가 주된 의무인지 여부와 독립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즉 재산관리의무가
① 주된 의무75)인지/부수적 의무인지 ② 사무처리에서 본인의 지시에 종속적인지/독립적인지를 고려하여 재산관리의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부동산 이중매매에 적용해 보면, 일단 매도인은 매수인의 지시에 종속적이지 않고, 완전히 독립적이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관리자라고 볼 수 없다.76) 독립성 측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한 재산관리 의무가 없다고 판단된다.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재산관리 의무가 주된 의무인지/부수적 의무인지 여부는 앞의 신임관계 논의 등에 비추어, 주된 의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77)  

75) 이정원 교수도 이러한 취지에서, 배임죄에서 재산보호의무는 타인 재산의 보존을 전형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의무로서,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타인 사무 기준을 “주된 의무”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원, “배임죄의 구조와 문제점” 법학연구 제34집,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 2011., 124, 135면 참조. 

76) 이에 대해 강수진 교수는 배임죄 불성립론을 반박하면서,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는 반드시 ‘타인이 민법적으로 유효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관한 사무’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강수진, 앞의 논문, 361면 참조. 그러나 배임죄 성립여부 판단시 판례에서 언급한 “매수인이 재산보전에 협력하여”라는 문구의 의미가 특정물인 부동산에 관한 ‘재산보전’을 의미하는 것이지, 매수인의 낸 중도금이나 잔금의 사무에 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77) 이상돈 교수는 부동산 이중양도인에 대해 배임죄 주체성을 인정할 수도 없는 또 부정할 수도 없는 중간영역으로 보고 있다. 이상돈, 형법강론 , 박영사, 2020., 698∼699면 참조 


Ⅳ. 부동산 이중매매 방지를 위한 정책적 제안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한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 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78)고 한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 처벌이 형사정책적 판단임을 고백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존재한다면 형사처벌이 필요없다는 반대해석을 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을 살펴보기로 한다.  

78) 이를 지지하는 견해로, 강수진, 앞의 논문, 344면 참조


1. 에스크로제도의 활성화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에스크로(Escrow)제도79)의 활성화가 제시된다.80) 에스크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아닌 제3자가 거래대금을 맡아 등기이전 전(前)에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중도금이나 잔금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사실 공인중개사법 제31조 제1항81)에서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공인중개사, 금융기관, 공제사업을 하는 자, 신탁업자에게 예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박찬걸 교수는 영세한 부동산 중개업계의 부담감, 에스크로 전문가 부족, 부동산 거래 당사자의 거래 사고에 대한 불감증, 추가비용 발생의 문제라고 분석하였다.82) 현재 부동산중개업자는 의뢰인 쌍방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중간적인 입장에서 조언을 해 주고, 마지막에 서로 합의된 조건하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데까지 업무를 하고 있는데, 에스크로제도는 계약서에 서명 날인한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모든 제반사항에 대해 일을 처리하고 그 처리한 일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는 업무가 덧붙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고, 미국 등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동산거래와 관련된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83)  

79)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인국 소관 에스크로법에서는 에스크로란, 어떤 사람이 부동산을 타인에게 매매, 양도, 설정, 임대를 할 목적으로 서면지시서, 자금, 부동산 또는 동산 또는 기타 재산의 권리증표를 제3자에게 인도하여 특정한 사건이나 특정한 조건의 이행이 행하여지기까지 보관하도록 하고, 그 시기 이후에 제3자에 의해 양수자, 양도자, 서약인, 채권자, 위탁자, 또는 대리인 또는 이들의 피용자들에게 인도하는 거래라고 한다. 박종렬, “부동산이중매매와 그 예방”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09 Vol.9.No.7, 2009., 328면 참조. 

80) 박찬걸, 앞의 논문, 32면 ; 박종렬, 앞의 논문, 326면 참조. 

81) ①개업공인중개사는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거래계약의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금·중도금 또는 잔금(이하 이 조에서 “계약금등”이라 한다)을 개업공인중개사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의 명의로 금융기관, 제42조에 따라 공제사업을 하는 자 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에 따른 신탁업자 등에 예치하도록 거래당사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 

82) 박찬걸, 앞의 논문, 32면 참조.  

83) 박종렬, 앞의 논문, 329면 참조


    부동산에 관한 우리나라의 에스크로제도(거래대금 보호서비스, 부동산 매매보호서비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84)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매매자금은 은행이 보관하며, 각 매매단계별 (계약금·중도금·잔금)로 약정에 따른 각 당사자의 의무사항 준수여부를 확인한 후 자금이체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안전한 부동산 매매를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이때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권리조사기관이 매매부동산의 권리분석을 수행하는데, 이 때 매도인이 대상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인지, 매도인의 서류가 위조되지는 않았는지, 매매대상 부동산에 권리상 하자는 없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별도로 부동산 소유권용 권원보험(권리보험)을 들어 권리분석이 잘못되어 매수인이 손실을 입은 경우 손실액을 보상한다. 그리고 안전한 부동산 매매를 위해 계약체결시부터 잔금 지급시까지 매매대상 부동산 소유권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85)   

84) 현재,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부동산 에스크로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자세하게 하나은행 에스크로제도
https://www.hanaescrow.com/new/sort/4/index.jsp(최종검색일: 2021. 6. 30.) 참조. 

85) 예를 들은 하나은행의 경우, First American이 권리조사기관이고, LIG화재해상보험이 권원보험 파트너이다. 예를들어, 매매대금이 2억원이라면, 1억원∼3억원(총매매대금의 0.12%+40만원)구간으로 이용수수료가 60만원 정도, 매매대금이 4억원이라면, 3억원 이상∼5억원 미만(총매매대금의 0.12%+40만원)구간으로 이용수수료가 88만원 정도, 6억원이라면 5억원 이상(총매매대금의 0.10%+50만원)구간으로 이용수수료가 110만원 정도이다. 
https://www.hanaescrow.com/new/sort/4/index.jsp(최종검색일: 2021. 6. 30.) 참조


    사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으로 2016년 부동산 에스크로제도의 활성화86)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5개월간 실적이 전무하였다.87)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경제적 이유와 이해관계자의 비협조이다. 처음에는 에스크로 수수료가 매매대금의 0.4%였으나 이용이 저조하자 0.2%로 낮추었지만, 이것도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88) 무료이벤트에도 이용자가 0명이었다.89) 매수인이나 임차인은 에스크로제도를 원하지만 매도인과 공인중개업자 등이 에스크로 제도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스크로제도의 시장정착을 위해 매도인, 임대인, 공인중개업자에게 인센티브 주는 방안90)이 제시될 수 있다.91) 이처럼 매도인, 공인중개업자의 비협조 속에 법무사 업계도 이 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무사 업계는 은행 등 제3자(에스크
로 업계)가 단순히 부동산 매매대금을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동산 매매대금을 대출해 주고, 권리관계를 조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 부동산 거래시장의 주도권을 에스크로 업체가 가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거래 안전을 위한 물권적 보호수단인 가등기제도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92)  

86)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122885 (최종검색일 : 2021. 6. 30.)  

87) https://www.ajunews.com/view/20170119095611788 (최종검색일: 2021. 6. 20.) 

88) 전세계약의 경우, 수수료를 0.05%로 낮추어 1억원짜리 전셋집 계약을 맺을 경우 5만원이다.
https://www.ajunews.com/view/20170119095611788 (최종검색일: 2021. 6. 20.)  

89) https://www.ajunews.com/view/20170420104122711(최종검색일: 2021. 6. 20.)  

90) 현행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https://irts.molit.go.kr/)은 도장없이도 계약이 가능하고, 계약서를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으며 부동산실거래신고를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계약서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고, 무자격자나 무등록자의 불법 중개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수수료 30% 할인, 매매자금 대출금리 최대 0.3% 추가 인하, 중개보수 무이자 카드 할부, 건축물 대장, 토지대장 등 발급면제로 부동산 서류 발급을 최소화하고 있는 편리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용률이 1.8%, LH임대주택계약 등을 제외한 민간 이용건수는 0.1%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에게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제도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https://www.ikld.kr/news/articleView.html?idxno=223754(최종검색일 : 2021. 6. 20.)  

91) https://www.ajunews.com/view/20170420104122711(최종검색일 : 2021. 6. 20.)  

92)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98571 (최종검색일 : 2021. 6. 30.)  


2. 가등기 제도 활성화와 가등기 경료 후 매도인의 책임   


    제1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가등기 제도는 사실 매수인의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현실에서 가능한 방법93)이다. 그런데 왜 가등기 제도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가등기 요건과 비용문제이다. 부동산등기법 제89조에 따라 가등기 권리자는 제23조 제1항에 따라 공동신청해야 한다.
즉 ‘가등기 의무자의 승낙’이 있어야 소유권이전청구권의 가등기를 할 수 있다. 실무상 매수인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가등기를 하려고 하면,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 해 줄 것인데, 나를 신뢰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가등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정 금액이상의 부동산에 있어서는 매도인과 협의하여 소유권이
전등기의 이행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를 의무화하는 것도 부동산 이중매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94) 이는 부동산물권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등기부에 미리 기재하여 그 후에 물권을 취득하려는 자에게 청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사전공시 기능95)),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 등기를 하는 때에는 물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경고를 하는 경고기능을 수행한다.96)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의무화하는 방안 외에도 부동산 가액의 00%를 중도금으로 지불한 경우, 가등기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제안될 수 있다.  

93) 김준호, 각주 25)의 책, 310면. 
94) 박찬걸, 앞의 논문, 30면 참조. 
95) 박찬걸 교수는 ‘사전공시를 위한 가등기제도’의 도입을 제시하였다. 박찬걸, 앞의 논문, 31면 참조. 
96) 박찬걸, 앞의 논문, 30면 참조 


   그러나 이러한 가등기의 의무화는 부동산 매매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 부동산 등기법 제91조에 따라,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한 경우 본등기의 순위는 가등기의 순위에 따른다는 순위보전효력이 있다고 해도, 가등기를 하고 본등기를 한다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만일 가등기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가등기신청
에 드는 가등기 등록세(등록 면허세) 등의 비용을 감경97) 내지 공제하는 유인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97) 동지의 견해로, 박찬걸, 앞의 논문, 30면 참조


   한편 부동산등기법 제89조에 따르면, ‘가등기의무자의 승낙’이 있거나 ‘가등기를 명하는 법원의 가처분명령’이 있을 때에는 단독으로 가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인중개사는 매도인의 협조가 없더라도 공탁하는 방법을 통해 법원에 가등기를 명하는 가처분명령을 받아 단독으로 가등기를 하는 방법을 제안 또는 안내할 수 있다.  


3. 고액의 손해배상액 산정 및 중도금 해제조항 도입    


   계약금에 관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 당사자 합의가 없으면 민법 제565조(해약금) 제1항에 따라,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를 해약금으로 추정되는 계약금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실무에
서 부동산 계약금은 당사자의 진정한 합의보다 표준계약서를 원용함으로써 중도금 지불 전까지 해약금으로 작용한다.98)  

98) 가정준, 앞의 논문, 61면 참조.


   부동산 거래 실무하에서 매도인은 제1매수인에게 부담해야 할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매매대금의 10%의 배액을 배상하면 된다. 만일 매매대금의 10%의 배액보다 제2매수인과 계약에서 이익이 많다면 제2매매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중매매의 유인이다. 그러므로 제1매수인이 이중매매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사적자치에 따라 이중매매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금액을 위약금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할 때 계약내용에 넣어 체결하면 된다.99)  

99) 제1매수인들이 자신의 이행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를 묻는 것이다. 가정준, 앞의 논문, 63면 참조. 


   또는 계약금 해제조항과 유사하게, 중도금 해제조항을 신설하여 채무불이행에 기한 적절한 손해배상 방법을 인정해 볼 수 있다.100) 박찬걸교수는 중도금의 1.5배 내외를 상환하고 종료시키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때 손해배상액 산정시기를 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만일 손해배상액 산정이 부동산 계약시가 되면, 부동산가격이 오른 경우 제1매수인은 차액만큼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편 중도금 이후 법률관계가 복잡한 점 때문에, 중도금 없이 계약금과 잔금으로만 매매대금을 빨리 지급하는 방향을 유도해 볼 수 있다.101) 이렇게 민사적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채무불이행 방지를 위해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투여하는 것이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한다.  

100) 동지의 견해로 박찬걸, 앞의 논문, 32면 참조.
101) 동지의 견해로 박찬걸, 앞의 논문, 33면 참조.


Ⅴ. 결론  


   지난 10년간 이중양도에 대한 배임죄 전원합의체 판례는 배임죄 구성요건 중 ‘타인의 사무에 대한 논쟁의 역사이다. 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판시하듯, 계약 내용에 따라 이행하여야 할 채무는 ‘자기의 사무’로 볼 수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의해 소유권이전의무가 있다면 이는 ‘자기의 사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
며 일관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는 ‘타인의 사무’로 보고 있다. 그 논거는 중도금 지급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 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관리할 신임관계에 있
고, 이러한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는 채권행위 관점에서 채무자의 대인적인 계약관계를 서술할 뿐이지, 대물적인 부동산 소유권의 물권변동을 서술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이행이라는 문제가 남는 채권행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부동산 물권변동은 형식
주의를 취하는 현행 민법의 취지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고, 중도금 지급 이후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소유자는 매도인이기 때문에 매수인은 중도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더라도 부동산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어디까지나 부동산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고, 매수인이 매도인을 배제하고 그 부동산을 직접 지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매도인의 의무, 즉 ‘자기의 사무’이므로, 매도인은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될 수 없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이다. 
  한편 판례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가 중도금 지급 이후, 신임관계가 성립된다고 하는데, ‘신임관계’란, 일방이 타방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사무를 신뢰로 맡는 관계로, 매도인과 매수인의 관계는 계약관계이지 신임관계로 볼 수 없다. 이렇게 물권변동의 형식주의 관점과 신임관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분석해 본다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은 부정되어야 하고, 부동산 이중매매는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2018년 부동산 이중매매 전원합의체 판례에서 배임죄를 인정한 것은 형법원칙에 의한 판단이 아닌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아닌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해석하는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감행하였다.  
   한편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면 보충성 원칙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고려는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상의 이유로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판례변경은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수단으로 배임죄 성립이 아닌, 에스크로 제도의 활성화, 가등기 제도의 의무화 등을 제안할 수 있다. 에스크로 제도의 활성화와 가등기 제도 의무화를 위해서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하며, 매매비용 증가를 분산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